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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의 맛’ 함소원 오열, 아버지 떠나보내며 “많이 사랑합니다”

    ‘아내의 맛’ 함소원 오열, 아버지 떠나보내며 “많이 사랑합니다”

    “많이 사랑합니다. 많이 감사합니다” TV CHOSUN 예능 프로그램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이 너무 익숙해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우며 뭉클한 여운을 안겼다. 지난 17일 밤 10시 방송된 TV CHOSUN 예능 프로그램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이하 ‘아내의 맛’) 77회 분 시청률은 6.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최고 시청률은 9.0%(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까지 치솟으며 지상파-종편 예능 프로그램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 변함없는 화요일 예능 강자의 위상을 발휘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하승진 부부와 장영란, 김빈우가 함께한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파티, 최연제-선우용여 모녀의 LA 데이트, 함소원-진화 부부와 중국 시부모님이 함께한 호이안 여행기, 그리고 작고한 함소원 부친의 마지막 가는 길이 담기며 안방극장을 때론 웃고 때론 울게 만들었다. 하승진 아내 김화영과 아맛팸 장영란, 김빈우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선사하기 위해 키즈 카페에 모였다. 아이들이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며 기대감에 차오른 사이, 하승진 부자와 하은주는 몰래 숨어 이벤트 준비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하승진이 해외 직구한 5XL 산타복 가랑이가 터져 버리는가하면 ‘하산타’ 등장에 아이들이 일제히 울음을 터뜨리는 돌발 상황이 연이어 발생해 어른들을 난처하게 했다.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킨 아이들은 하산타에게 다가가 자신이 한 착한 일을 말하며 선물을 받으려 했지만 하승진은 누구에게 어떤 선물을 줘야하는지 그새 잊고 말아 또 한 번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결국 하산타는 루돌프 하은주에게 도움을 요청해 가까스로 아이들에게 선물을 증정했다. 선물 증정식이 끝난 후 키즈 카페에는 댄스곡이 울려 퍼졌고, 사이키 조명까지 드리워지면서 때 아닌 키즈 클럽으로 변모했다. 하승진은 아이들보다 더 신나하며 덤블링 위에서 댄스파티를 벌이다 끝내 지쳐 쓰러지고 말아 웃음을 자아냈다. 최연제와 어머니 선우용여는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고 둘만의 드라이브를 떠났다. LA 한인 타운에 위치한 노래방을 찾은 모녀는 최연제의 히트곡 ‘너의 마음을 내게 준다면’을 듀엣으로 열창하며 스트레스를 날렸고, 이어 붉은 노을이 인상적인 산타모니카 해변을 찾았다. 선우용여는 딸의 손을 잡고 해변을 걸으며 “이렇게 좋은 날이 오려고 젊은 날 정신없이 살았나보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웃어보였다. 모녀는 모래사장에 앉아 뉘엿뉘엿 저무는 해를 바라봤고, 함께 왔던 아버지를 추억했다. 최연제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지금도 대화를 한다며 “생각하는 순간엔 살아계신 것 같다”고 말했고, 선우용여는 떠난 남편을 떠올리며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최연제는 엄마를 꼭 끌어안고 “아빠한테 사랑한다고 말하자”고 제안했고, 사는 동안 단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보지 않았다던 선우용여는 “알러뷰”라는, 50년 간 품어온 진심의 한 마디를 전해 뭉클함을 안겼다. 그런가하면 함소원-진화 부부는 시부모님과 함께한 호이안 여행의 두 번째 날을 선보였다. 네 사람은 요즘 핫하다는 ‘바구니 배’를 타러 갔고, 배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이른바 ‘수상 클럽’을 보고 경악했다. 내로라하는 베트남 흥부자들이 총집합한 가운데 함소원과 중국마마 역시 몸을 흔들며 텐션을 폭발시켰고 중국파파에 진화까지 가세, 온 가족이 클럽 분위기에 흠뻑 취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어 가족들은 뱃사공이 미친 듯이 배를 회전시키는 ‘바구니팡팡’을 체험했다. 이때 진화에 이어 탑승한 함소원이 강한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물에 빠지자, 놀란 진화는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체 없이 물에 뛰어들어 함소원을 구해냈다. 한바탕 신나게 즐긴 후 함소원과 중국마마는 전통시장에 가서 베트남 전통닭 ‘둥따오’와 지렁이를 구입했고, 중국마마는 중식칼로 커다란 둥따오를 순식간에 분해하고 지렁이에 튀김옷을 입혀 일사천리로 푸짐한 한 상을 차려냈다. 이어 중국마마는 엄청난 크기 탓에 괴물 과일이라 불리는 잭푸르트를 중식도로 박살내고 한입 맛보더니 취향이 아닌 듯 내뱉었고, 하루 종일 티격태격한 남편에게 선심 쓰듯 건네는 모습으로 폭소를 안겼다. 그러나 며칠 뒤, 함소원 부친이 지병으로 별세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51년 전 베트남에 파병된 참전용사였던 부친의 발인식은 고인과 유가족에 대한 예우를 갖추며 엄숙하게 진행됐고, 함소원은 혜정이를 품에 안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아버지의 명예로운 마지막 길을 조용히 뒤따랐다. 함소원은 3남매 중 막내였던 자신을 유독 예뻐했던 아버지의 시신이 운구 되자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오열했고, 남편 진화는 말없이 등을 토닥이며 위로를 건넸다. 이윽고 국립서울현충원에 고인의 영현이 안치됐고, 함소원은 아버지의 유골함을 한참이나 들여다본 후 무릎을 꿇고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많이 사랑합니다. 많이 감사합니다. 자주 찾아뵐게요”라고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한편 TV CHOSUN 예능 프로그램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은 매주 화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호르무즈 파병·무기구매 카드… 거액 분담금 내라는 美 달랠까

    호르무즈 파병·무기구매 카드… 거액 분담금 내라는 美 달랠까

    에스퍼 국방 “무임승차·할인 안 돼” 강공제임스 드하트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미국 수석대표가 연내 마지막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15일 방한했다. 여전히 협상의 난항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파병과 무기구매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드하트 대표는 17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 대사와 11차 SMA 체결을 위한 5차 회의에 나선다. 지난 3∼4일 미 워싱턴에서 4차 회의가 열린 지 2주 만으로, 올해 열리는 마지막 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칙적으로 이번 SMA는 연내에 체결돼야 한다. 한미는 10차 SMA가 오는 31일 유효기간이 끝나는 만큼 연내에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미국의 무리한 증액 요구로 입장 차가 커 내년에도 일단 협정 공백상태에서 협상을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은 올해 방위비분담금인 1조 389억원보다 5배 이상 많은 47억 달러(악 5조 5000억원)를 요구하며 새 항목의 신설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 “무임승차나 어떤 할인도 있어선 안 된다”며 인상을 주장하는 협상 방침을 이어 갈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의 압박이 거센 가운데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 파병과 미국산 무기구매 등을 상쇄 카드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외에도 한미동맹과 관련해 다수의 다른 방식으로도 안보 기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칠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드하트 대표의 방한을 앞둔 시점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를 내비친 데에도 이런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호르무즈 파병은 한미동맹 갈등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 주도의 안보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이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미국산 무기 구매로 미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분담금 총액을 낮춰 타결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최근 정부가 반환이 완료된 주한미군 기지 4곳에 대한 환경오염 정화비용 협상을 지속하기로 하면서 이번 협상에서 이 문제를 부각시켜 압박에 대응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 파병을 두고 역외 지원비용을 내세울 것”이라며 “환경오염 치유비용도 미 측이 새 항목 신설을 주장한다면 우리도 맞대응해 내세울 수 있는 카드”라고 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NSC, 호르무즈해협 파병 여부 논의…靑관계자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NSC, 호르무즈해협 파병 여부 논의…靑관계자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청와대는 12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미국과 이란이 갈등을 빚고 있는 호르무즈해협의 안보에 기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상임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우리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고 해양 안보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상임위원들은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체 참가 방안과 더불어 현재 아덴만에 주둔한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을 넓히거나 장교 우선 파견 등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다음달 호위 연합체 활동을 시작하기로 하고 한국 정부에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상임위원들이 호르무즈 관련 논의를 한 것은 지난 7월 이후 처음이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여러 방안을 검토했을 뿐 파병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 역시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512조 예산안 통과… 한국당 뺀 ‘4+1 수정안’ 강행 처리

    512조 예산안 통과… 한국당 뺀 ‘4+1 수정안’ 강행 처리

    정부 원안에서 1조 2000억원 최종 삭감 민식이·하준이법 등 16개 민생법안 처리 이인영 “오늘 임시회서 패트 처리 안할 것”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의 ‘4+1 협의체’에서 만든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 512조 3000억원이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예산안 수정안은 이날 오후 9시쯤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162명 중 찬성 156명, 반대 3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수정안을 상정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금도둑”이라고 강하게 항의하면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날 통과된 예산은 정부안보다 1조 2000억원이 감액됐음에도 ‘매머드급’으로 평가된다. 이는 올해 본예산(469조 6000억원)보다 42조 7000억원(9.1%) 증가한 것이다. 당초 정부안에서 20조 6000억원이나 늘었던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조원이 줄었지만, 180조 5000억원으로 통과돼 증가율이 12.1%나 됐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예산은 당초 정부가 2조 6000억원을 증액한 것도 모자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지역구들의 민원성 ‘쪽지 예산’이 더해지면서 9000억원이 늘어난 23조 2000억원(17.6%)을 기록했다. 내년 예산은 역대급 졸속 예산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2월 2일)을 넘긴 것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선거제 개혁안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등 여야 입장이 첨예한 쟁점들과 예산안이 연계되면서 부실 심사 사태를 낳았다. 급조된 ‘4+1 협의체’가 심사하면서 누가 얼마의 예산을 깎고 늘렸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국회는 오전 본회의에서 민식이법 등 16건의 비쟁점안을 처리했다. 민식이법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2건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청해부대 등의 파병 연장안과 국제협약 비준 동의안 등 12건도 의결됐다. 민주당이 제1야당인 한국당을 제외하고 예산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향후 정국은 파국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11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이날 처리하지 못한 예산부수법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등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상황을 더 주시한 뒤 곧바로 본회의를 열 것인지 하루 이틀 두고 열 것인지 판단하겠다”고 했다. 서울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민식이·하준이법은 국회 문턱 넘었다

    민식이·하준이법은 국회 문턱 넘었다

    마지막 본회의서 비쟁점법안 16건 통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 놓고 하루종일 진통국회가 10일 정기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민식이법 등 어린이 교통안전 법안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의 국회 정상화 합의가 사실상 백지화됐지만,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비쟁점법안만 우선 처리했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는 여야가 하루 종일 대치했다. 이날 국회가 처리한 16건의 비쟁점법안 중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은 부주의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 최하준군의 이름을 각각 딴 법안이다. 민식이법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2건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주차장법 개정안인 하준이법은 경사진 주차장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 등을 설치하도록 했다. 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청해부대(레바논)와 아크부대(남수단) 등의 파병 연장안과 국제협약 비준 동의안 등 12건도 의결됐다. 이달 안에 파병 연장안이 의결되지 않으면 내년 한국군 4개 부대가 철수해야 했지만, 가까스로 통과시켜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 이 밖에 양정숙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안도 상정돼 의결됐다. 한국당은 당초 이 안건에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신청했지만, 문희상 국회의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한국당 이만희 의원과 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각각 의사진행 발언을 하던 중 여야 간 고성이 오가자, 문 의장은 “참으라. 역지사지하라”며 “진실을 넷은 안다. 당사자 즉 여야 대표들과 하늘과 땅이다. 지금은 아닌 것 같아도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난다”고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100대 국정과제, 성과가 없다… 공정·공감의 동력 되살려야

    100대 국정과제, 성과가 없다… 공정·공감의 동력 되살려야

    다섯 가지 원리가 있다.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목표를 시기별로 명료하게 구성하고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배려해야 한다. 등 따습고 배부른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사람들의 주머니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다수의 이익보다 소수의 피해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언제나 길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길을 잃으면 원칙을 잃고, 목표를 잃고,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 원리는 남녀노소 개인은 물론 정치와 기업에 두루 적용할 수 있고 국정에도 매우 유용한 지표다. 내용이 다섯 가지로 요약되니 5대 명심보감이라고 해 두자.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정치 문법에 의하면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지나면 논란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이 비단 문재인 정부만의 상황은 아니기에 역대 정부의 궤적을 되돌아보면서 교훈을 발견할 필요를 느낀다. 광주에서 손발에 피를 묻히고 출범한 전두환 정권은 총칼의 공포정치로 임기의 절반을 보냈다. 공포가 침묵을 강요했는데, 침묵을 정권의 안정화로 착각한 나머지 제한적이지만 유화 조치를 단행함으로써 정권의 취약한 정통성을 보완하려는 욕심을 부렸다. 그러나 자유화 국면에서 국민들의 억눌렸던 저항이 일거에 분출해 6월항쟁으로 내달렸고 결국 정권 자체를 붕괴시켜 버렸다. 정권의 취약한 정통성은 총칼로도 막지 못한다는 교훈을 줬다. 군사정권이지만 선거로 출범한 노태우 정권은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언론 자유와 지방자치 등 일련의 자유화 조치를 단행했다. 3김 씨가 주도한 여소야대 정치지형하에서도 국회 청문회를 수용하는 등 타협으로 정치적 위기를 피해 갔다. 그러나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한 여소야대 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3당합당을 강행했다. 3당합당으로 국회 의석의 3분의2를 넘어서는 거대 여당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정치 갈등은 증폭됐다. 그 후 3당합당에 기대어 정권을 재창출했지만 그 정권은 3당합당을 부정했다.32년 만의 민간정부로 출범한 김영삼 정권은 사정개혁과 탈군사화로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고 금융실명제로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남북 관계에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대통령 아들의 불법적인 국정 개입이 드러나고 3당합당의 불협화음이 불거지는 등 권력 내부의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국정동력을 상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외부에서 이회창을 영입해 정권 재창출을 시도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권력을 상실했다. 김대중 정권은 군부독재와 장기 집권으로 얼룩진 암울한 정치사를 극복하고 선거를 통해 역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조기에 극복하고 재벌개혁과 남북 관계 개선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집권 중반 이후 ‘옷로비 사건’과 그 이후 벌어진 세 아들 관련 논란으로 국정동력이 약화하면서 초기의 개혁성이 후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에 따른 시민사회의 성장, 집권여당에서 주도한 국민경선의 효과, 중도세력과의 선거연합 등에 힘입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노무현 정권은 탈권위주의와 국가균형발전을 추진했다. 그러나 정몽준과의 선거연합이 해체되고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과 대립하는 상황에서 취임 1년 만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연합한 대통령 탄핵은 국민적 반대운동과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무산됐지만 그 후 다시 노동법 개정,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으로 논란이 거듭되다가 특히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추진 논란으로 국정동력을 상실해 결국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이명박 정권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에 기대어 출범했다. 이명박 정권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대립시켰고 그 연장선상에서 ‘747공약’이나 대운하 건설 등 허황된 공약으로 국민들의 기대감을 부추겼다. 집권 초기에는 광우병 소고기 문제로 국민의 강력한 저항을 받았다. 이어 대운하, 민간인 불법 사찰, 사학 비리 등의 문제가 지속되면서 국정운영의 난맥상이 드러났다. 그 후 경제발전의 약속이 거짓으로 판명됐지만 경제성장에 대한 환상이 정권 재창출로 이어졌다.박근혜 정권의 등장과 퇴장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여기에 박정희, 최태민, 이명박, 최순실, 김기춘 등 온갖 인물이 출연하고 ‘세월호 참사’까지 등장한다. 한때는 박근혜 정권의 출범을 박정희의 부활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순실의 정체가 드러나고 최순실을 정점으로 한 권력운영의 실태가 폭로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국정은 일거에 정지됐다. 명동성당을 중심으로 한 1987년의 화염병이 30년 만에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 촛불로 바뀌어 추악한 권력을 심판했다. 당연히 정권이 바뀌었다. 2019년 11월 9일 반환점을 지난 문재인 정권의 상황은 어떨까? 전임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지만 촛불정신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미 관계, 한중 관계, 남북 관계에서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국회를 벗어난 자유한국당의 무차별적인 공격은 물론 통제를 벗어난 검찰의 자립화 경향도 문제다. 반면에 권력 차원의 중대한 스캔들이 없다는 점은 매우 유리한 대목이다. 한국당의 혹독한 공격이 야당을 분열시키는 촉매제가 돼 여소야대 정국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특히 제1야당인 한국당의 자폐적 고립화가 이 국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한국당은 두 가지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하나는 너무 지나치게 열심히 싸운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맹목적이고 일방적인 대여투쟁 전략 때문에 여야 관계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한국당 때문에 여야 관계도 안 되고 여소야대 정국도 안 된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한국당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와 안다고 해서 어찌할 수 있는 일도 아니게 돼 버렸다. 이미 실기한 데다 지난 탄핵의 트라우마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5대 명심보감의 원리에 입각해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상황을 점검해 보자. 첫째, 무엇을 바꿨는지 되돌아보자. 익숙한 낡은 구조와 오래된 부패 구조는 거의 바뀌지 않고 있다. 둘째, 무엇을 이뤘는지 고민해 보자. 100대 국정과제는 제시됐지만 100대 국정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셋째, 경제를 끌어가는 동력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소득주도성장론이 가라앉은 이후 경제정책도 가라앉았다. 넷째, 지난 역사의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배려에는 공감하지만 노동, 농민, 교육 등 현실 정책의 피해에 대한 정책엔 공감하기 어렵다. 다섯째, 나라다운 나라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목표는 변함없는데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모호하다. 한마디로 처음 같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세 가지로 제안해 보고 싶다. 100대 국정과제의 진척 상황을 과제별로 점검해 보고 그 막바지 실행을 위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좋겠다. 집권 중반기에 가장 힘든 상황이 스캔들과 분산이므로 스캔들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쟁점을 단순화해 국정동력이 흩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국정동력의 분산을 막기 위해서는 야당들과의 협조, 사회단체와의 협조, 언론기관과의 협조도 중요하지만 국가기관들 사이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조국 사태의 국면에서 제기됐던 정의와 공정성의 문제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양비론과 냉소주의로 발전해 좌절감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각별히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지대 총장
  • [포토] ‘아빠 건강히 다녀오세요’

    [포토] ‘아빠 건강히 다녀오세요’

    9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육군 국제평화지원단에서 열린 동명부대 23진 환송식이 열린 가운데 한 부대원이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3진은 레바논으로 8개월간 파병돼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임무를 수행한다. 뉴스1
  • 美 안 쓴 방위비만 2조원… 韓, 분담금 협상카드로 활용 시사

    스틸웰 “韓 능력 기하급수적 성장” 압박 정은보 “기존 틀” 강조… 연내 타결 고비 한미 양국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에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4차 회의에 돌입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이 더 내야 공정하다”며 한국정부를 거듭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현재 한국과 협상 중인데, 그들이 좀 더 공정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이날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이례적으로 언급한 뒤 이같이 말했다는 점에서 한국에 방위비 분담 증액을 압박하기 위한 계산된 발언을 이어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필요성도 함께 언급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최근 수십년간 그들(한일)의 (경제)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며 역량 증가에 따른 추가 분담 압박을 이어 갔다. 이어 “우리의 능력뿐만 아니라 그들의 능력을 협력적으로 사용할 많은 기회를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측은 방위비 분담금의 지원 범위를 두고 팽팽히 맞서며 기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경제적 성장을 강조하며 ‘분담 능력 향상’이라는 창을 꺼내 든 미국에 대해 한국은 기존 SMA를 적용한 ‘합리·공평 분담’ 원칙이라는 방패로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측 협상단을 이끄는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앞서 2일 워싱턴DC 인근의 덜레스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의 원칙에 대해 “합리적으로 공평한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기존 SMA 틀 내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SMA에 명시된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외에 미국이 주장하는 주한미군 인건비, 군무원·가족 지원 비용,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역외 훈련비용 등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또 정 대사는 미국 측의 미집행 방위비 부담액 약 2조원(지난해 말 기준)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그것(미집행 부담액)이 잘 집행되고, 또 상호 이해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이날 미국의 국방전문매체인 디펜스뉴스에 실린 기고문 ‘상호보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위대한 한미동맹’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 평택 험프리스 기지를 건설해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을 보장하고 방위비 분담금은 물론 연합연습 및 훈련, 해외파병 활동, 첨단무기 구매 등을 통해 한미동맹과 연합방위능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적시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민생 내팽개친 국회…2년 넘게 텐트 생활 포항의 아픔 잊었나

    민생 내팽개친 국회…2년 넘게 텐트 생활 포항의 아픔 잊었나

    포항지진 피해구제·성폭력 방지법·파병 연장안까지 줄줄이 ‘스톱’파병 연장 안될 땐 국가 신뢰도 ‘먹칠’ 日 수출 규제 피해기업 구제도 ‘발목’양심적 병역거부자 내년부터 법적 공백체육계·몰카 등 성폭력 피해자 보호 스톱10년 걸린 韓·싱가포르 과세 협정도 막혀자유한국당이 신청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발목 잡힌 건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민식이법’과 사립 유치원의 비리를 막기 위한 ‘유치원 3법’만이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올해 말까지 개정하라고 한 대체 복무가 포함된 병역법 개정안, 2년 넘도록 텐트에서 생활하는 포항 지진 이재민을 위한 피해 구제 특별법, 성폭력 가해자가 체육지도자로 일할 수 없게 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주요 법안들이 줄줄이 막혀 버렸다. 또 레바논과 남수단 등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군 4개 부대의 파병 연장 동의안 처리까지 필리버스터 정국에 막히면서 4개 부대는 12월 31일 이후 주둔 근거가 사라져 철수할 위기에 놓였다. 더불어민주당이 협상 마지노선이라고 통보한 3일에도 여야는 5일째 치킨게임을 이어 갔다.헌법재판소는 지난해 6월 대체복무를 병역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대체복무가 포함된 병역법을 올해 12월 31일까지 개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오랜 논의를 거쳐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36개월간 교정시설에서 복무하는 내용의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및 병역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본회의에 겨우 상정됐다. 하지만 이 법안은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 등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한 후 표류 중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병역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부터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할 수도, 대체복무를 시킬 수도 없는 법적 공백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필리버스터로 병역법 개정안만 멈춰 있는 게 아니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 생활과 직결된 민생법안들이 줄줄이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의 미투(나도 피해자다) 고백을 계기로 체육지도자의 성폭력 및 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주목받은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안은 성범죄를 저질러 그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된 사람, 선수를 대상으로 상해와 폭행의 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된 지 10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에 대해서는 체육지도자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했다. 이 법안 역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심각한 불법 몰카(몰래 카메라) 피해와 관련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피해자 이외 배우자 등이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성폭력 피해자의 전·입학이 거부되지 않도록 해 성폭력 피해자의 학습권을 보호하도록 한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도 필리버스터에 막힌 법안이다. 소재·부품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전부 개정안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국내 기업들이 받는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이 역시 본회의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반도체 등 핵심소재와 부품·장비의 경쟁력을 높기 위한 예산안을 편성해 놓은 상태이지만 관련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정책들이 힘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특히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국내 중소기업이 자체 기술력으로 승부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이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신뢰도도 하락 위기다. 동명부대(레바논)·한빛부대(남수단)·청해부대(소말리아)·아크부대(아랍에미리트) 등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군 4개 부대의 파병 연장 동의안도 필리버스터 대상이 됐다. 파병 연장 동의안은 매년 국회에서 1년 단위로 처리하는 것으로 여야 이견이 거의 없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올해 말까지 처리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내년에 한국군 4개 부대가 돌아와야 한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전문연구위원은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국위 선양하는 부대가 돌아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파병 연장 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간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이중과세 방지와 탈세 및 조세회피 예방을 위한 협정 비준동의안도 마찬가지다. 양국 국민이 조세를 이중으로 부담하지 않도록 해 탈세 및 조세회피를 예방하려는 것으로 2009년 첫 교섭을 시작해 10년 걸려 빛을 보려 했지만 필리버스터 대상이 됐다. 한국당 핵심 법안을 한국당 스스로가 발목을 잡기도 했다. 포항 지진의 진상 조사 및 피해 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은 2017년 11월 15일 역대 두 번째 규모로 발생한 포항 지진의 피해 보상 및 복구를 위한 것으로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위해 포항지진피해구제심의위원회 및 피해 구제를 위한 지원금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했다. 포항 지역구 의원 모두 한국당 소속이지만 한국당이 이 법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웃지 못할 상황이 됐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대체복무도 몰카 피해 대책도…필리버스터에 가로막힌 민생법안 어찌할꼬

    대체복무도 몰카 피해 대책도…필리버스터에 가로막힌 민생법안 어찌할꼬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6월 대체복무를 병역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대체복무가 포함된 병역법을 올해 12월 31일까지 개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36개월간 교정시설에서 복무하는 내용의 대체복무제 정부안을 만들어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 도입을 골자로 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및 병역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본회의에 겨우 상정됐다. 하지만 이 법안은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 등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신청으로 발목 잡힌 상황이다. 선거법 개정안 등의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 개최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병역법 개정안 등은 표류 상태다. 최악의 상황으로 병역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부터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할 수도, 대체복무를 시킬 수도 없는 법적 공백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필리버스터로 병역법 개정안만 멈춰 있는 게 아니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 생활과 직결된 민생법안들이 줄줄이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의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고백을 계기로 체육지도자의 성폭력 및 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주목받은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안은 체육지도자 자격 취득 시 성폭력 등 폭력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했다. 또 성범죄를 저질러 그 형 또는 치료감호가 확정된 사람, 선수를 대상으로 상해와 폭행의 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된 지 10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에 대해서는 체육지도자의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했다. 이 법안 역시 본회의 문턱에서 막힌 상태다. 또 심각한 불법 몰카(몰래 카메라) 피해와 관련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 이외 배우자 등이 불법 촬영물 삭제 지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성폭력 피해자의 전·입학이 거부되지 않도록 해 성폭력 피해자의 학습권을 보호하도록 한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도 필리버스터에 막힌 법안이다. 소재·부품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전부 개정안은 일본의 수출 보복으로 국내 기업들이 받는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국가, 지자체, 사업자의 책무를 신설했고 소재·부품·장비기업이 개발한 기술개발제품의 수요 창출을 위한 제품의 우선 구매 등의 지원 근거 등을 마련하는 내용이지만 이 역시 본회의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반도체 등 핵심소재와 부품·장비의 경쟁력을 높기 위한 예산안을 편성해 놓은 상태이지만 관련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정책들이 힘을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특히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국내 중소기업이 자체 기술력으로 승부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이 뒷받침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 후 여야 대치 상황에서 국제 신뢰도도 하락 위기다. 동명부대(레바논)·한빛부대(남수단)·청해부대(소말리아)·아크부대(아랍에미리트) 등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군 4개 부대의 파병 연장 동의안도 필리버스터 대상이 됐다. 파병 연장 동의안은 매년 국회에서 1년 단위로 처리하는 것으로 여야 이견이 거의 없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올해 말까지 처리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내년 한국군 4개 부대가 돌아와야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방부에서 하루빨리 통과시켜달라는 연락이 빗발치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전문연구위원은 “UN(유엔)의 평화유지군으로 국위선양하는 부대가 돌아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파병연장 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민국 정부와 싱가포르공화국 정부 간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이중과세 방지와 탈세 및 조세회피 예방을 위한 협정 비준동의안도 마찬가지다. 양국 국민이 조세를 이중으로 부담하지 않도록 해 탈세 및 조세회피를 예방하려는 것으로 2009년 첫 교섭을 시작해 10년 걸려 빛을 보려 했지만 필리버스터 대상이 됐다. 한국당 핵심 법안을 한국당 스스로가 발목 잡기도 했다.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은 2017년 11월 15일 역대 두 번째 규모로 발생한 포항지진의 피해 보상 및 복구를 위한 것으로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위해 포항지진피해구제심의위원회 및 피해구제를 위한 지원금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했다. 포항 지역구 의원 모두 한국당 소속이지만 한국당 스스로가 이 법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웃지 못할 상황이 됐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전쟁범죄자 징계 막은 ‘트럼프 트윗’… 軍수뇌부 충돌

    전쟁범죄자 징계 막은 ‘트럼프 트윗’… 軍수뇌부 충돌

    “해군은 바다의 전사이자 네이비실 에디 갤러거 원사의 ‘삼지창 핀’을 빼지 못한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트윗을 날렸다. 이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수많은 트윗 가운데 하나일 뿐 미군 수뇌부의 갈등을 분출시키는 신호가 될지는 몰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갤러거 원사의 신병 처리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어 온 리처드 스펜서 해군장관에 대해 경질을 통보한 사실을 공개하며 후임에 케네스 브레이드웨이트 주노르웨이 대사를 곧바로 임명했다. 갤러거 원사는 2017년 이라크 파병 당시 민간인을 향해 총을 쏘고 포로로 잡힌 수니파 극단적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요원을 사냥용 칼로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하지만 모두 무죄가 선고되고 10대 포로의 시신 옆에서 사진을 찍어 군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갤러거 원사는 예정됐던 진급이 취소됐고 삼지창 핀도 박탈당하게 됐다. 삼지창 핀은 네이비실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다. 앞서 스펜서 해군장관은 22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개입’에 대해 “트윗은 공식 명령이 아니다”라며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이 해군에 명령하면 징계 절차는 중단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백악관에 비밀리에 전달했다고 NBC가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대통령이 트윗 내용을 실제 명령으로 내릴 경우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스펜서 해군장관이 백악관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하면서 에스퍼 국방장관을 ‘패싱’한 것이다. 미 국방부는 이 비밀 제안을 24일 인지했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앞서 성명을 내고 “스펜서 해군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몇 달 동안 관심을 보여 온 갤러거 원사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신뢰를 상실했다”며 “공식 라인을 거치지 않고 백악관에 ‘갤러거 원사가 네이비실의 현재 계급을 유지한 채 퇴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수뇌부의 난맥상에 대해 NYT는 “대통령과 미군 관계에서 거의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고 평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비극 반복되지 않아야” 한·미·베트남 참전 군인들, 평화를 외치다

    “비극 반복되지 않아야” 한·미·베트남 참전 군인들, 평화를 외치다

    세 국가 참전군인 대담 한국서 처음 열려“상대 이해하고 소통하는 자리 절실”전쟁의 고통·인간에 대한 성찰 나눠“오늘 만나보니 투이 선생은 나의 적군이었네요.”(김낙영 작가) “어떤 적도 평생의 적은 아니잖아요.”(쿠엇꽝투이 작가) 1972년 국군 맹호부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김낙영(71) 작가가 악수를 청하자 북베트남군 소속이었던 쿠엇꽝투이(69) 작가가 웃으며 화답했다. 서로 총을 겨눴던 이들은 종전 40여년 만에 손을 맞잡았다. 지난 20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 갤러리허브에서 열린 ‘월남에서 돌아온 그들’ 대담에서다. 한베평화재단은 베트남전 한국군의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운동인 ‘미안해요 베트남’ 20주년을 맞아 이 행사를 기획했다. 1970년 파병됐던 미국의 제럴드 웨이트(72) 볼주립대 인류학과 명예교수까지 세 국가 참전군인이 참석했다. 한국에서 세 국가 참전 군인이 공개 대화한 건 처음이다. 세 사람은 자유주의 수호, 외화벌이, 조국 수호 등 각기 다른 명분으로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은 전쟁의 상처는 같았다. 군인 가문에서 자라 참전을 당연히 받아들였던 웨이트 교수는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내가 거기서 무슨 일을 한 것일까’,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한 것이 아닌가’ 하고 돌아보게 됐다”며 “지금까지 평화학을 가르치며 객관적 회고와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1년 베트남 여아를 입양한 웨이트 교수는 “딸을 보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베트남에서의 일이 떠올라 복합적 감정이 든다”고 했다. 김 작가는 당시 고뇌를 생생히 기억했다. 그는 “전장에 나가기 전에는 신에게 ‘제발 적을 만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만, 전장에 나가면 ‘가장 먼저 죽게 해 달라’고 빌었다”면서 “전쟁 이후에는 무소유의 삶을 살려고 노력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혈서를 쓰고 자원입대한 투이 작가는 “조국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었지만 상대가 쓰러지면 죄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민간인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 고통이었다”고 했다. 세 사람은 작가와 인류학자로 평생을 살며 전쟁과 인간에 대한 성찰을 이어 오고 있다. 이들은 “전쟁을 기억하는 것은 이런 폭력이 다시 발생하지 않게 막기 위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투이 작가는 “같은 잘못에 빠지지 않기 위해, 또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 필요하다”면서 “전쟁에 발을 들이면, 그 전쟁을 빠져나오는 데는 훨씬 긴 고통을 견뎌야 한다”고 했다. 이어 “베트남은 여전히 전사자 수천명의 유해를 찾지 못했고, 지뢰를 밟아 생명을 잃는 어린이들의 소식이 여전히 들려온다”고 전했다. 제럴드 교수는 “모든 전쟁은 비인간적이다. 하지만 군인은 복종을 해야할 의무를 갖고 있다”면서 “그것이 적법한지 판단하고 전쟁을 막는 것이 시민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로 사상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돼야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대화의 기회가 더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도 “적이었던 사람들도 이렇게 모여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따뜻한 자리였다”고 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임지현 서강대 사학과 교수는 “베트남전 참전 당시 폭력을 행사했던 경험이 광주 5·18의 민간인 학살로도 이어진다”면서 “베트남전에 대한 성찰은 우리가 가한 폭력을 넘어, 한국 사회의 남은 폭력을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글 사진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사설] 전방위 안보 청구서 내미는 美, 동맹 균열 우려된다

    미국이 한미 양국 간 진행 중인 제11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서 기존 주둔비에 더해 한미연합훈련과 미군 전략자산 전개 등 방위비용 등을 포함시킬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내년 이후 적용될 한국의 분담금으로 현행보다 5배 이상 늘어난 50억 달러(약 6조원)를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한미는 앞선 10차 SMA에서 올해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전년 대비 8.2% 오른 1조 389억원으로 합의했다. 8, 9차 협상에서는 물가상승률 정도를 반영한 4% 이내의 인상폭으로 5년짜리 협정을 맺었고, 10차 협상에서는 유효기간을 1년으로 했다. 미국은 지난해에도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나누자며 ‘작전지원’ 항목 신설을 요구했다. 하지만 방위비 분담금을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으로 한정해 온 취지를 수용해 물러섰다. 올해는 여기에 ‘한반도 유사시’로 정의된 한미 연합 위기관리 범위를 ‘미국의 유사시’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미국의 유사시’로 범위를 넓힌다는 것은 호르무즈해협이나 남중국해 등 미군 작전 영역에까지 한국군을 파병해야 하므로 이는 기존 한미동맹의 틀을 뛰어넘어선다. 한국 국민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으로부터 날아오는 각종 ‘안보 청구서’에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연설문 작성자가 낸 책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한국이 미국을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한국이 부담해야 할 방위비로 연간 600억 달러(약 70조원)라는 숫자까지 거론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하니 기가 찬다. 동맹의 가치를 금전적 가치로만 환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 당혹스럽다. 동맹은 양국 간의 견고한 신뢰와 지지를 근간으로 한다. 어느 한쪽이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를 강요한다면 동맹의 균열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 美, 전략지에 韓 기여 요구…한미상호방위조약 넘어선 ‘새판짜기’

    한반도 넘어 美 유사시로 범위 확대 주장 중동 등 분쟁지역까지 한국군 파병 우려 軍 “태평양·양국 영토 넘어선 임무 불가” 일각 “전작권 전환 후 영향력 확보 차원”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사의 ‘동맹위기관리 대응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에서 ‘미국 유사시’까지로 넓히자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에 ‘실리주의’ 기조를 강화하면서 반세기 넘게 유지돼 온 한미 동맹의 골격이 급변할 가능성이 대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와 합참은 지난주부터 미국 측과 전작권 전환 이후의 동맹 위기관리 범위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논의에서 한미는 현재 연합사의 위기관리 범위를 규정한 ‘한미 동맹위기관리 각서’ 문서 내용을 개정하는 협의를 했다. 해당 문서는 ‘2급 비밀’로 한반도 국지도발이나 테러 등 위기 사태가 발생하면 한미 연합대응 및 각각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는데, 위기관리의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로 국한하고 있다. 그런데 미측은 이번 논의에서 위기관리 범위를 미국 유사시까지로 넓히자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난색과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미국 유사시까지 동맹위기관리 범위가 확대된다면 한국과 직접 연관이 없는 국외 분쟁 지역에서도 한국군이 수시로 지원에 나설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호위연합체를 구상 중인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해 중동 등 미국 주도의 군사작전 영역에까지 한국군이 자동적으로 파병될 수 있다는 얘기다.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외부의 무력 공격에 따른 한미 양국의 개입 범위를 ‘태평양’ 지역과 ‘양국 영토’로만 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미 본토에 대한 무력 공격이나 태평양에서 무력 공격이 발생할 경우 한국군이 지원할 근거가 있다. 동맹위기관리 각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구체적인 행동방안으로 명시한 문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헌법이라면 동맹위기관리 각서는 법률인 셈으로, 미국이 동맹위기관리 각서를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어긋나는 쪽으로 개정하는 것은 일종의 ‘위헌’이라는 논리로 한국 측은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안보에 끼치는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조약과 규정을 들어 마냥 반대만 하는 게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넘어선 미국의 주요 전략지에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세계를 대상으로 동맹의 실질적 기여를 주장하는 미국 기조상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등 다른 동맹국에도 비슷한 요구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국군 당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넘어서는 임무 수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명시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 한국이 위기관리를 담당할 일은 절대로 없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편에서는 미국의 이 같은 주장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의 분야에서 한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현재 한국이 전작권을 갖는 대신 미국 안보에 실질적·경제적 기여를 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아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계속해서 한반도 및 한국군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일각에선 전작권 전환 이후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의 자격으로 한·미군을 사실상 지휘하려 한다는 의심이 제기된 바 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대한민국 상이군경 안양지회, 평화수호결의대회 개최

    대한민국 상이군경 안양지회, 평화수호결의대회 개최

    “당신은 대한민국 및 평화수호에 진정한 영웅입니다.” 대한민국상이군경 안양지회는 17일 평화수호결의대회를 한 음식점에서 개최했다고 밝혔다. 상이군경회 경기도지부 안양시지회 주관으로 회원들 위로연을 겸한 이날 행사에는 회원 400명을 비롯해 최대호 안양시장, 김선화 안양시의회 의장, 여승현 안양지회장, 박호영 경기도지부장, 정병천 경기 남부 보훈지청장 등 각 기관 단체장이 참석했다. 상이군경회 설립 이후 전국 최초로 마련한 행사는 식전공연으로 안양시립합창단의 군가 합창에 이어 수도군단 태권도 시범단이 격파시범과 각종 묘기를 선보였다. 본행사로 모범회원 10명에 대한 시상, 축하케이크 절단 행사가 진행됐다. 한편 1951년 설립한 대한민국상이군경 안양시지회에는 육·해·공군과 경찰 출신 회원 880명이 소속돼 있다. 여 지회장은 “상이군경은 지난 1965년 월남전 파병 후 ‘경부고속도로 및 중화학 공업’ 등 국가발전에 앞장선 애국자이자 약관 20대의 젊음에 죽음도 불사하고 청춘을 국가에 바친 ‘영웅 중에 영웅’이다”고 강조했다. 최 시장은 축사를 통해 “지금 여기 있는 분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라며“앞으로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항상 건강하게 지내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문 대통령 “중소기업, 국가브랜드 활용할 여지 있나 살펴보라”

    문 대통령 “중소기업, 국가브랜드 활용할 여지 있나 살펴보라”

    “대기업은 브랜드 홍보 역량 있지만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한 경우 있어”헤이그아동탈취법 개정안 등도 의결아덴만 청해부대·아크부대 파병 연장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우리의 세계적인 대기업은 브랜드 홍보 역량을 갖춘 데 비해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면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국가 브랜드를 활용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가 브랜드’와 관련해 이처럼 주문했다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에 대해 “엄선된 중소기업 제품이 ‘브랜드K’를 병행함으로써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문화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국가 브랜드에 필요한 별도의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법률안 1건, 대통령령안 11건, 일반안건 4건 등을 심의·의결했다. 이 가운데 ‘교원지위법’(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은 교육 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징계와 피해 교원 보호 조치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개정안은 교육 활동 침해 행위가 발생했을 때 해당 행위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 학생과 피해 교원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 회복됐는지 등을 따져 교육 활동 침해 학생에 대해 봉사, 심리치료, 출석정지, 전학, 퇴학 처분 등의 처분을 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교육 활동 침해행위로 피해를 본 교원에게 교육청이 병원 치료 비용과 심리상담비 등을 지원하고 이후 학생의 보호자 등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보호자가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장애인인 경우 관할청은 구상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행사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헤이그아동탈취법’(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이행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부모 또는 양육권자 일방이 국외로 아동을 탈취할 우려가 있는 경우, 다른 양육권자가 법원에 아동 출국제한 명령(1년 이내, 필요 시 연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 부대변인은 “앞으로 법원의 결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해당 아동에 대해 출국제한 처분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부모의 양육권 및 아동의 권익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2009년 3월부터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견된 국군 청해부대, 2011년 1월부터 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된 국군 아크부대의 파견 기간을 내년 12월 31일까지로 1년 연장하는 내용의 파견 연장 동의안 2건도 의결했다. 부패행위 신고자에 대한 신분 보장을 강화하고자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신분 보장 등 조치 결정을 이행하지 않은 기관·단체·기업 등에 대해 이행강제금의 부과 기준을 정하는 부패 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대해 의결했다. 또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심의해 상호저축은행 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예대율) 규제 근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금융위원회의 상호저축은행 재무건전성 기준에 예대율이 포함돼 가계의 과도한 대출 증가를 방지하고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시행령 일부개정을 의결해 요구불예금의 최근 3개월 이내 입금액 총액 추가 등의 내용을 담았고, 환경개선비용 부담법 시행령 일부 개정 의결을 통해 경유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소유자에게 환경개선부담금을 징수하기로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파병 20주년 맞은 동티모르 상록수부대…철수 후에도 교류·협력은 계속

    동티모르에 파견돼 평화유지군 활동을 했던 ‘상록수부대’가 올해로 파병 20주년을 맞이했다. 국방부는 5일 “오는 7일 상록수부대의 파병 20주년 기념행사를 동티모르에서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티모르 상록수부대는 유엔 가입 이후 국제 평화유지활동에 최초로 파병된 전투부대다. 성공적인 지역 안정화 작전과 인도적 구조활동을 통해 동티모르 주민으로부터 ‘말라이 무띤’(다국적군의 왕)이라고 불릴 만큼 동티모르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티모르는 1999년 8월 주민투표에 의해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했지만 독립을 반대하는 친인도네시아계 민병대의 활동으로 주민 학살이 자행되는 등 혼란 상태가 지속됐다. 국제연합에서는 다국적군을 파견하기로 결의했고 한국도 1999년 9월 ‘국군부대의 동티모르 다국적군 파병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동티모르의 파병이 결정됐다. 그렇게 파병된 상록수부대는 1999년 10월부터 2003년 10월까지 치안 유지와 국경선 통제, 난민 호송 작전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비록 동티모르에서 철수한 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여전히 교류는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국방부는 올해 파병 20주년을 기념하고자 당시 상록수부대 2진(2000년 4월~10월) 민사과장으로 활동했던 이석구 중장을 포함한 상록수부대 파병 부대원과 육군 태권도 시범단이 동티모르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대표단은 이번 방문 계기 태권도 시범단 공연과 PC 기증을 통해 다양한 국방 공공외교 활동을 수행한다. 파병 활동에서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2003년 3월 상록수부대 7진 임무수행 중 집중호우로 인해 불어난 오에꾸시(Oecussi) 지역 에카트(Ekat)강에서 강물에 휩쓸려 민병조 중령 등 우리 장병 4명 순직하고 1명 실종됐다. 국방대표단은 상록수부대 파병 20주년 기념행사 참석에 앞서 6일 오에꾸시 지역을 방문해 순직장병 추모탑을 방문한다. 임무 중 순직 장병의 헌신과 희생정신을 기리고, 이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예우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동정] ROTC중앙회, 6·25참전 상이용사 위문

    △ 대한민국ROTC중앙회 진철훈 회장과 임원들은 제71주년 국군의 날을 앞두고 27일 오전 10시 서울 강동구 둔촌동 중앙보훈병원을 방문해 6·25전쟁과 베트남전 참전 상이용사들을 위문한다. 이들은 병실을 방문해 생활용품 세트 등을 전달할 계획이다. 진철훈 회장은 “6·25참전, 월남전 파병 등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으로 대한민국은 자유와 번영을 얻었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며 “20만8천여명의 ROTC 중앙회 회원들은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 딜레마 빠진 美 대이란정책… ‘예측불허’ 트럼프 선택은

    딜레마 빠진 美 대이란정책… ‘예측불허’ 트럼프 선택은

    중동 정세가 심상치 않다. 예멘의 친이란계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분쟁이 4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최대의 압박’ 전략으로 경제제재를 강화하면서 이란은 핵프로그램의 재가동을 선언하고,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하며 불안감을 키워 왔다. 급기야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시설 2곳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을 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공격 직후 “장전 완료”라며 엄포를 놨던 미국은 군사개입 대신 사우디 방어 강화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택했다. 미국은 이번 주 개막된 유엔총회에서 이란의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을 기정사실화하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중동 문제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에 앞서 이란의 미 드론 격추, 국제 유조선 공격에도 강경한 발언만 쏟아내면서 ‘종이호랑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군사행동을 피하고 싶어 한다. 이를 노리고 도발이 이어진다면 예측 불허의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우려가 크다. 1. 불안한 중동 정세 미국과 사우디는 후티 반군이 자신들이 사우디의 석유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일 사우디의 방공망을 강화하기 위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에 미군 병력과 군사 장비를 추가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파병 규모는 수백명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와 함께 이란중앙은행과 국부펀드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이란은 미국의 추가 파병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며 “(전쟁이 일어나면) 제한적인 전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면 대응할 뜻을 밝혔다. 한편 후티 반군은 20일 사우디에 상호 군사행위 중단을 제안했다. 사우디는 이에 대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또 다른 공격을 준비 중이라는 주장이 후티 반군 측에 의해 제기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 보도하는 등 중동 정세는 여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2. 유엔으로 간 이란 문제 23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올해 유엔총회에서는 이란 문제가 주 의제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이를 국제경제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면서 국제사회의 공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이란의 폭력을 비난하는 연설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유엔총회 기간을 활용해 동맹국들, 특히 유럽 동맹국들의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동맹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해 왔던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과연 유럽 국가들이 얼마나 호응할지 주목된다. 미국이 유엔에서 이란의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밀 영상 증거자료를 공개할지도 관심이다.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제시된다면 이란에 대한 유엔의 추가 제재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고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보고 있지만 미국이 영상 증거를 내놓을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에 맞서 이란도 유엔에서 사우디 공격과 관련이 없음을 강조하며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3. 위험에 노출된 중동의 석유시설 사우디의 주요 석유시설에 대한 드론과 미사일 공격은 그 자체가 갖는 의미가 작지 않다. 최첨단 미국산 미사일방어시스템이 정밀하지 않은 드론 공격에도 취약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는 사우디뿐 아니라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UAE 등 주변 산유국들의 석유시설도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다. 미국은 셰일가스 생산으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크게 줄었지만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여전히 상당량의 원유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직후 국제유가가 20%가량 급등했다가 바로 회복되기는 했지만 중동 산유국들의 석유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이 이어진다면 국제유가는 요동칠 수 있다. 석유시설 외에 식수를 생산, 공급하는 대규모 담수화 시설들도 공격에 노출돼 있다. 담수화 시설이 공격을 받으면 사우디 국민은 당장 영향을 받게 되고 사회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이런 위험성을 알면서도 드론과 저공비행하는 크루즈미사일의 공격을 모두 막아 낼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4. 트럼프 중동외교, ‘수렁’으로 빠지나 미국과 영국 등 서구의 중동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외교, 특히 대이란 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이 같은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초했다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현재의 중동 상황이 꼬이게 된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째, 사우디의 예멘 공격과 4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전쟁’ 상황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사우디는 2015년 내전이 한창인 예멘을 공격했다. 명분은 예멘의 새 정부를 축출한 후티 진영이 이란의 지원의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예멘에 대한 공격에는 사우디 중심의 수니파와 이란 중심의 시아파 구도의 균형을 깨 점점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사우디의 전략은 실패로 끝났다. 4년 동안 9만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지고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다. 인도적 재앙일 뿐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재앙’이라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분석했다. 수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열세인 후티 반군을 제압하지 못했고 이들은 오히려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이란으로부터 떼어 내려던 사우디의 전략과는 정반대로 이란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 둘째, 미국의 이란과의 핵합의 파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협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고 협정 내용이 부당하다며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서명한 이란과의 핵합의를 지난해 5월 전격 파기했다. 대신 이란에 대해 ‘최대한의 압박 정책’을 펴며 경제제재를 강화했다. 경제제재로 궁지에 몰린 이란이 협상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측이 빗나갔다. 금융제재는 물론 이란의 원유 수출까지 막자 이란은 미국이 경제적 전쟁을 선포했다고 반발하며 반격에 나섰다. 호르무즈해협을 지나가는 외국 유조선들을 공격하고, 미국의 정찰 드론을 격추했다. 부인하고 있지만 사우디 석유시설을 공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수위를 높여 가는 이란의 무력 공세에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해결’이라는 대응이 선택의 여지를 좁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군 드론이 격추된 직후 이란 내 관련 시설 3곳에 대한 군사공격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이 10분 전에 전격적으로 철회한 것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군사공격을 최후의 옵션으로 남겨두며 자제력을 보여줬지만 이보다는 자국군이 공격을 받았는데도 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 ‘잘못된’ 메시지를 줬다는 것이다. 드론 격추에 이어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에도 보복에 나서지 않는 것은 고도의 외교적 전략에 근거한다기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군사행동을 피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표를 의식해 앞에서 말만 세게 하고 실제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 준 것은 외교적으로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5. ‘리더십 리스크’와 향후 전망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란이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싶어 하는 트럼프의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추가 도발을 감행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합의 파기로 주도권을 쥔 이란 강경파는 협상에 반대하며 핵무기와 핵프로그램 보유를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중동 정책 자문으로 활동했던 필립 고든은 제한적 군사대응 기회를 놓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최대한의 압박 전략을 수정하거나 (떠밀려) 군사적 대응에 나서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대기자 kmkim@seoul.co.kr
  • 트럼프, 文 대통령 숙소로 오는 까닭은?

    트럼프, 文 대통령 숙소로 오는 까닭은?

    2017~18년 뉴욕 트럼프 대통령 숙소에서 열려 청와대 “백악관이 그만큼 문 대통령 배려하는 것”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9번째 정상회담이 23일 오후 5시15분(한국시간 24일 오전 6시15분)에 열린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은 제74회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이 머무는 뉴욕의 인터컨티넨탈 바클레이 호텔에서 개최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통상 양국 수도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는 경우를 제외하면 경호·의전 등의 문제로 미국 대통령의 숙소에서 회담이 개최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게 외교가의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숙소를 찾는 것은 서울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을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17년과 2018년 유엔총회 때는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인 뉴욕의 롯데팰리스 호텔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일각에서는 한미동맹의 균열 우려를 딛고 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백악관이 그만큼 문 대통령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가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협력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할 계획이다. 다가오는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안전보장은 물론, 제재해제까지 다루는 문제를 포함해 한미 간 협상전략을 세밀하게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은 아울러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중단 결정 과정에서 균열 우려가 나왔던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방안과 24일부터 서울에서 시작되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 호르무즈해 파병 문제 등도 논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뉴욕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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