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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수의 종횡무진] 하루키가 달리는 이유

    ‘인간실격’으로 유명한 일본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가 지독한 자기 환멸과 근원적인 절망감 때문에 자살했을 때, 동시대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는 이를 경멸하면서 말했다. “그런 성격 결함의 절반쯤은 냉수마찰이나 기계체조로 고칠 수 있다.” 그렇게 말한 미시마 유키오 역시 자살을 했다. 그런데 그 사유는 다자이 오사무와 다르다. 다자이 오사무가 내면에 대한 불안의식과 일본 사회의 과잉된 우경화에 시달리다 자살했다면 미시마 유키오는 일본 파시즘 부활을 외치며 할복 자살했다. 미시마 유키오의 대표작은 ‘금각사’. 이 소설은 유일무이한 미를 영원히 간직하기 위하여 불을 지르고 만다는 지극히 일본적인 소설이다. 이 소설을 쓴 뒤 미시마 유키오는 보디빌딩으로 제 육체를 단련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힘,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 세계, 군더더기 하나 없는 완벽한 힘과 미와 열정이 충일된 세계. 그것을 동경한 미시마 유키오는 현실 속에서 이를 충족하기 위해 군국주의 부활 운동에 뛰어들었다가 마침내 할복자살했다. 육체에 대한 과도한 몰입, 스포츠에 대한 지나친 열병, 강한 힘에 대한 한없는 동경. 이러한 것이 때로는 치명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미시마 유키오는 보여준 것이다. 스포츠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 대단히 유연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역설적으로 가르쳐 준 것이다. 스포츠는 힘 자랑이 아니며 남에게 으스대기 위한 행동이 아니다. 완벽하고 강한 힘을 추구하는 것 못지않게 여리고 시들고 병든 것을 사랑해야 하는 것 역시 인간의 의무다. 건강한 스포츠 정신이란 이처럼 상반된 것에 대하여 균형 있는 시각을 갖는 것이다. 또 한 명의 일본 소설가가 있다. ‘상실의 시대’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다. 그는 널리 알려진 마라토너이다. 마라톤 풀코스를 25회나 완주하고 100㎞ 울트라마라톤에도 성공한 작가다. 소설가하면 골방에서 담배나 연신 피워대야 어울릴 법한데 하루키는 지금도 매일 같이 달리는 작가다. 전업 작가가 된 32살 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 하루 두 갑 이상 담배를 핀 체인스모커였으나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담배를 끊어 버렸다. 그는 매일 달린다.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 23시간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나머지 1시간은 달리기 위해 빼놓았다. 그는 예술이란 몸 안에 든 독을 빼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독을 빼내기 위해서 소설가는 건강해야 하는데 랭보, 다자이 오사무, 아쿠다가와 류노스케 같은 소설가는 그 독에 물려 죽은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최근 발간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문학사상 펴냄)에 보면 하루키는 언젠가 죽고 나면 묘비명에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고 써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번은 어느 친구가 “신체 장애가 있고 스포츠를 못하는 사람도 좀 생각하라.”고 지적을 했다. 하루키는 이에 대해 건강한 몸을 갖고 있으면서 그것을 무신경하게 함부로 다루는 사람이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1998년 6월 호놀룰루에서 열린 시각장애인 마라톤 15km 코스에 동반자로 참가한 적이 있다. 어느 시각장애인과 끈 하나로 연결를 마주 잡고 달린 것이다. 그 ‘행복한 경험’을 마친 후 하루키는 썼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장애가 신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신체를 진정으로 의식하는 것이다.” 이 겨울, 땀 흘리며 스포츠에 몰두하고 있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새해 덕담이다.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 배트맨 “이름 함부로 짓지 마,후손들이 애 먹어”

    배트맨 “이름 함부로 짓지 마,후손들이 애 먹어”

     아이들의 이름을 잘못 지어 후회하는 이들을 가끔 만난다.나도 그런 축일까.하나밖에 없는 딸아이 이름을 ‘은별’이라 지었더니 “그럼 첫째는 금별이겠네요?”라고 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  딴에는 ‘(그리운) 임은 별(같은 존재)’란 식으로 ‘문학적으로 지었다.’고 우기지만 그딴 설명이 통할 리 없다.  그래도 다음 사람들에 견주면 난,꽤 성의있게 이름을 지은 축에 들지 않을까.1일 야후 닷컴에 그레이엄 우드란 블로거가 올린 글 ‘아이 이름으로 지어선 안 될 6가지 이름’에 소개된 사례들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다.    아이 이름으로 ‘애플’이나 ‘파일럿’을 떠올리는 건 애교로 보아 넘겨야 한다.정말로 아이가 자랄 때 어려움을 겪기 원한다면 다음 6개 리스트에서 골라 내기만 하면 된다.    1.배트맨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민족 중 하나다.지난해 9월 베네수엘라 정부는 슈퍼맨이나 배트맨으로 아이들 이름을 짓는 이들이 하도 늘어 100가지의 스페인식 이름(예를 들어 후아티나나 미구엘 같은)을 권장하기까지 했다.그랬더니 왠걸,호치민(베트남 공산당 창건자)과 아이젠하워(미국 대통령)를 아기 이름으로 붙이는 이들이 부쩍 늘었단다.물론 히틀러란 독창적인(?) 이름을 갖고 있는 베네수엘라인은 적어도 60명이나 된다.    2.이클립스 글래시스  2001년 6월 아프리카 남부에서 완전 개기일식이 있었다.짐바브웨와 잠비아 정부는 주민들에게 태양을 맨눈으로 쳐다보지 말 것을 권장하는 캠페인을 벌였는데 이 캠페인이 참 잘도 먹혔던 것 같다.이때 출생부를 들여다 보면 이클립스 글래시스 반다,토털리티 주,애뉼라 맥홈보 같은 이름들이 수두룩하다.    3.NAAKTGEBOREN(벌거숭이)  나폴레옹이 1810년 네덜란드를 점령했을 때 현지인들은 이름 하나 만으로 살고 있었다.즉 라스트 네임이 없었다.프랑스인들 역시 수십년 전에는 이랬었다.해서 나폴레옹은 모든 네덜란드인들은 성을 갖도록 명령했고 네덜란드인들은 저항 정신을 드러낸답시고 기발한 성을 갖다붙였다.이렇게 해서 NAAKTGEBOREN(벌거숭이),SPRING INT VELD(들판에 점프),PIESTS(오줌발)란 성이 탄생했다.후손들에겐 매우 불행한 일이었지만 나폴레옹의 정책은 꽤 오래 버텼고 때문에 이들 성은 오늘날 네덜란드인에게 여전히 남아 있다.    4.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아이슬랜드 사람들은 이름을 매우 신중하게 짓기로 유명하다.절대 남의 나라 사람들의 성을 따와선 안 되기 때문이다.러시아의 거장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가 아이슬랜드에 귀화를 신청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정부는 고민 끝에 예외를 인정했고 이 이름은 아이슬랜드에서 공인된 몇 안 되는 이름에 오르게 됐다.    5.YAZID  이맘 후세인 이븐 알리는 시아파 무슬림 신도들의 추앙을 받는 인물 중 하나.7세기쯤 그는 수니파 칼리프인 야지드에 의해 참수를 당했다.그리고 이슬람 역사 최대의 음모극이 된 이 사건 이후 야지드는 수니파에게선 흔한 이름으로,시아파 사이에선 경멸스러운 이름으로 각인됐다.말하자면 스탈린이나 히틀러를 아들의 이름으로 붙이는 것과 같은 것 말이다.    6.아돌프  죽음의 수용소와 파시즘으로 상징되는 아돌프란 이름 역시 부모들이 아이들의 이름으로 금기시하던 것이었다.그러나 1949년에 한 불행한 젊은이가 그 이름을 얻었다.히틀러의 조카 윌리엄 패트릭 히틀러의 아들이었다.윌리엄 패트릭 히틀러는 1930년대 히틀러와 맞서 싸우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인물인데 왜 그가 개명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지금 57세인 알렉산더 아돌프 히틀러를 포함한 아들 넷은 ‘총통’의 가계도를 끝내 버리기 위해 자손을 갖지 않기로 서로 약속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커피와 역사, 상관관계 조명

     7세기경 한 양치기 소년이 수도원에 전하면서 마시기 시작했다는 ‘검은 음료’ 커피는 지금 원유에 이어 전 세계 무역량 2위를 차지한다.  ‘커피가 돌고 세계史가 돌고’(우스이 류이치로 지음,북북서 펴냄)는 기원설부터 시작해 커피가 본격적으로 대중에 전파된 이후 400년에 ‘어떤 방식으로 역사에 관여했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나간다.  커피의 원산지는 동아프리카이지만 실제로 이를 끓여 마시기 시작한 것은 이슬람의 일파인 수피주의자들이었다.쉽게 잠들지 못하는 커피의 특성을 이용해 밤늦게까지 기도하고 신과 합일을 이루기 위한 종교적인 매개체로 사용됐다.이후 커피는 이슬람교도의 성지순례를 유통경로로 전파됐고,커피 운송과 교환에 이슬람의 거상과 유럽의 상인자본가가 관여하면서 전 세계적인 상품으로 등장한다.영국과 프랑스,독일 등지로 전파된 커피는 각 나라의 문화에 녹아들면서 독자적인 발전과정을 거친다.  1554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생겨나 커피의 대중적 확산에 기여했던 ‘커피의 집’(카페의 원형)은 100년 뒤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커피하우스’로 변신했다.경제활동은 등한시한 채 수시로 커피하우스에 출입한 남편과 출입을 제한하는 차별에 반발한 여성들은 홍차에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홍차가 영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잡는 데는 이런 악사가 숨어 있다.프랑스 파리에서는 커피가 사람에게 해롭다는 소문이 돌면서 독성을 없애기 위해 우유를 섞어 마셨다.이것이 부드러운 카페오레의 시작이다.영국과 달리 카페 출입에 남녀 차별이 없었던 파리의 카페는 프랑스혁명과 문화의 본거지가 됐다.  중상주의 정책을 펴던 독일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막대한 커피 수입 대금을 아끼려고 대용 커피 문화를 만들어냈다.커피는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 착취와 인종차별에도 깊이 개입했고,독일에서는 시민사회의 돌연변이라고 할 파시즘을 생성하는 데 기반이 됐다.  지은이는 일본 도쿄대학 교양학부 교수.현대문명의 우화를 커피와 엮어 때로는 진지하게,때로는 재미있게 풀어낸다.무료하지 않게 역사와 커피에 대한 상식을 얻고자 한다면 필수.1만 2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비정규직 문제 “재취업 도와야” “복지 지원을”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비정규직 문제 “재취업 도와야” “복지 지원을”

    전 세계인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노동과 복지. 끊임없이 변화와 개선을 추구해야 하는 이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의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등은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 것일까. ‘유연안정성’을 주창한 귄터 슈미트 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와 이메일·전화 인터뷰를, 국내 노동·사회 분야의 대표적 지식인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와 대면 인터뷰를 갖고 이를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1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어떻게 ▶한국은 비정규직법을 여러 차례 개정했지만 오히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의 질적인 면에서 선진국과 한국의 차이는 어디에 있나. 귄터 슈미트 교수 한국의 비정규직 증가 비율이 높다거나 절대적으로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1998년부터 2005년 사이 유럽에서 비정규직 비중이 줄어든 곳은 덴마크가 유일하다. 한국의 문제는 단순히 숫자로 볼 것이 아니라 고용 형태의 문제로 검토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수직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 기업간 구조가 점차 프로젝트나 네트워크 형태로 바뀌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호 조율이 유연성 있게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같은 접근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동춘 교수 비정규직 문제의 시발점을 IMF 외환위기로 인한 구조조정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다 근원적인 시작은 80년대 이후의 재벌체제 본격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 관계 등 산업구조가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용역업체에 대한 제한이 없이 어떤 곳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있는 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경비를 축소하기 위해 당연히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해야 할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슈미트 교수 비정규직과 정규직이라는 이분화된 근로형태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의 안정성에 비견되는 새로운 안정성을 도입해야 한다. 비정규직이 일정 기간 명확하게 고용을 보장받고, 또 같은 산업 내에서 재취업이 얼마든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유연안정성(Flexicurity)’이라는 개념을 제공해야 한다. 김동춘 교수 정부가 800만 비정규직이 존재하는 한 노동세력을 국가의 파트너로 통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2년 비정규직 제한을 4년으로 늘리는 식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노동의 질을 저하시키고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복지차원에서 임금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은 사회보험을 통해서 지원해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을 쓰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 대기업의 역할분담이 절대적이라고 본다. 2 바람직한 모델 어디서 찾나 ▶유럽형 모델, 미국형 모델 등 노동과 복지 선진모델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한국적 상황에 딱 맞는 모델을 찾기는 힘들다. 슈미트 교수 특정국가를 벤치마킹해 문제를 해결하기는 아주 힘들다. 그러나 각 나라들의 사례를 조금씩 도입해 퍼즐처럼 맞춘다면 실마리가 생길 수도 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비정규직종을 실업보험, 장애보험, 노령보험에 편입하고 있다. 또 여성 중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무려 60.9%에 달하는 네덜란드의 경우 이들에게 정규직과 동등한 임금 지급, 고용보호, 이에 상응하는 사회안전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김동춘 교수 개인적으로 역사적 배경이 비슷한 아일랜드는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식민지 경험으로 인해 내부가 분열돼 있고 농업국가의 전통이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한데 유럽통합을 계기로 영국까지 경제적으로 추월할 수 있었다. 이들이 노사타협과 내부통합을 일궈낸 사례는 연구해서 일부 적용할 필요가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가 비정규직의 조합원 가입을 부결시키는 등 노노갈등도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조합원들의 특성상 당연한 일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슈미트 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내에서도 노동자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문제는 많은 차이가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노동자간의 협의를 통해 이끌어내기보다는 정부가 일정부분 규제를 한다는 전제 하에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하한선을 결정하고 채용 및 해고 시 공정성을 갖춘 조항을 만들어야 같은 공간에서 토론이 가능해진다. 김동춘 교수 상대적으로 혜택받은 대기업 노조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를 노조가 귀족노조라든지, 이기적이라든지 하는 식으로 때리는 것은 옳지 않다. 기업들의 분식회계나 불법상속 등이 처벌받지 않는 상황에서 노조에만 도덕성과 양보를 강요할 수는 없다. 현대차 사태처럼 한국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는 안전판 기능을 해왔는데 이 부분을 허물어야 한다. 노조가 연대의 모습을 보이면 정부나 사용자가 압박을 받아 나서지 않을 수 없다. 3 노동ㆍ복지 어떻게 연결되나 ▶노동과 복지는 하나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인 복지 시스템 자체가 노동자들의 권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공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동춘 교수 의료보험의 경우에는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보편적 의료보험에 가깝다. 다만 고가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많은 부담이 된다는 점이 아쉽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액 수입을 가진 사람들의 피부양자도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이 조치만 이뤄지면 보험재정의 적자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적게 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OECD 국가들 중에서 보험료가 낮은 편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자. 신문값을 올리는 데 독자들은 반대할 수 있지만, 지대를 올려서 광고비중을 줄이면 언론의 공공성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국민연금은 다 연동된 문제이기 때문에 더 깊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상태에서는 뚜렷한 해답이 없다. 슈미트 교수 한국 사례를 연구해 보면 실업보험이 취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업보험을 커버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정부에서 강력한 보조금 지원을 받는 고비용 구조는 한국에서 적용하기 힘들 것 같다. 한국처럼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비율이 낮은 국가는 고비용 구조를 쉽게 적용하기 힘들다. 실업보험의 의무적 시행을 통한 접근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대부분의 OECD 국가가 정부와 근로자 또는 정부와 기업의 분담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특히 시간제 근로자가 특정 시간 이상 근무하면 의무적으로 실업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덴마크식 모델은 한국에서도 도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현재의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획기적인 노동문제 전환의 시기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동춘 교수 노동과 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산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이미 했다. 한국은 이미 IMF 외환위기라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그 당시의 정책들이 전혀 효과가 없지는 않았지만 많은 부작용이 함께 왔다. 이번 경제위기는 전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개혁을 일궈낼 기회로 평가할 수 있다. 대공황 이후에는 파시즘과 전쟁이 등장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극우와 극좌가 동시에 등장하는 등 대공황 시기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사회가 이처럼 양극단으로 쪼개지지 않고 슬기롭게 이번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면, 사회통합에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노동ㆍ복지 대표 지식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김동춘(50)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대표적인 좌파지식인으로 노동, 사회, 복지 분야에 걸쳐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서울대 사범대를 나와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경제와 사회 편집위원장, 역사비평 편집위원 등을 맡았다. 학술적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그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 운동에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서로 ‘한국사회노동자연구´,‘한국사회과학의 새로운 모색´, ‘근대의 그늘´,‘전쟁과 사회´ 등이 있다.2006년‘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으로 단재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독일식 노동모델 정립’ 슈미트 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 귄터 슈미트(64) 베를린 자유대학 명예교수는 ‘독일식 노동모델’을 정립한 노동분야의 석학이다. 전 세계 사회학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베를린 사회과학연구센터(WZB)의 소장도 맡고 있다. 실업률과 비정규직 숫자를 낮추는 데 급급한 미국식 노동정책에 반기를 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수준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유연안정성’을 주창했다. 그의 이론은 독일 노동 정책이 임금이나 근로시간에 대한 유연성을 가지는 대신 안정성에 치중하도록 해 수많은 기업들의 노사상생을 이루는 밑거름이 됐다. 특히 지배형태, 공기업 민영화, 사회적 리스크 등 폭넓은 변수를 이론에 도입해 학계에서 ‘빈틈이 없는 이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부시 독립기념일 ‘수모’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32번째 독립기념일을 맞아 망신을 당했다.4일(이하 현지시간) 행사장에서다.CNN에 따르면 부시는 독립선언서를 쓴 토머스 제퍼슨(1743∼1826년) 3대 대통령 생가가 있는 버지니아 샬러츠빌 몬티첼로에서 임기 마지막 독립기념일 연설을 준비했다. 연설 서두를 최근 시민권을 얻은 미얀마 등 30개국 출신 72명에 대한 주제로 잡았다.72명은 특별 초대됐다. “여러분은 먼 여행 끝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부터 미국 역사는 여러분들의 유산이 될 것입니다.7월4일은 여러분이 독립한 날로 남을 것이며 이 자리를 빌려 축하합니다.” 이렇게 말을 이어가며 2∼3분 흘렀을 무렵 방청석에서 갑자기 시위가 벌어졌다. 몇몇 사람이 벌떡 일어나 “전범자”라고 했고 한 남성은 부시를 가리키며 “저 사람은 우리나라(미국)에 파시즘을 몰고 왔다.”고 외쳤다. 한 여성은 ‘탄핵(impeachment)’이라는 글을 적은 빨간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이 여성은 연단으로 올라가려다 경호원들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그와 주변에 있던 9명이 곧장 행사장에서 쫓겨났다. 연설은 끊겼다. 그러자 이번엔 다른 쪽에서 시위자들이 “부시를 탄핵하자. 헌법을 바꾸자.”고 잇달아 외쳤다. 그러나 CNN은 부시 대통령이 마치 연설문에 미리 준비라도 했던 듯 담담하게 “미국엔 언론의 자유가 있다.”면서 말을 계속했다고 덧붙였다. 부시는 “제퍼슨 전 대통령도 생전에 독립기념일을 자신의 생일보다도 기쁘게 생각했다.”고 힘주어 말했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열린세상] 정부는 ‘법치주의’를 버리려는가/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열린세상] 정부는 ‘법치주의’를 버리려는가/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미국산 쇠고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부가 점점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쿠데타로 집권한 정부가 아니라 선거로 선출된 정부’라는 것을 명분으로 강경진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촛불시위 때문에 ‘법치주의’가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은 법치주의에 대한 오해에 기반하고 있다. 우선 선거로 선출된 정부라고 해서 잘못된 공권력 행사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파시즘의 대명사로 꼽히는 히틀러도 상당한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집권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한편 ‘법치주의’라는 단어도 제대로 쓰여야 한다.‘법치주의’의 반대말은 불법 시위가 아니라 ‘권력자에 의한 자의적인 지배’이다. 본래 ‘법치주의’는 공권력의 행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나온 원리가 아니라, 공권력으로부터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나온 원리이다. 즉 전제적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것에 맞서, 법 앞의 평등과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법에 의한 지배’를 하려는 것이 법치주의인 것이다. 사실 ‘법치’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행태를 보여 왔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에 임기가 남아있는 공공기관장들에 대해 법적인 근거도 없이 사표를 종용했다.‘법의 지배’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태였다. 임기제를 통해 공공기관장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이고 ‘법치주의’이건만, 이명박 정부는 임기제 정착을 위해 그동안 해 왔던 노력들을 한순간에 무산시켰다. 그리고 최근에는 촛불 시위에 대해 강경진압을 하고 있다. 그 명분은 ‘법치주의’ 회복이다. 그러나 일부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했다고 해서 ‘법치주의’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시위진압 경찰이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법치주의의 위기를 초래한다. 국민이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해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권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 ‘법치주의’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 법 어디에도 경찰이 누워있는 시위대를 발로 밟고 곤봉으로 내리치고 방패로 찍으라고 하는 내용은 없다. 그런데 지난 6월28일 밤 경찰은 비폭력적으로 누워있는 YMCA 이학영 사무총장을 비롯한 시민들을 밟고 내리치고 찍어서 많은 부상자를 발생시켰다. 이런 초법적인 폭력진압을 묵인하는 정부는 ‘법의 지배’와는 거리가 먼 정부이다. 또한 ‘법치주의’의 기본은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수사권, 감사권을 휘두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PD수첩의 보도가 일부 공정하지 못했다고 치자. 보도가 공정하지 못하고 균형을 잃었다고 해서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한다지만, 미국산 쇠고기 사태로 국가와 국민의 명예를 훼손한 장본인은 언론이 아니라 졸속협상을 주도한 사람들이다.KBS에 대한 특별감사, 네티즌들에 대한 수사 등도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비판의 자유’를 억누르려고 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권력기관들이 정권 핵심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보면, 법치주의가 유린되었던 독재정권 시절을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된다. 오히려 현 정부야말로 ‘법치주의’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중단하고, 시위에 대한 불법적인 과잉진압을 중단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법치’를 통해 ‘선진화’를 달성하겠다고 한 정부다. 그런데 지금의 행태는 ‘선진’이 아니라, 후진기어를 넣고 페달을 밟는 것이다. 법치가 아닌 ‘자의적 통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역사의 시계를 뒤로 돌리는 이런 행태는 정권에도, 국민에게도 모두 불행한 일이다. 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 절망과 희망… 유럽 60년史

    절망과 희망… 유럽 60년史

    유럽은 하나의 텍스트다. 인류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직시하며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뜯어보고 분석하고 곱씹어야 할 정밀한 문장들이 텍스트 곳곳에 숨어 있다. 유럽은 가장 작은 대륙이라는 ‘외부’를 가지면서도 가장 복잡다기한 ‘내부’를 가졌다.46개의 국가가 드러내는 차이와 대조는 여타 대륙들과 달리 유럽을 특히 도드라지게 만든다. 침략자와 피침략자가 공존하고, 국경과 민족이 불일치하며, 동일한 언어 사용이 연대의식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佛영화감독 장 르누아르 “절망의 대륙” 1989년 12월이었다. 유럽 전문가인 토니 주트(미국 뉴욕대 교수)는 오스트리아 빈의 한 기차역에 있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한 지 한 달 만이었다. 리투아니아 공산당이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직후였고, 루마니아에서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독재에 반대하는 봉기가 발생한 날이었다. 주트는 한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유럽이 탄생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동서 대립과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간의 대립이 허물어진 이후 유럽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영광스런 제국의 대도시에서 중립 소국의 빈곤한 수도로 전락한 빈에서 주트가 ‘포스트 워 1945∼2005’(조행복 옮김, 플래닛 펴냄)의 집필을 구상케한 질문이었다. 독일인들이 ‘스툰데 눌(stunde nul)’, 현대사의 ‘0시’라고 부르는 1945년을 기점으로 작업은 시작됐다. 파시즘에 절망한 이들이 도망쳤던 유럽, 독일 문예비평가 월터 베냐민과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자살하며 등졌던 유럽, 프랑스 영화감독 장 르누아르가 ‘거대한 환상’(1937년작)이라고 비꼬았던 유럽은 절망의 대륙이었다. 인류 최악의 학살이 자행된 전쟁터였다. 그러나 60여년이 지난 지금 유럽은 ‘미국식 모델’과 대비되는 역할 모델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저자는 유럽 34개국의 지난 역사를 추적해 파괴와 분열의 대륙이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하나의 대륙으로 변모해 가는 모습을 조망한다. 책은 몇 가지 흐름을 중심으로 유럽을 독해한다. 첫째, 전후 유럽은 지리적으로나 영향력으로나 축소되고 위축됐다. 식민모국조차도 더 이상 제국의 지위를 열망할 수 없었고, 파시즘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조차 없었다. 둘째, 이론의 산실이었던 유럽에서 이론의 쇠퇴가 목도됐다. 서유럽에선 정치적 열정이 쇠퇴했고, 동유럽에선 정치적 신념이 사라졌다. 특히 89년 이후 유럽에서 좌파든 우파든 이데올로기적 거시전망을 제출하는 데 실패했다. 셋째가 가장 큰 관심사다. 유럽식 모델의 등장이다. 유럽의 복지국가 모델은 독일 군국주의와 실업, 전쟁이란 치떨리는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고민인 동시에, 계급갈등에 의한 불만과 혁명적 열기를 체제 내로 포섭하기 위한 정치·사회적 기획이었다. ●미국과 다른 독특한 사회모델 형성 유럽 모델은 ‘성장’은 추구할 만한 것이었지만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얻어야 할 것은 아니란 공감대에 뿌리내린 사회체제다. 경제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유럽연합은 미국의 막강한 맞수로 떠오르며 평화체제의 모델로까지 세계 전역에서 차용되고 있다. 관건은 유럽 모델의 지속 가능성 여부다. 유럽연합을 구성하는 1500만의 이슬람교도와 쏟아져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 유럽은 유럽의 타자들로 불안해하고 있다. 유럽 내에 존재하는 비유럽의 실상, 제1세계 유럽과 제3세계 유럽 간의 불협화음은 유럽이 세계의 미래이기 이전에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한 현재임을 보여 준다. 전후 과거청산, 공기업 민영화, 고령화와 연금문제, 이주노동자 정책, 시장과 복지의 선순환 문제를 둘러싼 유럽의 논쟁은 바다 건너 한국에서도 쉽게 풀리지 않는 현재진행형 난제들이다. 유럽의 절망과 희망에서 한국은 어떤 해법을 찾아낼 것인가. 전 2권. 각권 3만 2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伊현대사 되짚는 시간여행

    ‘장미의 이름’‘푸코의 진자’로 널리 알려진 기호학자이자 세계적인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76)가 다섯번째 소설을 내놓았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가는 과정을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하듯 종횡무진 넘나드는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전2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펴냄). ●기억상실 주인공 추억과 사랑 되찾아 ‘로아나 여왕’은 하나의 ‘큰 이야기’와 하나의 ‘작은 이야기’가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탈리아 파시즘에 관한 거대 서사에 자신의 첫사랑이라는 소소한 이야기가 절묘하게 결합돼 있다. 그런 만큼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아니하면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옮긴이 이세욱씨는 “무솔리니 시대의 파시즘 등 이탈리아 현대사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며 “그러나 조금 집중해 전체적 맥락을 파악하면 에코의 그 어느 작품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소설 그 자체로서도 독특한 실험성을 띤다. 소설에는 단테의 ‘신곡’ 등 고전 문학에서부터 영국 작가 렌 데이턴의 첩보소설 ‘국제첩보국’ 등 현대 대중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학 텍스트들이 정교하게 얽혀져 있다. 그 위에 1940∼50년대 이탈리아를 생생하게 되살리게 해주는 이미지들을 섞고 작가 자신의 개인적 추억까지 불어넣었다. 그런 복잡다단한 작업을 거쳐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삽화소설’이다. 소설은 밀라노에 사는 고서적 전문가 잠바티스타 보도니(일명 ‘얌보’)가 심혈관 계통의 사고로 혼수상태로 빠졌다가 깨어나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얌보’의 기억상실증은 좀 특이하다. 공적인 기억이나 백과사전적인 기억은 그대로 남아 있지만 개인적인 기억은 모조리 사라져버린 것이다. 온갖 소설의 구절들이나 곱셈과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뚜렷하게 기억나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은 나올듯 말듯 혀끝에서 맴돈다. ‘얌보’의 부인은 개인적 기억을 되살려주기 위해 그의 고향인 솔라라로 데리고 간다. 시골집에서 ‘얌보’는 다락방에 잔뜩 쌓여 있는 수많은 읽을 거리들을 만난다. 장난감과 판화, 만화, 모험소설, 추리소설, 파시스트의 정치선전 팸플릿…. 그의 손때가 묻은 읽을 거리들은 단순한 읽을 거리가 아닌 추억이다. 이 시간여행을 통해 ‘얌보’는 첫사랑을 되살리고 전쟁을 만나며 자기 삶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기억은 떠오르지 않고 그 수많은 자료들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알 수 없어 ‘얌보’는 더 큰 혼란에 빠지고 만다. ●에코 “인터넷은 아주 멍청한 신이다” 고대, 중세에 달통한 에코는 온라인 매체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렇다고 인터넷광은 아니다. 에코는 인터넷 이용 시간의 대부분을 이메일과 날씨를 확인하는 데 사용한다.“인터넷을 통해서만 정보를 접하게 된다면 우리는 남들과는 전혀 고립된 나만의 백과사전을 만드는 우를 범하게 된다. 인터넷은 모든 정보를 담고 있되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인터넷은 신이다. 하지만 아주 멍청한 신이다!” 에코의 ‘인터넷관(觀)’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로아나 여왕’의 출간에 맞춰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작품인 에밀리오 살가리의 ‘산도칸-몸프라쳄의 호랑이들’,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 등 세 편의 소설도 이번에 함께 나왔다. 각권 1만 8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대중독재론 발판 ‘탈민족’ 분야로 보폭 확장

    대중독재론 발판 ‘탈민족’ 분야로 보폭 확장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의 ‘대중독재’ 연구가 6년간의 연구를 마무리한다. 학술진흥재단이 지원해온 연구 프로젝트를 끝내며 일단의 매듭을 짓는다.2003년부터 3년씩 두 번 프로젝트를 수행했고,5차례의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27일부터 사흘에 걸쳐 연구를 정리하는 학술대회(한양대 국제화상회의실)도 개최한다. 주제가 ‘대중독재-사라지지 않는 과거’다.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의 ‘대중독재’ 연구가 6년간의 연구를 마무리한다. 학술진흥재단이 지원해온 연구 프로젝트를 끝내며 일단의 매듭을 짓는다.2003년부터 3년씩 두 번 프로젝트를 수행했고,5차례의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27일부터 사흘에 걸쳐 연구를 정리하는 학술대회(한양대 국제화상회의실)도 개최한다. 주제가 ‘대중독재-사라지지 않는 과거’다. ●이분법적 역사인식 깨기 시도 대중독재론은 한국 역사학계의 이분법적 역사인식에 균열을 시도했다. 민주와 반민주,‘저항하는 다수’와 ‘억압하는 소수’란 도식을 깨고 탈근대적 중간지대를 모색했다. 박정희 군사독재가 대중의 동의에 뿌리내렸다는 이론은 박정희 시대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강제했다. 대중독재 연구는 연구소 소장인 임지현(한양대 사학과) 교수의 사유 궤적을 따라 이론체계를 확장시켜 왔다. 임 교수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우리 안의 파시즘’(계간 ‘당대비평’이 1999년 가을호부터 이듬해 봄호까지 연재한 연속기획) 논의에서 고민의 싹을 틔웠고, 학진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대중독재란 개념틀을 만들어 냈다. 최근엔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트랜스내셔널(탈민족·초민족) 인문학 연구로 보폭을 넓혀 가고 있다. 대중독재론의 이념적 지형은 모호하다. 진보와 보수 사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한다. 당대 정치·사회 상황과 맞물리며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은 이유다.‘외국이론 수입상인 한국 학계가 생산해낸 세계적인 자생이론´이란 견해에서부터 ‘독재체제에 면죄부를 주는 시도´란 지적까지 평가는 극단을 달린다. 사법적 과거청산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 탓에 ‘변형된 독재옹호론’으로 독해되기도 했다. 보수언론이 박정희 긍정평가를 위한 이론적 지렛대로 대중독재론의 ‘상품성’에 주목했던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지금도 학계의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다만 초기와는 달리 대중독재론의 긍정적 기여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한국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성과 군사주의의 작동방식을 ‘일상적 파시즘’이란 시각으로 학문적 논쟁장에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김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는 데는 이견이 없다. 임지현 교수와 가장 치열한 논쟁을 펼쳤던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의 입장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중독재론이 파시즘 정당화 논리로 역이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던 그는 지난해 출간한 ‘박정희와 개발독재’에서 대중독재의 문제의식을 끌어들여 박정희 체제 분석틀로 활용했다. 조 교수는 “대중독재론은 독재가 단순히 폭압만으로는 환원되지 않는다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했다.”면서 “대중독재의 관점을 반진보적 도전이 아니라 진보의식의 확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 또한 변화하고 있다.‘주권독재’(대중의 주권행사를 통한 다수의석 확보에 기반한 독재)와 ‘합의독재’(대중의 합의에 기반한 독재) 개념을 동시에 사용하던 임 교수는 후자에 대한 학계의 문제제기를 수용해 ‘합의’란 용어 사용을 자제한다. ●일반이론화의 위험성 제기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반이론화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김원 연구원은 “박정희 당시의 모든 모순들을 대중독재론이란 틀 속에 짜맞추면서 현실적 긴장과 실천력을 잃어버린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희연 교수도 “대중독재론을 일반이론화하는 것은 이론보다 훨씬 복합적인 현실의 모순을 간과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예컨대 대중독재론의 문제의식을 발전시킨 임 교수의 탈민족주의적 사고 하에서는 촛불시위가 요구하는 검역주권조차 폐쇄적 민족주의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독재에 대한 대중의 동의가 어느 정도의 자발성에 기초한 것이냐는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내놓는 것도 연구팀의 남은 숙제다. 염운옥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대중의 동의엔 강압이 존재한다는 비판을 새겨들어 추후 연구를 보완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해동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는 “대중독재론이 세계적 이론으로 설득력을 가지려면 박정희 시대에 대한 실증연구부터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양사 전공자들이 주축이 된 대중독재론은 독일과 프랑스 등 해외 상황과 이론 소개에 심혈을 기울여온 데 비해 정작 한국사 실증연구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학진 프로젝트를 마친 연구팀은 대중독재론에 역사, 문학, 철학까지 포함하는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분야로 향후 연구를 확장시킬 계획이다. 이번 학술대회 결과물은 내년 2월쯤 한국과 영국 출판사에서 각각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민주주의의 뿌리 공화정 의미 재점검

    역사학회가 30,31일 서강대에서 ‘역사상의 공화정과 국가 만들기’란 주제로 ‘2008 전국역사학대회’를 개최한다.역사학회가 공화주의를 대회 주제로 택한 것은 현 시기 한국사회에 대한 학회 나름의 진단에 근거했다. 조병한(서강대 사학과 교수) 역사학회 회장은 “우리나라가 민주화를 이룬 듯하지만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는 공화주의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해본 적이 없다.”면서 “한국사회가 세계화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한 상황에서 공화정의 학문적 의미를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공화주의를 집중논의하는 것은 최근 한국사회에서 종종 거론되는 ‘사회공공성 위기’ 논의와도 무관치 않다. 그동안 경제제일주의와 실용주의가 시대정신으로 부상하면서 시민공동체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조 회장은 “사회공공성에 뿌리를 둔 서구 시민사회는 공화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공동체와 공화주의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각각의 발제문도 공화정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짚어보는 데 초점을 맞춰 구성됐다.‘역사상의 공화국과 공화주의’(조승래 청주대 교수)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서양의 공화주의 개념을 밝히고,‘미국 혁명과 근대 공화국의 건설’(정경희 탐라대 교수)은 현 시대 세계화의 중심인 미국의 근대 공화정을 탐구한다.‘해방 직후 건국노선의 초기분립:즉시 건국론과 대기론의 대립’(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은 해방 후 남북대립 상황에서 공화주의가 어떻게 변질됐는가를 다룬다. 대회 이틀째는 각 분과학회별 발표가 이뤄진다. 한국사연구회는 ‘동북아시아에서 바라본 한국사상의 국가 만들기와 민족’, 서양사학회는 ‘스페인 제2공화국 몰락에서 스페인 파시즘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 등을 주제로 토론한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책꽂이]

    ●경부대운하를 가다(김용학 지음, 보성각 펴냄) 한국토지공사 택지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도시계획 전문가인 저자가 한강에서 낙동강까지의 주변 개발환경, 한반도 생태축 등을 고찰하며 대운하의 당위성을 입체적으로 부각시킨 책.1만 6000원.●처음 읽는 로마의 역사(사이먼 베이커 지음, 김병화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옥스퍼드대에서 고대사와 역사서술을 연구한 저자 사이먼 베이커가 타키투스, 세네카, 카이사르 등 로마시대 인물들이 남긴 자료를 토대로 2000년 전 로마의 모습을 재현. 로마 공화정 시대와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 카이사르의 등장 이후 열린 황제 시대, 콘스탄티누스 황제 이후의 기독교 문명 발달사 등이 소개된다.1만 5000원.●어머니, 고맙습니다(장 마리 몽탈리 엮음, 허진영 옮김, 신원 펴냄) 반 고흐, 조지 워싱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빅토르 위고 등 세계역사의 주역들도 ‘어머니’란 이름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들이 어머니에게 쓴 절절한 편지글 모음.9500원.●젊음의 탄생(이어령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이어령(74) 전 문화부장관이 젊은 독자들을 겨냥해 쓴 일종의 자기계발서. 흑백의 이분법을 경계하라는 조언 등 광범위한 인문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에 지적 호기심이 자극될 듯.1만 1300원.●바다생물 이름 풀이사전(박수현 지음, 지성사 펴냄)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인 저자가 20년 동안 1000회 이상의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서 바다속 생명체들을 탐구했다. 신화, 전설, 국어학 문헌정보 등을 두루 동원해 바다생물 108개의 이름에 담긴 뜻을 짚었다.2만 2000원.●세계를 뒤흔든 미래주의 선언(이택광 지음, 그린비 펴냄) 이탈리아 사회와 정치를 재건하기 위해 미래주의 운동을 펼쳤던 시인 마리네티 등 ‘미래주의’ 예술가들의 희망과 실패, 그들이 후대에 미친 영향을 조명했다. 산업화와 발전을 좇았던 미래주의는 무솔리니와 파시즘에 대한 정치적 지지로 이어져 악명을 사기도 했다.9900원.●바다 위의 낭만, 크루즈 여행(이형준 글, 위즈덤하우스 펴냄) 지중해, 북유럽, 카리브, 알래스카, 아시아 등 인기 크루즈 노선을 총망라한 크루즈 가이드북. 크루즈 코스와 요금, 유람선 선택 요령, 준비물, 하선 절차 등 크루즈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이 실렸다.2만원.●에피소드로 엮은 클래식 음악 100(모리모토 마유미 지음, 김재원 옮김, 반디 펴냄) 바흐에서 쇤베르크까지 꼭 알아야 할 클래식 20곡을 비롯해 ‘음악시간에 자주 들은 명곡’‘유명 지휘자와 연주자가 가장 선호하는 곡 베스트 20’ 등 5개 부문으로 나눠 에피소드 형식으로 클래식 100곡을 쉽고 흥미롭게 해설했다.1만 5000원.
  • 독재자 ‘히틀러 인형’ 유럽서 판매 논란

    독재자 ‘히틀러 인형’ 유럽서 판매 논란

    악명높은 세기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를 모형으로 한 인형이 우크라이나(Ukraine)에서 판매되기 시작해 논란이 예상된다. 바비(Barbie)인형과 비슷한 콘셉트의 히틀러 인형(Hitler doll)이 우크라이나의 몇몇 상점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 바비 인형처럼 여러 개의 옷과 그에 맞는 장신구 등도 갖춰져 아이들이 갖고 놀기에 안성마춤이다. 40cm 크기의 히틀러 인형에는 실제 히틀러가 애용했던 축소판 트렌치 코트·군화·하켄크로이츠 무늬(만·卍자를 뒤집어 기울인 모양)의 완장 등이 딸려 있으며 이 인형이 담긴 상자 겉표면에는 히틀러의 생일과 사망 날짜가 적혀 있다. 가격은 100파운드(한화 약 20만원). 또 상황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연출할 수 있도록 ‘근엄한 표정’·’말하는 모습’ 등 여분의 히틀러 얼굴 모형이 있으며 향후에는 생전에 히틀러가 좋아했던 독일산 셰퍼드 블론디(Blondi) 인형도 나올 전망이다. 이처럼 반(反)유대주의자를 내걸며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가 인형으로 나온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 문화학자 등 몇몇 비평가들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되살아나고 있는 극우 세력의 정치적 성향 그리고 히틀러를 숭배하는 일부 젊은이들의 무지함을 꼽고 있다.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혐오증)와 인종차별주의(racism)을 주창하는 극우 정당들이 점차 증가, 독일 나치가 우크라이나에 행사했던 잔혹함을 다수의 젊은이들이 모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히틀러 인형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이 인형은 바비 인형처럼 옷을 바꿔 입힐 수 있는 재미가 있다.”며 “앞으로 히틀러 인형과 같은 독일 제국 시리즈의 장난감들이 더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법은 어떠한 형태로의 파시즘(fascism)과 선전(propaganda)활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서 150만명의 유대인을 비롯한 약 300만명 정도의 무고한 사람들이 나치에 의해 학살된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BBC뉴스 캡쳐·데일리메일 온라인판 서울신문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씨줄날줄] 혐오범죄단체/ 황성기 논설위원

    오슬로대 교수인 박노자는 ‘박노자의 만감일기’란 책에서 ‘러시아에 스킨헤드라는 망종이 생긴 까닭’을 세가지 정도 꼽고 있다. 구 소련 몰락 이후 러시아가 급격히 ‘우향우’한 점, 체첸 침략 등 소수 민족의 독립투쟁에 대한 가혹한 탄압, 파시즘이 소련식 사회주의보다 좋았다는 학교 교육. 고향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인 박노자는 자본화 물결 속에 퍼져가는 “히틀러가 레닌보다 나았다.”는 소시민들의 극우 분위기가 스킨헤드라는 러시아식 파시즘의 탄생을 키운 토양이라고 진단한다.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올 들어 러시아에서 지난 3개월간 스킨헤드족의 살인범죄는 41건이나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0% 증가했는데 희생자들은 비백인 러시아인이거나 구 소련의 아시아·아프리카계 이민자들었다. 이들 잔인무도한 스킨헤드에 의해 지난해 2월 한국인 유학생이 모스크바에서 살해됐는가 하면 2006년에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인이 러시아 청년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받고 사망하기도 했다. 빡빡머리를 했다고 해서 붙여진 스킨헤드의 뿌리는 영국이다.1960년대 말 항만 청년노동자 계급의 하위문화를 이뤘다. 백인에 자메이카 출신 흑인들도 섞여 있었는데 처음부터 인종차별적 배타성과 폭력성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70년대 들어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고 백인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분노한 이들이 백인우월주의로 포장한 극우의 지류를 형성하고 좌·우익을 아우르는 스킨헤드족이 유럽으로 증식해갔다. 경찰청이 ‘세계의 혐오 범죄단체 현황’이란 자료를 냈다. 스킨헤드를 비롯한 인종차별·혐오범죄 단체의 상징 문양을 일목요연하게 식별해 놓았다. 숫자로 구분 가능한 것도 있는데 가령 ‘88’은 신나치주의자들의 암어다. 편지의 인사말, 마무리말 혹은 이메일 주소의 일부로 쓰이는데 ‘하일 히틀러’의 약어인 HH의 알파벳 순서를 뜻한다. 한해 출입국자가 4000만명에 육박한다. 인종·혐오 범죄에 의한 한국인 피해도 늘어가고 있다. 경찰청이 이 책자를 550부만 돌렸다는데 홈페이지에 띄우면 해외여행자들의 경계심을 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광기의 해석 / 마크 에드문슨 지음

    광기의 해석 / 마크 에드문슨 지음

    1909년.53세의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을 세상에 내놓으며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서 정신분석학자로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었고, 빈털터리 청년인 20세의 아돌프 히틀러(큰 사진)는 국립미술학교에 두 번 낙방한 후 외로움과 혼란에 빠져 빈 거리를 헤맸다.1938년.1월과 2월 연이은 암 수술로 피폐해진 82세의 늙은 프로이트는 나치의 탄압을 피해 빈을 버리고 런던으로 망명했고,4년 전 총통에 등극한 49세의 히틀러는 ‘하나의 게르만’을 외치며 빈을 침공했다. ●프로이트·히틀러 서로 인정하며 증오 ‘광기의 해석-프로이트 최후의 2년’(마크 에드문슨 지음, 송정은 옮김, 추수밭 펴냄)은 1909년과 1938년 빈이란 무대에서 기이하게 조우했던 두 사람의 인생을 되짚는다. 책은 프로이트의 전기다. 삶 전체가 아닌 프로이트 최후의 2년에만 초점을 맞췄다. 당시는 세계대전으로 치닫는 나치즘의 발흥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시기로, 책은 일면 히틀러 전기의 성격도 띤다. 프로이트와 히틀러는 당대의 핵심 인물로 서로를 인정했고 또 증오했다. 프로이트는 히틀러를 가부장적 독재자라며 위험시했고, 히틀러는 프로이트의 학문사상이 나치즘을 위협한다며 위험시했다. 미국 버지니아대 영문과 교수인 저자는 프로이트가 나치 통치 하 빈에서 탈출해 런던에서 삶을 마감하기까지 2년의 과정을 횡축으로 놓고, 나날이 흉폭해지는 히틀러의 통치전략을 종축으로 세운다. 종횡으로 교차하는 두 사람의 삶을 통해 저자가 부각시키는 것은 ‘총통 히틀러’를 존재케 한 대중 심리의 정체와 이를 분석하는 프로이트의 문제의식이다. 히틀러의 정치 이력이 막 시작될 무렵인 1921년, 프로이트는 특정 지도자에게 열광하는 군중 행동을 연구한 책 ‘집단심리학과 자아분석’을 내놨다. 이들 두고 저자는 강력한 지도자를 갈망하는 대중의 성향에 프로이트가 일찌감치 주목해 왔다고 설명한다. 프로이트는 책에서 “지도자의 지적인 행동은 고립된 상황에서도 강력하고 독립적”이라면서 “그의 의지는 타인에 의해 보강될 필요가 없다.”고 썼다. 저자는 “다른 이들이 의심하며 흔들릴 때도 지도자는 항상 자신의 비전이 단 하나의 진실한 비전이란 사실을 확신한다.”며 프로이트가 향후 히틀러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할 행태를 예견했다고 평가한다. 타협을 모르는 강력한 지도자에게 복종하고 싶어 하는 군중 심리가 ‘괴물 히틀러’를 필연적으로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강력한 지도자 기다린 군중 권력자의 가학적이고 파괴적인 욕망이나 지배받고 복종하기를 원하는 대중의 심리는 인간성의 양면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파괴적 권력에 중독되기 쉽고, 겉으로 보기엔 가장 문명화된 사람들이 속으로는 폭력과 강간, 약탈에 대한 환상을 키워 왔다고 봤다. ‘군중이 협력 혹은 주도한 파시즘’ 개념은 독일을 텍스트로 한 해석에만 등장하는 건 아니다. 국내에서도 ‘우리 안의 파시즘’‘합의독재’‘대중독재’ 등의 용어를 빌려 대중을 독재의 피해자가 아닌 조력자로 위치시키는 학문적 시도가 끊임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로이트의 주장을 충실하게 따르는 저자 또한 국제적 대립과 전쟁위기의 격화, 대량적 실업과 공황, 기존 정치 세력의 무능과 부패 등 파시즘을 대두케 하는 외적 요인들은 언급하지 않는다. 히틀러는 인간 심성의 산물이기에 앞서 정치·사회·경제적 산물이다.1만 3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책꽂이]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이윤학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시인이 2005년 ‘그림자를 마신다’ 이후 내놓은 여섯번째 시집. 삶의 허기짐과 결핍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어 주는 67편의 시가 실려 있다.7000원.●거울 속의 거울(마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메타포 펴냄) 판타지 소설 ‘모모’의 작가가 출간한 단편모음집.30편의 단편으로 구성돼 있는 이 소설집에는 아버지 에드가 엔데의 그림이 곳곳에 배치돼 있는데, 그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각각의 단편들이 마치 퍼즐조각을 보는 것처럼 절묘하게 짜여져 있다.1만 2000원.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이상운 지음, 문학동네 펴냄) 현대 자본주의의 모순과 황폐해지는 인간군상을 날카롭게 풍자해온 작가가 소설집 ‘쳇, 소비의 파시즘이야’ 이후 1년 만에 내놓은 장편. 지난 1970∼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의 운명적 만남과 이별을 생생하게 담아 냈다.9000원.●사람이 그리워서(김초혜 지음, 시학 펴냄)196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 2006년 ‘고요에 기대어’에 이어 내놓은 열번째 시집. 내면의 외로움과 생명에 대한 그리움을 절제된 시어로 그려냈다.1만원. ●다이어트 소설(장 미셸 코엔 지음, 강미란 옮김, 열림원 펴냄) 식이장애 전문 클리닉센터에서 삶을 변화시킨 5명의 성공 스토리를 맛깔스럽게 그려냈다. 행복하게 살을 빼는 방법을 알려 주는 이 소설의 작가는 프랑스 의학박사 출신으로 영양학자이기도 하다.1만 2800원.●오시리스의 신비(전4권,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임미경 옮김, 문학동네 펴냄) ‘람세스’로 유명한 작가가 내놓은 대하소설. 이집트 문명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파라오 세소스트리스 3세의 집권기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영생불멸의 신’ 오시리스의 신비를 완벽하게 복원해 냈다. 각권 1만 2000원.
  • 국내학계 통섭 논쟁 ‘솔솔’

    국내학계 통섭 논쟁 ‘솔솔’

    ‘통섭(統攝)’을 놓고 국내 학계에 논쟁이 솔솔 지펴지고 있다. 최근 지식계의 대표적 화두 가운데 하나가 통섭이다.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책 ‘통섭’(1998)이 화두의 발원지고, 윌슨의 제자이자 2005년 책을 번역·출간한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화두의 전파자다. 최 교수 스스로 “통섭이라는 용어와 개념은 꺼내 놓기 무섭게 날개 달린 듯 학계는 물론 기업과 사회로 퍼져나갔다.”고 평할 만큼 통섭은 사회적 인지도를 한껏 높이고 있다. 통섭은 분과학문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지식의 대통합’을 주창한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다양화되고 전문화되는 현대 지식 사회에선 매우 호소력 있는 메시지임에 틀림없다. ●“통섭은 과학제국주의” 반면 한국을 벗어나면 통섭은 매우 논쟁적 개념이다.‘몰논쟁적’인 국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미국에서 윌슨의 통섭론은 인문학자와 사회과학자뿐 아니라 윌슨과 같은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다. 국내의 ‘통섭 논쟁’은 이제 발아 단계다. 더디지만 싹은 트고 있다. 윌슨의 논리를 ‘미신’이라고 비판하는 미국 시인 웬델 베리의 ‘삶은 기적이다’(녹색평론사)도 2006년 번역돼 나왔다. 국내 ‘통섭 현상’을 바라보는 비판론의 골자는 한국 통섭론자들이 통섭의 양지에만 주목하고 음지는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판론의 일차 타깃은 통섭이란 번역어다. 영어 단어 ‘consilience´를 최 교수는 통합, 통일, 일치, 합치 등 익숙한 용어 대신 전문 학술용어 뉘앙스가 강한 ‘통섭’이라고 옮겼다. 한자어 또한 ‘사물에 널리 통한다.’는 뜻의 ‘통섭(通涉)’이 아닌 ‘거느닐 통´(統)과 ‘잡을 섭´(攝)을 붙여 ‘큰 줄기를 잡다.’란 의미로 풀이했다. 김흡영 강남대 신학부 교수는 최 교수의 번역을 윌슨의 과학제국주의를 그대로 이식한 용어라고 혹평한다. 김 교수는 최근 출간된 ‘배움과 한국인의 삶’(전상인·정범모·김형국 엮음, 나남 펴냄)에 실은 글 ‘통섭을 반대한다’에서 “(최 교수가) 기존의 ‘두루 통한다’는 말을 쓰지 않고 고의적으로 ‘포섭하여 통제한다’는 의미의 한자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보기에 자연과학의 인문학 ‘정복’을 암시하는 윌슨의 통섭론은 과학제국주의이자 황우석 사태가 보여준 과학파시즘적 요소를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학적 현상→심리학적 현상→생물학적 현상→물리학적 현상’으로 이어지는 환원주의 입장을 취하는 윌슨의 논리도 비판 대상이다. 김 교수는 “윌슨에 의하면 환원주의 방법론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과학이 아니고, 윌슨의 통섭론은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환원주의 방법론으로 재편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미 본토에서 부적격 판정이 난 실패한 기획이 뒤늦게 한국에 전파돼 유능한 통섭전도사들의 화려한 수사학에 의해 성공적으로 부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윌슨과 다르다” 당사자인 최 교수의 설명은 다르다. 환원주의가 통섭적 연구를 위한 하나의 방법론일 수는 있으나 모든 통섭적 연구가 환원주의적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학문의 대통합이 오로지 자연과학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진정한 통섭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원활한 소통으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통섭론이 윌슨의 한계를 극복·발전시킨 것이란 뜻이다. 최종덕 상지대 교양과 교수는 지난해 7월 ‘통섭에 대한 오해’(한국의철학회 여름 세미나 발표)란 글에서 “최재천 교수가 통섭을 환원적 통합이 아닌 상호적 통합에 있다고 믿는다면 윌슨 저서의 유명도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태도를 분명히 한 뒤 통섭의 의미를 전개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논쟁은 이제 시작 단계다. 활발한 공방을 거친 후에야 한국적 통섭론은 왜곡과 발전적 극복 사이에서 제 길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모던 타임스/조윤정 옮김

    모던 타임스/조윤정 옮김

    ‘지식인의 두 얼굴’ ‘근대의 탄생’ 등을 저술한 영국의 석학 폴 존슨(80)의 베스트셀러 ‘모던 타임스’(전2권, 조윤정 옮김·살림 펴냄)가 국내 출간됐다. 책이 영국에서 초판된 것은 1983년. 이후 ‘20세기 대표 역사서’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초판 이후의 10년을 논의 범주에 추가해 1991년 개정판을 냈다. 국내에 선보인 이번 책은 개정판이다. 폴 존슨이 파악한 20세기 세계사의 동력은 정치였다.20세기는 그대로 정치의 시대였다.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70여년의 역사를 조명한 책은 평범한 연대기식 서술방식이 아니라 인물들을 부표로 삼아 주요사건을 재해석했다는 점이 우선 주목할 만하다. 각권이 700여쪽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임에도 주눅들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까닭이다. 저자가 선언한 ‘모던 타임스’의 시발점은 1919년 5월29일이었다. 그날 서아프리카와 브라질에서 촬영된 일식 사진이 젊은 유대계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증명했다. 상대성 이론을 혼동한 산물, 즉 “세계는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다.”라는 상대주의적 시각이 세계 정치무대에 만연했다. 기존의 인식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것이 돼버렸고, 사회에는 개인적 책임감과 객관적 도덕규범이 무너져 내렸다.“구질서가 종말을 맞고 방향을 잃은 세계가 상대주의적 우주 속을 떠도는 상황”을 자양삼아 권력의지로 중무장한 독재자들이 세계무대 위로 속속 올라올 수 있었다고 짚는다. 레닌, 스탈린, 히틀러, 무솔리니, 마오쩌둥 같은 인물들이 출현한 태생적 배경이 이렇듯 상대성 이론에 뿌리를 대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레닌은 종교적 혁명가, 히틀러는 낭만적 혁명가 20세기 주요 인물들을 불러내되 그들을 세밀화처럼 정밀묘사한 재담이 독자들에겐 무엇보다 두드러진 흥미포인트이다.1권에서는 권력을 장악하기까지 제각각으로 발현됐던 정치가들의 개인적 성향을 일일이 짚어 보인다. 지나치게 냉담했다는 평가를 들은 레닌. 혁명만을 위해 살았던 그의 외골수 기질 자체가 러시아 혁명과 볼셰비키당의 색깔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히틀러는 어땠을까. 레닌이 종교적 혁명가라면, 그는 “낭만적 혁명가”였다. 화가로 성공하지 못한 히틀러였지만 위축될 때나 혹은 어떤 일에 적극적으로 매달릴 때는 예술가의 행동양상을 보였다. 그런 개인적 성향이 독일인의 기질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독일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4개 국어를 구사하는 탁월한 언어능력으로 뮌헨회담의 스타로 떠오른 무솔리니는 따져보면 허영심 많은 야망가에 나르시시스트였다는 주장도 덧붙인다. 저자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파시즘은, 여론에 극도로 민감했던 무솔리니의 성향과 천재적 모방능력에 폭력성이 더해져 빚어진 복합적 산물인 것이다. ‘인물’과 ‘사건’의 접점에서 역사를 재평가하는 시각은 상당부분 통념을 뒤집는다. 루스벨트는 “순전히 운이 좋아 미국을 구한 대통령”이었고, 마오쩌둥은 “난폭하고 세속적이며 인정머리 없는 농부”였다. 무솔리니는 “특이한 능력으로 평생 웅장한 오페라와 코미디 사이를 불안하게 오간” 인물이었으며, 처칠은 “대공황 직전 한몫 벌어보려 투기를 하고 객장을 어슬렁거리던” 인물이었다. 비폭력 운동의 상징어가 된 간디에 대해서도 지은이의 평점은 후하지 않다.“간디의 기행은 신성한 기인을 숭배하는 인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그의 가르침은 인도의 문제와 인도의 소망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물레를 돌리는 일은 직물을 대량생산하는 나라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가 생각한 식량 정책을 추진했다면, 아마 많은 인도인이 굶어 죽었을 것이다.” 간디가 가난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에도 엄청난 돈이 들었다는 등 인물 퍼레이드를 통해 아슬아슬한 통념 전복의 묘미가 이어진다. ●“마오쩌둥은 난폭하고 인정머리 없는 농부” 당대 지성인들을 바라본 시선에도 날이 서 있기는 마찬가지다. 스탈린의 러시아, 마오쩌둥의 중국 실정을 서구에 전했던 당시 지식인들의 시각이 신랄히 까발려지기도 했다. 노동수용소를 두고 “인간을 개조하는 소비에트의 방식은 매우 유명하고 효과적”이라고 찬양한 지식인도 있었다. 저자의 개인적 신념으로 이어지는 서술방식에 논쟁의 여지는 물론 많다. 그러나 20세기 ‘정치 실험’의 폐해를 전방위로 반박한 비판적 사유체계는 오만한 세계 위정자들의 각성제가 되기엔 여전히 유효하다. 각권 2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단독]정규직이 임금 양보 일자리 나누어야

    [단독]정규직이 임금 양보 일자리 나누어야

    정상적인 국민경제가 재생산하는 것은 재화와 제도, 그리고 경제 주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이 중에서 경제 주체의 재생산이라는 점에서 2007년 분명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 상황을 조금 더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졸저 ‘88만원 세대’에서 20대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을 추정해 보려는 시도를 했다. 그런데 나에게 더 충격적인 수치로 다가온 것은 일단 비정규직이 된 상태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에 성공한 사람들의 비율이 5∼6%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비정규직과 불법 ‘알바’와 같은 노동은 단순히 낮은 임금 수준만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삶의 불안정성’의 근본 원인이 되며, 국민경제 전체로 모아 보면 ‘경제 주체의 재생산’이라는 위기로 나타나게 된다. 게다가 이런 흐름은 반전의 계기를 찾기가 어렵다. 간단하게 지난 4∼5년간의 변화를 ‘바다 위의 배’라는 경제 주체의 눈으로 살펴보자. 이 배는 속도가 어느 정도 유지되지만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객실에 탈 수 있는 탑승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나머지 사람들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갑판에서 위태롭게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전부 객실 안에 탈 수 있는 배는 제국주의 시절에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국민의 절반에서 3분의 2 정도는 아늑하지는 않더라도 실내에서 항해할 수 있어야 국민경제가 파시즘으로 전환되기 쉬운 ‘지나친 포퓰리즘’이라는 위기에 빠져들지 않고 순항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쉬운 것은 장기 계약의 형태로 정규직 비율을 늘리는 일이다. 여기에는 성장률 높이기와 임금을 줄이면서 ‘일자리 나누기’로 가는 두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의 문제를 시급히 풀기 위해서 두 가지 방식 모두 필요해 보이는데, 그 중 근본적인 변화는 ‘노동 과정’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 국민경제의 ‘고용 능력’을 높이는 일이고, 특히 고용의 ‘안정성’에 대해서 더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정규직의 임금이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게 조절해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큰 틀에서의 정책이 가능하다. 이 필요성에 대해서 이미 어느 정도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이 논의 테이블을 누가 그리고 어떻게 열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대화가 서로 없던 상태로 진행돼 온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많이 떠들고, 많이 대화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를 이해하고, 현재의 20대에게 집중된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2008년에는 우리 모두 20대의 문제에 대해서 더 많은 대화의 장을 열어 시끌벅적한 옛 시골장터 같은 모습을 복원하고,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어려운 제안을 통해 조금씩 문제 해결의 방안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우석훈 성공회대 겸임교수
  • [아시아 젊은 작가전 2題] 급성장의 그늘을 들여다보다

    [아시아 젊은 작가전 2題] 급성장의 그늘을 들여다보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젊은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나란히 열린다.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와 그 상처를 되짚은 ‘트랜스 팝:한국 베트남 리믹스’전과 한·중·일 작가들의 눈에 비친 오늘의 일상을 담은 ‘나의 아름다운 하루’전. 두 전시 모두 30∼40대 젊은 작가들이 참여했다. # 나의 아름다운 하루 전(내년 2월24일까지 로댕갤러리) 현대미술에서 ‘일상’은 작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다. 한·중·일 아시아 대표작가 12명의 눈에 비친 일상이 화폭으로 들어왔다.19점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고 삶 자체의 의미를 사유해 보는 시간이 될 만한 전시이다.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다양한 형식으로 삶의 단편들을 재구성했다. 평범한 도시인의 삶과 휴식을 재현하고 있는 건 최호철의 작품이다.‘을지로 순환선’은 현대판 풍속화라 해도 좋을 만큼 지하철에 탄 인물군상의 표정들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도시화와 산업화, 경제발전의 빛과 그늘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삶의 풍경을 포착하기도 했다. 방병상의 사진 ‘기둥’은 공간과 환경에 따라 유형화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탐구해온 작가의 대표작이다. 소통의 문제를 제기한 비디오 작품도 있다. 박주영의 ‘삼인칭 대화’는 통역 서비스를 받아 전화통화하는 주인공을 내세워 소통과 단절을 은유했다. 아시아 젊은 작가들이 일상이란 코드로 진단한 사회문제는 엇비슷하다. 중국 작가인 천 사오슝(44)의 ‘가정 풍경’은 공동 주거공간을 통해 빠른 경제발전과 함께 획일화되는 일상을 재구성했고, 인슈천(44)의 ‘경극’은 사진 등을 활용한 설치미술로 공원에 모인 노인들을 묘사함으로써 소외현상을 짚었다. 차오페이(29)의 ‘누구의 유토피아인가?’같은 동영상 작품은 공장노동자들의 싸늘한 현실과 꿈을 이야기한다. 일본의 진 구라시게(32)의 동영상 ‘빌리’ 역시 또래 세계에서 단절된 어린이의 모습을 포착한 작품이다. 방학기간 내내 열리는 전시인 만큼 교육용 부대행사도 주목해 볼 만하다. 내년 1월12일(정연두),26일(함진)에는 작가와 만나는 자리가 마련된다.(02)2259-7781. # 트랜스 팝:한국 베트남 리믹스 전(18일∼내년 2월29일 아르코미술관) 한국과 베트남의 젊은 작가들이 두 나라의 역사를 고민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베트남전 당시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전투병력을 투입한 나라, 베트남 구석구석에까지 대중문화 열풍을 불어넣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두 나라가 함께 지닌 역사적 트라우마가 오늘날 대중문화와 어떻게 결합했는지에 초점을 맞춘 전시이다. 재미교포 큐레이터인 민영순과 베트남 큐레이터 비엣 레가 공동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양국 출신의 작가 16명이 참여했다.TV드라마를 비롯해 두 나라 대중문화의 다양한 양상들을 작품으로 녹여냈다. 작가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와 비디오, 디자인 북, 글 자료 등 대중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들이 작품 속에 두루 차용됐다. 실제로 지루할 틈없이 감상포인트가 다양하게 찍힌 전시이다. 유순미의 비디오 영상 ‘씻김:죽은자와의 대화’, 오용성의 비디오 작품 ‘드라마’, 최민화의 회화 ‘파시즘 위에 눕다’, 응웬 만 흥의 ‘시장으로 가라’, 티파니 청의 ‘사탕수수 열매 혼합 주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푸짐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두 나라의 대중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학술 출판물들을 살펴볼 수 있는 코너도 있다. 부대행사도 여러개가 예정돼 있다. 역사와 대중문화의 초국적 교류에 초점을 맞춘 심포지엄(내년 1월18·19일), 오용석 등 작가와 함께하는 어린이 워크숍(내년 1월4∼13일) 등이다. 향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순회전으로도 소개될 계획이다.(02)7604-724.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마르크스 문제의식 계승·극복 ‘코뮨주의 선언’ 펴낸 고병권 교수

    1848년 2월,‘공산주의 선언’이 있었다. 선언은 ‘다른 세상’을 향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강렬한 꿈이자, 꿈을 현실화하는 이론적·실천적 강령이었다.160여년이 흘렀다.160년 동안 공산주의·마르크스주의는 부침을 거듭했고, 국가사회주의란 이름으로 역사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그리고 2007년 12월,‘코뮨주의 선언’(교양인 펴냄)이 나왔다. 선언은 ‘다른 세상’을 보지 못하고 명멸해간 마르크스주의를 극복하고 그 현재적 가능성을 끌어 내겠다는 의욕어린 시도다.‘160년 후 선언’은 ‘160년 전 선언’에 대한 계승인 동시에 도전이다. ‘공산주의 선언’이 마르크스·엥겔스의 공동작업 결과물이듯,‘코뮨주의 선언’은 고병권(‘연구공간 수유+너머’ 대표)·이진경(‘수유+너머’ 연구원, 서울산업대 교수)씨의 공동연구 성과물이다. 마르크스·엥겔스의 우정이 ‘세기적’이듯,1994년부터 시작된 고병권·이진경씨의 우정은 “함께 꿈을 꾸면 글도 함께 쓴다(고병권).”는 말로 요약된다. ‘코뮨주의 선언’은 고병권씨가 초안을 잡고, 이진경씨가 부족한 내용을 보충한 뒤, 고병권씨가 다시 가다듬었다. 선언 행간엔 지난 10년간 ‘수유+너머’ 회원들이 공부하고 토론한 고민의 편린들이 아울러 녹아 있다. ●“선언은 세상을 향한 문제제기” ‘코뮨주의 선언’은 역사적 코뮨들을 모방하겠다는 뜻이 아니다.1871년 ‘파리코뮨’의 혁명적 공동체성은 공유해도 그 자체를 모델로 설정하지는 않는다. 고병권·이진경씨는 ‘코뮨주의 선언’의 영어 표기를 ‘commun-ist manifesto’라고 적었다.‘공산주의 선언(communist manifesto)’에 하이픈(-) 하나만 더했다.11일 오후 서울 용산 ‘수유+너머’에서 만난 고병권씨는 하이픈 하나의 차이를 “발음은 같고 형태는 다른 것, 즉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문제의식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문제의식에 머물지 않고 재창조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공산주의’란 용어가 주는 오해, 현존 사회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라고도 했다. 선언은 그 자체로 과감한 행위다. 자신의 지향을 만인에게 선포하는 것이자, 선포함으로써 공격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자기 확신 없인 불가능하다. 고병권씨는 160년 전 ‘공산주의 선언’이 나왔을 때의 시대적 필연성만큼이나,160년 후 ‘코뮨주의 선언’이 나와야 하는 필연성을 확신했다. 그는 선언을 “세상에 문제를 던지는 행위”라고 표현했다. “1848년 당시는 런던 시민이 고작 50만명에 불과했고 노동자가 얼마 안 되던 때였습니다. 마르크스는 실체가 없는 프롤레타리아트를 상대로 ‘단결하라.’고 외쳤고, 결국 프롤레타리아트의 현실적 실체를 창출했습니다. 우리는 어느 시대든 자기 시대의 선언문을 씀으로써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스스로 열어야 합니다.” 선언문은 책 ‘코뮨주의 선언’의 머리말에 해당하는 글이다. 장장 27쪽의 장문으로, 내용을 요약하기란 간단치 않다. 다만 몇몇 문장을 인용하면 이렇다. “코뮨주의는 현실 자체에 대한 변혁의 지향이기에 분명 하나의 이념이다. 우리 역시 코뮨주의를 주창하거나 공동체를 역설했던 많은 이들이 전체주의로, 파시즘으로 귀결된 경험들을 묵과하지 않는다. 코뮨주의는 언젠가 도달해야 할 세상의 이름이 아니라, 언제든 도달할 수 있고 언제든 실현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다.” 선언문은 두 저자가 사회주의권 몰락 이후 지적 ‘등대’로 삼았던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의 언어로 가득하다. 웬만한 공부가 돼 있지 않으면 독해가 쉽지 않다.‘수유+너머’가 대안 공동체의 성공 모델로 열렬한 지지를 받는 한편 지식인들의 지적 유희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듯, 선언 또한 지지와 비판이란 서로 다른 반응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구체적 실천방안이 없다.’,‘코뮨주의로 포장된 지식인 모임에 불과하다.’,‘자율적으로 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등이 ‘수유+너머’의 지적 실험에 가해졌던 일반적 비판이다. ●“부족한건 사상이 아니라 아이디어” 반면 ‘코뮨주의 선언’은 이런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그렇게 해서 세상이 바뀌겠냐?’라고 묻는 사람들, 총체적 플랜을 제시하라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이렇게 답한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자신의 삶을 바꾸지 않는 변명으로 삼지 말라.”고 선언은 쓰고 있다. 고병권씨 스스로 그가 해온 ‘구체적 실천’에 자신 있기 때문이다. 고병권씨는 오히려 창조적 아이디어가 결핍된 진보진영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진보진영이 ‘87년 체제’의 한계를 거론하며 인민주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농민·중증 장애인 등이 각자의 자리에서 ‘추방’되면서 인민의 구성 자체가 바뀌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정말 부족한 것은 사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다. 코뮨주의자에게 코뮨은 ‘삶의 궁극’이 아닌 ‘삶의 방식’이다. 일상의 실험, 매일의 삶 자체가 코뮨이란 뜻이다. 고병권씨가 “선언은 완결이나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라고 말하는 까닭이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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