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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차 촛불집회] 서울역광장 보수단체 맞불집회...“박 대통령 퇴진 요구는 마녀사냥”

    [5차 촛불집회] 서울역광장 보수단체 맞불집회...“박 대통령 퇴진 요구는 마녀사냥”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5차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서울역 광장에는 지난 주에 이어 박 대통령 퇴진을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열렸다.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행동’ 등 보수단체들은 이날 서울역 광장에 모여 ‘하야 반대’라고 적힌 피켓과 태극기를 흔들며 시민들을 향해 ‘대통령 하야 반대’, ‘탄핵 반대’ ‘지키자 대한민국’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울에 첫눈이 오고 기온이 내려 간 탓인지 집회 참석 인원은 지난 주보다 크게 줄어 주최측 추산 1만명, 경찰 추산 1000여명이 모였다. 지난 19일 집회 때는 주최 측 추산 7만명, 경찰 추산 1만 1000명이 모였다.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의 참가자들은 두꺼운 패딩과 모자, 우비 등으로 중무장하고 나왔다. 한 시민이 ‘친일파 박정희 박근혜는 나가라’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자 참가자들은 경찰이 제지하지 않는다며 경찰을 밀치려 해 한 때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간혹 집회 장소를 지나는 시민이 욕을 해 말싸움도 벌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을 주장하는 야당과 비박계 새누리당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서경석 목사는 “대통령 퇴진 요구는 마녀사냥이고 인민재판”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융성에 관심이 높아서 각종 재단을 만들어 지원하려고 했던 것 뿐이다. 역대 대통령도 더 많은 모금을 했다”고 주장했다. 엄마부대 봉사단 대표 주옥순(63·여)씨는 “박 대통령은 1원 한 장 받지 않았는데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검찰은 각성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 위해 국민과 나라와 결혼한 사람”이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이 연사들이 발언할 때마다 ‘맞습니다’, ‘(비박계 새누리당 의원들) 죽여라’ 등의 구호를 연호하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집회에 참석한 박모(80)씨는 “박 대통령이 지금 물러나면 문재인이 대통령이 돼 버리고 말 것”이라며 “임기가 얼마 안 남았는데 임기만이라도 보호해주고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에 나왔다”며 울먹였다. 한편 ‘보수단체 애국시민연합’도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회가 무정부 상태를 주도하고 있다”며 국회 해산을 요구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DJ DOC ‘수취인분명’(미스박) 촛불집회 참여 무산…‘여성혐오’ 논란 때문

    DJ DOC ‘수취인분명’(미스박) 촛불집회 참여 무산…‘여성혐오’ 논란 때문

    그룹 DJ DOC의 시국가요가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여 촛불집회 무대 출연이 취소됐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행동’은 SNS를 통해 “예정된 DJ DOC 공연이 취소됐다”고 25일 밤 11시쯤 공지했다. 출연 무산은 DJ DOC가 무료가 배포한 시국가요 ‘수취인분명’(미스박)의 노랫말에 여성 혐오적인 요소가 다분하다는 일부 여성 관련 단체들의 항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DJ DOC 측 관계자는 “집회 주최 측으로부터 출연 불가를 전달받았다”며 “주최 측에 여성 혐오 가사라는 일부 단체의 항의가 잇달았다는데 이 곳은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 농단’을 한 인물들에 일침을 가하는 ‘디스’ 곡이다. 여성 혐오라는 지적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잘 가요 미스(테이크) 박 쎄뇨리땅’ 가사에서 ‘미스 박’에는 ‘미스테이크(mistake) 박’이란 뜻이 담겨 있고, ‘쎄뇨리땅’은 스페인어(세뇨리타)로 ‘아가씨’라는 뜻이 아니라 새누리당을 꼬집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관계자는 “의미 있고 평화로운 집회인 만큼 누를 끼칠까봐 불참 요구를 받아들였다”면서 “무대에 서지 않더라도 촛불집회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여하든지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DJ DOC의 ‘수취인분명’(미스박)의 가사 (1절)박 U 노답, no doubt, 나이값쪼또 못하는 어버이연합아들뻘 우리들이 볼땐 꼴값처럼 보인답니다 노답아 좀 꺼줘~ 촟불은 안꺼져이제 좀 쉬어 집에 돌아가셔서 지금 이대로 가신다면진상 아닌 고상한 탕 문고리 삼인방국민에겐 사과없이 박그네만챙겨 양심팔아 돈을 땡겨자기들 밥그릇만 존나챙겨 얼음공주 또는 수첩공주(공)공범이자 (주)주범모두(너)몸통인데 가지보고 나무라해우린 뿌리줄기가지합쳐 나무라해!! (Hook)역대급 삥땅, 멘붕 쎄뇨리땅^^하도 찔러대서 얼굴이 빵빵빽차 뽑았다 널 데리러가 빵빵다왔어요 잘들어가요 깜빵이 잔당 몽땅 쓸어담아 깜빵잘가요 miss(take) 박 쎄뇨리땅~^^ (2절)난 좌우상관 없지 사실 난 오른손잡이하지만 니넨 날 또 빨갱이라 부르겠지내가 양아치 빨갱이라면 당신은 거짓말쟁이순시리의 꼭두각시 닭대가리 한국가의 원수에서 국민들의 원수우리의 소원은 통일? 틀렸어 번짓수남북통일 대박? 좌우통일 먼저해봐 아! 혼자선 못하지!! 허락받아야지전화해봐~ 대포폰으로 confirm고집불통에 꼴통 대통령단절된 소통 다른이의 고통 눈물 연기는 보통 (흉내)아무리 물어봐도 답변이 없네쥐 나간 자리에 닭변만 있네우주의 기운에 나라가 기우네저기 자기 자식을 잃은 엄마가 우네 (Hook) (3절)우리가 궁금한건 산더미 만큼많고 많지만 정말 궁금한건당신의 7시간 2014년 4월 16일 진공상태처럼 떠버린 당신의 알리바이와 상대도대체 뭘 했길래 대답을 못해국민앞에 사죄해도 모자를 판에간신배 새끼들과 또 판을 짜네무덤을 파네 결국 또 한배를 탔네우리배 삿대질은 4공 딸의 손에위험한 물가에 월급봉투를 내놓네 배후 세력에 의해 연기하는 배우그녀는 무식혜 그리고 위험혜 매우한국가의 원수 이제 국민들의 원수말바꾸기 선수 생긴건 꼭 일수이런 세상을 바꿔 생각만으론 못바꿔일단 다음 선거날에 알람을 맞춰 (Hook)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내파, LPGA팀 기선 제압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이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들과의 팀 대항전 첫날 기선을 제압했다. KLPGA 팀은 25일 부산 동래 베네스트 골프장에서 열린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 첫날 포볼 경기에서 LPGA 팀에 4승 2패로 앞섰다. 지난해 대회에서 첫날부터 밀린 끝에 완패를 당했던 KLPGA 팀은 이로써 1년 만에 설욕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회는 26일 포섬 6경기에 이어 27일 싱글 매치플레이 12경기를 치러 누적 승점에 따라 승패를 결정한다. 기선을 먼저 틀어쥔 건 LPGA 팀이었다. 첫 조로 나선 유소연(26)과 백규정(21)은 이정은(20)·오지현(20) 조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후 상위 랭커 6명을 묶은 KLPGA 필승조가 힘을 냈다. 시즌 3승을 따낸 고진영(21)과 2승의 장수연(22)이 호흡을 맞춘 KLPGA 최강조는 양희영(27)·이미림(26) 조를 초반부터 밀어붙여 한때 4홀 차로 앞선 끝에 한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고 16번홀에서 3홀 차 완승을 거뒀다. KLPGA 팀 주장 김해림(27)과 김민선(21)도 지은희(30)·허미정(27) 조를 2홀 차로 따돌렸다. LPGA 팀은 김세영(23)·이미향(23)이 호흡을 맞춘 ‘필승조’가 이정민·김지현에게 내내 끌려다닌 끝에 3홀 차로 무릎을 꿇은 게 뼈아팠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죠스보다 더 무서워!’ 보트 주위 서성이는 거대 악어

    ‘죠스보다 더 무서워!’ 보트 주위 서성이는 거대 악어

    낚시 보트 주변을 서성이는 거대 악어의 모습이 포착됐네요. 최근 영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Liveleak.com)에는 짐바브웨의 잠베지 밸리에서 보트 위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의 모습이 게재됐습니다. 보트 위 남성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수면을 때리자 잠시 뒤 5m 이상 되는 거대한 악어가 보트 주위를 지나갑니다. 파충류는 죽는 순간까지 성장이 멈추지 않는다고 하는데 짐바브웨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악어들이 종종 발견된다고 하네요. 사진·영상= LiveLeak Official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주문 후 취소 불가”…블랙프라이데이, 해외 쇼핑몰 주의보

    “주문 후 취소 불가”…블랙프라이데이, 해외 쇼핑몰 주의보

    블랙프라이데이와 연말 크리스마스 세일을 맞아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가 증가할 전망인 가운데 일부 해외 쇼핑몰에서 ‘주문 후 취소’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유명 해외 온라인 쇼핑몰 9개를 대상으로 취소·배송·반품 등 주요 거래조건을 조사한 결과 일부 해외 쇼핑몰의 거래조건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발표했다. 소비자원이 조사한 쇼핑몰은 미국의 샵밥·식스피엠·아마존·아이허브·이베이·월마트, 일본의 라쿠텐·아마존재팬, 중국의 타오바오 등이다. 대부분의 해외 쇼핑몰은 물품 발송 전 취소가 가능했지만, 이베이는 주문 후 1시간 이내에만 취소할 수 있었고 샵밥은 주문 후 수정이나 취소할 수 없었다. 라쿠텐은 입점업체에 따라 취소수수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아울러 쇼핑몰 직접 배송이 아닌 배송대행으로 물품을 받으면 파손·분실 피해를 봐도 직접 보상을 받기 어려웠다. 아마존이나 이베이 등 오픈마켓형 해외 쇼핑몰은 입점업체와 소비자간 분쟁해결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지만, 배송대행을 이용했다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없었다. 파손 위험이 있는 물품은 가급적 해외 쇼핑몰 직접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고 해외배송대행업체를 이용할 때는 ‘정밀 검수, 파손 보험, 특수 포장’ 등 별도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이 좋다고 소비자원은 조언했다. 이 밖에도 반품할 때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청구가 법률로 금지된 국내와는 달리 해외는 반품·환불 거래조건을 쇼핑몰 자율로 정하고 있었다. 아마존, 이베이 등 오픈마켓형 해외 쇼핑몰은 입점업체별로 반품 불가, 반품 수수료 청구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기준을 적용하기도 하므로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막기 위해 구매 전 입점업체가 게시한 거래조건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소비자원은 전했다. 한편 샵밥, 아마존, 이베이, 아마존 재팬 등은 주문 결제 시 관세선납금을 청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선납금은 수입 통관 시 청구될 관·부가세의 추정 금액을 말하는데 면세인데도 관세선납금을 부과하거나 실제보다 많은 금액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고 차액 환급에 2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베이는 관세선납금 반환에 대한 표시가 없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피아노 계단/박홍기 논설위원

    한 발을 딛자 “도”, 다시 밟자 “레”, 멈칫한다. 그러더니 다시 오른다. “미, 파, 솔.” 그제야 알았다는 듯 몇 칸을 내려오는 듯싶더니 재빨리 올라간다. 리듬을 탄다. 밟을 때마다 건반이 그려진 계단엔 불이 켜진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지하보도에 있는 피아노 계단의 풍경이다. 엄마·아빠와 나들이 나온 꼬맹이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신기해한다. ‘떴다 떴다 비행기’ 정도의 간단한 연주도 가능하다. 간혹 무심코 계단을 오르다 음계 소리에 깜짝 놀라는 이들도 있다. 평소 계단 오르기를 내켜 하지 않는 어르신들의 표정도 밝다. 피아노 건반을 치고 올라온 것 같단다. 계단에서 사진을 찍는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단순한 계단의 변신 효과다. 작은 변화로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게 제대로 된 ‘서비스 행정’이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준 선물이다. 피아노 계단을 올라가면 액자에서 당장이라도 튀어 나올 듯한 이순신 장군의 입체 그림이 있다. 트릭아트다. 장군의 팔에 매달릴 수도, 칼을 잡을 수도 있다. 퇴근길에 트릭 아트에서 포즈를 취해 보는 젊은 연인들을 지나쳐 피아노 계단을 내려간다. 경쾌하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0>TBWA코리아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대표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0>TBWA코리아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대표

    야구선수의 타율이나 방어율과 비슷한 지표가 광고인들에게도 있다. 기업들이 어느 광고 대행사에 자사 광고를 맡길지를 정하는 경쟁입찰에서 얼마만큼의 수주를 해내느냐가 그것이다. 통상 2할5푼(4회 입찰해 1회 수주) 정도가 광고업계의 평균인데 박웅현 대표는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10건의 입찰에 참여해서 9건을 수주한 해도 있었다. 그에게 광고를 맡기면 다른 곳보다 확실한 결과를 낸다는 것을 광고주들이 두루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제일기획에서 17년을 보낸 뒤 글로벌 광고회사 TBWA코리아로 옮겨 2014년부터 크리에이티브 대표(CCO)를 맡고 있다. 광고만의 틀에 갇히지 않고 자신의 콘텐츠를 책, 다큐멘터리, 공연 등 다양한 틀에 접목 해보는 실험가이기도 하다. 그의 ‘책은 도끼다’와 ‘여덟 단어’가 요즘 출판계에서 보기 드물게 각각 ‘100쇄’를 돌파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유명해졌다. ▲1961년 경기 동두천 출생 ▲돈암초, 용호중, 배재고,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뉴욕대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제일기획(1987년), TBWA코리아 제작 전문임원(2004년) ▲칸국제광고제 심사위원, 아시아퍼시픽광고제 심사위원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 ‘다시, 책은 도끼다’ 등 저술 그에게 명함 뒷면은 하얀 도화지다. 줄이 쳐져 있지 않은 작은 공책이다. 그때그때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일들을 글자나 그림으로 새겨 넣는다. ‘진심이 짓는다’와 같은 광고 카피가 그곳을 채운 적도 있었고, ‘돈키호테’의 이미지가 거기를 다녀간 적도 있었다. 지금은 ‘망치’란 두 글자가 빨간색 해머와 함께 그려져 있다. 2014년부터 젊은이들의 꿈과 창의력을 키워 주기 위해 진행해 온 강연 프로젝트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세상을 두드리는 작은 망치질’의 의미를 소리 높여 말해 주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박웅현(55)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대표를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1993년 가을 어느 날. 우리는 오디션 경연장에 선 가수 지망생 같은 심정으로 앞에 앉은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제일모직 의류 브랜드 ‘빈폴’의 TV CF 최종 시안 발표를 조금 전에 막 끝낸 참이었다. 우리 앞의 그들은 우리에게 CF 제작을 의뢰한 제일모직 간부들이었다. 몇 달을 고민한 결과를 쏟아낸 우리는 그들이 ‘OK’ 사인을 내주기만을 숨죽여 기다렸다. 당시 제일모직은 커져 가는 고급 캐주얼 시장에 자체 브랜드 ‘빈폴’을 내놓았지만 ‘폴로’, ‘라코스테’ 같은 외국 회사들에 밀려 고전하고 있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라는 메인 카피를 배우 한석규의 목소리에 담아낸 영상이 끝났지만, 그들은 한참을 팔짱만 끼고 있었다. 얼마 후 한 임원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에 들어와서 뭐가 어쨌다는거요?” 아, 우리가 만용을 부린 걸까. 사실 광고주들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요구했던 카피가 있긴 했다. 브랜드의 슬로건이 ‘도심 속의 자연주의’이니 그 표현을 그대로 광고에도 살려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카피로는 소비자들에게 아무것도 전달할 수 없을 게 뻔했다. 나는 ‘라코스테’의 악어나 ‘폴로’의 말(馬)과 같은 ‘빈폴’의 자전거에 주목했다.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잖아요. 사랑하는 여인의 가슴에 붙은 상징 또한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차가운 반응 속에 시안 발표 자리가 파하려는데, 한 임원이 불쑥 제안을 했다. “40~50대인 우리들이 빈폴의 주요 타깃 고객층은 아니잖아요. 20, 30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들어봅시다.” 잠시 후 제일모직의 젊은 여직원들이 불려왔고, 상황은 그걸로 끝이었다. 빈폴은 우리가 제작한 CF를 기점으로 소비자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하지만 광고를 잘 만들어서 브랜드가 떴다고 말해 주는 광고주는 없다. 자신들이 브랜드 콘셉트를 잘 잡고 제품을 잘 만들어서 그렇다고 말할 뿐이다. 반대로 제품이 뜨지 않으면 광고주들은 “광고를 못 만들었기 때문”이라 탓을 돌린다. 그것은 우리 직업의 어쩔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1975년 중2 때부터 나의 방대한 양의 책 읽기가 시작됐다. 이유는 수업 때문이었다. 당시 선생님은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 같은 작품들을 읽고 감상문을 써오는 숙제를 많이 내주셨는데, 나는 독후감 낭독에 단골로 호명이 됐다. 그때 나 같은 친구들이 몇 명 더 있었는데 ‘내가 좀더 잘써야지’, ‘내가 더 많이 읽어야지’ 같은 일종의 경쟁심리 같은 게 생겼다. ‘호밀밭의 파수꾼’(샐린저), ‘개선문’(레마르크), ‘폭풍의 언덕’(브론테), ‘수레바퀴 아래서’(헤세), ‘인간의 굴레’(몸) 같은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배재고에 들어가서는 학교신문을 만드는 데 빠져 살았다. 누가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언제나 ‘칼럼니스트’였다. 결국 재수까지 해서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갔고, 여기에서도 꿈을 이루겠다며 14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학보사에 발을 들였다. 대학 때에는 한국문학에 심취했다. 이문열, 황석영, 이외수, 김원일, 이청준, 오정희 등을 찾아 도서관에서 살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책읽기는 내가 기자가 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문학과 철학, 역사를 두루 섭렵하는 것을 기자가 되기 위한 소양으로 생각하던 나에게 사법시험 준비 수준의 언론사 공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었다. ‘피터팬 신드롬’이니 ‘레임덕’이니 하는 시사용어를 모르면 기자가 될 수 없다는 건 내게 난센스였다. 상식책을 덮어버린 그날, 나는 친구들 보란 듯이 도서관에 가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펼쳐들었다. 친구들이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그들에게 독한 말투로 쏘아붙였다. “그게 상식이냐, 이게 상식이지.” -대학을 졸업한 1987년의 크리스마스 이브, 나는 학교 다닐때 상상도 하지 않았던 광고회사(제일기획)에 들어갔다. ‘뉴스 콘텐츠’ 대신에 ‘광고 콘텐츠’를 생업으로 택한 것이었다. 내 또래에 나만큼 책을 많이 읽은 사람도 없고 사고의 깊이가 나만 한 사람도 별로 없을 거란 막연한 자신감이 나에겐 있었다. 하지만 그건 요즘 말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다독(多讀) 때문이었을까, 광고인으로서 나는 너무 사변적이었다. 81학번으로 군사정권 치하에 학교를 다녔고, 대학 학보사 기자로서 현실을 비판해 왔으며, 학과 선배들과 사회과학의 벽을 깨는 훈련을 받아 온 나는 논리적으로 정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쓸 수가 없었다. “야, 박웅현, 향수 파는데 무슨 논리가 그렇게 장황하냐.” 선배들은 나와 함께 일하기를 싫어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이 주는 배움과 성장의 섭리는 나에게도 아주 예외는 아니었다. 입사 4년 정도가 지난 1992년. 당시 후배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던 오영곤(현재 서울광고기획 부사장) 국장이 우연히 내 카피를 보게 됐다. “야, 이거 누가 썼냐. 광고의 맥을 아주 잘 짚었네. 특히 논리가 뛰어나다.” 그는 이후에도 나를 여러 번 칭찬해 주었다. ‘지나치게 사변적이고 논리적인 게 나의 발목을 잡았는데, 그래서 나는 이 바닥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외려 그것 때문에 칭찬을 받게 되다니….’ 자신감은 성과로 이어졌다. 얼마 후 나는 ‘성깔 있는 두부’라는 풀무원 제품 카피를 써서 사내 입지를 확연히 넓힐 수 있었다. 선배들이 “같은 팀이 돼서 일해 보자”며 손짓을 해 왔다. -1995년 삼성그룹 이미지 광고 카피로 나온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시리즈는 ‘빈폴’ 못지않은 성공을 거뒀다. 삼성의 ‘세계 일류’ 캠페인이었는데, 신문광고를 통해 ‘(닐 암스트롱에 이어) 달에 두 번째로 도착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느냐’, ‘손기정이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일등했을 때 2등이 누구였는지 아느냐’와 같이 1등을 강조하는 광고였다. -어떤 광고에 가장 만족하느냐는 질문을 꽤 많이 받는데, 우리 사회에 담론을 던졌다는 측면에서는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차이는 인정한다 차별엔 도전한다’(KTF) 같은 것들이 의미 있었다고 본다. ‘진심이 짓는다’(대림 e편한세상)는 아파트 광고의 프레임을 바꾸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가 지은 책들이 이렇게 잘 팔릴 줄은 나는 물론이고 출판사도 상상하지 못했다. 2011년에 출간된 ‘책은 도끼다’가 5년이 흐른 지금도 인기가 있는 걸 보면 신기하다. ‘책은 도끼다’가 107쇄, ‘다시 책은 도끼다’가 26쇄를 찍었고 ‘여덟단어’는 119쇄까지 갔다. 100쇄 도서가 많지 않은 요즘 한 사람의 책 2권이 동시에 100쇄를 넘어간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들었다. 사람들에게 어떤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책에 대해 말한 기존의 도서들이 “이 책들을 통해 내가 뭘 배웠다”고 이야기하는 식이라면, 내 책은 그냥 ‘책으로 접근하는 다리’ 정도의 역할만 해준게 외려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책을 잡아도 잘 읽히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그건 사실 나도 똑같다. 눈으로 받아들인 활자의 내용이 머리에 와닿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에는 안 읽는 게 답이다. 잘못하면 보석 같은 페이지를 다 놓칠 수 있다. 어떤 책이 눈에 안 들어오면 다른 책을 읽어 보고 그것도 안 읽히면 놓는 것이 상책이다. 사람이 물리적 시간만 확보된다고 텍스트에 빠져드는 게 아니다. 심리적인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 -책읽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존중이다. 같은 책이어도 10대 때 읽은 것과 50대에 읽은 것이 다를 수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중국·일본 기행 ‘천상의 두 나라’가 나에겐 딱 그랬다. 40대 중반쯤에 그 책을 읽었는데 카잔차키스의 다른 책들과 달리 그다지 재미있게 읽히지 않아서 서가에 꽂아 두고 있었다. 2~3년 후 서가를 뒤적이다 우연히 책이 손에 잡혀서 펼쳐봤는데 완전히 달랐다. 물리적인 상태의 책은 전과 지금이 같겠지만, ‘나’라는 유기체와의 관계에서 본 그 책은 전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좋은 책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책이 될 확률은 적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권장도서’, ‘고전 100선’ 같은 것들을 믿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이유다. 그건 바깥에서 부여한 권위일 뿐이다. 나라는 유기체와 불꽃이 튀겨야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내가 낸 책들이 잘 팔리면서 마치 ‘인문학의 전도사’ 같은 평가를 받게 됐는데 사실 부담스럽다. 나는 광고를 만들어서 먹고사는 사람이다.(인터뷰를 하는 3시간여 동안 그의 휴대전화에는 업무와 관련한 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이 쉴새없이 들어왔다.) 그럼에도 앞으로 책으로 다뤄 보고 싶은 단어를 고르라고 하면 ‘사유’나 ‘사색’을 고르겠다. 작은 불 하나 켜 놓고 눈감고 20~30분 동안 오늘 하루를 돌아보고 내 위치도 한번 돌아보고 하면서 느끼는 것들이 중요하다. ‘인풋’도 ‘아웃풋’도 없는 ‘노풋’의 시대가 와야 한다. 우리는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강박이 있다. 그 결과 지식과 정보의 소화불량에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이웃 나라에서는 요즘…] 中, 5억원에 낙찰된 車번호판은

    [이웃 나라에서는 요즘…] 中, 5억원에 낙찰된 車번호판은

    중국에서 5억 4300만원대의 자동차 번호판이 나왔다. 23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 제양시에서 최근 열린 자동차 번호판 경매에서 ‘?(웨·광둥성의 별칭)V99999’ 번호판이 320만 위안(약 5억 430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 시작과 동시에 50만 위안에서 출발한 경매가는 1분 45초 동안 80차례의 호가를 거치며 320만 위안에 도달했다. 320만 위안 이상을 부르는 이가 없어 샤모씨에게 최종 낙찰됐다. 중국의 자동차 번호판 중량은 약 700g으로, 이 번호판의 1g당 가격은 4571위안(약 78만원)인 셈이다. 현재 금값이 g당 271위안(약 5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자동차번호판이 금값보다 16배 비싼 셈이다. 중국의 자동차 번호판은 한자와 알파벳, 숫자 등 모두 일곱 자리로 구성되는데,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8’이나 ‘9’가 들어간 번호판은 비싼 값에 팔린다. 숫자 ‘8’(八)은 돈을 번다는 뜻인 ‘파차이’(發財)의 ‘파’(發)와 발음이 비슷하고, 숫자 ‘9’(九)는 장수한다는 뜻의 ‘지우’(久)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행운의 숫자로 여겨진다. 앞서 2014년 광둥성 제양시에서는 ‘?V88888’ 번호판이 250만 위안에 낙찰된 바 있다. 중국은 도시별로 한 해에 발급하는 번호판 수량을 엄격히 제한한다. 대도시의 번호판 추첨 경쟁률은 300대1 이상이다. 이에 따라 경매에 나오는 번호판 가격이 차값보다 더 비싼 현상이 발생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2016 공직열전] 민감한 현안 대외 조율… 식품 소비·세계화정책 총괄

    [2016 공직열전] 민감한 현안 대외 조율… 식품 소비·세계화정책 총괄

    기획조정실의 주된 업무는 안살림이다. 국실별 예산과 인력을 관리하고 자유무역협정(FTA) 대책, 쌀 직불금 개편 등 민감한 현안들을 고민한다. 국회나 기획재정부 등 다른 부처와의 협력도 기획조정실의 몫이다. 식품산업정책실은 우리가 먹는 채소, 과일, 육류 등 농축산물의 생산, 유통, 소비와 관련된 정책을 아우른다. 식품 가공과 외식산업 육성, 한식 세계화 등도 관장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2일 김현수(55·행시 30회) 기획조정실장을 차관보로, 안호근(54·29회) 농촌정책국장을 기획조정실장으로 이동시키는 인사를 했다. 김 차관보는 지난해 4월부터 1년 반 이상 기획조정실을 책임져 왔다. ‘땅굴파’로 통하는 김 차관보는 하나의 주제를 깊이 파고든다. 대충 준비해서 업무보고를 했다가 혼쭐이 난 직원이 적지 않다. 알아주는 쌀 전문가다. 식량정책과장으로 있을 때 변동직불금 제도를 만들었다. 농가소득 보전에 큰 역할을 했다. 국회를 설득하거나 예산 확보를 위해 기재부와 소통할 일이 많은 기획조정실장을 지내면서 대외적인 스킨십이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와 함께 일해 본 과장은 “관계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상사”라고 전했다. 서해동(48·35회)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2급으로 승진한 뒤 본부에서 처음으로 국장급 보직을 맡았다. 농식품부의 한 국장은 서 기획관에 대해 “가지치기에 능하다”고 평가했다. “일을 벌이려면 끝도 없이 벌일 수 있는 자리인데 적절히 걸러 정책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것이다. 조재호(49·34회) 농업정책국장은 젊은 사무관들에게 인기가 많다. 권위와 거리가 멀고 합리적인 성격 덕분이다. 야근이나 주말 출근을 좋아하지 않는다. 근무시간에 밀도 있게 집중하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농업정책국은 농협법 개정, 농지관리, 대기업의 농업 참여, 직불제 개편 등 뜨거운 현안을 다루는 곳이다. 민감한 현안에 전략적으로 접근해 해결 방식을 찾아내는 데 능숙하고 의사 결정이 빠른 편이다. 농식품부의 대표적인 국제통으로 FTA 협상 등 경험도 많다. 남태헌(53·37회) 창조농식품정책관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성격이다. 업무보고서를 꼼꼼히 살피고 예상하지 못한 허점을 날카롭게 짚어 낸다. 아래 직원들 사이에서는 “일은 힘들어도 배울 점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환경 농업, 종자산업, 스마트팜 등 농업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키우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학계, 산업계, 벤처투자업계를 아우르는 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부지런하고 시간을 아껴 쓰는 걸로 유명하다. 국회 업무를 보러 서울에 갔다가 짬이 나면 세종청사로 오기 전 서울역에서 외부 인사를 만나 의견을 나누는 경우가 많다. 농식품부 공무원들에게 ‘존경하는 상사’를 꼽으라고 하면 김경규(52·30회) 식품산업정책실장이 빠지지 않는다.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 농식품부를 이끌 차세대 리더감이라는 게 내부 평가다.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어려운 의사 결정을 회피하지 않는 점이 김 실장의 강점으로 꼽힌다. 2014년 식량정책관 때 당시 난제였던 쌀 관세화(수입쌀 개방)를 관철하면서 전국에 흩어져 있는 농민단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달변가로 언론 브리핑에 능숙하다. 온화한 성품의 박병홍(49·35회) 식품산업정책관은 ‘덕장’으로 통한다. 막내 직원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업무를 새로운 관점에서 평가하고 문제점을 찾아내 고치는 등 업무 면에서는 꼼꼼하고 치밀한 편이다. 농업정책의 기본을 중시한다. 토론식의 압박 보고를 선호해 직원들을 긴장시키기도 한다. 이천일(52·33회) 축산정책국장은 기획력이 뛰어나 농식품부의 ‘브레인’으로 평가받는다. 농식품부에서 보기 드문 축산 전문가다. 축산정책과장을 거쳐 축산정책국장을 2년째 맡고 있다. ‘먹거리’ 중심이던 축산정책의 범위를 다변화시켰다.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 산업 육성이 그의 대표작이다. 직원들에게 싫은 소리 하는 법이 없다. 자잘한 일은 직원들에게 맡기고 큰 그림을 보는 성격이라 축산정책국이 생산한 보고서나 보도자료에 오타가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수요미식회 육개장 맛집 3곳 어디? “추억을 먹는 느낌”

    수요미식회 육개장 맛집 3곳 어디? “추억을 먹는 느낌”

    tvN ‘수요미식회’ 23일 방송에는 추운 날씨에 어울리는 육개장 맛집이 소개됐다. 문 닫기 전에 가봐야 할 가게 중 첫 번째로 선정된 집은 2대를 이어온 60년 전통의 육개장 집 다동 부민옥이었다. 황교익은 선짓국 양곰탕 각종 탕 종류가 많아서 해장하러 가기에 좋은 가게라고 했다. 권인하는 “한쪽 방 안에서 한잔을 하면서 육개장을 먹는데 추억을 먹기 위해서 온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산들은 60년 전통임에도 20대가 먹어도 손색이 없다면서 고기가 맛이 있다고 했다. 권인하는 조금 짠 맛이 단점이라고 지적을 했다. 신동엽 역시 식었을 때 강하게 느껴지는 짠맛이 있다고 했다. 두 번째 가게는 대구 토박이들이 사랑하는 육개장 집 대구 진골목식당. 1980년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이 가게는 깔끔한 맛으로 대구 토박이들이 좋아하는 집으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으로 일반적인 대구식 육개장과 달리 이 가게의 육개장은 무가 없이 오로지 파만 들어가 있는 게 특징이다. 이현우는 스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이 집의 호박전은 호박향이 퍼지면서 아삭한 느낌이 감자전을 생각하게 한다고. 황교익은 한정식에서 호박전을 내놓으면 맛이 없는 이유가 호박 분말로 만들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집에서는 진짜 호박을 일일이 긁어서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가게라고 칭찬했다. 홍신애는 한우 양지를 쓰기 때문에 오래 끓이면서 흩어져서 고기가 적게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세 번째 가게는 진한 사골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는 육개장 집 강남구 역삼동 동경 전통육개장. 빨간 국물과 두툼한 지단이 올라간 30년 전통의 육개장 집으로 단골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직장인이나 술 마신 사람들에게 유명한 집이기도 하다. 국물의 개운함을 위해 지단 형식으로 계란을 올리게 됐다. 홍신애는 보통 생각하는 육개장의 이미지에 9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권인하는 육개장 칼국수의 면이 탱탱하지 않아서 아쉬움이 있다면서 아쉬움이라고 했다. 홍신애는 제육볶음이 진짜 맛이 있다면서 돼지고기가 양념을 드레스처럼 입었다고 했다. 육개장과 제육볶음이 찰떡 궁합이라고 했다. 황교익은 육개장의 이름의 유래에 대해 “개장국에 넣는 고기를 개가 아닌 소고기로 바꾸면서 앞에 고기 육 자를 붙이게 된 것이라는 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설원 위에 뜬 신비로운 ‘흰색 무지개’

    설원 위에 뜬 신비로운 ‘흰색 무지개’

    빨주노초파남보의 일반적인 무지개가 아닌 흰 무지개가 설원 위에서 포착됐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BBC등 현지언론은 스코틀랜드 서부지역에 위치한 래녹무어 상공 위에 펼쳐진 환상적인 무지개 사진을 공개했다. 설원 위에 홀로 서있는 한 그루 나무 위를 장식한 이 무지개는 색깔이 없는 흰색 무지개다. 둥근 아치형태는 일반 무지개와 같지만 색깔이 없어 더욱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 특징. 이 사진을 촬영한 행운의 주인공은 사진작가인 멜빈 니콜슨. 그는 "정말 믿기 힘든 놀라운 장면이 눈 앞에 펼쳐졌다"면서 "색깔없는 환상적인 무지개가 외로운 나무 위를 장식한 모습은 정말 오랫동안 잊지 못할 마법 그 이상의 감동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일반적으로 무지개는 공기 중의 물방울에 의해 태양 빛이 반사·굴절돼 발생한다. 이에 반해 흰색 무지개는 빗방울보다 작은 안개 알갱이가 역시 태양 빛에 의해 반사·굴절되기는 하지만 파장에 따른 차이가 작아 흰색을 띈다. 이 때문에 '안개 무지개'(fogbow)로 불리며 북극 지방에서 주로 관찰된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최고의사랑’ 크라운제이·서인영, 8년 전 라면 때문에 싸워..또?

    ‘최고의사랑’ 크라운제이·서인영, 8년 전 라면 때문에 싸워..또?

    재혼커플 크라운제이와 서인영이 8년 전 있었던 라면대전의 결말을 위해 다시 한 번 라면 끓이기를 시작했다. 22일 방송된 JTBC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이하 ‘최고의 사랑’)에서는 서로에게 라면을 끌여주기로 한 크라운제이와 서인영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은 라면 하나를 끓이는 데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라면 면을 먼저 넣는 서인영과 스프를 넣어 국물을 내는 것이라는 크라운제이, 계란과 파를 넣어야 한다는 크라운제이와 라면은 라면만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서인영, 라면은 통째로 넣어야 한다는 크라운제이와 라면을 네등분 한다는 서인영. 이들의 라면 식성은 하나부터 열까지 달랐다. 8년 전 가상 결혼생활 당시 라면 때문에 싸웠던 일을 떠올린 두 사람은 서로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과거의 싸움을 종료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라면 끓이기 과정은 쉽지 않았고 다시 하나부터 열까지 싸우고 또 싸워 웃음을 안겼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인천지검 이환우 검사 “박 대통령 체포영장 청구해야”…검찰 게시판에 글 파문

    인천지검 이환우 검사 “박 대통령 체포영장 청구해야”…검찰 게시판에 글 파문

    지난 20일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비선실세’ 최순실(60)씨의 공범으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을 체포해야 한다는 주장이 검찰 내부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의 강도가 더욱 세질 전망이다. 인천지검 강력부 이환우(사법연수원 39기) 검사는 23일 검찰 내부게시판에 ‘검찰은 이제 결단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참담하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공격하며 수사에 불응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헌법과 법치주의를 부정한 것”이라면서 “그 자체로 탄핵 사유일 뿐 아니라 대통령의 최소한의 품격을 내팽개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검사는 이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수사를 진행하는 게 우리 법과 원칙”이라면서 “범죄 혐의에 대한 99%의 소명이 있고, 이제 더 이상 참고인 신분이 아닌 피의자(박 대통령)가 수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에도 불구하고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체포영장을 청구하여 강제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우리의 법과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또 “피의자가 검찰과 특검 중 어디에서 수사를 받을지를 자기 입맛에 따라 선택할 권리는 없다”면서 “더욱이 아직 특검 수사가 개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장래의 특검을 예상하고 현재의 검찰 수사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출석불응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체포는 반드시 기소를 전체로 하지 않는다. 체포절차는 피의자의 범죄 혐의 유무를 가리기 위해 조사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피의자가 자진 출석하여 조사에 응하지 않을 때 (또는 그러할 우려가 있을 때), 48시간이라는 필요 최소한의 시간 동안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라고 덧붙였다. 파주 문산종합고교와 한동대 경영경제학부를 졸업한 이 검사는 2010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사설] 사드 불만에 금한령 내린 中, 졸렬하다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불만을 한류 옥죄기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7월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대립이 커지면서 중국은 한류 규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달부터는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을 아예 노골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며칠 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장쑤성 방송국 책임자가 한국 스타가 출연하는 모든 광고 방송을 금지하라는 상부 통지를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중국 정부가 이런 지침을 내렸다는 사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자 중국은 이른바 ‘금한령’(禁韓令·한류금지령)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문화부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하더라도 지난달 이후 중국 공연이 승인된 한국 스타는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 현지 소식통들이 전하는 현실은 더 심각하다. 한류 스타가 등장하는 광고들이 줄줄이 중국 연예인 등으로 교체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중국의 한류 보복은 쉽사리 수그러들 기세가 아닌 듯하다. 중국 기업이나 기획사가 한국 연예인을 초청하려면 반드시 성(省)급 이상의 문화 관련 부서에서 비준을 받도록 중국 정부가 나서서 제재 장치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안보 외교 문제를 뜬금없이 문화 장벽으로 협박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태도는 옹졸하다. 국가 구성원들의 문화 취향을 외교 압박 수단으로 삼으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페루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외부에 문을 더 열어 경제 자유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한령 보복이 사실이라면 진정성이 의심되는 발언이다. 한류는 문화 지형의 변화를 발 빠르게 읽어 콘텐츠로 선제 대응한 국내 민간 업체들의 성과다. 그 어떤 외교보다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데 공이 컸다. 사드 ‘유탄’을 맞아 휘청거리는 한류의 위기에 우리 정부가 지금 과연 얼마만큼의 긴장감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갈수록 소문만 무성한 금한령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나 있는지 걱정스럽다. 우물은 목 마른 쪽에서 먼저 파야 한다. 중국 정부가 금한령을 문서로 공식화하기 전에 우리 정부도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외교와 문화 교류는 별개라는 설득과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
  • 국내파 vs 해외파, 별들의 ‘우정샷’

    국내파 vs 해외파, 별들의 ‘우정샷’

    LPGA 2승 김세영·KLPGA 퀸 고진영 ‘파이널 잔치’ 선봉 오는 25일 부산 동래 베네스트 골프장에 ‘세계 최강’ 한국 여자프로골프의 별들이 뜬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순수 한국 국적 선수 13명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 13명이 이곳에서 사흘 동안 샷 대결을 펼친다. 올해 대회 명칭은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이다. 각 정규시즌을 마치고 언니, 동생들이 어울려 펼치는 ‘우정의 무대’에 가깝지만 우승컵과 상금이 있는 엄연한 대회다. ●포볼 6경기·포섬 6경기·12명씩 싱글매치 플레이 방식 10월 9일 기준으로 LPGA 투어와 KLPGA 투어 상금랭킹 상위 10명에 추천선수 3명씩을 보태 두 팀 선수단이 꾸려졌다. 25일 포볼 6경기, 26일 포섬 6경기, 그리고 27일 12명씩 나서는 싱글매치플레이의 경기 방식으로 펼쳐진다. 시즌을 모두 마무리하는 파이널 잔치지만 국내외 한국여자골프를 대표하는 3명의 불참이 못내 아쉽다. 대회 호스트이자 LPGA 투어 선수단의 맏언니 박인비는 손가락 부상 후유증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출전 선수 명단에는 들어 있지만 실제 경기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대회 주최 측의 설명이다. ●KLPGA 최강자 박성현·LPGA 신인왕 전인지 등 불참 KLPGA 투어 최강자 박성현은 출전 선수 명단에서 아예 빠졌다. 미국 무대 연착륙에 대비하기 위해 정규투어 시즌 최종전마저 포기한 박성현은 이미 올해는 어떤 대회에도 출전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지난주 미국 플로리다로 건너갔다. LPGA 투어 38년 만에 신인왕과 평균타수 1위를 동시에 석권한 전인지도 빠졌다. 지난해에도 불참한 전인지는 다음주 열리는 한국, 일본, 호주, 유럽의 4개 투어 대항전에 더 좋은 컨디션으로 나서기 위해서라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올해 LPGA 투어 3승을 올린 장하나도 출전을 사양했다. LPGA 투어에서는 시즌 2승을 따낸 김세영(23)이 선봉장이다. 이 밖에 양희영, 유소연, 김효주, 이미림, 허미정, 신지은, 지은희, 최운정, 박희영, 이미향, 백규정이 LPGA팀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파는 KLPGA 투어 대상 수상자 고진영이다. 이승현, 장수연, 김해림, 조정민 등 2승 이상의 위너스 클럽 멤버들과 김민선, 오지현, 정희원, 이정민에다 신인왕 이정은(20)도 출사표를 냈다. 동갑내기 동명이인 김지현이 둘 다 출전하는 것도 눈에 띈다. 총상금 10억원 가운데 우승팀은 6억 5000만원, 진 팀도 3억 5000만원을 받는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新전원일기] 물려받은 ‘손맛’ 청정 계룡산 ‘물맛’ 3년 숙성 ‘장맛’

    [新전원일기] 물려받은 ‘손맛’ 청정 계룡산 ‘물맛’ 3년 숙성 ‘장맛’

    사회적 기업 ‘소망’ 연매출 5억 ‘희망’ 해외 진출 ‘야망’ 처음에는 귀농도 귀촌도 아니었다. 사 남매 중 셋을 잘 키워 시집 장가 보내고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근무하던 남편도 은퇴했으니, 이제 남은 여생 우리 둘째딸 효진(42)이 곁에 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처음엔 뇌성마비 둘째딸 곁에 살려고 내려왔죠” “저 산 너머에 성모마을이라는 중증 장애인 시설이 있어요. 우리 효진이 집이죠. 뇌성마비 1급이거든요. 대전 살 때도 주말마다 왔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귀농 귀촌이라는 개념도 없이 이제 됐다. 가자, 우리 효진이랑 놀아 주고 봉사도 하며 살자. 그렇게 생각했던 거죠.” 충남 논산시 상월면에 위치한 ‘궁골식품영농조합’의 최명선(67) 대표가 오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계룡산 자락의 한 작은 마을로 이주해 오게 된 이유였다. 2005년 8월 마을의 농가 주택을 구입해 들어와서는 그저 매일 행복했다. 아침마다 성모 마을로 가서 효진이와 나란히 앉아 미사를 보고, 효진이 친구들과도 놀아 주고, 하루종일 자연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런데 밤에는 좀 무섭더라고요. 천지가 온통 다 캄캄해서 아예 밖을 내다볼 수도 없었죠. 한동안은 밤마다 미쳤어, 미쳤어, 여길 왜 왔어, 맨날 그랬어요. 새벽이면 이상한 새소리, 산짐승 소리까지 들려서 거의 잠을 잘 수도 없었고요.” 그러다가도 창밖이 부옇게 밝아오면 다시 다른 세상이 되더란다. 거실 창으로 황금 들판이 내다보였다. 초록이 우거진 산등성이에 드리운 구름 그림자, 지천으로 피어 있는 이름도 알 수 없는 갖가지 야생화, 온몸을 정화시키듯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나가는 맑디맑은 공기, 천지가 다 내 것인 듯 흐뭇해지더란다. “사람이 아무리 많이 가져도 손에 쥘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것들을 다 쳐다보며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부자가 된 듯 행복했어요.” 차츰 이 마을에 뜨는 달이 얼마나 예쁜지도 알게 되었다. 상월면, 대명리, 항월리, 사월리 인근의 마을 이름이 모두 달과 관련된 것들이다. 달이 얼마나 예쁜 동네이면 그런 이름들이 붙었을까. 다시 국문학 공부라도 시작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마당 한편에 장독대 놓고 이집 저집 ‘장’ 담가 줘 당시만 해도 10여 가구뿐이었다는 마을에서 외지인으로서 갈등은 없었는지,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전통장 법인까지 설립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이사 와서 보니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의 저 나무 밑이 마을 어르신들의 놀이터더라고요. 제가 원체 성격이 좋아서 친구들이 많이 드나들어 먹을거리가 풍족한 편이었죠. 그래서 늘 간식거리도 내다 드리고 시간 날 때는 부침개도 부쳐다 드렸죠. 농작물이 나오면 도시 친구들에게 가져다 팔아드리기도 하고.” 그러면서 콩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콩 한 말 팔아봐야 1만 8000원인데 메주로 띄워 팔면 6만원이었다. 어르신들에게 “이렇게 좋은 콩을 어찌 이리도 싸게 파느냐. 메주를 한 번 담가 보시라. 제가 팔아드릴게”라고 권했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긴 하지만 어차피 집집마다 1년 먹을 장을 담그기 위해 직접 메주를 띄웠다. 이왕 하는 김에 양만 조금 늘리면 되는 것이었다. #‘장맛 좋다’ 입소문에 지인의 지인까지 찾아와 그런데 이번엔 도시의 지인들이 아파트에서 장을 담그면 맛이 없다고 푸념들을 했다. “우리 집 마당 넓잖아. 우리 집에다 담가 놓으면 되지”라고 했다. 그래서 하루종일 짱짱하게 햇볕 드는 마당 한쪽이 지인들의 장독대가 되었다. “그래 놓고 보니 더 많은 사람이 수시로 저희 집을 드나들게 된 거죠. 제가 담가 놓은 장맛이 좋다고 소문이 나서 지인의 지인들까지 찾아와서 좀 팔면 안 되냐고 하기도 하고.” 그러기를 2년. 이걸로 아예 사업을 한 번 해 보면 어떨까 해서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소일거리 삼아 시작했다. 2008년 허가를 내고 지역 농산물에 대해 알아가며 좀더 전문화하기 위해 발효 식품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2009년 법인으로 등록하고 소상공인 대출로 5000만원을 받아 시설을 갖추고 유통과 마케팅, 비즈니스 등까지 시간만 맞으면 모두 배우러 다녔다. 장맛은 절반이 물맛이란다. 청정지역인 계룡산 자락이니 물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친정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손맛에 마을 어른들의 조언까지 더했다. 인근 지역에서 수매한 콩으로 띄운 메주와 고추로 담근 장맛에 대한 자신감은 그래서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시행착오도 참 많이 겪었어요. 사실 이렇게 많은 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일 자체도 너무 힘들고. 도시에서 전업주부가 일을 해 봐야 얼마나 해 봤겠어요. 거기에 장은 또 숙성기간이 필요하잖아요. 보통 공장에서는 6개월 정도 숙성시키는데 전통 기법은 3년은 숙성을 시켜야 제대로 된 맛이 나거든요. 일단 시작은 해 놓았는데 돈은 끝도 없이 들어가고 눈만 뜨면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정말 내가 이걸 왜 벌였을까 후회도 많이 했죠.” 더욱이 문제가 되었던 것은 홍보와 유통이었다. 지인들을 통해 입소문만으로 판매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궁리 끝에 논산시청에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담당 직원이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축제에 대해 안내해주었다. “전국에 축제가 얼마나 많아요. 거길 장돌뱅이처럼 죄다 돌아다녔어요. 전단지 만들어서 일일이 돌려가며 맛보라고 장 끓여가며 고생도 엄청 했죠. 그런데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아는 사람이 하나둘 생기면서 어떤 연결고리들이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조금씩 매출이 올라가던 중에….”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 기사를 계기로 TV 방송에도 나가게 되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포털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순식간에 홈페이지가 마비되었다. 전화 두 대가 마비되고 작업장 일대 교통까지 모두 마비되었다. “15일 만에 1억원의 매출을 올렸어요. 그동안 담가 놓은 장을 다 팔고 인근의 맛있는 장이란 장은 다 가져다 팔아드렸죠. 시청으로도 문의가 엄청나게 갔던 모양이에요. 한창 바쁜데 시청에서도 나왔더라고요. 그런데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여기서 일을 하고 있으니 자기들도 놀란 거죠.” #사회적기업·농가 체험·농가 맛집으로 선정도 “우리는 그때만 해도 사회적기업이 뭔지도 몰랐어요. 시에서 먼저 인증을 내준다며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도와주더라고요.” 사회적기업이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생산과 판매 등의 영업 활동을 한다.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으면 직원 임금이 보조되고 각종 지원 사업에서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대신 1000원을 벌면 200원은 사회에 환원해야 해요. 우리 같은 경우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여러 형태의 후원을 많이 하고 있어요.” 6차 산업 인증도 수월하게 받았다. 전부터도 지인들이며 고객들이 항아리를 가져와 직접 장을 담가 두거나 가져가기도 했으니 6차 산업 인증 제도가 생기기 전부터 이미 제반 조건들이 갖춰져 있었던 셈이다. 사업이 커지며 3년 전부터는 대전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막내아들 이경환(37)씨가 들어와 마케팅을 돕고 있다. 남편 이종일(72)씨는 농사 담당이다. 그동안 마을 어르신 10명 중 5명이 돌아가셨다. 남은 어르신들도 연로해 함께 일하지는 못하지만 늘 곁에서 장맛을 봐 주신다. 그리고 10가구가 이 산자락 마을로 새로 집을 지어 들어왔다. 모두 최 대표의 지인이거나 지인의 지인들이다. 사회적기업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변 농가의 소득을 올려 주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상을 비롯해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그러는 가운데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해 해마다 전국 단위의 발효식품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메주와 장을 비롯해 딸기 고추장, 천연 소스 등 여러 특허도 보유하게 되었다. 특히 논산의 특산물 중 하나인 단무지 무는 바로 밭에서 손질해 공장으로 보내지고 무청은 그대로 밭에 버려지는데, 이를 아깝게 여겨 활용할 방안을 모색한 끝에 ‘시래기 된장국’과 ‘시래기 된장무침’ 등의 즉석요리로 개발해 매출 상승의 큰 요인이 되었다. #“연매출 4억~5억… 해외 진출이 최종 목표” 현재 연매출 4억~5억원을 올리고 있는 궁골식품의 장에는 여전히 방부제나 색소 등 화학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절반 정도는 수작업, 절반 정도는 기계화 작업을 거치고 있다. 하지만 토종 콩을 가마솥에 삶아 맥반석 황토방에서 띄우고 태안에서 채취해 3년 동안 간수를 뺀 천일염에 재워 500여개의 항아리에서 숙성시키는 전통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콩을 비롯해 고추, 소금, 시래기 등 철저하게 지역 농산물만으로 원재료만 1억 5000만원어치 이상을 수매하고 있다. 한 해 다녀가는 체험객만 해도 3000명이 넘는다. 지난해는 농촌진흥청에서 실시하는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에 선정돼 지원금(국비 50%·지방비 50%)으로 가공 시설과 체험 시설을 확충했다. 또 방문객들에게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친환경 식단을 제공할 수 있는 농가 맛집도 개장하게 되었다. 단지 장을 생산하는 사업장을 넘어 마을 전체가 누구나 이용 가능한 테마 파크로까지 기능하게 된 것이다. 최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지역과 같이 걸어가는 기업으로서 해외 시장으로까지 진출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반평생을 전업 주부로 살다가 불과 11년 전 소박한 꿈을 안고 이 작은 마을로 들어온 최 대표의 소망은 이제 마을의 소망을 넘어 지역의 소망으로, 나아가 한국의 소망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사람을 좋아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최 대표의 푸근한 마음이 담긴 우리의 구수한 전통장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그날을 생각하며 길 위로 나서자, 예쁜 초저녁달이 마주 보이는 산자락에 걸려 있다. 글쓴이 소설가 서진연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13년 ‘괴산’으로 EBS 라디오 문학상 수상. 저서로는 소설집 ‘붉은 나무젓가락’, 장편소설 ‘수목원’ 등이 있다.
  • 강렬한 피니시, 화려한 피날레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6시즌 신인왕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3m짜리 버디 한 방으로 최저타수상인 베어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전인지는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6540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2016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인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냈다. 7위가 된 전인지는 올해 18홀 평균 타수 69.583타를 기록해 최저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베어트로피를 받았다. 신인왕에 이어 2관왕이다. 대회 전까지 최저타수 1위를 달리던 리디아 고는 이 대회를 합계 11언더파 277타, 공동 10위로 마치면서 평균 타수가 69.596타로 떨어져 간발의 차로 최저타수상을 전인지에게 내줬다. 전인지에게 평균 2타 정도 앞섰던 리디아 고는 전반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적어내 크게 흔들렸지만 10번홀부터 3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더니 16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보태 최저타수상을 확정하는 듯했다. 더욱이 전인지는 14번홀까지 버디 2개,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로 1타를 잃고 있었다. 그러나 17번홀(파5) 대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사흘 내내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았던 리디아 고가 갑작스러운 샷 난조로 보기를 적어낸 반면 전인지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냈다. 둘의 평균타수 차이는 이제 전인지가 1타 앞서는 상황으로 바뀌었고 최저타수상 가능성도 덩달아 살아났다. 마지막 18번홀(파5) 전인지는 회심의 두 번째 샷을 홀 3m 붙이고는 리디아 고가 파를 적어내고 먼저 홀아웃하는 것을 지켜본 뒤 쉽지 않은 버디 퍼트를 기어코 홀에 떨궜다. ‘땡그랑’ 소리가 나는 순간 최저타수상의 주인도 뒤바뀌었다. 둘의 평균 타수 차는 0.013타. 전인지는 경기 뒤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마지막 퍼트가 베어트로피를 결정하는지는 몰랐다. 알고 보니 정말 대단한 퍼트였다”고 놀라워했다. 마지막 홀에서 베어트로피를 놓친 리디아 고도 “전인지의 피니시는 정말 대단했다”며 2관왕 수상을 축하했다. 한편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최종합계 14언더파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치면서 시즌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확정했다. 간발의 차이로 뒤를 쫓던 지난해 같은 부문 2관왕 리디아 고는 11언더파 공동 10위로 최종전을 끝내면서 쭈타누깐을 따라잡지 못했고, 최저타수까지 전인지에게 밀려나 결국 올해에는 주요 부문 타이틀 하나 없이 빈손으로 돌아섰다. 이 대회에서 찰리 헐(잉글랜드)은 19언더파로 L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고, 유소연이 17언더파 단독 2위로 시즌 마지막 대회를 마쳤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신인王정훈…EPGA 최종전 공동 17위 마감

    신인王정훈…EPGA 최종전 공동 17위 마감

    왕정훈(21)이 유러피언프로골프(EPGA) 투어 2016시즌 신인상 수상을 사실상 확정했다. 왕정훈은 21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주메이라 골프장(파72·7675야드)에서 끝난 EPGA 투어 최종전 DP 월드 투어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가 된 왕정훈은 로스 피셔(잉글랜드)와 함께 공동 17위로 대회를 마쳤다. 대회 전까지 신인 가운데 15위였던 왕정훈은 경쟁자 리하오퉁(중국)이 합계 6언더파 282타, 공동 30위에 머물면서 올해 신인 가운데 상금 순위 최고를 유지했다. EPGA 투어 신인상은 투어 사무국과 영국왕실골프협회(R&A), 골프기자협회 투표로 선정되지만 통상 상금 랭킹인 두바이 레이스 순위가 가장 높은 선수가 받는 게 관례다. 이에 따라 왕정훈은 지난 시즌 안병훈(25·CJ)에 이어 2년 연속 유럽 투어 신인상을 받는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될 전망이다. 한편 올해 상금왕은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이 차지했다. 이번 대회 12언더파 276타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과 함께 공동 7위에 오른 스텐손은 시즌 상금 414만 8402유로(약 51억원)를 벌어 373만 유로의 마스터스 우승자 대니 윌릿(잉글랜드)을 따돌렸다. 올해 브리티시오픈 우승자이기도 한 스텐손이 상금왕을 거머쥔 것은 2013년 이후 두 번째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국민에겐 ‘대안’… 집권당엔 ‘부담’

    정치학원·투명행정 개혁 인기 아베 “정말 싫다” 강한 거부감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의 정치적 주가가 지난달 30일 출범한 정치인양성소 ‘희망의 주쿠(塾)’로 한층 더 폭발력을 얻고 고공질주 중이다. 그가 창설한 이 사설 정치교육기관에 4800여명이 응모하는 등 높은 인기와 기대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내년 여름 도쿄도 선거에서 후보 옹립은 물론 신당 창당 등 독자 정치세력의 거점을 확보했다는 평이다. 그 자신도 “이를 기반으로 선거 후보자 결정 방안도 검토하겠다”면서 정치세력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고이케는 일본 국민에게 점차 향후 ‘대안’으로서 인식되는 분위기다. 아베 신조 총리에게 순종하는 추종자만 보이는 집권 자민당에서 제 색깔을 내면서 국민세금 씀씀이를 공개하고, 각종 대형공사 및 프로젝트들을 점검하는 그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그는 이집트 카이로대학을 나와 아랍어 통역사로 활동하다 니혼TV, TV도쿄 등에서 진행자로서 인기를 누렸다. 1992년 당시 일본 신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정계에 입문해 중의원 8선 등 9선의 경력을 쌓았다. 환경상, 방위상,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 등 주요 각료직을 거친 그는 자기 색깔이 뚜렷하고 선이 굵으면서도 여성의 세심함까지 갖췄다. 2007년 아베 1차 내각 해산 뒤 치러진 자민당 후임 총재 겸 총리 선출 선거에서 그는 아소 다로 부총리와 경합을 벌이는 등 일본의 첫 여성 총리를 꿈꾸기도 했다.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의 숙적인 이시바 시게루 지방창생담당상을 밀다가 집권파의 눈 밖에 났다. 주류파에 영합하려 하지도 않고, 고분고분하지도 않아 아베와 자민당 주류파들에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아베 총리가 “저 사람은 정말 싫다”고 주변에 직설적으로 말했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정권이 들어선 뒤 변두리로 밀려났다가 지난 7월 말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첫 도쿄도 여성 지사로서 화려하게 정치 중심으로 복귀했다. 아베 정권이 밀던 마스다 히로야(65) 전 총무상을 100만표 이상의 차로 간단히 따돌리며 자민당 주류파에 충격을 줬다. 도쿄도지사는 도시 주변지역까지 포함하는 광역시 개념이다. 그는 여성 지사로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 보육원 부족 해소에 각별한 관심과 역점을 둬 왔다. 선거 당시부터 그린, 녹색을 자신의 상징 색깔로 삼고 이미지화하고 있다. 보수적인 성향으로 전임 마스조에 요이치 지사가 약속한 도쿄 신주쿠의 제2 한국학교 설치를 위한 부지제공 약속을 백지 상태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쿄 이석우특파원 jun88@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올림픽 비용·수산시장 이전 제동…아베 위협하는 ‘진격의 女정치인’

    [글로벌 인사이트] 올림픽 비용·수산시장 이전 제동…아베 위협하는 ‘진격의 女정치인’

    올림픽 비용 4배 늘어난 32조원 절감 방안 제시해 정부 등 압박 수산시장 예정지 토양 오염 우려 내년으로 이전 연기·점검 진행 “정계 전체가 여성 한 사람에게 휘둘리는 느낌이다. 간테이(총리 관저)조차 그녀 눈치를 본다”, “국민의 불만에 부채질하며 우리를 압박한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일부 간부의 푸념이다. 일본 정계가 ‘신임’ 고이케 유리코(64) 도쿄도지사의 ‘도쿄도발(發)’ 개혁 바람에 숨죽이고 있다. 21일 현재 취임 넉 달이 채 못 됐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비용 및 운영 재검토, 쓰키지 수산시장의 토요스 이전연기 조치 등을 밀어붙이면서 국민 갈채를 받고 있다.도쿄도지사라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이처럼 전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국가적 사안의 이슈를 연일 주물러대며 중앙 정치 무대를 흔들어 댄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의 지지율도 기록적이다. 이달 초 지지율(마이니치신문 조사) 70%를 기록했고, 지난달 조사에서도 대부분의 응답자(닛케이 조사 90.5%·아사히신문 조사 78%)는 “올림픽 개최 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찬성한다”며 힘을 보탰다. 비슷한 시기 산케이신문 조사에서도 “고이케 지사가 업무를 잘하고 있다”는 답변이 91.4%까지 치솟았다. 고이케는 라이벌 없이 질주해 온 아베 신조 총리, ‘1강 체제’에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 중이다. 여권 정치인은 전전긍긍하며 그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집권 자민당 소속이지만 그는 아베 총리 등 자민당 주류와는 긴장관계 속에 있는 ‘잠재적인 주적’으로 계속 문제를 들춰내고 있는 탓이다. 지난 7월 말 치러진 도쿄도지사 선거에서도 공천을 못 받은 채 당명을 거스르면서 출마해, 집권 자민당 주류가 미는 후보를 꺾고 지사 자리를 꿰찼다. 지사 취임 초기 자민당 주류들이 당에 거슬리며 독자 출마한 것 등을 이유로 그의 당적 제명을 고려할 정도로 아베 총리 및 자민당 지도부와는 껄끄러운 사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도쿄)도민 우선(퍼스트·first)’의 기치를 쳐들고, 정보 공개·투명성 제고와 도쿄도 행정개혁을 강조하면서 쓰키지 수산시장 이전과 올림픽 준비 사업 등에 대해 칼끝을 들이댔다. 이 사업들은 방대한 예산 지출과 토목공사 등으로 주류 정치권과 관련된 뒷거래 등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8월 2일 취임 직후부터 그는 쓰키지 수산시장이 옮겨갈 도요스의 시장 부지에 대한 토양 오염 문제 등을 확인하겠다면서 재검토를 진행해 왔다. 고이케는 이달 7일 도요스로 이전을 마칠 예정이던 쓰키지 수산시장 이전은 “빨라야 내년 겨울이나 될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비소, 납 등 토양에 남아 있는 중금속 조사 등 환경 안전 및 각종 점검을 깐깐하게 마친 뒤 이전하겠다는 의미다. 쓰키지 시장이 옮겨가기로 한 도요스는 화학가스 공장이 조업했던 곳으로 토양 오염 등 안전성 문제가 지적됐다. 고이케는 “이전 대상 부지 토양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될 수 있는데도 제대로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민 건강을 이유로 이전에 제동을 걸었다. 자칫 오염된 토양 위에서 수산물과 청과물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다. 게다가 당초 토양오염을 막기 위해 시장 건물이 들어서는 지반의 4m가량을 흙으로 메우는 성토 조성 작업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고이케 지사 취임 후 조사해 보니 흙이 들어갈 자리는 텅 비어 있었고, 콘크리트 작업만 이뤄졌다는 사실도 들춰냈다. 이시하라 신타로 등 전 지사들과 전직 도청 간부들까지 질의와 조사에 시달려야 했다. 고이케는 “도정이 신뢰를 잃었다”면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숨겼는지를 밝혀낼 의무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2020년 도쿄올림픽의 준비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고이케 지사의 지시를 받은 도쿄도 조사팀은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비용을 추산한 결과, 3조엔(약 32조원)이 넘었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시설 변경 등 계획 대폭 수정을 중앙정부와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압박하고 있다. 조사팀은 당초 계획안 7340억엔(약 8조원)을 훨씬 초과하는 상황과 관련, 경비 절감을 위해 3개 경기장을 도쿄도 밖에 있는 시설로 변경하는 방안 등을 담은 수정안을 내놓았다. 일본 중앙정부와 도쿄올림픽조직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경기단체들에 비상이 걸린 것은 물론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난달 도쿄에 와 고이케 지사와 회동하는 등 각 국제경기협회 수장들이 도쿄로 날아들고 있다. 고이케는 일본올림픽조직위원회의 견제에도 “당초보다 4배가량 늘어난 비용, 부(負·마이너스)의 유산을 도쿄 시민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며 단호하다. “올림픽 비용의 적정성을 확인해 방만한 예산을 바로잡고, 도쿄도민이 납득하는 대회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권이 복잡하게 걸려 있는 토목 사업과 경기장 등 시설 건설·보수 계획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보고 국민에게 낱낱이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현지에서는 고이케 지사가 정책결정권과 이권을 움켜쥔 집권 자민당 주류파에 대해 견제구를 던지며 도전장을 낸 것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모두 한 줄로 서서 한목소리로 “잘되고 있어. 우리만 믿어”라고 말하는 자민당 정치인들 틈에서 불쑥 튀어나와 “이건 아니야, 국민도 알아야 돼”라며 소리치는 여성 정치인에게 일본 국민의 갈채는 그치지 않고 있다. 도쿄 이석우특파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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