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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 경제의 또 다른 뇌관, 가계부채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중국 경제의 또 다른 뇌관, 가계부채

    중국에 가계부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국면을 접어들어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데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주식·부동산시장에 각종 자금을 대출받아 ‘빚투’마저 서슴지 않고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27일 중국 국가금융발전실험실에 따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2분기 말 기준 59.7%를 기록했다. GDP 대비 가계·기업·정부 부채비율은 한 국가경제의 건전성을 파악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가계 부채비율이 65% 이상이면 금융시장 안전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 만큼 중국은 벌써 이 수준에 바짝 다가선 셈이다. 중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2013년 1분기(31.1%) 말 처음으로 30%를 넘은 데 이어 7년여 만에 무려 2배로 뛰었다. 지난해 말 55.8%에서 불과 6개월 만에 3.9%포인트나 치솟는 등 오름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올들어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급속히 하강하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나기 시작한 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주식이나 부동산이 강세를 보이자 이를 사려고 돈을 빌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가계부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중국 가계부채 증가는 부동산 투자 열풍이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중국의 가계부채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1%(지난 3월 기준)가 주택담보대출이다. 특히 중국의 가계자산 중에는 주택 등 부동산 자산이 대부분(59.1%)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28.5%)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중국인들이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은 지난 20년 동안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한 만큼 부동산은 사들이는 즉시 돈을 버는, 즉 수익률이 가장 높은 투자상품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다양한 투자 상품이 부족한 데다 주식시장과 선물시장, 은행의 자산관리 수익성에 대해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부동산 선호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는 광풍에 가깝다. 지난 6월 21일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선전시 광밍(光明)구 진룽제(金融街) 화파룽위화푸(華發融御華府) 아파트단지 394가구 신규 분양 청약에 8998명이 몰렸다. 청약 당첨 확률은 4.37% 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청약금이 1인당 100만 위안인 만큼 90억 위안(약 1조 5500억원) 가까운 자금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다. 전날인 20일에도 선전시 바오안(寶安)구 신진안하이나궁관(新錦安海納公館)단지 5가구 분양에도 청약자 1171명이 몰렸다. 신진안하이나궁관 청약당첨 확률은 고작 0.4%에 불과하다. 주택 1채를 놓고 234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는 셈이다.이런 부동산 열풍에 반영하기라도 하듯 중국의 1분기 가계부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7% 증가한 56조 5000억 위안에 이른다고 중국 국가통계국이 전했다.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로 곤두박질쳤으며 실질 가처분소득은 3.9% 줄었다. 이 와중에도 주택담보대출이 15.9% 늘어나며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했다. 중국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은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추세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지난 5월 최대 8조 5000억 위안 규모의 천문학적인 돈을 시중에 푼 것이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 투자 역시 중국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꼽힌다. 중국 주식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확대와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3월 이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3월 20일 연중 최저점(2660.17)을 찍은 뒤 상승세를 이어가 27일에는 3350.11을 기록했다. 다섯 달 만에 25.9% 오른 셈이다. ‘나만이 돈 벌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심리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며 개인 투자자들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투자 열기 덕분에 중국 내 증권 투자자는 처음으로 7월말 기준 1억 7000만명을 돌파했다. 중국 증권시보(證券時報)에 따르면 7월 한달간 A주(중국 본토 상하이·선전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 신규 투자자(기관 및 개인 투자자 포함)는 242만 6300 명에 이른다. 5년 만에 최고치다. 윗부분을 잘라내도 금세 또 자란다는 의미에서 ‘부추’(중국판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난 까닭이다. 중국 주식시장에 열풍이 불었던 2015년 6월 A주 신규 투자자 수는 462만 2000명을 기록했다. 당시 상하이지수는 5000선을 넘었다. 이후 버블 붕괴로 이어지면서 투자 열기가 꽁꽁 얼어붙는 바람에 신규 투자자는 7월 204만명, 8월 136만명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고 중소기업 및 개인 등의 파산을 막기 위해 은행들에 대출 연장을 독려했다. 이에 따라 카드 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2016년 5.1%였던 GDP 대비 카드 대출 비율은 2년 만인 지난해에 7.5%까지 올라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미국의 카드 대출 비중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정부의 의중’을 재빨리 간파하고 거들었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를 빠르게 극복하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져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연일 보도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와 중국증권보 등 관영 매체가 일제히 강세장을 대서특필하며 투자를 부채질했다.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국가로 이미지 개선을 하고 싶은 중국 정부 입장에서 주식시장 강세를 경기 회복과 관련한 대외 과시용 카드로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피터 부크바르 블락리자문그룹 최고 투자전략가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증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있다면 중국에는 관영 매체들이 있다”고 꼬집었을 정도다.미국과의 갈등 악화와 코로나19 사태 등에 따른 경기 하강 국면이 뚜렷해지면서 실업 문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가계부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5.2%였던 중국의 전국 도시지역 실업률은 지난 6월 5.7%까지 높아졌다. 전통적인 수출 제조업부터 첨단 정보기술(IT) 업종에 이르기까지 구조조정이 잇따른 결과로 보인다. 특히 미중 갈등 심화와 코로나19 사태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공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아무 기술 없이 단순 노동에 종사해 2억 9000만 명에 이르는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이주 노동자)부터 잘려 나갔다. 이들은 도시와 농촌 호구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중국 특유의 호적 제도 탓에 정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당황한 중국 정부는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4개월 연속 동결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1년 만기 LPR이 3.85%, 5년 만기는 4.65%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중국의 LPR은 지난 4월 1년 만기가 0.2%포인트, 5년 만기가 0.1%포인트 내린 뒤 4개월 연속 동결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LPR을 모든 금융회사의 대출 기준으로 삼도록 요구하고 있다. LPR은 18개 은행이 보고한 최우량 고객 대출 금리의 평균치이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1분기 사상 최악인 -6.8%로 떨어졌지만 2분기에는 3.2%로 반등했다. 국무원의 상무위원회는 17일 “계속 합리적으로 유동성을 충족시키겠지만 ‘대수만관’(大水漫灌·농경지에 물을 가득 채우는 관개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과도한 유동성 공급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 당국은 개인 투자자들의 과도한 쏠림을 자제시키기 위한 조치도 내놨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시중 은행과 대부업체들에 6조 6000억 달러(약 7820조원) 규모에 이르는 소비자 대출에 대한 관리 방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의 핀테크 전문 금융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Antfinancial) 등 대형 금융회사들은 대출 시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수 없으며 적발 시 즉시 회수한다는 각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스웨덴 스타트업, 국내 소비자 마음 사로잡아

    스웨덴 스타트업, 국내 소비자 마음 사로잡아

    과거에는 ‘스타트업’ 하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스타트업의 강국으로 많은 사람들이 스웨덴 스톡홀름을 떠올린다. 스웨덴은 최근 몇 년간 성공적인 유니콘 기업을 대거 배출하며 명실상부 글로벌 스타트업의 주요 허브로 급부상했다. 천만 명의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스타트업 허브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국가 정책’과 ‘기업 간 상생’ 두 가지를 손꼽을 수 있다. 스웨덴 정부는 매년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약 4,0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며 간편한 창업 절차를 적용하고, 사업에 실패를 겪더라도 개인파산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등 우수한 창업 환경을 자랑한다. 더불어, 기존 스웨덴 성공 기업들의 노하우를 신규 스타트업에 전수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인 ‘노르휀 하우스(Norrsken House)’의 운영을 통해 스타트업들의 성공적인 시장 진출을 돕고 있기도 하다. 최근 한국 시장에서도 스웨덴 스타트업들의 국내 활약이 눈에 띈다. 세계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 한국 상륙을 준비하고 있고, 북유럽을 대표하는 오디오북 서비스 또한 지난 해 한국 서비스를 론칭했다. 스토리텔의 박세령 한국지사장은 “스웨덴과 한국은 산업 분야뿐 아니라 인적 자원을 중시하는 풍토 등 유사점이 많다“며, “스타트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스웨덴의 다양한 혁신 활동들은 한국 스타트업 계에 선도적인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한국 소비자를 사로잡은 스웨덴 스타트업의 흥미로운 창업 스토리를 공개한다.■ 리얼리티 TV쇼 출연해 데스밸리 극복한 오디오북 서비스, 스토리텔(Storytel) 오디오북 스트리밍 플랫폼 ‘스토리텔(Storytel)’은 2005년 요나스 텔렌더와 욘 하우크손이 설립한 스웨덴의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스토리텔은 차세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각광받는 오디오북 플랫폼으로써 현재 전 세계 19개국에서 활발히 오디오북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지난 해 연말, 비영어권 국가로는 최초로 한국에 진출한 이후 국내 오디오북 시장의 트렌드를 선점하여 빠른 속도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 또한 펼치고 있다. 스토리텔은 이후 스웨덴의 스포티파이, 에피데믹 사운드와 더불어 ‘스웨덴의 3대 오디오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글로컬(Glocal) 전략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서 성장 중이다. 글로벌 기업 문화를 유지하되 각 나라의 정서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제공한다는 의미다. 스토리텔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기반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서비스 저변 확대를 위해 인도, 싱가포르에 이어 2019년 2월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 세계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역시 스웨덴 출신 스타트업이다. 스포티파이는 창업자 다니엘 에크가 ‘저작권을 지키면서도 동시에 세상의 모든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게 하는 사업’을 구상하면서 탄생했다. 2008년에 시작된 스포티파이는 음악 중간에 나오는 광고를 듣는 사용자에게 무료 음원을 제공하고, 광고 없이 음악을 들으려는 사용자에게는 멤버십 사용료를 받기 시작했다. 다니엘 에크는 이러한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원 산업을 위기에서 구하고, 사용자와 음악 제작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해결책이 되리라 판단했다. 각고의 노력과 설득 끝에 소니, 유니버설, 워너 등 대형 음반사와 정식으로 계약을 맺었고 수백만 곡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하자 스포티파이는 애플의 아이튠즈를 누르고 금세 모바일 시장을 점령했다. 스포티파이는4천만 개 이상의 음원을 제공하며 2019년 10월 기준으로 사용자는 2억4천800만명, 유료 회원은 1억1천300만명에 달한다. 올해 1월 국내에 지사를 설립하며 한국 시장으로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 전세계 인터넷 영상통화 및 메시징 서비스 ‘스카이프(Skype)’ 최근 코로나 19의 여파 이후 더욱 주목 받고 있는 대표적인 화상 회의 서비스 ‘스카이프’도 스웨덴의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기업으로, 스웨덴의 첫 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유명하다. 스카이프 창업자는 처음 ‘카자(Kazaa)’라는 이름의 파일 공유 서비스로 시작했으나 재정악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폐업했다. 그러나 이때 개발한 공유 기술을 활용하여 실시간 영상통화 서비스 ‘스카이프’를 탄생시켰다. 이 외에도 캐주얼 게임의 대표 주자 ‘캔디크러시사가’를 만든 ‘킹(King)’을 비롯해 게임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평가 받는 샌드박스 건설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만든 ‘모장(Mojang)’ 등의 기업이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탄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걸리면 치료비·장례비 보장” 코로나19 보험으로 승객 잡는 항공사들

    “걸리면 치료비·장례비 보장” 코로나19 보험으로 승객 잡는 항공사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항공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영국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이 모든 승객에게 코로나19 보험을 제공한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해당 정책은 예약을 이미 했거나 오는 2021년 3월까지 예약한 분에 해당된다. 버진 애틀랜틱은 여행 중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최대 50만 파운드(약 7억 7700만 원),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중에 격리될 경우 최대 3000파운드(약 470만 원)까지 비용을 보상한다. 이와 유사한 정책은 이미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항공사 ‘에미레이트항공’에서 앞서 시행한 바 있다. 지난 7월 에미레이트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승객에게 치료비와 호텔 격리 비용, 장례비용까지 제공하는 정책을 내놓으며 마케팅을 펼쳤다.에미레이트항공이 제공하는 병원 비용의 경우 최대 15만 유로(약 2억 1000만 원), 탑승객이 내린 후에 호텔 격리를 해야 할 경우 2주 동안 하루에 100유로(약 14만 원)씩 지원한다. 또 사망하면 장례 지원비 1500유로(약 210만 원)를 지급할 것이라고 에미레이트항공은 밝혔다. 이 서비스는 승객이 항공기를 탑승하는 날부터 31일 동안 유효하며 10월 말까지 제공된다. 한편, 경영난에 빠진 버진 애틀랜틱은 지난 8월 초 미국에서 파산보호를 신청한 상태다. 버진 애틀랜틱 항공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흑자를 기대했으나 코로나19로 2분기 운항 편수가 98%나 줄어들고 직원 3550명을 해고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버진 애틀랜틱이 이번 새로운 정책으로 항공사를 경영난에서 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안철수 “레임덕 문턱 와 있는 대통령, 오기 정치 버려라”

    안철수 “레임덕 문턱 와 있는 대통령, 오기 정치 버려라”

    “8·15 기념사에 과감한 반전카드 없어위기상황치고는 안이하고 평범한 내용광복회장의 무책임한 발언이 더 부각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기 정치를 버리고 야당과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코앞으로 닥쳐 온 레임덕이라는 정권의 위기와 국가적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16일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8·15 기념사에서 국정 운영 기조의 대전환과 인적 쇄신을 약속하는 과감한 반전카드를 기대했다. 그러나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국가적으로 커다란 위기상황이며 레임덕이 문턱까지 와있는 대통령의 기념사치고는 너무나도 안이하고 평범한 내용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기념사보다 광복회장의 무책임한 발언이 더 부각되는 광복 75주년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일관계를 포함한 주변국과의 외교 문제는 정권의 이익이 아닌 냉철한 현실 인식에 기반한 국익 차원에서 접근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남북관계도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기준이 함께 지켜질 때,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했다. 안 대표는 “대통령의 기념사에서 국정 운영 기조의 대전환과 인적 쇄신을 약속하는 과감한 반전카드를 기대했다. 레임덕이 문턱을 넘느냐, 아니면 멀리 쫓아버릴 수 있느냐는 오로지 대통령 의지에 달려있는데 중요한 카드를 걷어차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정 운영의 동력은 정치적 자산, 정책적 자산, 도덕적 자산이다. 정치적 자산은 지지율 급락으로 거덜 나기 시작했다”면서 “정책적 자산은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23타수 무안타 부동산 정책 등으로 무능함을 이미 충분히 증명했다. 도덕적 자산은 조국, 송철호, 유재수, 윤미향 사태 등으로 오래전에 파산을 선언했다. 결론적으로 이 정권은 국정 운영의 동력도, 정당성도 상실했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교만함과 고집을 버리고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야당과 협치를 선언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지금 반전 카드는 국정 쇄신뿐”이라고 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이슈분석]엔론 파산과 테슬라 숏팬츠 사이…공매도가 뭐기에?

    [이슈분석]엔론 파산과 테슬라 숏팬츠 사이…공매도가 뭐기에?

    공매도(空賣渡). 말 그대로 없는 주식을 파는 투자 기법이다. 실제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주식을 매수해 앞서 빌린 주식을 갚는 투자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시세 차익을 얻는다. 이 전통적 투자방식의 재허용 여부를 두고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치열한 논쟁 중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탓에 패닉셀링(투매) 공포가 극에 달한 지난 3월 16일 이후 6개월간 공매도를 임시로 금지했다. 예정대로라면 다음 달 16일 재개돼야 한다. 하지만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뜨겁게 달궈진 주식시장이 급랭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하거나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에게만 유리한 ‘불공정한 제도’라는 비판과 ‘주식시장의 건전성을 지켜주는 두꺼비집 속 ‘퓨즈’ 같은 제도’라는 호평을 동시에 받는 공매도 제도의 명과 암을 살펴본다. ●엔론의 거품 거둬냈던 공매도…“실제 가격 발견 효과”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주식 가격이 오를 것을 바라며 돈을 투자한다. 하지만 공매도자는 다르다.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판단해 투자한다. 역 배팅을 하려면 우선 어떤 기업의 주가가 실제 가치와 비교해 거품이 껴 있는지 알아채야 한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 배팅함으로써 특정 주가의 거품을 걷어내는 선기능을 한다. ‘가격 발견’ 역할이다.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의 회계조작 및 파산 사태는 공매도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미국 금융가인 월가의 유명 공매도 전문가인 짐 채노스는 한때 미국 7대 기업이었던 엔론이 실적을 부풀렸을 수 있다는 낌새를 미리 알아챈다. 그는 이 판단에 근거해 2000년부터 엔론 주식을 공매도했고, 이후 회계장부가 조작됐다는 내부 고발이 나오면서 회사는 결국 문을 닫는다. 이동엽 국민대 교수(경영대)는 “채노스가 이 과정에서 약 6000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또 하락장에서도 거래량을 늘려 시장에 유동성(돈)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제도를 헷지(위험회피) 수단으로 활용해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기에 유용한 면도 있다. 고은아 크레딧스위스증권 상무는 13일 한국거래소 주최로 열린 ‘공매도 시장영향 및 바람직한 규제방향’ 토론회에서 “(국내 시장에서)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외국계 투자회사 중 헷지 전략 부재 탓에 한국 시장을 꺼려한다”면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장기화되면 그런 경향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꿈먹고 사는 기업에 걸림돌…“박스피 원인도 공매도” 반면 공매도가 늘 성공하거나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가격 폭등 때문에 ‘저 세상 주식’으로 불리는 테슬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테슬라는 세계에서 공매도 금액이 가장 큰 회사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이 회사 창업주이자 CEO인 일론 머스크가 공매도를 극도로 싫어하는 이유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대표적으로 ‘꿈을 먹고 사는 기업’이다. 하지만 공매도 세력은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테슬라 주식은 최근 연초 대비 3배 넘게 뛰면서 공매도 세력을 좌절시켰다. 8월 13일(현지시간) 현재 테슬라 주가는 1621달러(약 192만원)다. 머스크는 테슬라 주가가 치솟던 지난 달 온라인 쇼핑몰에 ‘S3XY’라고 적힌 붉은 숏팬츠를 한정판으로 내놨는데 ‘완판’(완전 판매)됐다. 쇼트(short)는 반바지라는 뜻도 있지만 공매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머스크는 “테슬라 주식이 최근 많이 올라 공매도 세력이 당혹스러워하는데 멋진 반바지를 만들겠다”며 이들을 조롱한 것이다. 머스크처럼 미래 가치를 바라보는 사업가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공매도에 대해 반감이 크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14일 한국거래소의 토론회에서 국내 주식이 ‘박스피’(코스피지수가 일정 폭 안에서만 등락을 거듭하는 것을 일컫는 말)에 갇힌 책임을 공매도 세력에 돌렸다. 정 대표는 “주요 국가들은 10년 전과 비교해 주가가 2배 이상 올랐다. 우리나라는 10년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이제야 오르고 있다. 공매도 때문”이라면서 “마치 현대판 시지프스신화 같다. 올라가면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개인투자자도 공매도 접근성 열어줘야” 공매도의 순기능이 큰지 또는 역기능이 큰지 의견은 갈리지만 국내 공매도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지난해 국내 공매도 투자자별 비율을 보면 외국인이 전체의 59%, 기관이 40% 수준이었고 개인 투자자 비율은 0.8%에 불과했다. 개인도 공매도를 할 수는 있지만 주식을 빌리는 절차 등이 까다로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다.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에만 기회를 주는 투자 도구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한 배경이다. 유명 유튜브채널인 ‘삼프로 TV’를 진행하는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은 “공매도 접근에 대한 공정함이 공매도를 둘러싼 논의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국내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참여 비중을 보면 1% 미만인데 미국이나 유럽, 일본은 전체 공매도의 25%가량이 개인 투자자”라면서 “공매도 접근성 측면에서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받는 제약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정의정 대표는 구체적으로 “공매도 재개 이전에 선진국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과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감시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를 1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해수부 “2025년 해운 매출 51조원”...재건 박차

    해수부 “2025년 해운 매출 51조원”...재건 박차

    정부가 한진해운 파산 이후 위기에 빠진 해운산업 재건에 박차를 가해 오는 2025년까지 해운 매출 5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2018년 4월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대해 평가하고 이를 보완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성과점검 및 해운정책 운용방향’을 12일 발표했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은 2017년 2월 당시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해운기업이던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국내 해운산업을 재건하기 위해 이듬해 발표됐다. 올해 반환점을 맞아 해수부는 코로나19 피해로 당초 세웠던 해운재건 목표를 수정하고, 2025년까지 3년을 더 연장한 새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해수부는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 중심의 지원 강화 ▲컨테이너선사 경영혁신 지원 ▲해운산업 지원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해운 매출액 51조원, 지배선대 1억t,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 120만TEU를 달성할 계획이다. 지배선대란 국적선사가 소유하거나 장기로 임대해 운용하는 국적 선박과 외국적 선박을 통틀어 일컫는 개념이다. 올해 기준 해운 매출은 35조원,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은 78만 TEU이며, 지배선대는 약 9030만 TEU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해수부는 2025년까지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선박을 매입하면 기존 재대선 사업에 운용리스 사업을 추가하고, 중장기적으로 리스전문 선주회사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선사의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불황기에도 안정적인 선박 투자가 가능한 기반을 조성해 나갈 예정이다. 해운기업에 유동성을 긴급 지원해야 할 때는 예외적으로 신용보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공사법 개정도 추진한다. 컨테이너 선사의 경영혁신을 위해서는 국적 해운기업인 HMM(현대상선의 새 이름)이 2022년 실적을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위해 실적 모니터링과 상시 평가를 위한 과학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정착하고, 현재 59만 TEU 수준의 컨테이너 선복량을 2022년에 100만 TEU까지 확대해 미주 동안, 남미, 중동 등 신규항로도 개척한다. 이 밖에도 선원에게 해외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청년 해기사를 대상으로 유럽 등 해외 선사 승선 실습을 지원한다. 국내 기업의 해외 물류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항만공사 등을 중심으로 신남방 유망항만인 베트남, 방글라데시와 유럽 거점 항만인 네덜란드, 스페인에 대한 인프라 투자펀드와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또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기업을 항만배후단지 입주가능 업종에 포함하고 가점을 부여하여 배후단지 활성화도 유도할 계획이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서민금융주치의, 이원장이 간다](2) 그 청년이 10년 전 신용회복위원회를 알았더라면…

    [서민금융주치의, 이원장이 간다](2) 그 청년이 10년 전 신용회복위원회를 알았더라면…

    지난 7월 목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현장 방문에서 한 30대 청년을 만났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64명의 고객을 직접 상담해온 필자에게 젊은 시절 내내 빚의 굴레에서 고통받은 청년의 사연은 지금도 안타까운 기억으로 생생하게 남아있다.그의 사연은 신용회복위원회를 찾는 청년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구직기간이 길어지면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카드사‧대부업체 등에서 고금리대출을 받았으나 갚지 못했고, 신용불량자라는 생각에 취업은 아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10년이 흘렀지만 형편은 좋아지지 않았고, 1400만원의 빚은 이자가 늘면서 3600만원까지 늘어난 상태였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신용회복위원회를 알게 됐고, 단 20분만에 10년 동안 그를 괴롭혔던 빚은 대폭 감면받아 월 10만원씩 나누어낼 수 있게 됐다. 그는 무엇보다 재무상담을 통해 고금리대출의 위험성과 합리적 소비습관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추심 걱정 없이 다시 취업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며 감격해 했다. “앞으로는 통장 사용도 가능하고 성실히 상환하면 다시 신용카드 발급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필자에게 그는 “10년 동안 현금만 사용했다”고 말하면서, “다시는 빚으로 고통을 받기 싫어서 앞으로 신용이 좋아져도 신용카드는 절대 만들지 않겠다”며 빚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냈다. 필자가 상담을 위해서 만난 모든 분들은 어려운 상황에도 악착 같이 빚을 갚으려고 노력했지만 채무를 상환할 수 없었던 분들이었다. 조금만 더 일찍 신용회복위원회를 알았더라면 스스로 극복했을 많은 분들이 여전히 방법을 몰라서 빚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제때 치료를 받아야 낫듯이 빚 문제로 고통을 받는 이들은 빨리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 채무상담을 받아야 채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맞춤형 채무상담과 채무조정을 통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과중채무자가 독촉과 금융거래 제약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져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돕고 있다. 채무자별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채무조정은 물론 서민금융‧복지‧ 소비자보호 등 맞춤 상담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상담자가 이해하기 쉽게 웹툰 형식의 맞춤상담 매뉴얼을 제작·배포하여 채무자 특성에 맞게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채무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맞춤형 상담을 통해서 단계별 맞춤형 채무조정을 지원하고, 법원과의 연계를 통해서 개인회생‧파산도 무료로 신속하게 지원한다. 또한 채무문제 예방을 위해 청년층‧노년층 등 금융취약계층에게 맞춤형 신용교육을 실시하고, 채무조정 지원 후에도 전문상담사를 통해 재무상태 진단 후 채무자의 상황 변화에 맞춰서 신용‧재무‧서민금융 지원 등 적절한 해법을 제공하여 채무자의 삶의 질 향상에 힘쓰고 있다. 목포의 청년도 10년 전 신용회복위원회를 알았더라면 채무 상환 부담 없이 취업 준비에 매진하여 보다 빨리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신용회복위원회는 고객 중심의 업무혁신을 통해 생업이 바빠 방문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24시간 챗봇상담과 채무조정 신청이 가능한 전용 어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고, 서류 작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취약계층은 신청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신분증만 있으면 상담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또한 하반기에는 채무자가 스스로 채무문제를 진단할 수 있는 자가진단앱을 개발하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도록 온라인 신청절차를 간소화하여 고객의 접근성을 더욱 높일 예정이다. 빚 문제로 고통을 받는 채무자들이라면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서민금융 콜센터 또는 신용회복 상담센터로 연락해서 제때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용회복위원회가 맞춤형 채무상담과 채무조정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드릴 것이다.
  • [서울광장] 미국과 중국, 신냉전 시대 필승 전략을 짜다/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미국과 중국, 신냉전 시대 필승 전략을 짜다/오일만 논설위원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방문한 2020년 8월 9일 역사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깬 날로 기록할 듯하다. 하나의 중국 원칙(One China policy)은 중국 대륙과 홍콩, 마카오, 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합법적인 정부는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라는 국가 정책이다. 미국도 41년 전인 1979년 중국과 수교를 하면서 이를 존중해 대만과 전격적으로 단교한 역사가 있다. 이런 미국이 수교 이후 처음으로 장관급 인사를 보내 대만 땅을 밟게 하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에게 ‘대만에 대한 강력한 지지’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무역·경제 분야에서 진행되는 미중 패권 싸움을 정치·군사 영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달 23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닉슨 도서관 연설은 신냉전을 알리는 선포식이었다. 그는 중국을 ‘새로운 전체주의 독재국가’이자 세계를 위협하는 ‘괴물’로 낙인찍고 시진핑을 ‘파산한 전체주의 신봉자’로 공격했다. 시진핑의 호칭도 과거 국가주석에서 총서기로 바꿨다. 그가 공산당 독재정권의 리더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일종의 정치적 프레임을 적용한 것이다. 미국이 미소 냉전을 시작한 것처럼 중국과 신냉전에 돌입한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미국의 정책 변화는 지난 5월 21일 트럼프 행정부가 미 의회에 제출한 ‘미국의 대중국 접근 전략’ 보고서에서 감지됐다. 총 16쪽의 보고서는 △서론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 △미국의 대중 전략적 접근 △전략적 접근 집행 △결론 등 총 5개 장으로 구성됐다. 향후 미국의 대중 행동 전략의 지침서이자 나침판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한 미국의 신냉전 전략은 대략 세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중국 본토를 겨냥한 제재 강화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홍콩·티베트 등의 인권 문제 거론, 반중 국제적 연대 강화가 핵심이다. 미국이 홍콩 민주화 세력을 지지하고, 대만의 군사 현대화를 지원하면서 티베트·신장위구르 등의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나 5G 무선통신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각국에 요청하는 것도 미국의 국제 연대의 일환이다.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대해 중국은 장기 항전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여름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일 때 시진핑 국가주석이 마오쩌둥의 ‘지구전론’을 읽는 모습을 공개한 적이 있다. 지구전론은 마오쩌둥이 중일전쟁 와중인 1938년 5월 발표한 군사전략이다. 마오는 경제력과 군사력이 월등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정면 승부를 피하고 유격전 등 지구전(장기전)만이 필승 전략임을 역설했다. 지난 7월 30일 시 주석은 공산당 정치국회의를 통해 “국제환경이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중장기적인 것이고, 반드시 지구전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입에서 처음으로 지구전이란 단어가 나온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격화되는 미중 패권 싸움에서 중국이 마오의 지구전론에 입각해 장기전을 채택하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대미 지구전을 뒷받침할 경제전략도 다시 짰다. 중국 공산당은 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2021~2025년)에서 미국의 경제봉쇄에 대비해 경제 자립도를 높이는 내수 확대 카드를 들고나왔다. 이른바 내수를 중심으로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국내 대순환론이다. 이는 지난 40년간 중국 경제전략의 핵심이었던 수출 중심의 대외 개방 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역사적으로 지구전에 단련된 집단이다. 중국은 오랜 항일전쟁과 국공내전 시기 10대1의 열세를 딛고 승리를 쟁취한 경험을 토대로 최강 미국과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신냉전의 본질을 잘 파악해야 미중 사이의 너트크래커(호두 까는 도구)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과거 미중 협력 시대에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이 먹혔지만 신냉전 시대에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일부에서 일방적인 미국 편승 정책을 주장하고 있지만 단견에 가깝다. 미중의 선택 압력 충격은 최소화하면서 선택의 기회를 넓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안보에 대한 미국 의존도, 경제에 대한 중국 의존도 모두를 줄여 주체적인 선택적 균형을 확장해야 우리의 생존 공간이 넓어진다. oilman@seoul.co.kr
  • ‘홍콩보안법 체포’ 지미 라이는…대표적 반중 언론재벌

    ‘홍콩보안법 체포’ 지미 라이는…대표적 반중 언론재벌

    1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전격 체포된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72)는 반중국 성향의 언론 재벌이다. 중국 중앙정부를 두려워해 친중 노선을 걷는 대다수 홍콩 기업인들과 달리 그는 대표적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애플데일리)를 세워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에 비판의 날을 세워왔다. 중국 광둥성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파산한 의류 공장을 인수해 글로벌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를 만들었다. 1989년 중국 정부가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한 데 충격을 받아 넥스트 매거진(1990)과 빈과일보(1995) 등을 창간했다. 1994년 그가 운영하던 언론매체가 톈안먼 시위를 강경 진압한 리펑 총리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본토에 있는 지오다노 매장을 폐쇄했고 그는 어쩔 수 없이 기업을 매각했다. 빈과일보는 중국 지도부의 비리와 권력투쟁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로 떠올랐다. 지난해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도 홍콩 정부의 강경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미 라이는 2014년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과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미국에 ‘홍콩 인권·민주주의법안’(홍콩인권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을 찾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다. 중국 관영 매체와 홍콩 친중파 진영은 그를 “외세와 결탁해 송환법 반대 시위를 배후조종하는 인물”이라고 비판해왔다. 환구시보는 그를 홍콩 시위 배후의 ‘4인방’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이후 빈과일보 지면에서는 광고가 사라졌다. 이는 기업들이 중국 중앙정부에 ‘미운털’이 박힐 것이 두려워 광고 게재를 꺼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지미 라이는 2008년 자택 밖에 있는 나무에 설치된 사제 폭탄에서 불이 나 위협을 받았다. 2009년에는 그를 암살하려던 중국인 남성이 체포됐다. 암살 미수범의 배후에 중국 폭력조직 ‘삼합회’가 있었다. 이들은 법정에서 “대만에 사는 한 홍콩 출신 재벌이 지미 라이의 목숨에 1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고 실토했다. 2013년에는 자동차 한 대가 그의 자택 정문을 들이받았다. 2015년에도 복면을 쓴 한 남성이 자택 정문에 화염병을 던졌다. 지미 라이는 홍콩보안법 통과 뒤에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하며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잘 나가던 백화점이 이젠 아마존 물류센터로 추락?

    잘 나가던 백화점이 이젠 아마존 물류센터로 추락?

    코로나19 사태로 줄폐업을 선언한 미국 대형 백화점들이 ‘유통 공룡’ 아마존의 물류창고 신세로 추락할 전망이다. 쇼핑 트렌드의 변화가 코로나19를 만나 글로벌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미국 최대 쇼핑몰 운영업체인 사이먼프로퍼티그룹이 파산보호신청에 들어간 대형 백화점 일부 점포를 아마존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번 논의 대상은 사이먼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대형 백화점 가운데 JC페니 63곳과 시어스 11곳이다. JC페니 백화점은 지난 5월, 시어스 백화점은 2018년에 각각 파산보호신청을 제출했다. 이 가운데 몇개의 점포가 유통센터로 전환될 지가 협상의 주요 포인트다. 이 중 몇 개 매장이 아마존과 논의 중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WSJ은 전했다. 다만 이 문제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협상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기 전부터 진행됐다고 밝혔다. 앞서 JC페니 백화점은 올해 여름 154개 점포 문을 닫겠다고 밝혔고 시어스 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점포 96개 폐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아마존이 협상에 나선 것은 대형 백화점이 인구 밀집지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특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물류센터를 확보하면 배송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이다. 사이먼그룹 입장에서도 대형 백화점에 의존하는 오래된 사업모델에서 탈피해 안정적으로 임차인을 확보할 수 있다. 서로 ‘윈윈’하는 구조인 셈이다. ‘유통 강자’ 아마존과 전통적인 대형 유통체인이었던 백화점과의 만남이 쇼핑 트렌드의 교차점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WSJ은 “쇼핑몰의 몰락과 전자상거래의 부상이라는 두 트렌드의 교차점“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쇼핑의 급성장과 오프라인 유통망의 쇠퇴라는 두가지 모습이 이번 협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몰락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아마존이 거점 물류센터를 확보해 배송시간을 단축하면 경쟁력이 더욱 높아져 오프라인 유통망의 위기를 부채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급증하는 온라인 주문에 대응하기 위해 배송시간을 얼마나 더 단축하느냐를 사업의 최대 화두로 삼고 있다. 아마존은 일부 지역에서 드론 배송을 시범 운영하는가 하면 고객이 소매점에서 물품을 직접 찾아가는 ‘아마존 라커’ 서비스도 도입했다. 전기트럭 등에도 선제 투자해 물류망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런 쇼핑트렌드의 변화는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JC페니 건물 소유주인 리츠회사 보네이도 역시 향후 물류센터로 전환하는 안을 고려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투자중개회사 B+E의 카밀 렌쇼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사태로 폐업한 백화점을 대체하기 위해 건물주들은 학교, 의료시설, 실버타운 등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같은 흐름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노점상에서 200억 자산가 된 ‘슈퍼개미’의 몰락

    노점상에서 200억 자산가 된 ‘슈퍼개미’의 몰락

    1997년 외환위기 때 파산위기까지 몰렸지만노점상 수입으로 주식 투자해 200억 자산주식 유통물량 60% 장악하고 주가조작 나서결국 들통나 징역 7년…공범 7명도 실형 1997년 외환위기 때 파산위기까지 몰렸다가 노점상을 운영해 모은 돈으로 주식투자에 뛰어들어 200억원대 주식을 소유하기도 한 ‘슈퍼개미’가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한때 불합리한 배당정책에 항의하는 ‘소액주주 운동가’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결국 주가조작의 유혹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표모(66)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표씨와 함께 기소된 공범 10명 중 증권사 직원 박모(62)씨 등 5명에게는 징역 2~5년이, 2명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각각 선고됐다. 3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표씨 등은 주변인들에게 코스닥 상장사 A사 주식 매수를 추천한 뒤, 이들이 주식투자를 하겠다고 하면 공범인 증권사 직원 박씨 등에게 이들을 소개해 주식 매매 권한을 일임하게 하는 방식으로 A사 주식 유통물량의 60%를 장악하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자금 조달·시세 조종 등 역할 분담해 주가 부양 이들 일당은 A사의 유통 주식 물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주가조작이 쉽다고 판단해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표씨 일당 중 일부는 대형 교회와 동창회 등을 통해 투자자를 모으고 증권사 주식담보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나머지 일당은 시세 조종성 주문을 넣어 주가를 관리하는 ‘수급팀’으로 활동하는 등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A사의 주가를 띄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방식으로 A사 주식에 대한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이들은 2011년 1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주식을 일부러 고가에 매수하는 시세 조종성 주문과 호재성 정보 허위 유포 등으로 A사 주가를 2만 4750원에서 6만 6100원까지 끌어올렸다.이들은 주가를 10만원대로 끌어올린 뒤 외국계 펀드를 유치하고 개미투자자들에게 보유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려 했지만, 주가가 장기간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폭락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주가 폭락으로 ‘대박’ 목적 이루진 못해 주가가 폭락하자 표씨는 오모(46)씨 등 시세조종꾼에게 14억원을 주겠다고 제안하며 시세조종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들은 실제로 시세조종을 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지만, 우연히 주가가 반등하자 자신들이 시세조종을 성공시킨 것처럼 가장해 표씨로부터 14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오씨는 지난해 7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표씨는 “A사 주식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주변에 투자를 권유했을 뿐이고 주식 거래량이 많지 않아 외견상 고가매수가 이루어졌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식을 매집해 주가를 부양하다가 2014년 9월 이를 한꺼번에 팔아 이득을 본 전형적인 시세조종범의 행태”라며 “주식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고 일반 투자자들에게 큰 손해를 입히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또 사모펀드 부실’ 신한금융…470억원대 고객 투자금 날릴 위기

    ‘또 사모펀드 부실’ 신한금융…470억원대 고객 투자금 날릴 위기

    “부실화 땐 보험금으로 100% 보상”한다며 상품 판매홍콩 보험사는 지급 거부 “사기·기망에 의한 손실”라임·DLS에 이은 사모펀드 사고…업계 1위 자리도 내줘최근 각종 사모펀드 사고에 엮여 고객 투자금 수천억원을 날려 국내 1위 자리를 내준 신한금융이 또 사모펀드 사기 의혹 사건에 휘말렸다. 판매 직원들의 “예적금만큼 안전하다”는 말을 믿고 수억원을 투자한 고객들은 큰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지난해 5월 판매한 아름드리 사모투자신탁 7호(240억원 규모)가 지난 5월 환매 중단됐다. 이 펀드는 아름드리자산운용에서 운용한 사모펀드로 싱가포르의 원자재 무역업체인 아그리트레이드 인터내셔널이 제품 구매자에게 받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신한은행은 이 상품을 최소가입금액 3억원 조건으로 프라이빗뱅커(PB) 창구 등을 통해 팔았다. PB들은 고객들에게 “위험도가 높지 않은 4등급 투자 상품으로 만약 투자 대상인 매출채권이 부실화돼도 홍콩의 3대 보험사인 차이나타이핑보험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계약돼 있어서 100% 보상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펀드 만기가 12개월로 다른 펀드보다 짧고, 연 3.75%(세전 기준)의 수익률이 기대된다며 고객의 투자를 유도했다. 최소한 원금은 보험금 지급 등을 통해 보장되고, 수익률도 비교적 낮은 안전 상품이라는 설명 때문에 안정 지향 성향의 고객들이 주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이 상품을 판매하고 신탁보수로 1.0%의 선취 수수료를 떼어갔다. 신한은행 측은 “지난 5월 만기 상환이 어렵다는 통보를 자산운용사로부터 받았을 때는 ‘아그리트레이드로부터 제품을 산 업체가 모라토리움(지불유예) 선언을 했으며 일시적인 문제’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반전됐다. 현지 자산운용사가 홍콩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보험사 측이 ‘지급 불가’를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아그리트레이드가 사기·기망한 탓에 손실이 난 것이어서 보험금을 내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 아그리트레이드는 모라토리움을 선언했고, 이 업체 대표도 파산 신청을 했다. 또 이 회사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회사들은 매출채권이 허위라며 결제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은 사모투자신탁 7호와 비슷한 구조인 9호(230억원 규모)도 12월 만기가 돌아오는데 같은 피해가 예상된다.신한은행 측은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다양한 방법을 찾아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해외 법무법인을 새로 구해 보험금을 재청구해보거나 해외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소송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국내 운용사인 아름드리자산운용과는 보험 재청구 등 이슈 대응을 함께 해야하기 때문에 당장 이 업체를 상대로 소송하는 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등 신한금융 계열사들은 최근 잇다른 사모펀드 사고에 계속 엮이면서 신뢰도 등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의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의 원금이 상당부분 손실봤다는 사실을 알고도 고객들에게 계속 판매했다고 결론내고 “고객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주라”고 결정했다. 또 임모 전 신한금융투자 PBS 본부장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수재·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또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독일 헤리티지 DLS(파생결합증권)도 막대한 손실을 내 고객들에게 피해를 줬다. 이 때문에 업계 1위였던 신한금융은 지난 2분기(4~6월) 실적이 악화하면서 KB금융에 실적 1위 자리를 내줬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포천 500대 기업 여성 CEO 역대 최다… 대세일까, ‘유리절벽’일까

    포천 500대 기업 여성 CEO 역대 최다… 대세일까, ‘유리절벽’일까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이어 살균·표백제 ‘클로록스’로 유명한 미국 생활용품업체 클로록스가 최근 40대 여성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했다. 앞서 미국의 화장품회사인 코티도 로레알 CEO를 지낸 여성을 새 CEO로 영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힘든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미국의 포천 500대 기업의 여성 CEO 수가 3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위기 속에서 기업 경영의 책임을 여성에게 맡겨 변화를 시도하는 이른바 ‘유리절벽’ 상황인지, 아니면 추세인지는 좀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앞서 올 상반기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악화하면서 여성 정치지도자들의 리더십이 관심을 끌었다. 뉴질랜드와 독일, 대만, 노르웨이 등 총리나 대통령이 여성인 이들 국가는 경제적 손실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하면서 초반에 강력한 조치들을 취해 감염을 최소화했다. 그러면서 위기 때 빛을 발하는 여성 리더십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정치적 리더십과 기업을 이끌어 가는 리더십이 같지는 않겠지만 위기 상황은 여성 지도자에게 기회인 동시에 더 큰 도전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한다면 재기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다음달 중순 린다 렌들(42)이 클로록스의 CEO에 취임하면 ‘포천 500대 기업’ 중 여성 CEO가 역대 최다인 38명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전했다. 역대 최다라지만 7.6%에 불과하다. 1972년 캐서린 그레이엄 전 워싱턴포스트 CEO 겸 발행인이 여성으로는 처음 포천 500대 기업의 CEO로 이름을 올린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10%도 달성하지 못했을 정도로 진전이 더디다. ●여성 CEO 역대 최다 38명이지만 7.6% 불과 CNBC에 따르면 미국 기업에 처음 입사할 때 남녀 비율은 거의 비슷하지만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격차가 벌어진다. CEO 후보군인 각 부문 최고 책임자 레벨(C-suite)에 오른 여성 임원은 20%에도 못 미친다. 이사회 이사와 CEO로 올라가면 그 수는 더 줄어든다. 따라서 위기 상황에서 주어지는 CEO 제의는 여성 등 소수의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꼭 잡아야 하는 드문 기회다. 그런 의미에서 렌들은 행복한 경우에 속한다. 렌들은 프록터앤드갬블(P&G)을 거쳐 2003년 클로록스에 입사했으며 판매 담당 부사장 등을 지낸 뒤 올해 5월부터 사업개발계획 총괄 사장을 맡아 왔다. 렌들이 경영을 맡게 될 클로록스의 경영 상태는 양호하다.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건강 관련 부문의 최근 분기 매출이 33%가량 늘어났고, 코로나19 사태로 세정·살균 제품 수요도 급증하면서 주가가 올 들어 50% 가까이 올랐다. 위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은 아닌 셈이다. 반면 9월 1일 취임하는 수 유세프 나비는 코티의 올 들어 네 번째 CEO다. 나비는 코티가 5년 전 인수한 P&G의 수십개 화장품 브랜드와 올해 인수한 유명 모델 킴 카다시안의 화장품 업체 지분 등 70여개 보유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하고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 성과를 내야 할 과제를 안았다. 코티의 주가는 코로나 사태로 연초 대비 60% 떨어졌다. 나비가 로레알의 랑콤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변신시키고 2017년 자신이 설립한 식물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오베다의 경영 능력을 코티에서도 발휘하길 요구받고 있다. ‘유리천장’은 여성과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한다. 그런가 하면 ‘유리절벽’은 기업이나 조직이 실패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만 여성을 최고위직에 승진시킨 뒤 실패하면 책임을 물어 해고해 결국 다음 경력을 쌓을 기회를 찾지 못하는 것을 가리킨다. ●유리천장 뚫으니 유리절벽 나와 유리절벽은 2005년 영국 엑서터대의 미셸 라이언과 알렉산더 해즐럼 교수가 처음 쓴 개념이다. 이들이 영국의 100대 기업의 성과와 이사회 남녀 이사 승진 추세를 분석한 결과 여성 이사를 승진시킨 기업들의 승진 전 5개월간 실적이 남성 이사를 임용한 기업들보다 악화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즉, 기업의 경영 상태가 나쁠 때 여성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는 얘기다.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의 CEO 임기는 안정적인 기업에 비해 짧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유타대의 앨리슨 쿡과 크리스티 글래스 교수의 2013년 연구 결과도 비슷했다. 쿡과 글래스가 포천 500대 기업의 15년간 추이를 분석한 결과 백인 여성과 유색 남녀가 백인 남성에 비해 실적이 나쁜 기업의 CEO로 승진한 경우가 많았다. 2010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유리절벽과 관련된 논문이 실렸다. 남녀 대학생에게 가상의 기업의 재정 상황을 알려 주고 새 CEO를 뽑아야 할 경우 남성과 여성 중 누구를 선택할지 물었다. 주로 남성 CEO가 경영해 오던 기업이 경영 상태가 좋으면 응답자의 62%가 남성 후보를 CEO로 선택했고, 회사가 경영 위기에 처하면 응답자의 69%가 여성 후보를 뽑았다. 일반인들도 여성 CEO가 위기에 더 적합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유리천장을 뚫고 올라간 여성 기업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유리절벽인 사례는 많다. 가장 비근한 예로 미국의 드러그스토어체인인 라이트에이드는 2017년부터 3년간 주가가 100% 가까이 폭락하자 2019년 8월 여성을 CEO에 앉혔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결국 파산 신청을 한 JC페니도 2018년 10월 남성 CEO가 경영 회생에 실패하자 질 솔타우를 CEO로 긴급 투입했다. 하지만 코로나에는 역부족이었다. 솔타우가 CEO로 오기 전 3년 동안 주가가 82% 폭락했다. 위기 상황에 발탁됐다가 성공한 사례도 물론 여럿 있다. 앤 멀케이는 2001년 파산 직전까지 갔던 복사기업체 제록스를 맡아 회생시킨 뒤 2009년 CEO에서 물러났다. ●유럽도 여성 CEO는 7~8% 수준 여성 CEO가 드문 것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7월 현재 런던 증시에 상장된 주요 100개 기업 중 여성이 CEO인 기업은 5개다. 유럽성평등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유럽 28개 국가의 주요 597개 기업 중 여성 CEO는 47명으로 7.8%에 불과하다. 특이하게도 태국의 여성 CEO 비율이 30%로 가장 높고, 중국이 거의 20%에 육박한다. 2008년 등 여러 차례 경제적 위기를 겪었지만 2020년만큼 여성의 리더십이 정치와 경제 등 각 분야에서 주목을 받은 적은 드물 것이다. 코로나의 전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 따른 도시 전면 봉쇄와 경제 침체라는 미증유의 위기는 여성 리더십을 새롭게 평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지도자들이 소통 능력과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포용적일 뿐 아니라 흔히 남성 지도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결단력과 단호함, 능력까지 겸비한 균형 있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 줬다고 평가한다. 마리안 쿠퍼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남성 중심 조직에서 평생 살아온 여성들은 인내하고 공감하며 침착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키워 왔고, 이러한 특징들이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기회와 리더십 확대를 지원하는 글로벌 비영리단체인 카탈리스트의 로레인 해리턴 대표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포천 500대 기업의 여성 CEO가 늘어난 것은 성과”라면서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주요한 자리에 여성들이 늘어나야 하며, 여성을 전체가 아닌 개인으로 평가하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CEO를 비롯한 여성 지도자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위기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지속될 수 있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영남대 교수 저서 4종 ‘2020년 세종도서’ 선정

    영남대 교수 저서 4종 ‘2020년 세종도서’ 선정

    영남대학교 교수가 저술한 도서 4종이 2020년 세종도서에 선정됐다. ‘은둔의 나라 러시아 역사 속 민중’(이정희 지음, 영남대학교 출판부), ‘영어음성음운론’(신승훈 지음, 영남대학교 출판부), ‘산대놀이 음악의 구조’(이승희 지음, 민속원) 등 학술부문에서 3종, 교양부문에서 ‘청구야담’(이강옥 옮김, 문학동네) 등이다. 이정희 명예교수의 ‘은둔의 나라 러시아 역사 속 민중’은 러시아가 1917년 2월 혁명이후부터 페레스트로이카의 붕괴 시기까지 세계 최초로 공산주의를 실험하면서 독재적 억압의 체제로 변화하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러시아 역사를 민중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역사의 하부 사회구조에 속하는 노동자, 농민, 빈곤 여성, 신생 공산주의 세대의 문화혁명 세력들, 지적 여성들의 삶과 의식세계를 탐색했다. 신승훈 영어영문학과 교수의 ‘영어음성음운론’은 이론을 실제 발화의 말뭉치인 코퍼스 자료를 토대로 하여 음향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학술서다. 기존의 관련 도서들이 특정 환경에서 적용되는 이론 중심이었다면, 저자는 실제 발화가 이론과 얼마나 상이하며 이와 같은 분석이 다양한 음향적 특징으로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지 보여 주고 있다. 이승희 음악과 교수의 ‘산대놀이 음악의 구조’는 조선시대의 산대도감극에서 유래하여 민간으로 전승되어온 가면극인 산대놀이를 조명한 학술도서다. 이 책에서는 양주별산대놀이, 송파산대놀이, 퇴계원산대놀이 등의 반주음악을 중심으로 과거부터 실제 연행에서 사용해온 자료들을 통해 산대놀이의 음악적 특징을 담았다. 이강옥 국어교육과 교수가 번역한 ‘청구야담’은 미국 버클리대 소장 한문본 ‘청구야담’을 국내 최초로 우리말로 옮겨 발간한 책이다. ‘청구야담’은 조선 후기 이야기판에서 만들어진 야담 작품을 정리하고 발전시켜 묶은 선집이다. 이번에 이 교수가 완역한 버클리대 소장본은 ‘청구야담’ 이본(異本) 중에서도 최고, 최대 야담집으로 꼽혀 학문적 의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세종도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관으로 선정된다. 선정된 도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종당 800만 원 이내로 도서를 구입해 전국 공공도서관을 비롯한 공공시설에 배포된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근대광고 엿보기] 제화업계의 ‘대왕’ 박덕유

    [근대광고 엿보기] 제화업계의 ‘대왕’ 박덕유

    조선시대와 그 이전에 짚신과 미투리가 서민이나 천민의 신발이었다면 양반은 어떤 신발을 신었을까. 흑피혜(黑皮鞋)는 가죽, 목화(木靴)는 나무와 천, 태사혜(太史鞋)는 가죽과 헝겊으로 만들었고 남성의 신발이었다. 당혜(唐鞋), 운혜(雲鞋), 수혜(繡鞋) 등은 비단과 천으로 만든 양반 여성의 신발이었다. 가죽신을 만드는 사람을 갖바치라고 했는데 소를 잡고 벗겨 낸 가죽을 받아 신발을 만들었으므로 백정과 같이 천민 취급을 받았다. 구두는 청일전쟁 때 조선 군인들이 가죽 군화를 신으면서 처음 국내에 소개됐다. 지금의 서울대병원 자리에 구한말의 군화창이 있었다고 한다. 서양 옷은 양복이라고 하는데 신발은 왜 구두라는 말을 쓸까. 구두의 어원은 놀랍게도 일본어라고 한다. 일본어의 ‘구쓰’(靴)가 구두로 변했다는 것이다. 20세기에 들어 구두와 고무신이 전통적인 신발을 급격히 대체했다. 양화점이 우후죽순 생기고 구두가 광고면의 단골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구두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1910년대 초에 동광양화점(임상호), 순창양화점(신윤범), 신흥양화점(이환일), 광신양화점(김영배), 창흥양화점(송필진) 등의 양화점 광고가 거의 매일 신문에 실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눈에 띄는 양화점 광고가 박덕유양화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양화점은 1898년 서울 황토마루(광화문 네거리)에서 이규익이라는 사람이 열었다고 한다. 이것을 박덕유가 인수해서 수십 년 동안 운영했다. 박덕유양화점의 위치는 처음에 대사동(지금의 종로2가에서 인사동에 이르는 지역)이었다가 행정구역 변경으로 관훈동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매일신보에는 박덕유에 관한 기사가 여러 건 있다. 기사에 따르면 박덕유는 몹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곡물상을 하다 파산하고 경부철도보호 순검(巡檢·조선 말기의 경찰)으로 일했지만 또 일자리를 잃고 광화문의 양화점에서 구두 수선 일을 했다. 그러다 제화 기술을 배워 양화점을 열었다고 한다. 처음에 친구 둘과 양화점을 열었는데 손님이 없어 적자가 계속 나자 둘은 그만두고 홀로 운영했다. 그러다 점차 구두를 신는 사람이 늘어나고 사업이 번창해 종업원을 60여 명이나 거느린 양화계의 ‘대왕’이 됐다. 지방에서도 하루에 50여 켤레의 주문이 밀려들었다. 고객은 점포에 방문할 필요가 없었다. 서울에서는 연락을 하면 직원을 보내 발 크기와 모양을 재서 제작해 주었고 지방 사람들은 발 모양을 종이에 그려 돈과 함께 보내면 구두를 만들어 부쳐 줬다. 초기에 구두 한 켤레 값은 9원이었는데 쌀 한 가마 값이었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암호화폐, 스마트폰 혁신 뛰어넘을 것” “정부 이해 부족으로 ‘정책 실기’ 우려”

    “암호화폐, 스마트폰 혁신 뛰어넘을 것” “정부 이해 부족으로 ‘정책 실기’ 우려”

    “1억명 가까운 전 세계 케이팝 팬이 각자 100원씩 전송해도 100억원 규모의 방탄소년단(BTS) 신곡 뮤직비디오를 팬심으로 제작할 수 있어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이라면 가능하죠. 암호화폐로는 국가와 사는 곳이 달라도 팬 한 명 한 명이 스마트폰 전자지갑으로 후원할 수 있거든요. 1억명 규모의 ‘아미’(BTS 팬클럽 이름)가 직접 투자하고 그들만의 콘텐츠를 전 세계에 확산하는 미래도 실현 가능합니다.”(인호 고려대 교수) 암호화폐·블록체인은 인공지능(AI)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모든 거래 기록을 분산 저장할 수 있는 암호화폐 기술을 통해 디지털 경제의 다채로운 ‘오픈 플랫폼’과 전 세계적인 콘텐츠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대중화될 사물인터넷 기술도 이를 연결하고 분산하는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해야 완성된다. 블록체인 투자업체 해시드 김서준(36) 대표와 기술법 전문가 구태언(51) 법무법인 린 변호사,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장 인호(53) 교수, 최공필(62)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가나다순)이 지난 27일 서울신문 대회의실에서 우리의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술 정책의 현재를 진단했다. 이들은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술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보다 더 큰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자칫 정부가 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법·제도적 인프라나 정책 마련을 실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어떻게 미래 사회를 바꿀까. 인 교수 “암호화폐를 증권처럼 투자하고 이익금을 배분하는 최근의 금융상품이 ‘STO’(증권형 토큰 발행)다. 글로벌 팬층을 보유한 케이팝, 영화·드라마 같은 한류 콘텐츠의 경우 암호화폐의 STO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다. 1억명의 케이팝 팬들이 실시간으로 투자한 뮤직비디오로 이익을 나누는 전혀 새로운 플랫폼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 같은 ‘오픈 플랫폼’을 통해 금이나 부동산처럼 자산투자하고 이익 배분을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 바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다.” 김 대표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술이 만들어 낼 혁신은 스마트폰이 해 온 혁신과는 비교도 안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스마트폰의 혁신은 기존 데스크톱 컴퓨터에 머물러 있던 연결성을 개인으로 넓힌 물리적 확장이었지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은 가치를 교환하는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식으로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인터넷이 탄생하면서 전 세계 누구나 쉽게 의견을 올리고 공유할 수 있었던 것처럼 암호화폐가 대중화되면 재화의 이동이 공간과 시간 등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이뤄진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금 카드회사들이 수수료 2~3% 가져가는 것도 많다고 느끼면서 구글이나 애플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로부터 30%의 이익을 통행료로 챙기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이는 구글과 애플이 플랫폼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라면 이런 플랫폼을 누구나 만들고 확장할 수 있게 해 준다. 즉 애플과 구글의 독점 체제를 무너뜨리고 누구나 개방형 금융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의 암호화폐 정책을 평가한다면. 구 변호사 “결론부터 평가하면 현재의 정책은 부적절하다. 정부는 암호화폐 투기를 규제하려는 목적이지만 사실상 암호화폐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법률을 완비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발표만으로 하는 ‘초법적 금지’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증시에 상장하지 못한 왓챠의 경우 공식적으로 한국거래소가 상장을 불허한 건 아니다. 거래소 입장이 정부가 (암호화폐를 보유한 업체의 상장을) 허용한 사례가 없으니 안 될 수 있다고 의견을 줬고, 왓챠가 알아서 암호화폐 사업을 종료했다. 법치 국가라면 법으로 금지하지 않은 것은 허용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다르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 “암호화폐 업계 입장에서는 정부가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위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법률 상담 비용만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고 싶지만 암호화폐는 위험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 교수 “최근 2년간 금융위원회 심의발전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정부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한다. 2017년 비트코인 투자가 과열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고, 책임이 있는 정부가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암호화폐 투기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전체적인 암호화폐 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조차도 한 발짝 못 나가고 있다는 게 큰 문제다.” 최 위원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2017년 투자 과열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면서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특히 시장 초기 암호화폐 시장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이들이 시장 전체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바꿔 놨기 때문에 정책 입안자들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 생각하는 경향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다만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뒤처져 있다는 걸 인정하고 정부와 사회가 함께 정책을 다듬어 가야 할 필요가 있다.” 구 변호사 “정부가 암호화폐를 금지하는 건지,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건지 명확한 신호를 줘야 한다. 사실상 암호화폐는 금지해 왔으면서 내년부터 암호화폐 거래 수익에 대한 세금은 받겠다고 한다. 도박이나 마약으로 얻은 수익도 세금을 걷나? 모두 몰수 대상이다. 앞뒤가 안 맞는 정책 기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향후 5년간 1133억원을 블록체인에 투자하기로 했는데. 김 대표 “과기부 블록체인 육성안을 보면 퍼블릭(공공)블록체인 육성 계획은 있지만 암호화폐는 빠져 있다. 공공블록체인 자체가, 대중이 누구나 쓸 수 있는 암호화폐 없이 가동하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가 공공블록체인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 같다.” 인 교수 “문제인 대통령이 최근에 발표한 “디지털 뉴딜”의 수혜가 모든 국민에게 돌아가게 하려면 암호화폐는 필수적이나 이 계획안에는 빠져 있어 아쉽다.” 구 변호사 “은행 시스템과 비교하면 블록체인은 예금통장 기술이고, 암호화폐는 그 안의 예금이다. 지금 정부의 정책 기조는 예금통장 기술을 육성하자고 하면서 예금에 대한 가치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가치 없이 기술 발전이 무슨 의미가 있나.” 최 위원 “법정화폐를 발행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관리가 불가능한 새로운 화폐가 생긴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한다. 우리 정부가 암호화폐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은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중국이 정부에서 통제가 가능한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하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의 국가 발행 화폐와 암호화폐 중 어느 한쪽 시스템이 우월하다고 평가해 선택하기보다는 같이 공존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내년 3월 시행되는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보완할 시행령 내용은 무엇인가. 구 변호사 “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의를 내리는 일이다. 특금법에 가상자산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는 정해져 있는데 정의가 부실하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 보관 사업자라고 하면 보관의 정의는 무엇이고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정해야 한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텐데 용어의 정의 없이 가상자산사업을 규정하는 것이 가능한가? 다양한 서비스 형태가 수천 가지 쏟아질 텐데 주무 부처가 사안마다 해석해 줄 수 없다.” 김 대표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의 정보보안인증체계(ISMS) 의무에 대한 예외 규정이 더 구체화돼야 한다. 지금의 특금법 초안은 가상자산사업자는 특별 예외 규정이 없다면 모두 ISMS 도입을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 수억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 탈중앙화 금융 쪽에서는 개발자 한두 명이 큰 자본 없이 서비스를 만든다. 인도에선 19세, 21세 개발자 2명이 ‘인스타댑’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어 미국 벤처투자사(VC)로부터 약 3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ISMS 규정에 묶였다면 없었을 사례다. 법정화폐를 직접 취급하지 않는 서비스 등에 대해서는 ISMS 규정에 예외를 둬야 개발자와 스타트업들이 실험적으로 뛸 수 있다.” 최 위원 “지금 논하는 대상이 정의가 가능한가. 앞으로 벌어질 많은 일들이 기존의 법체계나 조직 안에서 규정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구 변호사 “그렇기 때문에 정의할 수 있는 것만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정된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가 미신고 영업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죄형법정주의에는 명확성의 원칙,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이 있다. 애매하면 금지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합당하다.” 인 교수 “규제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예외 규제를 두는 ‘네거티브 입법’으로 가야 한다. 허용되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입법’으로 가면 창의성이 나올 수 없다.” -특금법 시행 전후로 중소거래소 파산으로 인한 피해자 양산 우려도 제기된다. 인 교수 “정부 당국이 심각하게 고민할 부분이다. 특금법이 시행되면 중소거래소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본이 없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없을 확률이 크다. 이 상황에선 일부 기업의 독과점으로 시장의 창의력과 혁신이 죽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산될 피해자에 대해서도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특금법 외에 업권법(특정 업종에 대한 근거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 위원 “미래 가치는 산업 간 장벽이 허물어지며 나오는 것이다. 업권 자체가 없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업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다 비빔밥이 됐는데 업권에 대해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구 변호사 “어떠한 법을 만들어야 특정 산업을 할 수 있다는 건 포지티브 규제적인 사고다. 산업이 먼저 발달한 뒤에 최소한의 법을 만들어야 한다. 아직은 업권법을 이야기하기에 시기상조다. 우선 허용, 사후 규제해야 한다고 본다.” 김 대표 “업계에선 업권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산업에 대한 정의 자체가 모호한 데다 법이 없는 그레이 영역에서는 아무것도 못 하게 돼 있다. 법을 제정해서라도 이 산업 안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 업계의 바람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탐사기획부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고혜지·이태권 기자
  • 美 코닥 ‘제약사’ 변신… 8억弗 받아 약품 생산

    美 코닥 ‘제약사’ 변신… 8억弗 받아 약품 생산

    130년 역사를 가진 사진 필름의 대명사 이스트먼 코닥이 제약회사로 변신한다. 스마트폰에 밀려 내리막을 걸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코닥은 28일(현지시간) 미 정부로부터 7억 6500만 달러(약 9137억원)의 대출을 받아 ‘코닥 파마수티컬즈(제약)’를 출범시켰다. 짐 콘티넨자 코닥 회장은 성명에서 “우리가 시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필요한 핵심 의약 성분을 생산해 미국 의약품 자급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코닥은 의약품 원료(API)를 생산할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이 있고 환경적으로도 안전한 수많은 약에 들어가는 구성요소를 만들게 될 것”이라며 “의약품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되찾아 오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닥은 향후 제너릭 의약품(특허만료 약물의 복제약)에 필요한 원료를 생산할 계획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장은 코닥 본사가 있는 뉴욕주 로체스터로 가서 6.47㎢(약 196만평) 규모의 공장시설을 점검하기도 했다. 대출을 주관한 국제개발금융공사(DFC)는 그동안 개발도상국 인프라 건설을 지원했으나 지난 5월 국방물자생산법(DPA)에 의거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의약품 물자 생산에도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6·25전쟁 지원을 위해 제정된 DPA는 대통령이 기업에 특정 물자 생산을 명령하거나 지원할 수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의료물자가 크게 부족하자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에 인공호흡기 생산을 지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 정부의 이번 대출은 제약 부문에서 미국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WSJ가 지적했다. 미국은 그동안 의약품 원료를 중국과 인도 등에서 저가로 조달해 왔지만 미·중 갈등 심화, 코로나19 확산 후 의약품 자급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1888년 설립된 코닥은 필름 카메라의 글로벌 강자로 1975년엔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는 등 앞서 나갔으나 스마트폰을 비롯한 사진 영역의 디지털화 추세에 뒤처지면서 밀려났다. 2012년 파산보호 신청을 한 뒤 구조조정을 거쳐 2013년 파산 위기에서 벗어났다. 디지털 사진 프린트 등의 분야에서 활로를 모색해 오다 약품 제조 원료에도 눈길을 돌렸다. 콘티넨자 회장은 “향후 약품 원료 제조가 코닥 매출의 30~4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닥의 제약 사업 소식에 코닥 주가는 이날 300% 이상 치솟았다. 뉴욕 증시에서 코닥은 전날(2.62달러)보다 203% 상승한 7.94달러를 기록한 뒤 시간외거래에서는 13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37.20달러로 정점을 찍은 2014년 이후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타며 3월 1.55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이스타항공 노조, 이상직 의원 고발 “딸 포르쉐 타는데…”(종합)

    이스타항공 노조, 이상직 의원 고발 “딸 포르쉐 타는데…”(종합)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과의 인수 계약 무산으로 파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세포탈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29일 오후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와 함께 서울남부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직 의원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박이삼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이 의원에 대해 사법적 책임을 묻는 한편 불법적으로 사익을 편취한 부분이 있다면 내려놓게 해 이스타항공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노조는 박 위원장 명의의 고발장에서 이 의원이 페이퍼컴퍼니인 이스타홀딩스에 사모펀드를 통한 자금 대여, 선수금 지원 등으로 자금을 지원해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가 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는 2015년 10월30일 자본금 3000만원으로 설립됐으며, 이 의원의 아들(66.7%)과 딸(33.3%)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상속세와 증여세법을 교묘히 빠져나간 조세포탈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영업실적이 없는 이스타홀딩스가 설립 2개월 만에 자금 100억원을 차입해 이스타항공의 주식 524만주(당시 기준 지분율 68%)를 매입한 것을 두고 자금 출처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이스타홀딩스가 사모펀드에서 80억원을 빌려 주식을 취득했다”고 해명했지만, 노조는 당시 주식평가보고서상 주식 가치가 1주에 0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런 해명이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이와 같은 취지의 탈세제보서를 국세청에도 제출할 계획이다.노조는 이와 함께 이 의원이 21대 국회의원 후보자 등록 당시 공개한 재산에 대해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배우자의 재산, 자녀의 재산 일부를 의도적으로 누락 신고해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 근거로 딸 이수지 대표가 1억원을 호가하는 ‘2018년식 포르쉐 마칸 GTS’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산 공개 당시 직계비속 재산으로는 4150만원만 신고된 점을 들었다. 또 이 의원의 전 부인이 국회의원 선거 과정에서 배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알려진 점 등을 근거로 사실상의 혼인 관계가 인정되는데도 재산을 신고하지 않은 점도 문제삼았다. 이 의원의 형이 대표로 있는 비디인터내셔널과 비디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도 이 의원의 차명재산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이 의원이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해 도당위원장에 추대될 가능성이 커지는 데 대한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조가 도덕적 책임에 대한 얘기를 수차례 했는데도 책임이 없는 것처럼 하는 사람이 민주당 전북도당 대표로 나오고 민주당 내에서 공공연하게 인정받는 것은 정말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스타노조, 이상직 의원 고발…조세포탈 등 혐의

    이스타노조, 이상직 의원 고발…조세포탈 등 혐의

    이스타홀딩스 자금 출처·재산 누락 신고 의혹 제기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과의 인수계약 무산으로 파산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가 29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세포탈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날 오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서울남부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다. 조종사노조는 박이삼 위원장 명의의 고발장에서 이 의원이 자신의 자녀가 소유한 페이퍼컴퍼니인 이스타홀딩스에 사모펀드를 통한 자금 대여, 선수금 지원 방식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해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가 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상속세와 증여세법을 교묘히 빠져나간 조세포탈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는 2015년 10월30일 자본금 3000만원으로 설립됐으며, 이 의원의 아들(66.7%)과 딸(33.3%)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설립 당시 아들은 17세,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는 26세였다. 영업실적이 없는 이스타홀딩스가 설립 2개월 만에 자금 100억원을 차입해 이스타항공의 주식 524만주(당시 기준 지분율 68%)를 매입해 최대주주가 된 것을 두고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노조는 “이스타홀딩스가 인수한 주식 524만주는 원래 이 의원 소유였던 지분이 형인 이경일 현 비디인터내셔널 대표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자녀에게 귀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와 관련해 이스타항공은 “이스타홀딩스가 사모펀드에서 80억원을 빌려 주식을 취득했다”고 해명했지만, 노조는 당시 주식평가보고서를 토대로 주식 가치가 1주에 0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해명이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이와 같은 취지의 탈세제보서를 국세청에도 제출할 계획이다. 노조는 이와 함께 이 의원이 21대 국회의원 후보자 등록 당시 공개한 재산에 대해서도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배우자의 재산, 자녀의 재산 일부를 의도적으로 누락 신고해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 근거로 이수지 대표가 1억원을 호가하는 ‘2018년식 포르쉐 마칸 GTS’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산 공개 당시 직계비속 재산으로는 4150만원만 신고된 점을 들었다. 다만 노조는 당초 이수지 대표도 함께 고발하려고 했으나 법리 검토 과정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송파강 일부 석촌호수·새벽배송 원조 송파장… 원래 강북에 속했대요

    송파강 일부 석촌호수·새벽배송 원조 송파장… 원래 강북에 속했대요

    같은 길을 걸어도 누구에게나, 언제나 같은 세상은 아니다. 서울의 과거를 찾아 색다른 미래를 바라보게 만들어 주는 서울미래유산 코스를 따라 걷다 보면 그 말이 실감 나게 다가온다. 몰랐던 역사를 알고 나니 같은 거리도 이전과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20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9회 ‘잠실의 추억’ 편이 지난 25일 잠실 일대에서 진행됐다. 장마철 비구름이 잠시 숨을 고르는지 신기하게도 해가 반짝하고 맑은 바람이 불어 걷기 좋은 날이었다. 이날 답사의 출발지점인 잠실 지역은 지상 123층, 높이 554.5m로 대한민국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해 초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서 서울의 마천루를 상징한다. 그런데 잠실의 현재 지형이 불과 반세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예전의 그림과 사진 자료 등 물증들을 보고 또 봐도 참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이다. 이 지역은 원래 뚝섬과 연결된 강북에 속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잠실 쪽 한강은 ‘잠실도’라는 섬이었고, 그 섬을 에워싸며 한강의 샛강인 신천강과 송파강이 흘렀다.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시민들의 쉼터가 된 석촌호수는 송파강의 일부였다.‘잠실’이라는 지명은 조선 초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 잠실도회가 설치돼 있던 데서 유래한다. 1930년대만 해도 잠실섬에는 온 섬에 뽕나무가 무성했다. 1945년 해방 이후 채소밭이 됐다가 1971년 한강 공유수면 매립사업으로 물막이 공사를 하면서 육지로 변했다. 이때 송파강의 일부가 남고, 그 유로가 바뀌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가 석촌호수다.면적 21만 7850㎡, 평균 수심 4.5m 깊이의 호수는 송파대로를 기준으로 동서로 같은 모양의 동호와 서호로 나뉘었다. 1981년 호수 주변에 산책로와 쉼터 등 공원이 조성됐다. 동호는 새벽 조깅코스와 주변 시민들의 휴식처, 산책로로 이용되고 서호에는 롯데월드의 매직아일랜드와 서울놀이마당이 있다. 우거진 나무 사이로 호숫가를 산책하는 가족, 건강 달리기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도심공원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준다.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됐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바로 이를 두고 한 얘기일 것이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이 그린 ‘송파진’을 보면 사람들이 모래사장에서 강 건너편 송파진을 바라보고 있다. 저 멀리 남한산성도 보인다. 나루터에는 배들이 정박해 있고, 나룻배가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건너고 있다. 그림 속 유유자적한 한강이 지금의 석촌호수가 된 것이다. 잠실역 3번 출구에 서서 바라보면 예전엔 그 풍경일 테지만 저 멀리 보이는 산 말고는 그림 속 송파진을 상상하기 어렵다. 눈앞에는 서울미래유산 석촌호수가 있을 뿐이다.이런저런 상념에 사로잡혀 걷다 보면 피할 길 없는 치욕의 역사를 만나게 된다. 삼전도비(三田渡碑·사적 제101호)다. 삼전도는 1439년(세종 21년) 신설된 나루터로 한강나루, 노들나루와 함께 경강삼진(京江三津)의 하나였다. 원래 삼밭나루로 불렸던 삼전도는 한양에서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성에 이르는 길목에 있었고 영남로를 지나는 상인들이 주로 이용하던 교통의 요지였다. 1636년 12월 청 태종은 대군을 이끌고 병자호란을 일으켰다.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해 항거하다가 결국 청나라 군대가 머물던 한강가의 나루터인 삼전도로 나와 항복의식을 행했다. 항복의 조건은 청과 조선이 군신의 의를 맺고, 명의 연호를 버리며, 명나라와의 국교를 끊고, 인조의 장자와 다른 아들 및 대신들의 자제를 인질로 할 것, 청나라가 명나라를 정벌할 때 원군을 보내고, 통혼하며, 성을 보수하거나 쌓지 말 것 등 굴욕적이고 가혹한 것들이었다. 병자호란이 끝난 뒤 청 태종은 자신의 공덕을 적은 비석을 세우도록 조선에 강요했다. 인조 17년 세운 삼전도비는 제목이 ‘대청황제공덕비’(大淸皇帝功德碑)다. 비석 앞면의 왼쪽은 몽골글자, 오른쪽은 만주글자, 뒷면은 한자로 쓰였다. 비문은 이경석이 짓고 글씨는 오준이 썼으며 비의 제목은 여이징이 썼다. 침략국 황제를 칭송하는 비문의 내용을 반복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임금의 명에 의해 글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백헌 이경석은 글을 배운 게 천추의 한이라며 피를 토하듯 괴로워했다고 한다. 높이 3.95m, 폭 1.4m의 한 덩어리로 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비석을 매일 바라봤을 백성들의 마음은 또 어땠을까. 삼전도비의 수난도 끊이지 않았다. 조선 임금이 항복했던 나루터인 삼전도에 비석을 세웠지만 1894년 청일전쟁의 패배로 청이 지배권을 상실하자 더는 굴욕적인 비석을 내버려 둘 이유가 없다며 사람들은 이 비석을 강물에 던져 버렸다. 그러나 일제가 우리 민족의 굴욕을 상기시키기 위해 건져다 다시 제자리에 세웠다. 해방 후 주민들은 청나라가 만들게 하고 일본이 도로 세운 치욕적인 비석을 나라를 되찾은 마당에 그냥 둘 이유가 없다며 땅속에 묻어 버렸다. 1963년 홍수로 삼전도비가 드러나자 사적으로 지정하고 석촌동으로 옮겼으며 1981년 문화재 명칭을 ‘삼전도비’로 바꿨다. 석촌호수 주변 현재 위치로 옮겨진 것은 2010년이다.삼전도가 조선 전기에 교통의 요지로 역할을 했지만 조선 후기 들어서는 송파나루가 더 중요해진다. 송파나루는 한양에서 강원도, 광주, 이천으로 가는 아주 중요한 길목이었다. 서울 외곽을 지키는 송파진(松坡鎭)을 설치할 정도로 중요한 이곳은 사람의 왕래뿐만 아니라 한강을 타고 물자의 이동도 활발했던 곳이다. 궁궐이나 집을 짓는 데 사용되는 굵고 튼튼한 나무들이 강원도에서부터 뗏목으로 송파나루까지 왔다. 송파나루 옆에 있는 송파장은 조선 후기 전국 15대 향시에 꼽힐 정도로 번성했다. 실록의 기록을 보면 한양 내에 있던 시전을 위협할 정도였다. 서울 주변의 일반 상인들이 시전 상인들의 독점을 피해 삼남지방이나 관동지방에서 들어오는 물품들을 이곳에서 미리 사들여 많은 이익을 남기는 도가의 근거지가 됐기 때문이었다. 전국의 산해진미가 모이는 송파장에서는 우시장이 특히 유명했다. 조선 시대 사대부들이 즐겼다는 ‘효종갱’은 송파장에서 그날 잡은 소의 고기와 삼남에서 올라온 전복 등 해산물, 각종 채소를 넣어 끓인 해장국이다. 밤새 푹 끓인 효종갱을 독에 담아 식지 않도록 명주에 싸서 품에 안은 채 말을 타고 달려 사대문이 여는 시간에 맞춰 당도한 뒤 주문한 사대부 집에 배달했다고 하니 이게 바로 새벽 배송의 원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송파장에서는 한양과 경기의 유명한 연희자들을 초청해 큰 규모의 산대놀이를 공연하곤 했다. 송파산대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49호)는 서울놀이마당 전수회관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루터 기능은 1960년대까지 뚝섬과 송파를 잇는 정기선이 운항돼 명맥을 유지하다가 강남 개발과 샛강 매립으로 사라졌지만 그 흔적을 석촌호수 동호 남단 송파대로 쪽에 ‘송파나루터’가 새겨진 표석으로 남겼다. 번성했던 송파장과 관련해 경기도 암행어사 이건창의 활약이 전해 오고 있다. 이건창이 암행어사로 활동하던 시절 송파에 들러 신분을 속인 채 장터의 장사꾼들을 만나 그들의 고충을 듣고 용기를 북돋아 줬다. 그가 떠나고 난 뒤 이건창의 신분을 알게 된 상인들이 그의 공덕과 행적을 기려 1883년 5월 장터 입구에 비석 ‘이건창영세불망비’를 세웠다. 비석은 을축년(1925년) 홍수로 유실됐다가 1979년 발견돼 현재의 위치에 세워졌다. 그 옆에는 을축년대홍수기념비가 나란히 서 있다. 을축년 대홍수는 1925년 7월 16일부터 3일간 계속돼 수도권 지역에 300~500㎜의 많은 비를 뿌렸다. 이 폭우로 한강과 임진강이 범람해 647명의 사망자와 당시 조선총독부 예산의 58%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냈다.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은 한강변의 이촌동, 뚝섬, 송파, 잠실, 신천리, 풍납동 일대였다. 송파나루터 일대는 특히 피해가 극심해 송파장터 마을이 다 떠내려가고 마을 주민 전체가 지금의 송파동 일대로 이주했다. 수마의 무서움을 체험한 송파 나루터 주민들은 홍수 이듬해에 홍수 피해를 잊지 말고 대비하자는 의미로 기념비를 세웠다. 가락로에 있는 석촌동 고분군은 가락동·방이동 무덤과 함께 백제의 문화와 역사를 보여 주는 중요한 자료다. 일제강점기에 처음 조사가 실시됐으나 270여개에 이르는 돌무덤은 이미 원형을 잃은 지 오래였다. 가장 큰 규모의 기단식 돌무지무덤인 3호분이 그나마 원형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었으나 1983년 절반이 잘려 나가는 등 보존과는 거리가 멀었다. 뒤늦게나마 역사적 가치를 깨닫고 발굴 작업이 이뤄지고 있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잠실과 송파나루 길 답사를 마무리한 곳은 2013년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된 가락시장이다. 을축년 대홍수로 가락동으로 옮겨간 옛 송파시장의 의미를 되살리는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는 수산, 축산, 청과 등 전국 최고의 식재료가 거래된다. 특히 싱싱한 수산물이 자랑이다. 펄펄 뛰는 참돔을 회로 떠서 먹으니 쫄깃한 식감이 지극히 훌륭하다. 치욕의 역사를 간직한 삼전도비를 보며 찝찝했던 기분도 어느새 사라지고 입안에는 진한 바다향이 감돈다. 글 함혜리 칼럼니스트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제10회 삼청동 ●출발 일시 : 8월 1일 오전 10시 출발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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