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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속의 사랑’ 트럭에 받혀 그만…참변

    ‘차속의 사랑’ 트럭에 받혀 그만…참변

    길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새벽이라 다니는 자동차도 드물었다. 사랑하는 남녀는 도로 갓길로 비켜나가 조용히 자동차 시동을 껐다. 잠시 후 “꽝”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나란히 손을 잡고 저승길을 동행하게 됐다. 브라질에서 연인이 자동차 안에서 사랑을 나누다가 대형 트럭에 받혀 사망하는 황당한 사고가 최근 발생했다. 사고가 난 곳은 상파울로와 리우 데 자네이루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두트라. 사고 당일 고속도로에는 짙은 안개 때문에 가시거리가 줄어 사고가 위험이 유난히 높았다. 사고를 낸 건 엄청난 덩치를 앞세워 종종 도로를 무법 질주하는 트럭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대형 트럭이 갓길에 세워져 있는 자동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들이받고 말았다. 인적이 뜸한 새벽시간에 안개까지 자욱하게 내려앉은 은밀한(?) 분위기를 틈타 자동차 안에서 뜨겁게 사랑을 나누고 있던 남녀는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브라질 경찰 관계자는 “워낙 안개가 짙어 트럭이 그만 갓길에 세워진 차를 보지 못하고 뒷부분을 들이받았다.”면서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완전히 알몸이던 여자가 자동차 밖으로 퉁겨 나와 사망했다.”고 전했다. 남자 역시 알몸인 채로 자동차 안에서 숨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예언하는 문어’, 스페인 4강전 승리 확신 ‘화제’

    ‘예언하는 문어’, 스페인 4강전 승리 확신 ‘화제’

    독일의 유명인사가 된 ‘예언하는 문어’ 파울이 자국을 배반하고 스페인의 승리를 점쳤다. 영국의 국제 통신사 로이터통신은 6일 100번의 예언 기록을 가진 ‘기적의 문어’ 파울이 8일 남아공의 더반의 모세스 마비다 경기에서 개최되는 독일 대 스페인 4강전에서 스페인의 승리를 점쳤다고 전했다. 파울은 수족관 안에 마련된 독일 국기와 스페인의 국기가 담긴 모형 사이에 1시간가량 머물며 주저하다가 스페인 국기를 감싸 안았다. 폴의 결정은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피겔(spiegel)을 비롯한 주요 매체를 통해 보도됐고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예언이 빗나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오버하우젠의 시 라이프(sea life) 수족관에 사는 파울은 정확한 예언능력으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기적의 문어’, ‘예언하는 문어’, ‘문어 도사’ 등의 별칭을 얻은 바 있다. 특히 이번 조별리그에서 독일이 세르비아에 패배한다는 예상치 못한 이변을 점쳐 예언에 대한 신뢰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 앞서 파울은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독일이 호주와 가나에 승리하고, 세르비아에 패할 것임을 족집게처럼 맞췄으며 잉글랜드와 벌인 16강전의 승리도 예측했다. 사진 = 슈피겔사이트 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전설 인턴기자 legend@seoulntn.com
  • “펠레의 저주? 믹 재거의 저주는 어쩔건데?”

    “펠레의 저주? 믹 재거의 저주는 어쩔건데?”

    영국 출신 록밴드 롤링스톤스의 보컬 믹 재거가 브라질의 월드컵 조기(?) 탈락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 대표팀이 준결승에도 오르지 못한 채 일찌감치 짐을 싸게 된 건 믹 재거가 공개적으로 브라질을 응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브라질은 지난 2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열린 8강전에서 네덜란드를 만나 1대2로 역전패를 당했다. 믹 재거는 브라질의 인기사회자 루시아나 지메네스 사이에 태어난 아들 루카스와 함께 경기를 관전하며 브라질 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하지만 브라질이 네덜란드에 덜미가 잡히자 믹 재거의 전과(?)가 도마에 올랐다. 미국, 영국 등 믹 재거가 공개응원한 국가가 모두 패한 사실이 부각되면서 브라질 탈락의 책임이 믹 재거에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것. 브라질의 탈락이 확정된 후 브라질 스포츠뉴스 전문사이트에는 “앞으로 준결승과 결승의 향배를 점치려면 믹 재거가 어느 팀을 응원하는지 눈여겨 보라.”는 기사가 경쟁적으로 떴다. 급기야 ‘믹 재거의 저주’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브라질 스포츠신문 란스는 “믹 재거가 미국, 영국, 브라질을 응원했지만 거둬들인 건 패배와 탈락밖에 없다.”면서 “믹 재거의 저주가 계속된다.”고 전했다. 현지 일간 오 에스타도 데 상파울로는 “미국, 영국, 브라질이 믹 재거의 응원을 받고 탈락했다.”면서 “남은 팀 중 어느 팀이 믹 재거의 지지(응원)를 받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고 비꼬았다. 트위터에도 믹 재거의 저주에 대한 글이 꼬리를 물었다. 브라질 언론은 “믹 재거가 응원한 미국과 영국이 줄줄이 패한 후 그가 8강전에서 브라질을 응원하겠다고 하자 트위터에선 믹 재거의 저주를 경계하라는 말이 벌써부터 돌았었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유럽 飛上 남미 침몰

    유럽 飛上 남미 침몰

    준비된 팀이 화려한 개인을 이겼다. 강한 조직력을 앞세운 네덜란드와 독일이 남아공월드컵 우승후보로 꼽히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차례로 격파했다. 이로써 모두 5개 나라가 본선에 진출, 조별리그에서 한 팀도 탈락하지 않고 16강의 한 자리씩을 차지했던 남미는 우루과이만을 남겨둔 채 4강 문턱에서 무너졌다. 남미팀들은 8강까지 선수 개개인의 뛰어난 기술과 공격재능으로 두터운 수비망을 구축한 상대팀들의 문전을 허물었다. 특히 각각 카카(레알마드리드)-호비뉴(산토스)-루이스 파비아누(세비야),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시티)-곤살로 이과인(레알마드리드)의 ‘3각편대’를 내세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공격진은 어떤 상대를 만나도 그 위력을 발휘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를 했던 네덜란드와 독일이 이런 예상을 완벽히 뒤집었다. 이번 대회에서 화려한 공격축구를 버리고 ‘실리축구’로 우승을 노렸던 브라질은 3일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더 준비한’ 네덜란드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브라질이 첫 골도 넣었고, 경기도 잘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운이 좋았고, 똑똑했다. 네덜란드는 ‘적절한’ 파울로 공격에 나선 상대 미드필더들과 수비수들의 신경을 자극했다. 브라질은 후반 23분 역전골을 내준 뒤 네덜란드의 지능적인 경기운영에 말려들어 수비수 펠리피 멜루(유벤투스)를 퇴장으로 잃었고, 승부는 네덜란드로 기울었다. KBS N 스포츠 박찬하 해설위원은 “네덜란드가 다혈질의 브라질을 잘 공략했다.”면서 “적절한 교체카드가 없는 브라질 공격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네덜란드에 운이 따랐고, 경기의 세밀한 부분까지 준비가 잘 됐다.”고 분석했다. 또 “브라질이 ‘자신들의 축구’를 했던 반면, 네덜란드는 ‘맞춤형 축구’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4일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의 독일-아르헨티나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6강까지 승승장구했던 아르헨티나는 전술적 변화 없이 개인기에 의존해 경기를 풀어갔고, 독일은 준비된 협력·블록수비로 메시-테베스-이과인을 막았다. 또 유효슈팅 6개 가운데 4개가 골망을 흔들 정도로 독일의 상대 위험지역에서의 패스플레이는 정교했고, 골 결정력이 높았다. 전반 3분에 터진 토마스 뮐러(바이에른뮌헨)의 골을 시작으로 독일은 세트피스 상황마다 약속된 플레이를 선보였던 반면, 아르헨티나는 직접 슈팅만 남발했다. 준비한 독일 요아힘 뢰프 감독과 준비없는 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목이었다. 전방에서 공을 분배하는 메시는 3~4명의 장신 수비수들에게 포위됐고, 메시를 돕는 공격의 협력 플레이도 없었다. 메시와 테베스는 오직 자신의 발재간에 의존해 수비벽을 뚫으려다 번번이 막혔고, 경기 막판 수비조직력까지 무너지면서 독일에 0-4로 대패했다. KBS 한준희 해설위원은 “독일은 이번 월드컵에서 상대 진영에서 위협적인 패스플레이로 골 결정력이 높아, 유럽팀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재능이 강한 면모를 보였다.”면서 “기존의 수비조직력에 공격조직력까지 갖춘 막강한 독일을 만났지만, 마라도나 감독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또 “뒤지는 상황에서 마냥 공격수를 투입한다고 공격이 좋아지는 것이 아닌데 마라도나 감독은 준비도, 판단도 제대로 못했다.”고 평가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네덜란드 ‘오렌지 군단’, 브라질 꺾고 월드컵 4강行

    네덜란드 ‘오렌지 군단’, 브라질 꺾고 월드컵 4강行

    네덜란드의 ‘오렌지 군단’이 ‘남미의 강호’ 브라질을 꺾으며 12년만의 설욕전에 성공했다. 네덜란드 축구 국가대표팀(FIFA 랭킹 4위)은 2일 오후 11시(한국시각)부터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 베이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의 네덜란드 대 브라질 전에서 경기 스코어 2 대 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조별 리그와 16강전을 거치는 동안 무패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경기를 선보인 네덜란드는 FIFA 랭킹 1위의 브라질을 상대로 결승전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경기 초반, 먼저 주도권을 잡은 것은 네덜란드가 아닌 브라질이었다. 매서운 공격형 플레이에 나선 브라질은 전반 10분 호비뉴가 선제골을 터트리며 1 대 0으로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후반 8분 중원에서 올린 네덜란드의 크로스가 브라질 펠리페 멜로(유벤투스)의 머리를 맞고 브라질의 자살골로 연결됐다. 브라질이 자살골 실책으로 흐트러진 틈을 노린 네덜란드는 상대진영 오른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넣으며 역전골을 터트렸다. 설상가상으로 브라질의 주장 펠리페 멜루는 수비 과정의 거친 파울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결국 네덜란드는 경기 스코어 2 대 1로 승리하며 브라질의 승리를 점치던 외신들을 향한 ‘이변의 신화’를 실현했다. 특히 네덜란드는 이번 승리로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브라질전의 승부차기 패배를 설욕하며 월드컵 첫 우승을 향해 한걸음 더 앞으로 나섰다. 사진 =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 서울신문NTN 전설 인턴기자 legend@seoulntn.com
  • [8강 키플레이어 매치업] 아르헨티나vs독일/파라과이vs스페인

    [8강 키플레이어 매치업] 아르헨티나vs독일/파라과이vs스페인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8강 대진이 가려졌다. 아르헨티나는 멕시코와의 리턴매치에서 3-1 완승을 거두며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이어 또 다시 멕시코를 잡았고, 독일은 잉글랜드와의 라이벌 매치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4-1 대승을 거뒀다. 또한 파라과이는 일본을 꺾고 8강에 진출했다. 두 팀은 12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를 통해 승패를 갈랐다. 마지막으로 스페인은 비야의 결승골에 힘입어 포르투갈에 1-0 신승을 거뒀다. 경기의 중요도가 높아질수록 키플레이어에 대한 의존도 또한 높아진다. 물론 축구는 개인이 아닌 11명이 만드는 팀 스포츠이고 세계적인 선수들로 구성된 잉글랜드, 프랑스, 이탈리아는 팀으로서 하나가 되지 못해 탈락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팀을 구해내는 것은 결국 한 명의 에이스다. 월드컵 8강, 과연 팀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 키플레이어는 누구일까? ▲ 아르헨티나 vs 독일 - 7월 3일 밤11시, 그린 포인트 아르헨티나 KEY PLAYER = 리오넬 메시(1987년6월24일, 바르셀로나)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최고의 선수다. 2008/09시즌 소속팀 바르셀로나의 트레블(리그, 컵대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FIFA(국제축구연맹)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현란한 드리블은 과거 디에고 마라도나를 연상시키며, 웬만한 특급 공격수 못지않은 득점력까지 갖췄다. 비록 아직까지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아르헨티나의 모든 득점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며 팀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KEY PLAYER = 메수트 외질(1988년10월15일, 베르더 브레멘) ‘전차군단’ 독일의 새로운 에이스다. 스피드와 개인기가 뛰어나며, 패스실력 또한 발군이다. 이번 월드컵에선 미하엘 발락이 빠진 독일의 중원을 이끌고 있다. 케디라와 슈바인슈타이거가 공수의 밸런스를 유지시켜준다면, 외질은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한다. 가나전에선 결승골을 터트리며 직접 해결사로 나섰고, 잉글랜드전에선 포돌스키, 뮐러와 수시로 자리를 바꾸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한마디로 독일 공격의 핵심이다. ▲ 파라과이 vs 스페인 - 7월 4일 새벽3시 30분 엘리스 파크 파라과이 KEY PLAYER = 파울로 다 실바(1980년2월1일, 선더랜드) 파라과이의 수비의 리더다. 남미예선에서도 붙박이 수비수로 거의 모든 경기에 출전하며 파라과이의 본선행을 이끌었다. 2002년과 2006년에 이어 벌써 3번째 월드컵이다. 그만큼이 풍부한 경험과 실력을 갖췄다. 파라과이가 이번 대회에서 가장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는 이유도 후방에서 다 실바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전에선 질라르디노를 무력화시켰고, 일본전에선 혼다를 꽁꽁 묵었다. 스페인 KEY PLAYER = 다비드 비야(1981년12월3일, 바르셀로나) 스페인의 득점기계다. 지역예선에서 경기당 1골을 성공시키며 스페인의 무패행진을 이끌었다. 신장은 작지만 민첩성이 뛰어나며 탁월한 골 결정력을 갖췄다. 또한 프리킥 스페셜리스트이기도 하다. 단짝 토레스가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혼자서 4골을 터트리며 스페인의 8강행을 책임졌다. 또한 어느덧 개인통산 42골을 기록하며 라울 곤잘레스가 보유하고 있는 A매치 최다골(44골)에도 바짝 다가섰다. 사진=멀티비츠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유럽 창 vs 남미 방패

    4일 오전 3시 30분 요하네스버그의 엘리스파크 스타디움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스페인과 31위 파라과이의 8강전이 열린다. 객관적으로 스페인이 세다. 스페인은 자국 리그인 프리메라리가의 스타군단 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공격-미드필드-수비-골키퍼 라인을 절묘하게 반반씩 섞어놨다. 사상 가장 강한 전력을 갖췄다고 자부할 정도다. 스페인은 또 남미에 무척 강하다. 스페인은 2000년 이후 남미팀과 A매치에서 10승1무를 기록하고 있다. 파라과이와 역대 월드컵 성적은 1승1무. 역대 A매치에서도 1승2무로 진적이 없다. 파라과이 격파의 선봉에는 월드컵 득점왕 가도를 내달리고 있는 다비드 비야, 세계에서 패스성공률이 가장 높은 사비 에르난데스, 공간 활용과 침투 패스의 달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의 바르셀로나 3각편대가 출격한다. 파괴적인 중앙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바르셀로나)과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레알마드리드)까지 뚫기에 파라과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파라과이에게는 스페인에 맞서 질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파라과이는 1525년부터 1811년까지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특히 파라과이는 선조들인 과라니족이 당시 이주를 거부하다 스페인 지배자들에게 몰살당했던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파라과이는 전력 열세를 역사적 사명감으로 뛰어넘어 과거의 아픔을 씻어낼 각오다. 역대 상대 전적 1승2무에서 보여지듯, 파라과이는 끈끈한 수비로 스페인을 괴롭혔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에서 단 1승만을 거뒀지만 8강까지 올라올 정도로 탄탄한 수비조직력을 보여주고 있다. ‘남미의 이탈리아’라는 별명을 가진 파라과이 수비의 중심에는 파울로 다실바(선덜랜드)가 있다. 일대일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체격은 물론 정확한 상황 판단으로 상대 패스를 저지하는 발군의 수비력을 보여왔다. 물론 아직 골맛을 못보고 있는 스트라이커 로케 산타 크루스(맨체스터시티)도 있다. 사상 첫 월드컵 8강에 진출한 파라과이가 스페인을 상대로 이변을 일으킬 지 관심이 쏠린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日-파라과이전 욕할 수 없는 이유는

    모두가 한마디씩 했다. 너무 지루하다고. 저게 무슨 축구냐고. 축구팬들은 29일 벌어진 일본과 파라과이의 남아공월드컵 16강 전·후반, 연장전 120분에 승부차기까지 보고 난 뒤 모두 실망했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이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보여줬던 강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경기를 중계했던 차범근 SBS 해설위원마저도 아쉬움을 숨기지 않을 정도였다. 16강에서 파라과이를 맞은 일본은 막강했던 조별리그 때와는 사뭇 다른 경기운영을 했다. 중원의 두터운 미드필드진을 후방으로 당겨, 포백라인과 가까이 뒀다. 마치 브라질을 맞은 북한과 같은 전형을 펼쳤다. 파라과이는 하프라인 부근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공을 주고받았다. 그러다 좌우 측면을 침투하는 공격을 펼쳤다. 물론 수비수가 너무 많아 득점에는 실패했다. 일본은 세트피스 상황이 아니면 5명 이상이 하프라인을 넘어가지 않았다. 조별리그에서 맹위를 떨쳤던 ‘공격적 수비’는 없었다. 일본은 그렇게 전후반 90분과 연장 30분까지 무실점했다. 필드골이 터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틀림없이 지루한 경기였다. 하지만 통계상으로는 아니다. 파라과이의 슈팅 18회 가운데 유효슈팅은 6, 일본은 16회 슈팅에 유효슈팅 6을 기록했다. 정말 재미있었다는 한국-우루과이전은 어땠을까. 한국의 슈팅 15회 가운데 유효슈팅 5, 우루과이는 14회 슈팅에 유효슈팅 8이다. 별 차이가 없다. 일본과 파라과이의 골키퍼가 잘 막았다는 뜻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파울 숫자. 한국-우루과이전의 파울은 양팀에 각각 12개씩이다. 반면 파라과이-일본전은 파라과이 26개, 일본 29개였다. 경기의 흐름이 그만큼 자주 끊어졌다. 템포가 느려졌던 것이다. 이것이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밝힌 ‘필승의 전술’이었다. 개인기와 스피드가 뛰어난 파라과이와 미드필드에서 맞붙기보다 충분한 숫적 우위를 점한 자기진영에서 공격을 차단한 뒤 역습에 나선 것이다. 골을 터트리지 못한 것만 제외하면 일본 선수들은 감독의 작전을 충실히 이행했다. 또 전반 킥오프 상황에서 5명의 선수가 하프라인에 전진 배치됐던 상황을 기억해야 한다. 비록 실패했지만 경기 시작과 함께 무언가를 해 보려고 했다. 물론 일본이 졌다. 만약 고마노 유이치(주빌로 이와타)가 골망을 흔들었고, 파라과이가 실축했다면 오카다 감독은 “다 예상했고, 철저히 준비했다.”고 미소 지었을 테다. 이런 전술로 일본은 실패했지만, 이탈리아는 우승까지 한 적이 있다. 일본과 오카다 감독에게는 경기에 진 게 아쉬울 뿐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신기혁의 스포츠 스토리] 흥행과 공정성 사이의 딜레마, 월드컵 비디오 판독 도입에 대하여

    [신기혁의 스포츠 스토리] 흥행과 공정성 사이의 딜레마, 월드컵 비디오 판독 도입에 대하여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독일-잉글랜드전 전반38분 ‘램퍼드’슛이 골라인을 넘는 장면>잉글랜드 미드필더 램퍼드의 중거리슛이 독일의 골라인을 넘는 순간, 나는 희한하게도 왠지 노골 선언을 받을 것 같은 강한 예감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우루과이 출신의 주심과 부심 모두 램퍼드의 명백한 골을 노골로 판정했다.매회 월드컵마다 늘 그래왔듯이, 이번 월드컵에서도 예외 없이 심판들의 오심 사례들이 속출하며 전세계적으로 화제와 논란이 되고 있다. 오늘은 대부분의 다른 스포츠에 이미 도입되어 있거나 추진중인 비디오 판독 등의 테크놀로지 기술이 유독 축구에만 접목되지 못하는 이유와 끊임없이 계속되는 오심을 줄일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스토리가 있는 스포츠스포츠에는 많은 스토리들이 담겨 있다. 성장 호르몬 결핍으로 인해 축구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련을 딛고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기계 체조를 하다가 20세 때부터 축구를 시작한 남아공 월드컵의 강력한 득점왕 후보 독일의 클로제.스포츠에는 바로 이러한 휴먼 스토리가 함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욱 그것에 빠져들고 환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심판의 판정도 예외는 아니다. 심판의 판정 역시 기나긴 스포츠의 역사만큼이나 수 많은 이야기 거리들을 낳았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있었던 마라도나의 “신의 손” 사건은 누구나 알고 있는 판정과 관련된 대표적인 일화이다.이처럼 심판의 판정도 스포츠가 만들어 주는 스토리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즉, 경기의 일부로서 우리가 경기의 결과와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어느 정도의 오심마저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우리가 기억하는 스토리에는 경기의 승패, 응원하는 선수의 활약상 등이 포함되지만, 판정과 관련된 부분만큼은 잘못된 판정, 곧 오심만이 기억된다는 것이다. 게임의 흐름을 깨지 않고 명백한 반칙에는 휘슬을 확실히 불어주는 명 심판의 완벽한 판정들은 스토리에서 기억되지 않고,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영원히 회자되는 나쁜 케이스의 스토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심판들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불공평할 따름이다.경기를 하다 보면 선수들도 실수를 한다. 그 실수가 곧 승패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경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판이 실수를 했을 경우에는 이를 경기의 일부로 생각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그 경기의 결과마저도 인정하지 않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단지 경기 외적인 요인으로 인한 승부로 치부해 버리기 일쑤다. 심판도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조연배우이다<2010 남아공월드컵 16강 독일-잉글랜드전 주심 ‘호르헤 라리온다’ >심판의 판정은 경기 외적인 요인으로만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심판도 선수들과 함께 90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경기라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조연배우이며, 그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판정 역시 경기의 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스토리의 일부인 것이다. 그런데, 스포츠 스토리에 비디오 판독 등의 테크놀로지가 도입된다면 우리가 함께 웃고 울던 그 스토리의 일부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그렇다고 비디오 판독 등의 테크놀로지 도입에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필요성이 인정된 부분은 도입을 해야 할 것이다. 다만, 그 정도가 문제인데, 우선은 테크놀로지에 의존하는 정도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인 6심제 도입, 심판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얼마 전에 월드컵과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미국의 한 기자가 쓴 내용인데, 자국의 팀이 경기에 승리하였을 경우 대부분 “we won”이라는 표현을 쓰며 자신을 팀과 동일시하는 반면, 팀이 경기에 졌을 경우에는 “they lost”라는 표현을 쓰며 자국의 대표팀을 자신과 분리하는 경향(dissociate)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스포츠는 이제 한 나라의 자부심 혹은 정체성(identity)을 상징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경기자체보다는 승패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기기 위해서만 팀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즐기는 것이 될 수 없다. 바꿔 말하면 우리는 과연 경기를 즐기며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기는 경기 결과만 기다리는 것일까?승리를 위해 노력하며 또 이를 응원하고,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스토리(판정도 포함된)를 총체적으로 즐길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 스포츠를 즐긴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비디오 판독 도입, 꼭 필요한 것일까?월드컵과 UEFA 챔피언스리그 등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형 축구대회에서 심판들의 오심이 있을 때 마다 언급되었던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 논란에 대해서 FIFA는 매번 ‘축구는 인간적인 면이 필요하다’라는 논리로 지금까지 테크놀로지 기술의 도입을 거부해왔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적인 스포츠란 여러 가지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것은 축구라는 종목이 주는 단순함과 불확실성의 틈, 그리고 점점 디지털화 되어가는 세상에서 축구만은 아날로그로 느끼고 싶은 축구팬들의 성원 등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심판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하이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심판“시스템”이 대체되었을 경우를 상상해보라. 5분마다 휘슬이 울리고, 흐름이 중요한 축구 경기의 진행이 자주 끊기며, 선수들의 플레이는 점점 조심스러워져서 다이내믹한 경기는 찾아보기 힘들게 될 것이다. 경기 승패의 주된 요인이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 현란한 기술, 잘 짜여진 팀워크 등이 아니라 최대한 파울을 범하지 않는 것이 되어 버리는 소극적인 스포츠 경기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여기에는 스토리가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스토리가 없는 스포츠는 팬의 관심에서 멀어져 갈 수 밖에 없다.스포츠는 아날로그적인 것을 통해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고,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스토리를 통해서 감동을 느끼는 인간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그 선물세트 안에 굳이 디지털화된 비디오판독의 테크놀로지를 포함시켜야 할지는 좀 더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싶다.사진 = SBS 중계화면 캡처
  • “브라질 16강에서 탈락” 브라질 최대 일간지 광고사고

    “브라질 16강에서 탈락” 브라질 최대 일간지 광고사고

    ”영원한 월드컵 우승후보 브라질이 탈락했다고?” 브라질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에 황당한 대형 광고 사고가 났다. 브라질의 월드컵 조기 탈락을 애석해하는 황당한 광고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신문에 실렸다. 브라질은 전날 열린 16강전에서 칠레를 3대0으로 완파하고 가볍게 8강에 올랐다. 신문은 황급히 광고사고의 책임을 인정하고 바로 잡는 기사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문제의 광고는 브라질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인 할인 마트 ‘엑스트라’가 낸 것이다. 브라질의 16강 탈락을 애석해하면서 실망하는 국민을 위로하는 내용이다. “브라질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우리의 가슴에선 지울 수 없는 대표팀이다. 고맙다, 브라질 대표팀이여.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다시 만납시다.” 대표팀을 후원하다 졸지에 증오와 미움을 한 몸에 받게 된 ‘엑스트라’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둘러 해명성명을 냈다. 브라질이 탈락할 때를 대비해 위로 광고를 준비한 건 사실이지만 29일 나갈 광고는 그게 아니었다고 밝혔다. 회사는 “칠레와의 16강전 승리를 축하하는 광고를 제작했는데 신문이 광고 파일을 잘못 꺼내 사용하는 바람에 엉뚱한 광고가 나갔다.”고 해명했다. 잔뜩 대표팀과 축구 팬들의 눈치를 보면서 “잘못 나간 광고가 행여나 흉조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폴랴 데 상파울루는 “광고가 잘못 나간 건 신문의 실수였다.”면서 사과·정정을 약속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비야 결승골 ‘한방’… 스페인 8강 진출

    비야 결승골 ‘한방’… 스페인 8강 진출

    폭풍같은 경기였다. 파라과이와 일본의 지루한 120분이 지난 뒤였기에 더욱 그랬다. 패스와 슈팅, 드리블, 몸싸움, 공격차단에 이은 공격전환, 심지어 파울까지 축구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이 빨랐다. 드리블이 0.5초만 길어도, 패스가 10㎝만 짧아도 공격은 차단됐다. 수비가 1초라도 호흡을 고르려고 서 있으면 상대 공격수는 무섭게 파고 들어왔다. 페널티 박스 안팎에서 날아드는 강력한 슈팅들은 모두 골문의 구석을 향했고, 이에 화답하듯 양팀의 골키퍼는 그림처럼 몸을 날려 자블라니를 걷어냈다. 30일 케이프타운의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스페인과 3위 포르투갈의 16강전은 수준이 한단계 높은 경기였다. 결과는 스페인의 1-0 승. 스페인은 포르투갈을 넘어 8강에 진출, 파라과이와 만나게 됐다. 패싱게임으로 공 점유율을 높이며 상대를 압도하는 스페인과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역습을 추구하는 포르투갈. 휘슬이 울리자 이베리아 반도 라이벌 고유의 팀컬러가 그대로 드러났다. 중원과 후방에서 쓸모없는 패스는 없었다. 둘 다 공을 소유하는 순간 무조건 앞으로 찔러주고 달려 나갔다. 때문에 공은 양쪽 진영을 오가며 아주 작은 균열만 있으면 와장창 깨져버릴 것만 같은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왔다. 균형은 후반 18분 무너졌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사비 에르난데스-다비드 비야로 이어진 FC바르셀로나의 삼각편대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포르투갈 진영 왼쪽 측면에서 공을 끌고 가던 비야는 이니에스타에게 패스했고, 이니에스타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몸싸움을 하고 있던 사비에게 공을 연결했다. 수비를 끌어 모은 사비는 왼쪽에서 침투하는 비야에게 지체없이 힐패스로 공을 줬다. 비야는 왼발로 강력한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에 막혔고, 다시 흘러나온 공을 오른발로 차 골망을 흔들었다. 이니에스타와 사비의 패스워크와 비야의 집중력이 만들어 낸 작품이었다. 비야는 4경기 4골로 득점 공동1위에 올랐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신경병 환자’ 獨 법학자 슈레버 “나를 연구하라” 자전적 병력기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신경병 환자’ 獨 법학자 슈레버 “나를 연구하라” 자전적 병력기

    1991년작 영화 ‘양들의 침묵’을 기억하는지. 깨질 듯 연약하고 투명한 지성 조디 포스터의 출세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전직 정신과 의사이자 연쇄살인범인 한니발 렉터의 도움으로 또 다른 연쇄살인범 버펄로 빌을 체포하는 과정을 그렸다. 두 인물은 전형적인 정신분석 대상이다. 버펄로 빌은 뚱보 여자만 죽인 다음 피부를 벗겨내고 시신 목구멍에 나방을 밀어넣어 둔다. 집에는 온갖 나방과 애벌레가 가득하다. 스스로가 여자가 되고 싶은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여자 피부를 뒤집어 쓴 것이다. 나방이나 애벌레는 언젠가 자신이 성충(여성)이 되리라는 변태(變態) 욕망을 투영한 것이다. 한니발 렉터는 또 어떤가. 남들만 분석하고 자기 자신을 분석하지 못한다는, 그래서 정신분석 대상과 감정 전이 현상이 일어난다는 정신분석학의 원죄를 벗지 못해 결국 자신의 환자를 잔혹하게 잡아먹어 버린 인물이다(이 때문에 정신과 의사들은 실제 몇 년에 한 번씩 스스로 정신분석을 받는다). 버펄로 빌의 행태를 척하면 알아보는 멀쩡한 정신력과 교양을 갖춘 것도 이 때문이다. 두 캐릭터의 원전이랄 수 있는 책이 처음으로 국내에 번역출간됐다. 독일의 다니엘 파울 슈레버(1842~1912)가 쓴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자음과 모음 펴냄)이다. 슈레버는 번듯한 명문가에서 태어나 고등법원장에까지 오르는 등 성공한 법학자였으나 정신병 발작으로 병원을 드나든 인물. 19세기 독일에서 법학이 국가학의 중추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슈레버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던 셈이다. 슈레버는 자신이 신의 강간과 사랑을 받은 여성이거나 신이 보낸 광선으로 여성으로 변했다고 여기면서 새로운 인류를 출산할 것이라 믿었던 것으로 나온다. 끔찍한 범죄만 안 저질렀을 뿐, 버펄로 빌과 증세가 비슷하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이를 거세공포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따라서 아버지와 정상적인 관계 맺기에 실패한 아들이 스스로 거세한 뒤 여성이 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슈레버의 아버지는 엄격한 훈육을 내세웠던 교육학자로 유명했고, 판사였던 슈레버의 형도 37살 때 권총자살했다는 사실이 프로이드의 분석을 뒷받침한다. 슈레버는 자신의 증상이 언젠가 연구대상이 되리라 생각하고 상세하게 기록을 남겼다. 그 책이 바로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이다. 이 책은 프로이드뿐 아니라 자크 라캉, 질 들뢰즈, 슬라보예 지젝 등 수많은 정신분석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됐다. 슈레버 또한 ‘역사상 가장 유명한 환자’로 남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족집게 점쟁이’ 문어 “독일, 아르헨 누른다”

    ‘족집게 점쟁이’ 문어 “독일, 아르헨 누른다”

    폭발적인 화력을 앞세워 4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남아공 월드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는 과연 독일에게 고배를 마실까. 족집게 점쟁이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독일의 문어가 내달 3일 열리는 아르헨티나­독일 8강전에서 독일의 승리를 점쳤다. 통산 3회 우승의 기대에 흠뻑 빠져있는 아르헨티나는 “문어의 점괘에 신경 쓸 일은 없다.”면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지만 내심 개운치 않은 표정이다. 경기 전부터 아르헨티나에 쓴맛을 주고 있는 문어는 독일 오버하우젠 해양생물박물관이 기르고 있는 파울. 파울은 지금까지 독일이 치름 4경기의 결과를 정확히 맞춰 족집게 점쟁이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 파울이 이번엔 독일의 8강전 승리를 예측했다. 파울은 29일 장고(?) 끝에 독일의 승리를 점쳤다. 점을 치는 방식은 이렇다. 격돌하는 국가의 국기가 그려진 상자를 수족관에 넣고 파울의 선택을 기다린다. 두 상자에는 홍합이 들어 있다. 파울은 이날 아르헨티나와 독일의 국기가 그려진 2개 상자를 놓고 고민을 하다 결국 독일 국기가 그려진 상자에서 홍합을 꺼내 먹었다. 독일 축구 팬들은 “아르헨티나를 맞아 어려운 경기를 하겠지만 결국 승자는 독일이 될 것이라는 정확한 점괘가 나온 것”이라고 박수를 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문어가 점을 볼 리 없다. 승리가 맞은 건 우연일 뿐”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문어 파울이 영국 출신이지만 독일­영국과의 16강전에서 영국의 패배를 점쳤을 정도로 솔직하고도(?) 정확하게 경기결과를 예측하고 있다.” “독일전에서 아르헨티나가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경계하는 팬들도 나오고 있다. 파울은 지금까지 독일의 조별리그 호주전·가나전 승리, 세르비아전 패배, 잉글랜드와의 16강전 승리를 정확히 맞췄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오심에 울었다

    ‘지구촌 최대의 축제’가 돼야 할 2010 남아공월드컵이 심판들의 오심에 얼룩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맘껏 뽐내야 할 각국의 선수들이 오심에 울고, 이를 지켜보는 팬들도 얼토당토 않은 오심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지만 심판이 승부를 가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결국 한국도 심판의 치명적인 오심에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26일 한국-우루과이전이 열린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 이날 경기에서는 독일 은행원 출신의 볼프강 슈타르크(41) 주심이 경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엄격하고, 우루과이에는 관대한 ‘오심 퍼레이드’가 분통을 터뜨리게 했다. 후반 10분 우루과이의 디에고 페레스(AS 모나코)가 이청용(볼턴 원더러스)에 거친 태클을 가했지만 슈타르크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후반 18분에도 기성용이 상대 페널티 박스로 들어가던 중 에딘손 카바니(팔레르모)에게 고의로 발을 밟혔으나,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시켰다. 페널티킥을 선언했다면 경기 흐름은 달라졌을 것이다. 또 후반 44분 교체투입된 이동국이 문전으로 달려들어오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절묘한 패스를 연결했지만, 주심은 엉뚱하게도 이동국에게 공격자 파울을 선언했다. 수비수 디에고 루가노(페네르바흐체)의 옷을 잡았다는 얘기였지만, 휘슬을 불 정도는 아니었다. 주심의 오심이 계속되자 박지성이 슈타르크의 판정에 항의하는 장면도 여러 번 카메라에 잡혔다. 이에 대해 우루과이 언론까지 슈타르크의 오심을 비판했을 정도다. 우루과이 일간지 ‘엘 파이스’는 경기 뒤 ‘경기의 오점’이라는 기사를 통해 슈타르크의 오심에 대해 상황별로 예를 들며 “주심의 경기 운영 능력이 형편없었다.”고 비난했다. 1999년 심판 자격증을 획득한 슈타르크 주심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 다양한 국제 경기 경험을 갖고 있지만, 월드컵 무대는 처음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슈타르크는 조별리그 B조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과 C조 잉글랜드-슬로베니아전의 주심을 맡았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에서 전반 6분 아르헨티나의 가브리엘 에인세의 결승골 과정 중 같은 팀 왈테르 사무엘의 반칙에 파울 선언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한편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부터 경기에 부심 2명을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면서 심판들의 오심 논란에 대한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우루과이전 심판 ‘오심’에 네티즌 분노 높아져

    우루과이전 심판 ‘오심’에 네티즌 분노 높아져

    한국대표팀 경기 점유율이 높았음에도 득점수 차로 우루과이에 2대 1로 패하자 네티즌들은 심판의 오심을 지적하고 나섰다.볼프강 슈타르크(41) 주심은 유독 한국 선수들에게만 파울을 판정하는 듯한 인상을 줘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 원성을 사고 있는 것.후반 18분 기성용이 페널티킥 안으로 공을 몰아가는 과정에서 우루과이 선수에 의해 넘어졌지만, 볼프강 슈타르크 주심은 이를 반칙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뿐만 아니라 경기 내내 거친 몸싸움과 태클이 지속됐고, 우루과이 선수들의 잇단 반칙에도 주심은 경기를 계속 진행시켰다.네티즌들은 “주심이 한국에 대해서는 작은 몸싸움에도 파울을 남발하면서 유독 우루과이의 과격한 태클과 파울에는 관대했다.”며 “경기 결과는 승복하지만, 공정함을 잃은 심판의 태도는 아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이를 중계를 하던 SBS 배성재 캐스터도 경기 중간 “관대한 심판”이라며 슈타르크 주심에 대한 불평을 쏟아냈다.월드컵 무대에 처음 나선 슈타르크 주심은 조별예선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의 B조 1차전 경기와 잉글랜드-슬로베니아의 C조 3차전 경기의 주심을 맡았다. 그는 특히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에서 아르헨티나 가브리엘 에인세의 결승골 과정에서 아르헨티나의 왈테르 사무엘에게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고, 이는 뒤늦게 오심으로 판명됐다.사진 = 방송캡쳐서울신문NTN 채현주 기자 chj@seoulntn.com
  • 우루과이전 관전 포인트

    우루과이전 관전 포인트

    골프에서 ‘힘 빼는 데 3년’이란 말이 있다. 힘을 빼면 공은 맞게 마련이다. 한국 월드컵축구대표팀은 3년이 아니라 집 떠난 지 30일 만에 힘을 뺐다. 사상 첫 원정 16강이란 일차 목표를 이룬 뒤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유연해졌다. 이후 성적은 ‘보너스’라고 생각해도 좋다.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실력 이상의 경기력도 펼칠 수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도 그래서 이뤄졌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이 26일 밤 11시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우루과이와 16강전에 나선다. 아직 끝나지 않은, 아니 끝낼 수 없는 이 ‘유쾌한 도전’의 관전포인트는 무엇일까. ●허정무·타바레스 머리싸움도 볼만 역대 전적에서 보면 우루과이는 한국에 패전의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한국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첫 패배(0-1패) 이후 20년 동안 한 번도 우루과이를 이겨본 적이 없다. 공식 A매치 전적이 4전 전패. 더욱이 모두 7골을 빼앗긴 반면 얻어낸 골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평가전(1-2 패)에서 김도훈이 뽑아낸 1골이 전부다. 허정무 감독은 이탈리아월드컵에서의 첫 대결 당시 대표팀 트레이너로 오스카르 타바레스(63) 감독을 만났다. 20년 만의 두 번째 만남이다. 허 감독은 “우루과이가 우리보다 한 수 위인 건 분명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제는 어느 팀과 경기해도 제 기량을 발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트피스 득점은 곧 승리의 방정식 그리스전에서의 2-0 완승은 16강의 단초가 된 승리였다. ‘이영표 파울-기성용 프리킥-이정수 골’로 이어지는 공식은 이후 나이지리아전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세트피스 얘기다. 세트피스는 허정무호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자리잡았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뽑아낸 5골 가운데 3골이 세트피스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기성용(셀틱)과 이정수(가시마)는 두 골을 엮어내 주요 득점 루트가 됐다. 여기에 박주영(AS모나코)도 나이지리아전에서 월드컵 본선 첫 골 맛을 보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여기에 아직 골 소식은 없지만 염기훈(수원)의 왼발슛도 우루과이 골문을 정조준하고 있다. 터질 때가 됐다. 누구의 발끝이 요동치든, 수비 조직력이 촘촘한 우루과이를 상대로 한 한국의 세트피스 득점은 곧 승리의 방정식이다. 포트엘리자베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우루과이는 없다! 26일은 유쾌한 8강의 밤

    우루과이는 없다! 26일은 유쾌한 8강의 밤

    무서웠다. 1990년 6월21일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하얀 유니폼을 입은 우루과이 선수들은 마치 거인 같았다. 크고 단단해 보였다. 위축됐다. 앞선 벨기에, 스페인전의 연패 영향도 있었을 테다. 하지만 모두 이를 악물었다. 3전 전패로 돌아갈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가 모두의 눈에 깃들었다. 세계의 벽은 높았다. 수비수를 여럿 제치고 달려나가는 ‘득점왕’ 소사를 따라잡지 못했다. 고조된 관중들의 함성도 부담이었다. 앙다문 각오가 되레 파울로 이어졌다. 윤덕여가 후반 25분 레드카드를 받았다. 우리는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펼치지 못하고 그렇게 0대1로 고개를 떨궜다. 대표팀의 결정적 실패요인은 정보력 부재였다. 황보관 일본 프로축구 오이타 감독(당시 포워드)은 “대다수의 참가국들이 3-5-2 포메이션을 사용하고, 강한 압박 축구를 구사했지만 한국의 포메이션과 전술은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었다.”고 회상했다. 최강희 K-리그 전북 감독은 “감독이 상대편 선수들 이름도 잘 모르는 등 상대팀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부족한 해외 경험에 위축된 선수들의 심리상태도 문제였다.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두고 현지에 도착해 시차 적응과 컨디션 조절에도 실패했다. 당시 수비수로 경기장을 누볐던 최 감독은 “후반전 추가시간, 상대 공격수 다니엘 폰세카의 헤딩슛이 골문을 가르며 3전 전패가 결정됐을 때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다. 그는 “진 게 억울했던 게 아니었다. 허무해서 눈물이 다 나더라. 2년 넘게 월드컵만을 바라보며 훈련하고 준비했던 것들을 한 번 펼쳐 보지도 못했다는 사실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완급을 조절하는 게임조절 능력, 최고의 골잡이들, 남미 특유의 빛나는 개인기…. 우루과이는 그렇게 강팀이었다. 지금의 우루과이도 20여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노장들은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황보 감독은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처럼 볼 컨트롤이 자유자재인 데다 패스도 뛰어나다. 오히려 당시엔 개인기 위주의 팀이었지만 지금은 전술과 수비력까지 강화됐다.”고 덧붙였다. 거칠고 지저분한 경기 스타일도 변수다. 손으로 잡아당기고 발로 걷어차는 것은 예사다. 심하면 침까지 뱉는다. 당시만 해도 대표팀은 이런 거칠고 더티한 스타일에 주눅이 들었다. 그래서 ‘더 거친 축구’를 주문했다. 우리도 달라졌다. 황보 감독은 “체력적인 면이나 정신적인 면에선 오히려 앞선다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수 개개인의 해외경기 경험이 늘어 지나친 긴장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황보 감독은 “특히 신·구세대의 조화와 잘 맞춰져 있는 포지션 체제는 눈에 띄는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최 감독도 “이제 앞선 예선전에서 드러난 측면 수비불안에 대비해야 한다. 나이지리아전 때도 사이드 돌파가 잦았다. 크로스할 때의 위치선정도 불안했다. 공격 때 좀 더 빠른 템포로 돌파해야 한다.”면서 “우루과이는 틈이 있으면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팀이기 때문에 수비전술에 있어서 절대로 틈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두 감독은 우루과이에 대해 “한국의 장기인 ‘세트피스’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나올 것이기 때문에 이번엔 다양화된 전술과 허리를 강화한 수비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남미팀들이 가장 까다로워하는 선수들이 바로 아시아 선수들”이라면서 “기동력·순발력·투지 등 남미선수들에게 부족한 점이 우리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황보 감독은 “지금까지 보여줬던 여유, 조직적인 세트 플레이, 공격적인 자세를 다시금 가다듬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속공’과 ‘세트피스’, 10번 포를란을 중앙미드필드에서 꽁꽁 묶는 ‘그물망 수비’로 우리가 못 이룬 ‘짜릿한 복수전’을 후배들이 해주리라고 믿는다.”고 일본땅에서 승리를 기원했다. 자,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 20년 전 선배들이 들었던 쓴잔, 겁 없는 후배들이 돌려줄 기회다. 백민경·김양진기자 white@seoul.co.kr
  • 박주영 자책골 맘고생 날린 프리킥

    박주영 자책골 맘고생 날린 프리킥

    2004년 10월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축구선수권 결승 한국-중국전.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등번호 ‘10번’이 전반 37분 문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며 수비수 4명을 차례로 제치고 골을 터뜨렸다. 이제껏 한국 선수가 보여 주지 못했던 아름다운 몸놀림에 팬들은 물론 동료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국은 우승컵을 차지했고, ‘10번’은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상을 휩쓸었다. 그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최우수 신인상도 받았다. 한국 공격수의 새로운 모델을 창조한 박주영(25·AS모나코)이 주인공이다. 5년여가 흘렀다. 23일 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한국-나이지리아전. 박주영은 1-1로 맞선 후반 4분 대니 시투(볼턴)의 파울로 아크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어 냈고 직접 키커로 나섰다. 한 번 숨을 고른 그는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 찼다. 예리하게 휘어진 공은 오른쪽 네트를 출렁였다. 그동안 그의 어깨를 짓누르던 월드컵 불운을 말끔히 털어버리는 순간. ‘축구천재’ 박주영의 인생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05년 K-리그 FC서울에서 데뷔한 박주영은 18골을 몰아치면서 득점 2위에 올랐다. 그를 보기 위해 구름관중이 몰렸다. 한 박자 빠른 슈팅과 폭넓은 시야에서 나오는 패스 능력, 유연한 드리블은 물론 타의 추종을 불허한 골 결정력까지. 스트라이커의 모든 덕목을 갖춘 스타 플레이어의 탄생은 ‘박주영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2005년 6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박주영은 또 한 번 진가를 드러냈다. 왼쪽 팔꿈치 탈골 부상을 안고 출전한 나이지리아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3분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실축했다. 하지만 후반 44분 프리킥 동점골을 터뜨렸다. 인저리 타임에는 강력한 슈팅으로 백지훈의 역전골을 만들어 냈다. 당연히 2006독일월드컵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그러나 막상 본선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외려 스위스와의 3차전에서 선제골의 빌미가 된 프리킥을 허용했다. K-리그에서도 혹독한 ‘2년차 징크스’를 겪는 등 시련이 찾아왔다. 의욕을 잃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천재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2008~09시즌 박주영은 프랑스 리그1의 AS모나코에 입단했다. 첫 시즌 31경기에서 5골 6도움, 2009~10시즌 26경기에서 8골 3도움. 완전히 다른 레벨의 선수로 올라섰다. 남아공월드컵 대표팀의 투톱 한 자리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부담이 너무 컸던 것일까.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 끊임없이 찬스를 만들어 내고도 정작 마무리를 못 지었다. 2차전에서는 세트피스에서 수비에 가담했다가 공이 그의 무릎을 맞고 골문으로 빨려들어 갔다. 웬만한 선수라면 주저앉을 상황. 하지만 박주영은 눈물을 닦고 일어서 첫 원정 16강의 일등공신이 됐다. 아르헨티나 팬들이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를 ‘축구의 메시아’라고 부르듯 이젠 박주영을 한국 축구의 메시아라고 불러도 될 듯싶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우주기원 열쇠’ 중성미자 질량 밝혀졌다

    ‘우주기원 열쇠’ 중성미자 질량 밝혀졌다

    태양을 비롯한 별의 중심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중성미자(뉴트리노)의 질량이 밝혀졌다. 우주 탄생의 비밀과 별의 내부 활동, 우주 구성 물질의 실체를 밝히는 열쇠를 제공하는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의 오퍼 라하프 교수 연구팀은 22일(현지시간) 물리학 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중성미자의 질량은 0.28전자볼트(eV) 이내”라고 밝혔다. 이는 중성미자의 질량이 원자 가운데 가장 가벼운 수소원자의 10억분의1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라하프 교수 연구팀은 직접적인 실험 대신 우주의 3차원 지도를 그리는 국제 공동연구 ‘슬론 전천 탐사’의 결과물을 이용해 중성미자의 질량을 쟀다. 우주 지도를 그린 뒤 은하계 행성들의 분포와 상호 역학관계를 분석해 중성미자의 질량을 추정해낸 것이다. 라하프 교수는 “2002년 이론적인 중성미자 질량 최대치가 1.8eV 이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면서 “이번 연구로 중성미자의 정확한 질량을 측정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현대 물리학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입자물리학 표준모형에 따르면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는 원자 핵을 만드는 6개의 무거운 중입자 ‘쿼크’와 6개의 가벼운 경입자 ‘랩턴’으로 구성돼 있다. 경입자 중 전자·뮤온·타우 등 세 종류의 중성미자는 한때 질량이 없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작고 가볍다. 엄지손가락 하나를 들고 있으면 1초 동안 태양에서 발생한 중성미자 수백억개가 손톱 부분을 통과할 정도로 많은 양이 존재하지만 지나는 물체와 상호작용을 전혀 일으키지 않아 ‘유령입자’로 불려 왔다. 물리학자들이 중성미자의 실체에 대해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중성미자가 우주 전체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의 주요 구성요소인 데다 우주 탄생과 별 활동의 핵심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물리학자들은 중성미자의 정확한 역할을 알면 빅뱅(대폭발) 직후 별과 은하가 어떻게 생성됐는지는 물론 태양을 비롯한 별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중요성 때문에 1930년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가 중성미자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입증한 뒤 관련 연구에서만 8명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기성용 프리킥-이정수 동점골 그리스 경기때 첫골과 판박이

    기성용 프리킥-이정수 동점골 그리스 경기때 첫골과 판박이

    눈을 의심했다. 데자뷔였다. 23일 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기성용(21·셀틱)이 올린 프리킥을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30·가시마)가 오른발로 살짝 밀어 넣었다. 마치 지난 12일 그리스전 전반 6분 얻어낸 선제골과 거의 똑같았다. ‘수비의 달인’ 이영표(33·알 힐랄)가 파울을 유도해 프리킥을 얻어낸 것까지 똑같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이지리아전에서는 이정수가 기성용의 프리킥을 헤딩으로 트래핑한 것 정도다. ‘택배’같은 프리킥을 올리는 기성용은 이정수와 ‘찰떡궁합’으로 전반 38분에 동점골을 만들었다. 한국 대표팀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시동을 건 것이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1라운드에서 나온 5골 중 3골이 세트피스 상황으로 이 중 2골은 ‘기성용-이정수’의 황금 콤비가 낳았다. 16강 우루과이전에서도 세트피스 기회가 마련되면 언제든지 골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둘의 찰떡궁합은 허정무 감독의 새로운 공격 루트가 된 것이다. 기성용은 186㎝에 75㎏으로 체격 조건이 좋다. 움직임이 빠르고 정교한 킥이 일품인 미드필더. 다만 몸싸움을 싫어하는 게 흠이지만, 기성용은 남아공월드컵에서 자기희생적인 플레이를 통해 스코틀랜드리그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생긴 경기력 공백을 대부분 회복하고 있다. 기성용은 도움 1개를 추가해 카카(브라질·2도움)와 함께 어시스트 부문 공동 선두에 나섰다. 공격수 출신으로 골감각이 탁월한 이정수는 지난해 일본 J-리그로 이적해 7골이나 터뜨렸다. 185㎝의 큰 키를 앞세워 중앙 수비에서 상대 공격수들과의 몸싸움, 공중볼 경합 등에서 뒤지지 않는 활약을 펼친다. 이번 대회에서도 ‘만점짜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공수에서 완벽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 조용형(제주)과 함께 중앙 수비를 책임지면서도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상대 골문 앞까지 올라와 공격에 가담한다. 이번 대회에서 2골을 넣은 이정수는 이날 현재 단숨에 득점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한국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아르헨티나 곤살로 이과인이 3골로 선두다. 수비수가 월드컵에서 두 골을 넣은 것은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기록한 이후 두 번째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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