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판검사
    2026-08-15
    검색기록 지우기
  • 극장
    2026-08-15
    검색기록 지우기
  • 핀란드
    2026-08-15
    검색기록 지우기
  • 출마자
    2026-08-15
    검색기록 지우기
  • 현수막
    2026-08-1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13
  • [데스크 시각] 영화 ‘도가니’의 분노/박홍기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영화 ‘도가니’의 분노/박홍기 사회부장

    영화 도가니는 막힌 사회를 향한 울부짖음 같다. 들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청각장애 어린이들이 닫힌 편견의 문을 들이박는 것 같다. 응어리를 조금이라도 풀려는 몸부림 같다. 도가니의 뜻은 영화 속 인권센터 간사 서유진이 외치는 “미친 광란의 도가니”다. 개봉 10일 만에 관객 250만명을 넘어섰다. 지금껏 실화를 다룬 영화들이 적지 않았지만 도가니 같지는 않았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 이형호군 유괴사건을 모델로 한 ‘그 놈 목소리’, 개구리소년을 재현한 ‘아이들’과는 분명 다르다. 물론 공소시효 연장을 일궈내고 , 재수사도 끌어냈지만 도가니 파장과는 차이가 크다. 이전의 실화 영화들은 대체로 불특정 다수를 노린 범죄에 노출된 사회와 그 범죄에 대한 공권력의 대항에 초점을 맞췄지, 제도와 힘 있는 자들의 위력을 한데 묶어 적나라하게 겨냥하지는 않았다. 영화 도가니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청각장애 어린이들의 성폭행을 다뤘다. 2005년 이 사건은 세상에 드러났다. 공지영 작가는 실제 사건이 너무 끔찍하고 추잡한 일이 많아 절반도 쓰지 못했고, 영화는 소설의 3분의1밖에 묘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만큼 충격적이다. 하지만 죄질이 가장 나쁜 교장과 행정실장, 교사 등은 피해 어린이들의 부모를 어르고 회유해 조직적으로 진상을 은폐했다. 또 족벌체제의 교육권력과 돈을 밝히는 경찰과의 유착, 부정과 타협하고 출세를 좇는 검사, 전관예우라는 무기를 든 변호사, 법무법인이라는 유혹에 법 정의마저 내팽개치는 재판장 등 똘똘 뭉친 ‘권력의 카르텔’ 속에 사건의 실체는 존재할 수 없었다. 국가기관도 가해자였다. 때문에 “그들을 벌 받게 해주세요.”라고 소리 없이 손짓으로 절규하는 무력한 어린이들의 편을 드는 이들은 적고 약했다. 교장, 행정실장, 교사 등 가해자는 1심에서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영화 밖 현실에서는 교장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피고인들에게 재판장이 집행유예를 선고할 때 관객들은 숨을 멈춘 듯했다. 사회 이면을 한꺼번에 봐서다. 어이없는 판결에 피해자, 약자와 소수자로 감정이입된 탓일 게다. 음습한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을 법하다. 실제 재판에 참여했던 공판검사마저도 당시 상황에 “치가 떨린다.”라고 일기에 썼다. 도가니는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93세의 프랑스인 스테판 에셀이 세상을 향해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라며 “분노하라.”고 한 외침의 의미를 깨달은 듯싶다. 격분은 당연하다.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거나 부추기려는 게 아니다. 자신에 대한 경고이자 각성이다.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다. 당시 이런 분위기가 일었다면 인화학교에 교장 사진이 지금껏 걸리고, 교사가 버젓이 학교로 돌아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검찰이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긋고, 법원이 “실제와 다르다.”며 거리를 뒀겠는가. 광주교육청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사과했고, 경찰청은 재수사에 나섰다. 정치권은 법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인화학교 폐쇄라는 결정이 났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뒷북이자 반성이다.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막힌 것을 뚫고 닫힌 것을 열고 있다. 청각장애 어린이의 성폭행을 둘러싼 권력기관과 힘 있는 자들의 부당거래, 이에 따른 솜방망이 처벌에 더욱 분노하는 것이다. 인권과 정의라는 사회적 감정을 움직이는 기폭제가 된 이유다. 도가니가 가진 힘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영화를 본 뒤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장애아동에 대한 인권유린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옳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슬픔·분노의 도가니를 빚은 ‘힘’들이 먼저 자성해야 함은 물론이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보듬고, 함께 가야 한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영화 속 서유진이 “우리가 싸우는 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우리를 바꾸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듯 말이다. hkpark@seoul.co.kr
  • [Weekend inside] ‘도가니’ 공판 女검사 당시 일기 공개

    [Weekend inside] ‘도가니’ 공판 女검사 당시 일기 공개

    “성폭력에 관대한 선고형량을 잘 아는 나로서는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황당해하지 않지만 치가 떨린다.” 영화 ‘도가니’의 모델이 된 청각장애인학교인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의 재판에 참여했던 당시 공판검사 임은정(36·사법연수원 30기)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가 그때의 소회를 남긴 일기의 한 토막이다. 임 검사는 30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e-pros)에 2007년 ‘도가니’ 실제 사건의 공판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감정에 대해 글을 올렸다. 임 검사는 2007년 공판검사로 당시 사건의 피해자들을 증인신문하고, 현장검증도 했다. 임 검사가 쓴 일기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2007년 3월 12일 6시간에 걸친 증인 신문 시 이례적으로 법정은 고요하다.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자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하나가 올올이 곤두선 느낌. 어렸을 때부터 지속된 짓밟힘에 익숙해져버린 아이들도 있고, 끓어오르는 분노에 치를 떠는 아이들도 있고…. 눈물을 말리며 그 손짓을, 그 몸짓을, 그 아우성을 본다. 변호사들은 그 증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데 내가 막을 수가 없다. 그들은 그들의 본분을 다하는 것일 텐데. 피해자들 대신 세상을 향해 울부짖어 주는 것, 이들 대신 싸워 주는 것, 그리하여 이들에게 이 세상은 살아볼 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주는 것. 변호사들이 피고인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내가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해야겠지. 해야만 할 일이다. ●2009년 9월 20일 도가니… 베스트셀러라는 말을 익히 들었지만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잘 아는 아이들의 이야기인 걸 알기에…. 서점에 들렀다가 결국 구입하고, 빨려들 듯 읽어버렸다. 가명이라 해서 어찌 모를까. 아, 그 아이구나, 그 아이구나…. 신음하며 책장을 넘긴다.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면 한발 물러서서 사건을 바라봐야 하지만, 더러는 피해자에게 감정이입이 돼 버려 눈물을 말려야 할 때가 더러 있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 나왔다는 뉴스를 들었다. 2심에서 어떠한 양형요소가 추가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성폭력에 관대한 선고형량을 잘 아는 나로서는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황당해하지 않지만 치가 떨린다…. 법정이 터져나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던 그 열기가, 소리 없는 비명이 기억 저편을 박차고 나온다. 정신이 번쩍 든다. 내가 대신 싸워 줘야 할 사회적 약자들의 절박한 아우성이 밀려든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단독]도가니 관련 공판 검사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 올려

    [단독]도가니 관련 공판 검사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 올려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자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 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하나가 올올이 곤두선 느낌.”  영화 ‘도가니’의 모델 사건의 재판과정을 지켜봤던 임모 공판검사가 당시 남긴 일기의 한 토막이다. 임 검사는 30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e-pros)에 광주 인화학교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에 대한 재판과 소설 원작이 나왔던 당시의 소감을 일기 형식으로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이다. 임 검사는 2007년 공판검사로 당시 사건의 피해자들을 증인신문하고, 현장검증도 했다.  그는 “속상한 마음도 있지만 이 영화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을 반성하는 기촉제가 된다면,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또다른 ‘도가니’를 막을 수 있다면 감수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글을 소개했다.  임 검사는 2007년 3월 당시 6시간 동안 진행된 재판을 지켜보며 무력감과 분노를 함께 느꼈다. 그는 “변호사들이 그 증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데 내가 막을 수 없었다.”면서 “피해자들을 대신해 세상을 향해 울부짖어 주는 것, 이들 대신 싸워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2009년 소설 ‘도가니’가 나왔을 때도 임 검사는 감정이 동요됨을 또다시 느꼈다. 그는 자신이 공판검사로 참여했던 사건이 소설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설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당시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내가 대신 싸워줘야 할 사회적 약자들의 절박한 아우성이 밀려든다.”며 검사로서 사명을 다시 한번 새겼다고 말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사설] 성추행범의 변호사 등록 문제없다니…

    지하철 성추행 파문으로 사직했던 판사가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다는 소식은 깊은 절망감을 준다. 지난 4월 22일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안에서 성추행 현행범으로 체포됐던 황모(42) 전 서울고법 판사는 대법원에서 징계를 검토하자 즉시 사표를 제출했다. 당시 대법원은 사표를 수리하면서 “직무에 관한 위법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의원면직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혀 황 전 판사의 변호사 등록 길을 열어 놓았다. 피해 여성과의 합의로 고소가 취하돼 징계와 형사처벌을 모두 피한 황 전 판사는 지난달 22일, 사건 발생 후 딱 석달 만에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 등록을 마쳤다. 대한변협은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 막을 방법은 없다.”라는 입장이지만, “성추행범을 가장 잘 이해하는 변호사로 활약이 기대된다.”는 비아냥이 넘쳐날 만하지 않은가. 이 웃지 못할 일은 대한민국 법원의 일그러진 성윤리 의식이 가져온 결과다. 대법원이 황 전 판사를 징계하는 대신 사표 수리를 한 것은 성추행범인 제 식구를 감싼 것임에 분명하다. 직무상 위법을 저지르지 않았으므로 제2의 기회까지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식의 옹호는 시대착오적이며, 남성 중심의 그릇된 판단이다. 그동안 법원이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지나치게 냉정하고, 비인간적·반인륜적 성범죄 피의자에 대해서는 오히려 관대하기까지 했던 배경을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대법원은 스스로의 판단에 대해 반성하고, 이 시점에서라도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 권위와 공정성을 의심받는 법원은 또 다른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변협도 이번 파문을 계기로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러 물러난 판검사들의 변호사 등록을 자율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물론 국회 차원에서 변협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인 뒷받침을 해야 할 것이다.
  • 판검사·외무공무원 5명 중 1명이 여성

    공직 내 여풍(女風)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 검사 비율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2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으로 전체 검사 1749명 중 363명(20.8%), 외무 공무원 1564명 중 297명(19.0%)이 여성으로 확인됐다. 여성 검사 비율은 전년보다 2.3% 포인트 상승해 처음으로 20%가 넘었고 외무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1년 만에 2.6% 포인트 올랐다. 여성 판사는 이미 2009년에 22.7%(560명)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전체 공무원 98만 7754명 중 여성 비율은 41.8%(41만 2800명)로 2009년 전체 97만 8087명 중 40만 571명이었던 것에 비해 0.8% 포인트 상승했다. 여성 공무원 비율은 2004년 35.4%에서 2005년 38.1%, 2006년 38.8%, 2007년 40.1%, 2008년 40.8% 등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고위공직자 부패 작년 최고조”

    “고위공직자 부패 작년 최고조”

    이명박 정부 3년차인 지난해 고위 공직자 부패 정도가 2000년 이후 가장 심각해졌고 법조 분야가 공직 가운데 부패가 가장 심한 분야로 꼽혔다. 이런 결과는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전국(제주도 제외) 기업인·자영업자 1000명을 심층면접해 작성한 ‘한국 공공부문 부패실태 추이 분석’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기업인·자영업자 1000명 조사 13일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대상자 중 중앙부처 국·과장 이상 장·차관의 부패 정도가 심하다고 답한 비율이 86.5%로 김대중 정부 4년차인 2001년 85.3%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위공직자 부정부패 체감률은 노무현 정부 3년차인 2005년 76.4%으로 내려갔다가 2007년 85%로 올랐다. 또 현 정부 초기인 2009년 76.9%로 다시 떨어졌다가 급격히 올랐다. 전체 공공부문 비리가 심각하다는 응답률은 2007년 76.6%에서 2009년 55.9%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조사에서 59.6%로 다시 상승했다. 반면 대기업 등 민간 분야는 2007년 63.8%에서 지난해 44.9%로 감소하고 있다. 3대 정권 가운데 경찰·교육 분야 부패 체감도는 각각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법조 분야 부패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 정권에선 공직 분야 중 세무, 소방, 환경, 사회복지 분야의 부패 정도는 상당히 감소한 반면 경찰, 법조, 교육, 병무 분야는 오히려 높아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법조 분야 부정부패가 심각하다고 답한 이들은 74.1%로, 심각하지 않다는 답변보다 3배가량 많았다. 보고서는 “이런 응답이 전관예우에서 비롯된 변호사, 판검사 간 비리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검찰은 그러나 기소권은 물론 수사지휘권, 형행권까지 갖고 있어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엔 경찰 분야(2000년 82%), 노무현 정부 땐 교육 분야(2004년 58.2%)에서 부정부패가 가장 심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유흥가 업주에게 단속 정보를 흘리면서 금품을 받는 경우, 교육 분야에선 교육관련 업체, 학부모들에게 받는 촌지가 지적됐다. ●집권 3년차 부패 악화 장·차관, 국·과장 등 정부부처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에 대한 부패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민원인의 비율은 각각 76.9%에서 86.5%, 94.3%에서 94.5% 등으로 늘어나고 있어 정권 말기로 갈수록 부패의 고리를 끊기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우리나라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뇌물 상납 구조와 연관이 깊어 보인다. 응답자들은 부패발생 요인 가운데 인적인 측면에 대한 질문에 ‘공직사회 내부의 상납관행’을 67.7점으로 가장 높게 평가했다. 이와 함께 정권 말기로 가면서 비리 처벌이 약화되는 점도 고위 공직자 부패가 사라지지 않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부패원인은 업무상 관행 응답자들은 부정부패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관행을 뽑았다. 공직자 부정부패 원인에 대해 ‘떡값, 촌지 등 업무상 관행’ 때문이라는 응답이 2000년에는 45.8%, 2007년 50.6%였으나 2010년에는 70.1%로 높아졌다. 공무원 개인의 탐욕과 윤리의식 부족이라고 응답한 이들도 갈수록 증가 추세였다. 한편 공직 내부의 자체 통제 기능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김대중 정부는 부패 척결을 위해 공공기관 청렴지수 모형을 개발했고 노무현 정부는 부패방지 종합계획을 수립했지만, 현 정부에선 부패방지법과 국가청렴위원회가 폐지됐다. 한국행정연구원 관계자는 “공직자 부정부패는 국민의 대정부 신뢰를 낮추고 도덕적 무감각을 초래한다.”면서 “부처별로 연말 대통령 업무보고 때 의무적으로 다음 해 청렴도 계획을 수립해 보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뉴질랜드도 전관예우로 사회적 논란”

    “뉴질랜드도 전관예우로 사회적 논란”

    “뉴질랜드에서도 퇴직한 판검사가 법조계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판사는 독립적이어야 합니다.” 제14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시안 엘리아스(62) 뉴질랜드 대법원장은 한국의 전관예우 풍토를 듣고 이같이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난 그는 이번 회의에 참석한 32개국 가운데 유일한 여성 대법관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과거 판검사가 퇴직하면 법조계에서 일하지 않고, 사회에 공헌·봉사하는 것이 법조인들이 갖고 있는 신념이었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엘리아스 대법원장은 “1992년 뉴질랜드에서 연금제도가 없어졌고, 재정적·경제적 문제를 이유로 많은 판검사들이 퇴직 이후 중재·조정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문제는 최근 호주·뉴질랜드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판사 법정 드나들면 독립성 훼손” 한국의 전관예우와 관련, 그는 “연금으로 생활이 가능한데도 퇴임 후 법조계에서 일하면서 혜택을 받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판사는 독립적이어야 한다. 퇴임 후에도 법정에 드나드는 것은 후배 판사들의 독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엘리아스 대법원장은 “‘법의 원칙’을 믿는다.”면서 법관으로서 소신을 밝혔다. 그는 “판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송 당사자들에게 왜 이러한 판결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것”이라면서 “특히 기본권·인권·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소송 당사자를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차별 없는 곳 없다… 포기하지 말라” 연두색 재킷에 검정과 하양이 어우러진 물방울 무늬 블라우스를 입은 그는 판사보다는 친근한 홈스테이 여주인 같았다. 더없이 사람 좋은 미소를 가진 그도 처음 법조계에 들어섰을 때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엘리아스 대법원장은 “내가 로스쿨에 입학한 1966년만 해도 여성이 법학을 공부하는 일이 굉장히 드물었다.”면서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까지 탐탁잖아 했다.”고 회고했다. 또 “변호사가 돼서도 남자 동료들은 ‘저 여자가 과연 내 파트너 변호사로서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나타냈다.”면서 “법학을 공부하는 것, 변호사가 되는 것, 판사가 되는 것 모두 험난한 길이었다.”고 말했다. 엘리아스 대법원장처럼 여성 법조인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여성 차별이 없는 곳은 없다.”면서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공직 女風 거세지만… 승진 이끌어줄 ‘멘토’가 없다

    [테마로 본 공직사회] 공직 女風 거세지만… 승진 이끌어줄 ‘멘토’가 없다

    공직사회의 여풍(女風)은 갈수록 그 기세가 맹렬하다. 지난해 5급 공채에서 여성 합격자는 전체 369명 가운데 163명으로 44.2%를 차지했다. 지난해 공무원 4급 승진 심사에서도 양상은 엇비슷했다. 여성이 전체 심사 대상자의 25%나 됐다. 올 초 신규 임용된 법관의 65%도 여성이었다. 여성계의 최근 여성정책 화두는 단연 ‘고위공무원단(고공단)의 여성 10% 균형 인사’이다. 이런 목소리에 대해 관가는 “시간문제”라고 대체적으로 시각의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올 3월 기준,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은 전체 1510명 중 56명으로 3.7%에 불과하다. 그러나 근년 들어 여성 신입 공무원 수가 절반에 육박하고 있는 만큼 고위직으로의 진출도 시간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들이다. 외견상으로는 그런 해석이 나올 만하다. 지난 2002년 5급 공채 전체 합격자 370명 가운데 여성 합격자는 93명으로 25.1%에 그쳤던 것이 꾸준히 늘어나 2008년에는 거의 두 배 가까운 47.1%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산술적 결과와는 달리 여성 고공단 진입은 여전히 뚫기 힘든 ‘유리천장’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수적 열세는 벗어나고 있으나, 조직의 실제적 환경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이다. 여성가족부의 한 여성 사무관은 “여성 공무원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냉정히 따져 ‘여성 프리미엄’을 더 이상 얻기가 힘들어졌다는 얘기이기도 하다.”면서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와 여성으로서 개성 있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공직자들의 고공단 진출이 어려운 주요 배경은 뭘까. 남녀 할 것 없이 공직사회 내부에서 내놓는 풀이는 대체로 “(이끌어줄) 멘토가 없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고용노동부의 한 여성 사무관은 “대학 입시, 각종 고시에서 우위를 점한 ‘알파 걸’들이 사회로 진출한 뒤 ‘알파 우먼’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까닭과 같은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며 “여성 선후배가 소통하는 멘토 문화가 절실한데, 현재로선 고위직의 여성 선배가 태부족이어서 여성 중간간부들에겐 당장 옆에서 본보기 삼을 역할모델 자체가 없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공직사회도 일반 기업들의 여성임원 육성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원홍 연구위원은 “최근 KT는 차세대 여성리더 육성과 여성임원 비율을 높이기 위해 멘토링(지도자의 1대1 조언) 제도를 마련해 선배들의 경험을 공유하며 여성리더의 양적,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까운 선배의 지도편달은 결국 승진에 음양으로 실질적 역할을 하게 마련이라는 부연설명이다. 이 같은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실은 이상과 한참 거리가 멀다는 게 여성 공무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이상화 남부센터장은 “전체 여성 공무원 비율이 지난 2007년 이미 40%대를 넘어선 현실인데도 공직 내 여성 리더들의 인적 네트워크 조직은 찾아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4월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창립한 여성 사회지도자 네트워크인 ‘본 포럼’이 유일하다시피 한 여성 리더들의 연대모임이라는 것. 격월로 운영되는 이 포럼은 3급 이상 공무원, 군 장성급, 국회의원, 부장급 이상 판검사들, 공기업 임원 등 현직 사회지도층 여성 인사 100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 센터장은 “다양한 여성 직업종사자들끼리 네트워크를 공유함으로써 공공분야의 여성 대표성 확대에 대한 필요성을 확산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라며 “여성이 조직 내 의사결정권자가 되기는 여전히 힘든 만큼 이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여성인력 사회참여 활성화를 위해 고민한다.”고 말했다. 의사결정권을 가진 여성리더들부터 여성인재 발탁의 의지를 확고히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공직사회의 특수성과 보수적 분위기 등으로 여성 공무원들만의 연대모임은 만들어지기 어렵다. 여성 고위직 양성을 위해 정책적으로 배려된 교육 프로그램도 없다. 당장 중앙공무원교육원에도 여성 공직자들의 조직 내 역할을 제고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교육과정이 없다는 지적들이다. 교육원 관계자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관련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러나 여성공무원 수 자체가 이미 크게 늘어난 데다 여성만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오히려 성차별적이라는 시각도 있어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공무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2007년 40%대로 처음 진입한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여성이 전체 공무원의 50%대인 미국과 영국의 경우 여성 고위공무원 비율은 각각 31%(2009년)와 34%(2010년)를 차지하고 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관혼상제 중 혼례문화 개선 가장 필요”

    여성가족부는 10일 ´21세기 생활공감형 관혼상제 추진계획’을 국무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 보고했다. 이자리에서는 지난달 전국의 생활체감정책단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도 발표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1%가 관혼상제 중 가장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혼례’를 꼽았다.‘제례’와 ‘상례’를 꼽은 응답자는 각각 23.5%,12.1%였다. 혼례문화의 문제점으로는 ‘과다한 혼수’(56.1%)였고 ‘틀에 박힌 결혼식’(15.2%),‘주택마련 부담’(14.4%) 순이었다. 결혼식 축의금 관행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0.7%가 ‘부담되지 않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고 답했고, ‘다른 방법으로 대체해야 한다’(10.6%)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4.9%)는 의견도 있었다. 제례문화에 대해서는 긍정·부정적 의견이 엇비슷했다. 장례문화에서는 ‘장례서비스 업자의 횡포’(38.9%)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설문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생활공감형 관혼상제 추진계획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회의에서는 고위공직자의 경우 자녀 등의 호화 결혼식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장차관, 광역단체장, 국회의원, 판검사 등이 자율적으로 나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국무위원 간담회 등을 통해 고위공직자의 건전 관혼상제를 위한 실천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황수정·유지혜기자 sjh@seoul.co.kr
  • 판검사 수임제한 기준 파견기관 근무도 포함

    ‘전관예우 금지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행령이 중요하다. 하지만 법무부는 변호사법 개정안 시행 이후 아직까지 시행령을 마련하지 않았다. 법안이 전체적인 뼈대를 잡는다면 시행령은 구체적인 사안을 규정한다. 법무부는 다음주 중으로 장차관 입안 보고를 마치고, 이르면 7월 중 시행령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3일 법무부에 따르면 변호사법 개정안을 담당하는 법무과는 최근 시행령 초안 작성을 마쳤다. 일반적으로 시행령은 초안을 입안한 후 입법 예고, 법제처 심사, 관계부처 의견조회, 국무회의 확정 과정을 거친다. 법무부 관계자는 “장차관에게 초안을 보고한 뒤 법무부 안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라면서 “법무부에서는 내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만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내주 장차관 보고… 새달 중 시행 지난달 17일 공포된 변호사법 개정안은 판검사와 장기복무 군법무관, 그 밖의 변호사 자격이 있는 공무원이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하면 퇴직 전 1년간 몸담았던 기관이 처리하는 민·형사, 행정사건 등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시행령은 법안에서 담지 못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다. 법무부 관계자는 “판검사의 경우 소속 기관과 실제 근무 기관이 다른 일이 종종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이 법안에는 없었는데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했다.”면서 “실제로 파견돼 근무한 기관을 기준으로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형기준법 제정… ‘예우’ 발생 소지 차단 이와 별도로 법무부는 검찰의 사건처리기준을 세분화하고, 양형기준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또 영장항고제를 도입하고, 형량을 정함에 있어 정상감경의 요건을 구체화하는 등 형사사건 처리 기준을 객관화·세분화해 검사 및 법관의 재량 범위를 축소함으로써 전관예우 발생 소지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검사장급·고등 부장판사급 이상 고위직이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하면 퇴직 후 1년 내 선임된 검찰수사사건에 대해서는 최종 근무기관과 관계없이 위임전결규정의 개정을 통해 검찰 전결권자를 한 단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3일 전관예우 관련 비리단속 강화를 검찰에 지시했다. 공무원의 청탁·알선 명목의 금품수수 등에 대한 집중 단속을 통하여, 전관예우 관련 구조적 비리를 엄단할 계획이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대한민국 고문(顧問)의 세계]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 전관예우를 말하다

    [대한민국 고문(顧問)의 세계]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 전관예우를 말하다

    “최근 고위 공직자와 판검사 등 법조인의 전관예우 문제와 관련해 언론이 지적하고 우려하는 부분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권익위원회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20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고위 공직자들의 전관예우 문제에 대한 의견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현재 정부 관련 부처에서 논의 중인 단계라 구체적인 방안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적극 동의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최근 서울신문이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진단하고 있는 데 대해 특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로펌行, 돈 추구하는 듯 비쳐져” 그는 전관예우 문제를 거론하기에 앞서 먼저 공직자들의 삶의 자세를 지적했다. “오랫동안 공직자로 일해 왔다면 퇴임 후에는 ‘돈’보다 희생하는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란다.”고 운을 뗐다. “법조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로펌으로 향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는 것도 ‘돈을 추구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로펌 근무 경험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언론이나 일반 국민들이 고위 공직자 또는 판검사들의 로펌행을 로비스트화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면서 “비록 자신만은 아니라고 부정할지 몰라도 일반 국민들의 눈에 그렇게 비친다면 희생을 해서라도 로펌행 등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이홍훈 대법관이 전관예우 금지법의 정신을 존중해 퇴직 후 1년 정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이 대법관은 다음 달 1일 정년 퇴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김 위원장은 “나는 로펌 일이 적성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관심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대법관을 그만둔 후 로펌의 제의를 받았다는 소문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면서 “로펌에서는 단 한건의 제의도 없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판검사의 로펌행과 고위 공직자의 산하기관 및 사기업체 재취업은 문제가 다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 부분을 포함한 전관예우 문제 전반을 검토하고 대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로비스트 양성화는 섬세한 검토 필요” 하지만 일부에서 주장하는 로비스트 제도의 법제화에 대해서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며 비교적 자세히 의견을 밝혔다. 현재도 청원권 행사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로비가 가능한 상태이고 더욱 확대된 의미의 로비까지를 법제화하는 데는 판단이 잘 안 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로비스트 제도의 법제화는 양성화로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섬세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 최초로 여성대법관(2004~2010년)을 지냈다. 지난해 8월 퇴임 당시에는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전관예우 관행에 젖어 있는 법조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김 위원장의 남편이자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상임대표로 있는 강지원 변호사는 “집사람은 퇴임 일년 전부터 개업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애들이 다 컸고, 돈 벌어서 뭐 하느냐. 젊은 사람 일자리를 뺏어 가는 것”이라고 뒷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나도 지난 연말에 변호사 폐업 신고를 했다.”면서 “요즘 봉사 활동을 하러 다닌다.”고 소개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대한민국 고문(顧問)의 세계] 그들은 얼마나 받나

    김앤장, 태평양, 세종 등 국내 대표적인 로펌 고문들에 대한 대우는 사실 ‘극비’에 부쳐져 있다. “사건 수임료는 가족에게도 안 가르쳐 준다.”는 법조계 속언처럼, 사적 계약 사항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동료들도 자세히 알기 힘들다. 다만 이들이 공직에 진출할 때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빙산의 일각’처럼 일부만 알려지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관 출신 로펌 고문들은 대체로 2억원에서 5억원 선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봉은 직전 직급에 따라 나뉘는데 차관급 출신은 2억원 이상, ‘잘나가는’ 장관급은 5억원 이상을 받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관 중에도 경제 부처 출신은 다른 부처 출신보다 대우가 좋고, 이 중에도 감독 기능이 있는 금융감독원·국세청 출신은 한 단계 더 높은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봉은 개인 차가 크다. 특히 고위 판검사 출신들은 정책 자문 외에도 개인적 사건 수임이 가능해 연봉 수준은 일반 공직 출신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외 고문들은 업무용 차량이나 사무실, 비서, 운전기사, 법인카드 등을 ‘기본 옵션’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전관예우 금지법 이후 1호 퇴임판사 김영준 씨

    전관예우 금지법 이후 1호 퇴임판사 김영준 씨

    변호사 개업을 하는 판검사는 퇴직 전 1년간 근무했던 법원·검찰의 사건을 1년 동안 맡을 수 없도록 한 이른바 ‘전관예우 금지법’이 지난 17일 시행된 가운데 대구지법 제12형사부 김영준(46) 부장판사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18일 퇴직 발령을 받아 주목받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오는 23일자로 법관직에서 물러나 대구지방변호사회에 등록절차를 거친 뒤 대구지법 인근 오피스텔에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열 예정이다. →언제 사표를 냈나. -지난 2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때까지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개정 변호사법이 즉시 시행되는 줄 몰랐다. 1년 유예 기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일찍 출근해 책상 위에 놓인 신문을 보니 즉시 시행되는 것으로 보도됐다. 몇 시간 고민을 했다. 하지만 법관으로 오래 근무할 수 없는데, 더 망설이지 말자는 생각에서 사표를 냈다. →오래 근무할 수 없는 사정은. -경제적인 문제다. 판사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 공부를 시키고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늘 적자에 허덕였다. 그래서 언젠가는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생각해 왔다. →주위에서 만류하지는 않았나. -많은 반대가 있었다.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에서도 지난 11일 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법관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뒤 사의 번복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틀 동안 고민하다 지난 13일 최종적으로 나가겠다고 전했다. 함께 사의를 표명한 법관 중에 일부는 뜻을 번복했다는 말을 들었다. →실제 전관예우가 있다고 생각하나. -지금까지 판사를 하면서 전관예우를 의식하면서 재판한 적이 없다. 친구나 지인들로부터 전관예우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에도 항상 전관예우는 존재하지 않고, 단지 법관생활을 하지 않은 변호사들보다 판사 출신이 합리적이고 전문성을 더 인정받을 뿐이라고 답했다. 오랜 기간 재판을 통해 다양한 사건을 경험하면서 타당성 있는 판결을 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이 쌓였다고 할 수 있다. →개업 후 1년 동안 거의 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고 하는데. -나는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2년 동안 근무하다 올 초 대구지법 본원으로 옮겨 왔다. 따라서 대구에서 2개뿐인 법원의 사건을 모두 맡을 수 없다. 그러나 법을 검토한 결과 고법 항소사건과 가정법원 가사사건 등은 수임이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그 정도의 사건 수임으로 사무실 유지도 어려울 것이다. 아끼고 아낄 것이다. 사무실에 전화를 받을 여직원과 사무장 한명이 전부다. →법무법인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없었나. -제의가 있었다. 또 합동 변호사사무실을 열 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법무법인에 들어가거나 합동사무실을 차린다면 국민들의 시각이 곱지 않을 것이다. 대구지법과 서부지원의 사건을 다른 변호사가 담당하더라도 내가 맡았다고 의심하지 않겠나. →전관예우금지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들이 법원에 대한 시각이 삐뚤어져 있다면 법원이 이를 수용해 변해야 한다. 경위야 어떻게 되었든, 그 법으로 인해 나의 새로운 길에 엄청난 제약을 받게 된 것은 유감이다. 하지만 법원에 대한 유감은 전혀 없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프로필 대구 영남고와 고려대 법대를 나온 뒤 사법시험 33회를 거쳤다. 아내와 초·중·고교에 다니는 1남 2녀를 두고 있다.
  • [전관예우 관행 끝내자] “로비·보수액 상한 규제 필요”

    [전관예우 관행 끝내자] “로비·보수액 상한 규제 필요”

    ‘퇴직공무원 취업제한 기준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보수액 기준도 추가하라.’ 한국행정연구원이 17일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개최한 ‘공직자 윤리성 확보를 위한 전관예우 관행 개선방안’ 세미나에선 실효성이 떨어지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공직사회 내부가 국민 여론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회전문 인사에 대해 너그럽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요지를 정리했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공직자의 윤리 확보와 이해충돌의 방지’ 주제발표에서 “이해 충돌은 공직 전 생애(입직 전-재직 당시-퇴직 후)에 걸쳐 발생하는데 특히 퇴직 후 발생하는 전관예우가 문제”라고 전제한 뒤 “미국의 정부윤리법을 차용한 우리 공직자윤리법은 첫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고 비판했다. ●유관업종 취업제한 2년→4년 미국은 이해충돌 방지에 초점을 맞췄지만 우리는 이를 외면하고 취업으로만 국한시켰다는 것이다.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3년 취임 후 처음 서명한 법안은 정무직 고위 공직자에 대해 퇴임 후 5년간 해당 기관을 위한 로비활동을 금지시킨 연방집행명령이었다. 또 미국 의회 스스로 20세기 가장 훌륭한 법률이라고 자평하는 뇌물 및 이해충돌법률(1962년 제정)은 전직 공무원·의원들이 특정 문제와 관련해 연방기관에 대해 특정한 정당을 대변하는 행위, 연방 공무원이 연방정부 일처리와 관련해 특정인을 대변하거나 재정적 이해관계를 갖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나카무라 도라아키 우송대 솔브리지 국제대학 교수는 일본의 전관예우 실태와 방지제도를 소개했다. 일본에도 낙하산 인사는 있다. 이른바 ‘아마쿠다리’ 혹은 ‘와타리’로 상급기관의 공직경험을 토대로 유관기관에 재취직하는 ‘특권적 신분보장’이다. 그러나 나카무라 교수는 “전관예우가 사회적인 골칫거리는 아니다. 사법부의 경우 정년퇴직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에다 전관변호사에 대한 각 지역 변호사회 감시가 매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2008년 12월 개정된 국가공무원법을 통해 민간기업에 재취업한 퇴직 공무원의 현직에 대한 의뢰·요구를 금지하고 있다. 공무원이 다른 임직원이나 전 임직원의 재취직을 알선해서도 안 된다. 대상기관은 지방공공단체, 국가·국제기구를 제외한 모든 영리기업, 주요 비영리법인이다. 특히 일본은 공무원 취업제한은 물론 이해관계가 있는 행위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직원이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에 대해 구직활동을 할 수 없다. 이환성 한국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공직자윤리법 강화를 통한 제도적 보완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 2에 명시된 이해충돌 방지 의무 대상자를 현 공직자는 물론 퇴직자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직자의 취업제한 기간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은 특정업무는 제한기간을 4년까지 확대하고, 고의적인 경력 세탁 방지를 위해 업무관련성 기준 기간도 ‘퇴직 전 3년 이내’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안을 내놓았다. 업무관련성 적용범위도 ‘퇴직 전 3년간 소속부서’로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고 있는데 과장 이하는 소속 과, 국장 이하는 국, 기관장은 기관 전체업무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소속부서 업무와 관련 있는 영리 사기업체’ 범위도 현재보다 넓게 해석해 간접적으로 관련되는 업무도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영리 사기업체 기준이 자본금 50억원 이상이고 연간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인 업체로 한정돼 있다.”면서 “둘 중 한 가지 요건만 충족시키도록 하고 법무·회계·세무법인을 취업제한업체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의 100% 취업승인률 낮춰야” 이 밖에 공직자 윤리위원회 역할을 강화해 행정심판권을 주는 대신 남발되는 취업승인권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언급도 눈길을 끌었다. 이 연구원은 “취업 후 2년간 연간 보수액을 신고토록 해 기준액을 초과하면 윤리위가 별도로 심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오승호 서울신문 편집국 정치에디터는 “전관예우 당사자인 법조인, 금융인들의 인식이 일반 시민들과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오 에디터는 “한 은행 지점장은 ‘금감원 출신이 시중 은행 감사로 오는 관행은 필요악’이라고 하더라.”면서 “변호사협회의 한 회원은 판검사 출신 전관예우에 대해 ‘오히려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대형 로펌행이 더 심각한 게 아니냐.”고 반문하는 등 아예 딴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오 에디터는 “로펌의 수익구조 절반 이상이 용역서비스인데 이 곳에 중앙부처 출신들이 몰린다는 건 그만큼 현직 때 인맥을 동원한 로비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수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보수액 규정으로 취업제한을 하거나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는 아예 퇴직 후 1~2년간 취업을 못 하도록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전문성·직업자유 훼손 없어야” 그러면서 “재취업은 보장해야 하지만 법의 잣대를 엄격히 들이대고 ‘행위 제한 제도’를 재산등록의무자 전체를 대상으로 도입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퇴직공무원의 법률대리 행위나 고문 역할 등 간접적인 압력행사까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재근 참여연대 시민감시팀장은 “한승수 전 총리가 부총리·총리를 거치면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왔다 갔다 했다.”면서 “이런 분들의 청탁이나 알선을 무시할 수 있는 공직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직업공무원제의 의미는 공직에만 전념한 뒤 명예롭게 퇴직해 연금생활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중간퇴직하고 고액 연봉의 직장으로 옮기는 걸 당연시하는 풍토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예로 들면서 “건전한 규제는 강화되어야 하지만 규제권을 가진 공무원의 재량을 과도하게 거둬들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 연구위원은 “자칫하면 평생 쌓은 공무원의 전문성을 무시하거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저해할 수 있으므로 현재 시행 중인 공직자윤리법의 운영의 묘를 찾아야 한다.”면서 “현재 거의 100%에 이르는 취업승인율을 대폭 낮추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커버스토리] “돈 나와라 뚝딱” 전관예우는 도깨비 감투

    [커버스토리] “돈 나와라 뚝딱” 전관예우는 도깨비 감투

    법무장관을 지낸 K씨는 2002년 고검장을 퇴직할 때 재산이 8억 4000여만원이었다. 그러나 불과 6년 뒤 다시 공직에 입문할 때는 재산이 7배인 57억 3000여만원으로 늘었다. 이 중 집값 상승분 15억원과 부인의 상속재산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고검장 퇴직 후 변호사 개업과 함께 4개 대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아 벌어들인 수입이다. ●“집값 상승·상속 늘어… 변호사 개업·사외이사 수입” 그런가 하면 현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뒤 금융권에 몸담고 있는 또 다른 K씨는 과거 공직 퇴임 후 민간에서 일했던 10년 동안 6억여원의 재산을 31억여원으로 불렸다. “변호사 수입 등 순수입은 20억원에 못 미친다.”는 전 법무장관 K씨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의 ‘위력’이 막대하다는 사실을 웅변해 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전관예우를 바탕으로 한 한국형 출세의 전형을 보여 주는 전·현직 고위관료의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어떨까. 사실상 ‘전관예우’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법조계만 놓고 봐도 변호사로 떼돈 벌겠다며 옷을 벗는 판검사들은 찾기 힘들다. 미 연방사법센터(FJC)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방 지방법원 판사의 연봉은 평균 17만 4200달러, 연방 고법판사의 평균 연봉은 18만 4500달러, 연방 대법판사의 평균 연봉은 21만 3900달러다. 반면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펌에 취직한 1년차 변호사의 평균 연봉은 18만 달러로, 연방 지법판사와 고법판사의 중간 정도다. 돈을 많이 번 유능한 변호사들 중 일부가 판사가 됐다가 다시 민간으로 나오는 경우가 간혹 있으나 그 판사가 전관예우 덕분에 좋은 로펌에 들어갔다는 인식은 찾기 힘들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맡아 미국 역사상 최장기 호황을 이끌어 낸 로버트 루빈은 월가에서 엄청난 돈을 벌고 골드만삭스 공동회장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장관에서 물러나 씨티그룹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미국에선 이를 전관예우의 관점으로 보지 않는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 전관예우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은 물론 제도와 관행, 문화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젊어서 관(官)에 들어가 명예와 권력을 누리다가 퇴임 후 그 기반을 업고 기업에서 부(富)를 쌓는 것이 한국형 출세의 전형이다. 반면 미국은 젊어서 민간부문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돈을 많이 번 사람 중 일부가 명예를 추구하기 위해 관에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쥐고 있는 연방준비은행(FRB)은 아예 ‘민간 금융기관 근무 경력 5년 이상’을 채용 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채용된 공무원들은 몇년 근무하다가 다시 민간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이동이 잦다. 그러나 한번 퇴임한 사람이 옛 직장에 연줄을 찾아 선을 대기란 쉽지가 않다. 판사들 역시 한국처럼 사시를 패스해야 하는 게 아니라 민간 변호사 중에서 유능한 인물을 그때그때 시험 없이 채용하는 시스템이어서 한국처럼 서로 끌어주는 조직문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전관예우’라는 개념이 없는 미국의 공직사회는 또 다른 함정을 내포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마디로 미국에서는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기업의 유착 정도가 워낙 강해 따로 전관예우를 해야 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으로, 전관예우가 없다는 것만을 공정사회의 척도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韓, 젊어서 官→퇴임후 기업… 美, 거꾸로 기업→官 따라서 전관예우 문제는 당장 공정사회 실현을 저해하는 사회악으로서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거대자본을 정부 등 공공부문이 제어할 수 없는 단계로까지 우리 사회가 나아가는 것을 선제적으로 제어하는 차원에서라도 강도 높게 대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과학부)는 13일 “전관예우 관행이 고착화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미국처럼 기업이 지배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하나의 징후로 볼 수 있다.”면서 “아직 (완전한 기업사회인) 미국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도 점점 기업이 정부의 힘을 압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기업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는 입법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라면서 “결국 정부나 국회의 조정기능이 약화하면서 약자들에게는 더욱 불리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서울 유대근기자 carlos@seoul.co.kr
  • “전관예우 = 전관범죄… 제도·인식 모두 변해야”

    이른바 ‘전관예우 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제도에 그칠 게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화까지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수 권력기관의 인사들이 인간관계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관예우라는 말보다 ‘전관범죄’라고 봐야 한다.”면서 전관예우금지법 도입을 반겼다. 그러면서 홍교수는 법안이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 문화적 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조계는 물론 사회 전반의 인사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전관예우가 자기 사람을 심어 놓은 고위 법조인들이 퇴직한 뒤 그 인맥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사시스템과 문화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교수는 “1년은 너무 짧다. 최소 퇴직 전 2년간 직전 근무지에서의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도 “법 하나 만들었다고 우리 사회의 문화가 바뀔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외국의 경우 판검사를 하다가 변호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를 하다가 법원이나 검찰로 간다. 이런 시스템적인 개혁이 수반돼야 사회문화가 바뀌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1989년에도 법조인들의 수임을 제한하는 법률이 만들어졌다가 헌재에서 기각됐는데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법연수원 입소를 앞둔 예비 법조인 최정필(26)씨는 “젊은 법조인의 경우 전관예우에 대한 문제의식이 상당히 치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경쟁을 거치지 않고 법조인이 과거의 경력으로 이득을 얻는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어 “단순히 이 법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학연과 지연, 과거의 인연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은 “법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사실상 전관예우가 보편화돼 있다.”면서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법조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전관예우 문화가 퍼져있다. 좀 더 넓은 차원에서 전관예우를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관’들을 영입하는 이유가 그들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인맥을 이용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대검 “수사검사 공판관여 추진”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직접 공판에 나가도록 공소유지 관련 원칙을 바꾸는 방안을 검찰이 추진 중이다. 22일 대검찰청 관계자는 “수사검사의 공판 관여를 원칙으로 하고, 피의자가 자백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건의 경우에만 ‘공판검사’를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수사검사가 수사 후 기소를 하면 이후 공판 업무는 따로 공판검사가 맡고 있다. 다만 특수부 사건 등 사안이 복잡한 경우에만 수사검사가 투입됐다. 그렇지만 수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공판검사가 공판을 진행하다 보니 사건기록을 따로 검토해야 했고, 사안에 대한 이해도 역시 낮아 문제가 돼 왔다. 또 자신을 수사한 검사와 법정에서 만난 검사가 달라 피고인들이 불만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수사검사의 공판 관여 원칙에 대해 판사·변호사들은 긍정적인 입장이다. 사실관계나 쟁점 등에 대해서는 직접 사건을 수사한 검사에게 묻거나 따지는 게 가장 확실하기 때문이다. 수사검사의 공판 관여가 적극 시행되면 공판 진행의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발이 적지 않다. 공판에까지 매달리면 수사할 시간이 없어져 ‘수사 능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같은 날 공판이 여러 재판부에 배당되기도 하는데, 검사가 공판에 다 나간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싱글 라이프] 돌이키고 싶은 10년전 선택

    [싱글 라이프] 돌이키고 싶은 10년전 선택

    “그때 내가….” 돌이켜 봐서 후회되는 일 몇가지 없는 사람이 있을까. 현실에 100%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2010년 9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직장인 822명을 대상으로 ‘청소년기에 희망했던 직업과 현재의 직업이 일치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6.9%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어릴 때의 꿈을 실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다. 또 ‘일치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의 31.1%가 ‘능력개발이 부족해서’라고 답했고, 27%는 ‘진로설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라고 하는 등 과거 자신의 노력이나 선택을 이유로 들었다.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잊고 싶은 기억을 돌이키고, 엇갈린 인연을 이루고 싶지 않을까.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싱글들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또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들어 봤다. “그때 용기 낼 걸”… 접어버린 첫사랑·꿈 ●짝사랑했던 첫사랑의 결혼식서 축가 12일 서울 방배동. 송세혁(가명·30)씨가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대학 동기 P의 결혼식 피로연에서다. 이날 송씨는 결혼식장에서 축가까지 불렀다. 송씨는 10년 전인 2001년 대학에서 그의 첫사랑을 만났다. 같은 과 동기였던 P는 잘 신어보지 않은 듯 하이힐을 신고 힘겹게 계단을 올랐다. “약간 팔자 모양으로 걷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이면서도 귀엽고 매력적이었다.”고 그는 돌이켰다. 특히 노래방에만 가면 자신에게 “노래를 잘한다.” “목소리가 멋지다.”고 칭찬하던 P였다. 송씨는 혹여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 한 음절 한 음절에 목소리에 혼을 담았다. P의 매력을 알아챈 건 송씨뿐만이 아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몇몇 동기와 선배들도 P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이때부터 서로 말 못하는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승자는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다. 이듬해 아직 고백을 못하고 끙끙대던 송씨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렸다. 3월 말년휴가를 나온 선배와 P가 사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백 한 번 못하고 마음 졸이기만 수백번, 수천번. 송씨는 학교 근처 하천에서 강소주를 마셨다. 학교에 다니는 둥 마는 둥 그는 학기를 마치는 대로 입대를 했다. 휴가 때마다 P의 소식을 물었지만, P는 여전히 그 선배와 열애 중이었다. 밤에 둘이 지하 매점에서 키스하다 경비아저씨한테 들켰다는 소문이며, 단둘이 인천 앞바다 섬으로 여행을 갔다가 파도가 세 며칠을 지내고 왔다는 친구들의 ‘디테일’한 진술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소주잔을 비우는 일뿐이었다. 결국, P가 10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자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송씨에게 축가까지 부탁했다. 낮부터 마신 술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송씨는 “그때 고백을 했어야 했는데…. 다시 기회가 있을 줄 알았어요.”라고 말하며 애써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행복해 보이니 마음은 놓이네요. 이렇게 말할 자격은 없지만….”이라면서 “저도 이제 제 사랑을 찾아야죠.”라고 말했다. ●“아버지 사업 망해 로커꿈 접어” “슈퍼스타 케이(K)를 보니 다시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솟아요.” 휘경동에 사는 김진수(31)씨는 10년 전 로커의 꿈을 접었다. 김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97년 여름 친구들과 밴드부를 결성하고 자신은 보컬을 맡았다. 얼마 안 되는 용돈을 모으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연습공간도 빌렸다. 축제 때 그의 헤드뱅에 인근 학교 여학생들은 자지러졌고, 인기를 독차지한 그는 친구들로부터 시샘도 받았다. 하지만 성적은 사정 없이 곤두박질쳤다. “이 놈이 공부는 안 하고.” 성적표를 받아보고 화가 난 그의 아버지는 방에서 기타 줄을 튕기고 있던 김씨에게 와 기타 줄을 끊어놓기까지 했다. 그래도 김씨는 굴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몰래 밴드 연습을 하면서 마이크를 내려놓지 않았다. 재수 끝에 2000년 4년제 지방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김씨는 이제는 취미가 아니라 진짜 가수가 되기 위한 밴드활동을 시작했다. 연예매니지먼트사를 찾아다니며 자신의 노래를 홍보하면서 스타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이듬해,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망하게 돼 빚더미에 앉게 돼 가수의 꿈을 ‘잠시’ 접을 수밖에 없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는 그는 기타 줄을 튕길 수 없었다. 생활비와 학비를 손수 벌어야 했다. 김씨는 “엄한 아버지보다 무서운 게 ‘생활’이더라고요. 가끔 밴드활동을 계속했다면 지금 어땠을까 후회될 때도 있죠.”라고 말하며 애써 의연한 척 억지웃음을 지었다. 일탈을 모르던 ‘범생이’ 탈피하고파 ●“공부만 했더니 친구 안 남아.” “줄기차게 공부만해서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대기업에 다니고 있긴 한데….” 서울 서초동에 사는 오주연(가명·27·여)씨는 가끔씩 초·중·고교 동창생들의 미니홈피에 들어가 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9년이 지나 달라진 친구들의 모습을 보다 추억에 잠겨 혼자 배시시 웃기도 했다. 하지만 금세 요동치는 감정을 억누르기는 어려웠다. 친구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자신의 빈자리에 질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씨는 학창시절, 공부에만 몰두했다. 공부말고는 별다른 취미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에게 소홀했던 것이 후회로 남는다.”고 그는 말했다. 딱히 친구들을 멀리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와서 보면 초·중·고교 시절에 만나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이 거의 남지 않았다. 반에서 1, 2등을 다툴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오씨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그를 자랑스러워했고 그는 늘 어른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오씨는 모범생이기도 했다. 친구들이 밤에 야간 자율학습을 빼먹고 공원에 놀러가자고 할 때도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어제 진짜 재밌었지. 킥킥킥.”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눠도 강씨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내로라하는 명문대학에 입학했고 지금도 역시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친구는 거의 남지 않았다. 그는 “10년 전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공부보다는 친구들하고 깔깔대며 웃고 떠들고 어울려 다닐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20년 넘게 이어진 일상, 이젠 깨고 싶어” “부럽네요. 일탈할 수 있는 특권. 마음만 먹으면 하늘을 날 수 있겠다는 용기.” 경기 분당에 사는 권혜영(28·여)씨는 일본작가 이시다 아라가 쓴 포틴(4teen)의 책장을 덮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평범한 14살 중학생들이 매일 모여서 일상을 깨는 것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면서 자신이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날라리가 되지 않겠다.”고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일곱 살부터 시작된 그의 학교생활은 대학졸업 후 그대로 직장생활로 20년 넘게 이어졌다. 장소만 바뀌고, 오전 7시 등교에서 오전 9시 출근으로 시간만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그때부터는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루틴”이 시작된다. 직장생활 5년차였던 그는 한참 회사생활이 지겹다고 느끼던 그다. 권씨는 다시 고등학생이 된다면 “시간표대로 짜인 일상을 살지 않고 오늘은 어떤 기발한 것을 해볼까 하며 고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에서처럼 방학 때 부모님께 거짓말하고 친구들끼리 자전거로 여행을 떠난다든지 아니면 수업을 제치고 온종일 만화책을 읽고 돌아온다든지 어찌 보면 소소하지만, 그때만 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해 보고 싶어요.”라며 깔깔 웃었다. 만족감 없는 직업… 꿈을 좇았더라면 ●“고시공부할걸….” “고시공부했더라면 지금쯤….” 입사 8년차 대기업 과장인 김영섭(가명·35)씨는 대학생 때 고시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것을 가장 큰 후회로 삼는다. 법학과를 졸업할 2004년 그의 주변에는 사법시험·행정고시를 준비하던 친구들이 많았다. 그가 대기업에 취직을 했을 때 모두 부러운 눈으로 보던 친구들이다. 체육복 차림에 모자를 눌러쓴 친구들에 둘러싸여 우쭐해 했던 그다. 하지만, 이때로부터 채 5년도 지나지 않아 상황은 역전됐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판검사가 되고, 정부 요직에서 근무하면서 그의 직장은 딱히 내세울 만한 것이 못돼 버렸다. 특히 이제 갓 마흔이 넘은 선배들이 줄줄이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걸 보고 있으면 아직 장가도 못 간 김씨는 불안하기만 하다. 그는 “친구들은 늦었지만 서른두세 살에 고시합격하고 선보고 해서 시집·장가도 잘 갔는데, 저는 일만 죽도록 하다 보니 장가도 못 갔네요.”라면서 “이제 남은 건 두둑한 뱃살하고 벗겨지는 이마밖에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교사? 역사학자? 제주도에 사는 이정화(29·여)씨는 2007년부터 5년째 초등학교 교사다. 하지만 이씨는 10년 전인 2001년 대학 입학 원서를 쓸 때만 해도 자신이 교사가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의 꿈은 역사학자. 중·고등학교 6년 내리 한마음이었다. 하지만 원서를 쓰던 그날, 모든 것이 바뀌었다. “교대를 가라.”는 부모님의 권유에 처음엔 황당해 했고, 다음 순간 무서웠다. 처음이었다. 부모님께 진학에 대해 상의해 본 적이 이때말고는 없었다. 하지만, 이씨는 부모님에게 설득됐다. ‘IMF’ ‘경기’ ‘취업’ 운운하시는 부모님의 논리에 설득된 것이 아니다. 그는 “막연하게 ‘역사 공부는 꼭 직업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거잖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두어 시간 짧은 설득작업 끝에 그는 교대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대학 4년을 마쳤고, 삼수를 하긴 했지만, 임용고사에 합격했다. 최고의 교사는 아니지만 인기있는 교사가 됐다. 그래도 늘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붙들고 있다. 늘 새로운 역사 관련 서적이 그의 가방에 자리 잡고 있다. 역사공부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도 ‘교사가 되길 잘했다. 천직이다.’라고 생각하는 이씨다. 그는 “수업 시간에 저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순진한 표정을 보면 교사가 된 게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여전히 제가 대학 때 한국사를 공부했다면 지금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은 있어요.” 이씨가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교대가 아닌 사학과에 지원했을까? 이씨는 “아마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윤샘이나·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열린세상] 바람이 불면 풀은 눕는다/강형기 충북대 행정학 교수

    [열린세상] 바람이 불면 풀은 눕는다/강형기 충북대 행정학 교수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에는 법률가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회의장, 여당 대표, 여당 사무총장 모두가 검사 출신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당 최고위원 4명 중 두 명이 판사와 검사 출신이고 한 명은 행정고시 출신이다. 고시 출신들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들 한다.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누구나 그렇게 인정한다. 그러나 법률가들이 장악한 우리의 정치를 보면서 왜 이리도 불안한 느낌이 드는가? 선조 6년 10월, 율곡 선생은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는 나라를 걱정하면서 임금이 보다 더 분발할 것과 정부의 인사혁신을 다음과 같이 건의했다(민족문화추진회편 ‘石潭日記’·1998). “요사이 인사(人事)가 점점 어긋나서 기강이 풀리고 인심이 흩어져 장차 나라 꼴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나라에는 되는 일이 없고 한 가지 폐단을 고치려고 손을 쓰면 이것이 다른 폐단을 만들어 오히려 해로움만 더해 가는 것도 다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공도(公道)가 사정(私情)을 이기지 못하고 정도(正道)가 사악(邪惡)을 이기지 못하는데 어떻게 기강이 서겠습니까. 나라의 기강 없이는 무엇 하나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나라에 희망이 없습니다. 그러나 기강이란 엄히 명령을 내린다고 해서 세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법령과 형벌로써 억지로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기강은 착한 것은 착하다 하고 악한 것은 악하다고 하는 공정이 확립되고, 사사로운 정이 행해지지 않아야 서는 것입니다. 또한 옳고 그른 것을 한결같은 천칙(天則)에 따라 정연하게 할 때 세워지는 것입니다. 특히 세상이 쇠하고 도가 미미하면 보잘것없는 선비들은 오직 과거(科擧)만이 출세의 길인 줄 알지만, 훌륭한 인물들은 과거를 탐탁잖게 여깁니다. 따라서 과거로 사람을 쓰는 것은 말세의 일이지 어찌 성세(盛世)의 일이겠습니까. 과거로 사람을 뽑는다면 글 재주는 있어도 쓸모없는 사람이 요직을 차지하는 것이 걱정됩니다.” 그렇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옛날 율곡 선생이 걱정했던 그 시대처럼, 공도(公道)가 사정(私情)을 이기지 못하고 정도(正道)가 사악(邪惡)을 이기지 못하여 나라의 기강이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온통 검사와 판사 출신들이 이끌어 가고 있는 이 나라의 정치가 정부의 기강을 잡아줄 것인가. 율곡 선생의 걱정과는 달리 고시 출신의 정치가들도 선거라는 세례를 받았고, 당 내에서 공론의 과정을 거쳐 선출된 사람이다. 따라서 고시합격만이 염원이어서 최소한의 덕성도 함양하지 못했던 그 막말하던 판검사들과는 다른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기강을 잡아주도록 기대하기보다는 우리의 현상에 그들의 얼굴이 대입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바람이 불면 풀은 눕는다. 눕는 풀 단속 말고 부는 바람을 다스려야 한다. 정치를 한다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는 부는 바람을 다스리는 도량(度量)의 정치가 실종된 지 오래다. 단지 눕는 풀을 단속하는 역량(力量)으로 존재를 구걸하는 법가(法家)의 정치만이 횡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량에서 도량으로의 혁명은 불가능한 것인가? 마치 노끈을 너무 꼬아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것 같은 우리 사회에 정치가 여유를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때 ‘법대로’라는 말이 우리 정치의 주제가 된 적이 있었다. ‘법대로’라는 말은 소위 ‘떼법’에 밀려 원칙과 정의가 실종되어 가는 우리 사회의 기강을 바로잡아 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중에서는 분쟁의 마지막 길이 ‘법대로’이다. 그래서 ‘법대로’를 ‘막가자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은 것이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알아야 한다. 정치가는 법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정치가의 화두는 법이 아니라 도덕이어야 한다는 것을.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람결을 따라 풀이 눕게 하듯이 준범(遵範)을 보여서 따라오게 하는 것이 지도력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 피고인 방어권 대폭 강화… 무죄율 상승

    피고인 방어권 대폭 강화… 무죄율 상승

    법정에서 공판중심주의가 한층 활성화된다. 서울중앙지법이 공판중심주의 재판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통일된 매뉴얼이 없어 재판부마다 진행절차가 들쭉날쭉했다. 매뉴얼은 이를 해결하는 교과서 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판중심주의는 사법부의 신뢰회복을 위한 것으로, 이용훈 대법원장도 이를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2008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됐다. 과거 30분이면 끝나던 재판이 2시간 이상 길어지면서 1심에서 무죄 선고율도 높아졌다. 이에 비상이 걸린 검찰도 공판양형 월례회의를 여는 등 문제점과 개선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지금 저 장면은 어떤 상황인지 피고인이 직접 설명해 주세요.”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525호 법정. A씨는 일하던 옷 가게의 장부를 조작해 1년간 6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섰다. 가게 주인은 A씨의 근무 모습을 촬영한 폐쇄회로(CC) 동영상 20여개를 증거로 제출했다. 법정에 마련된 모니터의 동영상에는 A씨가 손님에게서 받은 돈을 자신의 지갑에 넣는 장면이 나왔다. 재판장은 동영상을 정지시키고 물었다. A씨는 “거스름돈이 부족해 내 돈을 썼고, 나중에 이를 챙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장인 정선재 부장판사는 2시간 동안 동영상을 법정에서 같이 보며 A씨의 설명을 들었다. 형사재판이 확 달라지고 있다. A씨의 재판처럼 재판장이 법정에서 증거를 하나하나 따지며 확인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된다.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된 까닭이다. 서울중앙지법 법관 10명으로 구성된 ‘공판중심주의 구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온 중앙지법은 공판절차 매뉴얼을 개발 중이라고 6일 밝혔다. 중앙지법 관계자는 “형사 재판부 전체 회의 등을 거쳐 18일까지 매뉴얼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F는 지난 1~4일 자신들이 심리하는 공판을 다른 판사들에게 공개했다. 판사가 공판 과정을 다른 판사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앙지법이 처음 개발하는 매뉴얼은 국내 공판중심주의 재판 절차의 ‘교과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국의 다른 법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매뉴얼은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신문에 앞서 ‘진술 거부권’을 알려 주도록 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1심 재판 때 한 전 총리가 진술 거부권을 행사해 주목을 받았다. ‘피고인 방어권’도 한층 강화된다. 검찰은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고소인 또는 참고인의 진술을 상세히 거론할 경우 재판장이 소송지휘권을 발동해 이를 막을 수 있게 했다. 재판부에 제시된 증거 서류는 가급적 법정에서 낭독해 피고인이 알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복잡한 사건의 경우 공판 때마다 증거조사를 하도록 권장하고, 피고인이 자백한 사건은 검찰이 구형 직후 바로 선고를 하는 ‘즉일 선고’도 적극 활용하게 했다. 피고인이 판결을 선고받을 때 자리 잡는 위치는 변호인석 옆에 있는 ‘피고인석’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과거 재판장 정면 가운데 피고인석이 마련된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공판중심주의가 더욱 강화되면 무죄 선고율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7년 0.26%였던 1심 재판부 무죄 선고 비율은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된 2008년 0.30%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0.37%에 달했다. 공판중심주의 정착을 위해서는 보완 사항도 많다. 검찰의 경우 법원에 비하면 준비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수사 중심의 검찰 인력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검찰 안팎의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서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해 1, 2심 형사 공판사건은 30만 8681건. 공판검사가 232명에 불과해 1명당 평균 1330.5건을 처리했다. 공판에도 일주일에 4일씩 연간 200일 들어간다. 밤 늦게 일해도 인력,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그만큼 공판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판 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서울고검과 중앙지검 공판 검사들은 3일 처음으로 합동 세미나를 열었다. 이들은 형사소송법 중 증거 관련 규정의 쟁점과 실무상 유의점을 토론했다. ‘공판양형 월례회의’를 열어 공판 활동의 문제점과 개선책도 마련하고 있다. 정은주·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