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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24시]조국서 버림받은 항일운동가들

    젊은 세대들에게 3·1절은 점점 잊혀져가는 존재가 됐지만 기억의 편린조차 남아 있지 않은 이역 땅의 한국인들이 많이 있음을 취재하면서 알게 됐다. 이경태·한종석·곽동의·신귀성·김창오.이름도 생소한 이들은 항일·반독재운동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있는 재일동포들이다.이 선생은 지난 99년 사망했고,다른 네 사람은 아직도 활동 중인 요즘 사람이다. 조선인 1세로 일제 말 최초의 일본 문부성 인정 조선학교인 ‘건국학교’를 설립한 이경태 선생.학교폐쇄령으로 일본이 민족학교들의 문을 닫도록 압박할 때도 항일운동의 근본은 교육이라며 끝까지 학교를 지켰던 민족교육자였다.한종석 선생은 지난 80년 일본 최초로 외국인등록증 지문날인을 거부해 민족의 자존심을 지켰다.서슬퍼런 일본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때도 한국인에 대한 차별에 당당히 맞서 결국 일본이 외국인 지문날인제도를 없애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곽·신·김 선생은 해외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회의’(한통련)를 이끌고 있다.유신독재의 실상을 전세계에 알리며 국내 정치범 석방과 독재정권 퇴진운동에 앞장섰던 주역들이다. 이들이 이역만리에서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몸을 던질 수 있도록 이끌었던 것은 바로 ‘3·1정신’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기억 속에서 지워졌거나 이데올로기와 냉전논리에 고국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다행히 이들의 존재를 되새겨보기 위한 움직임이 민변 등 단체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일고 있다고 한다. 이경태 선생의 업적을 그린 ‘분단과 대립을 넘어’라는 책이 최근 국내에서 출간됐다. 한종석 선생은 국내 시민단체의 초청으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한통련 3인은 민변 등 단체에서 입국을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여의치 못하다.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에 초청하려 했지만 당국은 허락하지 않았다. 3·1절 또는 3·1정신 하면 84년 전 그날의 함성만 떠올리게 된다.후대에 한국과 한국인을 위해서 숨은 곳에서 활동해온 이들을 찾아내고 그들이 마땅한 대접을 받게 해주는 것이 3·1정신의 진정한 계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혜영기자 koohy@
  • 백인부부 혼혈 쌍둥이 법적아버지는 흑인

    |런던 AFP 연합|지난 7월 영국인 백인 부부가 시험관수정을 통해 흑백 혼혈 쌍둥이를 낳아 파란을 일으켰던 사건에 대해 법원이 26일(현지시간) 쌍둥이의 ‘법적 아버지’는 정자의 주인인 흑인 남성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영국 고등법원의 엘리자베스 버틀러 슬로스 판사는 국내 수정법(fertilisation law)에 따라 법원에서 ‘B’로만 불리는 흑인 남성이 쌍둥이들의 법적인 아버지이며 백인 여성의 남편인 ‘A’는 사회적,심리적인 아버지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사흘간 심리 끝에 이날 기념비적인 판결을 내놓은 슬로스 판사는 지난해 8월에도 백인 여성은 쌍둥이의 생물학적 어머니이지만 백인 남편은 생물학적 아버지가 아니라고 판결했었다.슬로스 판사는 또 쌍둥이들이 백인 부부와 함께 살아가면서 가족의 삶을 존중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A’씨가 흑인남성으로부터 쌍둥이들을 입양하면 된다고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 이주일의 아동도서/ 어머니의 감자밭,아이들의 숨겨진 삶

    ◆어머니의 감자밭 아니타 로벨 글·그림/장은수 옮김 비룡소 펴냄 “옛날옛날 동쪽나라와 서쪽나라가 있었는데…”로 운을 떼는 그림동화 ‘어머니의 감자밭’(아니타 로벨 글·그림,장은수 옮김,비룡소 펴냄)은 반전(反戰)이야기다.체험만큼 생생하고 절절한 텍스트가 또 있을까.2차대전의 와중에 독일 나치에 희생될 뻔했던 지은이는 유년의 혹독한 기억을 반전동화의 소재로 끌어들였다. 쌈박질로 날을 지새우는 동쪽나라와 서쪽나라 사람들은 싸움을 멈춘 날에도 살벌한 모습으로 여가시간을 보낸다.칼을 벼리거나 대포알을 만들고 그도 아니면 군복의 단추를 달고.빨갛고 파란 색깔로 구분된 군복의 부대가 뒤엉켜 지옥 같은 전쟁을 벌이더니 얼마 안가 책은 정겨운 가족 이야기로 2막을 연다. 평온하기만 한 두 나라 사이의 작은 계곡.두 아들과 함께 감자밭을 일구고 사는 아주머니에게 전쟁이란 건 영원히 딴 나라 이야기일 것 같았는데,그러나…. 펜의 섬세한 먹선으로 채워진 그림에는 빨강과 파랑의 색대비가 강렬하다.담담한 먹선 사이로 전쟁의 황폐한이미지가 돋을새김된 듯하다. 전쟁이 멀쩡한 인간성을 얼마나 얄궂게 구겨놓을 수 있는지,동화는 서로 다른 길로 접어든 두 형제의 이야기를 빌려 은유했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 형은 동쪽나라의 장군으로,동생은 서쪽나라의 사령관으로.피 튀기며 서로에게 칼을 겨누던 형제는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끝내 군대를 이끌고 어머니의 감자밭을 찾는다. “용서하세요.” 슬픔에 잠겨 살던 고향의 어머니에게 형제가 나란히 용서를 비는 순간,어둡게 긴장했던 세상은 순식간에 화사한 평화를 되찾는다.칼과 훈장을 땅에 묻고 그 옛날처럼 사이좋게 감자밭을 일구는 형제의 모습 뒤로 뭉클한 감동이 솟구친다.5세 이상.8000원. 황수정기자 sjh@kdaily.com ◆아이들의 숨겨진 삶 마이클 톰슨 외 지음 세종서적 펴냄 때때로 아이들의 세계가 어른들의 세계 못지않게 복잡다단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곤 한다.또래 친구들에게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늘 긴장하고,별 것 아닌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일삼는 아이들의 사회는 어른의 잣대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독특한 양상을내포하고 있다. 미국의 권위있는 아동심리학자인 마이클 톰슨을 비롯해 학교 상담교사,부모인 이 책의 공동 저자들은 2년간 청소년·부모·교사와의 개별 인터뷰,세미나,토론회 등을 통해 아이들의 집단을 움직이는 ‘숨은 힘’의 실체를 밝히는 데 공을 들였다.열두살짜리 여자애들 사이에서 감도는 긴장감을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에서 출발해 또래집단에서 기쁨과 고통을 겪는 중학생,같은 반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두루 담았다. 아이들의 문제를 이해하려면 이들 내부의 집단의 힘을 먼저 이해해야 하고,부모와의 정상적 관계가 아이의 정상적 사회 관계를 만든다는 것이 강조하는 주제이다.1만 3000원. 이순녀기자 coral@
  • DJ, 5년만에 자연인으로 “태산같은 국민 은혜에 감사”

    김대중 대통령이 25일부터 ‘자연인’으로 돌아간다.5년 임기 마지막날인 24일에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을 시작으로 예정된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김 대통령은 파란만장한 40년의 정치역정과 5년간 최고통치권자로서의 영광과 좌절을 뒤로 한 채 오후 동교동 사저로 돌아와 첫날밤을 보냈다. ●청와대를 떠난 김 대통령은 오후 5시15분쯤 사저에 도착,주민과 지인 500여명의 환영을 받았다.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을 비롯,한광옥 최고위원,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김옥두·이훈평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김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 여사는 골목 입구 대로변에서 하차한 뒤 50여m를 걸어가며 환영객들의 환호와 박수에 손을 흔들며 답례했다.김 대통령은 당초 사저 현관에서 짤막하게 인사말을 할 예정이었으나 환영 인파에 밀려 연설을 취소한 채 손만 흔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김 대통령은 오후 5시 청와대 본관 앞에서 김석수 총리와 전윤철·이상주 부총리,이근식 행자부장관 등 국무위원과 청와대 비서실·경호실 직원들의 영접을 받으며 청와대를 떠났다. ●김 대통령은 ‘위대한 국민에의 헌사’라는 퇴임 인사말을 통해 집권 5년간 겪은 일들을 회고하고 국민의 협조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 대통령은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의 태산같은 은혜에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면서 “국민 여러분과 저의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해 국운융성의 큰 기틀을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통령은 “햇볕정책은 한반도 긴장을 크게 완화시켰다.”고 전제한 뒤 “북한 핵은 단호히 반대해야 하며,핵은 반드시 포기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이어 “한·미 군사동맹은 양국에 모두 이익이 되며 반미(反美)도,반한(反韓)도 다같이 배제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대통령은 지난 80년 신군부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았던 당시를 회고하면서 “역사를 믿는 사람에게는 패배가 없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목소리는 연설 내내 떨렸으며,간혹 눈시울을 붉혀 주위를 숙연케 했다. ●김 대통령은 청와대로 돌아와 본관 세종실에서 마지막 국무회의를 주재했다.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국정운영에 협조해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은 회의를 마친 뒤 ‘그리운 금강산’을 합창했다.이들과 오찬을 함께 한 데 이어 기념촬영도 했다. 김 대통령은 마지막 공식일정으로 노무현 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첸치천 중국 부총리와 만나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오풍연기자 poongynn@
  • [길섶에서] 새순

    또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옷속으로 스며드는 바람결이 다르다.가끔 옷깃도 여며보지만,고개 든 봄바람 기운에 겨울이 맥을 출 리 없다.계절은 정말 정직하다. 눈을 들어 가로수에 초점을 맞춰 본다.가지마다에 새순 봉오리가 조금씩 돋아나고 있다.그 겨울을 이겨내고 새 살을 돋우려 하고 있는 것이다.찬란한 생명력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경외심마저 들 지경이다. 아직 발가벗은 모습 그대로 행인들의 시선을 받지만,내일을 기약하는 희망이 가득하다.이제 얼마 안 있으면 파란 싹이 부끄러워하는 몸을 덮어 줄 것이다.그토록 매섭던 동장군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정신력의 승리리라.남도에는 동백꽃이 막 붉은 입술을 열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고,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고 하잖는가.지금 음지에 있어 춥고,오르막 길이어서 숨이 턱에 찬들 얼마나 가겠는가.의지에 달려 있다.겨울나무의 정신력을 배워야겠다. 이건영 논설위원
  • ‘北송금 특검’ 막판 절충 가능성

    국회 법사위는 17일 대북 비밀 지원 파문과 관련,한나라당이 제출한 특검법안 심사 시한을 19일 오후 2시까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이때까지 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법사위원장 직권으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대북 비밀 지원 파문 해법을 둘러싸고 막바지 절충 가능성을 남겨두게 됐다. 한나라당은 19일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사위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25일 본회의에서 단독처리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민주당은 25일 본회의 이전까지 한나라당과 협상을 통해 타협점을 찾기로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법안의 강행처리를 시도할 경우 이를 저지한다는 방침이어서 파란이 예상된다. 앞서 민주당 정균환(鄭均桓),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이날 오전 특검법안 처리 문제를 논의했지만 정치적으로 처리하자는 민주당과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는 한나라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이형택 ATP 두번째 우승

    ‘한국 테니스의 희망’ 이형택(사진)이 올시즌 두번째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정상에 올랐다. 이형택은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ATP 투어 시벨오픈(총상금 38만달러) 복식 결승에서 블라드미르 볼치코프(벨로루시)와 호흡을 맞춰 폴 골드슈타인-로버트 켄드릭(미국)조를 2-1(7-5 4-6 6-3)로 누르고 우승했다.우승상금은 1만 6500달러. 지난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대회 단식에서 우승,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ATP 정상에 오른 이형택은 이번 대회 복식에서도 거푸 우승,향후 투어 대회 전망을 밝게 했다. 지난 호주오픈에서 볼치코프의 제안으로 이번 대회 복식에 참가한 이형택은 1회전에서 톱시드의 미국의 바이런 형제에 역전승을 거두며 파란을 일으켰고,준결승에서는 3번시드인 미국의 잰 마이클 갬빌-그레이든 올리버 조를 완파했다. 이형택-볼치코프 조는 첫 세트 6-5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해 기선을 잡았다.두번째 세트에서는 4-4로 맞선 뒤 볼치코프의 서비스 게임을 빼앗겨 세트를 내주었으나 마지막세트에서 상대의 서비스 게임을 두차례나 잡아 승리를 챙겼다.한편 앞서 열린 단식 결승에서는 앤드리 애거시(미국)가 다비드 상귀네티(이탈리아)를 2-0으로 가볍게 누르고 대회 통산 다섯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A매치의 날 강호들 잇단 수모

    |런던 AP 연합| 이변의 날이었다.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올해 첫 A매치에서 ‘사커루’ 호주가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체코가 ‘아트사커’ 프랑스를 각각 격파하는 등 파란이 잇따랐다. 또 세계최강 브라질도 고전 끝에 중국과 비겼고,2002월드컵 준우승팀 독일은 스페인,월드컵 남미예선 1위 아르헨티나는 네덜란드에 져 체면을 구겼다.월드컵 이후 말을 바꿔 탄 뒤 화려한 신고식을 꿈꾼 명장들도 이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호주는 런던 업튼파크에서 벌어진 원정경기에서 전반 토니 포포비치와 해리 케웰의 연속골을 앞세워 데이비드 베컴이 버틴 잉글랜드를 3-1로 꺾었다. ‘잉글랜드의 펠레’로 불리는 웨인 루니는 이날 17세 111일의 나이로 후반 마이클 오언과 교체 투입돼 1879년 스코틀랜드전에서 제임스 프린셉이 세운 잉글랜드 최연소 A매치 출전기록(17세 253일)을 124년 만에 깨뜨렸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동구의 강호 체코를 파리 생드니로 불러들인 FIFA랭킹 2위 프랑스도 0-2로 일격을 당했다. 지네딘 지단과 티에리 앙리 등 호화 멤버와 맞선 체코는 골키퍼 페트르 체크의 선방 속에 전반 7분 만에 터진 즈데넥 그리게라의 선제골과 후반 16분 밀란 바로스의 쐐기골로 대어를 낚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월드컵에서 통산 5회 우승을 일궈낸 ‘삼바축구’ 브라질이 네덜란드 출신 아리에 한 감독을 영입한 중국과 0-0으로 비긴 것도 이변이다. 호나우두는 전반 초반 리티에의 강력한 태클에 다리를 다쳐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되는 불운을 당했고,94미국월드컵 우승 이후 9년 만에 브라질의 지휘봉을 잡은 파레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월드컵 우승 후 포르투갈 사령탑으로 옮긴 스콜라리 전 브라질 감독 역시 이탈리아 원정에서 후반 17분 베르나르도 코라디에게 결승 선제골을 내주며 0-1로 져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월드컵 8강에서 한국에 패해 감독을 교체한 스페인도 라울(2골)이 월드컵 MVP인 골키퍼 올리버 칸을 상대로 2골을 뽑아내는 활약으로 독일을 3-1로 잠재우고 ‘무적함대’의 부활을 선언했다. 한편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한국에 오기 전 지휘한 모로코는 후반 18분 터진 수비수 압데릴라 사베르의 결승골로 월드컵 8강 돌풍의 주역 세네갈을 1-0으로 제압했다.
  • 윤선도 ‘어부사시사’ 무대 ‘보 길 도’

    해남 땅끝마을에서 보길도로 이어지는 뱃길.선창을 넘어 코 끝을 스치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보길도에선 벌써 ‘봄의 반란’이라도 시작되었나? 한겨울을 나며 맵디매운 북풍에 길들여졌던 서울 나들이객의 코에,남녘 봄바람은 갓 추수한 햇벼를 찧어 지어낸 밥 맛처럼 달콤하기만 하다. 땅끝 선착장을 출발,넙도에 잠시 들른 배가 1시간 만에 도착한 곳은 보길도 청별항.보길도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섬의 아름다움에 취하기에 앞서 고산 윤선도에 대한 부러움이 앞서기 마련이다. 출사와 유배를 거듭했던 고산에게 보길도는 ‘은둔의 섬’이었다.그러나 그는 초가삼간에서 짚신을 삼기보다는 연못과 정자를 멋스럽게 꾸며놓고 사시사철 시를 읊던 풍류객이었다. 그는 스스로 ‘은인’(隱人)라고 하면서도,숨어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풍류적 삶을 즐겼다.보길도는 한국 시조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고산의 ‘어부사시사’(魚夫四時詞)의 무대다. 고산의 체취는 보길도 구석구석에서 느낄 수 있는데,그중 대표적인 곳이 ‘세연정’(洗然亭)이다. 연못에 비친정자의 선명함만큼이나 세연정엔 벌써 봄빛이 완연하다.정자를 세우며 심었다는 동백은 앞다퉈 꽃망울을 터뜨리고,연못가에선 파란 생명들이 담수를 자양분 삼아 고개를 내밀어 방문객을 반긴다. 세연정은 주인의 풍류를 그대로 드러낸다.고산은 계류(溪流)에 보를 막아 계담(溪潭)인 세연지(洗然池)를 만들고,그 옆에 인공연못인 ‘회수담’을 조성해 물이 흘러 들게 한 다음 세연지와 회수담 사이에 정자를 세웠다.그 정자가 바로 세연정이다. 고산이 ‘수석경’(水石景)이라고 이름붙였던 일곱 바위들과 고즈넉이 자리잡은 정자,동백나무 숲이 어우러진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절묘하다. 고산은 이곳에서 어부사시사를 지어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와 춤을 추게 하며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지금의 정자는 나중에 새로 복원한 것이지만,계류를 막은 보와 물가에 쌓은 석축은 상당 부분 당시의 것이 그대로 남아 있다.정자 옆의 노송도 그 굵기와 크기로 미루어 고산이 아끼던 친구였음이 분명하다. 고산의 ‘끼’는 부용리 뒷산인 안산 중턱에 지은 한 칸 정자 ‘동천석실’(洞天石室)에서도 드러난다.솔향 그윽한 산길을 15분 쯤 오르면 바위와 소나무숲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게 있는데,바로 동천석실이다. 고산은 여름철이면 이곳에 올라 마을을 굽어보며 글을 읽고 시를 읊었다.재미있는 것은 그가 마을의 집 마당에서 동천석실까지 밧줄을 매 필요한 것들을 올려보내게 했다는 사실.산 위에서 색깔이 있는 수기를 들어 색깔별로 미리 정해진 물건이나 주안상 등을 줄을 통해 올리게 했다고 한다. 발길을 돌려 보길도에서 가장 높은 격자봉(格紫峯·430m)에 올랐다.고산이 섬에 처음 들어왔을 때 섬의 형국과 혈맥을 파악하기 위해 올랐다는 산이다. 아침해가 떠오를 때 산의 전면이 붉은색으로 변한다고 해 적자봉(赤紫峯)이라고 하였다고도 한다. 산엔 동백과 소사,회양목,황칠,야생란,가시나무 등 난대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기암괴석들과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한다.정상에 서면 바로 앞에 점처럼 떠 있는 복생도와 임금왕(王) 자 모양의 자지리섬이 한눈에 들어온다.복생도는 풍란향(風蘭香)으로 유명하다.자지리섬은 바로 그 옆의 복생도 때문에 구슬옥(玉)이 되어 대대로 큰 인물이 나지 않는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보길도에선 꼭 여름이 아니라도 예송리 해수욕장에 한번 들러볼 만하다.길이 1㎞,폭 150m의 해변은 가무잡잡하면서도 동글동글한 자갈,이곳 주민들이 ‘깻돌’로 부르는 청와석(靑瓦石)으로 뒤덮여 있다. ‘차르르 차르르’,파도에 밀려 오르내리며 내는 소리에 누구든지 홀딱 빠져들기 마련인데,이 매혹적인 소리 때문에 ‘흑명석’(黑鳴石)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해안엔 소나무,동백나무,후박나무,잣밤나무,생달나무,광나무 등 수백년 전 섬 주민들이 방풍림으로 심은 상록수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곳 상록수림은 한여름이면 피서객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선사해 준다. 보길도 글·사진 임창용기자 sdragon@kdaily.com ★여행가이드 ●가는길 해남 땅끝 선착장이나 완도 화흥포항에서 보길도행 배를 타야 한다.1시간 정도 소요.출항시간이 자주 바뀌므로 땅끝(061-533-4269)이나 완도(061-555-1010) 선착장에 미리 확인해야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또 출발할 때는 멀쩡하던 날씨가 변덕을 부려 배가 묶이기 십상이므로 완도 기상대(061-552-0131)에 날씨 상황을 미리 알아보아야 낭패가 없다.배삯은 6700원.1만 5000원을 내면 승용차를 싣고 갈 수 있는데,운전자는 배삯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 서해안고속도로 목포나들목를 빠져나와 2번 국도와 13번 국도를 차례로 갈아타면 해남에 당도한다.해남에서 13번 국도를 타고 계속 직진하면 완도,813번 지방도로 갈아타면 땅끝마을로 갈 수 있다.섬에선 총 3대가 운영중인 버스(061-553-7077)나 택시(061-553-6353)를 이용하면 된다. ●숙박·먹거리 보길도엔 대부분의 집들이 민박을 겸한다.요즘같은 비수기엔 예약 없이도 2만원에 방을 구할 수 있다.그러나 피서철엔 예약이 필요한데,세연정 인근에서 찻집을 겸해 운영중인 ‘동천다려’(061-554-0868)가 추천할 만하다. 먹거리는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게 없다.대부분의 식당이 민박과 겸하면서 음식을 내는데,5000∼7000원 정도면 생선구이와 찌개,몇 가지 반찬을 올려준다. ●가볼 만한 곳 고산의 유적과 예송리 해수욕장 이외에도 목섬과 남은사,솔섬 등이 가 볼 만하다.안산 7부 능선쯤에 자리잡은 남은사는 100여년 된 작은 암자.암자 자체보다는 그곳까지 가는 길의 갈대밭과 나무터널이 아름답다. 통리 해수욕장에 가면 하루 두차례 썰물 때마다 목섬까지 바닷길이 갈라진다.길을 따라 섬에 들어가면 부안의 채석강을 닮은 기암절벽을 감상할 수 있다.정동리 앞에 있는 솔섬은 수백년 수령의 노송 수십그루가 심어져 있는 미니섬.이곳에서 보는 일몰은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느낌을 준다.
  • 北, 亞탁구선수권 참가할 듯

    오는 22∼2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제16회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 북한이 참가할 전망이다. 박도천 아시아탁구연합(ATTU) 경기기술위원장은 지난달 말 북한이 아시아선수권 참가 의향을 밝혀 단체전 대진표 작성에 북한을 포함시켰다고 11일 밝혔다. 남자는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와 같은 E조에 편성됐고,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금메달을 획득한 여자는 스리랑카 브루나이와 B조에서 예선을 치른다. 남녀 단식과 복식,혼합복식 대진 추첨은 경기 하루 전날인 21일 열린다.
  • [길섶에서] 지갑 풍수

    세상 만물에는 ‘기(氣)’가 있다.어떻게 결합하고 조화하느냐에 따라 서로 도움이 되는 상생(相生)이 되기도 하고 서로에게 해를 끼치는 상극(相剋)이 되기도 한다.풍수를 ‘환경학’이라고 일컫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지갑에도 풍수가 있다.황토색은 돈을 끌어다 주고,검은 색은 돈을 보관해주는 힘이 강하다고 한다.하지만 파란색은 돈이 들어오는 족족 나가버리고,빨간색은 재운을 훨훨 태워버린다. 또 뒷주머니에 넣는 것보다는 상의 안주머니가,주머니보다는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이 금전운에 도움이 된다는 게 풍수의 정설이다.뒷주머니에 엉거주춤 꽂힌 지갑은 타인의 시선이나 동작으로 인해 안정감을 잃고,실룩거리는 엉덩이처럼 들락날락 춤추는 형국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로또 광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전 국민이 ‘인생 역전’을 꿈꾸고 있다.하지만 먼저 자신이 갖고 있는 지갑 운세부터 따져보는 것은 어떨지. 우득정 논설위원
  • [씨줄날줄] ‘희망의 정부’

    정확히 18일 뒤면 새 정부가 탄생한다.노무현호(號)가 ‘수평·변화의 바다’로 힘찬 항해를 하는 것이다.5년 전인 1998년엔 김대중 대통령이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자축하며,국민 속으로 뛰어들었다.그의 대통령 취임은,파란의 정치생애가 가져다 준 피와 땀의 결실이었다.‘목포의 눈물’이 아니라 ‘동방의 아침의 나라’가 국회의사당 하늘에 울려 퍼졌다.비둘기가 날고,예포가 하늘을 갈랐다.한 인간의 승리에서 한국의 미래를 보듯 국민의 정부도 기분 좋게 출발했다. 우리가 정부의 성격을 축약한 별칭을 트레이드마크로 삼은 것은 김영삼 정부 때부터였다.문민정부.군 출신이 아닌 민간인 출신의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라는 뜻이었다.5·16 이후 32년 동안 군부통치를 경험한 당시만 해도 상당한 정치적 의미가 들어 있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2일까지 새 정부의 명칭을 공모한 결과 4200여건 중 ‘희망의 정부’가 305건으로 가장 많았다.‘우리의 정부’(237건),‘열린 정부’(194건),‘참여 정부’(172건) 등으로 이어졌다.개혁정부,국민화합의 정부,국민주권 정부,서민 정부와 함께 초심의 정부,디딤돌 정부,늘 편한 정부,친구같은 정부 등 재미있는 것들도 있었다. 국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이 한데 모여진 것들이다.지난 정부들에 대한 실망의 반작용이기도 하면서.이름처럼만 하면 역대 어느 정부보다 훌륭한 정부가 될 것이 틀림없다.‘희망의 정부’만 해도 자신의 희망을 새 정부에 걸어 본다는 뜻이 아니겠는가.한 네티즌은 “학벌,지역,성 등에 차별 없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공모자가 많다고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일견 그럴싸해 보이는 면이 없지 않다. 미 독립선언문 작성자로 3대 대통령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은 “국민이 통제하지 않으면 어떤 정부도 계속 좋은 일을 할 수 없다.”며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주문했다.‘국민이 대통령’이라는 국민주권시대를 주창한 노무현 정부의 정신과 맥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살맛나고,신나는 정부가 한번 탄생했으면 하는 게 모두의 소망이리라.자,가자 변화가 있고,희망이 있는 나라로. 이건영 seouling@
  • 장충식박사 자전적 소설 ‘그래도 강물은 흐른다’

    단국대 총장을 거쳐 현재 이 대학 이사장으로 재직중인 장충식(71) 박사가 자전적 내용을 담아 쓴 소설 ‘그래도 강물은 흐른다’(도서출판 세계사)가 출간됐다. 소설은 항일독립운동가였던 범정 장형 선생의 아들인 저자가 역설적으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주인공 ‘김대식’을 내세워 관동군 장교의 부인인 일본인 ‘미치코’와 국적을 초월한 사랑을 나눈다는 얼개로 짜여 있다. 식민시대를 숨가쁘게 살아낸 한 식민 청년과 식민지배의 전위 격인 장교 부인의 사랑은 식민지배의 시한성만큼이나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애절한 로망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기성세대의 역사감각으로 우방이라는 미국이나 중국,일본을 평가하고 생각하는 것이 때로는 상호 이해와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내일을 살아갈 젊은 세대에게는 이런 편견을 유산으로 남길 수 없는 일 아니냐.”며 소설 1부에 담긴 배경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작가는 주인공 김대식을 통해 일제 강점기와 해방 시점을 다룬 1부에 이어 6·25와 제3공화국은 물론 현재에 이르는 우리 현대사를 모두 아우르는 작품을 쓰겠다는 구상이다. 그의 소설이 기대되는 것은,1932년 중국에서 태어난 작가가 67년부터 26년간 단국대 총장으로 일한 것을 비롯해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남북체육회담 수석대표,세계청소년 축구대회 남북단일팀 단장,백범기념사업협회장과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을 거친 다양한 경력과 체험을 담아내리라는 점 때문이다. 작가는 “파란만장한 개인사는 물론 아직도 규명되지 않은 우리 현대사를 되짚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시작했다.”고 말했다.1부 전2권 각 8500원. 심재억기자 jeshim@
  • 노무현의 사람들/재야·정계 망라 ‘파워그룹’ 형성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의 인맥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노 당선자의 인맥은 그가 사회적·정치적으로 파란을 겪을 때마다 하나씩 형성됐다.81년 부림사건을 변론,인권변호사로 변신하면서 부산 등 재야인맥이,90년 3당통합 반대와 95년 김대중 정계복귀 반대 활동을 하면서 국민통합추진회(통추) 인맥이 자연스레 형성됐다.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들이 주변에 모여든 시기다.지난해 민주당 국민경선을 거치면서 젊고 개혁적인 ‘민주당의 신주류’들도 결합했다.386그룹,부산 인맥,통추인맥,민주당 신주류,학자 및 시민단체 등 ‘노무현의 사람들’을 심층 해부한다. ★통추 멤버 지난 96∼97년 DJ가 국민회의를 창당하며 정계복귀를 하자,민주당에 남아 정치적 운명을 같이했던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統推) 멤버로는 김정길·이철·유인태·박석무 전 의원,원혜영 부천시장,민주당 이미경·이호웅 의원,개혁국민정당 김원웅 의원,한나라당 김홍신·김부겸 의원 등이 있다. 이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부분 노 당선자를 적극적으로 도왔고,원칙과 일관성을 강조하는 노 당선자의 정치철학과도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새 정부에서 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추 대표 출신인 민주당 김원기 고문은 당내 친노(親盧)그룹의 좌장역을 맡아 통추 멤버들과 함께 반노(反盧)·비노(非盧) 그룹의 공격에서 노 당선자를 지켰다.그런 탓인지,노 당선자는 지금도 그를 통추 직함인 ‘대표님’으로 부른다. 통추 마포사무실을 책임졌던 유인태 정무수석 내정자는 지난해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정몽준 후보측에 몸 담았던 이철 전 의원과 물밑 조율을 벌였다.원혜영 부천시장과 박석무 전 의원은 각각 행자부장관과 교육부총리 물망에 올라 있다. 그러나 ‘통추 3인방’ 가운데 하나였던 김정길 전 의원은 ‘대통령 취임 전후 사면·복권이 없을 것’이란 소식에 낙담한 모습이다.더욱이 이 전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부산·경남지역에서 노 당선자의 지지 확보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뛴 것으로 알려져고 있다. 홍원상기자 wshong@kdaily.com ★민주당 신주류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 대선과정에서노 당선자를 지원,비주류에서 주류로 발돋움한 그룹이다. 이 그룹은 특히 노 당선자가 후보시절 지지율 하락에 따른 후보교체론으로 시달릴 때 곁을 지켰던 인물들이어서 ‘선명성’에 유별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인적 청산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대선기획단장을 맡았던 문희상 의원은 이미 비서실장에 내정돼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로 부상했다.김대중(DJ) 정부 출범 초기 정무수석 등으로 활약하다 후반 들어 파워게임에서 밀렸던 그는 일약 주류로 재부상한 셈이다. 대선 때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정대철 의원은 지금 유력한 당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곧 당선자 대미특사로 미국방문에 나선다.오랫동안 DJ와 같이 정치를 해오면서도 동교동계에 밀려 만년 비주류의 길을 걷던 그에게는 지금이 정치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다. 정동영,추미애 의원은 당선자가 차세대로 거론하는 인물들이다. 정동영 의원은 다보스포럼에 당선자 특사자격으로 참가했으며,추미애 의원도 대미 특사로 임명됐다.법무장관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조순형 의원과 임채정 인수위원장,신계륜 당선자 인사특보,김한길 기획특보 등도 주류의 한축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천정배 의원은 노 당선자가 대선후보가 되기 이전 유일하게 지지를 선언한 당내 최측근 인사다.천 의원과 가까운 신기남 의원은 최근 강성 주류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선대위에서 본부장으로 활동했던 이상수 김경재 이해찬 허운나 의원 등도 당선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그룹이다. 김상연기자 carlos@kdaily.com ★부산인맥 노 당선자와 정치적 고비를 함께해왔던 ‘부산 인맥’은 80년대 노 당선자의 부산 광안리 삼익아파트 자택에 모여 노동문제를 토론했던 동년배 그룹과,노 당선자를 ‘노변(노무현 변호사)’이라고 부르며 따랐던 30∼40대 운동권 출신의 참모들로 나뉜다. 부산 인맥의 대표는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내정자다.82년 노 당선자의 변호사 사무실에 합류,정치적 동지가 된 문 내정자는 노 당선자가 급할 때면 1000만∼2000만원씩을 빌려주는 급전 창구로 알려질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이호철(부산대 법대 77학번)씨는 노 당선자가 재야 운동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던 81년 ‘부림사건’의 주인공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을 맡게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운동을 하다 노 당선자와 인연을 맺은 김재규씨는 지난해 대선 당시 부산 국민참여본부장으로 활약했다. 젊은 참모들은 부산 선대위에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밖에 대선 당시 부산선대위원장을 맡은 조성래 변호사,노 당선자의 부산상고 10년 선배인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부산 ‘가야 성당’의 송기인 신부 등도 노 당선자가 언제든지 기댈 수 있는 조언 그룹이다. 홍원상기자 ★시민단체 .학계 노무현 당선자 주변에 포진한 학자그룹은 노 당선자의 후보시절 이전부터 정책자문을 맡아온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뤄졌다.이들 대부분은 40∼50대 소장파로,시민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참여주의적 성향이 짙다. 노 당선자의 정책 ‘가정교사’들은 상당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정무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학자그룹의 좌장격으로,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으로 활동했다.경제2분과 간사인 김대환 인하대 교수,국민참여센터 본부장인 이종오 계명대 교수,이은영(한국외대 교수) 정무분과 위원은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순천대 교수인 박기영 사회문화여성분과 위원과 허성관(동아대 교수) 경제1분과 위원 등도 경실련에 참여했다. 정치·행정분야 전문가인 고려대 임혁백·한림대 성경륭·성공회대 정해구 교수 등은 인수위 정치개혁연구실에서 ‘개혁프로젝트’활동에 참여하고 있다.이주향 수원대 교수,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정대화 상지대 교수,정현백 성균관대 교수,손혁재 성공회대 교수 등 소장파 학자들도 기획·정무분과 자문위원으로 참여,정책제안을 맡고 있다. 외교통일안보분과에는 대북 포용정책 등 정책자문을 맡아온 윤영관 서울대 교수와 서동만 상지대 교수,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서주석 국방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의기투합해 새 정부의 통일외교정책을 조율하고 있다.김창수 민화협 정책실장도 외교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노 당선자의 대미특사단에 포함된 문정인 연세대 교수도 노 당선자의 핵심 외교브레인이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와 이동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정태인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제1분과에서 금융·재벌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공기업 민영화 등 기업정책은 임원혁·장하원·유종일 KDI 연구위원이,금융정책은 윤원배 숙명여대 교수 등이 자문활동을 한다.박준경 KDI연구위원과 정명채 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경제2분과에서 신기술·농어업 등 산업정책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전농·WTO반대국민연대 사무총장 출신인 김인식 전문위원은 실질적인 농업정책에 참여한다. 대구사회연구소 출신인 권기홍(영남대 교수) 사회문화여성분과 간사를 비롯,여성민우회에서 활동한 정영애 위원과 민주노총 출신인 김영대 위원,박태주 전문위원 등도 노 당선자의 복지·여성·노동정책을 충실히 뒷받침하고 있다.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사회분과 전문위원으로 문화정책을 지원한다.장하진 여성개발원장과 조옥라 서강대 교수,지은희 전 여연 대표는 여성정책을,언개연·민언련 출신인 김주언 언론재단 이사와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등은 언론개혁에 대한 자문활동에 참여한다. 최근 청와대 입성이 확정된 문재인 민정수석과 박주현 국민참여수석도 각각 부산·경남 민변과 참여연대·경실련 출신 변호사로,시민단체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다.노 당선자의 법률특보 출신인 박범계 변호사도 정무분과에서 검·경찰 개혁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chaplin7@kdaily.com ★386세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이른바 ‘386세대 참모’ 핵심은 이광재 기획팀장과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이다.안 부소장이 인수위를 떠난 뒤엔 이 팀장이 측근 참모들 사이에서도 ‘핵심 측근’으로 불릴 정도다.이 팀장은 연세대 법학과 83학번.87년 경찰 수배 중에 노 당선자를 만났고,88년 13대 국회의원 시절부터 함께하다시피 했다.96년부터 1년 반정도 잠깐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의 ‘덕린제’에서 일한 뒤,97년 노 당선자와 함께 국민회의에 합류했다.고려대 철학과 83학번인 안 부소장도 김덕룡 의원 비서로 출발했으나 3당합당에 반대,90년부터 노 당선자와 함께 길을 걸어왔다.안 부소장은 노당선자가 14대 총선 낙선 후 93년 설립한 ‘지방자치실무연구소’의 살림을 이끌며,노 당선자의 외곽그룹을 챙겨왔다. 서갑원 의전팀장,황이수 정무비서,천호선 전문위원,배기찬 전문위원,윤태영 공보팀장,백원우 전문위원,김만수 부대변인 등도 386참모 중심권이다.노 당선자의 일정과 경호팀을 관리하는 서 팀장은 국민대 법학과 81학번으로 노당선자 비서,지방자치실무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황 비서는 서울대 인류학과 83학번 출신으로 총학생회장을 지냈다.96년 지방자치연구소에 합류하면서 노 당선자와 인연을 맺었다.천 전문위원은 연세대 사회학과 80학번.노 당선자의 13대 의원 시절 비서관으로,93년 유인태 정무수석 내정자의 보좌관을 지냈다.배 전문위원은 서울대 82학번으로 노 당선자가 해양수산부 장관시절 정책자문관으로 활동했다.‘노무현이 만난 링컨’‘노무현의 리더십’등을 기획했다.윤 팀장은 연대 경제학과 79학번으로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의 보좌관으로 일했고,노 당선자와는 90년 초부터 인연을 맺었다. 문소영기자 symun@
  • 송태웅 시인 ‘바람이 그린 벽화’

    “나이 마흔을 넘겨 첫 시집을 낸 시인에게는 필경 말못할 사연이 있으리라.그렇지 않고서야 ‘칼도 아니고 빵도 아닌’ 시에 새파란 청춘을 비끄러매고 사십이 넘도록 그렇게 우짖을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광주의 젊은 시객’ 송태웅(42)이 첫 시집 ‘바람이 그린 벽화’(삶이 보이는 창 펴냄)를 냈다.너무 순정해 혼자 외롭고,혼자만 애태우는 그의 시정이 고스란히 밴 시집이다. “세상의 길이란 길은 모두/이 해안의 절벽에서 몸 던지려할 때/투구를 쓴 게들이/저 깎아지른 절벽을/필사적으로 기어오르려 했다”(달)는 그의 시에서 보듯 그에게 길은 미지의 지점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아니라 어쩌면 꽉 막힌 고해(苦海)의 혈관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외로움,외로워서 어디든 길을 떠나야 하면서도 딱히 지향을 찾지 못한 그는 “터미널 대합실 벤치에 앉아 있는 나를 두고/금호고속 버스는 몇 대나 그냥 지나가버렸을까/서툴렀던 모든 과거가 정당화되던 통음의 밤에/벗들은 엄중한 표정이 되어 하나둘 사라지고/시대마저 등뒤를 보여주면서 하나씩/술집의 셔터를 붙들고 사라졌었지”(不歸)라며 한사코 불화로 이어지는 세상의 섭리를 쓸쓸히 응시한다. 그가 겪어낸 현실 속의 이런 ‘사연’은 그를 더 절박한 시세계로 이끌었을 것이다.“바람을 막아줄 아무것도 없이/너에게 간다”는 그의 삶이 단촐하고 담백한 것과는 다른 시각에서 동통을 느끼며 산다는 예단의 근거가 그의 시에서 농후하게 묻어난다. “(전략)하얀 목련이 만발한 집을 지나칠 때/하얀 목련을 닮은 그 집 딸을 볼 수 있을까 설레기도 했다/그 도시의 오월에 나는 스무살이었다/나는 전사들이 환호하며 질주하는 것을 보았다/하루는 나도 모르게 내가 그들 속에 있었다”(광주).결국 ‘광주’라는 제목의 이 시를 만나고서야 그의 ‘사연’이 신열처럼 느껴져 왔다.그는 스무살 이후 줄창 ‘광주’라는 병을 앓아온 것이다. 송태웅의 시는 열받은 것 같은 직설의 시다.애써 경위와 결론을 감춰 독자들에게 ‘난해’의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직설이 비록 시의 완숙을 방해하는 교조성일지라도 그의 순정한 시심이 이를 버텨낸다. 그의 ‘가난’과 ‘외로움’은 이렇게 또 시에 배어있다.“그리고 많은 창들 중 하나쯤/불 들어오지 않는 여관으로 가/아무렇지도 않게 임종하는 부나방들과 더불어/이승의 하루를 쉬어야 할텐데”(동대구역). 심재억기자
  • [공직자 에세이] 하멜, 히딩크, 그리고 제주도

    “배 한 척이 고을 남쪽에서 난파해 해안에 닿았기에 군사를 거느리고 가 보았더니,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모르겠으나 배가 바다 가운데서 뒤집혀 살아남은 자는 38인이었고,말이 통하지 않았으며 문자 역시 달랐습니다.” 이는 1653년(효종 4년)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내용의 일부분으로,당시 제주목사 이원진이 효종 임금에게 올렸던 글의 첫 머리이다. 이 목사는 또 이 치계(馳啓)에서 “파란 눈에 코가 높았고 노란 머리에다 수염이 짧았으며 옷은 길어서 넓적다리까지 내려오고 바지는 주름이 잡혀 마치 치마 같았습니다.”라고 이방인들의 모습을 보고하고 있다. 이들은 바로 한국을 서방 세계에 처음 알린 ‘하멜표류기’의 저자 헨드릭 하멜과 그 일행이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던가.네덜란드 사람 거스 히딩크가 지난해 치러진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과 네덜란드간 인연을 더욱 돈독히 해줬고 하멜표류 350주년이 되는 올해 하멜의 역사성까지 첨가돼 한국과 네덜란드 두 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한국의 외교통상부는 올해부터 시행하는 ‘타깃외교’의 첫 상대국으로 네덜란드를 선택했고,네덜란드는 올해를 ‘하멜의 해’로 지정했다. 네덜란드에서 우리 한국에 대한 인지도와 중요성은 실로 대단하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대한 투자액이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번째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얼마 전 브리스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한 인터뷰 자리에서 진솔한 견해를 밝혔다.“우리 같은 소국은 개방해야 한다.네덜란드는 지난 400여년간 세계 자유무역을 선도했다.덕분에 필립스,로열더치셀,유니레버 등 수많은 다국적기업을 가지게 됐다.한국이 히딩크 감독을 영입해 좋은 결실을 이뤘듯 다른 분야에서도 네덜란드를 많이 이용하기 바란다.한국이 동북아의 중심축으로 성장하려면 역사적으로 유럽의 통로 역할을 해온 네덜란드의 물류,운송,배분 등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당시의 하멜 일행을 조정에서 보다 환대했고,서구의 우수한 과학기술과 문물을 도입하는 실마리로 삼았다면 우리 역사에 ‘일제 36년’의 고통은 없었을지도 모른다.세계사의 조류가 첨예한 변화를 향해 치닫고 있다.국가와 민족,지역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 일과 과거의 관행에 집착한 나머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폐쇄’는 엄밀히 구분돼야 할 것이다.우리는 그것을 히딩크 축구에서 배우지 않았는가.그가 만약 선수를 선발할 때 과거처럼 온갖 연고에 의해 뽑아 온 고질적 폐습을 되풀이 했다면 결코 ‘월드컵 4강’이라는 영광을 일궈낼 수 없었을 것이다. 17세기 당시 동방의 한 작은 나라가 하멜을 통해 세계와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면 이제 제주는 21세기 지구촌사회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또 한 번의 기회의 땅이 되고자 한다. 제주국제자유도시는 동북아 경제중심국가로의 도약을 경제 관련 제1공약으로 설정하고 있는 새정부의 정책과 맥을 같이한다.‘나’와는 다른 것이라고 섣부르게 배척하지 않고 관대하게 그것을 끌어 안으며,또 언제나 새로운 삶을 꿈꾸는 그것이 제주국제자유도시가 나아갈 길이고 대한민국의 예인선임을 자부하는 제주도의 정신인 것이다.
  • 크로아티아 오픈 탁구/오상은·김택수조 결승行

    한국 탁구 남자 복식조가 국제탁구연맹(ITTF)의 올해 첫 프로투어 대회인 크로아티아오픈 결승에 진출했다.오상은(상무)-김택수(담배인삼공사)조는 26일 자그레브에서 폐막된 대회 준결승전에서 블라슈히크 루치안-그제셰브스키 토마시(폴란드)조를 4-0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오-김조는 코라이착-리칭(홍콩)조와 우승을 두고 다투게 됐다.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유승민(삼성카드·17위)을 꺾고 4강에 진출했던 오상은은 그러나 준결승전에서 중국의 무서운 왕하오에 4-1로 분패했다.여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 2위 왕난(중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킨 이은실(삼성카드·44위)도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세계 2위 니우지안펑(중국)에 2-4로 아깝게 졌다.
  • 2003배구슈퍼리그/도로공 2차리그직행 ‘파란불’

    도로공사가 흥국생명을 잡고 2차리그 진출을 위한 탄탄대로를 닦았다. 도로공사는 2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속개된 배구 슈퍼리그 1차리그 여자 실업부 경기에서 공격형 세터 김사니를 축으로 한 활발한 공격을 앞세워 약체 흥국생명을 3-0으로 손쉽게 이겼다.초반 3연승을 달리다 2연패로 주춤했던 도로공사는 이로써 4승2패로 2차리그 직행 가능성을 높였고 흥국생명은 6연패의 수렁에 빠졌다.삼성화재와 성균관대 역시 서울시청과 경기대를 각각 3-0으로 일축했다.
  • [씨줄날줄] 유서 쓰기

    독일의 유명한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1797∼1856)는 문학으로 명성을 날렸으나 파란 많은 일생을 보냈다.그 아내는 마음 고생을 하며 엄청난 ‘바가지’를 긁었던 모양이다.하이네는 유서에 이렇게 썼다.“나의 모든 것은 아내에게 남기는데,단지 한가지 조건이 있다.즉,반드시 재혼할 것.그래야 세상의 한 사나이라도 나의 죽음을 슬퍼할 것이다.” 유서하면 죽음이 떠오른다.유서를 쓰고 세상을 산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하지만 오늘날은 사정이 달라졌다.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유서 쓰기가 ‘붐’을 이루고 있다.죽음에 대한 준비문화가 싹트기 시작했다는 방증일 것이다.젊은 세대에까지 유서 쓰기 운동이 벌어져 인터넷 공간에선 이벤트가 등장할 정도다.유서의 사연들은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지만,가족이나 친구에게 평소 쉽게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담고 있다.유서를 쓰는 이유는 자신을 정리하고 반성하며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긍정적으로 맞기 위해서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결산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도 있다.유서는 자신이 아니라 남에 대한 마지막 배려다. 시민단체와 관련이 있는 어느 신문이 올 한 해 동안 ‘아름다운 유서 쓰기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고 한다.이 운동은 박원순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가 최근 펴낸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나눔’이란 책을 통해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보내는 자신의 유서를 공개한 데서 시작됐다.박 이사는 유서에서 “자녀들은 돈이나 지위 이상의 더 큰 가치가 있는 인생을 살아주기 바라고,빚이 더 많은 통장을 받을 아내에게 미안함과 한없는 고마움을 전한다.”고 적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출생과 더불어 죽음을 잉태한 존재로 볼 수 있다.죽음이 삶의 현실로,거부할 수 없는 것이라면 정면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죽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뜻을 밝히면 삶이 훨씬 진지해질 것이다.삶이 헝클어질 때마다 써놓은 유서를 읽어 보면 마음이 다잡힐 것은 물론이다.오늘 옷깃을 여미고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을 유서를 써보자.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용히 ‘아름다운’ 유서를 쓰는 것도 인생의 또 다른 멋이 아닐까한다. 이건영 논설위원 seouling@
  • 황성기 특파원의 도쿄이야기/스모스타 은퇴 日열도 ‘호들갑’

    과문한 탓인지,스포츠 스타의 은퇴에 일본 열도가 이토록 떠들썩하기는 이 곳 도쿄에 와서 처음있는 일 같다. 일본 씨름 ‘스모’의 최강자 다카노하나(30)의 은퇴가 발표된 20일 오전 마침 도쿄 중심가 긴자에서 은퇴 소식을 장식한 호외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놀람은 그뿐 아니었다. 시청률 지상주의 민방의 호들갑은 그렇다치더라도 공영방송 NHK마저 호들갑에 가세했다. NHK는 오후의 은퇴 기자회견에 배경이나 파장을 분석한 기사를 장시간,그것도 생방송으로 내보냈다. 그의 은퇴가 호외나 생중계를 통해 일본인들이 꼭 알아야 할 뉴스이거나 의미있는 일인가.고이즈미 총리,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까지 “은퇴 유감” 논평을 냈다.스모에 그다지 관심에 없었던 만큼 의아함,궁금증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왜들 난리법석이냐.”일본인들의 대답은 십인십색.그렇지만 “그는 시대의 상징”이라는 공통점은 있었다.다카노하나는 15년전 중학생 때 스모 인생을 시작했다.일본의 거품경제 붕괴와 시기를 같이한다. 그는 ‘최연소’가 따라붙는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운다. 18살에 최고서열 장사(요코즈나)를 쓰러뜨리는 파란을 일으킨다. 이듬해 씨름판 왕자에 등극한다.1994년에는 요코즈나로 승진한다.22차례의 우승을 거머쥔 스모 천재 다카노하나이지만 지난 19일 서열이 한참 아래인 후배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고 이튿날 은퇴를 발표한다. 경제가 위축되고 자신감이 사라지고 자랑거리가 없어진 일본에 그는 우뚝선 우상이었다.상대를 쓰러눕히고 씨름판에서 포효하는 그의 강한 모습은 경제난에 짓눌려 축 늘어진 일본인들의 어깨를 치켜올리는 자극제였다. 요미우리 신문 사장이자 요코즈나 심사위원장인 와타나베 쓰네오씨는 말한다.“경제와 더불어 일본사람 전체가 정신적으로 퇴조하고 있다.다카노하나의 은퇴가 쇠퇴현상의 상징이 아니길 바란다.”일본인들이 그의 은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잘 보여주는 언급이다. “그의 부활을 기대했다.”는 고이즈미 총리의 말처럼 다카노하나의 은퇴는 추락하는 일본 시대와 오버랩되면서 일본인들 마음을 한층 어수선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marry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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