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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2라운드 돌입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2라운드 돌입

    조원태 회장, 주주총회서 경영권 방어 성공‘3자 연합’, “정상화 끝 아니다” 장기전 시사양자 경영권 쟁탈 위한 지분 싸움 이제 시작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조 회장 측은 1승을 거뒀다고 마음을 완전히 놓진 않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은 칼을 갈고 역공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3자 연합은 다음 라운드를 대비해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모으고 있다. 앞서 주총 전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편을 들었을 때 3자 연합은 “이번 결정이나 주총에서의 결과가 한진그룹 정상화 여부의 끝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장기전을 시사했다. 특히 3자 연합의 주식 공동 보유 계약이 5년인 만큼 경영권 분쟁은 이제 시작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3자 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KCGI 18.74%, 반도건설 16.90%, 조 전 부사장 6.49% 등 총 42.13%에 달한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결국에는 ‘쩐의 전쟁’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해 지분을 사들이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자 연합에서는 반도건설이 자금줄을 쥐고 있다. 반도건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기준인 15%를 넘긴 만큼 주총 이후 지분 매집 규모를 더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KCGI는 지난 25일 장 마감 후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한진 주식 60만주를 처분해 151억원을 마련했다. KCGI가 한진칼 지분 매입을 위해 실탄 확보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건설에도 한진칼 지분을 더 사 모을 자금 여력이 있는 만큼 3자 연합이 최소 45%까지 지분을 끌어올려 앞으로 임시주총 소집 등을 통해 계속 한진그룹을 견제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회장 앞에는 많은 숙제가 쌓였다. 코로나19로 항공 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만큼 무엇보다 경영 정상화가 급선무다. 당장 대한항공은 다음달부터 무기한 모든 임원의 월 급여를 30~50% 반납하기로 한 상태다. 조 회장의 든든한 우군인 델타항공이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조 회장에게는 위기 요소다. 델타항공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수록 지분 추가 매입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조 회장의 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연내 매각 추진을 공언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을 비롯해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도 조 회장이 주총 이후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3자 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도 관전 포인트다. 앞서 한진그룹은 이달 16일 반도건설의 허위 공시 의혹과 KCGI가 보유한 투자목적회사(SPC)의 투자 방법, 주요 주주로서의 공시 의무 위반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잃어버린 일상을 토닥이다

    잃어버린 일상을 토닥이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슬픔 투영 마침내 빛으로 나아가는 과정까지 내면의 여정 46점 파노라마로 배치 유기견·설인 캐릭터로 메시지 전달 “삶에 지친 분들 치유받을 수 있길”의도하지 않은 우연이지만 이보다 더 시의적절할 수 있을까. 현대미술 작가 에디 강(40)이 서울 장충동 복합문화공간 파라다이스집(ZIP)에서 여는 개인전 ‘위 윌 비 올라이트’(We will be alright)는 제목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뭉클해진다. 코로나19 사태로 온 사회가 상실과 불안감 속에 힘겨운 일상을 버티는 요즘 같은 때, “다 잘될 거야”란 위로와 격려의 한마디가 주는 힘을 알기 때문이다. 에디 강은 유기견 캐릭터인 ‘러브리스’와 ‘믹스’, 상상 속 존재인 설인(雪人) 캐릭터 ‘예티’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순수함과 꿈, 희망 등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작업을 10여년간 꾸준히 해 왔다. 알록달록 밝은 색감과 동글동글 귀여운 캐릭터는 남녀노소 누구든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매력이 있다. 개막 전날인 지난 24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1년 넘게 전시를 준비하면서 겪었던 개인적인 감정의 변화를 담아 제목을 정했는데, 공교롭게도 지금 우리 사회에도 꼭 필요한 마법의 주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2018년 말 가나아트 한남점에서 열었던 개인전 ‘위프 낫’(Weep not)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가까운 가족을 잃은 충격과 상실감을 이겨 내려는 희망적인 의지를 담아서 ‘울지 말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면, 이번 전시는 그런 다짐에도 불구하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 감정의 굴곡을 캔버스에 고스란히 담았다.전시장에 걸린 작품 46점은 작가 내면의 여정을 따라가는 구도로 배치됐다. 1층에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슬픔을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강아지 캐릭터에 투영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상실로 인한 혼란과 분노를 흑백의 추상 드로잉으로 표현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작가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슬픔의 감정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소중한 존재들을 길잡이 삼아 어둠의 터널을 거쳐 밝은 빛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2층 전시장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작가는 “힘든 길을 걸을 때 등불이 되고, 수호천사가 되는 존재로 예티를 표현했다”면서 “처음 실루엣으로만 보이던 예티 캐릭터가 완전한 형태와 색을 갖춰 가는 과정이 이번 전시의 주제”라고 설명했다. 호텔 객실 편지지, 엽서 형태의 전시 초대장에 그린 소품들도 이전 전시에선 볼 수 없던 작품이다.에디 강은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대학교에서 영상과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2003년 귀국해 군복무를 마치고 2007년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이듬해 대만의 유명 기획자에게 발탁돼 타이베이에서 첫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것을 계기로 일본 도쿄, 미국 뉴욕, 중국 상하이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2018년 가방브랜드 MCM과 함께한 협업도 주목받았다. 유기견을 입양해 4년간 키운 경험에서 탄생한 러브리스 캐릭터는 반려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환기시켰다. 그는 “외출도 자제하고, 접촉도 줄이는 시기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일상에 지친 분들이 전시장에 와서 제 그림을 보고 조금이라도 기분이 밝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4월 29일엔 작가와 관객이 캔버스를 함께 채워나가는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가 열린다. 전시는 6월 27일까지. 글 사진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우리가 꿈꾸던 것, 평범한 ‘일상’

    [김선자의 신화로 문화읽기] 우리가 꿈꾸던 것, 평범한 ‘일상’

    제주도 신화를 읽다 보면 온갖 꽃들이 피어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 등장한다. 머나먼 서쪽 어딘가에 있다는 그 신비로운 공간은 ‘서천꽃밭’이라 불린다. 천상인지 지상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서천강을 건너가면 존재하는 그곳은 신에게만 속한 공간은 아니다. 제주신화에 등장하는 많은 주인공이 그곳에 가서 뼈살이꽃과 살살이꽃, 환생꽃 등을 가져다가 억울하게 죽어간 사랑하는 사람들을 살려낸다. 서천꽃밭은 또한 아이를 점지해 주는 삼승할망의 공간이기도 하다. 삼승할망은 그곳에서 다섯 가지 색깔의 꽃을 기르는데, 아이를 원하는 집에 그 꽃을 가져다주면 그 집에 어여쁜 아이가 태어난다. 그러니까 서천꽃밭은 제주신화에 등장하는 생명의 공간이다. 그런데 온갖 꽃들이 피어 있는 이러한 공간은 우리에게 ‘에덴동산’이나 ‘파라다이스’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고대 서아시아 지역에서도 꽃들이 만발하고 맑은 물이 있으며 푸른 나무가 우거진 공간을 생명의 공간, 즉 ‘낙원’으로 상정했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서남부 윈난성에 거주하는 여러 소수민족의 신화에도 그들 생명의 기원이 되는 공간이 등장한다. 나시족이나 이족, 하니족 등 고대 강(羌) 계통의 여러 민족은 아득히 먼 서북쪽에서부터 이주해 왔다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전승하는 창세서사시에는 세상의 시작과 인간의 기원에 대한 창세신화뿐 아니라 그들이 이주해 온 노선과 정착해서 살아가게 된 과정 등이 들어 있다. 이러한 민족 이주의 노선은 사람이 죽은 후에 망자를 위해 사제들이 음송해 주는 ‘지로경’(指路經)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은 불멸하고, 불멸의 영혼은 민족이 이주해 온 길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생각했기에, 사제들은 망자가 길을 잃지 않고 그들 민족 시원의 땅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로경’ 즉 ‘영혼의 길을 밝혀 주는 노래’를 불러 주었다. 우리도 사람이 죽으면 ‘돌아갔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사실 우리가 잊고 있어서 그렇지, 우리에게도 망자의 영혼이 돌아가는 곳이 있었을 것이다.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 ‘서천꽃밭’이 그 영혼의 귀착지일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망자를 보내는 상여를 그토록 고운 꽃으로 장식하는 것이리라. 소수민족의 신화에도 영혼이 돌아가는 곳이 나온다. 바로 ‘조상들의 땅’이다. 사람이 죽은 뒤 화장을 하면 푸른 연기를 타고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고, 그 영혼은 조상들의 땅으로 간다. 그런 후,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고 언제나 봄날 같은 그곳에서 밭 갈고 씨 뿌리며 지상에서와 같은 생활을 한다. 티베트 사람들의 이상향 ‘샹그릴라’도 바로 그런 곳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낙원이란 금은보화가 가득 쌓여 있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놀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다. 꽃들이 피어 있고 맑은 물이 흐르며 낯익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그들이 꿈꾸었던 낙원의 모습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디작은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는 지금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리고 있다. 맑은 햇살 아래 사랑하는 사람들과 앉아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일상의 이야기를 하는 그런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는 새삼 깨닫고 있다. 거칠고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야 했던 소수민족 사람들은 일찍부터 그 ‘일상’의 소중함을 알았다. 그랬기에 그들은 ‘낙원’을 한결같이 평범한 일상의 공간으로 묘사한 것이다. 바이러스가 물러간 뒤 언젠가는 우리도 일상을 회복하게 되겠지만, 그때는 정말 잊지 않으면 좋겠다. 잿빛 하늘 아래 돈더미가 가득 쌓여 있는 곳이 아니라 맑은 물과 푸른 나무,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는 곳에서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바로 낙원임을.
  •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파라다이스’ 덮친 코로나19 공포…쌀·마스크 품귀 현상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파라다이스’ 덮친 코로나19 공포…쌀·마스크 품귀 현상

    하와이 주의 대형 마트에 쌀, 라면, 통조림 등 비상식량을 확보하려는 주민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호놀룰루 시 소재의 월마트(Walmart)와 타겟(Target), 돈키호테 등 일부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20㎏ 이상의 쌀, 라면, 밀가루, 통조림 등의 제품이 심각한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 이 뿐만이 아니다. 이미 소독 약품과 마스크는 물론이고 평소 휴지를 판매했던 진열대가 비어있는 초유의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마스크 생산을 위한 주요 원료가 휴지와 동일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대량으로 휴지를 구매하려는 주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전염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보건용 ‘마스크’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 일대 상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형국이다. 최근 일부 와이키키 해변 인근에 소재한 ABC 스토어 등 편의점에서 소량의 마스크 물량을 확보한 것이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보건용 마스크가 아닌 일회용 마스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 3개 한 묶음으로 1달러 대에 판매됐던 일회용 마스크는 낱장 1개당 3.9달러에 판매 중인 상황이다. 하지만 일회용 마스크 역시 물량 확보가 알려진 지난 2일 당일 모두 소진, 5일 현재는 구매가 불가능한 상태다. 하와이 주민들 사이에 코로나19 공포 분위기가 확산된 결정적인 계기는 최근 주 정부가 전염병 발병에 대비해 비상용품을 준비하라고 권고하면서 부터다. 실제로 최근 주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하와이 섬 내로 확산될 수 있으며, 주민들은 허리케인 시즌과 유사한 비상 용품을 각 가정에 구비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주 정부가 안내한 비상용품에는 14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식수와 식량, 기타 필수품 외에도 응급약과 처방전 사본 등이 포함됐다. 그러면서도 주 정부는 최근 해당 권고문을 공고, 현재까지 하와이 내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위협은 ‘낮은 단계’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 정부에서 내놓은 코로나19에 대한 첫 경고였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공포감은 연일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또한, 질병통제예방센터 역시 코로나19가 지역 커뮤니티에 전파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질병통제예방센터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며, 지금이 바로 하와이 주 정부와 기업과 학교, 병원들이 이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힌 것. 그러면서도 주 정부는 하와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당황하지는 말라’고 당부한 것이 알려졌다. 하지만 현지 분위기는 크게 동요하는 양상이다. 대부분의 대형 상점에서는 마스크와 소독약은 물론이고 휴지와 일회용품, 쌀, 라면 등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식료품의 품귀현상이 속속 목격되고 있는 것. 실제로 5일 필자가 찾은 호놀룰루 소재 상점 월마트 2곳과 돈키호테, 월그린(Walgreen), 세이프웨이(Safe way) 2곳과 한국계 중대형 마트 ‘팔라마 슈퍼마켓’ 등 다수의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모두 마스크와 소독약품의 품귀 현상이 심각했다. 일부 대형 상점에서는 쌀, 라면 등 장기간 보관 가능한 먹거리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주민들에 의해 먹거리 상품의 품귀 현상도 목격됐다. 특히 주민들의 공포감이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주 당국이 지금껏 보여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미온한 대처라는 지적이다. 현존하는 ‘파라다이스’이자 연평균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외부 여행객이 몰리는 하와이 주에서 그 동안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된 감염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와이 주 내의 병원에서는 지금껏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전용 키트 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주 정부가 직접 시인했던 것. 논란이 되자 조시 그린 부지사는 최근 직접 나서 “주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지난달 진단 키트를 다른 지역으로 잘못 보냈다가 다시 전달 받는 과정 중에 해당 키트가 훼손된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후 주 연방으로부터 전달 받은 키트는 확인할 수 없는 이유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란이 확산된 지난달 28일에서야 주 당국은 코로나19 전용 키트를 미국 대륙에서 공수해올 방침이라며 늑장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로 주 당국은 지난 4일 연방 정부로부터 공수 받은 전용 검사 키트를 통해 감염 검사를 처음으로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하와이 주에서만 90여명이 넘는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자가 격리 중인 상황에서 전용 검사 키트조차 제대로 구비돼 있지 않았던 셈이다. 한편, 하와이 주 정부는 이날 4일 최초로 해당 검사 키트를 활용해 주민들의 감염 여부를 확인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 정부는 해당 검사에 응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1인당 약 400만 원에 달하는 검사 비용을 부과키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 BTS·‘기생충’도 못 피한 코로나19 직격탄 [이보희의 TMI]

    BTS·‘기생충’도 못 피한 코로나19 직격탄 [이보희의 TMI]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정부가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연예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각종 제작발표회와 공연이 취소되고 영화는 개봉을 미루고 있다. ●방탄소년단, 기자 없는 기자간담회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기자가 단 1명도 참석하지 않은 텅 빈 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21일 정규 4집을 발매한 방탄소년단은 당초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들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 방식을 바꿨다. 국내외 기자들이 이메일로 전달한 질문을 사회자가 대신 묻고 답하는 식으로 진행된 방탄소년단의 기자간담회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22만 명이 시청했다.●극장업계 ‘최대 위기’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를 기피하면서 극장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주말 극장 관객수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21~23일 주말 3일간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은 약 70만 명. 한 주 전 주말 152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24일 하루 극장을 찾은 관객은 7만7천71명을 기록하며 16년 만에 처음으로 일일 관객 수가 8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극장업계가 1998년 멀티플렉스 도입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일을 연기하고 있다. ‘오스카’ 4관왕의 위업을 달성하고 26일 개봉을 확정했던 ‘기생충: 흑백판’(감독 봉준호)은 “코로나19 관련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내부 논의 끝에 개봉일을 부득이하게 연기하게 됐다”고 알렸다. 배우 박신혜, 전종서 주연의 영화 ‘콜’(감독 이충현) 또한 3월 중으로 개봉일을 잠정 연기했으며, 오는 26일 개봉 예정이던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과 오는 3월 5일 개봉 예정이던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 다큐멘터리 ‘밥정’(감독 박혜령)의 개봉도 연기됐다. 시사회와 극장 무대인사 등 관련 이벤트도 취소된 상황이다.   ●트와이스 콘서트 취소·내한공연도 줄줄이 연기 한류를 이끄는 걸그룹 트와이스도 오는 3월 7일과 8일 예정됐던 콘서트를 취소했다. 월드투어 피날레 서울 공연이 예정이었으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걸그룹 (여자)아이들 또한 4월 예정됐던 태국 방콕 콘서트를 연기했으며, 남성그룹 세븐틴도 오는 22일부터 가질 계획이던 월드투어를 취소했다. 영국 출신 팝 가수 미카, 스톰지, 미국의 알앤비 가수 칼리드, 색소폰연주가 케니 지 등 예정돼있던 내한공연도 줄줄이 연기를 알렸다.   ●‘미스터트롯’ 열풍에도 제동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비지상파 시청률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은 24일 예정돼있던 결승 녹화를 취소했다. 이날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스튜디오에서 방청객 약 5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승전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당일에 취소하는 결단을 내린 것. 결승 녹화는 코로나19 상황 추이를 지켜본 후 진행될 예정이다. 녹화 여유분이 있어 금주 방송은 예정대로 나가지만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장기화 될 경우, 결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 이보희 기자의 TMI : ‘TV’, ‘MOVIE’와 연예계 ‘ISSUE’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코로나19 확산 여파...‘미스터트롯’ 녹화 취소 [공식]

    코로나19 확산 여파...‘미스터트롯’ 녹화 취소 [공식]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TV조선 ‘미스터트롯’ 결승전 녹화가 취소됐다. 24일 TV조선 ‘미스터트롯’ 측은 “금일 예정됐던 ‘미스터트롯’ 결승 녹화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추가 확진자 발생 및 2차 감염 우려로 인해 전격 취소되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앞서 ‘미스터트롯’은 이날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결승전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인해 해당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 ‘미스터트롯’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만큼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행사임을 감안,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깊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면서 “결승전 녹화 진행 역시 코로나19 상황 추이를 지켜본 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TV조선 ‘미스터트롯’은 차세대 남성 트로트 가수를 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시청률 30%를 돌파하면서 그 인기를 입증해 보였다. 다음은 ‘미스터트롯’ 공식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TV CHOSUN ‘미스터트롯’ 제작진입니다. 금일(24일) 예정됐던 ‘미스터트롯’ 결승 녹화가 정부의 위험 최고 단계인 심각단계로 격상됨에 따른 조치에 따라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추가 확진자 발생 및 2차 감염 우려로 인해 전격 취소되었음을 알립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만큼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행사임을 감안,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깊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승전 녹화 진행 역시, 코로나19 상황 추이를 지켜본 후 진행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미스터트롯’ 제작진은 코로나19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행동주의 펀드 KCGI, 재벌기업 어디까지 흔들까

    행동주의 펀드 KCGI, 재벌기업 어디까지 흔들까

    반격에 재반격이 이어진다.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어 긴장감이 감돈다. 무협소설 얘기가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항공사 대한항공에서 벌어지는 경영권 분쟁 이야기다.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지만, 이들의 갈등은 연일 미디어를 장식한다. 경영권을 위협하는 KCGI, 반도건설 그리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3자 연합)과 지키려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이다. 운명을 가름할 한진칼 주주총회는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전·현직 임직원들의 지지를 얻은 조 회장 측이 일단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강성부 KCGI 대표는 오히려 “대세는 (우리 쪽으로) 기울었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누구도 끝까지 안심할 수 없다. 이는 단순한 재벌가 집안싸움이 아니다. 국내 오너경영의 현주소와 이를 강력하게 위협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행태를 총체적으로 되짚는 상징적인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중요한 장면은 크게 5가지다. 먼저 지난해 12월 23일 조 전 부사장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 회장에게 선전포고한 것이다. 경영권 전쟁의 서막을 알린 장면이다. 두 번째는 같은 달 25일 성탄절을 맞아 조 회장이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을 찾았을 때다. 이 고문과 갈등이 생긴 조 회장이 집안 유리를 깨는 등 소란을 피운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나빠졌다. 이어서 조 전 부사장은 이달 초 총수일가 외부세력인 KCGI, 반도건설과 공동전선을 구축하면서 ‘굳히기’에 들어갔다. 조 회장은 완벽하게 궁지에 몰린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내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을 지지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다. 1% 포인트 안팎의 접전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반(反)조원태 연합이 내놓을 전문 경영인 등 주주제안 카드에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정작 전문 경영인 명단이 나오자 이에 실망한 한진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이 공개적으로 3자 연합을 비난하고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 가장 최근 장면이다. #1 호텔서 밀려난 조현아 선전포고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사이에 갈등이 생긴 이유는 호텔·레저 사업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의 핵심 커리어는 호텔과 레저로 본인도 커다란 애착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땅콩 회항’으로 물러난 조 전 부사장이 다시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봤고, 그 무대가 한진그룹의 호텔·레저사업일 것으로 자연스럽게 예상했다. 그러나 조 회장의 판단은 달랐다. 한진그룹의 주력은 항공운송사업이고 호텔과 레저는 정리해야 할 곁가지라고 봤다. 회장으로 취임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런 점을 명확히 했다. 이어서 지난해 11월 단행한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현아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칼바람을 맞았다. 최근 열린 대한항공, 한진칼 이사회를 보면 이런 기조가 더욱 분명해진다. 호텔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했던 서울 송현동 부지와 조 전 부사장이 설립한 레저회사 왕산마리나 그리고 제주 파라다이스호텔까지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 조 전 부사장의 한진그룹 복귀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버렸다. 남매 간 감정의 골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다 #2 작년 성탄절 조원태·이명희 대립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6.5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가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보는 이유는 그를 든든하게 지지하는 세력들이 있어서다. 총수일가 밖에서는 대표적으로 델타항공(10%)과 카카오(1%)가 거론된다. 그러나 핵심은 역시 이 고문(5.31%)과 동생 조 전무(6.47%)의 마음이었다. 앞서 조 회장과 이 고문은 지난해 성탄절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경영권 분쟁 초기 이 고문은 남매가 서로 갈등을 잘 봉합하길 바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과 손을 잡으면서 마음이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을 외부인사에게 넘겨줄 수는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재계에서는 지분이 공시되지 않은 일부 기관투자자들도 조 회장이 포섭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어머니와 동생을 설득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3 KCGI·반도건설과 손잡은 조현아 전·현직 임직원까지 가세하자 전세는 기울었다. 대한항공노조, 한진노조, 한국공항노조 등 한진그룹 3개 노동조합은 공동선언문을 내고 “조 전 부사장은 한진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복수심과 탐욕을 버리고 자중하라”고 비판하면서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 줬다. 지난 21일에는 전직 임원들도 나섰다. 한진그룹에서 상무 이상의 임원을 지내고 퇴직한 임원 500여명으로 구성된 한진그룹 전직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3자 연합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명분도 던지면서 경영권을 흔들려는 전형적인 투기세력”이라면서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경영진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조 회장을 지지한 이유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을 강력하게 신뢰해서라기보다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불신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라면서 “선대 회장이 돌아가신 뒤로 조 회장도 나름 배우겠다는 자세로 무게감 있는 행보를 보이는 점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4 등돌린 母·조현민 “조원태 지지” KCGI가 제시한 ‘전문 경영인 제도’의 당위성은 충분해 보인다.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줄곧 오너리스크에 시달린 대한항공의 지배구조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데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파트너가 하필 그 사건의 장본인인 조 전 부사장이라는 점이 KCGI와 반도건설에는 부담이었다. 3자 연합은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확약이 있느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았다. 이들이 내세운 전문 경영인 후보들의 ‘전문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내이사 후보 중 한 사람인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의 사퇴는 결정타였다. 수세에 몰린 3자 연합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이날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862%에 달할 정도로 높은 데도 조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가 우려하는 전문 경영인 도입 이후 구조조정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경영인들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SK텔레콤에서 경력을 쌓은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 오히려 ‘미래형 항공사’라는 비전을 실현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조 전 부사장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분위기는 반전하기 어려웠다. 기존 주주제안 내용에서 더 나아간 점이 없었고, 다소 급하게 준비된 기자회견이었던 것 같았다는 업계 전반의 평가가 줄을 이었다. #5 3자연합 전문경영인 카드 ‘뭇매’ 이들의 목표가 이번 한진칼 주주총회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총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가 “임시 주주총회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에 무조건 이긴다”고 밝혔지만, 같은 날 3자 연합은 한진칼 지분을 종전 32.06%에서 37.08%까지 늘렸다고 공시했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갖지 않는 지분을 굳이 늘린 이유에 관심이 생기는 이유다. 임시주총 혹은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이기더라도 얼마나 큰 표 차로 이길 것인지가 중요하다”면서 “압승한다면 3자 연합은 구심점을 잃고 분열하겠지만, 표 차가 크게 나지 않는다면 분쟁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번 경영권 분쟁이 한진그룹 오너일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가 과연 재벌기업을 어디까지 흔들 수 있는지, 실제로 오너일가를 끌어내릴 만한 힘이 있는지 시험해 볼 수 있는 사례라서다. 이는 오너경영 체제가 만연한 국내 경제·산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만약 KCGI가 성공한다면, 지배력이 취약한 재벌기업은 얼마든지 압박하고 흔들 수 있음을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오너들이 더욱 긴장감을 느끼고 경영에 임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항공운송사업에서는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점점 경쟁력을 갖추는 쪽으로 구조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행동주의 펀드 KCGI, 재벌기업 어디까지 흔들까

    행동주의 펀드 KCGI, 재벌기업 어디까지 흔들까

    반격에 재반격이 이어진다.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어 긴장감이 감돈다. 무협소설 얘기가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항공사 대한항공에서 벌어지는 경영권 분쟁 이야기다.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지만, 이들의 갈등은 연일 미디어를 장식한다. 경영권을 위협하는 KCGI, 반도건설 그리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3자 연합)과 지키려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이다. 운명을 가름할 한진칼 주주총회는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전·현직 임직원들의 지지를 얻은 조 회장 측이 일단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강성부 KCGI 대표는 오히려 “대세는 (우리 쪽으로) 기울었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누구도 끝까지 안심할 수 없다. 이는 단순한 재벌가 집안싸움이 아니다. 국내 오너경영의 현주소와 이를 강력하게 위협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행태를 총체적으로 되짚는 상징적인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중요한 장면은 크게 5가지다. 먼저 지난해 12월 23일 조 전 부사장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 회장에게 선전포고한 것이다. 경영권 전쟁의 서막을 알린 장면이다. 두 번째는 같은 달 25일 성탄절을 맞아 조 회장이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을 찾았을 때다. 이 고문과 갈등이 생긴 조 회장이 집안 유리를 깨는 등 소란을 피운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나빠졌다. 이어서 조 전 부사장은 이달 초 총수일가 외부세력인 KCGI, 반도건설과 공동전선을 구축하면서 ‘굳히기’에 들어갔다. 조 회장은 완벽하게 궁지에 몰린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내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을 지지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다. 1% 포인트 안팎의 접전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반(反)조원태 연합이 내놓을 전문 경영인 등 주주제안 카드에 이목이 쏠렸다. 그러나 정작 전문 경영인 명단이 나오자 이에 실망한 한진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이 공개적으로 3자 연합을 비난하고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 가장 최근 장면이다. #1 호텔서 밀려난 조현아 선전포고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사이에 갈등이 생긴 이유는 호텔·레저 사업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의 핵심 커리어는 호텔과 레저로 본인도 커다란 애착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땅콩 회항’으로 물러난 조 전 부사장이 다시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봤고, 그 무대가 한진그룹의 호텔·레저사업일 것으로 자연스럽게 예상했다. 그러나 조 회장의 판단은 달랐다. 한진그룹의 주력은 항공운송사업이고 호텔과 레저는 정리해야 할 곁가지라고 봤다. 회장으로 취임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런 점을 명확히 했다. 이어서 지난해 11월 단행한 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의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현아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칼바람을 맞았다. 최근 열린 대한항공, 한진칼 이사회를 보면 이런 기조가 더욱 분명해진다. 호텔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했던 서울 송현동 부지와 조 전 부사장이 설립한 레저회사 왕산마리나 그리고 제주 파라다이스호텔까지 매각하겠다고 밝히면서 조 전 부사장의 한진그룹 복귀를 원천적으로 봉쇄해 버렸다. 남매 간 감정의 골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다#2 작년 성탄절 조원태·이명희 대립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6.5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가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보는 이유는 그를 든든하게 지지하는 세력들이 있어서다. 총수일가 밖에서는 대표적으로 델타항공(10%)과 카카오(1%)가 거론된다. 그러나 핵심은 역시 이 고문(5.31%)과 동생 조 전무(6.47%)의 마음이었다. 앞서 조 회장과 이 고문은 지난해 성탄절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경영권 분쟁 초기 이 고문은 남매가 서로 갈등을 잘 봉합하길 바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과 손을 잡으면서 마음이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을 외부인사에게 넘겨줄 수는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재계에서는 지분이 공시되지 않은 일부 기관투자자들도 조 회장이 포섭하는 데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어머니와 동생을 설득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3 KCGI·반도건설과 손잡은 조현아 전·현직 임직원까지 가세하자 전세는 기울었다. 대한항공노조, 한진노조, 한국공항노조 등 한진그룹 3개 노동조합은 공동선언문을 내고 “조 전 부사장은 한진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복수심과 탐욕을 버리고 자중하라”고 비판하면서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 줬다. 지난 21일에는 전직 임원들도 나섰다. 한진그룹에서 상무 이상의 임원을 지내고 퇴직한 임원 500여명으로 구성된 한진그룹 전직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3자 연합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명분도 던지면서 경영권을 흔들려는 전형적인 투기세력”이라면서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경영진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조 회장을 지지한 이유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을 강력하게 신뢰해서라기보다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불신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라면서 “선대 회장이 돌아가신 뒤로 조 회장도 나름 배우겠다는 자세로 무게감 있는 행보를 보이는 점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4 등돌린 母·조현민 “조원태 지지” KCGI가 제시한 ‘전문 경영인 제도’의 당위성은 충분해 보인다.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줄곧 오너리스크에 시달린 대한항공의 지배구조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데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파트너가 하필 그 사건의 장본인인 조 전 부사장이라는 점이 KCGI와 반도건설에는 부담이었다. 3자 연합은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확약이 있느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받았다. 이들이 내세운 전문 경영인 후보들의 ‘전문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내이사 후보 중 한 사람인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의 사퇴는 결정타였다. 수세에 몰린 3자 연합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이날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862%에 달할 정도로 높은 데도 조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은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가 우려하는 전문 경영인 도입 이후 구조조정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경영인들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SK텔레콤에서 경력을 쌓은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 오히려 ‘미래형 항공사’라는 비전을 실현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조 전 부사장이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이미 돌아선 분위기는 반전하기 어려웠다. 기존 주주제안 내용에서 더 나아간 점이 없었고, 다소 급하게 준비된 기자회견이었던 것 같았다는 업계 전반의 평가가 줄을 이었다. #5 3자연합 전문경영인 카드 ‘뭇매’ 이들의 목표가 이번 한진칼 주주총회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총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가 “임시 주주총회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에 무조건 이긴다”고 밝혔지만, 같은 날 3자 연합은 한진칼 지분을 종전 32.06%에서 37.08%까지 늘렸다고 공시했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갖지 않는 지분을 굳이 늘린 이유에 관심이 생기는 이유다. 임시주총 혹은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이기더라도 얼마나 큰 표 차로 이길 것인지가 중요하다”면서 “압승한다면 3자 연합은 구심점을 잃고 분열하겠지만, 표 차가 크게 나지 않는다면 분쟁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번 경영권 분쟁이 한진그룹 오너일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가 과연 재벌기업을 어디까지 흔들 수 있는지, 실제로 오너일가를 끌어내릴 만한 힘이 있는지 시험해 볼 수 있는 사례라서다. 이는 오너경영 체제가 만연한 국내 경제·산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만약 KCGI가 성공한다면, 지배력이 취약한 재벌기업은 얼마든지 압박하고 흔들 수 있음을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오너들이 더욱 긴장감을 느끼고 경영에 임하게 될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항공운송사업에서는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점점 경쟁력을 갖추는 쪽으로 구조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빈자의 미학’ 승효상, 건축인생 30년

    ‘빈자의 미학’ 승효상, 건축인생 30년

    ‘빈자의 미학’을 추구해 온 건축가 승효상의 30년 작업을 총망라한 개인전 ‘승효상.ZIP: 감성의 지형’이 서울 중구 장충동 복합문화공간 ‘파라다이스집(ZIP)’에서 이달 29일까지 열린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대표작인 수백당(1999), 하양 무학로 교회(2018) 등 건축 모형 21점과 사유원 명정(2019), 추사관(2010) 등의 흑백 사진 72점을 통해 작가의 건축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비움과 절제를 핵심으로 삼은 그의 건축 철학은 한 세대를 거치며 “우리의 선함, 진실됨, 아름다움을 날마다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라는 지론으로 이어졌다. 전시 제목인 ‘감성의 지형’은 “건축은 단지 외관을 짓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짓는 것”이라는 한 단계 더 발전된 화두를 제시한다. 전시 공간인 파라다이스집은 80년이 넘은 고택을 승효상 건축가가 2016년에 리모델링한 것이다. 바로 앞에는 그가 2000년 설계한 웰콤시티(현 디자인하우스 사옥)가 있다. 2층 전시장 창문을 사이에 두고 건축가의 두 작품을 동시에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무료 관람.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한진, 호텔·레저사업 정리는 조현아·반도건설 경고용

    한진, 호텔·레저사업 정리는 조현아·반도건설 경고용

    조前부사장 송현동 부지 호텔용 점 찍어 비주력사업 정리·재무구조 개선 의도에 조회장, 외부와 결탁한 누나 흔적 지우기 조현아 이르면 오늘 한진칼에 주주제안 한진칼 주주총회 주주 제안 시한이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13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이 주주 제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총 전 마지막 결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영권을 방어하는 입장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앞서 내놨던 카드인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 등에 담긴 의미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의 카드에 담긴 의미는 크게 ‘조현아 색깔 지우기’와 ‘반도건설에 대한 경고’ 정도로 요약된다. 조 회장은 지난 6~7일 대한항공·한진칼 이사회에서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제주 호텔파라다이스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윌셔 그랜드센터와 그랜드하얏트 인천의 사업성도 면밀히 재검토할 계획이다. 집중포화를 맞은 호텔·레저사업은 실제로 한진그룹 경영의 큰 걸림돌이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차원이다. 한진그룹의 호텔 사업은 지난해 3분기 400억원대 적자를 냈다. 칼호텔네트워크는 2015년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회사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흔적을 지운다는 의미가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이 제한되면서 ‘계륵’이 된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는 조 전 부사장이 호텔 사업을 위해 점찍어 둔 곳이다. 매각이 결정된 왕산레저개발은 2011년 대한항공이 자본금 6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조 전 부사장은 이곳의 대표를 맡다가 ‘땅콩 회항’으로 물러났다. 한진그룹에서 조 전 부사장의 핵심 커리어는 호텔이다. 외부 세력과 연합한 누나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시에 총수 일가에게는 새로운 적대 세력으로 떠오른 반도건설에 대한 경고로도 풀이된다. 반도건설은 올해 초 한진칼 지분을 6.28%에서 8.28%로 늘리면서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계 일각에서는 반도건설이 한진그룹 내 유휴자산의 개발 이익을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유휴자산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제스처를 통해 반도건설에 경고를 보내고 주총 이후 장기화할 수 있는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맞서는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르면 13일 한진칼에 주주 제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의 경영을 개선해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조 전 부사장 측에서 할 수 있는 요구들이 여럿 담길 전망이다. 사내·사외이사 후보 명단과 함께 배당금 확대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최근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함께 오빠인 조 회장을 지지한다고 밝힌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이날 오전 서울 이화여대 약학관에서 열린 ‘이화여대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 후원 협약식’에 모습을 보였다. 조 전무는 ‘물컵 갑질’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물러난 뒤 경영 일선에 복귀한 지 8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참석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한진家 남매갈등 분수령…주주제안 앞두고 업계 긴장감(종합)

    한진家 남매갈등 분수령…주주제안 앞두고 업계 긴장감(종합)

    한진칼 주총 앞두고 주주제안(14일) 다가와조현아 측, 이르면 13일 주주제안 할 듯조원태 측, 주주제안 보고 이사회 열어 추가 방안앞서 내놓은 카드, 조현아 지우고 반도건설 경고동생 조현민, 이날 8개월 만에 공식석상 모습 드러내한진칼 주주총회 주주제안 시한이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13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이 주주제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총 전 마지막 결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영권을 방어하는 입장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앞서 내놨던 카드인 송현동 부지 매각 등에 담긴 의미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를 분석하면 조 회장이 추가로 내놓을 방안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서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의 카드에 담긴 의미는 크게 ‘조현아 색깔 지우기’와 ‘반도건설에 대한 경고’ 정도로 요약된다. 조 회장은 지난 6~7일 대한항공·한진칼 이사회에서 서울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제주 호텔파라다이스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윌셔 그랜드센터와 그랜드하얏트 인천의 사업성도 면밀히 재검토할 계획이다.집중포화를 맞은 호텔·레저사업은 실제로 한진그룹 경영의 큰 걸림돌이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차원이다.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은 지난해 3분기 400억원대 적자를 냈다. 칼호텔네트워크는 2015년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회사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흔적을 지운다는 의미가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이 제한되면서 ‘계륵’이 된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는 조 전 부사장이 호텔 사업을 위해 점찍어둔 곳이다. 매각이 결정된 왕산레저개발은 2011년 대한항공이 자본금 6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조 전 부사장은 이곳의 대표를 맡다가 ‘땅콩 회항’으로 물러났다. 한진그룹에서 조 전 부사장의 핵심 커리어는 호텔이다. 외부세력과 연합한 누나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동시에 총수일가에게는 새로운 적대세력으로 떠오른 반도건설에 대한 경고로도 풀이된다. 반도건설은 올해 초 한진칼 지분을 6.28%에서 8.28%로 늘리면서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 전 부사장과 조 회장의 ‘남매의 난’이 본격화한 뒤다. 그동안 명확한 입장을 자제하다가 돌연 조 전 부사장과 KCGI와 연합전선을 구축, 총 32.06% 지분으로 조 회장을 위협했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반도건설이 한진그룹 내 유휴자산의 개발 이익을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유휴자산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제스처를 통해 반도건설에 경고를 보내고 주총 이후 장기화할 수 있는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맞서는 조 전 부사장 측은 이르면 13일 한진칼에 주주제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의 경영을 개선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조 전 부사장 측에서 할 수 있는 요구들이 여럿 담길 것으로 보인다. 사내·사외이사 후보 명단과 함께 배당금 확대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달 중순 이후 열릴 한진칼·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조 회장 측이 보유한 자산을 추가로 매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제주 제동목장, 정석비행장 등이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제동목장은 대한항공 기내식에 공급하는 고품질의 한우 등을 생산하고 정석비행장은 운항승무원을 교육하는 곳”이라면서 “둘 다 항공운송 본업과 관계된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에 이것까지 정리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한편, 최근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함께 조 회장을 지지한다고 밝힌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이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였다. ‘물컵 갑질’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물러난 뒤,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한 지 8개월 만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오빠인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취지로 보고 있다. 한진그룹은 이날 오전 서울 이화여대 약학관에서 ‘이화여대 섬유화질환 제어 연구센터 후원 협약식’을 열었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 폐 질환으로 별세한 조양호 전 회장의 1주기를 앞두고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이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누구 손 들어줄까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누구 손 들어줄까

    조현아측 “표 얻기 위한 급조 대책” 지분 30% 소액주주들 표심도 관심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다음달 25일로 예정된 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경영권을 지키려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쟁취하려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중심의 ‘반(反)조원태 연합군’ 간 신경전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격화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4.11%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누구 편을 들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이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는 만큼 30%의 소액주주 표심을 이끄는 ‘밴드왜건’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칼호텔네트워크 소유의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를 매각하기로 했다. 조 전 부사장이 맡았던 사업이 만년 적자였음을 부각하며 흔적을 싹 지우겠다는 취지다. 앞서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의 매각을 의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한진칼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기로 했다. 그러자 조 전 부사장·사모펀드 KCGI·반도건설로 구성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은 입장문을 내고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문제의식 없이 단지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표를 얻기 위해 급조한 대책”이라고 비난했다. 주주연합은 오는 14일까지 새로운 주주 제안을 내놓으며 조 회장 측을 압박할 계획이다. 양측의 지분 대결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 정도다. 조 전 부사장의 주주연합은 31.98%, 조 회장 측은 33.45%인 상황에서 국민연금 4.11%와 소액주주 30.46%가 부동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 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며 사실상 KCGI와 손을 잡았다. 현 정부의 반재벌 기조를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이번에도 KCGI의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조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서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교민을 실어 나르는 전세기에 탑승하는 등 정부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고, ‘땅콩 회항’, ‘물컵 갑질’로 악화된 여론을 돌리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버릴 건 버린다”…조원태의 두 번째 반격 카드(종합)

    “버릴 건 버린다”…조원태의 두 번째 반격 카드(종합)

    호텔·레저사업 정리…조현아와의 선 긋기항공운송 역량 집중으로 주주가치 제고2월 중순 이후 이사회 한 차례 더 열릴 것국민연금·소액주주 표심 잡기 위한 방안 관건‘누나와의 선 긋기.’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진칼 이사회 의결 사안의 핵심은 ‘버릴 것은 버리겠다’로 요약된다. 앞서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결정한 송현동 부지, 왕산마리나 매각에 이어 이날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도 정리하는 한편, 윌셔그랜드센터와 그랜드하얏트 인천의 사업성도 재검토키로 했다. 대신 한진그룹의 주력사업인 항공운송과 물류사업에 힘을 실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의 맞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확실한 선 긋기를 통해 분쟁 국면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의 강점인 호텔 사업을 정리하는 것으로 그의 경영 복귀를 원천봉쇄하는 동시에 회사의 핵심 가치를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7일 한진칼은 이사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및 경영 투명성 강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선택과 집중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호텔·레저사업 정리 우선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의 연내 매각 추진에 이어 칼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한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도 정리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윌셔그랜드센터와 인천에 있는 그랜드하얏트 인천 등의 사업성도 ‘면밀히’ 검토하기로 했다. 검토 결과 구조 개편의 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정리하는 수순으로 보인다. 호텔·레저 사업이 집중 공격을 당한 것은 현재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무관치 않다. KCGI, 반도건설 등 총수일가 외부세력과 연대한 조 전 부사장이 강점을 가진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룹 내 조 전 부사장의 영역을 정리하는 것으로 그의 경영복귀를 차단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외에도 한진칼은 ㈜한진이 보유한 부동산이나 그룹사가 소유한 사택 등 국내외 부동산과 국내 기업에 단순 출자한 지분 등을 추가로 매각하는 것도 검토키로 했다. ●항공운송, 물류사업 경쟁력 강화 대신 핵심사업의 효율성을 높인다. 한진그룹의 핵심은 단연 대한항공이다. 항공운송 사업에서는 신형기를 도입하고 항공기 가동률을 높여 생산성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다른 항공사와의 조인트 벤처도 확대, 앞서 카카오와의 제휴처럼 금융·정보통신기술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폭도 넓힐 심산이다. 물류사업에서도 ㈜한진의 택배·국제특송, 물류센터, 컨테이너 하역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육상운송과 포워딩, 해운 등에서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항공우주사업, 항공정비(MRO), 기내식 등 항공운송과 관련된 전문 사업 영역에서의 경쟁력 강화 방안도 고민한다. ●일반 주주 당근책은 아직, 국민연금 표심 잡기 위한 ESG?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양상은 1% 포인트 안팎의 접전으로 흘러가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측이 유효 의결권 기준 31.98%고 조 회장 측이 33.44%(업계 전망)로 박빙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과 일반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양측의 대결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이날 발표된 내용은 전날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의결한 내용에서 크게 더 나아간 것은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당초 배당 확대 등 일반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그러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이사회가 3월 주주총회 전까지 한 차례 더 열릴 것이기 때문에 그때 추가 방안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2월 중순 이후 이사회가 한 번 더 열릴 예정이다. 한진칼 지분을 3~4% 정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연금의 행보도 중요하다. 국민연금이 정부 측 지분인 만큼 공공성을 내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진칼이 이번 이사회에서 강조한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가 국민연금의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진그룹은 “ESG가 기업 평가의 중요한 척도가 됐다”면서 “이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 및 개선 노력을 바탕으로 그룹의 ESG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현아 측 반박 “실질적 내용 없이 주주들 호도하기 위한 것” 조 전 부사장 측은 6~7일 대한항공, 한진칼 이사회 발표 내용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의 입장을 표명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각 이사회의 결의내용은 현 위기상황에 대한 진지한 검토와 문제 의식 없이 단지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의 표를 얻기 위해 급조한 대책”이라면서 “기존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 실질적 내용 없이 과거 대책을 개선안으로 내놓으며 주주들을 호도하는 것은 현 이사회가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진칼은 이날 총수일가 등의 지분을 나타내는 특별관계인 지분(28.94%)에서 조 전 부사장의 지분(6.49%)를 제외하면서 22.45%로 줄었다고 공시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라이드온] 소형 SUV 끝판왕 트레일블레이저 출격

    [라이드온] 소형 SUV 끝판왕 트레일블레이저 출격

    한국지엠, 야심작 ‘트레일블레이저’로 승부수기아차 ‘셀토스’보다 더 큰 역대급 소형 SUV배기량 낮춘 소형 엔진으로 저공해 차량 혜택‘핸즈프리 트렁크’, ‘무선 애플 카플레이’ 눈길 한국지엠 쉐보레가 연초 야심작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소형 SUV보단 크고 준중형 SUV보단 작은 새로운 차급의 모델로 틈새시장을 노린다. 트레일블레이저가 경영 위기에 빠진 한국지엠을 구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쉐보레는 지난 16일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에서 트레일블레이저를 공개하고 사전계약을 시작했다. 1월 31일부터 첫 고객에게 공식 인도될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인천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국산차다. 설계·개발·생산 전 단계를 한국이 주도했다. 트레일블레이저에 대한 첫 번째 궁금증은 ‘크기와 넓이’다. 쉐보레 측은 원하지 않지만 기아자동차 셀토스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수치상으로는 트레일블레이저가 셀토스보다 조금 더 크다. 전장 50㎜, 전폭 10㎜, 전고 40~60㎜, 축간거리 10㎜가 더 길다. 물론 준중형인 현대차 투싼이나 기아차 스포티지보다는 확실히 작다. 트레일블레이저가 소형차의 영역에서 최정점에 있는 모델이란 얘기다.성능도 뛰어난 편이다. 상위 트림인 ‘프리미어’와 ‘액티브’, ‘RS’에는 중형 세단 말리부에 장착되는 E-터보 1.35 가솔린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은 156마력, 최대토크는 24.1㎏·m로 소형 SUV치곤 힘이 상당하다. 복합연비는 13.2㎞/ℓ로 최대 연비가 12.7㎞/ℓ인 셀토스 가솔린 터보 모델보다 우수하다. 하위 트림인 ‘LS’, ‘LT’에는 E-터보 프라임 1.2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139마력, 최대토크는 22.4㎏·m, 복합연비는 13.0㎞/ℓ다.  쉐보레는 특유의 다운사이징 기술로 엔진의 크기를 줄여 배기량을 낮추면서도 힘은 2.0ℓ 엔진 못지않은 터보 엔진을 구현했다. 이에 따라 트레일블레이저가 제3종 저공해 차량 인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구매 고객은 세제 효과는 물론 공영주차장 할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전륜구동 시스템에 무단변속기를 기본으로 한다. 옵션으로 사륜구동 시스템을 선택하면 변속기가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변속기로 바뀐다. 국내 소형 SUV에 9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되는 건 처음이다. 셀토스에는 7단 자동 변속기가 장착됐다. 가격은 LS 1995만원, LT 2225만원, 프리미어 2490만원, 액티브 2570만원, RS 2620만원부터 시작한다. 1995만~2830만원인 트레일블레이저의 가격 범위는 1965만~2865만원인 셀토스의 가격 범위와 거의 똑같다. 트레일블레이저 ‘액티브’ 트림을 타고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경기 김포의 한 카페까지 47㎞ 구간을 시승했다. 쉐보레 특유의 탄탄하고 민감한 브레이크 페달이 인상적이었다. 조금만 밟아도 강력한 제동이 가능해 앞차가 갑자기 멈췄을 때 짧은 제동거리를 보이며 급정거할 수 있었다. 트레일블레이저에는 쉐보레가 국내에 출시한 SUV로는 최초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됐다. 차선을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차로의 중심을 유지하도록 하는 다른 브랜드와는 기술 방식에 차이가 있다. 가속력도 부족함이 없었다. 작지만 단단한 근육질의 스프린터 같았다. 선택 품목으로는 간단한 발차기 동작만으로 트렁크를 열 수 있는 ‘쉐보레 보타이 프로젝션 핸즈프리 파워리프트 게이트’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트렁크 아래 바닥에 비치는 쉐보레 보타이 모양의 불빛에 발을 살짝 가져가니 트렁크가 열리고 또 닫혔다. 전륜구동과 사륜구동 모드를 스위치 하나로 바꿔가며 주행 상황에 따라 바퀴에 구동력을 자동으로 배분해 전달하게 하는 ‘스위처블 시스템’과 USB 유선 케이블이 아닌 무선으로 연결하는 ‘애플 카플레이’도 트레일블레이저만의 품목이다. 이밖에 조용한 실내 환경을 제공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시스템’, 7개 스피커가 장착된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등도 선택할 수 있다.쉐보레는 이번 시승에서 모든 차량에 홍보실 직원이 아닌 트레일블레이저 개발에 참여한 핵심 기술 인력을 탑승시켰다. 엔지니어들은 차량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까지 막힘없이 답변했다. 트레일블레이저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이런 이벤트를 추진하게 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메이드 인 인천’… 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메이드 인 인천’… 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한국지엠 쉐보레가 한국에서 디자인·설계, 개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출시했다. 2018년 한국지엠이 한국 정부, 산업은행과 함께 발표한 미래 계획에 따라 개발한 전략 차종으로 부평공장에서 생산된다. 한국지엠이 트레일블레이저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지엠은 16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트레일블레이저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본격적인 사전계약에 돌입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쉐보레 중형 ‘이쿼녹스’와 소형 ‘트랙스’ 사이에 있는 모델이다. 다른 국산 SUV 중에는 기아자동차 셀토스와 크기와 성능이 비슷하다.트림에 따라 가격은 1995만~2620만원으로 책정됐다. 트레일블레이저에 처음 탑재된 E-터보 프라임 1.2ℓ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39마력, 최대토크 22.4㎏·m의 성능을 갖췄다. 중형세단 말리부에 탑재됐던 E-터보 1.35ℓ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m의 힘을 발휘한다. 전륜구동 모델에는 무단변속기가, 사륜구동 모델에는 9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복합연비는 모델에 따라 11.6~13.2㎞/ℓ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남춘 인천시장과 홍영표(인천 부평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트레일블레이저 출시를 축하하며 인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주민들이 ‘꿈의 섬’ 하와이를 떠나는 이유

    [임지연의 내가갔다, 하와이] 주민들이 ‘꿈의 섬’ 하와이를 떠나는 이유

    높은 생활비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꿈의 섬’ 하와이를 떠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조사가 발표됐다. 최근 미국 연방 센서스국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하와이 주 거주민의 수는 2018년 7월~2019년 7월까지 총 4700여명 이상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5년 이후 가장 큰 수치의 인구 감소폭으로, 하와이 인구는 같은 기간 141만 명을 기록했다고 해당 보고서는 덧붙였다. 실제로 하와이 인구는 지난 2015년 이후 3년 째 지속적인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그런데 눈 여겨 볼 점은 하와이 인구 수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 하와이를 떠나 본토로 떠나는 이들의 수가 증가한 것이 주요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 상당수 국가의 인구 감소 주요 원인이 저출산 문제에 기인했던 것과 다른 점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하와이에서의 생활을 완전히 청산하고 미국 본토로 이주한 주민의 수는 본토에서 섬으로 이주해 온 이들의 수보다 무려 1만 4000명이나 많았다. 일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하와이를 떠나려는 인구 이동 현상에 대해 성경에 등장하는 ‘출애굽’의 일종으로 지칭할 정도로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반면 같은 기간 하와이를 떠난 이들이 선택한 거주지로는 미 남부 지역이 주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의 대표적인 도시 텍사스 주 등의 인구 수는 이 기간 동안 큰 폭으로 증가하며 성장세를 과시했다. 이 일대는 낮은 집값과 저렴한 물가, 인프라 등을 갖춘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는 ‘파라다이스’로 불리는 하와이 섬을 청산하려는 이들의 수가 지속적인 증가세를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이 기간 동안 ‘파라다이스’ 하와이를 떠난 이들이 꼽은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치게 높은 섬의 ‘물가’와 생활비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하와이 주는 미국에서도 생활비 물가가 높은 지역으로 상위에 오르는 지역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물가 지수 관련, 1위에는 뉴욕 맨해튼, 2위와 3위에는 각각 호놀룰루 시와 ‘빅 아일랜드’가 선정됐다. 2~3위에 모두 이름을 올리며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생활비 높은 지역에 선정된 도시 두 곳이 하와이 주에 속하는 도시다. 같은 기간 호놀룰루 시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1인 가구 최저 월 3102달러(약 360만원), 4인 가족 최저 5500달러(638만원)가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 대륙 전역 가운데 상위 92%에 속하는 생활비 수준이다. 안타까운 것은 하와이 높은 생활비의 문제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가운데는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의 사연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지 유력 비영리 언론 ‘Honolulu Civil Beat’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와이 소재 대학교 재학생의 상당수가 학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아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와이 국립대 마노아캠퍼스 ‘로스쿨’ 재학생 중 상당수가 학기 당 2만 2000달러에 달하는 수업료와 교통비, 주거비 등을 위해 학비 대출 서비스를 받을 수 밖에 없는 형편으로 알려졌다.해당 언론은 2만 2000달러의 로스쿨 수업료는 미국 내에서 가장 저렴한 학비에 속하지만, 호놀룰루 시의 높은 교통비와 주거비는 입학 수속을 마친 학생들에게 조차 대출을 감행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쿨이 시작되는 매 학기 초, 학생들은 학비와 생활비 감당을 위해 매년 한 두 차례씩 대출을 감행할 수밖에 없으며, 졸업 후 빚더미 위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하와이 학생들의 사정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상당수 학생들은 높은 생활비 문제로 안정적인 식사를 이어가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생들 중에는 하루 평균 한 끼의 식사만 영위한 채, 식비를 절약해야 하는 등 심각한 식량 불안 상태에 놓여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하와이대 마노아 캠퍼스 학생 5명 중 1명이 안정적인 식사 공급 불균형 상태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4명 중 1명은 높은 생활비 탓에 정상적인 식사를 유지하지 못한 채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스쿨 1학년에 재학 중인 켈리 콴(25)은 “호놀룰루 시에 소재한 식료품 점에 들어가면 살 수 있는 물건이 매우 적다”면서 “미국 본토의 식료품 가격과 비교하면 더욱 그러한데, 매달 교통비와 생활비, 주택 임대료 등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먹고 마시는 기본적인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의 처지가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는 꿈도 못 꾸는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토로했다. 물론 학생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도우려는 일반인들의 긍정적인 움직임도 포착됐다. 최근 식비 부담 문제로 고통 받는 대학 재학생들을 위해 현지 시민단체가 강의실 내부에 무료로 이용이 가능한 냉장고와 식재료 등의 설치를 진행해오고 있는 것.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와이 현지 일부 시민 단체는 식재료 기업체 후원 방식을 통해 강의동 내부에 무료 식재료 배포용 냉장고 설치를 독려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향후 강의동에 추가로 설치될 식재료 냉장고 속 식품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 뜻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학생들을 위해 해당 냉장고 속에 식재료를 기부할 수 있다. 한편, 지난 1년 동안 하와이 주에서 출생한 신생아 수는 1만 6878명을 기록했다. 이에 앞서 2016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약 1년 동안의 신생아 수는 1만 8019명을 기록했던 바 있다. 신생아 수 역시 지속적인 감소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 청년, 농촌으로 가다…‘시골가면 어떻게 살아?’

    청년, 농촌으로 가다…‘시골가면 어떻게 살아?’

    퇴근길 버스 차창에 비친 자신의 우울한 얼굴을 본 어느 날, 두 사람은 도시를 떠나기로 했다. 한 사람은 배낭을 메고 무작정 충남 홍성으로 내려와 컨테이너 집을 구했고, 또 한 사람은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홍성의 농가주택에 새 둥지를 틀었다. 도시의 생활은 숨이 막혔고, ‘살고자’ 그들은 귀촌을 선택했다. 충남 홍성에서 만나 ‘로컬스토리’란 미디어 주식회사를 꾸린 정명진(39) 씨와 서혜림(40) 씨의 얘기다. 도시도 아닌 농촌에서 갓 창업한 청년들에게 세상은 녹록지 않았다. 한 달에 20만 원을 받는 달도, 80만 원을 받아 가는 달도 있었다. 셋이서 마을의 빈집을 빌려 시작한 협동조합은 귀촌한 청년들과 귀촌 1.5세대(부모가 귀촌) 청년 9명이 운영하는 어엿한 주식회사가 됐다. 이들은 귀촌 청년들과 함께 지역의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만든다. 청년이 지역을 성장시키고, 그렇게 성장한 지역이 청년을 성장시키는 생태계의 선순환을 꿈꾼다. 그들에게 물었다. “농사짓지 않고 청년이 농촌에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홍성에는 어떻게 내려오게 됐나요. “(서혜림)홍성에 처음 온 건 2015년 8월이었어요. 처음 와본 홍성이 마음에 들어 9월에 배낭 하나 메고 와서 살 곳을 찾았죠. 그렇게 찾은 집이 컨테이너 집이었어요. 그곳에서 8개월을 살았어요. 서울에선 영어 강사를 했어요.” -홍성에 연고가 있었나요. “(서혜림)아니요.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지역이에요. 귀농·귀촌·유기농·청년 등의 키워드로 검색했어요. 젊은 사람들이 많고 유기농을 하는 지역을 찾고 있었거든요. 홍성이 딱 좋았고, 이곳 사람들과 함께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 2막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죠. 솔직히 다 지겨웠거든요. 서울에서 또 다른 직업을 찾을 생각은 안 했어요. 외국에 나가 살거나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TV프로그램을 보다가 목수가 하고 싶다는 거예요. 남편도 영어 강사였거든요. ‘외국에 나가 살 게 뭐 있나, 시골로 가서 목수를 하자’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추진력 있는 부부지요?” -명진씨는 어떻게 홍성에 살게 됐어요? “(정명진) 혜림씨는 이사온지 4~5년밖에 안됐지만 저는 홍성에 산지 10년이 됐어요. 서울에선 기자를 했어요. 당시 다니던 회사를 떠나 다른 곳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마침 아내가 귀농 운동본부 사이트에서 구인 공고를 본 거예요. ‘농사하면서 기자 하실 분 구합니다’라는 홍성 신문의 공고였어요. ‘아니, 정말 농사지으면서 기자까지 할 수 있는거야?’ 귀가 쫑긋했죠. 한마디로 낚여서 내려왔어요. 예전에 있던 언론사에서는 남북관계 등 거시적인 것을 주로 다뤘거든요. 그러다 보니 진짜 사람 사는 모습을 글로 옮기고 싶다는 갈증이 일었어요. 아내도 30년을 산 도시를 떠나고 싶어했고요. 모든 게 맞아떨어졌어요.” -내려온 뒤에는 어떻게 살았나요. “(서혜림)1년 정도는 한량처럼 살았어요. 하지만 돌아보면 그 1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일종의 안식년 같은 한 해였어요. 그 한 해가 있어 살아갈 힘이 생겼어요. 대신 한 달간은 벌이가 없었죠. 이후에는 돈을 벌려고 6개월간 농장에서 일했어요. 그때 나는 농사 등 몸으로 하는 일은 할 수 없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죠. 무릎이 심하게 붓고 응급실 실려갈 상황이 되고서 귀농은 포기했어요. 대신 이곳에서 다른 일을 찾아 귀촌을 한 거죠.” “(정명진)농사를 지으며 기자가 하고 싶었는데, 결국 저도 농사는 못 지었어요. 신문사는 2015년 8월에 그만뒀어요. 예전보다는 더 사람 냄새 나는 기사를 썼지만 신문이라는 틀에 갇히니 다양한 시도를 하지 못했어요. 좀 더 자유로운 글쓰기를 하고 싶었어요. 새로운 미디어를 지역에 접목시키는 일도 하고 싶었고요. 지역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어요. 그때 혜림씨를 만났어요. 글을 쓰는 나와 영상을 하는 친구, 그리고 행사 기획을 하는 혜림씨와 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그게 바로 로컬스토리의 시작이군요. “(서혜림)사무실도 없어서 매일 카페에 모여 일했어요. 그러다 보니 너무 지치는 거예요. 그래서 딱 3평짜리 사무실을 빌렸죠. “(정명진)처음에는 한 달에 20만 원 받아가는 달도 있고, 80만 원 받는 달도 있었어요. 서로 일한 만큼 월급을 가져가기도 하고 20만 원, 30만 원씩 나눠갖기도 했어요. 그러다 200만 원짜리 일을 받고선 감동해서 다 울었어요. 농촌에선 마을 만들기 사업이라는 걸 하는데, 충남 마을 만들기 지원센터에서 우리에게 일을 준거죠. 그 뒤론 매달 월급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일이 들어왔어요. 홍성군 홍동면에 지역 공동체 금융조직인 ‘도토리회’라고 있거든요. 회원들 공동출자로 협동기금을 만들고 그 자금으로 공익적인 마을 사업이나 생활에 필요한 급전을 무이자로 빌려주는 곳이에요. 그곳에서 1000만 원을 빌려 1년 뒤 1300만 원의 흑자를 냈어요.” -홍동면에는 그런 협동조합이 많은가 봐요. “(정명진)작은 마을인데 그런 협동조합 등 주민조직이 50여 개 있어요. 시골의 파라다이스 같은 곳이죠. 귀농, 귀촌이 많고 청년들도 많아요.” “(서혜림)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청년들이 살아갈 인프라가 부족해 안타까웠어요. 사람이 살려면 얼마나 필요한 게 많아요. 청년들은 이곳에서 연애도 해야 하고 취업도 해야 하고 결혼해선 아이들 교육도 시켜야 해요. 그런 인프라 자체가 부족해요. 지역 콘텐츠는 너무 천편일률적이에요. ‘00사과’, ‘00한우’처럼 예전의 콘텐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지역이 청년들에게, 또 외지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알고보니 외국보다 좋네?’ 이런 생각이 들게 말이죠.” -말하자면 청년이 살 수 있는 지역 생태계 만들기를 고민하기 시작한 거군요. “(정명진)로컬스토리의 목표를 ‘지역과 청년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자’로 정했어요. 시골에선 농사를 짓지 않는 한 청년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안돼요. 일자리가 많은 게 아니잖아요. 돈이 있다면 땅을 사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겠지만, 청년들은 그런 재산이 없잖아요. 게다가 농사도 아무나 짓는 게 아니에요. 그러면 농사를 짓지 않는 청년들은 농촌을 떠나야 할까요? 귀농하지 않고 귀촌한 청년들이 지역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농사는 짓지 않지만, 농촌에서 살고 싶은 청년들의 이야기. 그게 로컬스토리가 처음 만든 콘텐츠였어요. 지역은 미디어 역량이 많이 떨어져요. 하지만 귀촌한 청년들은 미디어에 밝죠. 그런 청년의 재능이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죠. 청년이 지역을 성장시키고, 성장한 지역이 청년을 돕는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뤄보자 결심했어요.” -지역에서 관심을 많이 두던가요? “(서혜림)‘우리 동네는 시골이지만, 로컬스토리 같은 회사가 있어’라고 마을 분이 자랑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청년들이 귀촌해서 사는, 그만큼 매력있는 지역이라는 자부심이 엿보였어요. 우리의 존재 자체가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니 뿌듯했죠. 그래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최소 2주에 한 번씩은 ‘로컬스토리 뭐하나’라는 콘텐츠를 올려요. 그만큼 관심을 많이 두시거든요. 한 번은 한 농가를 인터뷰하고 그분의 정보를 노출했더니 갑자기 그 농가의 농산물 판매량이 증가한 거예요. 장문의 감사 편지를 받았죠.”-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것 외에 또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정명진)마을 주민들 글쓰기 교육도 해요. 마을에서 살아온 기억을 주제로 수필 한 편씩 쓰기를 한 적이 있어요. 평생 글이라고는 써보지 않았던 분들이 교육 시간에 자신이 쓴 수필을 모아 책을 냈어요. 고기도 삶고 국수도 삶아 우리끼리 출판기념회도 하고 낭독회도 했어요. 지금도 기억에 남는 분이 있어요. 글을 모르는 할머니셨는데, 글쓰기 수업에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석을 하신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 날 글쓰기 수료증이 나왔는데, 무척 좋아하시면서 자신이 죽을 때 그 수료증을 관에 넣어달라고 하셨어요. 그만큼 배움에 대한 한이 깊으셨던 거죠.” -창업할 땐 어떤 점이 어려웠나요. “(정명진)우리의 첫 사무실은 빈 시골집이었어요. 2만 평 옥수수밭 한가운데 있었죠. 이곳에 우리 나름대로 작업실을 꾸렸는데, 기본적으로 영상을 만들려면 비디오 제작 사업 신고를 해야 해요. 이걸 하려면 건축물 대장, 임대차 계약서가 있어야 해요. 그런데 이 빈집은 너무 오래전에 지어진 거라 건축물 대장이 없는 거예요. 귀촌한 청년들이 시골의 빈집을 얼마든지 사무실로 활용해 쓸 수 있는 데 말이죠. 그런 작은 것부터 힘들었어요.” “(서혜림)창업 과정을 안내해주는 멘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창업하고서 일을 하려면 행정적으로 각종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그걸 하나부터 열까지 찾아야 해요. 처음에는 그게 가장 어려웠어요. 도시는 선배도 많고 네트워크도 많아 물어가며 할 수 있는데, 시골은 그런 게 없어요.” -귀촌한 청년이 마을에 잘 안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명진)우선 인사를 잘해야 해요. 그러면 ‘쟤들은 서울에서 왔는데 예의가 참 바르다’라고 좋게 보시거든요. 다만 도시에서 살다 귀촌한 청년들과 지역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살아온 방식도, 생활 방식도 달라요. 처음부터 너무 마을 깊숙이 들어가면 이런 면에서 서로 부딪히는 게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서로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게 좋아요. 그러면서 마을에서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예를 들면 서류 쓰는 일 등을 도와드리면서 가까워지면 돼요.” -귀촌한 선배로서, 귀촌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정명진)무작정 귀촌하는 것보다 먼저 일자리를 알아보고 내려오세요. 일자리가 없다면 오래 머물 수가 없어요. 시골에서 소일거리를 하며 일당을 받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육체노동을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하면 탈이 나요. 단단히 각오해야 해요.” “(서혜림)지금 도시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무작정 사표를 내고 귀촌할 게 아니라 일단 휴직을 하고서 한 달 살기를 해보세요. 그리고 나서 결심이 서면 사표를 내세요. 무작정 오는 것은 말이 안 돼요. 이민 준비하듯이 준비한다 생각하면 될 거예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요. “(정명진)로컬스토리를 처음 만들었을 때의 ‘청년과 지역 생태계의 선순환’이란 비전을 실천하며 살고 싶어요. 이 지역에서 얼마나 의미 있는 성과와 가치를 만들어내느냐, 그게 로컬스토리의 힘이 될 거예요. 지역 청년들에게 좀 더 나은 일자리가 제공돼야 지역에서의 삶이 지속 가능해져요. 기껏 귀촌했는데 삶은 개선되지 않고 똑같이 박봉에 시달린다면 지속 가능성이 없는 거잖아요. 로컬스토리에는 우리처럼 귀촌한 청년들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이들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좀 더 큰 프로젝트를 하며 급여도 많이 줄 수 있는 안정된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서혜림)지역의 가치, 그리고 청년을 성장시키는 가치, 미디어 기업으로서의 자질을 쌓아가고 싶어요. 지역의 작지만 강한 기업, 우리가 추구할 방향이에요.” 홍성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 후끈한 열기 속 신년맞이 현장방문 나서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 후끈한 열기 속 신년맞이 현장방문 나서

    서울 중구가 2020년 구정목표를 생활구정으로 표방하고 구민 생활 변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11일 구에 따르면 서양호 중구청장을 포함해 국장, 과·동장, 시설관계자는 주민들과 함께 공공건축물 공사현장, 전략사업·공공서비스 시설, 주민들의 삶을 직접 대할 수 있는 현장을 찾아 생활구정 실현에 나섰다. 현장의 생생한 의견을 직접 듣고 눈으로 보면서 구민 생활과 밀접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취지다. 지난 7일 청구동 예술인 주택을 시작으로 이달말까지 총 30여곳의 현장방문이 이어진다. 특히 서 구청장은 청구어린이공원 화장실, 청구역 1번출구 화장실, 신당마을마당 등 지역주민들이 직접 피부로 빠르게 느낄 수 있는 시설들을 꼼꼼히 살피며 관심을 보였다. 그는 “구청장 취임 후 1년 7개월을 걸어 출근하며 만난 주민들의 요구사항 대부분이 청소, 주차, 공원관리 등 일상생활 관련이었다”고 강조하며 생활구정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구가 공들여 씨앗을 내린 교육과 돌봄이 뿌리내리게 될 현장도 빼놓지 않았다. 중구모든아이 약수센터와 약수동작은도서관 조성이 한창인 청소년수련관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신당동 복합청사가 완공되면 이전할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의 운영현황도 면밀히 살폈다. 오는 3월말 완공예정인 교육지원센터가 들어설 동화동 공영주차장 부지 현장도 돌아보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구가 전략과제로 내세운 문화도시 중구와 걸맞은 현장도 방문대상이다. 청구동 예술인주택, 만리 예술인주택을 비롯해 민간공유 문화시설인 을지로 루덴스와 장충동 파라다이스 기획전시관이 포함된다. 주민들의 모든 생활을 일상 속 문화예술로 꽃피우기 위해 예술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인다. 이 외에도 신당동 예비마을기업, 독서동아리, 학습동아리, 건강걷기동아리 등 주민들이 활동하는 모임을 방문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설 전에는 인현, 신중부, 백학, 중앙, 약수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하고 소상공인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사업 추진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서 구청장은 “2019년이 교육과 돌봄의 기틀을 세운 한 해였다면 2020년은 주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생활구정에 집중해 평소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한해를 만들겠다”며 “올해도 걸어서 출근하며 주민들을 만나고 일상의 얘기에 귀기울이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위성사진으로 본 2010년대 세계 주요 사건

    위성사진으로 본 2010년대 세계 주요 사건

    올 연말은 2019년이 끝나는 시점이기도 하지만 2010년대 10년이 마무리되는 연말이기도 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2010년대에 수많은 사건으로 세계 곳곳 모습이 바뀌어버렸다. 우주기술업체 MAXAR는 최근 이렇게 달라진 지구촌 강산의 모습을 위성 사진으로 공개했다. AP통신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이를 종합해 2010년대의 굵직한 사건들을 돌아봤다.허리케인2010년대에 수많은 대형 허리케인이 발생했지만 2016년까지는 미국 본토에 상륙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엔 이런 미국의 운이 다했다. 2017년 하비, 이르마, 마리아 등 강력한 허리케인 3개가 미국 곳곳을 강타해 4주 동안 2650억 달러(약 307조 6650억원)의 피해를 입혔다. 하비는 68명을 사망하게 했으며, 1200억 달러(139조 3200억원) 재산 피해는 2005년 카트리나에 이은 두번째를 기록했다.기름유출2010년 4월 미국 멕시코만 인근 해역에서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륨(BP)을 위해 시추 작업을 하던 딥워터호라이즌의 굴착장비가 폭발해 11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원유 최소 1억 갤런(약 3억 7854만 리터)이 유출됐다. 유출된 기름은 멕시코만에 쏟아져 들어왔고 복구 노력으로 2016년엔 정상으로 돌아온 듯 보였다. 하지만 연 평균 63마리였던 돌고래 죽음이 2011년엔 335마리가 죽었고 이후 5년 간 연평균 200마리가 죽었다.빙하 감소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지구 빙하는 3억 8600억톤이 녹아 사라졌다. 이로 인해 얼음이 물 약 924조 갤런(약 3497조 리터)으로 변했으며 이 양은 미국 땅 전체를 약 36㎝ 깊이로 덮을 수 있을 정도다.산불지난 10년 간 세계 곳곳에서 경악할 규모의 산불이 일어났다. 최근엔 브라질과 호주에서 국가, 대륙 규모의 숲을 불태운 산불이 일어나기도 했다.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 파라다이스 교외에서 캠프파이어가 일으킨 산불은 이 지역 역사상 최악이었다. 85명이 숨지고 건물 1만 9000채가 파괴됐다.이슬람국가(IS)의 탄생과 몰락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IS 는 2014년 시리아와 이라크의 혼란 상황에서 등장했다. 무장세력은 빠르게 도시를 장악하기 시작해 두 나라 땅 3분의 1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국가를 선포하고 세계에서 추종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미국 주도 국제 연합의 군사 작전으로 IS는 2019년 3월 이라크 국경지대의 마지막 근거지를 잃었다.아랍의 봄튀니지의 한 과일 판매업자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극심한 가난에 빠뜨린 아랍 국가들의 사회 체계에 항의하고 2010년 12월 스스로 몸에 불을 질러 숨졌다. 이 죽음은 튀니지에 거대한 시위를 일으켰고, 물결은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 예멘으로 퍼졌다. 기본권, 독재자 퇴출, 빈곤과 실업 해결이 이들의 요구였다. 이들은 구심점이 없었지만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튀니지 벤 알리 등 독재자들을 끌어내렸다. 그러나 리비아, 수단, 예멘 등에서 일어난 국가 분열은 결국 내전으로 치달았다. 이집트에선 군부의 지원을 받는 정부가 민주화 시위를 진압했다. 시리아에선 독재정부가 러시아 등 외세를 등에 업고 수년 간 국민 수십만명을 참혹하게 학살했다.동일본 대지진2011년 3월 11일 규모 9.0의 지진과 거대한 쓰나미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을 비롯한 동일본 전역을 강타했다. 사망과 실종이 2만여명, 이재민 16만명이 발생하고 이 중 4만명은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인사] 파라다이스그룹, 대구시, 강원 양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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