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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겨울 더 춥고 기습한파 자주 온다… 강원·제주 ‘폭설’ 주의

    올겨울 더 춥고 기습한파 자주 온다… 강원·제주 ‘폭설’ 주의

    이번 겨울은 포근했던 지난겨울과는 달리 춥고 기습 한파도 잦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또 강원 영동, 서해안, 제주도를 중심으로 폭설이 내리는 일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겨울철(12월~2021년 2월) 장기전망’을 23일 발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2월 전반에는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많겠고 후반에는 북쪽에서 남하하는 찬 공기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아 전반적으로 평년(1~2도)보다 낮은 기온 분포를 보이겠다. 1월은 평년(영하 1.6도~영하 0.4도)과 비슷한 기온을 보이겠지만 찬 공기와 상대적으로 따뜻한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아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한파가 잦을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2월은 찬 공기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기온이 오르면서 평년(0.4~1.8도)과 비슷하겠지만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때가 잦을 것으로 예상됐다. 강원 영동과 서해안, 제주에는 올겨울 평소보다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고삐 풀린 日’ 단풍관광 코로나 이전보다 더 늘어

    ‘고삐 풀린 日’ 단풍관광 코로나 이전보다 더 늘어

    일본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올 초 첫 감염자 발생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가을 단풍철 전국 관광지들이 역대급 인파로 붐비는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위기 불감증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여행경비를 보조해 주는 ‘고투(GoTo) 트래블’ 사업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도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2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3연휴(21~23일) 첫날인 21일 오후 2시 기준 수도권의 대표적 온천 관광지인 가나가와현 하코네유모토 일대의 인파는 코로나19가 없던 지난해 이맘때 휴일에 비해 43%나 증가했다. 교토의 유명 관광지인 아라시야마 일대의 인파도 1년 전보다 11% 늘었다. 특히 최근 들어 일일 확진자가 연일 500명 이상 나오는 도쿄도에서 지방으로의 이동이 두드러져 전국적 확산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도쿄도에서 아라시야마로 이동한 인원은 지난 4월 긴급사태 선언 이전의 5배나 됐다. 도쿄도에서 미야기현 마쓰시마로의 이동도 3배에 달했다. 여기에는 ‘방역’보다 ‘경제’에 더 중점을 두는 일본 정부의 대응방향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전국 확진자가 400명도 안 됐을 때 긴급사태를 선언해 놓고, 확진자가 당시의 6배에 이르는 지금은 “긴급사태를 선언할 정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특히 3연휴를 앞두고 지난 18일 일본의사회가 “연휴기간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대국민 호소를 내놨지만,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일률적인 이동 자제는 필요 없다”는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 해이를 정부 스스로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올 겨울, 작년보다 춥고 기습 한파 잦아진다

    올 겨울, 작년보다 춥고 기습 한파 잦아진다

    이번 겨울은 포근했던 지난 겨울과는 달리 춥고 기습 한파도 잦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또 강원 영동, 서해안, 제주도를 중심으로 폭설이 내리는 일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겨울철(12월~2021년 2월) 장기전망’을 23일 발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2월 전반에는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많겠고 후반에는 북쪽에서 남하하는 찬 공기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아 전반적으로 평년(1~2도)보다 낮은 기온 분포를 보이겠다. 1월은 평년(영하 1.6도~영하 0.4도)과 비슷한 기온을 보이겠지만 찬 공기와 상대적으로 따뜻한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아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한파가 잦을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2월은 찬 공기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기온이 오르면서 평년(0.4~1.8도)과 비슷하겠지만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때가 잦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강수량은 12월과 2월은 평년과 비슷하고 1월은 평년보다 다소 적을 가능성이 높다고 기상청은 전망했다. 강원 영동은 저기압이나 동풍의 영향으로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이며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면서 만들어진 눈구름대가 접근하면서 서해안과 제주에도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수 기상청 기후예측과 과장은 “올 겨울 라니냐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8도 낮은데 이는 한반도 겨울철 기온을 낮추는데 영향을 미친다”라며 “북극 바다얼음이나 유라시아 대륙쪽 눈 덮임 현상 등을 관측했을 때도 올 겨울은 평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지만 초겨울 기온이 다소 낮은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긴긴 겨울을 견뎌내다…더 간절히, 더 가고프다

    긴긴 겨울을 견뎌내다…더 간절히, 더 가고프다

    다시 록다운 된 지 15일째. 11월 한 달을 잘 넘겨야 크리스마스 때 고향에도 가고 작은 연말 모임이라도 할 텐데…. 영 그른 것 같다. 독일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매일 늘어만 가는 중이고, 매일 2만명을 육박하고 있다. 12월 크리스마스 마켓은 일찌감치 취소됐고, 이대로라면 레스토랑과 카페도 계속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 지금도 배달과 픽업만 가능한 상태다. 어디 들어가서 따뜻하게 커피 한 잔 마시고, 밥 먹는 건 다시 불가능한 일이 됐다. 이 평범한 일상이 목 빠지게 기다려야 하는 일이 될 줄이야. 12월엔 가능할까? 지금으로선 으슬으슬하고 뿌연 베를린 날씨만큼이나 잿빛이다.이런 날 유독 생각나는 건 뜨끈한 사우나다. 뜨거운 증기가 가득한 사우나에서 땀을 쫙쫙 흘리고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또다시 사우나에서 몸을 데우고. 베를린의 긴긴 겨울을 견디는 유일한 방법인데, 이걸 못 하게 되니 더 간절하고 더 가고 싶다. 베를린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우나 바발리 얘기다. 그래도 록다운되기 전 한 번 다녀온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밀폐된 사우나 안에서 몇십 분씩 여러 사람이 앉아 있으니 코로나19가 터진 뒤에 바발리는 다시 못 갈 줄 알았다. 하지만 이곳도 코로나19 규정 수칙에 맞춰 입구에서 체온 체크부터 실내의 자리 간격 배치까지 새로운 방역 수칙을 가지고 다시 문을 열었다. 바발리의 드넓은 야외 정원과 자쿠지, 수영장만 여는 게 아니라 실내 사우나까지 다시 열었을 땐 행복한 비명이 절로 나왔다. 얏호, 바로 수건과 가운, 슬리퍼를 싸 들고 바발리로 갔다. 거대한 스파 단지에 13개나 있는 사우나는 지도를 들고 찾아다녀야 할 정도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시간대별로 있는 필링 프로그램도 헤매기 십상이다. 코코스 필링, 인퓨전 사우나, 온도가 가장 뜨거운 베닉 사우나 등 이름만 봐서는 정확하게 어떤 건지 감이 잘 안 오는 것도 많다. 그럴 때 이곳을 잘 아는 현지 친구가 동행을 하면 두세 배는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다. 단 그 친구가 서로의 알몸을 보아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사이여야 좋다. 사우나 안에서는 모두가 알몸인 상태로 앉아 있기 때문이다.유럽의 다른 도시에서도 사우나를 해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놓고 앉아 편안하게 즐기는 건 바발리에서 처음 해 봤다. 그래서 바발리에는 유독 커플이 많이 온다. 서로의 알몸을 보는 게 어색하지 않은 부부와 커플들에겐 그냥 자연스러운 곳이다(갖고 들어가는 긴 타월은 몸에 두르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와 발이 타올 안에 들어가게 앉는 바닥 깔개용으로 쓴다). 물론 안을 지나다니다 보면 휴식을 취하는 스파베드에서, 벽난로 앞에서, 자쿠지 안에서 키스를 하거나 목에 팔을 두르고 있는 커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보는 사람이나 뒹구는 사람이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 자유로움 앞에서 나는 종종 베를린에 있다는 걸 실감한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바발리 사우나에는 앉을 수 있는 자리 표시가 생겼다. 원래 인원의 반만 들어갈 수 있고, 1.5m 간격으로 모든 자리와 의자, 스파 침대가 떨어져 있다. 그렇다 보니 내부는 훨씬 덜 붐빈다. 특히 부채를 든 마스터가 들어오는 필링 프로그램은 한번 시작하면 언제나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는데, 그 프로그램이 모두 중단되면서 훨씬 느긋하고 여유롭게 소수의 사람들이 사우나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사우나를 오는 전체 사람 수가 적어진 영향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즐긴 사우나는 아이러니하게도 편한 점이 있었다. 바이러스에 대한 걱정과 우려 속에서 사람들은 더 거리를 두고 더 조심스럽게 서로의 영역을 지켰다. 한 달에 한 번은 가고 싶었던 바발리는 서울 목욕탕에서 하듯 때는 못 밀지만 사우나도 하고, 온천 하듯 야외 자쿠지에서 몸을 녹일 수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 간 것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와 휴식이 따뜻하고 달콤하다. 이번 록다운이 풀리면 내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곳으로 할 참이다. 상황이 좋아지면 베를린 근교의 온천 지역으로 유명한 바트자로프에도 가볼 계획이다. 미네랄이 풍부한 진흙과 온천수, 테르말 스파가 있어 베를린 사람들이 종종 간다. 베를린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로 주말 여행지로 적당하다. 그곳에서 한나절 사우나를 하는 상상을 하면서 일단 남은 날들을 견뎌 본다. 유럽에서 사우나에 재미를 붙인 건 언제부터였을까. 스위스의 작은 도시들을 여행할 때 그 매력을 조금 알았던 것 같다. 계절은 항상 겨울로 가는 늦가을이었고, 알프스의 웅장한 산맥이 보이던 따뜻한 야외 온천풀에서 몸이 노곤노곤해졌다. 그 기억은 리기산 칼트바트 마을 근처에, 벵겐의 작은 호텔 사우나 안에, 그리고 발레주의 크랑몬타나에 멈춰 있다.유럽의 스파에서는 수질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이 물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요소란 생각이 든다. 산세가 깊고 자연이 아름다운 곳에는 어김없이 스파가 발달해 있다. 로마시대부터 귀하게 여겨 온 광천수가 유명한 온천 마을부터 스위스의 깊고 작은 마을에까지 근사한 스파 시설이 있다. 사람들은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대자연을 바라보며 정신적인 휴식, 힐링까지 하고 싶은 바람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명품 도시 크랑몬타나에서 경험한 스파도 기억에 남는다. 이곳은 돈 많은 스위스 사람들이 겨울 휴가를 오는 현지 휴양지다. 시내만 나가도 도시의 부유함이 금방 느껴진다. 시내는 엄청 작은데 오메가, 프라다, 샤넬 같은 브랜드 숍이 줄지어 있다. 가게 간판으로 걸어 놓은 커다란 시계도 진짜 오메가다. 하지만 크랑몬타나에서 가장 명품인 건 이런 브랜드들이 아니라 마테호른에서 몽블랑까지 이어지는 산봉우리와 대자연의 절경이다. 그걸 사우나를 하며 알았다. 해발 1100m 크랑몬타나의 작은 호텔 자쿠지에서 장작 타는 냄새를 맡으며 어둠이 내려앉은 론 골짜기와 스위스의 명품 절경을 즐겼다.사우나 안에서는 수영복을 입긴 했지만, 남녀가 함께 들어가는 사우나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수증기로 꽉 찬 습식 사우나 안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성큼성큼 들어갔다가 구석구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형체가 드러나서 혼자 당황했던 기억. 그때부터 유럽의 사우나를 조금씩 맛보기 시작했다. 만년설이 남아 있는 알프스와 몽블랑을 바라보면서 머리까지 쨍하게 뚫고 들어오던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즐겼던 스파,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행운이었구나 싶다. 아무 걱정 없이 여행할 수 있었던 시절을 위해 건배.깜놀… 혼욕에 알몸 사우나더 깜놀… 자연 온천수 힐링 지금은 남녀가 다 벗고 같이 들어가는 사우나를 독일인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지만, 내게도 처음은 충격과 당혹스러움의 연속이었다. 꽤 적응 기간이 필요한 문화 충격이었다. 3년 전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사우나는 그래서 평생 잊을 수 없다. 블레드는 슬로베니아의 대표 휴양 도시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알프스산맥이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을 거쳐 이곳 블레드까지 닿아 있다. ‘율리안 알프스’라 불리는 산 꼭대기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 생긴 호수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블레드는 오래전부터 힐링을 위한 휴양지였다. 1852년 스위스 출신의 의사 아르놀트 리클리가 요양차 이곳에 왔다가 병이 나아 돌아갔다. 당시 그의 치료를 도운 것은 매일 한 일광욕, 수영, 오래 걷기였다. 2년 뒤 다시 블레드로 돌아온 그는 공기, 물, 햇살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치유 요양소를 차리고, 유럽의 부유한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요양을 원하는 사람은 물론 당시 아편이나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도 대상이었다. 블레드는 곧 유럽 전역으로 알려지고, 좋은 수질로 스파산업도 발전했다. 11월의 단풍이 짙었던 블레드 호숫가 주변에는 스파와 시설을 잘 갖춘 호텔이 많았다. 블레드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그랜드호텔 토플리체의 테르말 스파가 꼽힌다. 17세기에 발견된 22도의 자연 온천수를 이용하는 스파다.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이 물은 목욕 중 직접 마시기도 한다. 그리스 신전의 기둥처럼 돼 있는 스파 내부는 100년 넘은 원형을 보존한 상태로 개조돼 더욱 근사했다. 블레드에서 가장 럭셔리한 호텔 스파답게 분위기와 시설 모두 고급스럽다.자연 온천수는 아니지만, 내가 머물렀던 블레드 골프호텔에는 보다 대중적이고 큰 규모의 스파 시설이 있다.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대형 아쿠아존과 알몸으로 들어가는 사우나로 구분돼 있다. 수영복을 안 가져간 나는 사우나만 하려고 방에서 샴푸와 린스를 챙겨 갔다. 사우나는 옷을 갈아입는 곳부터 남녀 구분이 없었다. 정해진 사물함 번호 앞에서 여자건 남자건 옷을 훌렁 벗었다. 샤워를 하려고 들어간 샤워장엔 아예 문이 없었다. 이는 열심히 머리를 감는 동안 누구든 지나가며 볼 수 있는 ‘개방된 구조’라는 뜻이다. 나는 그 뻥 뚫린 샤워장에서 머리를 감을 용기가 없었다. 조용히 다시 방으로 올라온 나는 머리를 깨끗이 감고 사우나로 내려갔다. 슬로베니아만의 스파법이 있나 싶어 사우나 안에 있는 직원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멋 모르는 동양인이 실수를 하면 안 되니까. 그들이 하는 것처럼 사우나를 하고 싶었다. 별다른 건 없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사우나 안에서 땀을 흠뻑 낸 다음 나와서 샤워로 씻어 내고 다시 사우나로 들어가는 걸 반복하면 된다고 했다. 물도 충분히 마시고. 사우나 안에서 타월을 몸에 둘러도 되는지도 물어봤다.“꼭 벗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벗고 있는 게 훨씬 편할 텐데요. 너무 더워서 힘들 거예요. 맨 몸으로 있는 게 더 좋아요.” 오로지 다른 점이라면 여자뿐만 아니라 알몸의 슬로베니안 남자들도 있고, 나이 많은 노인들이 아니라 젊은 커플, 남자들도 많았다는 것이다. 함께 출장 중이던 잡지 기자 동료 둘과 함께 셋이서 열심히 블레드의 사우나를 탐방했다. 일행 중엔 20대의 젊은 기자들도 있었지만, 사우나를 아침저녁으로 들락거린 건 중년의 여자 기자들뿐이었다. 매일 빠듯한 일정 때문에 블레드에서 몇 시간씩 스파를 할 여유는 없었지만 그 짧은 사우나 후에도 보들보들한 피부와 ‘물광’이 흐르는 얼굴에 서로 감탄했다.블레드와 함께 유명한 또 하나의 스파 휴양지로는 돌렌스케토플리체가 있다. 슬로베니아 동남쪽에 있는 도시. 해발 179m에 자리한 이곳에는 포도원과 과수원이 많고 무엇보다 13세기 초에 발견된 온천수가 유명하다. 블레드는 율리안 알프스에서 스키를 탄 뒤 스파를 즐기려는 젊은층이 많이 찾는 반면, 이곳 돌렌스케토플리체는 전문적인 치료와 요양을 하는 노년층이 많이 찾는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치료가 결합된 만큼 이곳의 웰빙센터는 시설도 보다 전문적인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다.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발네아웰니스센터 안에는 세 개의 큰 야외 온천풀과 실내 풀이 갖춰져 있는데, 발네아호텔에서 긴 실내 통로를 통해 목욕 가운만 입고도 스파센터로 갈 수 있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더욱 유용한 통로다. 슬로베니아를 떠나는 날 아침에도 이곳에서 사우나를 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밖을 내다보며 조용히 몸을 담그고 있던 시간. 사우나를 하느라 마을은 둘러보지도 못했지만 조금도 아쉽지 않은 여행이었다. 이동미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정신질환자 병원 가두지 말고 함께 살아가자”

    “정신질환자 병원 가두지 말고 함께 살아가자”

    지난해 4월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안인득 사건’.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피난하는 입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주민 5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이 흉악범죄 이후 정신질환자에 관한 혐오도 짙어지고 있다. 우린 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정신과 전문의인 안병은 우리동네 대표가 쓴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한길사)은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안 대표는 17일 서울 중구 순화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신병원에 갇혀있는 10만명의 환자 중 80%는 바깥에서 살 수 있다”면서 함께 살아가면서 이들을 치료하는 ‘탈수용화’를 주장했다. 저자가 탈수용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정신병원의 효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정신병원에 다녀온 이들은 ‘정신병원’이라는 말만 들어도 흥분하곤 한다”면서 “환자를 가둬놓고 치료하는 병원은 이들에게 벌칙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이탈리아 사례를 들어 우리도 탈수용화가 얼마든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는 정신병원 폐쇄 운동을 한 프랑코 바질리아가 이끈 40년 동안의 정신보건개혁운동을 거치며 실효를 거뒀다. 병원에 있던 정신질환자들은 지역 사회로 돌아갔고, 지역 주민의 세밀한 관찰에 따라 문제가 있을 시에는 즉각 경찰로 인계된다. 안인득 사건 당시 7차례의 주민 신고에도 불구, 별다른 보호 조치가 없었던 우리 사례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처음에 이탈리아가 정신병원을 해체하고 탈수용화 정책을 시행했을 때는 그다지 효과가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의 범죄율이 현격히 줄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당장 이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그는 “주 정부가 정신병원을 관리 운영하는 이탈리아와 달리 한국은 90% 이상이 민간 소유이고, 정신질환에 관한 의료수가 역시 터무니 없이 낮다”면서 “우선은 정신병원이 좋은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의 점진적인 탈수용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예컨대 정신질환자를 가두고 치료하는 폐쇄병동이 아니라 일반병원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오가며 진단 받고 치료를 받는 개방병동 운영은 이런 방법 가운데 하나다. 책의 핵심도 탈수용화를 추진하는 7가지 방법에 초점을 둔다. 그는 우선 정신병원이 큰 효과가 없음을 인정하고(1.오래 입원한다고 좋아지지 않는다) 정신병원을 대체할 수 있는 정신건강센터, 주거와 재활을 위한 시설 등 대안 시설을 마련할 것(2.손님 맞을 준비를 해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병원을 찾이 않도록 할 것(3.돌고 돌지 않게 하라)을 주장한다. 또, 입원을 강권하지 말고 대체할 수 있는 중간 단계 치료의 활성화할 것(4.입구를 봉쇄하라), 그리고 사전에 인지하고 스스럼 없이 치료 받을 수 있게 하고(5.한 발 앞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라) 입원이 필요하다면 제대로 치료받게 하자(6.정신병원을 병원답게 만들어라)고 했다. 마지막 일곱번째는 우리 모두가 정신질환에 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7.우리 머릿속에 있는 담장과 쇠창살을 부숴라) 실제로 안 대표는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2014년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 비닐하우스 두 동을 임대해 농촌형 직업재활 사업을 시작했다. 이 가운데 2명이 현재 직원으로 일한다. 이 중에 한 명은 20대에 조현병이 발병하면서 가족들과 멀어져 오랜 세월 살기도 했다. 그는 이런 사업을 점차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 뿐 아니라 도시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신질환자를 그저 환자가 아닌,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봐야 합니다. 우리가 제대로 신경만 쓴다면, 충분히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요즘 과학 따라잡기] 신재생에너지도 기초가 튼튼해야

    기후변화 대응, 신재생에너지 확산 정책에 따라 바다 위에서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전기를 얻는 해상풍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설치 장소가 해상이다 보니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 육상에서 제작한 구조물을 운반선으로 이동시켜 하고, 수천t에 달하는 풍력발전기가 하중과 파도를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울퉁불퉁한 해저면을 고르기 위한 공사기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다중 격벽식 중공형 수중기초’ 기술이다. 구조물 이동이 용이하고, 대규모 공사 없이 바닥에 단단히 고정할 수 있어 공사기간과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해상풍력 구조물 내부에는 격벽을 만들어 부력을 확보한다. 따라서 대형 바지선에 무거운 구조물을 실을 필요가 없이 예인선으로 수월하게 작업현장까지 운반할 수 있다. 설치 장소에 도착하면 격벽에 바닷물을 채우고 주입량을 조절해 구조물의 평형을 유지하면서 가라앉힐 수 있다. 바닥에 닿으면 5개의 평형조절장치가 완벽한 평형을 잡아 주는 사이 구조물 안으로 콘크리트를 주입해 해저면과 고정시킨다. 구조물 바닥에 있는 유연멤브레인은 콘크리트 모르타르로 채워 구조물을 더욱 단단하게 지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제주도처럼 암반 해저지반에 ‘다중 격벽식 중공형 수중기초’ 기술이 보급된다면 예산 절감과 안정성 확보 및 에너지 효율 증대를 통해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윤길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 마트 배송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 그는 산재보험도 가입할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늘어난 배송 물량을 감당하느라 택배 업계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형마트 배송 노동자가 업무 도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마트 배송은 노동자가 직접 검수해야 하고 생수, 절인 배추 등 무거운 물품이 많아 노동 강도가 세지만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경기 고양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5일 대형마트 온라인 주문을 배송하던 A(65)씨가 고양시 한 아파트 승강기 앞에서 쓰러진 뒤 숨졌다. 마트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문량이 증가해 과로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터졌다”고 말했다. 마트 배송 노동자들은 주 6일 하루 20~25건을 배송하면 월 300만~350만원 정도의 기본급을 받는다.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택배 배송은 한 집에 2건을 배송하면 2배의 수수료를 받는다. 반면 마트 배송은 한 집에서 3건의 온라인 주문을 결제하더라도 1건으로 친다. 코로나19로 쌀, 생수 등 무거운 생필품을 마트 온라인몰에서 주문하는 경우가 늘어 업무 강도도 세졌다. 마트노조가 지난 4월 전국 홈플러스 온라인 배송기사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돌려보니 코로나19 이후 배송량이 1.8배로 증가했다는 대답이 나왔다. 하루 운송 무게는 평균 985㎏, 한 번 배송할 때 들었던 가장 무거운 상품은 65.8㎏이었다. 배송의 42.8%는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고 노동자들은 전했다. 최근 2달 동안 ‘아파도 일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85.4%에 달했다. 아파도 쉬려면 하루 15만~20만원을 주고 대체차량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택배 노동자들이 공짜 노동인 분류 작업을 하는 것처럼 마트 배송 노동자들도 배송 시간보다 일찍 출근해 물품을 직접 검수하고 차에 싣는다. 주 60시간 일하면서 기본급을 받지만 유류비, 차량구입 할부비용 등 약 100만원을 빼면 순소득은 200만원대라고 마트노조는 설명했다. 마트 배송 노동자들은 택배 노동자와 업무나 계약구조가 비슷하지만 택배 노동자와 달리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지난 7월부터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한 특수고용 노동자 직종에 화물차주도 추가됐지만, 수출입 컨테이너, 시멘트, 철강재, 위험물질 운송 화물차주를 포함시키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안전벨트는 사치”… 하루 3시간 자며 목숨 건 레이스

    “안전벨트는 사치”… 하루 3시간 자며 목숨 건 레이스

    새벽배송 기사들에게 위험은 속도의 문제로 치환된다. 이들에게 새벽은 동트기 전까지 배송을 완수하기 위한 사투의 시간이다. 출근길 교통정체로 지연된 배송 상품에 대한 변제 책임은 기사들 부담이다. 밤의 컨베이어벨트에 올라탄 야간노동자들은 노동 과잉(투잡)과 마감 시간(데드라인), 플랫폼 기업 간 무한 경쟁이 빚어내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2015년부터 이마트몰과 마켓컬리에서 주야간 투잡 배송을 해온 6년 차 배송기사 임정길(55·가명)씨와 올 3월부터 7개월째 플랫폼 화물탁송과 이마트몰 배송을 주야간 도는 김철환(35·가명)씨의 밤을 쫓았다.●밤새 숨 돌릴 시간은 화장실 단 한 번 지난달 5일 밤 11시 40분. 김씨는 경기 김포의 이마트몰 ‘네오3물류센터‘로 1t 배송 트럭을 몰고 출근했다. 매일 2차례 운행하는 새벽배송의 1회 차 신선식품 등을 싣기 위해서다. 그가 물류센터를 나선 시각은 오전 0시 15분. 배송 마감을 위해 최대 시속 130㎞로 강변북로를 빠르게 내달렸다. 김씨는 “오늘은 동선이 튀었다”며 악셀을 더 세게 밟았다. “튀었다”는 말은 그가 배송해야 할 담당 구역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구역의 물품이 배정된 상황을 가리킨다. 김포에서 첫 배송지인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학까지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가로등조차 켜지지 않은 한 밤의 캠퍼스 안을 헤매면서 11분을 소요했다. 보통 1곳당 2~3분이 걸리는 배송 시간을 4배 가까이 소비했다. 그는 전용 보냉백에 담은 신선식품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앱에 인증했다. 김씨의 모습에서 초조함이 느껴졌다. 15도의 서늘한 기온에도 그는 반팔 유니폼 차림으로 쫓기듯 다녔다.그의 1회 차 신선식품 배송 14건은 새벽 2시 26분 모두 소화됐다. 김씨가 한숨 돌린 시간은 용변을 본 30초가 전부였다. 구내 식당 야식도 건너뛴 그는 다시 1시간 동안 물건을 싣고는 2회 차 배송을 시작했다. 이마트몰과 마켓컬리는 야채나 고기 등 신선식품이 주된 배송 물품이다. 물량이 작아도 배송 동선이 집중돼 있지 않아 배송 속도가 더 중요하다. 새벽배송 기사들의 안전불감증은 이 구조에 기인한다. 김씨도 배송 내내 안전벨트를 아예 하지 않았다. 그는 “어쩔 수 없어요. 사고 나면 그냥 가는 거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처음 이 일을 배울 때 ‘안전벨트까지 찼다 풀었다 하면 제때 배송 못한다’는 말을 이제는 실감한다”고 했다. 과속에다 마감에 쫓기는 새벽 배송으로 인한 사고 위험은 상시적이다. 김씨는 이날도 양방향 6차로를 무단횡단하던 취객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갔다. 그의 여정은 오전 7시에 끝났다. 서울 강북 지역의 2회 차 물량 23건 배송을 끝낸 그의 배송 속도는 8분당 1건씩이었다. 김씨는 “센터에 복귀해 짐칸을 비우고 곧바로 화물 콜을 해야 한다”며 분주히 낮의 노동으로 다시 향했다. 지난 9월 24일 조수석에 함께 타 지켜본 임씨의 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5년째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을 맡아 온 베테랑이다. 그런 그에게도 기피하는 이른바 ‘똥짐’이 있다. 주로 쌀이나 생수 등 부피가 크고 무거운 물품이다. 임씨는 이날 1.5L짜리 생수 6병 묶음 5개를 새벽까지 배송하느라 구슬땀이 흘렀다. 그가 이날 새벽 1시부터 5시 15분까지 소화한 물품은 78개였다.●하청·재하청 속 개인사업자 분류… 아파도 못 쉬어 새벽배송 기사들은 대부분 ‘투잡’을 뛴다. 김씨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회사가 돌연 폐업하면서 지난 3월 새벽배송 세계에 진입했다. 그는 SSG닷컴이 하청을 준 대한통운의 2차 하청업체 소속이다. 그는 영업용 번호판 등록비 300만원과 중고 1t 트럭 값 2700만원 등 약 3000만원을 빚지고 일을 시작했다. 그가 새벽배송을 생계의 선택지로 삼은 이유는 단순했다. “돈이 돼 보여서”. SSG닷컴은 주간보다 야간노동에 50만원씩 더 지급한다. 마켓컬리나 쿠팡 등도 운수사들의 주간 투잡을 기사 모집 유인책으로 쓰는 상황을 묵인한다. 몸만 따라주면 600만원에서 800만원까지 벌이가 가능한 구조이지만 실제 그 정도 수익을 달성하려면 하루 2~3시간씩 자며 밤낮없이 배달해야 가능하다. 김씨도 일요일 밤부터 금요일까지 주 6일 새벽배송을 한다. 그의 수익은 월급 400여만원과 스마트폰의 플랫폼 앱으로 화물 콜을 잡아 뛰는 대가로 번 200여만원까지 총 600만원이다. 김씨는 “다달이 나가는 차량 할부 값 70여 만원과 영업용 번호판 임대료 30만원, 실직 기간에 발생한 빚 등을 합쳐 매달 200만원이 고정 지출로 빠진다”고 했다. 배송기사들은 컨디션이 나쁘거나 별안간 아파도 쉴 수 없다. 이들은 영업용 번호판을 운수사로부터 임대해 운행하는 지입 기사들이다. 즉 업체에 직고용된 직원이 아닌 개인 사업자들이다. 일반 직장인처럼 연차를 쓰려면 대신 일을 할 ‘용차(용달화물차)´를 써야 한다. 이 용차비는 하루 20만~25만원으로 원래 일당보다 더 비싸다.●수요 폭증에 업체간 경쟁… 위험비용은 노동자 몫 새벽배송 시장은 유통업체 간 선점 경쟁이 뜨겁다. 이들 기업들은 배송 차량과 차량 유지비·산재 보험비 등을 지급하지 않는다. 새벽배송 수요가 폭증해도 기업의 투입 비용은 절감되는 반면 위험 비용은 개별 배송 노동자들에게 더 많이 전가되는 구조다. 대형 유통업체 아래 하청·재하청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지입 기사들은 밤 노동의 카스트 밑바닥 층이다. 배송 지연으로 인한 위약금이나 고객의 반품처리는 배송기사들이 사비로 변제한다. 물류센터에서 물건이 늦게 올라올때마다 ‘죽음의 배송’ 레이스가 벌어지는 이유다. 배송 기사들은 새벽배송 일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임씨는 “중2 아들과 고2 큰딸을 교육시키려면 계속 일해야 하는데 새벽배송은 우리 가족이 중산층의 삶을 꿈꾸는 유일한 사다리”라고 강조했다. 삶을 갈아넣는 노동 과잉의 또 다른 이면이다. 글·영상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글·영상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기사에 담지 못한 야간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서울신문 인터랙티브 사이트(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nightwork/)에서 더 살펴볼 수 있습니다.
  • [달빛노동 리포트] 밤마다 펼쳐지는 새벽배송 ‘죽음의 레이스’

    [달빛노동 리포트] 밤마다 펼쳐지는 새벽배송 ‘죽음의 레이스’

    새벽배송 기사들에게 위험은 속도의 문제로 치환된다. 이들에게 새벽은 동트기 전까지 배송을 완수하기 위한 사투의 시간이다. 출근길 교통정체로 지연된 배송 상품에 대한 변제 책임은 기사들 부담이다. 밤의 컨베이어벨트에 올라탄 야간노동자들은 노동 과잉(투잡)과 마감 시간(데드라인), 플랫폼 기업 간 무한 경쟁이 빚어내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2015년부터 이마트몰과 마켓컬리에서 주야간 투잡 배송을 해온 6년 차 배송기사 임정길(55·가명)씨와 올 3월부터 7개월째 플랫폼 화물탁송과 이마트몰 배송을 주야간 도는 김철환(35·가명)씨의 밤을 쫓았다.   #밤새 뛰고 숨 돌릴 시간은 화장실 단 한 번...안전벨트는 ‘사치‘ 지난달 5일 밤 11시 40분. 김씨는 경기 김포의 이마트몰 ‘네오3물류센터‘로 1t 배송 트럭을 몰고 출근했다. 매일 2차례 운행하는 새벽배송의 1회 차 신선식품 등을 싣기 위해서다. 그가 물류센터를 나선 시각은 오전 0시 15분. 배송 마감을 위해 최대 시속 130㎞로 강변북로를 빠르게 내달렸다. 김씨는 “오늘은 동선이 튀었다”며 악셀을 더 세게 밟았다. “튀었다”는 말은 그가 배송해야 할 담당 구역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구역의 물품이 배정된 상황을 가리킨다. 김포에서 첫 배송지인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학까지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가로등조차 켜지지 않은 한 밤의 캠퍼스 안을 헤매면서 11분을 소요했다. 보통 1곳당 2~3분이 걸리는 배송 시간을 4배 가까이 소비했다. 그는 전용 보냉백에 담은 신선식품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앱에 인증했다. 김씨의 모습에서 초조함이 느껴졌다. 15도의 서늘한 기온에도 그는 반팔 유니폼 차림으로 쫓기듯 다녔다. 그의 1회 차 신선식품 배송 14건은 새벽 2시 26분 모두 소화됐다. 김씨가 한숨 돌린 시간은 용변을 본 30초가 전부였다. 구내 식당 야식도 건너뛴 그는 다시 1시간 동안 물건을 싣고는 2회 차 배송을 시작했다. 이마트몰과 마켓컬리는 야채나 고기 등 신선식품이 주된 배송 물품이다. 물량이 작아도 배송 동선이 집중돼 있지 않아 배송 속도가 더 중요하다. 새벽배송 기사들의 안전불감증은 이 구조에 기인한다. 김씨도 배송 내내 안전벨트를 아예 하지 않았다. 그는 “어쩔 수 없어요. 사고 나면 그냥 가는거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처음 이 일을 배울 때 ‘안전벨트까지 찼다 풀었다 하면 제때 배송 못한다’는 말을 이제는 실감한다”고 했다. 과속에다 마감에 쫓기는 새벽 배송으로 인한 사고 위험은 상시적이다. 김씨는 이날도 양방향 6차로를 무단횡단하던 취객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갔다. 그의 여정은 오전 7시에 끝났다. 서울 강북 지역의 2회 차 물량 23건 배송을 끝낸 그의 배송 속도는 8분당 1건씩이었다. 김씨는 “센터에 복귀해 짐칸을 비우고 곧바로 화물 콜을 해야 한다”며 분주히 낮의 노동으로 다시 향했다. 지난 9월 24일 조수석에 함께 타 지켜본 임씨의 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5년째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을 맡아 온 베테랑이다. 그런 그에게도 기피하는 이른바 ‘똥짐’이 있다. 주로 쌀이나 생수 등 부피가 크고 무거운 물품이다. 임씨는 이날 1.5L짜리 생수 6병 묶음 5개를 새벽까지 배송하느라 구슬땀이 흘렀다. 그가 이날 새벽 1시부터 5시 15분까지 소화한 물품은 78개였다. #3시간 자며 일해도…“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 새벽배송 기사들은 대부분 ‘투잡’을 뛴다. 김씨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회사가 돌연 폐업하면서 지난 3월 새벽배송 세계에 진입했다. 그는 SSG닷컴이 하청을 준 대한통운의 2차 하청업체 소속이다. 그는 영업용 번호판 등록비 300만원과 중고 1t 트럭 값 2700만원 등 약 3000만원을 빚지고 일을 시작했다. 그가 새벽배송을 생계의 선택지로 삼은 이유는 단순했다. “돈이 돼 보여서”. SSG닷컴은 주간보다 야간노동에 50만원씩 더 지급한다. 마켓컬리나 쿠팡 등도 운수사들의 주간 투잡을 기사 모집 유인책으로 쓰는 상황을 묵인한다. 몸만 따라주면 600만원에서 800만원까지 벌이가 가능한 구조이지만 실제 그 정도 수익을 달성하려면 하루 2~3시간씩 자며 밤낮없이 배달해야 가능하다. 김씨도 일요일 밤부터 금요일까지 주 6일 새벽배송을 한다. 그의 수익은 월급 400여만원과 스마트폰의 플랫폼 앱으로 화물 콜을 잡아 뛰는 대가로 번 200여만원까지 총 600만원이다. 김씨는 “다달이 나가는 차량 할부 값 70여 만원과 영업용 번호판 임대료 30만원, 실직 기간에 발생한 빚 등을 합쳐 매달 200만원이 고정 지출로 빠진다”고 했다. 배송기사들은 컨디션이 나쁘거나 별안간 아파도 쉴 수 없다. 이들은 영업용 번호판을 운수사로부터 임대해 운행하는 지입 기사들이다. 즉 업체에 직고용된 직원이 아닌 개인 사업자들이다. 일반 직장인처럼 연차를 쓰려면 대신 일을 할 ‘용차(용달화물차)’를 써야 한다. 이 용차비는 하루 20만~25만원으로 원래 일당보다 더 비싸다. 새벽배송 시장은 유통업체 간 선점 경쟁이 뜨겁다. 이들 기업들은 배송 차량과 차량 유지비·산재 보험비 등을 지급하지 않는다. 새벽배송 수요가 폭증해도 기업의 투입 비용은 절감되는 반면 위험 비용은 개별 배송 노동자들에게 더 많이 전가되는 구조다. 대형 유통업체 아래 하청·재하청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지입 기사들은 밤 노동의 카스트 밑바닥 층이다. 배송 지연으로 인한 위약금이나 고객의 반품처리는 배송기사들이 사비로 변제한다. 물류센터에서 물건이 늦게 올라올때마다 ‘죽음의 배송’ 레이스가 벌어지는 이유다. 배송 기사들은 새벽배송 일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임씨는 “중2 아들과 고2 큰딸을 교육시키려면 계속 일해야 하는데 새벽배송은 우리 가족이 중산층의 삶을 꿈꾸는 유일한 사다리”라고 강조했다. 삶을 갈아넣는 노동 과잉의 또 다른 이면이다. 글·사진·영상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글·사진·영상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코로나19 은폐 의혹 무시…아끼는 개 ‘황금동상’ 만든 대통령 누구?

    코로나19 은폐 의혹 무시…아끼는 개 ‘황금동상’ 만든 대통령 누구?

    코로나19 은폐 의혹에도 불구,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의 기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시내 한복판에 아끼는 개의 황금 동상을 제작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이 중앙아시아셰퍼드 황금 동상을 세우고 호화 기념식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열린 동상 제막식에 직접 참석해 해당 견종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제막식에는 유명 가수와 안무가들이 총출동해 동상을 둘러싸고 화려한 공연을 펼쳤다.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슈가바트 원형 교차 한가운데 우뚝 선 높이 12m짜리 황금 동상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유서 깊은 고대 견종 중앙아시아셰퍼드를 형상화했다. 구소련이 원산지로 일명 '알라바이'라 불리는 중앙아시아셰퍼드는 4000년 전부터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목축견으로 길러졌다. 투르크메니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 서식하고 있다.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지난해 관련 책을 집필하기도 했을 만큼 중앙아시아셰퍼드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남다르다. 2017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새끼 중앙아시아셰퍼드를 선물하며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아들은 해당 견종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준비도 끝마쳤다. 코로나19 은폐 의혹에는 아랑곳 않는 기이한 행보다.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팬데믹 이후 줄곧 '코로나19 제로'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로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공식적으로 보고된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 하지만 이런 정부 주장과 달리 실제로는 코로나19가 상당 수준 번졌을 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1일 자유유럽방송(RFE)은 병원마다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넘쳐, 시민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기를 꺼려한다고 전했다. 병원에 갔다가 행여 코로나19에 전염될까 싶어 아파도 집에 있는 사람이 많다는 설명이다. 또 코로나19와 비슷한 폐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들 시신이 특수 비닐가방에 담겨 유가족에게 전달되고 있으며, 묘지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현지 상황을 주시하던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8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독립 조사 허용을 요구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확진자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투르크메니스탄 정부는 그러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긴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임에는 분명하다. 한편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의 기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코로나19 우려를 무시한 채 대규모 인원이 집결하는 승마 행사를 강행해 국제 사회의 비난을 샀다. 중앙아시아 최빈국 중 하나인 투르크메니스탄은 풍부한 천연가스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2006년 취임 후 15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는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의 독재 속에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섬, 예술과 ‘썸’

    섬, 예술과 ‘썸’

    문화와 예술의 옷을 입는 섬들이 늘고 있다. 섬 고유의 풍경에 설치미술 작품이나 경관조명 등이 더해지면서 한결 볼거리가 늘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비대면 여행을 선호하는 최근의 추세가 섬으로의 여행에 불을 지폈다. 한국관광공사가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섬’을 테마로 11월에 가볼 만한 섬들을 추천했다. 글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①바다 풍경과 예술이 하나 되다 - 인천 신시모도 인천 옹진에 속한 신시모도는 수도권에서 가기 쉬운 섬이다. 신도와 시도, 모도가 다리로 연결되면서 요즘은 아예 ‘신시모도’라고 붙여 부른다. 요즘 이 섬에서 가장 ‘핫’한 곳은 모도에 있는 배미꾸미조각공원이다. 초현실주의 작품 80여점이 자유분방하게 전시돼 있다. 작품들이 바다에 인접해 있어 파도의 높낮이와 물때에 따라 보는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버들선생’이다. 만조 때엔 작품 아래가 물에 잠겨 바다에 떠 있는 듯 보인다. 박주기도 인기다. 땅이 박쥐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박주기 바닷가엔 ‘Modo’라고 쓰인 빨간색 조형물이 설치돼 사진 명소로 알려졌다. 시도에선 수기 해변의 풍광이 빼어나다. 신도에는 걷기 좋은 구봉산(178m)이 있다. 산길이 완만해 바닷바람 맞으며 트레킹하기 적당하다.②지붕 없는 미술관서 쉼표를 찍다 - 여수 장도 전남 여수 앞바다에 있는 장도는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린다. 산뜻하게 정비된 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만 해도 잘 꾸며진 미술관을 관람하고 나온 기분이 들 정도로 예술 작품들이 많다. 장도 관람로는 길이에 따라 3개 코스로 나뉜다. 하지만 해안선 길이가 1.85㎞에 불과해 코스 구분은 별 의미가 없고, 결국 전체 구간을 다 걷는 경우가 보통이다. 다양한 예술 작품 외에 전시관, 전망대 등도 마련됐다. 바다를 보며 잠시 쉬기 좋은 허브정원과 다도해정원도 이곳의 자랑이다. 장도에 들어가려면 진섬다리를 건너야 한다. 과거 섬 주민이 오가던 노두를 활용한 다리로, 예나 지금이나 하루 두 번 바다에 잠긴다.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과거의 섬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장도 인근의 여수 선소 유적은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든 장소다. 진남관에서 여수해양공원을 잇는 고소천사벽화마을, 향일암 등도 놓치지 말자.③순례자의 길 ‘섬티아고’ 걷다 - 신안 기점·소악도 섬 여행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요즘 가장 입길에 오르내리는 섬은 전남 신안의 기점·소악도다. 스페인의 산티아고를 본뜬 ‘순례자의 길’ 덕분에 ‘섬티아고’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섬엔 예수의 열두 제자를 모티브 삼은 12개의 작은 예배당이 있다. 우리나라와 프랑스, 스페인의 건축·미술가들이 섬에 머물며 지었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까지 이어지는 순례자의 길은 이렇게 완성된 예배당 12곳을 따라 총 12㎞를 걷는다. 다만 섬과 섬을 연결하는 노두가 밀물이면 잠기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 예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웃한 암태도와 자은도, 반월·박지도도 요즘 새롭게 주목받는 섬이다. 자은도는 무인도 두 곳을 연결한 ‘무한의 다리’로 눈길을 끈다. 반월·박지도는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는 물론 마을 지붕과 도로, 심지어 마을 식당에서 사용하는 그릇까지 온통 보라색이다.④보석 같은 섬에 벽화를 입히다 - 제주 추자도 추자도는 제주도에서 배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하는 섬 속의 섬이다. 최근 이곳에 문화 예술 바람이 불고 있다. 추자항 뒤쪽에는 아픈 역사가 깃든 ‘치유의 언덕’이 있다. 대서리 벽화 골목에선 춤추듯 일렁이는 파도를 따라 추자10경을 담은 벽화가 모습을 드러낸다. 영흥리로 발걸음을 옮기면 색색 타일로 꾸민 벽화 골목이 반긴다. 아담한 카페처럼 꾸민 후포갤러리에서 잠시 쉬어도 좋다. 묵리로 향하는 고갯길에는 아름다운 바다와 작은 섬을 배경처럼 두른 포토존이 근사하다. 언어유희를 즐기는 묵리 낱말고개도 흥미를 끈다. 신양항 앞에는 하석홍 작가의 ‘춤추자’가 있고, 옛 냉동 창고를 활용한 후풍갤러리는 곧 문을 열 예정이다.⑤서포 김만중의 좌절과 꿈이 깃들다 - 남해 노도 경남 남해는 조선시대 대표적 유배지였다. ‘구운몽’의 저자 서포 김만중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절해고도인 노도에 유폐돼 창작열을 불태웠다. 노도는 벽련마을 앞에 있는 작은 섬이다. 평안도 선천 유배지에서 고전소설의 걸작으로 꼽히는 ‘구운몽’을 쓴 그는 노도에서 ‘사씨남정기’와 평론집 ‘서포만필’ 등을 썼다. 김만중은 끝내 유배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3년 남짓 노도에 살다가 숨을 거뒀다. 남해군은 김만중의 유적과 이야기를 엮어 노도를 ‘문학의 섬’으로 조성했다. 김만중문학관, 서포초옥, 야외전시장 등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문학 여행지로 제격이다. 노도 인근의 대국산성은 조망이 일품이다. 11월 말 개장 예정인 설리스카이워크에서는 바다를 향해 그네를 타며 스릴을 즐길 수 있다.
  • [열린세상] 암흑물질의 정체는 원시 블랙홀/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열린세상] 암흑물질의 정체는 원시 블랙홀/조현욱 과학과 소통 대표

    암흑물질의 정체는 원시 블랙홀일까? 우주의 질량 대부분(85%)을 차지하는 암흑물질의 정체는 수수께끼다. 최근 논문에 따르면 우주가 태어난 직후 생겨난 원시 블랙홀 집단이다. 암흑물질이란 스스로 전자파를 방출하지도 남의 빛을 반사하지도 않는 미지의 물질이다. 이것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은하를 이루는 별들의 회전속도에서 계산되는 질량은 은하 내의 별이나 성간물질을 합친 것보다 훨씬 더 크다. 또한 은하나 은하단의 중력은 그 주변을 지나가는 빛을 휘게 만드는데(중력 렌즈 효과) 이를 통해 계산된 질량은 실제 관측된 질량을 크게 넘어선다. 블랙홀이란 자체 중력이 너무나 강해서 어떤 입자나 복사파도 그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는 시공간의 영역을 의미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충분히 밀도가 높은 물체는 시공간을 왜곡해 블랙홀을 만들 수 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이런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영국의 로저 펜로즈에게 주어졌다. 나머지 공동 수상자 두 명은 우리 은하의 중심에 태양 질량 430만배 규모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별 규모의 블랙홀은 무거운 별이 타고 남은 잔해가 태양 질량의 3~4배가 되면 스스로 수축해서 만들어진다. 여기에 빨려 들어가는 외부 물질이 뿜어내는 입자나 빛, 다른 별이나 행성의 운동에 미치는 영향, 주변을 지나가는 광선이 휘는 렌즈 효과를 통해 간접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 원시 블랙홀이란 우주 탄생 직후인 138억년 전에 만들어진 것을 말한다. 기본 입자들이 뭉쳐 무거운 입자가 되면서 우주의 압력이 낮아졌고 이 덕분에 원시 블랙홀도 많이 생겨날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위의 블랙홀이나 물질을 흡수해 점점 커질 수 있다. 1970년대 스티븐 호킹이 존재를 추론했으나 아직 관측되지는 않고 있다. 여기에 대한 관심은 2015년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ㆍLIGO)가 작동하면서 급증했다. 서로의 주위를 돌던 블랙홀들이 합쳐지는 현상이 속속 관측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주에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블랙홀이 있다면 원시 블랙홀도 많이 존재할지 모른다. 이것이 수십년간 탐구해도 전혀 발견되지 않는 암흑물질의 정체일 수도 있다.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무거운 입자, 초대칭입자인 뉴트랄리노 등에 이어 후보군이 하나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2017년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계산 결과가 나왔다. 초기 우주에 지금의 암흑물질을 설명할 만큼 많은 블랙홀이 있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대부분 서로 주위를 도는 쌍성이 됐다가 합쳐졌을 것이다. 그러면 라이고에서 실제 관측된 것보다 수천 배 많은 합체 현상이 일어났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난점은 극복이 가능하다. 지난 9월 ‘우주론과 천체입자물리학 저널’(Journal of Cosmology and Astroparticle Physics)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그렇다. 프랑스 몽펠리에대학의 카르스텐 제담지크가 발표했다. 태초 대량의 원시 블랙홀이 만들어졌지만 라이고의 관측과 일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는 수치 시뮬레이션 결과다. 원시 블랙홀은 실제로 쌍성이 되겠지만 블랙홀이 넘쳐나는 우주에서는 세 번째 블랙홀이 다가와 둘 중 하나와 자리를 바꾸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파트너를 바꾸는 과정은 수없이 되풀이되고, 쌍성은 거의 원형 궤도를 돌게 된다. 원시 블랙홀이 엄청 많다고 할지라도 이것들이 합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원시 블랙홀들은 2~3광년 정도의 지름을 가진 무리를 이루어 우주 도처에 자리잡고 있다. 태양 30배 질량의 괴물을 중심으로 이보다 작은 블랙홀 1000개 정도가 나머지 공간을 채우고 있을 터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물리학자는 암흑물질을 구성하는 것이 탐지가 극도로 어려운 모종의 기본 입자일 것이라고 믿고 있다. 결론은 관측이 말해 줄 것이다. 태양보다 작은 질량을 가진 블랙홀이 하나만 발견돼도 상황 전체가 달라질 것이다. 이런 물체는 원시 블랙홀 시나리오에 따르면 매우 흔할 것이고 별을 통해서는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2020년대 중반에 미항공우주국이 발사할 로만우주망원경에 대한 기대가 큰 또 하나의 이유다.
  • ‘리필’, ‘비건’…착하게 산다

    ‘리필’, ‘비건’…착하게 산다

    넷플릭스 미국 시트콤 ‘굿플레이스’는 굿플레이스(천국)와 배드플레이스(지옥)의 모습을 현대적인 감각과 윤리학적 사유를 토대로 재구성한 수작이다. 한 에피소드에서 주인공들은 ‘왜 현대사회에서 굿플레이스에 입성하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적어지는지’ 분석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현대인의 일상이 너무 복잡해져서다. 장미꽃을 주문해 할머니에게 선물한 현대인 A씨. 일반적으로는 선행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굿플레이스 시스템에서는 오히려 감점을 받았다. 알고 보니 그가 산 장미꽃은 환경에 유해한 살충제가 뿌려졌으며 학대받은 노동자가 꺾어서 생산한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동력을 착취해 만든 휴대전화로 장미꽃을 주문했고, 이것을 배송하느라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에 탄소발자국도 남겼다. 그렇게 판매된 장미꽃 값은 탐욕스러운 자본가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삶이 편해질수록 착한 사람이 되기 어려워지는 현대사회의 역설을 잘 보여 준다. 최근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인간들은 지속가능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착한 소비’에 주목하게 된 이유다. 작은 것을 사더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것. 내가 사용한 뒤에는 어떻게 쓰일지, 혹시 하나뿐인 지구에 부담을 주진 않는지 살피는 것. 이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니 자연히 관련 제품도 많아진다. ●필(必)환경에 ‘리필’은 기본 10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아모레스토어 광교 매장에 ‘리필 스테이션’①을 열었다. 코코넛 껍질로 만든 리필용기에 샴푸 등 15개 제품 중 내용물을 원하는 만큼만 담아 갈 수 있는 곳이다. 일반 제품보다 가격도 저렴하다. 위생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제조한 뒤 100일 이내 내용물만 사용하고 용기도 리필하기 전 자외선으로 소독한다. 이마트도 비슷한 시도를 했다. 친환경 세제업체 ‘슈가버블’과 손잡고 이마트 내 ‘에코리필스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전용 용기를 가지고 오면 세탁세제·섬유유연제를 최대 40% 할인된 가격에 담아 갈 수 있다. 현재 성수점, 트레이더스 안성점 2곳에서만 운영 중이지만 앞으로 더 확대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빨대 파스타’를 선보였다. 플라스틱, 종이를 넘어 ‘먹을 수 있는’ 빨대다. 영국기업 ‘스트루들즈’의 제품을 들여온 것이다. 차가운 음료에서도 1시간 동안 단단한 형태를 유지한다. 금방 흐물거리는 종이 빨대보단 낫다. 사용한 뒤 소금물에 넣고 10분간 끓이면 쫄깃한 파스타로 재탄생한다. 아워홈은 전국 800여곳 점포에 ‘생분해성 비닐봉투’를 최근 도입했다. 썩지 않는 비닐봉투와 달리 매립하면 6개월 이내에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것이 특징이다.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지양하는 삶의 태도 ‘비건’은 업계의 유행이 된 지 오래다. 그동안 동물실험으로 논란을 빚은 화장품 업계에서 적극적인 반성이 이뤄지고 있다. 씨티케이코스메틱스는 지난달 비건 전문 브랜드 ‘슈어베이스’②를 론칭했다. 동물성 원료 등을 첨가하지 않는다는 뜻인 ‘노노리스트’를 구축하고 이를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성분으로 대체한 제품을 내놓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탈리아 스킨케어 브랜드 ‘컴포트존’의 국내 판권을 최근 획득했다. ‘지속가능한 아름다움’이 철학인 이 브랜드는 모든 제품에서 동물성 원료 사용을 배제하고 자연 유리 성분 함량을 극대화한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효과적인 성분 배합을 찾는다. 용기, 패키지를 제작할 때도 재활용 플라스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등 ‘탄소 중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곳도 있다. 석유·화학 사업은 태생적으로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 그래도 ‘최소한’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는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윤활유 사업 자회사 SK루브리컨츠는 이달 한 달간 자사 제품 ‘지크 제로’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캠핑박스를 1000원에 판매한다. 지크 제로는 초저점도 윤활유로 유해물질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주는 제품이다. 심지어 제품 용기도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SK 관계자는 “회사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기획한 활동”이라고 했다. ●패션도 명품도 친환경이 대세 패션업계도 최근 이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H&M은 영국의 앨런맥아더재단과 손잡고 ‘리디자인 데님 컬렉션’③을 출시했다. 오가닉, 리사이클 코튼으로 제작됐으며 청바지에 들어가는 염료도 일반 제품 대비 물·에너지 낭비가 덜하다. 금속이 들어가는 부분에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세심함을 보였다. 여기에 최근 고객의 헌 옷을 새 옷으로 탈바꿈해 주는 ‘리사이클 시스템 루프’도 론칭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가이자 환경 운동가인 제인 구달, 기후 운동가 빅 배럿 등이 참여하기도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탈리아 패딩 브랜드 ‘세이브더덕’④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인 오리털 패딩과는 달리 이 브랜드 제품은 동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는 대신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신소재로 오리털의 보온성과 가벼움을 재현한 ‘플룸테크’를 충전재로 쓴다고 내세운다. 거의 무조건 세탁소에 맡겨야 하는 오리털 패딩과 달리 집에서 물세탁도 가능하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도 친환경 리사이클 원단으로 제작한 가방 ‘에코 플래닛백’⑤을 출시했다. 네파는 일회용 비닐우산커버를 재사용이 가능한 방수 원단으로 대체하는 ‘레인트리 캠페인’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콧대 높은 명품도 흐름에 편승했다. 프라다는 세계 각지에서 수거한 폐기물로 만든 나일론으로 제품을 만드는 ‘리나일론 프로젝트’ 관련 신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버버리도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리버버리 에디트’ 컬렉션을 내놨고 루이비통도 스카프를 만들고 남은 실크를 활용한 ‘비 마인드풀’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알렉산더 매퀸도 이전 패션쇼에서 사용하고 남은 원단을 재가공한 제품을 내놓으며 관심을 끌었다. 착한 소비의 영역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그릇도 친환경 제품이 있다. 핀란드 프리미엄 그릇 브랜드 이딸라는 최근 세계 최초로 재활용한 유리만을 사용한 ‘100% 리사이클 에디션’을 출시했다. 화병·캔들홀더·텀블러 등을 재활용한 유리로 만든다. 재활용 공정에서 발생하는 기포를 그대로 살린다. 원재료에 따라서 색상도 다양하다. 제품을 감싸는 포장재도 플라스틱이 아닌 재활용할 수 있는 판지다. 글로벌 가구 브랜드 이케아⑥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도 성장 전략이 ‘지속가능성’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구를 제작할 때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하며 고객이 사용한 이케아 가구를 매입한 뒤 이를 다시 판매하는 ‘바이백 서비스’, 가구를 배송할 때도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기차 배송 서비스’도 앞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제품의 순환 과정에 집중하는 사회공헌도 눈길을 끈다. 커피 브랜드 네슬레는 커피 농가에 고품질 커피 묘목을 제공하고 농업 기술을 교육했다. 이렇게 생산한 원두를 직접 구매해 농가 소득을 보전했다. 사회적 책임 경영으로 유명한 프랑스 식품 기업 다논은 프랑스에서 독일로 가는 운송 방식을 트럭에서 철도로 전환해 연료 사용량을 대폭 줄였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세 자릿수 확진’에 불안한 거리두기 1단계... “단계 상향 조정할 수도”

    ‘세 자릿수 확진’에 불안한 거리두기 1단계... “단계 상향 조정할 수도”

    최근 들어 일상 공간을 고리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발병이 잇따르면서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 양상이다. 충남 천안·아산시에 이어 강원 원주시도 10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에서 1.5단계로 올리기로 한 가운데, 수도권도 지금의 확산세를 막지 못하면 1.5단계 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국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126명으로, 직전일인 8일(143명)에 이어 이틀 연속 세 자릿수를 나타냈다. 주말·휴일의 특성상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평일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는데도 확진자 수가 100명대를 기록했다. 지난 1∼7일 일주일 동안 방역당국에 신고된 신규 확진자 773명의 감염 경로를 보면 ‘국내 집단발생’ 244명(31.6%), ‘선행 확진자 접촉’ 178명(23.0%)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달 12일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낮아진 이후 그간 미뤄왔던 모임이나 행사, 여행 등이 하나둘 진행되면서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감염 위험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주요 감염 사례를 보면 장소나 시설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집단발병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보험사와 관련해서는 직원과 가족, 지인, 지인의 동료 등으로 바이러스가 연쇄 전파되면서 전날 낮까지 총 3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강남구의 ‘럭키사우나’ 관련 사례에서는 확진자가 거의 매일 1∼2명씩 나오면서 누적 44명이 됐고, 또 경기 용인시 동문 골프모임(누적 67명)과 수도권 중학교-헬스장(71명) 등의 집단발병 여파도 지속하고 있다. 수도권 외에도 강원, 대구, 전남 등지를 중심으로 산발 감염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강원 원주에서는 지난 6일 의료기기 판매업과 관련해 첫 확진자(지표환자)가 발생한 이후 직원, 방문자, 가족, 지인 등이 잇따라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총 16명의 환자가 나왔다. 이 밖에 대구에서는 서구 대구예수중심교회(37명)와 동구 오솔길다방(10명) 등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고, 전남 순천에서는 은행과 관련한 새로운 집단발병(7명) 사례가 확인됐다.방역당국은 이처럼 지역사회 내에서 소규모 유행이 증가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소규모 일상 감염은 사전 적발이 힘들 뿐 아니라 ‘조용한 전파’가 지속될 경우 언제든 대규모 집단발병으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소규모 유행은 감염원 규명이 어렵고 발생 환자 수 대비 (방역대응) 조치 범위도 넓어 코로나19 유행 차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은 확진자 증가에 따른 거리두기 조정 문제도 고심하고 있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전날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일주일간 일평균 국내발생 확진자는 약 89명으로, 5주 연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국내 확진자 수 증가세를 막지 못한다면 거리두기의 단계가 상향 조정되고, 또 어렵게 유지하고 있는 우리의 일상이 다시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게”…뇌에 전류 흘려 선택 조작 실험 성공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게”…뇌에 전류 흘려 선택 조작 실험 성공

    뇌가 하는 선택의 결과를 제어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연구진이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뇌의 선택 담당 부위에 전기 자극을 가해 선택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만일 이 기술이 사람에게 적용된다면 개인의 의사 결정을 뇌에 전류를 흘리는 스위치 버튼을 가진 제삼자가 지배할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면 이들 연구자는 원숭이의 선택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었던 것일까. 선택은 생물에게 있어 필수적인 능력이다. 좋은 선택은 생존율을 높여 개인이나 종족 전체에 번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택을 담당하는 신경 메커니즘(기전)의 기능은 오랫동안 수수께끼에 싸여 있었다.그런데 최근 안와전두피질이라는 눈 뒤쪽 뇌 영역이 선택의 결과를 제어하는 것으로 밝혀졌었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중 어느 것을 먹을 것인가 하는 선택지가 제시됐을 때 이 뇌 부위의 뉴런(신경 세포)에서 아이스크림에 관한 뇌 회로와 초콜릿에 관한 뇌 회로가 구축돼 양측의 활성도를 비교한다. 그러고나서 아이스크림 뇌 회로가 초콜릿 뇌 회로보다 활발하게 활동하면 뇌가 아이스크림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연구에서는 이 뇌 회로에 외부 전극을 심어 전기적 자극을 가했다. 이는 외부의 전류에 의해 비교 대상이 되는 뇌 회로를 자극함으로써 그 활성도를 바꿔 마지막 선택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 의해 선택 제어를 실현하는 데 있어 연구진은 개체 수가 많고 사람과 비슷해 실험에 자주 쓰이는 히말라야원숭이(학명 Macaca mulatta)의 뇌에 전극을 심어 서로 다른 맛의 주스 A와 B를 마시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주스 A와 B의 조합은 레모네이드나 포도주스, 체리주스, 복숭아주스, 프루트펀치, 사과주스, 크렌베리주스, 페퍼민트티, 키위펀치, 수박주스 또는 소금물 중에서 선택했으며, 원숭이들은 제시된 두 주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그 맛의 주스를 얻어 마실 수 있었다. 또 이때 주스 A는 항상 주스 B보다 맛있는 것으로 조정됐다. 그래서 원숭이들은 대개 주스 A에 해당하는 맛을 선택했다. 하지만 연구진이 뇌에 심은 전극에 전류를 흘려보내자 변화가 나타났다. 선택을 담당하는 중추에 강한 전류를 흘리자 원숭이는 원래 좋아하지 않는 쪽의 주스 B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은 전류의 개입으로 인해 주스 A와 B의 정상적인 뇌 회로 활동 비교가 방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 실험에서는 적정 수준의 전류를 흘리면 원래 취향인 주스 A를 선택할 빈도를 더욱더 높일 수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적정 수준의 전류는 두 개의 뇌 회로 활동을 모두 높였지만, 그와 동시에 활동의 차이까지 벌렸다. 주스 A에 관한 뇌 회로 활동의 상승이 주스 B에 관한 뇌 회로 활동 상승보다 컸다는 것이다. 또다른 실험에서는 주스 A와 B가 하나씩 제시돼 원숭이들에게 시차를 두고 선택할 기회를 줬다. 이 실험에서는 원숭이가 한쪽 주스, 예를 들어 주스 A를 검토하는 동안 강한 전류를 뇌로 흘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원숭이가 다른 주스 B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는 검토 중인 뇌 회로에 강한 전류가 유입되면 계산이 중단돼 검토하던 주스에 관한 매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로 지금까지 기억 장소로 여겨진 뇌의 선택을 전류에 의해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뇌는 생체 소재로 구성된 거대한 전기 회로로서 잘못된 전류가 가전제품에 오작동을 일으키듯 뇌 역시 유입되는 전류에 영향을 받아 최종적인 선택 결과에 오류를 일으켰던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를 총괄한 이 대학 신경과학부 교수인 카밀로 파도아스키오파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원숭이와 사람의 선택 체계가 매우 비슷해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는 등의 작은 선택부터 투자나 결혼 상태를 가리는 등 커다란 선택의 바탕에도 원숭이처럼 선택 회로가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 의한 선택의 제어는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료 분야에서는 치료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조현병이나 우울증 또는 발달장애 등을 가진 환자는 종종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기술을 이용하면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을 피할 수 있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 최신호(11월 2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문화마당] 일상의 모든 것이 메타포/송정림 드라마 작가

    [문화마당] 일상의 모든 것이 메타포/송정림 드라마 작가

    산책길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사이로 빨간 우체통을 보았다. 아직 남아 있는 우체통이 고맙다. 문득 손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문구점에 들어가 청록색 잉크를 충동구매하고 편지지와 봉투를 골랐다. 집에 돌아와 만년필에 잉크를 넣으며 손가락 한쪽에 묻은 잉크를 보니 한 시인이 떠올랐다. 희망의 색이라며 녹색잉크로 시를 썼던 시인. 혁명가이면서도 달달한 연애시를 잘 썼던, 노벨문학상을 받은 칠레의 영웅 파블로 네루다. 그의 말년을 담은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책꽂이에서 꺼내 들어 다시 읽었다. 이 소설은 네루다를 장시간 인터뷰했던 기자 출신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1985년에 쓴 작품인데, ‘일 포스티노’(1994)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1969년 6월, 고기잡이를 하다가 그만둔 청년 마리오는 우체국 창에 붙어 있는 구인광고를 보고 들어간다. “자전거 있나?” “글 읽을 줄 아나?” 딱 두 가지 채용 기준에 적합한 마리오는 우체부가 된다. 그가 담당하는 수신인은 단 한 사람. 시인 파블로 네루다. 어느 날 시인이 ‘메타포’라는 단어를 쓰자 마리오가 묻는다. “메타포가 뭐예요?” 시인이 대답한다.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지.” 시인이 되고 싶다고 하는 마리오에게 네루다는 말한다. “시인이 되고 싶으면 지금 당장 해변으로 가게. 바다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메타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까.” 마리오는 시인의 시를 이용해 그토록 갈망하던 사랑을 얻게 된다. 그의 결혼식 날, 시인은 파리 대사관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을 접한다. 마리오는 직장을 잃어버린다. 편지를 전달할 사람이 없어졌으니까. 식당에서 주방 일을 맡게 된 마리오는 네루다의 메타포를 빌려 식품에 이름을 붙인다. 양파(동그란 물장미), 마늘(아름다운 상아), 토마토(상쾌한 태양), 감자(한밤의 밀가루), 참치(깊은 바닷속의 탄알), 사과(오로라에 물들어 활짝 피어오른 순수한 뺨), 소금(파도의 망각)…. 어느 날 파리에서 시인의 소포가 도착한다. 마리오는 네루다가 보낸 녹음기에 바다의 움직임을 녹음한다. 갈매기가 수직으로 하강해 정어리를 쪼는 소리, 바람에 상큼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 불꽃놀이처럼 쏟아지는 별똥별을 보고 개들이 짖는 소리, 바닷바람이 자아내는 변덕스러운 오케스트라 종소리,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등대 사이렌의 신음소리, 그리고 아내의 배 속에 있는 아기의 가녀린 심장 박동 소리를…. 재치가 넘치는 대사로 즐거운 소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남자의 브로맨스와 아름다운 시의 메타포로 가득한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순박한 우체부가 시인에게 던진 이 질문이 가슴을 친다. “선생님은 온 세상이 다 무엇인가의 메타포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 대답은 예스! 세상은 온통 시의 메타포로 넘친다. 창문 너머 밝아오는 태양의 아침, 부스스한 얼굴로 잠을 깨는 가족의 얼굴, 거리에 떨어져 짝을 찾아 헤매는 낙엽들, 차의 경적소리, 친구의 전화, 빵 굽는 냄새와 커피 향기….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아름다운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그런데 우리의 시선은 어디로 향해 있는 걸까. 계절마다 바뀌는 자연이 기가 막힌 신의 선물이라고 해도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으면 선물이 아니다. 아무리 소중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 시선이 다른 곳만 향해 있으면 사랑을 줄 수 없다. 어느새 낙엽이 진다. 그렁한 눈으로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마음도, 그 길 위에 새겨진 사람을 차마 마음 밖으로 꺼내버리지 못하는 애상도, 다시 한번 길을 걸어가기 위해 운동화 끈을 동여매는 마음도…. 삶은 모두 시(詩)이고 노래다. 사랑을 발견하고 있다면, 그 사랑에 감사하고 있다면.
  • ‘19금’ 등급만 올리면 ‘막장하우스’도 괜찮나요

    ‘19금’ 등급만 올리면 ‘막장하우스’도 괜찮나요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지난 3일 4회분을 19세 이상 시청가로 등급을 높여 방송했다. 드라마에 대해 선정성, 폭력성 수위가 너무 높다는 항의가 빗발친 탓이다. 그러나 ‘19금 등급’이 자극적 전개를 위한 면피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펜트하우스’는 첫 회부터 가정폭력, 복수, 출생의 비밀, 시체 유기 등 자극적인 요소들을 쏟아부으며 4회 만에 시청률 13.9%(닐슨코리아 기준)로 단숨에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1~3회에서 15세 이상 시청 등급으로 미성년자 납치와 집단 괴롭힘, 선정적인 불륜 묘사, 자녀를 밀폐된 공간에서 구타하는 아버지 등 폭력적 묘사로 시청자들의 항의도 쏟아졌다. 드라마 게시판에는 “인간의 존엄성이 없다”, “아이들이 채널 돌리다 잠시라도 볼까 겁난다”는 항의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일그러진 상류 사회와 비뚤어진 욕망의 모습을 담기 위한 의도라지만, 자극을 위한 자극만 있을 뿐 설정과 상황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 때문에 4회 방송에 한해서 19세 이상 시청 등급을 적용했다. 드라마 관계자는 “이후 회차의 등급은 방송 전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최근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들을 중심으로 19세 이상 시청 드라마가 잇따라 전파를 탔다. 특히 수사 등 장르물 중심이었던 ‘19금’은 파격적인 설정의 치정극이나 멜로물까지 확대됐다. 현재 방송 중인 MBN ‘나의 위험한 아내’도 1~3회에 등장한 납치, 외도 장면 탓에 성인 등급을 적용했다. 지난 5월 종영한 JTBC ‘부부의 세계’는 높은 등급에도 3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흥행했다. ‘부부의 세계’를 만든 모완일 PD의 전작 ‘미스티’(2018)도 3회까지 19세 이상 시청가였다. “소재와 표현의 범위를 넓히고 더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제작진이 꼽는 장점이다. 등급 상향에 대한 시청자들의 거부감도 예전보다 낮아지면서, MBC ‘나쁜 형사’(2018) 등 지상파도 장르물에서 ‘19금’을 붙였다. 문제는 등급이 자극적 묘사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 프로그램들은 사전 심의 없이 내부 심의를 거쳐 자체 등급을 붙이고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재 여부를 가린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 연령과 소재에 맞는 19세 이상 시청가 드라마들은 존재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깊이 있는 메시지와 공감을 얻어야 하는데, 자극만 추구하기 위해 등급을 높이는 것은 부정적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부의 세계’나 ‘스카이캐슬’은 상류층의 욕망과 그 문제를 조밀하게 드러내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이에 비해 ‘펜트하우스’는 단순 쾌감이나 사건이 주는 표피적인 자극 이상의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농심, 라면기업 ‘세계 5위’ 등극… 해외매출 1조 1250억 신기록 전망

    농심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간편식 라면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영화 ‘기생충’의 성공으로 ‘짜파구리’ 반사이익도 얻었기 때문이다. 농심은 올 연말까지 해외 매출이 전년보다 24% 성장한 9억 9000만 달러(약 1조 1250억원)가 예상된다고 4일 밝혔다. 2016년 6억 3500만 달러를 기록한 뒤 꾸준히 늘어 내년에는 10억 달러 돌파도 눈앞에 뒀다. 신라면은 해외에서만 약 3억 9000만 달러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조합인 짜파구리가 인기를 얻으면서 지난달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발표한 세계 라면기업 순위에서 농심은 세계 5위를 차지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시진핑 연일 ‘2035년엔 美 추월’ 강조… 종신집권 명분 쌓나

    시진핑 연일 ‘2035년엔 美 추월’ 강조… 종신집권 명분 쌓나

    극도의 혼란 속에서 치러진 미국 대선 국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 차기 대통령 보란 듯 연일 ‘2035년’을 강조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내세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종신 집권에 나서고자 명분을 쌓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4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달 26~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 회의(19기 5중전회)에서 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개발 계획(14·5 규획)과 2035년까지의 목표를 설정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에 ‘샤오캉사회’(중진국) 완성을 선포할 것”이라면서 “2035년에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혹은 1인당 GDP가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14·5 규획과 2035년 장기 목표는 ‘두 개의 100년’과 ‘중국몽’을 실현하는 강력한 토대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두 개의 100년은 ‘개혁개방의 아버지’ 덩샤오핑(1904~1997)이 제시한 것으로, 공산당 창당 100년이 되는 2021년까지 ‘샤오캉사회’를 실현하고 신중국 건립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 ‘다퉁사회’(선진국)를 건설하는 것이다. 시 주석의 발언은 공산당의 두 가지 과제 가운데 하나를 완수했음을 선전하고, 2035년까지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한다는 새 비전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달성하고자 임기에 구애받지 않고 집권하겠다는 속내도 담겨 있다. 이미 시 주석이 2018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직 2연임(10년) 이상 제한 규정을 폐지해 법적인 걸림돌은 제거된 상태다. 지난달 30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이번 전회 결과를 설명하려고 마련한 기자회견에서도 ‘2035년’이 수차례 강조됐다. 5년 단위 경제성장 청사진을 제시하는 5중전회에서 15년 목표가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공산당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장진취안 당 중앙정책연구실 신임 주임은 “시 총서기가 인도하고 키를 잡아야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배가 바람을 타고 파도를 가르며 멀리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다분히 그의 장기 집권을 염두에 둔 수사다. BBC방송은 “1953년생인 시 주석이 2035년까지 집권하면 82세가 된다”고 밝혔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개막한 상하이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서 화상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의 고립주의 기조에도) 각국이 개방과 협력으로 나아가는 대세는 바뀌지 않았다. 우리는 위험과 도전에 공동 대응하고 협력과 소통을 강화해 대외 개방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시체 유기까지 나온 ‘펜트하우스’…19금이면 ‘막장’ 괜찮나요

    시체 유기까지 나온 ‘펜트하우스’…19금이면 ‘막장’ 괜찮나요

    폭력성·선정성 시청자 비판 쇄도…4회 등급 높여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지난 3일 4회분을 19세 이상 시청가로 등급을 높여 방송했다. 드라마에 대해 선정성, 폭력성 수위가 너무 높다는 항의가 빗발친 탓이다. 그러나 ‘19금 등급’이 자극적 전개를 위한 면피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펜트하우스’는 첫 회부터 가정폭력, 복수, 출생의 비밀, 시체 유기 등 자극적인 요소들을 쏟아부으며 4회 만에 시청률 13.9%(닐슨코리아 기준)로 단숨에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1~3회에서 15세 이상 시청 등급으로 미성년자 납치와 집단 괴롭힘, 선정적인 불륜 묘사, 자녀를 밀폐된 공간에서 구타하는 아버지 등 폭력적 묘사로 시청자들의 항의도 쏟아졌다. 드라마 게시판에는 “인간의 존엄성이 없다”, “아이들이 채널 돌리다 잠시라도 볼까 겁난다”는 항의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일그러진 상류 사회와 비뚤어진 욕망의 모습을 담기 위한 의도라지만, 자극을 위한 자극만 있을 뿐 설정과 상황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 때문에 4회 방송에 한해서 19세 이상 시청 등급을 적용했다. 드라마 관계자는 “이후 회차의 등급은 방송 전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작품 다양성 아닌 자극 위한 ‘19금’ 지양해야” 최근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들을 중심으로 19세 이상 시청 드라마가 잇따라 전파를 탔다. 특히 수사 등 장르물 중심이었던 ‘19금’은 파격적인 설정의 치정극이나 멜로물까지 확대됐다. 현재 방송 중인 MBN ‘나의 위험한 아내’도 1~3회에 등장한 납치, 외도 장면 탓에 성인 등급을 적용했다. 지난 5월 종영한 JTBC ‘부부의 세계’는 높은 등급에도 3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흥행했다. ‘부부의 세계’를 만든 모완일 PD의 전작 ‘미스티’(2018)도 3회까지 19세 이상 시청가였다. “소재와 표현의 범위를 넓히고 더 효과적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제작진이 꼽는 장점이다. 등급 상향에 대한 시청자들의 거부감도 예전보다 낮아지면서, MBC ‘나쁜 형사’(2018) 등 지상파도 장르물에서 ‘19금’을 붙였다. 문제는 등급이 자극적 묘사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방송 프로그램들은 사전 심의 없이 내부 심의를 거쳐 자체 등급을 붙이고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재 여부를 가린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 연령과 소재에 맞는 19세 이상 시청가 드라마들은 존재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깊이 있는 메시지와 공감을 얻어야 하는데, 자극만 추구하기 위해 등급을 높이는 것은 부정적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부의 세계’나 ‘스카이캐슬’은 상류층의 욕망과 그 문제를 조밀하게 드러내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이에 비해 ‘펜트하우스’는 단순 쾌감이나 사건이 주는 표피적인 자극 이상의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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