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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우려스런 黨·靑 사학법 불협화음

    사학법 재개정 논란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이 어제 법의 근간을 훼손하는 어떤 양보도 할 수 없다는 뜻을 천명했다. 한나라당의 재개정 요구는 물론 엊그제 여당의 대승적 양보를 주문한 노무현 대통령의 권고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지난해 개정된 사학법이 사학 재단의 비리를 근절할 개혁입법이라는 점에서, 이를 지켜내겠다는 여당의 단호한 의지 표명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이를 둘러싸고 당·청 갈등이 재연된다거나 여야의 극한 대치로 국정이 파행으로 치닫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일과 관련, 여당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거나 대통령의 권력 누수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등의 섣부른 해석이나 관측을 경계한다. 대통령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과 여당이 이를 취사하는 것 모두 국정 운영의 자연스러운 행태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참여정부의 당정분리 원칙이 아니더라도 더 이상 국회와 여당이 행정부의 시녀에 머물러서는 안되는 시대인 것이다.3·30 부동산 대책 등 시급한 현안들이 사학법 논란에 묶여 있는 상황을 타개하고픈 대통령이나 개혁 법안을 지켜내고자 하는 여당 모두 서로를 이해할 상황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어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밝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당·청이 지난 이틀간 불협화음을 빚으면서 국민을 불안케 한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충분히 사전대화로 조율할 수 있었음에도 대통령 권고, 여당 거부라는 수순을 밟아야 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 않아도 집권 후반기 레임덕이 걱정되는 시점이다.2년 가까이 남은 임기를 감안할 때 당·청간 보다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사학법 논란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여당은 5월 임시국회를 소집, 현안들을 강행처리할 뜻을 밝혔다. 로스쿨 법안 등 때를 놓칠 수 없는 현안들임을 감안할 때 불가피하다고 본다. 한나라당은 사학법의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나기를 바란다. 지난해 사학법 장외투쟁을 외면했던 민심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사학법 ‘암초’… 민생법안 또 삐걱

    4월 임시국회가 ‘사학법 재개정’이란 암초에 걸려 사실상 파행으로 끝이 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여야는 27일 핵심 쟁점인 ‘개방형 이사제’를 둘러싼 의견 절충에 실패, 주요 민생 법안이 계류된 상임위가 공전을 거듭했다. 내달 2일 국회 폐회까지 시간이 촉박해 비정규직 관련 입법과 3·30 부동산대책 입법 등 주요 민생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여야의 원내 지도부는 막전 막후의 협상을 통해 쟁점법안의 일괄 타결을 모색중이지만 ‘5·31 지방선거’를 앞둔 기세싸움까지 가미되면서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 행정자치위는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주민소환제 관련법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선거를 의식한 의회 폭거”라고 반발하는 등 진통이 계속됐다. 여당은 교착상태 타개를 위해 이날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등이 참석하는 ‘4자 회담’을 전격 제의했지만 한나라당의 거부로 무산됐다.●개방형이사 선임 조항 맞서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개방형 이사를 추천하는 주체를 확대시키는 방안만 받아줄 경우 4월 국회를 정상 가동하는 데 합의한다는 입장이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개방형 이사를)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회에서 선임한다.’는 조항을 ‘학운위와 대학평의회 ‘등’에서….’로만 수정해준다면 대승적으로 타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등’ 자를 추가할 경우 개정 사학법의 ‘대들보’인 개방형 이사제의 근본취지가 훼손된다는 입장이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개방형 이사제를 흔드는 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등’자 하나 추가하는데 뭐가 어렵냐고 말하지만, 독도의 주권은 대한민국 ‘등’ 에 있다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반박했다.여당의 주요 당직자들은 이날 “국회 파행에 대해 공동 책임으로 몰고 가기 위한 한나라당의 술책”이라고 일제히 비난했다.●여야, 4자회담도 이견 5·3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여야의 손익 계산이 달라 4월 임시국회의 정상 가동이 어렵다는 분석이다.여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한나라당은 국회의 무기력화를 유도해 궁극적으로 여당의 무능력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며 “사학법 개정 문제는 표면에 드러난 핑계거리”라고 주장했다. ‘4자회담’을 둘러싸고도 기류가 엇갈린다. 여당은 ‘당 대표·원내대표’가 참여하는 4자회담을, 한나라당은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각각 주장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실무적으로 해결할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모이는 4자회담이면 가능해도 당 대표가 포함되는 4자회담은 격이 맞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양측 대화 채널의 ‘수위’를 격상, 사학법은 물론 쟁점법안 일체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 ‘일괄타결’을 모색하자는 협상 기류가 여전히 살아 있어 막판 반전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오일만 박지연기자 oilman@seoul.co.kr
  • [사설] 日은 독도 생떼 쓰는데 국회는 뭐하나

    일본이 우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내에서 수로 탐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촉발된 한·일간 갈등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 담화를 발표해 독도 수호 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하자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한국·중국이 후회할 때가 올 것”이라고 폭언한 데 이어 일본 정부는 한국이 독도를 실효지배하는 현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불법 점거’라는 표현을 철저히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한·일간에 피할 수 없는 전면적 외교전이 이미 불붙은 것이다. 그런데 국내 정치권의 대응은 어떠한가. 독도 문제, 고구려사 왜곡 등에 관한 연구와 정책 수립 등을 종합적으로 하고자 마련한 ‘동북아역사재단 설립·운영에 관한 법’이 지난해 12월 발의됐는데도 교육위 소위에 계류된 채 아직 법안 심의조차 못한 실정이다. 재단 설립 취지에는 여·야 모두 공감한다. 그런데도 관련 법안이 표류하는 까닭은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놓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 국회가 파행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일본 정부의 생떼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고 정부는 총력을 모아 적극 대처하는 상태이다. 그런데 정치권은 정쟁에 눈 멀어 동북아역사재단 설립을 외면하고 있으니 이러고도 어찌 국민에게 지지 받기를 원하는가. 우리는 정치권, 특히 사학법 일괄타결을 주장하며 상임위 및 소위 참석을 거부하는 한나라당에 당부하고자 한다.‘불법 점거’ 발언이 나오자 한나라당 대변인은 “해방후 가장 비이성적인 망언”이자 “총만 쏘지 않았지 침략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정녕 그처럼 생각한다면 사학법과 상관없이 동북아역사재단 관련법 통과에 앞장서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독도 수호는 말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 약품시험기관 복제의약품 효능조작 파문

    약품시험기관 복제의약품 효능조작 파문

    약품 시험기관들이 복제의약품 효능 조사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국내 의약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초래함은 물론 그동안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약을 복제한 카피약 생산에 주력해 온 국내 제약업계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이번 조사 결과는 카피약 효능 조작이 일부 시험기관이나 특정 카피약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시험기관의 모럴해저드 국내 35개 시험기관 중 11개 기관을 우선 선정해 실태를 점검한 이번 조사에서 조작 혐의가 포착된 기관은 조사대상의 90%인 10개 기관이나 된다. 또 시험약품 101개 품목 중 문제가 된 약품은 43개로 42%를 웃돈다. 일부 기관을 대상으로 한 중간 조사에서 90%나 되는 기관이 적발됐다는 얘기는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이 업계 전반에서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시험기관이 생동성 시험을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고 엉터리로 진행하고 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의학계 내부에서 흘러나올 정도다.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기관들도 시험조차 하지 않고 시험을 한 것처럼 자료를 꾸미는 등 모럴해저드의 단면을 드러냈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들 기관이 유사한 약품의 생동성 시험을 하다보니 다른 약품의 시험자료를 가져다 결과를 꾸미기도 하고, 시험결과가 좋지 않으면 오리지널약과 효능이 같은 것으로 자료를 수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일부 기관에서는 식약청 조사를 피하기 위해 컴퓨터에 저장된 원본 자료를 파기하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다공증 치료제등 부작용 우려 커 생동성 시험의 파행과 조작은 바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문제로 직결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문의약품의 99.9%가 카피약이기 때문에 의약품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가톨릭의대 임상의학교실 임동석 교수는 “오리지널 약품과 화학적 성분이 같은 카피약이기 때문에 단기간 복용할경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겠지만 장기간 복용할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진다.”면서 “오리지널 약보다 혈중 농도가 낮거나 높거나 두 가지 경우 모두 환자에게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데 이번에 적발된 약품들은 골다공증 치료제 등 몇 년씩 복용해야 하는 약이라는 점에서 우려할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들도 병을 치료하기 위해 먹는 약조차 믿고 먹을 수 없다며 한탄하는 분위기다. 약사들도 “생동성 시험을 거친 약들은 오리지널 약과 효능이 똑같다는 입증을 거친 약들이라 믿고 대체조제를 해왔는데, 생동성 시험결과를 조작한다면 환자들이 카피약을 어떻게 신뢰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로 타격을 받게 된 제약업체들도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카피약 하나를 허가받을 때마다 수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시험을 의뢰하는데 이 결과를 조작했다니 시험비용은 비용대로 날리고 제약사 신뢰도마저 추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는 또 전체 카피약 시장이 위축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체를 보는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관행처럼 만연된 효능 조작을 제약사가 그동안 몰랐었는지, 또 시험기관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생물학적 동등성시험(BioequivalenceTest) 카피약(복제 의약품)이 오리지널약과 같은 효과를 내는지 평가하는 시험이다.1989년부터 카피약 시판 허가를 받기 위해 생동성 시험자료를 반드시 제출토록 의무화됐다. 현재 신약을 복제한 카피약과 45개 성분 제제에 대해서는 생동성 시험이 의무화돼 있다. 지금까지 생동성 인정을 받은 의약품은 총 3907개 품목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플로리다스 내추럴채러티챔피언십] 2위 임성아, 선두 소렌스탐과 4R 우승격돌

    임성아(농협한삼인)가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우승을 다투게 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년차인 임성아는 23일 미국 조지아주 스톡브리지 이글스랜딩골프장(파72·6394야드)에서 열린 플로리다스 내추럴채러티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16언더파 200타로 전날 선두 자리를 소렌스탐에게 내주며 2위로 물러섰다. 소렌스탐은 보기는 1개에 그치고 버디 9개를 잡아내 임성아를 1타차로 추월했다. 이에 따라 생애 첫승을 노리는 임성아는 마지막날 챔피언조에서 ‘역전불허’의 소렌스탐과 혈투를 치르게 됐다. 전날 8언더파를 치며 단독 선두로 나선 임성아는 2번홀에서 4번홀까지 연속 3개의 버디를 낚아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이후 12번홀까지 파행진을 계속하다 13번홀(파5) 버디 1개를 추가한 것이 아쉬웠다. 소렌스탐은 17번홀(파4)에서 두번이나 볼을 벙커에 빠뜨려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3.6m짜리 퍼트로 파세이브했고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만들며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소렌스탐과 결전을 앞둔 임성아는 “보기를 하지 않아 그리 나쁘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며 “소렌스탐은 나보다 훌륭한 선수지만 두렵지 않다. 내가 하던 대로 경기를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장정(기업은행)은 버디 6개, 보기 1개를 묶어 5타를 줄이며 12언더파 204타로 전날 공동 12위에서 3위그룹으로 뛰어 올랐고, 한희원(28·휠라코리아)은 이븐파에 그쳐 10언더파 206타로 공동 3위에서 공동 9위로 내려 앉았다. 4타를 줄인 김영(신세계)은 9언더파 207타로 공동 11위에 포진했고 올시즌 신인왕 후보 이선화(CJ)와 강수연(삼성전자)이 각각 7언더파 209타로 공동 16위에 올라 상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곽영완기자 kwyoung@seoul.co.kr
  • 국회 사학법에 또 ‘발목?’

    지난해 말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에 따른 정국 파행으로 이어진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가 4월 임시국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1월31일 여야 원내대표의 ‘산상회담’에서 사학법 개정안 처리문제에 합의한 것을 놓고 한나라당은 ‘처리키로 합의’를 주장하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논의키로 합의’라고 맞서면서 딴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중인 사학법 개정안 심의에 여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일부 쟁점법안들에 대한 심의를 거부하고 있다. 전날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 심의에 응하지 않았다. 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으로 건설교통위 법안소위에 계류중인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안’도 제동이 걸렸다. 한나라당 진수희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양당 원내대표가 4월에 사학법을 처리키로 합의했는데도 여당이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다른 법안 처리는)여당의 태도를 지켜본 뒤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측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한길 원내대표측은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안을 발의하면 국회법 절차에 따라 논의할 수 있다고 합의한 것이지 법안 처리를 약속한 게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박지연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일방통행식 혁신’ 없던일로

    행정자치부에 옛날 ‘계장’에 해당하는 ‘파트 리더’가 확대 도입된다. 팀제로 바꾸면서 업무 성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중간관리자를 없애는 바람에 오히려 비효율적인 구조로 악화됐다는 불만이 내부에 팽배했기 때문이다. 팀제가 오영교 전 장관이 추진한 ‘행자부 혁신’의 핵심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일방통행식 혁신’이 결국 좌초하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기존 팀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은 만큼, 인원이 많은 팀을 중심으로 소팀장 격인 파트 리더를 빠른 시일 안에 확대할 것”이라고 6일 밝혔다. 일단 운영지원팀 등 5∼6개 팀이 도입 대상이다. 파트 리더는 계장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다만 총괄 업무를 맡던 계장과는 달리 일반 팀원처럼 자기 업무도 주어지는 것이 다를 뿐이다. 기존의 행자부 ‘팀 운영지침’에도 구성원이 30명이 넘으면 별도의 그룹 활동이 필요하고,5명 이상의 팀원을 이끌어야 하면 파트 리더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민제도팀 등 2개 팀에서 이미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침의 조건을 더욱 완화해 파트 리더를 늘려 나가겠다는 것이다. 팀제에 대한 불만은 지난해 3월 도입될 때부터 있었다. 팀원 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 있는 만큼 불가피하게 소팀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이용섭 장관이 직원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도 팀제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직원들은 ▲사무관이 현실적으로 계장 역할까지 하는 바람에 업무가 과중하고 ▲팀의 중간관리자가 없어지면서 팀원들 사이의 업무 능력 격차가 벌어졌다고 ‘성토’했다. 파트 리더의 조건을 완화한다는 것은 상당부분 ‘오 전 장관의 혁신’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통일부, 국정홍보처 등 17개 부처와 공기업 등 행자부 사례를 ‘모범’으로 팀제를 도입한 다른 기관들도 골치를 앓게 됐다. 행자부 내부에서는 이런 ‘파행’의 원인을 오 전 장관 스스로가 제공했다고 본다. 한 직원은 “전임 장관은 직원들의 의견에는 귀막으면서 밀어붙이기로만 일관, 결과적으로 ‘비효율적인 혁신’에 매진했다.”면서 “이상이라는 침대에 맞춰 현실의 다리를 잘라버린 셈”이라고 꼬집었다. 성과관리시스템 등 오 전 장관이 자랑했던 치적들도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직원은 “팀제나 성과관리시스템을 현행대로 고집하는 것은 파울 홈런을 쳐놓고선 홈런이라고 우기는 격”이라면서 “시민 생활을 향상시키고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혁신의 본래 의미를 되살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어둠 여전한 泰정국

    탁신은 물러났지만 태국 정국에 깔린 안개는 걷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탁신 치나왓 총리가 퇴진 시위 두달 만인 4일 항복을 선언했다.탁신은 사상 처음으로 4년 임기를 채운 ‘기록’을 남겼지만 자신의 일가가 19억달러어치의 주식을 팔면서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은 도덕적 흠결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후임 총리 선출 후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5일 과도총리에 칫차이 와나사팃야 부총리 겸 법무장관이 지명돼 내각을 이끌게 됐다. 로이터 통신 등은 그러나 탁신이 필요하면 총리직에 복귀할 수 있다고 전한다. 스스로도 차기 내각에 대한 수렴청정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민주당 등 야 3당은 이날 “23일 실시되는 재선거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탁신 총리의 영구퇴진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태국 헌법에는 총선 이후 30일 이내에 의회를 구성하고 새 의회가 총리를 선출토록 규정하고 있다. 조기총선에 이어 재선거마저 파행으로 끝나면 원 구성은 물론 자칫 헌정 중단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 탁신이 창당한 ‘타이 락 타이(TRT)’는 이번 조기총선에서 ‘허울뿐인’ 압승을 거뒀다.잠정 개표 결과 지역구 400곳 중 361곳에서 당선자를 냈고 전국 득표율 5% 이상인 정당에 배정되는 전국구 의원(100석)까지 독식, 전체 500석 중 461석이나 확보했다. 반(反) 탁신 시위를 주도한 국민민주주의연대(PAD)는 행정법원에 ‘총선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불확실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TRT 후보가 단독 출마해 ‘유효 득표’를 얻지 못한 39개 선거구만 재선거 대상으로 보고 있다. 조기 총선을 전면 무효화하고 모든 야당이 참여한 재선거를 치를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선거는 야당과 시민들의 반발만 불러올 수 있다. 일당 지배가 굳어진 상태에서 탁신의 퇴진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야권은 “의회 구성 후 퇴진하겠다.”는 탁신의 의도가 결국 ‘총리직’을 양보하고 TRT 오너로서 정치적 지분은 내놓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왕립 출라롱콘대 티티낭 퐁수히랏 정치학과 교수도 “TRT가 여전히 권력을 장악할 것이며 탁신은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오른 이들이 ‘독립 행보’를 걸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AP통신은 솜킷 자투스리피탁 부총리 겸 상무장관, 하원의장을 역임한 포킨 파나쿤 부총리가 근접하고 있다고 전했다.탁신의 개인비서 출신인 솜킷 부총리는 ‘탁시노믹스’의 틀을 짠 인물이다. 포킨 부총리는 탁신에게 법률 자문을 하며 이번 사태 악화에 책임이 있는 인물이다. 정국의 안정 여부는 탁신이 새 정부 구성 과정에서 국민과 야권의 불만을 얼마나 잠재우며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어느 정도 포기할 것이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임시국회 첫날부터 파행

    임시국회 첫날부터 파행

    국회가 3일 본회의를 열어 4월 임시국회 일정에 들어갔다. 비정규직 법안을 비롯한 굵직한 입법 쟁점과 김재록씨 로비의혹 등 크고 작은 현안이 산적해 여야 격돌이 예고돼 있다.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원내 활동이 혼탁한 폭로전 양상으로 흐를 우려도 나온다. 회기 첫날인 이날 새벽 민주노동당 의원과 당직자 20여명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실을 점거했다. 열린우리당이 6일 본회의를 앞두고 이날 법사위에서 비정규직 법안을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자 실력저지에 나선 것이다. 이날은 일단 한나라당 소속 안상수 법사위원장이 당장 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자 점거를 풀었다. 그러나 여당이 법안을 처리할 분위기가 감지되면 언제라도 물리력을 동원해 몸으로 막겠다는 게 민노당 입장이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번 국회의 ‘뜨거운 감자’는 한명숙 국무총리 지명자 인사청문회다. 한나라당은 “한 지명자가 당적을 정리하지 않으면 청문회도 없다.”고 못 박고 있어 청문회 의사일정조차 합의되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다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 공방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폭로성 정치공세는 이미 본격화됐다. 한나라당은 김재록씨가 현 여권 인사를 상대로 광범위하게 로비를 했다고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먹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과 국부유출 논란은 참여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검찰 수사부터 지켜봐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의 아킬레스건인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테니스 논란 후속타 등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사회플러스] “무형문화재 선정 실세 개입 의혹”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의 여동생인 문재숙씨가 최근 문화재청으로부터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받은 것을 놓고 민주당 손봉숙 의원이 권력 실세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손 의원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문씨가 가야금 산조부문에서 이같이 인정받은 데 대해 “여당 실력자의 친 여동생으로 권력 실세들의 영향력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문재숙씨는 실기가 아닌 이론전공 교수인 데다 신청서, 추천서 한 장 없이 보유자로 인정됐다.”며 “(인정 과정이) 납득할 수 없을 만큼 파행적인 절차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측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근거없고 터무니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 유럽 ‘파업 소용돌이’

    |파리 함혜리특파원|‘유럽은 파업중’ 유럽 대륙이 파업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28일 프랑스 노동계가 정부의 최초노동계약(CPE) 도입에 반대해 전국적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영국과 독일, 그리스에서도 연금개혁과 임금인상 등의 문제로 파업이 잇따랐다. 프랑스 국영철도 SNCF의 노조가 27일 저녁부터 24시간 파업에 들어간데 이어 28일 항공, 우체국, 전기·가스(EDF-GDF), 프랑스 텔레콤, 병원 노조들이 파업에 가세했다. 운송부문 역시 사실상 마비됐다. 일반 열차는 5대 중 2대, 초고속 열차 TGV는 차량의 3대 중 2대꼴로 운행됐다. 파리 등 71개 도시 대중교통의 절반 이상이 운행을 중단했다. 교사들도 파업에 들어가 대부분 학교가 문을 닫았다. 신문 발행이 중단되는가 하면 국영 라디오와 TV 방송국도 파행운영을 면치 못했다. 르몽드는 공무원과 민간 기업 노조원 등 500만여명이 파업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는 29일 노동계 및 학생들과 CPE의 부분수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영국에서는 150만명에 이르는 지방정부 노동자들이 연금문제로 24시간 파업에 들어갔다. 학교 수천곳이 문을 닫았고 교통편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런던에서는 런던타워가 문을 닫았고 시내 학교 70%가 휴교했다. 지방공항 일부도 직원들의 시위참가로 운영차질을 빚었고 북아일랜드에서는 버스와 기차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독일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도 임금인상을 압박하기 위한 경고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는 자동차메이커 BMW의 라이프치히 공장 노조원 1000여명 등 전국의 산하노조들이 가세했다.340만명의 노조원을 보유한 금속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5% 인상을 요구했으나 사용자측이 1.2% 인상을 고집, 난항을 겪고 있다. 그리스 정부의 은행 연금기금 개혁안에 반발, 국영 엠포리키 은행이 27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그리스 은행노조도 산하 사업장에 파업지침을 하달했다.lotus@seoul.co.kr
  • 佛 28일 전국파업… 교통대란 비상

    |파리 함혜리특파원|새 실업 정책인 최초고용계약(CPE)을 둘러싼 프랑스 정부와 학생·노동계의 갈등이 2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28일 전국적인 파업과 시위로 혼란이 예상된다. 이날 파업에는 철도, 항공, 교사, 우체국, 병원, 금융, 통신 노조들이 다수 참여해 공공 서비스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파리의 지하철과 교외선 RER 차량의 절반 이상이 파업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또 이미 상당수의 대학과 고등학교가 폐쇄되는 등 파행 운영되는 가운데 28일엔 교사 파업까지 겹쳐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프랑스 국철(SNCF)과 파리교통공사(RATP) 노조는 29일 오전 8시까지 24시간 파업을 벌인다. 이에 따라 고속철도(TGV) 3대 중 2대, 일반 철도노선은 40%, 교외선은 51%만 운행된다. 파리 시내 지하철도 절반만 정상운행된다.에어프랑스, 드골 및 오를리 공항의 관제사 및 기술자, 안전요원 등 8개 노조가 파업에 참가해 국제선 운항도 차질이 예상된다. 강경파 노조인 CGT는 “이번 파업은 지난 2003년 연금개혁 당시 전국적인 파업보다 훨씬 참여도가 높다.”고 밝혔다. 시위는 전국적으로 200여건이 예정돼 있다. 사회당과 공산당을 포함한 야권도 시위에 참여하기로 했다. 주요 노조인 FO의 장 클로드 마이 위원장은 “28일 밤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응답이 없으면 반발 운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노조 지도자들은 29일 오전 회동해 앞으로의 행동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는 논란이 되는 CPE법의 부분 수정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주요 학생 조직들과 노동계는 “CPE를 먼저 철회해야 대화에 응하겠다.”면서 맞서고 있다. 드빌팽 총리는 지난 24일과 25일 노동계 대표 및 학생조직 대표들과 잇따라 협상을 가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학생들은 28일 노학(勞學) 연대 파업과 시위에 이어 30일에는 기차역과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다음달 4일에도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많은 학교에서 수업이 정상 진행되지 못해 5∼6월의 기말 시험이 9월로 연기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lotus@seoul.co.kr
  • [사설] 한명숙 총리지명자에 거는 기대

    노무현 대통령이 새 총리 후보자로 한명숙 의원을 지명했다. 안정·화합 기조의 국정운영 방침을 담았다고 평가한다. 한 지명자가 국회 인준을 통과하면 첫 여성 총리로 탄생한다. 그러나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총리가 되려 해선 안 된다. 철저한 신상검증을 통해 자격을 인정받아야 한다. 야당은 내각의 정치중립 훼손을 걱정하고 있다. 그런 우려를 불식하는 것도 한 지명자에게 주어진 과제다. 한 지명자는 시민단체 활동을 거쳐 장관을 두번 역임한 재선 의원이다. 행정능력을 갖췄다고 보지만 총리는 장관·국회의원과 다르다.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막중한 자리다. 한 지명자는 장관으로서 괜찮은 평점을 얻었으나 새만금사업 등 대규모 국책사업의 교통정리에 약했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정책비전과 내각통솔 방안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한 지명자에게 시급한 것은 야당과의 새로운 관계 정립이다.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은 신임 총리의 조건으로 무당적을 요구하고 있다. 한 지명자가 열린우리당을 탈당하지 않으면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비롯해 총리인준 절차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공정한 선거관리는 의지의 문제이며 총리의 당적 보유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관행에 비춰볼 때도 한나라당의 요구가 무리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를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총리 인준은 물론 정국이 파행으로 흐르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여야가 대화를 통해 원만한 절충점을 찾아내길 바란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여성 총리 지명을 지방선거 득표에 도움을 주는 일회용 카드로 기대했다면 옳은 판단이 아니다. 표의 유·불리는 검증되지 않았다. 또 그런 식으로 총리 인선을 활용하려다간 여야 대치가 격화되고 내각이 불안정해져 오히려 여권이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그보다는 책임총리제를 제대로 시행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야당과 부딪치는 정치 총리가 아니라 양극화 해소, 고령화 대책 등 민생개혁을 책임지고 챙기는 총리를 만들어야 참여정부 후반기 국정운영이 안정될 수 있다.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2) 이성을 넘어서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2) 이성을 넘어서

    인간이 얼마만큼 이성적일까? 보통 우리는 감정이 격해서 흥분한 사람에게 이성적(reasonable)으로 또는 합리적(rational)으로 행동하라는 말로 충고한다. 저 말은 감정의 흥분과 격정에 생각을 맡기는 것을 피하라는 말로 들린다. 한국인들이 일반적으로 빨리 흥분하고 격정적이어서 대국(大局)에서 실수를 잘하고 공동의 이익을 놓치는 어리석은 일을 감행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종종 걱정한다. 오기가 나면 이익도 팽개치고 다 엎어버리는 한국인의 충동적 행동을 나는 그 동안 세상을 살면서 여러 번 경험했다. 나는 감정적 흥분상태의 격정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이성적 또는 합리적 사고방식이라고 젊었을 적부터 꽤 오랫동안 생각해 왔었다. 한국인의 비이성적, 감정적 생활태도를 나는 비판적으로 보아왔다. 그런 나는 얼마만큼 이성적이었던가? 나 역시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쉽게 빨리 흥분하는 감정의 행태를 노출해 왔었다. 직업상 나는 학술세미나에 많이 참석해 왔었다. 학술세미나에서는 찬반 토론이 생기고 때로는 격렬한 주장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거의 예외없이 학술세미나에서 반대의견의 개진이 치열할 경우에 논리적으로 합리적 종결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는커녕, 감정상의 앙금이 남아서 가시돋친 말의 교환이 오가는 와중에 겉으로는 점잖아 보이지만 속으로 감정이 뒤틀어진 상처가 이성의 당위적 요구를 무색케 하는 현상을 나는 많이 목도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는 20세기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거장인 하버마스의 이성적 비판이론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사회를 교조와 통제의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목적으로서의 ‘이상적 담화의 상황’에 의하여 균형적 말의 교환을 방해하는 장벽을 헐고 우리 모두가 평등하게 대화하는 이성사회가 가능하겠는가 크게 의심하게 되었다. 단적으로 나는 그런 사회의 창조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나는 점차로 이성에 의한 인간의 해방은 불가능한 꿈을 꾸는 공상과 유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이성은 결코 무의식에 침전된 인간의 감정적 앙금을 씻어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길로 나아갔다. 그리고 인간을 이성적 동물로 규정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가 지니는 의미를 숙고하게 되었다. 과연 인간은 이성적 동물인가? 그 말의 뜻이 무엇일까? 앞글에서 여러 번 강조됐듯이, 인간의 본능은 동물의 본능처럼 확실하게 각인되어 있지 못하고 희미해서 본능 대신 지능이 생존의 능력을 대행하게 되었다. 지능만이 인간이 이 세상에서 자연의 본능을 지배하고, 세상을 인간중심으로 개척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대본은 다 지능의 산물이다. 이성적 동물은 지능적 동물의 다른 이름이다. 이런 이성은 도구적 이성을 뜻한다. 지능과 이성은 다 도구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는 인간이 동물인데, 단지 동물과 다른 특이한 차이는 지능을 사용하는 동물이라는 뜻이겠다. 그 말이 옳다. 도구적 이성은 실용적인 편리의 진리를 추구한다. 그런데 지능은 동물적 본능의 대행이므로 본능이 지닌 자기생존의 우선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개인적, 가족적, 국가적, 종족적, 종교적, 이데올로기적 자기생존의 우선권이 지금까지의 인류사에서 한 번도 포기된 적이 없었다. 그것이 포기된 상태는 곧 지능이 모자라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세계를 지배한 나라는 그만큼 지능의 경쟁에서 승리한 나라라고 봐야 한다. 즉 도구적 이성의 사용이 왕성한 나라가 세상을 지배해 왔다. 그 도구적 이성의 승리는 늘 자아주의, 이기주의의 생존욕을 안으로 감추고 있다. 그런 생존투쟁을 비판하면서 도덕적 해방적 이성을 강조하는 반(反)도구적 이성주의의 사상이 반작용으로 존속해 왔다. 그것이 시대마다 다른 이름을 지었었지만, 좌우간 이기적 자아생존의 우선권이 늘 패배자의 슬픔을 밟고 있어 왔기에 불의의 역사를 심판하는 그런 기능을 비판적 이성이 담당해 왔었다. 동양에서 주자학적 도학주의나 대동(大同)이념에 입각한 성리적 사회사상, 서양의 각종 사회주의나 마르크시즘,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 등등은 다 도덕적 성리주의와, 또 도구적 이성을 비판하는 사회적 이성이나 해방적 이성의 신뢰에 근거해 있다고 봐도 괜찮겠다. 유가적 성리론(性理論)은 천명(天命)의 절대적 선의지를 인간의 사회에 대동적(大同的)으로 실현하려는 도덕주의를 말하고, 기독교적 메시아사상과 연관된 사회주의적 이성론(理性論)은 이기적 지능을 초월한 공동선 의지에 입각한 역사적 구원의 공동체를 이 세상에 실현하여 인간의 현실적 소외를 극복하려는 것이다. 이성(理性)의 개념은 서양어 ‘reason’의 번역어이나, 이미 동양에 있어 온 성리(性理)의 개념을 참작하여 살짝 바꿔 옮긴 것이겠다. 그래서 역사를 구원하는 해방적 이성론자들은 도구적 이성을 격하시키고, 보다 더 상위적인 구원적 이성을 지고선(至高善)의 이념과 동격으로 부상시켜 그런 구원적 이성이 인간의 모든 생각을 궁극적으로 통일하는 규정적 이념(regulative idea)이라고 여겼다. 지고선의 규정적 이념이 과연 인간의 모든 감정의 비이성적 앙금의 응어리를 씻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다. 비이성적 감정의 앙금은 역시 이기적 지능의 자아우선주의와 직결된다. 자아의 자존심이 상처를 입었기에 그것이 감정의 앙금으로 남아 타자에 대한 공격성으로 은연중에 작용하고 있다. 그러면 자아에는 도구적 이성의 자아우선주의와 다른 해방적 이성으로서의 보편적 자아가 있다는 것인가? 나는 그런 보편적 자아가 현실적으로 실존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보편적 자아는 관념상의 추상적 자아로서 당위적으로 이기심이나 감정적 흥분을 억제해야 한다는 의식상의 의지론이지, 그 의지론이 자아의 자연적 실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의식의 각성은 무의식의 자연적 기호를 이기지 못한다. 모든 도덕주의나 사회주의가 실패한 기본원인은 그것이 무의식의 기호를 외면한 명분주의이기 때문이다. 의식이나 의지는 모두 자아에서 발원하고 있으므로 자아에서 발원하는 모든 현상은 자아우선적 이기심의 무의식을 벗어나지 못한다. 해방적 이성이 그리는 보편적 자아가 도구적 이성이 낳는 이기적 자아를 능가할 것 같지만, 전자는 의식의 명분이고, 후자는 무의식의 자아우선의 기호를 대행하는 것이므로 의식의 명분이 무의식의 기호를 결코 이기지 못한다. 사회주의나 도덕주의가 실제로 시장주의와 기술주의를 능가하지 못하고 패배하는 이유는 바로 의식상의 명분이 무의식상의 이익을 조금도 부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성주의는 곧 지능의 사상이고, 그 생명은 20세기 미국의 철학자 듀이가 갈파한 도구주의적 이성(지성)의 영역을 넘지 않는다. 듀이는 해방적 이성같이 거창한 허구를 수용하지 않고, 착실한 현실적 문제해결의 가능한 영역에 이성의 기능을 제한시켰다고 하겠다. 도구적 이성의 진리는 곧 세상살이를 편리하게 만드는데 있다. 편리를 만들려는 자아우선주의는 본질적으로 자아중심의 소유주의적 속성을 경쟁적으로 띠고 있으므로, 나의 승리는 너의 패배요, 나의 기쁨은 너의 슬픔이 되게 마련이다. 이것이 도구적 이성주의의 빛과 그림자다. 도덕주의와 사회주의가 아니고 저 이성주의의 소유론적 자아우선주의의 독성을 중화시키는 방법이 없을까? 우리는 여기서 공자가 ‘논어’(자한편)에서 말한 ‘절사’(絶四)의 뜻을 음미해 볼 필요를 느낀다.“공자가 네가지를 끊었는데, 곧 그것은 무의(毋意=자기 멋대로 함이 없음), 무필(毋必=기필코 관철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없음), 무고(毋固=고집스러운 집착이 없음), 무아(毋我=자아우선의 욕심이 없음)이다.” 뒤에 우리가 공자의 사상을 다시 검토하는 기회를 갖겠지만, 단적으로 공자의 사상은 삼원체제(자연적 무위/도덕적 당위/기술적 유위)를 갖추고 있다. 오늘의 ‘절사’사상은 그 중 하나인 무위유학의 면모를 말한다. 이 면모는 불교와 노장사상과 유사한 대목을 지닌다. 장자(莊子)의 ‘대종사’편에 나오는 공자의 가르침인 ‘심재좌망(心齋坐忘)’이 여기에 속한다. 마음의 공허가 심재요, 좌망은 장자의 유명한 주석가인 3세기경 중국 위진시대의 곽상(郭象)의 표현처럼 ‘무심의 마음’,‘일신을 느끼지 못함’,‘천지를 알지 못함’ 등으로 이해된다. 의식의 생각을 온전히 비웠다는 것이 곧 심재좌망이겠다. 자아가 존속하는 한에서 경쟁의 세계에 살 수 밖에 없는데, 경쟁과 자아우선의 사고방식을 약화시키는 길은 그것을 억압하거나 지우려고 노력하는 도덕주의나 사회주의가 아니다. 억압의 길은 파행적 지능의 교활함을 더욱 부채질할 뿐이다. 사회주의에서 시장이 봉쇄되면서 시장의 기능이 암시장으로 은폐되어 나라경제를 교란시키는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도덕주의는 명분지향의 한국사회처럼 앞뒤가 다른 위선의 풍토만을 조성할 뿐이다. 억압 대신에 자의식을 고요히 쉬게 하는 무심한 마음의 안정법을 익혀야 한다. 의식이 고요히 쉬면, 무의식에 숨어 있는 본성이 잠을 깨면서 이기적 본능의 탐욕이 자의식과 함께 누그러진다. 본성의 자발적 기호는 본능의 자발적 기호가 쉬면 드러난다. 이것이 열리면 지능의 이기적 분별심 대신에 본성의 지혜가 빛을 발하면서, 지능의 도구적 이성의 역할이 자리이타적 방향으로 발양하게 된다. 공자가 말한 심재좌망은 마음이 그냥 멍청하게 아무 생각 없는 무기(無記)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의 자기 생존욕을 잠재우고 본성이 자기 존재의 꽃을 피워 타인들에게 이익을 보시하려는 고요하면서 즐거운 채우기를 뜻한다. 자의식의 이기심은 도덕주의적 훈계나 사회주의적 권력계도로 사라지지 않는다. 자의식의 마음이 고요히 쉬게되면, 마음의 본성이 무의식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나면서 본능과 지능의 합작품을 본성과 지능의 합작품으로 돌린다. 마음의 본능을 억압하는 도덕과 정치보다 오히려 마음의 본성을 가까이 하는 방법을 미래교육의 화두로 삼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장관 교체 이어 李총리 물러나 행정공백 ‘비상’

    장관 교체 이어 李총리 물러나 행정공백 ‘비상’

    올해부터 국무위원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도입으로 내정자의 취임이 1개월가량 늦어지면서 행정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해찬 국무총리마저 사퇴하면서 공백이 국정전반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따라서 1개월 이상 ‘한 부처-두 장관’이 기거하는 이상한 체제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2월 복지·노동·통일·산자부 장관 등 4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개최된 데 이어 지난 2일 내정된 행자·정통·해수·문화부 등 4개 부처 장관 내정자도 21∼23일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하지만 신임 총리 임명은 이후에도 20여일 이상 지체될 전망이어서 국정의 파행운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행자부 등 4개 부처는 내정자와 퇴임 장관을 1개월가량 같이 모셔야 한다. 외형상으로는 퇴임 예정자가 현직 장관이지만 속내는 신임 장관 후보자를 등한시할 수 없다. 당연히 무게중심은 현직보다 내정자에게 쏠림현상이 나타난다. 내정자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정식으로 취임을 하기 때문에 업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중앙인사위는 말한다. 다만 청문회를 위한 준비만 도와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수장으로 모셔야 되는 해당부처로서는 원칙에 의한 잣대를 들이대기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충남지사 출마 때문에 물러나는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은 새로운 정책 결정은 후임 장관이 취임할 때까지 미루도록 요청했다. 퇴임을 앞두고 새로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후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 장관은 법적으로 해야 할 업무는 처리하지만, 일반적인 것은 차관이 중심이 돼 처리한다. 그러나 청문회 과정에서 소신이나 이슈, 현안 등에 대한 질문이 많기 때문에 간부들은 원만한 청문회 답변을 위해 사실상의 별도 업무보고를 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행자부의 한 간부는 “두 분 모두에게 섭섭하지 않도록 하다보면 제도상에 문제점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내정자가 정해졌다면 차관 대행체제를 유지하면 업무처리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정보통신부도 사정은 비슷하다. 당장 이 달에 첫삽을 뜨려던 인천 송도의 ‘u-IT클러스트’ 행사 일정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IT정책 특성상 장관의 외부 일정이 많으나 크고 작은 행사들도 잠정중단된 상태다. 장관 내정자는 차관신분으로만 보고를 받고 외부 행사는 삼가고 있다. 정통부 한 사무관은 “일에 대한 진척이 안돼 장관 취임 이후에 일을 하자는 분위기”라면서 “취임 때까지는 과도기 상태로 봐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양수산부 역시 행정공백을 지적한다. 항구 물류량 감소 문제와 항만노무공급권 시행령 제정 등 전반적인 행정 업무에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해양부 관계자는 “현 장관이 업무를 볼 때 후임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장관 내정자도 아직 장관이 아니므로 일을 할 수 없다.”면서 “한 달이나 두 장관이 함께 있는 건 너무 길다.”고 말했다. 서울대학원 김병섭 교수는 “장관은 선출직인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인사청문회 대신 인사검증시스템을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울릉도 학생들 자율학습 밥먹듯

    경북 울릉지역 초·중학생 학부모들이 새학기를 맞아 학교 측에 금요일 정상수업을 촉구(서울신문 3월3일자 11면 보도)하고 나선 가운데 주말을 전후해 육지로 나간 일부 교사들의 귀임이 늦어져 평일 정상수업에 차질이 생기자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4일 울릉교육청에 따르면 올 들어 월 2회 토요휴무제가 첫 실시된 지난 10일(금요일) 무렵 교사 12명이 육지로 나간 뒤 동해상의 기상악화로 제때 돌아오지 못해 월·화요일 정상수업을 하지 못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일부는 지난주 금요일 오후 3시발 여객선을 타기 위해 오후 수업(5,6교시)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별로는 남양·천부초교 각 1명, 울릉중 3명, 울릉중 태화분교 3명, 서중 1명, 우산중 3명 등이다. 이는 울릉지역 전체 11개(2개 분교 포함) 초·중학교 재직 교사 84명의 14%를 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이 담임을 맡고 있는 학급의 많은 학생들은 이틀째 VTR를 보거나 자율학습을 하는 등 수업이 파행적으로 진행됐다. 한 학부모는 “지난주 장기 일기예보를 통해 주말·휴일 동해상의 기상악화가 알려졌음에도 불구, 일부 교사들이 육지행을 강행한 것은 교육이 안중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도서·벽지 근무가 교사들의 승진을 위한 ‘시간 때우기식’이 아닌 진정한 교육실현의 장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릉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학교장 회의 등을 통해 교사들의 주말 육지행을 가급적 자제토록 요청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앞으로 재발방지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황우석지지 또 난동

    경찰이 10일 서울대에서 황우석 교수 지지시위를 벌이던 집회 참가자 33명을 전원 연행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날 오후 5시40분쯤 여경기동대 30여명을 동원해 집회를 주도한 난자기증모임 대표 김모(48·여)씨 등 3명을 일단 연행한 뒤 10여분 만에 여성 24명과 남성 9명 전원을 연행했다.이들은 오후 1시40분쯤부터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집무실로 향하던 정운찬 총장의 관용차로 뛰어들어 욕설을 퍼붓는 등 소란을 피웠다. 이 과정에서 여성 2명이 차량 밑으로 뛰어들었으나 별다른 불상사는 없었다.오후 4시35분쯤부터는 행정관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총장 관용차 앞뒤를 가로막고 1시간 가량 연좌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모 방송사 기자 2명이 폭행당해 이 가운데 카메라기자 1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경찰 관계자는 “정 총장의 신입생 세미나 참석을 막는 등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있어 전원 연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주최로 이날 오후 2시 서울대 법대 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황우석 사태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학술토론회도 황 교수 지지자들의 격렬한 항의로 파행을 빚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한풀 꺾이는 철도 파업

    파업에 참여했던 수도권전철 기관사 전원이 복귀하는 등 철도파업이 급격히 정상화의 길로 접어든 것은 철도노조가 더 이상 ‘투쟁’을 이어갈 ‘동력’을 사실상 상실했기 때문이다. 파업 사흘째를 맞은 3일 정부와 한국철도공사는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노조원에 강력 대응 방침을 다시 천명하면서 노조를 강력히 압박했다. 여기에 민주노총이 정규직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4월로 미뤄졌다는 것을 이유로 지난달 28일 시작한 총파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자 철도노조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이날 전국에서 ‘산개투쟁’을 벌이고 있는 파업 철도노조원 386명을 부산과 대전, 충남 공주, 경기 파주 등 9곳에서 연행했다. 이미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영훈 위원장 등 지도부 12명 말고도 철도공사가 133명을 고소하자 14명의 체포영장을 추가로 신청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날 오후 용산구 한강로3가 철도공사 노조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철도공사는 2일 밤 파업 주동자 387명을 직위해제한 데 이어 예고한 대로 1857명을 추가로 직위해제했다. 철도공사 이철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노조와 대화는 계속하겠지만 더 이상 공식·비공식적인 협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나아가 “그동안 노조에 지나치게 퍼주기식으로 양보했던 경영 및 인사권을 제한하는 단협상의 독소조항에 대한 전면 손질을 추진하겠다.”고 노조를 더욱 옥죄었다. 철도노조는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파업참가자의 대량 직위해제는 파업의 장기화를 촉발할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사측과의 대화를 언급하며 한풀 꺾인 모습이었다. 이날 열차 파행운행이 이어지면서 수도권 전철을 이용하는 출퇴근 시민 등이 큰 불편을 겪었다. 승용차를 이용하는 시민이 늘어나면서 출근시간 곳곳에서 심각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또한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의 수송차질로 산업계의 피해도 확대됐다. 유진상 박승기기자 jsr@seoul.co.kr
  • [철도파업 이틀째] 몸싸움…신음…사람 아닌 ‘짐짝’이었다

    [철도파업 이틀째] 몸싸움…신음…사람 아닌 ‘짐짝’이었다

    철도 파업 이틀째인 2일 출근 길과 퇴근 길의 수도권 전철은 개학까지 겹쳐 콩나물 시루를 방불케 했다. 일부 시민들은 퇴근 길에는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혼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노조가 산개투쟁으로 전환하면서 파업은 금방 해결되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수도권 전철은 파행으로 운영됐다. 철도공사가 서울메트로와 함께 운영하는 1,3,4호선 중에서 3,4호선은 사정이 나았지만 인천∼남영간 경인선 구간 운행률이 39.1%(570편 가운데 223편)에 불과해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하루 이용객이 7만∼8만명으로 경기도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수원역의 경우 상·하행선의 운행횟수가 160편에서 81편으로 줄어 출퇴근 시간대 5∼6분이던 배차간격도 12∼15분으로 늘어나 큰 혼잡을 빚었다. 대학생 이은영(27·여)씨는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는 집까지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길에 갑자기 몰린 승객들 때문에 큰 불편을 겪었다. 이씨는 “평소 40분이면 오는 길이 1시간 20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김포공항 근처에서 서울시청까지 출퇴근하는 회사원 유호옥(55)씨도 “출근길에 평소 20분이면 오던 거리가 1시간이 넘게 걸려 퇴근할 때는 버스를 타고 50분 만에 집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서울 강남구 논현동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차진숙(26·여)씨는 “보통 1시간 40분 걸리는데 부천역에서 30분 정도 전동차를 기다리는 바람에 오늘은 2시간 30분이 넘게 걸렸다.”고 짜증을 냈다. 인천 학익동에서 서울 금천구 가산동으로 출근하는 웹디자이너 조지숙(27·여)씨는 “평소 40분 걸리는 출근길이 1시간 30분 걸려 40분 정도 지각하고 말았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철도가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면 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평일 출근시간대 환승객이 12만명 가량 몰리는 신도림역에도 승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곽병호 역장은 “경인선 열차가 평균 20분에 한대 정도 오다 보니 시민들이 몰려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여객 및 화물열차도 사정은 비슷했다. 운행 편수가 줄어 수송에 큰 차질을 빚었다. 이날 오후 8시 현재 KTX는 평일 118편의 47.5%인 56편,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는 평일 436편의 18.6%인 81편만 운행됐다. 화물열차도 전국적으로 평일 323편의 21.4%인 69편만 움직였다. 경남도로 드나드는 화물의 수송은 전면 마비됐다. 경남 19개 역의 기관사와 시설·관리직원으로 구성된 노조원 410명 중 290명이 파업에 참여해 하루 25차례 다니던 화물열차 운행은 완전 중단됐다. 여객열차도 48회 중 4차례밖에 운행하지 못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선생님 제발 금요일 정상수업을”

    “제발 금요일 정상수업 좀 받게 해 주세요.” 경북 울릉도 학부모들이 새학기를 맞아 지역 초·중등학교에 금요일 정상수업을 촉구키로 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2일 울릉지역 학부모들에 따르면 토요휴무제가 시행된 지난해 지역 초·중교 상당수 교사들이 금요일마다 오후 수업(4∼5교시)을 자율학습으로 돌리고 육지로 나가는 바람에 수업이 파행적으로 진행돼 왔다. 게다가 금요일 한 차례인 오후 3시발 여객선을 이용해 육지로 나간 교사들이 일요일 기상악화로 여객선이 결항되면 섬으로 들어오지 못해 수업이 차질을 빚은 사례가 허다했다는 것. 이 때문에 학생들이 월요일 정상수업마저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올 새학기부터 초·중학교의 토요일 휴무제가 종전 매월 1회에서 2회로 확대되면서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했다.한 학부모는 “섬 특성상 교육환경이 열악하기 그지없다.”면서 “실정이 이런 데도 일부 교사가 연휴를 즐기기 위해 금요일 오후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울릉교육청측은 “올부터 교사가 금요일 오후에 육지로 나갈 경우 조퇴·외출 등의 절차를 거쳐 수업결손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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