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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상파 하이라이트]

    ■KBS 파노라마(KBS1 밤 10시) 15년 전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와 한 남자를 만났다.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남편이 수천만원의 빚을 남기고 떠난 것이다. 계속되는 빚 독촉과 협박에 결국 파산신청을 하고 빈털터리가 됐다. 그러나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은 두 아들을 괴롭히는 차별이었다. 한국에 시집와 엄마로 살아가는 베트남 여성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소개한다. ■황금 카메라(KBS2 밤 8시 55분) 그동안 출연했던 주인공들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난 방송에서 오후 7시 이전에는 술을 입에 대지 않겠다고 전 국민에게 약속했던 술고래 3인방. 과연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을지 궁금한 제작진이 마을을 다시 찾았다. 한편 낮에는 음료 배달,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쉴 틈 없이 달려야 했던 최윤성씨도 만나본다. ■도전! 발명왕(MBC 오후 6시 20분) 매주 ‘발명왕’ 자리를 두고 전국 방방곡곡의 발명가들이 나와 겨룬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국민이 발명가가 돼 참여할 수 있다. 소소하더라도 기발하고 실제로 사용하고 싶은 생활 밀착형 발명품을 자유롭게 자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발한 발명품들이 잇달아 발명왕 자리에 도전장을 던진다. ■꾸러기 탐구생활(SBS 오후 4시 30분) 수산시장을 찾아 신나게 구경을 하는 예원 대원. 그러다 수산시장에 걸려 있는 비닐장갑을 발견하게 된다. 비닐장갑을 걸어 놓으면 파리가 도망간다고 하는데, 파리가 비닐장갑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한편 신라시대 고분에서 발견된 유리병은 어디서 만들어졌고 어떻게 신라에 올 수 있었을까. ■세계테마기행(EBS 밤 8시 50분) 알래스카는 일만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순백의 신비로 남은 빙하의 땅이다. 그 속에는 길들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자연이 있다. 여름이 되면 곳곳에서 긴 겨울을 이겨낸 생명이 꽃을 피우고 연어들은 모천을 찾아 마지막 생명을 불태운다. 프로그램은 그 넓은 품으로 사람을 안아주는 곳, 태고의 자연에서 인간을 위로하는 알래스카로 떠나본다. ■아버지와 딸(OBS 밤 11시 5분) 아내가 출산 후에도 계속 회사에 다니길 원하자 자발적으로 전업주부가 된 아빠 오성근씨. 남자가 주부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딸 하나는 잘 키우겠다는 집념으로 딸을 위한 홈스쿨링까지 감행했다. 남들이 아빠가 가정주부라고 수군댈 때도 아빠 편을 들어줬던 딸이 있었다. 하지만 그토록 착한 딸에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 [뉴스 분석] 亞… 휘청거리는 신흥국 ‘9월 위기설’

    [뉴스 분석] 亞… 휘청거리는 신흥국 ‘9월 위기설’

    글로벌 금융시장에 ‘9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진원지는 인도·인도네시아·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들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풀려난 돈이 회수될 기미를 보이면서 불안심리가 팽배한 가운데 이 나라들이 향후 취약 지역으로 지목된 결과다. 인도 루피화의 가치가 사상 최저를 기록했지만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태국 밧화 등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8년 9월 미국의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의 회복이 오히려 신흥국을 위험에 빠뜨리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1997~98년 한국·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주요국에서 발생했던 외환위기가 재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퍼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시장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2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인도 루피화는 20일 달러당 63.75루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달러당 1만 675루피아로 2009년 5월 이후 최저다. 태국 밧화는 달러당 31.62밧으로 2012년 7월 이후 가장 낮다. 이 나라들은 부족한 달러를 외국인 투자로 메꿔 왔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시장에 풀리는 돈을 줄이면 유럽연합(EU), 일본 등 다른 선진국도 같은 길을 걷게 된다. 신흥국에서 자금이 밀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에 유입된 선진국 자금은 1조 9354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 중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 아시아 국가에 절반가량(52.2%)인 1조 97억 달러(52.2%)가 유입됐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은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서 나타난 통화 가치 및 증시 급락에 따라 한국시장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 강도를 격상했다. 외환 당국 고위 관계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신흥국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들은 방어에 필사적이다. 인도중앙은행(RBI)은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60루피가 붕괴된 지난 6월 27일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방어적 조치를 취했다. 이순철 부산외대 러시아인도통상학부 교수는 “루피화의 가치를 방어하려는 RBI의 조치가 은행과 기업의 대출 비용을 올려 인도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루피화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오정근(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미국이 2~3년, 유럽과 일본까지 포함할 경우 출구전략이 끝나는 앞으로 3~4년간 지금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박근혜정부의 새만금 개발/이석우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박근혜정부의 새만금 개발/이석우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새만금 간척지에 농업용지 조성 작업이 지난달 초 시작됐다. 한 달 보름 남짓한 사이 방수제 공사의 진척으로 농지의 전체적인 윤곽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020년이면 서울면적의 3분의2가량인 새만금의 7할 면적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새만금에서 진전되고 있는 모습은 아직 공공자금을 쏟아부은 정부 주도 인프라 건설이나 농지 개발들이다. 새만금 개발의 총 사업비는 최소 22조 2000억원. 국비만 10조 9000억원을 집어넣어야 한다. 방조제 완성 뒤 국비 1조 8650억원이 투입됐고, 올 한 해만도 6500억원이 들어간다. 농지 조성을 목적으로 1991년 11월에 시작된 새만금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4월 전체 면적의 28%를 산업·관광용지로 전환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10월 농지를 30%로 확 줄이고, 산업·관광용지를 70%로 늘렸다. 정권마다 새만금이 당장 금싸라기로 변할 거라는 기대감을 지역 주민들에게 불어넣으면서 선거 때마다 표를 긁어 모으는 방법으로 새만금을 활용했다. 농지를 산업·관광 용지로 바꾸는 선심을 남발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챙겼다. 정치 논리에 좌우된 성급한 양적 공급 측면이 강했다. 세계 경제침체기의 도래는 비농업용지가 7할로 늘어난 새만금의 투자 유치에 강타를 날렸다. 산업·관광용지의 조성가격이 평당 90만~100만원을 오가는 경제성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물류나 정주여건에서 월등하게 입지가 나은 인천 송도 자유구역 등이 텅 빈 상태인 것도 상황의 심각성을 상징한다. 새만금 개발의 변천 과정은 그동안 한국 정치가 각 지역을 끌어당기기 위해 써왔던 방정식을 보여준다. 즉, 정치권은 국민들을 지역개발의 이해관계로 몰아넣으면서 흔들어댔다. 그 결과 각 지역의 요구 수위와 원심력을 높이면서 포퓰리즘 심화로 나타났고, 한국정치의 무질서와 엔트로피 증가로 이어졌다. 정치적 타산에서 나온 지역 개발 사업은 지금 모두 파산 직전이거나 휘청거리고 있다. 자본·물류·인재가 자유롭게 오가는 국제 자유도시를 만들겠다던 제주자유도시도 용두사미가 됐고, 각 지역의 경제자유구역·기업도시 등도 지리멸렬한 상태다.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새만금개발청 출범에 대한 지역 및 국민의 기대가 다시 커지고 있다. 정치적 계산과 눈앞의 이익만을 고려한 파당적 결정이 되풀이돼선 새만금이나 다른 지역개발사업의 미래는 없다. 기존 계획을 백지상태로 놓고 긴 호흡으로 보면서 고칠 것은 고칠 때다. 지금은 땅을 메우고, 바닷물을 빼면서 산업단지 유치 위주로 바뀐 새만금의 마스터플랜과 전략을 원점에서 손볼 때다. 새만금의 땅이 활용되는 것은 2020년 이후다. 정부는 새만금청의 출범을 계기로 과잉 공급에 전략 부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지역개발정책 및 기존 시스템을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지역개발정책이 한국정치의 지역적 원심력을 키우고, 국민들을 욕망과 이해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갈갈이 찢어놓은 이전 정부들과는 달라야 한다. 새만금과 다른 지역개발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출발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jun88@seoul.co.kr
  • 연극 무대서 차별의 그림자 지우는 다문화 소년 경민이

    연극 무대서 차별의 그림자 지우는 다문화 소년 경민이

    ‘속초의 베트남댁’ 레티 홍화는 15년 전 산업연수생으로 찾은 한국에서 남편을 만났다. 그러나 남편은 수천만 원의 빚을 남기고 사라졌다. 빚 독촉과 협박에 파산신청까지 한 그녀는 삶이 고통스러워 죽을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녀를 더 힘들게 한 건 두 아들이 겪는 차별이었다. “초등학교 운동회 날 운동장에서 아들이 혼자 김밥 먹는 모습을 보고 울었어요. 아들을 안아주면서 말했어요. 엄마가 미안해, 미안해….” 22일 밤 10시 방영되는 KBS 1TV ‘ KBS 파노라마’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아픔을 들여다본다. 신생아 20명 중 1명이 다문화가정 자녀다.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온 중도입국 청소년도 급격히 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인 어머니에 대한 악플에 시달렸던 ‘리틀 싸이’ 황민우군처럼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학교와 사회에서 절망하고 좌절한다. 제작진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일상을 따라가며 이들에게 희망을 되찾아줄 방법을 모색한다. 베트남 출신 어머니를 둔 15살 소년 경민이는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의사가 꿈인 활달한 아이였다. 그러나 경민이를 변하게 한 건 반 친구들의 충격적인 말 한마디였다. “베트남으로 돌아가!” 내색 않고 참았던 경민이는 괴롭힘이 심해지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성적은 꼴찌로 떨어지고 ‘문제 학생’으로 찍혔다. 말수는 부쩍 줄었고 탈모 증세까지 왔다. 그런 경민이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과학 선생님은 경민이에게 참고서를 구해주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함께 공부하도록 배려했다. 사람 앞에 서는 것조차 두려워했던 경민이는 연극반에 들어갔다. 주인공까지 맡아 연기를 해내자 경민을 지켜본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주변의 도움으로 경민이는 스웨덴으로 떠났다. 스웨덴의 유명한 연극 단체에서 잠시나마 연기를 배울 수 있게 된 것. 경민이는 유명 감독으로부터 연기 지도를 받고 배우들 앞에서 공연을 했다. 그의 재능에 대한 칭찬이 쏟아졌다. 눈이 많이 내린 어느 날 아침, 경민이와 동생 유미는 어머니가 마련해준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섰다. 둘의 얼굴에 드리웠던 그림자는 사라지고 당당함이 가득했다.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관객들 앞에서 당당하게 연기를 했던 것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아듀… 필름의 시대, 장인의 시대

    아듀… 필름의 시대, 장인의 시대

    기계는 돌아가지 않았다. 지난 16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영화진흥위원회 지하 1층의 필름 현상소. 6대의 필름 현상기들은 말 없이 해체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업량이 급감하면서 영진위 현상소는 지난 6월 말 가동을 중단했다. 현상기 3대는 분해와 이전 작업을 거쳐 다음 달 말쯤 한국영상자료원으로 이관된다. 나머지 3대는 영진위가 보관하다 향후 영화 박물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필름으로 영화를 찍는 시대는 완전히 안녕을 고하고 필름이 보존과 복원에만 사용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현상소의 폐쇄는 필름으로 찍는 영화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800만 관객을 돌파한 ‘설국열차’는 필름으로 촬영한 마지막 한국 영화가 됐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필름으로 찍은 ‘설국열차’를 필름으로 상영하는 국내 극장은 단 한 곳도 없다. 촬영에서 영사까지 영화 시스템은 필름에서 디지털로 180도 변화했다. 100년 가깝게 이어진 한국 필름 역사의 내리막은 매우 가팔랐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08년 93.9%에 이르던 필름 영화 상영 비율은 2011년 19.6%로 줄어들었고 올해는 1.2%에 그쳤다. 영화용 필름을 제작하던 이스트만코닥은 지난해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후지필름은 올해 필름 생산을 중단했다. 예견된 일이었음에도 필름 영화의 퇴출은 세계 영화인들의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켰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영화 제작비는 크게 줄었지만 필름 고유의 질감에 대한 매력을 잊지 못하는 감독은 많았다. 필름이 없어질 때까지 필름으로 영화를 찍겠다고 선언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내 영화는 컴퓨터로 만들어내는 마법이 아니라 실제적인 마법”이라며 필름을 옹호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아예 “필름이 생산되지 않으면 더 이상 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봉준호 감독은 “작은 차이지만 필름과 디지털의 질감은 분명히 다르다. 필름으로 영화를 배운 내게는 필름이 곧 영화”라고 말했다. 영진위 현상소는 영진위가 서울 남산에 있던 1980년 14억원을 들여 완공됐다. 현상 작업은 영화 한 편당 평균 30만 피트에 이르는 원본 네거티브 필름을 현상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원본 필름의 손상을 막기 위한 필름 복제와 편집, 색보정, 사운드 필름 현상 등 다양한 작업을 거치면 최종적으로 1만~1만 2000피트 정도의 극장용 프린트 필름이 완성됐다. 각 공정은 적어도 2명 이상의 전문 스태프가 담당했다. 영진위 현상소의 직원은 한때 30여명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뿔뿔이 흩어졌다. 서울과 세방, 제일, 헐리우드 등 민간 현상소 중 올해까지 필름 현상을 했던 서울은 지난달 현상 업무를 종료했고, 세방은 기기만 보유하고 있다. 최남식 영진위 기술지원부장은 “필름이 돌아가며 촬영이 시작될 때 느껴지는 현장의 집중력과 끈끈함은 마법 같은 것이었다”면서 “필름이 없어졌다는 건 영화 장인의 시대가 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필름의 용도는 이제 ‘촬영’에서 ‘보존’으로 건너갔다. 자료 보존과 복원에 있어 필름은 여전히 디지털보다 뛰어난 매체다. 디지털은 파일에 이상이 생기거나 삭제되면 복구가 어렵다. 김봉영 영상자료원 보존기술센터장은 “3중 백업 서버를 두고 디지털 자료를 보관하고 있지만 디지털의 가장 큰 문제는 보존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면서 “서버 증설이나 각종 유지 비용 등을 고려하면 필름의 이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영상자료원은 경기 파주시에 건립 중인 제2보존센터가 2015년 완공되면 기기를 이전해 현상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예산 제약으로 인해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의 보존, 복원 작업을 할 뿐 디지털로 완성된 영화를 필름으로 옮기지는 못한다. 반면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디지털 영화도 다시 필름에 옮겨 보관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기술이 사장된다는 점에서 필름의 퇴출은 보존 측면에서도 위기”라면서 “영화를 하나의 문화재로 본다면 디지털 영화의 필름 보존 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중국경제 아킬레스건 지방부채

    [김규환 선임기자의 차이나 로드] 중국경제 아킬레스건 지방부채

    지난 10일 오전 중국 충칭(重慶)시 정부 청사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류자이(劉家義) 국가심계서 심계장(감사원장)이 굳은 표정으로 대규모 회계감사단을 이끌고 나타났다. 2009년 이후 급증하는 충칭시의 부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베이징에서 급파된 이들 감사단은 지난해 3월 보시라이(薄熙來) 당서기가 부패 혐의로 실각한 뒤 드러난 출처가 불분명한 충칭시의 투자액 3506억 위안(약 64조원)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충칭시는 2011년 고정자산 투자액이 7600억 위안에 이르는 등 보시라이 당서기 재직 시절 이뤄진 대규모 투자의 대부분이 산하 8개 융자 플랫폼(중개기구)을 통해 빌린 악성부채라는 게 중국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중국이 지방정부 부채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방정부 부채가 ‘그림자 금융’(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비은행권 금융), ‘부동산 거품’과 함께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3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의 파산보호 신청이 직간접적인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중국 국가심계서는 지난 1일부터 중앙정부와 전국 성(省)·시(市)·현(縣)·향(鄕) 등 각급 지방정부 부채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에 들어갔다. 심계서는 중앙에서 800명, 18개 파견기구에서 2400명을 선발하는 등 무려 8만명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감사 인력을 동원해 지방정부 부채 상황을 샅샅이 훑어보고 있다. 2011년 조사가 성·시·자치구 등 31개 성·시급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이뤄진 데 비하면 이번 감사는 조사 범위가 현·향 등 지방정부의 말단 조직까지 크게 확대되고 지난번 조사 이후 새로 늘어난 지방정부 부채에 대한 규모와 성격, 기채(起債)를 통한 투자 내역 등을 철저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융쥔(王雍君) 중국 중앙재경대학 재경연구원장은 “전국 지역 범위의 부채 조사가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감사로 2010년 이후 지방정부 채무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는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주룽지(朱鎔基) 당시 부총리가 세제 개혁을 통해 지방정부의 세금을 중앙정부에 대부분 이관했다. 지방정부는 의료 및 사회복지 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자금 조달 방법이 여의치 않아 적자 재정에 허덕였다. 지방정부는 인프라 투자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토지사용권을 매각했지만 턱없이 부족해 토지를 담보로 돈을 빌려 충당하다 보니 부채가 폭증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중국 지방정부 부채 규모는 발표 기관마다 편차가 매우 크다. 국가심계서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 부채 규모는 2010년 말 기준으로 10조 7000억 위안에 이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우세하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지방정부 부채의 상환율이 얼마인지, 상환 기일은 지키고 있는지, 상환연장 기록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은 탓에 시장에서는 지방정부 부채에 대한 각종 추정치가 난무하면서 위기감을 부채질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지방정부 부채가 2010년 이후 최고 50% 늘어나며 모두 15조~16조 위안(지난 6월 말 기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난 8일 보도했다. 샹화이청(項懷誠) 전 재정부장은 올해 안으로 20조 위안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고, 일부 서방 전문가들은 40조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했다고 인민일보가 전했다. 장커(張克) 중국 신융중허(信永中和)회계사무소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 문제는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보다 더 위험한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방정부 부채가 급증하는 것은 중국 지방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선 게 주된 이유다. 중앙정부는 4조 위안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며 지방정부가 저금리로 돈을 빌려 인프라에 투자하도록 독려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대부분 공공시설에 이뤄지면서 수익성이 나빴고, 대부분 악성 부채로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 부채의 급증을 막으려 애썼지만, 신용에 의존한 채 급격하게 확대된 경제 때문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광둥(廣東)성과 함께 중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쌍두마차인 장쑤(江蘇)성이 지방정부 가운데 부채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쑤성은 올 들어 835억 위안의 지방채를 추가 발행해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채권을 발행했다고 화하시보(華夏時報)가 보도했다. 장쑤성의 전체 지방채 규모는 3263억 위안에 이른다. 쑤저우(蘇州)시가 428억 위안으로 가장 많고 난징(南京) 418억 위안, 창저우(常州) 354억 위안, 우시(無錫) 340억 위안, 양저우(揚州) 126억 위안 등이다. 지방채는 지방정부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만큼 장쑤성의 실제 부채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쑤성 외에 쓰촨(四川)성, 광둥성, 안후이(安徽)성, 윈난(雲南)성, 후난(湖南)성, 후베이(湖北)성 등도 위험권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론도 만만찮다. 미국계 글로벌 투자은행 BoA-메릴린치는 “중국 지방정부 채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지나친 기우”라고 최근 밝혔다. BoA-메릴린치는 “2012년 기준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15조~16조 위안으로 추산된다”며 “그러나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30%에 불과해 미국(100%), 일본(175%)과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라고 주장했다. 인민은행의 현금 보유액이 GDP(7조 9917억 달러·2012년 IMF 기준)의 6%에 이르는 점도 지방정부발 부채 위험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중국에 경제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의 채권이 자국통화로 표시돼 있고, 자국민이 소유하고 있어 인민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BoA-메릴린치는 “중국이 정부 부채 위기의 절벽에 서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특히 새로운 지도자가 적절한 조처를 하면 현 상황이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khkim@seoul.co.kr
  • [사설] 현대차 노조, 소비자와 대내외 여건 돌아보라

    현대·기아차 노사가 오늘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을 예정이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결의한 대로 20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게 노조의 태도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노조 측은 현대차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9조여원인데 성장의 주역인 노동자들은 과실(果實) 분배에서 제외됐다며 순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주장한다. 할 수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간과한 대목이 있다. 현대·기아차의 고속 성장을 끌어낸 주역이 어디 노동자뿐인가. 사실상 독점이나 다름없는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오랜 세월 현대·기아차를 선택했다. 서비스나 품질이 형편없던 시절에도, 23년간 계속된 파업으로 매번 신차 출고가 늦어져도, 때론 선택의 여지가 없어, 때론 그래도 국산차를 타야 한다는 애국심으로 ‘H’ 엠블럼을 찾았다. 그러니 기여도를 놓고 따지자면 차 값을 내리든가 서비스를 크게 향상시켜 소비자들에게도 성장의 과실을 나눠줘야 한다. 현대차 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9400만원이다. 상여금을 800%로 인상하는 등 노조의 180가지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이면 노조원 1인당 약 1억원을 줘야 한다고 한다. 노조 측은 잔업, 철야, 특근 등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장시간 노동의 대가라며 ‘귀족 노조의 배부른 돈 타령’이라는 일각의 비판에 억울해한다. 하지만 ‘봉봉세’(봉급쟁이를 봉으로 아는 세금)에 분노했던 3450만원 연봉자들이 과연 현대차 노조의 주장에 얼마나 공감할 것인가. 진정한 노사 상생을 고민하기보다는 파업 때마다 ‘언론 플레이’ 등으로 노조를 깎아내리기 급급했던 사측도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올 1~7월 현대차의 수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 기아차는 4.1% 감소했다고 한다. 한국의 고임금 구조를 못 버티고 GM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강성노조 등에 치여 몰락의 길을 걸은 ‘디트로이트시 파산의 교훈’이나 10%를 돌파한 수입차 시장점유율까지 상기시킬 필요는 없을 듯싶다. 협상 테이블을 박차기 전에, 소비자들이 100% 만족해 현대·기아차를 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노사 모두 유념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다.
  • 3조원 투입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비리 복마전’

    3조원 투입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비리 복마전’

    국비 1조 5400억원을 포함해 총 3조원 가까이 투입된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이 공무원의 관리 부실을 포함해 발주, 시공, 보증 등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많은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중소 전문건설사 관계자들도 주도권을 놓고 소송전을 벌이는가 하면 예산을 관리해야 할 공무원들이 시공업체의 입맛에 맞게 공사비를 부풀리는 등 사업이 ‘복마전’으로 치닫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9년 파산 폐지된 한 전문건설업체를 둘러싸고 전 대표와 임원 등이 지금도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 상무로 재직했던 이모(54)씨는 “전 대표인 김모(41)씨가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의 공사 선급금을 받아놓고 고의로 부도를 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김 전 대표는 “2011년 고의 부도 등의 혐의에 대해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는데 이씨가 영업 방해를 목적으로 새삼 문제를 제기했다”고 맞서고 있다.  김 전 대표는 2008년 12월부터 2009년 5월까지 6개월 동안 전북 임실군의 관촌시장과 전남 장흥군 관산시장 등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5건을 포함해 관급 공사 7건을 따내고 선급금 17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김 전 대표의 S전문건설업체는 2009년 5월 조모씨로 대표자 명의가 변경됐고, 같은 해 7월 파산 폐지됐다. 김 전 대표는 현재 다른 전문건설업체의 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씨는 “김 전 대표가 공사를 수주한 뒤 자재 하나 구입한 적이 없으며, 처음부터 공사를 진행할 의사 없이 입찰에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대표는 “당시 공사는 물론 유동성 위기를 맞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오히려 자금을 투입하겠다며 이씨가 끌어들인 사람들 때문에 회사가 강제로 파산하게 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현재 동종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이씨가 영업 방해를 목적으로 이미 해결된 문제를 들쑤시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는 2010년 S사의 자금 횡령과 고의 부도(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을 당했지만 2011년 5월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은 횡령 혐의에 대해 무혐의, 배임에 대해서는 불기소를 결정했다.  S사가 선급금을 받도록 보증을 선 전문건설공제조합도 부실한 검증과 사후 관리로 도마에 올랐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김 전 대표가 수주한 공사들에 대해 보증을 제공한 뒤, S사의 부도로 총 12억 9000여만원을 채권자에게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 관계자는 “S사의 부도와 관련해 공사채권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해 조합에 손실이 발생했지만 선급금 편취 등 김 전 대표의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형사 고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조합은 최근 이씨 등의 문제 제기로 당시 보증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공사감독관의 확인도 받지 않고 시공업체의 공사비를 늘려주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21일부터 지난 달 4일까지 금천구가 시행한 시설 공사들을 감사한 뒤 대명시장 현대화 사업 공사비를 임의로 변경한 6급 공무원 A씨 등 2명을 징계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사감독관이 반대했음에도 시공사의 설계변경 내역서를 그대로 받아들여 공사비 4억 6400만원을 증액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천경찰서는 관련 공무원 5명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인천 연수구 공무원이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비 등 1800만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 등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과 관련된 지자체 공무원들의 비리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은 중소기업청이 2002년부터 공사비를 지원해 현재 최대 60%까지 국비가 투입되고 있다. 올해도 전국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 국비 816억원을 포함해 총 1706억원이 들어갔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02년부터 올해까지 국비 1조 5451억원을 비롯해 총사업비 2조 8186억원이 투입됐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기고] 지재권 법·제도적 장치 마련돼야 창조경제 빛나/김태진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

    [기고] 지재권 법·제도적 장치 마련돼야 창조경제 빛나/김태진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

    정보기술(IT) 업계의 ‘구루’(스승)로 평가받는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주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변했을까. 아이폰과 아이패드 같은 기기들이 미국이 아닌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품이 됐을까. 한국에서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 업무를 하면서 느낀 경험을 토대로 말하자면 무일푼으로 아이디어 하나로 자수성가할 수 있는 ‘스티브 잡스’라는 브랜드는 한국에서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대학을 1년도 안 다니고 중퇴했으니 좋은 직장에 취직해 경험을 쌓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뛰어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고 회사를 차리려 해도 투자자들은 분명 잡스에게 연대 보증을 요구했을 것이다. 어렵사리 제품을 개발해도 곧바로 대기업이 이를 똑같이 베껴 시장을 빼앗았을 것이다. 그가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해도 검찰과 법원, 공정거래위원회는 미적지근한 태도로 시간만 끌었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잡스는 중도에 파산해 사업을 접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최근 야후가 소설네트워크서비스(SNS) ‘텀블러’를,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각각 우리 돈으로 1조원을 주고 사들였다. 왜 이들은 직원 몇 십명에 불과한 구멍가게 회사를 막대한 돈을 주고 사들였을까. 미국에서 로스쿨을 다니며 깨달았던 점은 미국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남의 사업을 베끼거나 부당 경쟁을 통해 신규 사업에 타격을 주는 대기업 행태를 철저히 감독한다는 것이었다. 작은 회사라고 우습게 보고 괴롭히려 했다간 자칫 자신이 망할 수도 있다. 개인의 아이디어를 철저하게 지켜 주려는 미국 당국의 의지 덕분에 지금도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최고의 창의력을 가진 인재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들고 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대기업들이 해당 회사들을 헐값에 인수하려 했을 것이다. 인수를 거부하면 회사의 핵심 인력을 빼내 무너뜨리려 했을 수도 있다. 검찰과 공정위, 법원 등의 미온적인 태도를 보며 기술을 탈취당한 벤처기업들이 망한 뒤에야 법 집행을 하려는 것 같다고 느낀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가 국가적 이슈인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볼 수 있는 슬픈 현실이다. 금융당국이 박근혜 정부의 모토인 ‘창조경제’의 핵심이라며 기술금융을 독려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기술 평가 인력 자체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창조경제는 대통령의 선언과 제도 도입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태도와 당국의 자세 등 무형의 인프라들까지 모두 정비돼야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현 정부 임기 내에 성과를 내려는 강박증을 버려야 한다.
  • 부실한 모기지 상품 판매 ‘유죄’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불거진 미국발 금융위기 직전 부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떠넘겨 막대한 손실을 입힌 골드만삭스 전 부사장에게 결국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골드만삭스 사기 파문의 주범인 파브리스 투르(34) 전 부사장에게 적용된 7가지 혐의 가운데 6개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앞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07년 골드만삭스가 모기지 관련 상품인 ‘합성 부채담보부증권(CDO)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10억 달러(약 11조원) 상당의 손실을 입혔다며 2010년 회사와 당시 담당자였던 투르를 동시에 제소했다. 당시 이뤄진 파생상품 거래로 골드만삭스와 헤지펀드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어 미 의회와 언론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특히 투르가 당시 애인에게 “모기지 사업은 완전히 죽었다”고 적은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공개되면서 그가 이미 금융위기가 임박했음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투르는 이날 재판에서 “월가의 붕괴는 시간문제였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으나, 결국 배심원들은 SEC가 주장한 범죄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파생상품 거래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월가의 탐욕을 상징하는 인물로 전락한 것이다. 메리 샤피로 전 SEC 위원장은 “향후 금융기관의 과실에 대한 비슷한 사건에서 피고인들로부터 유죄를 끌어내기 쉬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한국일보 법정관리… 장재구 회장 경영권 상실

    노사 갈등으로 신문 발행에 파행을 빚고 있는 한국일보가 사실상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장재구 회장 등 경영진이 경영권을 상실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2부(부장 이종석)는 1일 ㈜한국일보사에 대해 재산보전 처분과 동시에 보전관리인 선임을 명령했다. 이는 지난달 24일 기자를 비롯한 전·현직 직원 201명이 채권자 자격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의 채권액은 임금·퇴직금·수당 등 95억여원이다. 보전관리인으로는 우리은행 출신의 고낙현씨가 선임되면서 장 회장 등 경영진은 신문발행 업무를 포함한 모든 경영권을 상실했다. 한국일보는 법원의 허가 없이 재산처분이나 채무변제를 할 수 없고 채권 가압류나 가처분, 강제집행 등도 금지된다. 재판부는 경영진이 수사를 받고 있고 신문제작 파행으로 광고주가 급속도로 이탈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회생절차에 앞서 보전관리인을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장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5일 오후 4시에 열린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청소년수련원 84% 문 닫을 위기

    전국의 청소년 수련 시설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18일 충남 태안에서 발생한 사설 해병대 캠프 고교생 익사 사건 뒤 이용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1일 전국 수련시설업계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1년(수련원)과 2012년(수련관) 치러진 종합평가에서 5개 등급 중 두 번째인 우수 등급 이상 판정을 받은 시설에서만 수련 활동을 하고, 청소년활동진흥원이 인증한 체험 프로그램 이외에는 참여를 금한다’는 지침을 각 시·도 교육청에 발송했다. 이 때문에 지난 평가에서 우수 또는 최우수 등급을 받은 20% 정도를 제외하고 보통·미흡·매우미흡 등 ‘그외’ 등급을 받은 나머지 80%의 수련 시설들은 향후 2년간 학교를 상대로 한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당장 시설개선 등에 나서더라도 6개월 이전부터 예약하는 업종 특성상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나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 이에 앞서 여성가족부는 2011년 청소년수련원 176곳을 대상으로 직원 전문성 등 14개 항목을 종합평가해 최우수 또는 우수 등급을 받은 시설 명단을 발표했다. 이 중 148곳(공립 28, 민간 120)은 그외 등급이었다. 또 지난해에는 숙박할 수 없는 수련관 168곳을 대상으로 한 종합평가에서 전체의 48%인 81곳에 기타 등급 판정이 내려졌다. 인천 M청소년수련원 관계자는 “여가부와 교육부 지침 이후 올 하반기 예약된 20건과 내년도분 25건이 모두 계약 해지돼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고 밝혔다. 전국청소년수련원협의회 이지환 사무국장은 “우수 등급 이상을 받기 위해 시설을 개보수하고 인력을 추가 채용할 경우 2년 동안 정상 영업을 할 수 없어 대다수가 파산할 수밖에 없다. 유예기간 없이 시행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여가부와 교육부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이날 긴급 총회를 열고 지침의 시행 시기를 유예하지 않을 경우 생존권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열린세상] 정부가 공정해지려면/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정부가 공정해지려면/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나라 살림을 하는 행정과 개인과 기업의 살림을 하는 경영은 그 본질이 다르지 않다. 조직, 인사, 예산 등 이론은 같다. 다른 게 있다면 행정은 주어진 세금으로 살림을 꾸리고, 개인과 기업은 돈을 벌어 살림을 한다는 점이다. 행정의 재원은 개인과 기업의 세금에서 조달되고, 개인과 기업의 재원은 그들의 경제활동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타인의 주머니에 의존하는 행정은 공정성이 존중되어야 하고, 스스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개인과 기업은 이윤 창출, 즉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공정성을 저버려도 행정은 망하지 않고, 사회갈등만 심화될 뿐이다. 행정의 주체인 정부는 대기업이 가진 대마불사보다도 더 질긴 생존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윤 창출을 못 하는 기업은 망하고, 개인은 파산의 길을 걷는다. 따라서 행정을 하는 사람과 기업을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다를 수밖에 없다. 행정을 하는 사람은 잘못해도 망하지 않기 때문에 나태해지기 쉽고, 기업하는 사람은 잘못은 곧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에 사생결단의 자세로 임한다. 나태해도 생존이 가능한 집단과 나태하면 생존이 불가능한 집단의 관계는 매우 역설적이다. 나태해도 되는 집단이 우위에 있고, 치열한 생존 경쟁에 익숙해 있는 집단이 하위에 있다. 우리 사회는 전자를 갑이라 하고 후자를 을이라 한다. 나태할 수 있으면서도 엄청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집단이 정부이기에,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정부는 태생적으로 공정하지 않다. 정부가 공정해지려면 업무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고압적 권한행사에서 고객 중심의 봉사행정으로 바뀌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정부가 공정해지려면 세금 징수도 공평해야 한다. 공평조세의 기준 중 하나가 국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간접세 비중이다. 부가가치세와 같은 간접세의 비중이 높으면 소득의 역진효과가 나타나 서민들의 가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간접세는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똑같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직접세는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적게 내고, 부자는 많이 내는 구조를 갖는다. 따라서 간접세의 비중이 높으면 서민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국세에서 차지하는 간접세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간접세 비중이 20%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50%가 넘는다. 간접세 비중은 2005년 52.4%에서 2007년 47.3%로 낮아졌으나 2008년 48.3%로 반등한 이후 2011년 현재 52.1%로 다시 늘었다. 최근 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장기적으로 부가가치세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정부가 공평해지려면 간접세 비중을 줄여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가가치세를 늘림으로써 간접세 증세를 추진하는 행위는 공평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이 공청회에서 소득세의 비중을 늘리는 방안이 제시되기는 했다. 그러나 소득세의 경우 과세구간 조정 없이는 공정 세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자칫 역진효과가 발생될 수 있다. 2012년 귀속 소득세 과세구간은 5등급이었다. 최하구간은 연소득 1200만원 이하로 세율은 6%, 다음은 4600만원 이하로 세율은 15%, 3등급은 8800만원 이하로 세율은 24%, 8800만원 초과는 35%, 3억원 초과는 38%로 설정해 놓고 있다.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공평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10분위별 연평균소득을 보면 문제점이 드러난다. 2013년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10분위의 평균소득은 1억 2000만원, 소득 9분위 평균소득은 7900만원 수준이다. 현행 과세구간을 보면 9분위 수준의 소득자에게는 최고 소득세율 35%를 적용하고 있다. 연소득이 9000만원인 사람과 2억 9000만원인 사람의 소득세율이 35%로 동일하다면 공정하지 않다. 2013년 현재 평균소득이 5030만원 수준인데 부과하는 세율이 24%라면 공정한 세율인지도 의문스럽다. 정부가 공정해지려면 사회복지와 같은 분배정책도 공정해야 하지만 조세정책도 공정의 틀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정부가 공정해지는 첫걸음이다.
  • [서울시 ‘쪽박錢鐵’ 전철밟나] ‘애물단지’ 지방 경전철 실태 및 원인

    [서울시 ‘쪽박錢鐵’ 전철밟나] ‘애물단지’ 지방 경전철 실태 및 원인

    경기 김포시는 김포신도시와 김포공항역(서울지하철 9호선)을 잇는 도시철도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경전철과 중전철을 놓고 저울질하면서 여러 번 입장이 바뀌었다. 처음엔 경전철을 건설하려 했으나 중전철을 공약으로 내세운 유영록 시장이 2010년 당선된 이후 뒤집어졌다. 하지만 사업비 1조 7800억원 가운데 1조 2000억원을 지원키로 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요구로 원래대로 돌아갔다. 김포신도시 사업시행자인 LH는 당시 중전철로 건설할 경우 완공 시기가 올해에서 2017년으로 늦어져 올해 입주가 시작되는 김포신도시에 지장을 초래한다며 반대했다. 6000억원가량 늘어나는 사업비 문제도 제기됐다. 논란이 길어지다 보니 아직 착공조차 못했다. 결국 사업비와 사업 기간이 전철 종류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경전철은 중전철보다 건설비가 50~60% 적게들고 무인자동운전으로 운영비가 절감된다. 건설기간도 짧은 등의 장점이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시민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소음이 적은 중전철을 선호하지만, 사업비(㎞당 사업비 중전철 1300억원, 경전철 700억원) 때문에 경전철을 택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수도권에는 버스, 지하철로 그물망 같은 대중교통이 형성돼 있는데 굳이 지자체들이 경전철을 시급하게 건설할 필요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자체가 선택(?)한 경전철이 개통 뒤엔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는 데 있다. ‘수요예측’이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개통된 의정부경전철은 현재 누적 적자가 200억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 이용객이 1만 6000명으로 예측치의 18%에 그친다. 통합환승할인제가 내년 1월 도입되면 그나마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김해경전철도 민간 사업자에 대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로 세금이 적자 보전에 투입돼 말이 많다. 한국교통연구원은 경전철 하루 이용객을 2011년 17만 6358명, 지난해 18만 7266명, 올해 19만 8848명으로 예상했다. 이를 기준으로 MRG 비율이 정해졌다. 수입이 예측치보다 적으면 20년 동안 차액을 부산시와 김해시가 4 대 6의 비율로 보전해주게 돼 있다. 그러나 2011년 9월 개통된 뒤 하루 평균 이용객은 3만 24명으로 예측치의 17%에 그쳤다. 부산시와 김해시는 2011년 손실금으로 147억원을 사업자에게 지급했다. 지난해엔 544억원을 줬다. 한 해 가용예산이 1000억원 정도인 김해시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 이에 따라 ‘소송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부산-김해경전철 시민대책위원회는 교통연구원을 상대로 지난달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자행돼 온 민자사업의 뻥튀기 수요예측과 무책임한 행정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개통한 용인경전철도 경기도 감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용인시민들은 1조원대 주민소송에 들어간다. 도는 감사 결과 4건의 위법 부당사항을 적발, 용인시에 기관경고와 함께 관련된 직원 9명의 문책을 요구했다. 정부도 뒤늦게 경전철 도입 기준을 강화한다. 국토부는 경전철 도입 인구 기준을 50만명 이상에서 70만명 이상으로 올렸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민선 단체장들이 경전철을 선호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져 광명시처럼 취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의정부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사설] 지자체들, 디트로이트市 파산에서 교훈 얻길

    미국 디트로이트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근년에 그 도시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잊지 못할 것이다. 디트로이트가 결국 185억 달러(약 21조원)의 빚을 견디지 못해 엊그제 미시간주 연방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고 한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의 파산은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교훈을 준다. 우선, 방만한 재정의 비참한 말로다. 디트로이트는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모노레일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돈을 썼다. 돈이 없다 보니 지방채, 중앙정부 보증채 등 빚을 마구 끌어다 썼다. 지난해 우리나라 지자체 채무는 27조 1252억원이다. 5년 전보다 50% 가까이(8조 9000억원) 급증했다. 72조원을 넘어선 지방공기업 부채 등을 합치면 지방채무는 100조원에 육박한다. 인천(35.1%), 대구(32.6%), 부산(30.8%) 등은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이미 ‘주의’(25%) 단계를 넘어섰다. 디트로이트를 파산으로 몰고 간 직접적 원인은 과다 부채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미래 청사진의 부재가 자초한 결과다. 한때 200만명이었던 디트로이트 인구는 70만명으로 급감했다. 호황기 때의 고임금과 복지 수준을 견디다 못한 기업들은 떠나갔고, 일본·독일차 등의 부상으로 미국 차산업 자체도 경쟁력을 잃어갔다. 이는 인구 감소와 세수(稅收) 감소 등을 필연적으로 동반할 수밖에 없는데도 디트로이트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업 유치 경쟁력과 재정여건에 기반한 중장기 청사진 없이 당장 눈에 보이는 도로 공사나 주민들에 대한 선심 행정에 매달리고 있는 국내 지방정부들은 디트로이트의 파산 소식에 가슴이 철렁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지방정부가 파산하는 제도는 없다. 하지만 사실상 파산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인천시는 한때 공무원 월급을 주지 못했고, 경기 성남시는 판교신도시 개발사업과 관련해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을 선언했다. 디트로이트의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채권자들의 자산이 깎이고 일부 공무원들은 직장을 잃게 될 것이다. 이런 고통을 맛보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지방재정 정보 공개 확대 및 지방공기업 부채 합산통계 계획 등을 차질 없이 이행해 사전 감시를 강화하고 이상조짐이 엿보이면 즉각 경보 발령과 함께 강제적 자구 노력을 주문해야 한다. 지방공기업 부채 감축도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1부) ② ‘패자부활’ 가능한 사회로-벤처기업의 왕국 이스라엘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1부) ② ‘패자부활’ 가능한 사회로-벤처기업의 왕국 이스라엘

    지난 10일 찾아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소도시 헤르첼리아. ‘이스라엘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실리콘와디’(와디는 계곡을 의미)에 들어서니 마이크로소프트(MS)와 프리스케일 등 세계적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연구개발(R&D)센터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대형 건물의 1층에는 어김없이 벤츠와 BMW, 아우디 등 고급차 전시장이 들어서 이곳에 돈이 넘쳐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길가에 세워진 이스라엘 브랜드 ‘배터플레이스’의 전기차도 눈에 띄었다. 배터플레이스는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해 전기차의 약점인 충전시간 문제를 해결한 이스라엘 대표 벤처기업이다. 2006년 설립돼 세계적 관심을 모으며 승승장구했지만 비싼 차량 가격과 충전소 부족 등을 이겨내지 못해 지난달 파산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자국 창조경제의 상징이던 배터플레이스의 몰락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에서는 잘나가던 벤처기업이 망하면 다들 ‘창업자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하죠. 상당수 최고경영자(CEO)들이 회사 운영을 위해 빌린 자금을 갚지 못해 교도소에 가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이스라엘은 파산한 CEO에게 아무런 법적 책임도 묻지 않아요. 오히려 ‘더 큰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을 깨달았다며 박수를 쳐주기도 하죠. 회사는 망했지만 배터플레이스의 창업자 샤이 애거시는 여전히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업가입니다. 곧 예전보다 더 많은 투자를 끌어 내 새로운 사업으로 재기할 겁니다.” 기자와 동행했던 이스라엘 출신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지사장의 목소리에서 그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한 번 실패하면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그 실패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다른 아이디어와 창업에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게 이스라엘 사회에 깔린 생각이다. 텔아비브에서 만난 피부암 전문 의료기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모바일OCT의 데이비드 레비츠(35) 창업자는 “통상 스타트업을 만들어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거나 대기업에 매각하는 데 10년 이상이 걸린다”면서 “이 길고 어려운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실패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실패에 관대하다 보니 이스라엘에는 한국에는 없는 ‘연쇄 창업자’(serial enterprenuer)라는 직업도 있다. 말 그대로 창업을 업으로 하는 이들을 말한다. 그만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의미다. 이들은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일생 동안 3~4차례 창업을 시도한다. 자신의 꿈대로 나스닥 상장이나 대기업 매각을 성공시키면 미련없이 회사를 떠나 또 다른 사업에 뛰어든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성공적인 벤처 생태계의 이면에는 ‘실패에 관대한 금융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공공 자금 등을 활용해 아이디어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한 뒤 연구개발(R&D) 자금으로 최대 90%까지 지원한다. 이후 회사 성장을 위한 추가 자금은 벤처 캐피털이나 투자은행 등을 통해 어렵지 않게 끌어올 수 있게 변리사, 변호사, 투자은행 등 생태계가 마련돼 있다. 남의 돈을 쓰는 만큼 창업자들이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몇몇 장치가 있긴 해도 결과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시장 실패는 정부가 떠안는 구조다. 주 이스라엘 대사관 김영태 산업관은 “이스라엘 창업의 핵심은 필요자금 거의 전부를 대출이 아닌 투자로 충당하도록 해 사업이 망해도 창업자는 망하지 않게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2003년 10억 달러 정도였던 이스라엘 벤처 캐피털 투자 규모는 2011년 21억 달러로 두 배가량 성장했다. 같은 기간 쇠퇴일로를 걷던 우리와 대조적이다. 특히 지난해 기준 전체 벤처 캐피털 시장에서 해외 투자자의 비중이 74%에 달해 자국 투자자(26%)의 세 배나 된다. 지난해에는 전체 창업 업체 수에서 페업 업체 수를 뺀 유효창업 수가 399곳에 달해 최근 5년 새 가장 높았다. 이스라엘 벤처기업들의 건강성이 좋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우리가 창조경제의 모델로 삼고 있는 이스라엘의 벤처 금융 시스템이 우리 실정에 맞는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많다. 텔아비브에서 만난 한 국내 대기업 주재원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실패에 관대한 문화는 이스라엘 만이 아닌 선진국의 일반적 경향”이라면서 “과거 김대중 정부 당시 벤처 육성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반성 없이 이스라엘 방식을 이식한다고 창업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젊은이들의 실패를 무릅쓰고 창업에 도전하는 것은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없는 탓도 크다. 야심 있는 젊은이들이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에 진출하지 않는 한 자신의 꿈을 펼칠 공간이 창업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정년(67세)이 보장되고 사회 안전망이 비교적 탄탄한 나라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창업에 실패해도 마음만 먹으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다. 이스라엘에서 화가로 활동하며 유태예술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현진씨는 “이스라엘에서는 직업에 귀천이 없어 사장이 사업에 실패해 자신이 일했던 건물에서 경비 일을 해도 크게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정부가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할 때는 이런 문화적 코드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스라엘 벤처 캐피털을 떠받치고 있는 유태계 자금의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 자신들의 ‘정신적 국가’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상대적으로 관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창조경제’의 저자 존 호킨스가 이스라엘을 창조경제 모델로 탐탁지 않게 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글 사진 텔아비브(이스라엘)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한국에도 ‘실패 용인’ 문화 심으려면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한국에도 ‘실패 용인’ 문화 심으려면

    1968년 미국 3M의 스펜서 실버 연구원은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려다 너무도 약한 접착력을 가진 물질을 만들어 내고는 좌절했다. 실버는 부끄러웠지만 이 결과를 회사에 알렸고, 동료들은 되레 실버를 격려했다. 몇 년 뒤 같은 회사의 아트 프라이 연구원은 교회 성가집에 붙은 메모 테이프의 접착력이 너무 강해 가죽 표지를 상하게 한 것을 보며 ‘쉽게 붙였다 뗄 수 있는 메모지’를 구상했다. 그는 과거 실버에게 들었던 얘기를 떠올리고 해당 물질을 활용한 제품 연구에 나섰다. 이렇게 개발된 것이 지금 전 세계가 쓰고 있는 ‘포스트잇’이다. 실패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이를 통해 얻은 노하우로 다른 아이디어를 살찌우는 자양분이 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실패는 불가피한 것인 만큼 용인할 필요가 있다. 기자가 찾아갔던 창업 국가들에서는 하나같이 도덕적 해이에는 엄격하지만 정상적인 경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패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투자자가 창업 성공의 성과만 얻으려 하지 말고 실패에 대한 리스크도 같이 짊어져야 한다는 취지다. 우리 사회에도 오래전부터 ‘실패를 격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전히 수많은 제도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벤처 캐피털이 대주주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관행이다. 우리나라 벤처 캐피털은 아직도 투자계약서에 투자하려는 업체의 대표이사가 모든 채무에 대한 원금과 이자, 손해금, 기타 부대채무 등에 대한 변제 책임을 명시한다. 벤처 창업자인 대표이사의 성실 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어떤 경우에도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투자자들의 속내가 자리 잡고 있다. 사업이 실패하면 대표이사 본인과 가족이 파산해 사회적 생명을 끊어 버리는 독소 조항으로 비판받고 있다. 지적재산권 전문 김태진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사업에 실패한 창업자는 신용불량자·조세체납자로 전락하는 구조”라면서 “이제부터라도 배임이나 횡령 등이 아닌 이상 대표 개인에게 경영 과정에서의 손실 책임을 묻지 않는 쪽으로 제도를 고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창조 관련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정부의 감사가 유연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참여정부 시절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우식 창의공학연구원 이사장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 연구기관들이 감사를 두려워하다 보니 한 세대를 먹여 살릴 혁신·창의 기술보다 감사에서 지적받지 않을 수준의 연구만 하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빚 20조원 ‘자동차 메카’ 디트로이트의 몰락

    빚 20조원 ‘자동차 메카’ 디트로이트의 몰락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가 파산을 선언했다. 미국 제조업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디트로이트시는 미시간주 연방법원에 미 지방자치단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파산보호(챕터 9) 신청서를 접수했다.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는 “디트로이트의 막대한 부채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재정위기 비상관리인이 제안한 챕터 9 파산보호 신청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데이브 빙 디트로이트 시장은 “재정뿐 아니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구조조정에 집중한다면 공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주 차원의 재정 지원을 요구했다. 미 제조업의 상징이자 미 3위의 대도시였던 디트로이트는 공장 폐업과 부동산 가격 하락, 인구 감소 등으로 185억 달러(약 20조 8000억원)의 부채를 떠안은 도시로 전락했다. 한때 미국 최대의 공업도시였던 디트로이트는 1960년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부상하면서 쇠퇴일로를 걸었다. 1950년대 180만명에 달하던 인구도 현재 70만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팔리지 않는 집과 사무실, 텅 빈 공장이 늘면서 부동산 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굴러떨어졌고 세수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궁여지책으로 시가 경찰과 교육 등 공공서비스 예산을 대폭 줄이면서 치안과 생활환경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에 놀란 중산층이 근처 오클랜드카운티 등으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빠르게 ‘슬럼’이 됐다. 현재 도시 인구는 83%가 흑인이고 약 3분의1이 극빈층이다. 디트로이트는 예산 삭감과 자산 매각, 공무원 인력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며 경제 회생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채권단은 디트로이트의 파산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금기금 단체 2곳은 “스나이더 주지사에게는 비상관리인인 케빈 오어 변호사의 파산 신청을 승인할 권한이 없다”며 주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한편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630여개 도시가 파산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① ‘창업 DNA’를 심자 - 창업이 가장 쉬운 나라 스웨덴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① ‘창업 DNA’를 심자 - 창업이 가장 쉬운 나라 스웨덴

    2011년 스웨덴 명문인 스톡홀름 경제대를 졸업한 뒤 곧바로 사업에 뛰어든 라울 라바로(31)는 현재 네 곳의 작은 회사들을 운영한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홍보대행사를 뺀 세 곳(컨설팅 회사 등)은 친구들과 공동 창업했다. 두 곳은 해외에 있다. 라바로는 “네 곳을 동시에 운영하느라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지만 보람이 크다”면서 “스웨덴은 거의 모든 종류의 소규모 창업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 8936달러(2011년 기준), 고용률 73%(2012년), 경제성장률 3.71%(2012년) 등 스웨덴의 경제지표들은 ‘창조경제’의 모범답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스웨덴의 이런 성과 뒤에 정부와 기업, 대학들의 끈질긴 벤처 창업 지원 노력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요일인 지난 14일(현지시간). 수도 스톡홀름 시내에서 전철을 타고 북서쪽으로 20㎞ 정도 나가자 지역의 랜드마크라는 34층짜리 타워가 한눈에 들어왔다.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의 상징 건물인 ‘사이언스 타워’였다. 휴일인데도 사람들로 분주했다. 160여개의 상점과 식당, 10여개의 스크린을 갖춘 영화관과 연극 공연장 등을 마련해 자족기능을 갖춘 덕분이다. 주말만 되면 사람이 모두 빠져나가 유령 도시를 연상케 하는 우리나라 산업 단지들과는 대조적이다. 스웨덴 창업경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은 세계 2위의 정보기술(IT) 단지로 ‘무선 통신기술의 메카’로 불린다. 블루투스 등 신기술도 이곳에서 개발됐다. 이곳의 창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민간 기업들이 주도해 세운 ‘일렉트룸’(협력지원센터)이 큰 역할을 했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심사를 거쳐 창업을 위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시스타도 한때 위기를 겪었다. 2001년 당시 IT 경기 침체로 에릭슨이 직원 수를 2만 5000명에서 8000명으로 줄였고 생산공장도 시스타에서 철수시켰다. 이 때문에 세계 언론들은 시스타가 쇠퇴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시스타는 지금도 건재하다. 시스타를 탄탄히 받치고 있던 벤처 창업 생태계 덕분에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에릭슨의 공백을 메웠기 때문이다. 시스타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IBM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HP, 애플, 노키아,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들도 터를 잡고 있다. 스웨덴의 창업 지원 정책은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처럼 한 국가의 모든 연구개발 자원을 한곳에 모은 클러스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시스타는 민간 기업들이 주도해 성공시킨 대표적인 클러스터로 평가된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클러스터를 만들어 입주기업을 모집한 뒤 이들을 지원하는 식의 관(官) 주도인 한국에서 반드시 음미해 봐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스웨덴 창업 정책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스웨덴은 창업을 경제 성장보다는 일자리 제공이라는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에릭슨의 쇠퇴 이후 이를 대체할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에는 이런 이유도 크다. 일부에선 ‘이스라엘처럼 IT 등 특정 분야에 지원을 몰아주자’는 주장도 내놓는다. ‘아이디어만으로도 창업할 수 있다’는 스웨덴의 창업 정책이 창업자들에게 지나친 도덕적 해이를 야기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실제 창업 의지 없이 그럴듯한 아이디어만으로 창업과 파산을 반복하는 ‘창업꾼’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창업 지원 심사 기간을 늘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실효성은 크지 않다. 글 사진 스톡홀름(스웨덴)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금융소비자 피해 민원 줄줄이 낮잠

    금융소비자 피해 민원 줄줄이 낮잠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대규모 저축은행 비리 등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 또는 관련 의혹이 잇따르는 가운데 관련 당국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금융 소비자들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금융 소비자들 스스로 피해 구제에 나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금융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16일 “CD 금리 담합 의혹과 관련해 1700여명이 집단 소송을 준비했지만 아직까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공정위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소장을 내는 것도 맞지 않아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제출된 서류에 대해 검토하면서 이 사안이 공정거래법 관련 사항인지 아니면 금융 관련 법에 속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금감원이 나서 검사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청구 각하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 이에 대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CD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국민 검사 청구는)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하라고 했다”면서 “내가 (검사를) 하라 말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시 금리 추이를 분석해 보면 실제 시장 금리와 CD 금리 추이가 다르게 움직였다. 여기까지는 사실로 입증하기는 쉽더라도 문제는 CD 금리를 높게 유지해서 이득을 보는 쪽이 은행인데 이 은행이 CD 금리를 산출하는 증권사에 어떤 압력을 줘서 담합하도록 했는지를 증명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피해 보상 해결도 아직 요원하다. 현재 피해자 573명이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나 파산했을 때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자 및 채권자에게 보험금을 5000만원까지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금보험공사가 후순위채권자에게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법률위반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CD 금리 담합 의혹 외에 대표적인 금융소비자 피해 사례로 키코가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출 중소기업들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던 키코는 불완전 판매, 불공정 거래 논란으로 관련 소송이 현재 1심 167건, 2심 68건, 대법원 41건 등 모두 276건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키코는 18일 대법원 공개변론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근저당 설정비, 증권사 채권 이율 담합 및 생명보험사 이율 담합 피해, MG새마을금고 가산금리 조작 피해 등에 대해 금융소비자연맹 등이 집단 소송을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의 점검 부실과 소극적인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집단적인 금융소비자 피해가 나오고 있는 상황은 그만큼 현재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조원가량의 피해를 낸 키코 사태만 해도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 건전성 감독이라는 두 가지 업무가 상충되다가 결국 후자를 택하면서 생기게 된 문제”라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전담하는 독립된 기구를 설치하면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어 지금과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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