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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원외교 국조 ‘합의’… 성역없는 증인 채택 ‘진통’

    여야가 8일 자원외교 국정조사의 범위를 이명박 정부에 국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노무현, 김대중 정부의 자원외교도 국정조사 범위에 포함된다. 국정조사 특위 여야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과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국회 회동을 통해 국정조사 실시계획서에 합의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국정조사 기간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올해 4월 7일까지 100일간이며 필요시 여야 합의로 25일을 더 연장할 수 있다. 기관보고는 다음달 9일부터 27일 사이에 두 차례에 걸쳐 최소 5번 이상 진행한다. 청문회는 오는 3월 중 하기로 했다. 보고 및 서류 제출 기관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외교부, 한국수출입은행,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법무부, 감사원 등이다. 증인과 참고인은 간사 협의 후 의원회 의결로 채택하기로 해 향후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출석 문제가 최대 쟁점이다. 이날 논의 시작 전부터 증인 채택 문제로 고성을 주고받은 두 간사는 합의문을 발표한 뒤 추가 브리핑을 하는 현장에서도 같은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편 공무원연금 개혁안 논의를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이날 상견례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오는 12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연금 개혁안 마련에 돌입한다. 대타협기구는 여야 의원과 전문가, 공무원단체 대표 등 20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대타협기구 구성이 야합이라며 반대했던 전국공무원노조를 포함한 ‘공적 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 연금 개혁 논의를 주장하며 조건부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이슈&논쟁]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이슈&논쟁]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교육부가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학생이 배우는 교과서에 한글과 한자를 ‘병기’(倂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한자 병기 논란이 점화됐다. 1970년 한글 전용화 정책에 따라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한자가 퇴출당했다. 하지만 지난 47년 동안 초등학교 교육에서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져 왔다. 한자 병기를 내세우는 이들은 자연스러운 한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문맥 이해도와 어휘력이 향상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초등학생에게까지 한자 교육을 하게 되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한자 병기를 반대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병기에 따른 효용과 부작용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贊] 한자로 익히면 정확한 개념파악 도움… 적극적인 자기주도학습도 가능해져 이명학 한국고전번역원 원장 교육부가 2018년부터 초등학교 국어·사회 교과서의 중요 낱말에 대해 한자를 병기하겠다고 발표하자 예상했던 대로 갑론을박이 시작됐다.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한글 전용’과 ‘한자 혼용’은 끊임없는 논쟁거리다. 한편에서는 ‘우리의 것을 아끼고 잘 가꾸어 나가자’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 어휘 중 대부분이 한자어니 한자를 공부해 정확한 뜻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얼핏 보면 지향점이 완전히 다른 것 같지만 가만히 따져 보면 모두 우리말을 잘 가꾸자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한글 창제 이전부터 우리말의 상당 부분이 한자 어휘였던 만큼 표음문자인 ‘한글’과 표의문자인 ‘한자’가 수레의 두 바퀴처럼 균형을 이루면서 상호 보완을 해 나간다면 가장 이상적인 문자체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양선’이라는 한글 낱말은 한자어 ‘異樣船’의 독음이다. 즉 ‘이양선’이라는 한글에는 어떤 뜻도 없고 그저 異樣船을 읽는 소리일 뿐이다. 異樣船이라는 한자어를 한자로 ‘다를 이(異), 모양 양(樣), 배 선(船)’ 즉 ‘모양이 다른 배’라고 풀이해야 비로소 한글 ‘이양선’의 뜻이 생긴다. 하지만 학생들은 한글로 된 ‘이양선’과 사전에 있는 뜻(대한제국 때 외국 선박을 이르던 말)을 함께 익힌다. 한자어를 한자를 통해 그 뜻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한글 낱말을 사전적인 의미와 함께 단지 기계적으로 외우고 있다. 한자어를 익힐 때 무조건 그 뜻을 외우는 것과 한자 풀이를 통해 학습하는 것을 비교해 보면 어느 쪽이 효과적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자어를 한자를 통해 학습하다 보면 자연스레 흥미가 생겨 학습효과도 증진될 것이다. 또 다른 교과 한자어의 의미도 한자의 뜻을 통해 스스로 유추해서 풀어 보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해질 것이다. 맞춤법을 자주 틀리는 대다수 낱말들은 한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해 생기는 일이다. ‘희한’(稀罕)은 말하는 사람도 ‘히한’ 또는 ‘희안’으로 말하고 듣는 사람도 ‘히한’ 또는 ‘희안’으로 듣는다. ‘후유증’(後遺症)도 ‘휴유증’으로, ‘명예훼손’(名譽毁損)도 ‘명예회손’으로 말하고 듣는다. 이처럼 말하는 사람조차 정확하게 발음을 하지 않다 보니 듣는 사람이 한자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들은 대로 쓸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球根植物’(구근식물)이 ‘알뿌리 식물’로, ‘方眼紙’(방안지)가 ‘모눈종이’로, ‘打製石器’(타제석기)를 ‘뗀석기’로, ‘磨製石斧’(마제석부)를 ‘간 돌도끼’로 바꾼 것은 매우 바람직하며 앞으로도 이런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교과서 용어 가운데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것은 그 의미에 맞게 우리말로 변환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은 한자로 익히는 것이 정확한 개념 파악에 도움이 된다. 서울에서 수년간 한자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설문 조사를 해본 결과 학생들은 ‘학습 부담이 전혀 없다’ ‘다른 교과 학습에도 도움을 받았다’ ‘배우지 않은 낱말의 뜻을 한자의 뜻으로 미루어 알게 되었다’ ‘한자 학습지를 따로 구독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이런 답변은 초등학생들에게 ‘한자 공부마저 시킨다면 가뜩이나 힘든데 얼마나 더 힘들어하겠는가’라는 염려와 한자 교육으로 사교육비가 더 들 것이라는 주장이 한낱 기우임을 실증적으로 보여 준다. 한글 한자 혼용도 아니고 교과서에 한글 다음에 한자를 쓰는 병용을 하겠다는 방침에 반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본다. 우리가 초등학교에서 한자 교육을 주장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오직 교과서 한자어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한자어의 뜻과 개념을 바르게 익혀 우리말을 정확하게 말하고 올바른 글쓰기를 하게 하기 위함이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는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시행한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反] 국어 읽기·이해능력 더 떨어질 우려… 사교육 열풍으로 부모·아동 부담도 이창덕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교육부가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 과정에 따라 만들어지는 초·중·고교 모든 과목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고 한다. 인문·사회적 소양을 함양하고 인성 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중등학교에서 이뤄지는 한자 교육을 초등학교까지 확대하고 초등학교 모든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것은 사회 전반에 야기할 문제가 크고 시대의 흐름을 볼 때도 부적절하다. 초등 모든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게 되면 초등 국어 교육은 파행을 면하기 어렵다. 한자 교육을 인문 소양·인성 교육과 직접 연관시키고 초등 교과서에 한자 병기까지 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초등학교에서 한자 몇 자를 배워 그리듯이 쓴다고 학생들의 인문 소양이 커지고 인성이 좋아진다고 말할 수 없다. 이솝 우화가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고대 그리스 문자를 배울 필요가 없는 것처럼 중국 고전이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한자를 배울 필요는 없다. 또한 컴퓨터(computer), 호르몬(hormon), 피자(pizza)라고 쓸 필요가 없는 것처럼 우리말 한자어는 한자로 쓸 필요가 없다. 특히 초등 국어에서는 먼저 중요한 우리말을 알고, 언어 예절을 익히고, 상황과 목적에 맞게 말하고 글을 쓰고, 상대방과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런데 초등 교과서에 많은 낱말을 한자로 채우게 되면 정작 중요한 국어 교육을 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학교에서는 먼저 교과서 한자를 익히는 데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현장의 초등 교사들도 한자가 교과서에 실리게 되면 교사들의 수업 부담이 늘고 학생들의 국어 읽기와 이해 능력이 더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한자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초등학교에서 창의·체험 활동으로 한자를 가르치고 학생들에게 한자 급수를 따도록 강요함으로써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게 되면 현재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으로 한자 사교육 열풍이 불어닥칠 것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학습 부담 과중으로 행복지수가 낮고 초등학교 아동들이 사교육이 무서워 방학을 싫어한다는 현장 조사 보고서와 교사들의 증언은 우리 어른들이 얼마나 초등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몰아붙이고 있는지 잘 말해 준다. 한자와 한문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면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할 것이 아니라 현재 국가 수준에서 가르치도록 정해져 있는 중등학교 한자를 제대로 가르치도록 하면 된다. 인류 문자는 그림문자, 상형문자, 낱말문자, 음절문자, 음소문자 순으로 발전해 왔다. 상형문자, 낱말문자인 한자를 교과서를 비롯한 공문서에 쓰자는 것은 인류 문명을 거스르는 결정이다. 인터넷 정보의 80% 이상이 영어로 소통되고 중국도 전통 한자를 포기하고 5000자 정도의 간체자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중국도 사용하지 않는 과거 한자를 되살려 쓰자는 것은 고속철을 버리고 짚신 신고 서울 가자는 격이다. 현재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성인 신문을 읽고 이해하는 비율이 한국의 경우 90%를 넘는 것은 음소문자인 한글 덕분인데 상형문자인 한자를 교과서와 공문서 등에 쓰는 것은 국민을 다시 문맹의 어둠으로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것은 모든 초등학생들의 학업과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교육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올 문제다.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 없이 시행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중등학교에서 배울 한자를 이미 국가가 지정하고 있다. 교육부가 갑자기 초등학교로까지 한자 교육을 확대하고 모든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며 밀고 가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사설] 개혁과 소통의 대한민국 향한 정치 펼쳐라

    2015년 올 한 해 대한민국의 핵심 가치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은 마땅히 개혁과 이를 통한 적폐 청산이라고 할 것이다. 지난 시절 켜켜이 쌓인 적폐가 만들어 낸 세월호 참사를 역사의 중요한 갈피로 삼아 2014년까지의 대한민국을 보내고 2015년부터의 대한민국을 새롭게 열어야 할 소명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3년차이자 전국 단위의 큰 선거가 없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개혁 과제를 추진하기에 좋은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눈앞의 작은 이해를 떠나 보다 멀리 나라의 장래를 내다보고 개혁을 이뤄 나갈 여건이 주어진 것이다. 우리 사회가 더이상 이대로 가선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 또한 폭넓고 두텁게 형성돼 있다고 본다. 한마디로 개혁의 골든타임이 시작된 것이다. 필요한 것은 개혁이 가져올 잠깐의 고통과 혼란을 이겨 낼 용기이며, 개혁에 따른 저항을 뚫고 나갈 강고한 의지다. 그 동력을 정치가 만들어야 한다. 정치가 개혁돼야 하고, 그런 정치에 의해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저해 요인으로 첫손에 꼽히는 부문이 정치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리당략에 매몰된 여야의 행태가 사회의 건전한 담론 형성을 방해하고, 개혁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해 온 지 오래다. 과도한 권력 집중과 왜곡된 권력 행사가 극심한 권력 경쟁을 부르고, 여기에 편법과 반칙이 결탁함으로써 목적이 수단을 지배하는 사회 인식과 약육강식의 지배구조를 강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 끊어야 한다. 정치 스스로의 개혁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정치가 먼저 변해야 한다. 여야는 지난해 국회의원 특권 철폐를 부르짖으며 이런저런 개혁 논의를 벌였다. 그러나 2012년 총선과 대선 때 내세운 정치 개혁의 다짐들은 지금껏 무엇 하나 입법으로 구현된 게 없다. 새누리당이 최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개선안과 정치인 출판기념회 금지 등 몇몇 혁신안을 마련한 게 고작이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나마 논의만 분분했을 뿐이다. 공직후보자 공천 방식을 중심으로 한 정당 개혁 방안도 말의 성찬만 이어졌을 뿐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일각과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 가고 있으나, 그 당위와 별개로 자칫 개헌 논의가 나머지 개혁 논의를 모두 집어삼켜 버릴 가능성을 따져 보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본다. 개헌을 둘러싼 접점 없는 공방 뒤로 여야가 그간 여론에 떠밀려 검토해 온 한 줌의 정치개혁 논의마저 용도 폐기하는 꼼수를 부릴 가능성은 대단히 농후하다. 국민은 물론 정치권 스스로를 위해서도 마땅히 삼갈 일이다. 국회가 여야 정쟁의 볼모가 돼 걸핏하면 의사 일정이 중단되는 후진적 국회상도 올해로 끝내야 한다. 12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새해 예산안이 지난달 법정시한에 맞춰 처리된 것은 여야가 시한을 지키지 못하면 정부 예산안이 원안대로 시행되도록 한 개정 국회법 때문이다. 국회법을 정비한다면 얼마든 의사일정 중단 등 국회 파행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제도적 장치도 갖출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정부·여당의 일방적 독주는 마땅히 불식돼야 할 일이나 이에 상응해 야당의 무책임한 국회 거부 또한 철저히 배격돼야 한다. 의정활동을 소홀히 하는 국회의원에게 세비를 끊어야 함은 물론 정파적 이해에 매몰돼 민생을 볼모 삼아 국회를 파행으로 이끄는 정당에는 국고보조금 지원을 줄이는 등의 과감한 개혁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자기 혁신에 이어 정치가 사회 개혁을 위해 힘을 쏟아야 할 과제는 소통과 통합이다. 국민이 결집하지 않고는 그 어떤 국가적 개혁도 성공을 거둘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은 정권이 없었겠으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우리 사회는 분열과 갈등의 늪에서 신음하며 소통을 갈구하고 있다. 이념과 계층, 세대와 지역으로 갈린 채 서로가 저만 옳다 외칠 뿐 경청과 공감은 늘 남의 몫으로 떠넘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다수의 국민은 이런 사회 갈등의 주범을 정치로 꼽는다. 지난해 말 국민대통합위가 내놓은 국민의식조사에서도 다수의 국민은 사회 갈등의 핵심적 원인을 정치로 봤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부터 변해야 한다. 경청과 설득의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 나라의 내일을 생각하는 역사와의 대화가 자칫 독선과 아집의 국정 운영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늘 경계해야 한다. 새해 국정 운영 구상을 종전의 일방적 연설이 아니라 기자회견을 통해 묻고 답하는 형태로 밝히기로 한 것처럼 올 한 해 열린 대통령, 열린 청와대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회, 특히 야당과 보다 많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인사 잡음 또한 더는 제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집권 때 약속한 국민대통합, 대탕평을 위한 시간은 이제 그리 많지 않다. 이제 행동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 [단독] 파일 정리, 행사 뒷정리… 소모품처럼 사라지는 관공서 미생들

    [단독] 파일 정리, 행사 뒷정리… 소모품처럼 사라지는 관공서 미생들

    고졸 학력에 내세울 만한 스펙도 없이 대기업 종합상사에 들어간 드라마 ‘미생’ 속 인턴사원 ‘장그래’. 그는 노력과 열정으로 모두에게 인정받지만 결국 정규직은 되지 못했다. 관공서에서 청년인턴으로 일하며 정규직을 꿈꾸는 현실의 수많은 미생들도 이에 못지않은 좌절감을 맛본다. 지원 분야와 무관한 허드렛일이나 단순 작업에 동원되며 노력과 열정을 펼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값싼 아르바이트, 이력서 공백 채우기, 청년고용률 수치 높이기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자조감마저 나온다. 실효성 없이 겉돌고 있는 지자체와 공공기관 청년인턴제의 문제점을 짚어 봤다. 공무원을 꿈꾸는 28살 청년 박모씨는 경기도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청년인턴을 뽑는다는 말에 기대를 갖고 지원했다가 한달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수많은 경쟁자를 뚫고 선발됐지만 관련 직무를 하기는커녕 온종일 엑셀 파일만 정리하는 등 단순 업무를 되풀이했기 때문이다. 지원 분야는 사회적 기업 관련 업무였지만 외근을 나가서도 초등학교를 돌며 컴퓨터를 점검해야 했다.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박씨는 초조해졌다. 지자체에서는 청년인턴사업 실적을 내야 한다며 되도록 다른 곳에 취업하라고 재촉했다. 쫓기듯 일터를 떠난 그는 마음에 생채기만 얻었다. 역시 지자체에 청년인턴으로 들어간 전모(28)씨도 같은 상황을 겪었다. 당초 지원한 분야와는 무관하게 시청 행사 뒷정리를 하기 일쑤였다. 저임금 아르바이트나 다름없었다. 박씨처럼 중간에 그만두지는 않았지만 직무 역량을 키우기는커녕 취업 준비할 시간까지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6개월 인턴 생활은 고역의 연속이었다. 많은 청년들이 정규직이 될 날을 꿈꾸며 청년인턴에 도전한다. 하지만 제대로 교육받고 직무 경험을 쌓는 청년인턴은 소수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을 받고 ‘소모품’처럼 쓰이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내쳐지기 일쑤다. 청년인턴제를 내실화하는 데 앞장서야 할 지자체와 공공기관마저 취업률 채우기 식으로 인턴제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전반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국회예산정책처에 제출한 ‘중앙부처-자치단체 청년인턴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광역자치단체가 추진한 인턴사업은 19개, 기초자치단체의 인턴사업은 17개로 모두 36개 사업이다. 고용부의 중소기업청년제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모두 5만 4124명의 청년이 참여했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 내용은 부실했다. 경기 하남시는 사회복지와 행정 지원 등 시정업무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청년들의 취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청년인턴제를 운영하고 있다. 1일 8시간, 주 5일 근무를 하게 하고 최저임금 수준으로 일당을 지급한다. 시정업무 지원 등 다양한 행정기관 업무와 취업 관련 교육을 비롯해 공무원과의 멘토제 등 특화된 프로그램을 약속했으나 실제 취업 연계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열린 매니페스토 우수 사례 경진대회에서 일자리 공약 분야 최우수상을 받은 광명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잡스타트’라는 이름으로 청년인턴제를 운영하는 광명시는 다른 지역과 다르게 35세로 연령 상한선을 높여 청년인턴을 모집했다. 관계 기관 직무 경험을 넓히고 구직자에게 취업 정보를 제공해 주며 이와 관련한 교육도 약속했지만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인천 계양구도 다르지 않았다. 계양구는 행정인턴이라는 이름으로 고졸 학력 이상 29세 미만 지원자를 모집했다. 낮게는 2대1, 높게는 4대1 수준의 경쟁률을 보였던 다른 지자체와 달리 계양구는 7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그만큼 지원자들의 구직 열망이 높았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취업 교육이나 연계 프로그램은 찾기 힘들었다. 현장 공무원들도 청년인턴제의 부실 운영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 경기도 한 지자체의 청년 인턴사업 담당자는 28일 “청년인턴이 일하는 기간이 6개월로 너무 짧아 공공기관의 막대한 사업을, 그것도 책임 있는 업무를 맡기기는 어렵다”며 “특히 전문성이 있는 부서일수록 이런 경향이 커 청년들의 기대치를 채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의 청년일자리사업 담당자는 “직업 예비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청년인턴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인턴으로 일하는 청년들마저 이를 취업의 관문으로 여기며 열정적으로 일하려 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청년인턴제에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지 못한 지자체는 단순한 행정업무를 시키고, 구직자 역시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 수준으로 행정인턴제를 생각하며 지원한다는 얘기다. 그는 “솔직히 청년인턴의 취업 성공 요인은 지자체의 노력이 아닌 개인의 역량”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덮어놓고 청년 고용률 숫자만 높이려는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청년인턴제 파행을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고용률 70%’를 목표로 내세운 정부로서는 단 몇 %의 고용률도 아쉬운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한 연구위원은 “최저급여를 주고 청년인턴을 채용해 청년 고용률 통계만 높이려고 하니 이런 식의 실효성 없는 청년인턴제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실무 능력은 보지 않고 필기시험 성적 위주로 인재를 뽑는 공공기관 채용 전형이 바뀌지 않는다면 인턴 무용론은 끊임없이 되풀이될 것”이라며 “단순히 통계만 볼 게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처럼 공공기관 채용 시 직무 경험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고용시장의 뿌리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초 공공기관 인턴의 최소 70%를 정규직으로 뽑겠다며 ‘채용형 인턴제’를 12개 기관에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한국동서발전(정규직 전환 규모 목표치 180명), 한국남동발전(160명), 한국철도공사(135명),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120명), 한국전기안전공사(112명), 한국석유공사(80명), 한국주택금융공사(43명), 한국수자원공사(40명), 한국서부발전(36명) 등이다. 그러나 채용형 인턴제의 성과를 확인할 만한 실제 정규직 전환율은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초 정책 발표 이후 3분기 기준으로 43개 공공기관이 채용형 인턴제 참여 의사를 밝혀 왔다”고 말했다. 채용형 인턴제가 더 확대되면 청년인턴의 정규직 전환율이 급격히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그동안 공공기관에는 청년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무가 부여되지 않았다. 정규직 채용 때 20% 이상을 청년인턴 경험자로 뽑으면 경영평가 때 가점을 주는 정도였다. 그러나 청년인턴제가 취업의 사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채용형 인턴제를 무턱대고 확대할 것이 아니라 인턴 교육의 내실화가 각 기관에서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취업 준비생이 많이 찾는 지자체의 청년인턴제는 여전히 대안 없이 굴러가고 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자체 정규직 전환율을 늘리거나 중소기업과 협력해 청년인턴을 필요한 곳에 배치해 주는 것이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이를 위해선 청년인턴의 특기와 경험을 살려 취업에 도움이 되도록 능력을 키워 주는 체계적인 인력 관리가 필요하다”며 “한시적인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할 게 아니라 상시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유빈 인턴기자 jwyb12@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김기춘·이재만 부른다…새달 9일 ‘비선 의혹’ 운영위 소집

    여야는 23일 ‘청와대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다루기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를 내년 1월 9일 소집하기로 합의했다. 공무원연금개혁안은 현 여야 원내대표 임기인 내년 5월까지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국회에서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국토위 간사가 참석한 ‘4+4’ 회동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다음달 운영위에는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2명이 당연직으로 출석한다. 야당은 이 비서관과 함께 이른바 ‘문고리 권력’으로 지목된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과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출석을 요구, 향후 여야 기싸움을 예고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논의할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에 대한 구성 결의안’은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특위는 100일간 활동하되 필요하면 1회에 한해 25일 이내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위한 국민대타협기구도 오는 30일까지 국회 내에 설치키로 했다. 이와 함께 여야는 해외자원외교 국정조사 요구서를 29일 본회의에서, 국조 계획서를 내년 1월 12일 본회의에서 의결키로 했다. 자원외교 국조특위는 국정조사요구서가 의결된 때부터 100일간 활동하고 필요 시 1회에 한해 25일 범위 내에서 활동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여야가 이날 운영위 소집에 합의함에 따라 지난 17일부터 파행했던 12월 임시국회는 엿새 만에 정상화됐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사설] 경제 전망 암울한데 정쟁으로 날 새울 건가

    정부가 어제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로 확정했다. 이전에 전망했던 4.0%에서 0.2% 포인트 낮췄다. 기획재정부는 “민간 부문의 회복세가 아직도 미약하다”는 점을 들었다. 최근 잇따라 내놓은 해외 금융기관들의 전망치는 더 박하다. 28개 해외 금융기관의 예상 성장률은 평균 3.5%에 그쳤다. 3% 초반대로 전망한 곳도 있다. 한국의 내수 경기가 여전히 부진하고 중국과 유럽의 경기 둔화와 엔저 심화가 우려된다는 것이 이유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마저 정부의 성장 전망치에 대해 낙관적이란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달리 전방위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바꿔 가면 이 같은 성장 목표치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국제 유가와 재정 지출 확대 등 정책 효과가 더해지면 내수가 진작될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 해외 금융기관보다 성장률을 높게 잡은 데는 이러한 효과를 감안한 것이다. 물론 내년은 집권 중반을 넘기는 해이고, 선거도 없어 보다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호기임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불확실한 변수 또한 적지 않아 정부의 의도만큼 경제가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엔저 현상 지속, 중국의 경기 둔화, 신흥·산유국의 외환위기 가능성 등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부정적인 요인은 한둘이 아니다. 이미 유럽과 일본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9∼11월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내부 요인도 여전히 부정적이다. 내수 경기를 살리려던 ‘최노믹스’는 반짝 효과만 낸 채 사그라졌고 가계대출만 1000조원을 훌쩍 넘겨 위험 요인으로 잠복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체감 경기는 한겨울 추위만큼이나 얼어붙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경제 전문가들이 내년 경제 상황을 미덥게 보지 못하는 이유들이다. 대내외 여건이 이러함에도 정치권은 퇴로 없는 정쟁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반년을 넘긴 세월호 정국에 이어 지금은 청와대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으로 정치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민생 국회’를 강조하며 열었던 임시국회는 파행을 거듭하며 운영위원회의 소집 시기를 놓고 기싸움 중이다. 여야는 2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부동산 3법과 서비스발전법 등 22개 민생경제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자칫 정치적인 이슈가 민생경제법안의 처리를 꼬이게 할까 우려된다. 어렵게 합의한 사안인 만큼 해를 넘겨선 안 될 일이다. 법 통과가 늦춰지면 내년의 경제 정책이 계획대로 진행될 리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여야는 가계의 주름살이 참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 2014년 미술계 ‘한숨과 환호’

    2014년 미술계 ‘한숨과 환호’

    2014년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미술계에 그나마 한 가닥 숨통이 트인 한 해였다.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관이 사상 처음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고, 한국의 독창적인 단색화(모노크롬)가 국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 미술시장의 경기는 아직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회복되지 못했다. 사건 사고도 많았다.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이 학예사 채용 비리로 검찰 조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고,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은 현직 대통령을 풍자한 걸개그림 전시가 유보되면서 대표가 사퇴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단색화의 재조명 1세대 이우환 작가, 한국인 첫 파리 베르사유궁서 개인전 작가 6명 美서 작품 소개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던 단색화가 국내외에서 새롭게 조명받았다. 단색화는 1970년대 시작된 한국 고유의 화풍으로, 여러 색채 대신 한 가지 색채나 그와 비슷한 색채로 구성하는 회화 양식이다. 1세대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이 국내외 경매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표 작가는 이우환이다. 1976년 작 ‘선으로부터’가 지난 11월 열린 미국 소더비경매에서 추정가를 두배 이상 넘어서는 216만 5000달러(약 23억 7000만원)에 팔렸다. 이우환은 지난 6월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궁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블룸앤드포갤러리에서 열린 ‘다방면에서:단색화와 추상’전에는 권영우, 박서보, 윤형근, 이우환, 정상화, 하종현 등 단색화 대표 작가 6인의 작품 40여점이 소개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도 단색화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의 깊이를 소개하는 ‘텅 빈 충만-한국 현대미술의 물성과 정신성’전을 기획해 해외 23개국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순회전을 열고 있다. 비엔날레의 민낯 광주·부산 등 국내 비엔날레 파행·혹평 베니스 국제건축전서 한국관 황금사장상은 쾌거 지난 6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한국관이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예술과 건축의 경계를 넘나드는 건축가 조민석이 커미셔너를 맡은 한국관은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바탕으로 남북한의 건축 100년을 조망한 전시 ‘한반도 오감도’를 선보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짝수해를 맞아 9월부터 광주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비엔날레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창설 20주년을 맞은 제10회 광주비엔날레는 제시카 모건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큐레이터가 총감독을 맡아 ‘터전을 불태우라’라는 주제로 전시를 열었다. 본 행사 기획은 호평을 받았지만 앞서 개막한 특별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 전시가 유보되면서 작가들의 참여 철회가 잇따르는 등 파행이 계속되다 끝내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의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부산비엔날레는 전시감독 선정 등을 놓고 잡음이 계속된 데 이어 프랑스 출신 올리비에 케플랭 감독이 밋밋한 전시를 내놔 혹평을 받았다. 미디어 작가 박찬경이 예술감독을 맡은 ‘미디어시티서울 2014’가 ‘귀신, 간첩, 할머니’를 주제로 열린 데 이어 ‘달그림자’를 주제로 한 창원조각비엔날레가, 대구에서는 ‘사진의 기억’을 주제로 한 사진비엔날레, 충남 공주 금강 쌍신공원에서 금강자연비엔날레가 잇따라 열렸다. 하지만 이벤트성 연례행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대미술관 잡음 정형민 관장, 면접시험 개입 등 제자 부당 채용 개관 첫 개인 비리로 검찰 수사 ‘미술계 충격’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자신의 제자와 전 부하 직원을 학예연구사로 부당 채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돼 10월 직위 해제됐다. 정 관장은 지인 2명의 서류전형 채점 결과를 조작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하고 면접위원도 아니면서 면접시험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 1월 19일까지가 임기인 정 관장은 2개월 정직 처분을 받아 사실상 임기가 종료됐다. 1969년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한 이래 관장이 개인 비리로 직위 해제되고 검찰 수사까지 받은 것은 처음이어서 미술계의 충격은 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서울관을 개관했으나 특정 대학 출신으로 편중된 개관전 작가 선정을 놓고 갈등이 불거졌고 정 관장의 채용 비리로 압수수색을 받는 등 홍역을 치렀다. 그 와중에 서울관은 2013년 11월 13일 개관 후 총누계로는 102만 281명이 찾아 도심 미술관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는 동양그룹이 빼돌린 미술품을 대신 팔아 주고 이 중 일부 판매 대금을 넘겨주지 않은 혐의로 지난 9월 구속됐다. 추상과 구상의 조화를 추구하는 ‘하모니즘’ 창시자인 원로화가 김흥수 화백이 6월 9일 95세의 나이로 별세했고, 대한민국예술원이 여류화가 천경자에 대한 월 수당 지급을 중단하면서 천 작가의 생사를 둘러싸고 가족과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 “조현아 인하대 이사직 물러나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파문이 인하대학교로 확산되고 있다. 인하대 교수회는 2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학 재단 이사장의 직계 자녀는 이사회에서 배제돼야 한다”며 족벌 경영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인하대 재단인 정석인하학원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이사장이며 장녀 조 전 부사장,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등으로 이사진이 구성돼 있다. 인하대 이사직은 조 전 부사장이 항공기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사퇴하지 않은 유일한 직책이다. 교수회는 이어 “이사장 자녀의 부적절한 언행이 사회적 지탄을 받는 사태는 그간 쌓인 적폐의 일단이 드러난 것”이라며 “재단과 모기업 대한항공은 물론 우리 대학의 운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될 시점에 와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하대 총장직은 연이어 3대째 파행적으로 유지돼 왔다. 홍승용 11대 총장은 2008년 12월 말 이사회에 참석한 뒤 갑자기 퇴진했다. 당시 조 이사장도 참석한 이사회에서 조현아 이사가 교수 임용과 관련해 홍 총장에게 막말하며 서류를 던진 직후라는 증언이 나왔다. 이본수 12대 총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이 총장 역시 이사진과 매끄럽지 못한 관계였다는 풍문이 돌았다. 박춘배 13대 총장은 공교롭게도 미국 뉴욕 공항에서 땅콩 회항 사태가 발생한 지난 8일 돌연 사직서를 냈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현민 전무는 지난 17일 마케팅 분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조직문화나 지금까지 회사의 잘못된 부분은 한 사람에 의해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면서 “모든 임직원의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조 전무는 “저부터 반성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野 “운영위·청문회 안 열면 국회 보이콧”

    야당이 12월 임시국회 시작과 동시에 ‘초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당기며 정치적 득점을 더 올려 보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이에 따라 연말 정국에도 세찬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1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과 청문회 개최는 정상적 임시국회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전제이자 선결 요건”이라고 말했다. 비선 국정개입 의혹 규명을 위한 국회 운영위 개회와 청문회 개최에 여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새정치연합은 이런 결정이 여당 ‘발목 잡기’로 비칠 것을 우려해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는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만 보이콧하고 법안심사소위는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 긴급 비상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운영위 소집, 청문회 개최, 특별검사 도입을 비롯해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의 즉각 사퇴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새정치연합이 강경 입장을 견지하게 된 배경에 대해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구성과 자원외교 국정조사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야당이 민생 안정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은 너무나 큰 직무유기이고 의정 농단”이라고 맞불을 놨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는 유가 하락과 엔저 등 대외 환경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정부는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까지 검토해야 한다”며 “경제적으로 위기관리에 들어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공무원연금 개혁 국회 특위냐 국민대타협기구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수뇌부인 대표·원내대표가 10일 ‘2+2’ 연석회의를 통해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회특별위원회(특위),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 특위 연내 구성에 합의했지만 갈 길은 멀다. 두 특위 모두 여야 동수로 구성하고 여당이 공무원연금개혁 특위 위원장, 야당이 해외자원개발 국조특위 위원장을 맡기로 하는 등 얼개는 짜였지만 최종 처리까지는 여러 고비를 넘어야 한다. 첫 고비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처리 시기를 정하는 문제다. 새누리당은 올해 안이나 늦어도 내년 2월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이전 처리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지만 새정치연합은 이르면 내년 4월, 늦으면 상반기에만 처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을 위한 ‘국회 특위’와 ‘국민대타협기구’의 연내 구성에 합의, ‘투트랙’ 방식의 진행을 예고했지만 가동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 야당은 사회적 합의 기구에서 먼저 합의된 안을 내놓으면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국회와 외부 기구를 동시에 가동해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MB) 정권의 해외자원개발 비리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구성된 국조특위에선 야당의 화력이 불을 뿜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이 지속적으로 국조를 주장하며 ‘실탄’ 확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유기홍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내년 봄까지 (공격)할 게 있다고 들었다”면서 “새누리당이 이전 정권 일이다 보니 질질 끄는 것보다 할 건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가 불발된 4대강 국정조사 수용을 야당이 강력 요구할 경우 해외자원개발 국조 특위가 유탄을 맞으며 파행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사설] 개성공단 파행 부를 北의 일방적 임금인상

    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의 최저임금 인상률 상한을 없애기로 했다고 일방적으로 공표했다고 한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결정이라며 이 소식을 알렸다는 것이다. 웹사이트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는 지난달 20일 ‘해마다 임금을 정하는 문제’를 포함한 10여개의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을 개정했다. 개성공단의 최저임금 규정은 남측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와 북측 중앙특구개발총국이 합의해 명문화한 것이다. 북측의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 제25조에도 ‘종업원 월 최저노임은 전년도 종업원 월 최저노임의 5%를 초과해 높일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남측과의 협의는커녕 통보도 없이 규정을 사문화했다는 뜻이니 어이없는 일이다. 빈사 상태에서 간신히 벗어나고 있는 개성공단을 또다시 위기로 몰고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개성공단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2007년부터 해마다 5%씩 올라 2014년 현재 70.35달러(약 7만 8440원)다. 각종 수당과 장려금 등을 합치면 근로자 한 사람 앞에 책정된 임금은 월평균 130달러(약 14만 5000원) 안팎이다. 북한 당국은 여기서 사회보장금 및 사회문화시책금 명목으로 40% 정도를 뗀다. 그것도 일부는 현금으로 주지만, 대부분은 물품교환권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개성공단의 임금은 일반적인 북한 근로자의 1.5배를 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근로자는 좋은 대우를 받고, 투자자는 질 좋은 인력을 상대적으로 값싸게 쓸 수 있으니 서로에게 이익이다. 남북이 애초 최저임금의 인상률 상한을 두는 데 합의한 것은 개성공단이 가진 장점을 이어 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제도적 장치라는 상호인식이 바탕이 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약속을 깨고 임금 인상 압박을 강화해 나간다면 개성공단의 경쟁력은 급격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은 지난해에도 가동이 중단되는 불행을 겪었다. 당시에도 핵 문제와 같은 정치·군사적 필요에 따라 남측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개성공단을 이용했음을 북측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개성공단에는 5만 3000명의 북측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개성공단은 6만명에 이르는 남측 입주기업 및 협력업체 직원의 직간접적인 생계수단이기도 하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가 개정했다는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을 하루빨리 원상태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을 아무리 정치적 볼모로 삼으려 해 봐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사설] 비선 논란 틈탄 무차별 의혹 제기도 삼가야

    청와대 비선 권력 논란이 확산되면서 정윤회씨의 행적에 대한 추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어제 김진선 전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사퇴가 정씨와 관련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안민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7월 갑작스레 이뤄진 김 전 위원장의 사퇴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씨의 암투와 무관하지 않다는 여러 근거가 있다”며 정씨와 청와대의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그러나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야당의 의혹 제기와 별개로 어제 한 언론은 지난 4월 정씨와 대한승마협회 측이 벌인 승마 국가대표 선발 부정 논란을 끄집어내 당시 정씨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인사 압력을 행사했다는 승마협회 관계자들의 주장을 보도했다. 정씨의 딸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자 정씨 부부가 심판 부정 의혹을 제기했고, 뒤이어 승마협회 등에 대한 경찰 수사와 문체부 국·과장 교체 등이 이뤄진 것과 관련해 승마협회 관계자들이 “정씨 쪽에 저항한 사람들은 다 날아갔다”고 말한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임기를 1년 3개월 남겨 둔 김 전 위원장의 돌연한 사퇴는 지금까지도 이런저런 의구심을 낳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그는 조직위의 새로운 리더십 필요성을 내세우며 외압설을 부인했으나 주변에선 내부 갈등과 올림픽 개최 준비 혼선,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갈등 등이 맞물리면서 청와대의 퇴진 압박에 따라 물러난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안 의원도 바로 이 같은 당시 정황에 근거를 두고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설령 김 전 위원장의 사퇴가 타의에 의한 것이었다고 해도 그게 정씨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또 정부가 준정부기구인 조직위의 수장에게 내부 파행이나 실적 부진 등의 책임을 묻는 행위를 외압이라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암투설이나 외압 의혹을 거론하려면 구체적인 근거부터 제시했어야 마땅하다는 점에서 야당의 주장은 비선 논란을 확산시켜 여권을 궁지로 몰려는 정치 공세라는 비난을 자초할 소지가 충분하다. 정씨와 승마협회 측 공방도 이미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사법적 판단을 지켜보는 게 마땅하다. 이해관계가 부닥치는 일방의 주장을 앞세워 의혹을 제기한다면 이 또한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청와대 비선 권력의 존재 여부는 마땅히 검찰의 철저한 수사로 명명백백하게 가려져야겠으나 이를 빌미로 한 무분별한 의혹 제기도 경계하고 삼가야 한다. 검찰 수사가 막 시작된 터에 마치 비선 권력의 실체가 다 드러난 양 단정 지으며 공세를 펴는 것도 국민이 보기엔 볼썽사나운 일이다.
  • 여야 ‘예산 부수 법안’ 수정싸고 막판 진통

    여야 ‘예산 부수 법안’ 수정싸고 막판 진통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년 만에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를 하루 앞둔 1일 여야는 375조 5000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잠정 합의했다. 정부안에서 5000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하지만 ‘예산 부수 법안’을 어떻게 수정하느냐를 놓고는 이날 늦게까지 진통을 겪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예산 수정안 심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예결특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은 통화에서 “불필요하고 과다한 예산은 3조 5000억원 정도 감액하고 추가로 3조원을 증액해 정부안보다는 5000억원이 줄었다”며 “밤새 기획재정부 등에서 실무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376조원 규모 정부 예산안에서 저금리에 따른 국채 이자율 조정액 1조 5000억원, 방산 비리 논란을 일으킨 방위사업청 예산 2000억원 등을 감액했다. 여야가 국고 지원을 합의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5233억원은 추가했다. 창조경제 예산 등 이른바 ‘박근혜표 예산’은 크게 손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야는 예산 부수 법안 처리 방안을 놓고 이날 늦게까지 진통을 이어 갔다. 전날까지 부수 법안을 처리해야 했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등은 이날까지 파행을 이어 갔다. 중소기업이 가업을 상속할 때 비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상속세법 개정안 등을 정부에서 내놨으나 야당은 ‘맞춤형 부자 혜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 법안은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다. 새누리당은 예산 부수 법안 역시 여야가 합의한 수정안을 제출하기 위해 야당과의 협상에 나섰다. 기재위 조세소위원장인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여야가 합의한 내용은 다 반영하고, 안 된 부분은 야당과 논의해 수정안을 올릴 것”이라며 “야당에 수정안 내용을 전하고 가능하면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연구·개발(R&D) 세액 공제율 축소, 조세소위에서 합의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2년 연장안 등 정부안에 없던 내용까지 폭넓게 수정안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여당이 정부안에 없는 내용을 수정안에 넣고는 합의를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좋은 법안을 새로 만드는 작업을 상임위 차원에서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새누리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예산 부수 법안이 정부 입법과 다름없는 일종의 ‘청부입법’이 됐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이에 여야가 2일까지도 수정안 합의에 실패하면 최악의 경우 여야 각각의 수정안 및 정부안을 두고 본회의에서 ‘표 싸움’을 벌일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선진화법에 따라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를 앞둔 것은 고무적이지만 반대로 선진화법이 ‘상임위 무력화’를 유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정부안이 자동 부의되면서 예산과 무관하게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는 내용의 정책 입법이 예산 부수 법안 내용에 포함돼 심사 없이 본회의에 올라가는 등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일본 정부에 혐한시위를 막기 위한 구체적 조치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또 국방위원회는 소말리아, 아랍에미리트에 파견된 국군의 파견 기간을 1년씩 연장하는 안을 의결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예산안 막바지 심사] ‘늑장심사’ 비난 회피용 연장 합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도 치열

    [예산안 막바지 심사] ‘늑장심사’ 비난 회피용 연장 합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도 치열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의 정부 원안을 30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고 예산안 수정안에 대한 심사 기간을 2일까지 사실상 연장한 것은 표면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여야가 아직 끝내지 못한 증액 심사에 공통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지역구 관련 예산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홍문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여야가 그동안 다듬어 놓은 것도 있는데 정부안을 그대로 통과시킬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국회 예결특위는 지난 26일 야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일정이 공회전되며 시간이 더욱 빠듯해졌다는 설명과 함께 예산 심사를 사실상 연장한 것에 양해를 구했다. 28일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기에 앞서 야당 의원들이 27일 밤 예결위 조정소위에 참석한 것도 ‘물리적 시간’이 없다는 현실론을 반영한 조치였다. 예결특위는 의원 입법 형태로 수정 합의안을 제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일각에서는 늑장 심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여야 합의를 내세운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결특위의 심사 권한은 이날 밤 12시 법적으로 소멸됐지만 여야는 휴일인 이날도 증액 심사를 계속했다. 각 상임위에서 올라온 증액 요구액은 약 16조원으로 예결위가 앞서 감액한 3조원 수준에서 증액분을 ‘엄선’할 수밖에 없어 여야는 막판까지 치열한 예산 싸움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예결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증액 요구 분야와 관련해 “우리는 경제 살리기, 국민 안전 예산, 서민 복지 예산을 확충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고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이춘석 의원은 “어렵고 힘든 사람, 사회적 소외 계층을 보살피는 예산,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예산을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예결특위의 법적 활동이 종료된 가운데 남은 예산 심사가 ‘깜깜이’로 이뤄질 것이라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국회는 감액 심사 등을 제한적으로 언론을 통해 공개했지만 남은 증액 심사는 외부 감시 없이 비공개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미 ‘쪽지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 민원성 예산이 상당 규모 예결위원들에게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홍 위원장은 “사각지대에 있는 어렵고 눈물겨운 예산 요구가 위원들에게 민원으로 들어오는데, 정부도 국회도 다루지 못하면 어디서 다루느냐”면서 일정 부분 반영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예결특위 양당 간사는 현재 90% 이상 예산 심사가 마무리됐고 남은 심사는 10% 수준이라고 설명해 사실상 이날 증액 심사를 끝내고 1일부터는 이른바 ‘시트’(sheet·계수 조정 작업)를 닫기 위한 마무리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는 예산안 부수법안을 논의하려다 여야가 일부 법안에서 이견을 보였고 담뱃값 인상을 논의하는 안전행정위와 보건복지위도 야당이 의사일정을 거부하는 등 부수법안과 관련한 파행이 계속됐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예산안 막바지 심사] ‘예산안 합의’ 이끈 3인의 정치 기상도

    [예산안 막바지 심사] ‘예산안 합의’ 이끈 3인의 정치 기상도

    여야가 2일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국회선진화법의 예산안 자동 부의제가 처음으로 적용되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2002년 이후 12년 만에 법정 시한 준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국면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예산부수법안 지정 강행이라는 ‘돌직구’를 던지며 원내 정치의 강력한 중재자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10월 세월호 3법 합의를 이끌어 낸 데 이어 연말까지 예산안 협상을 진두지휘하며 원내 사령탑 역할을 과시했다. 여의도 원내 정치를 이끌어 온 3인의 최종 성적표는 향후 ‘입법 전쟁’이 예고된 남은 의사 일정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고비마다 ‘결기’… 뚝심정치 통했다 ‘강력한 중재자’ 정의화 국회의장 “제가 수술만 3000명 이상을 했습니다. 칼잡이인데 성질이 있지 않겠습니까.”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9월 정기국회가 개회 직후부터 여야 이견으로 공전하며 ‘반쪽국회’ 우려가 제기되자 한 포럼 특강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의 5선 의원인 자기 경력에 빗대 단호한 결단력을 강조하며 여야에 ‘경고장’을 던진 것이다. 정 의장의 이러한 ‘결기’는 지난 세월호 정국에 이어 이번 예산 정국에서도 통했다. 꽉 막힌 정국마다 강력한 중재자로 등장해 국회의장이 가진 권한을 최대한 이용하는 ‘뚝심 정치’가 이번에도 빛을 발한 것이다. 여당 비주류 출신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정 의장은 ‘비주류 돌풍’을 일으키며 지난 5월 의장에 취임한 이래 꾸준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행보를 계속해 왔다. 정 의장의 존재감이 여야에 확실히 각인된 건 지난 9월 26일 본회의 때였다. 의사일정을 거부하던 야당을 의회로 불러와 90개 계류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중재에 나섰던 정 의장은 여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본회의를 열고도 법안 처리는 강행하지 않은 채 회의 연기를 선언했다. 친정인 새누리당에서는 당장 이완구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했고 정 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결국 이 사태를 계기로 야당도 더 이상 의사일정을 거부하지 못하고 국회로 들어왔고 세월호 3법도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이번 예산안 처리에서도 정 의장은 논란이 됐던 담뱃세 인상 관련 법안을 14개 예산부수법안에 ‘예외적으로’ 포함시켰다. 그간 정 의장을 지지해 왔던 야당에서 당장 ‘날치기 의장’ ‘거수기 의장’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결국은 이 때문에 여야의 담뱃세 인상 및 법인세 복구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지난 28일 담뱃세 인상, 법인세 비과세 축소 등을 포함한 여야 원내대표 합의 사항이 도출됐다. 이로써 정 의장은 임기 첫해 정기국회에서 ‘12년 만에 법정 시한 내 예산안 처리를 이끈 국회의장’으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취임 직후부터 정기국회 초반까지 법률안 처리 ‘제로’(0)를 기록했던 것에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국회선진화법이 안착할 수 있도록 도입 첫해에 선례를 남겼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여야 충돌 때마다 등장하는 정 의장의 결기에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일각에서는 대권을 의식한 ‘존재감 키우기’가 여야 원내지도부의 합의 정신과 재량권을 축소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여야 합의를 강조하면서도 때로는 자신이 가진 권한을 독단에 가까운 형태로 활용해 여야 모두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정기국회 기간인 지난 10월에는 여야 대립이 한창인데도 우루과이와 멕시코 등으로 출국해 여야 양측의 집중 비난을 받았다. 올 연말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사자방’ 국정조사 공방 등으로 다시 한번 격한 대립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연말 정국에 정 의장이 또 어떤 방식으로 결기를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궂은일도 거부 않고 직접 총대… 공무원연금 개혁 등 넘을 산 많아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박근혜 대통령이 딱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대체로 이렇다. 궂은일도 거부하지 않고 직접 총대를 메고 나서는 스타일이라는 얘기다. 이 원내대표는 올해 정국 최대 화두였던 세월호특별법 타결을 이끌어 냈다는 점만으로도 원내대표로서의 소임을 다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거기다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도 눈앞에 두고 있다. 충남·북 경찰청장과 충남도지사를 역임하면서 갖춘 ‘리더십’이 협상력으로 이어진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원내대표의 정국 기상도는 ‘맑음’이다. 현재 여권 내 최고 우량주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사실 지난 5월 이 원내대표가 단독 후보로 출마해 원내에 ‘무혈입성’했을 때만 해도 이 원내대표에 대한 우려가 컸다. “선거를 치르지 않고 원내대표가 돼 놓고선 마치 ‘점령군’ 행세를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청와대와의 소통 문제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 원내대표는 자신의 독단적인 결정을 줄이고 판사 출신의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검사 출신인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를 각각 정책적, 정무적으로 잘 활용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지난 10월 31일 세월호법 협상 타결 직후 정치권에는 ‘이완구 국무총리설’이 나돌았다. 이 원내대표가 연말 개각에서 총리로 지명되고, 이에 따라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도 조기에 치러질 것이라는 구체적인 예상도 나왔다. 아직은 설에 불과하지만 2일 예산안이 별 탈 없이 처리될 경우 이 원내대표 총리설은 한층 더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 원내대표도 총리 지명을 내심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아직 고비는 남았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 원내대표가 임기 중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들의 저항을 가라앉히는 것이 핵심이다. 여권에서는 세월호법 협상에서 유가족들을 설득해 낸 이 원내대표의 협상력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고 있다. 당시 이 원내대표는 유가족들의 호된 질책을 면전에서 맞아 가며 소통을 시도해 타결점을 찾았고, 세월호 사고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줄 수 없다는 원칙도 지켜냈다. 공기업·규제개혁 법안을 비롯해 산적한 민생·경제 법안들도 이 원내대표가 풀어내야 할 과제다. 박 대통령이 처리를 당부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과 관광진흥법 개정안 등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도록 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이 ‘박근혜표’ 법안들의 연내 처리 여부에 따라 이 원내대표의 향후 정치적 운명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강경파 반발에도 끈기의 리더십… 野 한계 딛고 ‘사자방’ 국조 초석 우윤근 새정치연 원내대표 자칭 타칭 의회주의자인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는 일 자체는 여당에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우 원내대표가 세운 마지노선을 넘는 합의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았다. 여당에 있어 우 원내대표는 협상을 함께 시작하기 수월하되 협상 마무리를 이끌어 내기는 껄끄러운 대상이란 뜻이다. 지난 28일 누리과정 순증액(5233억원) 대체사업 예산 확보, 법인세 감면액 중 5000억원 규모 철회, 소방안전교부세 신설과 함께 담뱃값 2000원 인상 등의 2015년도 예산안 쟁점 사안 여야 합의를 마친 뒤 우 원내대표의 발언에서도 이 같은 일면이 드러났다. 우 원내대표는 합의 직후 “국회 파행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야당으로서 한계가 있었고 주장이 많이 반영되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직전 여야 합의에 의한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를 자축하며 “야당의 공”이라고 덕담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머쓱해졌다. “야당의 한계”라고 했지만 ‘정기국회 종료 직후 사자방(사대강, 자원외교, 방산 비리) 국정조사 협의를 시작한다’는 조항이 여야 합의문에 삽입된 것은 우 원내대표의 ‘우공이산(愚公移山·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식 은근과 끈기’가 발현된 결과로 평가된다. 지난 29일 정책의원총회에서 사자방이라는 말을 소개한 뒤 우 원내대표의 공개 발언 기회는 23차례 있었다. 사자방을 언급하지 않은 적은 3차례 뿐인데, 3차례 모두 사자방 발언이 미리 나와 우 원내대표가 언급을 자제한 경우다. 여당의 ‘무반응’에도 불구하고 우 원내대표의 언급이 이어지며 이제 사자방 국정조사 성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협상을 중시하되 시한이 되면 양보하는 우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야당 내에서 전폭적인 환영을 받는 분위기는 아니다. 당내에서는 예산안과 사자방 국정조사를 연계하지 않았거나 누리과정 순증액의 액수를 합의문에 명기하지 않은 것을 놓고 “너무 많은 카드를 양보했다”는 불만 기류도 있다. 여야 합의 내용을 설명하던 28일 의총에서도 “담뱃값 2000원은 너무 많이 양보했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됐고, 반발 수위가 높아질 기미가 보이자 박수로 여야 협상안을 추인하며 급하게 의총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담뱃세 인상 실무 합의를 담당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 의원 4명이 법안심사를 거부하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 측은 30일 “안행위 소위 입장도 이해한다”면서도 “예산부수법안이기 때문에 담뱃세는 예산안과 함께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달라진 수능 후 고3 교실을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달라진 수능 후 고3 교실을 가다

    2015학년도 수능 시험이 끝나고 대학별 수시모집 논술고사도 마무리됐다. 해마다 이맘때면 일선 고등학교들은 ‘고3 수업’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에 빠진다.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업은 어려운 반면 정해진 수업 일수를 채우기 위해 편법으로 형식적인 학사운영을 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처럼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교실의 파행’을 막기 위해 탄력적인 학사일정과 학생들의 적성과 취미를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와 교사들의 노력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자! 그럼 각자 재고 싶은 부분을 자유롭게 연습해 보세요. 옷 쇼핑을 지혜롭게 하는 팁은 우선 지금 입고 있는 옷의 치수를 먼저 재 놓는 겁니다” 지난 28일 수능을 마친 서울여고 고3생들을 위한 패션특강 시간이다. 전문패션강사가 예비숙녀로 갖춰야 할 패션예절과 체형에 따른 패션연출법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류수정 학생은 “졸업을 앞두고 패션에 관심이 많은 우리에게 실질적이고 흥미 있는 교육이었다”며 만족해했다. 정일 교장은 “기존의 수업일수를 유지하면서도 고3 학생의 처지에 걸맞은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고의 고3 학생들은 수능이 끝난 후 스스로 졸업식에서 상영될 영상을 만들고 있었다. 영상촬영, 편집 등은 영상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맡았지만 만들고 싶은 영상의 기본 콘셉트와 주제는 학급회의에서 논의 끝에 결정됐다. ‘고3의 하루 일상’을 영상에 기록하기로 한 것. 아침에 교문에 들어서서 수업을 받고 친구들끼리 수다를 떨거나 선생님 몰래 장난치는 모습 그리고 하교하는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금천고 이의순 교감은 “수능이 끝난 후의 시간은 학교에서 보람 있게 보내기 힘든데, 이런 기회를 만듦으로써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군포시 용호고등학교는 기말고사가 끝난 지난주부터 오전에 우쿨렐레 수업을 하고 있다. 우쿨렐레는 하와이 민속악기로 기타보다 휴대하기 편하고 배우기가 쉬워 학생들은 하루에 한 곡씩 새로운 곡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용호고는 지난 9월부터 탄력적으로 학사일정을 조정해 수능 이후에는 특기수업인 ‘교과융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운전, 사진, 제과와 바리스타, 드럼, 보컬, 요가, 바둑 등 다양한 강좌가 진행되고 있었다. 임선희 3학년 부장 교사는 “수능 후 ‘혼란기’라고 불릴 만큼 사실상 거의 수업이 진행되지 않던 3학년 교실의 풍경이 달라졌다”며 “학생들이 하고 싶지만 미뤄 왔던 폭넓은 교양과목과 문화 체험학습에 관심을 갖고 지도할 때”라고 말을 이었다. 교육부는 이달 초 각 교육청을 통해 ‘수능 이후 고3 학사운영 내실화’ 공문을 토대로 교육과정 운영 방안을 고등학교에 전달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추천한 사례를 중심으로 자료집도 제작, 보급했다. 수능을 끝낸 고3 학생의 ‘수업 공백’ 고민이 커지고 있는 학교에서 참작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등교하는 수업 일수와 공부하는 수업 시수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 현실에서 법정 수업 시수를 온전히 채우기란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일선 학교와 교사들의 노력으로 수능이 끝난 고3 교실 풍경은 조금씩 개선되어 가고 있었다. 수능 성적표 배부를 앞둔 고3 학생들은 시험이 끝났다는 홀가분함보다는 걱정이 더 커 보인다. 지금 이들에게 정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학창시절을 마무리하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시간이다. 수능 이후에 학교에 오는 일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했던 시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 담뱃세 2000원 인상… 법인세 손 안 댄다

    담뱃세 2000원 인상… 법인세 손 안 댄다

    여야가 28일 담뱃세 인상액을 정부가 제출한 원안인 2000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담배 20개비 한 갑(4500원)당 부과될 세금은 현재의 1550원에서 3318원으로 두 배가량 늘게 된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백재현 정책위의장,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오후 수차례 ‘3+3’ 담판 회동을 갖고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지원)의 국고 지원과 담뱃세 및 법인세 비과세·감면 혜택 축소 등 새해 예산안 핵심 쟁점을 일괄 타결했다. 지난 26일 정기국회 일정이 파행된 이후 사흘간의 밀고 당기는 여야 ‘빅딜’ 협상 끝에 정기국회는 정상화됐다. 여야는 내달 2일 본회의에서 내년 예산안과 국군 부대의 소말리아 해역 파병 연장 동의안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해 2002년 이후 12년 만에 차기연도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이 지켜질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이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내달 2일 본회의 예산 통과 등 6개항으로 구성된 합의문을 발표했다. 여야는 2015년 누리과정 예산 순증액(추산 5233억원) 전액 상당의 규모와 시·도교육청의 지방채 이자를 국고 지원하기로 했다. 담뱃세는 2000원으로 인상하고, 국세인 개별소비세액의 20%를 야당이 지방 예산 확충을 위해 신설을 요구한 소방안전교부세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부와 여당은 담뱃세 2000원 인상을 통해 2조 8345억원 규모의 세수를 확보하게 되며, 야당은 지자체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반대급부를 얻게 됐다. 정부가 폐지를 추진했던 회원제 골프장의 입장료 부가금은 여야 합의에 따라 계속 징수하는 방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은 담뱃세 인상에 맞불을 놓았던 법인세율·최저한세율 인상 요구를 철회하는 대신 대기업의 비과세·감면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으로 법인세 손보기의 출구를 찾았다. 이를 통해 연간 5000억원 정도의 세수를 추가 확보할 것으로 추산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 및 공무원연금개혁, 정치개혁특위 구성과 운영 현안은 정기국회 종료 후 양당 당대표와 원내대표 연석회의 등을 통해 협의하기로 미뤄 여야 간 충돌 정국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野 예산안 심사 참여… 국회 정상화 물꼬

    국회 예산안 심사가 잠정 중단 하루 만인 27일 재개됐다. 여야는 담뱃세 인상안 협의에도 합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오후 8시 20분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에 참석했다. 새누리당 소속 홍문표 예결위원장은 “여야 간 타결 안 된 현안이 있음에도 야당 의원들이 결단을 내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시간은 없고 예산을 여당 의도대로 편성하게 둘 수 없어서 예결위 간사인 이춘석 의원이 결단을 내렸다”고 재개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오후 5시쯤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예결소위를 개최했지만 야당의 불참으로 회의는 30분 만에 정회됐다. 새누리당 김재원·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비공개 오찬 회동을 하고 전날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된 담뱃세 인상을 우선 협의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28일 안전행정위 법안소위를 열고 담뱃세 인상 폭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심사 기한(11월 30일)이 불과 사흘밖에 남지 않아 여야는 졸속 심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 준수 입장을 거듭 공언하고 있는 데다 야당이 새누리당의 담뱃세 인상 주장에 맞서 법인세 인상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국회 파행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법안 심사는 이틀째 파행 중이다.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로 협상의 줄다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이날 법인세·담뱃세·누리과정 등 현안에 대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28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한편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예결위원장과 양당 간사를 만나 “(여야) 합의가 안 돼도 헌법을 지켜 (법정시한 내 처리) 할 것”이라며 “12월 2일 예산안을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전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野 예결위 밤늦게 합류… ‘누리 예산’ 진통 여전

    野 예결위 밤늦게 합류… ‘누리 예산’ 진통 여전

    여야 원내지도부는 27일 정국 정상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 문제와 담뱃세·법인세 인상 등 쟁점 현안 타결은 무산됐지만, 이날 밤늦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가 열리면서 국회 정상화를 위한 물꼬는 일부 트였다. 예산안 논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3일밖에 남지 않아 여야의 초조함이 가중된 탓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물론 여야가 계속되는 정쟁 속에서도 각자 지역구 예산안만큼은 어떻게든 챙겨보려고 예산안 심사를 정상화시킨 것 아니냐는 비난도 없지 않았다. 앞서 새누리당 예결소위 위원인 김진태 의원은 야당의 상임위 일정 보이콧에 대해 “과자를 안 사주면 밥을 안 먹겠다고 생떼를 부리는 것인데 이런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는 밥을 굶겨야 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8시 20분쯤 야당의 참석으로 예결소위가 정상화되자 여당 의원의 성토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날 국회 안팎에서는 국회 파행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가 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여야가 누리예산 우회지원을 위한 5233억원 증액안을 물밑에서 모두 합의를 해 놓고선 다른 쟁점과 일괄 타결을 위해 의도적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모습으로 ‘위장’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김재원,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의 오찬회동 이후 여야의 예산 논의 초점은 누리예산에서 담뱃세·법인세 공방으로 급속도로 옮겨갔다. 두 사람은 담뱃세 인상안 논의를 위한 안행위 법안소위 정상화 발표도 했다. 야당의 반발로 무산되긴 했지만 협상의 물꼬는 튼 것으로 인식됐다. 그럼에도 이틀째 올스톱 된 법안심사는 재개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12월 임시국회 소집은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여야가 내놓고 있는 주장의 간극도 여전히 큰 상황이다. 담뱃세 증세 논의와 관련해 여당은 ‘개별소비세 위주 2000원 인상’을, 야당은 ‘소방안전세 등 1000~1500원 인상’을 대체로 지지했다. 담뱃세 논의가 예산 부수법안 대상이 되는지도 여전히 논란이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방세법인 담뱃세는 원칙적으로 세입예산 부수법안이 아니지만 예외적으로 지정했다’고 했는데, 원칙적으로 아니면 아니지 예외가 어디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부수법안 중에는 골프장 회원이 1000~3000원씩 내는 입장료를 깎아 연 400억원의 세수를 줄이는 내용도 있다”면서 “특혜성 비과세·감면을 폐지하고 법인세율을 정상화해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 수석부대표는 “기업주는 몰라도 기업 자체에 세금을 때리면 기업이 온전하겠느냐”며 법인세 인상에 반대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투자세액 공제를 없애자고 하는데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으면서도 기업이 투자를 못 하는 상황에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일정액의 세액을 공제해 주는 제도를 없애자는 것은 암탉의 배를 갈라 계란을 꺼내는 일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법인세와 담뱃세는 관계가 전혀 없는 세목”이라고 덧붙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北核 옹호 청와대 수석을 굳이 감쌀 이유 있나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발탁된 김상률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를 놓고 말들이 많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미국 9·11 사태 등에 대해 그가 갖고 있는 생각과 철학이 과연 교문수석이라는 자리에 어울리느냐 하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 소유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민족 생존권과 자립을 위해 약소국이 당연히 추구할 수밖에 없는 비장의 무기일 수 있다”고 했다. 9·11 테러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악용해 세계를 전쟁의 공포와 인권의 사각지대로 만들었다”고 했는가 하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보유 의혹에 대해서는 “자주 국방의 자위권 행사”라고 했다. 문제가 되자 김 수석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벼랑끝 전술을 쓴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동떨어진 소리일 뿐이다. 알카에다가 저지른 9·11 테러에 대한 독단적 인식은 ‘묻지마 반미’의 인상마저 풍긴다. 10년 전 학자로서 저서를 통해 주장한 것을 지금 와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 또한 없지 않지만 “일부 표현상의 오해의 소지” 운운하는 형식적 사과 몇 마디로 넘어갈 일은 아니다. 학문과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자기 주장을 개진하는 일개 교수의 입장이라면 정색을 하고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은 이상 그냥 덮고 넘어갈 일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서도 “미사일 발사와 핵 개발로 대한민국에 위협을 가하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핵 폐기’를 재차 강조했다. 국가정책 기조가 바뀐 것이 아니라면 북한의 핵보유를 옹호했다는 구설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을 굳이 청와대 중요 자리에 앉힐 이유가 없다. 박 대통령이 유독 강조해 온 국정 기조가 바로 ‘비정상의 정상화’다. 이번 교문수석 인사야말로 똑떨어진 비정상 케이스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 일각에서도 청와대 인사 시스템의 심각한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 준 것이라며 김 수석을 추천한 사람을 공개하고 임명 과정과 인사평가 상세 내용을 국민 앞에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사가 아무리 파행을 빚어도 좀처럼 책임을 추궁하지도, 두드러진 개선 노력을 보이지도 않으니 ‘인사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 아닌가. 최소한의 이성과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갈 자리, 안 갈 자리쯤은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더 이상의 적격 논란은 의미 없다. 김 수석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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