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파열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등산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채병득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K팝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 연설
    2026-08-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434
  • [서울광장] 평창서 날아오른 최다빈과 젊은 영웅들/이순녀 논설위원

    [서울광장] 평창서 날아오른 최다빈과 젊은 영웅들/이순녀 논설위원

    나도 모르게 숨죽이고, 손에 땀이 밴 2분 50초였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 경기장인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들어설 때만 해도 가벼운 흥분 정도를 예상했을 뿐 이 정도로 관중석에서 긴장할 줄은 몰랐다. 은반 위 그녀는 오히려 의연했다. 자신감이 넘쳤고, 무대를 즐겼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없는 클린 연기를 마친 뒤 미소 짓는 그녀에게 박수와 환호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최다빈이 해냈다. 첫 올림픽 개인전 무대에서 개인 최고점 67.77점을 따내며 쇼트 8위를 기록했다. 23일 프리 스케이팅 결과를 봐야겠지만 이번 올림픽 목표인 ‘톱 10’에 한 발 더 가까워진 건 확실하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빈자리를 ‘연아 키즈’ 최다빈이 이토록 빨리 메울 줄은 몰랐다. “그동안 열심히 훈련했기에 나 자신을 믿고 뛰었다”고 말했지만 그는 지난해 어머니를 여읜 슬픔과 부상으로 인한 슬럼프가 겹치면서 올림픽 국내 선발전 포기도 고려했을 만큼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랬기에 지난 11일 단체전에서의 개인 최고 기록에 이어 또다시 최고점을 경신한 성과가 더욱 빛나고 소중하다. 올해 16살인 대표팀 막내 김하늘도 올림픽 데뷔전에서 전체 30명 가운데 상위 24명만 참가하는 프리 스케이팅에 진출했으니 한국 피겨계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평창올림픽이 연일 단비 같은 위로와 감동을 전하고 있다. 사실 평창올림픽은 흥행은 고사하고, 별 탈 없이 치르기만을 바랄 정도로 기대치가 낮았던 게 사실이다. 한데 뚜껑을 열고 보니 반전의 연속이다. 범작 수준을 예상했던 개회식은 우리 고유의 문화와 첨단 IT의 절묘한 조화로 기대 이상의 호평을 이끌어 내며 올림픽 흥행의 불씨를 댕겼다. 개회 직전까지 저조한 실적으로 조직위원회의 애를 태웠던 입장권 판매율도 93%를 넘어섰다. 강풍으로 설상종목 경기가 지연되고, 일부 시설물이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 정도를 빼면 안전하고 순조로운 올림픽이라고 자부할 만하다. 어떤 난관에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우리 국민의 저력이 새삼 놀랍다. 뭐니 뭐니 해도 올림픽의 주인공인 선수들이 보여 준 감동의 드라마, 휴먼 스토리가 일등공신이다. 국경과 이념을 뛰어넘어 스포츠로 평화와 화합을 이루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한 영화 같은 명장면들이 잇따랐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대표적이다. 세라 머리 감독과 박철호 북한 감독, 그리고 남북 선수들이 그제 스웨덴과 마지막 순위 결정전을 마친 뒤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올림픽 참가로 남북 단일팀이 급조되면서 여러 논란과 우려가 있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이들은 동료애로 똘똘 뭉친 ‘팀 코리아’로 거듭났다. 비록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지만 평화올림픽의 금메달감이라는 데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빙상 여제’ 이상화와 일본 선수 고다이라 나오의 우정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경기 뒤 감정에 북받쳐 울고 있는 이상화에게 고다이라가 “잘했어”라고 한국말로 위로해 주고, 함께 경기장을 돌며 관중에게 인사하는 장면은 경쟁자이면서 동반자인 두 선수의 속 깊은 우정과 복잡하게 얽힌 한ㆍ일 양국 관계를 극적으로 대비시키며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이런 게 정치가 흉내낼 수 없는 올림픽 정신이고, 스포츠의 위대함일 것이다. 경기에서 최종 경쟁자는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킨 멋진 스포츠 영웅들을 발견한 것도 평창이 준 행운이다. 허벅지 근육이 세 번이나 파열되는 혹독한 훈련 끝에 입문 6년 만에 스켈레톤 황제에 등극한 윤성빈, 일곱 차례 수술을 견디고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임효준, 그리고 캐나다와 스위스 등 컬링 강국을 차례차례 쓰러뜨리며 한국에 컬링 열풍을 일으킨 여자 컬링 대표팀은 인간 승리 그 자체다. 무엇보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에서 가치를 찾는 젊은 선수들의 긍정적이고 당당한 태도가 반갑고 기쁘다. 이제 평창올림픽도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후회 없이 경쟁하고, 아낌없이 응원하자. coral@seoul.co.kr
  • 여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북한 선수 왜 안 보여?

    여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북한 선수 왜 안 보여?

    출전시간, 한국 선수의 절반 수준…유효슈팅 1개 미미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포함된 북한 선수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유는 출전 시간도 적은데다 활약 자체가 미미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으로 전해졌다.단일팀은 지난 12일 강원 강릉의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세계 랭킹 5위의 강호 스웨덴에 0대8로 대패했다. 1차전 스위스전과 똑같은 스코어로 패한 단일팀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먼저 2패를 떠안아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단일팀은 한국 23명, 북한 12명 등 총 35명으로 구성됐다. 이중 발목 부상 중인 이은지를 제외하고 출전 가능한 선수 34명 중 한 경기라도 뛴 선수는 총 23명이다. 이중 한국 선수는 19명, 북한 선수는 4명이다. 주전 골리 신소정은 2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2경기 출전 시간을 평균했을 때 20분 이상을 뛴 스케이터는 박윤정(23분 53초), 박채린(21분 57초), 박종아(21분 41초), 엄수연(21분 19초), 최지연(20분 31초), 이진규(20분 5초) 등 총 6명으로 모두 한국 선수다. 특히 박종아, 최지연, 이진규는 공격수임에도 20분 이상을 뛰었다. 체력 소모가 극심한 아이스하키에서는 여자 공격수가 경기당 20분 이상을 뛰는 경우가 드문 편이다.북한 선수는 정수현(17분 38초), 김은향(9분 10초), 려송희(2분 33초·이상 공격수), 황충금(10분 4초·수비수) 등 4명이 출전 기회를 받았다. 북한의 ‘에이스’ 정수현이 그나마 많은 시간을 뛰었지만 그는 스위스전만 뛰고 스웨덴전에는 손목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스웨덴전에서 정수현의 빈자리를 채운 려송희는 출전 시간이 2분 33초로 간헐적으로 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은향, 황충금도 10분 안팎으로 뛰었지만 실제 1피리어드에서는 거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단일팀이 스위스, 스웨덴전에서 1피리어드를 각각 0대3, 0대4로 마치며 승부가 일찌감치 결정되자 2피리어드와 3피리어드에 집중적으로 출전 시간이 불어났다. 북한 선수 4명 중에서 유효 슈팅을 기록한 선수는 정수현 한 명뿐이다. 정수현의 유효 슈팅 1개가 북한 선수들이 올림픽 2경기에서 남긴 기록 전부다.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이 이끄는 단일팀은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부상자가 속출하며 전력의 근간이 흔들렸다. 2라인 공격수인 이은지는 지난 4일 스웨덴과 평가전에서 발목 인대가 부분 파열되는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2라인 센터인 랜디 희수 그리핀과 1라인 공격수로 활약했던 박은정(캐롤라인 박)은 각각 고관절, 발목 부상으로 현재 제 컨디션이 아니다. 이런 상황 탓에 1라인 의존도는 급격하게 높아졌다. 1라인은 이번 올림픽에서 2경기 모두 20분 안팎의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2라인에서도 스웨덴전에서 20분 이상을 뛴 선수는 2명이었다. 하지만 당시 경기에서 2라인 공격수로 등장한 김은향은 11분 6초를 뛰는 데 그쳤고, 그마저도 승부가 기울어진 3피리어드에서만 5분 8초를 뛰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포기 않는 투혼으로 미래 밝힌 젊은 선수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연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부상과 실수, 패배에도 굴하지 않는 이들의 열정과 불굴의 의지는 우리 국민에게 자부심과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겨 주고 있다. 7번의 수술이라는 역경을 이겨 내고 남자 쇼트트랙에서 우리에게 첫 금메달을 안겨 준 임효준(22)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인간 승리의 드라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6학년생들을 제치고 종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천재 소리를 듣던 그는 잦은 부상과 싸워야 했다. 정강이뼈가 부러져 1년 6개월을 쉬며 선수 생활의 기로에 서기도 했고, 이후에도 발목 인대 파열, 허리 압박 골절, 손목 골절까지 하나를 극복하면 또 다른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선수는 고사하고 일상생활마저 힘들 만큼 잦은 부상이었지만, 그는 고된 재활을 통해 이를 극복해 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기적의 드라마에 온 국민이 열광하는 이유다. 심석희(21), 최민정(20), 김예진(19), 이유빈(17)이 출전한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팀은 반전의 드라마로 우리를 감동시켰다. 23바퀴를 남겨 놓은 초반 이유빈이 넘어지면서 모두가 ‘끝났다’고 여길 때 그들은 일어나 질주를 이어가 마침내 막판 1위로 결선에 진출하는 대역전 드라마를 엮어 냈고, 관중은 기립박수로 그들의 투혼에 답했다. 비록 2승 5패로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컬링 믹스더블(혼성 2인조) 이기정(23)-장혜지(21)조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유쾌한 웃음과 날카로운 기합, 격려로 ‘컬링 남매’로 불리며 국민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고,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낳게 했다. 아직 초반이지만 우리는 올림픽에서 지난 1월 열린 ‘2018 호주오픈테니스대회’에서 메이저 대회 첫 4강 신화를 일군 정현(22)에게서 보았던 우리 젊은이에 대한 희망을 보게 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실패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경기를 즐긴다는 점이다. 정현은 고도근시와 난시지만 안경을 쓴 채 테니스를 지속했고, 호주오픈에서는 발바닥이 파이는 고통을 참아 내고 4강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뤄 냈다. 그는 매사 당당했고, 거리낌 없는 답변으로 주변을 매료시켰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메달의 색깔이나 순위는 중요치 않다. 실수나 패배에 굴하지 않고, 경기에 참가해 즐기며 투혼을 불사르는 평창의 우리 젊은이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찬사를 보낸다.
  • 7전8기 ‘오뚝이’… 포기 없는 Korea

    7전8기 ‘오뚝이’… 포기 없는 Korea

    임효준은 결승에서 무려 9명의 주자와 출발선에 섰다. 긴장감 속에 초반 중간에서 레이스를 펼치던 그는 아홉 바퀴를 남긴 상황에 이르자 막내 황대헌과 속도를 붙여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다. 이어 4바퀴를 남기고 네덜란드 싱키 크네흐트(은메달)에게 선두를 빼앗겼지만 임효준은 순간 파워와 영리한 레이스로 1위를 되찾은 뒤 과감한 역주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끊었다. 관중들은 임효준을 연호했고 그의 오뚝이 같은 ‘인생 드라마’는 결국 금빛으로 완성됐다. 임효준은 “모두에게 감사한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임효준은 평창에 오기까지 부상으로 무려 7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어린 시절 수영 선수로 뛰다가 고막을 다쳐 쇼트트랙으로 전향한 그는 정강이뼈 골절, 오른발목 골절, 오른쪽 인대 파열, 요추부염좌 등 멀쩡한 곳이 없었다. 이런 부상이 국가대표 선발전마다 발목을 잡았다. 평창에서도 허리 통증을 견디며 대한민국에 값진 첫 금을 안겨 ‘오뚝이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임효준은 2012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열린 제1회 동계유스올림픽(14~18세)에서 금과 은메달 1개씩을 따며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발목, 허리 등을 돌아가며 지긋지긋한 부상 악령에 시달렸고, 대표 선발전에 빠지면서 존재감도 사라졌다. 그가 다시 돌아온 것은 2016년 4월 열린 대표 선발전이다. 1차에 이어 2차 대회에서도 우승하며 종합 1위로 성인 대표팀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면서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티켓도 동시에 움켜쥐었다. 임효준은 이번 시즌 두 차례 월드컵에서 1000m, 1500m, 5000m계주 등 3개 종목에서 금메달, 500m에서도 은메달을 따 기대를 모았다. 임효준은 러시아로 귀화한 ‘우상’ 안현수(빅토르 안)처럼 막판 뒤집기승을 이끌어내는 폭발적인 스피드가 강점이다. 이 때문에 1500m보다 단거리인 500m와 1000m에서 더 강한 자신감을 보여 왔다. 그가 남은 경기에서 다관왕이 점쳐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내가 딴 출전권, 왜 협회가 포기하나”

    “내가 딴 출전권, 왜 협회가 포기하나”

    “내가 힘들게 얻은 출전권을 나랑 상의 한 번 하지 않고 포기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프리스타일스키 하프파이프 국내 1호 선수 김광진(사진ㆍ23)이 대한스키협회가 지난달 28일 국제스키연맹(FIS)에 제출한 최종 출전 명단에서 빠진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지난 연말부터 협회의 지원이 줄어들자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대회에 출전해 올림픽 출전 기준인 FIS 포인트(50)와 월드컵 랭킹 30위 안에 들어 한국에선 유일하게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냈는데 그의 부상을 이유로 이름을 빼버린 것이다. 김광진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평창만 바라보고 4년을 살았는데 당사자와 한마디 나누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결정했다. 직접 통보한 것도 아니었다. 외국인 코치에게서 전해 들었을 때 허무함에 눈물까지 났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중국 허베이성에서 열린 FIS 프리스타일스키 월드컵 1차 시기에서 70.40점을 얻어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2차 시기에서 왼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현재 그는 목발에 의지하지 않고 걸을 정도로 회복됐다. 그와 트레이너들은 완주는 물론 기대 밖의 좋은 성적도 거둘 수 있다고 출전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해 왔다.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낸 선수를 출전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상의조차 하지 않은 건 절차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행정 편의주의’란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협회는 “수술 집도의 등의 공신력 있는 자료들을 바탕으로 선수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지금 몸 상태로 경기에 나가는 게 괜찮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하프파이프 공식 연습일은 오는 17일, 경기는 20일 열리는데 일단 이름을 올려놓고 나중에 출전 여부를 판단해도 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굳이 스키협회가 이렇게 서둘러 출전권을 포기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스키협회는 “그의 부상 사실을 다른 선수들도 뻔히 아는 상황에서 기술위원회 등에서 이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경기도, 재난거점병원 중심 응급의료협력시스템 구축

    경기도, 재난거점병원 중심 응급의료협력시스템 구축

    경기도가 지진이나 대형화재 등 재난상황에 대비한 응급의료시스템 구축을 본격화한다. 이를 위해 재난발생에 대비한 환자구조 체계를 세우고, 관련 기관 간 협력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경기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 거버넌스를 통한 재난대응 의료시스템 구축 계획’을 마련하고, 올해부터 본격 시행에 나선다고 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재난발생 시 아주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차병원, 한림대성심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명지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등 7개 재난거점병원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또 도내 44개 보건소와 34개 소방서, 63개 응급의료기관이 협력해 재난피해 사상자를 효율적으로 치료하는 응급치료 체계를 구축한다. 도 관계자는 “재난 발생 현장 치료와 환자이송, 응급환자 치료 등 각 단계별 상황에 따른 대응방법이 있지만 이를 숙지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현장과 이송, 병원치료 등 각 단계별 책임주체가 자신의 임무를 알고, 응급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이를 실천하도록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도는 지난해 재난현장에서 현장응급의료소를 운영 중인 도내 44개 보건소 전 직원(1322명)을 대상으로 현장 대응 훈련을 실시한 결과, 교육 전 25%에 불과했던 역할 인지도가 77%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재난 발생 상황에서 뭘 해야 할지 잘 몰랐던 직원들이 훈련을 거치면서 환자구조 활동이 신속·정확하게 이뤄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도는 올해 7개 재난거점병원을 중심으로 각 병원별 재난전담 교육팀을 구성하고, 재난대비 응급 교육을 전문·활성화하기로 했다. 교육팀은 관할 지역 내 보건소와 소방서를 대상으로 응급환자 분류방법, 현장응급진료소 설치방법 등의 합동재난대응교육을 진행한다. 교육팀은 또 병원의 재난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 재난대응 교육콘텐츠를 교육팀에 보급해 훈련에 활용할 방침이다. 병원 내 재난대응 교육콘텐츠는 장파열, 다발성 외상 등 40여개 응급환자별 상황 카드로 구성돼 있으며 훈련 참가자들이 진료, 수술·입원, 전원 등의 조치를 통해 응급대처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응급의료기관 원내재난대응 교육은 올해 총 10회 예정돼 있다. 도는 오는 10월 1개 병원을 지정해 재난대응 종합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류영철 도 보건정책과장은 “재난 발생시 지역 내 신속한 조치 및 대응으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평소 유관기관과 네트워크 구축 및 지속적인 교육훈련으로 효율적 재난시스템이 가동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집에서 더 예뻐지자

    집에서 더 예뻐지자

    집에서 스스로 하는 미용 관리를 돕는 ‘홈 뷰티기기’가 정보기술(IT)을 입고 진화하고 있다. 피부과나 전문 관리실을 찾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아 1인 가구, 욜로족(YOLO·현재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트렌드를 타고 관련 시장도 불어나는 추세다.●작년 4500억 규모… 해마다 10% 이상 급성장 28일 L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홈 뷰티기기 시장은 지난해 약 4500억원 규모로 해마다 1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 시장은 약 5조원 규모인데 2020년 61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피부과 레이저와 유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각종 전자 기술들을 채용한 홈 기기들이 늘면서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기존 홈 미용기기들은 외국산이 70% 이상 장악하고 있었지만 최근 국내 업체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필립스, 파나소식, 히타치, 샤프 등 전자업체와 뉴스킨, 트리아뷰티 등 미용기기 전문기업, 여기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로레알 등 화장품 업체들이 3파전을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LG전자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홈 뷰티기기 브랜드 ‘프라엘’(Pra.L)은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 피부 탄력관리, 화장품 흡수 촉진, 클렌징 등 네 가지 용도의 기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 제품인 ‘더마 LED 마스크’는 적색 파장과 적외선이 피부에 서로 다른 깊이로 침투해 얼굴 피부톤, 탄력 개선에 도움을 준다. LG전자 관계자는 “뷰티기기는 LED 광학, 고주파, 진동 등 소형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기술이 활용돼 IT 업체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국내 화장품업계 3파전… IT 접목 시너지 일본 미용기기업체 야만은 ‘RF 보떼 시리즈’로 지난해 말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1㎒의 고주파열인 라디오파(RF)를 비롯해 이온, 롤러 등 다섯 가지 기능을 기기에 넣어 피부 콜라겐 생성을 촉진, 피부톤, 주름, 탄력 등 다양한 고민을 한번에 케어해 주는 안티에이징 기기다. 로레알 그룹의 클렌저인 ‘클라리소닉’은 2013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진동 클렌저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아모레퍼시픽도 ‘메이크온’(MakeON) 브랜드를 내놨다. 빛과 미세전류로 피부를 가꾸는 스킨 테라피, 클렌징, 마그네틱 마사지 기기 등이 포함돼 있다. 단편적인 관리에서 나아가 ‘제모+피부결 개선’, ‘클렌징+트리트먼트’ 등 일석이조 기능을 갖춘 신제품도 나오고 있다. 주로 얼굴에 직접 사용하는 만큼 안전성을 확인하는 게 필수다. LG전자는 LED 빛으로부터 눈부심을 막도록 2중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피부에 직접 닿는 부분은 의료용 소재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홈 뷰티기기도 고급 기능에 안전장치를 강화해 프리미엄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캄보디아 교통사고 학생 1명 여전히 위독

    캄보디아 교통사고 학생 1명 여전히 위독

    지난 22일 캄보디아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우리나라 중·고교생 8명 중 1명이 여전히 위중한 것으로 확인됐다.24일 경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현지 병원에 입원 중인 산청고 1학년 김모 양의 상태가 여전히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머리를 크게 다친데다 장 파열, 다리 골절 등의 큰 부상을 입어 수술을 하지 못하고 약물 치료를 하며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전날 도교육청과 산청군 등 요청으로 현지에 파견돼 이날 새벽 학생들을 살펴본 서울대 의료진 7명은 김 양이 현지에서 수술을 할 지 등 여러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양의 동생도 뇌 수술을 받고 위중한 상태였지만, 국내 의료진은 수술이 양호하게 진행돼 잘 치료받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중상자로 분류된 2명과 나머지 경상자 4명 역시 다행히 상태가 크게 나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의료진과 도교육청은 이날 중으로 부상자들을 현지에서 계속 치료할 지,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학생들을 귀국시킬지 판단할 예정이다. 산청고·산청중, 태봉고 입학 예정자 신분인 여학생 8명은 지난 22일 오전 캄보디아 입국 직후 프놈펜에서 시하누크빌로 이동하던 중 프놈펜에서 약 50㎞ 떨어진 바이에이구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최다빈·김하늘 “평창 최종 리허설, 잘 치를게요”

    최다빈·김하늘 “평창 최종 리허설, 잘 치를게요”

    최 “어려운 점프 시도… 감각 회복 짝짝이 부츠, 올림픽까지 신을 것”“지금껏 연습한 것을 점검한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뛰겠습니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국가대표 최다빈(18·수리고)은 22~2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대회 참가차 2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단단히 각오를 다졌다. 김하늘(16·평촌중)도 “평창올림픽 직전에 치르는 대회인 만큼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는 게 좋다”며 활짝 웃었다. 이들은 24일 쇼트 프로그램, 26일 프리 스케이팅에 나선다.최다빈은 “세 차례 국가대표 선발전에 곧장 이어진 대회라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긴 하겠지만 4대륙 선수권대회와 올림픽을 잇달아 나갈 수 있어서 영광이며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여자 싱글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딴 최다빈은 지난 7일 올림픽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평창행 티켓을 확보했다. 지난해 모친상과 발목 부상, 부츠 부적응으로 국제 대회를 몇 차례 건너뛴 최다빈은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국제무대 감각을 되살리는 데 목표를 뒀다. 최다빈은 “시즌 초 컨디션 탓에 기술을 소화할 수 없어서 어려운 걸 다 뺐는데 3차 올림픽 선발전부터는 지난 시즌에 시도했던 점프 등을 다 포함시켰다”며 “지금 프로그램을 조금 다듬어 평창까지 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3차 선발전 때 신었던 ‘짝짝이 부츠’도 올림픽까지 이어 간다, 최다빈은 최근까지 맞지 않은 부츠로 발목 통증에 시달리다 3차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왼쪽은 2년 전 신었던 부츠, 오른쪽은 지난해 부츠로 교체했다. 최다빈은 “3차 선발전 때 신었던 부츠가 제일 맞는 것 같다”며 “부츠 발목 부분이 물렁해지긴 했지만 더 이상 변화를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최다빈은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싱글과 함께 단체전에도 참가한다. 최다빈은 “한국 대표팀이 최초로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 출전하게 됐는데 일원으로 참가하게 돼 영광”이라며 “개인전에 앞서 큰 무대를 경험하게 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선발전 2위로 평창행을 굳힌 김하늘도 “클린 연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기술적인 면을 보완했고 예술적인 부분에서도 점수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표현력 등에 신경을 썼다”며 이번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3차 선발전 당시 허벅지 근육파열 부상을 겪은 김하늘은 “아직 100퍼센트 완치되지 않았지만 선발전 때보다 많이 나아져 연습하는 데에는 괜찮다”고 말했다. 4대륙 선수권에선 아이스댄스(민유라-알렉산더 겜린)와 페어(김규은-김강찬)도 평창올림픽 최종 실전 리허설을 펼친다. 북한 페어 렴대옥(19)-김주식(26) 조도 기량을 점검한다. 평창올림픽 남자 싱글 대한민국 대표 차준환(17)은 4대륙 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대신 캐나다 토론토에서 회복 훈련을 갖는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스키라면 전부 잘 타고 싶은 ‘천생 스키어’… 슈퍼G 넘어 알파인 5종목 모두 메달 도전

    스키라면 전부 잘 타고 싶은 ‘천생 스키어’… 슈퍼G 넘어 알파인 5종목 모두 메달 도전

    4년 전 소치의 슈퍼대회전(Super G)에서 금메달을 땄던 셰틸 얀스루드(33·노르웨이)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얼마나 메달을 늘릴지 관심을 끈다.얀스루드는 슈퍼G가 주 종목이지만 알파인스키 다섯 종목 모두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선수다. 지난해 평창 테스트이벤트 대회 활강에서 우승하며 평창 금메달 가능성을 부풀렸다. 당시 그는 “최고가 되고 싶으면 모든 종목에서 스키를 잘 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올림픽에서 훨씬 많은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고 말했다. 1994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릴레함메르 근처 빈스트라에서 자라난 그는 2012년 크비트피엘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슈퍼G에서 처음 우승한 뒤 같은 슬로프에서 여섯 차례 더 우승했다. 2004년 마리보르(슬로베니아)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딴 뒤 2010년 밴쿠버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카를로 얀카(스위스)에 이어 올림픽 첫 메달을 은메달로 장식했다. 월드컵엔 3년 뒤 데뷔해 활강에서만 8승을 차지했다. 월드컵 시상대에 오른 것은 41차례, 우승 횟수는 19승인데 9승을 슈퍼G에서, 한 차례 평행대회전, 한 차례 알파인 복합에서 거뒀다. 2006년 토리노에서 올림픽에 데뷔했는데 대회전 경기 도중 엄지를 다쳐 복합 10위에 그쳤고 수술 때문에 일찍 시즌을 접었다. 복귀한 뒤 2010년 밴쿠버 대회 은메달과 월드컵 연승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2013년 슐라드밍(오스트리아) 세계선수권 슈퍼G 도중 넘어져 오른 무릎이 파열되는 더 끔찍한 부상을 당했다. 소치올림픽에서 “많은 이들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보다 훨씬 빨리 재활에 성공”해 슈퍼G 금메달과 활강 동메달을 따냈다. 그는 완고함과 성실함, 절대 포기하지 않은 점을 빠른 복귀 요인으로 꼽았다. 2016~17시즌엔 두 차례 활강 우승에다 세 차례 슈퍼G 우승, 한 차례 슈퍼G 은메달로 더 흡족한 시즌을 보냈다. 평창을 겨냥해선 “꿈을 좇을 수 있어 자랑스럽다. 계속 이겼으면 좋겠다”고 욕심을 보였다. 하지만 얀스루드는 1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키츠부헬에서 열린 월드컵 슈퍼G에서 1분31초22로 대표팀 동료 악셀 룬드 스빈달(1분30초72)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2017~18시즌 네 차례 슈퍼G 월드컵에서 얀스루드는 260점으로 선두, 스빈달이 214점으로 2위이지만 활강에선 스빈달이 420점으로 1위, 얀스루드는 238점으로 3위다. 임병선 선임기자bsnim@seoul.co.kr
  • 작년 과로 산재신청 10명 중 3명 ‘승인’

    작년 과로 산재신청 10명 중 3명 ‘승인’

    업무상 질병 인정도 절반 넘어 지난해 과로(뇌심혈관계질병)로 인해 죽거나 다쳤다며 산업재해 신청을 한 노동자 10명 중 3명이 산재 승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유가족이나 재해 당사자에게 전가됐던 입증 책임이 완화되면서 승인율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1911건의 신청건수 중 421건(승인율 22.0%)만 인정됐던 과로 산재가 지난해에는 809건 중 589건(32.6%)으로 증가했다. 과로 산재뿐 아니라 근골격계 질병, 직업성 암, 정신질병 등 업무상 이유로 질병을 얻었다며 제기한 산재 신청 8715건 가운데 4607건(52.9%)이 승인된 것으로 집계됐다. 2016년 44.1%와 비교하면 8.8% 포인트 정도 높아진 수치다. 정신질병은 14.5% 포인트 증가한 55.9%, 근골격계는 7.5% 포인트 늘어난 61.5%, 직업성 암은 2.6% 포인트 늘어난 61.4%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지난해 9월부터 폐암·후두암 등은 석면에 10년 이상 노출된 경우, 소음성난청은 85㏈(데시벨) 이상에 3년 이상 노출되면 산재로 당연 인정되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현재 만성과로 기준인 ‘쓰러지기 직전 12주 평균 주당 60시간 이상 일한 경우’에는 개인 질병이라는 반증이 없으면 산재로 인정하고, 근무일정 예측 곤란 업무, 교대제 업무, 휴일 부족 업무 등 7가지의 업무부담 가중요인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판단한다. 실제로 개선된 과로 산재 인정 기준에 따라 주야간 교대제 근무를 하다 뇌동맥류파열로 사망한 노동자가 산재를 인정받기도 했다. 해당 노동자는 12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1시간으로 나타나 기존 기준으로는 불승인이 예상됐지만, ‘야간근무의 경우 시간의 30%를 가산한다’는 기준과 교대제라는 업무부담 가중요인으로 인해 산재로 인정됐다. 주평식 고용부 산재보상정책과장은 “올해부터는 과로에 대한 산재 기준이 좀더 완화되고, 입증책임도 근로복지공단으로 전환되면서 업무상 질병에 대한 산재 승인율이 좀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재채기할 때 코·입 막으면 식도 근처 파열될 수 있다”

    “재채기할 때 코·입 막으면 식도 근처 파열될 수 있다”

    재채기가 나오면 가려야 하지만 코와 입을 꽉 막으면 식도 근처가 파열될 수 있다고 영국의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나섰다. 많은 사람은 재채기가 나오려고 하면 본능적으로 참기 위해 입과 코를 모두 막는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때때로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레스터 대학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34세 남성 환자의 사례를 통해 확인됐다. 이 환자는 목이 부어 매우 아프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영국의학저널 사례보고’(BMJ Case Reports) 최신호(15일자)에 실린 이번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해당 환자는 재채기를 참다가 입안과 식도 사이 부분인 인두에 천공이 생겨 부르하베증후군을 진단받았다. 연구진은 “해당 환자는 코를 꽉 잡고 입을 다문 채 재채기를 참으려고 했다가 목 근처에서 뭔가가 폭발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환자의 CAT(컴퓨터 단층촬영) 검사 이미지를 살펴보니 억제된 재채기의 압력에 의해 목 속 인두 뒷부분이 파열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재채기가 나올 때 콧구멍과 입을 막는 행위는 위험하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재채기를 참다가 다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드물긴 하지만 재채기를 참다가 양쪽 폐에 공기가 고이거나 뇌동맥류(뇌혈관이 얇아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가 파열한 사례도 있었다. 사진=hstrongart / 123RF 스톡 콘텐츠(왼쪽), BMJ Case Reports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분만 중이던 산모·태아 숨지게 한 의사 벌금 1000만원

    분만 중이던 산모·태아 숨지게 한 의사 벌금 1000만원

    분만 중이던 산모와 태아가 죽게 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 조미옥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김모(58)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김씨는 2015년 1월 10일 산모 A(당시 29)씨에게 무리하게 유도 분만을 하다가 자궁을 파열시켜 산모는 과다출혈, 태아는 자궁내 저산소증으로 죽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 판사는 “피해자들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다”면서도 “유족과 합의가 이뤄졌고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한다”고 벌금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김씨는 2014년 8월 산모 B씨의 출산 과정에서 진공흡입기를 이용한 흡입 분만을 무리하게 시도하다 아기에게 두개골 골절 상해를 입혀 출산 직후 죽게 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조 판사는 “흡입 분만에 의한 두개골 골절은 흔히 발생하는 분만 손상 중 하나로, 이 손상은 태아의 사인에 속하지 않으리라고 판단된다는 부검 감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재채기할 때 코·입 막으면 식도 근처 파열”

    “재채기할 때 코·입 막으면 식도 근처 파열”

    재채기가 나오면 가려야 하지만 코와 입을 꽉 막으면 식도 근처가 파열될 수 있다고 영국의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나섰다. 많은 사람은 재채기가 나오려고 하면 본능적으로 참기 위해 입과 코를 모두 막는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때때로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레스터 대학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34세 남성 환자의 사례를 통해 확인됐다. 이 환자는 목이 부어 매우 아프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영국의학저널 사례보고’(BMJ Case Reports) 최신호(15일자)에 실린 이번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해당 환자는 재채기를 참다가 입안과 식도 사이 부분인 인두에 천공이 생겨 부르하베증후군을 진단받았다. 연구진은 “해당 환자는 코를 꽉 잡고 입을 다문 채 재채기를 참으려고 했다가 목 근처에서 뭔가가 폭발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환자의 CAT(컴퓨터 단층촬영) 검사 이미지를 살펴보니 억제된 재채기의 압력에 의해 목 속 인두 뒷부분이 파열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재채기가 나올 때 콧구멍과 입을 막는 행위는 위험하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재채기를 참다가 다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드물긴 하지만 재채기를 참다가 양쪽 폐에 공기가 고이거나 뇌동맥류(뇌혈관이 얇아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가 파열한 사례도 있었다. 사진=hstrongart / 123RF 스톡 콘텐츠(왼쪽), BMJ Case Reports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신년 인터뷰] “현 다당제는 파열된 양당제일 뿐… 개헌 때 선거제 개혁해야”

    [신년 인터뷰] “현 다당제는 파열된 양당제일 뿐… 개헌 때 선거제 개혁해야”

    법정에서, 또 거리에서 국내 인권, 환경, 복지 분야의 개선을 위해 활동해 온 원로 인권변호사 최병모(69) 법무법인 양재 대표가 요즘 ‘정치제도’를 강의하고 있다. 직접 프레젠테이션(PPT) 강의 자료를 만들어 부르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의 PPT 자료를 들춰 보니 1987년 체제의 한계, ‘차악 선택’의 수단이 된 소선구제의 병폐, 사회 다양성 구축에 초점을 맞춘 각국 제도에 대한 고민이 빼곡했다.“결국 제도입니다. 제도가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규정합니다. 1987년에서 한 세대가 지난 지금 다양한 사상이 각축을 벌이고 건전한 경쟁이 펼쳐지는 합리적인 정치제도를 설계해야 합니다.” 그는 공안 정국에 맞서 정의실천법조인회(1986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1988년) 창립에 참여해 인권운동을 하고, 환경운동연합 전신인 공해반대시민운동협의회를 창립(1986년)하고, 민변 회장을 맡아(2002년) 권력 하수인 노릇에 중독된 검찰·법조의 개혁을 외치고,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이사장을 맡아(2007년) 국가의 후견적 역할을 강조하다 보니 “결국 정치제도가 문제”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현재는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비례대표제로 전환할 것을 주창하는 ‘비례민주주의연대’(대표 하승수·최태욱)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정치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개헌 움직임이 가시화된 올해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촛불집회에 참가했나. -지난겨울 광화문, 서울시청 앞에서 안국동, 종로까지 참 많이 걸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독재 정권의 부활 시도였는데 시민이 꺾었다. 촛불집회는 혁명이었다. 길게는 4·19 혁명, 5·18 광주, 6·10 항쟁의 연장선상에 있는 역사적 경로였다고 본다. 이제 촛불혁명을 완결하는 게 우리 사회의 목표가 돼야 한다. →촛불에 담긴 개헌의 의미는. -개헌과 함께 선거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1987년 우리나라는 대통령 직선제만 도입하고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전의 소선거구 1위 대표제(하나의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 1명을 선출하는 제도)를 그대로 유지했다. 영국, 미국, 일본, 멕시코, 한국 등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나라들의 특징은 양당제 국가라는 것이다. 프랑스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에 따르면 ‘소선거구제에서는 유권자가 사표 방지 심리에 지배되는 결과 양당제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양당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 결과를 가져오고 따라서 투표율도 낮다. 역으로 비례대표제는 견고한 다당제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의회는 서서히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개혁될 것이다. →20대 총선과 국정 농단 사태, 19대 대선을 거치며 원내 정당이 5개인 다당제가 되지 않았나. -지금의 상태는 정상적인 다당제가 구현된 것이 아니라 정치공학적인 이유로 양당제가 파열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게 옳다. 우리나라 정치엔 또 지역 구도가 강하게 작용하니 어떤 지역의 맹주가 나타나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정당이 만들어졌다가 없어지는 일이 되풀이된다. 역대 대통령마다 당선을 전후해 새 당을 만들었다. 그런 ‘팬덤정치’에서는 국가와 사회를 어떻게 설계하겠다는 전망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사상이 제시되고 경쟁하는 체제가 이뤄져야 다당제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선 7~10% 지지를 받는 녹색당이 598석의 의석 중 40~60여석을 얻는다. 녹색당이 연합정부(연정) 구성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원전 폐기를 요구하자 이 정책이 실제 추진됐다. 후쿠시마 사태를 경험하고도 핵 마피아 세력을 무시하지 못하는 보수정당 의원들의 무기력으로 핵 폐기 정책을 채택하지 못한 일본과 차이가 얼마나 큰가. 우리도 의석을 400석으로 늘리고 150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하여 정당 득표율에 따라 총의석을 배분하더라도 의회가 개혁되면 현재의 예산으로 충분할 것이다. →국정 농단을 거치며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 목소리가 높은데.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새누리당)이 개헌선까지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4당 체제가 됐다. 그리고 선거 이튿날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기소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한다. 2011년에 이미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임신부가 죽었고 피해자가 수백 명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소환도 안 하던 검찰이 왜 그랬을까. 그것이 바로 의회가 국정의 지배권을 가졌을 때의 차이다. 최순실 사태가 폭로될 수 있었던 힘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하지만,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의회의 견제 기능이 작동하지 못해 언젠가는 제2의 박근혜가 출현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혁해 의회가 국정의 중심이 되는 의회중심주의 국가로 가야만 민주주의가 도약할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뿐 아니라 서울시 조작간첩 사건 등에서 검찰이 증거조작 사실이 폭로됐는데도 무리하게 공소 유지를 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는데. -검찰이 결정권자가 아니라 의회를 장악한 정권의 하수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권력과 같은 배후세력도 사과를 못 하는 게 ‘잘못했다’고 하면 지지세력 30%마저 등을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각자 지지세력 30%를 확보한 채 나머지 40%의 부동층을 두고 양대 정당이 싸우는 체제에서는 끝없이 대립해 국민을 분열시키려고 하고, 자기 세력에 불리한 진실은 은폐하려 한다. 그리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담합해 서로 부정을 눈감아 준다. →시혜적 복지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초기에 독일의 비스마르크나 박정희 정권 같은 보수정권이 서민층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복지제도를 도입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선별적, 시혜적 복지에 그칠 뿐이다. 그것은 사람을 소득수준에 따라 구별 짓고, 복지 급여를 받으려면 정부의 재산·소득·가족관계 조사를 감수해야 하며, 그 결과 수급받는 쪽은 차별당하고 위축돼 사회가 분열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회안전망, 국가의 후견적 역할에 충실한 보편주의 복지만이 복지를 통해 통합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 경우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납세자의 당연한 권리가 된다. →1987년 체제의 한계를 지적했는데. -1987년에 우리가 전두환 독재 정권의 항복을 받아 내고 나자 시민들은 모두 이제는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고 다음날부터는 생업으로 복귀했다. ‘너희들이 잘해 봐’ 하며 당시 독재 정권의 아성이던 민정당과 무기력한 야당 등 기성 정치인들에게 다시 헌법 개정을 맡겼으니 다른 안이 나올 수 없었다. 또 당시 (대통령 직선제를 겨우 되찾은) 우리는 의회 구성에 소선거구제가 아닌 다양한 선거제도가 있다는 사실이나 그 정치적인 함의를 잘 알지 못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인 민주주의를 위해 쉼 없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1987년과 다르게 청년들이 지금 처한 현실 때문에 힘들어하고 희망 없음에 또 힘들어하는데. -그래도 항상 청년들이 현실을 바꾸는 데 앞장서 오지 않았나.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선거개혁을 주도하면 좋겠다. 선거개혁으로 원내 정당이 6~7개쯤 된다면 결국 좌파에서 중도우파까지 의석의 70%는 중산층 이하의 지지에 기반을 두게 될 것인데, 그러면 당연히 청년을 위한 정책에 우선순위가 주어질 것이다. 인구절벽이 눈앞에 와 있고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1.2 수준인데도 저출산 문제 해결이 왜 안 될까.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처럼 보수층이 자기의 이익을 양보하지 않으려는 음모 때문에 부실한 보육복지가 개선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보육, 의료 등의 영역은 다른 어떤 영역보다도 공공성이 우선돼야 함에도 그렇다. →올해 정치제도 변화는 실현될 수 있을까.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가톨릭에서 말하는 ‘대희년’(모든 것을 제자리로 회복하는 해)이 되기를 기대한다. 1987년 6월에 못 했던 것을 할 때가 됐다.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국가 권력으로 사익을 추구한 이명박·박근혜 사태에 책임이 있는 보수 정치권력 중에 왜 반성하는 이가 없을까 신기할 지경이다. 그것을 제압할 수 있는 힘 역시 국민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antea@seoul.co.kr
  • 북쪽은 영하 50도, 남쪽은 47도… ‘100도차 혹한혹서 앓이’

    북쪽은 영하 50도, 남쪽은 47도… ‘100도차 혹한혹서 앓이’

    북반구 美 등 폭탄 사이클론 덮쳐 체감 영하 69도까지 떨어지기도 남반구 호주는 80년 만에 폭염 호주 오픈 중단·단전사태까지 “지구온난화가 기상이변 초래”북반구는 혹한으로, 남반구는 혹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동부는 체감기온이 영하 70도 가까이 떨어지는가 하면 폭설과 강풍이 겹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서유럽에선 겨울 폭풍으로 곳곳이 쑥대밭이 됐다. 여름인 호주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기가 끊기고 비상사태가 선언됐다. 역시 지구온난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7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캐나다와 미국 동부 지역에 폭설과 강풍을 동반한 ‘폭탄 사이클론’(bomb cyclone)이 강타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뉴햄프셔주 마운트 워싱턴의 기온은 영하 38도, 체감기온은 영하 69.4도까지 떨어졌다. 지난 6일 현재 미국 내 3420편 이상의 국제선 항공기가 연착륙하거나 결항됐다.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선 수도관이 파열돼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는 물폭탄까지 맞았다. 캐나다 온타리오와 퀘벡주의 기온도 영하 50도에 근접했다. AP, AFP 통신 등 외신은 이번 한파로 약 1억명이 힘들어한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영국 등 유럽 북서부에서도 겨울 폭풍 ‘엘리노어’의 영향으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에서만 22만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고, 영국에도 최고 시속 161㎞ 강풍이 몰아쳐 2만 3000여 가구가 정전됐다. 반면 호주는 최악의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시드니 서부 펜리스의 기온은 1939년 이후 가장 높은 47.3도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올해 첫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호주 오픈이 중단됐으며 수천 가구에 전기가 끊겼다. 뉴사우스웨일스주에는 비상사태가 선언됐다.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기온변화를 지구온난화로 풀이한다. 임소영 기상청 사무관은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소용돌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중위도까지 냉기가 쏟아졌다”면서 “호주 또한 1910년 이후 기온이 1도가량 상승해 육지와 바다가 뜨거워져 극심한 더위가 초래됐다”고 분석했다. 호주 폭염은 건조한 상태에서 고기압이 지나가 일시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임 사무관은 “이번 폭염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서울광장] 서민 잡는 ‘답정너’ 교육 정책/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서민 잡는 ‘답정너’ 교육 정책/황수정 논설위원

    모르겠다. TV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의 웃긴 장면이 왜 생각났는지는. 양촌리 마을회관의 고장 난 스피커가 아침저녁 삑삑 파열음을 낸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얼치기 이장은 의욕 하나는 끝내준다. 마을을 살리겠다며 동분서주 원맨쇼다. 그런데 뭔 생각을 하는지 위태위태하다. 아침저녁 터뜨리는 말이 중구난방. 선무당이 사람 잡을라. 밥숟갈 들다 말고 동네 사람들, 밥맛이 똑 떨어진다.이 코믹 시퀀스의 얼치기 이장이 지금 교육부다.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 수업을 내년부터 금지하겠다고 한다. 예고편도 없이 지난주 불쑥 꺼냈다. 영어 조기 교육을 막겠다는 ‘좋은’ 취지다. 그렇건만 학부모들의 성토는 폭탄급이다. 월 3만원짜리 수업을 막겠다면 비싼 영어학원에 보내라는 말이냐, 제정신이냐 등 원색적 비난이 빗발친다.정책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판단이 흐릴 수 있다. 하지만 오판도 오판 나름이다.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교육부는 이미 초등 1, 2학년 영어 수업을 전면 금지했다. 새 학기부터 초등 방과후 영어 수업이 중단된다. 사실은 그게 더 말이 안 되는 문제다. 초등 방과후 수업을 누가 듣나 따져 보자. 학원 보낼 형편이 안 되는 저소득층, 방과후 돌봄이 필요한 맞벌이의 자녀들이 열에 아홉이다. 영어학원은 꽉 차서 문이 안 닫히는데, 영어 공부 흉내라도 내겠다는 아이들한테 선행학습 불가라며 정색하는 꼴이다. 이런 퇴행 정책을 소매 걷고 만든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다. 정책 실명제가 이럴 때는 절실하다. 취지만 저 높은 곳에서 홀로 반짝거리는 정책은 민생을 되레 고달프게 한다. 없느니만 못할 수 있다. 교육부 사람들은 초등 3학년 영어 교과서를 보기나 했나 모르겠다. 영어 회화 문장을 3학년이 되면 갑자기 무슨 수로 읽어 내나. 취지를 살리겠다면 교과서부터 바꾸는 실질을 챙겨 줘야 앞뒤가 맞다. 현실감각 없이 독야청청인 교육정책에는 민생이 이런 아이러니를 겪어야 한다. 성난 댓글 하나 퍼왔다. “서민은 못 하는 게 왜 자꾸 많아지나. 사법시험 못 치지, 금수저 전형(학종)이라서 대학 가기 힘들지, 이제는 학교에서 영어까지 못 배우나.” 영어 방과후 수업이 교육의 근간을 흔들 일은 없다. 비판이 계속 부글거리면 내일이라도 교육부는 없던 일로 돌릴 수 있다. 답답한 것은 하나를 보면 열을 알기 때문이다. 대책 없이 선의(善意)의 칼날만 잔뜩 벼리는 진보 교육의 해법이 점점 난감하다. 공교육 살리기와 교육 평등주의는 박수받을 가치다. 그렇다고 불편한 현실은 외면하고 머리만 파묻는다면 그건 타조다. 타조는 날기를 포기해서 자꾸 뇌용량이 작아지는 새 아닌 새다. 지금 정부의 교육정책은 장마당 좌판마냥 어수선하다. 뭣 하나 해결하지 않고 건드려만 놓고 있으니 교육 현장은 그저 처분만 기다린다. 입이 쓰지만, 자사고와 특목고를 죽이는 게 최선이라고 결정했다면 단칼에 해결해 줘야 했다. 비겁하게 말려 죽이기 작전으로 방향을 튼 바람에 똥바가지는 학생들이 뒤집어쓰고 있다. 올해 특목·자사고의 막차를 탄 중3들은 모 아니면 도의 마음으로 진학한다. 내년부터 특목·자사고와 일반고 신입생을 한꺼번에 뽑겠다는 폭탄 정책에 중학교는 혼돈의 도가니다. 특목고 떨어져 정원 미달 일반고가 없으면 고입 재수를 각오해야 한다. 외줄 타기 진학 베팅이다.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 진보 교육 정책을 꼬집는 말이다. 대형 정책들이 공론화 없이 일방통행으로 결정돼 폭탄 터지듯 하니까 그렇다. 지난주에야 출범한 국가교육회의에도 안됐지만 기대가 크지 않다. 특목·자사고 처리, 대입 절대평가 확대 여부 등이 정해진 밑그림대로 진행될 거라는 예상이 시중의 대세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친(親)전교조 진보 교육감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줄 것 같지 않다. 평등주의 교육의 선의가 덮어 놓고 언제나 최선일 수는 없다. 하고 싶은 것만 하지 말고 제발 인터넷 댓글이라도 좀 보라고들 아우성이다. “꽃가마도 싫고 꽃방석도 싫다”는 말이 정작 교육 서민들 입에서 나오고 있다. 진짜 문제 아닌가. sjh@seoul.co.kr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 필경사 (이철주)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그림자 필경사 (이철주)

    1. 눈먼 자의 윤리 때론 그림자가 더 많은 말을 건넨다. 긴장 가득 훈련된 표정을 지어도, 무시당하지 않으려 허리를 꼿꼿이 세워도, 불안은 그림자에 투영돼 존재를 누설한다. 가끔 속내를 들켜도, 환멸에 사로잡혀 생이 부대껴도 그림자는 결코 존재를 떠나지 않는다. 뒤틀리면 뒤틀린 대로, 어리석으면 어리석은 대로 한 생을 바쳐 따라다닌다. 삶과 함께 태어나 울고 웃고 몸부림치다 사라진다. 그러곤 어디에선가 누군가를 닮은 모습을 하곤 쓸쓸히 흘러다닌다. 생을 반복하고 따라하며 생이 이곳을 떠나도 홀로 남아 존재를 증거한다. 그림자의 이 헌신엔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맹목이 있다.한편으로 그림자는 왕성한 식욕의 소유자다. 표정도, 색깔도, 음성도, 촉각도, 냄새도 모두 집어삼킨 채 존재의 맹점을 현상한다. 감각이 보증하는 확실성을 제거하고 정체불명의 검은 얼룩을 펼쳐 놓는다. 그림자는 시각 속의 동공이며 감각을 배반하는 충동이다. 그러니 그림자란 본디 외경의 대상인 것이다. 감각과 관념에 잘려 나간 세계가 역으로 이쪽을 바라볼 때, 맹목의 관계는 뒤집힌다. 그림자에 감염되어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기이한 갈증을 느끼며 한 생을 바쳐 따라다니는데 그들을 시인이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들도 그림자와 함께 태어나 울고 웃고 몸부림치다 사라진다. 수억의 생들을 베끼고 반복하며 처연히 이해해 간다. 그림자의 맹목과 시인의 맹목. 어찌할 수 없음으로밖에는 풀이될 수 없는 이 눈멂은, 그러나 역설적으로 가장 진실한 이해의 방법이 된다. 불가해한 생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따라하며 존재의 자세를 닮아 버리는 것. 그 충분한 대가를 치르기 전까진 함부로 대상을 떠나지 못하는 무능이 그들이 가진 윤리이며 능력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 시가 과연 이 충분한 맹목의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2000년대 이후 이어진 일련의 실험적 시들이 관습적 문법의 경계를 뒤흔들고 시의 외연을 확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 의지와 선언이 너무 앞선 나머지 관념과 이론이 시를 대신 살아 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유행하는 철학적 담론을 잘 소화한 시가 좋은 시가 아니듯, 시와 비평이 근거로 삼은 담론의 윤리성이 시의 윤리와 덕목을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말과 삶에 대한 치열한 응시와 질문. 좋은 시의 윤리와 덕목은 언제나 여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김소연의 시는 바로 이 점에서 시의 본연에 충실하고 있어 반갑고 소중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위태로운 추락의 한 시절을 통과하는 중이다. 좁고 피폐한 삶을 지켜 내기 위해 일말의 어둠도 쫓아내기에 급급한 지금, 육박해 오는 생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당당한 목소리가 절실하다. 이 눈 맑은 시인은 삶의 도처에 엎어져 있는 상흔을 읽어 내고, 고통의 결과 깊이를 삶의 구체적 언어로 더듬으며 섬세히 응시한다. 그림자가 한 생을 바쳐 삶과 동행하듯, 그의 시 역시 수억의 생을 바쳐 그림자에 한없이 가까워진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을 성실히 몸에 새겨 넣으며 깊고 단단해진다. 그림자란 본디 맹점이며, 어떤 확신도 불가능하게 하는 절대적 무지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림자를 보았다고, 보인다고, 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림자로부터 ‘시선’의 능력을 빼앗았기 때문이며, 닮았다는 이유로 전부 이해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속여 온 탓이다. 마음의 눈꺼풀은 그렇게 굳게 닫힌 채 존재가 퍼붓는 질문으로부터 안전하게 물러난다. 김소연의 시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그림자에게 외경을 되돌려 주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이론과 개념들이 생의 그림자가 될 수 없음을 몸소 증거한다. 김소연은 그림자의 시인이다. 그림자의 언어로, 그림자의 시선에 응답하며, 그림자가 남겨놓은 파문들을 뼛속 깊이 묻는다. 2. 그림자양식장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자아 내면의 복수적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를테면 그림자들의 양식장이라 부를 만한 공간에서, 시인은 말들을 먹이로 던져 주며 내면의 그림자들이 불러일으키는 파문을 응시하고 있다. 그림자의 차가운 비늘이 말에 닿아 번지고 마침내 말을 삼켜 버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불화하는 내면에로 깊이 침잠한다. 차가운 환멸과 단호한 자기 부정은 김소연 시의 근본을 이루는데, 여기에는 뼈아픈 목도만이 있을 뿐 화해의 축이 부재한다. 타협 불가능한 절대적 자세로 삶의 피폐를 건넌다. 무참한 추락이 아무렇지도 않게 전시되는 이곳의 삶에 당당히 맞서 고통의 극한을 살아 낸다. 뜨거움과 차가움을 모두 통과한 그의 목소리는 가장 뜨거울 때조차 차가움을 예감하고, 가장 차가울 때조차 뜨거움을 끌어안는다. 이 현격한 열의 낙차가 일상의 무감각한 관성을 깨뜨리는 뇌관으로 작동한다. 사월은 차갑다/사월의 돌은 더 차갑다/사월의 돌을 손에 쥔 사람은 어째서 뜨거운가/그는 어째서 가까운가//마루 아래 요정이 산다고 믿은 적이 있다/잃어버린 세계는 거기서 잘살고 있다/이 사실만으로도 뜨거워질 수 있다//하나의 문장으로도 세계는 금이 간다/이곳은 차가우므로 더 유리하겠지 - 「열대어는 차갑다」 부분 (『아침』) 돌은 사월의 뜨거움을 기억하기에 더 차갑다.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들이기에, 그렇지 못한 현실을 더 비극적으로 비춘다. 화자는 마루 아래라는 가시성 바깥의 공간에 망각된 세상의 온기를 풀어놓고 있다. 현실과 ‘너머’의 세계가 빚어내는 처연한 온도차를 뜨거움으로 명명하는데, 그러므로 “이 사실만으로도 뜨거워질 수 있다”는 선언은 설익은 화해의 제스처로 읽혀선 안 된다. 세계에 금이 가는 이유는 이곳과 너머 사이의 아득한 거리 때문이지 희망과 열정 같은 추상적 개념 때문이 아니다. 불화를 불화로서 보존하되, 이들이 빚어내는 떨림과 파열을 섬세히 기록하는 것. 김소연 시의 이와 같은 분명한 자세는 화자가 실족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노출하는 장면에서 더 아프게 현상된다. 서로가 서로의 치부를 헛짚고 세계의 성감대를 헛짚은. 내리 빗나가던 선택들. 말하자면 기다림으로 독이 남는 자세. 시효를 넘긴 고독. 일종의 모독. 기다려온 우리는 치사량의 관성이 있을 뿐. 부패 직전의 끝물이다. - 「끝물 과일 사러」 부분 (『극』) 말의 파편들이 ‘끝’이라는 날카로운 선 앞에까지 밀려나 있다. 각 행의 끝엔 더 이상 남은 공간이 없다. 마침표조차 제대로 찍히려면 스스로가 끌어온 말들을 다시 과거로 밀어내야 한다. 미루고 미뤘던 삶의 초라한 진실이 단정하고 건조하게 한마디를 건넨다. “우리도 끝물이다.” 단단하게 요약된 이 사랑의 문장은 아프다. “치사량의 관성”으로 버텨온 관계의 맨얼굴, “끝물 과일”이 화자를 바라본다. 언어가 감정을 헛짚고, ‘사랑해’가 ‘미안해’를 대신하며 살을 찌워 갈 때, ‘끝’은 이렇게 언어의 은밀한 구석에 날카로운 뼈를 현상한다. 이럴 때 언어는 잔혹해진다. 한없이 위태로워 길들이지 않을 수 없는 짐승이 된다. 과녁에서 벗어난 말들의 사체가 한동안은 무심히도 쌓였을 것이다. 시인은 이 사랑의 폐허를 떠나는 중이다. 그러나 화자는 이를 “끝물은/아주/달아.”라는 감각적 긍정으로 전환해 낸다. 허위로, ‘헛짚음’으로 유지된 일상을 ‘끝물’에 비유하는 순간, “치사량의 관성”은 역으로 서로의 치부와 세계의 성감대를 더욱 선명하게 발설한다. 부재하는 여기를 정면으로 직시함으로써 몰락한 꿈의 순간들을 발굴해 낸다. 폐허엔 여전히 지독한 허기와 갈망이 어리겠지만 이를 부정하지 않고 생의 언어로 감각해 냄으로써 끝물은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도래해야 할 것으로 변모된다. 어떤 환상도 희망도 없이 뜨거움과 차가움을 반복하며 그의 문장은 단단하고 견고해진다. 그가 “차례차례 사랑이었던 것들과 한꺼번에/달디단 혼숙을 하는 것”(「달디단 꿈1」, 『극』)이 꿈이라며 부드럽게 말할 때에도 “이 조용한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치욕스럽다”(「학살의 일부12」, 『극』)며 “중무장된 평화”(「학살의 일부1」, 『극』)가 학살이라 선언할 때처럼 단호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의 시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불화와 혼숙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한 사람은 나를 바로 보지 않는다/소파와 구별되지 않게 소파 속에 있거나/반쯤 열린 문틈 안에서 베개를 돋워 돌아눕는다//한 사람은 나를 보다가 나를 태운다/그 온도는 태양과 다름없고/내 운명은 종이와 마찬가지라/돋보기 같은/그의 눈빛에 나는 새까맣게 타들어간다/대체로 나는 그 앞에서 나는 재만 남는다//또 한사람/꿈을 보기 위해/눈꺼풀을 오려냈다는 이 사람/밤새 두 손을 소담히 오므려서/잠든 두 눈을 나는 덮어주곤 했다// (중략) //축하보다는 축복을 받고 싶은 시월 아침에/오만 잡병의 숙주가 된 육체/속옷 벗듯 벗어둔 채/마음끼리 살을 섞는다 - 「세 사람과 한집에 산다」 부분 (『눈물』) 화자는 텅 빈 폐허 같은 방 안에서 자신의 갈라진 그림자를 응시하고 있다. ‘나’에게는 두 명의 폭군이 있는데, 하나는 나를 지우고 다른 하나는 나를 재로 만든다. 비록 관계의 양상은 다르나 결과적으로 나를 비존재로 만들어 버린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한 사람’이 더해진다. ‘꿈을 보기 위해 눈꺼풀을 오려 냈다는 사람’은 나에게 어떤 힘도 강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게 나를 존재로 만들어 준다. 화자는 눈꺼풀을 오려 낸 눈이 꿈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잠든 눈을 가만히 덮어 준다. 이 시가 평범한 시였다면, 이 세 번째 사람에게 시의 전권을 부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 세 개의 그림자로부터 한발 물러나, 이 셋과의 공평하고도 평등한 혼숙을 명명한다. 물론 이는 화해라는 낭만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세 개의 그림자와 나 사이엔 살을 섞어도 결코 화해될 수 없는 아득한 거리가 여전히 냉정하게 놓여 있기 때문이다. 김소연의 문장은 자신을 거쳐간 수많은 그림자들을 마음에 풀어 놓고 그들이 일으키는 파문들에 눈을 충분히 단련시킨 자만이 얻어 낼 수 있는 ‘말’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이 위태롭고 어려운 일을 그는 차분하고도 안정된 걸음걸이로 해낸다. 굉장한 내공과 섬세한 마음의 섭생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지나간 마음에 눈을 빼앗겨서도 안 되고, 잊어서도 안 되며, 섣부른 성찰로 도망쳐서도 안 된다. 꼬이고 뒤틀린 존재들이 서로를 밀어내고 뒤엉키며 팽팽한 긴장을 잃지 않는 것. 어떤 불화도 해소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해결될 수 없으리라는 삶의 진실 앞에 스스로를 담담히 열어 놓는 것. 김소연의 시는 이 선명한 규율들을 가슴에 품은 채 치열하면서도 아름다운 보폭으로 사유의 어긋남과 욕망의 비틀림 사이를 뚜벅뚜벅 걸어 나간다. 3. 유실영(影)보호소 김소연 시의 한 축이 자아 내부에 도사리는 복수적 그림자들의 불화를 매개하고 내부의 균열과 긴장을 풀어 놓는 데 있다면, 다른 한 축은 타자의 삶에 깃든 그림자에 대한 섬세한 응시로 나타난다. 그의 시에서 그림자는 철학적이고 개념적인 사유로 환원되지 않는데, 이는 무엇보다 그의 시가 삶의 구체적 실상과 인간의 유한한 조건들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는 새로운 삶을 위해 전시해 놓은 그럴듯한 기념물이 아니라, 매일의 몰락을 견뎌 온 숨겨 온 자세들이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장소이다. 단단하게 고정시켜 놓은 표정들과는 달리 불가피하게 삶의 피폐가 누수되는 공간이며, 모두가 공평히 그런 누수 속에 강제되는 사건이다. 시인은 그렇게 누군가 흘려 버린 그림자들을 데리고 와 사라져 가는 존재들을 거두고 보호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처의 내력을 짚어 보며 삶이 사라지고 난 이후에도 남아 이곳을 떠도는 그림자들을 위무한다. 그녀는/바다에서 용이 머리를 치키고 올라올 때와 같이/담배 연기를 코로 뿜는다 여의주처럼/담배를 물고 앉아서/성긴 이빨을 자꾸 드러낸다// (중략) /그 노파는 세상 사람들이 그어놓은 줄들을/그런 모양으로 무시하듯 질펀히 앉아서 살아왔다//노오란 양지는 노파를 점점 비켜간다/노파는 그저 햇볕 안에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햇볕이 얼굴의 반을 부시게 하더니/점점 비껴서/이제는 그늘 안에 노파를 가둔다 - 「학살의 일부 10-이빨이 성긴 노파」 부분 (『극』) 노파는 퇴락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연함 속에 있다. 어느 누구도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추락의 상흔이 이빨이 성긴 노파의 얼굴에 현상된다. 자신감 넘치는 낡은 몸 안에, 아무도 관심 없던 폐허 몇 개쯤 담담히 갖고 있을 노파의 눈빛이 화자를 응시한다. 함부로 이해해선 안 될 외경이 노파의 그림자에 어린다. 김소연이 “그 얼굴은 얼굴 외에 또 다른 것들이 겹쳐 있었다”(「1937년생」, 『극』)고 말할 때나, “우리 뒤에 깔린 반듯한 비단길을 아무도 걷지 말거라/벼랑 끝 노을이 우리 이마에 새겨주는 불립문자를/아무도 읽지 말거라”(「당신의 저쪽 손과 나의 이 손이」, 『빛』)고 진술할 때, 그가 끌어올린 그림자엔 어찌할 수 없는 외경이 실려 있다. 그가 외경을 표하는 그늘들엔 어쩐지 피 냄새가 짙다. 그늘은 찬란한 빛에 의해서만 어둠을 풀어내고, 어둠이 풀려날 때마다 추락은 반복된다. 수없이 깨지고 터져도 결연히 몸을 털고 일어난 생들은 하나같이 여전히 뜨거운 어둠을 품는다. 그 어둠의 무게가 어깨와 허리를 휘게 만들고, 그림자는 삶을 견디는 그들의 자세를 닮아 버린다. 이승에서 삼십 년/육신을 빠르게 쓰고 저승으로 이사한 아들 사진을//팔십 년째/육신을 아껴 쓰고 계시는 아버지가/느리게 문갑 문을 열어 만지고 계신다// (중략) //계시는 사진 한 장과 없어진 사냥개 사이엔/벽지처럼 살고 있다/앞모습을 보아선 아니 될/가족의 녹슨 얼굴들이 - 「계시는 아버지」 부분 (『눈물』) 여기에는 경솔히 이해해선 안 될 그늘에 머물기 위해 추락의 깊이를 가늠해 보는 시간이 현상돼 있다. 자식의 죽음을 그대로 안고 살아가기엔 상처는 너무 깊고 치명적이다. 그래도 삶은 이어져야 하기에 멍이 곰팡이처럼 들어선 낡은 방에 벽지를 바른다. 벽지를 뜯어내고 나면 그 자리엔 함부로 보아선 안 될 타인의 맨 얼굴이 저마다의 자세로 들어앉아 있다. 행복한 시절의 낙서처럼, 녹슬어 가는 얼굴들을 마냥 덮어 둔 채 가족의 삶은 이어진다. 벽지에 얼룩진 가족의 그림자는 이따금 마음을 괴롭히다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을 것이다. 그런 그림자의 앞모습을 요구하는 것은 폭력이며 불경이다. “엄마가 갑자기 보이지 않을 때에/아기들이나 지을 법한 표정”(「뒤척이지 말아줘」, 『눈물』)을 훔쳐보았다고 타인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는 그러한 표정을 숨기고 있을 얼굴을 그림자를 통해서 바라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한 번 슬쩍 보고 건네는 동정이 아니라, 그림자를 평생 가슴에 품은 채 그림자가 건네는 추락의 내력을 오래도록 살아볼 때만 허락되는 일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시들이 쓰여진다. 살 수 없는 장소에서도 살 수 있게 된 사람이 있었다/ (중략) //그 창문으로 나는 지금 바깥을 내다본다/이토록 난해한 지형을 가장 쉽게 이해한 사람이/가장 오래 서 있었을 자리에 서서// (중략) /할 줄 아는 말이 거의 없는 낯선 땅에서/내가 느낄 수 있는 건 잠깐의 반가움과/오랜 두려움뿐이다//두려움에 집중하다 보면/지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배하고 싶었던 사람이/실은 자신의 피폐를 통역하려 했다는 것을/파리처럼 기웃거리는 낙관을 내쫓으면서/나는 알게 된다 - 「여행자」 부분 (『아침』) 화자는 지금 수십, 수백 년 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토록 난해한 지형”을 바라보던 누군가의 그늘에 머물러 있다. 누구에게도 발설한 적 없는 그늘을 지키기 위해 어떤 삶은 희망이 불가능한 곳으로 자신을 조용히 밀어 넣기도 했을 것이다. 상처를 애써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 저녁을 위해 황무지뿐인 창밖을 오래 바라봐야만 했으리라. 화자는 낙관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품지 않아도 충분히 잘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피폐한 문장들을 건져 올리고 있다. 타인의 전생이 한꺼번에 이곳의 삶으로 현상돼 번지고 부대끼는 일. 화자가 매개하고 있는 이 순간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던 “파리처럼 기웃거리는 낙관”을 포기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나를 보호하던 관념들을 내려놓은 채 타인의 그늘을 만져 보는 일은 그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한다. 시인이 “기웃거리던 햇볕이 방 한쪽을 백색으로 오려 낼 때//길게 누워 다음 생애에 발끝을 댄다/고무줄만 밟아도 죽었다고 했던 어린 날처럼”(「먼지가 보이는 아침」, 『아침』)이라고 말할 때, 다음 생이란 희망적이고 추상적인 미래의 어느 때를 의미하지 않는다. 타자의 그림자를 밟는 일이란 이미 하나의 생이 끝나고 다른 생이 시작되는 경이로운 순간을 매개하기 때문이다. 김소연의 시는 하나의 그림자에 담긴 무게를 섬세히 읽어 내고 그 무게가 역으로 자아의 무게를 읽어 내는 경계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그의 시를 버림받은 그림자들의 보호소라고 할 때, 화자는 그림자들을 관리하는 주체도 아니고 동정을 베푸는 관광객도 아니다. 그의 시는 하나의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를 관통하는 사건의 매개이며, 타인의 그림자로부터 또 하나의 생을 물려받는 상속의 증거이다. 그림자를 이해하며 그림자에 감염되어 스스로 또 하나의 그림자가 되어 간다. 길 잃은 그림자들은 그렇게 다음 생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4. 아포리아인형극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배우이고 관객이며, 공기이고 침묵이다. 그림자들에 잠재된 생의 근원적 형상을 발굴하고 혼을 불어넣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던 생의 어둠들에 이름을 붙이고, 그들과 연극을 시작한다. 때로는 독백으로, 때로는 방백으로, 그림자인형들 사이에 무형의 그림자가 스미고 번진다. 연극은 비교적 순조롭게 시작된다. 하지만 말이 리듬을 타면 탈수록 그림자는 연출자의 의도를 넘어서 스스로 움직이고 발화하기 시작한다. 오려낸 눈동자의 텅 빈 어둠으로 삶이 역류하기 시작한다. 말에 자기를 꿰뚫리고 거꾸로 그림자에 응시당할 때, ‘이곳’은 어떤 강제성에 내몰린다. 자신에게 찾아온 이 낯선 질문들에 발가벗겨진 채 노출되는 것이다.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몸에 둘렀던 기호와 기표들의 강고함은 물거품이 되어 녹아 버린다. *현재까지 발간된 김소연의 시집은 『극에 달하다』(1996),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2006), 『눈물이라는 뼈』(2009), 『수학자의 아침』(2013)까지 총 네 권이다. 인용할 경우 면수는 생략하고 각각 『극』, 『빛』, 『눈물』, 『아침』으로 표기한다. 세상 모든 것들의 표정은 지워지고/자세만이 남아 있다//이따금 나는 무지막지한 덩치가 되고/이따금 나는 여러 갈래로 흩어지기도 한다//그의 충고를 따르자면/너무 빛 쪽으로 가 있었기 때문이다/여러 개의 불빛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중략) //그림자 없는 생애를 살아가기 위해/지독하게 환해져야 하는/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 「빛의 모퉁이에서」 부분 (『빛』) 그림자 없는 삶을 위해 끌어다 쓴 빛의 피곤이 필연적으로 ‘밤’을 끌어당길 수밖에 없다는 정확한 진술은 이러한 말과 그림자의 본질에 닿아 있다. 단적으로 말해 그림자 없는 삶이란 불가능하다. 가능하다면 그것은 유령의 삶일 것이다. 그림자는 사물의 물성을 증거하면서, 동시에 그 물성을 지워 버린다. 그림자 없는 물성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그만큼 물성이라 믿어 왔던 존재의 본질이 허약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림자를 통해서만 사물의 사물됨을 알 수 있고, 말을 통해서만 자신의 자신됨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림자 없는 물성이 유령의 것이라면, 말을 부여받지 못한 내면 역시 비존재로 내몰린다. 그러나 어떤 그림자로도 어떤 말로도 존재의 본질은 포착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림자와 말은 환영 혹은 오류가 되어 존재의 본질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뿐이다. 그림자가 지닌 이 이중성. 존재의 물성을 실감하게 하면서 오히려 그 실감을 내파해 버리는 모호성에 삶과 말이 지닌 진실이 깃들어 있다. 그러니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림자를 수도 없이 베끼며, 그림자들 사이에서 진동하고 있는 어떤 목소리들에 귀 기울이는 일뿐이다. 밤마다/그녀였던 당신이었던/수많은 아이들이 찾아와요/거친 바람처럼 문을 흔들며 칭얼대요/하나같이 눈은 퉁퉁 부었고 손끝은 차고/고개는 숙였어요// (중략) //지낼 만한 노곤함과/돌아갈 만한 차비를 두 손에 움켜쥐고/칭얼대고 칭얼대다 사라지죠//들어줍니다 두 귀를 여행 가방처럼 활짝 열고서/쓰다듬지요 두 손을 세계지도처럼 판판히 펼쳐서 위로합니다 긴 밤을 꼬박 앉아서// (중략) //번번이 한 아이가 남아 있어요/벽에 걸어둔 시커먼 외투처럼 등 뒤에서/이 아이, 자기가 엄마라고 우깁니다// (중략) /누워서 그녀는 자기 젖을 빨아요/그러면 그녀는 잠이 오지요 - 「그녀의 생몰 연도를 기록하는 밤」 부분 (『눈물』) 김소연의 시에서 그림자는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보다도 밤의 시간에 더 스스로의 본질에 가까워진다. 낮이 강제하는 빛의 윤곽으로부터 풀려남으로써 그림자는 비로소 ‘경계’의 영역에 서기 때문이다. 그녀였던 당신이었던 수많은 그림자들은 태양의 폭정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이미 반쯤은 사라지고 투명해진 모습으로 찾아와 말을 건넨다. ‘그녀’가 그 수많은 그림자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젖을 물리며 그림자들의 해갈될 수 없는 결여에 응답하는 것뿐이다. 이 고된 노동. 그림자들을 위무하기 위해 역시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그녀’가 스스로의 젖을 빨 수밖에 없다는 운명론적 진술은 삶의 피폐성을 요약한 아포리아에 가까워진다. 그의 시에 잔혹동화와 같은 모티프들이 자주 동원되는 까닭 역시 동화가 압축해 내고 있는 생의 근원적 형식 때문이다. 그가 변용한 동화들 속에서 캐릭터는 오직 ‘자세’만으로 요약되는데, 무수히 많은 말들로 흘려보내도 끝끝내 남아 되돌아오는 ‘그림자’의 맹목적 갈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 준다. 암늑대가 숲속에서 바람을 간호하는 밤이었대. 바람은 상처가 아물자, 숲을 떠나 마을로 내려갔대. 암늑대가 텅 빈 두 손을 호호 불며, 우듬지에 앉은 지빠귀를 올려다보는 밤이었대. 섭생을 위해서 살생을 해야만 하는 운명에 처한 늑대 이야기에, 한 아이는 밑줄을 긋고 있었대. 바람은 그 지붕 위를 저벅저벅 밟고 다녔대. 암늑대는 노란 지빠귀를 올려다보고, 노란 지빠귀는 늑대를 내려다보았대. 둘은 눈을 떼지 않고 서로를 쳐다보았대. 그래서 겨울밤은 감옥이 되기 시작한 거래. - 「눈물이라는 뼈」 부분 (『눈물』) 아이의 성장통을 비유하고 있을 이 시는 어떤 노래의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새하얀 벽 위로 그림자들이 생을 공연한다. 섭생을 위해 지빠귀를 노리는 암늑대의 자세는 낮고 단단하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먹잇감을 낚아채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마음은 모두 잘라낸 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늑대의 눈빛에 어리는 검은 허공의 시간. 그 시간이 서서히 늑대를 물들여 간다. 암늑대를 내려다보는 지빠귀 역시 흔들림 없이 다가올 운명 앞에 눈감지 않는다. 공포에 몸을 맡겨 둔 채 자신도 그 시간의 일부가 되어 간다. 그리고 이들의 비극을 슬퍼하며 눈물 흘리는 바람과 아이가 있다. 이들이 빛과 어둠 사이에서 얽히고설키며 삶을 요약해내는 동안, 그 단단한 함축을 받아 먹고 돌들이 자란다. 하나의 비극이 있었음을,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생의 굴레에 의연하게 걸어 들어가 견뎌낸 그늘이 있음을 증거하고 제의한다. 김소연의 시는 그림자로 펼쳐 낸 한 편의 아포리아 인형극이다. 이 연극에는 무수히 많은 그림자들이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부재한다. 주인공이라 일컬을 수 있다면 아마도 그건 생 자체일 것이다. ‘삶’이 그려 내는 다양한 스펙트럼과 다변성 속에서도 결코 인간을 놓아 주지 않는 묵직한 생의 중력을 그의 시가 잘 포착해 내는 건 그림자야말로 생의 본질임을 잊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자는 원상의 형상을 얼마든지 왜곡도 하고 때론 숨어 버리기도 하지만 결코 달아나지 않는다. 원상 내부의 상처와 질곡에 악착같이 달려들어 생의 모서리를 현상해 낸다. 삶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무수한 그림자 기표들이 망각하고 있는 것은 그림자란 본디 원상의 것도 아니며, 원상과 무관한 것도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그림자란 한 편의 활시위와 같다. 원상의 중력과 그 중력을 넘어서려는 두 힘이 팽팽하게 긴장하며 휘어질 때, 그림자는 필연적으로 생의 근원에 가까워진다. 김소연의 문장이 지닌 안정된 흡인력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한다. 5. 판화적 글쓰기 인간이 맹점의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하는 건 맹점에 의한 시야의 어둠을 다른 눈의 시각을 통해 메우기 때문이다. 언어의 눈, 그림자의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빛을 가득 채워 존재가 현현하는 곳을 봉쇄할 때,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감정과 생각이 어긋나고, 말과 빛이 허용하는 사유만이 폭거하는 메마른 불모지로 변모한다. 동일성의 사유에 항거하는 최근의 숱한 철학적 사유들이 그 윤리적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삶의 언어를 구원해 내지 못하는 건 이들 이론과 이미지의 현란함이 맹점의 파쇄가 아닌, ‘보완’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의 언어로 충분히 구체화되지 못한, 자신의 손과 발로 직접 일구어 내지 못한 이미지의 언어들은 스스로가 올바른 대체시각이며, 이 강렬한 빛으로 맹점과 어둠을 몰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또한 뒤틀린 자만이며 확장된 동일성이다. 그러나 맹점은 우리 삶의 조건이며, 그 종착지이기도 하다. 인간의 조건은 부정되거나 개선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직시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세계와 인간 사이에 놓인 고유한 매개 방식이다. 그림자가 아무런 음성도 없이 지상에 잠시 내려앉은 검은 입으로 말을 건넬 때, 이를 가장 섬세하게 들어줄 수 있는 방법은 어둠을 어둠인 채로 내버려 두는 일이다. 시선의 한구석에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어둠을 받아들이고, 그 어둠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쩌면 인간은 영원히 이 조건을 벗어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하여도 그림자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은 유령처럼 태어나고, 그 절망적인 시도를 되풀이하며 말의 어긋남 속에서 더 진실한 말 하나를 길어 올린다. 이는 시인의 숙명이며, 시의 본질이기도 하다. 이를 김소연의 시적 방법론을 빌려 말하자면 판화적 글쓰기라고 명명해 볼 수도 있겠다. 이 성실하고도 마음 따뜻한 그림자 필경사는 그림자에 각인된 어둠의 지문을 숨죽여 더듬으며 그 굴곡과 깊이를 음화로 찍어 낸다. 어둠의 언어로, 어둠을 끌어안은 채, 어둠 속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삶의 근원적 자세들을 현상해 낸다. 안전한 거리에서 시각의 윤곽을 따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언어로 어둠에 밀착해 어둠을 살아 내면서 몸으로 찍어 내는 것이다. 그의 판화적 글쓰기에서 그림자는 언제나 모상(模像)이 아닌 원상(原象)일 수밖에 없는데, 시선의 권력을 그림자에게 돌려줌으로써 주체가 만들어 낸 일련의 위계상을 단번에 해체해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시가 지향하는 바와 전략이 너무도 명확한 만큼 쉽게 ‘코드’로 환원될 수 있다는 약점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의 시는 ‘코드’로 읽히지 않는다. 그림자를 통해서 ‘무언가’를 말하려 하기보다는, 언제나 그림자 ‘속’에서 그림자 자체를 경험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시는 구체적인 삶의 시공간을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삶의 실경이 굳건하게 뿌리박고 있는 시적 공간에서 그림자의 우화로 그림자의 눈빛에 노출되도록 만들 뿐이다. 태양에 흑점이 많을 때는, 역설적으로 태양의 활동이 가장 ‘극에 달했을’ 상태라고 한다. 내부의 격렬한 균열과 폭풍이 열의 흐름을 방해하여 상대적으로 어둡고 온도가 낮은 부분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어쩌면 그림자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들은 가장 격렬한 생을 통과한 내상들이며, 그 내상이 건네는 말의 뒤틀린 방식이라고. 김소연의 시는 현실 너머의 추상적 피안이 아니라, 뜨거움과 차가움을 절실히 통과한 이후의 ‘이곳’을 그림자의 형상을 통해 추적해 낸다. 삶을 가장 치열하게 마주한 자의 뜨거움으로 그늘이 품은 울음을 읽어 내고 위무한다. 그러므로 그의 시를 일컬어 이렇게 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생의 흑점들로 이루어진 점자들이며, 생의 근원적 자세를 찍어 낸 판화들이라고.
  • [현실 속 삼국지] ‘무수혈’이 환자 뜻이면 수혈 안 한 책임 못 물어

    의사 A는 환자인 B에게 인공 고관절 수술을 했다. 그런데 수술 도중 B의 혈관이 파열돼 수혈이 필요했다. 하지만 A는 수혈을 하지 않았고, 결국 B는 사망하고 말았다. A는 B가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무수혈 방식의 수술을 원해서 수혈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승낙에 의한 행위라는 취지였다. 법원은 B가 이미 세 곳의 병원에 무수혈 수술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점, B가 A로부터 수혈을 받지 않을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는 충분한 설명을 받은 점, 그럼에도 무수혈 수술을 진지하게 원한 점 등을 근거로 A의 형사적인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생명권이 가장 중요한 가치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 [현실 속 삼국지] ‘눈썹 올림 시술 ’ 설명과 다르면 손해 배상해야

    의사 A는 환자인 B에게 인공 고관절 수술을 했다. 그런데 수술 도중 B의 혈관이 파열돼 수혈이 필요했다. 하지만 A는 수혈을 하지 않았고, 결국 B는 사망하고 말았다. A는 B가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무수혈 방식의 수술을 원해서 수혈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승낙에 의한 행위라는 취지였다. 법원은 B가 이미 세 곳의 병원에 무수혈 수술을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점, B가 A로부터 수혈을 받지 않을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는 충분한 설명을 받은 점, 그럼에도 무수혈 수술을 진지하게 원한 점 등을 근거로 A의 형사적인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생명권이 가장 중요한 가치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