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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 파업에 수술 멈추자…병원으로 못 간 혈액 폐기까지

    의사 파업에 수술 멈추자…병원으로 못 간 혈액 폐기까지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수술 연기와 취소가 잇따르자 이달에만 하루 1건 이상씩 보존기간이 지난 혈액이 버려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에서 의료기관으로 가는 혈액도 2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달 1~10일까지 의료기관에 보내지 못하고 보존기간 경과로 폐기된 혈액은 13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적십자사가 의료기관에 보낸 혈액도 10만 9771건으로, 전년 동기(2023년 3월 1~10일) 적십자사가 의료기관에 보낸 혈액(13만 2285건)과 비교하면 17% 줄었다.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인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는 12만 7258건을 의료기관에 보냈지만, 이달 들어 더 줄어든 것이다. 특히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으로 보낸 혈액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만큼 빅5 병원에서 수술 연기와 중단이 많아 혈액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빅5 병원은 이달 1~7일까지 8287건을 요청해 대한적십자사에서 받아 갔다. 이는 지난달 1~7일 1만 4276건과 비교하면 42% 정도 줄어든 규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헌혈의 집에서는 보관기간이 5일로 짧은 혈소판 헌혈보다는 보관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전혈이나 혈장 헌혈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병원의 수술 연기와 중단으로 혈액 사용이 줄어 보관 중인 소중한 혈액이 폐기되는 것을 상당수 막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인 지난달 22~29일에는 25건이 폐기된 데 이어 이달에도 버려지는 혈액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의료대란이 길어지면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수술에 많이 쓰이는 적혈구 제제의 경우, 보존기간이 35일으로 상대적으로 길어 아직은 폐기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의료 대란이 장기화하면 이마저도 버려질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의료대란이 끝나면) 중단됐던 수술이 재개돼 갑작스럽게 혈액 수요가 늘 수도 있다”면서 “수요 변동에 대응하고자 적정 재고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 총리 “의대 정원 또 미루면 직무 유기…2000명은 최소한의 숫자”

    한 총리 “의대 정원 또 미루면 직무 유기…2000명은 최소한의 숫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 “지금 안 하고 또 미루면 이 피해는 국민들이 보게 되고, 그렇게 되는 것은 정부의 직무 유기라 생각한다”며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총리는 지난 12일 세종 총리공관에서 가진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의료 개혁을 통한 의료체계의 정상화는 정말 급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며 “2000명이라는 숫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치”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지난해 1월부터 각 병원에서 일어나는 응급실과 소아과, 필수 의료, 지방의료 문제들이 지적되면서 의료체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며 “의료 수가 구조가 잘못된 상태로 수십 년을 온 건데 고치지 않고 놔둔 과거의 정부들도 아주 잘못한 것이고 우리도가 이걸 안 하면 지금 정부도 두고두고 국민들로부터 지탄받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명도 증원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의사협회의 의견이었는데 협의가 되겠느냐”며 그럼에도 의료계와 28차례 만나 의사 증원 필요성을 꾸준하게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의대 증원의 근거와 협의가 부족했다는 의료계 측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한 총리는 “2035년까지 의사 1만명이 부족하게 된다는 자료를 바탕으로 자연히 2000명 증원이 나오게 된 것”이라며 “이걸 1년 더 (시행을) 미룬다? 그럼 1년 뒤에는 2000명 증원을 하게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늦어지는 것이 얼마나 무서우냐 하면, 과거 김대중 정부가 의약분업을 하면서 의료계가 파업을 했고 이후 2006년 정부가 의대 증원을 351명 줄였다”며 “2006년에 351명을 줄인 숫자가 올해가 되면 정확히 6000명이다. 그 때 안 줄였으면 6000명이 더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물 주듯이 줘버린 숫자가 2035년에 1만명 의료 인력 부족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총리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대시 의료 수가 조정,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책, 지방의료 환경 개선 등을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해 가겠다며 “정부는 열려 있다”고 거듭 대화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 총리는 또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연금, 교육, 노동에 이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의료 정상화 개혁, 기후 변화, 인구 감소 등 굉장히 고통스러운 대응들이 이어져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다음 달 10일 선거 이후를 아주 기대한다”며 “정치적인 환경이 좀 더 좋아지고 그걸 통해서 마치 미국이 대공황을 겪었던 루즈벨트 시대에 거의 1년 가까이 국회를 열어가며 필요한 조치를 하고 새로운 제도를 창출했을 때와 같은 상황이 반드시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병대 채상병 사건 관련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던 중 호주대사로 부임한 이종섭 주호주대사를 두고는 “대사라는 공직을 가지신 분이 우리나라의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데 있어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공수처가 그동안 (이 대사에 대한) 소환 조사는 하지도 않았고, 출국을 제한하는 조치도 수사기관에서 요청하면 본인도 아예 모르는 상황이 많을 수 있다”며 “저도 경제부총리 시절 일부 고발되거나 수사받는 직원들도 주재관으로 임용한 바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모든 의제 대화 테이블 올리고, 교수는 전공의 설득해 실마리 찾아라”

    “모든 의제 대화 테이블 올리고, 교수는 전공의 설득해 실마리 찾아라”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움직임이 본격화된 가운데 정부와 의료계는 여전히 대화의 물꼬를 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00명 증원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정부, 의대 증원 규모를 의제로 올려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의료계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접점이 없으니 대화가 시작될 공간이 없다. 12일 서울신문이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의료개혁과 관련한 모든 의제를 테이블에 올려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언했다. 또한 전면에 나선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와 우선 대화의 물꼬를 트고, 그다음 교수들이 전공의들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실마리를 찾아가자고 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 파업을 이끈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정부와 협상할 대상이 없으니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이대로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면서 “협상 대표부터 뽑아야 한다. 언론에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모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협상 파트너로 적절치 않다고 봤다. 대표성이 없을뿐더러 전공의들을 설득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기 때문에 정부와 마주 앉아도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협은 전체 의료계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전공의와 의대생,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교수, 전임의들로 대표성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위원장은 “국공립 의대 중 신망 있고 공무원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가진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를 협상 대표로 내세우자”고 했다. 그는 “정부가 더 버틸 자원이 없다면 빨리 협상하는 게 맞다”며 “전향적인 자세로 다 열어 놓고 얘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다만 2000명 증원을 의제에 올릴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정재훈 교수는 “전공의들은 단일 조직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변화의 조짐이 보여야 복귀할 것”이라면서 “결국 2000명이란 숫자가 문제인데, 정부가 좀더 점진적인 안이나 별도 협상 기구 또는 추계기구를 설치해 유연하게 조정하겠다는 전향적인 모습만 보여도 꽉 막힌 상황을 충분히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영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교실 교수는 “올해 2025학년도에 2000명을 늘리고 이듬해 700명, 다음해 500명 이렇게 가는 한이 있더라도 숫자를 놓고 논의할 수 있어야 대화가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의협은 자꾸 ‘원점에서 재논의하자’고 하는데, 이건 의사 수를 늘리지 말자는 얘기”라며 “교수들은 의사 수를 늘리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정부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못박으면 대화할 수 없다”며 한 발씩 물러설 것을 제안했다. 반면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대 교수들이 의대 정원 문제를 더 협의하자는 것은 지연 전술이다. 2000명 그대로 가야 하며 여기서 밀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년간 추진해 온 의대 증원을 목전에 두고 멈춰선 안 된다는 것이다. 증원 규모를 의제로 올리는 순간 개혁이 좌초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350~500명 증원을 시작으로 의대 정원을 점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역시 의약분업 당시 감축했던 350명 정도를 늘리는 게 적절하다고 밝혀 왔다. 전공의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형선 교수는 “전공의 면허정지 절차는 잠시 멈췄으면 한다. 대결 자체가 정부의 목표는 아니지 않나”라며 “면허정지는 의료계에 명분만 줄 뿐”이라고 말했다.
  • “의사 월급 너무 적어!”…독일 대학병원 의사 7000명, 청진기 내려놓고 동시 파업

    “의사 월급 너무 적어!”…독일 대학병원 의사 7000명, 청진기 내려놓고 동시 파업

    독일의 대학병원 의사 수천 명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다. DPA 등 현지 언론의 1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독일 최대 의사노조인 마르부르거 분트는 이날 전국 대학병원 23곳에 소속된 의사 7000명이 거리로 나와 파업에 돌입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는 6개 대학병원에서 모인 의사 약 2500명이 온종일 파업을 벌였다. 뮌헨에서는 대학병원 의사 약 2000명이 재무부 건물 입구에 간이침대를 놓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재정적 지원을 요구했다. 파업에 참여한 독일 대학병원 의사들은 “밤과 주말에 거의 무료로 일을 하고 있다”면서 “대학병원 의사들은 연구·교육·진료 등 세 가지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는데도, 다른 의료계 종사자들에 비해 급여가 적고 근무시간이 길다”며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파업에 참여한 의사들은 “대학병원에 들어와서 불타오르세요”라는 피켓 등을 들고 행진했다. 이는 대학병원에 들어오면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독일의 대학병원이나 지역 공공병원 의사들은 단체협약을 통해 연차와 직급에 따라 정해진 월급을 동일하게 받는다. 현재 노조는 대학병원 의사 2만 여 명을 대신해 각 주 정부와 단체 교섭을 진행 중이다. 의사들은 임금 12.5%인상, 야간·주말·공휴일 근무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지 대학병원 의사들은 지난 1월 30일에도 급여 인상 등을 요구하며 하루 동안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마르부르거 분트와 정부 측 협상단은 지금까지 총 네 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결국 수천 명의 의사들은 청진기를 내려놓은 채 거리로 나왔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재무부 측은 “3월 말에 예정된 다음 협상일 안에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최근 독일에서는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조들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독일 철도기관사와 독일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 지상직 직원들이 동시 파업하면서 철도와 항공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대학병원 의사들의 파업이 열린 11일에도 독일철도기관사노조는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 [사설] ‘9전 9승’ 의사 불패 끊는 정부 되길

    [사설] ‘9전 9승’ 의사 불패 끊는 정부 되길

    역대 정부가 번번이 무릎을 꿇었던 개혁 과제를 꼽자면 단연 의료개혁이다. 정규 의사가 턱없이 부족했던 1955년 의사면허가 없어도 경력과 기술이 인정되면 지역과 기간에 한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지(限地)의사’ 면허를 도입하려 했으나 의사들 반발로 무산된 것을 시작으로 의사 면허세 부과(1962년), 침사·안마사 등 ‘유사의료’ 제도화(1965년) 등이 죄다 무위에 그쳤다. 2000년 의약분업은 의대 정원 10% 감축을 가져왔다. 2014년 원격의료 도입도 좌절됐다. 이승만, 박정희,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 문재인 정부 등 7개 정부가 9차례 크고 작은 개혁을 시도했으나 모두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가로막혀 실패의 쓴맛을 봐야 했다.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의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그제 한 방송에 나와 “언젠가 누군가 할 일이라면 우리가 하겠다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을 포함해 의료개혁에 대한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마땅한 얘기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의료개혁이다. 어떤 정책이든 결국은 양보와 타협으로 공공선을 이뤄 내는 것이 민주 체제의 국가 의제 결정 방식이다. 의사들이 제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국민 생명을 볼모 삼아 집단 위력 시위로 정부를 굴복시키려 드는 것은 민주 체제에 대한 도전이다. 이참에 의대 정원 확대를 넘어 갖가지 적폐로 중증에 놓인 의료체계 전반을 전면 대수술해야 한다. 당장 3차 의료기관인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 환자에 집중하고 상대적 경증환자는 2차 의료기관(병원 및 종합병원)이 전담하는 체제부터 갖춰야 한다. 제 구실을 못 하는 공공병원이 실질적인 지역의료 거점이 되도록 시설, 인력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기형적 구조인 종합병원의 과도한 전공의 의존도도 낮춰야 한다. 진료지원(PA) 간호사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파격적인 의료수가 조정을 통해 의사들이 피부과, 성형외과 등 돈이 되는 쪽으로만 달려가는 세태도 바로잡아야 한다. 나아가 중환자실과 응급실, 출산 등 화급한 병과의 경우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 등 집단행동을 할 수 없도록 의료법을 정비해야 한다. 국민 70%가 의대 증원에 찬성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몰렸던 경증환자들이 자의반 타의반 돌아가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의료개혁에 매진해 주기 바란다.
  • 지금까지 9전 무패… “정부는 의사 못 이긴다” 이유 있는 으름장[이참에 뜯어고쳐야 할, 대한민국 기형적 의료체계<4·끝>]

    지금까지 9전 무패… “정부는 의사 못 이긴다” 이유 있는 으름장[이참에 뜯어고쳐야 할, 대한민국 기형적 의료체계<4·끝>]

    역풍을 몰고 온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의 발언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의사단체들은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9차례 집단행동을 했고, 사실상 ‘전승’을 거뒀다. 의료대란을 견디지 못한 정부가 번번이 ‘백기’를 든 탓이다. ●의료 대란에 민심 잃었지만 이익 사수 2000년 의약분업 파업의 주역도 전공의였다. 진료와 처방은 의사가, 의약품 조제는 약사가 맡도록 한 약사법 개정안이 1999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병원 약 처방이 불가능해지자 의사 단체들은 이듬해 다섯 차례 집단행동을 벌였다. 의사 반발에도 정부는 2000년 8월 의약분업을 강행했다. 하지만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의대 정원 10% 감축’을 받아들였다. 의대 정원은 2003년 3253명, 2004∼2005년 3097명으로 점차 줄어들다 2006년 결국 3058명으로 동결됐다. 전공의, 개원의들은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원격의료에 반발해 그해 3월 집단 휴진을 강행했다. 원격의료는 지금의 비대면 진료다. 의사 단체들은 원격의료를 시행할 경우 오진으로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대면 진료 전면 시행의 물꼬를 튼 것은 이번 의사 집단행동이다. 2020년 코로나19 때 한시적으로 시행하다가 지난해 12월 ‘재진환자 중심·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됐고, 지난달 23일 의료대란 기간에만 ‘초진’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도 허용됐다. ●정부 백기에 의료 현안 줄줄이 무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도 전공의의 80%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비웠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상향 논의가 나올 정도로 코로나 팬데믹이 심각하던 상황이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안은 연 400명씩 10년간 4000명을 늘린다는 것으로, 지금보다 규모가 작았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전에도 다섯 차례의 집단행동이 있었다. ▲1955년 ‘한지의사’(일제강점기 일정 지역에서만 개업하도록 허가한 의사) 정규면허 발급 반대 ▲1962년 의사 면허세 부과 반대 ▲1966년 보건소법 개정안 반대 ▲1971년 인턴·레지던트 처우 개선 요구 ▲1989년 수가 조정 투쟁 등 모두 의사들의 승리로 끝났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의사들이 위법 행위를 하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정상적으로 밟아야 한다. 그래야 의료 정책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응급실·중환자실 비우면 즉각 처벌… ‘의사 파업방지법’ 만들자”[이참에 뜯어고쳐야 할, 대한민국 기형적 의료체계<4·끝>]

    “응급실·중환자실 비우면 즉각 처벌… ‘의사 파업방지법’ 만들자”[이참에 뜯어고쳐야 할, 대한민국 기형적 의료체계<4·끝>]

    2000년 이후 4차례에 걸친 의사 집단행동으로 피해를 본 이들은 늘 국민이다. 파업으로 환자와 가족들이 겪은 불안과 고통은 병원도, 국가도 보상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지난 7일 기준 누적 1000건을 넘어섰고 수술 지연이 307건에 이른다. 이처럼 국민 목숨줄을 쥐고 단체 행동을 벌인 집단은 의사들이 사실상 유일한데도 대부분 유야무야 넘어갔다. 향후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더라도 생명과 직결된 응급·중증·분만 등 필수 분야 인력은 남기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국민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관련법은 국회에 제출돼 있다. 오는 5월,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임기만료 폐기’를 앞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2020년 11월 의사단체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벌였을 때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의사가 필수의료 행위를 정당한 사유 없이 중단했을 때 보건복지부 장관의 ‘업무개시명령’ 단계를 건너뛰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필수 유지 의료행위의 범위는 ‘응급의료, 중환자 치료, 분만·수술·투석과 이에 필요한 마취·진단검사’로 정했다.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집단행동 시 바로 형사 처벌로 가는 ‘패스트트랙’을 마련한 것”이라고 최 의원실은 10일 설명했다.현행 의료법은 필수·비필수의료 구분 없이 의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명령을 어기면 1년 이하 의사면허 정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금고형 이상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그러나 ‘업무개시명령’이란 중간 절차 때문에 제재를 할 때마다 송사에 휘말렸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는 김재정 당시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과 신상진(현 성남시장) 의권쟁취투쟁위원장이 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는데, 대법원은 김 전 회장 등에 대해서만 유죄를 확정하고 신 시장 등 의사 3명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적법한 업무개시명령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했다. 2020년 전공의들은 명령서 송달을 피하고자 휴대전화를 꺼 놓는 ‘블랙아웃’으로 맞섰다. 필수의료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한해 ‘업무개시명령’ 절차를 생략하고 곧바로 처벌로 가는 강력한 의료법을 적용하면 법적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집행 강제력을 키워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실제 벨기에,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은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하더라도 응급실을 비우지 못하도록 한다.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은 최소 인력을 유지하도록 명문화하고 일반 병동을 비운 것인지, 중환자실을 비운 것인지를 구분해 처벌 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2021년 2월 소관 상임위에 상정됐으나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의사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복지부는 검토보고서에서 “국민 생명과 긴밀히 관련된 필수유지업무의 지속적 제공을 담보해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고 찬성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의협은 “의료인이란 이유로 정당한 단체 행동 권리를 침해하는 처사는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반대했다. 다만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을 겨냥한 강력한 법적 제재가 되레 필수의료 기피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의 정책위원장은 “가뜩이나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중환자실·응급실 전공의의 이탈을 법으로 막아 버리면 응급의학과 등으로는 아예 가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업 등 집단행동 시 ‘필수유지업무’ 인력을 남겨야 한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적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의사들은 노조가 없어 법 적용이 어렵다. 보건의료인 가운데 노조법을 적용받지 않는 직역은 의사가 유일하다. 노조법은 응급의료 업무, 중환자 치료와 분만, 수술·투석 등을 ‘병원 사업의 필수유지업무’로 규정하고 병원 노동자가 파업하더라도 필수유지업무는 지속하도록 했다.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7월 파업 당시 환자 생명과 직결된 중환자실·응급실·분만실·수술실 등에 70~80%의 필수 인력을 남겼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간호사는 보건의료노조에 속해 있어 교섭과 쟁의행위라는 틀 안에서 투쟁할 수 있는데 의사들은 노조가 없어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면서 “파업의 주체가 없는데 어떻게 ‘파업’으로 간주해 노조법상 필수유지업무의 의무를 적용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김원영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필수의료 인력을 남기도록 강제하려면 공공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를 따로 뽑아 국가에서 양성하고 관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당장은 현행 의료법이라도 제대로 적용하고 의사들도 직업윤리를 되새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당장 중환자를 보지 않으면 환자가 사망하거나 의료사고가 날 수 있다. 법으로 규율하지 않더라도 소명 의식으로 지켜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의료법에도 엄연히 업무개시명령 제도가 있고 위반하면 벌칙이 있는데도 그동안 정부가 눈감아 줬다. 그러니 의사들이 밑질 것 없는 투쟁을 해 온 것”이라며 “현행법부터 제대로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도 “의사들의 집단행동 행태를 보면 집단 이익과 승리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불법행위를 엄정 조치해야 맹목적 집단행동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단행동으로 의료 현장에 문제가 생기면 병원장이 책임지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료법에 따라 병원은 입원환자 20명당 상근 의사 1명을 투입해야 한다. 전공의 이탈로 이를 지키지 못하는 병원이 꽤 나오고 있는데, 만약 의료사고가 나면 병원장이 일차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 비상경영·남은 의료진 한계…커지는 ‘의료대란’ 우려

    비상경영·남은 의료진 한계…커지는 ‘의료대란’ 우려

    정부와 의료계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의료대란 현실화’ 우려가 커가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과부하 등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경고도 있다. 10일 부산대병원에 따르면 전공의 87%가 사직한 병원은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은 9일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전공의 진료 공백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임직원의 헌신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현실적인 문제로 비상 경영 상황까지 맞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이는 전공의 246명 중 216명이 사직하고 이달 1일부터 출근 예정이었던 전임의 27명 중 22명이 임용을 포기하는 등 의료진 부족 사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병상 가동률이 40~50% 이하로 떨어진 부산대병원은 이달에만 100억원대 적자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남아 환자를 지키는 전문의·간호사 등은 체력·정신적 한계를 말하고 있다. 수도권 한 수련병원 간호사는 “의료대란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인턴이 없다 보니 인턴 업무를 교수나 펠로우가 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인턴들에게 간호사들이 업무요청을 내부망을 통해 수시로 해왔는데, 인턴이 없다 보니 요청하기가 눈치 보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과거에도 근무 환경이 매우 열악했기 때문에 이번 파업으로 인한 고통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지역거점 응급실은 연일 ‘환자 수용 불가’ 메시지를 띄우고 있다. 10일 진주 경상국립대병원은 ‘응급실 소아외과 의료진 부재로 진료·수술 불가’ 등을, 전날 삼성창원병원은 ‘응급의학과·배후진료과 의료진 부족으로 본원으로 이송 시 수용여부를 꼭 확인하고 이송 바람’을 공지했다. ‘의료진 부족으로 경증 외상 환자 수용 불가’ 메시지는 전국 병원에서 수시로 올라온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용하지 못한 환자는 의료전달체계상 하위 기관으로 이송되나 이곳에서도 적기 대응을 마냥 기대할 순 없다. 실제 부산·대구·전주 등 일부 지역 2차 병원 병상 가동률은 평소보다 10%가량 증가한 수준을 보인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늘어가면서 관련 피해 신고는 100건을 넘겼다. 법무부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의사집단행동 피해 법률지원단’과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서 실시한 법률 상담은 총 127건이었다고 밝혔다. 피해 유형으로는 ‘수술 연기’가 86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외 수술취소 13건, 진료거부 8건, 입원지연 3건, 기타 17건이 뒤를 이었다. 현재까지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구조 신청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환자가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23일 대전에서는 80대 노인이 ‘전화 뺑뺑이’를 돌다가 1시간여 만에 병원에 도착했지만 결국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송 병원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1시간 7분 만에 한 대학병원에 도착했으나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당직 근무를 서고 나서도 이렇다 할 휴식 없이 환자 진료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경증 환자는 되도록 2차 병원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3차 병원에서 시작한 과부하가 2차 병원으로 번지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외부로 발설 말라”…이국종 교수가 ‘의료파업’ 중 전한 말

    “외부로 발설 말라”…이국종 교수가 ‘의료파업’ 중 전한 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한 가운데,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의 근황에 관심이 모아졌다. 앞서 이 병원장은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당시 삼호주얼리호 선장과 2017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뛰어넘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병사를 살린 바 있다. 중증 외상 분야의 권위자인 이 병원장은 지난해 12월 국군대전병원장에 취임했다. 10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방부는 의료계 집단행동 대응을 위한 범부처 차원의 대책으로 지난달 20일부터 12개 군 병원 응급실을 개방하고 비상 진료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전날 기준 163명의 민간인 응급환자를 진료했다. 특히 이국종이 병원장으로 있는 대전병원을 찾은 민간인 환자는 30명으로 군 병원 중 국군수도병원(77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대전병원은 최근 전공의 파업으로 긴급 수술을 받지 못한 환자를 대신 수술하기도 했다. 현재 국군대전병원이 있는 대전 지역의 경우 전공의 총 420명이 사직서를 내고 근무지를 이탈해 의료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다. 국군대전병원 관계자는 “군의 존재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고 응급환자 진료는 의료진으로서 당연한 책무”라며 “(이국종)병원장 지침에 따라 환자 진료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장은 환자 진료가 의료진의 당연한 책무인 만큼 관련 사안을 외부로 발설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응급실·분만실까지 비웠다…전공의 14명 중 13명이 떠나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며 응급·필수 의료 분야까지 예외 없이 의료 공백 상태가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불만도 커진 상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앞서 7일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1만 2907명) 중 계약 포기 또는 근무지 이탈자는 1만 1985명으로, 92.9%이나 된다. 14명 중 13명이 환자 곁을 떠난 것이다. 전공의 이탈률은 2020년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추진에 반대해 집단행동을 했을 때의 80% 수준보다도 훨씬 높다.국제노동기구(ILO)는 파업 시 유지할 최소서비스의 설정 기준 중 하나로 ‘그 중단에 의해 공중의 생명, 안전,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업무’를 명시한 바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역시 병원 응급·중환자 치료와 수술, 분만 등의 업무는 정지될 경우 공중의 생명이나 건강 등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필수 유지 업무’로 보고 노동자의 쟁의행위 중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간호사 등 여러 의료직역 노동자로 구성된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7월 파업을 할 때는 수술실, 중환자실, 응급실 등 필수 의료 분야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업무를 봤다. 다만 전공의들은 전공의 단체가 노동조합이 아닌데다, 집단사직을 쟁의행위로 보기 어려워 필수 유지업무에 대한 법적인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지금의 전공의들이 이전과 다르게 응급실·분만실을 가리지 않고 의료 현장을 떠난 것은 ‘개인적인 사직’이 집단행동으로 이어진 형태로, 공통적인 지침을 갖기 힘든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 “애 안 낳는 韓여성, 이들이 ‘진짜’ 원하는 건…” BBC 기자 일침

    “애 안 낳는 韓여성, 이들이 ‘진짜’ 원하는 건…” BBC 기자 일침

    “2년 전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누군가가 ‘한국 여성들은 출산 파업 중’이라고 얘기했어요. 그 이후 각종 정책이 나왔지만 출산율은 계속 떨어졌죠.” 1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국 여성들을 취재해 “한국 여성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나”라는 제목의 기사로 화제를 모은 진 맥킨지 BBC 서울 특파원의 말이다.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는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각국 정부, 외교계, 기업계, 학계 등에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맥킨지는 연사로 참석해 자신이 직접 만난 한국의 여성들 사례를 통해 한국의 저출생 문제 원인을 진단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4분기 합계출산율은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록적인 저출산 현상이다. 저출산 기조는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어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도 0.7명선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맥킨지는 “한국의 작년 4분기 합계 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특히 서울에선 거의 모든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한국의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아이를 낳으면 현금을 주는 등 각종 지원책이 나왔지만 출산율은 회복되지 못했다. 맥킨지는 “1년 전 나는 한국의 저출산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국 여성들을 직접 만났다”며 그들의 이야기에 대해 소개했다. 맥킨지는 아이를 낳고 복직하지 못한 주변 동료들을 보고 육아와 출산을 포기한 여성, 독박육아에 힘들어하는 여성,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아이가 행복할 수 없는 한국에서 출산을 하고 싶지 않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오후 8시에 퇴근하고 월요일 출근을 위해 주말에 링거를 맞는 한 여성은 아이를 키울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며 “특히 자녀를 가지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고 많이 걱정했다”고 전했다. 한 워킹맘은 과거 ‘남녀는 평등하다’고 배웠던 사실과 달리 남편은 아이 돌봄과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은 탓에 ‘독박 육아’를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맥킨지는 한국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 엄마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현실을 알아서 출산을 포기한다”며 “현실을 아는 것이 출산을 막는다면 바뀌어야 하는 것은 바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시간 노동시간, 출산과 커리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현실 등 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만 아니라면 임신과 육아를 기꺼이 택했을 여성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원하는 것은 정부의 더 많은 지원이 아니었다”며 “더 유연한 근무시간, 배우자도 같이 육아를 하고, 가정과 일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의 변화를 원했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육아 장려를 위한 근무제도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맥킨지는 “최근 한국의 한 주요 회사는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같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 5일에 할 일을 4일에 걸쳐 나눠서 일을 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으론 안된다”고 했다. 또 “이미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회사들도 있다고 알고 있다. 엄마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혹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할 수 있다”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출생 문제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지만 여성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논의의 중심에 놓는 것이 필수”라며 “여성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한다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파업 때문에 돈 부족”…의사 사칭해 800만원 뜯어낸 40대 구속

    “파업 때문에 돈 부족”…의사 사칭해 800만원 뜯어낸 40대 구속

    서울 중랑경찰서는 의사를 사칭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수백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A씨를 구속 수사 중이라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알게 된 40대 여성에게 의사 가운을 입은 사진을 보내며 자신이 대학병원 의사라고 속였다. A씨는 최근 의사 집단 진료거부(파업)으로 돈이 부족하니 빌려달라며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지난달 28일쯤까지 피해자로부터 36차례에 걸쳐 약 800만원을 받아낸 혐의(사기 등) 등으로 지난 7일 구속됐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찾은 다른 의사의 사진을 도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페이닥터로 일하는 데 파업 때문에 제대로 (돈을) 못 받고 있다”면서 “적금 만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 돈을 입금해달라”고 피해자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최근 경찰의 연락을 받고서야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지난해 12월 무인점포에서 훔친 카드로 4만원 상당을 사용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절도 혐의도 받고 있다. 해당 카드가 부정 사용됐다는 신고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5일 A씨를 검거했다. 그 과정에서 담당 형사는 A씨가 자신이 2015년 의사 사칭으로 구속했단 피의자와 같은 인물인 걸 확인한 뒤 A씨의 통화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밝혀냈다. A씨는 의사 사칭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고 지난해 10월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 “(교도소에서) 나와서 돈이 없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 [지방시대] 지방은 의료 불모지를 탈출하고 싶다

    [지방시대] 지방은 의료 불모지를 탈출하고 싶다

    최근 의료파업으로 온 세상이 뒤숭숭하다. 의정 갈등이 생각보다 크고, 장기전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의료파업은 대형병원이 밀집한 서울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비수도권에서 관심이 더 크다. 의료 낙후 지역에선 “의료계가 공공의대를 반대하더니 2000명 증원이라는 폭탄을 맞았다”고 비꼬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수도권에선 오랫동안 의료인력 확보를 부르짖었다. 지역 의대를 나와도 수도권으로 가버리기 일쑤다. 취업을 위해 타지로 떠나는 건 일반 직장인과 다를 게 없다. 농촌 의료원은 일반인이 상상도 못 할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고액 연봉과 별도로 숙소를 마련해 준다고 해도 의사들의 관심을 못 끈다. 수도권에서도 충분히 넉넉한 월급에 좋은 집을 살 수 있는 의사들이 굳이 시골로 내려오지 않으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렇다면 의대 입학 때부터 조건을 달면 어떨까. 출신 대학의 지역에서 일정 기간이라도 근무하게 만드는 것이다.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과 지역의사제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지역의사제는 전국 의대 신입생을 선발할 때 비수도권 의료 취약지에서 일정 기간 근무할 정원을 별도로 뽑는 제도이고, 국립의학전문대는 지방 공공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진료할 석·박사급 의사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의사단체가 의사의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잠들어 있다. 사실상 정치권 관심에서 멀어졌다. 현재 관심은 의대 증원에만 쏠렸고 정작 핵심인 의사를 지역에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지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열악한 지역 의료 인프라는 단순 의료계에 국한되지 않고 지방소멸을 앞당기는 단초가 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발표한 ‘2023 올해의 이슈’를 보면 지방소멸 위기의 이면에는 지역 의료인프라의 부실 문제가 원인이자 결과로 꼽혔다. 지역 쇠락과 의료인프라 붕괴는 상호작용하며 악순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진료를 위해 타지로 이동함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크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은 이번에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이유를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 한다. 증원 외에 다른 대책 없이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 늘어난 의사들을 필수 의료와 지역에 안착시키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의료계도 의대 증원을 바라는 민심이 단순히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벌어서, 질투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구급차 뺑뺑이나 농촌 주민들이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일이 없도록 지역에 폭넓은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게 의사 수를 늘리려는 이유다. 이번 의료 파업에 많은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상처 입고, 대학은 분열 위기까지 처했다. 증원에 성공한다 한들 지역에 의사가 없는 한 지방 의료 붕괴는 막지 못한다. 어렵게 시작한 의대 증원이 의료 사각지대 해소라는 결실을 맺어야 하지 않을까. 설정욱 전국부 기자
  • 선후배 감시·압박에 복귀 못 하는 전공의들

    선후배 감시·압박에 복귀 못 하는 전공의들

    “의사 커뮤니티에 파업을 그만두고 복귀한 의사 명단이 실명으로 돌고 있습니다. 복귀하고 싶어도 선후배, 동기들의 눈초리와 불이익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익명의 전공의가 병원에 복귀하고 싶다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파업 불참자 명단을 정리한 일종의 ‘블랙리스트’<서울신문 3월 7일자 1면>가 존재한다는 것인데, 그는 “의사면허 정지보다 이 (의사) 집단이 더 무섭다”고 토로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엄정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파업이 3주째로 접어든 7일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강요와 압박에 의해 집단사직에 동참했다는 전공의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전공의는 “의대에 재학 중인 동기나 친한 후배가 동맹휴학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학생회로부터 전화를 받거나 따로 호출되는 등 압박을 받는 것을 봤다”며 “하루에도 여러 차례 감시하며 조리돌림하고 휴학계 제출 상황을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사와 의대생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최근 ‘참의사 전공의 리스트’라는 일종의 블랙리스트가 올라왔다. 이 글에는 전국 70여개 수련병원별로 의료 현장을 지키는 전공의들의 소속 과와 과별 잔류 전공의 수로 추정되는 정보가 상세히 담겼다. 여기에는 “평생 박제해야 한다”, “환자 곁을 떠날 이유가 없다니, 웃기다”는 등 조롱의 댓글이 달렸다. 이처럼 진료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경찰은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이날 의견문을 내고 “복귀한 전공의 등의 실명을 게시하거나 협박성 댓글을 다는 것은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8일 메디스태프에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글을 올린 작성자를 비롯해 의협 및 의협 비대위 관계자 등을 정보통신망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할 예정이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에서 (명단 진위를) 파악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강남경찰서는 이날 메디스태프에 ‘사직 전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는 게시글을 올린 작성자를 특정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한편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로 진료·수술이 축소되고 환자 수가 줄자 이른바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병원들이 간호사 등의 직원 무급휴가를 강제하면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한간호협회(간호협)가 운영하는 피해 신고센터에는 전날 오후 9시 기준 강제 휴가 관련 피해 신고가 15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간호사는 “환자보다 간호사가 더 많으니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 돌아올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피해 신고를 했다. 사태 장기화로 손실이 발생한 병원이 간호사 급여 등 지출을 줄여 보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줘야 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간호협은 상황이 지속되면 법적 대응도 검토할 방침이다.
  • “면허정지보다 선후배 눈총이 무서워” 전공의 블랙리스트 있다…‘수익 악화’ 간호사에 떠넘기는 병원들

    “면허정지보다 선후배 눈총이 무서워” 전공의 블랙리스트 있다…‘수익 악화’ 간호사에 떠넘기는 병원들

    “의사 커뮤니티에 파업을 그만두고 복귀한 의사 명단이 실명으로 돌고 있습니다. 복귀하고 싶어도 선후배, 동기들의 눈초리와 불이익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익명의 전공의가 병원에 복귀하고 싶다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파업 불참자 명단을 정리한 일종의 ‘블랙리스트’<서울신문 3월 7일자 1면>가 존재한다는 것인데, 그는 “의사면허 정지보다 이 (의사) 집단이 더 무섭다”고 토로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은 블랙리스트에 대해 엄정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파업이 3주째 접어든 7일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강요와 압박에 의해 집단사직에 동참했다는 전공의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전공의는 “의대에 재학 중인 동기나 친한 후배가 동맹휴학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학생회로부터 전화를 받거나 따로 호출되는 등 압박을 받는 것을 봤다”며 “하루에도 여러 차례 감시하며 조리돌림하고 휴학계 제출상황을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사와 의대생이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최근 ‘참의사 전공의 리스트’라는 일종의 블랙리스트가 올라왔다. 이 글에는 전국의 70여개 수련병원별로 의료현장을 지키는 전공의들의 소속 과와 과별 잔류 전공의 수로 추정되는 정보가 상세히 담겼다. 여기에는 “평생 박제해야 한다” “환자 곁을 떠날 이유가 없다니, 웃기다” 등 조롱의 댓글이 달렸다.이처럼 진료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경찰은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이날 의견문을 내고 “복귀한 전공의 등의 실명을 게시하거나 협박성 댓글은 범죄 행위”라면서 “정상 진료와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구속수사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8일 메디스태프에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글을 올린 작성자를 업무방해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할 예정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은 블랙리스트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에서 (명단 진위를) 파악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사실 자체가 있었는지를 확인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로 진료·수술이 축소되고 환자 수가 줄자 이른바 ‘빅5’ 병원을 비롯한 전국 병원들이 간호사 등 직원 무급휴가를 강제하면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한간호협회(간협)가 운영하는 피해 신고센터에는 전날 오후 9시 기준 강제 휴가 관련 피해 신고가 15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간호사는 “환자보다 간호사가 더 많으니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했다. 돌아올 수는 있는지도 의문이다”며 피해 신고를 했다. 사태 장기화로 손실이 발생한 병원이 간호사 급여 등 지출을 줄여 보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줘야 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간협은 상황이 지속되면 법적 대응도 검토할 방침이다.
  • “면허정지보다 의사 집단 무섭다”… 복귀 고민된다는 전공의의 고백

    “면허정지보다 의사 집단 무섭다”… 복귀 고민된다는 전공의의 고백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한 전공의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6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복귀하고 싶은 전공의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전공의라고 소개한 게시자 A씨는 “처음부터 정부 정책에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파업도 동의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여하고 있다”면서 “사실 업무개시명령, 3개월 면허정지보다 제가 속한 이 집단이 더 무섭다”고 밝혔다. A씨는 “복귀하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선후배, 동기들과 3~4년을 지내야하는데 온갖 눈초리와 불이익을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2020년도에는 ‘선실기’(당시 의사 국시 응시자들)라는 이름으로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동기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보았다”면서 “혼자 복귀하면 그렇게 될까 무섭다”고 덧붙였다. A씨는 한 의사 커뮤니티에서 어느 병원에 어떤 전공의가 복귀했는지 정리한 명단인 ‘참의사 명단’이 공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해당 명단은 ‘전공의 있는 전원 가능한 병원’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A씨는 “파업에 반대하는 듯한 글만 올라와도 온갖 욕설 등 댓글이 수백개 달린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6일 기준 전공의 91.8%에 해당하는 1만 1219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상태인 가운데 정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전공의를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인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사직은 집단 이기주의이고 자의가 아니었다는 양심 고백 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고, 지금이라도 돌아가고 싶지만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는 전공의가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정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 사직서 낸 ‘미복귀 전공의’ 월급 계속 준다…대학병원 속앓이

    사직서 낸 ‘미복귀 전공의’ 월급 계속 준다…대학병원 속앓이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보름을 넘긴 가운데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의 급여는 정상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정부가 전공의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으로 사태가 길어지면 병원들의 손실도 불어나 규모가 작은 병원을 중심으로 급여를 지급할 여력이 없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등 서울 지역 대부분의 수련병원은 지난달 말 사직서를 내고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지난달 급여를 정상 지급했다. 전공의들은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내거나 임용 포기 등의 방법으로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가 지난달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려 법적으로는 아직 병원 소속이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사용자가 쟁의 행위에 참가해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해 그 기간 임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노조법 제44조 제1항’에 따라 파업 기간에는 임금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단체 이탈 사태는 법적으로 파업에도 해당하지 않아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사태가 길어지면 규모가 작은 일부 병원은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없어 입원과 수술이 모두 급감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일명 ‘빅5’ 병원의 경우 매달 이들에게 지급하는 급여만 수백억원에 달한다. 이에 병원들은 임시방편으로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전공의들에게 우선 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의료 현장 혼란 최소화’를 위해 1285억원의 예비비를 심의·의결해 비상 진료 인력의 인건비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한편, 복지부가 서면 점검을 통해 전국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1만 2225명) 근무 현황을 점검한 결과, 6일 오전 11시 현재 계약 포기 및 근무지 이탈자는 총 1만 1219명으로 확인됐다. 전체 전공의의 91.8%에 달한다. 정부는 현장점검 결과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해 미복귀한 것으로 확인된 근무 이탈자에 대해서는 이달 5일부터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까지 의료 현장에서 큰 혼란 없이 비상 진료체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6일 12시 현재 응급실 일반 병상 가동률은 29%,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71% 수준으로 집단행동 이전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 [사설] 제자 말리긴커녕 파업 동조하려는 의대 교수

    [사설] 제자 말리긴커녕 파업 동조하려는 의대 교수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제재 절차에 나선 가운데 전임의들에 이어 일부 의대 교수들마저 ‘행동’에 나섰다. 강원대 교수 10명은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삭발했고,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경북대병원 외과교수는 사직의 뜻을 밝혔다. 원광대에선 의대 학장을 비롯한 의대 교수 5명이 보직을 사임한다고 했다. 전국 33개 의과대학의 교수협의회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과 소송을 제기했다. 미복귀 전공의들을 설득해 의료 현장으로 돌려보내야 할 교수들이 비록 일부라지만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의대 교수들마저 환자들을 외면하고 집단행동에 나선 행태에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전임의들까지 대거 이탈하는 와중에 의대 교수들마저 진료를 포기하거나 사직서를 제출한다면 환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일부 의대 교수들은 성명서를 내고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사법 처리가 현실화하면 제자들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들이 진정으로 제자들을 위한다면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라고 호소하는 것이 교육자로서 해야 할 도리 아닌가. 의대 교수들이 논리적 대응을 거부하고 집단행동으로 항거하는 것은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서 이들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박인숙 대외협력위원장이 그제 외신기자 대상 기자회견에서 “의대 증원으로 이공계 지망 수험생이 의대로 몰릴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산업계가 망하는 것은 국가 자살 수준의 행위”라고 지적한 것은 코미디 수준이다. 의대 증원으로 산업계가 망한다는 비약에 어떤 논리가 있나. 의대 교수들을 포함한 선배 의사들은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 “연세대 이공계 대학원 전액 장학금 추진… 의대 쏠림 방지할 것” [황비웅의 열린 시선]

    “연세대 이공계 대학원 전액 장학금 추진… 의대 쏠림 방지할 것” [황비웅의 열린 시선]

    연세의료원·강남세브란스병원장 역임연세대 의대, 서울대 추월 국내 1위의대 증원 갈등에 수술 50% 줄어1년차 레지던트 임용 포기도 속출교수들도 힘들어해… 번아웃 걱정필수의료에 어떤 식이든 보상 필요전공 융합 학생자율설계학기 추진자기 주도적 학습 환경 구축 노력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이 일파만파다. 미복귀 전공의 9000여명에 대해 정부가 면허 정지 등 행정 처분에 돌입했지만, 전공의뿐 아니라 인턴과 전임의들까지 대거 의료현장을 떠나고 있다. 일부 의대교수들은 삭발투쟁까지 강행했다. 의사들의 현장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수술·입원이 지연된 응급환자들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신음하고 있다. 교육부가 2025년도 의대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전국 40개 대학에서 의대 정원 3401명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정부의 수요 조사 결과인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지난 2월 취임한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강남세브란스병원장과 연세의료원장을 역임한 의과대학 교수 출신이다. 간담췌(간·담도·췌장) 치료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고, 그 분야 로봇수술도 최초로 도입했다고 한다. 의료원장 시절 ‘사람 중심 경영’을 모토로 인재경영실을 신설해 인사시스템을 개선한 결과 신입 간호사의 1년 사직 비율이 약 1년 6개월 만에 30%에서 14%로 감소했다. 재임하는 동안 연세대 의대는 서울대 의대를 제치고 세계대학평가 의생명 분야 국내 1위, 세계 32위로 도약했다. 윤 총장은 “현재 세브란스병원 입원 환자가 30%가량 줄었고 수술도 50%가량 줄어든 상황”이라면서 “전공의들이 빨리 돌아오지 않으면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대 증원 규모를 놓고 교수들과 한창 격론을 벌이고 있던 윤 총장을 지난 4일 연세대 언더우드관 총장실에서 만났다. -전공의들 공백을 메우던 전임의들까지 의료현장을 떠나고 있다.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병원 상황이 거의 다 비슷하다. 신촌·강남·용인 세브란스병원 합해서 인턴 계약 인원이 150명쯤 되는데 3명만 계약서를 작성한 상태다. 세 곳에서 1년차 레지던트 선발 인원도 172명인데 임용 포기를 한 인원이 134명이나 된다. 남아 있는 교수들까지 지치고 힘들어 번아웃이 오고 있어서 걱정이다.”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 정지 절차에 들어갔는데, 전공의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빅5 병원장들이 전공의들에게 환자 곁을 지켰으면 좋겠다는 호소문을 발표했는데도 큰 변화가 없었다. 환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병원 운영까지 어려워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빨리 정상화가 됐으면 한다.” -의대 교수 출신으로 신임 총장에 취임하셨는데, 총장으로서 현 사태에 대해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의대 정원을 증원했을 때 이공계나 생명과학 분야가 어떻게 될지 좀 걱정스럽다. 아직 준비가 좀 덜 돼 있는 것 같다. 의과대학 차원에서도 한 사람의 의료 인력을 길러내는 과정이 굉장히 복잡한데 교육여건을 준비할 시간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 고민스러운 부분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의대 증원과 함께 필수의료 패키지 보완책도 내놨는데 왜 의사들이 파업까지 하나. “제가 답하는 건 좀 부적절할 것 같다. 다만 정부와 의료계 모두 한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 강하게 주장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전공의들은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이 잘 안 됐다고 생각하고 선배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의대 증원이 의대 교육의 질 저하로 연결되는 건 아닌가. “그건 정부와 의료계 양쪽의 입장이 팽팽해서 제가 답하기가 좀 어렵다. 다만 제가 2022년 대한병원협회 회장으로 취임했을 당시에도 의대 증원 문제가 핫이슈였다. 당시 취임 인터뷰에서 의약분업 이전에 의사 수를 어느 정도 회복했기 때문에 350~500명 증원에는 찬성한다고 한 적은 있다고 말씀드리겠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필수 의료 분야가 충원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제가 췌장암을 수술하는 외과 의사였다. 수술 한번 하고 나면 발 뻗고 잠을 못 잔다.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너무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가족 다음으로 환자를 생각하는 건 아마 의사일 거라고 생각한다. 필수의료 분야 전문가가 되기까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담이 있고 책임감이 있다. 필수의료 분야는 소명감만 갖고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 총장은 의료파업 사태가 빨리 진정 국면으로 갔으면 좋겠다면서 이번 기회에 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정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이어 대학 총장으로서의 포부에 대해 질문을 이어 갔다. -연세대가 세계대학평가에서 아시아 사립대 1위를 차지했다. 연세의료원장 시절 의과대학 평가 국내 1위, 세계 32위의 우수한 성적을 내셨는데, 신임 총장으로서 다짐은. “연세대가 세계대학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은 전임 총장님들뿐 아니라 교직원들이 엄청나게 노력을 한 결과다. 저는 의료원장 시절에도 연구 업적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투자를 많이 했다. 이런 경험을 살려서 총장으로서도 학과의 벽을 뛰어넘는 초학제적 융복합 연구를 적극 추진해 글로벌 위상을 높이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취임사에서도 학제 간 융복합 연구를 강조하셨다. 어떻게 추진하실 건가. “연세대는 캠퍼스 안에 단과대학들이 몰려 있어 공학, 과학, 인문사회 등 융합연구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노베이션 센터를 만들어 융합 연구를 할 수 있는 팀들을 지원받아 선정하고 정책적으로도 지원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 가겠다.” -의대 쏠림 현상이 이공계 공동화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우리 대학교 차원에서는 이공계 전일제 대학원생들에 대한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국책사업들에서 나오는 연구비와 함께 학교 차원에서 기부금을 모금하고, 연구성과물들에 대한 사업화를 추진해 재원을 마련할 생각이다.” -학령인구의 지속적 감소로 대학 재정이 위협받고 있다.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데, 등록금 현실화가 가능할까. “미국 사립대학의 등록금 수입 비중이 33.3%인 데 반해 우리나라의 사립대학은 등록금 수입 비중이 거의 53.7%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다. 기부금 모금과 함께 연구 결과물들의 사업화를 이뤄서 등록금 의존도를 미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낮춘다면 발전적인 학생들 지원이 가능하고, 좋은 교수님들을 모셔 올 수가 있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 스스로가 배우고 싶은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학생자율설계학기제’를 추진하겠다고 하셨는데. “학생들이 학과와 전공 중심의 구도에서 벗어나 스스로 배우고 싶은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것이다. 초학제·초융합을 위한 전공 간의 융합을 위한 최초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은 졸업까지 1학기를 학생자율설계학기제로 선택 가능하며, 그 기간 부전공, 복수전공, 마이크로전공, 융합전공, 연계전공 등의 강의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정부에서 발표한 무전공 선발 방침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 “학과 간 장벽 허물기는 이제 학문적인 추세가 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무전공 선발 이후 중도 탈락률이 높다거나 쏠림 현상이 있다는 얘기가 있어 좀더 준비해 추진할 생각이다.” -총장으로서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학생들을 창의적인 인재로 길러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학생들이 얼마나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할 수 있게 해 주느냐가 중요하다. 또한 교수님들도 정말 원하는 분야를 연구할 수 있도록 시설과 재원을 마련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행정의 효율화와 자동화를 통해 중복되는 일들을 피하고 그 시간과 노력을 좀더 생산적인 분야에 쓸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윤동섭 총장은 ▲1961년생 부산 ▲경남고 ▲연세대 의대 학·석사 ▲고려대 의학박사 ▲강남 세브란스병원 기획관리실장 ▲강남 세브란스병원 외과부 부장 ▲연세대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주임교수 ▲강남 세브란스병원 병원장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대한병원협회장 ▲연세대 총장
  • 尹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PA 간호사 활용”… 의료체계 칼 댄다

    尹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PA 간호사 활용”… 의료체계 칼 댄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대형병원이 젊은 전공의들의 희생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며 의료인력 구조를 전공의에서 전문의 중심으로 바꾸고 진료지원(PA) 간호사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빅5’(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 등에 대해선 경증 환자에 대한 보상을 줄이겠다고 밝혀 의대 정원 확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형적인 의료전달체계에도 ‘메스’를 대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세종에서 잇따라 주재한 국무회의와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의료계 파업을 강하게 비판하며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현재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수련하는 전공의가 8724명으로, 전체 의사 2만 3284명 중 37.5%를 차지하고 있는 매우 기형적인 구조”라며 “또한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당 77.7시간으로 지나치게 긴데, 지금까지 대형병원이 젊은 전공의들의 희생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음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이러한 병원 운영구조를 반드시 바로잡고 개혁해야 한다”며 “전문의 중심의 인력 구조로 바꿔나가는 한편 숙련된 PA 간호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소위 빅5 병원은 중증, 희귀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증 진료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경증 환자에 대한 보상은 줄이겠다”고 밝혀 의료개혁 드라이브를 상급종합병원 문제 등으로 확대할 뜻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수련 과정 전공의가 이탈했다고 해서 국가적인 비상의료체계를 가동해야 하는 이 현실이 얼마나 비정상적이냐”라며 의대 증원 필요성을 재차 역설했다. 이어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된 1977년 이래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나 증가했는데 이 기간 동안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의대 정원이 1380명에서 3058명으로 겨우 2.2배 증원됐기 때문”이라고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며 의대 증원 반대 논리를 직접 반박했다. 또 대규모 의대 증원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정원이 평균 1.6명에 불과해 법정 기준인 8명에 비해 전임교수 수가 넉넉한 점 등을 예로 들며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의료개혁은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라며 집단행동에 나선 의료계와 타협할 뜻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며 “의료행위에 대한 독점적 권한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함께 부여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의협 간부 첫 소환… 형사처벌 압박 세진다

    의협 간부 첫 소환… 형사처벌 압박 세진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은 6일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대한의사협회(의협) 간부를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소환했다.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가 전현직 의협 간부 5명을 고발한 지 8일 만이다. 이에 따라 의협을 비롯한 전공의 등 의사들에 대한 압박 강도가 한층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선 경찰과 검찰이 파업 불참자 명단을 정리한 일종의 ‘블랙리스트’ 존재 여부를 파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얼굴)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의료법 위반·업무방해 혐의 등을 받는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을 불러 10시간 가까이 조사했다. 주 위원장 등 전현직 의협 간부 5명은 전공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등 집단행동을 교사하고 방조해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또 전공의들이 소속된 수련병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적용됐다. 경찰은 주 위원장을 상대로 단체행동 지침 작성과 법률 지원 경위, 전현직 의협 간부들의 관계 등을 추궁했다. 아울러 주 위원장 등 의협 전현직 간부의 행동이 의협 정관에 위배되지 않는지를 파악하고자 관련 내용도 캐물었다. 경찰은 지난 1일과 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내 비대위 사무실 등에서 의협 회의록, 업무 일지, 투쟁 로드맵, 단체행동 관련 지침 등을 확보했다. 주 위원장은 경찰 조사 이후 “알고 있는 그대로 거리낌 없이 다 말했다”며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한 것은 아니고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 많았다”고 말했다. 앞서 주 위원장은 경찰에 출석하면서 “전공의 집단사직을 교사한 적이 없기 때문에 죄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며 “(전공의 연령대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는 선배들이 말해도 따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사직한 후배들을 간섭 또는 방조했다는 건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주 위원장에 이어 오는 9일 노환규 전 의협 회장, 12일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임현택 비대위원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날 조사를 마친 주 위원장도 한 차례 더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속영장 신청 등 신병 처리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의협 간부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지려면 전공의들이 의협의 ‘우월적 지위’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파업에 참여했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따라서 의협이 관리하는 파업 불참 블랙리스트 같은 게 존재하는지, 만약 있다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전공의들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까지 경찰과 검찰이 들여다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의협은 지난 4일 보안문서 파쇄업체를 사무실로 불러 다수의 문서를 폐기했는데 여기에 전공의 파업을 강요하는 문서들이 다수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 사무총장은 “현시점에 문서들을 파쇄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파업 불참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고 수사로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의대생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국가고시 거부와 동맹휴학 등 투쟁을 벌일 때도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불참자를 색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의대 학생회가 집단휴학 참여 여부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하면서 학번과 이름 기입을 강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민위 등은 전공의들의 파업이 의협의 협박과 강요에 의한 불가피한 상황 때문이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의협 산하 대한의학회가 전문의 시험을 관리하고 있고 2차 시험인 구술시험은 교수들의 주관적 평가가 많이 개입돼 전공의 입장에선 파업 불참 시 불이익을 우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처음 참석해 ‘2000명 의대 증원’을 비롯한 정부의 의료개혁 방향을 직접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현재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크게 부족한 점을 재차 언급하며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은 의사 양성 확대를 기본으로 하면서 늘어난 의사들이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에 종사하도록 하기 위해 필수의료 패키지를 함께 시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스스로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며 자유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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