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판단력
    2026-05-27
    검색기록 지우기
  • 무효화
    2026-05-27
    검색기록 지우기
  • 비용처리
    2026-05-27
    검색기록 지우기
  • 마이크로LED
    2026-05-27
    검색기록 지우기
  • 김영국
    2026-05-2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769
  • 조용형 ‘제2 홍명보’ 뜬다

    ‘제2의 홍명보 뜬다.’ 축구대표팀의 새내기 조용형(22·부천)이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36)의 빈자리를 노린다. 지난 9일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새 대표팀 명단에 생애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조용형은 14일 남북친선경기와 17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06독일월드컵 최종예선전에서 이제까지 갈고 닦아온 기량을 한껏 펼쳐 조 본프레레(59) 감독의 눈도장을 찍을 태세다. 182㎝ 72㎏의 조용형은 축구명문 부평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2학년을 다니다 올해 부천에 합류한 K-리그 신예. 하지만 올시즌 부천의 24경기 가운데 23경기를 뛰며 당당히 주전자리를 꿰찰 정도로 소속팀 정해성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침착하고 냉정한 판단력을 갖춘 데다 좌우 수비수가 놓친 공격수에 대한 커버플레이에 능한 영리함, 날카로운 패싱력과 뛰어난 킥력까지 지녀 벌써부터 ‘제2의 홍명보’라는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조용형의 경기를 직접 지켜본 홍명보도 “전형적인 리베로 스타일로 움직이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홍명보 은퇴 이후 불안함이 가시지 않고 있는 대표팀 수비라인에 버팀목 역할을 해줄 재목으로 잔뜩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천 정해성 감독은 “현재 K-리그에서 중앙수비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토종 수비수는 조용형밖에 없다.”면서 “어린 나이에도 적극적인 커버플레이와 몸싸움으로 팀을 이끄는 카리스마까지 갖춘 선수”라고 평가했다. 한편 수원의 좌·우 윙백을 오가는 ‘꾀돌이’ 조원희(22)도 이번 대표팀 새내기로 눈여겨볼 선수.100m를 12초에 주파하는 빠른 발과 강철 체력이 바탕이 된 활발한 움직임으로 올시즌 K-리그 21경기에 출장해 소속팀의 국가대표급 윙백 송종국(26)과 최성용(30)의 부상 공백을 홀로 메우고 있는 신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두산그룹 (2)-4세 경영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두산그룹 (2)-4세 경영

    지난 4일 경기도 광주 선영에서 가진 고 박두병 두산 초대 회장의 32주기는 침울했다고 한다. 생전에 인화와 우애를 가르치고, 강조했던 선친 앞에 얼굴 들기가 부끄러웠던 탓이다. 이날 가문에서 축출된 박용오 전 회장과 경원, 중원씨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형제의 난’ 이후 두산가는 ‘언론 기피증’을 보이며, 숨을 죽이고 있다. 내부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하루빨리 이 악몽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눈치다. 또 검찰 수사 이후 몰아칠 ‘후폭풍’과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한 단속도 눈에 띈다. 재계 최초로 경영에 참여하는 두산가 4세들이 이를 극복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지 관심을 끈다. ●악몽 같았던 일주일 두산산업개발은 지난달 15일 ㈜두산 지분 280만주(12.8%)를 계열사와 박용곤 명예회장,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에게 시간외거래를 통해 매각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권 안정,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이유를 댔다. 경영권 분쟁을 대비하기 위한 ‘용곤(73)-용성(65)-용만(50)’ 3형제의 치밀한 정지작업이라는 사실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지난달 18일, 용성 회장은 용곤 명예회장의 지시로 대한상의 제주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서울로 올라왔다. 이어 두산그룹은 용성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추대하고, 용오(68) 현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고 밝혔다. 형제간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두산가의 우애가 또 한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용곤 명예회장의 ‘연막’도 그럴듯했다.“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두산그룹의 회장으로 폭넓은 인맥과 신망을 얻는 용성 회장이 적임자”라고. 그러나 안으로는 이미 ‘용곤-용성-용만’ 3형제와 용오 전 회장 일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였다. 우애 깊은 형제가 원수 사이라는 것은 사흘 후에 드러났다. 두산은 지난달 21일 용오 전 회장이 용성 회장 취임에 반발, 검찰과 모방송사에 그룹의 경영현황을 비방한 투서를 제출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이를 확인시켜 주듯 용오 전 회장은 이날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 승계는 내가 용성 회장 등과 관련된 비리를 적발하자 나를 밀어낸 것으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진실공방 게임은 이어 본격화됐다. 용곤 명예회장은 “그룹과 가족에 대한 반역 행위”라고 규정했으며, 용성 회장은 지난달 22일 “이번 사태는 두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용오 전 회장의 두산산업개발 경영권 탈취 미수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승자 없는 ‘형제의 난’ 두산가 ‘형제의 난’은 다른 국내 재벌가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궤를 달리한다. 대부분 재산과 ‘대권’ 싸움이어서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구분됐지만, 이번 두산가 분쟁은 승자가 없는 오직 패자만 있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비리 의혹을 폭로한 용오 전 회장 일가는 마지막 ‘무기’를 던짐으로써 가문에서 축출이라는 비애를 맛봤다. 또 지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두산산업개발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그야말로 ‘동생들과 조카의 사법처리’ 빼고는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용오 전 회장의 부인 최금숙 여사가 지난해 암으로 죽고 나서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어, 용오 전 회장이 극단적 행동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용오 전 회장 부부는 미국에서 만나 연애 결혼해 부부 금실이 아주 좋았다고 한다. ‘용곤-용성-용만’ 3형제도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이라는 집안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형제간 우애와 집안 망신,109년 전통의 명예, 경영 차질 등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또 자칫 집단 사법처리 가능성도 있어 위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단지 용오 전 회장 일가를 가문과 그룹에서 축출한 것이 유일하게 얻은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얻기 위해 이같은 처참한 분쟁이 일어난 걸까. ●‘원’자 돌림 4세 9명 경영수업 ‘원’자 돌림의 4세 15명 가운데 두산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이는 총 9명이다. 이들 사이의 신경전도 예사롭지 않다. 두산 3세간 일어난 ‘형제의 난’도 사실상 4세들을 위한 ‘대리전’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두산측 설명은 이렇다.“당사자가 아닌 이상 누가 알겠나.(용오 전 회장)눈에 뭐가 씌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그러나 결과가 뻔한 싸움에서 용오 전 회장이 나선 것은 자식들을 위해 총대를 멘 부문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는가.” 4세간 역학 구도를 보면 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이 가장 앞선다.4세 가운데 유일하게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또 용성 회장의 장남 진원씨는 지난 5월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영관리 총괄 상무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섰다. 두산 경영에 참여치 않는 박용현(62) 서울대 의대 교수의 장남 태원씨도 네오플럭스 상무로 일하며, 두산의 M&A(인수합병)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네오플럭스는 최근 삼성전자의 소형가전 자회사인 노비타를 인수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정원 부회장과 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가 5%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1999년 벤처투자로 대박을 터뜨리며 자신감이 넘쳐났던 용오 회장의 장남 경원씨는 두산가의 전통적인 경영 방식에 회의를 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2001년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큰 손해를 보기도 했던 경원씨는 2003년 전신전자를 인수, 아예 독자노선을 걸었다. 수년 전부터 ‘밖’으로만 돌았던 경원씨의 행보를 보면 이미 ‘정원-진원’을 비롯한 4촌 형제와 경원씨간의 대립 구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용오 전 회장이 지난해부터 두산산업개발을 탐낸 것도 결국 두산 지분이 4세대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두 아들만 소외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형제의 난’ 이후 용오 회장과 자제들이 경영에서 빠진 만큼 두산의 경영구도에서 용만 부회장과 장손인 정원 부회장의 ‘파워’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용성 회장은 사실상 그룹의 상징적인 존재로 활동하고, 내부 살림은 용만 부회장과 정원 부회장이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용만 부회장이 용성 회장에 이어 두산의 향후 ‘대권’을 잡을지도 관심사다. 정원 부회장은 두산가가 장자 상속의 전통을 이어온 점을 감안하면 미래의 그룹 총수 1순위다. 그는 올 초 그룹 사장단 회의로부터 ‘2004 두산 경영대상’ 특별상을 받을 정도로 경영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용만 부회장의 4세 경영 과외도 ‘형제의 난’이 마무리되면 빨라질 전망이다. 용만 부회장은 현재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과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등 두산 4세들의 경영수업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반면 가족간 우애는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가는 계속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을 원칙으로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용오 전 회장 일가가 빠진 가족회의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최근 물밑에서 용곤 명예회장과 용오 전 회장간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박경원-서미경 부부 곤혹 두산가 장손인 박정원(43)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은 공군 참모총장과 민자당 국회의원을 지낸 김인기 전 의원의 딸 소영(40)씨와 결혼했다. 부친인 박 명예회장과 김 전 의원은 경동고 선후배 사이로 동창회 모임에서 두 사람의 혼담이 오간 인연으로 맺어졌다는 후문이다. 김 전 의원은 포스데이타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상민(15)양과 상수(11)군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녀 박혜원(42) ㈜두산 잡지BU 상무는 의사인 서경석(45)씨와 인연을 맺었다. 자녀는 주원(18)양과 장원(15)군으로 학생이다. 박지원(40)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평범한 집안 출신인 서지원(36)씨와 혼인했다. 아들 상우(11)군과 딸 상진(5)양이 있다. 두산가에서 요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는 박경원(41) 전신전자 대표의 부인 서미경(39)씨로 보인다. 박 사장이 이번 ‘형제의 난’에 깊숙이 연관된 데다 연일 시끄러운 ‘X파일’ 사태도 친정과 적잖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경씨의 부친은 서상철 전 동자부장관.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고려대 교수로 있다가 전두환 정권 때 경제관료로 영입됐다. 안타깝게도 1983년 아웅산 테러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 ‘X파일’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자금 전달자로 나오는 서상목 전 의원이 바로 미경씨의 숙부다. 장남 상호(16)군과 차남 상모(13)군을 두고 있다. 용오 전 회장의 차남인 박중원(37) 전 두산산업개발 상무는 평범한 집안 출신인 정윤주(37)씨와 백년가약을 맺고, 아들 상윤(6)군과 딸 상이(4)양이 있다. 용성 회장의 장남 박진원(37) 두산인프라코어 상무와 차남 박석원(34) 두산중공업 차장은 모두 평범한 가문의 딸들인 김선영(34)씨와 정현주(35)씨를 배필로 맞아들였다. 상효(6)-상인(2)과 상현(7)-상은(2) 등 각각 딸만 두고 있다. 용만 부회장의 장남 서원(26)씨는 최근 구자철 한성 회장의 딸 원희(26)씨와 결혼했다. 구 회장은 범 LG가(家)로 구태회 LS 명예회장의 4남이자,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셋째 남동생이다. 박용훈(두산산업개발 부회장)-구선희(고 구철회씨의 4녀) 부부에 이은 두산가와 LG 구씨가의 두번째 사돈이다. ●두산의 역대 악재들 이번 ‘형제의 난’ 외에도 두산가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던 악재는 더러 있다. 대표적인 예가 두산중공업 노조원인 배달호씨 분신자살 사건과 낙동강 페놀 사태를 꼽을 수 있다. 2003년 배달호씨의 분신 자살은 두산가와 노조의 악연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용성 회장은 “결코 원칙을 저버릴 수 없다.”면서 “지금 당장 손실을 보더라도 불법 파업의 뿌리를 뽑겠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었다. 이는 노조의 극한 투쟁으로 이어졌고, 배씨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낳았다. 인화를 5대째 강조하는 두산가와 노조의 궁합이 맞지 않은 것도 꽤 아이러니하다. 두산가로서는 노사 합의만 되면 불법이 합법화되는 노조의 관행을 더 이상 둘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키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번 굳어진 노조와의 악연은 두산가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올 초 인수한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의 노조도 한동안 두산 인수를 격렬히 반대했다. 또 두산 계열사 노조는 이번 ‘형제의 난’과 관련해 그룹 회장직을 둘러싸고 형제들끼리 이전투구를 벌여 사회적 파장을 야기하고, 두산의 도덕성을 바닥에 추락시킨 책임을 지고 박용성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즉각 퇴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두산가가 다시 기억하기 싫은 사건으로 낙동강 페놀 사태가 있다. 여전히 반세기 최대의 환경오염 사건으로 꼽힌다.1991년 ‘맥주로 돈 번 회사가 먹는 물을 망쳐 놓다니….’라는 구호가 전국을 들끓게 했으며,2차 페놀 사건이 터지면서 당시 박용곤 회장이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었다. 또 두산 불매운동으로 매출액이 급감했으며, 당시 환경처 장관과 차관이 경질된 초유의 사건이었다. ●숨은 그림자 박용욱 회장 ‘용’자 돌림 가운데 막내인 박용욱(45) 이생그룹 회장은 두산가에서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공동 소유, 공동 경영’이라는 집안의 원칙을 가장 먼저 깨뜨리고 독자사업에 나섰을 뿐 아니라 ‘KS(경기고-서울대)’가 수두룩한 두산가에서 박 회장은 서울고-인하대를 나왔다. 또 그룹에서 경영수업을 받을 수 있었지만 박 회장은 대학생 시절부터 홀로 무역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당시 부친으로부터 받은 지분을 종자돈으로 삼아 지난해 매출액 1000억원대의 소그룹으로 키웠다. 반면 용곤 명예회장의 사촌동생인 박용훈(63·박우병 전 고문의 장남) 부회장은 두산산업개발에 몸담고 있다. 박 부회장의 부인은 LG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인 구철회씨의 4녀 선희(61)씨다. 구철회씨는 1999년 LG화재를 갖고 LG에서 독립했다. 박 부회장은 두산식품 부사장을 거쳐 92년부터 두산건설(현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비상근으로 실제 경영에는 참여치 않고 있다. ●‘두산호’ 이끄는 전문경영인 유병택(61) ㈜두산 부회장은 일명 ‘면도칼’로 불린다.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기민함이 탁월하고, 현장 경험이 많다.69년 동양맥주에 입사한 후 두산기계와 두산음료 등 그룹내 요직을 거쳤다. 강문창(62)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68년 동양맥주로 입사한 이후 경리와 영업, 총무, 기획, 해외현장 등을 두루 거쳐 해박한 실무지식을 자랑한다. 제주에서 상고 야간을 나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수재형 경영인이다. 자신의 이력은 ‘두산 입사, 두산 퇴사’를 영광으로 생각하고 싶다는 두산맨이다. 건설업을 주력기업으로 만든 주인공이기고 하다.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경(55) ㈜두산 전략본부 사장은 두산그룹 ‘10년 구조조정’의 숨은 공신이다. 전략기획통으로 통한다. 두산은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부터 일찌감치 구조조정에 착수해 한국3M과 한국코닥, 코카콜라, 한국네슬레, 두산씨그램 등 돈이 될 만한 회사는 가리지 않고 팔았다. 모기업인 동양맥주도 매각했다. 이런 ‘무차별 구조조정’을 주도한 인물이 박용만 부회장이고, 그를 보좌한 이가 이 사장이다. 철저한 시장 조사와 냉철한 판단력을 겸비했다는 평이다. 일 욕심 많기로 소문난 이 사장은 성격도 급하다.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북고 동기생이다. 김대중(57) 두산중공업 사장은 경북 안동 출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69년 동양맥주에 입사했다.㈜두산 주류BG와 ㈜두산 테크팩BG 사장을 거쳤다. 두주불사형으로 알려진 그는 주류업계의 ‘히트상품 제조기’로 불렸다. 청하, 설중매, 그린, 산 등 두산의 주류 히트상품은 그의 손을 거쳤다. 김 사장은 불도저 같은 업무 스타일로 유명하다. 노사 화합과 현장 경영을 토대로 그는 중공업분야에서 ‘신인’이라는 우려를 씻고, 굵직한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고 있다. 최승철(57)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77년 두산메카텍의 전신인 두산기계에 입사한 뒤 기계업종 외길을 걸어왔다. 김홍구(59) 두산산업개발 사장은 건설사 사장 가운데 흔치 않은 수주영업 전문가로 통한다.‘똑똑하지만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 두뇌회전이 빠른 명석한 사람’이라는 뜻에서 ‘똑게’로 불린다. golders@seoul.co.kr ■ 6형제가 좌장… 이사회보다 막강 두산가(家)의 가족회의는 좀 특별하다. 단순히 형제간 화합과 우의를 다지는 모임일 뿐 아니라 사실상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그룹의 중요 결정 사항은 가족 회의에서 정해진다. 이 때문에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가족회의는 평상시 한 달에 한 번씩 3대(3∼5세)가 모여 선친 박두병 초대 회장이 강조한 ‘가화만사성’을 되새기며, 인화와 우의를 다진다. 가족 중 그룹경영 참가 선수인 ‘박용곤-용오-용성-용만’뿐 아니라 박용현 서울대 의대 교수(전 서울대 병원장)와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 등 ‘용’자 돌림 6형제가 가족회의의 좌장들이다. 집안 대소사 등이 화젯거리로 등장하지만 경영이나 사업 얘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룹에 위기가 오거나 비상 사태, 중대한 경영 결정을 내릴 때 열리는 가족회의는 ‘숨겨진’ 비공식 최고 기관이다. 경영진에 대거 포진한 ‘원’자 돌림의 4세들도 이런 경우엔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표시한다. 이 때문에 각 계열사 이사회는 가족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추인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두산 오너가가 고작 5%대의 지분으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셈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그룹 경영과 관련된 모든 중요한 결정은 가족회의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형제의 난’ 기폭제도 사실상 가족회의에서다. 지난 5월 열린 가족회의에서 용곤 명예회장은 용오 회장 일가의 두산산업개발에 대한 M&A(인수합병) 시도 대가로 그룹 회장 교체를 언급했으며, 지난달 가족회의에서 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 추대와 용오 회장의 퇴진을 최종 결정했다. 당시 가족회의는 보안요원이 배치되는 등 살벌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회의의 경영 행위에 대해 “기업을 가족 소유물로 여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시민단체와 두산 노조 등은 “가족회의를 통해 그룹의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전근대적 족벌경영 체제가 두산그룹의 현주소”라며 기업을 족벌의 사유물로 여기는 이같은 그룹 체제는 즉각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4세들도 분기별로 한번씩 ‘패밀리 미팅’을 갖고 우애를 나눈다. 모임의 주관은 장자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이 맡고 있다. golders@seoul.co.kr ■ 두산가 4형제 경영스타일 ‘아름다운 형제’에서 한순간에 ‘돈 앞에 형제도 없는’ 처지로 추락한 ‘박용곤-용오-용성-용만’ 4형제의 성격과 스타일은 어떨까. ▲ 2000년 초 우애 깊은 형제였던 박용오(오른쪽) 전 회장과 박용성(왼쪽) 회장, 박용만 부회장 등 3형제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용곤 명예회장은 집안의 장자로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그러나 그의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용오 회장이 ‘반란’을 일으킨 것은 그의 통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묵한 성품으로 말이 거의 없다. 내부 회의에서도 말을 듣는 입장이지 먼저 ‘입’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회사 임원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그를 가장 어려워한다. 그는 또 게임의 룰을 중요시 여긴다. 용오 회장의 이번 행위에 대해 “가문에서 빼버리겠다.”고 강경 대응한 것도 ‘공동 소유, 공동 경영’이라는 집안의 원칙을 깬 데 대한 분노로 보인다. 그는 골프에서도 룰과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는 두번 다시 골프를 치지 않는다. 용오 전 회장은 어느 자리에서나 격의없는 대화와 만남을 좋아한다. 체면보다 실리를 챙기는 스타일이다.‘형제의 난’ 역시 이같은 그의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 그는 미식가이자 애주가로 통한다. 술을 통해 상대의 스타일이나 됨됨이를 파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장 근로자들과도 곧잘 술자리를 갖고 어울린다. 그의 애주론은 이렇다.“술은 백년지기를 만나는 마음으로 즐겁게 마시면 오히려 호쾌해져 건강에 도움이 된다.” 용성 회장은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정부와 재계, 사회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때마다 비유를 동원하는 그의 발언은 화제가 된다. 어느 사업이 좋다면 경쟁 업체를 무조건 따라서 투자하고 보는 풍토를 비판한 ’들쥐떼론’과 전통 산업은 외면하고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만 좇는 기업 풍토를 비튼 ‘첨단병론’ 등이 대표적이다. 또 소탈하면서도 집념과 추진력이 대단하다. 박 회장은 1995년 세계유도연맹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서울에 돌아갈 생각하지 말고 모두 창 밖에 뛰어내리자.”고 할 정도였다. 그는 사진과 음악을 좋아한다. 해외출장 때는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틈만 나면 사진을 찍는다. 또 클래식 마니아로 소장한 CD만 2만장이 넘는다. 용만 부회장은 꼼꼼히 따져 보고, 분석하는 일을 좋아한다.2002년 디스크 수술 이후 의사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했을 때다. 강사의 수영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하고 분석했으며, 과도한 수영 연습으로 어깨 근육이 찢어지기까지 했다. 그는 또 재계의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통한다. 냉철하고 전략적인 그의 성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두산의 구조조정 10년 동안 15개 기업의 M&A를 진두지휘한 경험을 책으로 풀어내면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운이 작용하는 ‘감(感)의 경영’을 싫어한다. 경영은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golders@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1300년 된 족구, 동아리 230개

    1300년 된 족구, 동아리 230개

    “한국 사람들은 셋이 모이면 고스톱, 넷만 되면 족구를 한다?” 여러 사람이 여행을 떠났을 때 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땅치 않다. 휴가철인 요즘이나, 직장 동료들끼리 단합대회를 갖는 등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이런 고민은 더하다. 그러나 축구공 크기만한 공 하나만 있으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종목이 있다. 바로 족구다. 군대를 갔다온 남자가 족구를 못하면 ‘팔불출’에 든다는 말도 있다. 족구가 온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는 ‘대∼한민국 대표 종목’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녀노소 불문이다. 네트를 칠 수 없다면 땅에 금만 그어도 좋다. 보통 4∼6명이 한 팀을 이룬다. 하지만 2명만 돼도 그만이다. 생활체육 족구 동아리는 서울 38개, 경기 68개, 인천 13개 등 수도권에만 119개나 된다. 전국을 통틀어 230개다. 교포들로 이뤄진 미주연합회도 소식을 알려오고 있다. 이들이 족구를 사랑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리나라 고유의 맥을 이어온 종목이라고 목소fl를 높인다. 국내에서 태동된 유일한 구기종목이라는 것이다. ‘북한문화예술-조선의 민속놀이’라는 서적에 그 근거가 나온다고 이들은 소개한다.“우리 조상들은 삼국시대부터 짚 따위나 마른 풀로 공을 만들어 중간에 벽을 쌓고 공을 차 넘기는 경기를 하였다.”는 삼국유사 기록으로 보아 족구의 역사는 1300년 정도 됐다고 설명한다. 옛날부터 이미 장비, 시설과 규칙을 가진 규모있는 공차기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었다고 한다. 구문(球門·골대=현대 족구에서는 네트)을 설치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운동장 중간에 하나의 구문을 세우고 양쪽으로 편을 갈라 서로 공을 마주 차 넘기는 방식이 있다. 또 두 기둥을 세우고 기둥의 아래로는 그물을 쳐 공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두 기둥 사이로 차 넘기는 방식이다. 공은 그물에 걸리지 않고 바로 상대편으로 넘어가야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이 방식은 지금의 족구와 거의 같은 경기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동네 골목에서 치러지던 족구는 일제 치하에서 명맥이 끊어지는듯 했지만 이를 살려낸 것은 군대였다.8·15광복과 6·25전쟁을 거치면서 군사력이 정비된 1966년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조종사들이 비상대기 업무를 수행하면서 간편히 조종복을 입은 채 할 수 있는 운동을 착안한 게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배구장에서 네트를 땅에 닿도록 내려놓고 축구공이나 배구공으로 인원에 제한없이 축구처럼 손만 쓰지 못하고 몸 어느 부위나 다 사용하여 배구와 같이 세번에 상대편으로 차 넘기는 규칙으로 경기를 시작한 것이다. 68년 이 부대 정덕진(98년 작고) 대위가 룰을 창안해 국방부에 상신,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되면서 국방부 산하 육군, 해군부대에도 전파된다. 국방부 발간 국군체육이란 각종 경기규칙을 기록한 책자에 족구라는 경기가 최초로 기록되기에 이른다. 이렇게 전군(全軍)에 보급된 족구는 전역 뒤 각 대기업체에 들어간 사람들이 널리 퍼뜨렸다. 하지만 각 지역 및 직장마다 경기방식과 경기규칙이 다르게 발전하게 됐다. 공군 장병들은 주기장 및 유도로와 막사 주위나 배구장 등에서 족구를 즐겼다. 처음으로 족구의 규칙이 게재된 책자는 74년 국방부가 발간한 ‘체력관리’이며 여기에는 6인제의 족구규칙을 설명해놓고 있다. 이 때만 해도 네트의 높이가 2m나 됐다.78년에 이르러 4인제, 네트의 높이 1m, 경기장 넓이 9m×18m로 과학화(?)한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머리는 사용하지 않고 발만 사용하였다. 공군 제1비행단에서는 4인제로 코트 규격은 9m×8m이며 머리는 사용하지 않고 무릎 이하만 사용한다는 독자적인 경기규칙을 적용했다. 그러나 95년 제1회 공군참모총장기 족구대회부터 족구연합회 공식규칙을 전폭 수용, 경기장 크기 16m×7m, 네트 높이 110㎝로 천하통일을 이룬다. 1990년에는 대한족구협회가 창설된 뒤 전국대회가 열렸다. 특히 ‘92 한강사랑 전국 족구대회’를 계기로 직장인들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범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전신 운동으로서 좁은 공간에서도 별다른 장비나 도구 없이 간편한 옷차림에 즐길 수 있다. 더욱이 다른 종목에 비해 규칙이 간단하기 때문에 쉽게 배울 수 있다.‘동네 족구’에서는 더러 규칙을 놓고 다툼도 벌어지지만 규정을 알고 나면 더욱 정감과 재미가 넘친다. 현재 규정에는 코트 규격이 사이드라인 7∼8m, 양팀을 합쳐 14∼16m로 돼 있다. 대회 성격이나 여건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엔드라인 너비는 6∼7m다. 서비스는 엔드라인 뒤쪽 아무 곳에서나 넣어도 된다. 네트 높이는 1∼1.1m, 단 여성과 초등생에 한해 90㎝다. 대회에서는 감독과 선수 7명으로 한 팀을 짜되 주전 4명, 후보 3명으로 한다. 심판은 주심 1명, 부심 2명을 둔다. 서비스는 경기에 참가한 선수 가운데 아무나 해도 괜찮다. 공격수든 수비수든 몸 어디에 네트를 닿아도 곧바로 실점이다. 배구처럼 홀딩 규정도 있다. 넘어온 볼을 받아 직접 공격해 성공하면 2점을 딴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기술 단순하다고?“족구를 약간 우습게 보는 이들도 있는데…. 좁은 공간에서 펼치는 공격기술은 상상을 뛰어 넘습니다.” 전국 230개 동아리 가운데 자칭타칭 최강이라는 ‘족조사모’(족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박영호(35·회사원)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족조사모는 온라인 동아리로 회원만 1만 2000여명이나 된다. 장외 서포터스를 빼고 실제 대회에 나가는 주전멤버만 해도 30여명에 이른다. 2000년 5월 첫 발을 뗀 족조사모는 지난해 서울시장기를 시작으로 여덟 차례나 우승컵을 안았다. 올 들어서도 지난 6월12일 끝난 안산대회 등 우승컵을 다섯번 차지했고,7월 말 동강대회에서는 아쉽게 2위에 그쳤다. 박 감독은 “흔히들 생활체육, 생활체육 하면서도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해 다치는 경우가 많지만 족구는 그렇지 않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선수가 많지 않은 데다 다들 영역이 정해져 있어 신체적 접촉이 적어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불과 5년 전만 해도 리시브에서 세터로 이어진 뒤 곧게 선 자세로 공격 한번 하는 게 고작이었는데 동아리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아주 다양한 루트가 개발돼 경기가 그야말로 박진감이 넘친다.”고 말했다. 족조사모가 잘 나가는 비결에 대해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절히 잘 운영한 덕택에 젊은이 위주로 팀이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운동장에서 뛰지 않더라도 족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인터넷으로 참여할 수 있어 저변이 넓다고 자랑했다. 이상엽(31) 족조사모 총무도 “보통 지역적 기반을 둔 생활체육 동아리와 달리 20∼30대 초반이 주축”이라고 거들었다. 좌·우 수비수와 공격수, 세터 등 포지션별 기량이 고르단다. 이 동아리에는 족구와 비슷한 종목인 세팍타크로 선수도 끼어 있다. 고교 코치로 일하는 이용준(28) 세터가 그 주인공이다. 공격 때 발에 볼이 맞는 포인트에 따라 안축차기, 발바닥차기 등으로 나뉜다. 볼 아랫부분을 톡 차서 상대진영에 살짝 밀어넣는 등 페인트도 다양하다. 볼이 네트에 붙을 때 쓰는 발코, 또는 엄지발끝 공격법도 이채롭다.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점수를 따내야 하기 때문에 공격수가 갖춰야 할 요건도 까다롭다. 다음의 요건을 구비해야 유능한 공격수라 할 수 있다. 첫째, 가공할 만한 파워를 자랑할 줄 알아야 한다. 힘이 실리지 않은 상태로 공격하면 상대방이 공의 스피드를 쉽게 읽을 수 있는 반면 빠르면서 엔드라인 근처에 공이 바운드되면 순간 포착이 어려워 수비수의 판단력을 흐리게 할 수 있다. 둘째, 몸의 순간 변환 동작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빈 공간에 볼을 차넣는 능력을 말한다. 한 세트를 소화하고 나면, 공격자의 동작이 읽혀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측으로 공격을 하려는 동작에서 순간 중앙이나 좌측공격을 구사할 때는 수비수의 허를 찌를 수 있다는 얘기다. 셋째, 상황판단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로스쿨 쟁점과 방향] 김선수 사개추위 단장 인터뷰

    [로스쿨 쟁점과 방향] 김선수 사개추위 단장 인터뷰

    법조계의 오랜 논쟁거리였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이 확정됐다. 로스쿨 전체 정원과 로스쿨 인가 대학 등 핵심쟁점은 내년도에 설치될 법학교육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김선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은 31일 “현재의 사법시험제도는 나름대로의 기능은 있었지만 한번의 시험으로 개인의 운명이 결정되고, 학부교육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면서 “로스쿨 도입을 통해 풍부한 교양과 건전한 직업윤리관,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단장을 만나 사개추위가 합의한 로스쿨의 원칙과 향후 계획, 합의 과정에서의 뒷얘기 등을 들어봤다. ▶로스쿨의 대학별 입학정원을 150명 이하로 제한한 이유는 뭔가. -현재 법과대학의 인적·물적 여건을 감안, 다양한 로스쿨 설립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전국 법과대학의 교수 대 학생정원의 비율은 1대47이다. 사개추위 기준은 1대12다. 입학정원이 100명인 대학이 이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정교수만 25명이 돼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대학이 이 기준을 충족하기란 쉽지 않다. 개별 로스쿨의 정원 제한을 두지 않으면 소수의 특정 대학에만 인적·물적 자원이 집중돼 학문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로스쿨간 경쟁을 통해 질적인 수준을 높이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로스쿨의 전체 정원에 대해서는 결국 합의를 하지 못했는데. -로스쿨 전체 정원 문제는 사회적으로 법률전문가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가의 문제다. 때문에 법조·교육계 등 공급자의 측면 뿐만 아니라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도 고려돼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제도를 설계하는 사개추위가 로스쿨의 전체 정원을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봤다. 앞으로 교육부 장관이 관계기관과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결정할 것이다. ▶지방 소재 대학은 로스쿨을 지역별로 고루 안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 단위에 1개씩 인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방대학이 활성화돼야 지나친 수도권 집중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법의 지방분권도 이룰 수 있다. 다만 로스쿨의 지방분권화, 지역별 안배를 법적·제도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어렵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르면 국가균형발전계획을 수립할 때 지방대학의 육성 및 지역의 인적자원 개발에 관한 사항을 수립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지방대학에 대한 배려는 국가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사개추위 위원들은 이 같은 명분에만 합의했을 뿐 1도 1개 원칙과 같은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각 대학들은 나름대로 특화된 로스쿨을 추진하고 있다. 특화된 로스쿨이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나. -특화된 로스쿨을 추진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기본적인 교과과정을 충분히 이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뒤에 특정 부문에 전문화된 로스쿨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현재 교육부에서 설립인가 심사 기준을 작성중에 있는데 전문성을 높이는 특화 방향이 있다면 설립인가 심사과정에 충분히 반영될 것이다. 그리고 지방대학에 대한 고려도 이때 이뤄질 것이다. ▶산업대학이나 연합대학은 로스쿨 인가조건에서 배제했는데 이유가 뭔가. -산업대학과 연합대학의 로스쿨 설립을 제한한 것은 충실한 법학교육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산업대학은 설립목적, 교육과정과 방법, 교육여건에서 일반 대학과 차이가 있다. 산업대학도 현행법령에 따라 교육여건을 갖추면 일반대학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산업대학이 로스쿨을 추진하려면 우선 일반대학으로 전환한 뒤 하는 것이 타당하다. 연합대학원 제도는 현재 인정되지 않는 제도다. 단순히 참여 기회를 넓힌다는 의미에서 연합대학원을 인정하면 운영상의 문제 등으로 충실한 교육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연합대학원을 인정하는 일본도 74개의 로스쿨 중 연합대학원은 1개뿐이다. ▶이번에 로스쿨로 인가받지 못하더라도 추가적으로 인가받을 수 있나. -물론이다. 추가인가는 법조인에 대한 사회적 수요와 로스쿨 제도의 정착, 해당 로스쿨 신청 대학의 교육 여건과 준비상태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지방 국립대는 사립대에 비해 재정적인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로스쿨 인가 기준 가운데 시설 비중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개추위가 로스쿨의 설립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인적 부분과 물적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인적 자원은 전임교수 대 학생비율을 1대12로 하고 실무가 교원의 비율을 20% 이상으로 정했다. 물적 기준은 법학전문도서관 등 필요한 최소한만을 제시했고, 다른 부분은 일반 대학원 기준과 같다. 이 같은 인적·물적 기준은 충실한 법학교육을 위하여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때문에 지방 국립대만 인적·물적 기준을 낮추는 것은 다른 로스쿨과의 형평성뿐 아니라 충실한 교육을 담보하기 위한 기본 전제를 침해하는 것으로 수용하기 어렵다. 기준을 낮추면 로스쿨 설립의 취지가 훼손될 수도 있다. ▶로스쿨을 도입한 주된 이유 중 하나가 고시낭인(浪人)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이 도입되더라도 로스쿨에 입학하려는 또다른 형태의 고시낭인이 나올 수 있지 않나. -고시낭인 문제가 100% 해결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로스쿨 입학시험은 학부성적과 적성시험, 외국어 능력 등으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적성시험의 성격상 예전과 같은 고시낭인은 없어질 것으로 본다. 적성시험은 사법시험처럼 오래 공부한다고 해서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황판단력, 논리력, 사고력을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적성시험은 누적된 평균점수를 매긴다. 예를 들어 로스쿨 입학시험 때 적성시험에서 2년 연속 낮은 점수를 받아 떨어진 수험생이 3년째 적성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 수험생의 3년째 적성시험 점수는 3년 동안의 평균점수가 된다. 때문에 몇 년 동안 적성시험 점수가 낮게 나오면 자연스럽게 그만둘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로스쿨 논의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법원·검찰·변협·교수단체 등이 워낙 의견차가 커서 자칫 로스쿨 도입이 안 될 수도 있었는데. -로스쿨 도입논의는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럼에도 그 동안 로스쿨과 관련, 어떠한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사개추위도 약 40여 차례에 걸친 내부 토론을 했다. 차관급 실무위원회는 3차례했고, 전문가 의견청취는 6차례나 거쳤다. 공청회도 했다. 그러고도 의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5월16일 본위원회 의결 때도 위원들끼리 세부쟁점에 대해서 토의를 했다. 이번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난 10여년 동안의 논의가 또다시 무산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막판에 형성되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사개추위원들이 현재의 사법시험제도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현재까지는 로스쿨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로스쿨 추진일정 로스쿨 인가기준이 빠르면 연내 확정될 전망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 관련법률을 제정하고 2006년에 로스쿨 인가심사를 마무리해 2007년 5월에는 입학적성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인가기준은 로스쿨 유치를 준비하는 대학들의 최대 관심사다. 가능한한 빠른 시일 내에 확정해 달하는 것이 이들 대학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로스쿨 총 정원은 물론 세부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로스쿨을 위한 각종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준비하기에 한계가 많다는 불만이 높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우선 법률부터 제정하는 것이 당장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교육부 산하에 법학교육위원회를 구성, 인가심사 세부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세부기준에 대해서는 현재 진행중인 정책연구 결과가 나와봐야 결정할 수 있다.”면서 “세부기준에 대한 시행령은 내년 초에나 마련할 수 있겠지만 대학들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에 앞서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연구 결과가 11월쯤 나올 것으로 예상돼 대학들에게 세부기준이 공개되는 시기 역시 그 즈음이 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내년 초까지 법률과 시행령을 마련하고 2006년 5월부터는 대학들로부터 인가신청 접수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로스쿨이 어느 대학에 설치될지는 내년 연말에야 결정될 수 있다. 인가신청 접수시기가 당초 3월에서 5월로 늦춰져 인가결정 역시 늦어지게 됐다. 로스쿨 입학적성시험 시행준비도 내년부터 시작된다. 시험자체를 새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부의 부담이 만만찮은 부분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내년 중 적성시험 연구기관을 지정해 2007년 초에 모의시험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입학적성시험은 2007년 5월쯤 시행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교육부는 현재 ‘법학전문대학원설치운영에관한법률’에 대한 입법예고를 최근 마치고 규제심사를 받고 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월드이슈-선진국 논술교육현장] 佛대입논술 바칼로레아

    [월드이슈-선진국 논술교육현장] 佛대입논술 바칼로레아

    국내 대학들이 오는 2008년학년도 입시부터 통합형 논술시험을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통합 교과형 논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단일 주제가 주어지는 기존의 논술과 달리 통합교과형 논술은 여러 분야의 탄탄한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시간이 부족한 입시생들에게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어릴 때부터 논술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키고 있는 프랑스와 미국의 논술 교육 현장을 둘러본다. |파리 함혜리특파원|논술의 본고장으로 일컬어지는 프랑스에서는 논술 교육을 어떻게 시키고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프랑스의 논술 교육은 따로 없고 전 교과과정을 통해 연령에 맞게 지속적으로 전개된다. 모든 교육은 입시가 목적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시민을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그 바탕이 되는 것이 독서다. ●교육은 지적인 훈련의 연속 “언어는 의사소통에만 사용되는가?”,“정치행위는 역사인식에 의해 인도되는가?”,“예술작품에 대한 감성은 교육되는 것인가?” 지난 6월9일 프랑스 전역에서 35만명의 바칼로레아(대학입학 자격시험) 응시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철학논술시험 문제의 일부다. 심오한 철학사를 관통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정치, 역사, 언어, 문학,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확고히 다져진 지식을 갖춰야 답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고차원적이고, 추상적이며, 난해해 보이는 문제들을 학생들이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의아스럽기까지 하지만 프랑스의 교육 시스템과 내용을 알고 나면 바칼로레아의 철학 시험문제가 학교수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불문학자 파스칼 메르시에(문학박사)는 “프랑스의 교과과정은 지적(知的) 훈련의 연속”이라고 요약한다. 그는 “바칼로레아 철학 논술이나 프랑스어 논술시험은 반복적인 글쓰기 연습과 체계적인 사고력, 독서 경험이 있어야 풀 수 있다.”며 “얼핏 보기에 어렵고 난해해 보이지만 초등학교부터 읽고 요약하고 비판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받기 때문에 고교생이라면 무난하게 답안을 작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수업 40%가 프랑스어 초등학교 5년, 중학교 4년, 고등학교 3년제를 택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논술교육은 초등학교때의 프랑스어 수업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는 초등학교 전체 수업의 40%를 국어시간으로 배정해 외국어를 가르치듯이 기초부터 하나씩 철저하게 가르친다. 초등학교의 수업은 주당 27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이 중 국어수업이 10시간이나 될 정도로 프랑스어 교육을 중시한다. 국어 시간에는 읽기, 받아쓰기, 시, 맞춤법, 어휘, 어미 변화, 말과 글을 이용한 표현능력 등을 중점적으로 배운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아폴리네르, 라퐁텐 같은 유명한 시인들의 시를 외우도록 하는데 이는 좋은 문장을 많이 외우고 있어야 격조높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교육적 신념에서다. ●체계적인 독서 지도 중학교 과정의 모든 과목은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고, 쓰기·말하기·표현하기,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 기르기를 전제로 한다. 중학교 과정의 수료자격은 마지막 학년에 실시되는 브레베(Brevet·중학교 졸업자격 국가고사)로 인정되는데 역사, 수학, 프랑스어 등 3과목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프랑스어다. 브레베의 프랑스어 시험은 어휘, 문법, 이해력을 테스트하는 것 이외에 작문 시험이 치러진다. 작문 시험은 주어진 텍스트를 보고 논리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자유롭게 서술하거나, 심사숙고해서 논하기 중 한가지를 택한다.“작가의 관점에서 이야기의 뒷 부분을 전개해 보라.” “음악의 유용성에 대해 논하라.”는 식으로 문제가 주어진다. 자유롭게 서술하기는 논리적인 상황 전개력, 사고력을 동원해야 하고 분석하기 또한 서론·본론·결론의 순서에 따라 자신의 견해를 피력해야 하는 만큼 교사들은 작문 교육과 과정에 맞는 적절한 독서지도를 병행한다. 학교의 독서지도는 중학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교사들은 프랑스어 수업과 관련된 추천도서를 학기마다 지정해 학생들이 읽고, 독서 노트를 제출하도록 한다. 독서 노트는 작가의 특징, 작품 요약,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점, 주요 등장인물의 성격, 본인의 생각 등을 적도록 돼 있다. 중학교에서 문학작품에 대한 읽기와 요약에 머물던 독서지도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들어가면서 문학 작품을 비교하고, 비평하기로 발전된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다음 학기동안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 목록을 받는다. 방학동안에 놀지만 말고 책을 읽어 둬야 수업을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다는 메시지다. 프랑스의 고교생들은 1학년(우리의 고등학교 2학년에 해당) 학기말에 바칼로레아 프랑스어 시험을 치르는데 학생들은 학교 수업 외에 별도로 과외수업이나 지도를 받지 않고 각 학기의 추천도서를 중심으로 시험준비를 한다. 학생들은 소설, 희곡, 시, 수필, 우화, 전기, 서한문 등 다양한 작품을 읽고 나름대로 견해를 논술하고, 작품을 비평하는 훈련을 반복한 뒤 프랑스어 시험을 치른다. ●논술시험을 치를 수 있는 교육적 기반 탄탄 고등학교 졸업반에 들어가면 프랑스어는 없어지고 대신 철학을 배운다. 철학은 일주일에 8시간이 배정된다. 고등학교에서의 철학교육이 이처럼 중시되는 것은 바칼로레아 시험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을 정신적으로 지탱해 주고, 객관적으로 사물을 고찰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며, 민주주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자주적 판단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민으로 양성하는 데 기본이 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몽테뉴, 파스칼, 루소 등의 에세이를 이미 프랑스어 시간에 공부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철학을 접하고 교사가 제시한 고전을 읽고 학습 참고서의 도움을 받아가며 바칼로레아에 대비한다. 프랑스어 과목과 마찬가지로 주요 철학자들의 발췌문을 비판하고 주제별 질문에 따라 논술문을 작성한다. 학생들은 이미 오랫동안 프랑스어 수업을 통해 작품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훈련이 돼 있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시험준비를 한다. 한국대사관의 김일환 교육관은 “프랑스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에 이르기까지 지식과 사고력을 총체적으로 기르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프랑스어든, 철학이든 논술시험을 치르는 기반을 쌓을 수 있다.”며 “이같은 교육방식은 ‘올바르게 생각하고 비판할 줄 아는 능력 양성’이라는 프랑스의 교육이념에서 비롯되며 우리와 크게 차별화되는 점도 바로 이런 점”이라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파리1대학 박혜진양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의 교육과정은 단계적으로 잘 짜여져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부터 학교 수업을 꼬박꼬박 잘 마친 학생은 누구든 무난히 바칼로레아 논술시험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유치원부터 프랑스에서 다니면서 프랑스식 교육을 받은 박혜진(20·파리1대학 역사정치학과 2학년)양은 “논술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공부한다고 해서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면서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고, 요약하고, 분석하는 습관을 들이면 어려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줄곧 상위권을 유지해 온 혜진양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치르는 프랑스어 논술 시험이나 졸업반에서 치르는 철학시험을 준비하는 데 가장 바탕이 된 것은 역시 ‘독서’라고 강조한다. 독서는 시험준비를 하는데도 필요하지만 개인의 독서습관으로 연결되고, 나아가 문학이나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인문학을 전공으로 택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혜진양은 초등학교 때 무조건 따라 외웠던 라퐁텐의 시 ‘까마귀와 여우’를 중학교에서 다시 접하면서 다른 인물을 상징하는 것이란 걸 알았고, 고등학교에 가서는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놀랐다고 한다. 그녀는 “한가지 작품을 놓고도 교과 과정별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가르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사고체계를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방학 때면 한국에 가서 학원도 다녀보고, 고 1때는 한달동안 서울에 있는 여고에 다닌 경험이 있다는 혜진양에게 한국과 프랑스 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 묻자 “프랑스에서는 논리의 근거를 배운다. 비판적인 사고력을 중시하며 학교 교육을 중심으로 선생님의 지도 아래 입시준비를 하는 것이 한국과 다른 점”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학원 선생님들이 ‘이런 문제가 나오면 이렇게 답하라.’는 식으로 방법만 가르칠 뿐 왜 그렇게 답을 해야 하는지를 가르치지 않는 것이 이상했고, 학교에서 학생들이 아예 베개를 꺼내놓고 잠을 자거나 만화책을 보는데도 선생님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는 9월 저널리즘학교 시험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는 혜진양은 “국제기구에서 일하거나, 기자가 돼서 나름대로 한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lotus@seoul.co.kr
  • [기고] 공기업 취업 성공기-회사 정보 ‘좔좔’… ‘늦깎이’ 벽 뚫었다

    코끝으로 제법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던 2003년 늦가을. 학부 졸업 후 1년 남짓 다니던 도시가스회사를 그만두고 29살이라는 나이에 대학원에 진학했다.31살 돼서야 비로소 취업에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나이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틈나는 대로 취업사이트를 방문하면서 ‘한국가스안전공사’ 공채소식을 듣고 원서를 접수했다. 전공지식을 묻는 1차 시험을 통과한 후 인터넷과 예전에 근무하던 회사 선배 등을 통해 공사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등 면접에 대비했다. 1·2차 면접을 끝내고 기다리는데 합격통보를 받았다. 발령부서는 기획조정실 기획부. 가끔 주위에서 신입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늦은 나이에 어떻게 공사에 입사하게 됐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참고가 됐으면 좋겠다. 가스공사의 채용절차는 서류전형과 필기·면접시험으로 이뤄진다. 서류전형은 외국어와 전공중심으로 평가하고 자격증 소지자는 가점이 주어진다. 서류전형 통과자에 한해서 전공지식을 묻는 필기시험을 본다. 필기시험 통과자를 대상으로 마지막 실무면접과 인성면접을 거쳐 채용이 결정된다. 나는 학교에 다니면서 틈틈이 영어와 상식, 논술 등을 준비해 서류전형 및 필기시험에 대비했다. 면접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주변 선배와 인터넷 등을 통해 공사에 대한 정보를 구하고 이를 정리했다. 모든 회사가 그렇겠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전공, 외국어 점수도 중요하지만 여러 가지 경험과 독서 등을 통한 상식과 판단력이 가장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피터 드러커 교수의 ‘영리함은 오늘을 움직이지만 지혜가 모든 것을 견디게 했다.’라는 말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 같다. 우리나라의 가스 안전사고는 사용자의 부주의로 인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가스사고 예방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 “선비야말로 30일날 지식인의 대안”

    “선비야말로 30일날 지식인의 대안”

    ‘공적인 지식인(Public Intellectual)의 부활’ 고등교육, 특히 인문학이 위기라는 데 대책은 없는가.29일 ‘한국 고등교육의 미래와 인문학’을 주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미국 하버드대 옌친연구소 두웨이밍 소장은 ‘공적인 지식인’을 화두로 제시했다. ‘공적인 지식인’이란 공공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지식인을 말한다.‘신유학자’답게 두웨이밍은 공적인 지식인의 원형을 전통 유교의 학자관료에서 찾았다. 학자관료는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선비다. 문학, 서예, 철학에 두루 능하고 과거시험을 통해 입신양명해 경륜을 펼쳐보이는 사람이다. 두웨이밍 소장은 “극도로 전문화된 현대 관료사회에서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가 설 자리는 없어졌다.”면서 “그러나 이런 전문성이 지도력으로 승화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도력에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무엇을 전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통찰력 있고 정직하며 정의롭고 판단력이 있는가.”라는 것이다. 두웨이밍 소장은 하지만 “우리 시대에 관료주의적 학자의 지위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믿음은 비현실적”이라면서 다만 “오늘날의 전문가들은 깊은 의미에서 유학자와 같은 공적인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고등교육과 인문학은 전문화의 시대에 필요없는 것이 아니라, 전문화의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키를 손에 쥐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계 미국인인 두웨이밍 소장은 퇴계학에도 관심이 많은 1급 유학자로 꼽히며, 유학의 현대적 부활을 주 연구 테마로 삼고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술집 여종업원 혀물어뜯은 40대 공무원

    술집 여종업원의 혀를 깨물어 자른 뒤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고 오리발을 내밀던 40대 공무원이 경찰의 통화기록 조회로 붙잡혔다. 서울 은평구 모 초등학교 행정실장 김모(48·공무원)씨가 학교 근처 단란주점을 찾은 것은 지난 4월12일. 양주를 마시고 거나하게 취한 김씨는 옆에 있던 종업원 안모(47·여)씨에게 입을 맞추려다 안씨가 강하게 거부하자 그의 혀를 물어뜯었다. 안씨는 혀가 2㎝ 정도 잘려나가는 큰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안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김씨는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을 했다. 판단력과 사리분별력을 잃는 정도에 따라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 상태로 인정되면 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려 한 것이다. 주량보다 지나치게 많은 술을 마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였음이 입증되면 판결에서 처벌이 감경될 수 있다. 다른 증거가 없어 두 달이 넘게 김씨의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경찰은 마지막으로 통화내역을 조회했다. 사건 당일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11시까지 김씨가 통화한 건수는 14건. 경찰은 김씨와 통화한 사람들을 조사한 끝에 김씨가 대화 중 범행사실을 언급했을 뿐 아니라 사리분별을 잃을 정도로 만취했던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은 의학적인 자료 등이 없으면 주변인 진술 등 철저히 피의자 본인이 제출하는 증거자료에 의해 판정이 난다.”고 말했다. 안씨는 혀 봉합수술을 받고도 후유증으로 언어장애 4급 판정을 받았으며 우울증을 얻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28일 김씨를 중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주요대학 수시1학기 모집] 입학처장이 말하는 전형 특징

    ● 중앙대학교 수시 1학기에서 일반전형으로 321명, 특별전형으로 99명을 선발한다. 일반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부 성적만으로 5∼10배수를 뽑고,2단계에서 학업적성 논술 70%, 면접 30%로 최종합격자를 결정한다. 일정 배수 내에 들 만큼의 학생부 성적이면 동일한 자격을 주겠다는 의도로 2단계에서 학생부 성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학업적성 논술은 고교 교과과정 수준의 통합교과적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논리를 전개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언어·수리·외국어의 3개 영역으로, 지원 학과와 계열에 따라 다르게 출제된다. 특별전형으로는 연기특기자, 선효행자, 소년소녀가장, 국가(독립)유공자 자손, 부사관 자녀, 특정지역 출신자, 국위선양자 등을 선발한다. 국위선양자는 서류 70%와 면접 30%로, 나머지 전형은 학업적성 논술 70%와 학생부 30%로 선발한다. ● 숭실대학교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성적우수자 학교장추천 한 가지 전형만으로 201명을 선발한다. 원서 접수는 7월15∼19일 5일간이며,8월24일 심층면접을 실시한다. 올해는 야간 모집단위는 뽑지 않는다. 선발은 2단계 전형으로 진행된다.1단계에서 학생부 교과성적만으로 모집단위에 따라 2∼3배수를 선발한다. 국어·외국어·수학·사회·과학 1·2학년 이수 과목의 평어 성적 ‘수’인 과목이 5개 이상이어야 지원할 수 있다.1·2학년 성적을 각각 40%와 60%씩 반영하고, 평어와 석차백분율을 50%씩 혼합하되 동석차인 경우 중간석차를 반영한다.2단계에서는 학생부 성적 70%에 심층면접 30%가 추가된다. 심층면접고사는 ‘인성 및 가치관’과 ‘전공 적성’ 영역으로 나눠 논리적 사고력, 창의력 등을 평가한다. 면접 개시 30분 전에 영역별로 복수의 문제를 제공하고 그 중 한 문항씩 질문한다. ● 숙명여자대학교 3개 전형으로 모두 229명을 모집한다. 사학·불문·화학 등 전공예약을 실시하고 있는 인문·자연계 9개 전공에 대해서는 일반학생 전공예약 전형으로 188명을, 그 외 학부에 대해서는 학교장추천자 전형으로 88명을 선발한다. 학교장추천자 전형에서 단과대별 수석입학자에게는 장학금을 매 학기 지급한다. 두 전형 모두 1단계 전형에서 학생부 성적만으로 5배수를 가려낸 뒤,2단계에서 학생부 40%, 면접·구술 30%, 논술 30%를 합산한다. 이외에 국가유공자, 기초생활보장수급자, 환경미화원 자녀 등 유공자 및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으로 23명을 뽑는다. 학생부 40%와 면접·구술 60%를 일괄합산한다. 다음 달 9일 숙명여대에서 실시될 입시설명회와 논술특강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원서접수는 7월13∼18일이며, 논술·면접·구술고사는 8월19∼20일 치러진다. ● 인하대학교 교과성적우수자·추천자·21세기 글로벌리더·실업계고교출신자 전형을 통해 440명을 선발한다. 150명과 164명을 뽑는 교과성적우수자전형과 추천자전형은 인문계의 경우 국어·영어, 자연계는 수학·영어를 반영하는 학생부 성적 70%에 적성평가 30%를 일괄합산해 선발한다. 단, 의예과는 학생부와 적성평가로 1단계를 가리고,2단계에서 1단계 성적 80%에 심층면접 20%를 더한다.76명을 모집하는 21세기글로벌리더전형은 외국어, 문학, 수학, 과학, 컴퓨터, 연예예술 등 특기자를 4가지 세부전형으로 나눠 선발한다. 영어·중국어·일본어 공인 성적이 있는 학생, 수학·과학·컴퓨터 등 경시대회 입상자, 연예예술·봉사·기타 특기경력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다. 원서는 7월13∼15일 접수하며,8월6일 적성평가를,14일에 심층면접·특기평가·실기고사를 치른다. ● 명지대학교 수시 1학기는 일반우수자전형만 실시하며, 서울캠퍼스(인문) 133명, 용인캠퍼스(자연) 172명을 선발한다.1단계에서 정원의 4배수를 학생부 성적만으로 선발하고,2단계에서는 학생부 66.7%와 면접 33.3%를 반영해 최종합격자를 가린다.1·2단계 모두에서 결정적 전형요소인 학생부는 1학년 성적 40%와 2학년 성적 60%를 합산하고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전과목 교과성적만을 평어로 반영한다. 면접고사는 지원계열 및 학부(과)에 대한 기본소양평가(표현력, 판단력, 분석 및 종합능력, 성실성 및 태도)와 학업능력평가(전공적성, 학업수행능력, 전공 관련 이해정도, 전공에 대한 사고력, 영어 이해능력 등)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원서는 7월18∼22일 24시간 인터넷으로만 접수하고 면접은 8월19일 실시된다. ● 단국대학교 학교장추천제, 리더십, 자매결연지역 고교출신자, 취업자, 만학도 등 5개 전형에서 서울캠퍼스 238명, 천안캠퍼스 264명을 선발한다. 서울캠퍼스는 학교장추천제와 리더십전형의 경우 1단계에서 100% 면접으로 5배수를 뽑고,2단계에서 학생부 60%와 면접 40%를 반영한다. 자매결연지역 고교출신자·만학도 전형은 학생부 60%와 면접 40%를, 취업자전형은 학생부 60%와 경력 40%를 일괄합산해 선발한다. 리더십전형은 학급 부반장 이상, 자매결연지역 고교출신자전형은 강원 동해시 고교 졸업예정자가 지원할 수 있다. 만학도 전형은 재수생부터 1975년 1월생까지, 취업자전형은 통산 1년 이상 취업기관에 종사한 경우다. 원서접수는 7월13∼15일, 면접고사는 서울캠퍼스 7월27∼28일, 천안캠퍼스 8월5∼6일. ●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는 교과우수자전형, 영예학생전형, 사회공헌·배려대상자전형을 통해 240명을, 수원캠퍼스는 국제화추진1 전형과 연극영화·음악 특기자 전형등 247명을 선발한다. 한의예·약학·한약학과가 포함된 교과우수자전형은 학생부 40%, 인·적성검사 40%에 서울캠퍼스는 논술을, 수원캠퍼스는 면접을 20% 더해 일괄합산하기 때문에 학생부에 다소 자신이 없는 학생도 도전해 볼 만하다. 영예학생전형은 고교 재학중 학년 부회장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하고, 사회공헌·배려대상자전형은 독립유공자 및 20년 이상 재직한 군부사관 이하의 자녀, 소년소녀가장 등 사회적으로 배려의 대상이 되는 경우 지원할 수 있다. 수원캠퍼스의 국제화추진전형은 토플·토익·텝스 점수를 중심으로 면접을 10∼20% 반영한다. 원서접수는 7월13∼18일, 논술고사 및 인·적성검사는 8월9일. ● 한양대학교 ‘21세기 한양인 1’과 ‘세계화전형’으로 547명을 선발한다.‘21세기 한양인 1’ 전형은 올해부터 1단계에서 학생부 성적을 적성검사와 동일하게 50%씩 반영한다.2.5배수를 선발한 뒤,2단계에서 학생부와 적성검사 각각 30%에 심층면접(자연계) 및 논술(인문계) 40%를 더해 합격자를 가린다. 인문계 논술은 영어 지문에 대한 논리 파악과 주어진 주제에 대한 국문 논술이며, 자연계 심층면접은 수학을 기본으로, 물리·화학 중 수험생이 선택해 기본원리 등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영어·일어·중국어·독일어 등 외국어에 특기를 가진 학생을 선발하는 세계화전형은 1단계에서 토익 등 한양대가 지정한 언어인정성적으로 2.5배수를 선발하고,2단계에서 말하기·쓰기·듣기 등 심층면접을 40% 반영해 선발한다. 원서는 7월13∼18일 인터넷으로만 접수할 수 있다. 전공적성검사는 7월30일, 논술 및 심층면접은 8월13일. ● 세종대학교 수시1학기는 인문계 63명과 자연계 137명 등 모두 합해 200명을 뽑는다. 인문계 63명이고 자연계는 137명이다. 이 학교는 1,2학년 학생부 성적만 반영하고 비중은 1학년과 2학년 각각 50%이다. 반영 항목을 살펴보면 교과성적이 80%이고 봉사활동이 10%, 수상경력이 10%이다. 교과성적은 국어와 영어, 수학, 과학, 사회 교과에 해당하는 전 과목의 석차비율평균이 반영된다. 반영교과가 없으면 나머지 교과의 과목만 반영된다.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은 83.92%이다. 봉사활동은 학생부 ‘봉사활동실적’란에 기록된 시간으로 하되 만일 일수만 적혀 있으면 1일은 8시간, 헌혈은 1회 4시간으로 인정한다. 수상경력은 교외수상만 인정된다. 이 학교는 수시1학기는 논술과 면접은 없고 또한 대학수학능력시험과도 상관없다. 원서접수는 7월18∼22일. ● 광운대학교 수시1학기 모집에서 컴퓨터특기자 19명과 문학특기자 6명, 외국어특기자 23명(영어 17명, 일본어 3명, 중국어 3명) 등 모두 48명을 2단계 전형을 통해 뽑는다. 1단계에서는 서류전형으로 모집인원의 3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는 1단계 점수 30%와 면접 및 구술고사 50%, 학생부 20%로 한다. 학생부 성적은 1학년 성적 40%와 2학년 성적 60%이고 반영과목은 인문계열은 국어와 영어, 수학, 사회(국사)를, 자연계열은 국어와 수학, 과학, 영어를 평어점수와 이수단위를 합해 15등급으로 나눠 반영한다. 광운대는 모든 모집단위가 광역화돼 있어 학부제로 입학한 뒤 전자정보통신공학군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 학생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원서는 다음달 13일부터 22일까지 인터넷으로만 접수가 가능하며 지원자격요건 관련서류는 13일부터 29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 서울여자대학교 일반전형만으로 154명을 선발한다. 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부와 서류평가로 정원의 5배수를 뽑는다.2단계는 1단계 합격자 가운데 심층면접을 실시,1단계 점수와 심층면접 점수를 합해 뽑는다. 학생부 50%와 서류 20%, 심층면접 30%이다. 학생부 반영비율은 지난해 40%보다 10%가 늘었다. 심층면접에서는 수험생이 먼저 ‘심층면접을 위한 기초학력 진단자료’를 25분 정도 작성한 뒤 기초학력과 전공수행능력, 사고력, 지원동기, 인성 등을 주요 평가기준으로 하는 면접을 받게 된다. 또한 한국어문학부와 유럽어문학부, 동양어문학부, 경영경제학부, 정보영상학부, 자연과학부 등이 학과제로 바뀌고 야간모집단위를 폐지하는 대신 정보영상학부를 언론영상학부로 선발한다. 원서접수는 인터넷으로만 다음달 13일부터 18일까지. ●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193명과 용인캠퍼스 44명을 선발한다. 일반전형인 외대프런티어 전형과 TOEIC·TOEFL 성적우수자, 자기추천자 전형으로 뽑는다. 서울캠퍼스 70명과 용인캠퍼스 45명을 뽑는 외대프런티어전형은 1단계는 적성논술로,2단계는 1단계성적 50%와 학생부 30%, 면접 20%로 선발한다. TOEIC·TOEFL 성적우수자는 서울캠퍼스에서만 101명을 선발하는데 지원자격은 영어학부와 영어교육과는 2004년 3월 이후 받은 TOEFL CBT 성적이 260점 이상, TOEIC이 950점 이상이다. 다른 과는 TOEFL CBT 성적이 260점 이상, TOEIC이 900점 이상이어야 한다. 전형은 영어성적 80%, 면접 20%로 선발한다. 자기추천자 전형은 어학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선발한다. 수상경력 혹은 실적 관련 성적이 60%, 면접이 40%이다. 접수는 인터넷으로만 7월13∼18일. ●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는 수시모집에서 287명을 선발한다. 모집유형은 일반우수자전형과 LST(리더십 재능특기자)전형, 연기재능우수자 전형 등 모두 3개 유형이다. 일반우수자 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부로만 정원의 5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선 1단계 성적 60%와 학업적성논술고사 40%로 최종선발한다. 30명이 할당된 LST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부 80%와 서류심사 20%로 먼저 5배수를,2단계에선 1단계 성적 60%, 학업적성논술고사성적 40%로 뽑는다.3명을 선발하는 연기재능우수자는 연극영상학부 연극전공에 한해 학생부 30%와 실기고사 50%, 연기실적 20%로 뽑는다. 학업적성논술고사는 여러 문제에 대해 길지 않은 분량의 논술로 답하는 방식으로 출제된다. 원서접수는 7월13∼18일. ● 가톨릭대학교 1학기 수시모집에서 모두 180명을 뽑는다. 학교장추천전형과 성적우수자전형으로 각각 95명과 85명을 뽑는다. 학교장추천전형은 성심교정의 경우 1단계에서 정원의 3배수를 뽑고 2단계에서 학생부 70%와 면접·구술 30%로 선발한다. 의예과와 간호학과가 속한 성의교정은 1단계에서 정원의 5배수를 학생부 90%와 서류평가 10%로 선발하고 2단계에서는 1단계 성적 30%와 심층면접·구술 70%로 뽑는다. 서류평가는 학생부 비교과영역과 자기소개서, 수상실적, 기타 서류 등을 종합반영한다. 성적우수자전형은 성심교정의 경우 학생부 70%와 논술 30%로 선발한다. 학생부는 국민공통기본교과 40%, 선택과목 60%이다. 논술은 지문제시형이다. 원서접수는 7월13∼18일 인터넷으로만 한다. ● 홍익대학교 수시 1학기에서 교과성적 우수자 전형으로 서울캠퍼스 198명과 조치원캠퍼스 108명을 뽑는다. 이 전형은 1999년 2월 이후 국내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가운데 학교장 또는 담임교사의 추천을 받은 자는 모두 지원가능하다. 전형은 학생부 40%, 전공적성검사 60%를 반영한다. 학생부는 반영 교과목의 평어 50%와 석차백분위 50%를 반영하는데 15등급표를 사용하면 실질반영률은 4%가 된다. 반영교과는 인문계는 국어와 영어, 사회이고 자연계열은 수학과 영어와 과학교과의 전 교과목을 반영한다. 학년별 반영비율은 1학년 40%,2학년 60%이다. 전공적성검사는 언어영역과 사고·공간영역으로 나눠진다. 영역별로 출제문항수는 80문항이며 각각 40분씩 진행된다. 원서는 인터넷으로만 7월13일부터 19일까지 접수한다. ● 건국대학교 수시1학기는 서울캠퍼스 292명과 충주캠퍼스 140명을 뽑는다. 서울캠퍼스는 모두 7개 유형으로 선발한다. 학교장추천은 인문계는 학생부 70%와 면접 30%로, 자연계는 먼저 학생부로 정원의 5배수를 선발,2단계에서 학생부 70%와 면접 30%로 뽑는다. 뉴리더십 특별전형은 학생부 50%와 자기소개서 20%, 면접 30%로 국제화특기생은 영어성적(TOEIC,TOEFL,TEPS) 70%와 지필고사 20%, 면접고사 10%로 선발한다. 소년소녀가장 특별전형은 학생부 50%와 면접 50%로, 벤처창업특기생은 면접 60%와 자기소개서 및 학습계획서 40%로, 장애인자녀는 학생부 70%와 면접 30%로, 연기우수자는 연기경력 50%와 전공구술면접 50%로 선발한다. 원서는 다음달 13일부터 18일까지 인터넷으로만 접수하고 논술은 다음달 26일, 면접·지필고사는 29일에 실시한다.
  • [주요대학 수시1학기 모집] 논술·면접시험 준비 이렇게

    [주요대학 수시1학기 모집] 논술·면접시험 준비 이렇게

    ‘기출문제부터 잡아라.’ 수시모집 1학기에 지원하려는 수험생들은 무엇보다 희망하는 대학의 논술과 구술·심층면접의 기출문제부터 철저히 익혀야 한다. 대학마다 계열별로 특징이 다른 데다 최근 몇 년간의 유형과 비슷하게 출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지원하려는 대학의 홈페이지 등에서 과거 기출문제를 반드시 풀어봐야 한다. 특히 논술의 경우 영어지문이나 요약형 문제가 있는지, 자연계열이라면 수학이나 일부 과학 과목의 내용이 반영되었는지를 꼼꼼히 살피고 그 난이도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올해 새로운 형태의 논술을 도입하는 이화여대나 한국외국어대에 지원한다면 해당 대학의 입시상담 코너에서 출제 형식과 유형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비슷한 전형을 실시하는 다른 대학의 기출문제를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구술·심층면접에서는 인성이나 가치관, 지원동기 등을 묻는지, 전공·과목별 지식을 측정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인문계 학생이라면 영어 지문의 난이도를, 자연계 학생이라면 수학이나 과학 교과 가운데 어떤 과목의 배경지식을 중요시 하는지 기출문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영어지문에 대비하라 논술에서는 영어지문의 대비가 중요하다. 거의 모든 대학에서 영문 지문을 뽑아 제시하고, 난이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낯선 전문 용어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 중요한 사회현상이나 과학 이론과 관련된 어휘는 따로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논술은 짧은 시간에 긴 글을 읽고 핵심을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짧은 시간에 요점을 잡아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한글과 영문 제시문이 동시에 나올 때는 한글 제시문부터 읽는 것이 효과적이다. 최근 자주 등장하는 ‘요약형’문제의 답을 쓸 때는 중요한 핵심어를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 제시문 전체의 핵심 주장과 이를 이끌어내는 근거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체계적인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특히 제시문의 일부를 그대로 번역하면 감점 요인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리형 논술은 전혀 새로운 배경 지식을 요구하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원리와 개념으로 중심을 잡아나가면서 논리적인 과정을 제시하면 된다. 단 단순한 수학문제라고 생각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가정과 이에 따른 근거를 제시하고, 추론을 거쳐 자신만의 결론을 내린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과학논술은 제시 지문과 교과서의 관련성을 빨리 찾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낯선 내용이라도 교과서와 관련된 힌트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실험에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다. ●시사를 챙겨라 구술·심층면접에서는 전통적으로 문제가 되어온 사회현상과 관련해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사문제는 하나의 쟁점에 대해 다양한 사회적 시각을 반영할 수 있어 구술·심층면접의 ‘단골 메뉴’다. 중요한 것은 시사문제와 연관된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견해와 비평을 참고하되, 자신만의 창의적인 관점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계열에서는 심층적인 수학·과학 능력을 평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풀이과정과 논리적 사고력을 측정하기 때문에 과학 이론을 실생활에 접목시켜 분석해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3∼4명이 동시에 참여하는 집단토론 형태의 면접도 최근의 경향이다. 서너명의 친구들끼리 팀을 만들어 주제를 정해놓고 토론 연습을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지한 태도는 필수적이다. 아는 질문이 나왔다고 해서 기다렸다는 듯 술술 답변하면 신뢰감을 잃을 수 있다. 가치관을 묻는 질문에는 자신의 주장을 일관되게 펼 수 있어야 감점을 당하지 않는다. 전공적성 검사는 ‘지능검사’와는 다르다.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반복해서 연습하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기출문제와 예시문제를 한두 차례 풀어보면 효과적이다. ■ 도움말 김영일교육컨설팅·중앙학원, 대성학원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논술·면접 출제경향-‘요약형’ 영어논술 추세 뚜렷 수시모집 논술고사에서는 거의 모든 대학이 영문 지문을 제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짧은 시간에 답변해야 하는 구술면접과는 달리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작성하는 답안 안에 수험생의 사고의 폭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커졌다. 난이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로 수능 수준을 벗어나 대학 교양 영어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예전에는 영어 지문 전체의 핵심만을 파악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해부터는 핵심내용을 정리하는 ‘요약형’ 문제가 대거 포함되는 경향이 짙다. 서강대는 지난해 해당 지문을 번역하는 ‘직역’ 문제를 출제, 가장 큰 배점을 하기도 했다. 결국 영문해석 능력이 수시모집 논술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구술-전공 관련 질문 늘어 논술고사를 계열별 전공적성 실력을 평가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고려대에 이어 올해는 이화여대도 수시모집에서 언어논술과 수리논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외국어대도 올해 수시모집부터 적성논술을 도입하는 등 인문계열은 영어를 비롯한 언어능력, 자연계열은 수학이나 과학과 관련된 배경 지식과 이해력, 응용력을 묻는 경향이 늘고 있다. 구술고사는 지난해보다 비중이 줄어든 편이다. 하지만 전공과 관련한 질문이 많아지고 배점도 높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 수험생의 인성과 전공에 대한 관심을 묻는 것은 물론 추가 질문을 통해 얼마나 깊이 있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함께 평가한다. ●면접-시사·과학일반 폭넓게 알아야 심층면접은 계열별로 동일한 문제를 제시하거나 전공별로 세분화된 문제를 제시하는 경우로 구분된다. 최근에는 계열별로 같은 문제를 내는 경향이 강하다. 인문계열은 시사적인 문제나 사회현상, 자연계열은 수학과 과학에 대한 폭넓은 이해력을 갖춰야 유리하다. 전공적성검사는 수험생들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한 대학 자체 평가도구로, 도입하는 대학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한양대의 경우 다른 대학들에 비해 형식과 난이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언어능력(50분·100문항)과 사고·공간검사(50분·160문항)로 나눠 일반 추리력과 논리력, 공간관계, 지각 판단력을 측정한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쉬운 문제가 많다. 그러나 지난해 수시 2학기 모집의 경우 예전보다 난이도가 크게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야한소설 ‘광마잡담’ 펴낸 마광수 교수

    야한소설 ‘광마잡담’ 펴낸 마광수 교수

    마광수 (연세대 국문과)교수 가 새 소설을 낸다는 얘기를 듣고 가장 궁금했던 점은 그 내용에 앞서 ‘사회적 반응이 어떨까.’하는 것이었다.13년 전의 작품 ‘즐거운 사라’가 그에게 구속과 수감생활, 학교로부터의 추방(2년 전 복직)을 가져왔다면,2005년의 새 작품은 그에게 무얼 가져다줄까. 하는 ‘우려 섞인 기대’가 머리 주변을 맴돌았다. 소설 ‘광마잡담’(해냄)과 에세이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해냄)를 낸 마 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사회가 많이 변했다. 당시만 해도 금기시됐던 성담론이 넘쳐 흐른다.”며 일단 낙관적 태도를 보여주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두 권짜리 소설 ‘별것도 아닌 인생’을 내려고 원고를 출판사에 줬다가 ‘겁나서’ 되찾아왔다.”며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음을 내비쳤다. ‘광마잡담’은 예전에 내놓았던 옴니버스 소설 ‘광마일기’의 속편에 해당하는 작품. 주인공이 현실과 상상 속을 넘나들며 다양한 성희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을 9개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마 교수는 “예전의 ‘권태’나 ‘즐거운 사라’가 페티시즘을 모티프로 한 성적 묘사에 치중했다면 ‘광마잡담’은 팬터지 요소를 결합한 서사적 스토리텔링이 특징이다. 성희에 대한 묘사는 훨씬 덜 야하지만, 매우 속도감 있게 읽힐 것”이라고 말했다. 에세이 ‘자유가 너희를 진리케 하리라’는 대학 3학년때부터 올 1월까지 썼던 글 중 출판하지 않고 묵혀두었던 것을 손질해 낸 것. 책 제목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성경속 예수 말씀을 거꾸로 해석해 붙인 것이다. 마 교수는 “자유 없는 진리는 오히려 폭력·권력·도그마가 되기 쉽다. 자유는 행복 그 자체이고, 오히려 진리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고 에세이를 관통하는 주제를 요약해 설명했다. 책은 작가의 핵심사상인 에로티시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이중적 성의식, 거기서 파생되는 판단력의 부재, 학벌·외모 등 외형적인 것에 몰두하는 사람들의 우둔함, 지적 사유를 권리로 인식하는 지식인들의 표리부동한 모습 등을 비판한 글들로 구성돼 있다. 마 교수는 앞서 철학에세이 ‘비켜라, 운명아 내가 간다!’를 냈다. 또 1일부터 7일까지 관훈동 인사갤러리에서 18년지기 이목일 화백과 ‘이목일 마광수 2인전’이란 그림전시회도 연다. 올 가을엔 시집도 내고, 지난해 내놓으려다 포기한 소설 ‘별것도 아닌 인생’과 ‘절망보다 더 두려운 희망’도 잇따라 선보일 계획.‘관능적 상상력의 풍경화’를 표방한 콩트 ‘마광수의 섹스토리’ 연재(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도 시작했다. 13년 전 ‘즐거운 사라’ 이후 빠져들었던 고통과 우울의 기나긴 터널을 빠져 나와 힘찬 재기의 몸짓을 시작한 마광수. 당시만 해도 ‘첨단’으로 받아들여졌던 성에 관한 자극적 이미지들이 보편화된 지금, 그가 시간의 간극을 극복하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

    [영화속 수능잡기]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

    실험실에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최면술사, 또 한 사람은 피실험자다. 최면술사는 피실험자에게 최면을 건다. 당신은 오후 2시에 창문을 열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내가 그런 사항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합니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과연 피실험자가 오후 2시에 창문을 열지 자못 흥미롭다. 최면에서 풀려난 피실험자는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왠지 불안스러운 행동을 보인다. 그리고 시계가 2시를 가리키자 실험실의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고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만약 누군가가 그에게 왜 창문을 열었느냐고 물으면 그는 십중팔구 답답해서 열었다고 할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의지’로 창문을 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로 하여금 창문을 열게 한 것은 최면이다. 우리의 일상행동들도 잘 따져보면 앞서 언급한 피실험자의 행동과 유사한 경우가 많다. 가령 나는 내 의지에 따라 어떤 휴대전화를 구입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휴대전화를 구입하게 만든 진짜 원인은 다른 데 있을 수 있다. 광고의 유혹 때문에 그 휴대전화를 사면서도 우리는 내 판단력과 자유의지에 의거해 그것을 구입했노라고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행동을 이끄는 동기는 이렇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깊은 곳에 있을 수 있다. 최면이나 유혹이나 무의식적 동기에 이끌려 어떤 행동을 결정하는 일은 현명하지 않다. 현명한 행동은 나의 분명한 판단력과 분별력있는 이성의 결과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가. 우리는 감정과 욕망에 이끌려 어떤 행동을 선택하게 되는 법이 비일비재하다. 뉴욕주립대 스토니 브룩 분교의 아트 아론 교수는 사랑에 홀린 남녀들의 뇌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MRI) 기계로 검사했다고 한다. 실험결과 남녀가 연인에게 사랑을 느낄 때 뇌에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흥분제가 자연스럽게 분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도파민은 ‘사랑’이나 성적 욕구에 관여하는 가장 중요한 신경전달 물질이라고 한다. 음악과 문학과 미술 등 예술이나 사랑이 호르몬의 영향이라니 이거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허탈해 할 수도 있다. 영화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의 주인공 할 라슨은 여자친구는 반드시 늘씬한 미녀여야 한다는 생활신조를 꿋꿋이 지키며 살아왔다. 그런 할은 우연히 유명한 심리 상담사 로빈스와 함께 고장난 승강기에 갇히게 된다. 로빈슨은 할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특별한 최면요법을 선사하고, 바로 그날 할 앞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로즈마리가 나타난다. 할에게 그녀는 미모에 지성까지 갖춘 최고의 존재다. 그러나 타인의 눈에는 그녀는 140㎏의 뚱뚱보에 지나지 않는다. 할의 행동을 조종하는 최면술사는 누굴까.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이 할의 행동을 조종한 최면술사일까. 그렇다면 그런 호르몬을 인간에게서 제거하다면 인간은 사랑을 느끼지 못할까. 사랑, 그것이 진정한 나의 요구인지 나 스스로에게 물어볼 때다. 피터 패럴리·바비 패럴리 감독, 기네스 펠트로, 잭 블랙 주연,2001년작.
  • ‘영어·한국어 동시에’ 이중언어교육 열기

    어린 자녀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는 엄마들의 열망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많은 엄마들이 영어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배워야 한다며 갖가지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학비가 비싼 영어유치원과 영어교재가 봇물을 이룬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영어 등 외국어를 모국어와 같은 방법으로 가르치는 것을 이중언어교육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기 영어교육, 이중언어교육이 어떤 효과를 주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것은 무조건 어릴 때 가르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언어교육 전문가들에게서 이중언어교육의 허와 실을 들어본다. #1 회사원 박선영(39)씨는 딸 채원(8)양이 초등학교 입학 전 6개월 동안 미국에 있는 친척집에서 지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1주일에 세번은 테솔(TESOL) 자격이 있는 한국인 교사가, 두번은 원어민 교사가 하는 그룹 지도를 받고 있다. 영어교육을 전공한 박씨도 틈틈이 영어 만화를 틀어놓고 영어로 대화한다. 딸이 간단한 대화 정도는 자유롭게 하고, 영어에 자신감을 갖고 있어 박씨는 다행스럽다. #2 광주에 사는 김희경(31·여)씨는 아들 유혁(4)군을 위해 지난해부터 ‘영어 품앗이’를 시작했다. 마음 맞는 엄마 4명을 모아 돌아가며 미술놀이, 장난감 만들기 등 영어로 테마수업을 한다. 생물학을 전공한 김씨를 비롯해 영어 전공자는 한 명도 없지만 아이 일이니 다른 일을 제쳐두고 매달리고 있다. 집에서도 가능하면 영어를 쓴다. 비싼 학원에 보낸 적도 없는데 올해부터 한두 문장씩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아들을 기특하게 생각한다. #3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이기현(8·가명)군은 5살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녔다. 수업료와 교재비 등을 합해 매월 80만원 정도가 들었지만 아버지 이재성(43·가명)씨는 맞벌이인 탓에 시간도 없고 직접 가르칠 자신도 없어 영어유치원을 택했다. 영어는 학교에서 또래들에게 꿀리지 않을 정도는 된다. ●너도나도 이중언어교육 영어 조기교육 열풍 속에 이중언어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원이나 교재 위주의 영어 ‘학습’에서 일상생활 속의 영어 ‘습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 어릴 때부터 영어에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모국어와 같이 받아들이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방법도 다양하다. 외국에 보내거나 이중언어교육을 표방하는 영어유치원 등에 의존하는 것은 ‘고전적’인 방법. 말문이 트일 무렵부터 영어 책을 읽어주고, 회화 능력이 있는 엄마들은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해 아이를 키운다. ‘쑥쑥닷컴(www.suksuk.com)’ 등 유아영어교육 사이트에는 영어품앗이를 구하거나 수기를 교환하는 엄마들로 붐빈다. 이들은 맹렬히 공부하고 노하우를 나눠 아이와 영어로 대화하고 놀아주면서 영어에 친숙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한국방송통신대 영문과 4학년 이희영(40·여)씨는 “반복적으로 영어 환경에 노출시켜주려면 엄마가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생각에서 6세 딸의 영어교육을 위해 대학에 입학한 경우다. ●이중언어교육 정말 필요한가 너도나도 이중언어교육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그 효과와 시기,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만큼이나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한국외대 영어교육과 차경애 교수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어릴수록 유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맞는 얘기”라면서 “특히 외국에서는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아이들이 사고력이나 추론능력 등 전반적인 인지능력이 우세하다는 임상결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서대 영재교육계발연구소 함정현 교수는 “딱딱한 학습의 범주만 아니라면 이중언어교육 이론을 적용한 조기 영어교육은 바람직하다.”면서 “말문이 트이기 전이라 해도 기본적인 인지 능력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영·유아 때부터 적당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에서 수십년간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이중언어교육을 해온 장병혜 박사는 “문화적 토양 등을 수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중언어교육이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면서 “기본적인 어휘력이나 판단력도 없는 상태에서 영아기부터 영어를 ‘강요’하는 것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교육부 의뢰로 ‘영·유아 조기영어교육’을 연구해온 동덕여대 아동학과 우남희 교수는 “뇌가 종합적 기능을 형성해야 하는 3∼6세에 과도하고 편중된 자극은 성숙하지 못한 언어 중추를 지치게 할 수 있다.”면서 “영·유아기의 구조적인 영어교육은 효과가 극히 적고, 스트레스를 유발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한다면 언제부터 어떻게 이중언어교육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지나친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차경애 교수는 “2∼3살 영아 때부터 혹사시키고 특히 이렇다 저렇다 하는 단편적 속설에 휩쓸리는 현상이 안타깝다.”면서 “아이마다 언어적 능력과 적성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를 잘 관찰해 자연스럽게 시작하고, 정규 영어교육이 시작되는 3학년 이전에 영어에 친숙해지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병혜 박사는 “적어도 3살까지는 한국어를 먼저 배우게 하고, 이후에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도록 유도해 놀이나 문화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면서 “유아기부터 달달 볶는 영어교육은 정체성 혼란 등의 악영향이 더 크다.”고 조언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교과·생활지도때도 영어 활용 공교육에도 이중언어교육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서울 동부교육청은 지난 3월 ‘이중언어교육 중심학교’로 용두·신답·면남·신현초등학교 등 4곳을 선정해 영어과목 외에 교과·생활지도에서도 영어를 활용토록 하고 있다.3학년이 대상이며, 내년에는 3·4학년 대상 10개교로 늘리고,2008년까지 관내 초등학교 3∼6학년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교육 여건이나 내용 면에서 이중언어교육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걸음마단계이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신답초등학교는 3학년의 모든 교과와 일상 생활지도에서 영어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국어 시간에는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봅시다.’ 등의 지시를 영어로 말해주고, 수학 시간에는 삼각형의 성질을 영어로 설명하면서 문제를 영어로 풀어주는 식이다.3학년 담임은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담당교사를 비롯해 영어 전공자나 연수 경험이 있는 교사들로 전원 배정했다. 신현초등학교는 교사와 함께 영어 동화 읽기가 핵심이다.3학년 4개반이 20쪽 분량의 각각 다른 유아 동화책을 준비해 두달 동안 읽고 서로 교환한 뒤 연말에 연극으로 꾸며 발표한다.‘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 친숙한 내용의 동화 테이프를 매일 들려주고 노래를 따라부르는 놀이 형식이다. 절대 문장을 해석해 주거나 단어를 외우라고 하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sun(해)’‘moon(달)’ 등의 주요 단어를 교실 곳곳에 붙여놓는 정도. 호기심을 유발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뜻을 익히게 된다. 면남초등학교는 1주일 단위로 짧은 대화체를 정해 ‘암호 놀이’를 한다.‘How are you?’‘Fine,thank you.’와 같은 짧은 대화체를 정해 교실 입구 등 특정 지역을 지날 때 ‘암호’를 대는 놀이이다.‘영어는 학습 대상이 아니라 재미있는 의사소통 기구’라는 점을 알려주는 단계다. 용두초등학교는 지난달 ‘독도는 우리 땅’을 주제로 영어 특별 수업을 하기도 했다. 신답초등학교 장선화 담당교사는 “두달 정도 계속하다 보니 어느날 늘 하던 대로 ‘Who wanna try(자, 누가 해볼까)?’ 했더니 아이들이 ‘I wanna try(제가 해볼래요.)’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면서 “wanna(want to)의 뜻이나 용법을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도 같은 상황에서 반복해 들려주다 보니 문법과 단어를 스스로 깨친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교육청 김점옥 초등교육과장은 “생활 속에서 영어를 접하는 기회를 만들어주자는 취지”라면서 “지도 매뉴얼을 만들고 교사들의 해외 연수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이중언어교육 ‘오해와 진실’ 이중언어교육이라는 비교적 생소한 개념이 영어 조기교육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갖가지 검증 안된 속설들이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에게 그 ‘오해와 진실’을 들어봤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배워야 한다? 차경애 교수는 “학계에서도 시기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많다.”면서 “조기 교육의 장점도 많지만 일반적으로 6∼12세를 언어습득의 ‘결정적 시기’로 보기 때문에 무조건 영아기부터라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우남희 교수는 “4세와 7세 그룹을 나눠 실험을 해본 결과 7세의 습득능력이 훨씬 뛰어났다.”면서 “영어교육은 기본적 인지능력이 발달한 만 6∼13세 사이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원어민한테 배워야 효과 있다? 함정현 교수는 “원어민보다 잘 훈련받은 한국인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자질도 부족한 원어민보다는 깊이 관찰하고 아이와 교감할 수 있는 한국인이 더 낫다는 것. 발음 등 부족한 부분은 시청각교재를 활용해 보완하면 된다. ●모국어는 외국어 습득에 방해된다? 차경애 교수는 “모국어는 외국어를 배우는 데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모국어를 통한 어휘력과 종합적인 언어 감각이 외국어 습득에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장병혜 박사도 “어느 나라 말이든 문장을 논리적으로 구성하고 생각하는 작업이 기본”이라면서 “모국어를 못하면 외국어도 결코 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사설] 촛불집회 안해도 ‘고1애환’ 안다

    고1 학생들이 내신 강화를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7일 열기로 했다.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내신성적 반영 비율을 더욱 높이기로 한 정책의 첫 적용 대상이 지금 고1 학생들로, 이들이 고교생으로서 생활한 것은 겨우 두달 남짓이다. 그런데도 내신성적을 올리고자 학원·과외 교습을 더 받아야 했고, 학교 친구들은 경쟁관계로 돌변한 데다 중간고사까지 한번 치르고 보니 이렇게 3년을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공감대가 형성된 모양이다. 우리는 고1 학생들이 느끼는 고통에 공감을 표한다. 따라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서라도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하려는 심정을 십분 이해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대규모 집회를 열지 말라고 학생 여러분에게 당부할 수밖에 없다. 여러분의 뜻을 우리 사회가 이미 충분히 알고 있기에 대규모 집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게다가 대규모 집회의 특성상 행여 불상사가 발생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고 있다. 학생 여러분도 물론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모을 수 있다. 만16세인 여러분의 판단력과 자제력도 믿는다. 그렇더라도 대규모 집회에서는 군중심리라는 게 발동하기 마련이다. 감수성이 한창 예민한 나이에 현장 분위기까지 고조돼, 일부 학생이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면 그 결과는 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우리 사회는 여러분의 고통과 요구사항을 이미 알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별 전형계획을 다음달 말까지 확정, 발표하도록 했고 정치권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니 제도를 보완해 학생 여러분의 고통을 덜어내는 일은 어른들에게 맡겨주기 바란다. 아울러 우리는 고1 학생들의 대규모 집회 시도까지 불러온 입시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내신, 수능시험, 학교별 논술·면접 등 세가지 성적의 구체적인 운용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면 다양한 입시 전형이 공존할 테고 학생들도 어느 한 성적에 큰 부담을 갖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 “개별 로스쿨 입학정원 150명내로”

    “개별 로스쿨 입학정원 150명내로”

    로스쿨의 입학정원이 한 대학에 150명 이하로 결정됐다. 사법시험 합격 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전국 10개 안팎의 대학에 로스쿨이 설치되는 것이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21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별관에서 ‘법학전문대학원 도입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로스쿨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법원·검찰·학계가 참여한 사개추위 기획추진단이 마련한 것이다. 사개추위는 다음달 장관급 본위원회에서 이를 확정, 올 정기국회에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날 교수·변호사 300여명이 참석, 기획단 안을 놓고 4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누가 어떻게 얼마나 입학하나 추진단은 주요 쟁점인 전체 입학정원은 발표하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는 1200명을, 대학은 2000∼3000명을 주장하고 있다. 추진단은 교육부장관이 법원행정처장, 법무부 장관, 변협회장, 법학교수회장과 협의해 정원을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누구나 로스쿨에 지원할 수 있다. 산업대학, 교육대학, 방송통신대학, 기술대학 졸업자, 독학사도 가능하다. 학사과정과 적성시험 성적을 중심으로 입학생을 선발하고, 학교에 따라 어학능력, 사회·봉사활동 경력, 자기소개서 등도 반영한다. 적성검사는 논리적 판단력·독해력·추리력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내용을 담는다. 그러나 연습을 통해 성적을 올리지 못하도록 문제를 낼 계획이라고 추진단은 밝혔다. 또 지원자들이 입학시험에 매달리지 않도록 적성시험을 여러번 보면 로스쿨 지원 때 과거 성적도 통보하도록 했다. 전체 입학자 3분의 1은 법학전공자가 아니어야 하며, 다른 대학 출신도 3분의 1이 넘어야 한다. ●어느 대학에 설치하나 사법개혁위원회가 사법고시 정원(1000명)을 고려해 로스쿨 정원을 결정하라고 제안했기 때문에 10개 안팎의 대학에 로스쿨이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진단은 2개 이상의 연합 대학이나 산업대학에는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교수·연구실 분산으로 충실한 교육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안동대·강릉대·공주대·창원대 등 지방 7개 국립대학이 연합 로스쿨을 설립키로 합의한 상태라 파장이 예상된다. 추진단은 전임교수를 20명 이상으로, 교수 대 학생 비율을 1대 12 이하로 정했다. 전임 교수는 충분한 수업준비를 위해 매주 6시간만 강의한다. 교수 20%는 5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로 활동한 법조인으로 채워야 한다. 로스쿨 신청 대학은 교과과정과 교수방법은 물론 지난 3년간 재무설명서, 향후 3년간 재정운용계획서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나 로스쿨을 졸업하려면 6학기 90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미국변호사협회의 83학점보다 많다. 필수과목은 법정보 조사, 법문서 작성, 모의법정, 임상교육 교외학습 등이다. 특히 영문으로 계약서와 의견서를 쓸 수 있도록 지도한다. 다른 나라의 사법제도도 그 나라 언어로 강의할 것을 권장했다. 추진단은 강의가 아니라 토론·문제풀이·소크라테스식 수업방법을 활용토록 했다. 소크라테스식이란 모든 문제를 변호사처럼 생각, 해법을 찾는 것이다. ●설치후 관리평가는 변협 산하 법학전문대학원 평가위원회가 로스쿨 설치후 평가를 맡는다. 경력 10년 이상의 법학교수·판사·검사·변호사 11∼13명으로 구성된다. 평가위원회는 로스쿨을 5년에 한번씩 평가한다. 교육부 장관은 이를 바탕으로 로스쿨에 대해 시정명령이나 정원감축, 모집정지, 인가취소 등 행정 제재를 내릴 수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서울광장] 맞습니다, 맞지만…/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맞습니다, 맞지만…/육철수 논설위원

    국가간의 관계도 개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힘이 있으면 상대를 깔보고 이익을 악착같이 챙기며, 감정이 격화되면 서로 다투고 전쟁을 벌이는 걸 보면. 다행히 국가에는 여러 단계의 견제·여과장치가 있어 훨씬 이성적이긴 하나, 한 번 이성을 잃으면 당사국 모두 치명적이다. 그래서 상대를 배려하는 신중한 사람은 여러 번 생각한 뒤에 말한다(三思一言). 하물며 국가는 정책 하나를 만들더라도 백사(百思)를 해야 하고, 국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외교적 주요 사안일 때는 천사만려(千思萬慮)도 마다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즘 국내외 뉴스를 접하면 왠지 불안해진다. 국가 최고통치자는 자신감 넘치고 과단성이 있어 보이는데 그 뜻을 받들어 따라야 할 건지, 말 건지 영 판단이 안 선다. 통치자의 언급이라 장고(長考) 끝에 나왔겠지만 어딘지 나라와 국민의 운명을 걸고 돌진하는 느낌이 들고, 개개인에겐 선택의 겨를도 주지 않고 송두리째 어떤 방향으로 끌려가고 있다는 생각에 조마조마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3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언급한 ‘동북아균형자론’이 벌써 3주일 넘게 화두다. 이와 관련해서 침묵하던 노 대통령이 터키 방문 중 국내의 논란을 염두에 두고 ‘미국 사람보다 더 친미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거북함을 드러냈고,“한국사람이면 한국사람답게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번 지당하고 주권국가의 대통령으로서 할 말을 당연히 한 것인데도 당사자(또는 당사국)가 들으면 별로 유쾌할 것 같지 않아서 쓸데없는 걱정부터 앞선다. 연일 계속되는 동북아균형자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쥐떼들이 떠오른다. 힘센 놈한테 뭔가 경보장치를 달아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표는 정해졌는데, 어느 쥐가 어떻게 달 것인지, 방울달기가 가능한지를 싸고 주저하는 모습이 꼭 우리의 처지를 닮은 것 같아서다. 우리가 힘이 있느니 없느니, 미국이나 중국처럼 강해야 한다느니,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느니 나올 만한 얘기는 다 나왔다. 동북아균형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자부심보다는 비참할 정도로 우리의 국력과 체통이 비하되는 게 안타까웠다. 군사력이나 경제력으로 따져 그런 역할을 못할 것도 없는데 우리의 깊은 속마음(국가전략)을 있는 대로 다 까발리고, 주변국들은 집안싸움을 즐기면서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모양새가 여간 심상치 않다. 정부 관계자들의 해명도 신통치 않은 터에 미국의 일부 인사는 19세기 조선의 판단실수 재연이니, 독·소(獨蘇) 중간자 역할을 자임했던 폴란드의 실패 운운하면서 은근히 겁까지 준다. 그런 와중에 역사왜곡 문제가 한·일에서 중·일로 확산되고,6자회담은 북핵문제로 꿈쩍도 안 하는 등 나라 안팎이 온통 어수선하다. 미국과의 사이에서도 사안마다 삐걱거려 예사롭지 않다. 그래도 노 대통령은 “얼굴 붉힐 건 붉히고 할 말은 한다.” “이견조정 과정에서 나오는 불가피한 진통” “미국과의 동맹관계는 잘 관리하겠다.”며 느긋한 모습이다. 풍부한 정보와 판단력으로 숲을 보고 하는 말이겠지만 잡풀만 겨우 보이는 소시민의 입장에서는 미국으로 가는지, 중국으로 가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 이러다가 나라와 국민에게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정권이 책임질 수 있는지, 불쾌한 미국이 뒤로 우리를 해코지나 하지 않을까, 혹시 경제적으로 우리를 골탕 먹이면 어쩌나, 자꾸 서로 집적거리다 보면 일이 덧나지 않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진솔하고 당당한 대통령을 가진 건 분명 자랑거리인데 그의 거침없는 행보에 지레 겁부터 먹는 것은 오랜 타성과 역사적 경험 탓일까. 정치·외교적 문제라면 조용히 처리하면 될 일을 괜히 공개적으로 흘려 이렇게 고민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4) 변산 태진스님과 정감록 사건(中)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4) 변산 태진스님과 정감록 사건(中)

    뜻밖에도 ‘정감록’에 경도됐던 사람들 가운데는 부자가 적지 않았다. 영조 때 남원의 부자 김영건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평소 유복해 보였던 김씨 일가가 비결에 쏠리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남원의 벽보 사건을 좀더 밀도 있게 그려보면 그 답이 보일 것 같다. ●남원성에 나붙은 벽보 영조9년 7월 하순. 그믐날이 가까워 달빛조차 희미한 깊은 밤, 김영건의 두 아들은 괴문서를 남원성벽에 붙였다. 장남 원팔이 문서를 내거는 동안 아우 원하가 망을 보았다. 출입이 가장 빈번한 남문 근처에 한 장의 대형 벽보를 붙이는데 실제 소요된 시간은 극히 짧았지만, 그들 형제에게는 견딜 수 없이 긴 시간이었다. 당시 남원은 호남 굴지의 대도회라서 날마다 성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수백 명이 성안을 드나들었다. 그들의 눈에 띈 벽보 내용은 삽시간에 호남 일대로, 그리고 지리산 너머 영남 지방으로도 퍼져나갈 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튿날 오전 남원부중은 괴문서 이야기로 들썩였다. 그날따라 몸이 불편해 좀 늦게 출근한 최정도 이방(吏房)은 이미 사령들이 수거해온 벽보를 훑어본 다음 한숨을 길게 내뿜었다. 조정대신을 강도 높게 비난한 구절도 그랬지만 ‘자미진주(紫微眞主)’ 운운한 것이 영락없는 반역자의 소행이었다. 이방이 알기로, 자미성(紫微星)은 자미원(紫微垣)에 속한 큰 별이다. 그것은 북두칠성의 북쪽에 있는데 천제(天帝) 또는 국왕을 상징한다. 그런데 벽보에 ‘진주’라고 했으니 한양성안 구중궁궐에 엄숙하게 앉아계신 상감께선 왕도 아니고, 자미성 정기를 받은 진짜 왕이 곧 나온다는 얘기다. 벽보엔 상감이 무도하다는 둥 동궁(사도세자)이 미쳤다는 둥 흉악한 언사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핀 이방은 새파랗게 질렸다. 잠시 후 어느 정도 마음을 가다듬은 이방은 도호부사 조호신에게 긴급사태를 보고하는 한편, 많은 정탐꾼을 풀어 성 안팎에 떠도는 온갖 소문을 즉각 수집토록 했다. 평소 성품이 침착하고 판단력이 있는 이방이었다. 그는 엄하기로 이름난 이 형방, 실무경험이 가장 풍부한 박 호장 등과 함께 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그들은 시시각각으로 들어오는 소문들을 비교 종합해 믿을 만한 것을 추려내어 계통별로 분류했다. 범인을 바로 잡아들이지 않으면 어떤 변고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일이라, 수사는 신속히 진행돼야 했다. 최 이방은 진행중인 수사에 관해 남원부의 우두머리인 조 부사에게 여러 차례 보고했다. 그러나 서울 명문대가 출신인 부사는 실무에 워낙 어두워 한숨만 내쉴 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많은 정보를 비교분석해 보니 성안에 거주하는 김영건과 세 아들이 용의선상에 떠올랐다. 이방은 사령들을 급파해 우선 그들을 잡아들이고, 김씨 집안에 소장된 모든 문서(文書)를 철저히 수색했다. 그날 해질 무렵 김씨의 문갑에서 두 장의 수상한 문서가 발견됐다. 큰아들 원팔의 필체가 분명했는데, 놀랍게도 벽보의 초안이었다. 두 장 가운데서도 큰 종이에 적힌 문건은 벽보보다 언사가 훨씬 과격했다. 반역자만이 쓸 수 있는, 대역무도한 ‘불온문서’였다. ●정 노인이 일으킨 해프닝 김영건에 대한 남원 사람들의 평판은 무척 좋았다. 그는 성품이 부드럽고 공손하고 단정한 데다 재산도 많았다. 여느 부자와는 달리 가난한 이웃은 물론, 집 앞을 지나는 거지들에게까지 후했다. 최 이방은 소문으로 그런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기 때문에 섣불리 김영건에게 혐의를 둘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문수사 결과를 무시할 수 없어 망설이다가 사령들을 내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김영건의 집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는 바람에 이방은 기가 막혔다. 김영건에게는 김원팔, 김원하, 김원택 등 세 아들이 있었는데 셋 다 글 잘하고 글씨도 잘 쓴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모두 아버지를 닮아 인물도 훤칠했다. 특히 큰아들 원팔은 과거시험에도 여러 차례 응시했을 정도다. 그는 남원은 물론 호남의 수부(首府) 전주를 비롯해 각지의 선비들과 두루 사귀고 있었다. 최 이방은 사실 김영건 일가와 친한 편은 아니었지만, 마음속으론 늘 김영건의 유복함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김영건 일가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 하나 있었다. 수사에 동참한 이 형방이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김영건의 ‘근본’ 즉, 신분을 둘러싼 의혹이 있다고 했다. 형방의 상세한 설명을 듣고 나서 이방은 여러 해 전에 있었던 정 노인 사건을 다시금 뇌리에 떠올렸다. 하루는 남원 성 밖에 사는 가난한 양반 정 노인이 읍내에 시장구경을 나왔다가 만취한 상태에서 김영건을 노비의 자손이라고 비방하는 시비가 벌어졌다. 그러나 문제의 정 노인은 평소 행동거지가 단정하지 못해 세인의 평판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인의 말을 곧이듣지 않았다. 그 뒤 정 노인은 다시 그런 ‘망령된’ 말을 꺼내지 않아 사건으로 비화되진 않았다. 기억력이 비상한 최 이방조차 이 사건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된 데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그때 정 노인이 입을 다문 것은 김영건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서 그런 것이었다. 영건은 노인과 다투지 않고 도리어 그를 살며시 회유했다. 그는 노인을 정중히 자기 집으로 모시고 가서 약주를 대접했다. 싫은 노릇이었겠지만 그 뒤에도 길가에서 노인을 마주치면 먼저 반색을 했다. 남원 사람들의 눈엔 마치 도량 있는 김영건이 철없는 주정뱅이 노인을 너그러이 용서한 것으로 보였다. 이 사건은 영건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몇 년 뒤에 일어났는데, 적어도 아들인 그만은 진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김영건의 비밀 사실 김영건은 노비나 별 다름 없이 천한 사람이었다. 남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상도 함양에 노씨 성을 가진 한 양반이 살았는데, 그 집에 막산이란 사내종이 있었다. 그 아내는 이름을 분금이라 했다. 본래 가난한 농사꾼의 딸이었다. 그리고 김영건으로 말하면 분금의 아들이 분명했다. 분금은 어릴 적부터 유달리 영리했고 행실도 조심스러웠다.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그녀의 미색이 너무 뛰어났다는 점이다. 노씨네 행랑것이었던 그녀를 주인양반은 물론 그 집에 드나든 여러 양반들이 다투어 탐을 냈다. 분금은 물론 영건도 이런 집안내력을 꽁꽁 숨기며 살았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영건은 어머니가 세상을 뜨기 직전에야 그 내력을 알게 됐다. 종 막산은 영건이 아직 젖먹이였을 때 돌림병에 걸려 갑자기 죽었다. 그러자 양반들은 아예 마음 놓고 분금에게 집적거렸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대체로 취미삼아 그런 불륜을 저질렀다. 분금은 자신이 노리갯감으로 전락하는 것이 너무 원통했다. 엄밀히 말하면, 분금은 본래 노씨 집안의 여종이 아니었으므로 종살이를 계속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공공연히 노씨네 종으로 간주되는 실정이었다. 한탄으로 나날을 보내던 분금은 남편을 묻은 지 1년 만에 젖먹이 영건을 등에 업고 몰래 주인집을 빠져나와 지리산 쪽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이틀 동안 산길을 헤매던 분금은 지리산의 서쪽 자락에 있는 운봉을 지나 대도시 남원성으로 들어갔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옛말도 있지만, 뼈대 있는 양반집에서 수년 동안 종 아닌 종살이를 한 분금은 양반들의 예의범절에 거의 통달한 편이라 누구도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녀는 질병으로 온 가족이 몰살한 어느 한미한 시골선비의 청상과부라고 했다. 영건의 성은 김씨가 됐다. 마침 그 얼마 전 역질이 남원성을 강타했던 탓에 성안엔 주인 없이 텅 빈 집이 여럿이었다. 분금은 그 가운데서도 시장 쪽으로 얌전히 앉은 초가집 하나를 골라 거처로 삼고서 오직 삯바느질에만 매달렸다. 분금은 나이 일흔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시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다. 원체 부지런해 해마다 조금씩 재산이 늘어났다. 과부 허리춤엔 은이 서 말이란 속담 그대로였다. 영건이 스무 살쯤 됐을 때 어머니 분금은 논을 네댓 마지기나 장만했다. 영건은 어려서 서당을 몇 년 다녀 까막눈은 아니었다. 그는 홀로 고생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타까워 일찌감치 공부를 그만두고 농사일에 전념했다. 잘 모르는 것은 이웃의 경험 많은 노인에게 물었고, 가끔 시장에 들러 쌀, 콩, 면화, 무명 등의 가격을 조사해 비망록에 꼼꼼히 기록해 두었다. 만일 콩 한 되라도 팔라치면 반드시 시세가 가장 비쌀 때 내놓았다. 이런 식으로 살림을 하다 보니 영건은 곧 동네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됐다. 그런 아들인데도 늙은 어머니는 영건에게 늘 하는 말이 있었다.“누구에게든지 공손해라! 가난한 이웃을 잘 보살펴 주고,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 우리가 이만큼이나 살게 된 것은 모두 부처님의 크신 원력 덕택이다. 절간에 시주를 게을리 하지 말라!” 영건은 그 가르침을 묵묵히 따랐고, 이웃사람들이 모두 영건을 존경했다. 어머니는 세상을 뜨기 전날 밤, 아들을 머리맡에 불러 앉혀 놓고 나직이 말했다.“지금까지 네 아버님의 기일(忌日)이라 믿어온 것이 실은 함양 양반 노씨네 종 막산의 제삿날이다. 나는 그 아내 분금이다. 네 아버지는 경상도 하동 사는 김 선비인데, 이름도 모르고 아무 것도 더는 모른다. 부디 죄 많은 이 어미를 용서해라. 이제 비밀을 네게 털어놓으니 내 가슴이 후련하구나!” ●김영건과 예언서의 만남 김영건은 아무에게도 자신의 비밀을 말할 수가 없어 혼자 그저 답답한 심정이었다. 그랬는데 정 노인 사건까지 터져 마음을 안정시키기가 어려웠다.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천도를 핑계 삼아 절간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는 평생 동안 뭐든 그저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던 것인데, 갑자기 하늘이 무너진 것도 같고 인생과 세상에 대한 회의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는 과연 전생에 무슨 큰 죄가 있어 평생 아버지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는가. 종 아닌 종이 되어 제 근본을 숨기고 가슴을 졸이며 살아야 되는 내 인생은 도대체 얼마나 불쌍한가. 언젠가 이 비밀이 세상에 알려질 경우 자식들의 장래는 또 어찌 될 것인가. 이 놈의 세상이 아주 송두리째 바뀌어야 한다. 나같이 천한 사람도 가슴 펴고 떳떳이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와야 된다. 도무지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하구나!” 김영건이 제기한 질문들은 누구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정 노인 사건 이후 영건은 사람이 달라졌다. 그의 왕성했던 식욕은 오간데 없어졌고, 일할 마음도 사실은 거의 사라졌다. 세상이 허무하다는 한 생각만이 온종일 영건의 머리에 가득했다. 영건은 그런 자기의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지 못해 더욱 고민이었다. 그나마 큰 다행은 그가 가끔은 절간에 들러 스님들과 문답을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영건은 태연한 척 여러 가지 사소한 질문을 던졌다. 스님들 가운데는 더러 영건의 깊은 고민을 눈치 채는 경우도 없지 않아 찻잔을 마주한 승방 문답이 해질 때까지 오래 이어지기도 했다. 절간을 오가는 횟수는 점점 많아졌고 영건은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인연설은 물론 장차 미륵부처가 다스릴 용화세계가 지상에 실현된다는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밖에 승려 태진이 소지했던 것과 같은 ‘남사고비기’라든지 ‘정감록’에 관해서도 말을 많이 들었다. 정말 그 비결의 내용처럼 세상이 뒤집어져 상놈이 양반도 되는 그런 세상이 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 해도 좋았다. 하지만 과연 그런 세상이 올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당시 조정에선 일체의 ‘위험한’ 비결의 독서, 소장, 유포 및 출판을 엄금했다. 금지가 심할수록 비결은 더욱 유행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내용을 알게 됐다. 영건도 절간에서 객승이 소지한 ‘남사고’를 한두 번 구경한 적이 있었다. 영건은 비결을 베껴 곁에 놓고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졌다. 그는 점차 비결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비결을 직접 소장하지 못했고, 비결대로 세상을 바꾸려는 ‘불온한’ 사람들의 무리에 섞이지도 못했다. 그러기엔 영건의 성격이 너무도 소극적이었고 그는 이미 늙었다. 하지만 큰아들 원팔은 달랐다. 영리한 아들은 아버지의 불안과 고민을 대강 눈치 채고 있었다. 아들에겐 최봉희란 약빠른 친구도 있었는데, 그 친구는 이미 ‘남사고’를 소장하고 있었다. 아들은 최의 책을 필사해가지고 아버지에게 드렸다. 아들은 위험천만한 ‘비결’ 조직에 점차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남원 양반 이유성의 문제제기 김영건 일가에 정체성의 위기가 다시 찾아온 것은 1733년이었다. 이미 칠순에 접어든 정 노인과 다시 문제가 생긴 것인데, 정확히 말하면 정 노인의 외손녀사위인 이유성과 다툼이 벌어졌다. 어느 날 술 취한 정 노인이 이유성이 듣는 데서 김영건의 비천한 출신에 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정 노인의 친구 가운데는 젊은 시절 분금을 유독 탐낸 양반이 하나 있었다. 그 양반이 참으로 우연히 남원 읍내 길가에서 이미 노인이 다 된 분금을 마주친 것이 화근이었다. 친구로부터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정 노인은 김영건을 노씨네 종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김영건의 비밀을 들은 이유성은 반드시 그것을 폭로하겠다고 별렀다. 스스로 양반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혈기 방장한 양반 이유성에게는 신분이 뒤섞이는 것이야말로 나라의 근본을 뒤흔드는 범죄행위였다. 그는 가짜 양반 김영건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유성의 적의를 느낀 김영건 일가는 극도로 긴장했다. 양측의 대립은 갈수록 심각해져 마침내 상대방을 관가에 고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제출된 양측의 문건을 검토한 이 형방은 그들의 주장에 애매한 점이 많은 데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다른 사건들이 많은 관계로 그에 대한 심리를 뒤로 미뤄놓고 있었다. 김영건의 큰아들이 남원성벽에 붙인 벽보에는 게시자가 이유성의 아버지 이여매라고 적혀 있었다. 김씨들은 자기들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이유성 집안에 역모 죄를 뒤집어씌울 계산이었던 모양이다. 정말 그런 단순한 계산에서 김원팔 형제는 위험천만한 벽보를 붙였을까. 아니면 혹시 어떤 비밀집단이 그들의 배후에서 벽보사건을 기획했던 것일까. 도승 자명과 변산 승려 태진, 최봉희, 김원팔 등의 관계는 정확히 무엇인가. 다음 호에서 따져볼 것이다. (푸른역사연구소 소장)
  • 음주 운전자 10명중 9명은 단속 안당해

    음주 운전자 10명중 9명은 단속 안당해

    운전자의 절반 이상이 술을 마시고 운전하더라도 경찰단속에 적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실제 단속된 음주운전자는 10명에 1명꼴도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과 대리운전 업체의 저가 경쟁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 행태와 의식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서울지역 25개구 100개동에 거주하는 남녀 자가운전자 1007명을 대상으로 음주운전 실태를 조사한 결과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가운전자의 증가와 음주에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라면서 “음주운전은 적발 가능성이 낮은 범죄이므로 개인적 요인을 분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음주운전자 77% 2번이상 운전경험” 조사에서 응답자의 27.5%는 지난 1년 동안 음주운전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지만, 이 가운데 음주단속에 적발된 경우는 9.2%에 불과했다. 또 음주운전 경험자 가운데 77.0%가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했다고 답해 상습적·반복적인 양상을 보였다. 조사에서는 혈중 알코올농도 0.05%에 해당하는 음주량인 소주 2잔이나 맥주 500㏄ 이상을 마신 뒤 운전하는 것을 음주운전의 기준으로 삼았다. 혈중 농도가 0.05% 미만이면 훈방되고,0.05% 이상 0.1% 미만은 면허정지 100일과 벌금형,0.1% 이상은 면허취소와 벌금형 처분을 받는다.0.36% 이상이면 구속된다. 연구원은 “개인적으로 음주를 시작한 나이와 주량 등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음주를 16세 이전에 시작한 사람 가운데 음주운전자는 43.5%에 이르렀지만,20세 이후에 시작한 사람은 22.8%가 음주운전을 했다. 주량이 소주 반병 이하인 사람 가운데 음주운전자 비율은 9.5%에 불과했지만,1병 이하는 32.0%,2병 이상은 45.5%로 큰 차이를 보였다. ●“면허정지·취소상태 운전” 53% 음주운전 차량에 동승한 경험도 음주운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승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24.1%였으며, 이 가운데 51.1%가 본인도 음주운전을 했다고 답했다. 이는 동승경험이 없는 사람의 음주운전 비율 18.9%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본인이 음주운전을 할 때 동승자가 있었던 비율도 36.7%나 됐다. ●단속 실효성 의문, 필요성 공감 이번 조사에서는 많은 음주운전자가 적발 가능성이 낮다며 경찰단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단속에 적발된 비율은 9.2%에 불과했지만, 이로 인한 면허정지나 취소상태에서 운전을 했다는 비율은 53.3%나 됐다. 음주운전시 적발 가능성이 ‘50%도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51.1%로 절반을 넘어선 것도 이같은 개인적인 경험과 무관치 않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하지만 상당수 응답자는 음주운전의 위험성과 단속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에 대해 ‘현행 유지가 바람직’은 53.7%,‘기준강화가 바람직’은 36.5%를 차지한 반면 ‘기준 완화가 바람직’은 9.8%에 그쳤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최인섭 범죄동향연구실장은 “대리운전을 믿고 술자리에 차를 가져가는 운전자가 늘고 있다.”면서 “술에 취해 판단력이 약해지면 직접 운전대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담당한 전영실 연구위원은 “음주운전 적발자가 받는 수강명령 프로그램 등에서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시켜 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음주운전을 예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주요 간부 2인 프로필

    ●박영수 중수부장 강력 수사 분야에서 주로 일해 대형 비리 사건 수사 경험은 적다. 판단력이나 통솔력이 뛰어나 후배들이 많이 따르고 대인관계가 넓다.2003년 서울지검 2차장으로 재직하며 SK 분식회계 사건 수사를 이끌며 기업 금융비리 수사의 터전을 닦았다. ▲제주▲대검 공안기획관▲청와대 사정비서관▲서울지검 2차장▲부산 동부지청장▲서울고검 차장 ●안대희 서울고검장 외유내강형으로 눈치를 보지 않는 소신파. 지난해 대검 중수부장으로 재직하며 9개월간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서울지검 특수부장 때는 서울시 버스회사 비리, 대형 입시학원 비리를 캤다. 조세포탈 이론과 수사 실무에 관한 책을 펴냈다. ▲경남 함안▲서울지검 특수부장▲부산지검 동부지청장▲부산고검 차장▲대검 중수부장▲부산 고검장 ●정상명 대검차장 검찰내 TK 출신의 맏형격. 소탈하면서도 소신 있는 성품으로 후배들이 편하게 일하도록 해 준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시 동기생으로 사법연수원에서 함께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공부한 인연이 있다. 평검사 때는 이철희·장영자 부부 사건 등을 수사한 경력이 있다. ▲경북 의성▲서울지검 2차장▲서울지검 동부지청장▲법무부 기획관리실장▲법무부 차관▲대구고검장
  • [안귀옥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결혼이후 180도 변해버린 남편

    저는 남편과 같은 동네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사이였습니다.10년을 연애하다가 결혼했습니다. 저와 남편은 서로의 식성이나 말투는 물론이고 성격과 습관까지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혼하면 서로 싸우는 일이 없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희망은 결혼 이후에 나타난 남편의 독선적이고 배려없는 태도를 보면서 사그라들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아침잠이 많아 정성껏 준비한 아침식사조차 먹지 못하고 출근을 하는 일이 잦아서 실망을 시키더니 일요일이면 하루 종일 TV 앞에 누워서 청소조차 거들어 주지 않고 빈둥빈둥하고 지내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저는 저대로 남편의 태도에 화가 나서 잔소리를 하다 보면 서로 감정이 격해지는 일이 잦아집니다. 우리 부부가 결혼 전같이 화목해질 방법은 없을까요. -김미숙(가명)- 미숙씨의 고민은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많은 부부들이 고민을 하고 상담을 해 오는 내용입니다. 신혼여행 전문 관광가이드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혼여행을 온 부부 5쌍 중 1쌍은 신혼여행지에서 다투고는 각기 다른 비행기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도 있습니다. 다소 과장됐을 수 있으나 어쨌든 연애시절에는 죽고 못살 정도로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가 일단 결혼을 하고 나면 의견충돌도 많고 싸울 일이 늘어나고 연애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성격적인 문제들로 갈등을 겪는 일이 많은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배우자의 성격적인 결함이 연애시절에는 없었다가 혼인 이후에 갑자기 생겨난 것이거나, 연애시절에는 숨기고 있었던 것일까요. 전혀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는 그러한 상대방의 결함이 오히려 보호본능을 일으키게 하고 애틋한 연민이 생기도록 해서 두 사람이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됩니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는 우리 속담이 이럴 때 사용하는 표현일 것입니다. 어쩌다 부모나 친구들이 상대방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더라도 그 조언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헐뜯기 위해서 하는 이야기쯤으로 여기고 거부합니다. 혹은 문제들을 알고 있더라도 나만은 그 성격을 극복하면서 살 수 있다거나, 혹은 내가 아니면 상대방의 성격적인 결함을 받아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관대해지고 자신만만한 생각을 가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심리학자들 가운데에는 이렇게 연애과정에서 사랑에 빠져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상황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랑에 빠져서 상대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못했던 사람들이 그 사랑에서 빠져나와서 제 정신이 드는데는 긴 시간이 걸리는 것 같지 않습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년 정도면 상대방의 장단점을 대부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제 정신이 든 사람이 진정한 사랑을 쌓아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상대방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우선은 상대방의 성격이 어떤지를 정확하게 파악해 그 성격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상대방에 대한 지지입니다. 미숙씨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잔소리는 처음 한번은 몰라도 습관이 되면 남편을 움직이는 방법이 되지 못합니다. 잔소리 시간을 칭찬의 시간으로 바꾸어 보세요. 남편의 행동이나 태도 중에서 작은 것이라도 잘하는 것을 찾아내 칭찬하고 격려해 보세요. 귀가한 남편이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놓는 것부터 시작해 화장실에 화장지를 바꾸어 주는 것까지 남편이 한 일에 대해서는 일단 호의를 가져보세요. 그래도 칭찬할 일이 생각나지 않으면 TV에 빠져 있는 남편에게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같이 있어주어서 고맙다고 이야기해 보세요. 이런 칭찬을 미숙씨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칭찬으로 만들어 보세요. 남편의 태도에 머지않아 변화가 올 것입니다. 남편 칭찬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은 사단법인 한국행복가족상담소(032-8627-119)로 문의하세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