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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선정 2004년 10대뉴스

    서울신문 선정 2004년 10대뉴스

    ■ 국 내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헌재 기각 3월12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3당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저지 속에 찬성 193표로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고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했지만 후유증은 심각했다. 탄핵 반대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고 이에 맞서 찬성 시위도 끊이질 않았다.60여일간 계속된 탄핵 논란은 5월14일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을 내림으로써 마침표를 찍게 됐다. ●대학수능시험 사상 최대 부정행위 적발 대규모 부정행위로 얼룩진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도덕불감증과 점수 만능주의가 결합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었다. 전국적으로 모두 374명이 입건되고 수험생 312명의 성적이 무효처리되는 등 사상 최대의 부정행위로 기록됐다. 광주에서 적발된 휴대전화 부정은 고교 선·후배가 공모한 대물림 범죄였다. 청주에서는 웹투폰 기법을 악용한 현직 학원장이, 부산에서는 아들의 대리시험을 알선한 학부모가 구속되기도 했다. ●17대총선 여대야소· 세대교체 4·15 총선은 한국 정치사에 묵직하고 또렷한 발자국을 남겼다. 열린우리당은 46석 미니정당에서 152석 과반수 제1정당으로 올라서 ‘참여정부 집권 2기’에 안정 의석을 확보하면서 여대야소(與大野小) 정국으로 전환시켰다. 새 정치, 깨끗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에 힘입어 기존 정치인들은 대폭 물갈이되고 초선 의원이 187명이나 국회에 입성했다. 민주노동당도 의원 10명을 배출, 진보의 첫걸음을 내딛고 정치 제도권으로 진입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지난 9월23일 0시부터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는 피해자가 있는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전국 집창촌이 된서리를 맞았고, 업주와 종업원이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대대적인 시위를 했다.‘2차’를 가볍게 여기던 남성들이 줄줄이 입건되고, 일부 여종업원은 살길이 막막하다며 자살을 기도했다. 집창촌이 개점휴업 상태가 되면서 해외원정 성매매 상품이 등장했다. 혹자는 “경기도 나쁜데…”라며 부작용을 지적, 파문을 일으켰다. ●행정수도 이전 위헌결정 헌법재판소가 10월21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수도 이전 사업은 중단됐고, 충청권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발하는 등 진통이 뒤따랐다. 헌재가 위헌결정의 논리로 든 관습헌법을 놓고 정치권과 학계는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신행정수도후속대책위를 구성, 후유증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과 김선일씨 참수 지난 6월23일 가나무역의 직원이던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돼 살해된 사건은 많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나는 죽고 싶지 않다.”고 절규했던 김씨는 끝내 참혹한 시신으로 고국 땅을 밟아야 했다. 김씨의 죽음은 추가 파병의 정당성 논란을 불러왔다. 앞서 지난 2월 이라크 추가 파병 동의안은 거센 찬반 양론 속에서 국회를 통과했다. 자이툰부대원 3600여명은 지난 8월부터 평화 재건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내수 침체·장기 불황·청년 실업 내수시장은 지독한 불황 그 자체였다.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는 연중 세일로 ‘내수 지피기’에 나섰지만, 닫힌 지갑을 끝내 열지 못했다.10원짜리 아동복도 팔리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태도지수는 올 4·4분기 39.3을 기록해 98년(34.9) 이후 가장 낮았다. 내수 경제의 ‘세포’인 자영업자들도 휴·폐업과 업종 전환으로 생존을 모색할 정도였다. ●황우석 교수 인간배아 복제 성공 황우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국보급 과학자’로 우뚝 섰다. 이 연구는 뇌질환·당뇨병·심장병 등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아복제 연구는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뉴스’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황 교수는 현재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 개발과 무균돼지 생산 등에 주력하고 있다.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연쇄살인마 유영철(34)은 지난해 9월부터 여성과 노인 등 21명을 잔인하게 살해해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그는 정부수립 이후 가장 많은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로 기록됐다.7월18일 체포된 뒤 “100명을 죽이려 했는데 빨리 잡혀 아쉽다. 시신의 일부를 먹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낸 그는 12월13일 1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살인 행각은 인간의 야만성을 극명하게 드러낸 ‘무동기 증오범죄’의 전형이 됐다. ●고속철도 개통 4월1일 ‘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役事)’라는 고속철(KTX)이 개통됐다. 대형 제트기 이륙속도와 맞먹는 속도인 시속 300㎞로 주파하는 고속철은 국민들의 생활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고속철 개통은 여행시간 단축뿐 아니라 공간개념까지 바꿔놓았다. 때마침 시행된 주5일 근무제와 맞물려 지방화 시대를 열었다. 인구의 지방분산, 기업의 지방이전, 지방 관광산업 활성화 등 국토의 균형 개발에 영향을 미쳤다. ■ 국 외 ●부시 재선과 미국 일방주의 강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제43대 대통령에 재선됐다. 존 케리 민주당 후보와 접전을 펼쳤으나 미국민의 과반인 51%는 ‘전시 사령관’에 힘을 몰아줬다. 미국의 일방주의를 우려하며 케리의 승리를 바라던 국제사회의 기대와는 달랐다. 재선된 부시가 유럽 등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지만 일방주의적 외교행태를 멈출지는 미지수다. 힘의 절대적 우위를 강조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움직임이 변수다. ●지구촌 1년내내 테러 몸살 미국의 대테러전 속에서도 이라크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테러가 끊이지 않는 등 스페인과 러시아, 이집트 등 전세계가 테러로 몸살을 앓았다. 총선을 사흘 앞둔 3월11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기차역에서 동시다발적인 폭탄테러가 발생,1400명의 사상자를 냈다. 스페인은 총선 후 이라크 파병군을 철수시켰다.9월1일 러시아 북오세티아공화국의 베슬란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인질극은 330여명의 사망자를 낸 유혈 진압극으로 끝났다. ●고유가와 달러 약세 고유가는 회복세에 접어든 세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제유가는 10월2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55.6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라크 사태 악화, 중국 등의 수요 증가, 투기 극성 등이 주 원인이었다. 이후 하락세로 반전했으나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합의와 이라크 사태 등 불안요소는 여전하다. 여기에다 미국정부가 경상수지·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약달러를 용인하며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가 급락했다. ●후진타오 시대 본격 출범 후진타오(胡錦濤)시대의 출범은 실용적인 제4세대 지도부의 전면 등장을 상징한다. 평화적 세대교체를 통해 중국 정치가 개인적 카리스마에 의존하기보다 법과 제도의 의한 보다 합리적인 통치체제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9월 중국공산당 전당대회에서 군사위 주석에 올라 당·정·군의 권력을 장악한 후진타오는 친정체제 구축 강화와 함께 지속적인 경제발전, 빈부격차 해소 등 균형발전이란 당면 과제를 어떻게 달성할지 주목받고 있다. ●아라파트 사망과 중동 평화분위기 기대 팔레스타인 독립 투쟁의 상징이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11월11일 프랑스의 군병원에서 사망, 중동의 정치지도가 크게 바뀌었다. 그의 죽음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무장투쟁이 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아라파트의 뒤를 이어 새 수반이 될 것으로 유력시되는 마흐무드 압바스는 무장투쟁 포기를 촉구하는 등 아라파트와는 차별화된 온건노선을 내걸어 중동 평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기상이변과 교토의정서 내년초 발효 8월과 9월 4개의 허리케인이 미국 플로리다주를 강타했고,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홍수로 1000여명이 숨졌다. 중국 남부지방은 50년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물부족 사태를 겪었다. 올해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액은 전세계적으로 900억달러에 달한다. 지구촌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11월 러시아가 이산화탄소·메탄 등 온실가스 감축을 규정한 교토의정서를 비준함으로써 내년 2월16일 발효된다. ●이라크 주권 이양과 포로 성학대 파문 연합군 임시행정처가 6월 이라크 임시정부에 주권을 이양, 이라크의 민주화 일정이 시작됐지만 1년 내내 테러와 전투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인 고 김선일씨를 비롯해 30여명의 외국인이 이라크에서 납치, 살해됐고 개전 이후 사망한 미군 숫자는 1300명을 넘어섰다. 이라크 민간인은 최소 1만 4000명이 희생됐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미군이 포로를 무차별 구타하고 성학대한 사실이 드러나 전세계의 분노를 샀다. ●일본 열도 ‘욘사마’ 열풍 배용준이 ‘욘사마’란 극존칭과 함께 일본 열도를 ‘한류 열풍’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했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요 촬영지엔 일본 여성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으며, 그의 일본 방문 때면 공항과 호텔이 마비될 정도였다. 일본 내에서는 ‘욘겔계수’(총수입에서 욘사마 관련 상품 구매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욘플루엔자’(욘사마 열병)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욘사마’가 한·일 경제에 3조원의 파급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EU통합 가속 유럽연합(EU)은 5월1일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슬로베니아·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몰타·키프로스 등 동유럽 10개국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이로써 EU는 25개 회원국의 동·서유럽을 포괄하는 대표기관이 됐다.10월29일 25개국 정상들은 로마에서 회원국 전체에 적용되는 헌법안을 채택했다. 터키 및 기타 동유럽국가들의 추가가입을 심사중이어서 국내총생산에서 미국을 넘어서는 거대 유럽의 탄생을 앞두고 있다. ●화성 스피릿 안착 1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쌍둥이 탐사로봇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잇달아 화성 표면 착륙에 성공한 뒤 과거 화성에 물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화성 표면 사진들과 광물 분석 자료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이를 토대로 화성에 물뿐 아니라 생명체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자극받아 유럽과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이 앞다투어 우주탐사 경쟁에 뛰어들면서 ‘제2의 스타워스’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 [열린세상] 왕도(王道)정치를 되새기자/도중만 목원대 역사학 교수

    어쩌다 차를 몰고 2차선 국도를 달리다 보면 아주 답답한 상황에 직면하곤 한다. 저속의 덩치 큰 레미콘차량 한 대가 뒤에 수십대의 승용차들을 끌고 다니는 경우이다. 반대쪽 찻길이 간간이 비기라도 하면 그래도 다행이다. 뒤따르는 차들이 기회를 틈타 레미콘차량을 차례로 앞질러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승용차들은 레미콘차량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뒤따라 갈 수밖에 없다. 갈림길이 나올 때까지. 지금 우리의 정치권을 보라. 여야 할 것 없이 정말 신기하게도 2차선 국도에서 수십대의 차를 끌고 다니는 레미콘차량을 꼭닮지 않았는가. 모든 것이 정치권의 느린 행보에 발목이 잡혀버린 형국이다.17대 정기국회가 공전 끝에 마감되어 고유의 정치적 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못했다. 뒤이은 임시국회마저도 파행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벌써 한 해는 다 저물어 가고 갈 길이 요원한데 국회는 아직도 제 속도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시한에 쫓기고 있는 이라크파병 연장동의안과 새해 예산안 처리 등 주요 안건이 산적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회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서민들은 먹고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동시에 수능부정이나 밀양성폭력사건 등 전대미문의 괴이한 사건들이 연달아 사회를 얼룩지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런 현안들에 대한 해결의 가닥조차도 잡지 못하고 있다. 실로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좋은 정치는 분명히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그것은 기본을 바로 세우고자 노력하는 정치이다. 맹자의 왕도(王道)정치론이 이를 아주 잘 증명해 준다. 중국 전국시대에 부국강병을 꾀하는 몇몇 왕들이 맹자에게 좋은 정치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그 해답으로 맹자는 자신의 왕도정치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왕도정치의 첫걸음은 중민(重民)에 있다고 말했다. 백성이 제일 중요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다시 그 다음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금을 줄이고 형벌을 경감하는 인정(仁政)을 베풀고 정복전쟁을 중지해야만 한다고 권고하였다. 다음으로 선경제·후교육의 정책이 왕도정치의 기틀이라고 주장했다. 즉 경제정책을 우선하여 백성의 최저생계를 먼저 보장해 주어야 한다. 물질적 안정을 이룩한 뒤에는 각처에 교육기관을 설립하여 성선설에 입각한 인성교육을 실시할 것을 피력하였다. 나아가 맹자는 이러한 왕도정치를 시행하지 않는 지배자에 대해서는 무력으로라도 정권을 교체시킬 수 있다는 역성혁명의 권한을 백성에게 부여하였다. 맹자의 왕도정치는 이렇게 간단명료하다. 물론 그가 제시한 왕도정치의 실현은 제왕의 도덕적 수양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관념론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시간과 공간적으로도 우리와 격차가 있고 역사적 상황도 달라 결코 그대로 따를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가 강조한 왕도정치의 핵심인 백성의 최저생계보장과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서민의 최저생계보장은 두말할 나위 없이 모든 정책에 우선해야 한다. 인성교육마저도 그 위에 세워질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결식으로 굶주린 아이들에게 버스에서 노인을 만나면 자리를 양보하라고 가르쳤다손 치자. 먼저 아이들이 겪고있는 결식을 해결해 주지 않는 한 교육받은 도덕을 실천에 옮길 힘이 그들에게는 없을 것이다. 이는 마치 썩은 나무에 공들여 조각을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참여정부가 출범하여 개혁을 외친 지도 벌써 거의 2년이 되어 가지만 실효는 그다지 찾아 볼 수 없다. 또한 여야의 힘겨루기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도 지칠 대로 지쳤다. 이런 와중에 다행히도 정부에서 새해부터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경제와 민생문제 해결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여야도 이제 이념논쟁에서 한발씩 물러나 대화를 재개할 기미가 엿보인다. 제발 정치권이 다시 뒷걸음질치지 않기를 바란다. 부디 이번 연말연시가 여야 모두에 왕도정치의 기본원리를 되새기는 전기를 가져다 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도중만 목원대 역사학 교수
  • [서울광장]갈등만 키운 ‘2004 정치’/김경홍 논설위원

    [서울광장]갈등만 키운 ‘2004 정치’/김경홍 논설위원

    지난 1년 정치를 되돌아보면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고 보여진다. 정치인들이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기보다는 오히려 지켜보는 시민들이 험난했구나 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북한의 외교를 ‘벼랑끝 전술’이라고 불렀던 적이 있다. 결과가 이로울 수도 나쁠 수도 짐작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버텨보는 것이다. 운에 맡기는 것이다. 운이 좋으면 그나마 성공한 전술이 되겠지만 운이 나쁘면 함께 망하는 것이다. 2004 한국정치는 ‘벼랑끝 정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배째라 정치’로까지 뒷걸음질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총선도 치렀고, 정치판도 새판으로 갈아봤지만 남은 것은 없다. 이념, 색깔, 빈부, 계층간 이해 등 모든 이슈들을 도마에 올려봤지만 결과물은 없다. 갈등만 증폭시켰다. 생산이 없다면 일년 농사는 망친 것이다. 보스정치가 사라졌고, 돈 먹는 정치가 고개를 숙였다는 사실은 정치발전일 것이다. 하지만 새정치는 결국 생산적인 면에서는 걸음마도 못 뗀 형국이다. 지난 1년의 정치를 돌아보면 엄청난 사건들로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파동은 국론을 절반으로 갈라놓았다.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위헌 판결은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미워할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뿐이 아니다. 법치논란이 계속됐고, 과거사니 국가보안법이니 하면서 한순간도 국민들을 편안하게 내버려두지 않은 것이 지난 1년이다. 보수, 진보 세력은 물론 농민과 노동자, 솥단지 상인, 성매매여성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세력이 거리로 나선 것은 우리의 삶이 그만큼 피곤했다는 방증이다. 그저께 여야 수뇌부 4인이 연말까지 새해예산안과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을 처리하고, 이른바 4대입법은 여야가 합의해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을 해를 넘길까 두려워 생색을 내는 정치권이나, 이런 합의를 지켜보며 손톱만큼의 기대를 갖는 국민들이 안타깝기는 매 한가지다. 지난 한해가 정치권이 앞장서고, 국민들이 갈라선 갈등의 한 해였다면 내년은 갈등을 수습하고 경제적 활력을 회복하는 한해가 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서민들이 아우성치고, 자살자가 줄을 이었다면 어떤 이유를 댄다고 하더라도 좋은 정치라는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새해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60% 이상이 내년이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정치가 나아질 것이라는 징후도 없다.4대입법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기다리고 있고, 더욱이 여야는 전당대회 등 대권 전초전을 예비하고 있다. 희망보다는 불안한 요소들만 도사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정권을 목표도 일관성도 없는 정권이라고 비난한다. 분배도 놓치고 성장도 포기한 정권이라는 악평까지 듣고 있다.2년도 못 채운 정권으로서 억울한 면도 없지 않겠지만 적어도 우리사회 구성원의 절반 가까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저 넘길 일은 아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여권이 새해 국정운영 기조를 사회대통합으로 전환한다는 소식은 반갑다. 정치의 기본은 국민들의 삶을 보살피는 데 있다. 갈등을 줄이는 데 있다. 이제 역사니 민족이니 하는 거대담론을 붙잡지 말라. 가장 급한 것부터 해결하라. 이를테면 국가경쟁력 회복과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하다. 정치쟁점에 대해서는 쉬운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4대입법 가운데 국보법이 가장 어렵다면 과거사나, 언론개혁법 등을 먼저 하면 될 것이고, 갈등을 줄이려면 차선책을 마련하는 데 주저하지 말라.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천지개벽이나 혁명이 아니지 않은가. 김경홍 논설위원 honk@seoul.co.kr
  • 국보법 23일부터 본격 절충

    국보법 23일부터 본격 절충

    여야는 21일 4인 대표회담을 통해 임시국회 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함으로써 일단 ‘윈-윈’을 이뤄냈다. 양측은 실리와 명분을 주고받은 ‘절묘한 조합’을 도출했다. 열린우리당은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동의안에 대한 협조를 한나라당으로부터 얻어냈다.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 등 4대 법안에 대한 ‘합의 처리’를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양보받았다. 대신 ‘회기 내 처리를 위한 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미완의 합의’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합의 처리’와 ‘회기 내 처리’를 동시 달성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견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 폭을 좁히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닌 상황이다. 강경파와 온건파가 양립하는 양당 내부의 속사정이 걸림돌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는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마라톤 회담’에 임했다. 하지만 회담 결렬 시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여론의 비난을 우려한 때문인지 극적 타결을 이끌어 내기에 이르렀다. 양당 의원총회에서 협상 전권을 위임한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회담에 앞서 여야가 국가보안법의 연내 처리를 유보하는 대신, 나머지 법안은 연내 처리한다는 이른바 ‘3+1 방식’이나 국보법에 또 하나의 쟁점법안을 포함시켜 연내 처리를 유보하는 ‘2+2 방식’으로 절충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4대 입법을 분리하지 않고 한데 묶어 합의했다. 표면적으로는 4대 입법의 연내 처리를 주장했던 여당의 입장이 100% 반영된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회기내 처리’ 합의문구에 앞서 ‘합의처리’라는 문구를 넣는 데 성공함으로써 ‘2+2 방식’에 버금가는 실리를 챙겼다. 결국 열린우리당이 회기내 강행 처리를 주장하더라도 ‘비토권’을 확보한 셈이다. 열린우리당 강경파 사이에서는 “여차하면 4개 법안 가운데 하나도 연내에 처리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4대 입법이 연내 처리되지 못할 경우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회담 후 기자와 만나 “한나라당도 4대 법안의 연내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합의가 안될 경우는 해를 넘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양측은 4대 법안 외에 기금관리기본법·민간투자법·국민연금법·예결위 상임위화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22일 상임위를 재개하기로 했다. 국가보안법은 23일 오전 10시 4인 대표회담에서 본격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날 파행 국회의 정상화를 이끌어낸 ‘4인 대표회담은 여야의 새로운 협상모델로 등장했다. 기존 여야 영수회담과 달리 여야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2명씩 참여하는 방식으로 여야 협상의 ‘최종 출구’ 성격을 지닌 협의채널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전광삼 김준석기자 hisam@seoul.co.kr
  • [사설] 상생 길 튼 여야 4인 합의

    모처럼 여야가 보기 좋은 합의를 이루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정상정치의 궤도에 들어선 것을 환영한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어제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한 4인 대표회담을 갖고 임시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국가보안법 등 4대 법안을 오는 30일로 예정된 회기 내에 합의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특히 국가적 현안인 국보법 문제를 4인 회담을 통해 논의키로 함으로써 상생정치의 가능성을 열었다. 국보법, 사학법, 언론법, 과거사법 등 4대 입법을 둘러싸고 견해차가 크더라도 일단 협의를 시작하는게 순서였다. 이제까지 열린우리당은 자신들의 안이 지고지선인 듯 주장하고, 한나라당은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반대만 해왔다. 한나라당은 법사위 회의장을 점거하고, 열린우리당의 일부 의원들도 국회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었으니 국민들 보기에 딱한 노릇이었다. 그런 여야가 한발짝씩 물러서 여당은 합의처리 원칙을 약속하고, 야당은 대화테이블에 앉기로 했으니 큰 진전을 이룬 셈이다. 이번 합의를 이끌어낸 4인 회담은 국보법 협상을 위해 계속 가동된다. 다른 쟁점 입법들도 상임위에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4인 회담에서 다루기로 했다. 열린우리당의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등 4인이 전향적 자세로 절충한다면 나라의 모습이 바뀔 수 있다.4인의 분발을 촉구한다. 당내의 강경 목소리에 휘둘리지 말고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수준에서 타협의 묘를 발휘하길 바란다.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파병 연장동의안, 그리고 국민연금법·기금관리법 등도 민생 및 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안건이다. 국보법 협상에 묻혀 이들 현안이 소홀히 취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임시국회 회기가 열흘도 채 안 남았다. 밤을 새워서라도 토론하고, 협상해서 좋은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4인 회담의 합의정신을 이어감으로써 국민들이 우리 정치도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갖도록 해달라.
  • 예산·파병안 30일 처리

    예산·파병안 30일 처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21일 국회에서 대표·원내대표가 참여한 4인 대표회담을 갖고 진통을 거듭한 끝에 22일부터 임시국회를 열기로 하는 등 정국 정상화 방안에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12일째 ‘반쪽 임시국회’에 종지부를 찍고 22일부터 해당 상임위를 정상 가동해 새해 예산안을 비롯한 언론관계법, 사립학교법 개정안, 과거사 기본법 등 쟁점 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야간 이견의 폭이 여전히 커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 등 양당 지도부는 23일 4인 대표회담을 열어 국보법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폐지’와 ‘개정’을 둘러싸고 격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회담 뒤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등 중요 현안을 연내 처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어떻게든지 정국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법사위 회의실을 점거하고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박근혜 대표에게서 회담 결과를 듣고 농성을 풀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며 ‘240시간 연속 의총’을 이틀째 벌이고 있는 열린우리당 재야파 의원 30여명은 “노비문서”라며 회담 결과에 강력 반발하면서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4개 쟁점법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일방적으로 직권 상정해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수 김준석기자 vielee@seoul.co.kr ■ 4인 대표회담 합의문 ●임시국회 회기는 30일까지로 하며 29,30일 본회의에서 안건 처리한다.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동의안은 30일 처리한다. ●4개 쟁점 법안은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하며 회기 내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국가보안법 문제는 4인 대표회담에서 다룬다. 나머지 3개 쟁점 법안과 기금관리기본법·민간투자법·국민연금법, 예결위 상임위화 문제는 해당 상임위 또는 특위에서 논의하되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쟁점 사항은 4인 대표회담에서 다룬다. ●상임위에서 처리된 법안은 국회법 제59조 단서,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아 즉시 법사위에서 처리한다.
  • 여야 ‘4자회담’ 전격합의

    여야 ‘4자회담’ 전격합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석한 ‘4자회담’을 갖는다. 열린우리당이 20일 4대법안 처리 방식과 시기를 비롯해 임시국회 정상화 방안과 관련, 회담 개최를 제안하자 한나라당이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 열리게 됐다. 17대 국회 들어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한 자리에 만나는 것은 처음으로 여야 대치로 12일 동안 이어진 ‘반쪽 임시국회’를 풀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4대법안 합의처리’를 전제로 한 ‘조건부 등원’ 제안에 대해 “양당의 최종 책임이 있는 지도부가 각각 의원총회에서 전권을 부여받은 뒤에 협상을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즉시 4인이 만나 전권을 갖고 협상해 가부간에 결과를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4자회담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의 4자회담 제안은 박근혜 대표의 정국 정상화 제안에 대한 응답”이라면서 “내일 회담에서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등 임시국회의 전반적 일정부터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열린우리당이 모처럼 의원총회에서 정상화 방안과 관련, 지도부에 전권을 위임했으니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살려 회담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가파른 대치로 일관해온 ‘반쪽 임시국회’가 정상화될 물꼬가 트였고 4대법안을 비롯, 예산안,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민생관련 법안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4대법안 연내 처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합의처리와 연내 처리 불가’로 맞서고 있어 조율 과정에서 난항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아 여야의 대타협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은 이날 상임중앙위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4대법안의 연내처리를 재촉구한 뒤 임시국회 정상화 방안과 관련, 천 원내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또 유시민 의원 등 재야파 출신 의원 36명은 기자회견에서 “31일까지 국회 본회의장에서 240시간 연속 의원총회를 열겠다.”고 선언한 뒤 “탄핵으로 시작된 2004년을 국가보안법 폐지로 마무리하는 것이 역사와 국민이 준 엄중한 의무이자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이종수 박록삼기자 vielee@seoul.co.kr
  • 4자회담 예산·파병 처리용?

    국가보안법 개·폐문제 등 ‘4대 입법’을 둘러싼 여야간 극한 대치로 장기간 파행 운영돼 온 임시국회가 비로소 정상화 계기를 맞았다. 열린우리당이 20일 의원총회에서 ‘4대 입법’ 처리문제를 지도부에 위임키로 한 데 이어 한나라당도 열린우리당의 ‘4자회담’ 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정상화의 단초가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강경파의 불만과 불신이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는 데다 향후 협상과정에 산재해 있는 갖가지 걸림돌이 변수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 연장동의안 등은 여야 합의 아래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4대 입법 처리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여야 불신이 첫 걸림돌 여야는 그동안 수차례 원내 협상을 벌였고, 번번이 합의안을 파기하곤 했다. 그때마다 상대가 먼저 약속을 어겼다며 비난하기에 급급했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지난 정기국회 때 국가보안법을 법사위에 단독 상정한 것도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여야는 당초 정기국회에서는 국보법 폐지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지만, 한나라당이 공정거래법 표결 처리를 약속하고도 본회의 불참으로 무산시키자 국보법 상정을 강행했다는 게 열린우리당 주장이다. 이같은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면 이번 ‘4자 회담’ 역시 서로에 대한 감정만 악화시킨 채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아울러 ‘4자 회담’에서 합의안을 도출하더라도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이 거셀 경우, 또다시 파국을 맞게 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4대입법 처리까진 아직 먼길 ‘4대 입법’에 대한 여야 협상을 근본적으로 어렵게 하는 것은 법안의 처리 방식이다. 열린우리당은 4대 입법을 개별 상임위에서 법안별로 협의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곧 법안별로 여야 협의를 벌이되 접점을 찾지 못하면 표결로 처리하자는 얘기다. 반면 한나라당은 4대 법안에 대해서는 상임위가 아닌 특별기구에서 논의하고, 포괄적으로 합의처리하자는 입장이다.4대 입법과 관련,“합의 없이 표결 없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표결시 수적 열세를 감안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따라서 이번 ‘4자 회담’에서는 4대 입법에 대한 처리 방식이 가장 큰 쟁점이 될 것 같다. 박근혜 대표의 ‘4대 입법 합의 처리’ 요구를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어느 선에서 받을 것인지, 열린우리당의 ‘4대 입법 연내 처리’ 방침을 한나라당이 어느 선에서 수용할지가 이번 협상에서 풀어야 할 최대 과제인 셈이다. ●지도부의 흔들리는 리더십도 문제 원내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여야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이 전면에 부상했다. 열린우리당은 “원내대표 회담에서 의견 접근을 봐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의해 묵살된다.”고 주장하고, 한나라당은 “천정배 원내대표가 386 등 재야 출신 강경파들에 치여 소신 없이 이리저리 끌려다닌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그러면서 양측은 “우리 내부에는 이견이 없다. 저쪽이 문제”라고 손가락질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여당의 경우 4대 입법 협상을 지도부에 일임했지만 재야·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국보법 연내 폐지 거리행진을 벌이고, 재야파가 별도 모임을 갖고 지도부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한나라당 역시 박 대표와 김 원내대표간에 여당을 대하는 자세부터 차이가 감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與 “23일이 협상 마지노선”

    與 “23일이 협상 마지노선”

    국보법 폐지안 등 4대 법안을 놓고 여야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 정상화 시기를 놓고 여야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은 19일 “오는 23일까지 당내 의견을 계속 수렴하고, 대야 접촉도 계속할 것”이라고 협상의 ‘마지노선’을 설정했다. 이어 여당은 이날 밤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임채정 기획자문위원장 등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회의를 갖고 이번주 원내 전략을 숙의했다. 한 핵심 중진의원은 “한나라당이 합의처리만을 주장하며 등원을 하지 않을 경우 23일 파병연장동의안과 예산안을 처리한 뒤 30일 국보법 폐지안 등 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 회의에서는 사회권을 거부하고 있는 김원기 국회의장을 설득할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나라당은 ‘합의 처리’를 전제삼아 등원하겠다는 박근혜 대표의 제의를 수용할 것을 거듭 촉구하며 한발짝도 물러설 기색이 아니다. 이와 관련, 박 대표가 연내에 비교섭단체 3당 대표들과 연쇄적으로 개별단독 회동을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야권연대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측은 이같은 내용을 갖고 20일 오전 의총에서 의원들과 구체적으로 논의한 뒤 당의 최종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열린우리당 천정배,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가 주말 비공식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이 의장과 김 원내대표도 19일 오후 단독으로 만나 협상을 계속했으나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양측은 이라크파병 연장동의안과 새해 예산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나 4대 법안 처리방식을 놓고 각각 ‘협의 처리’와 ‘합의 처리’를 요구하면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천 원내대표는 “야당이 요구하는 4대 법안 합의 처리 및 연내 처리 유보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모든 현안에 대해 양당 입장이 강경하게 맞서 있어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전했다. 이 의장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도부에 협상을 위임키로 한 지난 17일 40여명의 의원들이 ‘4대 입법 연내처리’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면서 “당내에서는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흐름이 존재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손바닥 상정’시킨 열린우리당 법사위 최재천 간사는 “여야 지도부의 협상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23일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 게 확실해지면 장소를 변경해서라도 법사위에서 밀고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법사위 농성이 12일째인 만큼 직무대행의 권한문제도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제안에 대해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예결특위 소속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일요일인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계속했다. 문소영 김준석기자 symun@seoul.co.kr
  • 잔뜩 몸사린 우리당…대선 길 닦는 한나라

    ■ 잔뜩 몸사린 우리당 대선승리 2주년을 맞은 열린우리당이 너무도 조용하다. 이는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은 데다 예산심의,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 민생·개혁 법안 처리 등이 모두 지지부진한, 현재의 가파른 여야 대치 정국을 감안해 마냥 축제 분위기를 즐길 수 없다는 인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우수당원 600여명을 선정, 지역 시·도당에서 표창장을 수여하는 것으로 기념 행사를 대신했다. 지난해 국회 도서관에서 각계 인사들과 전·현직 의원들이 모여 진행한 것과 비교하면 잔뜩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이부영 의장은 “대선 2주년 기념행사 대신 내년 2월 취임 2주년에 맞춰 2005년에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명계남씨와 문성근씨 등 지난 대선 당시 ‘100만 서포터스단’의 주축을 이룬 노사모, 국민참여연대 등 회원들 200여명은 대선승리 2주년을 기념해 여의도의 한 호프집에서 소규모 자축연을 가졌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차기 대권주자’ 중의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정 장관은 대선 때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운동본부장을 맡은 인연으로 이날 행사에 참석했지만, 그보다는 ‘차기 대권 장기 포석’의 일환으로 읽혀진다는 관측도 나왔다. 정 장관은 당시 헌신적 지지를 보내던 노사모 등을 부러워했고,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내는 동안 노사모 조직 상층부를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이끌어내는 데 많은 공을 들이며 물밑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당직자는 “최근 국민참여연대가 만들어진 것도 정 장관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면서 “자신의 대권 의욕을 앞세워 당내 개혁세력의 분열을 일으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대선 길 닦는 한나라 “보수진영을 대변해 진보진영과 맞서 싸울 인터넷 논객 1000명과 연대하면 2007년 대선 승리도 가능하다.”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박형준 부소장은 “지난 2002년 대선에 이어 가깝게는 내년 국회의원 재·보선과 2006년 지방선거, 멀게는 2007년 대선에서도 인터넷이 승부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따라 여야간 ‘사이버 대전’이 볼만해지게 됐다. 박 부소장은 이어 “한나라당은 ‘국민들과 동떨어진 부패하고 게으른 보수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털어내지 않으면 사이버상의 보수세력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단없는 자성과 혁신을 통해 시민사회내의 건전한 보수세력들에 한나라당의 정책적 입장과 미래 비전 등 정치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만 그들과 연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오는 연말께 이뤄질 사무처 조직개편시 ‘인터넷 담당 부대변인직’을 신설키로 했다. 인터넷 담당 부대변인은 인터넷 상에서 네티즌들과 인터넷 매체들의 여론 동향을 살피고, 당의 정책과 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인터넷 방송국을 개국할 예정이다. 별도의 홈페이지를 통해 문을 열게 될 인터넷 방송국은 당과 관련된 정보와 소식들을 가감없이 네티즌들에게 전달하게 된다. 이외에도 장기적으로는 지구당 제도가 폐지된 정치 지형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 지구당’을 구축하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사설] 홍석현회장의 駐美대사 기용

    홍석현 중앙일보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은 대미외교의 중요성에 비추어, 충분히 써볼 만한 카드라고 본다. 한·미 관계는 큰 문제 없다는 게 우리 정부 공식입장이나,2기 부시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곳곳에서 우려의 소리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북한 핵문제, 주한미군 감축, 이라크 파병 등 다양한 현안에서 동맹의 중요성이 재조명되는 시점이다. 대미외교에 자원을 모은다는 차원에서, 홍 회장의 다양한 경륜과 인맥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의 기용을 두고, 부정적인 시선이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언론사 사주의 권력참여에 대한 평가도 다 같을 수는 없다. 네티즌들의 다양한 반응이 이를 보여준다. 한쪽에서 기용 배경이 뭐냐며 뜨악한 시선을 보내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삼성가와의 관계 등을 들어 국내정치용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주미대사직에 직업외교관 출신을 고집할 필요도 없고, 출신배경에 굳이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편협하고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코드’와 관계없이 주미대사 인사를 실용적 차원에서 접근한 점은 그래서 평가할 만하다. 연말연시에 예상되는 내각개편과 향후 여권인사에서도 인재풀의 외연을 확장해 국민통합과 국정운영의 수준을 높여 나가기를 권한다. 최근 들어,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진영 학자들 사이에 동맹에 대해 회의하는 목소리들이 잦고,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들에게 대응논리를 전개하기도 했다. 심지어 노무현정부를 가리켜 ‘이탈한 동맹’이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이들 미국내 여론주도층의 대한(對韓)인식을 바로잡는 게 대미외교의 시급한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워싱턴 조야에 다양한 인맥을 가진 홍 회장이 적임자라는 판단이 발탁배경이 됐다고 본다. 위기의 대미(對美)외교 전선에서 홍 회장이 보여줄 긍정적 역할을 기대한다. 다만 아그레망도 나오기 전에 그를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민다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다.
  • [홍석현 주미대사 발탁] 盧대통령 인사 ‘코드’서 ‘실용’으로

    |가고시마 박정현특파원|19일로 대통령 당선 2주년을 맞는 노무현 대통령의 가치관과 국정운영 스타일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대사로 전격 발탁한 것을 정·관계 등에서는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홍 회장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보수언론의 오너이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처남이기 때문이다.2년 가까운 집권기간 동안 줄곧 ‘코드 인사’를 강조해온 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홍 회장을 주미 대사로 발탁한 것은 노 대통령 특유의 깜짝 승부수로 해석할 수도 있고, 언론관과 기업관 변화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밝힌 홍 회장 발탁의 배경에서 미국관의 변화도 감지된다. 김 비서실장은 지난 16일 “앞으로 대미관계를 공고히 해야 하고, 이는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노 대통령이 숙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비서실장은 “양국이 정부 차원의 관계는 매우 돈독해지고 있지만 아쉬운 점은 미국 사회의 여론과 지식인 중에 한국에 대한 인식이 다소 좋지 않은 것이고, 이를 바로잡고 고양시켜야 한다.”면서 ‘깜짝 놀랄 만한 빅카드’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17일 보도된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이툰부대 파병 연장 이유에 대해 “미국에 안보·경제면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한·미간 특별한 관계를 염두에 두고 연장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연말에 산업공단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래시장 방문을 ‘정치적인 쇼’라면서 거부했던 노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자이툰 부대를 ‘깜짝 방문’한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이런 일련의 변화가 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이후에 ‘관용의 문화’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한민국이 관용의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면서 ‘관용정치’를 화두로 꺼냈다. 상대의 잘못을 용서한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 ▲세상의 가치와 원리의 변화를 인정하는 것 ▲동시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관용의 의미를 정의했다. 홍 회장의 발탁 배경도 이런 범주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노 대통령은 다음날 CBS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도 “관용의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데 대해서 많은 불안과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관용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변화들이 두달 뒤 집권 3주년 진입 과정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jhpark@seoul.co.kr
  • 與 4대입법 지도부일임 안팎

    與 4대입법 지도부일임 안팎

    여당이 4대 법안 처리를 원내 지도부에 일임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정치권이 해빙의 계기를 맞았다. 아직 열린우리당에서 구체적인 ‘당근’을 내세우진 않았지만 대야 협상카드가 다양해진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파행 임시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물꼬를 틀 것으로 예상된다. 시한에 쫓기고 있는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과 새해 예산안 처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對野협상카드 다양해져 해빙 계기 열린우리당은 경색 정국을 풀기 위해 한나라당 등원 요구 가운데 일부분을 받아들일 공산이 커졌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으로서 마냥 국회를 공전시킬 수 없다는 부담감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단 가운데 한 의원은 “김원기 의장이 여야 합의를 해오라며 본회의 사회를 계속 거부한다면 연말까지 여당이 처리할 수 있는 안건은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과 새해 예산안밖에 없다.”면서 “4대 입법안 일부라도 처리하기 위해서는 한나라당과 타협이 가능한 법안을 중심으로 연말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4대법안 중 국보법 내년 처리 검토 이에 따라 4대 입법 가운데 국가보안법 폐지안 처리는 내년으로 미루고 나머지 3개 법안만 연내 처리하는 ‘3+1’ 등의 협상안을 검토하고 있다. 역시 파행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한나라당도 등원의 명분을 찾게 되는 셈이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렇게 되면 예산안과 파병연장안 처리 전망도 밝아진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뜻대로 하려면 넘어야 할 벽이 있다. 특히 4대 입법 연내처리의 당론을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사실상 포기하는 모양새여서 강경파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여 강경파 4대법안 연내처리 서명 돌입 이런 가운데 당내 강경파들은 이날도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긴급조치세대 의원들의 모임인 ‘아침이슬’과 국민정치연구회, 참여정치연구회 소속 의원 21명은 모임을 갖고 4대 법안 연내처리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한나라당이 등원하지 않더라도 다음주에는 파병연장안과 예산안을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한나라당 내 반발도 있을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제안을 일부만 수용한다면 강경파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방향 선회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아 협상이 급진전될 가능성이 더 높은 분위기다. 이에 따라 막판 대타협을 위한 여야 접촉은 이번 주말부터 활발해지게 됐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파병연장안 처리 무산…김의장 표결 거부

    파병연장안 처리 무산…김의장 표결 거부

    열린우리당은 16일 여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를 처리하려 했으나, 김원기 국회의장이 표결처리를 거부해 끝내 무산됐다. 김 의장은 이날 오후 6시40분 열린우리당의 본회의 개회 요구에 응했으나 “집권 여당은 국정운영의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정당으로 한번 더 참고 관용해 한나라당 의원이 등원할 수 있도록 더 설득해 달라.”고 요청하며 13분 만에 산회를 선포했다. 이날 본회의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이해찬 국무총리와 정동영 통일부장관 등 의원 겸직 국무위원을 포함해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 150명 전원이 출석했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 천정배·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김 의장 주재로 회동을 갖고 임시국회 정상화를 위한 절충을 시도했으나 끝내 결렬됐다. 이종수 문소영기자 vielee@seoul.co.kr
  • 국제 약속 이행·野압박 ‘두토끼 잡기’

    국제 약속 이행·野압박 ‘두토끼 잡기’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강행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현실과 명분 사이에서 득실 저울질을 거듭해야 했다. 열린우리당은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 대외적으로 표방한 한·미동맹 공고화 및 국제적 약속 이행이라는 명분과 함께 ‘다른 법안들도 한나라당을 배제한 채 강행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한나라당에 경고하는 성격이 강하다. 또한 늘상 ‘안보’와 국익을 강조해온 한나라당에 정치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16일 의총에서 ‘권고적 찬성 당론’을 정한 뒤 단독으로라도 처리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서둘러 처리하지 못하면 이라크 파병 3개월 만에 짐을 싸야 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물론 당 내부에서 임종인 의원 등 30여명 의원들이 이라크전 자체를 ‘미국의 침략전쟁’으로 규정지으며 반대하고 있는 점이 부담스럽긴 했다. 하지만 지난달말 이라크 현지조사단의 ‘자이툰 부대는 안전하다.’는 보고가 당 지도부의 짐을 덜며 ‘결단’을 재촉한 측면이 강하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라크파병연장 찬성이 대다수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장 입장은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최대 현안인 ‘국보법 폐지 정국’에서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계속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주되게 작용했다. 한나라당측은 15,16일 이틀에 걸쳐 김원기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얘기를 나누며 국회정상화 방안 제시 등 나름대로 성의있는 자세를 보였지만 여당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또한 청와대와 정부측이 그동안 공식적으로 한 차례도 협조를 요청하지 않은 사실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된 측면도 있다. 지난 15일 밤 윤광웅 국방장관이 박근혜 대표를 찾아 “여야가 협조해서 처리해 달라.”고 간청했지만 끝내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金의장 “더 지둘러” 與 “너무해”

    “의장님에게 이럴 권한이 없습니다.(강창일 의원)” “의장님, 너무하십니다.(김희선 의원)” 16일 김원기 국회의장이 임시국회 본회의 개회를 선포한 뒤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의 표결 처리를 할 수 없다는 자신의 입장만 밝히고 13분 만에 산회를 선포하자 열린우리당 의원석에서는 곧바로 고함이 터져나왔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이 등원을 거부한 탓에 개원 정족수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날 오후 2시부터 다섯 시간째 국회 본회의장을 지켰던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은 특히 이해찬 국무총리와 정동영 통일부·김근태 보건복지부·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등 의원직을 보유하고 있는 국무위원에다 병원에 입원한 조일현 의원까지 150명 전원이 참석했다. 이날 본회의 개의에 앞서 천정배 원내대표 등 대표단과 문희상·한명숙 의원 등 중진들이 여러 차례 의장실을 찾아가 간곡하게 사회를 볼 것을 요청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지역구인 전북 정읍을 돌아보는 등 계속 ‘딴전’만 피우다가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이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 의장의 표결 거부에 대해 열린우리당 이종걸 원내수석부대표가 5분 발언을 통해 “한나라는 적법하게 소집된 임시국회에 불참했다.”며 “입으로만 외교와 안보를 외치는 한나라당의 저의가 드러났다.”고 비난한 뒤 김 의장의 사회를 거듭 요청했지만 그는 곧바로 산회를 선포했다. 산회 직후 가진 긴급의총에서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소수 정파의 국익을 팽개친 정략에 (김 의장이)결과적으로 동조한 셈이다.”면서 천 원내대표답지 않은 ‘강성 발언’까지 했다. 의원들 대부분은 본회의장을 나서면서도 분을 삭히지 못한 듯 의장에 대한 서운함을 나타냈다. 강창일 의원은 “국회의장이 이렇게 지나치게 막강한 권한이 있는지 몰랐다.”면서 “의원 과반수가 하자는데 사회를 거부할 수가 있나.”라고 의장을 비판했다. 이상민 의원은 “의장으로서 권한 남용이다.”면서 “적법하게 소집되고 적법하게 안건 상정을 했는데 본인의 이미지만 살리려고 대의를 잃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임종인 의원은 “우리가 과반수 점한 것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김 의장이 하반기 의장도 꿈꾸는 것 같다.”면서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일부 의원들은 김 의장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김부겸 의원은 “국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 상태로 사회를 보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면서 “한나라당 입장에서 국회의장은 자신들의 마지막 보루인데 그러한 바람을 거부하면 국회는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고 의장을 감쌌다. 김형주 의원 역시 “김 의장이 아직까지 명분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탈하기는 열린우리당 소속 국무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본회의장을 빠져 나가며 따라붙는 취재진들에게 “다섯 시간을 기다렸다.”면서 허탈한 심경을 넌지시 밝혔다. 이 총리는 산회 직후 아무 말도 없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박록삼 김준석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국회 정상화 움직임에 거는 기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어젯밤 기자회견을 갖고 열린우리당이 4대 법안에 대해 합의처리를 약속하면 임시국회에 등원할 뜻을 밝혔다. 일단 국회가 정상화될 여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4대 법안 합의처리와 함께 국가보안법은 법사위 이외의 별도기구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한나라당은 체면치레용 명분찾기에 연연하지 말고 깨끗이 등원선언을 하는 게 당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제까지 등원을 거부해온 주된 이유는 4대 입법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등을 강행처리할 수 있는 장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전략이다. 임시국회는 여당에 의해 이미 열려있으므로 여권이 마음만 먹으면 단독처리는 언제나 가능하다.4대 입법은 국민적 관심이 높고, 여야간 협의해 처리하라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어서 강행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법사위에서 논의하든, 특위나 원탁회의에서 따로 논의하든 과정은 크게 다를바 없다. 한나라당이 시간끌기용으로 별도 논의기구를 주장했다면 옳은 자세가 아니다. 그래도 여당은 한나라당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4대 입법 처리 지연전술이 의심되더라도 끝까지 야당을 포용하고 가야 하는 게 여당의 숙명이다. 아직 새해 예산안이 예결위에서조차 처리되지 않았고, 이라크파병 연장동의안과 경제활성화 관련법 등 시급한 현안이 계류되어 있다. 예산과 관련, 한나라당은 7조원 이상 삭감을 주장하면서 여당이 비협조적이어서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불평한다. 그럴수록 예산심의에 참여해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논의를 아예 보이콧하는 태도는 무책임하다. 여야는 빨리 국회를 정상화시켜 예산안과 파병연장 동의안, 그리고 민생법안을 처리토록 하라.
  • [국제플러스] 이라크 폴란드軍 내년 30%감축

    |바르샤바 AFP 연합|예르지 스마진스키 폴란드 국방장관은 14일 이라크 주둔 폴란드군의 병력을 내년 2월부터 3분의1 가까이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마진스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주둔 폴란드군의 감축계획에 따라 현재 2400명인 이라크 파병 병력을 내년 2월 초순부터 1700명 수준의 군과 군무원으로 감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폴란드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초기부터 병력을 파견,15개국으로 구성된 6500명의 다국적군을 지휘하고 있다. 폴란드는 미·영 및 한국에 이어 4번째로 많은 병력을 이라크에 주둔시킨 나라다.
  • 朴대표 “4대법안 합의처리 與 약속하면 등원”

    朴대표 “4대법안 합의처리 與 약속하면 등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5일 밤 10시 30분쯤 국회에서 심야 기자회견을 갖고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등 4개 법안을 합의 처리해주면 임시국회에 참여하겠다.”고 조건부 등원 의사를 밝혔다.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은 “16일 회의를 열어 박 대표의 제안을 수용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처리를 위해 16일 본회의를 단독으로라도 열기로 한 열린우리당이 박 대표의 제의를 수용할 지 주목된다. 박 대표는 이날 “국가보안법은 ‘원탁회의’나 특위 등 별도 기구에서 합의될 때까지 논의한 뒤 법사위에서 처리하고 나머지 3개 법안은 공청회 등을 거쳐 충분히 논의해 해당 상임위에서 합의 처리하자.”고 제의했다. 박 대표는 이어 “열린우리당이 이같은 합의 처리에 동의해주면 16일 본회의 등 임시국회에 참여하고 법제사법위원회 농성도 풀겠다.”고 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이와 관련,“두가지 전제조건이 받아들여질 경우 내일 본회의에 참여해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 처리에 협조하고, 예산안 심의에도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오후, 밤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의원총회를 열고 당 국가보안법 개정안 준비특위가 마련한 개정시안을 토대로 국보법 개정안 당론을 확정하려 했으나 법안의 명칭 및 제2조의 ‘정부참칭’ 문구 등 일부 쟁점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표결끝에 당론 결정을 지도부에 위임했다. 한나라당은 의총을 통해 제10조의 불고지죄를 삭제하고 제 7조의 찬양. 고무 조항의 경우 ‘공공연한 찬양 및 선전선동행위로’ 처벌대상을 축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전향적인 방향에서 의총에서 장시간 토의된 내용을 참고해 결정하겠다”고 말해 ‘정부 참칭’ 조항을 변경하고 법안 명칭을 바꾸는 방향으로 결론을 낼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김원기 국회의장 주재로 이날 오후 회동을 갖고 임시국회 정상화 방안과 파병연장동의안 처리를 위한 한나라당의 등원 여부를 논의했지만 절충에 실패했다. 양당 원내대표는 16일 다시 회동을 갖고 절충을 재시도할 예정이다. 김 의장은 전날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법안에 대해서는 사회를 보지 않겠으니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법안을 조율하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여, 3단계 전략 ‘만지작 만지작’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임시국회 등원을 끝내 거부할 경우 이라크 추가 파병안과 내년도 예산안, 국가보안법 등 주요 안건을 이달 안에 국회 본회의에서 3단계에 걸쳐 강행처리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고위 관계자는 “이라크 파병안과 예산안 등은 시한이 있기 때문에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한나라당과 최대한 타협을 시도하되, 안 되면 여론이 우호적인 안건부터 처리를 시도함으로써 등원을 압박하는 전략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16일 이라크 파병안 처리→23일 예산안 처리→30일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4대 법안 처리 등 구체적 처리 날짜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다른 당직자는 “15일 법사위에서 국보법 강행처리를 시도할 예정이다.”고 귀띔해 강경 기류를 반영했다. 열린우리당측이 만지작거리고 있는 3단계 시나리오에 따르면,16일 1단계로 가장 부담이 적은 이라크 파병안 처리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파병안의 경우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의 강행처리를 적극적으로 비난하진 못할 것이란 기대가 곁들여져 있다. 만약 그후에도 한나라당이 등원하지 않는다면 24일쯤 “나라살림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예산안을 강행처리한다는 전략이다. 그래도 안 들어오면, 여세를 몰아 30일이나 31일쯤 국보법 등 민감한 법안 처리까지 밀어붙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물론 본회의 사회권을 쥔 김원기 국회의장의 협조가 관건인데, 명분을 충분히 축적한다면 김 의장도 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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