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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 U대회 참가 선수단 1만 2000명 넘어 역대 최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에도 불구하고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해외 참가 선수단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개막일인 다음달 3일까지 남은 20여일 동안 메르스 확산 방지와 완벽한 차단 대책이 흥행을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스타급 선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등 대회 열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개최국인 한국에서는 메르스 공포에 갇혀 사실상 대회를 외면하는 분위기마저 형성되고 있다. 11일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개인 엔트리 참가 등록 마감 이후에도 17개국 1386명이 추가로 등록했다. 이번 추가 등록으로 참가 예정 국가는 132개국, 1만 2312명으로 늘어났다. 선수 8253명, 임원 3512명, 심판진 547명 등이다. 이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2013년 러시아 카잔 대회의 1만 1759명보다 553명이나 많다. 아직 북한 등 일부 국가가 참가 신청을 미루고 있어 개최일 전까지 참가국과 선수단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개막일 전날인 7월 2일까지 엔트리 등록을 추가로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국내 메르스 확산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해외 선수단의 신청 규모가 늘어난 점을 들어 대회 흥행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나 정작 국내에서 대회 붐을 조성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르스 파동 이후 입장권 판매 열기마저 식으면서 목표액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날 현재 입장권 판매액은 16억원으로, 목표액(59억 6000만원)의 27% 수준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광주·전남 지역 기업체 및 관공서 등에서 구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조직위는 메르스 여파가 이어질 경우 이미 예약된 물량마저도 취소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조직위 관계자는 “대회 성공 개최를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며 “메르스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낙연 전남지사도 이날 메르스 차단에 공동으로 대처하기로 협약했다. 광주 대회는 다음달 3일부터 14일까지 광주와 전남·북 등에서 열린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제천 GAP 인증제 도입…백수오 농가 피해 최소화

    충북 제천시가 가짜 백수오 파문으로 인한 백수오 농가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비비 1억 8000만원을 투입해 농산물 우수관리(GAP) 인증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인증 대상은 올해 파종한 백수오다. 112농가에 재배 면적은 72.4㏊다. 인증서는 인증기관인 충북테크노파크 천연물센터의 진품 확인 작업과 토양·농약·중금속 검사 등을 거쳐 발급된다. 인증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토양 중금속의 경우 카드뮴, 구리 등 8가지의 중금속이 기준 이하로 검출돼야 한다. 생산물 중금속과 관련해서는 납, 카드뮴, 비소, 수은 등 4가지를 본다. 시가 예비비를 긴급 투입하면서까지 서둘러 인증에 나선 것은 최근 백수오가 함유됐다는 건강식품에서 백수오와 비슷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면서 제천 지역에서 재배되는 백수오도 진짜가 아니라는 불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제천 지역 백수오가 진품 백수오라는 사실 확인과 우수 농산물이라는 GAP 인증을 받게 되면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빚어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강원 극심한 가뭄에 여름 배추·무 파동 우려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며 올여름 배추와 무 파동이 우려된다. 강원도는 10일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여름철 전국으로 유통될 배추와 무 등 고랭지 채소 농가들이 모종을 밭에 심는 정식과 씨뿌리기를 못해 심각한 파동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고랭지 채소 단지인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의 농민들은 8~9월 출하 시기에 맞춰 밭에 배추 모종을 심어야 하지만 물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태백 지역 농가들은 해발 1300m의 매봉산 배추밭까지 급수차로 물을 실어 나르며 고랭지 채소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타들어 가는 대지를 적시기에는 역부족이다. 평창에서 고랭지 농사를 하는 최황규씨는 “이미 심어 놓은 고랭지 배추와 무는 말라 죽어가고 대부분의 농민들은 땅이 메말라 정식과 파종을 포기하고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고랭지 배추 정식과 무 파종은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 마쳐야 한다. 하지만 영동지역의 5월 강수량이 평년의 10분의1도 안 되는 6㎜에 그쳤다. 적기에 심지 못하거나 생육이 부진하면 물량 감소로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 밭이 타들어 가며 이미 기른 모종을 폐기처분하는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다음달까지 큰 비 소식이 없어 앞으로 여름배추 경작을 포기하는 농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농민들은 “가을 배추와 무는 전국에서 출하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여름철 배추와 무는 대관령과 태백 등 강원도 고랭지 지역에 국한된다”면서 “지금처럼 가뭄으로 아예 정식과 파종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올여름 배추와 무 파동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순부터 다음달 초순까지 2개월간 도내 고랭지 배추와 무 파종 계획 면적은 7200㏊이지만 현재 파종이 끝난 면적은 33%인 2357㏊에 불과하다. 도내 고랭지 배추와 무 생산물량은 전국의 98%를 차지한다. 2010년 배추 대란 때보다 더 심각한 가격 파동이 예상된다. 벌써 채소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어재영 도 농정국장은 “가뭄이 더 이어지면 여름철 배추와 무 파동이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국내여행 | [Village in Seoul 청파동] 청파, 푸른 언덕이 있는 동네

    국내여행 | [Village in Seoul 청파동] 청파, 푸른 언덕이 있는 동네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청파靑坡, 푸른 언덕이 있는 동네. 일 년이 넘도록 몰랐던 우리 동네의 숨겨진 모습을 오늘, 골목길에서 만났다. ‘집 박물관’은 살아있다 청파동에 터를 잡은 지 일 년 하고도 넉 달째. 처음으로 카메라를 메고 동네를 걷는다. 오늘의 목적지는 슈퍼마켓도, 김밥집도, 단골 커피숍도 아니다. 숙명여대 앞길의 풋풋한 생기와 효창공원의 차분한 공기, 그보다 깊숙한 곳에 숨겨진 동네의 모습을 만나러 나섰다. 구글 지도를 켜고 청파동1가를 찍었다. 그쪽에 오래된 집이 많다고 들어서다.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걷다가 하얗고 작은 골목길을 마주쳤다. 이끌리듯 들어가 셔터를 누르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대문을 열고 나오신다. “뭘 찍는 거요?” 동네 여행을 취재 중이라 하니 관심을 보이신다. 이광래 할아버지(77세)는 청파동장을 3번이나 지내셨다고 했다. “청파동은 일제 강점기에 부자들이 많이 살았던 동네야. 그 당시 150평, 200평씩 되는 집을 갖고 살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다 강남으로 넘어갔지. 지금도 이 동네엔 아주 오래된 집이 많아. 우리 집도 50년은 됐고, 이 옆집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있던 거야.” 할아버지 말씀처럼 청파동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많이 모여 살았던 곳이다. 그때 지어진 일본식 가옥들이 지금도 일부 남아있다. 이어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도시형 한옥이 세워졌고 1970년대에는 서민형 양옥이 들어섰다. 1980년대부터는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들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청파동은 이렇게 각기 다른 시간의 켜를 가진 집들이 한데 뒤섞여 부조화 속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건축학자 임석재 교수는 그의 책 <서울 골목길 풍경>에서 청파동을 ‘가히 20세기 집 박물관이라 할 만한 동네’라고 평하기도 했다. 학교가 많은 동네엔 우리 집이 있는 청파동3가는 청파동1가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숙명여대와 바로 닿아 있어 일찍이 개발이 진행된 때문이다. 숙명여대 정문으로 올라가는 길엔 아기자기한 카페와 디저트 가게가 많다. 그 길에서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서면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나왔을 법한 하숙집들이 빼곡하다. 경쟁이라도 하듯 두 집 걸러 한 집마다 ‘하숙’이란 간판을 붙이고 있는 걸 보면 요즘에도 하숙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가 새삼스럽다. 청파동엔 학교가 많다. 숙명여대 말고도 청파초등학교, 선린중학교,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신광초등학교, 신광여자중학교, 신광여자고등학교까지 총 7개나 된다. 그래선지 오래된 골목길 틈새에도 활기찬 분위기가 맴돈다. 책가방을 맨 아이들과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 깔깔 웃으며 서로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여대생들을 여기저기서 마주친다. 학교가 많아 좋은 점은 또 있다. 싸고 맛있는 떡볶이 집이 많다는 것. 그러니 청파동에 놀러 오시려거든 많은 준비는 하지 마시라. 편안한 신발과 약간의 쌈짓돈만 있으면 흥미롭고 배부른 동네 여행을 할 수 있다. ●고서령 기자의 청파동 그곳? 입소문만으로 유명해진 일본 가정식당 로지노키친路地のKitchen 2인용 식탁 8개만이 옹기종기 들어차 있는 일본 가정식 식당. 요즘 청파동에서 가히 최고 인기를 자랑하는 ‘맛집’이다. 특별히 홍보를 한 적도 없는데 오직 입소문만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점심과 저녁, 시간을 정해 두고 딱 두 시간씩 오픈하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긴 줄이 늘어선다. 그마저도 조금 늦게 찾아가면 ‘준비된 재료가 다 소진되었다’는 푯말만 보고 등을 돌려야 한다. 매일 신선한 재료를 준비해 한정 수량만으로 요리하기 때문이라고. 메뉴엔 일본식 닭튀김, 포크햄버그, 돈가츠, 돼지고기 야채 볶음요리 등이 있다. 메인 요리에 곁들여지는 일본식 두부튀김과 계란말이, 상큼한 양념의 샐러드와 토마토푸딩 후식 등 작은 접시 하나하나마다 정성이 느껴진다. 식사 시간 30분 전에 찾아가야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다. 협소한 공간과 높은 인기 때문에 중학생 이하 어린이와 5인 이상 손님은 받지 않는다. 예약 불가.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43길 11 02-6213-9689 점심 12:00~14:00, 브레이크타임 14:00~18:00, 저녁 18:00~20:00 모든 메뉴 7,000~8,000원선 1989년부터 지켜 온 추억의 와플 맛 와플하우스 청파동엔 26년 역사의 유명 와플집이 있다. 학창시절 이곳에서 먹었던 와플 맛을 잊지 못해 자녀를 데리고 오는 사람들이 손님의 대부분일 정도로 역사 깊은(?) 곳이다. 2대째 가족경영을 하고 있는 이곳은 1989년 아주 작은 와플가게로 시작해 조금씩 가게를 확장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대표 메뉴는 사과잼과 버터를 바른 미국식 와플과 딸기 빙수. 두 개가 항상 세트처럼 팔린다. 가격은 저렴한 편이지만 반죽부터 햄버거 패티까지 최대한 홈메이드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 아이들도 많이 찾는 곳인 만큼 재료의 품질에 더욱 신경을 쓴다고.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45길 37 매일 11:00~23:00, 매달 둘째 주 화요일 휴무 버터 & 잼 와플 2,000원, 딸기빙수 6,500원 옛날 떡볶이 ‘무한리필’이요~ 달볶이 2000년부터 16년째 숙명여대 앞을 지키고 있는 작은 떡볶이 집. 이 집에선 떡볶이를 ‘달볶이’라고 부른다. 접시에 비닐을 씌워 내주는 옛날 떡볶이와 몽땅한 길이의 고소한 꼬마김밥을 맛볼 수 있다. 한 사람당 1인분 이상 주문하면 달볶이는 무한리필 해준다. 평일엔 숙대 학생들로, 주말엔 동네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47길 88 달볶이, 꼬마김밥, 순대, 튀김 각각 1인분 3,000원 쫄깃한 국물떡볶이의 정석 빨강떡볶이 청파동 중·고등학생들과 숙명여대생들의 숨은 떡볶이 맛집. 일반적인 볶음 떡볶이가 아니라 국물 떡볶이다. 떡을 건져 먹은 뒤 남은 국물에 김과 함께 밥을 비벼 주는데, 학생들에겐 떡보다 밥이 더 인기일 정도. 미리 만들어 놓지 않고 주문을 하면 그때그때 새로 끓여 내주는 것이 특징이다. 1단계부터 5단계까지 매운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 매일 방부제 없는 떡을 새로 뽑아 만들기 때문에 방앗간에서 갓 나온 떡처럼 식감이 쫄깃하다. ‘안 끓인 떡볶이’ 재료를 전국 택배 배송 판매도 하고 있다. 떡볶이 소스가 라면스프처럼 가루로 되어 있기 때문에 집에서 간편하게 요리해 먹기 좋다.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43길 29 02-703-3449 평일 10:00~21:00, 휴일 12:00~21:00 빨강떡볶이 2,500원, 공기밥+김 1,500원, 순대 3,000원 동네 사랑방 같은 동네 사진관 청파동사진관 삐뚤빼뚤한 간판 글씨와 파란색 대문이 눈길을 사로잡는 청파동사진관은 청파동에서 꽤 유명한 장소다. 사진만 찍는 게 아니라 음악회도 열고 동화 녹음도 하는, ‘청파동 사랑방’을 표방한다. 사진관 수익의 일부를 국내외 아이들을 돕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증명사진, 여권사진, 프로필사진, 가족사진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사진을 촬영한다. 건물 외관은 클래식하지만 30대 사진관 주인이 정성스럽게 포토샵을 해주니, 사진품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단 문을 닫을 때가 많으니 미리 전화로 예약한 뒤에 찾아가야 헛수고를 덜 수 있다.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49길 14 070-8639-4415 blog.naver.com/im1771 최고급 원두 ‘스페셜 티’만 취급 카페 실Cafe SIL 커피 원두에도 등급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카페 실’은 최고 등급 원두인 ‘스페셜티’만 취급하는 카페다. 30가지 종류의 커피를 볶아 베이커리 카페, 사무실 등에 납품하고 손님들에게도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 카페의 주인인 박영실 바리스타가 오랜 시간을 들여 직접 생두를 선별하고 볶는 작업을 한다. 카페 문을 연 2009년 이후 생두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이곳의 커피 가격은 6년 전 그대로다. 100g짜리 원두를 사면 200g 가까이 담아 줄 정도로 인심이 후하다. 영국·폴란드·이탈리아 등에서 수입한 커피 관련 도구도 백화점보다 30~40%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97길 13 평일 11:00~21:00, 토요일 14:00~21:00, 일요일 12:30~21:00 아메리카노 3,000원, 드립스페셜티(핸드드립커피) 5,500원, 원두100g 1만2,000원부터 청파동 가는 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8번 출구 또는 1호선 남영역 1번 출구로 나와 숙명여대 방향으로 걸어가면 청파동3가에 닿는다. 숙명여대 정문까지 올라가면 정면에 효창공원 입구가 나온다. 청파동1가는 서울역 서부역에서 찾아가는 편이 더 가깝다. 글·사진 고서령 기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사설] 朴대통령 메르스 조기차단에 보다 더 관심 쏟아야

    정부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경유 병원 명단을 공개하며 뒤늦게 총력전에 나섰음에도 사태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어제 메르스 확진자는 23명이 추가돼 전체 환자 수는 87명으로 늘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메르스 2위 발병국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어린 연령층으로는 잘 전염되지 않는다던 보건 당국의 장담과 달리 16세 남학생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도 한 명이 늘어 모두 6명이 됐다. 늑장 대처로 삼성서울병원을 거친 환자들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됐고, 일부는 부천·시흥 등으로 옮겨 가 지역 확산의 불씨가 될 우려도 커졌다. 정보 공유가 아무리 늦었기로서니 국내 최고라는 의료기관에서 의사까지 포함해 30명 넘는 확진 환자가 나온 상황은 나라 밖에서 알면 창피할 일이다. 최경환 총리대행이 나서 병원 명단을 공개하는 등 총력 대응을 천명했지만 바닥으로 떨어진 정부의 신뢰는 쉽게 회복되기 힘들어 보인다. 온갖 공방 끝에 병원을 공개하면서 그나마도 이름과 위치를 잘못 발표했다. 해외 출장에서 귀국한 다음날 여론에 떠밀려 부랴부랴 얼치기 자료를 대독하는 듯한 최 총리대행이 딱했을 정도다. 총체적인 엇박자 속에서 국민을 가장 답답하게 만드는 쪽은 다름 아닌 청와대다. 메르스 파동을 걱정하는 사람이 둘만 모여도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꺼낸다. 초기 대응의 참담한 실패로 온 나라가 홍역을 앓는 현실에서는 대통령이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는 사실쯤은 어린아이도 알 만하다. 날마다 불어나는 사망·추가 환자 수에 온 국민은 속이 타는데, 메르스를 고민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메르스 관련 공식 일정은 4건뿐이다. 확진 환자 발생 12일 만에 가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지난 3일 주재한 민관 긴급점검회의, 5일 국립중앙의료원 방문, 어제 범정부 메르스대책지원본부 방문이다. 이들마저도 대부분은 대통령의 무관심을 질타하는 여론이 빗발친 다음에야 진행됐다. “비판 여론에 따라 다음날 대통령의 동선이 만들어진다”는 국민들의 한숨을 청와대 참모들은 듣고 있는지 궁금하다. 의료 현장을 방문한 대통령의 소극적인 자세도 아쉽기만 하다. 지난해 에볼라 사태 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환자와 접촉한 간호사들을 포옹하고 입맞추면서까지 국민 불안 진화에 힘썼다. 여야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정부와 적극 연계하기로 했지만 “잘해 보자”는 의기 투합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일부 지자체장들은 제각각 독자적인 행태로 의심 환자와 관련 정보를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중구난방이 아니라 구체적 공개 대상과 범위가 일사불란하게 적용돼야 메르스 차단을 한시라도 앞당길 수 있다. 국가적 위기를 겪을 때마다 국민을 힘들게 하는 것은 위기 그 자체가 아니다. 박 대통령이 보여 주는 위기감의 무게가 국민과 너무나 동떨어진다는 사실 때문이다. 미국 순방의 연기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하게 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이 와중에 나라를 비울 수밖에 없더라도 남겨 둔 국민을 걱정하고 고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먼저 보고 싶은 것이다.
  • 껑충 뛴 배추값

    배추값이 최근 5개월 새 껑충 뛰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생필품 가격정보 종합 포털인 ‘참가격’(www.price.go.kr)을 통해 수집한 5월 생필품 판매가격 분석 결과 배추 평균 판매 가격이 올 1월보다 58.0% 상승했다고 4일 밝혔다. 같은 기간 양파는 34.1%, 돼지고기는 18.4% 올랐다. 소비자원 측은 “지난해 배추값 폭락으로 배추 재배 면적이 줄면서 상승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돼지고기는 구제역 파동 등으로 공급량이 줄었지만 나들이철을 맞아 수요가 늘면서 판매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메르스 공포] 손님 절반 뚝

    [메르스 공포] 손님 절반 뚝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인천 병원으로 이송됐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손님이 40% 이상 줄었습니다.” 인천 부평지하상가에서 아동옷을 파는 이모(38·여)씨는 4일 매장을 찾은 기자에게 “장사가 안돼 죽겠으니 다른 데로 가 물어보라”며 하소연하듯 말했다. 국내 최대의 지하상가인 부평지하상가(3만 2311㎡)의 상인들은 메르스 직격탄에 심리적 공황 상태다. 지하에 들어선 1408개 점포는 3~7평 규모인 데다 통로도 3m에 불과해 사람 간 간격이 좁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내국인뿐 아니라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의 발길이 뜸해졌으며 방문객 일부는 마스크를 썼다. 상인들은 “손님이 최소한 40∼50%는 줄어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대신 지하상가 입구의 약국에는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더니 이내 ‘마스크가 품절돼 오후에 입고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화장품을 파는 박모(32·여)씨는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부평이 뜨고 있는데 메르스가 찬물을 끼얹었다”면서 “메르스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게 더 걱정”이라고 했다. 일부 점포는 아예 오후에야 문을 열었다. 옆 가게 주인은 “대개 오전 10시 전에 개장하는데 장사가 안되니까 문을 열기 싫은 모양”이라며 웃었다. 신발 가게 주인은 “정부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평소 왁자하던 중국말도 들리지 않았다. 메르스 파동이 일기 전 이곳 이용객은 평일 15만명, 주말 20만∼30만명에 달했는데 이 중 10∼20%는 유커였다. 의류, 화장품, 전자제품 등을 통 크게 사들여 상권을 활성화하는 데 공이 컸던 유커들은 메르스 소식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상가연합회는 비상이 걸렸다. 연합회는 인천시설관리공단에 대책을 요구했지만 시원한 답이 돌아오지 않자 안절부절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메르스 문제는 관리 주체가 적극적으로 대처해도 될까 말까 한데 알쏭달쏭한 말만 되풀이해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자체적으로 상가 출입구에서 마스크와 세정제를 나눠 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천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사설] ‘집 나간’ 시민의식으론 메르스 당해낼 수 없다

    메르스 확산으로 집 밖 출입을 삼가야 하는 자가 격리자 수도 크게 늘고 있다. 2, 3차 감염자의 증가로 접촉자들이 많아진 데다 보건 당국의 대상자 선정 기준도 강화됐기 때문이다.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는 데는 당국의 무능한 대응이 불씨였지만 미성숙한 시민의식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지 않은가 돌아봐야 한다. 시민들의 수준 낮은 보건의식과 일탈행위는 연일 지탄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주시하는 해외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까지 나오게 된 현실이 부끄러울 정도다. 서울 강남의 자가 격리 대상자가 따분하다는 이유로 지방에까지 몰래 골프를 치러 간 사례는 어이없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격리자의 거주지와 골프장 주변은 발칵 뒤집혔고 근거 없는 루머가 꼬리를 물어 혼란이 극심하다. 골프 소동을 일으킨 격리자가 근처에 산다는 소문이 덮쳐 서울 대치동 학원가가 하루아침에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기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이어지고 있다. 당국의 부실 대응과 맞물려 ‘나 하나쯤이야’ 하는 빗나간 개인주의는 번번이 메르스 파동에 기름을 붓고 있다. 첫 확진 환자는 중동 국가 방문 사실을 숨겨 일을 걷잡을 수 없이 키웠고, 감염이 의심되는 상태에서 의료진의 만류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홍콩에 들어간 남성은 그쪽 보건 당국에 기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야말로 국제적인 망신이다. 근거 없는 괴담을 무분별하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 나르는 행태도 이쯤해서 자제돼야 한다. 가뜩이나 중심을 못 잡고 허둥대는 보건 당국에 루머와의 전쟁까지 떠안기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봐야 한다. 이번 파동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은 안이한 대처로 일관한 정부, 의료계, 개인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사태가 진정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데, 지역 이기주의까지 고개를 든다니 걱정이다. 정부는 메르스 환자를 일률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지역별 거점 병원을 검토 중이다. 그러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우리 지역 절대 불가’라며 난색을 표하고, 어느 곳에서는 타 지역에서 이송된 환자를 받지 않도록 지역 내 병원을 단속하겠다 한다. 이런 이기적 발상으로는 확산일로의 메르스를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지금 우리 상황은 메르스 자체의 심각성보다 심리적 공포가 더 큰 문제다. 감염학 전문가들은 메르스 치사율은 알려진 것보다는 낮은 10% 정도 수준이라고 한다. 불미스런 일이지만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개인이든 지역사회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이 절실한 때다.
  • [재계 인맥 대해부 (4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세아그룹] 55년간 철강제품 생산 한 우물… 강관·특수강 국내 1위 우뚝

    [재계 인맥 대해부 (4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세아그룹] 55년간 철강제품 생산 한 우물… 강관·특수강 국내 1위 우뚝

    세아그룹은 1960년 부산에서 출발한 부산철관공업을 모태로 하는 국내 강관(파이프) 시장 점유율 1위의 전문 철강 기업이다. 출범 첫해인 1961년 1800만원으로 시작한 매출은 지난해 해외를 포함해 매출 7조 9226억원, 영업이익 5398억원으로 늘어났다. 부산철관공업 하나로 시작했던 계열사 역시 2014년 기준 세아제강과 세아베스틸을 비롯해 국내외 40여개로 늘어났고 사업장 역시 국내를 넘어 미국, 중국, 일본 등 10개국으로 진출했다. 소구경 철 강관으로 시작했던 생산품목도 탄소 강관에서 티타늄 튜브 등 파이프 제품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에서 산업용 특수강소재까지 늘어났다. 세아그룹의 창업주인 이종덕 명예회장은 1945년 광복과 함께 서울 을지로2가에 ‘해동공업사’를 설립하며 처음 철강재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50년 한국전쟁과 함께 부침을 겪었으나 1954년 충무로에 ‘해덕철강상사’를 거쳐 1960년 부산감만동에 그룹의 모태기업이 된 ‘부산철관공업’이 첫 사업의 닻을 올렸다. 상호에 ‘한국’이나 ‘세계’, ‘아시아’ 등이 아닌 부산 지역명을 사용한 것은 당시로선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세아그룹은 ‘사업보국과 초석기업을 세운다’는 창업의지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이 명예회장은 부산공장 문을 연 지 10년 만에 기업공개를 통한 상장과 서울공장을 건설하며 본격적으로 사세를 키웠다. 특히 기업공개와 주식상장은 기업공개촉진법이 제정된 1972년보다도 3년 빠른 1969년에 이뤄졌다. 미국 기업을 시찰하고 돌아온 이 명예회장의 결단에 의한 것이었다. 이후 부산철관공업은 1975년 부산파이프로 사명을 변경하고 석유파동에 따른 내수시장 위축의 돌파구를 수출 드라이브를 통해 찾았다. 이 과정에서 1978년 준공된 포항철강단지 내 연산 24만t 규모의 포항공장 설립은 그룹의 중요한 성장의 도약대가 됐다. 이를 통해 부산철관공업은 1978년부터 5년 연속 수출산업 발전에 대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으며 국내 유일의 강관 전문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이후 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운형 사장으로 2기 경영체제가 시작됐다. 서울대 공대 건축학과와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이 사장은 1974년 이사로 입사해 부사장을 거쳐 1980년 사장 취임과 함께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이 사장은 해외 업체들과 활발히 제휴해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호주의 ‘번디’와 합작한 부산번디(1979년, 현 세아FS)를 설립해 튜브시장에 진출했고 글로벌 용접회사인 알로이로드와 합작해 한국알로이로드(1985년, 현 세아에삽)를 설립했다. 또 창원강업(현 세아특수강)을 인수해 자동차 부품 및 산업용 기초소재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어 1995년 이 사장은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며 본격적인 그룹경영 시대를 열었다. 이후 1996년 1월 1일 그룹 명칭을 지금의 ‘세아’로 변경해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세아의 지향 가치를 정립했다. 세아그룹은 이 회장의 뒤를 이어 동생인 이순형 회장이 총괄하고 있다. 2013년 이 회장이 해외 출장 중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별세(67세)했기 때문이다. 이순형 회장은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잠시 복잡해졌던 상황을 정리하고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고 있다. 세아그룹은 강관 부문의 철강제조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근까지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철강업계에서도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다. 현재 세아그룹은 국내 강관시장과 특수강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세아제강과 세아베스틸을 필두로 세아특수강, 세아FS(스틸튜브), 세아에삽(용접재료 및 장비), 세아메탈(스테인리스 와이어 등), 세아엔지니어링(터보기기 및 제철 플랜트 엔지니어링), 세아M&S(산화 몰리브덴 합금철), 세아L&S(물류), 세아네트웍스(SI) 등의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특히 올 3월에는 포스코특수강(현 세아창원특수강)을 4399억원에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사설] 메르스 환자 사망… 한국 수준 드러낸 ‘메르스 사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우려했던 3차 감염자까지 나와 국민들의 불안은 일상생활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 어제까지 메르스 환자 수는 3자 감염자를 포함해 25명, 격리 환자는 700명에 가까워졌다. 감염 속도가 빨라 앞으로 격리 관찰해야 할 대상자가 1000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메르스 공포는 실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사망자가 입원했던 병원 근처 유치원들의 휴원에 이어 초등학교가 휴교했다. 무방비로 감염될까봐 아파도 병원을 가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국민들은 3차 감염의 범위가 과연 어디까지 뻗칠지 걱정이 태산이다. 전문가들은 3차 감염자들의 감염 루트가 의료기관 내부인 만큼 지역사회로는 쉽게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격리 관찰과 역학조사 등 방역 체계를 제대로 가동한다면 감염 사태가 전국권으로 번질 일은 없다는 관측인 셈이다. 근거 없는 우려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괴담은 체계적인 방역을 해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보건 당국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이미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곤두박질쳤다는 사실이다. “(바이러스 매개원인) 낙타와의 접촉만 피하면 된다”는 안이하기 짝이 없던 당국의 초기 대응은 실소가 터진다. 급기야 사망자가 나오기까지 정부가 보여 준 부실 대응은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싸다. 초동 대응을 잘못했더라도 곧바로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해 방역의 정상궤도에 들어서야 했다. 그런데도 시종일관 허둥대는 것 말고는 지금까지 국민이 안심할 만한 선제적 대책을 보여 준 적이 없다. 그제 당정협의조차 첫 환자가 발생한 지 12일 만에야 이뤄졌다. 메르스 최초 환자가 입원한 병동에 함께 입원해 일찍이 격리 조치돼야 했던 사망한 환자도 당국이 전화 연락이 안 된다며 관리감독 시기를 놓친 경우다. 사망한 뒤에야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니 이래서야 국민이 무슨 수로 정부를 믿고 따라 줄 수가 있겠나. 사태를 수습하려면 정부와 국민이 손발을 맞춰야 하건만 불신 여론은 오히려 악화일로다. “‘통제 가능하다’면서 날마다 감염자가 는다”는 불안에 “감염 지역을 알려 주지 않고 허둥대는 정부 꼴이 세월호 참사 때와 같다”는 비난도 들린다. ‘방역 아마추어 국가’로 국제적 망신살까지 뻗친 현실이 기가 찬다. 당국이 허둥대는 사이에 메르스 불똥은 내수시장으로 튀었다. 중국 관광객 2000여명이 서울 관광을 취소한 데다 국내 항공사와 한류 화장품 업체 등의 주가가 급락했다. 메르스 파동이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관광 수입에 미칠 타격은 불 보듯 뻔하다. 이번 파동이 가닥 잡히면 늑장 대응의 화를 키운 당사자들에게는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방역 체계도 전면 재검토해야겠지만 당장 발등의 불은 역학조사의 구멍이 없었는지 재확인한 뒤 민관이 합심해 국가적 보건 역량을 총동원하는 일이다. 또 어영부영하다 관찰 대상자가 1000명을 넘어서면 아예 방역 통제 불능에 빠질 수도 있다고 하는데 참 걱정스럽다.
  • 늦게 나타난 놈이 더 무섭다, 지구 ‘판의 전쟁’에선…

    늦게 나타난 놈이 더 무섭다, 지구 ‘판의 전쟁’에선…

    미국 최대 규모의 후버댐. 콜로라도와 네바다주에 걸쳐 있는 이 거대한 댐이 미확인 단층에서 발생한 지진 때문에 마치 레고 블록처럼 힘 없이 무너져 내린다. 후버댐을 무너뜨린 지진이 캘리포니아주를 가로지르고 있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에까지 영향을 미쳐 규모 9라는 최악의 지진을 일으킨다. 건물이 무너지고 지진해일(쓰나미)까지 발생해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는 초토화된다. 이번 주에 개봉하는 대형 재난영화 ‘샌 안드레아스’의 내용이다. 지질학자들은 영화의 소재가 되고 있는 샌 안드레아스 단층이 지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30년 내에 규모 9의 대지진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4월 25일 네팔에서는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8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네팔 지진 발생 한 달 뒤인 5월 25일 일본 사이타마현에서는 규모 5.6의 지진이, 30일에는 일본 도쿄 남쪽 870㎞ 해역에서 규모 8.5의 지진이 일어났다. 잇따른 대규모 지진이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환태평양 화산대에 영향을 미쳐 ‘지구의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지진 전문가들은 “예전보다 지진이 잦아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초대형 지진이 발생하면 여진이 계속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지진 발생의 빈도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게 된다”며 “초대형 지진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발생한 지진 에너지의 불균형이 점차 균형을 맞춰 가면서 차차 평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진은 지구 내부의 힘으로 인해 땅속의 거대한 암반이 갑자기 갈라지면서 그 여파로 땅이 흔들리는 현상이다. 급격한 지각변동은 ‘지진파’라고 하는 파동을 발생시켜 지반을 진동시키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하면 넓은 지역에서 거의 동시에 느끼게 된다. 지진파는 잔잔한 연못에 돌멩이를 던졌을 때 물결이 퍼져 나가는 것처럼 파동이 땅을 통해 퍼져 나간다. 지진파는 ‘P파’와 ‘S파’로 나뉘는데, 지진이 시작될 때 발생하는 P파는 지면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속도는 빠르지만 파괴력은 약하다. P파가 끝난 뒤 발생하는 S파는 지면과 직각인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전달 속도는 느리지만 파괴력이 비교할 수 없이 강하다. 지진에 의한 피해 대부분이 S파로 인해 생긴다. 지진 경보는 이런 지진파 발생의 시간차를 이용해 S파의 도달시간을 예측하는 것이다. 지진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표면 이하 100㎞ 두께의 딱딱한 층인 암석권에 있는 판의 움직임이다. 일반적으로 지진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탄성반발론’과 ‘판구조론’으로 설명한다. 탄성반발론은 19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질학자인 해리 필딩 레이드가 샌 안드레아스 단층을 조사한 뒤 제기한 이론으로, 지진이 단층운동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각 일부는 지구 내부의 힘으로 인해 변형되는데, 그 힘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 암석층이 급격히 파괴되면서 지진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독일 지질학자 알프레트 베게너가 제기한 판구조론은 지진이 단층 운동으로 발생한다고 할 때, 단층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을 설명해 주고 있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지구의 껍질이라고 할 수 있는 암석권은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북아메리카판 등 10여개의 판으로 나뉘어 있다. 이들은 각각 서로 부딪치거나 밀리고 포개지기도 하면서 매년 몇㎝ 정도의 속도로 맨틀 위를 이동하고 있다. 이런 판의 운동은 다른 판과의 마찰력에 의해 저항을 받는데, 판의 운동에너지가 마찰력을 뛰어넘는 순간 갑작스러운 미끄러짐이 발생하며 이것이 지진이란 설명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일본에서 지진이 잦은 이유도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 필리핀판의 경계면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지진은 태평양 쪽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충돌하고 있어서다. 한국지진공학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네팔에서 발생한 강진은 유라시아판이 인도판을 타고 올라가는 형태의 충상단층 현상 때문으로 분석했다. 더군다나 네팔은 일본처럼 지형상 두 지각판이 만나는 곳 바로 위에 있다. 충상단층은 알프스나 히말라야 같이 깊은 습곡을 가진 산맥을 만드는데 히말라야 정상 높이가 1년에 1㎝씩 높아진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끊임없이 밀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판 경계에서만 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1976년 중국 탕산 대지진(규모 7.8)이나 1978년 우리나라 홍성 지진(규모 5.0),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규모 8.0)은 모두 판 경계와는 떨어져 있는 판 내부에서 발생했다. 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판 경계부에서 생긴 지진 에너지인 ‘응력’(應力)이 판 내부에도 전달돼 오랜 기간 쌓여 있다가 약한 지각 부분이 견디지 못하고 깨지면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드물지만 한 번 발생하면 규모가 큰 지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전문가들은 한반도는 중국이나 일본의 단층과 지진으로 응력이 축적되지 않고 해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큰 지진 발생 확률이 높은 위험지대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홍 교수는 “삼국사기나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서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규모 7에 해당하는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지진 발생 주기가 길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지만 한 번 발생하면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크라운·해태제과그룹] 윤영달 회장, 새출발 10년 ‘아트경영’으로 제과업계 정상 도전

    [재계 인맥 대해부 (4부)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크라운·해태제과그룹] 윤영달 회장, 새출발 10년 ‘아트경영’으로 제과업계 정상 도전

    올해는 해태제과가 해방둥이 기업으로 창립 70주년을 맞는 해이지만 2005년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가 합쳐져 새 출발을 한 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인수 당시 크라운제과의 매출액은 2800여억원으로 제과업계 4위, 해태제과의 매출액은 6100여억원으로 제과업계 2위였다. 다윗이 골리앗을 집어삼키는 꼴이었다. ‘과자’를 만든다는 공통의 업(業)이 있다 하더라도 각자가 역사가 깊은 회사이기 때문에 조직이 쉽게 융화되기 어려웠다. 같은 듯 다른 두 조직을 하나로 합칠 수 있었던 데는 윤영달(70) 크라운·해태제과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있었다. 윤 회장은 2004년 말부터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남산에 있는 타워호텔(현 반얀트리호텔)에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 두 회사의 간부급을 모두 부른 뒤 외부 강사의 강의를 듣게 했다. 테이블마다 크라운제과 간부와 해태제과 간부를 섞어 앉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 대화를 나누도록 유도했고 이런 모닝아카데미는 250회 이상 이어지고 있다. 간부급이 융화됐다면 이번엔 직원이었다. 윤 회장은 두 회사의 직원들을 조를 짜 매주 주말마다 북한산에 오르게 했다. 윤 회장도 함께 산에 올랐다. 힘들게 산에 오르는 과정을 서로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윤 회장의 등산경영은 좋은 성과를 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두 회사가 합쳐지면서 최근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해태제과 인수 직후 크라운제과의 2005년 그룹 매출은 9436억원에서 지난해 1조 841억원으로 상승했고 업계 2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크라운산도’로 성장하고 ‘해태제과’의 인수로 한 단계 더 도약한 크라운·해태제과는 윤 회장의 ‘아트(Art)경영’으로 제과업계 정상에 도전하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해 1월 출간한 ‘AQ 예술지능’이라는 책에서 “나는 우리 크라운해태를 단순한 기업이 아닌, 프로페셔널 예술가 집단으로 만들려 한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AQ는 ‘예술지능’(Artistic Quotient)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기업의 경영진과 직원들이 스스로 예술가가 돼 창의력을 발휘해야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남아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아트경영이 나온 배경에 대해 “성숙기에 이른 국내 제과 시장에서 성장을 위한 돌파구로 예술이 있다”고 설명한다. 국내 제과업계의 품질이나 마케팅은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고객들의 과자 제품 선택은 계획적인 구매가 아닌 매장에서 보이는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 따라서 고객들에게 제품의 우수한 품질에 예술의 감성을 더한 제품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 바로 아트경영이라는 얘기다. 윤 회장의 아트경영은 실제 제품으로도 이어져 좋은 성과를 냈다. 2007년 ‘오예스’ 포장에 심명보 작가의 ‘백만송이 장미’를 그려넣어 연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다. 이어 밋밋한 과자였던 비스킷 ‘쿠크다스’에 초콜릿으로 물결 모양의 움직임을 넣었더니 매출이 두 배 이상 신장했다. 물론 겉만 신경 쓰는 것은 아니다. 윤 회장은 품질 그 자체인 맛도 꾸준히 챙기고 있다. 자사의 신제품은 물론 다른 회사의 과자를 늘 맛보고 평가하고 있다. 윤 회장이 과자를 먹을 때는 철칙이 있다. 반드시 식사를 다 하고 과자를 먹고 한 입만 먹고 버리는 게 아니라 한 봉지를 다 먹는다는 철칙이다. 이는 배고플 때 과자를 먹으면 뭐든 다 맛있게 느껴지기 때문에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봉지를 다 먹을 때 맛이 꾸준히 느껴져야 좋은 제품이라는 생각에서다. 포스트 윤 회장에는 윤 회장의 장남 윤석빈(44) 크라운제과 대표이사가 꼽힌다. 그룹 측은 윤 회장의 후계를 말하기에는 윤 회장이 현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어 이르다는 평이다. 하지만 윤 회장이 26세의 나이에 이사 직함으로 경영에 참여했고 아들과 사위가 모두 대표이사 직함을 달며 책임경영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후계구도가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표이사는 미국 뉴욕의 미술대학인 플랫 인스티튜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홍익대 국제디자인대학교대학원(IDAS)에서 디자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크라운제과 이사, 상무 등을 거쳐 2010년 7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윤 대표이사는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크라운제과의 지분은 없다. 크라운제과는 윤 회장이 최대 지분(27.38%)을 보유하고 있고, 그다음이 연양갱을 만드는 두라푸드(지분 20.06%)다. 이 두라푸드는 윤 대표이사가 59.60%의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어 사실상 윤 회장에 이어 그가 모기업인 크라운제과를 물려받을 것임을 엿볼 수 있다. 최근 허니버터칩의 대성공을 주도한 윤 회장의 사위 신정훈(45) 해태제과 대표이사는 재계의 손꼽히는 능력 있는 사위로 불린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수료한 뒤 삼일회계법인과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했다. 신 대표이사는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를 주도했다. 그는 2008년 해태제가 멜라민 파동으로 휘청될 때 문제를 수습한 1등 공신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회사 내 지분이 전혀 없다. 차남 윤성민(41) 두라푸드 이사는 두라푸드 지분 6.32%를 보유 중이다. 그는 두라푸드 외에도 제빵에 관심을 보이며 현재 서울시내 한 베이커리 지점을 맡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배추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배추

    배추는 원산지가 지중해 연안인 잡초성 채소로 2000년 전 중국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6세기부터 채소로 이용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향약구급방’에 원시형 배추를 뜻하는 ‘숭’(?)으로 처음 기록됐다. 당시엔 식용이 아닌 약용으로 재배됐다. 18세기 전까지 배추김치에 대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배추가 일반화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반결구 형태의 배추’(윗부분이 벌어진 포기 배추) 종자가 중국에서 들어온 시기여서 배추는 매우 귀했다고 한다. 또 배추김치에 대한 기록은 농가월령가(1816년)에 처음 등장한다. 지금의 빨간 양념 배추김치가 나온 것도 불과 100여년에 불과하다. 이렇게 ‘귀한’ 배추가 어떻게 끼니마다 애용하는 ‘흔한’ 배추로 바뀌게 되었을까. 농촌진흥청의 전신인 ‘권업모범장’과 고 우장춘 박사가 큰 역할을 했다. 배추는 네 개의 꽃잎이 열십자로 피는 ‘십자화과’ 작물의 하나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살아남은 개체에서 꽃대가 올라오고 꽃이 피어 종자를 맺는다. 가을에 재배한 뒤 품질이 우수한 개체의 뿌리를 잘 보관해 추운 겨울에 얼어 죽거나 썩지 않도록 관리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권업모범장은 1900년 한반도에서 재배가 잘 되며 김치의 맛을 좋게 하는 ‘서울배추’ 품종을 개발했다. 그 전에는 중국에서 수입된 반결구배추가 토착화돼 탄생한 ‘개성배추’가 원조였다. 당시 채소 재배 기술이 뛰어난 개성을 중심으로 재배됐다. 우 박사는 해방 직후 참혹한 한국인의 모습을 보고 식생활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채소로 배추를 골랐다. 김치는 배추, 소금, 젓갈 등 간단한 식재료로 국민의 영양을 개선시킬 수 있는 부식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가장 큰 문제였던 십자화과 채소의 종자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 한국계 종자 회사의 기반을 만들어줬다. 십자화과 채소는 수정을 억제하는 ‘자가불화합성’이라는 특성이 있는데 이를 해소한 것이다. 우 박사가 육성한 최초의 일대잡종(一代雜種) 배추 품종인 ‘원예1호’와 ‘원예2호’는 획기적인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개성배추’와 ‘서울배추’에 비해 수확량도 많고 맛도 좋았다. 병충해에도 강해 농민들의 호응이 좋았다. 다만 종자 생산을 위해서는 육종 지식과 재배 노하우가 있는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했다. 1960년대 3대 종자 회사인 우리상회와 중앙종묘, 흥농종묘에서는 전문가 영입과 재료 수집,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양한 일대잡종의 배추 품종을 개발했다. 이로써 식민지와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땅의 국민들에게 배고픔을 달랠 수 있는 기본 부식인 배추가 자리를 잡게 됐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배추 품종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종자 수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배추는 원래 선선한 기후에서 잘 자라므로 가을에만 재배됐다. 하지만 배추 수요가 늘면서 더운 계절에도 자랄 수 있는 품종 개발이 필요하게 됐다. 1973년 여름철에도 비교적 기온이 선선한 고랭지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한 ‘내서백로’ 배추가 개발됐다. 봄철에도 재배 가능한 ‘노랑봄’, 겨울이 비교적 포근한 남부 해안지대에서 눈이 오더라도 생산이 가능한 ‘동풍배추’가 개발됐다. 사계절 재배가 가능한 품종을 육성하는 기반을 조성한 것이다. 여름배추 품종이 개발되기 전에는 겨울이 오기 전 어마어마한 양의 김장을 담갔다. 과거 기록 사진을 보면 거리마다 배추를 쌓아두고 김장을 해 땅속에 묻어두는 광경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일년 내내 싱싱한 배추를 공급받을 수 있어 지역마다 김장을 조금씩 한다. 배추는 계절에 따라 재배되는 지역이 다르다. 1~5월 시장에 나오는 배추는 대부분 전남 해남과 진도에서 수확한 겨울배추다. 이 지역은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기간이 짧다. 눈이 와도 배추가 싱싱하게 자랄 수 있어 초봄까지 재배한다. 겨울배추는 단맛이 강한 게 특징이다. 배추는 0도 근처의 저온에서 자라면 추운 날씨에 견디기 위해 당분을 축적한다. 육질도 단단해서 김장을 담그면 맛이 좋고 잘 물러지지 않는다. 6~7월에 배추를 샀다면 전남과 경남 일부 지역에서 난 봄배추다. 수확을 앞두고 기온이 오르고 비가 많이 와서 맛이 조금 싱거울 수 있다. 재배 초기에 온도가 낮으면 꽃대가 올라오는 문제가 생긴다. 배추과 채소는 잎이 5장이 안 되는 어린 시기에 10도 이하의 저온에서 일주일 정도 자라면 꽃대가 나온다. 꽃대가 올라오면 잎이 억세지고 맛이 없어져 김치를 담그기 어렵다. 봄배추를 초봄부터 기온이 높아지는 남부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는 이유다. 최근에는 고소한 맛을 내는 품종이 개발돼 겨울배추와 큰 차이가 없다. 8~10월에 파는 배추는 강원, 경북, 전북 등의 해발 700m 이상 지역에서 재배된 여름배추다. 경북과 전북의 여름배추는 8월부터 수확하고, 강원 지역의 고랭지 배추는 9월에 딴다. 일반적으로 고랭지 배추는 맛이 더 고소하고 잎이 얇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여름배추는 기르기 힘들다. 기온이 높고 가뭄, 병해충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2010년 배추 파동도 한여름에 이상 고온과 가뭄이 겹쳐 배추가 썩어버린 탓에 발생했다. 11~12월에는 전국 어디서나 손쉽게 기를 수 있는 가을배추가 나온다. 제주에서 강원까지 9월 상순에 모종을 심으면 2~3개월 만에 속이 꽉 찬 배추를 딸 수 있다. 가격도 싸고 수확 시기에 기온도 낮아 품질이 좋다. 전통적으로 김장에 써 온 배추도 가을배추다. 최근에는 온난화 때문에 심는 시기를 조금 늦춰야 더 튼튼한 배추를 수확할 수 있다. 한국의 봄배추는 우리보다 배추를 먼저 먹은 중국에서도 개발하지 못한 품종이다. 그 우수성이 중국에 알려지면서 2000년대 초부터 대량 수출했다. 우리 김치용 배추 품종은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아 일본에도 매년 상당량의 종자를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일부 나라에도 팔린다. 배추에는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 시스틴 등이 풍부해 건강에 좋다. 특히 잎 부분에 비타민A와 C가 많다. 감기 예방과 피부 미용 효과가 있는 비타민C가 배추에는 100g당 45㎎이나 들어 있다. 100g만 먹어도 비타민C 하루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또 비타민A로 변하는 카로틴과 칼륨, 칼슘, 철분 등의 미네랄도 많아 고혈압을 예방한다. 동의보감에는 배추가 ‘숭채’(?菜)로 나오는데 ‘음식을 소화시키고, 기를 내리며, 가슴속 열을 내리고, 소갈을 멎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배추 특유의 구수한 맛을 내는 ‘시스틴’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숙취 해소를 돕는다. 톡 쏘는 맛을 내는 글루코시놀레이트는 항암, 항균 기능이 있다. 시력 보호 효과가 있는 ‘루테인’도 들어 있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에서 만성질병에 걸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채소와 과일을 선정했는데 배추가 물냉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각종 병해충을 이겨내는 배추 품종을 개발하는 등 육종 연구를 계속해 왔다. 올해까지 10여개의 국산 배추 품종을 개발했다. ‘원교20037호’는 항암 기능성 물질인 글루코시놀레이트의 함량이 다른 품종보다 월등히 많다. 온난화와 과잉 생산으로 인한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재배 기간이 짧은 배추도 개발했다. 신품종인 ‘원교20044호’는 속잎이 은은한 귤색으로 독특하다. 가을 햇살 아래에서는 황금색처럼 보여 ‘황금배추’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수형 농촌진흥청 채소과 농업연구사 ■문의 golders@seoul.co.kr
  • 원전 의존 낮추는 佛… 원전 봉인 푸는 日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그의 동거녀였던 세골렌 루아얄 환경장관이 추진해 온 ‘녹색성장을 위한 에너지 전환 법안’, 이른바 새 환경법이 26일(현지시간) 이 나라 하원을 통과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원자력 발전 의존도를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장려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오는 7월 원전 재가동을 추진 중인 일본의 원전 확대 정책과 대비된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원자력 강국으로 꼽히는 프랑스는 전력 생산의 75%를 원전에 의존한다. 덕분에 이 나라의 산업용 전기료는 2011년 기준 ㎾h당 0.081유로로 서유럽에서 가장 싼 축에 든다. 수도 파리에서 95㎞ 떨어진 곳에 원전이 설치돼 있을 정도로 원전을 향한 여론도 우호적이다. 프랑스에선 1973년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전 개발이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새 환경법이 시행되면 프랑스 전력 생산 중 원전이 감당할 비중은 2025년 50%로 줄게 된다. 대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가 전력 생산의 40%를 감당하도록 관련 투자를 더 하는 게 프랑스 정부의 계획이다. 원전 비중을 줄이며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데 450억 유로(약 53조 61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정치권은 서둘러 원전 탈피 계획을 수립했다. 이웃 독일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운영 중이던 원전 17기의 가동을 2022년까지 중단키로 하고, 장기적으로 원전 폐쇄를 결정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정작 원전 재가동이 본격 추진되는 곳은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이다. 사고 이후 순차적으로 운전이 중단됐던 일본의 원전 50기에 대한 봉인이 풀릴 조짐이 뚜렷하다. 규슈전력은 7월 중 가고시마현 센다이 원전 1호기를, 9월에 센다이 원전 2호기를 재가동할 방침이다. 일본원자력발전도 지진 우려가 심한 활성단층 위에 있는 후쿠이현 쓰루가 원전 2호기의 재가동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부가 나서 원전 확대 정책을 펴는 국가로 분류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朴대통령 올해도 11위

    박근혜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 발표한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의 여성’ 1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 11위를 차지했다. 포브스는 박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치 속에서도 세계에서 14번째로 큰 경제 대국을 이끌고 있다면서도 세월호 참사, 인사 파동 등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근 지지율 하락만큼이나 한국 경제도 어려움을 맞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인으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100위에 올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올해까지 포함해 5년 연속 1위를 지켰다. 2위는 2016년 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차지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해 6위에서 2위로 4단계나 올랐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건강식품 시장 키우느라 국민건강 외면

    건강식품 시장 키우느라 국민건강 외면

    이엽우피소를 사용한 백수오 제품이 26일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품질 및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식약처가 이번에 전수조사한 건강기능식품 및 일반식품과 농산물·주류·의약품은 총 254개 제품으로, 이 가운데 65개(25.6%) 완제품과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백수오 원료 공급 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파동 이전에도 이엽우피소를 사용한 제품이 버젓이 대량 유통되고 있었던 것이다. 가짜 백수오가 식품과 의약품을 가리지 않고 이렇게 전방위로 유통될 수 있었던 데에는 건강기능식품 규제 완화가 한몫을 했다. 정부는 지난해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올해 3월부터 편의점과 자동판매기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건강기능식품 제조업 허가도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했다. 또 판매 영업 신고 시 교육필증 등 서류 제출을 삭제하고 영업자 교육시간도 4시간에서 2시간으로 단축했다. 이런 규제 완화에 힘입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009년 1조 1600억원에서 2013년 1조 792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안전성 검사는 의심되는 제품에 한해 2010년 10월부터 분기마다 한 번씩만 실시했다. 정부는 절차적 규제만 합리적으로 개선했을 뿐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회적 규제는 강화해 왔다고 해명한다. 식약처는 “향후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백수오 제품이 제조,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이엽우피소가 혼입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제품만 판매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의적으로 불법원료를 사용한 영업자에 대해서는 판매 금액을 회수하고 영업정지 2개월에 처하는 한편 국민 건강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위해 여부를 확인하기 전에도 해당 식품의 제조, 판매를 금지하는 긴급대응조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내년 5월부터는 이미 인정받은 원료라도 안전성·기능성 등을 재평가해 필요하면 인정을 취소하기로 했다. 고의적·악의적 위법 행위에 대한 범정부 합동 기획 감시도 연 4회 실시할 방침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강기능식품 및 일반식품은 전량 회수하고 품목 제조정지 처분을 내렸다. 다만 식약처는 이엽우피소 독성 논란과 관련해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백수오 제품을 섭취해도 인체에 위험하거나 해롭지 않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이엽우피소 독성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박대통령 ‘세계 영향력 여성’ 11위, 오프라 윈프리 12위...1위는?

    박근혜 대통령이 포브스 선정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명' 중 11위에 올랐다. 1위는 올해에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차지해 5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67) 전 미 국무장관. 포브스는 박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치 속에서도 세계에서 14번째로 큰 경제 대국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월호 참사', 인사 파동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근의 지지율 하락만큼이나 한국 경제도 어려움을 맞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서 46위였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12년간 포브스가 선정한 100대 여성 순위에 무려 10차례나 이름을 올렸으며, 이 가운데 9차례나 선두를 거머쥐었다. 아울러 2014년에는 포브스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에서 5위에 올랐다. 그러나 포브스는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의 등장으로 메르켈 총리의 아성이 깨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힐러리 전 장관은 2004년 이후 100대 여성 순위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두 사람과 함께 '상위 10걸'에 오른 여성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의 부인인 멜린다 게이츠,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 의장,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사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수전 보이치키 유튜브 최고경영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다. 12위는 유명 연예인 오프라 윈프리가 차지했다. '100대 여성' 가운데 최연소자는 유명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25)다. 한국인으로는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이 100위에 올랐으며, 포브스는 이 사장이 일부에서는 '작은 이건희'로도 통하며, 한국 여성 가운데 가장 부자라고 전했다. 이번 100대 순위에서 45세 이하 여성은 17명에 달했다. 포브스는 정치·경제·언론 등의 분야에서의 영향력을 전반적으로 감안해 순위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2030은 적립식펀드·연금저축… 50대는 稅혜택 한도 채워라

    2030은 적립식펀드·연금저축… 50대는 稅혜택 한도 채워라

    올해부터 퇴직연금 추가 가입분 300만원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이 주어지면서 관심이 뜨겁다. 연말정산 파동을 겪으면서 세테크의 중요성을 느낀 고객과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려는 금융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추가 가입 열풍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상품인지를 확인해야 현금 흐름이나 세금 등에서 손실을 입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우선 다니는 회사가 퇴직연금에 가입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입 대상 상용근로자(1037만명)의 51.6%가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지만 이를 사업장 기준으로 할 경우 가입률이 16.3%에 불과하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일수록 가입률이 낮기 때문이다. 세금 혜택은 회사가 납입한 퇴직연금이 아니라 근로자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추가로 낸 퇴직연금에만 주어진다. 회사가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다면 회사에서 퇴직연금 가입 사실 확인서를 떼서 퇴직연금사업자인 금융사를 찾아가면 된다. 상담을 요청하면 일선 창구보다 꼼꼼한 비교와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상담 비용은 없다. 추가 가입 계좌는 회사가 운영해 정해진 퇴직금을 주는 확정급여(DB)형이냐, 회사가 정해진 돈을 내고 근로자가 운용 책임을 지는 확정기여(DC)형이냐에 따라 다르다. DB형이라면 근로자는 개인연금계좌(IRP)를 열어야 한다. DC형이면 이 계좌에 추가로 납입할지, IRP를 새로 개설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55세 이전에 퇴직하거나 회사를 옮겨 퇴직금을 받으면 의무적으로 IRP에 넣게 돼 있는데 이를 퇴직IRP라고 부른다. 이와 별도로 개인이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개설하는 것은 적립IRP다. 증권사와 보험사는 퇴직IRP와 적립IRP를 통합 운영할 수 있으나 은행은 불가능하다. 금융사들은 DC형 추가 납입보다는 IRP 개설을 권한다. 김욱원 NH투자증권 상품기획부 차장은 “대부분의 금융사가 DC형 수수료를 IRP 수수료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 납입에 대한 수수료는 근로자가 내야 한다. 회사나 최초 가입 금융사에 추가 납입 사실도 알려야 한다. IRP에 추가 납입할 때는 자신이 연금저축계좌의 세금 혜택을 꽉 채워서 쓰고 있는지 먼저 따져 봐야 한다. 연금저축은 400만원까지 13.2%(연급여 5500만원 이하는 16.5%)의 세금 혜택이 주어진다. 김 차장은 “연금저축은 계좌수수료를 받지 않지만 IRP는 계좌 수수료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수료가 연평균 잔액의 0.3~0.5%인 만큼 쌓이면 ‘큰돈’이다. 연금저축은 중도 인출이 가능하지만 IRP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20~30대 직장인이라면 IRP보다는 적립식 펀드나 연금저축에 투자해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퇴직을 앞둔 50대나 40대 후반이라면 연금 수령까지 10년이 채 남지 않았으므로 세금 혜택 한도 700만원을 꽉 채우는 것이 좋다. 연금저축이나 퇴직연금 관련 계좌는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받으면 연령에 따라 3.3~5.5%의 연금소득세를 낸다. 해외 이주나 질환 등 법에서 정한 불가피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은 이유로 일시금으로 받으면 기타소득세(16.5%)를 내야 한다. 증권사에서 IRP를 열었다면 현금카드로 돈을 찾을 수 있게 종합자산관리계좌(CMA)도 같이 개설하는 것이 좋다. 보험사는 소액 지급결제 기능이 없기 때문에 현금카드가 없다. IRP에서 펀드에 투자할 때는 중도환매 등에 따른 수수료가 없다. 물론 펀드 운용수수료는 내지만 퇴직연금 전용펀드는 일반 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매우 낮다. IRP를 열었다면 홈페이지를 3개월이나 6개월에 한 번 정도 방문, 수익률을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익률이 저조하면 상품 구성을 바꾸는 것이 좋다. “관심만큼 수익이 높아진다”는 것이 금융권의 정설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입시 전문가에게 듣는 수능 영역별 대비법] 물리Ⅰ·Ⅱ

    [입시 전문가에게 듣는 수능 영역별 대비법] 물리Ⅰ·Ⅱ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국어, 수학, 영어 영역이 쉽게 출제돼 과학탐구 영역이 자연계 수험생들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탐 영역은 크게 ▲물리(물리Ⅰ, 물리Ⅱ), 화학(화학Ⅰ, 화학Ⅱ), 생명과학(생명과학Ⅰ, 생명과학Ⅱ), 지구과학(지구과학Ⅰ, 지구과학Ⅱ) 등 4개의 과목군으로 나눌 수 있다. 8개 선택과목 중에서 물리Ⅰ 선택 순위는 4위, 물리Ⅱ 선택 순위는 8위다. 과탐Ⅰ 과목 중에서 물리Ⅰ선택자가 가장 적고, 과탐Ⅱ 과목에서도 물리Ⅱ가 가장 적다. 지난해 수능에서 물리 과목군 선택자는 물리Ⅰ 5만 2032명, 물리Ⅱ 3953명이었다. 2014학년도에 비해 물리Ⅰ은 660명(1%) 줄었고 물리Ⅱ는 무려 1805명(31%)이 줄었다. 한마디로 물리 과목이 자연계 수험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물리Ⅰ과 물리Ⅱ를 동시에 선택한 수험생은 극소수다. 참고로 지난해 비상교육 모의고사에서 물리Ⅰ과 물리Ⅱ를 동시에 선택한 응시생 비율은 자연계열 전체 가운데 5월 0.5%, 10월 0.2%에 불과했다. 물리Ⅰ과 Ⅱ를 동시에 공부하다가 물리Ⅱ를 포기하는 수험생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리Ⅰ은 다른 과탐 과목보다 상대적으로 암기해야 할 분량이 적고, 단순한 상황 속에서 내용을 이해하고 적용시키는 방향으로 출제된다. 하지만 논리적 추론에 약한 수험생에겐 어려운 과목이다. 물리Ⅱ는 물리Ⅰ보다 심화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학업을 이어 가거나 관련 직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수험생을 위한 선택과목이다. 하지만 복잡한 자연현상을 물리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 문제들이 주로 출제돼 학교에서 배우지 않고 혼자 준비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그렇지만 물리 과목을 특히 선호한다거나 물리학과와 관련한 진로를 희망하는 수험생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선택하길 권한다. 물리를 선택하기로 했으면 ‘개념’을 확실히 익히는 데 우선 중점을 둬야 한다. 물리Ⅰ, Ⅱ 과목은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일정 수준의 자료 해석 능력을 갖춰야 해결할 수 있는 문항들이 최근 다수 출제된다. 물리Ⅰ에 나오는 용어, 공식, 그래프 등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문제를 풀 수 있다. 각 단원에 나오는 개념, 공식, 그래프, 관련 실험, 생활에의 적용(특히 ‘파동’ 단원) 등으로 꼼꼼히 나눠 공부하고 본인이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물리Ⅱ 역시 개념 정리부터 하도록 하자. 교과서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 문항과 이를 주어진 자료에 적용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에 따로 대비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량적으로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는 문제는 난도가 높고 배점도 높다. 그림과 그래프 등 자료 해석과 유추 문제가 많이 출제되는데 자료를 해석하려면 개념을 이해하고서 그래프와 그림을 직접 작성할 정도가 돼야 한다. 그래야 조건과 수치가 바뀌어 출제돼도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생활 속 친숙한 현상이나 첨단 기기들에 대한 물리학의 기초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해 보는 것도 좋은 물리 공부 방법 가운데 하나다. 실험 설계를 보고 실험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이해하고 가설을 세워 보는 것도 좋다. 두 가지 개념을 통합해 새로운 유형으로 만드는 문제에 대비하려면 요점 정리 위주로 구성된 EBS 교재가 도움이 될 것이다.
  • [재계 인맥 대해부 (4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동원그룹] 중고 어선 2척서 출발… 자산 30조 생활산업·금융그룹으로

    [재계 인맥 대해부 (4부) 뜨고 지는 기업&기업인 동원그룹] 중고 어선 2척서 출발… 자산 30조 생활산업·금융그룹으로

    “바다에 미래가 있다.” 8년간 원양어선을 탔던 ‘참치 잘 잡는 마도로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은 말단 항해사에서 시작해 지금의 세계적인 수산기업인 동원그룹을 일궈 냈다. 1982년 처음 출시했던 참치캔 ‘동원참치’는 이제 국민 반찬이 돼 지난해 누적 판매량 50억캔을 돌파했다. 단일 브랜드 연매출 3500억원으로 시장 점유율 70%, 압도적인 1위다. 중고 어선 두 척에서 출발해 21세기 해상무역왕 장보고를 꿈꾸는 김 회장은 후계 작업을 마무리한 두 아들과 함께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자산 5조원대의 글로벌 생활산업 기업으로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다. 김 회장은 1935년 전남 강진군에서 아버지 김경묵(작고)씨와 어머니 김순금(작고) 여사의 5남 4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강진농업고 우등생이던 김 회장은 서울대 농대 장학생으로 선발됐으나 “바다는 무한한 보고로 우리가 잘 살려면 우수한 젊은이들이 바다를 개발해야 한다”는 최석진 담임교사의 말을 듣고 1954년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어로과에 진학했다. 1958년 김 회장은 대학 졸업을 한 달 앞두고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 ‘지남호’가 남태평양 사모아로 출항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배를 타겠다는 일념으로 지남호 관계자들이 묵는 여관을 찾아갔지만 선원들이 초보자인 김 회장의 승선을 반대했다. 그는 “보수는 안 줘도 된다. 항해 중에 사고를 당해도 원망하지 않겠다”며 끈질기게 설득, 실습항해사로 승선했다. 화장실 청소부터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은 김 회장은 이론과 실무가 접목된 고기잡이 실력으로 승선 3년 만인 26세에 선장 자리에 오른다. 당시 사모아에는 세계 각국의 80여척이 조업했는데 김 회장이 언제나 최고의 어획고를 올려 ‘캡틴 제이시(JC) 킴’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김 회장은 이후 원양업체 이사를 거쳐 35세이던 1969년 자본금 1000만원으로 ‘동원산업’을 창업했다. 일본 도쇼쿠 회사로부터 37만 달러에 달하는 원양어선 2척을 신용만으로 현물차관 도입했다. 그 원양어선(제31동원호)이 현재 40여척으로 늘어난 상태다. 1차 석유파동이 터져 불황이 닥친 1975년 김 회장은 긴축경영 대신 선내 공장시설을 갖춘 대형 어선 동산호를 건조해 3개월 만에 만선(3000t) 기록을 세운다. 동원산업 창립 10주년인 1979년에 터진 2차 석유파동 때도 국내 최초로 헬리콥터 탑재식 선망어선 코스타 데 마필호를 도입하고 직접 선망어업 개발과 신시장 개척을 통해 어획을 진두지휘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동원그룹의 획기적인 외연 확대는 1982년 한신증권을 71억원에 인수하면서다. 국내 원양업계에서 탄탄한 기반을 다진 김 회장은 성장동력으로 금융업에 진출했다. 1996년 동원증권으로 사명을 바꾼 뒤 2003년 1월 동원금융지주는 동원그룹에서 분리됐다. 동원금융지주는 2005년 한국투자신탁을 인수하면서 지금의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됐다. 장남 김남구 부회장이 독자 경영하는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해 총자산 25조 3444억원(영업수익 3조 6871억원, 영업이익 3269억원)으로 국내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1982년 동원참치 출시는 2000년 동원산업에서 분리한 종합식품회사 동원F&B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차남 김남정 부회장이 물려받은 동원그룹은 1996년 4월 공식 출범했다. 2001년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식자재 공급회사 동원홈푸드가 세워졌다. 1999년부터 7년간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낸 김 회장은 2006년 동원그룹으로 복귀한 뒤 2008년 젊은 시절 참치를 납품했던 미국 최대 참치캔 업체 스타키스트를 50여년 만에 인수해 정상화시켰다. 2011년에는 아프리카 세네갈 참치캔 업체 SNCDS를 인수해 세계 최대 참치캔 생산시설과 공급망을 갖췄다. 계열사 수는 동원그룹 40개, 한국투자금융지주 22개다. 김 회장은 경영 승계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여전히 중요한 사업 결정을 하고 있다. 지난해 동원그룹은 5년 연속 상승한 4조 28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에는 5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 동원산업의 실적 부진과 불법어획 논란, 동원 F&B 식품사업의 정체, 일감 몰아주기 논란 등 곤혹스러운 상황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 회장은 “난관을 피해 가지 않고 정면 승부해 왔다”는 일념으로 다음 도전에 나서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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