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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가라앉지 않는 ‘심판 파동’

    프로야구가 심판간의 파벌 싸움으로 파행 위기를 맞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1군에 복귀시킨 허운 심판을 3일 만에 다시 파벌을 조장했다며 2군으로 내려보내기로 했다.KBO는 지난 16일 허 심판의 복귀 지시를 거부한 김호인 심판위원장을 전격 경질, 심판진 간의 파벌 싸움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허 심판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사동의 한 식당에서 자신을 지지한다는 심판 25명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태는 하일성 사무총장이 부임한 지난해 5월 심판위원장 밑에 차장직을 신설하고 뚜렷한 이유 없이 1군 4개조 팀장을 바꾸겠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며 심판간에 돌이킬 수 없는 파벌이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하 사무총장이 20일 경기 전까지 양쪽으로 갈린 심판진 중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그는 “그동안 KBO가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덮어둔 채 김호인 위원장 측과 자신 측에게 서로 득이 되는 약속 만을 남발해 왔다. 경질된 김 위원장이나 각서 파동의 중심에 선 나나 심판진 모두가 피해자”라며 KBO의 원칙없는 행정 탓에 심판위원회가 분열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BO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상일 운영본부장은 “집단 행동에는 반드시 징계가 따를 것”이라면서 “이들이 경기를 보이콧하더라도 20일부터 시작되는 후반기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심판 지지 세력이 경기에 나서지 않아도 1군 경기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지만 2군 경기는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선장’없는 광주비엔날레 파행 위기

    ‘선장’없는 광주비엔날레 파행 위기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술 행사로 자리잡은 광주비엔날레가 창설 10여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비엔날레 공동 감독직에 선임됐던 신정아씨의 ‘가짜 학위’ 파문은 그동안 쌓아온 명성과 위상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 당장 이사장의 공백을 메우고 눈앞으로 다가온 제2회 광주디자인 비엔날레 준비도 ‘발등의 불’이다. ●이사장 선임 등 비상체제 돌입 광주비엔날레는 금명간 새로운 이사진 구성을 위해 당연직 이사 8명으로 ‘비상대책위’를 꾸린다. 비대위는 5인 이상 30인 미만의 이사진을 구성하도록 규정된 정관에 따라 28명의 이사 체제를 대폭 줄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비엔날레는 또 최근 1총장 1국 4부 8팀을 1처 4부 2팀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총 정원도 42명에서 19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지난 6회 대회때 100억원이란 예산을 쓰고도 효과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비엔날레를 사실상 이끌 이사장을 선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차기 행사를 미술 전문가의 ‘잔치’가 아닌 ‘대중 참여 행사’로 만들기 위해선 예술에 대한 안목과 CEO적 사고를 갖춘 인사를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광주비엔날레 관계자는 “후보를 물색하고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절차상 한두달 사이에 이사장을 선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10월 디자인 비엔날레 개최 ‘발등의 불´ 이에 따라 ‘선장’ 없는 비엔날레 재단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오는 10월5일부터 한달 동안 이어질 디자인 비엔날레에는 32개국 800여명의 작가와 기업·대학 연구소 관계자 등이 참가한다. 전시 작품만 2000여점에 이른다. 총 예산이 56억여원에 달하는 국제적 행사이다. 참여 작가와 작품을 이달 중으로 확정하고 ‘세계디자인 평화선언문’, 상징 조형물 등도 마무리해야 한다. 이사회가 맡은 예산 심의·의결 등은 끝났지만 각종 행사 진행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협의나 의사결정은 미뤄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공동감독제 무산… 전시기획 수정 불가피 재단은 당초 8월까지 내년도 전시기획 초안과 전시 주제를 확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신정아씨 가짜 학위 파문으로 올 처음 도입한 공동 감독제가 무산되면서 전시 기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재단은 오쿠이 엔위저(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술대학장)씨를 단독감독으로 확정했다. 다소 ‘관념적인’ 전시 철학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엔위저씨가 대중성과 예술성을 요구하는 광주비엔날레를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술계에서는 비엔날레가 6회 행사를 치르는 동안 외국인 감독체제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전무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비엔날레측은 “내년 감독으로 선임된 엔위저씨는 카셀도큐멘트, 요하네스버그 비엔날레 등 국제 대회의 총감독을 맡은 검증된 인물”이라며 “국내 예술인들이 우려하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석 큐레이터를 내국인으로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LPGA] 승부사 박세리 시즌 처음·통산 24회 우승

    3년 전 미국의 골프다이제스트가 유명 수학자에게 의뢰,50년 동안의 기록을 조사한 결과 아마추어 골퍼가 150야드짜리 홀에서 홀인원을 뽑아낼 확률은 무려 8만분의1로 나타났다. 물론, 기량이 출중한 프로골퍼라면 그 확률은 현저히 높아진다. 그러나 정규대회에서, 그것도 우승을 다투는 최종 라운드에서 잡아낸 홀인원은 확률을 떠나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이른바 “그분이 오셨다.”는 우승에 대한 확신이다. 반면 상대방에게는 힘이 쭈욱 빠지는 좌절감 그 자체다. 그러나 박세리(30·CJ)는 주저앉지 않았다. 되레 “상대방의 홀인원이 경쟁심을 더 자극시켰다.”고 했다.11살 아래 ‘신동’ 모건 프레셀(미국)의 홀인원도 ‘여왕의 귀환’을 막지는 못했다. ●프레셀 홀인원에 자극 “집중 또 집중”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제이미파오언스 코닝클래식 4라운드가 벌어진 16일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메도스골프장.2타차 2위로 출발한 프레셀은 박세리가 전반 4∼5번홀 줄보기로 타수를 까먹는 사이 146야드짜리 다음홀 홀인원으로 순식간에 3타차 선두로 나섰다. 하이파이브로 쓰린 축하를 건넨 박세리는 속으로 “집중, 또 집중”을 외친 뒤 같은 홀 7.5m의 긴 퍼트를 떨궜다. 다시 2타차.8∼9번 연속버디로 균형을 맞춘 박세리는 15번홀에서 천금 같은 버디퍼트를 떨구며 1타차 리드를 다시 잡았다.1타차의 지루한 파행진은 계속됐지만 승부는 관록에서 갈렸다.17번홀 버디를 주고받은 뒤인 18번홀. 박세리는 두번째 샷을 홀 바로 뒤에 붙여 상대의 전의를 꺾었다. 프레셀은 페어웨이에서 드라이버를 잡는 초강수를 뒀지만 보기로 홀아웃, 챔피언퍼트를 버디로 장식한 박세리의 우승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의 병, 이젠 굿바이 박세리의 우승은 통산 24번째라는 사실보다 경기 내용은 물론,‘평정심에 의한 완벽한 부활’이라는 데 더 의미가 있다.2004년 명예의 전당 입회 포인트는 다 채웠지만 또 하나의 조건인 ‘10년’을 채우는 데는 2년이 더 걸렸다. 그건 박세리에게 깊은 생채기만 남긴 기간이었다. 모든 게 엉망이었다. 좌우로 마구 흩어지는 그의 샷을 두고 “난초를 그렸다.”는 말도 생겨났다. 시즌 상금 랭킹과 평균 타수도 곤두박질쳤다. 기량 탓이 아니라 25년 가까이 골프채만 잡은 데서 온 ‘마음의 병’이었다. 그러나 박세리는 강했다.13개월 전인 지난해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우승으로 부활을 예고한 이후 자신감을 되찾는 데 필요한 건 죽기살기식 훈련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라는 사실을 터득했다. 프레셀은 “오늘 그의 플레이로 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다음 목표는 올해의 선수상” 통산 24승째를 신고하며 화려하게 여왕의 자리로 컴백한 박세리는 “어려운 상황이 되레 집중력을 키워준 계기가 됐고, 그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면서 “올해 컨디션이 좋은 만큼 늦었지만 올해의 선수상에 도전해 보겠다.”고 끊임없는 욕심을 드러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시즌 첫 승인데. -우승은 언제나 기쁘다. 명예의 전당 입회 이후 일궈낸 우승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지만 워낙 경쟁자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와 우승을 쉽게 장담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은 있었다. 한 대회 5회 우승도 내게는 가슴 벅찬 기록이다. ▶프레셀의 6번홀 홀인원 때는. -당연히 축하해줬다. 많이 부럽기도 했고. 더 솔직히 말하면 “이번 대회도 내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 “집중하자, 집중하자!”라고 외쳤다. 결국 프레셀의 홀인원이 집중력을 부추겼고, 이후 플레이에 좋은 영향을 줬다. ▶승부처는 어디였나. -15번홀이었다.3라운드 때 보기가 부담이 되긴 했지만 세컨드샷이 생각보다 핀에 잘 붙어줬다. 다행히 쉽게 버디를 챙길 수 있었고, 이후 나머지 홀을 풀어나가는 데 탄력이 붙었다. ▶향후 시즌 계획은. -곧 다가올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하고 싶다. 늦은 감은 있지만 올해의 선수상에도 도전을 해볼 생각이다. 아직 대회는 많이 남아 있고, 컨디션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 시즌 초반 명예의 전당 입회와 관련해 들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대회처럼 초반 라운드에 좀 더 집중하면서 매 대회에 임할 생각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세리 “오하이오는 약속의 땅” 박세리에게 오하이오는 ‘약속의 땅’이자 ‘기록의 땅’이었다. 박세리는 이날 한 대회 다섯번째 정상을 밟아 LPGA 투어 사상 네 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을 작성했다. 미키 라이트(미국)가 시아일랜드오픈(1957∼58,1960,1962∼63년)에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미즈노클래식(2001∼05)과 삼성월드챔피언십(1995∼96,2002,2004∼05년)에서 5승을 달성한 이후 처음이다. 박세리는 또 첫 우승 때인 1998년 2라운드에서 10언더파 61타로 자신의 최소타 기록과 함께 72홀 최소타 기록인 261타로 우승했고, 올해 역시 1라운드 최소타 기록(63타)을 수립하며 대회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우승으로 박세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명예의 전당 요구 포인트도 모두 채워 국내외 그린을 아우르는 최고 여자 골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국내 명예의 전당 입회는 구옥희에 이어 두번째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大選 의식 우리당·한나라 ‘주고받기’

    大選 의식 우리당·한나라 ‘주고받기’

    6월 임시국회의 3대 쟁점법안을 둘러싼 협상이 29일 한나라당의 전격 양보로 타결됐다. 최대 난관이던 사학법 재개정안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수정안을 한나라당이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2005년 12월 열린우리당이 강행 처리한 뒤 한나라당은 장외투쟁까지 벌여 왔다.1년 7개월간 계속된 양당의 밀고당기기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된 셈이다. 이틀 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민생·개혁법안 처리를 거듭 촉구한 노무현 대통령이나 전격 양보로 극적 타결을 이끌어낸 한나라당 모두 ‘윈-윈’으로 평가된다. ●사학법 개정 합의로 쟁점법안 처리 가능성 높아져 사립학교법은 1년 7개월 동안 국회 파행과 장외투쟁 등을 불러온 최대 쟁점 법안이다.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학법 개정안이 열린우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것은 2005년 12월9일. 당시 한나라당과 사학단체들은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제도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지난해 2월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사학자율에 맡긴다는 것을 골자로 한 사학법 재개정안을 마련하고 열린우리당과 이번 합의에 이르기까지 줄달리기를 해왔다. 사학법 처리의 물꼬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밝힌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가 텄다. 김 원내대표는 사학법 재개정안의 핵심 쟁점이던 개방형 이사 추천위 구성비율과 관련해 열린우리당 안(학교운영위 또는 대학평의원회 추천 6인, 이사회 추천 5인)을 그대로 수용했다. 3대 쟁점 법안 가운데 국민연금법은 이날 보건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만을 남겨 놓고 있다. 로스쿨법은 교육위에 맡겨졌다. ●민생 외면한다는 비판 의식한 결정? 정치권 안팎에서는 양당이 극한 대립각을 세웠던 이 법안 처리에 전격 합의한 데는 범여권의 정계개편과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 등 복잡한 정치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원내 1당인 한나라당으로서는 내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대선 경선 후보들의 합동순회 연설회를 앞둔 상황이어서 이 법안들을 서둘러 정리함으로써 민심을 등에 업으려 했다는 것이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민생·개혁법안의 발목을 잡는다.”는 청와대나 범여권의 공격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뜻도 읽혀진다. 대국민 담화로 국민연금법 등의 조속한 처리를 강력 요구한 바 있는 노무현 대통령도 소기의 성과를 어느 정도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압박에 백기를 드는 모양새로 비쳐지는 데는 펄쩍 뛴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의 담화와는 무관한 결정”이라고 못박았다. 김 원내대표는 또 “사학법 처리가 하반기로 넘어가면 사학들의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솔로몬의 재판에 임하는 생모의 심정으로 최소한 개정이라도 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집권하면 또 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당내 강경파와 사학재단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강경파들은 열린우리당의 제안을 고스란히 수용한 사학법 재개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 소속 교육위 의원들이 사학법 재개정안 처리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어제 교육위 파행 과정에서도 우리당 교육위원들은 아예 사학법은 논의조차 하지 않겠다는 기조였던 만큼, 당 지도부가 교육위원들을 실제로 제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전광삼 나길회기자 hisam@seoul.co.kr
  • [사설] 북·미 ‘포괄적 해결’ 한국 소외 안돼야

    북한 관리들은 “미국이 결정하면 한국·일본은 그대로 따라온다.”고 믿고 있으며, 이는 남북관계에 항상 걸림돌로 작용한다. 북한이 미국과 양자대화에 집착해온 배경이다. 지난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평양 방문 이후 북·미가 입을 맞춘 듯 ‘포괄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핵을 포함, 북한 문제를 총체적으로 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반면 우리 머리 위에서 한반도 주요 현안이 결론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포괄적 해법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에너지를 포함, 대규모 경제지원을 하고 북·미 관계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까지 추구하는 방안이다. 최근 북측은 자신들의 국제금융거래를 원활하게 할 통로를 확보함으로써 김정일 체제를 유지하는 돈줄을 지키는 데 집착하고 있다. 북측은 어제 방코델타아시아(BDA) 동결자금 문제가 해결됐다면서 2·13 합의 이행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포괄적 해법을 추진하기 위한 기초여건은 갖춰진 셈이다. 포괄적 해법이 6자회담의 큰 틀에서 긴밀하게 협의되고, 한·미간 사전협의가 충분하다면 우리가 반대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사안을 북핵과 연계하고 선후가 불분명해져 오히려 포괄적 해결을 어렵게 하는 상황이 전개될까 걱정이다. 북측은 핵 불능화를 다룰 2단계 조치의 이행부터 북·미 양자대화를 중점적으로 활용할 뜻을 벌써 밝히고 있다. 포괄적 해결을 내세워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최대한 반대급부를 챙기겠다는 속셈이 엿보인다. 장관급회담과 통일대축전을 비롯, 최근 남북모임이 성과가 없거나 파행으로 끝난 것은 대미관계를 우선하는 북측의 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1994년 제네바합의처럼 중요한 결정은 북·미가 하고 남측이 돈만 대는 전철을 다시 밟으면 안 된다. 한국을 소외시킨 포괄적 협상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점을 북·미 모두에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 사실상 무산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6월 임시국회 통과’가 사실상 무산됐다. 상임위 내 자리다툼으로 촉발된 양당의 감정싸움이 정치적으로 미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가로막았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여야 합의까지 마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대권향방에 온통 관심이 쏠린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서 올해 안에 처리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정상적 처리 기한인 22일까지도 상임위 전체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15일부터 상임위 내 법안심사소위가 열렸지만 소위 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는 자리다툼이 이어져 파행을 거듭했다. 국회법상 6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29일 마지막 법제사법위원회가 열리기 5일 전인 24일까지 해당 상임위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23∼24일은 주말이라 상임위가 열리지 않아 22일이 마지노선인 셈이다. 국회 의사국 관계자는 “여야 합의만 되면 본회의 직전까지도 법사위에 보낼 수 있다는 예외조항도 있지만 이 경우 적용은 어렵다.”고 밝혔다. 복지위의 한나라당 의원도 “지난 4월 합의는 충분치 않았다.”면서 “차기정권으로 넘기는 게 낫다.”고 말했다. 대신 복지위 3당 간사들은 노인복지법과 기초노령연금법 개정안, 식품위생법 개정안 등만 뒤늦게 22일 오후 상임위 전체회의에 올렸지만 정족수 미달로 의결조차 못했다. 노인복지법 개정안은 내년 7월 시행을 앞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를 위해 꼭 필요한 노인요양보호사의 국가인정 자격제도 등을 담았고, 기초노령연금법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기초노령연금 지급에 필요한 금융실명 정보제공 등의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내용이다. 국민연금법 개정안 통과는 9월 정기국회가 있긴 하지만 정치권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국정감사, 대선 준비 등으로 신경쓸 겨를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열린우리당이 사실상 와해된 가운데 여야 합의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며 “9월 정기국회에선 어느 당 원내대표와 협상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복지부 노길상 국민연금정책관은 “어떻게든 꼭 처리돼야 한다.”면서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시론] 갈등과 갈망이 교차했던 6·15평양축전/최홍운 한국언론재단 기금이사

    [시론] 갈등과 갈망이 교차했던 6·15평양축전/최홍운 한국언론재단 기금이사

    6·15공동선언 7주년 기념 평양 민족통일대축전(14∼17일)에 다녀왔다. 평양 방문 첫날 보이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평양 시민들의 모습이며 맑고 푸른 대동강, 유난히 나무가 많은 시가지가 새로웠다. 숙소인 양각도호텔에서 개막식이 열리는 대성산 남문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시민들의 따뜻한 손짓과 표정, 순조롭게 진행된 개막식과 환영 만찬 등은 우리 민족의 단합과 하나됨을 다짐하는 복된 자리였다. 그러나 본대회날인 15일 일이 터졌다. 평양시민 2500여명이 이미 오전 8시에 대회장인 인민문화궁전에 도착해 10시 전후에 입장한 남과 북, 해외대표 720명을 열렬한 환호와 박수로 맞아 주었다. 한 핏줄임을 그야말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40분쯤 뒤 1층 객석에 앉아 있던 북측과 해외대표들이 주석석(귀빈석)으로 입장하려는 주석단 모습에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북측 실무자 한 사람이 주석석 앞줄에 있던 명패를 둘째줄 명패와 바꾸는 게 아닌가. 그 즈음 박수소리는 잦아들었고, 들어와야 할 주석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당시 주석석에 입장하려던 주석단은 남과 북에서 15명씩 30명, 해외대표 12명 등 모두 42명이었다. 명패가 오가던 시간 인민문화궁전 무대 뒤에서는 남북이 사소한 일로 다투었다. 처음에는 남측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을 주석석 앞줄에 앉게 하느냐, 둘째줄에 앉게 하느냐로 다투더니 나중엔 아예 주석석에 앉게 할 수 없다는, 큰 싸움으로 번졌다. 남측은 전날 개막식과 만찬장에서도 주석석에 앉았고, 남측 대표의 자리배치는 남측의 결정사항인데 북측이 왜 막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북측은 개막식 때는 한나라당 의원인 줄 몰랐지만, 알고 난 이상 주석석에 앉는 것 자체를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처음에는 북측 안경호 공동위원장도 박 의원이 둘째줄에 앉아 대회를 시작하자는 입장이었는데, 이후 박 의원의 입장 자체가 불허되는 결정이 전달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태가 이미 안 위원장의 선을 넘어섰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영문도 모른 채 대회장에서 기다리던 남측 대표들은 로비로 불려 나와 백낙청 남측 상임대표로부터 대회 무산선언을 전해 듣고서 거세게 항의했다.“어떤 일이 있어도 오늘중으로 대회는 치러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후 남과 북, 해외대표 4인과 연설자 3인, 선언문 낭독자 3인 및 사회자 1인 등 11인만 단상에 올라가는 수정안이 합의되던 16일 저녁까지 1박2일간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사라졌던 박수소리는 17일 오전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다시 힘차게 울려 퍼졌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평양시민들과 남과 북, 해외대표들의 인내심과 통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민족대단합에 대한 진지한 자세는 진한 감동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평양시민들은 3일 동안 대회장을 지켜 주었다. 첫날엔 곧 들어올 것 같은 대표들을 기다리느라 점심도 거른 채 12시간 동안이나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사태는 당초 북측 당국에 의해 불거졌지만 이후 6·15정신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남북 공동위원회의 모습은 진지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전세기 안에서 본 서울의 신문들은 대회가 파행으로 끝났다고만 전하고 있다. 그러한 파행 못지않게 치열한 고민과 인내, 슬기와 화합, 통일에 대한 열정과 갈망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최홍운 한국언론재단 기금이사
  • SBS 부분 개편 4개프로 신설

    SBS가 4개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부분 개편을 25일 단행한다. 이 과정에서 첫 방송 예정일에 보류돼 파행을 빚었던 드라마툰 ‘달려라 고등어’는 시청률이 저조해 예정했던 24회를 채우지 못하고 30일 8회 만에 조기 종영한다. 또 지난 8일 막을 내린 ‘생방송 세븐 데이즈’의 후속으로는 인간관계의 갈등과 부적응을 짚어보고 치유책을 고민하는 ‘심리극장 천인야화’가 마련되어 29일 첫선을 보인다.‘심리극장…’은 탤런트 박해미와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진행한다. 이 밖에 23일 오후 8시45분에 ‘주말극장 황금신부’,25일 오전 9시에 ‘부부 솔루션 사랑해 미안해’가 각각 첫선을 보인다.
  • [사설] 북의 ‘2·13 합의’ 이행 착수 주목한다

    북한이 그제 국제원자력기구(IAEA)실무대표단 초청의사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다. 방코델타아시아(BDA)내에 묶여있던 북한자금의 송금이 완료되는 시점에 임박해 나온 발표다. 북한이 ‘2·13합의’ 실천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뜻을 내비친 것으로 환영한다. 아울러 이번 발표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비핵화 의무를 신속하게 이행하는 진정한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정부 당국자의 지적처럼 북한의 이번 발표가 2·13합의 실천의 착수를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BDA해결 시점에 맞춰 비핵화 의무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의 투명하고, 성의있는 자세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IAEA감시단 초청, 영변원자로 가동 중단, 폐쇄, 봉인 등 초기이행 절차를 착실하게 진행하길 당부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제공하기로 한 중유 5만t 실무 협의나 쌀 지원 등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또 초기조치 이행과 더불어 6자회담 재개와 핵시설 불능화 조치 논의 등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북의 우라늄 농축문제,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삭제, 적성국 교역법 적용해제 등 까다로운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남·북이나 6자회담국간 최선을 다하면 진전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번 발표 시점에 평양에서 열린 6·15 민족대단합대회가 북측의 억지 주장으로 파행을 겪은 것은 유감이다. 북측은 한나라당 의원은 행사장 주석단에 앉지 못하게 하고, 취재 방해 등 행사취지를 무색케 하는 행태를 보였다. 남북관계개선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남한의 여론을 악화시키는 어리석은 행동임을 인식하길 바란다. 북핵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은 수레의 두바퀴처럼 함께 가야 할 민족 문제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 [오늘의 눈] 22개월째 접어든 ‘식물교육감’/강원식 지방자치부 차장

    울산시교육감의 직무정지가 22개월째 접어들면서 교육행정의 파행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김석기 현 울산시교육감은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취임 다음날인 2005년 8월23일 구속돼 직무가 정지됐다. 두달쯤 뒤인 10월28일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그해 12월13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다시 직무가 정지됐다.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직무가 정지되는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른 결정이다. 다음해 5월24일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형이 선고돼 현재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다. 울산 교육행정이 2년 가까이 ‘식물 교육감’ 상태다. 부교육감이 권한대행을 맡아 교육감 직무를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중요한 정책 결정들이 미뤄지거나 늦어져 이에 따른 손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고 있다. 학부모·교직원들은 부교육감이 민선 교육감의 결정과 임무를 대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울산에는 현재 외국어고교 위치 선정, 각종 학교부지 매입여부, 교육지원기관 착공 여부, 교육수련원 시설처리 등 결정권자의 소신과 판단을 필요로 하는 교육현안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서용빈 부교육감도 “교육감의 부재가 이렇게 오래 갈 줄 몰랐다.”면서 교육감 직무대행의 어려움을 토로할 정도다. 특히 교육계와 시민단체 등은 교육감 업무의 중요성을 잘 헤아리고 있을 대법원이 1년여 동안 확정판결을 끌고있는데 대해 답답해 하고 있다. 전교조 울산지부와 지역 시민단체는 지난 3월 대법원에 빨리 확정판결을 해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아직 반응은 없다. 특히 전교조 울산지부는 지난해 말에도 울산시교육위원회와 공동으로 대법원에 진정서를 냈으나 “간여하지 말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 처신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구속됐다가 1·2심에서 실형선고를 받고 지금까지 법정 다툼을 하고 있는 전력만으로도 도덕성에 흠집이 났다는 것이다. 교육감직을 유지하는 쪽으로 판결이 나도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커져가고 있다. 강원식 지방자치부 차장 kws@seoul.co.kr
  • [사설] 李·朴, 왜 자신이어야 하는지 보여라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어제 당내 경선후보로 등록했다. 이로써 오는 8월19일 투표에 이어 다음날인 20일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확정하기까지 근 70일간 한나라당 후보들간 사활을 건 경선 레이스가 펼쳐지게 됐다. 특히 이제부터 이·박 두 유력 주자간 퇴로 없는 혈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경선후보로 등록하면 탈당후 독자 출마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신한국당 이인제씨의 경선불복 같은 사례를 막는 안전장치다. 물론 경선 과정에서 법적 다툼으로 파행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선거법 등을 통한 제도적 보장 이전에 후보자들 스스로 치열하게 경쟁하되 결과에는 깨끗이 승복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바란다. 차기 국정을 이끌 선장 후보를 뽑는 경선이 초등학교 반장선거보다 못하다는 말을 또 들어서야 되겠는가. 한나라당 후보들이 정책 대결이든, 인물 검증이든 치열하게 맞붙는 것을 말릴 이유는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에 도움이 되는 한에서다. 다만 우리는 상대방 흠집 캐기보다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비전과 정책 경쟁에 치중하는 경선을 치르도록 당부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박 두 후보가 상대 후보를 낙마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는 네거티브 선거전의 유혹에 빠져들지 않기를 간곡히 권고한다.‘경선 승리가 곧 본선 승리’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연말 대선을 6개월여 앞둔 현재 이·박 두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의 합계가 60%를 넘나들고 있다. 그러나 여기엔 여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적 지지와 범여권의 대안부재로 인한 일시적 쏠림 현상이 포함돼 있다고 본다. 두 후보가 경선과정에서 상대 후보가 돼선 안 되는 이유보다 왜 자신이 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포지티브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것이 곧 유권자의 바람이 아니겠는가.
  • [사설] 경찰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

    경찰조직의 자중지란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한화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의 여파다.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이유로 지난 주말 홍영기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물러났다. 이어 경찰은 자체 감찰을 토대로 이 사건의 은폐·외압 여부를 가리기 위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일각에서는 ‘경치일’(警恥日)로 규정하고 ‘조직을 팔아 먹은 배신자’ 운운하며 이택순 청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사태로 번지고 있다. 경찰이 처음부터 이 사건을 법대로 처리했으면 아무 탈이 없었을 것이다. 사건을 이렇게 변질시킨 것은 결국 경찰이 자초한 것 아닌가. 이제 경찰 총수까지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게 생겼으니 부끄러울 만도 할 것이다. 더구나 경찰청장은 부하 경찰관들로부터 극도의 불신을 받는 처지다. 조직을 추스르기에도 벅차 보여 안타깝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경찰관들은 자중해야 한다. 수뇌부에 책임을 묻고 비난하기에 앞서 국민 앞에 깊이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외압의혹 수사를 검찰에 넘겨준 것은 불가피했다고 본다. 경찰 수뇌부가 더 연루됐을지도 모르는데, 이를 한 점 의혹 없이 밝히자면 경찰 자체수사로 가능하다고 보는가. 위기 앞에서 흔들리는 경찰조직이 딱하기 그지없다. 이래 가지고는 국민의 신뢰만 잃을 뿐이다. 경찰관들은 감정적인 언동을 자제하기 바란다. 이 사건과 관련한 성명발표나 검찰수사에 대한 집단적 반발 움직임을 보여서도 안 된다. 그 대신, 법의 테두리와 상식을 일탈한 파행수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똑똑히 보라. 사랑받는 경찰, 신뢰받는 경찰이 되고 싶다면 이성적이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라. 경찰은 이 아픈 시련을 딛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 [열린세상]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정문성 울산대 물리학 교수

    [열린세상]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정문성 울산대 물리학 교수

    공교육이 위기라고 한다. 학교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학생들이 학교보다는 학원이나 개인과외에서 교과내용을 대부분 습득하고 있다. 교육기본법에 의하면 학교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의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대부분의 고교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은 입시위주이다. 그곳에서는 입시과목의 성적만이 최고선이고, 지덕체의 전인교육은 사라지고 있다. 그 이유를 혹자는 학부모의 극성스러운 교육열 탓이라 한다. 그러나 높은 교육열에는 긍정적 효과가 더 많지 않을까. 보다 근본적 이유는 미숙한 입시정책 탓이라고 본다. 현재의 대입정책은 고교생들을 여유 없는 긴장의 3년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 인문고 3년생의 일정을 보자. 아침 6시30분 기상,7시20분 등교,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정규수업, 오후 6시30분부터 야간자율학습, 야자 중 9시경 학교에서 나와 밤 0시30분까지 학원수강이나 개인과외, 새벽 1시 취침이다. 예체능 수업은 자습으로 대체되고, 수업을 하더라도 자거나 수능과목을 공부한다. 어느 자립형 사립고에서는 전교생이 아침 6시에 기상하고 새벽 1시에 취침한다. 어느 과학고에서는 아침 6시20분에 기상하여 밤 12시까지 학습을 한다. 한 특목고의 기숙사 방에는 CCTV 카메라를 설치하였다고 한다. 다음은 과학고 출신 어느 학생의 씁쓰레한 푸념이다. 중학교에서 꽤나 공부한다고 자부하며 과학고에 진학하였더니 이미 고교 내용을 모두 습득한 학생들이 많더란다. 그들은 대부분 초등학교에서부터 계속 사교육으로 선행학습해온 것이다. 교과 부담이 적은 그들은 줄곧 상위권을 차지하고 또 여러 경시대회에 나갔다. 그는 그제서야 고교 2년 마치고 일류대학을 진학하게 하는 힘이 사교육인 줄 알았다고 한다. 설령 사교육이 소문과 같이 주름잡고 있더라도 근원적으로 고교교육에 치명상을 준 건 수능시험이다. 고교에서는 전인교육의 교과라도 수능과목이 아니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탐구영역에 속한 과목은 어렵다는 이유로 정작 추후에 필요할지라도 공부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 문제라도 실수하면 감당할 수 없는 성적을 받게 하는 게 지금의 수능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심화된 공부를 하지 못하고 단지 실수하지 않기 위한 반복학습을 한다. 또 교육방송에서 강의한 내용에서 되도록 많이 출제된다. 교육이 아니다. 그 결과 학교교육은 파행이 되고, 학생들의 대학 수학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위기의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은 지극히 단순하다. 고교에서 이수한 교과와 그 성적인 내신을 대입에서 주요소로 반영하면 된다. 이미 시행하거나 해본 형식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방법에서 보완을 제시해 본다. 교과의 이수성적은 예전처럼 절대평가라야 한다. 다만 전공에 따라 필요한 과목을 특별히 더 고려한다. 그래야 고교의 학습 분위기가 살아나고, 청소년들의 개성을 키우고, 우정이 자랄 수 있다. 수능은 그전처럼 독립적이 아니고 내신을 보완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학교에 따른 내신차이를 보정하라는 얘기다. 수능등급으로 (고교등급이 아니고) 가중하여 내신을 고려함도 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러한 틀이라면 모든 입시권한을 대학에 일임해야 하는 게 또 하나의 핵심 요건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러한 입시제도라면 학교교육이 전인교육으로 정상화되리라 믿어 마지않는다. 우리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교육제도로는 창의성이 요구되는 21세기에서 경쟁우위의 대한민국을 기대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백년대계인 교육을 받쳐줄 대입정책이 입안되고 시행되길 소망해본다. 정문성 울산대 물리학 교수
  • 전공노 지도부 무더기 사퇴

    양대 공무원노조 중 하나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지도부 일부가 최근 합법노조 전환을 둘러싼 갈등으로 무더기로 사퇴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전공노는 내부 분열로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전공노 지도부의 최고 상위조직인 중앙집행위원 10여명은 이날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긴급 성명서를 통해 “전공노의 파행적 운영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조직의 합리적인 정상화를 촉구하면서 중앙집행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까지 동고동락해온 동지들이 조직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마 입에 옮기지도 못할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대의원대회조차 자신들(지도부)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으로 점거당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의 조직적 위기 상황은 조직 운영의 기본 원칙이 일부의 폭력행위에 의해 유린되고 침탈당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전공노 중앙위원은 모두 30명이며 이 중 사퇴 의사를 밝힌 사람은 10명이다. 한석우, 오영택, 윤용호, 천정아씨 등 부위원장 4명과, 안병순 전공노 서울지역본부장, 오봉섭 부산지역본부장, 조창형 경기지역본부장, 정형택 광주지역본부장, 최영종 충북지역본부장, 박형기 전남지역본부장 등 10여명이다. 현 집행부가 해고자 복직과 노동3권 보장 등이 돼야 합법노조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사퇴한 집행위원들은 ‘조건없는 합법화’ 전환을 주장해왔다.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모호한 법령이 부패 유발”

    “모호한 법령이 부패 유발”

    197개에 이르는 법령이 추상적인 재량 기준이나 과도한 재량권, 투명성 결여 등으로 오히려 부패 유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청렴위원회(위원장 정성진)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3월까지 1년 간 중앙행정기관의 법령에 대해 부패 영향 평가를 실시한 결과 부패 유발 요인으로 지목된 법령 197개,641건을 발굴해 개선 권고 조치를 내렸다고 7일 밝혔다. 부패 영향 평가란 법령 등의 입안 단계에서 부패 유발 요인 등을 정비, 행정 과정에서 예상되는 부패 행위를 차단하는 부패 방지 시스템이다. ●추상적 재량기준·투명성 결여 등 요인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형적인 부패 유발 요인으로는 재량 기준의 모호, 재량 범위의 과도 등 재량 규정의 불명확성이 302건(47%)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정보 공개 부족 등 행정절차의 불투명이 226건(35%), 과도한 부담이나 특혜 등 준수의 용이성이 낮은 경우가 113건(18%)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사업자가 법을 위반했을 때 과징금 부과와 영업 정지 내지 영업 취소 등을 함께 규정, 공무원들이 그 중 하나를 임의로 선택하도록 돼 있는 규정이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사업자들은 가장 타격이 적은 과징금 처분을 받기 위해 로비를 하게 돼 부패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겼다. 이에 따라 청렴위는 법령에서 ‘기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시공을 조잡하게 한 때’‘교통에 해로운 영향을 초래할 우려’‘과다하게’ 등과 같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재량 규정을 모두 구체화하도록 했다. ●인·허가 업무 부패 취약 업무 유형별로 보면 인·허가, 신고·등록 업무가 250건(3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심의·의결 기능을 수행하는 위원회의 구성·운영 업무가 163건(25%), 보조·지원 업무 71건(11%), 부과·징수 업무 43건(7%) 등 순으로 조사됐다. 벤처기업 해당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의 경우 현장 실사를 서면 확인으로 대체해 공무원의 현장 조사와 관련되는 부패 발생을 사전에 차단, 매년 72억원의 수수료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그동안 파행적으로 운영되어 온 수도권 정비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관련 규정에 대해서도 책임성·투명성을 높이도록 했다. 즉 위원의 자격·해촉 기준 등 중요 사항을 위원회 자체 규정이 아닌 법령에 규정하도록 했다. 청렴위 관계자는 “부패 영향 평가는 종전의 사후 적발·처벌보다 부패 해결의 비용 측면에서 보다 효율적”이라면서 “향후 법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통제가 소홀했던 행정 규칙, 자치 법규등으로 평가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수능 성적자료 모두 공개하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과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자료가 공개되면 출신 고교와 지역별 학력 격차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돼 큰 파장이 예상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지역간 서열화로 공교육 파행을 불러온다며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특별2부(부장 김종백)는 27일 뉴라이트닷컴 신모 대표 등이 “2002∼2005학년도 수능 원 데이터(자료)와 2002,2003년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공개하라.”며 교육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국어와 영어 등 주요 5과목에 대해 매년 1% 정도의 초·중·고등학생을 평가한 시험 결과다. 수능 원 데이터는 학생 개인별 원점수를 모두 종합한 자료다. 재판부는 “연구자들이 학업 성취도 평가와 수능시험 자료를 갖고 우리나라의 현행 교육제도 문제를 연구하면 생산적인 정책 토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관련 정책을 입안할 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정보가 공개되면 전국 학교가 서열화돼 과열 경쟁이 발생하고 사교육이 만연할 것이라는 교육부 주장에 대해서는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국민의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제공할 헌법상 의무가 있는 국가가 이미 만연한 입시경쟁과 공교육 파행, 사교육 의존 등의 실정을 개선해 교육 현실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교육상황에 관한 정확한 자료를 연구자들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국민과 전문가들이 이 자료를 바탕으로 토론할 수 있도록 자료를 공개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당장 수능 원 자료나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가 공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가 상고할 경우 최종 판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수능 원점수나 학업성취도를 학생 본인만 알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오면 교육계에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평준화 근간 위협” 통계처리를 거쳐 학교·지역별 학생들의 수능 성적 평균과 학업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전국 기초·광역자치단체별 수능 성적 순위는 물론 학교별 순위까지 모두 파악할 수 있다. 학교선택권이 제한된 현행 평준화 제도에서 학교별 수능 성적과 학업성취도 수준이 공개되면 학부모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평준화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는 셈이다. 수능 성적을 등급만 공개하는 수능 9등급제나 2008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되는 내신 9등급제도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대학들이 학교별 학력 차이를 이유로 3불(不) 정책 가운데 하나인 고교등급제를 적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 김규태 대학학무과장은 “수능과 학업성취도 평가 원점수를 공개할 경우 학교·지역간 과열경쟁과 서열화로 인해 교육과정을 도저히 정상 운영할 수 없게 된다.”면서 “대법원에 상고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 수능 등급만 공개하는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뉴라이트닷컴측은 우리나라 교육실태를 연구하겠다며 2002∼2005학년도 수능 원 데이터와 2002,2003년도 학업수준 평가 연구자용 분석자료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교육부에 청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1심은 연구 목적을 위해 쓴다는 전제 아래 “개인 정보를 제외한 수능 성적 결과를 공개하라.”면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공개하지 말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뉴라이트측이 항소하면서 현재 수능 원 자료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김재천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3) ‘항쟁의 산물’ 시민단체 어제와 오늘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3) ‘항쟁의 산물’ 시민단체 어제와 오늘

    6월 항쟁의 중심에는 시민이 있었다.‘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치며 거리로 나온 대학생과 시민, 그리고 퇴근 후 시위에 합류한 ‘넥타이 부대’가 있었다. 전경을 피해 달아나는 시위대를 숨겨 주거나 정성스레 물 한잔을 건네 준 사람도 6월 항쟁의 숨은 주역이었다. 6월 항쟁 이후 불붙기 시작한 ‘시민의 힘’은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시민없는 시민단체’,‘명망가 중심의 운동’,‘대안 없는 비판’ 등으로 시민운동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6월 항쟁으로 촉발된 시민운동이 이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민 없는 그들만의 활동이 위기 자초 26일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시민운동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급성장했다. 여성민우회(87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88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88년), 환경운동연합(93년), 참여연대(94년) 등 굵직한 시민단체들이 탄생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전국적으로 2만 3500여개에 이른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움직임은 2000년 총선 당시 ‘낙천·낙선운동’을 벌이며 전성기를 누렸다. 시민운동의 영역도 정치민주화를 넘어 사회·경제민주화로 다양화되고 세분화됐다. 그러나 2000년을 기점으로 위기론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시민운동이 일부 명망가 중심의 운동으로 변질되고, 일부 단체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시민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또 보수·진보 단체의 대립과 정치·권력화로 ‘그들만의 단체’로 바뀌었다.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단체의 영향력이 떨어진 게 위기가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하려는 치열함과 진정성 부족이 위기를 불렀다.”면서 “교수, 변호사, 활동가, 고액후원자 등 전문 집단이 독점한 시민운동 의제를 시민들에게 돌려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시민속으로, 시민과 함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6월 항쟁 당시와 같이 자발적인 시민참여 열기를 되살리는 것이 시민운동이 재도약하는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쟁점을 쫓아가는 운동보다는 내실화에 치중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경실련은 ‘통계와 수치로 말하자.’는 운동을 몇 년째 실천하고 있다. 그 성과는 지난해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으로 나타났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보도자료를 내는데도 3개월 이상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면서 “시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운동을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안 마련에 중점을 둔 단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생태지평,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등이 대표적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시민단체가 이것저것 다하다가 무엇하나 제대로 못하는 악순환이 위기를 자초했다.”면서 “정형화된 운동의 틀을 깨고 ‘할 수 있는 하나라도 제대로 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과잉대표성 폐해 시민운동의 침체 원인이 명망가 중심의 운동이 빚어낸 ‘과잉 대표성’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로 한명이 여러 단체 대표로 ‘겹치기 출연’ 일부 명망가들이 각종 시민·단체 공동대표 등에 겹치기로 나서는데다 정부 자문위원회 진출까지 독점하면서 ‘시민’의 설자리가 사라져 버렸다는 지적이다.‘시민의 힘’을 보여준 6월 항쟁의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일부 명망가들이 독점한 시민운동의 의제를 다시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원로 시민운동가인 A목사는 자신이 공동대표 등으로 있는 단체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그는 “일은 실무자가 다하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자회견장을 지키는 것뿐”이라고 털어놨다. 명망가 위주로 ‘이름 빌려주기’하는 것도 문제다. 심지어 ‘단체 따로, 대표 따로’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1월10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30여개 시민단체들은 최근 파행을 겪고 있는 ‘시민의신문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시민의신문 이사회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지만 당시 이 신문 이사 B씨는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었다. ●일부 인사가 정부 자문위원회도 독점 민주당 손봉숙 의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여성단체 인사들의 정부 자문위원회 진출 현황에 따르면 박인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14개, 김소림 인천여성단체협의회 회장 11개,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 11개,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11개,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10개의 정부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여성운동가 출신인 손 의원은 “이들이 겹치기로 자문위원회에 나가서 과연 내실 있는 자문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일부 시민단체 명망가들의 자질 부족과 무책임을 꼬집는다. 그는 “개인 경험을 늘어놓거나 양비론으로 흘러 김을 빼놓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봤다.”고 꼬집었다. 명호 생태지평 연구원은 “정부는 책임과 권한은 주지 않고 내용은 취약한 명분밖에 없는 민관협력을 원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진 시민운동가가 아니라 그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명망가 중심 시민운동 이제 끝내야’ 시민운동가들은 시민단체 원로들을 ‘얼굴마담’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형식에 치우친 연대사업과 급조된 기자회견 남발을 원인으로 꼽는다. 한 시민단체 정책실장은 “제대로 된 기자회견이라면 가장 열심히 하고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앞에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는 늘 오던 사람만 기자회견장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고 인정하면서 “연대기구, 기자회견, 집회 모두 남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단체 대표들이 아니라 실무자들이 정부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열악한 시민운동가 처우 시민운동가 A씨는 지난해 국회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10년간 시민운동을 통해 남은 것은 5000만원의 빚뿐. 생활고에 시달리다 시민운동을 접었다. 매월 시민단체 15곳에 내는 회비만 50만원인 A씨는 “지금도 시민단체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쉽지 않다.”고 전했다. 시민운동 활성화의 또다른 걸림돌은 시민단체 상근자들의 열악한 처우다.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경실련 상근자들의 임금이 1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시민운동가들에게 최소한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는 재정적 기반에 대한 고민은 시민운동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시민단체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쓴다. 참여연대는 올해부터 상근자 최저임금을 100만원으로 정했다.4년간 동결했던 임금을 지난해 15% 인상한 결과다. 경실련도 같은 방식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기본급을 95만원으로 올렸다. 한때 상근자만 90명에 육박하던 경실련은 5∼6년전 55명, 지금은 34명이 일하고 있다. 경실련은 상근자 35명을 상한선으로 정했다. 박병옥 경실련 사무총장은 “사업 영역을 통폐합하면서 지난 3년간 급여를 높이고 사람을 줄였다.”고 전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선택과 집중’으로 상근자에게 투자하는 비율을 높일지, 현재처럼 인력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유지할지 내년에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대북 쌀 40만t 지원 원론 합의

    남북이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제13차 회의 3일째인 20일 공동보도문 초안을 교환하고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쟁점이 됐던 쌀 40만t 지원은 ‘원론적’ 수준에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이날 오전 11시 회담장인 평양 고려호텔에서 김중태 통일부 남북경협본부장과 북측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위원접촉을 갖고 양측이 준비해온 공동보도문 초안을 교환했다. 공동보도문 초안은 이번 회담의 결과물을 담은 것으로, 관례에 비춰 대북 식량 차관에 대해서도 명시된 것으로 관측된다.남측 회담관계자는 쌀 40만t 제공에 대해 “원론적 차원에서 논의가 있었다.”면서 “장관급회담 논의에 대한 후속조치여서 특별히 쟁점화되지 않을 듯하다.”고 말해 예정대로 지원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전날 기조발언문, 공동보도문 및 식량차관 합의서 초안 등 3개 문건을 미리 교환하자는 북측의 주장으로 양측이 충돌하는 등 파행을 겪은 만큼 정해진 시간 안에 공동보도문에 합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식량차관 제공 합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지난해 시행된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발효 절차를 통과하는 첫 ‘합의문’이 될 지도 주목된다. 이 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남북합의서를 체결·비준하고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갖는다. 정부측은 이미 올해 남북협력기금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 1600억원에 가까운 쌀 차관 항목이 있었던 만큼 추가로 국회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지만, 이런 절차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이날 협의를 거쳐 21일 오후 2시 종결회의를 가질 예정이며 우리측 대표단은 같은 날 저녁 서울로 돌아올 계획이다.평양공동취재단·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한국대학 국제경쟁력에 수치심 고교학력 걱정말고 제걱정 해야”

    “선진국 대학들이 성적보다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뽑는 것은 교육에서 다양성의 원칙이 더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1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재단 주최 포럼에서 ‘3불(不)’정책과 2008학년도 대입 제도에 대한 정부의 생각을 자세히 밝혔다. 김 부총리는 “선진국들의 대학 입시에는 고교 교육을 파행시키지 않는다는 대원칙 아래, 다양한 학생들을 뽑는다는 다양성의 원칙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성적이 높은 동질적인 아이들은 교수가 가르치는 것만 배우지만 다양한 아이들은 (교수는 물론) 서로에게도 배우는 것이 많다.”면서 “미국이 크게 늘고 있는 히스패닉들을 (성적이 떨어져도)그냥 뽑아 고교 수준의 지도를 하는 것은 이런 원칙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는 다양한 아이들을 뽑아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면서 “정부가 정한 이런 정책 방향에 대학과 고교, 언론도 협력해 달라.”고 덧붙였다. 대학들이 본고사를 치르게 해달라는 요구와 관련해선,“초·중·고까지는 국제평가를 봐도 성적이 톱(top) 수준이지만 대학은 어떤 국제비교를 봐도 낮다.”고 전제한 뒤 “호주가 석·박사를 포함해서 우리 대학을 호주 대학 수준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 31개에 불과한데, 솔직히 민족적 수치를 느낀다.”면서 “대학은 고등학교 걱정 그만하시고, 대학을 염려해 달라. 도와주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3불 정책에 대한 논의 기구를 가동할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논의는 다 열려 있다.”면서 “이미 교육부의 정책이 잘못됐다든지 고친다든지 하는 생각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는 차원이지 아예 논의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앞서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 KBS 제1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외국어고 제도 자체가 문제는 아니며,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얼마든지 새로 만들 수도 있다.”면서 “실태를 조사해 바로 잡히지 않으면 지정 취소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교육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종립학교생 종교자유 보장을”

    종교의 자유는 헌법이 정한 기본권 중 하나이다. 그런 점에서 종교계가 운영하는 초·중등 종립학교의 ‘준강제적’인 종교교육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파행이라고 봐야 한다.2004년 서울 대광고 강의석 학생의 ‘종교교육 사건’은 강제 종교교육의 문제를 노출시킨 대표적 사례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2월28일 고시한 국가 교육과정 중 학교 종교교육 관련 지침은 학생들의 종교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할 여지가 많아 우려를 낳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대안 마련에 나서 주목된다.12일 열리는 ‘학교 종교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의 세미나에서는 각 종교계와 시민단체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개선 방안을 찾는다. 지난해 3월 현재 국내 종립 중등학교 수는 모두 423개. 종립 중학교는 178개로 전체 사립중학교의 27%, 종립 고등학교는 245개로 전체 사립고등학교의 26.1%를 차지한다. 이가운데 종교과목을 편성한 종립 중학교는 24%, 종립 고등학교는 66.5%로 중학교에 비해 고등학교에서 종교교육을 더 많이 시행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대광고 사건 이후 종교계 학교에서의 종교교육과 관련한 문제가 잇따르자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해 왔으나 결국 학생들의 자율권을 후퇴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 우려를 낳고 있다. 교육부는 당초 학생들의 종교자유 보장을 위해 ▲종교 이외의 과목을 복수로 편성하고 ▲종교활동은 반드시 학생들의 자율 의사를 고려하며 ▲희망자에 한해 종교일반에 대한 보편적인 교육을 실시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종교 이외 과목 복수편성을 뺀 나머지는 모두 제외해 학교측이 학생들을 종교행사에 강제 참여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았다. ●‘종교 이외 과목 복수 편성´도 무늬뿐 이와 관련해 김재춘 영남대 (교육학)교수는 미리 배포된 발제문을 통해 “교육인적자원부의 초·중등학교 제7차 교육과정 개정고시는 각 학교에서 종교 과목을 편성할 때 반드시 선택과목을 복수로 편성해 종교 과목 이외의 선택과목을 이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각급 학교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립 학교들이 ▲종교 과목을 단수로 편성하거나 ▲종교과목을 종교 이외의 과목과 복수로 편성하고도 실제로는 종교 과목만 운영하는 등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방식의 종교 과목 운영은 국가 교육과정 지침이 충실히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학교 종교교육의 자유는 일정 부분 보장되지만 학생의 종교 자유는 보장되지 못한다.”며 “특히 종립학교에서 학생이 학교의 종교와 일치하는 경우는 20% 수준에 불과해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인권 중심 종교교육 법제 절실 이정훈 (법학)방송대 강사는 “종교계 사립학교들은 종교교육에 국가가 간섭함은 종교교육과 선교의 자유 침해라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이는 사립학교 종교의 자유와 학생의 종교의 자유라는 기본권 충돌문제”라며 학생인권 중심의 종교교육 법제를 도입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한 종교계 사립학교 현직교사의 증언을 토대로 “종립학교에서 아침조회 경건회나 종례시 찬양·기도를 하라는 학교의 지시, 일요일 종교기관 강제탐방, 종교과목 평가 및 우등상 지급 조건 차별 등의 종교강요가 빈번하다.”고 고발했다. 이씨는 “종교를 강요하는 것에 대한 학생들의 집단행동이나 거부를 체벌이나 제재로 금지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 침해 말고도 표현의 자유라는 또 하나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라고 못박았다. ●바람직한 종교교육 위한 교사운동 필요 이에 대해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장은 “학교 안 종교교육의 문제는 그 자체가 학생의 종교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교육방법과 내용이 종교간 대화와 협력을 거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바람직한 종교 교육을 위한 교사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종립학교들은 대부분 자기 종교에 관해서만 가르치고 주로 각 종단 교직자들이 맡고 있어 제대로 된 학교 안 종교교육을 위한 노력이 범종단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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