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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박도철 ‘바람 한 조각’·제주도 대정 앞바다에서/유안진

    ●제주도 대정 앞바다에서/유안진 구름도 먹구름 묵향 진동하고 파도도 추사체로 일어서다 무너지는 먹빛 유배 9년 동안 벼루 씻은 먹물 속에 이냥 뛰어들었다가 신필(神筆)의 기운 혹시 뻗쳐오르거든 젖은 몸뚱어리 그대로를 동댕이쳐 세상을 그냥 파지(破紙) 한 장으로 뭉개버리고만 싶어 탱천하는 분노여 태풍아 몰려와라
  • [11일 TV 하이라이트]

    ●한강수 타령(MBC 오후 7시55분) 신률은 가영의 집에서 가영을 기다리다 저녁을 얻어먹는다. 신률이 맛있게 먹자 엄마는 김치도 찢어주며 흐뭇해한다. 엄마는 신률에게 미국에서 같이 다니던 여자 얘기를 꺼내고, 신률은 께끗이 끝냈다고 웃으며 대답한다. 한편 준호는 집으로 돌아오고, 가족들에게 가영을 잊겠다며 잘못을 빈다. ●라이프n조이(YTN 오전 9시20분) 명성황후의 생가와 세종대왕과 소헌왕후가 합장돼있는 세종대왕릉, 남한강가 숲의 절묘한 조화 속에 자리하고 있는 신륵사로 떠나본다. 해마다 11월 중순이면 소원을 담아 강으로, 하늘로 보내는 ‘러이크라통 축제’가 타이 전역에서 벌어진다. 태국에서 만나는 특별한 문화체험을 소개한다. ●꿈은 이루어진다(EBS 오후 5시10분) 차안에서도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동차와 이동통신 기술이 만나 움직이는 차량이 사무실로 대변환하는 서비스기술이 ‘텔레매틱스’이다. 국내 텔레매틱스 기술의 산실 한국기술연구소(ETRI)의 기술개발현장에서 대한민국 텔레매틱스의 현주소와 비전을 살펴본다. ●특선다큐(미지의 세계)(iTV 오후 7시55분) 미국 동부 해안이 자연이 만드는 대재앙의 위협에 놓여있다. 학자들은 이 파도를 ‘메가 쓰나미’라 부른다. 대서양 북서부 연안, 카나리아 제도의 라팔마 섬에서 시작된 파도가 대양을 가로질러 뉴욕에서 마이애미에 이르기까지 황폐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솔로몬의 선택(SBS 오후 6시50분) 결혼식장에서 우울한 축가를 불러 예식을 망친 사람은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또한 아내를 협박해서 돈을 뜯어낸 남편, 아내가 훔친 물건을 사용한 남편, 아내의 범죄 증거를 없애 버린 남편 중에서 형사처벌을 받는 남편은 어떤 경우인지 살펴본다. ●용서(KBS2 오전 9시) 수민과 형우는 같은 시각에 제주공항에 들르지만 서로를 알아 보지 못한다. 수민은 혜정에게 아이를 낳으면 오히려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지우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한편 경태는 얼떨결에 형우와 싸웠던 사실을 순복에게 들킬뻔하지만 형숙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한다. ●그대는 별(KBS1 오전 8시5분) 민회장은 정우에게 부모자식 간의 인연을 끊고 싶지 않으면 해인과 결혼하라고 한다. 정여사는 인경을 만나 정우를 정말 사랑한다면 냉정하고 모질게 대해서 정우의 마음을 돌려 달라고 부탁한다. 병원에 왔던 홍기는 정여사를 보게 되고, 정우와 관련된 일이란 생각이 들어 신경이 곤두선다.
  • 김한규·룽융투 한·중 전문가 대담

    김한규·룽융투 한·중 전문가 대담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지난 3년 동안에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세계 경제지도를 바꿔 놓았다. 급부상하는 중국과 어떻게 상생의 보완적 경제협력관계를 지속시켜 나갈 수 있을까. 지난 7일부터 시작된 ‘한·중지도자 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룽융투(龍永圖) 버오 아시아포럼 대표와 김한규 21세기 한·중교류협회 회장의 대담을 통해 한·중 경제현안과 ‘동반상승’을 위한 방안을 진단했다. 룽 대표는 전 중국 상무부 부부장을 지낸 대표적인 대외통상 전문가로 1992년부터 10년 동안 WTO 가입 협상 대표를 지냈다. 룽융투 대표 11일로 중국의 WTO 가입이 3돌을 맞는다.3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은 25%, 교역액은 5000억달러에서 1조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시장이 조기 개방되면 자동차산업, 농업 등 일부 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반대했던 가입 불가론자 설득도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론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시장개방이 확대되면서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기회가 늘고 중국과 한국의 무역량이 급성장하는 계기도 됐다. 두 나라 무역액의 1000억달러 돌파도 2006년쯤이면 조기 달성이 가능하다. 모두 WTO 가입 덕이다. 김한규 회장 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의 투자환경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다만 워낙 국토가 넓다 보니 중앙과 지방, 각 지방 사이의 제도, 관행 등 투자환경 차이가 적지 않다.‘지방정부는 경제적 독립국가’란 말을 실감할 정도다. 법적·제도적 일관성과 투명성 확보가 꾸준히 확대돼야 한다. 무엇보다 한·중 양국이 상생의 상호보완적 발전의 길을 찾아야 한다. 공동연구·생산 및 시장공유의 원칙 아래 원자력·항공기 분야에서 양국이 시도했던 ‘협력의 제도화’가 좋은 예다. 룽 대표 동감이다.‘협력의 제도화’는 양국관계에서 필요하다. 교역량 급증, 보완적 분업구조의 확장 등 경제가 일체화되고 있다. 따라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중국은 동북아 FTA 체결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농업문제를 비롯해 한·중·일 3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현재는 논의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 유럽연합(EU) 등 각 지역이 무관세 경제공동체로 묶여지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에 뒤지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동북아지역도 FTA를 체결해야 한다. 김 회장 세계적 조류인 지역주의 확산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선 룽 대표와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높은 무역·투자장벽에 부딪혀 앞으로 수출 및 해외투자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동북아 3국은 전세계 GDP의 17.7%, 무역의 13.2%를 차지한다. 하지만 동북아 FTA 체결을 통한 역내 교역확대는 고통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FTA를 언제까지 미룰 수도 없지만 체결을 서둘러서도 안 된다. 룽 대표 제가 대표(비서장)를 맡고 있는 버오 아시아포럼도 역내 교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의 기틀을 닦아 나가자는 취지에서 중국·필리핀·호주 등의 주도로 2001년에 만들어졌다. 아시아인의 목소리를 알리자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 세계는 미국의 목소리만을 들을 수 있었다. 중국 하이난다오 버오에서 매년 열리는데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지도자는 물론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밥 호크 전 호주 총리 등 세계 전·현직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김회장 동북아 경협확대에서 걸림돌은 고립된 북한이다. 경협과 동북아 FTA 진전과정에서 북한 개방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국∼북한∼중국을 연결하는 육로 물자수송로가 개통되면 3국간 교차무역과 투자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유엔개발계획(UNDP) 주관 아래 한국·북한·중국·러시아 등이 추진해 온 두만강개발 사업도 다시 불을 지필 때다. 룽 대표 맞다. 동북아공동체 형성과 협력 심화를 위해선 북한을 동북아지역 공동체 일원으로 끌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에 실질적인 이익을 줘야 한다. 북한은 우수한 인력과 풍부한 자원을 갖추고 있다. 동북아지역 공동체의 진전 차원에서 중국은 에너지·교통·중공업 등에서 북한과의 경협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달 UNDP 베이징 대표와 두만강 개발문제를 협의했는데 사업재개 의지가 확고했다. 북한·중국·러시아 국경이 만나는 두만강 지역에 도로·항만 등을 건설하고 투자 유치로 ‘동북아의 암스테르담’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김 회장 동북아 경협 확대는 역내 평화안정에 기여하고 중국 동북3성, 러시아 연해주 및 시베리아 발전까지 선도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동북아지역 경제공동체의 시너지 효과를 누리려면 먼저 핵 및 대규모 살상무기와 관련한 투명성을 확인하고 군사적 신뢰구축에 가시적인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룽 대표 1985년부터 1년8개월 동안 평양의 UNDP 대표로 근무하며 체험한 것이지만 북한도 여러 차례 개혁·개방 실험을 하며 국제사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오도록 주변 국가들이 도와야 할 때다. 당시 한해 400명이 넘는 북한 관리들이 중국과 동독 등 유럽으로 ‘개혁개방 시찰’을 나가도록 돕고 준비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김 회장 중국은 적어도 몇년 동안은 고속성장을 지속할 것이다.2008년 베이징올림픽,2010년 상하이박람회, 두 행사만도 70조원 이상의 투자 수요가 예상된다. 서부개발, 동북3성 진흥계획을 추진중인 중국은 2020년까지 평균 7% 성장과 GDP 4배(2001년 기준) 확대를 장담하고 있다. 룽 대표 성장하는 중국은 주변 국가들에 기회다. 역내 교역의 잠재력이 충분히 현실화되지 못한 만큼 협력 여지는 많다. 기술력에 바탕을 둔 한국의 첨단제품은 세계시장과 상대적으로 발전한 중국 연해지역에서도 살아 남을 것이다. 반면 중·하위 기술 제품들은 낙후된 중국 중·서부지역으로 무대를 옮겨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 김 회장 무역역조가 한·중 경협 쟁점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지만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빠른 성장으로 부품·플랜트 등의 분야에서 수입대체 효과가 확대되고 있다. 룽 대표 동감이다. 무역역조는 구조적인 문제고 무역관계의 발전속에서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다. 수출 구조 및 기술력 차이가 원인인 만큼 무역량 증가, 기술력 차이의 감소 등 몇년 안에 시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룽융투 버오아시아포럼 대표 ▲구이저우대학 영어과 졸업 ▲영국 런던경제대 국제경제학과 수료 ▲중국 상무부(전 대외경제무역부) 국제국 국장 ▲중국 상무부 차관보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 ▲WTO 가입 협상 수석대표 ● 김한규 21세기 한·중교류협회 ▲명지대 행정학과 졸업 ▲미국 캘리포니아대 국제행정학 석사 ▲러시아 국립사회과학원 정치학박사 ▲총무처장관 ▲13·14대 국회의원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 정리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15일 국립민속박물관 ‘한반도와 바다’ 특별전

    바다를 무대로 한 우리 민족의 해상교류와 바닷가 사람들의 생활상을 조명하는 ‘한반도와 바다’ 특별전이 15일부터 내년 2월14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최된다. 민속박물관과 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특별전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1부 ‘바다가 있다’에선 고지도와 회화자료, 해저 출토품, 전남 완도 청해진 유적 출토품을 비롯한 바다 관련 유물 100여 점이 출품된다. 고지도와 회화자료들은 우리 바다가 조상들에게 어떻게 인식됐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조선전기에 세계전도로 제작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1402년, 모사도), 넘실대는 파도의 형상을 굵은 선으로 표현한 조선후기 화가 백은배 의 산수도(山水圖)가 특히 볼 만하다. 백은배의 또 다른 작품인 해상군선도(海上群仙圖)나 이인상의 신선도해도(神仙渡海圖) 등에 표현된 바다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의 대상이자 선인들의 공간으로 상징화된다. 2부 ‘바닷길’에선 바다가 문화교류의 길이었음을 부각하기 위해 신안해저유물을 비롯해 서남해안 각지에서 발견된 바다 관련 유물을 한 코너에 모았다. 장보고와 그가 이룩한 문화의 흔적인 청해진 유적 출토 유물도 등장한다. 비녀, 바늘, 은제요대장식 등 청해진 출토 유물들은 장보고가 청해진을 본거지로 9세기 동아시아 해상무역을 좌지우지했던 흔적을 잘 보여준다. 3부 ‘바닷가 사람들의 삶과 믿음’에선 뻘배 혹은 낙지가래 등 오랜 기간 갯벌에서 사용되어온 채취어구를 통해 바닷가 사람들의 일상을 살펴본다. 소망과 액운을 바다에 실어보내는 위도띠배놀이를 재현하는 간접 체험의 장도 마련했다. 이밖에 4부에선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소리, 몽돌소리, 해녀들의 노래, 멸치잡이 노래, 동·서해안의 풍어제 등 바닷가 사람들의 땀과 노래를 소리로 느끼는 자리가 마련되며,5부에선 사진작가가 카메라로 담아낸 다양한 바다의 자태를 구경할 수 있다.(02)3704-3154.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아버지는 저에게 슈퍼 히어로였죠”

    역도산의 실제 아들 모모타 미쓰오(55)가 영화 ‘역도산’의 월드프리미어가 열린 6일 용산CGV에 들러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며 아버지와 영화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역도산의 두번째 부인의 둘째아들로 일본 현역 프로레슬러인 그는 영화 ‘역도산’ 개봉에 대해 “개인적으로 기쁘고 아버님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내용과 관련해서는 “아직 영화는 못 봤지만 시나리오는 전부 읽었다.”며 “실록이라기보다는 픽션이 많아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남자로서 역도산의 길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버지에 대한 인상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수많은 관중이 몰려든 큰 경기장에서 아버님이 레슬링을 하고 있으면 파도 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아버지를 성원했다.”며 “아버지로서의 느낌도 있지만 슈퍼 히어로로서의 객관적인 느낌이 더 크다.”는 말을 남겼다. 고등학교 졸업후 18세에 레슬러가 됐다는 그는 “일본에서는 아직도 프로레슬링이 인기가 많은데 역도산을 일본 프로레슬링의 창시자로 알고 있다.”며 “영화가 일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
  • [토요일 아침에] 기독교 NGO의 미래/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최근 기독교 NGO 출발은 때늦은 감이 있다. 좀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지금쯤은 성숙한 모습으로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었을 터인데 그렇지 못해 오해도 많고 변명도 많다. 어느 종교치고 교리적인 면과 사회적인 면이 겹치는 부분이 없겠는가. 교리적인 부분에만 치중한다면 세상을 외면한 도피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고 사회적인 면에만 치중한다 해도 정치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한 교회의 참 모습은 바다 위에 떠있는 배와 같다. 배가 교회라면 바다는 세상과 같다. 아무리 큰 폭풍이 오고 파도가 거세게 쳐도 배는 바다 위에서 항해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회는 세상 속에 존재하며 세상을 위해 존재하지만 세상의 방법이나 법칙이 교회를 지배하게 하면 침몰하게 된다. 바다의 물이 배 안에 들어오지 않게 하면서 끊임없이 물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구원선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 NGO의 모습이다. 진정한 기독교 NGO를 하려면 첫째, 동기나 행위가 순수해야 한다. 집단의 힘을 믿거나 물리적인 힘을 의지해서 여론을 만들려는 유혹을 단호히 거절할 필요가 있다. 특별히 정치적인 사안이라 할지라도 정치적인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 NGO의 목적은 예수님의 정신을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키고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둘째, 원칙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신뢰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 말씀의 원칙과 방법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필요하다.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여론의 향방에 의해 의사를 결정하지 않아야 한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해서 원칙을 지키며 순교를 각오하면서 화해자로 존재하는 것이다. 고집과 믿음은 다르고 겸손과 아부는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기독교 NGO는 이 사회의 기준과 방향을 세우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셋째, 어떤 혜택과 이익을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나 빈손이어야 하고 가난한 마음이 되어서 살면 부끄러움이 없다. 기독교 NGO는 기싸움이나 말싸움이 아니라 자기희생이요, 헌신이다. 그것은 분노와 미움이 아니라 사랑과 긍휼이다. 그래서 어떤 이익이 생길 때 피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피할 수 없을 때 그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는 여유가 필요하다. 넷째, 비폭력이어야 한다. 폭력에는 언어의 폭력이 있고 정신적인 폭력도 있다. 진실을 말하고 사실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지 상대방에게 주먹질을 하고 치명상을 입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쥐를 잡으려다 장독을 깨서는 안 되며 빈대를 잡으려고 집에 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잘못된 것을 고치자는 것이지 상처주자는 것이 아니고, 개혁하자는 것이지 혁명하자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 NGO를 보고 환영하는 사람도 있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환영인가 비판인가가 아니라 정도를 걷고 있는 것인가가 중요하다. 기독교의 존재 모습은 세상을 떠나서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한 복판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독교 NGO에 바라는 것이 있다. 첫째, 이 세상에 거리끼거나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등대가 되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빛이 어둠을 밝혀 주듯 모든 사람에게 희망이 될 때 의미가 있을 것이다. 둘째, 기독교 NGO는 이 세상의 소금이 되어 부패를 막고 음식에 절묘한 맛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 잘못된 것을 고치고 구부러진 것을 곧게 하기를 바란다. 셋째, 기독교 NGO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누룩이 되기를 바란다. 갑자기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눈에 보이지 않듯 변하는 것이다.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 [산하기관탐방] 한국건설기술연

    [산하기관탐방] 한국건설기술연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의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원장 이승우)은 21세기 한국 건설기술을 선도하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기관이다. 임직원 651명 중 80%인 520여명이 연구직으로, 이중 30%는 구조·도로·지반·수자원·건설환경·건축 등 분야의 박사학위를 가졌고 40%는 석사학위를 소지한 엘리트 집단이다. 운영재원의 35%는 정부가 출연하지만 나머지 65%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이나 건설교통부 용역 등에 참여해 얻는 수익으로 충당한다. KICT는 건설기술의 연구·개발, 정책개발, 건설기자재의 조사·시험 및 품질관리, 시설물 유지관리 기법에 대한 연구개발과 기술보급을 위해 설립됐다. 도로시설물 고도화 기술을 포함, 재해·재난피해 최소화, 수자원 확보 및 관리, 친환경 건설기술 개발이 주 기능이고 부차적으로 국가건설기술정책과 민간 애로기술 개발, 품질인증 업무와 민간구조물 시험·검사·안전진단 등도 수행한다. KICT는 이를 위해 구조·도로·수자원 등 9개 연구부와 건설·수자원확보기술사업단을 두고, 건설코스트·건설자재인정 등 6개의 연구 및 인정·인증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도로실험동을 포함, 구조·윤(輪)하중·건설환경·하천수리·방파제·방내화(防耐火)·지반공학·건설재료 등 8개 실험동과 11개의 시험동·연구센터·실험장·실험실 등 국내 최첨단의 19개 실험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KICT는 지난해 공공기술연구회 소관 정부출연연구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첨단기술 연구시설이어서 정문 출입부터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고, 사무실과 실험실 등 모든 출입문마다 차단장치가 설치돼 있다. 그러나 대학이나 연구기관, 관련분야 학회 등에 참가하는 외국인 등에게는 선택적으로 시설을 개방한다. 지난해 8월부터는 ‘과학꿈나무 어린이 과학교실’을 열어 일산 풍산초등학교 어린이들이 12차례에 걸쳐 견학했다. 어린이들은 도로개설 방법, 인공파도와 지도만들기, 화재 진압과 피난방법 등을 현장감있게 배웠다.KICT 정문경(공학박사) 대외협력실장은 “국민들에게 과학체험 기회를 확대하려는 정부의 ‘사이언스 코리아’운동에 발맞춰 내년부터는 일반인·학생들의 연구원 접근과 활용기회를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중년탤런트 스크린 점령

    중견 탤런트들의 농익은 연기에 맛을 들인 영화계가 아예 이들을 복수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TV 드라마에서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중후한 영화’로 지레 짐작했다간 오산.‘여태 저런 끼를 어떻게 감추고 살았을까.’싶게 몸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는 난다긴다하는 젊은 배우들도 울고 갈 정도다. 3일 개봉하는 영화 ‘까불지마’(제작 JU프로덕션)가 대표적. 최불암, 오지명, 노주현 등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연기파 중견 배우 세명이 주인공으로 뭉쳤다. 동료의 배신으로 옥살이를 한 벽돌(최불암), 개떡(오지명), 삼복(노주현)이 감옥에 갇힌 배신자의 딸을 위해 팔자에 없는 보디가드를 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줄거리.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단연 세 배우의 코믹 연기다. 대한민국 대표 아버지상으로 각인돼온 최불암이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 차림의 보디가드로 변신한 것 자체만으로도 웃음이 터진다. 시트콤에서 이미 코믹 연기의 진수를 선보인 오지명은 일명 ‘호나우두 머리’라는 우스꽝스러운 헤어스타일까지 서슴지 않았고,‘잔머리의 대가’로 등장하는 노주현도 원없이 망가졌다. 그중에서도 세 배우가 댄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은 압권이다. ‘까불지마’가 중견 남성배우들의 개인기에 방점을 찍었다면 지난주 촬영을 마치고, 내년 1월말 개봉 예정인 ‘마파도’(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는 한껏 물오른 다섯 여배우의 앙상블에 힘을 실은 작품이다. 마파도라는 수상한 섬에 살고 있는 다섯명의 ‘할매’와 어느날 이 섬에 찾아온 두명의 젊은 남자가 벌이는 기상천외한 사건이 작품을 끌고 가는 기본 축. 여운계, 김을동, 김수미, 김형자, 길해연 등 개성 강한 여배우들이 펼치는 엽기적인 캐릭터 연기가 관람 포인트다. 스크린에서 조연에 머물렀던 중견 탤런트들의 당당한 주연 차지는 꽃미남, 꽃미녀 주인공 일색의 천편일률적인 영화판에서 그 자체로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이노기획의 김은 팀장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영화계 속성과 대중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중견 배우들의 영역 파괴 욕구가 맞아떨어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스크린에 자주 나들이를 하고 있는 노주현은 “우리같은 배우들이 나와야 나이 든 관객들도 극장에 오는 걸 덜 어색해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중견 탤런트들의 스크린 공략이 관객층을 넓히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단적인 예가 지난 3월 개봉한 ‘고독이 몸부림칠 때’. 주현, 송재호, 양택조, 김무생, 선우용녀, 박영규, 진희경 등 중견 배우 7명이 단체 주인공으로 출연한 이 영화는 노년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는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신통치 않은 성적을 거뒀다. 영화의 흥망은 여전히 20∼30대 관객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아무리 중견 배우들이 주인공이더라도 주요 마케팅 대상은 여전히 젊은 층이다.‘까불지마’는 그룹 UN의 김정훈을 비롯해 임유진, 이진성 등 신세대 스타들을 출연시켜 그들의 또래 문화를 보여주는 데 공을 들였다.‘마파도’에서도 젊은 관객들에게 인기있는 이정진, 이문식 등 두 남자배우를 투톱으로 가세시켰다. 중견 배우들의 주연 등장이 한때의 유행으로 스쳐지나갈지 한국영화 시장의 다양성을 넓히는데 한몫을 할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AIDS 여성환자 조만간 남성 추월한다

    AIDS 여성환자 조만간 남성 추월한다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의 확산 추세가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여성이 남성보다 에이즈에 감염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FP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에이즈 분석기사 등을 통해 남성 대비 여성 에이즈환자의 비율이 7년 전보다 7% 증가했다고 전했다.1990년대 후반 이후 여성들의 감염속도가 초기 감염자의 주종을 이뤘던 남성들의 감염 속도를 가파르게 추월하면서 얼마되지 않아 감염자의 다수를 차지하게 될 것 같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생리구조탓… 남편전파도 한몫 지금까지는 일부 성매매 여성을 제외하곤 안전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였던 평범한 일반여성들마저도 에이즈 감염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3940만여명의 감염자 가운데 여성은 47%가량. 아직 남성 숫자가 약간 앞서지만 주부, 학생, 회사원 등 일반여성들 사이에 에이즈가 확산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밝혔다. 라틴아메리카, 동유럽, 중앙아시아 등에서 청년 감염자 중 여성 비율은 28%에서 2년 만에 40%로 급격히 상승했다. 감염자 5명 중 2명이 젊은 여성이라는 얘기다. 특히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지역의 경우 여성 감염자는 무려 57%로 오히려 남성을 앞선다.15∼24세 여성 4명 가운데 3명꼴로 에이즈 감염자였다. 외신들은 여성이 에이즈에 더 취약한 이유로 우선 생리구조를 든다. 남성에 비해 성관계 중 쉽게 감염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요도에서 자궁까지의 짧은 거리, 성관계 중 상처입기 쉬운 생식기관 등으로 바이러스 침입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다. 또 사하라 남부지역에서 보듯 10대 소녀들의 두드러진 감염 증가는 생리요인과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20∼30대 여성들은 생식기관에 충분한 점액이 배출되지만 10대들은 성관계 중 윤활작용으로 상처를 막고 면역 역할을 하는 점액층의 부족으로 감염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사하라남부 감염자 57%가 여성 최근 들어서는 남편에 의한 가정주부 전염도 에이즈 급증의 요인으로 꼽힌다. 태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2002년 신규 감염자의 절반은 밖에서 감염된 남편으로부터 2차 감염된 주부였다. 아울러 아프리카 등지에서 남편 등 남성들의 성적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고 남성들이 쾌감의 확대를 위해 콘돔 사용을 거부하는 경향이 높은 것도 여성들의 감염을 높이는 이유다. 지구촌 곳곳에서 빈발하는 성폭행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와 최근 높아지는 이혼율도 에이즈 확산의 또 다른 요인이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연맹은 대화로… 선수는 본업으로

    LG투자증권 황소씨름단 해체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다.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민속씨름을 지켜보자니 착잡하기 그지없다. 29일 한국씨름연맹 사무실이 있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농성을 시작한 LG투자증권 씨름단은 30일 단식에 돌입했다. 불과 3일밖에 남지 않은 민속씨름 최고 축제인 천하장사대회가 치러진다고 해도 껍데기만 남은 대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선수들이 며칠을 굶은 상태에서 경기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설령 샅바를 맨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승부가 펼쳐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선수 상태에 따라 진단서를 끊는 등 합법적으로 대회에 불참하는 방법 등도 고려되고 있다. 자연스레 대회연기 의견도 나오고 있다. LG측의 요구는 팀이 없어지기 전에 자신들의 생존권을 담보할 비상대책위원회를 연맹 공식 기구로 발족시키자는 것. 연맹이 그동안 제대로 된 대책도 내놓지 못했고, 팀이 해체되면 나 몰라라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연맹측은 천하장사대회를 앞두고 농성을 벌이는 것에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LG측이 제안한 비대위 인사들에 대해 “대표성이 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어렵사리 열었던 대화 창구는 쌍방 비난으로 점철됐고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끝나고 말았다. 하나로 뭉쳐 위기를 극복해야 할 씨름단과 연맹 사이에 불신의 골이 깊게 패인 것이다. 연맹은 “인수 기업을 구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선수들이 안심할 수 있는 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하며 선수들은 본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나마 민속씨름을 사랑하고 아끼던 많지 않은 팬들마저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씨름판에서 발길을 돌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백령도 밝힌 ‘여고생 심청’

    백령도 밝힌 ‘여고생 심청’

    북한 장산곶이 손에 잡힐 듯 눈 앞에 펼쳐진 서해 최북단의 백령도. 심청이 파도에 몸을 던져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 ‘인당수’가 지척이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 그 좁디 좁은 섬에서 꽃다운 소녀 최방주(17·백령종합고 2년)양은 중 3때부터 중국집 ‘철가방’을 들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방학마다 쑥공장에서 일한다. 지난 여름에도 한달 동안 땀흘려 손에 쥔 15만원을 가족의 생계에 보탰다. 청소원인 어머니의 한달 수입 60만원으로는 대식구를 꾸려가기가 역부족인 탓이다. “또래들처럼 휴대전화나 맵시나는 옷이라도 사고 싶지 않았느냐.”는 철없는 질문에 방주는 “섬에서 전화 걸 일도 없고, 옷은 교복이면 된다.”고 했다. 넓디 넓은 푸른 바다가 소녀의 마음에서 욕심을 거두어갔을까. ●중3때부터 중국집 ‘철가방’ 배달 방주가 제6회 심청효행상을 타게 됐다는 소식에 이웃사람들은 “백령도 심청이가 받을 상을 받는다.”며 함께 기뻐했다. 담임인 김진세(43) 교사는 “한 번은 방주가 쪽지를 보냈는데 ‘반에 외톨이가 있는데 선생님이 신경을 많이 써달라.’는 내용이었다.”면서 “주위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각별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방주의 별명은 ‘억척 소녀’. 참고서 살 돈이 없어 올 봄에 받은 교과서가 벌써 헌책이 된 지 오래고, 바닷바람에 오금이 저리는 한 겨울에도 공부방이 없어 볕드는 베란다에 앉은뱅이 책상을 놓고 추위를 이긴다. 교내 마라톤대회에서 2년 연속으로 우승한 방주는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라서 뭐든지 열심히 한다.”며 활짝 웃었다. ●아버지는 3년전 간암으로 세상 떠 방주의 아버지는 2001년 7월 세상을 떴다. 어머니 박옥희(43)씨는 아버지가 간암으로 시한부 삶을 이어가던 4개월 동안 어린 딸에게 차마 사실을 말해줄 수 없었다. 방주는 어느 날 검은색 옷을 입고 뭍으로 나오라는 어머니의 전갈을 받고서야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를 알 수 있었다. 방주는 “깊어가는 병에 고통스러웠을 아버지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한 것이 내내 가슴에 맺힌다.”고 더듬더듬 말을 이어가다 “아버지와 놀이공원 한번 함께 가보지 못했는데….”라며 결국 눈물을 뚝뚝 떨궜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육지로 나간 사이 대식구를 챙긴 것도 당시 중2였던 방주였다. 치매를 앓고 있는 친할머니(81)로 일주일에 한두차례는 대청소에 이불빨래를 해야 했다. 여기에 외할머니(84)와 남동생(17)까지 챙기는 가족의 버팀목이다. 방주네 가족은 아버지가 근무했던 한국통신의 관사에 머물고 있다.‘남매가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전세금을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는 가족에게는 뿔뿔이 흩어지지 않게 해주는 작지않은 배려이다. 방주는 “주위를 돌아보면 형편이 더 어려운 친구도 있다.”면서 “그래도 나는 행복한 아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라면 부족해도 부족한 줄 모르고, 어려워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서 “우리보다 훨씬 많이 가져도 더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특수교육 전공 장애인교사 되고파” 꿈많은 방주는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해 장애인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다. 방주는 “주위의 도움으로 공부하고 살아갈 수 있었다.”면서 “그동안 받은 도움을 돌려주고 싶다.”고 마음 속에 간직해온 계획을 밝혔다. 해마다 전국에서 뽑은 12∼18세 효녀에게 주는 심청효행상은 가천문화재단이 1999년 제정한 것. 올해 효행상 본상 수상자인 방주는 새달 10일 인천시내에 있는 가천홀에서 상패와 장학금 200만원을 받는다. 방주는 뭍 나들이를 앞두고 “특별히 잘 한 것도 없다.”면서 “두 분 할머니와 어머니의 눈높이에서 불편하지 않게 해드리고, 밝은 마음으로 살아가려 노력했다.”고 소박하지만 실천은 쉽지않을 자신만의 효도관(觀)을 들려주었다. 글 백령도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상상초월 CF’ 잘 나가네

    ‘상상초월 CF’ 잘 나가네

    현실과 상식을 벗어나 ‘의외’라서 더 큰 재미를 주는 광고가 최근 눈에 띈다. 의외의 과장을 통해 제품의 특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소비자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삶이 각박해질수록 사람들은 현실과 관계없는 엉뚱한 상상과 환상을 더 꿈꾸는지도 모른다. 무엇인가를 찍으면 그 부분만 사라지게 만드는 ‘마술’ 같은 디카폰, 사람 크기 만한 새우, 냉장고를 두 팔로 번쩍 들어 올리는 주부, 낯선 사람들이 버스 정류장에서 펼치는 어깨 동무 파도타기. 일단 웃음을 자아내며 호기심을 유발한다. LG텔레콤의 ‘캔유’ MP3폰 광고는 카메라폰으로써 ‘선명함’을 어떻게 전달하느냐를 아주 쉽고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일상 생활에 있어 어떤 부분이건 캔유로 찍히는 부분은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사라지고 오직 캔유 폰안에만 남아 있다는 의외의 상황을 통해 그로테스크하지 않으면서 재미있고 즐겁게 표현하고 있다 카메라폰의 초점에 잡히면 모든 물체는 조각이 난다. 몸통은 사라지고 머리와 꼬리만 남은 생선, 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반 토막이 난 사과, 가운데가 동강난 육교, 몸체가 사라진 자동차, 이들은 모두 캔유의 ‘희생물’이다. 최근 밥솥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부방 테크론의 ‘찰가마’광고에도 황당함이 있다. 찰가마로 지은 밥이 너무 맛있어 밥심을 얻은 주부가 냉장고 밑으로 굴러간 결혼반지를 꺼내기 위해 냉장고를 번쩍 들어 올린다. 모델은 3년 째 부방테크론과 인연을 맺고 있는 똑 소리나는 신세대 주부 김지호. 김지호의 건강한 이미지와 능청스러운 연기를 통해 밥 잘먹는 아줌마의 힘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통째로 넣어야 스타일이 산다.’는 점을 강조하는 LG 디오스 3 door 프렌치 스타일 냉장고는 식품의 부피 때문에 늘 고민하는 주부들에게 어필하고자 대형 식품들을 등장시켰다. 한 주부는 사람만 한 새우를 안고 있다. 통째로 보관이 가능할 정도로 큰 냉장고가 있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 단순한 인터넷 서비스를 넘어 새로운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싸이월드도 톡톡 튀는 광고로 자신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낯선 사람들끼리 어깨 동무를 하고 파도타기를 시도한다. 콘서트장도, 축구장도 아니고 버스 정류장에서 이런 광경을 볼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따뜻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온라인 세상을 보여주고자 한 싸이월드만의 색깔이 드러난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의외의 상황 설정에 가미된 유머를 통해 기업이나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하고, 다른 CF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요즘 추세”라고 밝혔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25.7평이하 67% 차지

    25.7평이하 67% 차지

    사실상 올해 서울시 아파트 공급을 마감하는 11차 동시분양에 모두 1300여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다음달 초 분양하는 서울 11차 동시분양 단지는 13곳이며, 분양 물량은 1329가구이다.10차 동시분양(1177가구)보다 152가구 늘어났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가 890가구로 전체의 66.9%를 차지하고 40.8평 초과 아파트는 212가구에 불과하다. 강남권 아파트가 5곳 282가구, 강북권은 4곳 744가구, 강서권 아파트가 4곳 303가구다. 오는 30일 모집공고를 거쳐 다음달 6일부터 청약을 받는다. 일부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나올 수도 있다. ●강남권 소규모지만 입지여건 양호 롯데건설이 공급하는 역삼동 롯데캐슬 아파트는 55평형 34가구,61평형 78가구,75평형 2가구,84평형 3가구 등 총 117가구이다. 평당 분양가는 2100만∼2300만원. 지하철 3호선 양재역이 걸어서 10분 거리. 강남대로와 가깝다. 역삼·언주초, 도곡·은광여중 등이 있다.LG마트, 우성쇼핑센터, 영동세브란스병원 등도 가깝다.2006년 상반기 입주 예정. 반포동 SK View는 70평형 9가구,73평형 10가구,74평형 40가구,80평형 2가구,82평형 1가구,85평형 1가구 등 63가구. 대형 평형이며 분양가는 평당 2000만원 정도. 지하철 3,7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이 가까운 곳에 있고,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경부고속도로 진입이 쉽다. 반포·잠원초, 반포·방배중, 세화고 등이 있다. 입주는 2006년 9월쯤으로 잡혀 있다. 동일건설이 강남구 삼성동에 짓는 동일 파크스위트는 36가구 모두 일반분양한다.51평형 24가구,61평형 12가구.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7호선 청담역이 걸어서 10분 거리. 올림픽대로 진입이 가능하다. 봉은초, 봉은·정신여중, 경기·휘문고 등이 가까운 곳에 있다. 갤러리아·현대·롯데백화점, 강남병원, 코엑스몰, 청담공원 등이 주변에 있다. 동궁종합건설은 송파구 가락동에 동궁리치웰 아파트 32가구를 분양한다.31평형이며 분양가는 평당 1200만원대.2005년 6월 입주 예정. 지하철 5호선 개롱역과 문정동 로데오거리의 상권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가동초, 가주초, 송파중학교 등의 교육시설이 있다. 개롱근린공원에 접해 있고 송파도서관과 오금공원도 걸어서 이용할 수 있어 주거환경은 쾌적한 편이다. 동구종합주택건설이 짓는 강동구 천호동 동구햇살2차는 재건축 아파트로 74가구 중 18∼31평형 34가구를 일반분양한다. 평당 분양가는 900만원대로 입주는 2005년 8월 예정. 지하철 5호선 굽은다리역이 걸어서 5분거리. 천호초, 천호중, 성덕여중 등이 가깝다. ●강북 대단지 실수요자 관심 성북구 삼선동 푸르지오 아파트는 대우건설이 짓는 재개발 아파트.22∼40평형 864가구 단지로 일반 분양분은 273가구이다. 평당 분양가는 850만∼1000만원.2007년 10월 입주 예정. 지하철 6호선 창신역이 걸어서 6∼7분 거리. 낙산공원이 가깝고, 단지가 높아 동대문 일대 조망권이 트여 있다. 명신·삼선초등, 삼선·동성중고, 경동고, 한성대 등이 있다. 하월곡동 래미안2차는 삼성물산이 월곡2구역을 재개발하는 아파트로 24∼41평형 787가구를 짓는다. 이 중 24평형 263가구,32평형 13가구,41평형 99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평당 분양가는 890만∼1020만원으로 입주는 2007년 8월. 지하철 6호선 월곡역이 걸어서 1분안에 있는 역세권 단지. 미아동 래미안 아파트는 삼성물산이 미아2구역을 재개발하는 아파트.23∼43평형 306가구 가운데 23평형 56가구,43평형 13가구 등 69가구를 분양한다. 분양가는 평당 900만∼934만원으로 입주는 2006년 12월로 예정돼 있다. 인근은 미아뉴타운이 개발되고 있다. 명륜동 건양아파트는 건양종합건설이 짓는 재건축 아파트.55가구 중 24∼32평형 27가구를 일반분양한다. 평당 분양가는 1100만원대로 입주는 2005년 11월 예정. 지하철 4호선 혜화역이 걸어서 8분 거리. ●강서권 수요 감소로 미분양 예상 영등포구 문래동에는 금호어울림 아파트 134가구가 들어선다.33∼34평형이며 평당 분양가는 1100만∼1150만원으로 2006년 8월 입주 예정. 지하철 2호선 문래역이 걸어서 2분 거리. 경인고속도로, 올림픽대로의 접근이 쉽다. 단지 옆에 양화중학교가 지어진다. 화곡동 SK View는 문화연립을 헐고 짓는 재건축 아파트.31∼41평형 203가구 중 92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입주예정일은 2006년 10월 예정. 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이 걸어서 7분 거리. 우장·내발산·화곡초, 화곡·덕원예고 등이 있다. 우장산공원,88체육관, 제일성심병원, 강서구청 등이 가깝다. 신월동 풍인엔트런스빌은 23∼34평형 132가구 중 53가구를 일반분양한다.2005년 12월 입주 예정. 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이 걸어서 15분 거리. 방화동 태승훼미리는 25∼32평형 76가구 중 26가구를 일반분양한다. 평당 분양가는 820만원으로 2005년 10월 입주 예정.2007년 말 개통 예정인지하철 9호선 역이 걸어서 10분 거리다. 공항로, 올림픽대로 이용이 쉽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Doctor&Disease]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박사

    [Doctor&Disease]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박사

    “최근들어 많은 사람들이 암에 대해 공포감을 갖고 있는 반면 발병 유형이나 전파의 속도가 훨씬 위협적인 감염성 질환의 문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질환이 얼마나 가공스러운지는 조류독감이나 사스 파동으로 입증됐지 않습니까? 암은 개인의 고통일 수 있지만 감염질환은 국가나 인류의 재앙일 수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 감시를 위한 아시아 네트워크(ANSORP)’대표로 이 문제에 관한 WHO의 아시아권 파트너이기도 한 송재훈(47·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 박사는 ‘항생제 내성(耐性)’에 대해 묻자 작심한 듯 말문을 열었다. 그의 경고가 허풍이 아니라 의학적 진정성을 가진 현실의 문제라는 점은 의사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두렵고 막막했다. ‘인류의 재앙’이 항생제 내성에서 비롯된다는 말인가. -그렇다.1940년 ‘기적의 약’이라는 페니실린이 임상에 사용된 후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지만, 세균은 인간보다 앞서 이런 약제에 스스로를 적응시켜 왔다. 세계적인 세균학자들이 ‘항생제로 미생물을 박멸하겠다는 발상은 오만이자 착각’이라고 뼈아픈 고백을 하고 있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현재의 첨단 의학도 이 미생물을 어쩌지 못한다. 통상 한가지 신약 개발에 10∼15년이 소요되는 반면 세균이 이 신약에 맞설 내성을 갖추는 기간은 길어야 1년이다. 이게 재앙의 근거다. 약제에 대한 세균의 적응이 그렇게 위협적이란 말인가. -1940년 페니실린이 사용되기 시작했는데,1950년대에는 포도상구균의 90%가 이 약에 대한 내성을 갖고 있었다. 이 내성균을 치료하기 위해 10년이나 연구해 1960년 메티실린을 개발하자 불과 1년 뒤에 MRSA라는 내성균이 생겼다. 또 이 내성균에 듣는 반코마이신이 개발됐지만 머지않아 또다른 내성균이 나타났다. 바로 ‘슈퍼박테리아’다. 정말 두려운 일이다.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항생제 내성 문제는 이미 세계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일단 내성균이 발생하면 전파는 순식간이기 때문이다.WHO도 이를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규정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폐렴구균 내성률이 70%,MRSA 내성률은 80%로 세계 최고수준인데, 이게 문제다. 송 박사는 항생제 내성의 문제가 특히 사망률과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에서 두려운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성률이 70%라는 건 10개의 균주 가운데 7개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이렇게 말한다.“일단 내성균에 감염되면 질병 치사율이 최소 2배에서 최대 13배까지 높아지게 됩니다. 실제로 약제에 반응하지 않는 신종 ‘다재내성결핵균’에 감염된 환자 1명의 치료비가 일반 환자의 100배나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사태의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항생제 오·남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약분업 이후 오·남용 사례가 줄었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내성균의 신속하고 광범위한 전파도 문제다. 이는 내성균 문제가 한 지역이나 국가, 권역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라는 근거가 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은 그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지역이다. 내성 문제를 다룰 시스템이나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각급 병원이나 국가 차원의 내성균 감시·조사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는 이게 왜 문제인지를 모르는 의사도 많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사스나 조류독감을 항생제 내성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보는가. -접촉으로 전파되는 사스보다는 조류독감이 훨씬 심각하다. 올 겨울이 위기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게 만약에 대인(對人)전파능력만 갖춰지면 가히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다. 이걸 통제하려면 항바이러스제제 확보가 관건인데, 백신 제조능력이 없는 우리로서는 속수무책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앞선 사스 파동때 보았듯 우리나라의 질병 조기대응체제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송 박사는 조류독감과 같은 바이러스의 출현은 매우 위험한 징조라며 이렇게 덧붙였다.“독감은 호흡기전염으로 통제가 안된다는 점에서 또다른 위협입니다.WHO가 깊이 고민하고 국제 공조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인데, 중국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 WHO와 전 세계 전문가들은 ‘올 것이 왔다.’며 바짝 긴장했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소강국면이지만 올 겨울이 고비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지금 이게 터지면 대책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미국은 이런 문제에 대해 질병보다 국가안보의 시각에서 접근한다. 콩고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문제가 됐을 때도 미국CDC(질병통제센터)가 제일 먼저 출동했다. 반면 우리 질병관리본부는 예산도 미국의 100분의 1에 불과하고, 감염문제를 다룰 의사도 전국적으로 50명 정도다. 이런 체제로는 예측할 수 없는 질병에 맞서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인적, 물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ANSORP같은 기구를 정책적으로 지원,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그는 “항생제 내성의 문제는 인류가 마주칠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의 공유가 중요하다.”며 “정부는 물론 의·약사와 환자, 제약회사가 합의해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향후 10∼20년 뒤에는 페니실린 개발 이전의 혼란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송재훈 박사 ▲서울대의대 및 대학원(박사)▲서울중앙병원 감염내과 교수▲미국 마요(Mayo)클리닉 감염내과 교환교수▲현,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 성균관의대 내과학교실 교수▲현, 항생제 내성감시를 위한 아시아네트워크(ANSORP)대표 및 아시아·태평양 감염연구재단 이사장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0)동해의 심장 왕돌초의 비밀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0)동해의 심장 왕돌초의 비밀

    동해는 깊다. 불과 100여m만 나가도 심해의 절벽이다. 그래서 동해 심해저는 서남해에 비해 어족 자원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 그런 면에서 바다 위로 우뚝 솟은 울릉도나 독도의 의미가 각별하다. 더 동쪽으로 나가면 갑자기 너른 대륙붕과도 같은 대화퇴가 나타나 고기들이 바글거린다. 그러나 이런 곳 말고도 일반에게 덜 알려진 해저 비경이 또 하나 있으니 울진 후포에서 불과 23㎞ 떨어진 왕돌초(王乭礁)가 그곳이다. ‘숨어있는 진주’, 아니면 비로소 자태를 드러낸 ‘수중 금강산’이라고 명명해도 틀리지 않다. 줄도화돔 떼가 줄지어 봉우리를 거슬러 올라가고 봉우리에는 감태와 대황, 미역, 우뭇가사리 등이 자란다. 부드러운 붉은꽃 산호가 꽃밭을 이루는데 수심 40m 지점에는 돌산호도 보인다. 물고기들은 이곳에 알을 낳는다. 양식 멍게가 아닌 자연산 멍게도 곳곳에서 자태를 드러낸다. 성게, 소라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숨 넘어가도록 아름다운 절경. ●울진 후포서 23km 여의도의 10배 ‘산호꽃밭’ 울진군에서는 이곳을 아예 ‘동해의 심장’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다.3개의 거대한 수중 봉우리를 거느린 채 동해의 거센 파도 속에 숨을 죽이고 있다. 남북으로 긴 형상을 하고 있으며 서쪽은 급경사, 동측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다. 남북간 54㎞, 동서간 21㎞이며, 면적은 여의도의 10배 정도나 된다. 암반의 퇴(堆·bank)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한수당자연환경연구원 한상복 박사는 “통상 암초를 뜻하는 초(礁)는 작은 장애물을 말하는데, 이곳은 해산(海山·Sea Mount)의 꼭대기 부분이므로 왕돌해산으로 부르는 것이 적당하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주민들은 ‘왕돌짬’이라 하는데,‘짬’은 튀어나온 돌을 지칭하는 토속어다. 일제시대나 그 이후의 어떤 수로지(水路誌)에도 등장하지 않다가 1990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왕돌초’라는 이름으로 등재됐다. 이곳도 전설의 섬 이어도처럼 동해 어민들 간에 구전되어 왔다. 선대부터 왕돌초에서 대구나 임연수를 잡아온 삼창호 선주 오정환(48)씨는 “본디 후포항 위쪽의 거일리 어민이 자망으로 왕돌초를 개척해서 처음으로 알려졌다.”고 증언한다.‘왕돌’이란 사람이 발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본격적으로는 1953년 무렵, 바다로 들어간 머구리에 의해 전모가 드러난 이래 1960년 무렵부터 출어가 시작되었다. 동력선으로는 1시간30여분이면 닿지만, 무동력선으로는 2시간 반 이상이 소요되는, 결코 가깝지 않은 곳인지라 뒤늦게 이용되기 시작하였다. ●반세기전 머구리에 속살 드러내 좁은 해역임에도 불구하고 수온분포가 복잡하다. 북서쪽은 북한한류, 남동쪽은 동한난류 영향권이다. 좁은 해역에 이처럼 수온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기에 한류와 난류어종이 모두 존재한다. 실제로 아열대성 어종부터 한대성 어종까지 생물생산력이 무척 높은 곳이다. 동해수산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이 인근에 출현하는 어종은 모두 40여종에 이른다. 어류는 물론 연체동물류 두족류 갑각류 극피동물류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그 가운데 대표 어종은 개볼락 불볼락 임연수어 활놀래기 샛돔 부시리 인상어 자리돔 등이다. 또 미역치 자리돔 인상어 망상어 놀래기류와 쥐치 등은 연중 서식하고 있다. 아열대성 어류인 줄도화돔 파랑돔 거북복은 고수온기에만 나타나 수온에 따른 어종의 흥망성쇠를 말해 준다.2003년 8월에 실시한 조사에서 수백마리씩 무리를 이룬 난류어종 부시리(방어류)의 회유,1월 조사에서는 한류성 어종인 임연수가 확인돼 난·한류의 계절적 추이가 첨예한 곳임을 증명하고 있다. 종다원성의 보고라는 의미다. 북쪽 봉우리는 북짬, 중간봉우리는 중간짬, 남쪽 봉우리는 남짬이라고 부른다. 북짬은 샛짬, 남짬은 맞짬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찬 바람인 샛바람과 더운 바람인 맞바람에서 유래했다. 기상변화 양상이 물속에도 똑같이 반영되어 샛짬, 맞짬이 이뤄진 셈이다. 샛짬은 거친 물살 때문에 해초들이 붙질 못해 맨 바위로 남아있는데, 이곳에 내린 그물이 바위에 걸려 쉽게 찢기는가 하면 어족의 종류도 다르다. 그러나 어류의 남획은 이곳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어획 강도가 높은 삼중자망과 통발, 잠수기어업 등이 연중 이뤄져 무분별한 남획으로 어족이 급감하는 추세다. ●난·한류 추이 첨예한 종다원성의 보고 울진군 자망협회 소속 어민 오정환씨는 “자망은 45년전 무렵부터 시작되었는데, 씨알 굵은 임연수와 불볼락이 굉장히 많이 잡혔습니다. 제가 처음 시작한 1990년도에도 임연수어, 쥐치, 방어 따위가 다량으로 잡혔고요.”라고 증언한다. 겨울 김장철만 되면 알 차고 씨알 굵은 임연수가 산란장을 찾아 수심이 제일 얕은 높은봉우리의 수심 6∼30m 지점까지 몰려들었다.1마리에 1㎏이 넘을 정도로 큰 임연수가 잡히곤 했는데 6∼7년 전부터는 높은봉우리까지 고기가 올라오질 않아 수심 30∼50여 m에서 잡아 올린다. 그만큼 어족자원이 대폭 줄었다는 증거이다. 월별 주어종을 설펴 보면,1∼4월은 대게,4월초에는 왕돌초 주변의 수심 얇은 곳에서 참가리와 한치,5∼7월까지는 임연수와 대구 및 잡어,7∼8월에는 쥐치와 방어가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간혹 혹돔 능성어 등이 보이며,9∼12월까지는 임연수와 대구 조피볼락(우럭) 가자미류 등이 많이 잡힌다. 삼척에서 영덕까지는 자망 통발 채낚기 등이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왕돌초 중심부에는 울진군의 기성면, 평해읍, 후포면 지선의 어민들이 진출해 조업을 한다. 심각한 문제는 분해되지 않는 합성섬유 그물이 뒤얽혀 바다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 수중 정화사업이 벌어지지만 개인이 제거하기에 역부족인 엄청난 크기의 폐그물이 왕돌초를 뒤덮기 시작했다. 폐그물은 유령고기잡이(Ghost Fishing)를 하게 마련이어서 해양생물이 얽혀들며, 얽힌 생물은 미끼가 되어 다른 생물이 또다시 걸려드는 재앙이 반복된다. 천하의 수중 절경 왕돌초에 서서히 인간이 만든 재앙의 그림자가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는 중이다. 예전 목(면사)그물을 쓰던 시절에는 폐그물이 자연 분해되었으나 나일론 같은 합성섬유의 발명과 더불어 값싸고 반영구적인 그물이 대대적으로 보급되면서 바다를 휘감기 시작한 것. ●인간이 만든 재앙의 그림자 한발한발 드리워 무분별한 낚시와 스쿠버 다이빙으로 인한 자연경관 및 어족 감소도 심각한 지경이다. 이곳에는 다이버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인근에서 손쉽게 다이버들을 만날 수 있다. 마침 답사에 나섰을 때도 후포 연안에서 다이버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주업으로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과 ‘취미’로 잠수하는 다이버 간의 화해와 바다사랑의 뜻을 되새기는 계기라고 주관자인 전재경 박사와 수중세계 이선명 대표는 설명했다. 다이버들이 후포 연안을 자주 찾아오는 까닭은 그만큼 바다생물이 다양하고 풍광이 수려해서이다. 그러나 ‘취미’를 위해 환경훼손이라는 반대 급부를 감당해야 하는 현상에 관해 책임있는 설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바다에 관한 ‘무한대의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즐기는 만큼 책임을 지라.’고나 할까. 물론 남획에 몰두하는 어민도 연대책임에서 면죄될 수는 없으리라. 울진군이 바다목장화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많은 예산이 배정돼 바다관광화도 촉진될 전망이다. 왕돌초는 수산과학 관측지란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이어도해상과학기지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동해를 연구·관찰함으로써 바다정보를 집중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현재는 해양수산부에서 세운 부표만이 외롭게 떠있어 장소 표시와 등대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오랫동안 왕돌초에의 열정으로 답사단을 안내해 온 국립수산과학관 동해수산연구소 양용수 박사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왕돌초에 과학기지가 건설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우리가 먹는 어종은 사실 제한적이다. 가령 게불도 과거에는 징그럽다며 전혀 먹지 않았다. 동해 심해저에도 이같이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어족자원의 보고가 숨어 있다. 양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600∼1000m의 심해저 자원을 탐색한 결과, 청자갈치 분홍꼼치 먹갈치 가시베도라치 등이 관찰되었고, 분홍새우도 다량 어획되었다. 이 가운데 분홍새우는 판매가치가 있지만 나머지는 모두 ‘버리는 물고기’들이다. 버려야 하는 그 물고기들도 양만 많다면 하다못해 어묵이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이 동해 심해저에서 끌어올린 다양한 생물체로 신약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겠지만 그러나, 불행하게도 동해 심해저연구센터는 직원이라야 고작 2명뿐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 후손에 고스란히 물려줘야 왕돌초가 ‘동해의 심장’이니 만큼 그 심장의 박동력으로 우리가 해낼 수 있는 것 또한 무한대다. 그런 만큼 심장에 위해를 가하는 일은 당연히 금물이다. 왕돌초는 더 이상 ‘숨어있는 진주’가 아니다. 이곳의 실태는 방송사와 다이버들의 수중촬영을 통해 전모가 공개되었다. 과학자들의 연구도 집중되고 있으며 해마다 왕돌초 관련 심포지엄도 열리고 있다. 경북도청 김병묵 해양수산과장은 “울진군이나 경북만의 심장이 아닙니다. 동해에 이런 거대한 바다속 비밀지대가 있다는 것을 전 국민이 알아야 합니다.” 전국민이 왕돌초를 알아야할 이유는 분명하다. 육상에 있었더라면 당연히 천연기념물이겠지만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육지것’, 심지어는 날아다니는 ‘하늘것’까지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면서도 막상 바다 밑에 있는 ‘보물’은 박대하기 일쑤다. 이 아름다운 바다속 풍광을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어 그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지금, 우리는 어떤 ‘긴급 행동’을 취해야 할까.
  • 불황 럭셔리로 뚫는다…프리미엄 마케팅 붐

    불황 럭셔리로 뚫는다…프리미엄 마케팅 붐

    얼마전 롯데백화점이 ‘금붙이 카드’를 선물로 끼워넣어 1000만원짜리 상품권을 내놓았다. 얼마나 팔렸을까. 준비한 수량 250장 가운데 18일 현재 203장이 팔렸다. 무려 20억여원어치가 팔린 셈이다. 행사를 기획한 백화점측도 적잖이 놀라는 눈치다. 홍보팀 하수연 계장은 “법인이 연말연시 선물용으로도 많이 사갔지만 개인들이 사간 물량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재계의 장사 전략이 ‘럭셔리’(고급)에 맞춰지고 있다. 외환위기때도 짭짤한 재미를 봤던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이다. 그나마 두드리면 열린다는 ‘부자들의 지갑’ 공략 작전이기도 하다. 연말연시를 전후해 신형 고급 세단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차값과 맞먹는 명품TV 등도 계속 나오고 있다. ●고급 신차 경쟁 후끈 르노삼성이 다음달 1일 ‘SM7’을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현대차의 ‘TG’(프로젝트 이름),GM대우의 ‘스테이츠맨’이 내년 상반기에 각각 출시된다. 배기량 3500㏄ 안팎의 고급차들이다. SM7은 닛산자동차가 지난해 3월 일본에서 출시한 ‘티아나’를 우리나라 감각에 맞게 응용한 차다. 고급차의 둔중한 이미지를 깨고 날렵하면서도 스포티지한 디자인으로 연령대에 관계없이 고소득층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2300㏄,3500㏄ 두 종류로 동급차종보다 힘(270마력)이 좋다. 이에 질세라 현대차도 그랜저XG 후속모델인 TG(2700㏄,3300㏄)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내년 3월부터 미국 앨라배마 현지공장에서 생산하는 쏘나타도 국내 모델(2.0,2.4)과 달리 고급버전(3.3)에 주안점을 두었다. 에쿠스(현대차)·체어맨(쌍용차)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GM대우의 스테이츠맨(2800㏄,3600㏄)은 호주 홀든사의 ‘베스트셀러’를 수입한 차다. 반응이 좋으면 국내에서 조립생산할 방침이다. 차 이름에 걸맞게 사회 지도층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업계는 벌써부터 “외국서 한물간 모델” “차체만 큰 무식한 모델” 등 서로 경쟁차종을 깎아내리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수입차업계도 벤츠가 오는 22일 콤팩트 세단 ‘C-클래스’를, 렉서스가 25일 새 모델을 선보이며 경쟁에 가세한다. 고급차(수입차 제외)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16.7%에서 올 10월 말 현재 17.3%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쏘나타급 TV 불티…샤워효과 기대 ‘쏘나타급 TV’로 불리는 LG전자의 55인치짜리 LCD TV는 출시 두 달만에 100대 이상 팔려나갔다. 대당 가격이 1950만원으로 쏘나타 가격과 맞먹는다. 지금 추이대로라면 연내 200대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드럼세탁기 매출도 호조세다. 전체 세탁기 매출(6300억원)의 58.7%인 3700억원을 연내 기록할 전망이다.2002년 매출비중이 27.8%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삼성전자의 디지털TV(65%→75%)와 드럼세탁기(51%→65%) 매출비중도 1년새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 속에서도 웰빙바람을 타고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면서 “일단 고급화 코드로 부자들의 지갑부터 열어놓으면 ‘샤워효과’(백화점 위층에서 이벤트를 벌이면 아래층으로 구매가 확산되는 데서 나온 말)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털어놓았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막막했지만 이젠 사는맛 나요”

    “처음에는 막막하고 두려웠지만 조금씩 배워가면서 이렇게 사는 것이 사람의 삶이구나 느꼈습니다.” 성매매에서 벗어나 쉼터에서 살고 있는 여성 11명이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다시함께센터를 비롯한 자활지원 단체가 마련한 기자간담회에 용기있게 나선 이들은 “정보가 부족해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희망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매매 시절의 비참했던 생활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스포츠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다 올 7월 쉼터에 입소한 A(24)씨는 “업주의 등쌀에 시달리며 하루 2시간 밖에 자지못하고 일하다 단속이 떴다는 불이 들어오면 무조건 콘돔부터 집어삼켰다.”고 진저리를 쳤다. 회사원이었다는 C(29)씨는 “아무리 몸이 아파도 손님이 원하면 거부라는 것이 없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직후 미아리에서 나온 D(24)씨는 “집회를 할 때는 한 업소에 몇명 하는 식으로 공문이 왔다.”면서 “참석 안하면 결근비와 벌금을 물렸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처음엔 성매매를 그만두는 것이 두렵고 막막했지만, 자활 교육을 받으며 새 삶을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A씨는 “나도 한 인간이며 여성이고 어머니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후회했다.”면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니 다른 친구들도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학술·종교플러스] 부안 ‘채석범주 일원’ 명승13호 지정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은 전북 부안군 소재 ‘채석범주 일원’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3호로 지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곳은 변산반도에서 서해바다쪽으로 가장 많이 돌출된 지역으로 강한 파랑에 의해 형성된 높은 해식 단애와 넓은 파식대(파도가 형성한 띠), 책 수만 권을 쌓아놓은 듯한 층리 등이 어우러져 자연미가 빼어난 데다 화산활동 연구 등을 위한 중요 자료로도 평가된다.
  •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십니까?

    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십니까?

    17일 오후 3시30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직업전문학교 실내디자인과 실습실. 오는 22일로 예정된 실내건축기능사 자격시험에 대비한 모의시험이 한창 진행중이다. 시험시간 종료를 예고하는 지도 교수의 다그침에 학생 40명의 손놀림이 빨라졌다.5시간안에 원룸의 평면도를 비롯해 투시도, 입면도, 천장도 등 4장을 완성해야 한다. 청소년에서 퇴직 가장까지 모두 도면에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온정신을 쏟고 있었다. 이들의 눈동자는 경기불황을 극복하려는 창업의지로 반짝였다. ●한남직업전문학교 실내디자인과 인기 한남직업전문학교는 서울시가 취약계층을 위해 무료로 운영하는 4개 직업학교 가운데 하나. 비진학 청소년을 위한 직업교육시설이던 이곳은 지난 2002년 만29세의 연령제한이 풀려 만 지금은 15∼55세의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와 미용, 실내디자인, 조리, 컴퓨터애니메이션, 패션디자인 등이 6개월∼1년 과정으로 개설돼 있다. 지원자 가운데 나이, 가족부양여부, 국가유공자 등을 감안해서 선발한다. 경력 3∼4년이 쌓이면 창업이 가능한 실내디자인과는 평균 2∼3대 1의 경쟁률을 보인다. 제도실기를 비롯해 CAD, 포토샵,3D MAX 등이 주교육 과정이다. 교육을 마치면 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주관하는 실내건축기능사와 전산응용건축제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이진영 실내디자인과 주임교수는 “학생 가운데 20세 이하는 50%,30대 45%,40대 이상은 5%”라면서 “주간에는 주부, 비진학청소년, 퇴직자 등 다양하며 야간 과정에는 70∼80%가 직장인”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에서 퇴직 가장까지 새삶 설계 학생 가운데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퇴직자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은행이나 기업에서 정년을 마친 뒤 새 삶을 준비하는 은퇴자들이다. 국민은행 지점장으로 은행원생활 32년을 마감한 심영섭(55)씨는 “지난 3년동안 건축회사를 운영하면서 인테리어쪽으로 겸업하기 위해 배우는 중”이라고 밝혔다. 일반 기업에서 퇴직한 이재전(55)씨도 건축회사에 다니는 아들과 동업하기 위해 합류했다. 내수경기 불황을 타개할 새 활로로 인테리어를 택한 사람도 있다. 청담동에서 7년동안 자동차 딜러를 하던 장필선(44·여)씨는 지난해 4월 경기불황으로 영업소를 접었다. 장씨는 “백지상태에서 시작한 탓에 무척 힘들다.”고 말했다. 레저스포츠 강사 김영진(31)씨도 이직을 결정한 경우. 김씨는 “이 과정을 마치면 외삼촌이 운영하는 인테리어 회사에서 2∼3년 경력을 쌓은 뒤 중국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17세 소녀 조기유학파도 입학 캐나다에서 중학교를 마친 이사벨라(17)양은 건축사인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이곳에 등록했다. 대학 건축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이양은 “일반 고등학교에 다니는 불편을 피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2월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해 내년 수학능력시험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구직난에 시달리는 청년실업자에게는 인테리어가 취업을 위한 주특기로 자리잡았다. 지난 2월 모대학 행정학과를 졸업한 최모(23·여)씨는 “공무원 시험을 잠시 미루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 위해 시작했다.”면서 “6개월 동안 바쁘게 두가지 자격증을 따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밝혔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8)느림의 財富를 간직한 미완의 섬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8)느림의 財富를 간직한 미완의 섬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어찌될까.‘시인의 마음’이라면, 두 손도 초록으로 물들 게 분명하다. 그래서 ‘초록빛 바닷물’은 오랫동안 인기 동요로 불려지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나 ‘현실의 바다’에서 순진무구한 초록빛을 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바다처럼 오묘한 빛깔의 원천이 있을까. 바다는 시시각각 변한다. 칠면조나 카멜레온의 변신 차원이 아니다.‘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광고 카피처럼 ‘바다의 변신도 무죄’라고나 할까. 아침의 짙은 해무, 한낮의 강렬한 태양, 저녁의 노을진 풍광, 게다가 험악한 파도, 심지어는 적조같이 붉게 오염된 해양 조건까지 개입하여 변화무쌍한 신화를 낳는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그려왔지만 한결같은 바다는 없다. 색깔이 가장 아름다운 우리 바다를 꼽으라면 어딜 들까? 아름다움의 기준 자체가 애매한지라 결론이 쉽지 않다. 같은 바다라도 앞에 든 이유 때문에 늘상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꼭 집어서’ 말하라면 필자는 제주도에 딸린 작은 섬 비양도를 먼저 떠올린다. 바다의 색이 투과하는 빛의 파장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은 초보적 과학지식이다. 빛의 파장과 흡수 정도에 의해 바다의 색깔이 결정된다. 수심 10m 이내에서 대부분의 빛은 흡수되며 미생물이나 부유물질이 많은 경우에는 감소된다. 햇빛은 스펙트럼을 통해서 보면 무지개색이다. 빨강이 가장 먼저 흡수되며(보통 수심 5m 이내), 가장 늦게 파랑이 흡수된다. 그래서 바다는 파랗다. ●햇빛이 흰모래빛과 어우러져 오묘한 빛 탄생 그러나 파란색조차도 수심 70여m에 이르면 모두 흡수되고 만다. 수심 1000m가 넘는 독도 근해가 검정에 가까운 검푸른색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비양도는 왜 ‘전국 최고의 초록빛 바다’를 늘상 유지하고 있을까. 협재를 다녀간 이들은 건너편에 보이는 비양도까지 5m 내외의 얕은 바다가 이어짐을 기억하리라. 까만 용암이 많은 여느 제주 바다와 달리 고운 모래밭의 천해(淺海)다. 빛의 파장이 흰모래빛과 어우러져 오묘한 빛깔을 탄생시켰다. 흡사 신이 현현(顯現)하는 듯, 에메랄드빛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하다. 천혜의 바다 빛깔이니, 경관 가치만으로도 엄청난 부를 창출하는 바다이리라. 관해(觀海)의 미학에서 그동안 너무 자주 바다 빛깔의 경관이 무시돼 왔다. 외국에서는 바다빛 고운 해변에 친수공간, 이른바 워터프런트(Water front)를 조성하여 바다를 바라보게 하는 것만으로 떼돈을 벌어들이곤 한다. 이런 점에서 협재에서 비양도에 이르는 물목은 엄청난 경관적 재부(財富)를 지닌 곳이 아닐 수 없다. 가오리 형상의 비양도(飛揚島)는 글자 그대로 ‘날아온 섬’. 비양도 소개 책자에는 ‘천년의 섬 비양도’라고 적혀 있다.‘산이 바다 가운데서 솟았다. 산의 네 구멍이 터지고 붉은 물을 5일 동안이나 내뿜다가 그쳤다.’는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고려 목종5년(1002) 기록 때문이리라. 그러나 산견되는 신석기 유적으로 미뤄 불과 천년 전 화산 폭발로 이 섬이 생겼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본디 있던 섬에서 다시 화산이 폭발해 오늘과 같은 화산섬이 조성되었음직하다. 비양도를 가자면 아침 9시 정각에 한림항에서 출발하는 도항선을 타야 한다. 불과 20여분이면 닿는다. 거리는 짧아도 작은 섬인지라 교통 편한 제주도 같지 않다. 피서철에는 자주 배편이 있다지만 늦가을 아침 그 배에는 필자를 포함, 고작 다섯명이 탔을 뿐이다. 겨울철에는 손님 한두 명을 태우고 운항하기도 예사다. 당국의 지원 없이는 운항 자체가 불가능한 항로다. 섬을 한 바퀴 돌았다. 대형 화산탄이 즐비한 해변에는 큰자재여, 구븐들, 밧서비녀, 안서비녀 등의 여, 애기업개돌 같은 용암굴뚝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화산 등성이에 밭은 없고 갈대만 우거져 있어 식량 마련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섬으로 떠나오기 전날 밤,“참으로 아름답지요. 그런데 먹고살기는 척박한 섬이니 제대로 보고 오세요.”라며 이런저런 사람을 소개시켜 주던 오승국(4·3연구소 사무총장) 시인의 말이 생각났다. ●밀물에 수위 줄고 썰물에는 높아지는 염습지 ‘펄낭’ 비양도 경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염습지인 ‘펄낭’이다. 바닥으로 바닷물이 스며 형성된 ‘펄낭’은 조수운동과 반대로 밀물에는 수위가 줄고 썰물에는 높아진다.‘펄낭’의 끝에는 마을 본향당이 있어 비양도 사람들이 ‘펄낭’을 얼마나 신성스럽게 여기는지를 말해 준다. 염습지의 소금기가 배어들 만한 용암에는 신목인 사철나무가 서있어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사철나무의 녹색과 검정 용암의 강렬한 대조는 모진 풍토에서 살아남은 생명의 힘 그 자체이다. 오죽하면 마을민이 공동체의 신목으로 모셔 왔을까. 비양도 신목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근을 지나는 배들이 일부러 찾아들어와 인사를 드리고 가는 순례 코스였다. 본 마을이 형성된 앞개포구까지 걸어 왔는데도 한 시간이 안 걸렸으니 작은 섬이다. 비양봉을 올랐다. 불과 30여분이면 오르는데, 한림항은 물론이고 자잘한 오름들, 그리고 한라산 정봉이 성큼 다가선다. 한라산이야 제주도 어디서나 보이지만, 이처럼 제주도에 딸린 섬에서 바라보는 멋이 색다르다. ●피서철 빼면 찾아들 음식점 없어 끼니 거를 판 비양봉 정상에는 무인등대가 있어 밤새워 신호를 내보낸다. 푹 꺼진 분화구 너머 초록빛 바다가 한눈에 잡힌다. 펄낭의 좁고 긴 물매, 앞개포구의 고즈넉한 풍경, 한림항의 조금은 번잡스러운 풍경이 모두 들어온다. 지금은 잠든 쌍둥이 분화구가 다시 폭발할 것 같은 백일몽에 빠져든다. 등대 옆 풀밭에서 팔베개를 하고 누우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다. 섬의 시간이란 이렇듯 무한대다. 시간은 충분하다. 오후 3시30분이 되어야 배가 나가므로 작은 섬에서 남은 건 시간뿐이다. 번잡스러운 음식점이 많은 곳이라면 대개는 질펀한 술판에 끼어들어 거하게 잔을 나누며 시간을 때우기 십상이지만 이곳에는 피서철 빼면 찾아들 음식점도 없어 끼니를 거를 판이다. 우리들의 여행이란 늘상 과보호, 과식, 가속도 등으로 점철되어 이렇듯 한가한 시간을 갖기가 어렵다.‘섬의 시간’,‘느림의 시간’을 배울 양이면 어느 섬에서건 해산(海山) 정상에 올라 1∼2시간쯤 누워 있다가 내려오길 권한다. 비양도는 물이 없는 섬이다. 오로지 빗물에만 의존해서 살았다. 빗물조차도 금세 밑으로 빠지는 화산토인지라 본섬에서 가져온 질흙을 다져서 빗물을 모았다. 닭똥 같은 오물이 이 물에 섞여 온갖 풍토병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 없는 섬의 삶이란 참으로 절박하다. 조금 전까지의 초록빛 예찬과는 판이한 현실이다. 다행히 1965년, 해역사령부가 나서 협재에서 이곳으로 해저파이프를 연결, 식수 공급이 가능하게 되었다. 오죽 큰 사건이었으면 포구에 송덕비까지 세워 식수가 들어오게 된 역사적 내력을 각인시켰을까. 고종13년(1876)에 서(徐)씨 일가가 처음 이 섬에 입도했다고 전해 온다. 재미있는 점은 ‘펄낭’의 본향당 주신(主神)이 건너편 금릉에서 갈라졌다는 당(堂)의 내력이다. 금릉당은 임씨하르방이고 비양도당은 김씨할망이란다. 금릉당과 비양도당이 ‘도채비불’이 되어 예의 그 ‘초록빛 바다’쯤에서 만나 빛을 발하곤 한단다. 하르방과 할망이 데이트를 하는 셈이다. 이 전설은 금릉에서 최초로 누군가가 비양도로 입도한 역사를 말해 줌이 아닐까. 당의 갈래퍼짐을 통하여 유사무서(有史無書)의 역사를 알 수 있으니, 섬 민중의 역사란 어느 곳에서나 이와 같을 것이다. 그러한즉 어느 섬에 가서나 ‘섬 무지랭이’들에게 기록 없음을 탓하지 말 것이며, 기록만으로 섬의 역사를 함부로 재단할 일도 못된다. ●감태가 무성함은 물고기집이 많다는 증거 포구에서는 주민들이 말린 감태를 묶고 있다. 올해는 태풍으로 감태가 많이 밀려와 제법 풍년이란다. 일제시대는 폭약 재료로 쓰였으며, 지금은 의약품에 쓰이는 감태는 사실 ‘물고기의 숲그늘’이다. 비양도 주변에 감태밭이 무성함은 그만큼 물고기집이 많다는 증거이리라. 작년에는 60㎏에 6만원을 받았는데 올해는 3만 8000원에 불과하다며 볼멘소리들이다. 바다의 삶이란 늘 그렇다. 풍어기에는 가격이 떨어져 속상하고, 흉어기에는 고기가 안 잡히지만 대신 값이 올라 그런대로 버틸 만하다. 횟집에 가격표 대신 ‘시가(時價)’라고 쓰여 있는 것도 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여름 한철, 한치와 갈치잡이가 주업이다. 잠녀 물질로 거둬들이는 전복, 오분작, 소라 등도 중요한 산물이다. 물론 제대로 된 전복이 잡힐 리 없다. 어장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다. 비양도를 마주보는 제주도 서북해안의 월령 귀덕 협재 웅포 한림 금릉 수원 한수리 용운동 등 아홉 어촌계가 ‘관행’을 내세워 이곳에서 대대적으로 어패류를 채취하기 때문. 무인도 시절부터 비양도를 주어장으로 조업하던 이들 아홉 마을에서 100년 이전의 관행을 내세워 공동어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관습법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는바, 비양도에서도 지난 100여년의 관행이 현실의 법이다. 수백년간 지속되어 온 관행 어법의 역사적 권한이 존재한 뒤에 이 섬마을이 형성된 결과이리라. 그런즉 협재쯤에서 ‘초록빛 바닷물’만 보고서 물장구치다 돌아가는 사람들이 어찌 비양도의 진실을 알 수 있겠는가. 비양도는 가난한 섬이다. 그러나 떠나오는 뱃전에서 다시 필자를 감동시킨 사실을 확인했으니, 그것은 비양도에 차가 한대도 없다는 것이다. 차가 없는 섬! 바로 우리가 꿈꾸던 유토피아 아닌가. 초록빛 바닷물에 차까지 없는 섬 비양도는 확실히 ‘빠름’보다 ‘느림’의 재부를 잘 간직한 ‘미완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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