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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여중생 성폭행 피살] 성범죄근절 지원 인색한 정부

    대한민국 헌법 30조는 타인의 범죄행위로 생명과 신체의 피해를 받은 국민을 국가가 구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범죄피해에 대한 지원과 보호는 곧 국민의 기본권이란 뜻이다. 하지만 잔인하게 희생된 부산 여중생의 유족이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구조금은 법적으로 최대 3000만원에 불과하다. 현행 범죄피해자구조법은 범죄로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나 중장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국가가 구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구조금 자체가 적은 데다 조건도 까다로워 해마다 지급 건수는 수십건에 그친다. 이에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은 지난해 10월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제정안’을 국회에 냈다. 연간 1조 5000억원이 넘는 벌금 가운데 5% 이상으로 범죄피해자 보호기금을 설치하자는 내용이다. 이 법안 내용대로라면 올해 기준으로 767억여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피해자 유족에게는 구조금을 최고 1억 80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다. 그러나 발의한 지 5개월이 지났는데도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새로운 기금을 만드는 데 반대하며 현재 수준 이상의 지원은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피해 지원에 대한 예산 당국의 안일한 인식은 소관 부처의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법무부는 지난해 공주치료감호소에 있는 성폭력재활치료센터 예산으로 24억 3600만원을 요구했다. 범죄자 100명 수용 규모에 의사와 임상심리사 등 전담인력 46명이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기재부에서는 수용자 50명과 전담인력 20명에 해당하는 예산 11억 3400만원만 인정했다. 법무부는 또 전자발찌 전담인력비, 고위험군 범죄자 전담인력비 등으로 93억 790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역시 기재부의 반대로 7억 2400만원만 편성됐다. 이에 지난해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는 아동성범죄 소관 부처의 예산을 정부 제출안보다 276억 8700만원 증액하는 것으로 의결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넘겼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여야 대립으로 연말 국회가 파행을 거듭, 최종적으로 의결된 예산은 정부 제출안보다 82억 5500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18일 원포인트 국회… 민생법안 처리

    여야가 오는 18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지난 2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민생법안을 처리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8일 회동을 갖고, 2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법안 30여건과 추가로 처리해야 할 법안 20여건을 18일 처리하기로 했다. 지난 2일 본회의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학교체육법안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표로 부결되자 민주당이 퇴장해 파행됐다. 18일 본회의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강제철거시 철거민의 보호를 위해 노력하도록 규정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보상에 관한 법 개정안’ 등이 처리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 3일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위원장직 사퇴서를 냈다가 다음날 반려된 민주당 소속 김충조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은 특위 활동 시한인 4월까지 위원장직을 맡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광역의원 선거구 조정, 여성 지방의원 의무공천제, 국회의원 상실형 기준 완화 논란 등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고, 사퇴 의지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위원장을 교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위원장이 사퇴하려면 전체 위원들의 동의를 받거나, 소속 당 원내대표가 교체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둘 다 가능성이 낮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객원칼럼] 그들을 춤추게 하라/박명재 CHA의과학대 총장·전 행정자치부 장관

    [객원칼럼] 그들을 춤추게 하라/박명재 CHA의과학대 총장·전 행정자치부 장관

    이명박 정부가 집권 3년차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제 워밍업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정책 추진과 더불어 국정 수행의 가속을 붙여 나갈 때이다.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힘찬 국정 레이스를 펼쳐 국가 경영의 최종 금메달을 따내기 위한 선결 과제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공무원들을 춤추게 하는 일이다. 유능한 조련사는 코끼리를 춤추게 만든다. 코끼리의 춤이 서커스 공연의 백미(白眉)가 되기 때문이다. 이 땅의 공직자들을 춤추게 하는 것은 그들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가 아니다. 그들이 신명나게 춤을 추어야만 행정이 살아 움직이고 정책이 열매를 맺고 민간의 각 부문이 제대로 작동되어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고 무엇보다 대국민 행정 서비스가 좋아져 국민들이 편해진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공무원들은 호된 질책과 거센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지난 2년 동안 공무원들의 마음에 응어리진 부분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공직사회는 어쩌면 매를 맞고 비난을 받아 마땅할 숙명적 과제를 안고 있다. 피터 드러커가 지적했듯이 첫째는 지나친 신분보장으로 변화를 외면하고 기피하는 소위 철밥통 문제다. 이것은 인터넷 속도로 변화하는 기업과 민간분야의 흐름을 방해하고 지나친 정부 규제로 발목을 잡는다. 둘째, 생산성과 전문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낮은 전문성과 생산성은 정부 정책의 결정과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외부 전문가들의 진입을 방해하여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어쩌랴.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행정을 움직이는 사람은 공무원이다. 대통령의 국정 이념과 정책을 집행하고 성과의 열매를 거두게 할 사람은 결국 공무원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일은 어떻게 공직자들을 신명나게 춤을 추게 만들 것인가 하는 방법론이다. 감정적인 방법은 일정 직급 이상 공무원들을 솎아 물갈이하는 동시에 공직사회에 대한 엄정한 사정의 회초리를 드는 방법이다. 그러나 미국의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보상(reward)과 벌(punishment)로 사람의 행동을 규제할 수는 있지만 결코 마음을 얻을 수 없다고 했다. 보상과 벌이 끝나면 행동을 멈추게 되고 지속적인 변화는 결국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공무원들의 마음을 얻어내야 한다. 마음을 움직여야 확신이 서고 행동이 일어난다. 공무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두 가지 사실만 지적해 본다. 첫째, 대통령과 장관들이 공직자들에 대한 더 큰 신뢰와 인정감을 가지고 진정한 개혁의 동반자, 국정수행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의사소통하고 끊임없이 공감대를 형성하여 그들의 진정한 헌신(commitment)을 이끌어 내야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 둘째, 남은 기간 동안 올바른 인사정책의 시행이다. 인사에 대한 올바른 의사결정은 리더가 조직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궁극적 수단이 되고 리더가 얼마나 유능한지, 그 가치관이 무엇인지, 업무를 얼마나 진지하게 수행하는지를 조직 구성원(공무원)과 외부(국민)에 알리는 메시지가 된다. 원칙 없고 연고나 비밀주의에 입각한 인사는 조직 리더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감과 지도력을 훼손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지난번 국세청 조직의 파행이 잘못된 인사에서 비롯되었음은 누구나가 공감하는 바이다. 가난한 목동으로 출발하여 세계의 강철왕이 된 앤드루 카네기의 묘비명은 이렇게 쓰여 있다. “나보다 우수한 사람들을 내 주위에 모여들게 하고 관리할 줄 아는 사람 여기 잠들다.” 인사가 만사이고 경영과 관리의 핵심적 요체임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말이다. 이제 공무원들에게 호소한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의 미국, 민주당의 미국, 라틴계의 미국, 아시아계의 미국이 따로 없고 오직 하나의 미국만이 있다.”고 하여 미국민들을 열광시켰다. 그렇다. 대한민국에 문민정부 공무원, 국민의 정부 공무원, 참여정부 공무원, 실용정부 공무원들이 따로 있을 수 없고 오직 대한민국 공무원만이 있을 뿐이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그 정부의 이념과 시대정신에 투철하여 성실히 국정을 수행하는 신명나는 춤꾼들이 되어야 한다. 춤을 출 분위기와 판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불평하고 움츠러들어서는 그 설 자리마저 잃게 된다. 새 정부 집권 3년차, 조국과 역사 앞에 영혼이 깨어 있는 공직자가 되어 헌신과 봉사의 신나는 춤판을 벌여야 한다. 국민들의 시나위와 추임새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 여야 법안거래 논란이 부른 파행

    여야 법안거래 논란이 부른 파행

    2월 임시국회를 파행으로 몰았던 학교체육법안은 그 내용보다 처리 과정이 문제였다. 여야가 오는 6월 지방선거부터 적용할 교육의원 선거방법을 놓고 지난해 말 논쟁을 벌이던 당시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이를 ‘끼워넣기’했다는 일부 주장이 화근이 됐다. 2일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에 나섰던 교과위 소속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은 “민주당 간사인 안 의원이 지난해 말 긴급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과 연계해 이 법안을 법안소위에 패키지로 상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3일 “소위에 안건을 올린 것은 여야 간사들끼리 협상에 의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국회에서 이같은 모습은 드문 일이 아니다. 심하게는 ‘법안 거래’ 논란도 빚어진다. 지난해 말 예산안 전쟁으로 치열하게 대립하던 여야는 12월30일 본회의에서 사이좋게 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임용 등에 관한 국회 규칙 개정안을 처리했다. 예산안과 부수법안은 다음 날로 미룬 상태였다. 당초 규칙에서는 정책연구위원 수를 원내 교섭단체가 2개일 때에는 63명, 3개일 때에는 67명으로, 교섭단체 수에 따라 다르게 규정했지만, 개정안이 처리되면서 정원이 모두 67명씩으로 조정됐다.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구성했던 선진과 창조의 모임이 소속 국회의원 숫자의 미달로 교섭단체 자격을 상실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나머지 몫을 더 챙긴 것이다. 2일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개정법도 과정을 들여다보면 ‘적당히 타협한’ 흔적들이 역력하다. 보좌진 증원은 지난 17대 국회부터 여야 의원 모두가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이번 18대 들어서는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보좌관 최고직급을 4급에서 부이사관인 3급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김 의원 쪽은 “모든 의원실에 3급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지닌 일정 요건을 갖춰야만 직급을 올리는 것이어서 예산이 크게 낭비되는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밥그릇 챙기기’라고 여론이 악화되면서 보좌진 증원 추진이 어려워지자, 여야는 5급 비서관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에 따라 전문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예산도 연간 177억원 남짓 추가로 들게 됐다. 지난해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법안이 하루 만에 국회 국제경기지원특별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 법사위를 잇따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됐다. 이를 두고 민주당이 쟁점법안인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등 금산분리 완화법안 처리를 물리적으로 막지 않는 대신 한나라당이 전남 영암 지역의 숙원인 포뮬러원 지원법안을 처리해 주기로 ‘거래’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샀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원들끼리 이해관계에 따라 법안을 거래하는 듯한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법안을 공개적인 차원에서 논의해야 하고 상정과 의결 과정에서 더욱 투명하게 법안을 심의,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법안 부실화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학업성취도 평가 공개] 성적우수지역 야간 자율학습 논란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지역들이 지난해 고사를 치르기 직전에 집중적으로 야간 자율학습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제고사에 앞서 강원 양구의 2개 초교와 철원의 3개 초교는 4~6학년생 가운데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부모 동의를 얻어 오후 8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실시했다. 이 지역의 평가 결과는 전국 상위권에 들 정도로 좋았다. 강원 양구 초등 6학년생의 경우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국어 88.8%, 수학 95.8%, 영어 92.1%, 과학 94.9%, 사회 85.6%로 나타났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사회의 0.5%를 제외하면 전무하다. 철원 초등 6학년도 과목별로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85.6~95.8%로 거의 대부분이 포함됐다. 이 지역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0.7~1.3%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상히게도 이 지역의 중3 학생들은 전국 평균이거나 그보다 약간 아래 수준의 학업 성취도를 기록했다. 양구의 경우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국어 71.3%, 수학 50.4%, 영어 68.3%, 과학 60.3%, 사회 66.8%로 나타났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도 과목별로 2.2~11.3%씩 분포했다. 철원 중3의 경우에도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54.3~73.9%로 초등 6학년생에 비해 20%포인트 넘게 낮았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조는 3일 “강원지역 일부 학교에서는 일제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초등학교 교사를 선발해 외국 여행을 시켜주겠다고 하는 등 파행이 빚어졌다.”면서 “일제고사 성적을 높이기 위해 교육 당국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민생 외면하고 보좌관 늘린 몰염치 국회

    정략보다 민생을 뒷전에 놓는 국회의 고질병이 또 도졌다. 그제 고용보험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들을 대부분 처리하지 못한 채 2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났다. 그 와중에 용케도 의원 보좌관 증원 법안은 여야가 한통속이 돼 통과시켰다. 민생을 살피는 데는 게으르면서 자체 권익 증진에는 발빠른, 몰염치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날까지 추태를 연출했다. 민주당 측이 내놓은 학교체육법안이 본회의 파행의 불씨가 됐다. 한나라당 측이 법안심의 절차상의 하자를 들어 제동을 걸자 민주당이 반발해 퇴장하면서다. 더욱 딱한 일은 거여(巨與)인 한나라당이 재적 과반인 의결정족수도 채우지 못해 본회의를 자동 유회시킨 점이다. 학생인 운동선수가 일정 학력수준에 미달할 경우 대회 출전을 제한토록 한 학교체육법안은 그다지 시급한 법안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로 인해 여야는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합의한 68건 중 겨우 28건만 처리하고 말았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비본질적 기싸움을 한 꼴이다. 여야는 이토록 비생산적인 회기를 마치고 뒤늦게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비방전을 벌였다. 하지만 국민의 눈에는 그 나물에 그 밥일 뿐이다. 지난달 초 여당이 회기중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중점처리법안 114건을 포함해 여야가 발표한 민생법안은 208건이었다. 그러나 외교통상위를 통과했지만 여야 간 이견이 큰 북한인권법안은 차치하고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한 민생법안이 부지기수였다. 회기 내내 세종시 공방으로 허송세월하다 이중 겨우 19건을 처리했을 뿐이다. 회기 마지막날 본회의 파행은 방학 내내 놀다 개학 하루 전에 밀린 숙제를 해치우는 게으른 학동들보다 더 한심한 행태가 아닌가. 더욱 혀를 찰 일은 세종시 문제로 치고받으면서도 의원들의 숙원이었던 보좌관 증원법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한 사실이다. 낯뜨거운 드잡이를 하다가도 세비를 올리거나 외유에 나설 때는 쉽게 의기투합했던 구태 그대로다. 국민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놓고 슬그머니 제 주머니를 채운 형국이다. 말로만 민생 우선을 운위하면서 당략과 의원 개인의 잇속을 앞세우는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의회민주주의의 선진화는 요원한 일이다.
  • 일자리·균형발전법안 등 39건 처리못해

    2일 본회의 파행으로 처리가 무산된 39건의 법안은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민생법안이 대부분이었다. 디자인권 등 지식재산에 대한 기술도 신탁재산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정부와 여당이 대표적인 ‘일자리법’으로 꼽은 법안이었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건축물은 일정 비율 이상의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정부의 역점 추진 정책 가운데 하나였다.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법안들의 처리도 물건너 갔다. 기업도시에 대한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기업도시개발 특별법 개정안’, 노후화된 제조업 산업단지의 구조·고도화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 개정안’ 등이 안건으로만 오른 채 논의되지 못했다. 가축전염병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가축전염예방법 개정안’,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을 국내에 들여오는 행위를 규제하는 한편 원산지표시 위반시 과징금을 높이는 ‘불공정무역행위 조사 및 산업피해구제에 관한 법 개정안’도 정쟁에 묻혔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2월 국회’도 민생 허탕

    ‘2월 국회’도 민생 허탕

    세종시 논란만 부각돼 민생 현안이 외면당했던 2월 임시국회가 결국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여야가 이번 회기를 시작하면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민생 법안들의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여야 의원들의 숙원이던 보좌관 증원 법안은 일사천리로 처리돼 빈축을 사고 있다. 국회는 당초 회기 마지막날인 2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민생법안 68건을 의결하려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이 발의한 ‘학교체육법안’ 부결에 항의해 퇴장, 법안 39건을 처리하지 못한 채 본회의가 유회됐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강제철거 시 철거민의 보호를 위해 노력하도록 규정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보상에 관한 법 개정안’은 발의된 지 1년 만에 본회의에 넘겨졌지만 무산됐다. 용산 재개발지역 화재 참사 이후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제안된 법안이었다. 박람회장 건설기간을 줄이고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2012 여수세계박람회 지원특별법 개정안’도 안건으로 올랐지만, 역시 처리되지 못했다. 박람회장 완공까지는 채 2년도 남지 않았다. 여야가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민생법안의 처리율도 매우 낮았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달 초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중점처리법안’ 114건을 발표했다. 민주당도 ‘브랜드 법안’과 ‘중점추진법안’ 등 94건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주로 일자리, 서민, 복지, 경제활성화 등과 직결된 법안들이다. 하지만 여야가 발표한 민생법안 208건 가운데 이번 회기에 처리된 법안은 19건에 그쳤다. 100점 만점으로 치자면 9점 밖에 안 되는 ‘낙제’ 수준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세종시 논란이 블랙홀처럼 다른 현안을 집어삼켰다. 상임위원회나 본회의가 열릴 시간에 각 당이 세종시 관련 의원총회나 토론회를 진행해 정족수 부족 등으로 법안처리가 지연되기 일쑤였다. 특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지원금을 지급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18세 이상 장애인 가운데 소득이 하위 70%에 속하는 장애인에게 매달 연금을 주는 ‘장애인연금법안’ 등은 일정 수준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졌지만, 논의 부족 등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여야가 회기 중 합의한 ‘일자리 특위’도 첫 회의조차 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4월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들을 처리할 수도 있지만, 이때는 6월 지방선거가 코앞이라 법안 심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국회는 이날 본회의 정회 직전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재석 188명 가운데 164명 찬성으로 가결했다. 4~9급 상당의 별정직 공무원에 해당하는 국회의원 보좌직원을 현행 6명에서 7명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경남 창원시 설치 및 지원특례에 관한 법률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세 번째로 처리됐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학교체육법안 부결… 野 반발 퇴장

    여야가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까지 무책임과 상호 불신의 자화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2일 본회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경남 창원시 통합 및 지원 특례법 등이 우여곡절 끝에 처리되면서 한때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29번째 안건인 학교체육법안의 부결과 민주당의 퇴장으로 본회의는 의사정족수 미달로 두 시간 남짓 만에 중단됐다. ●민주 “합의 위반”… 한나라 “무책임”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학교체육법안은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학교의 장이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해 학생의 체력을 증진하고 학생선수의 학습권과 인권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법안 내용이 아닌 처리 과정이었다. 안 의원이 제안설명을 마치자마자, 같은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인 한나라당 박영아 의원이 반대토론에 나섰다. 박 의원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절차상 심각한 하자와 법안 내용상의 문제 및 실효성 미비 등으로 인해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 법안은 시급하지도 않고, 교과위 법안심사소위와 상임위 심의·의결 과정도 정상적으로 밟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이 지난해 말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과 연계되면서 충분한 심의 없이 졸속 처리됐다는 설명이다. 지방자치교육법이 교육의원 직선제를 폐지하고 비례대표제로 전환하는 내용으로 법안소위에서 만장일치로 합의됐다가 민주당의 반발로 ‘일몰제’로 처리된 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결국 박 의원의 반대토론 뒤 이어진 표결에서 재석의원 159명 가운데 찬성 52명, 반대 74명, 기권 33명으로 학교체육법안은 부결됐다. 그러자 민주당이 “여야 합의 위반”이라며 반발, 본회의장을 나가버렸다. 본회의가 정회되자 여야는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민주당은 “여야 간 의사일정과 의안상정에 대한 신뢰를 깨는 행위”라면서 “더 이상 의사일정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본회의 거부 방침을 정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원내대표들끼리 처리를 합의한 쟁점 법안이 아니라 일반 법안이 의원들의 자유토론을 통해 부결된 것을 두고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민생법안을 뒤로 한 채 퇴장한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가까스로 통과 한나라당은 오후 8시에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민주당을 뺀 다른 야당의 도움을 얻어 본회의 속개를 시도했다. 그러나 90여명만 참석해 30분 만에 의총을 마쳤고, 본회의는 정족수 미달로 자동 유회됐다. 민주당은 야5당의 요구로 소집된 3월 임시국회에서 이날 처리하지 못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의사일정에 응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선거구가 652석으로 확정되고 지방의원의 여성공천이 의무화됐다. 여야가 합의해 놓고도 한 달 가까이 처리하지 못했던 개정안은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 등 34명이 문제가 된 수정안을 철회하면서 가까스로 통과됐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학생선발 권한·책임 中입학추천위에 위임”

    “중학교에 입학추천위원회를 두어 추천기준, 자격 등을 심의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겠다.” 서울시교육청은 모호한 제도 때문에 불거진 자율형사립고 부정합격 사태와 관련해 위원회를 하나 더 설치하는 방안을 26일 대안으로 내놓았다. 관련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 유영국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세세한 기준을 설정하면 실제적인 어려움을 당하는 학생이 피해를 본다. 학생을 가장 잘 아는 학교에 학생 선발 권한과 책임을 주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명했다. 시교육청은 또 다음달까지 일선 교육청과 학교 등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책임 규명을 할 계획이지만, 현재 드러난 정황만으로 자율고 지정을 취소하는 등 강경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부정합격자가 많은 강남 등지의 자율고에 대해서는 학급수 축소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 학교장 추천서 전형이 파행운영된 원인이 제도적 미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유 국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은 본청과 지역 교육청, 중학교, 자율고 등 모두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교육청의 문제의식은 학부모와 학교 간 책임 떠넘기기 공방과 더불어 서로의 책임을 분산시키려는 시도로 비쳐지기도 했다. 학부모들이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교육청은 입학취소 결정을 번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학교들이 자격 없는 학생들의 지원을 부추겼다는 주장과 관련, 유 국장은 “불법적인 행위에 응한 것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면서 “이미 법률 자문까지 거친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학부모들이 합격취소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소송 등으로 사태를 장기화시키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읽힌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자율고 입시파문 학교에만 책임 전가 말라

    자율형사립고(자율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에 합격한 389명 중 132명이 부정 입학자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이 부정입학 의심 학생 248명을 자율고와 중학교가 재심의할 것을 지시한 만큼 합격 취소자가 얼마나 더 늘지 알 수 없다. 추천서를 써준 중학교와 당사자인 자율고는 네 탓 공방을 벌이고 학부모들은 반발해 법정 싸움에 돌입한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고교 입시사상 유례없는 수준의 이번 합격취소 사태는 예고된 참사랄 수 있다. 드러난 것만 하더라도 파행은 자율고 13개교 가운데 대부분에서 빚어졌다니 잘못이 명확해 보인다. 사회적 배려 전형 대상을 20%로 할당한 교과부의 원칙에 무리가 있다는 여론은 시행 전부터 팽배했었다. 결국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채우지 못한 자율고들의 마케팅식 학생모집과 조건 없이 추천서를 써줄 수 있다는 허술한 전형의 틈입에서 학부모들의 빗나간 욕심이 부른 입체적 입시비리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가 된 서울 지역 자율고 입시는 학교 다양화와 수월성 교육의 정책 아래 처음 실시된 중요한 사안이다. 문제를 파생시킬 소지를 충분히 알고서도 현실화할 때까지 방기한 교육당국이 우선 책임을 져야 한다. 파문이 확산되고서야 교육청과 교과부는 해당 중고교 특별감사를 통한 문책인사와 행정제재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파행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에 앞서 해당 학교들에 화살을 쏘아대며 해결하라는 식의 떠넘기기식 사후약방문이다. 지금이라도 자율고 도입 취지를 근본부터 흔들 수 있는 해악 요소를 뜯어내기 바란다. 입시파행을 빚은 주체들인 학교들도 선별해 엄중 처벌해야 함은 물론이다.
  • 새달 개교 기숙형高 파행 불가피

    농산어촌 기숙형 고교 파행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자체들의 예산지원 반발에 이어 이번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학교간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책정된 예산조차 지원하지 않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4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자치단체들에 따르면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하나로 설립된 전국 82개 농산어촌 기숙형 공립고교가 오는 3월 문을 연다. 군 단위 250여개 농산어촌 전체 기숙형 고교(사립 및 특성화 고교 포함)의 33%에 해당된다. 전남 16개, 경북 13개, 강원 11개, 경남 10개, 충남·전북 각 8개, 충북 7개, 경기 4개 고교 등이다. <서울신문 2009년 12월5일자 8면> 교과부는 이들 학교에 3500억원을 들여 이달 말까지 기숙사를 신축·리모델링하고 운영 프로그램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 교육 낙후지역의 교육여건 개선과 학교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학력 향상 및 인성 함양 등) 지원을 통해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여 실질적 교육력 향상을 도모한다는 차원이다. 또 이들 학교가 있는 79개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에 학생 1인당 월 평균 기숙사비 25만원 가운데 일부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학생 1인당 월 기숙사비를 15만원 정도로 낮춰 보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상당수 해당 지자체와 학부모들은 교과부가 특정 기숙형 고교 재학생에게만 기숙사비를 지원토록 한 것은 지역 실정과 형평성을 도외시한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들은 이 같은 학부모들의 반발과 우려로 인해 기숙형 고교에 대한 올해 기숙사비를 지원하지 않아 파행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경북지역의 경우 13개 기숙형 고교가 다음달 일제히 문을 열지만 지자체로부터 연간 1억원 정도의 기숙사비를 지원받게 된 학교는 4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9개 학교는 지자체들이 올해 관련 예산을 확보치 않아 지원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하지만 도 교육청은 올해 기숙형 고교 학생 1인당 월 기숙사비 5만원씩을 지원한다. 전남도교육청도 16개 기숙형 고교 지원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고, 강원지역 11개 기숙형 고교는 평창고 1곳만 예산을 지원받기로 확정됐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가 예산지원을 꺼리는 이유는 재원 부족 탓도 있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부모(유권자)의 반발 때문이다. 해당 지자체들은 “기숙형 고교에서 제외된 학교와 학부모들이 특정 고교에 국한한 기숙사비 지원 철회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면서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 고교에만 예산을 지원할 경우 엄청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모(49·경북 의성)씨는 “정부가 의성지역에서 기숙사를 갖춘 4개 고교 중 2개 학교만 기숙형 고교로 지정해 지원하는 것은 지역 실정과 다른 학교 및 학부모들을 무시한 졸속 정책”이라고 비난한 뒤 예산 지원의 형평성을 요구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사설] 지방선거 D-100 당리당략 늪에 빠진 정치권

    6·2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정국이 달아오르면서 정치권의 대치가 가열되고 있다. 세종시를 둘러싼 여야, 계파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행정구역 통합도 속시원히 해결될 조짐이 안 보인다. 선거구조차 획정하지 못한 채 예비후보 등록이 잇따르면서 선거사범이 속출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번 지방선거 역시 종전의 당리당략에 매몰된 파행과 일탈로 끝날 게 뻔해 보인다. 여야는 당장 눈가리고 아웅식의 욕심을 떨치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제 의미 찾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일삼는 행태에 국민들이 갖는 가장 큰 불안과 문제점은 중앙당의 입김이다. 다음 총선·대선을 염두에 둔 유리한 입지 선점이나 영향력 강화 시도가 훤히 보인다. 광역 및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의 바탕이 될 공직선거법 개정안부터 국회에서 표류 중이니 답답하기만 하다. 선거를 관장할 절차부터 제 입맛에 맞춘 중앙 정략에 막힌 판이니 시동부터 순탄치 않은 것이다. 공천 사안도 속내가 뻔해 보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밀실공천을 배제하기 위해 각각 당헌당규를 마련해 놓았다지만 삐걱대고 있다. 민주당만 하더라도 당 지도부의 낙하산 공천이나 과열타락선거 해결차 도입한 시민공천배심원제가 핵심지역인 광주시장 선거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는 판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정권 중간평가나 뒷선거의 전초전으로 몰아선 곤란하다. 현 정부에 대한 여론몰이나 차기 대선 정국을 염두에 둔 당리당략 차원으로 비쳐지는 세종시 논란을 수습해야 하는 까닭이다. 지방선거의 핵심 명제로 등장한 무상급식만 하더라도 민주당은 당론으로 삼은 반면 한나라당은 대척점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리당략에 치우쳐 졸속처리한 교육의원 일몰제도 비난받기에 충분했다. 그것도 모자라 정치적 중립이 엄정히 지켜져야 할 교육감 선거마저 여야가 보수·진보의 대리전으로 몰아가고 있다니 한심한 일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광역과 기초 단체장·의원·비례대표의원, 교육감·교육의원 등 8표를 동시에 찍는 복잡한 시스템이다. 종전의 선거처럼 정당 대리전으로 몰아갈 경우 염증을 느낀 지역주민으로부터 여야 모두 외면당할 위험성이 높다. 지금이라도 늦기 전에 당리당략의 고질을 떨치고 지역과 지역주민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
  • [사설] 지방선거 선거구도 못 정한 무책임 국회

    6월 지방선거를 100일가량 앞두고 이를 관장할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여의도에서 표류 중이다. 오늘이 지방의원 예비후보등록일인데도 어제 국회는 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도 못했다. 표밭은 벌써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데 광역 및 기초의원 선거구조차 최종 획정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회의 태업으로 법정 후보등록일을 넘겨 개정안이 처리되면 기존에 등록했던 예비후보들은 새로 정해진 선거구에 따라 예비후보 등록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홍보물 발송 등 해당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 범위가 달라지고 선관위의 선거관리 업무의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행정적 낭비 차원을 넘어 유권자와 국민에게도 엄청난 결례다. 선거규칙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후보자들이 게임의 룰도 모른 채 경기장에 뛰어드는 격이 됐다는 뜻이다. 관전자인 국민으로선 선수들의 출발선이 인코스인지, 아웃코스인지도 모르고 빙판에 나서고 있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다. 여야는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지난 연말 광역의원을 650석으로 하는 선거구제안 등에 일단 합의했다. 당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나 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등 여론의 관심이 높은 사안은 건드리지도 못했다. 개혁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런 미봉적 개정안을 내놓고도 본회의 재처리를 못하고 있는 꼴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현행 기초의원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꾸는 수정안을 낸 게 표면적 발단이다. 민주당이 소선거구제를 극력 반대하면서다. 그런 정략에다 의원 개개인의 지역구 사정에 따른 이해가 복합적으로 엇갈린 게 선거법 개정이 게걸음을 하고 있는 속사정인 셈이다. 여야는 오는 25, 26일 예정된 다음 본회의까지 선거법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차제에 선거구제 조정과 같은 당략적 사안뿐만 아니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존폐 등 핵심적 개혁 방향에 대해서도 국민의 눈높이로 절충하기 바란다. 시간이 모자란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새털같이 많은 세월 동안 낯뜨거운 막말로 싸우다가 회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여야 의원들이 나란히 외유에 나서던 행태는 이젠 사라져야 한다.
  • 문화행정 파행… 문화계 뿔났다

    문화행정 파행… 문화계 뿔났다

    파행 문화행정이 잇따르고 좌우 편 가르기 구태가 재연되자 문화계가 반격에 나섰다. 문인들은 ‘문학적 단체행동’을 준비 중이고, 독립영화인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스크린에 걸리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뒷짐이다. 당분간 논란과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술위 고개 숙였어도 강경한 문인들 “20일 총회서 문학적 행동 결정”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윤정국 사무처장 등 4명이 17일 서울 용강동 작가회의 사무실을 찾았다. ‘시위불참 확인서’ 요구 파문이 확산되자 사태를 수습해보려는 시도였다. 윤 처장은 “확인서 요구는 섬세하지 못한 행정이었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작가회의는 강경하다. 예정대로 20일 총회를 열어 ‘문학적 행동’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자세다. ●문인들 “예술위 진정성 느껴지지 않는다” 발단은 예술위가 지난달 작가회의 등 문인단체에 “향후 불법시위 가담이 확인되면 보조금 반환은 물론 일체의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요구한 데서 시작됐다. 작가회의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굴욕적 확인서 요구를 거부한다.”며 항의성 릴레이 기고 등 문학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예술위의 한 관계자는 “문예진흥기금 지원자 선정에 즈음해 시국선언 참여 문인들은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예술위가 고개를 숙이기는 했지만 문인들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분개했다. 장관이 한마디 하자 ‘시늉’만 낸 것이라는 냉소다. 초유의 ‘한 지붕 두 수장’ 예술위 사태에 “재밌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번에는 “행정적 입장이 있겠지만 방법이 잘못됐다.”며 예술위를 나무랐다. 문단 일각에서는 최근의 일련의 사태가 지난해 문인들의 대대적 시국선언 이후 불어닥친 ‘대공(對共) 바람’의 한 단면이라고 꼬집는다. 한 시인은 “마치 1970~80년대 공안정국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한숨 지었다. 심지어 ‘김일성 평전’을 준비하던 한 소설가는 얼마전 정보기관에 소환돼 밤샘 조사를 받았다. 왜 평전을 쓰려 하는지, 지원은 누가 하는지 등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시달렸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술위의 사과에도 문인들의 공분이 좀체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작가회의가 당장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 ‘세계 작가와의 대화’ 등 올해 준비한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음에도 단체행동 의지를 굽히지 않는 까닭이다. ●문단 전반적 위축 피할 수 없을 듯 도종환 작가회의 사무총장(시인)은 “솔직히 힘없는 문인들이 정부에 맞서면 당장 생활고 등 고통이 따르는 게 현실”이라면서 “그럼에도 정권의 입맛대로 문인들을 길들이려는 의도에는 결코 굴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단의 전반적 위축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시국선언 참여 문인들은 교수 임용도 안 된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퍼지면서 색채를 떠나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워낭소리’ 이충렬 등 독립영화 감독 100명 “전용관서 영화 상영 않겠다”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 선정과정 등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독립영화 감독 100명이 17일 ‘행동’에 나섰다. 자신들의 영화를 전용관 스크린에 걸지 못하게 보이콧 선언을 한 것이다. ●“납득할 만한 응답 있을 때까지 보이콧” ‘워낭소리’ 이충렬, ‘똥파리’ 양익준, ‘친구사이?’ 김조광수 등 국내 독립영화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스타 감독’들이 상당수 동참했다. 이들은 ‘불공정한 독립영화전용관 선정에 반대하는 연대 성명서’를 내고 “졸속·편파 심사로 선정된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한다협)가 운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우리의 창작물이 상영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무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의 납득할 만한 응답이 있을 때까지 보이콧은 무기한 지속된다.”고 덧붙였다. 18일 별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김조광수 감독 등은 “2년 2개월간 독립영화 배급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인디스페이스와, 출범 뒤 8년간 독립영화 창작 지원사업과 시민 대상 영상미디어 교육의 근거지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미디액트가 정부의 느닷없는 공모제 전환 결정으로 간판을 내리고 거리로 내몰렸다.”며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업체 공모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한다협의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게 됐다. 당장 18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국내외 영화 80여편을 상영하는 ‘저스트 더 비기닝 1+1=!’ 기획전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이콧 선언이 풀리지 않는 한 성명에 동참한 감독들의 작품은 상영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한다협은 새로운 독립영화전용관인 시네마루(옛 미로스페이스)에서 열려던 베를린영화제 특별전 ‘베를린 인 서울’을 돌연 취소해 운영 능력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시네마테크전용관 사업자 공모도 불참키로 사정이 이런데도 영진위는 또다시 시네마테크전용관 지원사업 공모에 나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영화인들은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 선정 등과 마찬가지로 졸속 내지 편파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존 지원사업 대상자인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영진위 공모에 응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영진위는 지난달 25일 독립영화전용관 운영 사업자로 한다협을, 영상미디어센터 운영 사업자로 시민영상문화기구를 각각 선정했다. 그러나 1차 심사에서 하위권으로 탈락한 단체의 임원이 재공모 때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가 하면 1차 심사때 ‘꼴찌’가 재심사를 통해 최종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지적이 나오며 공정성 및 투명성 논란을 야기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사설] 빙속 첫 쾌거 더 많은 국민이 즐겨야 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은메달과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에 이어 어제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 출전한 모태범 선수가 한국의 동계올림픽 도전사를 새로 썼다. 1948년 생모리츠 대회 이후 62년 만에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선수 본인의 재능과 노력, 지도자들의 헌신과 과학적인 훈련, 그리고 온 국민의 성원이 한데 어우러져 일궈낸 값진 결실이 아닐 수 없다. 마땅히 나라의 경사이며,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할 일이다. 비단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뿐 아니라 그들 뒤에서 소리없이 눈물을 떨구는, 더 많은 선수들에게도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메달의 유무나 색깔로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올림픽 제전에 참여한 모든 선수들의 땀방울 하나하나가 소중한 까닭이다. 안타까운 것은 세계 젊은이들이 펼쳐 보이고 있는 이 승리와 좌절의 드라마가 지상파 방송 3사의 중계권 분쟁으로 인해 우리 안방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독점중계권을 쥔 SBS가 방송 대부분을 동계올림픽으로 채우다시피 하는 반면 중계권을 확보하지 못한 KBS와 MBC는 아예 보도에서조차 올림픽 소식을 홀대하는 파행을 연출하고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부터 본격화한 방송 3사의 중계권 분쟁은 이제 와서 일일이 시시비비를 따지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중계권이 안겨다 줄 광고수익에만 혈안이 된 방송사들은 그동안 사장단 합의를 깨고 이에 취재를 제한하는 보복조치를 가하는 치졸한 싸움을 거듭하다 지금의 중계 파행 사태를 빚고 말았다. 당장 6월 남아공 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그리고 2016년까지 남은 세 차례의 동·하계 올림픽까지 SBS가 중계권을 확보한 상황이고 보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금의 중계 파행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 볼 권리와 알 권리, 즐길 권리에 대한 지속적이고 심대한 침해가 우려된다. 정책 당국이 나서야 한다. 방송3사 간 분쟁 조정은 물론 국민적 관심을 불러모으는 행사에 대해서는 중계권을 적절히 안배하도록 방송법 등 관련 제도를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
  • 세종시 공청회 난장판

    16일 경기 안양시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세종시 수정안 공청회가 파행을 거듭하며 반쪽 난 민심만 확인시켰다. 입법예고 마지막날 열린 공청회는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 사이에 충돌이 빚어지면서 20여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소동은 세종시 발전안에 대한 주제발표 도중 벌어졌다. 행정도시 원안추진을 주장하는 공주 지역 주민이 “원안이 수정안보다 우수하다.”고 목청을 높이자 찬반으로 갈린 주민들의 감정이 폭발, 몸싸움으로 치달았다. 이들은 “정부가 애초 계획된 대학과 기업유치를 안 돼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원주민들을 먹고살게 해준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있냐.”며 맞섰다. 이어 열린 토론회에서도 찬반 양론으로 나뉜 교수들이 날을 세웠다. 안성호 충북대 교수는 “정치논리에 의해 만들어진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경제논리로 전환하는 것이 지혜”라고 주장한 반면 육동일 충남대 교수는 “(외국에서도) 대통령이 수차례 약속한 정책은 대부분 수정하지 않는다.”며 원안 추진을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주제발표를 통해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김영표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세종시 계획은 국정 비효율 문제로 연간 3조~5조원의 비용을 발생시키는 만큼 변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고, 박상우 국토해양부 정책국장도 “행정중심복합도시 명칭을 교육과학중심경제도시로 바꾸고 민간 투자자에게 원형지 공급을 확대하자.”고 말했다. 특히 박 국장이 설명한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 전부개정안’에는 원주민들의 ‘환매권’ 행사제한이 포함돼 논란의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사업의 통일성을 위해 공주·연기 주민들이 팔았던 땅을 도로 사들일 권리인 환매권을 제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환매권 제한이 재산권 등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반발한다. 세종시 수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사설] MBC 인사파행 딛고 공영방송 되살려야

    그제 엄기영 사장의 전격 사퇴로 MBC가 끝 모를 격랑에 휩싸였다.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임시 이사회를 열어 후임 사장 인선을 강행할 방침이다. 노조는 노조대로 엄 사장 사퇴를 촉발한 방문진에 반발, 즉각 총파업을 결의하고 새 이사들의 출근 저지에 나섰다. 사장을 비롯해 보도·제작본부장 등 이사진이 사실상 겉도는 만큼 방송의 파행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광우병 소’ 파란에 이어 또 닥친 대표 공영방송 MBC의 혼선에 국민의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제 궤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엄 사장 사퇴는 쌓여 왔던 방문진과 엄 사장의 갈등이 곪아터진 것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 8월부터 방문진은 경영 개선과 회사 발전방향을 놓고 엄 사장을 압박해 왔다. 지난해 12월 가시적 성과가 없었다는 이유로 경영진 4명이 사퇴하는 와중에도 엄 사장은 자리를 유지해 왔던 터다. 엄 사장의 사퇴는 표면적으론 새 이사진 구성을 둘러싼 균열과 파국으로 비쳐지지만 속내는 결국 거대 공영방송 MBC의 위상 격하와 누적된 일탈 파행의 소산임을 부인키 어려울 것이다. 우리 방송계는 전대미문의 지각변동을 코앞에 두고 있다. 조직의 인사 파란으로 낭비를 일삼을 때가 아니라고 본다. 방송사의 사장 인선과 조직개편에 관심을 쏟을 국민이 얼마나 될까. 시청자는 아무래도 방송의 내용과 질에 관심이 더 많을 것이다. 가뜩이나 PD수첩 파문 이후 거름 없는 후속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최근 아이티 지진참사 현장의 왜곡보도로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터다. 케이블뉴스의 창시자라는 미국 CNN이 시청자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 지난해 시청률 꼴찌로 전락한 예는 새길 대목이다. 방송의 질적 성장 없이 균열과 파행을 거듭한다면 시청자들의 외면과 원망만 더 부를 게 뻔하다. 방송은 방송으로 승부하고 당당하게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
  • ‘한지붕 두 수장’ 예술위 전체회의

    ‘한 기관 두 수장’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전체회의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났다. 이에 따라 예술위의 두 위원장 사태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예술위는 8일 서울 대학로 본관에서 오광수(72) 현 위원장과 법원 판결로 복권된 김정헌(64) 위원장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김 위원장의 직무수행 범위와 예우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회의가 시작된 지 1시간여만에 김 위원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사실상 파행으로 끝났다. ●김위원장 “유인촌장관 사과를” 조운조(이화여대 교수) 예술위원은 회의 뒤 “양 위원장의 동반 사퇴 등 방안이 논의됐으나, 김 위원장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퇴장했다.”며 “참석 위원 전원의 의결로 오 위원장이 기관 대표권을 포함해 업무에 대한 모든 권한을 행사하도록 결정했다.”고 전했다. 조 위원은 또 “김 위원장에 대해 적절한 예우를 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두 위원장 첫 대면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일부 위원들이 지위나 권한은 인정하되 결재권은 현 위원장에게 주자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 회의 자체를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결정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유 장관의 공개사과나 해임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어떤 제의도 유효하지 않다.”며 이른바 ‘출근 투쟁’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두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11명 중 9명이 참석했다. 두 위원장이 처음 대면한 회의장 모습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임기가 올 9월까지인 김 위원장은 문화부가 문화예술진흥기금 운용 규정 등 위반을 이유로 2008년 12월 자신을 해임하자 소송을 제기, 법정 공방을 벌였다. 오 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해임 뒤 지난해 2월 임명돼 예술위를 이끌어 왔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후임사장 김종오·김재철·구영회씨 3파전

    후임사장 김종오·김재철·구영회씨 3파전

    8일 엄기영 사장이 전격 사퇴함에 따라 MBC가 또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엄 사장의 사퇴는 갑작스럽게 이뤄진 일이지만 “다소 앞당겨졌을 뿐, 예정된 절차”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연말 이사진 일괄사퇴 때 살아남기는 했지만 대주주의 신임을 얻어서라기보다는 올 2~3월 정기 주주총회 때 자연스럽게 물러나게 한다는 명분 축적 의도가 더 강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다소 이른 엄 사장의 전격 사퇴 결심은 보도·제작·편성 본부장 등 이사진 선임을 둘러싸고 지난 두 달간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예정된 절차” 시각 지배적 당초 방문진 이사회에 불참하기로 했던 엄 사장은 롯데호텔 회의장에 나타나 권재홍 보도국 선임기자, 안우정 예능국장, 안광한 편성국장 등 자신이 추천한 이사 후보를 관철하기 위해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의견 차이가 가장 컸던 보도본부장에 권 선임기자를 기용하겠다는 뜻을 꺾지 않았다. 그러나 끝내 좌절되자 “더 이상 사장직 수행이 어렵다.”고 보고 사퇴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엄 사장은 오후에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글에서 “상황이 내 예상을 훨씬 넘을 만큼 복잡했다.”고 털어놓았다.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야당의 강원지사 출마 권유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전혀 생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사회장은 회의장에 들어가려는 MBC 노조와 이를 막으려는 롯데호텔 직원, 취재진 등 40여명이 뒤엉켜 극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야당 측 정상모, 한상혁, 고진 등 이사 3명은 아예 불참했다. ●“野 강원지사 출마 생각 없다” 이에 따라 MBC는 당분간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MBC 노조 측은 “방문진이 제작본부장에 ‘PD수첩’을 공격해온 보수 성향의 윤혁 부국장을 앉힌 것은 ‘PD수첩’은 물론 시사프로그램의 존폐 위기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신임 이사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후임 사장 인선을 놓고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신임 사장은 공모를 거쳐 방문진과 주총 의결을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김종오(63) OBSTV 상임고문, 김재철(57) 청주 MBC사장, 구영회(57) MBC 미술센터 사장이 3파전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김 고문이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김 고문은 대구 MBC사장도 지냈다. 부산 출신으로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지냈다. 김 사장은 서울 출신으로 보도제작국장을 지냈다. 구 사장은 전남 구례 출신으로 보도국장을 지냈다. 세 사람 모두 고려대 출신이다. MBC 노조 관계자는 “방문진이 KBS, YTN, OBS의 경우처럼 ‘낙하산 사장’을 선임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김성수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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