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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부 “한·중 구두양해 적절한 외교행위”

    외교부 “한·중 구두양해 적절한 외교행위”

    “‘구두 양해’가 지금 상황에서는 적절한 외교적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최영진 외교통상부 차관은 25일 오전 CBS 시사프로그램 ‘뉴스레이다’에 출연,문서 합의가 아닌 구두양해는 ‘저자세 외교’였다는 비난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최 차관은 “구두 양해도 상당한 구속력이 있으며,문서로 할 수 없었던 데는 양측 모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우리가 원하는 모든 왜곡의 중지라든가,‘교과서 출판물 홈페이지 등 정부의 어떤 데서도 왜곡하지 않겠다.’‘시정하겠다.’는 등 이런 모든 것을 다 받아내야 하는데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구두 양해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중국의 제안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우리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합의문 작성은 우리의 목표였으나,중국이 ‘영토와 국경에 대한 상호 존중’ 등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해와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합의문은 기본적으로 ‘(합의 주체인) 쌍방은 이렇게 한다.’는 의무사항을 나열하는 상호주의에 따라 작성하게 마련.고구려사 왜곡 파문은 중국측의 잘못으로 빚어진 일인 만큼 이런 형식을 채택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특히 중국이 ‘한국도 향후 역사왜곡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는 등 양국의 의무조항을 담으려 했기 때문에,우리는 “차라리 각자 주장한 것을 각자 발표하고 말자.”고까지 했다는 것이다.결국 5개항으로 양해사항을 정리하고,역사왜곡의 중단과 시정조치의 주체는 중국으로 한정했다고 한다. 최 차관은 이날 “중국정부가 재차 고구려사에 대한 왜곡조치를 할 경우 한·중관계의 손상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아테네 중계석]

    ●레슬링 ‘다크호스’ 정지현 8강행 레슬링의 ‘다크호스’ 정지현(한체대)이 26일 아테네 아노리오시아홀에서 열린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급에서 연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정지현은 1회전에서 블로지미에르즈 자바즈키(폴란드)를 10-2로 완파하고 2회전에 오른 뒤 비탈리 라히모프(아제르바이잔)마저 3-0으로 누르고 2연승,A조 1위로 8강에 올랐다.최덕훈(성신양회)은 74㎏급 A조 예선에서 1승1패에 그쳐 2승을 거둔 필리베르토 아즈쿠이(쿠바)에게 8강 티켓을 넘겨줬다. ●복싱 홍무원·백종섭 4강 좌절 홍무원(상무)과 백종섭(대천체육관)이 복싱 4강 진입에 실패했다.홍무원은 25일 페리스테리올림픽복싱홀에서 벌어진 48㎏급 8강전에서 얀 바르텔레미 바레라(쿠바)에 30-11로 패했다.60㎏급의 백종섭도 아미르 칸(영국)의 소나기 펀치에 1회 1분37초 만에 RSC패로 무너져 4강 문턱에서 쓴잔을 들었다. ●유나미·김성은조 15위 그쳐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의 유나미-김성은 조가 25일 올림픽아쿠아틱센터에서 벌어진 듀엣 부문 자유경기에서 44.250점을 받아 15위에 그쳤다.지난 5월부터 호흡을 맞춘 유-김 조는 이로써 전날 규정경기(43.834)와의 합계 88.084점으로 공동 14위에 머물러 12개팀이 오르는 결선 문턱에서 탈락했다. ●오티 200m 준결승서 부상 경기 포기 ‘비운의 흑진주’ 멀린 오티(44·슬로베니아)가 25일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육상 여자 200m 준결승 도중 부상으로 레이스를 포기했다.부상과 약물 파문,조국 자메이카의 냉대와 국적 변경 등 숱한 굴곡 속에서도 25년 동안 꿋꿋이 트랙을 지켜왔지만 6번 출전한 올림픽에서 모두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한 오티는 이날도 출발 직후 50m 채 못미친 지점에서 역주를 중단,쓸쓸히 트랙에서 퇴장했다. ●이스라엘 요트서 올림픽 첫 金 이스라엘이 올림픽 출전 사상 첫 금메달을 요트에서 따냈다.갈 프리드만(이스라엘)은 25일 아테네 세일링센터에서 열린 요트 남자 미스트랄급에서 11경주 순위 합계 42점으로 니코스 카클라마 나키스(그리스·52점)를 꺾고 우승했다.이로써 프리드만은 이스라엘이 52년 헬싱키올림픽에 출전,세계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52년 만에 조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비치발리볼 美 월시-메이조 金 세계 최강의 비치발리볼 듀엣 케리 월시-미스티 메이(미국) 조가 25일 팔리로 비치발리볼센터에서 벌어진 여자부 결승에서 아드리아나 베하르-셸다 베데(브라질) 조를 2-0으로 완파하고 우승했다.
  • [한·중 고구려사 ‘구두 양해’] 한·중 합의내용을 보면

    고구려사 왜곡 파문 수습을 위한 24일 한·중 양국간 ‘구두양해’는 “지난 2월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요약된다.당시 양국은 ‘정치문제로의 비화를 막자,학술회의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런 점에서라면 이번 구두양해는 새로운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기 어렵다.장기적으로 보면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정도의 합의인 데다 그마저도 성사여부를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구두’로 ‘양해’한 일은 구속력에 심각한 회의를 갖게 한다.공동성명,공동발표문,공동언론발표문 등 일정 정도의 정치적 구속력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구체적 내용의 ‘문서화’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구두양해에 따른 점검장치와 관련,정부측의 답변은 “경각심을 늦추지 않고 이행여부를 지켜보겠다.”는 것이었다. 양국이 실질적으로는 ‘중앙·지방정부 차원의 왜곡을 중단한다.’는 데 합의했다고는 하지만,지안(集安)시 등에서 제작한 왜곡 홍보물의 철수여부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중국측이 과거 고구려사를 왜곡한 책자 등을 실제로 고칠지도 의문이다.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문제를 복잡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거기까지 진전시킨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중국의 동북공정 폐기 여부에 대해서는 아예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이런 이유에서 정부 고위당국자도 “완전히 해결됐다기보다는 의미있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보면 되고,방향을 확실히 해 나가자는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주문했다. 다만 중국이 양국간 2월 합의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왜곡을 감행하고,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시정요구에도 여기에 응하지 않았던 ‘현실’을 감안하면,이번 구두 양해를 ‘일보 진전’으로 평가할 대목은 있다. 일단 중국의 ‘왜곡 행보’에 제동을 걸고,속도를 늦췄기 때문이다.정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합의문’이라는 우리측 요구를 회피하기는 했지만,양국간 ‘양해사항’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희망을 피력했다. 하지만 이같은 나름의 외교적 성과에도,구두 양해에 무게가 실리지 못하는 것은 중국이 이미 한차례 양국간 합의를 깬 전력 때문이다. 특히 외교부 홈페이지와 관련,우리의 강력한 항의 뒤에 최근 내놓은 조치가 ‘현대사 이전 삭제’였던 탓에 이번에도 미봉책 또는 국면전환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한·중 고구려사 ‘구두 양해’] “지방정부서 벌인 일” 중국 종전주장 번복

    [한·중 고구려사 ‘구두 양해’] “지방정부서 벌인 일” 중국 종전주장 번복

    고구려사 왜곡 파문이 일단락되는 과정에서 중국측은 말을 바꿨다. 중국측은 그동안 지방정부과 일부 학자들을 앞세워 시작한 이른바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고구려사를 왜곡했다.동북공정은 중국 동북 변경지방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일련의 연구 작업이고,고구려사가 중국사의 일부라고 주장해 왔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우리 정부가 우려를 표시하자 중국측은 “지방정부나 대학에서 벌어지는 일을 중앙정부가 일일이 통제하기는 힘들다.”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하지만 지난 23일 마라톤 회담 과정에서 중국측은 말을 180도 바꿨다.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중앙과 지방정부가 역사왜곡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최영진 외교부 차관은 중국 정부가 중앙과 지방을 모두 일컫는 것인지 다시 물었다. 우다웨이 부부장은 “(정부는 중앙·지방을)함께 아울러 칭하는 것”이라고 확인해 줬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한·중 고구려사 ‘구두 양해’] 中 왜 서둘러 합의했나

    “고구려사 문제를 한국이 이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지 몰랐다.” 우리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항의할 때 중국 당국자들의 반응이었다.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시도를 지켜보던 우리 정부가 직접 중국과 외교라인을 통한 협상에 돌입한 것은 지난 4월9일.중국이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 부분을 삭제하면서부터다.정부는 나흘 뒤인 13일 김하중 주중대사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강력 항의하도록 했다.이어 14일엔 최영진 외교부 차관이 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홈페이지의 원상복구를 강하게 요구했다. 중국측은 우리 정부의 심각한 대응에 놀라면서도 미동도 않았으며,우리 정부는 지난 5일 박준우 외교부 아태국장을 베이징에 급파해 정부의 입장을 거듭 전달했다. 양국 정부는 지난 14일쯤 제3국에서 외교당국자간 극비 회동을 통해 사전조율에 나서 ‘터닝포인트(전환점)’를 마련했다.중국 정부가 지난 22일 우다웨이 외교부 아시아담당 부부장을 극비리에 서울로 보내면서 고구려사 왜곡 파문의 실타래는 풀리기 시작했다.주일본 대사였던 우다웨이 부부장이 본부로 자리를 옮긴 지 3일 만의 일이었다. 우다웨이 부부장은 반기문 외교부장관,최영진 외교부 차관,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등 핵심인사들을 잇달아 만나는 고위급 ‘릴레이 협상’을 벌였다.반 장관은 24일 국회에서 “중국 최고위층의 결단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오는 26일 국가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고구려사 문제를 조기에 해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하지만 느긋하게 끌어오던 협상을 외교부 부부장이라는 고위급 인사를 보내 속전속결로 처리한 데는 ‘꼭 숨겨야 하는’ 다른 의도가 깔려 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韓·中 고구려사 ‘문서없는 합의’

    韓·中 고구려사 ‘문서없는 합의’

    ‘구두(口頭) 양해’는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것인가.’ 고구려사 왜곡 파문이 한·중 수교 12주년을 맞은 24일 우리에게 남긴 숙제다.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처럼 ‘경각심을 늦추지 않고,양해 사항이 준수되는지’ 정부와 국민들이 지켜보는 일만 남게 됐다. 이날 한국과 중국은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구두 양해’로 해결 방안을 모색,심각한 갈등으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는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 여지를 만들었다.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중국이 우리 입장을 수용한 것”이라고 평가했고,고위 관계자는 “방향은 잡혔고 의미있는 첫걸음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비난 일색이다.외교부 홈페이지에도 “우리 정부가 중국의 전술에 말려들었다.” 등의 주장과 비난이 빗발쳤다. 문제는 ‘구두 양해’에 있다.이날 발표된 구두 양해문은 대화 당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알아듣기 어려운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당국자의 주석(註釋)이 달린 뒤에야 이해가 가능한 정도다.또 양해사항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게 정설이다.더구나 구두 양해는 문서로 명시한 양해사항보다 구속력이 더 떨어진다.물론 중국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고,‘양측의 협의 내용을 이렇게 언론에 발표하겠다.’는 점을 중국이 양해한 형식이다. 양측은 실질적으로 ▲중앙·지방을 불문하고 정부 차원에서 왜곡을 시도하지 않겠다 ▲중앙 및 지방정부의 출판물에서 더 이상 왜곡은 없다 ▲내년 가을학기에 사용될 초·중·고교 역사교과서 개정과정에서 고구려사 왜곡 내용을 싣지 않겠다는 데 합의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고구려사를 원상복구하라는 요구 말고는 거의 다 수용됐다는 게 정부의 자평이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합의문서 형식으로 명확히 정리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있었지만,‘양해 사항’도 상당한 구속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가 경각심을 갖고 관찰해야 하는 이유는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한·중간의 시각차가 현격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협상에서 “한국도 (중국)동북지방에 대해 (중국의) 우려를 씻을 만한 조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해 왔다.“한국의 정계·학계 인사 및 정부 관련기관 발행물이 ‘중국 동북지방 회복주장’ 등을 거론하며 먼저 만주 진입을 시도했다.”면서 고구려사 문제와 함께 이 문제를 합의문에 넣자고 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고구려사 왜곡은 정부 차원의 행위이나,‘동북지방 회복’ 주장은 우리 정부가 한 일이 아닌 만큼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또한 중국은 “중국이 역사왜곡을 했다는 사실을 한국 교과서에 넣지 말아 달라.”는 요구도 해왔다.“‘중국 정부가 고구려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내용을 한국 초·중·고교 역사교과서에 넣으려는 시도가 있다.”면서 이 문제도 동등하게 다루자고 주장했다.중국측이 구두 양해를 실천할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대목이다. 여야 정치권도 한·중간 ‘구두 양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강력하고 지속적인 대처를 정부에 촉구했다.여야는 한·중간 양해사항이 중국측 기존 입장의 연장선상에 머물고 있을 뿐 아니라 구체적이지도 않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어 ‘합의’로 보기에는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실내악단 ‘예음클럽’ 5년만이네

    실내악단 ‘예음클럽’ 5년만이네

    공연예술전문 월간지 객석과 함께했던 프로젝트 실내악단 예음클럽이 해단 5년 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객석 창간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커버 스토리’라는 타이틀로 새달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서는 것. 사람의 겉을 다스리는 예(禮)와 안을 다스리는 음(音)의 조화를 추구한다는 의미를 가진 예음클럽은 1984년 객석의 창간과 동시에 중견 솔리스트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85년 첫 무대를 연 이래 매월 1회 공연을 꾸준히 이어가며 국내 클래식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피아노 5중주 형태로 시작했지만 멤버들이 늘면서 목관 5중주 등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다. 현재 예술의전당 사장인 피아니스트 김용배씨를 비롯해 피아니스트 김대진(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김금봉(연세대 교수),바이올리니스트 이택주(예술의전당 음악감독)·김순영(추계예술대 교수),비올리스트 오순화(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첼로 박상민,더블베이스 안동혁 등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예음클럽을 거쳐갔다. 이들을 포함해 15명이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꾸민다.프로그램은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송어’,풀랑크의 ‘피아노 6중주’,생상스의 ‘트럼펫 7중주’ 등 대중적이면서도 최근 실내악단의 기근으로 좀처럼 듣기 힘든 곡들을 골랐다.객석 발행인인 연극배우 윤석화씨는 “예음클럽은 한국 실내악의 살아있는 역사”라면서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것이 예술의 사명이라는 생각으로 콘서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오후 8시.1만∼10만원.(02)3673-2001.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새달 문여는 코엑스아트홀 개관작 ‘어머니’ 주연 손숙

    새달 문여는 코엑스아트홀 개관작 ‘어머니’ 주연 손숙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서울 강남의 중심부에 소극장이 들어선다.새달 10일 강남 최대의 상권인 코엑스 빌딩 안에 문을 여는 250석 규모의 ‘코엑스아트홀’.코엑스 개관 초기부터 뜻있는 연극인들이 줄기차게 건의해온 사항을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재철)가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결실을 맺게 됐다. 배우 손숙(59)도 코엑스내 공연장의 필요성을 줄곧 주장했던 연극인 중 한 사람.“외국 호텔에 가보면 로비에 공연 안내 책자가 꼭 있잖아요.코엑스 주변은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이렇다할 공연장 하나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지요.” 개관작으로 연극 ‘어머니’(이윤택 작·연출)를 올리자고 했을 때 흔쾌히 응한 이유도 소비 위주의 강남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에서였다.“사실 일부 대학로 지하 소극장의 경우 유료 관객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시설이 열악하죠.코엑스아트홀은,강남 관객들이 자부심과 여유를 갖고 애용하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코엑스아트홀은 연극,무용,뮤지컬,국악 등 공연예술은 물론 영화 상영까지 가능한 복합 공연장을 지향한다.양쪽 벽을 유리로 만들어 공연이 없는 낮 시간대에는 행인들이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인터뷰차 극장에 들른 손숙은 “1층 객석을 더 늘릴 수 없느냐.”“2층 발코니석을 일자형 의자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등 시어머니처럼 이것저것 꼼꼼히 살폈다.그러더니 “위치도 좋고,시설도 최첨단이라 맘에 들지만 객석이 좀 적은 게 흠”이라며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연극 ‘어머니’는 배우 손숙에게 여러모로 ‘특별한’ 작품이다.99년 정동극장 공연 당시 20년 장기 계약의 명예를 안겨줬는가 하면 곧이어 러시아 공연에서의 격려금 파문으로 한달여 만에 환경부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한 불운을 동시에 맛보게 했다.하지만 세간의 얄팍한 호기심과 달리 그가 이 작품을 대하는 마음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내 어머니에 대해서,그리고 나 스스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여자의 일생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르죠.요즘 내 또래 여배우가 할 만한 역할이 별로 많지 않은데 나이 들어서도 오래 할 수 있는 역할을 만난 건 행운이지요.” 우리네 어머니의 인생을 웃음과 눈물로 풀어낸 이 연극에서 그가 보여주는 어머니는 사실 전통적인 어머니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왜,어머니하면 강부자씨처럼 푸근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난 마르고,깍쟁이 같은 인상이잖아요.그래서 초연 때는 의외라는 반응이었어요.그런데 사실 내 어머니나 이윤택씨 어머니나 한에 얽매여 눈물로 지내기보다는 해학이 넘치는 유쾌한 분들이었죠.” 연극 ‘어머니’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이윤택 연출가의 모친은 지난달 별세했다.장례식은 밀양공연예술제와 맞물려 연극 ‘오구’처럼 축제 형식으로 치러져 화제가 됐다.그는 “고인이 이 작품을 참 아끼셨다.몇번 무대에 나와서 인사도 하셨는데 참 당당하고 대단한 어머니였다.”고 회고했다. 어느덧 연기 인생 40년을 보낸 배우.그는 갈수록 연극이 힘들다고 했다.연습하고,무대에 오르는 행위 자체는 어려울 게 없지만 점점 척박해지는 연극 환경이 배우로서의 삶을 힘들게 한다는 것.“돈도 별로 못 벌고,매일 관객이 얼마나 들지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공연 끝날 때마다 ‘이제 연극 안 해.’라고 다짐하지만 몇달 못 가 ‘무대병’이 도지는 바람에 번번이 주위 사람들에게 실없는 사람이 된다며 활짝 웃는다. 그에게 ‘여배우로서 나이 드는 것’의 의미를 물었다.“글쎄요,맡을 수 있는 배역이 줄어드는 건 슬프지만 삶이 주는 다양한 경험을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것 같아요.무대에선 아래 위 10년 터울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도 남다른 재미고요.” 연극 외에 요즘 그가 힘을 쏟는 일이 한 가지 있다.헌옷,중고 가전제품 등을 기증받아 판매하고,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아름다운 가게’다.그는 “나이 들어 봉사하면서 살 수 있는 것도 큰 행운”이라고 했다.공연은 10월2일까지.1만 2000∼5만원.(02)747-629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박근혜대표 “친북·용공 포함 과거사 규명”

    박근혜대표 “친북·용공 포함 과거사 규명”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부친의 친일행적 파문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절차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전제로 과거사 진상규명 수용의사를 밝힘으로써 정치권의 과거사 진상규명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다만 한나라당은 진상규명 과거사에 ‘친북·용공 활동’을 포함하고,위원회도 별도 독립기구로 구성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특위를 국회내 자문기구로 설치하고 규명 대상도 친일행위와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사건을 중심으로 한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협의과정에서 과거사 진상규명 위원회의 성격과 과거사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9일 상임운영위에서 “과거사 규명은 포괄적이고 대폭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국회 특위가 아닌 중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기구로 과거사조사위를 구성할 것을 여권에 역제의했다. 박 대표는 “6·25전쟁에서 누가 나라를 지켜냈는지,4·19혁명이 일어나도록 한,부패하고 무능한 사람은 누구였는지,5·16 이후 산업화 과정의 공과는 무엇인지,냉전시대에 누가 안보를 지켜냈고 위협했는지 등도 공정하게 가려야 한다.”고 말해 친북활동과 용공활동도 조사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신경쓰지 말고,아무 부담도 갖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그러나 열린우리당 과거사 태스크포스팀 단장인 원혜영 의원은 “이미 조봉암 선생 가족 같은 분들은 빨갱이로 몰려 반세기 동안 불이익을 받았고,(과거)정권에 의해 이 부분은 밝혀질 만큼 밝혀졌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갑수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박 대표의 주장은 ‘친북·용공 색깔론’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원내수석부대표 회담에서 과거사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공감했으나,국회내에 특위를 설치하자는 우리당의 제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정치성을 배제한 중립적 기구를 국회 밖에 둬야 한다며 반대,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우리당 ‘원톱’ 시스템으로…辛의장 19일사퇴

    우리당 ‘원톱’ 시스템으로…辛의장 19일사퇴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19일 의장직을 사퇴한다.새 의장은 당헌당규에 따라 다음 순번의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이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선친의 친일(親日)행적 파문에 따른 신 의장의 사퇴로 여야의 과거사 진상규명 공방은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지금까지 신기남 의장-천정배 원내대표의 ‘투톱’ 시스템으로 운영돼 왔으나 앞으로는 천 원내대표 중심의 ‘원톱’ 시스템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신 의장 비서실장인 김부겸 의원은 18일 “신 의장이 사퇴 결심을 굳혔고,19일 공식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부친 문제로 사퇴하는 것은 문제라는 당내 의견도 있으나 신 의장은 자신의 거취가 과거사 규명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이같은 뜻을 중진을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이로써 신 의장은 지난 5월17일 정동영 전 의장으로부터 의장직을 승계한 지 석달여 만에 낙마하게 됐다. 신 의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광복회관으로 김우전 광복회장을 찾아가 “선친 문제로 독립유공자께 심려를 끼쳐 매우 죄송하다.”고 부친의 친일 행적을 사과했다. 신 의장은 광복회 방문 직후 이부영 위원을 만나 사퇴의 뜻을 밝히고 향후 당 운영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권파를 중심으로 당 내부에서는 “신 의장 사퇴를 계기로 천정배 원내대표 중심의 원내정당으로 당을 운영해야 한다.”며 지금의 ‘당 의장-원내대표’의 투톱체제 대신 원내대표 원톱체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 신임 당 의장과의 관계설정이 주목된다.한편 신 의장의 사퇴를 계기로 여권은 친일진상규명특별법 개정 등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열린우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과거사 진상규명 추진을 위한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열어 과거사진상규명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과거사 진상규명특위 구성 작업에 착수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세상에 이런일이]펄펄끓는 짝퉁온천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에 가짜·유사온천 파문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온천에 대한 불신이 위험수위다.업주들은 불신 해소를 위해 자체점검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일본의 온천 파문은 지난 7월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나가노현 유명 온천골의 13개 온천장 중 3개 온천이 이른바 ‘유백색’ 온천물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 입욕제를 몰래 투입한 게 언론보도로 폭로되면서부터다. 이어 지난 1개월 사이 군마현 등지에서도 수돗물·우물물 온천이 속속 발각되며 불신은 증폭됐다.지난주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지 중 하나인 고베시 아리마 온천에서도 가짜온천 의혹이 불거졌다.교토도 마찬가지다. 또 야마나시현 등 전국 각지에서 가짜온천이 잇달아 발각됐다.급기야 유명 온천지 하코네에서는 온천조합이 자체 앙케트 조사를 통해 불량온천 추방을 통해 ‘고객의 신뢰회복’에 발벗고 나섰고,지방자치단체도 돕고 있다. 하지만 가짜온천 파동은 그치지 않고 있다.14일 후쿠이현 아와라 온천에 있는 여관 두곳이 우물물을 끓여 온천이라고 부당 표시한 혐의가 발각됐다.여관 두곳은 온천법이 정한 온천 이용 허가를 취득하지 않고 무단으로 여관 안내문과 광고지·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온천의 성질과 효능 등을 표시했다. 이처럼 가짜·유사온천 파동이 이는 것은 온천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2002년도를 기준으로 온천의 총수도 2만 7000여개소이고 매년 증가일로다. taein@seoul.co.kr
  • ‘선친 친일’ 辛의장 기나긴 2박3일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18일 오후 2시 김부겸 비서실장,김희선 의원과 함께 서울 여의도 광복회 사무실을 찾았다.김우전 회장과 김유길 사무총장 등 임원들에게 “돌아가신 선친 문제로 독립 유공자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죄한 뒤 “친일진상규명 노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머리를 숙였다.신 의장이 거듭 용서를 구했지만 김 회장은 끝까지 ‘용서’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으면서 “앞으로 민족정기를 세우는 데 앞장서겠다니 마음이 뿌듯하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날 방문은 당 의장으로서 사실상 마지막 공식 일정이었다.땀을 뻘뻘 흘리며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이제라도 용서를 빌 수 있어 홀가분하다.”고 말하는 신 의장의 표정 역시 ‘기나긴 2박3일의 장고(長考)’ 이후 의장직 사퇴를 결심했음을 확인시켜 주는 듯했다. 신 의장 선친의 친일행적 파문이 불거진 것은 지난 16일 저녁 6시30분쯤.경남 창원지역 공단을 둘러본 뒤 부산으로 향하던 버스에서 신 의장은 김형식 부대변인으로부터 한 시사 월간지의 ‘선친 친일 행적’ 보도 사실을 전달받았다. 잠시 얼굴이 굳어졌지만,다시 냉정을 되찾은 듯 기자간담회를 열라고 지시했다.그리고 꼼꼼한 성격의 ‘메모광’답게 버스 안에서 기자간담회 내용을 메모했다.그리고 기자들 앞에서 선친의 일본군 헌병 복무 사실을 시인했다.그는 17일 울산 방문과 일본 민주당 의원 간담회 일정을 소화하는 등 버티기에 들어갔다.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당 의장으로서의 거취문제는 절대 가볍게 처신할 일은 아니다.”고 즉각 사퇴 거부 의사도 밝혔다.천정배 원내대표 역시 긴급 원내대표단 회의를 갖고 “연좌제는 안 된다.”고 말했고 김희선 의원 역시 ‘사퇴 불가론’을 펴며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신 의장은 그날 오후와 밤 문희상 의원,김부겸 비서실장 등 가까운 의원들을 잇따라 만나 대책을 논의한 뒤 대구·경북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그리고 밤새 통음한 것으로 알려졌다.한 측근 의원은 “당의 앞날과 친일진상규명법의 연착륙을 위해 (사퇴를)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신기남 의장 사퇴하는 게 도리다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의 부친이 일제시대 일본군 헌병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은 과거사 규명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신 의장은 과거사 청산을 주도하고 있는 집권여당의 대표다.본인 스스로도 친일반민족 행위를 비롯한 과거사 규명을 여러차례 강조해왔다.그런 신 의장의 부친이 친일행적에서 자유롭지 못함이 드러난 것이다.그만큼 우리 근세사는 심한 굴곡을 겪었고,과거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번 파문은 정치지도자의 근본 자세에 대한 경각심도 준다.우리는 부친이 일본군 헌병 출신이었다고 해서 신 의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연좌제란 있을 수 없다.그러나 그간 신 의장의 태도는 납득이 안 된다.그가 과거사,특히 친일행위 규명에 앞장서려면 부친의 전력을 먼저 공개했어야 했다.신 의장은 사태가 불거지자 “언젠가 더 정치적으로 진출하게 되면 자연히 밝혀지리라 생각했다.”고 해명했지만,설득력이 떨어진다. 더욱이 신 의장은 부친의 행적을 은폐하려 사실상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그는 지난달 일부 언론이 ‘부친이 일제때 친일경찰이었다.’고 보도하자 ‘허위사실,명예훼손’이라며 부인했다.이번에 일본군 헌병을 지냈음이 월간지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에는 “군과 경찰은 좀 입장이 다른 것 같아 부인했었다.”고 변명했다.미국 워터게이트사건의 닉슨 전 대통령과 섹스스캔들의 클린턴 전 대통령은 사건 자체보다 거짓말을 함으로써 큰 곤경에 처했다.신 의장은 빨리 거취를 결정, 의장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과거사 청산작업은 신 의장 논란을 교훈삼아 보강되고,체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청와대와 여당 인사들은 ‘내 눈에 대들보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먼저 고해를 하고 다른 쪽의 잘못을 따지는 게 순서다.친일행위 등을 조사할 때도 계급보다는 행적을 우선하고,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관련 입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신기남의장 사퇴할듯…오늘 거취표명 회견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선친의 친일행적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의장직을 사퇴하기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신 의장은 이날 저녁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측근들과 함께 선친의 일본군 헌병 근무 파문과 관련한 대책을 협의했으며,18일로 예정된 대구·경북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신 의장은 이르면 18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거취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의장의 핵심 측근은 그러나 ‘사퇴설’에 대해 “대구·경북 방문 일정을 취소한 것은 당내에서 이런저런 사정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도 구하면서 의견을 들을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면서 “내일 사퇴를 발표한다는 얘기는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신 의장은 이날 오전까지 거취문제에 대해 “가볍게 처신할 일이 아니며,국민여론을 보고 당의 중지를 모아보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고,오후에는 고위당정회의에 참석하는 등 모든 공식 일정을 소화해 냈다.하지만 선친의 일본군 복무 당시의 구체적 활동이 공개되는 등 파문이 확산됨에 따라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관측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기로에 선 신기남의장] “선친 친일보다 거짓말이 더 문제”

    ‘선친의 친일 전력보다 공인으로서의 거짓말·은폐가 더 문제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 선친의 친일 행적 파문을 놓고 정치학자들은 친일 행위 자체보다는 그 사실을 숨기려 했고,나아가 은폐까지 시도했다는 신 의장의 대응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정치인으로서 더구나 친일문제를 포함한 과거사 진상규명을 강조해온 당의 수장으로서 자기 선친의 친일 전력을 솔직하게 밝히지 않고 부인한 것은 도덕성이 생명인 정치인에게는 치명적인 흠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일영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모의 어두운 비밀을 밝히고 싶은 자식이 어디에 있겠는가?”라며 “다만 공인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거짓말을 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김 교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거사 진상규명 같은 일은 민간연구소 건립 등의 방식으로 학자들에게 맡기고 정치권은 그런 열정과 정성을 민생으로 돌려 국민을 먹여 살리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형준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이 문제를 연좌제 문제로 연결시켜서는 절대로 안 된다.”면서 “신 의장 파문은 친일파의 후손이 국가 권력을 장악해서는 안 된다는 국가 정통성의 문제와 맞물려 있는 데다가 거짓말까지 함으로써 정치인으로서의 도덕성이 훼손됐기에 스스로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김욱 배재대 정외과 교수는 “부친의 친일 행위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은 시각이고 그와 연계해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전 근대적 사고방식”이라고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도 “다만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주장해온 당의 대표로서 자신의 문제를 솔직하게 밝히지 않고 숨기려 한 것은 정치 지도자로서 치명적인 흠집이므로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창원시의회 의장부인 영장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경남 창원시의회 의장단 선거과정에서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창원중부경찰서는 17일 창원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현금 1000만원을 시의원에게 전달한 배영우(54) 의장의 부인 김모(50)씨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7월2일 오후 4시쯤 창원시 소답동 S빌라 주차장에서 정모 시의원에게 현금이 든 종이가방을 전달한 혐의다. 이에 대해 정 시의원은 경찰에서 “(김씨가)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의장에 출마하려는 남편이 당선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돈을 주더라.”고 진술했다.그러나 김씨는 “(정 시의원이)평소 남편과 형·아우할 정도로 친해 의정활동에 쓰라고 주었다.”며 의장선거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의장단 선거과정에서 7∼8명이 돈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중이다.김씨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18일 오전 실시된다. 배 의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 “부인이 정 의원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해명했다. 정 시의원은 받은 돈을 수표로 바꿔 되돌려 주려고 했으나 실패하자 지난달 23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의장단 선거에 거액의 돈이 오가는 등 탈·불법이 자행됐었다.”고 폭로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기로에 선 신기남의장] 黨의장직 퇴진 요구 수용땐 ‘과거사’ 급진전

    열린우리당은 신기남 의장 선친의 친일행적 파문으로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친일문제 등 과거사 규명활동이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차라리 열린우리당은 17일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의 필수적 조사대상 범주를 군대의 경우 소위에서 오장(하사),경찰의 경우 경시(총경)에서 순사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공세적으로 나갔다. 신 의장의 사퇴 여부는 그러나 당권과 관련돼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으로 확대될 경우 과거사 진상규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사퇴하지 않을 경우 한나라당에서 “과거사로부터 자유로운 국민들이 적지 않으니 진상규명을 하는 것은 분열을 자초하는 것이다.”라거나 “열린우리당은 과거사를 규명할 자격이 없다.”며 공격하고 나섰다.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여야 대표가 모두 친일과 관련돼 있는 만큼 차라리 공정하지 않으냐.”고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과거사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팀장을 맡은 원혜영 의원은 이날 “우리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거 행적을 타깃으로 삼아 친일 청산을 주장하지 않았듯이,신 의장 부친의 친일 경력이 밝혀졌다고 과거사 규명을 늦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노무현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국회 과거사진상규명특위의 추진을 제안한 만큼 ‘신기남 변수’가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하지만 신 의장이 계속 버틸 경우 과거사 진상규명에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부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신 의장의 사퇴와 관련해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일부에서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친일 청산의 정당성 훼손의 문제를 제기하며 ‘조기 사퇴’도 거론되고 있다. ●사퇴할 경우 신 의장이 조기 사퇴할 경우 여권이 추진중인 친일문제 등 과거사 진상규명특위 구성문제는 급물살을 타게 될 가능성이 높다.특히 신 의장이 선친의 친일행위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일 경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문제로 발끈해 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입장을 밝혀야 할 것으로 열린우리당은 판단하고 있다.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일부 소장파는 친일·유신독재 등 과거사 청산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두 ‘팀장 장관’ 8·15 행보

    두 ‘팀장 장관’ 8·15 행보

    ■ 대통령축사 ‘보충설명’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5일 가진 기자간담회는 ‘노무현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한 부연 설명’을 위한 것이었다.그는 “경축사는 남북관계에 대한 대통령의 뜻과 의지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분명히 밝힌 것”이라며 경축사에 담긴 대통령의 ‘뜻’을 조목조목 설명했다.기자들이 포인트를 놓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이모저모 주석(註釋)을 단 셈이다. 정 장관은 “경축사는 6·15 공동선언의 이해와 남북관계 지속 발전,북핵 해결 이후 대북 지원 의지를 확고히 했다.남북 장성급회담의 역사적 의미,신뢰구축 의미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노 대통령의 분명한 뜻과 의지를 북한이 분명히 읽어주기를 바란다.”,“우리의 의지를 북측이 정확히 읽을 필요가 있다.”는 표현으로 북한의 호응을 여러차례 촉구했다. 이같은 ‘보충 설명’은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책임자로서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지난 총선에서 노인 폄하 발언으로 위축된 정치적 위상을 만회하려는 행보로도 여겨지며,이처럼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설명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자격이냐.’는 질문에 그는 “통일부장관 입장”이라면서도 “한반도 평화안정에 관한 것은 통일·외교·국방부의 목표이고,이를 종합 조정하는 것이 NSC의 기능”이라고 답했다.이어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고구려사 왜곡 등 상호 연관성 속에서 관련 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후진타오에 항의서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구려사 왜곡 파문과 관련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항의서한’을 보냈다고 15일 개인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김 장관은 외교적 파장을 고려한 듯 ‘국회의원 김근태’라고 명시했고,지난 13일 주한 중국대사관을 통해 전달했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일국의 장관으로서 외국 국가원수에 대한 이례적인 항의서한이고,이해찬 총리의 위상강화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직 등 분권형 국정운영 시스템이 제모습을 드러낸 상황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특히 사회분야를 ‘총괄’하게 될 김 장관이 정 장관의 영역인 외교문제까지 관여한 점을 들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기류도 있다.일각에선 차기 대선과 관련,김 장관 특유의 ‘마이웨이’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의 핵심 측근은 “항의서한을 보내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11일이며,이후 중국어 번역 과정을 거쳐 13일 전달됐다.”면서 “서한 발송을 분권형 국정운영과 연결시키는 것은 확대해석”이라고 반박했다.그는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지난달 미국 하버드대 총장의 ‘창녀’ 발언을 비판한 것처럼 앞으로도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서한에서 “일본의 역사 왜곡에 강경하게 반응하던 중국이 이웃 국가 역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서술을 시도하는 것은 한국 사람들에겐 뜻밖의 일”이라며 “중국이 많은 역사적 근거와 상식을 무시한 고대사 서술을 시도하는 것은 너무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유감을 표시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日의원 58명 집단 신사참배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초당파 의원모임인 ‘모두가 야스쿠니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58명이 15일 태평양전쟁에 참가한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특히 ‘망언’을 일삼는 일본의 국수주의적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가 15일 일왕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제안,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날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 등 고이즈미(小泉) 내각의 각료 4명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동참했다.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이날 야스쿠니 신사 아래에 있는 치도리가후치(千鳥ケ淵) 전몰자 묘역을 방문,꽃다발을 바쳤다. 이사하라 지사는 일본의 태평양전쟁 종전기념일인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5년연속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려가 많을 수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천황이 패전 60년(내년)을 맞아 야스쿠니에 참배하면 천황밖에 할 수 없는 국가에 대한 큰 책임을 다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이즈미 총리가 매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이 반발하자,마찰을 타개하기 위해 2002년 말 일본 정부가 밝힌 ‘종교색이 없는 새로운 추도 시설의 건설’은 2년째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다.지난 5월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 사임 이후 이를 책임지고 이끌 고위인사가 없기 때문이다. 현 호소다 관방장관은 추도시설 건설을 서두를 생각은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 계속 의지를 밝혔고,중·일관계는 여전히 냉랭하다. 일본 정부는 15일 현재 내년도 예산에서도 별도 추도시설 설치를 위한 조사비는 책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내에서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위헌이란 지방법원의 판결이 확정되고,공동여당인 공명당은 별도의 추도시설 건설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지만 자민당과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일본정부는 현재 “정부로서는 국민들 사이에 이런저런 의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계속해서 여론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후쿠다 전 장관은 2001년 12월 별도의 추도시설 설치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사적 간담회에서 밝혔다. 그 해 8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강력 항의한 중국의 당시 장쩌민 주석이 10월의 중·일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를 비판,대응이 필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1년에 걸쳐 정리된 보고서는 추도의 대상을 일본이 관여한 전쟁의 사망자에 그치지 않고 전쟁 후의 유엔 평화 유지 활동(PKO)의 순직자까지 확대했다.민간인이나 외국인을 포함하는 것으로,군국주의 시절 군대와의 관련성을 묽게 하기 위한 의도였다. 또 시설건설을 위한 조사비를 2004년 예산안에 계상하겠다며 검토했지만,자민당내 반발로 연기한 뒤 건설 움직임이 흐지부지된 상태다.고이즈미 총리는 올 1월1일 야스쿠니신사를 기습 참배한 바 있다. 한편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지난해 태평양전쟁 종전기념일에 ‘A급 전범’을 옹호하는 사설을 실은데 이어 올해도 156일자 사설에서 ‘B·C급 전범’을 적극 두둔하고 나섰다. 신문은 ‘B·C급 전범을 잊지 않으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증거조사는 부정확하고 법정에서는 본인에게 진술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전범재판 판결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taein@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3)물마루의 세계, 바다미륵의 세계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3)물마루의 세계, 바다미륵의 세계

    비행기에서 내려서자 후끈 습한 열기가 숨을 막는다.무더위 속에 박제된 듯한 육지와 달리 선들거리는 해풍이 불긴 불었으나 여름이 제주도라고 피해가지는 않는 모양이다.덥다.그러나 제주의 신화 속에 발을 담그면 어느새 더위를 잊게 된다.우선 구전되는 신화에 귀를 열자. 오래 전,북제주 김녕에서의 일이다.이곳에 사는 어부 윤동지가 고기를 낚으려고 물 깊이 천근수를 내렸더니 커다란 돌덩이가 걸려 올라왔다.이상하다싶어 돌을 내던지고 다시 그물을 내렸지만 똑같이 돌덩이가 걸려 올라왔다.장소를 바꿔서 그물을 내려도 마찬가지였다.사흘째도 돌이 올라오더니 드디어 그날 밤 꿈에 현몽하였다.“나를 곱게 모셔주면 자식 귀한 사람들이 자식을 얻도록 해주겠다.” 윤동지는 ‘조상이 내게 오셨구나.’싶어 그 돌을 가져다 미륵으로 모셨다.그러나 애기가 울어대고,강아지가 짖어대는 바람에 미륵을 편히 모실 수가 없게 되자 지금의 미륵당으로 옮겨 따로 모셨다고 한다.말하자면 ‘바다에서 온 미륵’인 셈이다. 이렇듯 ‘바다 미륵’에 관한 전설은 북제주군 곳곳에 남아있다.김녕의 미륵당은 서문 하르방당,윤동지 하르방,미륵보살 하르방으로도 불린다.옛날 김녕에 동·서문이 따로 있었는데,서문 밖으로 미륵당을 옮기면서 서문하르방당이 되었다.윤씨하르방이란 윤씨가 바다에서 건졌다 하여 붙여진 이름. ●북제주군 곳곳에 하르방 남아 있어 김녕미륵은 일주도로변 아름다운 해변에 좌정하고 있다.바닷가로 흘러내린 용암과 백색의 모래사장이 바닥이 들여다 보이는 파란 바닷물과 조화를 이룬 곳.바람막이 돌담을 거느린 미륵이 바다를 향해 정좌해 있고,작은 나무 두어 그루가 해풍을 막아서 있다.제주도에는 널린 용암 자연석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이를 굳게 미륵이라고 믿고 신봉한다.이 서문하르방은 기자와 미륵신앙이 하나로 결부된 산육신(産育神)인 셈이다. 북제주 삼양에도 비슷한 전설이 남아 있다.김첨지라는 이가 어느날 잠자리에 들었다가 화들짝 잠을 깼다.미륵먹돌이 선몽한 꿈을 꾼 것.이상하다고 여긴 그는 서둘러 꿈에 보인 곳을 찾아가 낚싯줄을 던지니 먹돌 하나가 걸려 올라왔다.김첨지는 먹돌을 품고 집으로 돌아와 알가름의 팽나무 아래에다 미륵으로 모시고 서물날(음력 11일과 26일)마다 제를 올렸다. 그 후 첨지 집안은 우환이 사라지고 복이 넘쳤는데,이를 전해들은 동민들도 그를 따라 미륵먹돌을 모셨다.서물날 이 미륵돌을 건져 서물당이 되었으며,이 때문에 서물 물때에 맞춰 제례를 올렸다.지금도 나무가 우거진 돌담 안에는 제단이 놓여져 있고,미륵먹돌은 제단 밑에 묻혀 있다. 북제주 화북의 미륵 역시 바다에서 태어났으나 약간 다른 점이 있다.바다에서 건져 ‘나에게 태인 조상’이라고 믿고 조상신으로 모셨더니 동지벼슬도 얻고 부자가 된 것까지는 같다.그러나 마을 청년들이 소용없는 짓이라며 미륵을 당 밖에 내버리고 불을 지르려고 했다.그러자 돌미륵이 제 발로 걸어 나왔으며,이 와중에 미륵의 몸 곳곳에 상처가 났다.이 상처는 동민들에게 피부병으로 나타나 엄청난 고통을 주었다.뛰늦게 이를 깨달은 동민들이 다시 미륵을 정중하게 모시자 피부병이 씻은 듯 나았다고 전한다.피부병을 다스리는 미륵불인 셈이다. 필자는 10여년 전,작은 책 한권을 준비하면서 민중의 삶에 유전되는 미륵을 ‘마을미륵’으로,특히 제주도 마을미륵을 ‘바다미륵’으로 규정했었다.바다미륵의 출현은 확실히 ‘제주도적’이어서,육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육지미륵의 원조는 역시 백제 무왕이 건설한 익산 미륵사.미륵사 미륵은 삼존불이 솟구치면서 현현하였다.이렇듯 육지의 미륵은 거개가 땅에서 솟구쳤다.미륵출현의 기이(奇異)는 대단히 비의(秘儀)적이라 꿈에 현몽하여 당신의 존재를 알린다.그런데 제주 미륵은 땅이 아닌 바다에서 올라왔다. 알다시피 미륵은 ‘미래불’이다.석가모니 불타가 2500년 전에 중생을 제도하면서 미래의 희망을 열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도솔천 용화수 아래에서 중생제도를 행할 삼회를 기다리는 ‘마스터 플랜’이 그것이다.불교가 개창된 이래 미륵신앙은 하나의 운동,즉 미래불을 향한 기다림이었다.그 미륵이 천년의 세월을 넘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미래불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이 땅의 민중이 미륵신앙을 대하는 모습은 포괄적이었다.목잘린 불상,목만 남은 불상,내력도 모른 채 밭을 갈다가 얻은 불상,더 나아가 단순한 돌덩이일 뿐인 바위,그것을 민중은 미륵이라고 믿어 왔다.미륵불의 현신이 이처럼 다양한 나라가 또 있을까.제주도 미륵은 이 다양성에다 ‘바다’를 보탰다. 땅과 달리 바다에서 미륵이 출현하는 방식은 해양문화사나 불교문화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녀 가히 ‘물마루의 세계관’이라 이름할 만하다.물마루는 수평선을 뜻한다.수평과 수직의 세계관은 다르다.한국문화의 기본 신앙 격인 산신신앙의 산은 수직적이다.단군 할아버지가 신단수로 ‘내려온다.’고 했을 때,당수나무에 빌면서 ‘설설이 내리소서.’ 했을 때도 수직적 강신은 금방 확인된다.제주도에도 한라산에 오르면 이런 산신이 있다. ●바다에서 올라온 제주미륵 신화 그러나 바닷가는 다르다.바다의 민중은 물마루를 보며 산다.물마루는 희망이자 절망이다.외지 물화를 가득 실은 배도 물마루에 오를 때는 돛대 끝자락부터 모습을 드러낸다.벌떼처럼 들이닥치는 왜구의 선단이 이 물마루에 돛대를 들이밀면 이곳 사람들은 서둘러 산으로 숨어들어야 했다. 이번 여행에서도 느낀 점이지만,바다 위에 뜬 섬은 물마루에 홀연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져 이내 망망대해로 변하곤 한다.거기에 섬 사람들의 희망과 절망이 뒤섞여 있다.이처럼 제주도의 바다미륵에는 평생동안 물마루를 지켜보면서 일상을 시작하고 마감하는 섬 사람들의 수평적 세계관이 층층이 잠복해 있다. 이번 여행에서 확인한 재미있는 점은 제주도의 바다미륵이 모두 북제주 쪽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생각컨대,이는 육지로부터 전래된 불교가 북쪽에 먼저 선을 보인 결과이리라.바닷가에 흔한 해수관음 신앙보다 바다미륵을 받아들임으로써 독자적인 민중적 신앙체계를 구축한 제주사람들의 면모가 새삼 돋보인다.당래하생(當來下生)을 서원했던 제주사람들의 꿈이 바다미륵으로 구현된 셈이다. 살펴 보면,제주 불교는 민간적 토속신앙과 결탁하는 경향이 특히 강하다.‘절 가듯 당(堂)에 가고,당 가듯 절에 가는’ 식이었으니 가히 비승비속(非僧非俗)이요,무불융합(巫佛融合)의 전형인 것이다.수많은 불교신앙 중 미륵만이 유일무이하게 신당(神堂)과 결부돼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물마루의 수평적 질서는 우리나라만의 내림이 아니다.음력 7월14일,올해로 따져 8월29일 일본 오키나와의 하테루마지마(波照間島) 주민들도 어김없이 미륵제를 지낼 것이다.이들은 해마다 풍년을 기원하며 미륵보살을 앞세워 축제를 벌인다.미륵신앙이 멀리 바다를 건너 머나먼 섬까지 파급된 것이다.일본 본토의 이토(伊豆)반도 같은 해안가에도 미륵신앙이 전래돼 풍요와 다산의 주술을 담당한다.오키나와의 수많은 불교신앙 중 미륵이 차지하는 위상은 단연 돋보인다.그 미륵은 엄숙하게 사찰에 모셔지지 않고 마을민의 축제에 불려다니고 있는 중이다.이런 마당에 해상교류 강국이었던 옛 유구국 사람들의 물마루적 세계관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일본 오끼나와까지 파급된 제주 미륵신앙 이런 바다미륵을 말하자면 제주읍성의 동·서문 밖에 1기씩 남아 있는 미륵을 빼놓을 수 없다.바로 지금의 제주시 동편 건입동과 용담동 한두기(大甕浦口)가 그곳이다.마을에서는 이 미륵을 일러 미륵돌미륵,미륵부처,혹은 서자복미륵,동자복미륵 등으로 부른다.‘신증동국여지승람’에 해륜사(海輪寺)를 일명 서자복사,만수사(萬壽寺)를 일명 동자복사라고 부르고 있는데,여기에서 미륵명칭이 유래됐음직하다.지금은 민가에 둘러싸여 있지만 제주시 한두기포구와 제주항이 굽어보이는 건입동 쪽에 위치해 지금까지 거친 제주 바다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망망대해를 오가면서 배를 기다리다 보면 사람들의 시선은 한결같이 물마루에 모인다.물마루에 배가 떠올라야 그 지루한 기다림이 끝나기 때문이다.누구나 미술시간에 수직과 수평의 구도를 배웠으리라.바다에서는 물마루의 수평선 하나가 다른 모든 구도를 압도한다.그 수평은 평온한 것 같지만,태풍이라도 거느리면 노도로,해일로 거칠 게 없는 ‘파문’을 일구기도 한다. 이런 ‘물마루의 철학’을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바다를 이해하는 첩경이다.세계의 수많은 모험가와 항해자들이 목을 매면서 지켜보았을 그 물마루를 바라보면서 제주민중은 바다미륵을 건지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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