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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여주 여강길 따라 문화 생태체험

    경기 여주 여강길 따라 문화 생태체험

    요즘 길 따라 걷기가 여행의 한 테마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이 그중 대표적이지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추세에 맞춰 지난 9월 인천 강화 나들길 등 7곳을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선정했습니다. 내 나라 안 아름다운 길이 여기뿐이겠습니까만 우리 길들을 새롭게 이해하려는 첫 시도라고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문화생태탐방로 중 한 곳인 경기 여주 여강길을 다녀왔습니다. 다른 길들을 제쳐두고 여강길을 서둘러 찾은 까닭은 영속성이 위협받고 있는 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원인은 4대강 사업에 따른 여강 일대 강천보 조성공사였습니다. 보를 세우면 사실상 여강길의 훼손이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고 현지 지역 주민들이나 환경단체 등은 보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문화와 생태가 ‘있는’ 길이 아닌 ‘있었던’ 길이 되고 말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여강길 운영 단체인 ‘강길’의 박희진 사무국장이 서둘러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찾길 바란다는 뜻을 밝힌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여강길에 서니 차가운 강바람이 두 볼과 머릿결을 스칩니다. 굽돌아 가는 강물을 따라 물억새도 춤을 춥니다. 겨울 여강길은 이렇듯 넉넉하면서도 역동적인 자태로 여행자를 맞고 있었습니다. 여주 사람들은 여주를 휘돌아가는 남한강을 여강이라 부릅니다. 검은 말(驪)을 닮은 강(江)이란 뜻이지요. 예로부터 남한강은 세곡을 실어 나르고 한양 가는 길손들이 주로 이용하던 길이어서 여주에만 12개의 나루터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여강길은 이처럼 선인들이 걷던 남한강 주변의 여러 길들을 하나로 모아 탐방코스로 만든 것입니다. 전체 길이는 55㎞쯤 됩니다. 하루에 다 볼 수는 없어 ‘강길’에서는 여주읍내로 돌아오는 대중교통 유·무에 따라 3개 코스로 나눴습니다. ▶1코스 - 우만리, 흔암리… 나루터 흔적 따라 15.4㎞ 1코스는 특성상 ‘나루터길’이라 불린다. 부라우와 우만리, 흔암리 등 이름만큼 아름다운 나루터의 흔적들을 좇는 길이다. 달을 맞는 누각 영월루에서 출발해 고운 모래가 특히 아름다운 금모래은모래 유원지, 아홉사리과거길 등을 거쳐 도리마을에서 끝난다. 거리는 15.4㎞. 5~6시간 소요된다. ▶2코스 - 경기·강원·충청 3도 3색 문화의 향기 솔솔 2코스는 ‘세물머리길’이다.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도 등 삼도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를 따라 각 지역 문화를 엿보며 걸을 수 있다. 모래톱이 예쁜 청미천과 합수머리에 버티고 선 붉은 절벽 자산, 1970년대 풍경으로 착색된 듯한 부론마을 등을 거친다. 다만 차도를 따라 걷는 구간이 많은 것이 흠. 17.4㎞에 6~7시간가량 걸린다. ▶3코스 - 바위늪구비길 원시강 생태와 만나 보세요 3코스는 ‘바위늪구비길’. 원시강의 생태와 만날 수 있다. 골재채취장이 습지로 변한 바위늪구비 일대가 하이라이트다. 물억새의 흔들림도 좋고, 단양쑥부쟁이(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등 희귀 동식물과 만나는 것도 뜻밖의 즐거움을 안겨 준다. 모랫길에선 신발을 벗고 걸어도 좋겠다. 22.2㎞. 7~8시간 소요된다. ‘강길’은 1코스와 3코스의 핵심 지역들을 엮은 ‘추천 코스’를 내놨다. 바쁘고 성격 급한 도시인들의 성화가 빗발쳤기 때문. 1코스 우만리 나루터에서 옛 남한강대교를 타고 여강을 뛰어넘은 뒤 3코스 바위늪구비가 있는 강천마을에서 끝난다. 5~6시간가량 걸린다. 낙엽 쌓인 흙길과 모랫길, 자갈길 등이 번갈아 나오는 여강길은 아름다웠다. 물억새도 지천이다. 물살이 잔잔해지는 곳에선 조약돌 던져 물수제비 한번 떠 보시라. 예전 과거 보러 한양 가던 선비들도 오랜 여정에서 오는 지루함을 떨치기 위해 비슷한 놀이를 즐기지 않았을까. 여강길은 철 따라 다른 자태를 선보인다. 박희진 사무국장은 “봄에는 강물의 색깔이 돌아오는 느낌이 좋아요. 여름엔 강수욕도 즐기고 달빛 쏟아지는 강길을 걸을 수도 있지요. 가을엔 끝 간 데 없이 핀 물억새가 지평선을 만들어요.”라고 설명했다. 눈 내리는 강변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철새들의 자태는 겨울철 여강길의 백미. 호사비오리(천연기념물 제448호)와 백조로 불리는 큰고니(천연기념물 201호) 등이 한가롭게 여강 위를 유영하고, 청둥오리 등은 무시로 군무를 펼친다. 말똥가리 등 맹금류와도 어렵지 않게 조우할 수 있다. 곳곳에 옛이야기 숨겨둔 유적들도 많다. 부라우나루터의 부라우는 ‘붉은 바위’란 뜻. 여강을 향해 불쑥 솟은 암반에는 인현왕후의 오빠 민진원의 정자터가 남아 있다. 민진원의 호 또한 붉은 바위를 뜻하는 단암(丹巖). 바위 앞쪽에 또렷이 음각(陰刻)돼 그 시대를 웅변하고 있다. 우만리 나루터는 조선시대 우만이라는 이름의 장수가 난 곳이다. 도리마을과 흔암리 마을을 잇는 아홉사리 산길은 충주 사람들이 과거 보러 가던 길. 9월9일 이곳에 피는 구절초를 캐내 달여 먹으면 모든 병이 낫는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박 사무국장에 따르면 그 전설을 믿고 미리 구절초를 심어 놓는 사람들도 있단다. 하류의 삼합마을은 남한강과 섬강, 청미천 등 강줄기 세 개가 합쳐지는 마을이다. 원주와 여주, 충주의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3도 사람들이 아직도 일년에 한 차례 체육대회를 연다. 삼합을 바라보고 있는 흥원창터는 고려시대 세곡을 모아둔 조창. 굽이쳐 흐르는 세 강줄기를 여유있게 내려다보고 있는 자산의 풍채도 일품이다.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강길’(blog.daum.net/rivertrail)은 매달 2·4주 여강길 정기 답사를 진행한다. 식대 5000원. 물과 음료수, 모자, 선블록 등을 가져가면 좋다. 단체는 예약을 하면 요일에 관계없이 안내자와 함께 답사할 수 있다. 코스는 수시로 변경된다. 5일에는 특별히 ‘여강 5일 장터길’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여주 5일장에 들러 잔막걸리 마셔가며 옛 정취를 만끽할 예정이다. 강길 885-9089, 박희진 사무국장 016-744-3930.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여주 나들목을 나와 37번도로를 타고 여주 버스터미널 방향으로 가다보면 은모래금모래 유원지가 나온다. 가족·연인 등 개별적으로 탐방을 할 경우 이정표와 ‘강길’ 측에서 나무 등에 매 놓은 파란색 리본을 따라 가면 된다. →맛집:(구)보배네 만두(884-4243)가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집. 배춧속을 넣은 시골만두를 푸짐하게 내준다. 여주읍 오금리에 있다. 보리밥(5000원), 만두(5000원), 두부(4000원). 글ㆍ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세계역도선수권대회]김선종 94㎏급 용상 깜짝金

    역도 기대주로 관심을 모았던 김선종(23·상무)이 한국에 ‘깜짝’ 금메달을 선사했다. 김선종은 27일 고양시 킨텍스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2009세계역도선수권대회 남자 94㎏급 용상에서 218㎏을 들어올려 블라디미르 세도프(카자흐스탄)를 1㎏차로 따돌리고 용상 1위를 차지했다. 24일 77㎏급에서 정상에 올랐던 사재혁(24·강원도청)에 이은 한국의 두번째 금메달. 1군에 해당하는 A그룹에 출전한 것도 처음인 김선종이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김선종은 먼저 있었던 인상 경기에서 165㎏을 들어올리는 부진한 기록으로 13위에 그쳤다. 3차 시기에서 시도한 168㎏도 들지 못했다. 오히려 김민재(26·안양시청)가 178㎏을 들어올려, 세도프(185㎏)와 우크라이나의 아르템 이바노프(180㎏)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선종의 괴력은 용상에서 빛났다. 1차 시기부터 211㎏을 들어올려 경쟁자들을 가볍게 따돌린 김선종은 2차 시기에 218㎏ 바벨을 머리 위까지 들어올렸다. 이어 3차 시기에 나선 세도프가 225㎏을 신청했지만 결국 실패, 최고 기록은 2차 시기 때 들어올린 217㎏이 됐다. 이미 김선종의 금메달이 확정된 것. 뒤따라 3차 시기에 나선 김선종은 6월 자신이 작성한 한국신기록(220㎏)보다 6㎏을 더 욕심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김선종은 “(세도프가 3차 시기에 실패해) 1위가 결정되자 긴장이 확 풀려 226㎏을 들어올리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하체가 튼튼해 용상에 자신감이 있었다. 용상에서 실패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웃었다. 용상에서 금메달을 딴 김선종은 합계에서는 383㎏로 4위, 메달을 추가하지 못했다. 인상 동메달을 딴 김민재는 용상에서도 206㎏을 들어올려 합계 384㎏로 3위, 하루에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김선종과 김민재가 금1·동2개를 합작한 한국은 지금까지 총 금2·은2·동4개를 확보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불빛에 비춰 숨은그림 없으면 위폐”

    “불빛에 비춰 숨은그림 없으면 위폐”

    “고객을 앞에 두고 ‘이거 위폐 같은데요’라며 돈을 뒤적이면 안 되죠. 엔화의 경우 기울여 보면 양끝에 보라색 펄(반짝이)이 있는 게 보일 겁니다. 조용히 기울여 보세요.” 26일 오후 서울 삼성동에 있는 외국인전용 카지노 ‘세븐럭’. 한데 모여앉은 딜러들이 연신 탄성을 터뜨렸다. 딜러 150명이 이날 위폐감별 전문가인 백재순(38) 신한은행 외환사업부 과장이 진행하는 위폐감별 교육을 받았다. 간단하지만 미처 몰랐던 위폐 감별 방법에 5년차 이상의 중견 딜러들도 혀를 내둘렀다. ●5년차 이상 딜러들도 혀 내둘러 백 과장은 1999년부터 은행 영업점, 카지노, 면세점 등을 대상으로 위폐감별 교육을 해온 베테랑이다. 지난 11일 HSBC에서 주관한 위폐감별 테스트를 통과해 인증서를 취득하기도 했다. 나날이 진화하는 지폐 위조에 대처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백 과장의 위폐감별 3원칙은 ‘비춰 봐라, 기울여 봐라, 만져 봐라’다. “이 세 가지만 잘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99%는 위폐 감별이 가능하다.”고 그는 단언한다. 우선 지폐를 불빛에 비춰 보면 숨은 그림이 나타나는데, 위폐의 경우 그림이 아예 없거나 모양이 조금 다르다. “위폐를 만들 때 앞·뒷면을 따로 만든 뒤 촛농으로 붙여 만드는데, 이럴 경우 숨은 그림을 제대로 만들기 쉽지 않죠. 100유로짜리 지폐 왼쪽 위를 비춰봐서 숫자 100이 보이지 않으면 가짜입니다. 우리나라 5만원권의 경우도 비춰보면 태극 문양이 나타나야 하죠.” 지폐를 기울여 봤을 때 홀로그램의 색이 변하지 않아도 가짜 돈이다. 유로화나 원화 뒷면에 붙여진 홀로그램이 보라색, 노란색, 파란색 등 3가지 이상의 색이 나타나야 진짜다. 또 지폐를 직접 만져 보면 인물의 얼굴과 머리 등 잉크가 많이 묻은 부분이 까끌까끌한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가짜 돈은 표면이 매끌하다. 일본, 중국 고객이 많은 카지노의 특성상 많이 유통되는 돈은 엔화와 달러다. 백 과장에 따르면 엔화는 4~5년 전 구권 위조지폐가 발견된 뒤로 위폐가 없었지만 최근 만엔짜리 신권 엔화에서 일부 위폐가 발생하고 있다. “엔화는 잘 만든 돈이라 위조가 어렵지만 엔화를 취급하는 나라가 늘어나면서 위조 가능성이 높아졌어요. 불빛에 비추면 뻥 뚫린 곳에 나타나는 숨은 그림이나 양 끝에 있는 보라색 펄을 잘 확인해야 합니다.”라고 백 과장은 덧붙였다. 5만원권 원화도 기존 만원권보다 고액권이기 때문에 위조의 위험이 급증하고 있다. 5만원권 유통 직후인 지난 6월 266장의 위폐가 발견되기도 했다. ●최근 신권 엔화 위폐 늘어 물론 카지노나 금융기관에서는 위조지폐 감별기를 갖춰놓고 있어 지폐를 사람이 일일이 확인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감별기가 모든 위폐를 정확히 걸러내진 못하기 때문에 마지막 판단은 사람의 손과 눈이 한다. 현장에서 돈을 직접 다루는 딜러들에게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4년차 딜러인 정소영(27)씨는 “외국인전용 카지노의 특성상 엔, 위안, 달러 등 각종 외화를 접하게 되는데, 이번 교육으로 위폐 감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겨울에 가볼만한 온천 5선

    겨울에 가볼만한 온천 5선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 했다. 머리는 차게, 발은 덥게 하라는 건강법. 이 건강원리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노천온천이다. 눈앞에 바다와 산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고, 때마침 눈이라도 내려 준다면 일상의 스트레스쯤은 저만치 달아나고 말 게다. 한국관광공사는 ‘눈 맞으며 즐기는 온천여행’이라는 주제로 12월에 가 볼 만한 여행지 5곳을 선정했다. 경북 울진 덕구온천과 충북 충주 수안보 온천 등 널리 알려진 온천 명소에 강원 강릉의 해저심층온천 등 최근 이름을 얻고 있는 온천들을 더했다. ① 경북 울진 덕구온천 국내유일 자연용출수 피로 싹~ 이런 상상을 해 본 적 있으신지. 울창한 원시림 속 노천탕에 몸을 담근 채 향긋한 솔향으로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것. 경북 울진 응봉산(999m) 자락의 덕구온천 노천탕은 그런 ‘로망’을 가능하게 한다. 응봉산 중턱 500m쯤에 있는 덕구온천 원탕은 온천공을 따로 뚫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용출수가 지표면으로 솟는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온천. 칼륨·칼슘·라듐 등의 성분이 함유된 약알칼리성 온천수가 하루 4000t씩 솟아난다. 노천탕은 계곡 상류의 원탕을 산 아래에 재현한 것이다. 원탕에서 솟아난 온천수는 4㎞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노천탕에 공급된다. 41.8℃의 온천수는 데우거나 식힐 필요가 없어 그대로 사용한다. 덕구온천에서 원탕까지 이어진 덕구계곡에는 겨울에도 계곡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계곡 곳곳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프랑스 노르망디교 등 세계 유명 다리들을 축소한 12개의 다리가 설치돼 있다. 다리를 건널 때마다 선녀탕, 용소폭포 등 덕구계곡의 절경과 만날 수 있다. 원탕에서 솟구치는 온천수는 음용이 가능하다. 원탕 아래에는 족탕을 조성해 산행의 피로를 풀도록 했다. 왕복 2시간쯤 소요된다. 주중(일요일~목요일) 어른 1만원(주말 1만 5000원), 어린이 7000원(주말 1만 1000원). 성수기인 12월19일부터는 어른 2만 5000원, 어린이 2만원. 울진 온천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계절별미가 대게. 12월이면 울진에서 대게잡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족자원 보호를 위한 금어기는 10월에 끝났지만 대게 다리마다 포실하게 살이 오르기를 기다렸다가 잡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울울창창한 금강송과 만날 수 있는 소광리와 7번국도를 따라 펼쳐진 죽변, 후포 등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은 잊지 말고 찾아봐야 할 풍경의 보물들이다.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789-6541, 호텔덕구온천 782-0677(지역번호 054). ② 충북 충주 수안보온천 수안보전경·월악산 경치는 덤 수안보온천은 일제강점기 때인 1929년부터 온천시설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온천의 터줏대감이다. 각종 무기물과 광물질이 고루 녹아 있는 약알칼리성 온천수의 수온은 53℃가량. 음용도 가능하다. 충주시에서 온천수를 관리해 수질을 믿을 수 있고 모든 온천들이 똑같은 물을 공급받아 ‘원탕’이 따로 없다. 탕에서 보는 풍경 좋기로는 수안보파크호텔 노천탕이 첫손 꼽힌다. 규모가 작긴 해도 수안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위로는 월악산 봉우리의 경치까지 감상할 수 있다. 노천탕 한편에 소나무숲이 우거져 있어 온천과 함께 삼림욕을 하는 기분도 든다. 어른 6000원, 어린이 3000원. 수안보파크호텔 846-2331, 수안보온천관광협의회 846-3605(지역번호 043). ③ 강원 강릉 금진온천 동해권 건강 아이콘으로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동해안 관광벨트의 새 건강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 강원도 강릉의 금진온천이다. 일출명소인 정동진 아래 자리잡은 금진온천은 해안 단구지역 1100m 고생대 암반층에 갇혀 있던 해수를 온천수로 사용한다. 따라서 깊은 곳의 바닷물을 걸러 마시는 해양심층수와는 생성과정과 성분이 전혀 다르다. 용출 온도는 33.7℃. 칼슘·마그네슘 등 필수 미네랄뿐 아니라 셀레늄과 바나듐 등 희귀 미네랄이 온천수에 녹아 있다. 미세한 황토 입자가 녹아 있는 온천수에 몸을 담근 채 파란 바다를 보노라면 일상의 시름은 어느새 남의 일이 되고 만다. 금진항에서 심곡항까지 이어진 바닷길 헌화로는 강릉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헌화로 왼쪽에는 기암절벽이, 오른쪽에는 바다가 펼쳐져 드라이브를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진다. 아들 낳기를 원한다면 헌화로 중간쯤에 있는 합궁골을 반드시 들를 것. 어른 1만 5000원, 어린이 7500원. 금진온천 (033)534-7397. ④ 충남 예산 덕산스파캐슬 물놀이 테마파크 가족여행지로 좋아요 덕산 스파캐슬은 온천이라기보다 물놀이 테마파크의 색채가 짙은 곳이다.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로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유럽식 수치료 시설이라는 바데풀을 성인들만 이용하도록 한 것이 특징. 대부분 물놀이 시설에 들어선 바데풀이 ‘수치료’ 목적보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는 데 반해, 이곳 천천향의 바데풀은 19세 이상만 입장시켜 차분하게 이용할 수 있다. 바데풀에는 모두 11가지 26종의 수압마사지 시설이 들어서 있다. 한바퀴 돌며 고루 이용하다 보면 1~2시간은 훌쩍 지난다. 온천욕 뒤엔 수덕사, 추사(김정희) 고택 등 유명 관광지를 둘러봐도 좋겠다. 한때 이응로 화백이 머물렀다는 수덕사 입구의 수덕여관도 둘러볼 만하다. 겨울에도 좀처럼 물이 얼지 않는 예당저수지도 빼놓지 말아야 할 풍경의 보고. 예산군청 339-7114, 덕산스파캐슬 330-8000(지역번호 041). ⑤ 전남 담양리조트 온천욕 즐긴 후 댓잎차 한잔 어때요 전남 담양은 대나무와 하얀 눈이 어우러진 겨울풍경이 아름다운 곳. 가족들과 온천욕을 즐긴 뒤 댓잎차 한잔 곁들이며 피로를 풀기 딱 좋다. 온천시설로는 금성산성 입구의 담양리조트가 많이 알려져 있다. 담양 온천수의 자랑은 스트론튬.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담양군청 관계자는 “전국 평균치에 견줘 3배가량 많다.”고 전했다. 온천욕과 더불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댓잎차를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는 참살이 여행이 될 듯. 어른 7000원, 어린이 5000원. 담양은 정자의 고장이기도 하다. 한국 정자문화의 진수로 꼽히는 소쇄원과 식영정·환벽당·송강정·면앙정 등 노송과 어우러진 정자를 산책하는 것도 훌륭한 테마여행이 된다. 창평면 소재지인 삼천리도 둘러볼 만한 곳. 한옥과 돌담이 잘 보존돼 있다. 담양군청 문화관광과 (061)380-3151.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구청장 에세이집 출판기념회

    구청장 에세이집 출판기념회

    한인수 금천구청장이 28일 금나래아트홀에서 자전 에세이집 ‘도전과 비상’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1967년 군 입대 당시 정치 입문을 결심하고, 1979년 ‘YH사건’과 당시 신민당 김영삼총재 의원직 제명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다 구속됐으며, 1980년 민주화운동 당시 민주인사 탄압을 피해 도피생활을 하는 등 파란만장했던 정치 현장에 대한 체험을 담담하게 회고했다. 또 시흥동 출신으로 ‘금천 토박이’인 한 구청장이 8년간 재임하며 그동안 소외됐던 지역을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해 땀 흘려 온 과정을 뒷이야기 중심으로 재미 있게 담아냈다.
  • 중구 해외시장 개척단 ‘수출 157억’

    중구 해외시장 개척단 ‘수출 157억’

    서울 중구의 ‘해외시장 개척단’이 기대 이상의 수출실적을 거뒀다. 24일 중구에 따르면 지난 15~22일 터키와 크로아티아에서 활동한 해외시장 개척단이 157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려 수출 신호등에 파란불을 켰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유망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개척단을 꾸린 덕분이다. 우선 지난 17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종합상담회에선 무인전자 경비시스템, 액세서리, 아동복, 문구류 등 다양한 상품들이 현지 바이어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날 올린 수출계약만 모두 87억원에 달했다. 또 지난 20일에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설명회를 개최, 70억원의 수출성과를 거뒀다. 이스탄불은 인구 1200여만명이 거주하는 터키 최대도시로, 상품의 80%가 재래시장을 통해 유통되는 만큼 중구의 특화상품인 패션 액세서리의 수출 전망이 밝다. 자그레브는 철도, 도로의 요충지로 최근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일반 소비재의 수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해외시장 개척단은 기술경쟁력은 있지만 현지 정보수집과 시장 파악에 어려움을 겪어온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 개척에 중점을 뒀다. 중구는 해외바이어 발굴, 공동 카탈로그 제작, 상담장 임차 등 중소기업이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업무를 대행했다. 아울러 현지 총영사관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현지 한인회 등이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냈다. 앞서 중구는 지난 9월 관내 중소기업들과 함께 홍콩 아시아월드 엑스포에 참가, 38억원의 수출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정동일 구청장은 “국내 중소기업 시장 개척에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면서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는 물론 인도, 유럽, 아프리카 등 국가별로 차별화한 중소기업 지원 전략을 펼쳐가겠다.”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집으로’ 다시 보고싶은 女감독 영화1위

    ‘집으로’ 다시 보고싶은 女감독 영화1위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가 여성감독의 작품 중 다시 보고 싶은 한국영화로 1위로 뽑혔다. 영화포털 사이트 무비맥스는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지난 10년간 개봉한 여성감독 영화 중 다시 보고싶은 작품은?’이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921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 2002년 개봉한 이정향 감독의 작품 ‘집으로’가 52.3%의 네티즌 지지를 얻어 10편의 후보작품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집으로’는 7살 소년과 77살 외할머니의 파란만장 동거 이야기로 개봉 당시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최근 영화, 드라마, CF 등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국민 남동생 유승호의 영화데뷔작이기도 하다. 다시 보고싶은 작품 1위에 오른 ‘집으로’는 다음달 14일 2009 여성영화인축제 기간 중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집으로’에 이어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19.3%)이 2위, 박찬옥 감독의 ‘파주’(9.9&)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박찬옥 감독의 장편 데뷔작 ‘질투는 나의 힘’(2003), 이경미 감독의 ‘미쓰 홍당무’(2008), 김미정 감독의 ‘궁녀’(2007), 방은진 감독의 ‘오로라공주’(2005), 이수연 감독의 ‘사인용 식탁’(2003), 변영주 감독의 ‘밀애’(2002),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2001)이 후보에 올랐다. 한편 2009 여성영화인축제의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후보선정위원회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여성감독이 만든 작품 중 10편의 후보작품을 선정했다. 사진 = ‘집으로’ 포스터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엄마와 읽는 동화] 난쟁이나무가 되어도 괜찮아/유효진

    [엄마와 읽는 동화] 난쟁이나무가 되어도 괜찮아/유효진

    미루나무의 꿈은 키 큰, 아주 큰 나무가 되는 것입니다. 어릴 적부터 변한 적이 없습니다. 한 번도요. 소원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머리 꼭대기 저기 먼 곳에 하늘을 코옥, 찔러 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미루나무는 생각합니다. ‘가지 끝으로 파란 하늘을 톡 건들면 아주 신기한 일이 일어날 거야.’ 미루나무는 또 생각합니다. ‘분명히 파란 물이 조르르 새어 나와 내 몸을 파랗게 물들일 거야.’ 파란색을 좋아하는 미루나무는 자기 가지 끝에 나온 연둣빛 이파리도 하늘처럼 파란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루나무는 마을 사람들 중에 우로를 제일 좋아합니다. 우로의 커다란 눈도, 도무지 열릴 것 같지 않은 꾹 다문 입도, 고개를 푹 수그리고 걷는 모습도 다 좋아합니다. 숱이 많은 새까만 눈썹도 좋아합니다. 꼬마 녀석들은 미루나무의 다리를 가끔은 걷어차고 연필로 낙서를 하는데, 우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우로가 여섯 살 되던 해였습니다. 그때는 미루나무도 작은 나무였어요. 우로는 구겨진 도화지를 들고 나와 미루나무를 보고 말했습니다. “너를 그리겠어.” 미루나무는 그때 우로가 잔뜩 화가 나 있는 줄 알았어요. 얼굴에 웃음기도 없는 아이가 빤히 쳐다보다가, 그것도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너를 그리겠어!” 단호하게 말하고는 그림만 그렸거든요. 미루나무는 우로가 어떻게 자기를 그릴지 궁금해서 졸지도 않았습니다. 우로가 조는 모습을 그려 놓으면 어떡해요. 미루나무는 바람이 미루나무 가지를 마구 흔들거나 나뭇잎을 팔랑팔랑, 흔들면 눈을 크게 뜨고 속삭였어요. “고양이처럼 지나 가. 살금살금. 제발 살금살금.” 우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림만 그렸어요. “어? 내가 저렇게 생겼단 말이지!” 정말로 우로는 미루나무를 그렸습니다. 그런데 우로가 그린 미루나무는 키가 큰 새파란 색 나무였어요. 미루나무는 그때부터 꿈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소원이 생기고 말았어요. 키가 큰 새파란 색 미루나무가 되는 것! 그리고 그것은 우로가 열 살이 된 지금까지 변한 적이 없습니다. 우로가 옵니다. 미루나무 곁으로 자박자박 걸어옵니다. ‘또 나를 쳐다만 보다가 돌아갈 건가?’ 미루나무는 제발 한 마디라도 좋으니 우로가 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안녕, 미루나무’ 라든가 그것도 하기 싫으면 ‘안녕’ 소리만 해줘도 무척 반가울 것 같아요. 그런데 도무지 말을 안 해요. 입술을 꾹 다물고는 쳐다만 봐요. “우로, 안녕. 잘 잤니?” 우로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미루나무가 인사를 하든가 말든가 우로는 관심도 없는 표정이에요. 아, 물론 알아들을 수도 없겠지만요. 미루나무가 우로 목소리를 들은 건 여섯 살 그 해, “너를 그리겠어.” 가 처음 들은 목소리이자 마지막입니다. 미루나무는 우로를 보고 반가웠으나 곧 시무룩해집니다. ‘저 애는 말을 하지 않으니 속을 모르겠어. 날마다 나를 쳐다만 보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꿈이 무엇인지, 소원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난 저 애의 고민이 무엇인지도 몰라. 아아!’ 우로는 미루나무를 쳐다만 봅니다. 하염없이 쳐다만 봐요. 미루나무도 뚫어져라 우로만 쳐다봅니다. 미루나무 가지에 앉았던 작은 새가 중얼거립니다. “저 꼬마 목 아프겠다. 저 꼬마가 너와 친구가 하고 싶은 게야.” 미루나무는 작은 새 말이 제발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맞을 거라는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아요. ‘치. 난 친구하고 싶은데 왜 쳐다만 보는 거야. 왜 말을 안 하는 거야.’ 그러다가 미루나무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말을 못하게 되었을까? 목소리를 잃어버렸을까?’ 미루나무는 시무룩해지다 못해 슬픈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미루나무가 기억하는 한 우로의 목소리는 매우 똘똘한 목소리였어요. 그런데 그 목소리를 잃어버리는 건 우르르,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큼 엄청난 일입니다. ‘아휴, 감기에 걸려서 기침소리라도 해 보지. 아니 감기는 우로를 괴롭힐 테니……. 그래, 재채기라도 해 보지.’ 하지만 우로는 미루나무 앞에서 기침도 재채기도 하질 않아요. 어젯밤에 미루나무는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땅 속에서, 땅 위에서 온갖 것들이 잎눈을 틔우느라, 싹을 틔우느라 속닥속닥, 톡톡톡, 틱틱 얼마나 소리를 내는지 잠을 잘 수 없었어요. 미루나무는 쿨쿨 낮잠이 들었다가 축축한 느낌에 잠에서 깨었습니다. “어, 뭐지?” 미루나무는 부스스 눈을 뜨다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흐흑. 흑흑…….” 우로가 자기 둥치를 부둥켜안고 훌쩍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아아! 미루나무는 우로의 목소리를 여섯 살 이후 처음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지? 왜지?’ 미루나무는 영문을 몰라 속이 탔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내 부러진 가지가 떨어지면서 우로 눈을 찔렀을까? 저기 꼭대기에 있던 새 둥지가 우로 머리를 때리고 떨어졌을까?’ 미루나무는 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얼굴 노란 새가 지어놓고 간 빈 둥지는 그대로 있었습니다. 미루나무는 숨도 크게 쉬지 않고 우로만 빤히 내려다보았습니다. 우로가 너무 슬픈 표정으로 울고 있었기 때문에 숨을 크게 쉴 수가 없었어요. “난 네가 키 크는 게 싫어. 네 키가 크는 게 제일 싫어. 내가 부지런히 자라도 네 키를 따라가지는 못해. 내가 크면 너도 커서 할머니가 그려 놓은 빗금이 자꾸만 올라가잖아. 이젠 빗금이 내 눈에 보이지도 않아. 내 맘도 모르고 너는 날마다 키만 커. 그러니까 내 엄마가 되어 줄 아줌마는 나타나지 않을 거야.” 대체 몇 년 만에 다시 듣는 목소리인지요. ‘깜짝이야! 목소리를 잃어버린 게 아니었어. 그런 게 아니었어.’ 미루나무는 좋아서 하하 웃으려다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미루나무는 우로가 금방 했던 말을 똑같이 중얼거리다간 곰곰 생각했습니다. ‘빗금?’ ‘빗금?’ ‘아! 아아! 저기 아래 그려진 내 빗금!’ 미루나무는 이제야 알았습니다. 우로가 자신의 둥치에 그어진 빗금만큼 키가 크면, 마음씨 고운 아줌마가 나타나 새엄마가 되어 줄 거라는 것을요. 누가 그려놨을까 궁금했는데 우로 할머니가 그린 빗금이었습니다. 미루나무는 가만가만 골똘히 옛일을 더듬었습니다. “우로야, 우로가 이만큼 키가 크면 꼭 예쁜 아줌마가 나타날 거야. 그래서 다른 엄마들처럼 우리 우로한테 맛있는 음식도 해 주고, 옷도 깨끗이 빨아서 입혀 주고, 그리고 다른 엄마들처럼 학교도 따라가 줄 거란다. 그러니까 그런 날이 올 때까지 씩씩하게 기다려야지.” 미루나무는 자신의 머리를 마구 쥐어박고 싶었습니다. ‘아, 맞아 그랬어. 그때 할머니가 그랬어. 우로가 파란색 크레파스로 나를 그리기 바로 전 날이었잖아. 난 그때 작은 새가 내 이파리에 똥을 싸고 지나가는 바람에 작은 새 꽁지를 쳐다보고 있었어. 그러느라 그 순간 할머니가 내 몸에 빗금을 그었는데도 몰랐던 거야. 그렇지만 분명 그렇게 말한 기억은 나. 왜 이제야 생각이 난 거지? 어쩌면 나는 그것을 이렇게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지? 바보, 바보.’ 미루나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어깨를 늘어뜨리고 걸어가는 우로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마구 퍼붓는 소낙비에도 지워지지 않는다고 빗금을 나는 참 싫어만 했는데…….’ 미루나무는 우로한테 너무, 너무나 미안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미루나무는 이제 그만 자라고 싶어졌습니다. 아니 앉은뱅이 나무가 되어도 좋으니 키 작은 나무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졌습니다. 미루나무는 간혹, 아니 자주 키 작은 나무가 되는 꿈을 꿉니다. “봐라. 내 머리가 빗금 위로 올라갔어. 이제 새엄마가 오시겠지?” “우리 새엄마가 학교에 오셨어. 친구들이 예쁜 엄마를 보고 부러워했지. 난 기분이 좋았어.” “새엄마가 해 주는 밥은 너무 맛있어. 너도 우리 새 엄마가 시장에 가는 거 보았니?” 우로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뜨면 자기 키는 그대로인 채, 우로가 타박타박 걸어오는 길만 눈앞에 보입니다. 우로도 보이지 않는 좁다란 빈 길만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요. 미루나무 가지마다 돋았던 새 잎이 이제 제법 큰 잎이 되었습니다. 포르르, 작은 새 한 마리가 미루나무 가지를 떠났습니다. 미루나무는 금방 떠난 새를 바라봅니다. 작은 새의 모습이 푸른 하늘에서 사라지자 미루나무가 휴우, 한숨을 쉽니다. 그러곤 뭉게구름 몇 점 지나가는 하늘을 향해 중얼거렸어요. “나는 이제 코옥, 하늘을 찔러보고 싶지 않아. 내 꿈은 이제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는 거야. 키 큰 파란색 나무가 안 돼도 괜찮아. 난쟁이나무가 되어도 괜찮아.” ●작가의 말 새엄마 새아빠라는 말이 점점 익숙해지면서 사회 속에서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따라서 이제 콩쥐 팥쥐, 장화홍련 속에서 등장하는 나쁜 새 부모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 가고 있고, 달라져야 한다. 달라져야 하는 것만큼은 순전 어른들의 몫이다. 그 몫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리고 한결같이 난쟁이 나무가 되어도 괜찮은 미루나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루나무가 많은 세상은 등불이 없어도 밝을 것이다. ●약력 경기도 남양주에서 나고 자랐다. 계몽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고 단편동화 ‘고물자전거’는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 읽기에 수록되어 있다. 저서:뜸부기 형, 쇠똥구리 까만 운동화, 키가 작아도 괜찮아, 나는 문제없는 문제아 등 다수
  • [글로벌 시대] 오바마의 90도 인사/박현정 크레디트 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글로벌 시대] 오바마의 90도 인사/박현정 크레디트 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문화적 유연성을 가진 대통령임을 잘 보여준 외교적 의례였는가, 아니면 국격을 훼손한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는가? 지난주 내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그가 아시아 순방 중 일본 국왕에게 한 90도 인사로 미 보수언론의 맹렬한 비난에 시달렸다. 의료보험개혁 논란 속에 미 보수진영은 좋은 먹잇감을 물었던 셈이다. 뭘 저렇게까지 호들갑일까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가진 상징성의 무게를 생각할 때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어떤 사안을 문화적 차이를 잣대로 삼을 경우 해석은 분분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양인의 눈에 고개를 숙여 하는 동양인의 인사는 자칫 저자세의 비굴해 보이는 인사로 보일 수 있다. 어느 나라의 국민도 자국의 지도자가 외국의 수반에게 비굴해 보이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부시를 만나 엘비스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에 대한 조롱을 기억해 봐도 그렇다. ‘미국인은 어떤 나라의 국민에게도 결코 절을 해서는 안 된다.’고 오바마를 비난한 골수 보수주의자 딕 체니 전 미 부통령의 좀 어처구니없는 발언도 일부는 그런 문화적 정서의 차이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번 오바마의 90도 인사를 공인이나 정치적 해석의 틀이 아닌 기업 대 기업 또는 개인적 만남의 자리에서 이루어진 인사로 본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고사상 앞에서 큰절을 올리는 파란 눈의 외국인 CEO나 일본 전통여관에서 무릎을 꿇고 시중을 드는 직원을 보고 우리는 그들이 비굴하다고 느끼진 않는다. 국가간 외교적 의례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화 노력이나 글로벌 시대에 개인이 갖추어야 할 매너 역시 상대방의 관습과 전통에 대한 배려를 기본으로 한다. 상대방 문화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고 상호이해를 희구하는 마음의 자세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이런 부분이 부족해 생기는 사소한 갈등의 풍경은 흔하다. 나이 지긋한 고객사 동양인 임원에게 한 손으로 명함을 건네고 초면에 스스럼없이 이름을 부르는 서양인, 팽팽한 협상을 위해 만난 영미권 기업인에게 상체를 숙여 깍듯하게 인사하고 말끝마다 ‘생큐’를 연발하는 부하 직원, 중요한 미팅 약속에 30분이나 늦게 나타나서도 미안한 기색 없이 태연한 중동인, 영·미권 여성을 만나 대화를 나누며 성희롱의 수위를 위태롭게 넘나드는 한국 남성, 회장을 위시한 모든 중역이 모인 자리에서 그 회사의 문제점을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외국인 컨설턴트, 이슬람문화권 출신이 섞인 고객사 일행에게 돼지고기 요리를 대접하는 무역회사 사장님 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몇몇 유명 글로벌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뽑을 때 공식 인터뷰 절차에 고급식당에서의 식사를 포함시킨다고 한다. 식사하는 매너를 통해 그 사람의 교양과 세련됨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글로벌 매너를 얘기할 때 어떤 스푼과 포크를 어느 때 사용해야 한다는 테이블 매너처럼 기술적 측면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적 우월감도 열등감도 없는 타 문화에 대한 열린 태도다. 국경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 대해 부질없는 우월감과 편견으로 가득 찬 희한한 동네 지구촌에 사는 우리에겐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일에 대한 미 국무부 해명으로 회자된 국무부 의전국 발간 ‘현대의 외교관을 위한 외교적 의례’를 읽어 보니 재미있게도 일관된 조언이 하나 있다. 바로 ‘국가마다 문화적 차이가 있으니 현지 경험이 많은 대사관 직원에게 자문하라.’ 결국 로마에 가서는 로마에 오래 산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라는 얘기다. 박현정 크레디트 스위스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 달동네서 34년 사랑의 인술… 파란눈 여의사의 한국사랑

    달동네서 34년 사랑의 인술… 파란눈 여의사의 한국사랑

    “저녁 때는 녹초가 돼요. 하지만 웃음을 되찾은 환자들을 보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18일 오전 기자가 찾아간 서울 시흥5동 전진상(全眞常)의원. 60㎡ 남짓한 환자대기실에는 아침 일찍부터 찾아온 환자들로 북적댔다. 걱정스럽고 초조한 눈빛의 환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파란눈의 여의사’부터 찾는다. 큰 병원에 갈 만한 형편이 안 돼 이곳을 찾은 ‘판자촌’ 주민들은 그녀를 한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어두웠던 낯빛이 밝아진다. 배현정(63) 원장. 벨기에 태생으로 본명은 마리헬렌 브라쇠르. 1975년 이곳에 정착해 34년째 달동네 주민들을 돌보고 있다. 배 원장은 오전 9시부터 가난한 환자들을 맞이한다. 그녀의 일은 단순히 진료만이 아니다. 환자들은 배 원장에게 가족, 진학문제까지 털어놓는다. 어떤 환자와는 30분 이상 얼굴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녀는 “주사만 놓는 의사가 아닌 가족환경까지 다 볼 수 있는 ‘진짜 의사’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프면 누구나 올 수 있는 곳” 날마다 수십명의 외래환자를 맞아 피곤할 법도 한데 저녁이 되면 호스피스병동의 말기환자와 가족들을 돌본다. 배 원장은 “해외에서 도착하는 성금 관련 업무와 빈곤층 아동기금 등의 복지사업 업무까지 도맡아 하기 때문에 일을 마치면 새벽 2~3시가 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배 원장은 “아프면 누구든지 올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 마지막 목표”라며 미소를 띤다. ‘환자에게 받은 가장 뜻깊은 선물이 뭐냐.’고 묻자 “어느 크리스마스날 도착한 마늘”이라고 말한다. 30여년 전 병환이 있는 친정어머니와 가족을 돌보던 한 중년여성이 배 원장에게 감동해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신문에 곱게 싼 마늘 한 접을 감사의 선물로 보냈다고 한다. 배 원장은 벨기에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봉사단체인 국제가톨릭형제회에 입회한 뒤 1972년 우리나라를 찾았다. 수녀인 그녀는 1975년 고 김수환 추기경의 추천으로 이불보따리와 노란 냄비 하나만 달랑 들고 ‘전진상 가정복지센터’를 차렸다. 의료봉사자의 도움을 받는 것에 한계를 느낀 배 원장은 1981년 중앙대 의대에 편입, 5년 만에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증을 땄다. ●극빈층 무료 진료·생계비 지원 매달 생활형편이 어려운 200여명에게는 진료비를 한푼도 받지 않고 있으며 50명에게는 무료 왕진도 해준다. 해마다 50명의 중·고교생에게는 장학금을 주고 있다. 무료 유치원과 공부방도 만들었다. 일부 주민에게는 생계비와 양육비도 지원해 주고 있다. 배 원장은 25일 서울아산병원 내 아산교육연구관 강당에서 열리는 제21회 아산상 시상식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억원의 상금과 상패가 수여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거울·영상·네온조명… 설치미술로 빛나다

    거울·영상·네온조명… 설치미술로 빛나다

    조선시대 세종이 1446년 소헌왕후 심씨가 죽자 그의 명복을 빌려고 아들인 수양대군에게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한글로 편찬한 ‘석보상절’을 마련하도록 했다. 1447년 세종은 이를 토대로 한글로 찬가를 지었다.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 ‘1000개의 강에 달이 뜬다.’라는 인상적인 찬가의 제목은 부처의 교화가 온 세상에 가득하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한국적인 설치작업으로 세계에 알려진 전수천(62)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이 월인천강지곡을 새롭게 해석한 ‘신(新)월인천강지곡’을 서울대미술관 정문 앞에 설치했다. 높이 1.5m, 지름 4.7m의 반구형 구조물 안팎에는 1000개의 스테인리스 거울이 사람과 주위 풍경을 비추고 있다. 구조물에는 눈처럼 하얀 소금이 뿌려져 있고, 그 위에 1000권의 책이 쌓여 있다. 낮에는 햇빛이 반구형 구조물 안쪽에 닿아 서울대 미술관 건물 천장에 반사된 빛 그림자들이 어른거리고, 밤이 되면 전 작가가 전국의 강과 개울을 찾아다니며 촬영한 물에 비친 300개의 달이 천장에 영상으로 뿌려진다. 전 작가는 “월인천강지곡을 읽다 보니 석가모니의 덕을 칭송한 것이 아니라 강이나 개울에 비친 달을 바라보는 서민의 애환을 담은 노래가 아닐까 하는 가설을 세워 보게 됐다.”면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마을 어귀에 나와 강에 비친 달을 보면서 세상을 떠난 부모님, 멀리 군역을 떠난 남편, 시집간 딸을 생각하는 백성의 마음을 세종이 헤아리지 않았을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글 없는 백성을 불쌍히 여겨 한글을 만들고, 이 한글을 보급하려고 월인천강지곡도 지었다는 것이다. 그런 세종의 마음을 더듬어 가며 1000개의 스테인리스 거울 조각을 나사로 조이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무섬증을 눌러 가며 홀로 강에 뜬 달을 300여개나 촬영해 나갔다고 했다. 잔잔한 강에 비친 달은 예쁜 달이지만, 바람에 번져 나갈 때면 달은 불이 돼 타오르고, 그리움을 싣고 달려왔다. 전 작가는 작품을 통해 영웅의 시대가 아닌 보통 사람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1000개의 거울에 반사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과 암묵적인 대화를 통해 정체성을 찾고, 자연과 조화하고 대화하는 사회를 희망하며, 생명을 상징하는 소금과 지혜를 뜻하는 책을 통해 시대적 소명을 구축하는 디지털 지혜를 찾으려는 시도 등을 담은 것이다. 미술관 안에서는 파란색 네온 조명 15개를 이어붙인 길이 27m짜리 설치작 ‘선은 정지를 파괴한다’라는 작품이 시선을 끈다. 긴장과 속도, 방향성을 보여 주는 이 작품은 그저 포물선을 닮은 사선일 뿐인데 관객을 압도하는 힘을 보여 준다. 전 작가는 이런 선 작업을 1989년부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은 2005년 미국 대륙횡단 열차 15량을 흰색의 천으로 뒤덮고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달려간 퍼포먼스라고 한다. 한국인들의 미국 이민 100주년을 기념한 행사로, 백의민족의 정신을 미국 대륙에 번지게 하겠다는 의도였다. “미국 국토를 캔버스로 활용한 선 작업”이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푸른 선이 끝나는 지점 맞은편 종이 위에 목탄으로 그린 드로잉 시리즈 4점도 인상적이다. 여섯 개의 작품으로 이뤄진 개인전은 12월12일까지. (02)880-9504. 더불어 서울 소격동 옛 기무사 터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주최로 열리는 ‘신호탄’에서도 전 작가의 작품 11점을 만날 수 있다. 기무사 통신실 등에서 수거한 물품을 활용한 대형 설치작업, 기무사가 역사에서 차지하는 무게와 기무사로 말미암은 사람들의 고통과 상처를 표현한 기무사령관의 테이블을 본떠 만든 작품, 김재규로 시작되는 보안사령관의 사진을 합성하고 그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다리를 영상으로 보여 주는 작업, 현대인들의 표현력인 대형 바코드 작업, 기무사령관실에 침대를 설치해 만든 미디어 작업 등이다. 12월6일까지. (02)2188-600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불법은 가라” 다운로드시장 새 바람

    “불법은 가라” 다운로드시장 새 바람

    ‘다운로드’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유선 인터넷에선 해적판 영화나 음원을 공짜로 내려받는 ‘불법’이 먼저 떠오르고, 무선 인터넷에선 노래 한 곡 다운받았다가 휴대전화 요금이 두 배로 뛰는 ‘요금 폭탄’이 보통 떠오른다. 하지만 최근 ‘음험한’ 다운로드가 아닌 ‘깨끗한’ 다운로드 물결이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동시에 일고 있어 주목된다. 포털 다음은 지난 6월부터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900여편의 최신 영화부터 고전 명화까지 서비스한다. 가격은 500~3500원이며, 휴대전화 요금, 다음 캐시, 신용카드로 할 수 있다. 포털 파란은 영화 저작권자와 영화 리뷰어가 이익을 나눌 수 있는 ‘무비 위젯’을 지난 11일 오픈했다. 무비 위젯은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위젯 형태로 제공하는 것으로, 영화를 다운받은 사람이 블로그나 게시판에서 리뷰를 위젯 형태로 작성하고, 다른 사람이 그 위젯을 통해 영화를 다운받으면 판매 수익의 일부를 얻는 구조다. 네이버는 내년 초 CJ엔터테인먼트 등과 손잡고 영화 유통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포털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합법 다운로드 시장은 연간 120억원 수준으로, 3000억원에 이르는 불법 다운로드 시장에 비하면 미미하다.”면서도 “합법 다운로드가 6개월 간격으로 5배가량 성장하고 있어 점차 합법이 불법을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쪽에서도 새로운 다운로드 열풍이 불고 있다. PC처럼 각종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이 몰고 온 현상이다. KT가 애플 아이폰을 출시하고,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구글 안드로이폰을 내놓으면 다운로드 시장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통사들이 데이터 요금을 절반 이하로 낮추고 있어 ‘모바일 다운로드족(族)’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이동통신사로부터 망을 빌려 다운로드 서비스만 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콘텐츠 제공업체인 엔타즈와 KT는 조만간 MVNO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엔타즈는 내년 1월 KT 이동통신 가입자를 대상으로 ‘미니게임 포털’을 통해 게임, 화보, 만화 등을 다운로드해 줄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통사의 무선망을 완전히 개방해 휴대전화를 통한 자유로운 다운로드가 이뤄질 수 있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내년 초부터 PC로 다운받은 콘텐츠를 케이블로 연결해 휴대전화로 옮기는 사이드로딩을 허용할 계획이다. 지금은 이용자가 휴대전화용 콘텐츠를 구매해 사용하려면 이통사의 무선인터넷을 거쳐 데이터통화료를 내고 휴대전화에 다운받아야 한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성북구, 서울디자인올림픽 우수상

    성북구, 서울디자인올림픽 우수상

    성북구가 서울디자인올림픽2009 ‘자연의 꿈’ 전시 부문에서 우수상을 차지했다. 성북구는 지난달 9~29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자연의 꿈(i-Green Design)’ 전시 부문에서 출품작 ‘거울의 꿈’으로 우수상을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거울의 꿈은 한성대 조열 교수가 기획한 작품으로 움직이는 관객의 시선에 따라 파란 사각형→지구→한반도→초록 사각형의 이미지를 차례로 보여주는 독특한 구조로 제작됐다. 김영미 도시디자인과장은 “작품을 통해 21세기 그린디자인을 표방한 성북구의 의지를 나타내고자 했다.”면서 “관객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도록 재활용쓰레기와 거울을 이용해 되살아나는 지구와 아름다운 한반도를 연출했다.”고 밝혔다. 심사는 25개 자치구의 전시작품을 대상으로 전문가와 관람객들에 의해 이뤄졌다. 시상식은 지난달 29일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특설 무대에서 진행된 폐막식 때 거행됐다. 이 자리에는 배진섭 부구청장이 참석, 오세훈 서울시장으로부터 직접 상을 받았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14살 소년이 전과 60범?…범죄의 화신

    헉! 14살이 전과 60범? 사람들은 14살의 그를 천사라고 부른다. 자그마한 체구에 맑은 갈색머리, 파란 눈에 어울리는 별명을 찾다보니 딱 어울리는 게 단어가 바로 천사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천사는커녕 ‘범죄의 화신’이다. 14살에 벌써 전과 60범의 화려한 범죄경력을 쌓은 소년이 보호시설에서 탈출했다. 우리나라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천사’가 마지막으로 경찰에 잡힌 건 지난 6일이다. 오토바이를 훔쳐 도주하다가 경찰을 만난 그는 32구경 총을 쏘아대며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서 추격하던 경찰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던 이 소년은 오토바이가 쓰러지면서 결국 체포됐다. 가벼운 부상을 입은 소년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법원으로 넘겨졌다. 법원은 소년이 심각한 마약중독증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바로 마약중독재활센터로 보냈다. 하지만 소년은 갇혀있으려 하지 않았다. 재활센터에서 하룻밤을 보낸 그는 바로 이튿날 연기처럼 사라졌다. 아르헨티나 현지 언론은 “아무도 그가 도주하는 걸 본 사람이 없다.”며 “감쪽같이 재활센터를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오토바이를 훔치기 직전까지도 그는 마약중독재활센터에 있었다. 여기에서 빠져나가 범행을 저질렀다가 체포돼서 다시 새로운 재활센터에 보내진 후 또 탈출극을 벌인 것이다. 소년의 범죄경력을 보면 놀라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州)의 주도인 라 플라타를 주무대로 삼아 활동하면서 벌써 전과 60범의 기록을 세웠다. 지난달에는 13살 된 또 다른 소년의 얼굴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가 경찰에 체포됐었다. 이에 앞서 그는 권총을 들고 현직 경찰서장의 자가용을 강탈했다가 덜미가 잡혀 수갑을 찼었다. 하지만 소년은 16세 이하 미성년자를 형사처벌하지 않도록 한 아르헨티나 형사법 덕분에 매번 풀려나고 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그의 전과는 전과가 아니다. 체포기록일 뿐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박 前회장은 누구

    박용오 전 회장은 한때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오너 경영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 재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두산그룹의 총수로서 험난했던 ‘IMF 금융위기’를 극복하며 ‘중공업 두산’의 토대를 쌓았다. 또 구단주 출신의 첫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서 프로야구에 경영 마인드를 도입시킨 주인공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파란만장했다. 2005년 동생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추대되자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가 두산가(家)에서 사실상 제명됐다. 당시 박 전 회장은 두산 오너 일가(家)가 20년간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착복했다는 주장을 담은 투서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이른바 ‘두산 비리’에 대한 수사를 촉발시켰다. 검찰은 이 투서를 단서로 삼아 오너 일가 전반의 비리를 캐내는 쪽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박 전 회장은 명예와 사람을 모두 잃고 말았다. 여기에 아들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구속되는 참담한 처지에 빠지기도 했다. 형제의 난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2년7개월 만인 지난해 성지건설을 인수하면서 그는 경영 활동을 재개했다. 성지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69위에 오른 종합건설회사. 박 전 회장이 24.35%를 보유했고, 아들인 경원(대표이사 부회장)씨가 1%를 갖고 있다. 하지만 곧 자금난에 시달렸다는 후문이다. 박 전 회장은 법인 보유의 오피스텔을 싼값에 매각하는 등 지난달에도 자금을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재기하지 못했다. 한편 두산그룹은 박 전 회장의 자살과 관련, 말을 아꼈다. 두산 관계자는 “형제의 난 이후 사업 측면에서는 두산그룹과 지분 관계가 깨끗이 정리됐고 전혀 간섭이 없었다.”며 박 전 회장의 자살 파장이 자칫 두산그룹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했다. 다만 두산가의 어른 격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가족들에게 책임지고 장례를 치르도록 지시하고, 가족들이 빈소를 지키는 등 고인에 대한 예를 갖췄다. 김경두 golders@seoul.co.kr
  • [프로배구] LIG, KEPCO45 꺾고 2연승

    개막전에서 대한항공을 꺾은 LIG가 KEPCO45마저 꺾고 2연승을 내달렸다. LIG는 4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09~10 프로배구 V-리그 홈경기에서 ‘토종 거포’ 김요한(19점)과 베네수엘라 출신 용병 피라타(18점)의 좌우쌍포를 앞세워 ‘약체’ KEPCO45를 3-1로 완파했다. LIG는 높이와 힘에서 KEPCO45를 압도했다. 하현용(12점)의 속공이 위력을 발휘했고, 상무에서 제대한 임동규(9점)와 김철홍(6점)의 안정된 리시브와 속공이 더해져 무서운 팀으로 변모했다. 김요한은 팀의 ‘해결사’ 역할을 충실히 했다. KEPCO45에 내준 3세트를 제외하고 모두 주전세터로 투입된 하성래의 재발견도 큰 수확이다. 첫 세트에서 LIG는 여유 있게 리드하다 연속 범실 4개로 14-14 동점을 허용해 흔들렸지만, 막판 하현용의 속공으로 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에 LIG는 안정된 서브리시브를 바탕으로 한 세트를 손쉽게 보탰다. 하지만 LIG는 3세트 17-14에서 이기범에게 3연속 서브득점을 내주면서 17-17 동점을 허용했고, 김상기의 블로킹으로 역전당한 뒤 결국 세트를 내줬다. 마지막 4세트는 초반 KEPCO45의 강한 서브에 밀려 고전했으나, 피라타가 고비마다 해결사 역할을 한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 KEPCO45는 발목 부상이 악화돼 집으로 돌아간 용병 브룩 빌링스(미국)의 빈 자리가 커 보였다. 하지만 이기범이 강한 서브로 LIG의 리시브 불안을 공략해 한 세트를 따낸 점은 가능성을 보인 부분이다. 여자부에서는 ‘승부사’ 황현주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이 새 용병 케니(22점·콜롬비아)의 맹활약을 앞세워 도로공사를 3-0으로 완파하고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기대주 양효진(13점)도 공격성공률 66.67%로 블로킹 3점을 보태며 팀 승리를 거들었다. ‘디펜딩 챔피언’ 흥국생명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던 지난해 ‘꼴찌’ 도로공사는 팀 공격성공률이 31.68%로 저조해 연승 행진에는 결국 실패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겨울 극장가, 色있는 유럽영화 ‘붐’

    겨울 극장가, 色있는 유럽영화 ‘붐’

    ‘2012’, ‘아바타’, ‘전우치’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한국 대작영화들의 격돌하는 올 겨울 극장가에 다양한 영화 팬들의 취향을 만족시켜줄 색깔 있는 유럽산 화제작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작년 여름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으로 국내 호러팬을 열광시킨 클라이브 바커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국 영화 ‘드레드’는 차갑고 냉혹한 회색빛으로 관객들을 유혹한다. ‘드레드’는 심리 스릴러로 두려움에 대한 실험을 시작한 대학생 3명이 내면에 잠들어 있던 공포에 대한 집착을 깨닫고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공포 실험이란 신선한 소재와 상상을 초월한 충격적 반전 그리고 스타일리시한 영상으로 색다른 공포를 선사할 ‘드레드’는 오는 26일 메가박스 코엑스를 시작으로 전국 로드쇼를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이어 다음달 3일 개봉하는 프랑스와 독일의 합작 프로젝트 영화 ‘카운테스’는 612명의 처녀를 살해하고 그 피로 목욕까지 해 16세기 유럽 전역을 뒤흔들었던 엘리자베스 바토리 실화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카운테스’는 그녀의 차가웠던 겉모습 속에 감춰져 있던 운명적인 사랑과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잔혹한 비밀을 섬세한 감성으로 그려냈다. 붉은 핏빛으로 가득한 잔혹한 러브스토리 ‘카운테스’는 세계적인 지성파 여배우 줄리 델피가 직접 연출과 주연을 겸했으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윌리엄 허트가 열연을 펼쳤다.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으로 세계적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프랑스 감독 에릭 종카의 신작 ‘줄리아’는 희망의 파란색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줄리아’는 영화 세상과 담을 쌓고 술에 절어 살던 여자 줄리아가 유괴한 아이를 다시 납치당하는 황당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깨닫게 되는 삶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그린 휴먼 드리마다. 2008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 황금 곰상에 노미네이트 되어 호평을 받았던 ‘줄리아’는 다음달 3일 개봉한다. 사진 = 누리픽쳐스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엄마와 읽는 동화] 물고기 꽃다발/이림

    [엄마와 읽는 동화] 물고기 꽃다발/이림

    “아유, 냄새!” 분홍장미가 찡그리며 말했다. “우후! 냄새!” 줄돔이 벙글거리며 말했다. 서울 명동 노다지 횟집. “사장님, 이 것 잠시 좀 맡아주시겠어요? 지하철 타고 갔다 올 일이 있어서요.” 점심 식사를 마친 초등학교 졸업생 어머니가 계산대에 꽃다발을 내밀며 말했다. 분홍 장미 한 아름에 버들개지 두어 가지, 또 다른 꽃들도 섞여 있었다. 꽃다발 속에는 벌써 봄이 와 있었다. “어이, 주방장!” 꽃다발은 주방 안으로 건네어졌다. 횟감용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는 수족관 위 선반 위에 올려졌다. “아유, 기분 나빠!” 분홍장미는 오후 내내 수족관 위 선반 위에서 코를 쥐었다. 난생 처음 맡아보는 물고기 냄새가 역겨웠다. “우후! 기분 좋아!” 줄돔은 오후 내내 수족관 안에서 코와 입을 활짝 열고 헤엄쳐 다녔다. 난생 처음 맡아보는 장미 향기가 황홀했다. “그 아주머니, 곧 우리를 데리러 올 거야… 늦둥이 아들 초등학교 졸업이라고 얼마나 정성들여 꽃다발을 만들었는데…” 버들개지가 분홍장미를 달랬다. 버들개지는 꽃다발 꽃 중에서 하나뿐인 야생 꽃이다. “코 좀 다물어. 흔적만 남은 코를 벌름벌름, 발름발름… 너, 힘 빠지면 바로 회로 썰어진다는 것 알지?” 볼락이 줄돔을 나무랬다. 볼락은 수족관 물고기 중에서 하나뿐인 자연산 횟감이다. 값비싼 눈요기용 횟감인 줄돔 뒤에 숨어 다니며 뜰채를 피해 다니는 꾀돌이다. 밤이 왔다. 주방 안은 어슴푸레 밝다. 뽀르르 뽈뽈~ 웅~ 수족관 산소 방울 소리에 냉장고 소리가 가끔씩 더해지고 있다. “아유, 냄새!” 분홍 장미는 밤늦도록 코를 쥐고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우후! 냄새!” 줄돔은 코를 벌름거리며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뭐? 수족관에서 물고기 냄새가 올라온다고?… 그만 자. 그 아주머니, 내일은 틀림없이 올 거야.” 버들개지가 분홍 장미 잠을 재촉했다. “그만 자. 잠을 잘 자야 하루라도 더 생생하게 버티지.” 볼락도 줄돔 잠을 재촉했다. 다음 날이 왔다. 사장과 주방장은 하루 내 선반 위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바빠서 꽃다발이 거기 있다는 것조차 잊은 듯했다. 밤이 되도록 졸업생 어머니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유, 냄새. 훅…” 분홍 장미는 몹시 목이 말랐다. 벌써 겉잎이 다 말라 자줏빛 테를 두르고 있었다. “우후, 냄새. 헉…” 줄돔은 온몸이 나른했다. 까만 줄무늬에 하얀 거품 같은 것이 끼고 있었다. 자정 무렵이었다. “훅! 훅!…” 분홍 장미는 목이 탈 대로 탔다. 속잎까지 꾸덕꾸덕 마르고 있었다. “헉! 헉!…” 줄돔은 온몸에 힘이 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 뼈없는 물고기처럼 온몸이 흐물거렸다. “좋은 수가 있어!” 버들개지가 말했다. “분홍 장미야, 우리 저 수족관 물에 뛰어들자.” “뭐라고?” “아무리 꽃다발 꽃이라지만 이렇게 날로 말라 죽긴 싫어.” “?” “너처럼 비닐하우스 속에서만 큰 꽃은 모르겠지만, 내 고향 시냇물 속에도 물고기가 많았어! 물고기가 발을 간질러 주면 힘이 막 솟곤 했지.” “저 비린내 나는 물에?… 싫어, 싫어.” 분홍장미는 고개를 저었다. “좋은 수가 있어!” 볼락이 말했다. “줄돔아, 우리 저 꽃다발 속으로 뛰어들자.” “뭐라고?” “어차피 너나 나나 내일을 못 넘겨. 손님들 눈요깃감이 되지 않는다 싶으면 너부터 바로 회로 썰어질 거야! 난 이런 감옥 같은 데서 죽음을 맞긴 싫어.” “?” “너처럼 양식장 속에서만 자라온 물고기는 모르겠지만, 내 고향 바다 속에는 물풀도 많았어. 검푸른 물풀 속을 헤엄치고 있으면 힘이 막 솟아나곤 했지.” “저 고운 냄새 나는 꽃다발 속에?… 좋아, 좋아. 그런데 어떻게 저 높은 곳에 뛰어들어?” 줄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쨌든 뛰어들어야지 뭐. 아님 내려오게 해서 들든지...” 볼락이 지느러미를 흔들며 말했다. 뽀르르 뽈뽈~ 웅~ 사작사작 삭삭 끙~ (“분홍장미야, 몸을 밀어 봐.” “싫어, 버들개지야. 무서워!” “내려가야 한다니까!”) 뽀르르 뽈뽈~ 웅~ 철버덕 철버덕 슉! 풍덩~ (“돌돔아, 뛰어 올라.” “그렇게 높이? 난 볼락 너처럼 몸이 가볍지 않아!” “그래도 더 높이 뛰어야 해!” “이렇게?” “그래. 그래야 꽃들이 우리 지느러미를 잡고 내려오게 하지.) 밤새 노다지 횟집 주방 안은 수선스러웠다. 늘 나던 수족관 산소막대 소리에 안간힘을 쓰는 소리들이 더해졌다. 날이 밝았다. 삐삐~ 띠띠~ 문이 열리고 사장이 들어왔다. 주방장도 들어왔다. 수족관 앞으로 간 사장이 소리쳤다. “아니, 주방장, 꽃다발이 왜 수족관 안에 떨어져 있어? 선반이 기울어진 것 아니야?” “아닌데요. 똑 바른데요!” “그럼 왜 널따란 선반에서 꽃다발이 떨어져?” “그, 글쎄요… 꽃다발이 발을 달았나? 아님 혹, 혹시 우리 주방 안에 쥐가?…” 사장과 주방장은 주방 안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곧이어 비닐 옷 입은 아저씨가 들어왔다. ‘우주수산’이란 글씨가 새겨진 파란 통을 들고 있었다. “사장님, 오늘 횟감 진짜 좋습니더. 바로 넣겠습니더.” 우주수산 아저씨가 수족관 앞으로 왔다. 물 속에 떨어져 있는 꽃다발을 보고 소리쳤다. “아이, 이게 뭐꼬? 이 꽃들 바보 아이가? 짠물에 뛰어들어서 김치가 될라 카나… 에잇!” 우주수산 아저씨는 꽃다발을 문밖으로 휙 날려버렸다. “사장님, 어제 회 특대 시킨 사람이 있었어예?” “왜요?” “줄돔 큰 것 없앴네예.” “아니, 아직 잡지 않았는데요?” “잔고기들도 거의 다 팔았고요.” “아닌데?… 어젯밤 퇴근할 때만 해도 있었는데?… 가만! 꽃다발 속에?” 사장이 얼른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주방장도 따라 나갔다. “사장님, 그 고기들, 다 꽃다발 속에 숨어 든 게 틀림없어요.” “빨리 꽃다발을 찾기나 해. 큰 돔 값이 얼만데!” “예, 예!” 사장과 주방장은 꽃다발을 찾느라 횟집 앞 주차장을 헤매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꽃다발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꽃, 꽃다발이 어디 갔어?” “정말, 그새 어디로 간 거야? 흔적도 없어.” “…저, 저기!” 뒤따라 나온 우주수산 아저씨가 소리쳤다. “어디?” ”어디요?“ “저기, 저기예!” 대성당 위로 로켓 모양 물체 하나가 올라가고 있었다. 분홍 몸체에 줄무늬 문 같은 게 달려 있었다. 줄무늬 문 안으로 오글오글 바글바글 손님들이 타고 있었다. “비행접시다! 제보해야지.” 징-칙! 지나가던 청년이 디카를 눌렀다. “미사일이다!” 찰칵! 지나가던 초등생도 손전화를 눌렀다. “물고기 꽃다발, 삼각산 너머로 가버렸지요?” “낮달 속으로 들어갔어!” “우주로 날아갔습니더!” 사장과 주방장, 우주수산 아저씨는 하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오토바이를 탄 청년 하나가 가던 길을 되돌아와 소리를 질렀다. “누구예요? 남이 싣고 가는 시험용 폭죽에다 꽃다발을 던진 사람이… 폭죽 값이 얼만지 알아요? 오늘 연구소에서 발사 시험을 해야 하는 거란 말이에요… 근데 저 폭죽이 왜 터지지 않고 날아가기만 하지?” ●작가의 말 지난 겨울, 아들 졸업식이 있었다. 2월 하순은 꽃들에겐 추운 날씨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꽃다발 속 꽃들에게 참 미안했다. 축하 오찬을 하러간 횟집 수족관 물고기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에게 찰나적인 즐거움을 위해 바쳐진 그 순간이, 저들에겐 한평생 온힘을 다해 일군 가장 빛나는 순간인 것을. 그들에게 영원한 아름다움을 주기 위해 이 동화를 썼다. ●약력 199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가작. 제13회 계몽사 아동문학상 장편동화 부문 당선. 경남아동문학상 수상. 영남 아동문학상 수상. 제7차 교육과정 5학년 국어교과서에 ‘울타리속 비밀’ 수록. 펴낸 책으로는 ‘아빠는 짜리몽땅’, ‘안녕하세요?’ 등 다수가 있다.
  • [씨줄날줄] 이단과 사이비/김성호 논설위원

    정통적인 신조와 대비되는 이설(異說), 유파를 말하는 이단. 나와 차별되는 ‘다름’을 통칭하는 덤덤한 뉘앙스와는 달리 종교에서의 이단은 무서운 적대의 개념이다. 교리를 생명처럼 여기고 숭앙하는 종교 특성상, 정통에서 비켜난 주장·파당은 척결 대상으로 찍혀왔다. 원시의 제정일치 사회에서 독자 영역으로 분리된 종교 흐름을 볼 때도 정통·이단 투쟁은 부인할 수 없는 거대한 축으로 통한다. 이단이 교리의 다름에서 비롯된 상대적 개념이라면 사이비는 탈선·일탈의 파벌이다. 종교의 허울을 빌린 이단. 이 이단과 사이비는 종교가 시작된 이후 끊임없이 맞물려 이어져온 역사를 갖는다. 기독교의 이단·사이비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험한 갈등의 점철이다. ‘예수 승천’ 이후 시작된 이단·사이비는 초대교회부터 파란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예수를 따르던 초대교회 제자들은 이단·사이비로 골치를 앓았으며 사도 바울의 신약성경이나 사도 요한의 요한복음도 이단의 경계에 초점을 맞췄단다. 그런데 따져보면 이단·사이비 갈등은 헤게모니 싸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단의 원조라는 영지주의만 해도 314년 니케아공회 때 이단 판정을 받아 쇠퇴하지 않았다면 지금 기독교의 양상은 딴판일 것이다. 19세기 신학논쟁과 교회분열 와중에 생겨난 수많은 종파도 우열 다툼 속에 흥망성쇠를 반복해 왔다. 불교도 소승·대승의 갈등이 적지 않았고, 이슬람교 의 험악한 수니·시아파 파열도 칼리프(후계자) 자리를 둘러싼 싸움의 결과다. 세계최대의 단일교회로 평가받는 국내 모 교회만 하더라도 십수년 전엔 이단 사이비 취급을 받지 않았던가. ‘인류가 가진 최상의 도덕률’로 통하는 종교. 많은 나라들이 이 종교의 자유를 천부의 권리로 인정하지만 이단·사이비 논쟁은 여전해 보인다. 프랑스 법정이 톰 크루즈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신봉한다는 신흥종교 사이언톨로지교에 유죄판결을 내렸다. 신도들에게 의약품이며 전기테스트를 강요한 사기혐의란다. 50만명의 신자를 거느린 이 신흥종교의 단죄 명목은 ‘종교의 허울을 빌린 사이비’쯤으로 보인다. 인류가 지속하는 한 이단·사이비 논쟁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보다.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중구, 지적장애인 보호센터 개장

    서울 중구가 서울지적장애인복지협회와 손잡고 지적장애인을 위한 주간보호센터를 개장했다. 중구는 29일 지적장애인의 사회 적응력과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최근 신당4동에 ‘파란마음 주간보호센터’의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개장한 주간보호센터는 연면적 160㎡ 규모다. 2개층으로 나뉘어진 센터의 1층은 거실, 재활치료실, 집단 활동실, 조리실 등으로 사용된다. 2층은 상담을 위한 사무실로 활용된다. 센터에선 지적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불편없이 하도록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의복 착·탈의, 손씻기, 양치질, 욕실 이용 등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훈련들이다. 아울러 재활상담과 농구, 수영, 사물놀이 등 운동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점핑클레이, 컴퓨터교실, 음악듣기 등 사회적응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이밖에 여가생활 훈련 등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삶을 위해 지적장애인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동안 중구에는 지적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없어 장애인과 가족에게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지적장애인을 위한 복지프로그램도 부족해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었다. 이에 구는 지적장애인들에게 사회적응훈련과 일상생활훈련 등을 제공하기로 하고 서울지적장애인복지협회 중구지부에 2억원을 지원, 주간보호센터를 설립했다. 정동일 구청장은 “파란마음 주간보호센터 개설이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며 “장애인 복지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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