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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 아닌 듯 보여” 동료들에 ‘인신공격’ 문자 보낸 청원경찰

    “정상 아닌 듯 보여” 동료들에 ‘인신공격’ 문자 보낸 청원경찰

    동료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청원경찰이 해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이정민)는 전직 청원경찰 A씨가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낸 해임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새로 임용된 후배 3명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한 끝에 이듬해 9월 해임 처분을 받았다. 그는 후배 청원경찰 한 명에게 ‘너의 막가파식 메일에 당황스럽고 자살하고 싶다. 혼자 쇼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신건강 이상자 행세를 하는 등 정상상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아울러 여성인 다른 후배 청원경찰과 휴가 사용을 둘러싸고 문자메시지로 언쟁하던 중 ‘얼굴 보고 말하면 토 나오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상급자인 조장에게는 업무 관련 언쟁 끝에 이메일로 ‘조장님 얼굴, 목소리 들으면 스트레스고 미칠 지경’이라고 했다. A씨는 해임에 불복해 “사회 통념상 직장 동료 사이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의견 개진이거나 감정 대립이었을 뿐 고의로 괴롭히려는 행위가 아니었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함으로써 품위를 손상하는 비위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원고의 행위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중지를 요청했는데도 원고는 무시하고 비위행위를 저질렀다”며 비위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A씨가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 “얼굴 보면 토 나와” 막말한 청원경찰...법원, 해임 정당 판결

    “얼굴 보면 토 나와” 막말한 청원경찰...법원, 해임 정당 판결

    동료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청원경찰이 해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당시 이정민 부장판사)는 전직 청원경찰 A씨가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낸 해임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새로 임용되 후배 3명에게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당한 끝에 이듬해 9월 해임 처분을 받았다. 당시 A씨는 후배 청원경찰 한 명에게 ‘너의 막가파식 메일에 당황스럽다. 혼자 쇼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신건강 이상자 행세를 하는 등 정상상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메일과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또 다른 후배 청원경찰과 휴가 사용을 둘러싸고 문자메시지로 언쟁하던 중 ‘얼굴 보고 말하면 토 나오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급자인 조장에게는 업무 관련 언쟁 끝에 이메일로 ‘조장님 얼굴, 목소리 들으면 스트레스고 미칠 지경’이라고 했다. 해임에 불복한 A씨는 “사회 통념상 직장 동료 사이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의견 개진이거나 감정 대립이었을 뿐 고의로 괴롭히려는 행위가 아니었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함으로써 품위를 손상하는 비위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원고의 행위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중지를 요청했는데도 원고는 무시하고 비위행위를 저질렀다”며 비위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A씨가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 “자녀 결혼식이라 풀어줬더니”… 구속집행정지 기간 또 절도

    “자녀 결혼식이라 풀어줬더니”… 구속집행정지 기간 또 절도

    구속 중에 자녀 결혼식 참석을 이유로 잠시 출소한 뒤 다시 절도 행각을 벌인 6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2부(부장 황운서)는 준강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울산의 한 대형마트 앞에 있던 차량의 문을 열고 현금 21만원과 100만원 상당의 금팔지 1개를 꺼내 도주하려다가 차 주인 B씨에게 발각됐다. B씨가 “나오라”라고 하자, A씨는 손에 있던 손전등으로 B씨를 위협하며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 당시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되면서 경찰관이 신분증을 요구하자 앞서 훔친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A씨는 울산, 부산 등을 돌아다니며 차량을 대상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총 780만원 상당의 현금과 귀금속 등을 절도했다. A씨는 절도한 카드로 물건을 구매하고, 신분증을 이용해 중고차를 구매하기도 했다. 특히 A씨는 상습 절도로 복역 중이던 2020년 말 특별사면 받았지만, 출소 4개월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재범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A씨는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겠다며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뒤 다시 절도 행각을 벌였다. 재판부는 “누범 기간에 죄를 저질러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피해자 일부에게 물품을 돌려준 점과 나이 등을 고려해 판결했다”고 밝혔다.
  • [손정혜의 어쩌다 법정] 어쩌다 선거소송!/법무법인 혜명 변호사

    [손정혜의 어쩌다 법정] 어쩌다 선거소송!/법무법인 혜명 변호사

    공직선거법 제224조는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있는 때라도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하여 선거의 전부나 일부의 무효를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선거무효란 ‘선거과정상의 위법행위로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 현저하게 저해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로서, 선거에 관한 규정 위반이 없었더라면 선거 결과, 즉 후보자의 당락에 관하여 현실로 있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정되는 때를 말한다’고 판시합니다.  최근 선거소송 추이를 보면 2020년 총선 선거소송은 120건으로, 직전 2016년의 13건에 비해 10배가량 늘었고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대 대선이 끝난 이 시점에 주요 선거 소송의 판결들을 살펴보면, 대법원은 전자개표기 방식의 개표를 문제 삼은 선거소송에서 ‘이미 특정한 선거사무 집행 방식이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이 있어 법률상 받아들이지 않음이 명백한데도 계속 같은 소송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선관위 업무를 방해하고 사법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가 되므로 소송권한을 남용하는 것으로 허용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선거운동과정에서 개별적인 선거사범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는 문제는 관계자가 선거법 위반으로서 처벌 대상이 될 뿐이고 그 처벌로 인하여 당선이 무효로 되는 수는 있을망정 이로써 선거무효의 원인은 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선관위가 시민단체의 위법한 낙선운동에 대처함에 과실이 있다고 주장한 소송에서 ‘선거의 관리나 집행상 하자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으로 인하여 선거의 공정이 현저하게 저해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기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수준의 선거 위법 행위와 당선 영향력이 인정되어야 선거무효소송이 받아들여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10여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린 그룹의 회장인 국회의원 후보자 측의 그 계열회사 및 임직원들을 동원한 조직적, 체계적인 불법선거운동 등 여러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선거의 공정을 현저히 저해하고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국회의원 선거는 무효다”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렇듯 선거무효소송은 선거인이라면 누구나 제기할 수 있는 민중소송이지만, 법적 안정성 때문에 엄격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어 무효임을 입증하기 어렵고, 불복 방법이 없는 대법원에 제기하는 단심제 재판인 데다,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한도 당선일로부터 30일로 한정되는 특수한 소송입니다. 제20대 대선 이후, 안타깝게도, 어쩌다 대선 무효소송이 여러 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회 혼란을 줄이기 위해 대법원의 신중하고 신속한 판결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 하나금융 ‘함영주호’ 출범 초읽기

    하나금융 ‘함영주호’ 출범 초읽기

    하나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추천된 함영주(사진·66)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모두 해소됐다.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채용 관련 비리 혐의가 무죄로 밝혀지면서 ‘함영주호’ 출항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고졸 신화’로 주목받아 온 함 부회장은 이번 무죄 선고로 명예를 회복함과 동시에 디지털 시대를 선도할 하나금융 혁신 추진에도 동력을 얻게 됐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 부회장은 오는 25일 하나금융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함 부회장의 가장 큰 장애물이 제거됐기 때문에 회장 선임까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원은 지난 11일 함 부회장이 2015~2016년 하나은행장 재직 때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남성 지원자를 여성 지원자보다 우대하고, 일부 지원자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018년 검찰 기소 이후 4년여 만의 무죄 판결이다. 검찰이 항소할 공산도 있지만 함 부회장과 비슷한 사례(채용 관여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법률 리스크’는 끝났다는 관측이 대세다. 이와 함께 함 부회장이 하나은행장 시절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내린 중징계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2020년 6월 제기한 행정소송 1심 선고가 14일 예정돼 있지만 함 부회장의 승소 가능성이 크다. 앞서 DLF 사태에서 비슷한 이유로 중징계를 받았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금감원의 중징계에 대해 “재량권 일탈”이라고 못박았다. 설사 금융권 안팎의 예상을 뒤엎는 패소 판결이 나와도 회장 선임에는 별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가처분 신청으로 중징계 효력이 정지돼 최종 판결 때까지는 취업 제한 적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 부회장은 2015~2019년 통합 KEB하나은행 초대 행장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유기적 결합을 이뤄 냈다. 사람을 품는 리더십과 탁월한 영업력을 높이 평가받아 10년간 그룹을 이끌어 온 김정태 현 회장 뒤를 이을 차기 회장 후보로 지난달 단독 추천됐다.
  • “무기계약직 동일임금 원칙 확인했지만… 사회적 차별 해결해야” [우리 삶을 바꾼 변론]

    “무기계약직 동일임금 원칙 확인했지만… 사회적 차별 해결해야” [우리 삶을 바꾼 변론]

     “현행법에는 기간제계약직과 정규직 사이 차별만 금지하고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간 차별에 대해선 언급이 없습니다. 이런 ‘입법의 불비(不備)‘ 속에서 대법원이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사이에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됨을 확인해 줬다는 점은 의미가 큽니다.” 무기계약직 노동자가 겪는 임금차별을 개선하는 일은 지난했다. 이봉재(50·사법연수원 33기) 법률사무소 내일 변호사가 그를 찾아온 대전MBC 무기계약직 노동자 12명을 대리해 사측을 상대로 임금청구 소송을 처음 낸 것은 2013년 4월이었다.  대법원으로부터 원고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이끌어 낸 것은 그로부터 6년 뒤인 2019년 12월 24일이었다. 무기계약직 노동자에게도 정규직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취업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었다.  이후 파기환송심을 거쳐 사측과 합의에 이르기까지 과정도 치열한 다툼의 연속이었다.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임금차별을 바로잡는 데 앞장서 온 이 변호사를 지난 7일 대전 서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났다.  ●무기계약직 전환됐지만…취업 규칙 만들지 않은 회사  이 변호사를 찾아온 대전MBC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1995~2001년 기간제로 입사해 모두 10년 이상 회사에서 일한 이들이었다. 이들은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에 따라 2010~2011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해 기간제 노동자로 고용하면 의무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한 법 규정 덕분이었다.  하지만 차별은 여전했다. 카메라맨과 방송기술, 미술감독 등 여러 직종에 있던 이들은 정규직 직원과 같은 부서에서 같은 직책으로 똑같은 업무를 맡았으나 기본급과 상여금은 정규직의 80% 수준에 불과했다. 근속 수당도 받지 못했다. 2012년 5월부터는 정기 호봉 승급에서도 제외됐다.  이 변호사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뒤에도 여전히 기간제일 때와 똑같은 계약서를 쓰고 있는 상태였다”며 “사측이 이들에 대한 취업 규칙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송 과정에서 대전MBC 측은 “사내 취업 규칙의 직제규정상 ‘직원’은 일반직과 기능직만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기간제에서 전환된 무기계약직은 여전히 계약직일 뿐 직제규정에 따른 직원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1심 승소…판단 달랐던 2심, 대법에서 깨져  재판의 쟁점은 무기계약직 노동자의 지위가 무엇인지와 이들에게 정규직 취업 규칙을 적용할 수 있느냐였다. 1심 재판부는 노동자의 손을 들어 줬다. 사건을 심리한 대전지법 민사11부는 “기간제계약은 계약 기간 만료와 함께 모두 해지됐다”며 “회사에 별도의 무기계약직에 대한 규정도 없어 이들은 정규직 직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대전고법 민사2부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들과 정규직 직원의 업무 내용과 범위, 업무량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인정된다”면서도 “공개 채용 절차를 거쳐 부서장 보직까지 직급 승진이 이뤄지는 정규직과 달리 계약직에 대해 임용 경로와 업무 책임이 달라 기본급과 상여금에 차이를 둔 것은 차별적 처우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가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법에서 정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려면 이들이 정규직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며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한 처우를 받았어야 하는데 이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재판부가 장기근속수당 등에 대해 채용 경로나 책임 범위, 직급체계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는 정규직과 차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 준 점을 주목했다.  “일부 패소하기는 했지만 2심 판결은 내용 측면에서는 오히려 혁신적이었습니다.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간의 처우 차이는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 상고를 준비했다. 처음 12명이었던 소송 당사자는 그사이 7명으로 줄었다. 장기간의 법정 다툼에 지쳐 일부가 2심 판결에 수긍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임금 청구 소송의 소멸시효가 3년이라 처음 소를 제기한 2013년 이후의 임금에 대해서는 다시 1심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그는 헌법재판소 판례 등을 모아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활로를 모색했다.  “헌재는 사회적 신분을 ‘한 개인이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한 번 계약직이 되면 정규직이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현실에서 무기계약직도 근로기준법상 차별이 금지된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었던 셈이죠.”  2019년 12월 24일 대법원은 마침내 2심을 깨고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노동자 측의 손을 들어 준 셈이다. 무기계약직 노동자에게도 정규직과 같은 취업 규칙을 적용해 호봉이나 임금·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최초의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기간제법은 사업장 내에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있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환된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적용된다고 해석해야 타당하다”면서 “동일한 부서 내에서 같은 직책을 담당하며 동종 근로를 제공하는 정규직 직원에게 적용되는 대전MBC의 취업 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은 무기계약직 노동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기간제계약직과 정규직 간의 차별을 금지한 기간제법 제8조 1항에 대해서도 폭넓게 해석했다. 재판부는 “문언상으로는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만을 금지하고 있지만 규정 취지와 공평의 관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전환된 무기계약직의 근로조건은 동종 업무에 종사하는 다른 정규직의 근로조건보다 불리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무기계약직 차별 철폐는 ‘미완의 과제’  이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의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 철폐는 ‘미완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상고심에서 이기긴 했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2심에서 주요하게 다퉜던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 여부에 대한 판단은 보류했다”며 “우리 사회에서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적 처우들을 고려하면 이들이 사실상 사회적 신분으로서 차별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 대한 대법원의 추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간제계약직으로 2년이 지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경우 이들에 대한 차별적 취업 규칙이 존재하는 것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난제다. 이 변호사는 “대전MBC의 경우에는 전환된 무기계약직에 대한 별도의 취업 규칙이 없어 오히려 기존 정규직의 취업 규칙과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대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 취업 규칙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만큼 여전히 무기계약직에 대해 불리한 취업 규칙이 있는 사업장은 빠져나갈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회 분위기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낮은 임금을 받게 한 비정규직 계약은 저비용으로 저렴하게 노동력을 이용하려 하는 사용자의 경제적 논리죠. 우리는 그런 계약직 노동자들의 희생 속에서 지금과 같은 수준의 경제를 이룬 겁니다. 사회적으로 집단화되지 못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계약직들의 목소리에 대해 우리가 좀더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 文정부 靑 특활비 비공개로 남을 듯

    文정부 靑 특활비 비공개로 남을 듯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특수활동비와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은 비공개 상태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공개를 결정했음에도 임기 종료와 함께 관련 자료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면 공개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 비서실은 청와대 특활비와 김 여사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지난 2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한국납세자연맹은 특활비 등 지출내용을 공개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법원5부(부장 정상규)는 지난달 10일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절차에 따라 서울고법은 조만간 재판부를 배당할 예정이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결국 ‘각하’ 결정이 나올 공산이 크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사건을 그대로 마무리하는 결정을 뜻한다. 오는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청와대 관련 자료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된다. 여기에는 정보공개 대상인 특활비 지출결의서와 운영지침, 김 여사 의전 예산의 편성 금액과 지출 내용 등도 포함될 예정이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정해지면 최장 15년(사생활 관련 기록물은 30년) 동안 비공개 대상이 된다. 이 경우 소송 대상 자료가 대통령비서실에는 남지 않게 돼 법원은 각하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소송이 문 대통령 임기 만료 전에 끝날 가능성도 없다.
  • 하나금융 ‘함영주호’ 출범 초읽기

    하나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추천된 함영주(66)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사실상 모두 해소됐다.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채용 관련 비리 혐의가 무죄로 밝혀지면서 ‘함영주호’ 출항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고졸 신화’로 주목받아 온 함 부회장은 이번 무죄 선고로 명예를 회복함과 동시에 디지털 시대를 선도할 하나금융 혁신 추진에도 동력을 얻게 됐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 부회장은 오는 25일 하나금융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함 부회장의 가장 큰 장애물이 제거됐기 때문에 회장 선임까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원은 지난 11일 함 부회장이 2015~2016년 하나은행장 재직 때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남성 지원자를 여성 지원자보다 우대하고, 일부 지원자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018년 검찰 기소 이후 4년여 만의 무죄 판결이다. 검찰이 항소할 공산도 있지만 함 부회장과 비슷한 사례(채용 관여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법률 리스크’는 끝났다는 관측이 대세다. 이와 함께 함 부회장이 하나은행장 시절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내린 중징계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2020년 6월 제기한 행정소송 1심 선고가 14일 예정돼 있지만 함 부회장의 승소 가능성이 크다. 앞서 DLF 사태에서 비슷한 이유로 중징계를 받았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금감원의 중징계에 대해 “재량권 일탈”이라고 못박았다. 설사 금융권 안팎의 예상을 뒤엎는 패소 판결이 나와도 회장 선임에는 별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가처분 신청으로 중징계 효력이 정지돼 최종 판결 때까지는 취업 제한 적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 부회장은 2015~2019년 통합 KEB하나은행 초대 행장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유기적 결합을 이뤄 냈다. 사람을 품는 리더십과 탁월한 영업력을 높이 평가받아 10년간 그룹을 이끌어 온 김정태 현 회장 뒤를 이을 차기 회장 후보로 지난달 단독 추천됐다.
  • ‘물류창고’인가 ‘문화콘텐츠시설’인가… 의정부시민들, 스마트 팜 부지에 창고 반대

    ‘물류창고’인가 ‘문화콘텐츠시설’인가… 의정부시민들, 스마트 팜 부지에 창고 반대

    경기 의정부시가 대기업과 손잡고 추진중인 고산동 복합문화융합단지 일부에 높이가 50m에 이르는 대형 물류창고가 들어설 것으로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이 통학로 안전에 방해가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13일 시에 따르면 고산 택지지구 입주 예정자 등 7명은 지난 4일 의정부시장을 상대로 물류창고 건축 허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법원에 낸 소장에서 “의정부시가 스마트팜 부지를 물류창고 부지로 바꿨는데 그 결정 과정은 정당성과 객관성이 대부분 결여돼 위법하다”며 “본안 소송 판결 선고 때 까지 건축허가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의정부시장을 상대로 물류창고 건축허가 취소 소송을 의정부지법에 냈다.시는 고산 택지지구와 인접한 복합문화융합단지 내 62만㎡에 K팝 클러스터·관광 및 쇼핑 시설·아파트·스마트 팜 등의 조성을 추진해왔다. 이 사업은 특수목적법인(SPC)인 ‘의정부 리듬시티’가 맡고 있으며 여기에 시는 34%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당초 예정된 스마트 팜이 무산되면서 물류창고를 건립하기로 계획을 변경했고 시는 지난해 11월 건축 허가를 내줬다. 이 물류창고는 건물 높이가 50m에 달하는 규모로 주차 대수만 525대로 계획됐다. 그러자 인근 주민들은 “물류창고가 초등학교와 약 300m 떨어진 곳이어서 안전과 교통, 환경 피해 등이 우려된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시는 “물류창고는 복합문화융합단지에 들어설 문화 콘텐츠 제작 산업에 필요한 각종 특수 장비 등을 보관하는 장소로 활용될 것”이라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 ‘윤창호법’ 유명무실?…음주 측정 거부한 30대 항소심서 감형

    ‘윤창호법’ 유명무실?…음주 측정 거부한 30대 항소심서 감형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의 위헌 여파로 음주 측정을 거부한 3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창원지법 형사1부(김국현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9)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6월 13일 경남 거제시 한 고등학교 입구 앞 도로에서 음주측정기를 부는 시늉만 하는 등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했다. 지난해 4월 28일 1심은 A씨가 2015년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점까지 고려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윤창호법은 2회 이상 음주운전 적발 시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규정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25일 헌법재판소는 윤창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과거 음주운전과 재범 사이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가중 처벌토록 한 것은 위헌이라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이 윤창호법 위헌 결정의 효력이 미치는 사안은 아니나 그 취지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음주운전이 아닌 음주 측정거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회 이상 음주운전 적발이라는 윤창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나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위헌 결정의 효력이 미치는 사안은 아니나 그 취지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이밖에 피고인이 일용직으로 일하며 동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무겁다”고 판시했다.
  • 尹, 첫 외교전서 美·日과 ‘공조’… 中과는 ‘은근한 신경전’

    尹, 첫 외교전서 美·日과 ‘공조’… 中과는 ‘은근한 신경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당선 확정 이후 미국·일본 정상과 통화, 중국 정상과 친서 외교를 하며 외교 무대에 데뷔했다. 윤 당선인은 미국·일본과는 공조를 강조했고, 중국과는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다. 윤 당선인은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1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하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움직임 등으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상황과 관련, 한미·한미일 공조를 다졌다. 윤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 사안에 더욱 면밀한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삼국의 대북정책과 관련 긴밀한 조율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윤 당선인은 기시다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한미일 3국이 한반도 사안 관련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위안부·강제징용 판결 문제,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문제 등으로 악화된 한일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윤 당선인은 기시다 총리에게 “양국 현안을 합리적으로, 상호 공동이익에 부합하도록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취임 후 미국 백악관 방문을 요청받았고, 기시다 총리와는 이른 시일 내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에 윤 당선인이 취임 후 조기에 한미·한일 정상회담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의 경우, 기시다 총리의 전임인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먼저 현안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정상회담을 회피해온 바 있다.반면 윤 당선인은 11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접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받는 자리에서 “책임있는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싱 대사와 면담에서 “책임있는 세계 국가로서 중국의 역할이 충족되기를 우리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고 있다며 한국 일각의 ‘반중 정서’에 대한 중국의 책임있는 자세를 에둘러 요구했다. 앞서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대중 정책을 ‘굴종’이라고 비판하며, 상호존중에 기반한 한중 관계를 구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 중국이 반대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추가 배치하고 문재인 정부의 사드 관련 3불 정책(사드 추가 불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불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은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윤 당선인에게 보내는 친서에서 “중국 측은 한국 측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굳게 지키고 우호협력을 심화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촉진해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복지를 가져다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윤 당선인은 싱 대사와 면담에서 중국과 고위급 회담 정례화 등 소통을 강화하자고 밝힘으로써, 한중 관계의 발전 의지도 표명했다.
  • 세금철·지옥철 안 되려면… 수요예측 다각화로 승객 늘릴 공약 고민을 [전경하의 실패학]

    세금철·지옥철 안 되려면… 수요예측 다각화로 승객 늘릴 공약 고민을 [전경하의 실패학]

    ‘세금 먹는 하마’ 경전철부산김해부터 우이신설선까지수요예측 실패… 年 수백억 지원용인은 시행사에 소송당하기도 수요 예측여전히 사업자에게 유리한 예측제대로 했는지 검증 절차도 없어김포는 예상 승객수 맞았지만몰리는 시간대·구간 고려 못 해 공약의 방향출퇴근 맞춤형 버스 운행처럼유연하고 지속될 방안 따져야관광지 연계·셔틀 승차장 등이용객 늘리는 방법 제시 필요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6월 1일 실시되는 전국동시지방선거의 막이 올랐다.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 공약 중 대중교통 개선은 ‘약방의 감초’다. 공약은 치명적인 유혹이지만 실행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전국 곳곳에 운영되고 있는 경전철이 대표적인 예다. 중앙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시작했건 해당 지자체장의 공약으로 출발했건 애물단지가 된 경전철이 더 많다. 대중교통 개선 공약이 표를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따져 봐야 한다. ‘지하철보다 작은 차량에 무인 운전’. 전국에 운행 중인 경전철의 특징이다. 여기에 ‘세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이 붙어다닌다. 국내에서 경전철이 처음 논의된 것은 1992년 정부시범사업으로 추진된 부산김해경전철이다. 부산김해경전철은 이용승객이 예측치를 밑돌면 최소운영수익을 보장하는 계약(MRG)의 민간투자사업으로 시작했다. 2011년 개통 이후 하루 평균 이용승객은 5만명으로 예상치(17만명)를 훨씬 밑돌았다. 부산시와 김해시의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2017년 MRG를 최소비용보전(MCC) 방식으로 변경했지만 여전히 두 지자체는 매년 수백억원을 지원한다. 늦게 개통한 경전철이어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의 첫 번째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의 신설동 역사에는 시행사와 서울시에 대책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17년 9월 개통한 우이신설선은 민간사업자가 시설을 세운 뒤 소유권을 서울시에 넘기고 30년 동안 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으로 시작했다. 손해가 발생하면 시행사 부담이다. 우이신설선은 하루 평균 이용승객이 예상치(13만명)의 절반(7만명)에 그치면서 2018년 말부터 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해 파산 위기에 처해 서울시가 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형태로 사업 방식을 바꾸는 중이다. 시행사가 파산하거나 운영권을 포기하면 서울시가 대신 운영하거나 다른 사업자를 찾아야 한다. 2012년 7월 개통한 의정부경전철은 시행사가 바뀌었다. 2017년 5월 파산한 사업자들은 의정부시에 투자금 일부를 돌려 달라고 소송해 1심에서 이겼다. 의정부시와 사업자들은 의정부시가 1720억원을 지급하는 2심 조정안을 받아들였다. 의정부경전철은 개통 당시 하루 평균 8만명 이용이 예측됐으나 코로나19 발생 이전 4만명이 최고 수준이다. 시행사가 파산하지 않더라도 해당 지자체를 궁지에 몰아넣은 경우도 있다. 용인경전철은 1999년 용인시장 보궐선거에서 공약으로 등장했고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의 주요 공약이었다. 용인시는 2004년 캐나다 건설사 봄바디어가 구성한 컨소시엄과 MRG를 맺고 경전철을 추진했다. 당시 하루 평균 13만명이던 이용승객 예측치가 경전철이 완공된 2010년 3만명으로 줄었다. 그동안 예측기관은 한국교통연구원에서 경기개발원으로 바뀌었고 용인시 인구는 64만명에서 87만명으로 늘었다. 용인시는 개통을 미루고 MRG를 해약하면서 소송을 당했고 봄바디어컨소시엄에 8500억원을 물어줬다. 지금도 용인시는 경전철 운영에 자금을 지원한다.●사업 담보하는 ‘뻥튀기’ 수요 예측 감사원은 2014년 당시 추진 중인 6개 경전철 사업을 감사했다. 국내에 경전철이 없다 보니 민간사업자가 만든 모델로 수요 예측을 하면서 역사 접근시간을 임의로 줄이거나, 경전철 이용률을 높이고, 정부 통계인 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KTDB)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지금도 대중교통 사업의 수요 예측은 사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대중교통 사업은 대규모 주거단지 조성 등 다른 개발계획과 함께 진행된다. 개발계획은 자주 늦춰지거나 무산되는데 이는 수요 예측에 반영되지 않는다. 수요 예측을 잘했는지 검증하는 절차도 없다. 지난해 12월 국회예산정책처의 ‘교통시설 수요 예측을 위한 추정교통량 보정 기준 연구’ 용역을 진행한 서울과학기술대 산학협력단은 기준연도, 장래연도 등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체계적인 검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요 예측 방법의 보정도 필요하다. ‘지옥철’로 불리는 김포경전철(김포골드라인)의 하루 예상 승객수는 8만~9만명으로 실제 이용승객과 비슷하다. 문제는 한강신도시 입주 등으로 출퇴근 시간에 이용객이 대거 몰렸다는 점이다. 김포경전철은 플랫폼의 여유 공간은 물론 차량 증차도 안 되는 구조로 지어졌다. 승객이 몰리는 김포공항~고촌~풍무 구간은 다른 교통수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경전철은 여전히 건설되고 있다. 여의도와 서울대를 잇는 신림선 경전철이 오는 5월 개통 예정이고 은평구와 관악구를 잇는 서부선이 민자적격성심사를 통과해 2028년 개통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서부권 경전철을 약속했다. 일부 지자체는 트램(노면전차)으로 이동하고 있다. 트램은 도로에 깔린 철로 위를 달리기 때문에 건설비가 경전철의 절반이다. 노약자나 장애인 등 교통 약자의 접근성도 높다. 그래도 수천억원이 든다. ●기존 시설 활용이 먼저다 잘못 탄 버스를 종점까지 타고 갈 수 없듯이 경전철이나 트램이 공약이라고 해서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치적 쌓기가 아닌 교통복지 차원이라면 땅을 파 지하철을 뚫거나 땅 위에 고가차로를 건설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동이 많은 시간대에 맞춤형 버스를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주요 광역시가 출퇴근 맞춤형 버스를 운행 중이다. 버스는 기존 도로를 이용하는 방식이고, 인구 변화에 경전철 등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대중교통망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가 있다면 본인의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인지 따져야 한다. 그 후보가 당선돼 임기가 끝난 뒤에도 주민들은 공약 때문에 허튼 세금을 낼 수도 있다.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주민소송도 가능해졌다. 대법원은 2020년 용인시민들이 경전철 사업 초기 MRG 계약을 한 이정문 전 시장과 잘못된 수요 예측을 한 한국교통연구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원심을 뒤집고 주민소송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경전철 도입이 지자체의 재무회계 행위 등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책임을 다시 판단하라는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경전철이 있는 지자체에서 출마하는 후보들이라면 경전철 사용을 늘리기 위한 공약을 내놔야 한다. 부산김해경전철 이용승객을 늘리기 위해 부산시는 노선이 겹치는 시내버스를 줄이고, 김해시는 주요 관광지의 접근성과 홍보를 강화했다. 평일 퇴근 시간대에 타 보니 직장인이 많았고 정차역에 대한 설명도 용인경전철이나 의정부경전철보다 친절했다. 용인경전철 출발점인 기흥역은 수인분당선으로 환승이 가능하다. 최근 몇 년 사이 백화점, 대형병원, 아파트단지 등이 기흥역 주변에 세워지면서 승객이 늘어나고 있다. 종점인 전대·에버랜드에 에버랜드 무료셔틀 승차장도 설치돼 있다. 그래도 여전히 적자 운영이다. 도농복합지역에 건설된 역사의 유동인구를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인천2호선, 대구3호선도 경전철이지만 민간투자가 아닌 재정사업이다. 인천·대구의 다른 대중교통 수단과 합쳐져 순익을 계산하고 환승 등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보다 넓은 범위에서 가능하다. 일부 지역에서 지자체의 경전철 직접 운영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수익자부담원칙으로 하되 균형발전, 교통복지 등의 차원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합리적인 분담 비율을 고민해 봐야 한다.
  • 피겨 발리예바, 약물 논란에도…포상금 4000만원

    피겨 발리예바, 약물 논란에도…포상금 4000만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도핑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16)가 러시아 정부 훈장과 함께 포상금 400만루블(약 4000만원)을 받았다. 러시아 매체 스포르트는 9일(현지시간) 발리예바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지위를 인정받아 포상금을 손에 넣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단체팀은 정부 훈장인 ‘우호 훈장’을 받았다. 우호 훈장은 러시아 정부가 베이징올림픽에서 입상한 자국 메달리스트에게 수여한 훈장 중 가장 높은 등급이다. 앞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명의로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한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단체팀은 발리예바를 앞세워 팀 이벤트에서 1위에 올랐다. 발리예바는 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지위를 인정받은 것이다. 팀 이벤트는 국가별로 남녀 싱글·페어, 아이스 댄스, 네 종목에서 한 팀씩이 나와 겨룬 후 점수를 합산하는 단체전이다.약물 논란에도…러시아 개의치 않고 추켜세워 발리예바는 단체전 시상식을 앞두고 과거에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돼 파문을 일으켰다. 압도적인 기량을 뽐낸 발리예바는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의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그랬던 만큼 발리예바의 도핑 파문은 올림픽 전체를 흔든 커다란 스캔들이 됐다. 발리예바는 약물 사용 의혹을 부인했고, 이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결에 따라 결국 개인전에 출전했지만 점프 실수를 연발하면서 4위에 그쳤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발리예바의 도핑 논란에 대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그의 올림픽 기록과 성적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도핑 논란에 관한 조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IOC는 발리예바의 올림픽 기록과 성적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은 개의치 않고 발리예바를 금메달리스트로 추켜세웠다. 모스크바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에게 250만 루블(약 2550만원), 동메달리스트에게 170만 루블(약 1734만원)을 전달했다. 코치에겐 선수 포상금 50% 수준의 격려금을 수여했다. 어린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 시켜 비난의 대상이 됐던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 역시 선수 못지않은 격려금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러시아 피겨선수들, 국제대회 못 나간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된 러시아 피겨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 길이 막혔다. ISU는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사회 결정을 전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권고에 따라 러시아, 벨라루스 빙상연맹 소속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연맹 소속 선수들은 중립 소속으로도 출전이 불가능해지면서 3월 예정된 2021~2022시즌 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설 수 없게 됐다. 한 해 한 번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는 올림픽 다음으로 큰 국제대회다.
  • 기시다 “새 정부와 대화하고 싶다”…윤석열 당선에 기대하는 日

    기시다 “새 정부와 대화하고 싶다”…윤석열 당선에 기대하는 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0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환영의 뜻을 보이며 한일 관계 개선을 향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당선인 선출을 환영하며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국제 사회가 시대를 구분 짓는 듯한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건전한 한일 관계는 규범에 따른 국제 질서를 실현하고 지역이나 세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해 필수적이며 한미일 연계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쌓아온 한일 우호 협력 관계의 기반을 토대로 한일 관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윤 차기 대통령의 리더십을 기대하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기시다 총리는 한일 관계 개선 방안에 대해 새로운 정부와 대화를 해보겠다면서도 한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한일 관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며 “나라와 나라 사이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바탕으로 건전한 관계를 되찾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새 대통령과 새 정부와 긴밀하게 의사소통을 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앞으로 새 정부의 움직임도 보고 싶고 새 정부와 대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약속’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역사 문제가 1965년 한일 기본 조약과 2015년 위안부 합의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으로 한국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본 언론도 윤 당선인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드러냈다. NHK는 “윤 당선인이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고 있어 일본 정부는 당선을 환영하기도 하지만 역사 문제와 관련된 한일 관계 악화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5년 만의 보수 정권으로의 교체”라며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다”라고 평가했다. 도쿄신문은 “윤 당선인은 일본을 경제 및 안보 파트너로서 중요시하고 있어 한일 관계 개선의 분위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윤 당선인은 역사 문제를 포함한 한일 현안의 포괄적 해결을 밝혔지만 징용 문제와 관련해 배상 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를 앞두고 있어 대처를 잘못하면 새로운 관계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씨줄날줄] 노르트스트림/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노르트스트림/박록삼 논설위원

    노르트스트림1은 유럽 북부 발트해 해저를 관통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다. 2011년 만들어진 1222㎞의 노르트스트림은 러시아에서 독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유럽의 서부와 남부의 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돼 각 국가에 공급되고 있다. 육로를 거치지 않아 운송물류비용을 낮출 수 있다. 유럽은 천연가스 사용량의 4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물량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는 노르트스트림2 역시 지난해 말 건설을 마치고 독일의 공식 승인을 앞둔 상황이었다. 값싼 천연가스를 원활히 공급받을 수 있으니 시장 논리에 따른 당연한 선택이었을 테다. 하지만 전쟁이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전쟁을 선언한 다음날 유럽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h당 106.10유로에 거래돼 19% 급등했다. 지난 7일에는 러시아 부총리가 “서방의 제재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면서 노르트스트림1을 끊을 수 있다고 발표하자 하루 만에 79% 급등, 345유로(㎿/h당)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업체 가스프롬의 자회사인 노르트스트림2는 미국의 제재 및 독일의 승인 취소로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노르트스트림2가 있는 스위스는 직원을 모두 정리해고했다. 남 얘기가 아니다. 러시아 국제 제재에 동참하면서 러시아가 한국을 ‘비우호 국가’에 포함시켰고, 그 불똥은 고스란히 우리 기업으로 튀었다. 러시아에 진출한 150개 한국 기업의 총투자액은 27억 달러에 달한다. 러시아 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2위, 3위는 각각 현대차와 기아차다.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마친 이후 세계는 더이상 시장과 공장으로 분리되지 않는다. 힘의 우위는 있더라도 일방적 관계는 존재할 수 없다. 원하든 원치 않든 정치, 안보, 경제 등 여러 측면에서 세계는 하나로 연결돼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제재로 개성공단을 폐쇄한 일이나, 일본이 강제동원 판결 이행 문제로 대한국 반도체 부품 수출을 제한한 일이 부메랑이 된 것을 보면 자명하다. 모든 제재는 자해적 요소를 포함한다. 갈등과 대립, 전쟁의 종식만이 지구촌 상생의 길임을 다시금 절감한다.
  • 분열된 국민 통합 최우선… 제왕적 대통령제 해체 등 난제 산적

    분열된 국민 통합 최우선… 제왕적 대통령제 해체 등 난제 산적

    9일 제20대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로 분열된 국민을 하나로 모으고 코로나19와 경제, 외교 등의 시급한 현안을 해결해야 할 과제를 부여받게 됐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직 인수 기간을 거쳐 취임 즉시 다뤄야 할 국민통합과 협치, 정치개혁,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회복, 신냉전 및 북한 핵·미사일 대응 등 4대 과제를 짚어봤다. ●국민통합 위한 공동정부 구성과 협치 윤 당선인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통합이다. 20대 대선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당 대선후보는 물론 후보의 부인과 가족까지 끌려나온 네거티브 공방으로 정치 진영 간 대립은 격화됐다. 여기에 유권자들이 성별과 세대별로 각기 다른 정치 진영으로 결집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국민 간 분열도 극심해졌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반여성적인 공약과 발언으로 청년 남성 일부의 절대적 지지를 확보한 반면 여성은 도외시함에 따라 청년 남녀를 ‘갈라치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성가족부 폐지, 무고죄 처벌 강화 등의 공약을 내세우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발언했던 윤 당선인에게 젠더 갈등 해소는 국민통합을 위해 풀어야 할 커다란 숙제로 돌아왔다. 윤 당선인은 이미 지난 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후보 단일화를 하며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인수위원회와 공동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안 대표 등 국정 파트너와 협의하며, 정파에 구애받지 않고 도덕성과 실력을 겸비한 전문가를 등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장 인수위와 정부의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가 윤 당선인의 국민통합 의지와 역량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172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도 필요하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민주당이 반대하면 국무총리조차 임명할 수 없으며, 입법과 재정이 필요한 공약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윤 당선인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그 측근을 제외한 민주당의 ‘양식 있는’ 정치인과 협치를 하고 국민통합을 이뤄 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선 이후 민주당의 분열과 인위적 정계 개편을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민주당에 협치의 의지를 보이고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 ●‘靑 해체’ 통한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 정치개혁도 윤 당선인이 당면한 과제 중 하나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과 다당제 연합정치를 위한 정치개혁을 내세웠고, 안 대표도 윤 당선인과의 단일화 선언 기자회견에서 ‘다당제가 제 소신’이라며 선거구제 개혁·대선 결선투표 도입 등을 주장했다. 윤 당선인은 이 후보의 정치개혁을 ‘선거용’이라고 비판했지만, 국정 파트너인 안 대표의 정치개혁 요구까지 외면하긴 어렵다. 일단 윤 당선인은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로 지적됐던 청와대의 권력 집중 현상을 해소하는 데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27일 “국민과 소통하는 일하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제왕적 대통령의 잔재를 철저히 청산해야 한다”며 기존 청와대를 해체하고 새로운 개념의 대통령실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청와대의 수석비서관과 민정수석실, 제2부속실을 폐지하고 인원 30%를 감축하는 등 조직을 슬림화해 전략조직으로 재편하겠다고 했다. 또 청와대 건물을 해체하고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극복을 위한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 윤 당선인은 개헌에는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지만 총리·장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대표와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윤 당선인이 공동정부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위해 총리·장관에게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고 대통령과 총리의 관계를 균형 있게 설정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코로나 방역 정책의 개편과 경제 회복 윤석열 정부의 초반 성패는 코로나19의 극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년 넘게 팬데믹이 이어온 데다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확진자가 폭증함에 따라 방역 정책의 개편이 시급한 시점이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가 원칙 없는 거리두기로 불필요한 경제적 피해를 유발했다며 집권 100일 내에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공약했다. 과학과 빅데이터에 기반해 코로나 방역조치를 실행하고, 코로나 백신 접종의 부작용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방역 정책으로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보상도 더이상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 당선인은 취임 즉시 50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하겠다고 누차 강조해 왔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위해 추경 편성 등 확장 재정을 펴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17년 36%에서 2021년 47.3%로 증가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경제 회복을 위한 재정 투입과 국가채무 관리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주요 과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으로 꼽혔던 부동산 문제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도 중요하다.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집중 공격하며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윤 당선인은 재건축·재개발과 대출 규제의 완화, 세금 인하를 통해 민간주택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집값을 안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단기적인 경제 회복과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저성장과 저출생, 양극화를 극복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1%에서 2016~2020년 2.6%로 하락했고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2020~2030년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의 2021년 합계출산율은 0.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현재 2%대 잠재성장률을 4%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역동적 혁신성장과 생산적 맞춤 복지를 실현함으로써 성장과 복지의 지속가능한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경제 비전을 밝혔다. ●신냉전과 북한 핵·미사일 대응 윤 당선인은 취임 직후부터 신냉전이라고 불리는 외교적 현실의 한복판에 놓이게 된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질서가 격변하면서 한반도에서도 미일 대 중러의 대립 구도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또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한국은 요소수 등 핵심물자 부족 사태를 겪으며 경제안보의 중요성도 대두됐다. 이런 상황에서 윤 당선인은 미국과의 동맹,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발전시키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 들어 파국으로 치달은 한일 관계도 정상화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미국, 중국 등과 안정적인 공급망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윤 당선인은 외교안보 정책에서 한미 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굴종’, ‘전략적 모호성’으로 규정하며 상호 존중에 기반한 한중 관계를 구현하겠다고 했다. 또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고 한일 정상 셔틀 외교를 복원해 위안부·강제징용 판결,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등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북한이 올해 들어 아홉 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대한 대응도 시급하다. 윤 당선인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추가 배치하고 선제타격 역량인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 역량 등 한국형 3축 체계를 복원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 축소 시행된 한미 연합훈련을 정상 시행하고, 한미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한미 외교·국방 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실질 가동하겠다고도 했다. 나아가 지난 2019년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에 선제 양보를 요구하며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을 비핵화 프로세스로 유도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기 전까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유지하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 대북 경제 지원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 전이더라도 대북 인도 지원을 하며 판문점 또는 미국 워싱턴에 남북미 연락사무소를 설치해 대화 채널을 상설화하겠다고 했다.
  • ‘승부조작’ 의혹에 7년 자격정지된 고교 축구감독…법원 “징계 무효”

    ‘승부조작’ 의혹에 7년 자격정지된 고교 축구감독…법원 “징계 무효”

    고교 축구에서 승부조작 의혹으로 중징계를 받았던 감독 2명이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한 징계무효 소송 1심에서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부장 이기선)는 고등학교 축구감독 A씨와 B씨가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낸 징계의결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2020년 5월 두 사람에게 내려진 자격정지 7년의 징계처분이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A씨가 이끈 C고등학교는 2019년 8월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전 조별 리그에서 B씨가 이끈 D고등학교와 시합을 벌였다. C고교는 전반전에서 3-0으로 앞섰지만 후반전에서 20분 만에 D고교에 연속 4골을 내줬다. 4-3으로 역전승을 거둔 D고교는 조별 리그에서 2승 1패를 기록해 32강에 진출했다. C고교는 당시 이미 32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라 해당 경기에 저학년 중심의 선발 명단을 꾸렸고 후반부에 느슨한 플레이를 해 역전패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A씨와 B씨가 D고교의 본선 진출을 위해 승부조작을 한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이듬해 두 사람은 징계를 받았다. A씨와 B씨는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며 2020년 6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경기 결과를 조작한 것이 아닌지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두 감독이 승부조작을 공모·실행했다고 볼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승부조작 사실을 인정하려면 A씨가 선수들에게 의도적으로 점수를 내주라는 지시를 했다는 사실이 증명돼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두 감독에게 승부조작을 공모할 동기나 금전이 오간 증거가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 대법 “학력은 경력의 주요사항…허위학력 기재해 당선됐다면 선거 무효”

    대법 “학력은 경력의 주요사항…허위학력 기재해 당선됐다면 선거 무효”

    지역 체육회장 선거에 입후보하면서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해놓고 ‘경영대학원 수료’로 허위학력을 써낸 뒤 당선됐다면 선거 무효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 등이 강원도 정선군체육회를 상대로 낸 선거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2020년 정선군체육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A씨 등은 회장에 당선된 B씨가 후보 등록 당시 최종학력을 ‘경영대학원 수료’로 기재했으나 사실은 정규학력으로 인정되지 않는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을 뿐이라며 선거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1심은 B씨의 후보자등록신청서와 이력서에 학력이 허위로 기재됐고, 이는 중대한 사항을 거짓으로 작성한 것이라며 선거 무효로 봤으나 2심은 B씨가 기재한 허위학력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는 판단을 내놓으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학력’은 ‘경력’에 속하는 주요사항 중 하나로 선거권자가 후보자의 자질과 적격성을 판단하여 적절한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재판부는 “‘최고경영자과정 수료’가 아닌 ‘경영대학원 수료’를 기재함에 따라 선거권자가 B씨의 자질과 적격성을 과대평가함으로써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될 수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 [열린세상] 노사의 법적 분쟁을 줄이자/조재정 법무법인 민 상임고문

    [열린세상] 노사의 법적 분쟁을 줄이자/조재정 법무법인 민 상임고문

    일반적으로 노사의 관계는 회사의 성장과 이익 창출을 위해 상호 협력하면서도 법적 권리 주장과 이익 배분에서는 대립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 현장에서는 노사 간에 갈등과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법적 권리를 침해당한 근로자는 지방노동관서에 진정, 고소, 고발 등의 형태로 신고하고 권리를 구제받거나, 부당해고 등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게 된다. 2020년 한 해 동안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신고 사건은 36만 4000건으로, 매년 이 정도 규모인 30만~40만건이 신고된다.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된 부당해고 등에 대한 심판 사건도 1만 5000건에 이른다. 이런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노사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 여기에는 많은 공무원이 필요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발생하게 된다. 노사 간에 법적 분쟁이 일어나는 데는 몇 가지 근본 원인이 있다. 하나는 노사가 알아야 할 노동 관련 법령과 내용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2021년 말 현재 노동 관련 법률은 48개이고, 여기에 딸린 시행령은 47개, 시행규칙은 41개에 달한다. 게다가 법령 개정도 수시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많은 법령을 모두 알아서 권리를 주장하거나 법을 지키기는 너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 하나는 모호한 법률 규정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노동위원회에 제기된 심판 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해고 등 징계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하지 못하게 돼 있다. 여기에서 ‘정당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법률 전문가가 아니면 알기 어렵다. 또 다른 하나는 노동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례가 자주 바뀌고, 유사한 사건임에도 법원 간에 판결이 다르게 나온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통상임금 산정과 관련한 사건이다.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에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으로 규정돼 있다. 여기서도 ‘정기적’, ‘일률적’이 무엇인지가 모호하다는 것이 문제다. 이에 대한 해석과 관련해 대법원의 판결조차 여러 차례 바뀌었다.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통상임금의 요건을 ①소정근로의 대가 ②정기성 ③일률성 ④고정성으로 제시하면서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 청구로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경우 신의칙에 반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를 놓고 하급심 간에도 판결이 달라 도대체 갈피를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산업 현장에서는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재판 결과에 따라 기업이 3년간 소급해 지급해야 할 각종 수당으로 인해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노사 간에 일어나는 법적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나 국회에서 입법을 할 때 법 해석에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법 규정을 보다 알기 쉽고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노사 간에 법적 분쟁이 많은 근로기준법상의 해고 등 징계 조항과 통상임금 조항은 그간에 축적된 판례를 바탕으로 명확하게 개정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또한 노사 모두에 대해 충분한 노동법 교육이 필요하다. 노사가 그 많은 노동 관련 법령의 내용을 전부 알기는 어렵다. 정부는 산업 현장에서 노사가 꼭 알아야 할 최소한의 내용만이라도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노사 간에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법적 분쟁에 대한 정부의 문제 인식과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기대해 본다.
  • 소년범을 만든 건 누구인가

    소년범을 만든 건 누구인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김혜수기회 주면 바뀐다고 믿는 김무열뺑소니·성폭행 실제 사건 토대로왜 버려진 아이가 죄에 물드는지과연 판사의 그 처분은 합당한지손가락질보단 현실 그대로 짚어최근 국내외에서 묵직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지난달 25일 공개 이후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TV쇼에서 글로벌 톱10을 여드레 동안 지켰다. 8일 기준으로 톱10에서 빠졌지만 한국을 포함해 일본, 대만, 홍콩 등 정서가 비슷한 동아시아 6개국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소년범에게 내리는 이 처분은 합당한가. 죄의 책임은 그만의 것인가. 이 소년을 만든 건 누구인가. 영악한 아이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범죄라고 쉽게 손가락질하는 대신 드라마는 아이들의 마음을 깊게 파고든다.10부작 시리즈를 이끌어 가는 건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과 “아이들은 기회를 주면 바뀐다”고 믿는 판사 차태주(김무열)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두 배우는 “편협한 시각으로 분노하거나 슬퍼하는 대신 소년범을 더 깊게 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드라마는 다양한 관점으로 소년범죄를 바라본다.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까지 다루며 제각기 다른 판사 4명의 시각을 제시한다. 심은석이 차가운 머리라면 차태주는 뜨거운 가슴에 가깝다. 당연히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부터 부딪치고, 부장판사 강원중(이성민)·나근희(이정은)와도 건건이 대립한다. 그러나 그 밑에 두껍게 깔려 있는 건 소년에 대한 고민이다. 김혜수는 심은석에 대해 “‘혐오’라는 강력한 대사로 시작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며 “사안을 냉철히 들여다보고 실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생각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보여 줘야죠,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라는 심은석의 대사는 일견 소년범에 대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지로 읽히지만 그 의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합적으로 다가온다. 처음 저지른 비행에 대해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리지 않았을 때, 잘못을 혼내고 가르치는 어른이 아무도 없었을 때, 법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을 때 아이들은 어떤 것도 배우지 못한다.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 줘야 한다는 말은 그 아이들의 미래까지도 고심하기에 나올 수 있는 것이다.극중 사건은 초등생 유괴 살인, 무면허 뺑소니 사망, 집단 성폭행 등 실제 국내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현실을 토대로 각색됐다.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기 위해 배우들 역시 실제 소년부 판사들을 만나 얘기하고, 직접 소년법원에 가는 등 치열하게 고민했다. 김무열은 “법정에서 판사님이 자리에 앉은 뒤 기록을 살피는 짧은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의 침묵이 정말 무겁게 다가왔다”며 “판사가 내리는 결정이 한 인간,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절절히 깨달았다”고 밝혔다. 김혜수는 “비행 이후 부모와 같이 심리·교육 프로그램을 들으며 진심으로 노력하고 바뀐 아이가 있었는데, 판사님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세 번 하시더라”면서 “아이라고 책임이 중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청소년 범죄는 가변적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 관심을 주면 그만큼 바뀐다”고 강조했다. 잔인하기만 한 사건을 앞세우기보다 소년범죄의 현실을 면밀히 짚어 보려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강력범죄보다 절도 같은 ‘생활 밀착형’ 범죄가 더 많다는 점에 주목했고, 가정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어떻게 비행에 빠지는지 섬세하게 묘사한다. “소년범죄는 저지르는 게 아니라 물드는 것”이라는 대사는 청소년 시기 또래 집단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짚어 내고, 시설에서 생활하던 아이들이 집단 탈출하는 에피소드에서는 시설 운영자 개인이 국가와 법의 일을 대신 하고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그리하여 드라마는 마침내 “미안합니다, 어른으로서”라는 사과로 끝을 맺는다. 직접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전하는 미안함이자 범죄의 길로 가도록 버려진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건네는 사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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