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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공항 사장 선임 또 ‘불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선임이 계속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두 달간 3차례나 공모했지만 승인이 모두 무산됐다. 이에 따라 4차 공모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9일 제3대 사장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에 앞서 대주주인 건설교통부가 최종 추천후보 3명에 대한 승인을 또다시 거부했다고 밝혔다. 공사측은 이번 주 안에 사장추천위원회를 열어 신임사장 공모 절차와 방법, 기간 등을 논의한 뒤 4차 공모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공사측은 전임 사장의 임기가 지난 3월 말로 끝남에 따라 2월부터 2차례에 걸쳐 사장 후보를 공모했었다. 하지만 건교부가 ‘불합격’ 판정을 잇따라 내려 지난달 중순 3차 공모를 실시, 최종찬 전 건교부장관과 윤웅섭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등 3명을 복수 후보로 추천했었다.“자격요건이 안 된다.”는 점을 거부 이유로 들었다. 앞서 추병직 현 건교장관도 추천 후보에 포함됐다가 장관으로 발탁돼 무산된 적이 있다. 이밖에 최재덕 전 건교차관 역시 후보에 올랐었다. 현재 인천공항 운영은 지난달 18일 취임한 박근해 부사장이 사장 대행체제로 맡고 있다. 국가의 관문인 인천공항 사장 선임이 파행을 거듭하자 “건교부와 청와대 등이 여론검증을 너무 의식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와 함께 “낙하산 인사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좀 더 유능한 인재를 찾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사측은 사장 선임이 3차례나 불발에 그친 점을 중시,4차 공모는 헤드헌팅 전문기관에 추천을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해법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고려대 세계대학 총장 포럼

    고려대가 삼성 이건희 회장의 명예박사 학위수여식의 파행으로 학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4일 신라호텔에서 개교 100주년 기념 ‘세계대학 총장 포럼’을 열었다.‘지식기반 사회를 위한 대학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은 축사에서 “대학은 국가이익에 종속되기보다는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발전시키는 근거지가 되어야 한다.”면서 “인류 양심의 보루인 대학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분명히 희망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이건희회장 高大사태 “젊은이들 열정으로 이해”

    이건희회장 高大사태 “젊은이들 열정으로 이해”

    삼성은 지난 2일 이건희 회장의 고려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에서의 학생 시위와 관련,“이 회장이 ‘젊은 사람들의 열정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가 고려대나 학생, 삼성 모두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4일 밝혔다. 이로써 학생 시위로 수여식이 파행을 빚은 데 대한 책임 문제로 고려대 부총장 이하 처장단이 사퇴하기로 하는 등의 파장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홍보팀 이순동 부사장은 “고려대 어윤대 총장이 사과편지를 보낸 데 대해 이 회장이 오히려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고 미안해하면서, 성의를 다해서 행사를 준비한 어 총장과 교수, 교직원, 교우회 관계자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은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이 회장이 이번 일에 대해 ‘20대 청년기에 사회현실에 애정을 갖고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진통의 과정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면서 “좀 더 큰 틀에서 대범하게 바라보자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회장은 학위 수여식 당일 일부 학생 등의 시위가 있다는 것을 전해듣고 참석을 말리는 일부 의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행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안 갈 수 있나. 양복 두벌을 준비해 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지상파DMB 하반기에나 본다

    지난 1일 본방송을 시작한 위성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과 경쟁을 하게 될 지상파DMB 방송은 올 하반기에나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에 따르면 방송위는 지난 3월말 지상파와 비지상파 각 3개사 등 6개사를 지상파DMB 사업자로 선정했으나 당초 계획보다 다소 늦은 이 달 중순 정통부에 허가 추천을 거쳐 7월에 지상파DMB 사업자만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KBS,MBC,SBS 등 지상파방송 3사는 최근 모임에서 7월1일 1차 개국, 관악산 송출시스템을 이용해 지상파DMB 전파를 송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남산과 용문산의 송출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옥외 수신율이 정상수준의 절반 이하에 그치는 등 당분간 파행 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선발 지상파DMB 사업자들의 콘텐츠 미비와 내부 준비작업 지연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MMB와 한국DMB-CBS,YTN DMB 등 비지상파군 3사는 장비 발주 및 구매, 스튜디오 설치 등 필요한 설비 확보에 수개월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본격적인 서비스는 연말에 시작될 전망이다. 지상파DMB 사업 관계자는 “콘텐츠 미비 등 준비 작업이 늦어져 일부 선발 사업자의 본방송이 상당기간 지연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통부 관계자는 “방송위의 허가 추천이 들어오면 빠른 시일에 허가를 할 것이며, 지상파 사업자의 경우 일정이 크게 늦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사설] ‘세계 高大’에서 일어난 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고려대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이 일부 학생들의 저지로 파행을 빚었다. 총학생회와 반자본·반전을 표방하는 학생연합단체인 ‘다함께’ 소속 학생들이 노동운동 탄압을 이유로 내세우며 학위 수여식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결국 재단이사장실로 옮겨 약식으로 학위 수여식을 마쳤다지만 일부 대학생들의 반지성적인 행태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유독 한국에서만 세계적으로 성공한 경영인을 인정하지 않는 풍토가 아쉽다.”고 했던 삼성관계자의 말처럼 학생들의 편협한 사고와 행동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는 독버섯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회장은 세계 경영을 통해 삼성을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일군 탁월한 경영인이다. 고려대가 이 회장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기로 한 것은 100주년기념관 건립비용으로 418억원을 기부한 것 외에도 ‘민족 고대’에서 ‘세계 고대’로 웅비하려는 미래의 꿈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한국의 대학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려면 삼성식의 세계 경영을 접목해야 한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럼에도 일부 학생들이 잘못된 편견에 사로잡혀 학위 수여식을 파행으로 몰고간 것은 학교 명예에도 치명상을 입힌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대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장이 삼성이라는 현실 인식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이 회장이 미처 읽지 못한 답례사에서 지적했듯이 얼마나 많은 인재를 길러내느냐 하는 교육전쟁에서 이겨야 국가간 기업간 경쟁에서도 승자가 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학은 어떤 인재를 길러야 할지를 깊이 고민해주길 바란다.
  • 일반고 ‘사색’ 특목고 ‘반색’

    일반고 ‘사색’ 특목고 ‘반색’

    서울대에 이어 일부 대학들이 변별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8학년도 입시부터 논술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고1 교실이 술렁이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본고사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서울 강남과 특목고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본고사 부활, 부담만 가중” 서울 관악구 S고 허모(16)군은 “내신 때문에 밤을 새고 있는 상황에서 부담만 커지는 소식”이라면서 “논술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본고사의 부활을 뜻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일선 교사와 학생들은 어떤 쪽이든 하루 빨리 최종 입시안을 확정해달라고 주문했다. 경북 경주시 S여고 1학년 백모(16)양은 “논술 비중이 더 높아지면 너무 힘겨울 것”이라면서 “일관된 입시제도를 마련해 혼란스럽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악구 M여고 1학년 강모(16)양은 “내신·수능·본고사 모두를 잘 봐야 대학에 갈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잘사는 사람들은 과외다 뭐다 해서 본고사 준비를 할 텐데 어쩌란 말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특목고·강남권에선 환영 반면 내신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특목고와 강남권 학생, 교사들은 본고사형 서울대의 입시안을 반가워했다. 서울 한 외고의 김모(28) 교사는 “특목고 학생들이 불리하지 않도록 여러 대학들이 조치를 취해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내신 비중이 줄어들면 특목고는 유리해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입학이 목표라는 강남구 Y고 조모(16)군은 “내신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논술이 강화되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직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내신만으로 경쟁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원단체 찬반 엇갈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과거 국·영·수 중심의 지필고사가 아니라 논술이나 심층면접을 강화하는 방향이라면 대학의 자율권에 속하는 얘기일 뿐”이라고 반문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우수 학생을 독식하기 위한 일부 대학의 욕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한만중 대변인은 “논술·면접은 현행 공교육에서 반영할 수 있는 시험 형태가 아닌 만큼 본고사형 논술 강화는 사교육의 과열 현상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사립대도 논술 강화 한편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와 성균관대 입학처장들은 지난달 30일 서울대처럼 논술과 면접시험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내신은 주요과목 위주로 반영한다.”는 데에도 뜻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화여대 박동숙 입학처장은 2일 “논술·면접의 비중이 더 커지는 방향으로 입시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임에 나가지 않았던 고려대 김인묵 입학처장도 “논술을 당연히 포함시키고 있는 우리 학교의 경우 토플과 같은 자격시험을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당초 올 10월로 예정돼 있던 2008학년도 입시안 발표를 다음주로 앞당기기로 했다. 성균관대도 올 9월 발표하려던 입시안을 이달 중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김영식 차관은 “과거의 본고사 형태로 국어·영어·수학 교과의 단답식 문제를 내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서울대의 안 가운데 수능을 자격 기준으로 활용하고, 논술과 면접의 형태를 다양화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내신 비중이 유지되고, 새로운 형태의 논술이 본고사 부활 차원에서 출제된다면 학교 교육을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지혜 이효연 나길회기자 wisepen@seoul.co.kr
  • 강릉MBC 방송파행 현실화

    MBC가 최근 강릉MBC와 네트워크 협정을 해지, 파행 방송이 현실화됐다. MBC 본사는 지난달 18일 강릉MBC에 통보한 대로 4월29일자로 네트워크 협정을 해지했다. 이에 따라 강릉MBC는 지역 뉴스와 ‘투어 대한민국’ ‘생방송 강원 365’ 등 강원도 내 MBC 지역사와의 합동방송과 ‘아름다운 음악세상’ 등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 제작에서 제외됐다. 이와 함께 MBC본사는 강릉 지역에 본사 기자를 직접 파견했고, 지난달 28일 발생한 양양 산불 현장도 춘천MBC와 삼척MBC 기자를 보내 방송했다. 강릉MBC측에서는 방송에 차질을 빚게 된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는 한편, 지난달 2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MBC본사를 상대로 협정 해지 효력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건희회장 名博수여식 파행

    이건희회장 名博수여식 파행

    고려대가 2일 오후 5시 열 예정이었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예철학박사 학위수여식이 학생들의 저지 시위로 재단 이사장실에서 약식으로 열렸다. 고려대 학생 100여명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비판하며 행사가 열리는 인촌기념관 앞에서 행사 시작 1시간 30분 전부터 시위를 벌였다. 이 회장은 예정보다 20여분 늦은 오후 5시20분쯤 나타났지만 학생들이 막는 바람에 정면 계단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경호원에 둘러싸여 학생과 몸싸움 끝에 옆쪽 계단으로 급히 올라가 인촌기념관으로 들어갔다. 학교측은 학생들이 식장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셔터를 내려 막았고 일부 학생들이 셔터에 매달리는 바람에 셔터가 휘어지기도 했다. 약식으로 행사를 마친 이 회장은 학생들을 피해 오후 7시15분쯤 기념관을 빠져나와 승용차를 타고 떠났다. 이 회장은 수여식 뒤 신축된 ‘100주년 기념 삼성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만찬에 참석하지 못했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은 “학위를 받으려 하시지 않은 분을 모셨는데 일부 학생과 외부 사람들이 시위를 해 불상사가 난 것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유학한 일본 와세다대나 조지워싱턴대에서도 명예박사 학위를 준다는 걸 국내 대학이 우선이라는 명분으로 거절했는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열린세상] 민주노동당은 왜 위기에 빠졌나/이광호 前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현재 민주노동당의 상태는 총체적 위기 상황이며 안이한 현실인식과 위기의식의 빈곤이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노회찬 의원이 최근 진보정치연구소 주최로 열린 민주노동당 의회진출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말한 내용이다. 그는 앞으로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8% 수준’으로 하향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실제로 최근 조사된 정당 지지율을 보면 민주노동당은 한자릿수(TNS 9.2%, 리서치앤리서치 9.1%)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20% 수준까지 육박했던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의 거품이 빠지는 중이다. 국민의 기대치와 당의 부족한 역량에 대한 실망 사이의 차이만큼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주요인사들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할까.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기아차·부산항운노조의 취업 비리와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 파행 등 최근에 벌어졌던 실망스러운 노동조합 활동이다.(권영길·단병호·심상정 의원, 주대환 정책위의장) 권영길 의원은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여론을 들어 보면 최근의 노조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매우 높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과 민주노동당이 한 몸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노동당도 기존 정당과 다를 게 없다.’는 대중적 실망이 당에 등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한다. 단병호 의원은 이와 관련해서 “노조의 잘못이 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외부 변수를 주요 원인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당이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체적 문제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의 잘못이란 무엇일까. 주대환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의 분석이다. “그동안 나타났던 비교적 높은 지지율은 민주노동당의 독자적 매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기존정당들이 싫어서 우리를 지지해 준 일종의 반사적 성격이 컸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당이 민생 문제를 상대적으로 등한시한 채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에 당력을 쏟는 것 같은 행보가 대중으로부터 당을 멀어지게 했다.” 심상정 의원은 “지난해 국감 이후 당의 활동 과정에서 적지 않은 정책적 혼선이 초래됐기 때문”이라며 대표적 사례로 독도 문제에 대한 대응을 꼽았다. 심의원은 또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의 경우 정당 내부의 문제점을 지도부 교체과정을 통해서 (대중적 비판에) 부응한 반면 민주노동당은 그러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단병호 의원은 “국민은 민생 문제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데 민주노동당이 지난 1년동안 국민에게 민생 문제를 제대로 쟁점화하거나 해결하는 데 인상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지지율 하락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런 현상들 이면에 보다 근본적인 민주노동당의 취약점이 있다. 그것은 제3당으로서, 미래의 제1야당과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으로서 전략적 사고와 비전의 부재다. 이와 함께 정당 내부의 비생산적 정파 갈등도 문제다. 노회찬 의원은 이와 관련해서 “위기의 핵심적 실체는 발전전략의 부재이며 당은 지금 구체적인 목표와 자체 동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바람과 조류에 따라 표류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당이 소수의 한계를 조직적으로 돌파하기 위한 전략을 가지지 못한 채 가두동원식 정치에 보다 많이 의존하고, 노동자·서민 정당으로서의 정책을 구체화하는 기획이 없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심상정 의원)라는 얘기다. 부유세·사회복지·고용 같은 주요한 의제를 사회적인 쟁점으로 만들어내고, 이를 노동자·서민의 편에 서서 일관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주체로서 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신뢰의 중심’으로 노동자·서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시기를 놓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현재의 소수에서 미래의 다수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을 취하지 못한 것이다. 거품이 빠지면 실체가 드러난다. 민주노동당이 1년을 맞아 스스로 찾아내고 있는 반성과 성찰이 노동자·서민의 희망을 되살리는 당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광호 前 진보정치 편집위원장
  • ‘공판중심주의 재판’ 정상화 조짐

    법원과 검찰, 변호인이 힘겨루기로 치달았던 공판중심주의 재판이 정상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는 25일 강동 시영아파트 재건축 비리사건 재판과 관련해, 증인신문 사항을 미리 제출하지 않기로 했던 방침을 번복,“질문 요지를 정리한 신문사항 요약본을 공판에 앞서 재판부와 변호인측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강동시영아파트 재건축 비리사건 재판은 조서 대신 공개법정 심리를 통해 사건 실체를 파악하는 공판중심주의를 적용한 재판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수사기록 열람·등사 허용, 증인신문 사항 사전 제출 여부 등을 놓고 법원·검찰·변호인 사이에 의견차가 커 재판이 연기되는 등 파행을 빚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거대 외주제작·지역社 횡포에 강력 대응”

    “이젠 신문의 위기가 방송의 위기가 됐습니다. 복합 사업, 타 매체와의 연대와 융합, 새 시장 개척을 통해 MBC가 처한 위기 상황을 풀어나가겠습니다.” 지난 16일로 취임 50일을 맞은 MBC 최문순(49) 사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최 사장은 최근 언론계 전반이 겪는 어려움과 관련,“MBC도 뉴미디어의 출현과 대규모 자본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한 뒤 “편성과 편집의 기본이 되는 재정적 독립성과 안정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생존을 위한 물적 토대 마련을 개혁의 최우선 방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 95%에 이르는 광고 수익 의존도를 줄이고,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중국·일본·동남아에 콘텐츠 수출의 전초기지가 될 해외 지사를 설립, 해외 수입 비율을 20%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 사장은 특히 드라마 ‘못된 사랑’의 파행을 예로 들며 “거대 자본을 앞세운 외주제작사의 횡포에 방송사들이 끌려다니면서 빚어지는 현 방송 시장의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방송사들끼리 연대해 공동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최근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강릉 MBC에 프로그램 공급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내민 이유에 대해 “소액 주주가 있는 지역사들로부터 더이상 MBC 본사의 경영권과 주주권을 침해받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해 강력한 조치를 취했지만,1∼2개월 안에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취임후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최 사장은 조직 개편 등 향후 개혁 조치에 대한 사내 반발 움직임과 관련,“사내에 ‘미래 전략팀’을 설치하고 12명의 대기자ㆍ대PD를 선발하는 ‘전문직제’를 도입해 수평적 관계에서 일을 하는 ‘팀제’를 도입할 것”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기자·PD 개인이 회사와 ‘일대일 관계’로 이뤄지는 조직을 지향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시네 드라이브] 국제영화제가 이래서야…

    ‘같은 이름을 내건 두 개의 영화제’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듯싶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사태가 극적으로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과 3명의 프로그래머들이 지난 13일 ‘안티 피판’ 성격의 ‘리얼판타스틱영화제’ 개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자 그동안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던 부천영화제측이 하루만에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 양측 중재자로 나선 영화인회의는 14일 부천영화제로부터 ▲프로그래머 등 전임 스태프들의 원상복귀 ▲집행위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정관 개정 ▲조직위 사퇴 등 ‘리얼판타스틱영화제’측이 주장해온 요구조건을 받아들이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 여부를 비롯한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논의과정이 남아 있으나 일단 사태 해결을 위한 큰 가닥은 잡은 셈이다. 뒤늦게나마 ‘동명영화제 동시개막’이라는 국제적인 망신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이후 부천영화제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는 심정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부천영화제 조직위는 지난해 12월 임기를 2년4개월 남겨둔 김홍준 집행위원장을 해촉하는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말과 행동으로 영화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사태가 진정되지 않자 신임 정홍택 위원장도 사표를 내기에 이르렀고, 이에 부천영화제는 집행위원장을 공석으로 남겨둔 채 정초신 감독을 수석프로그래머로 영입해 행사를 예정대로 치르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리얼판타스틱영화제는 이런 와중에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들이 ‘안티가 아닌 대안’을 명분삼아 꺼내든 최후의 카드이다. 부천영화제 출품이 예정됐던 50편의 작품을 상영하는 리얼판타스틱영화제는 필연적으로 부천영화제의 파행을 의미한다. 부천영화제로서는 ‘설마 이렇게까지 나올까.’했다가 된통 당한 격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비단 부천영화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광주국제영화제도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다. 올해 10년을 맞는 국제영화제의 역사가 낯 부끄러운 일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공직자 백지신탁제 도입 논란

    공직자 백지신탁제 도입 논란

    ‘백지신탁제’를 골자로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백지신탁제의 핵심은 재산공개 대상자(정무직과 1급이상 공직자 및 배우자, 직계 존비속)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로 위임신탁하는 것이다. 그 취지는 공직자가 관련 정책을 결정할 때 부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증식하지 못하게 막자는 것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에 부응, 지난해 6월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이 개정안을 제출한 뒤 8월에 정부안과 한나라당 박재완,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의 개정안이 잇따랐다. 그러나 지난해 정기국회가 국가보안법 등 4대 쟁점법안을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하면서 개정안은 국회 행정자치위에서 동면에 들어갔다. 그러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정·재계 인사들이 반부패투명사회 협약을 체결한 뒤 정치권에서 관련 법안 처리에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기준 교육부총리를 신호탄으로 이헌재 경제부총리, 최영도 인권위원장 등 고위공직자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잇따라 낙마하자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처리는 급물살을 탔다. ●도입엔 공감대·부동산 매매 제한 등은 논란 개정안별로 백지신탁 하한액수나 첫 신탁된 주식의 처분기간, 대상자 범위 등에는 차이가 있지만 여야 모두 4월 임시국회 회기내 처리엔 동의하고 있다. 특히 재임 기간 중 부동산 매매를 제한하는 것을 놓고는 정부안과 한나라당안이 차이를 보인다. 한편 일부에서는 백지신탁제나 부동산 매매 제한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송보경 서울여대 교수도 “부동산 매매를 제한한 뒤 유형별로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말한 뒤 “위헌 주장은 가능하겠지만 법안의 본질이 공직을 이용한 재산 증식 과정을 막기 위한 것이지 소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기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도 “임용기간 중 업무 관련 주식 소유를 제한하는 것이지 소유와 취득을 제한하는 게 아니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본말 전도” 지적 반면 현재 제출된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윤태범 교수는 “백지신탁제는 공직 수행과 사적 이익 연결 여부를 가리는 게 선결돼야 하는데 제출된 모든 법안은 이 과정을 생략하고 주식이냐 부동산이냐 논의만 무성해 본말이 전도됐다.”고 지적했다. 또 “정치권에서 명분에만 집착하고 실현 가능성을 간과한 면도 있다.”고 꼬집은 뒤 부동산 매매 제한에 대해 “양도세·재산세 등 세제로 보완하면 될 것”이라고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한편 정치권의 경쟁적 법안 제출에 대한 시각도 곱지 않다. 행정개혁시민연합 서영복 사무처장은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길 바라지만 마치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것 같다.”면서 “협상과정에서 취지가 변질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행정도시공청회 오물투척 파행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주변지역 지정과 관련한 첫 주민공청회가 주변지역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파행으로 끝났다. 8일 오후 2시 충남 연기군 문화예술회관에서 건교부 산하 행정도시건설추진위원회가 주민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충북 청원군 부용면 주민대책위원회와 연기군 금남면·동면 등 주변지역 주민 200여명이 “행정도시 주변지역 개발제한 지정계획을 철회하라.”면서 집단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공청회를 앞두고 연단점거를 시도,80여명의 경찰이 연단 앞에 배치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이어 이기봉 연기군수가 진정시키려 나서자 가축오물이 든 페트병을 연단으로 마구 던져 이 군수와 취재기자들이 오물세례를 받았다. 또 고함과 구호를 외치며 공청회 진행을 막아 행사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들은 “금남면의 경우 대전과 가깝다는 이유로 30년 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는 등 지금까지 입은 물질적, 정신적 피해가 얼마인데 또다시 주변지역으로 지정해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막으려 하느냐.”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도시 예정·주변지역 지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청회는 주민들의 반발로 중단과 속개가 반복됐고, 주민들 대부분이 빠져나가 100여명만이 남자 행정도시건설추진위는 “오늘 공청회는 주민들에게 나눠준 서면자료로 대체하겠다.”며 오후 4시20분쯤 공청회를 끝냈다. 이날 공청회는 주민들에게 행정도시 예정·주변지역 지정 및 경계설정 기준 등을 설명하기 위해 열렸었다. 이춘희 행정도시건설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진행이 순조롭지 못했지만 법이 허용하는 안에서 오늘 공청회에서 나온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연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도봉구 지하차도 인근 주민 ‘공공의 적’인가

    도봉구 지하차도 인근 주민 ‘공공의 적’인가

    “우리 아파트 앞으로는 절대 지하차도를 개설할 수 없습니다.” 서울 도봉구(구청장 최선길)가 창4동 181번지와 창5동 224번지를 잇는 지하차도 조성공사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인근 주민들의 집단 반발로 파행적으로 끝나고 말았다. 지난 25일 오후 2시 창4동 현대 4차 아이파크 앞 공원에서 열린 설명회는 새로 조성되는 지하차도에 대한 필요성과 공사기간 중 발생될 통행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내집 앞엔 길도 내지마라? 시비 158억원을 지원받아 새로 만드는 지하차도는 폭 20∼25m, 연장 352m의 왕복 2차선으로 건설되며 올 상반기 중 착공돼 오는 2006년말 완공될 예정이다. 지하차도는 경원선 철도가 지나는 부분을 지하로 횡단, 도봉로와 마들길을 잇는 왕복 4차선 도로와 바로 연결된다. 구는 도로가 만들어지면 2000년 이후 대형 아파트단지가 많이 들어선 창4·5동 지역을 비롯, 방학사거리와 방학지하차도 일대의 상습교통정체를 해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지하차도가 만들어지면 방학로는 물론 도봉로와 마들길의 흐름도 좋아지며 의정부 등 경기 북부지역과도 쉽게 오갈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통행 불편·사고 위험등 내세워 ‘막무가내’ 하지만 공사구간 인근 창4동 현대 2∼4차 아파트 주민들은 공사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 A씨는 “지금은 대형 국책사업도 주민들이 반대하면 못하는 세상”이라며 “주민들이 불필요하게 생각하는 공사니 설명회조차 필요없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구청 관계자 및 창4·5동 구의원, 시공회사 관계자 등이 참석했지만 일부 주민들이 흥분된 반응을 보이면서 행사진행을 원천봉쇄했다. 구청측은 공사 기간 중 등하굣길 안전시설 확충 및 아파트 진입로 확장 등을 도면과 자료를 제시하며 설명했고 시공회사측은 공사로 인한 소음과 분진을 최소화하겠으며 직원들을 동원해 통행로를 이용하는 주민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주민들은 막무가내였다. ●일각선 “구청장 집 편익위한 공사” 일부 주민들은 “이번 공사가 구청장과 구청직원들이 많이 살고 있는 ‘북한산 아이파크’의 편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공사”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주민들은 중재에 나선 창5동 목충균 의원의 발언을 고성을 지르며 막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인근에 있는 재활용센터를 이전하고 철길 방음벽을 터널 형태로 만들어달라는 등 공사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재활용센터 이전등 무관한 요구도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지하차도 건설은 지난 98년 현대아파트 단지에 대한 사업승인과 동시에 난 것이므로 구청장이 사는 아파트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이번 공사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데다 공공성과 적절성이 부족해 무조건적으로 들어줄 수도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반대주민들은 공사가 진행되면 가처분신청을 해서라도 막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같은 행태가 무조건적인 지역이기주의로 비쳐질 것이 두려울 정도였다. 구청측은 앞으로 이같은 설명회를 몇 차례 더 열어 주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할 계획이다. 글 이병숙 시민기자 dulmaru@hanmail.net
  • 서울시향 독립법인화 ‘진통’

    서울시향 독립법인화 ‘진통’

    서울시향(서울시교향악단)의 홀로서기가 한동안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아 지난 22일 화려한 취임식을 갖기까지는 순탄한 듯싶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지난 24일 서울시가 새롭게 재단법인화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단원들을 전원 오디션으로 뽑겠다는 공고를 내자 기존 단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 지난 25일 서울시향 단원 50여명을 포함한 세종문화회관 노조는 “서울시가 전 단원을 대상으로 오디션하겠다는 방침을 전격 선언한 것은 사실상의 정리해고”라며 “서울시향 법인화에는 공감하나, 단원 전면 오디션은 기존의 서울시향을 해체하고 그 이름만 도용하려는 것과 다름없다.”며 기존 단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한때 파업을 결의했다. 그 때문에 이날 밤 예정돼 있던 공연(‘이탈리아 음악의 밤’)은 파행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비노조원들만 연주에 나서기로 파업방침을 정했다가 막판에 노조원들이 공연에 합류키로 했던 것. 하지만 남자 단원들은 항의표시로 재킷을 벗은 채 셔츠 차림으로 무대에 서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전국문화예술노동조합 세종문화회관 지부와 서울시향측은 “전국의 예술단체와 연대해 이 문제에 대처해나갈 계획”이라고 입장을 정한 상태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히 봉합되진 않을 듯하다. 서울시향의 파업결의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또한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서울시 문화과의 한 담당자는 “새 단원 전원을 오디션으로 다시 뽑는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심사위원단을 별도로 구성해 공정한 심사를 볼 것이고, 기존 단원들에게도 오디션 기회를 열어놓는 한 문제될 게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서울시는 예정대로 4월말 오디션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공연계는 양쪽 모두에게 석연찮은 시선을 보내는 분위기다. 사전예고없이 물밑 진행해온 내부계획을 전격적,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서울시도 그렇거니와, 서울시향쪽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들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경쟁력있는 기량을 갖추지도 못했으면서 안정된 신분만 보장받으려는 연주자들의 자세에도 응원을 보낼 수는 없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서울시향은 “서울시와 협상 등 단원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되는지 여부에 따라 향후 공연여부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새달 1일 충무아트홀 개관기념 연주회, 새달 7∼10일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등이 예정돼 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스타 파워’ 드라마 좌지우지

    ‘스타 파워’ 드라마 좌지우지

    이른바 ‘스타 파워’가 TV드라마 시장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좌초위기에 처한 MBC 외주 드라마 ‘못된 사랑’의 사례 등을 보면 그 정도가 드라마 제작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비대해졌다는 지적이다. 방송사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스타 파워’에 휘둘려온 안이한 제작 방식에서 탈피, 드라마 제작 환경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뒤바뀐 ‘갑과 을’의 관계 MBC가 야심차게 준비한 ‘원더풀 라이프’후속 MBC 미니시리즈 ‘못된 사랑’(DNT웍스)의 제작진은 최근 낭패를 봤다.5월 방영을 목표로 24일 첫 촬영을 계획했지만, 지난 1월 일찌감치 주인공으로 내정된 가수 비가 촬영을 코앞에 두고 돌연 출연 번복을 통보한 것. 앞서 상대역으로 거론되던 고소영도 대본 수정 문제로 출연을 거부했다. 비측은 다친 코의 수술을 이유로 들었지만, 방송가에서는 7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고소영의 출연이 무산된 것이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다급해진 MBC측은 뒤늦게 비와 고소영이 제시하는 모든 조건을 수용한다고 제안했지만, 둘다 출연불가 입장을 고수해 체면만 구겼다. 제작진은 “비를 주인공으로 정해 놓고 준비를 해왔는데, 촬영 등 드라마 제작 전반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MBC 한 프로듀서는 “예전 같으면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라면서 “스타 캐스팅의 칼자루를 쥔 대형 연예기획사·드라마제작사들이 스타 파워를 앞세워 드라마 제작의 핵심 권력으로 등장하면서 ‘갑과 을’의 관계가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연기자에 PD·작가까지 ‘스타 파워’ ‘스타 파워’는 단지 연기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엔 연예기획사가 직접 드라마 제작사로 나서거나 드라마 제작사와 합종연횡을 시도하면서 프로듀서는 물론 작가까지 ‘스타 시스템’안으로 들어왔다.60여명의 연기자를 보유한 국내 최대 연예 매지니먼트사 싸이더스HQ를 자회사로 둔 IHQ와 탄탄한 제작 인프라를 갖춘 김종학프로덕션 등은 유능한 프로듀서와 드라마 작가들을 속속 지상파 방송사들로부터 빼내 ‘스타 파워’를 강화하고 있다. 연기자 캐스팅은 물론 프로듀서, 작가 선정까지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만의 ‘맞춤 드라마’를 생산해내고 있다.‘슬픈연가’(김종학 프로덕션·포이보스·두손엔터테인먼트)에서 보듯 해외 판권과 O.S.T 제작 등에서 방송사보다 유리한 수익 비율(7대3)로 계약,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MBC의 한 프로듀서는 “외주제작시스템과의 ‘자본 게임’에서 방송사가 완패하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연기자 캐스팅은 이미 연예기획사·드라마제작사 등에 의해 완전 장악당했고, 최근엔 스타 작가를 잡기 위한 드라마제작사끼리의 과당 경쟁으로 불과 1∼2년 새에 작가의 몸값도 3배 이상 폭등했다.”고 말했다. 이은규 MBC 드라마 국장은 “연기자, 프로듀서, 작가 등 드라마 제작의 필수 3요소가 연예기획사·드라마제작사에 의해 완전히 장악당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면서 “방송사가 채널과 기획력 측면에서만 약간의 우위를 보이고 있는 지금의 상황도 채 1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주 드라마의 체계적 관리와 프로그램 질 향상 시급 MBC 내부에서는 ‘못된 사랑’의 연기자 출연 번복, 새달 2일 방송 예정인 ‘다섯손가락’(김종학 프로덕션)의 대본 표절로 인한 편성 연기,‘착한 사랑’(삼화프로덕션)의 납품 차질 등 최근 잇따른 외주드라마의 편성 파행 사태를 둘러싸고 “드라마제작사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행사하지 않았던 ‘힘’을 이제는 ‘관계 정상화’를 위해 써야 할 때”라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내용보다는 스타 연기자 캐스팅, 연출자와 작가, 대략의 시놉시스만 보고 편성을 결정하고 사후 품질 관리는 전혀 하지 않는 현행 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산하 ‘편성·제작부문 민주방송실천위원회’는 22일자 노보를 통해 “대형 제작사 중심의 독점 공급 체제와 관리시스템의 실패가 외주드라마 파행편성과 그로 인한 MBC드라마 전체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면서 “명확한 신상필벌과 통합적 외주 관리 전문 부서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은규 국장은 “외주 제작에 익숙한 SBS나, 일일 연속극 정도만 외주 제작을 하고 있는 KBS에 비해 MBC는 외주 드라마의 파행으로 인한 타격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면서 “드라마 제작 환경을 정상화하기 위해 제작을 둘러싼 모든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특히 “연예기획사·드라마제작사의 스타 파워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새로운 소재 개발 등 자체 제작 드라마의 품질 향상에 주력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정운찬 총장 교육부직원특강 전문

    한국 대학의 현실과 이상 1. 대학의 위기론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위기, 고등교육의 위기론이 들려온지도 제법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의 대학이 짧은 시기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감당해온 성취에 대해서 객관적인 인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의 유례없는 발전의 배후에는 물론 전 국민의 피땀어린 노력과 참여가 있습니다만, 그러한 성취동기를 교육을 통해 승화시키고 전문화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던 대학의 기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수백년에 걸쳐 대학제도를 발전시켜 왔던 구미의 경험과는 달리 한국의 대학은 그 역사가 매우 짧습니다. 이웃 일본에 비해서도 우리는 매우 짧은 시기에 변화와 발전을 이룩하였습니다.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한국 대학이 수행해온 역할과 수고에 대한 응당의 평가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대학이 어떤 형태로든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은 모두가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사회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사회로부터 대학에 요구하는 것이 달라졌고, 학생들이 교수와 맺는 관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분화된 학문체제, 입시제도, 교육방식과 학교운영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상들도 자꾸 출현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며 복합적입니다. 한국경제의 발전 수준에서 볼 때 연구의 수준과 교육의 질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인문학의 위기론이 이야기되다가 이공계 위기론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급격히 변화하고 달라지는 사회를 대학이 채 따라가지 못해 현실적합성이 떨어진다는 염려도 있습니다. 기업들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이 별로 쓸모가 없다는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입시제도를 둘러싸고 학부모들과 중고등 학생들의 불만도 적지 않은 듯 합니다. 잘하는 사람은 잘하는 대로 못하는 사람은 못하는 대로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불만이 매우 높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현실 속에서 나타나는 부적합성과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제도적 노력을 개혁이라고 한다면 대학도 현재 개혁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있음은 분명합니다. 2. 세계화, 정보화, 신자유주의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의 고등교육, 대학의 위기는 도대체 어디에 기인한 것일까요? 어떤 분들은 교수진을 탓하고 어떤 분들은 학생들의 질을 탓합니다.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것이 위기의 요인들임은 분명합니다만, 보다 원천적으로 위기의 성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위기상을 지나치게 특수한 것, 즉, 우리만의 잘못된 현상이라고 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대학들은 유사한 문제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가장 선진적인 대학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미국에서도 대학개혁의 문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한국 대학의 위기상도 20세기 말 이후의 세계사적 변화와 관련하여 이해되어야 합니다. 저는 크게 세가지 현상이 위기의 배후에 작동하고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두말할 나위 없이 세계화입니다.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고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상호작용의 빈도가 급증하면서 많은 영역에서 표준의 세계화, 즉 글로벌 스탠다드의 강화현상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나라별로, 지역별로 독자적인 개성을 갖고 존립이유를 찾아오던 제도나 기관, 관습들이 이 압력앞에 위기를 겪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영어권이 아니면서 문화적인 축적 수준이 높은 아시아 국가의 대학들이 더욱 심한 몸살을 앓게 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두 번째는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전달 매체의 발달에 따른 사회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정보의 산출과 유통방식이 지금까지와는 현저하게 달라지면서 전통적인 지식생산과 유통의 책임기구였던 대학의 위상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성적 담론 대신 감성적인 이미지가 더욱 중요시되는 변화도 함께 등장합니다. 지식을 전수하고 공유하는 절차도 현저하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끝으로 대학의 위기를 가져오는 요소로는 신자유주의적 경쟁논리의 확산을 들 수 있습니다. 시장과 경쟁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서 효율성을 극대화 하려는 논리가 큰 힘을 얻게 되면서 대학의 안팎에서도 경쟁논리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교수들의 연구나 교육도 무한경쟁의 시스템 속에서만 더욱 발전하고 효율적일 것이라는 가정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고 있습니다. 대학간에도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하고 기업처럼 홍보전략이 중시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나아가 대학이 기업연구소나 여타 지식정보기관들과 지식생산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 우리 대학의 위기론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연구와 교육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의 시급성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대학이 선진국대학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는 관점만이 아니라, 변화하는 시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시스템구축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도 위기나 개혁이 이야기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점에서 대학의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시각도 좀더 세계적이고 역사적인 것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21세기 세계질서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그럼에도 무엇이 여전히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대두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이해와 대응이 없이 한국대학 만의 미시적 문제로 접근해서는 곤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한국적 특수성 그러나 한국대학의 위기상은 한국적 특수성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는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여러 가지를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대학이 차지하는 엄청난 사회적 위상에 비해 대학 자체의 존립기반은 매우 취약하다는 점에서 한국의 특수한 위기를 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대학입시 뉴스가 사회의 톱뉴스가 되고, 대학 정책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이 되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자녀의 대학입학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정도로 교육에 온 정성을 다 쏟는 것도 한국사회의 두드러진 모습니다. 사교육비가 큰 경제부담으로 되는 사회,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대접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유난히 강한 곳도 한국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대학의 위상이 한국처럼 강한 사회도 찾아보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 반면에 한국사회에서 정작 대학의 존립기반은 매우 취약합니다. 한국 근대 역사 속에서 우리는 대학이 과연 무엇하는 곳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본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먼저 제도적으로는 대학이 자신의 교육철학과 연구여건을 독창적으로 구축해나갈 자율성과 내적 권위도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정부의 대학정책 역시 자율성과 대학개성의 확립이란 점에서는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재정적으로는 대학이 연구와 교육에 지출하는 수준은 결코 충분하지 못합니다. 국립대학은 국립대학대로, 사립대학은 사립대학대로 우리 대학의 재정은 선진 교육과 연구를 감당하기에 한참 부족합니다. 사회적인 관심은 대단하면서도 정작 대학자체의 자율적 역량과 지적 권위는 뚜렷하지 못한 괴리로 인해 대학은 늘 대학외적인 문제들로 휘둘려온 감이 있습니다. 때로는 정부로부터, 때로는 기업이나 시장으로부터, 때로는 학부모나 학생들로부터 다양한 요구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진정으로 대학을 대학답게 만들기 위한 고민과 노력은 오히려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대학이 지성의 권위를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사회의 다른 영역으로부터 독자적인 권위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기업들은 대학에게 점점 더 당장 쓰여질 기술교육, 전문교육을 요구합니다. 대학을 기업연구소와 같은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으며 실제로 그로 인한 대학교육의 파행을 우리 모두 경험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대학을 자녀의 입시관문이란 잣대로만 바라봅니다. 대학의 연구와 교육실상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도 입시만은 최대의 관심대상이 됩니다. 정부기관이 대학을 행정과 규율의 대상으로만 파악하는 사례도 종종 경험합니다. 잠시 저희 서울대학교의 예를 말씀드리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대학이 나름대로의 장점과 수행해야 할 지적 과제들이 있다고 봅니다만 특히 서울대학교가 한국사회에서 마땅히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장 뛰어난 연구자들을 기르고 전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지식산출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오늘 서울대학교의 연구여건은 매우 열악합니다. 한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지식 산출기관임에도 정작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크게 부족합니다. 대학 본연의 역할을 중심으로 변화를 모색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연구와 교육 자체와는 거리가 먼 일들로 대학의 지적자원이 소진되어야 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습니다. 저는 입시제도의 난맥상 못지 않게 대학이 뚜렷한 자기비전을 갖고 독자적인 연구와 교육의 내실을 키워가지 못하는 것 자체가 매우 심각한 위기현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서울대학교 만의 문제는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대학과 사회 간에 서로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의 편차가 커지고 상호작용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야기되는 혼란과 불만,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대학이 존립이유와 자기정체성을 뚜렷하게 확립하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위기의 징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기에 위기극복을 명분으로 시행된 여러 가지 하향적 제도 개혁이나 정부간섭이 위기를 더욱 심화시킨 측면도 없지 않다고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위기는 반드시 대학 내부의 문제라기 보다는 대학-사회-정부가 한데 얽혀 있는 구조적인 성격을 지닌 것이라 생각합니다. 4. 개혁의 방향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매우 상식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대학을 대학답게 만드는 길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학이라는 제도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그 본래적인 의미를 재확인하는 작업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저는 대학이 우리 사회에 ‘진리’의 존재와 그 불멸의 가치를 알려주는 지성의 산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고답적인 도덕공동체가 되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세속적인 이해관심에 좌우되는 공리주의에 지배되어서도 안될 것입니다. 저는 대학의 이런 정체성이 위협을 받는다면, 안팎의 어떤 요구나 강요에도 흔들리지 말고 우리 자신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변함없는 역할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교육과 연구입니다. 이 둘은 수레의 양 바퀴와 같아서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교의 사정과 여건에 따라 둘 중 어느 한곳에 더욱 집중할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이 양자는 대학의 존립근거입니다. 오늘날 대학교육은 너무도 기능위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있는지 저는 매우 염려스럽습니다. 때로는 막스베버가 말한 ‘비지성적 전문가’들만 양산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기조차 합니다. 개인의 명예나 출세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과 인류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하는 진지한 젊은이들을 키우는 대학을 만들어야 합니다. 오늘날 대학이 대중교육기관처럼 일반화되기 했지만 그래도 대학은 한 사회의 엘리트 집단을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입니다. 대학은 단순한 지식전수기관이어서는 안됩니다. 또한 학생들이 즐거워할 취미활동이나 당장 쓰여질 기술교육의 장소도 아닙니다. 대학교육은 학생들의 잠재적인 지적 재능을 키워내고 그들이 창의적이고 건강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길러내는 최고수준의 가르침입니다. 때로는 힘든 훈련을 거쳐 유능한 연구자를 키워내는 과정이어야 하고, 냉정한 평가를 통해 지적으로 단련된 지성인을 키워내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역사적인 분기점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를 깊이 사고할 줄 아는 식견과 혜안을 길러주기도 합니다. 저는 우리 대학교육이 내용적으로나 질적으로 더욱 고급스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은 이런 기대와 매우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보는 바대로 오늘날 뛰어난 인재들이 고시공부로, 의대진학으로 몰려들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 사회의 우수한 인재들이 모두 단일한 가치를 추구하고 당장에 쓰여질 효용과 개인적 안락만을 중요시할 때 그 사회의 발전 잠재력이 약화될 것은 분명합니다. 대학이 이차적이고 직업적인 훈련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대학의 존재이유가 그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학은 직접적 효용성으로부터 한걸음 물러서 진리 그 자체, 연구 그 자체의 의의를 드러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성찰성을 중시하는 인문학적인 연구나 실험논리를 중시하는 자연과학적 연구는 그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 ‘진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치합니다. 최근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에 대한 이분법적 논의를 자주 접합니다만, 이 둘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과학의 양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과 함께 중시되어야 할 대학의 본령이 연구입니다. 자발적인 연구를 지원하고 진지한 연구성과를 존중하는 학문적인 분위기가 대학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한국대학은 여전히 선진국으로부터 최신의 지식들을 도입하고 전파해야 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우리 자신이 독창적이고 주체적인 지식을 산출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합니다. 해방후 50년이 훨씬 넘은 역사 속에서 여전히 지적인 종속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급속한 경제발전, 민주화, 남북관계의 변화, 정보사회로의 이행 등 한국사회가 보여준 현대사의 족적은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현상임에도 아직 우리 대학이 이를 세계학계에 내놓을 수준의 연구물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연구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향으로의 개혁이 절실합니다. 한국의 대학은 연구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너무 빈약합니다. 교수들의 연구를 진작시킨다는 명목으로 요즈음 경쟁논리가 곳곳에 도입되고 있습니다. 분명히 교수사회도 좀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연구활동에 참여해야 하며 자기쇄신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경쟁구조와 관료적인 평가논리가 곧 연구역량의 강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연구에는 연구자의 각오와 역량 못지 않게 연구를 가능케 하는 여건과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자연과학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인문사회과학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연구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각종 인프라와 행정지원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자만을 다그치는 방식은 한계가 있습니다. 가장 열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해야 할 젊은 교수들이 살아남기 위해 쏟아야하는 땀이 진정으로 연구작업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제도적 강요로 인해 창조성을 잃고 연구역량을 소진해 가지는 않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개별연구자들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조직입니다. 또한 다양한 사고와 행동이 인정되고 공존하는 공동체이기도 합니다. 그런 만큼 전체적인 의사소통과 의사결정과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수록 민주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종종 민주적 의사결정은 추진력의 빈약함으로 귀결된다는 오해가 있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의견들이 토론되고 그 속에서 결집된 의사가 확인될 수만 있다면 어떤 결정이나 개혁적인 조치들도 어렵지 않게 이루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이 우리 사회에 좋은 모델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성의 확보는 매우 중요한 개혁과제의 하나입니다. 대학마다 여건과 상황이 다를 것입니다. 따라서 각 대학이 자신에 맞는 최적의 구조들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대학 본연의 특성과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의 강요나 요구로부터 자율적인 권위를 민주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위해 학부모나 기업, 정부 당국 등은 모두 대학이 스스로의 권위를 지적인 차원에서 구축하고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의 권위를 우리 사회가 인정해주지 않고, 대학을 행정기관의 하나로 보거나 투자기관의 하나로 생각한다면 장기적으로 대학 자체는 물론이고 우리사회에도 큰 손실을 가져올 것입니다. 또한 제도만능주의적 사고도 재고할 여지가 있을 것입니다. 특정한 제도의 도입이 곧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대학이 가진 문제 자체가 복잡 다양하며, 여러 대학간의 사정이 또한 다릅니다. 국립대학의 여건과 사립대학의 여건이 다르며 종합대학과 단과대학의 여건 또한 다를 것입니다.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틀 위에서 각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개혁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사회 속에 존재하는 한 사회의 요구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은 분명합니다. 특히 한국사회처럼 대학입시와 졸업이 중요한 사회적 함의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대학개혁의 핵심은 오히려 대학본질의 회복, 다시 말해 지성의 권위를 확립하고 창조적인 지식생산의 능력을 배양하며 지적이고 비판적인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에 일차적인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저희 경우를 말씀드려 죄송합니다만 서울대학교가 지역균형선발제를 비롯한 다양한 선발기준을 모색한다거나, 국내외적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연구기능을 활성화함으로써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는 지식공동체로 개혁해 보려는 구상을 하는 이유도 이런 생각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각 대학마다 구체적인 형태는 달라도 대학 본연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유사한 개혁과제들을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모든 대학이 자율성과 독창성을 가진 교육과 연구의 중심지로서 제 기능을 더욱 강화하게 되는 것이야말로 대학개혁의 근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
  • [오늘의 눈] 비민주 판치는 민주노총/최용규 공공정책부 차장

    욕설과 거친 몸싸움, 마구 휘둘러대는 주먹다짐.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노조의 구성원들끼리 밀고당기기를 거듭했다. 시정잡배의 패싸움과 다를 바 없었다. 지난 15일의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는 이처럼 추태를 연출하느라 개회식도 선포하지 못한 채 끝났다. 따라서 평화적인 대회를 염원하던 민노총 지도부의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 같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의 비민주적 행태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1월20일 속리산,2월1일 영등포구민회관 대회에 이어 3번째다. 폭력의 수단을 빌려 소수가 다수를 제압하는 일이 거푸 벌어진 것이다. 비민주가 민주를 세 차례나 제압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고도 1500만 노동자를 대변하는 조직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사정 대화 참여를 반대하는 현장파(좌파) 등 각 계파와의 의견조율이 없는 한 파행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사전 정지작업을 시도했다. 지난달 22일 제35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하기 사흘 전 긴급중앙집행위를 소집, 대의원대회를 3월로 연기하고 대화를 선언했다. 계파간 물밑대화가 시작되는 듯했다. 지도부로서도 파국을 막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다. 민주노총만큼은 민주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수호 위원장 체제를 못마땅하게 여겨온 현장파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깡그리 뭉개버렸다.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전해투)측은 “노사정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한 대화는 없다.”며 선을 긋고 나왔다. 파국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진정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이 특정 계파에 휘둘려 투쟁으로 일관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투쟁만능’은 과거 유물이기 때문이다. 현장파도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읽어야 한다. 강경 일변도로는 더 이상 설 땅이 없게 된다. 현장파는 민주노총 지도부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노동계의 앞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용규 공공정책부 차장 ykchoi@seoul.co.kr
  • 민노총 대의원대회 또 무산

    민주노총의 임시 대의원대회가 노사정 복귀를 반대하는 강경파의 회의장 단상 점거와 몸싸움으로 무산됐다. 민주노총은 15일 오후 2시 서울 신천동 교통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노사정 복귀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반대파의 단상 점거와 몸싸움 등으로 1시간여 동안 개회조차 하지 못하다 산회를 선포했다. 노사정 복귀에 반대하는 100여명의 강경파들은 회의 개막 직전 주최측과 몸싸움 끝에 회의장에 진입한 뒤 단상으로 올라가 ‘사회적 교섭 반대한다.’ ‘총파업을 조직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회를 막았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간에 주먹과 욕설이 오가는 등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민주노총은 산회를 선포하면서 1주일 후에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사정 복귀안을 다시 논의한다고 밝혔으나 회의 개최 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특히 폭력으로 얼룩진 이번 임시 대의원대회는 향후 민주노총의 갈 길이 험난함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총의 이번 임시 대의원대회 파행은 단순히 노사정 복귀안의 통과 실패를 떠나 각종 위기상황에 대처할 내부 동력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대의원대회 파국을 계기로 이수호 집행부는 사실상 지도력을 상실했으며 총파업을 조직해낼 ‘힘’을 잃었다. 또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반 이수호’ 노선을 이끌었던 현장파 등 민주노총 내 좌파에 대한 지지도 급락하게 됐다. 따라서 대정부·국회 등 외부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하기는 어렵게 됐고 민주노총 내 계파간 노선투쟁이 본격화되는 등 민주노총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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