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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묻지마 범죄 기승… ‘화풀이’는 패배자의 몸부림

    며칠 전 회사들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났다. 자신을 따돌린다고 생각했던 전 직장 동료에게 복수하려던 칼부림이 일면식도 없는 행인에게까지 닿아 4명이 다쳤다. 나흘 앞서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 남성이 자신의 행동을 질책한 다른 남성에게 공업용 칼을 꺼내 휘둘렀다. 애먼 사람들도 상처를 입었다. 남성은 “순간 화를 참지 못했다.”고 했다. 무고한 타인을 희생양 삼아 분풀이를 하는 ‘묻지마 범죄’가 들끓는다. 진화생물학자인 데이비드 바래시와 정신과 의사인 주디스 이브 립턴 부부는 ‘화풀이 본능’(고빛샘 옮김, 명랑한지성 펴냄)에서 복수와 보복, 화풀이를 진화론으로 풀어냈다. 저자가 내세운 ‘3R(retaliation·redirecting aggression·revenge) 개념’ 중 보복과 화풀이는 동물의 본능이라고 할 정도로 진화한 생물 대부분에서 발견된다. 새끼를 위협하는 생물학자를 공격하려던 검독수리 어미는 상대가 자신보다 수 배 크다는 것을 깨닫고 근처를 비행하던 굴뚝새 무리를 추격하며 우렁차게 울어댄다. 저녁 사료가 늦어지면 서열 높은 암말은 짜증이 나 옆에 있던 어린 수말을 걷어차기 일쑤다. 짝짓기는 화풀이 행동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무대다. 모든 동물의 본능이라고 해서 인간의 보복과 화풀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저자들은 “인간의 행동에는 다른 생물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측면이 많다. 그런 차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바로 한 개체의 행동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대규모의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종이나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국내 정치 상황을 반전시킬 명목으로 무차별 테러와 전쟁을 일삼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저자들은 “인간은 분노를 곱씹고 숙고하고 오랫동안 생각”하면서 3R을 증폭시킨다고 본다. “국가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화풀이를 할 때 그 영향은 극적으로 배가 된다.”고 경고하는 저자들은 상대를 처벌하거나 ‘악의 화신’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으로는 3R의 악순환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사법적 처벌’로 정의를 실현했다고 보는 데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피해자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희생자를 만드는 ‘목적 있는 복수’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럼 어떻게 용서할 것인가. 저자들은 이 내용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고통 최소화 원칙’과 종교 이론, 정신의학, 경제학, 게임 이론, 사회학 등을 빌려 다양하게 제안한다. 어쩌면 가장 어렵고 공허한 외침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성의 있게 설명한 것이 이 책의 미덕일 수 있겠다. 1만 8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현장 행정] ‘관광 1번지’ 종로, 올 2조 8000억원 번다

    [현장 행정] ‘관광 1번지’ 종로, 올 2조 8000억원 번다

    올해 종로구를 방문한 관광객이 쇼핑·숙박 등에 쓰는 금액이 2조 8644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서울 전체 관광수입의 4분의1 수준이다. 생산 파급효과는 무려 5조 607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구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2012년 종로 관광통계 조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관광객 유치 증대와 관광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조사는 경희대 산업협력단에 의뢰해 전국 16개 광역시·도 거주자 1000명을 대상으로 현장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외국인 관광객 대상 조사는 지난해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올해 종로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내국인 2746만여명, 외국인 635만여명 등 총 3382만여명으로 예측됐다. 국내외 관광객 10명 가운데 7명은 종로를 방문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관광객 한명당 외국인은 37만 9971원, 내국인은 4만 4788원을 종로에서 지출할 것으로 분석됐다. 종로 관광객의 쇼핑품목은 의류(20.4%), 식료품(17.9%), 향수·화장품(14.5%), 전통민예품(11.1%)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한 해 동안 관광객 지출로 인해 서울시에 미치는 효과를 예측한 결과 생산 파급효과는 5조 6071억원, 소득 파급효과는 1조 2047억원, 부가가치 파급효과는 2조 5114억원 등으로 나왔다. 관광객으로 인한 취업자 수는 7만 8617명으로 조사됐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내외국인 모두 ‘인사동’을 꼽았다. 다음으로 내국인은 청계천, 고궁 순으로, 외국인은 고궁, 청계천 순으로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구에 대한 정보는 내외국인 모두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찾았고 그 밖에 친구나 친지, 여행안내 책자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종로구는 관광객을 확대하기 위해 ‘동네 골목길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사라져 가는 전통시장을 관광상품으로 육성하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한옥을 하루 3만~7만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객실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서울 성곽 각지를 방문할 때마다 도장을 찍어주는 ‘한양 도성 스탬프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김영종 구청장은 “이번 관광통계 결과는 종로가 서울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표 관광지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면서 “이번 자료를 바탕으로 시설관리와 개선에도 적극 노력해 관광객이 다시 찾는 관광지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Weekend inside] 경제적 관점서 본 올림픽

    [Weekend inside] 경제적 관점서 본 올림픽

    영국 BBC는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육상 100m가 아니라 대회 손익계산서’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는 전 세계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폐막을 앞둔 영국 런던올림픽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아직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수치만 놓고 보면 ‘글쎄요’다. 침체에 빠진 영국 경제를 올림픽 특수로 풀어 보겠다며 이번 올림픽을 ‘경제 올림픽’으로 규정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계산이 일단 어긋난 셈이다. 영국은 올림픽 행사 기간에만 10억 파운드(약 1조 78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까지는 총 130억 파운드(약 23조 1900억원)의 효과를 기대한다. 하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영국이 올림픽 유치에 쏟아부은 돈은 150억 달러(약 17조원)에 이른다. TV 중계권과 기업체 후원 등으로 얻는 수입은 55억 달러(약 6조 2000억원)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42%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떼어 가게 돼 있어 영국이 손에 쥐는 돈은 32억 달러에 불과하다. 올림픽 행사 자체만 놓고 보면 118억 달러 적자라는 계산이 나온다. 영국뿐 아니라 역대 올림픽을 살펴봐도 짭짤한 수익을 본 나라는 거의 없다. 표면적인 흑자가 기록된 사례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단 한 번뿐이었다. ‘올림픽은 빚잔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적 관점에서 최악의 올림픽은 단연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다. 당시 그리스는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90억 유로(현재가치 110억 유로·약 15조 3660억원)를 쏟아부었다. 이 중 70억 유로는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국가재정에서 끌어온 것이었다. 그리스 정부가 당초 예상한 개최 비용의 10배가 넘는 액수였다. 올림픽이 끝난 그해 그리스의 공공부채는 1680억원에 이르렀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치른 스페인도 정부가 40억 달러, 바르셀로나시가 21억 달러의 적자를 각각 떠안아야 했다. 김예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정보자료실장은 “7년 동안 올림픽 준비에 쏟아부은 돈을 2주 장사해서 거둬들이기는 애초 무리”라면서 “경제적 수익만 놓고 보면 흑자를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유형의 경제적인 효과 외에 개최국 시민들의 자부심 향상 등 무형의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에는 런던올림픽이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주식시장만 놓고 보면 올림픽과 한국 경제의 연관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언뜻 생각하면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경제가 살아날 것 같지만 코스피지수는 오히려 하락한 경우가 더 많았다. 애틀랜타올림픽이 열렸던 1996년 말 코스피는 전년 말보다 26% 하락했다. 시드니올림픽이 개최된 2000년에도 코스피는 전년에 비해 반 토막 났다. 베이징올림픽이 열린 2008년 역시 전년 대비 40% 하락했다. 김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림픽과 시장 수익률의 상관관계는 상당히 낮다.”면서 “증시에서의 올림픽 특수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그렇더라도 올림픽 대박 업종은 있게 마련이다. 가전제품과 음·식료가 대표적이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림픽이 껴 있는 3분기에 당류 및 과자류의 지출액은 2008년(베이징올림픽)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했다. 2004년(아테네올림픽)과 2000년(시드니올림픽)에도 각각 4.8%, 5.4% 늘었다. 남아공월드컵이 열린 2010년 6월과 7월엔 가전제품 판매량이 각각 16.6%, 27.1% 증가했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전북 ‘세계순례대회’ 망치는 엇박자 행정

    전북 ‘세계순례대회’ 망치는 엇박자 행정

    전북도가 ‘세계순례대회 유치’에 주력하면서 순례길의 일부 구간을 수몰시키는 4대강 후속사업을 추진하는 엇박자 행정을 해 종교계가 반발하고 있다. 9일 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국은 대회 유치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반면 건설교통국은 순례길의 핵심 구간이 수몰되는 것도 모른 채 완주군의 ‘상관댐 둑높이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국은 오는 11월 1일부터 11일까지 도가 주최하는 세계순례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는 이를 위해 지난해 조직위원회를 구성했고 이번 행사에 천주교, 불교, 원불교, 기독교 등 4대 종단 지도자들을 대거 초청하기로 했다. 도가 이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교황청이 기획한 ‘2014년 순례대회’를 전북에 유치하기 위해서다. 중국, 일본 등과 경합 중인 이 대회를 유치하면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게 되면서 명소로 각광받아 엄청난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에 앞서 전북 지역 천주교, 불교, 원불교, 기독교 등 4대 종단은 전주~완주~김제~익산을 잇는 240㎞의 ‘아름다운 순례길’을 마련했다. 이 순례길은 세계 최초로 4대 종단이 하나로 결합해 각 종단의 순교지와 성지, 교회, 사찰 등을 공동 순례하는 길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도는 한편으로 아름다운 순례길 일부 구간이 훼손되는 상관댐 둑 높이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는 만경강 수질 개선 사업의 하나로 상관저수지 둑을 현재보다 10m 높여 저수량을 210만t에서 1600만t으로 확대하는 사업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했다. 이 사업이 추진되면 아름다운 순례길 1코스(완주 송광사~전주 한옥마을) 가운데 가장 경관이 아름다운 상관수원지 둘레길이 모두 수몰된다. 이 둘레길은 송광사를 출발한 순례자들이 쉬면서 호수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는 명소다. 이에 대해 도 관광산업과 신현숙 종무계장은 “아름다운 순례길을 수몰시키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교통국 치수방재과 탁병욱 하천계획 계장은 “상관댐 둑높이기 사업을 반영해 줄 것을 건의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 확정되지 않은 단계”라고 해명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천주교와 사단법인 아름다운순례길 등의 관계자들은 “순례길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원대한 계획과 순례대회를 유치하려는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행정”이라며 “도청 내에서도 실·국별로 손발이 맞지 않는 행정을 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종교계와 아름다운순례길은 가까운 시일 내에 회합을 갖고 상관댐 둑높이기 반대 운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열린세상] 여수세계박람회가 남긴 것/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여수세계박람회가 남긴 것/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여수세계박람회가 이제 엿새 후면 대장정을 마친다. 앞으로 당분간은 이 같은 대규모 문화행사를 볼 수 없다니 아쉽다. 여수세계박람회에 대한 평가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박람회는 지난 수십년간 국내에서 개최되었던 문화이벤트 중 최대 규모였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최근 여러 나라가 박람회나 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과거에는 일회적이라거나 소모적이라고 폄하되던 축제나 이벤트 같은 마이스(MICE)산업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는 행사 개최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와 지역개발 효과는 물론 지역과 국가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여수세계박람회의 유치를 온 국민이 큰 경사라고 좋아했던 것도 이 같은 연유 때문일 것이다. 지금 온 국민의 기대 속에 개막된 여수세계박람회의 성패나 공과를 한마디로 단언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옳지도 않다. 개막 때부터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 입장객 수가 적다느니, 전시관 관람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느니, 볼거리가 빈약하다는 비판들도 있었다. 기대가 큰 만큼 비판의 목소리가 컸던 탓이라고 할 수도 있고, 또 실제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수세계박람회는 경제적 손익은 차치하고라도 마이스산업 입장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무엇보다도 우리의 문화적 역량과 저력을 보여준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나라가 대규모 행사를 유치했다고 다 수준 높은 행사를 치르는 것은 아니다. 그 주제가 무엇이든지 간에 결국 그 행사의 수준은 그 나라가 보유한 문화예술적 수준으로 결정된다. 여수세계박람회는 바다와 연안이라는 주제를 예술적 감각으로 잘 녹여냈다고 할 수 있다. 대규모 행사를 기획·운영하는 노하우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은 덤으로 얻은 축복이다. 둘째, 한 방송에서 고석만 여수세계박람회 총감독이 말한 대로 전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한 점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박람회가 산업박람회적 성격이 강했다면, 여수박람회는 문화박람회적 성격으로 승화하고자 노력했다. 단순히 해양 관련 기술과 설비들을 오프라인에서 전시하는 평면적 수준을 넘어 디지털이라는 기술과 예술적 감각을 활용하여 사람의 마음과 교감하려는 입체적 전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메가 이벤트는 그 주제나 소재가 이번 여수처럼 해양이든 경제, 외교, 국방, 교육 등 무엇이든지 간에 기본적으로 축제라고 하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재미와 즐거움, 환상과 꿈이 없다면 구태여 박람회장을 찾을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 문화적인 배려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려면 조직위원회 구성 때부터 예술감독 선임이 최우선시되고, 예술감독의 연출철학 아래 모든 전시와 공연 등이 설계되어야 한다. 또한 행사장 배치와 건설에도 건물을 먼저 세우고 그 안에 내용물을 채우는 후진성에서 탈피하여 콘텐츠를 먼저 설계한 후 건물을 설계해야 제대로 된 행사장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직원들도 문화적 전문성이 있는 직원들이 주를 이루어야 한다. 여수세계박람회는 국내에서 개최된 이전의 다른 대규모 행사들과 마찬가지로 이 측면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체험프로그램의 부족, 일부 국제관의 부실한 콘텐츠, 티켓 발매 등 운영상의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어떻든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인데도 여수를 찾는 마지막 발길은 여전히 분주하다. 이번 박람회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적 접근성의 한계, 열악한 인프라, 유례 없는 더위라는 장애 등을 감안할 때 이만하면 괜찮았다고 박수를 보내줄 만하다. 우리는 너무 비판에 익숙하고 칭찬에 인색한 것 같다. 박람회나 올림픽 등 대규모 마이스행사는 하루아침에 세계 최고가 될 수 없다. 지난 석달간 여수세계박람회를 통해 우리는 해양의 중요성도 알 수 있었고, 박람회가 재미있는 놀이터요, 재창조와 재충전의 참된 레크리에이션 발전소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 [만화는 내 사랑] (14) 최광식 문화체육부장관

    [만화는 내 사랑] (14) 최광식 문화체육부장관

    어린 시절 만화방에서 번데기를 먹으며 통행금지 시간이 다가오는 것도 잊은 채 무수한 작품을 독파했던 그다. 지금도 기억에 또렷한 것은 김산호의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다. 비현실적인 공상과학(SF)이어서 그럴까. 정말로 ‘라이파이’에는 50년 전 당시엔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이 넘쳐 났다. 최광식(59)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그래서 “만화는 모든 이에게 꿈을 주는 이야기”라는 자기 말에 더욱 확신을 갖는다. “만화는 마음대로 상상력을 펼칠 수 있어 좋아요. 다른 장르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것도 만화에서는 가능하죠. 만화 같은 소리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만화는 비현실적이라는 의미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만화가 꿈과 상상의 나래를 먼저 펼쳐 놓으면 다른 문화 장르가 이를 받아 다양하게 확장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지요.” 어렸을 때 신문을 펼쳐 가장 먼저 찾았던 것이 김성환의 시사만화 ‘고바우 영감’이었다. ‘고바우 영감’만 보면 당시 사회적 이슈가 무엇인지 따라잡을 수 있었다. 특히 머리 벗겨진 모습이 비슷해 아버지 별명이 고바우였다고 웃음 짓기도 했다. 지금은 서른 살 넘게 장성한 두 아들이 어렸을 때는 함께 만화책을 뒤적이다 “애들 말려야지 철없이 같이 보냐.”며 아내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최 장관은 이때 접했던 일본 만화 두 편을 기억해냈다. ‘슬램덩크’와 ‘갤러리 페이크’. 대학 시절 농구 동아리 활동을 했다는 그는 ‘슬램덩크’에 묘사된 농구 경기의 세밀함에 놀랐고, 미술 관련 지식과 정보가 풍성한 ‘갤러리 페이크’에 감탄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최 장관은 우리 만화는 그림 그리는 재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의 힘은 다소 아쉽다고 평가했다. 최 장관은 요즘 읽은 작품 가운데 이야기의 힘이 돋보였다는 주호민의 ‘신과 함께’로 대화를 옮겼다. “작가가 우리 전통 문화와 신화에 대해 정말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을 느꼈죠. 적어도 몇 년은 공부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을 현대식으로 풀이한 게 더욱 마음에 들었죠. 다음에는 우리 도자기의 미학을 만화로 풀어 냈다는 호연의 ‘도자기’란 작품을 보려고 합니다.” 역사학자(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출신)인 그에게 좋은 만화 소재를 추천해 달랬더니 정년 뒤 희곡을 써 보려고 번역해 놨다는 ‘삼국유사’를 비롯해 ‘장화홍련전’, ‘심청전’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입버릇이 된 ‘법고창신’(法古創新)을 보탠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신과 함께’에 대해 최 장관이 찬사를 보낸 이유이기도 하다. “옛날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와서는 재미가 없겠죠. 현대적으로 새로 고치면 더 실감나지 않을까 합니다. 예를 들어 ‘심청전’에서 전통적인 모티프를 따와 해양 세계 등 현대 과학 분야를 다룰 수 있지 않을까요?” 최 장관은 특히 만화계가 우리 전통을 법고창신 정신으로 많이 담아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류 드라마 가운데 성공한 것을 살펴보면 퓨전 사극이 많아요. ‘대장금’의 경우 우리 음식, 우리 집, 우리 옷 등 옛날 우리가 어땠는지 이해하기 쉽게 담겨 있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독특하고 특색 있게 다가가죠. 모든 만화가가 그럴 필요는 없겠지만 그런 작품도 많이 해줬으면 해요.” 문화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입장이라 그런지 당부가 이어졌다. “온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만화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가족끼리 소통도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을까요. 부모와 자식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느끼고 알게 되면 세대 차이도 줄어들겠죠.” 그는 작가들의 처우와 창작 환경, 콘텐츠 유통 과정, 수익 배분 등의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수출 활로의 모색 등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할 수 있는 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일본 만화 시장처럼 연관 산업이 힘 있게 받쳐주지 못해 파급효과가 크게 비쳐지지 않을 뿐이지 우리 만화의 한류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어요. 만화 한류의 불씨를 정책적으로 잘 뒷받침해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만화가들이 상상력을 더 발휘해 좋은 작품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말이죠.”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부추 키워 부촌 됐네

    작지만 강한 농업(강소농) 육성에 나선 경기 양평군이 알찬 결실을 맺었다. 군은 지난해 10월 강소농 육성을 위한 3차 5개년 계획을 선포하고, 잘사는 농촌 만들기를 추진한 결과 현재까지 298개 농가가 연간 1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군은 올해 초 100여 농가에 대해 강소농 육성교육을 추진했다. 기존 쌀 위주의 농업에서 벗어나도록 돈 되는 신소득 작목과 농업기술을 농민들에게 전수한 것이다. 수도권과 가까워 땅값이 비싸고, 산이 많아 대규모 경작이 어렵기 때문에 협소한 공간에서 농업을 유지해야 하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농업 시스템을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전환, 소규모 생산을 통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덕분에 군에서 출시한 양평부추는 연간 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양평수박 역시 3년 사이 매출증가율 60%을 기록하는 등 신소득 작목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한우와 잡곡, 산양삼, 느타리버섯, 쌈채류 등도 군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신소득 작목이다. 이를 통해 현재 4400여 농가 가운데 3100여 농가가 친환경농업을 선택했다. 23%인 713개 농가는 친환경인증까지 받았다. 농촌체험 관광에 따른 농가 수익도 연봉 1억원을 달성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했다. 딸기따기 체험 등 추진되고 있는 농촌체험관광 사업은 매년 121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2432억원이나 된다. 군은 연말까지 330개 농가가 추가로 연간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2020년까지 500여 농가까지 늘릴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일반인들에게 농업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인식돼 있었지만, 변화를 통해 이제는 억대 연봉을 뽐내는 직업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한류정책을 바꿔라] “콘텐츠+공격적 비즈니스 결합… ‘제2 한류’로 세계시장 공략”

    [한류정책을 바꿔라] “콘텐츠+공격적 비즈니스 결합… ‘제2 한류’로 세계시장 공략”

    유진룡 가톨릭대 한류대학원장은 “한류의 콘텐츠만 향상시켰던 기존 방식에서 한 단계 나아가 비즈니스 차원에서 콘텐츠 활용을 극대화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밝히고 글로벌화한 한류 콘텐츠와 공격적인 비즈니스가 결합한 제2의 한류 전성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한류대학원장은 서울신문이 창간 108주년을 맞아 기획한 ‘한류, K컬처로 거듭나라’ 특별인터뷰에서 이처럼 밝히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류 수급 포화 우려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세계를 공략하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만큼 한류의 확산은 당분간 더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17일 서울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황성기 문화에디터와 가진 인터뷰 내용. 대담 황성기 문화에디터 →문화체육관광부에 계실 때(2006년 8월 차관에서 퇴임)와 비교해 지금의 한류, 어떻게 달라졌나요. -한류가 싹튼 2004년에는 드라마가 중심이었습니다. 그 전부터 드라마나 K팝은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확 올라온 건 일본에서였지요.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한류의 폭이 굉장히 넓어졌습니다. 문화부 문화산업국장도 지내본 터라 비즈니스 관점에서 한류를 눈여겨보는데 과거엔 한류를 잘 이용하지 못했어요. 당시 배우 류시원, 최지우의 캐릭터숍이 한국에는 없었지만 일본에선 상점 하나 가득히 그 사람들 캐릭터 상품을 팔았어요. 원 소스는 우리인데 정작 우리는 극대화하지 못하고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에요. 이제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한류 콘텐츠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민해야 합니다. →세계의 문화 조류 속에서 한류의 존재 의의라고 한다면. -한류라고 하니까 비로소 세계가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알아준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착각입니다. 한류 열풍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문화적인 우수성이 나타난 것이고 한국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위치가 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드라마, 가요, 영화 등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한국 대중문화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정서와 포맷을 만들어 내고 있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역동성, 리듬감, 음악성을 글로벌하게 만든 겁니다. 대중문화는 한 사람의 천재적인 창조자가 아닌 집단 창작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정서와 형식을 내놨기 때문에 먹힌 겁니다. →그중에서도 K팝이 으뜸인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나요. -K팝 작곡가들의 상당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정서와 형식을 추구합니다.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언어를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언어, 정서 면에서 한국적 틀을 벗어나기 힘들지만 K팝은 이미 글로벌화돼 있기 때문에 상당 기간 동안 발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대중문화계에서는 기업이 키운 한류에 정부가 숟가락만 얹으려 한다는 불만이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한류의 주류인 대중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한 적도 없어요. 하류 문화,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다가 이제서야 우리 문화라고 대접하는 겁니다. 일본은 자국 문화를 프랑스에 보급하기 위해 메이지유신 이후부터 꾸준히 노력을 해 왔어요. 화가 마네, 모네의 동네에 일본식 정원을 꾸며 주거나 일본 소설을 20세기 초에 번역해 주기도 하고 오랜 시간 동안 일본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노력은 했지만 미약했지요. →한류에서 순수예술은 소외돼 있는데 문학, 미술 등이 세계로 뻗어 나갈 잠재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항상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다만 ‘한국 문화의 우수성’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한류라고 떠들고 호들갑 떠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우리 문화를 알리려는 노력은 필요하지요. 하지만 우리 문화가 우수하다는 것은 열등한 문화도 있다는 얘긴데 그렇지는 않거든요. 꾸준히 우리 문화를 알리고 세계 문화와 교류하면서 우리 문화적 요소, 우리의 것이 강력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상이 있으면 우리도 상대방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문화 콘텐츠 산업에선 엔터테인먼트가 꽃입니다. 꽃의 향기를 보고 관광 등 관련 산업이 성립하는 것입니다. 줄기와 뿌리가 없으면 꽃이 필 수 없듯 가치관과 정서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밑(순수예술)이 없으면 위(엔터테인먼트)도 없습니다. →한류가 8년을 넘게 이어 오고 있지만 그 지속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일본은 자기네 문화를 수출하기 위해 전략적인 노력을 했습니다. 옛 기록에는 일본 화상들이 1800년대부터 1900년대 초에 자기네 그림을 유럽 등에 갖다 팔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일본 도자기 가격을 영국 것보다 비싸게 매기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본 문화에 유럽 사람들이 젖은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재팬 웨이브’라는 표현은 안 썼어요. 일본 문화는 외국의 지식층 속에 녹아 있습니다. 그만큼 안착한 셈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코리안 웨이브’라고 해야 하나요. 일본의 J팝은 세계 음악사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K팝이 일본 문화의 뒤를 따라갈 것인지, 한때 절정기를 누렸다가 사라진 홍콩 영화의 뒤를 따라갈 것인지는 우리 하기에 달렸습니다. 한류라고 호들갑 떨지 말고 차분하게 분석하고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요. -문화를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 규모의 경제가 돼야 성공할 수 있어요. K팝을 만들려면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데 인적, 물적으로 우리나라 가요시장이 좁고 음반시장도 죽었어요. K팝을 세계 시장으로 넓혀야 성공합니다. 모든 콘텐츠 사업이 세계 시장을 상대로 전략을 짜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K팝이 성공했고 온라인 게임도 성공하고 있지만 아직 성공을 거두지 못한 데가 많아요. 다른 분야는 왜 성공하지 못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드라마도 성공은 했지만 구조적인 활용이 안 되고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 산업이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문화 산업은 경제적 효과도 크지만 스필오버(spill over·어떤 요소의 경제 활동이 다른 요소에 영향을 미쳐 전체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현상) 효과도 큽니다. 일본은 배우 류시원, 배용준으로 몇조원을 벌었습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 문화 콘텐츠 후광 또는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논의해야 합니다. →한류를 K팝이 아닌 K컬처로 확대시키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순수예술 분야도 창작은 발전했는데 향유 기반이 취약합니다. 기본적으로 국내 시장이 바탕이 돼야 해외 시장도 바라볼 수 있어요. 국내 시장, 국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열심히 안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류가 공급도 한계 상황, 시장도 포화 상태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겁니다. 능력은 충분한데 우리에게 부족한 게 상상력입니다. 상상력이 가능하려면 규제가 없어져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허용 가능한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가 할 일입니다. 콘텐츠 공급에서 질이 높아진다면 수요 창출도 가능합니다. 시장을 만들어야죠. 좋은 물건만 있으면 좋은 시장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9월에 출범하는 한류대학원의 초대원장으로서 한류 확산에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한류가 나왔습니다. 엔터테인먼트에 부가가치가 있고 그에 따른 후광효과, 파급효과가 더 큽니다. 우리는 그걸 거의 살리지 못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베트남에서 한국 화장품이 많이 팔리고 TV나 에어컨도 많이 팔리고 관광객이 늘어나면 그런 후광효과를 본 기업은 원천효과를 만들어 낸 기업 또는 개인에게 보상해 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장 내에서 자연스럽게 그런 선순환을 돕는 역할을 한류대학원이 할 겁니다. 결국은 콘텐츠와 비즈니스의 결합이 있어야만 콘텐츠 시장 자체를 더 넓힐 수 있고 그에 따른 후광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정리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유진룡 가톨릭대 한류대학원장은 1956년생.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행정고시 22회. 한국예술종합학교 사무국장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산업국장,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2006년 8월 문화부 차관으로 퇴임. 올해 초까지 을지대 부총장을 하다 지난 6월 설립된 가톨릭대의 초대 한류대학원장에 임명됐다.
  • [기술의 시대 인간의 시대] 한국 먹여살릴 미래기술

    [기술의 시대 인간의 시대] 한국 먹여살릴 미래기술

    미래를 단순하게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뚜렷하게 구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상상은 분명히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불가능한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은 낭비일 뿐이다. 또 사회와 기술의 발전 방향을 잘못 예측한다면 이는 막대한 손실은 물론 생존의 위협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미래기술 및 사회상에 대한 예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미래의 우리가 먹고살’ 과학적 기술과 산업에 대한 예측은 현실을 반영해 점차 치밀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향후 10년 뒤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10대 미래유망기술’을 발표했다. 전문가 400여명이 참여해 후보기술을 뽑은 다음 일반인들의 시각을 반영해 유망기술을 선정했다. 10대 기술 중 ‘암 바이오마커 분석기술’이 첫 번째로 꼽혔다. 암세포의 존재와 암 발생 경로, 진행 상황을 측정해 암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특히 다양한 암 초기 진단키트를 만들 수 있어 ‘치료보다는 예방’을 통한 암 극복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시간 음성자동통역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딱딱한 문장 번역이 아니라 생생한 구어체로 한국어와 영어를 실시간 통역하는데, 현재 정확도가 95%에 이른다. 특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돼 시장성도 크다. 다음으로는 스핀 트랜지스터가 뽑혔다. 처리속도가 빠르고 전기를 덜 쓰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다. 대용량 정보처리가 가능하고, 속도도 빨라 스위치를 누르는 즉시 작업이 가능한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미생물 연료전지는 미생물의 화학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하수와 폐기물을 원료로 해 지속적인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상용화만 되면 하수처리장이 발전소로 바뀔 수 있다. 한림대의대가 연구 중인 슈퍼독감백신은 점차 강력하게 진화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기술이다. 모양과 특성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바이러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변하지 않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모든 독감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전력손실이 없는 송전케이블을 만들 수 있는 ‘초전도 송전기술’,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4G+, 동식물 등 천연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농약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천연물 농약, 땅에 묻거나 빛을 오래 쬐면 저절로 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 등도 10대 기술로 꼽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강남·양천 매매 소폭 하락…휴가철 거래 한산

    강남·양천 매매 소폭 하락…휴가철 거래 한산

    지난주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시장에서는 간간이 이어지던 저가 급매물 거래마저 뚝 끊겼다. 기준금리가 13개월 만에 0.25% 포인트 내렸지만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던 만큼 주택 거래시장에서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휴가철에 접어든 거래시장은 글로벌 재정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여전히 한산한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송파구에서는 재건축 단지인 가락동 시영1, 2차가 전주에 비해 500만원가량 떨어졌고, 잠실동 주공5단지도 1000만원가량 내렸다. 강남구 개포동의 주공단지들도 500만~1000만원 하락했다. 개포동 시영(42㎡·이하 전용면적)은 1000만원 내린 5억 2000만~5억 4000만원 선이다. 서울지역 매매가 변동률은 강남·양천·마포·노원·강동 등의 순으로 하락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2차(178㎡)는 2500만원 내린 18억 7500만~21억 5000만원 선이다. 양천구는 신정동 신시가지9단지(148㎡)가 2500만원 내린 11억~12억 5000만원이고, 목동 삼익(149㎡)은 3000만원 내린 6억~7억원 선이다. 신도시와 수도권 아파트도 지난주 매매가 변동률이 크지 않았다. 신도시에선 평촌·분당·산본 등이 하락했다. 구미동 무지개마을 건영3단지(109㎡)는 2000만원 내린 4억~4억 6000만원이다. 전세시장 역시 조용했다. 일부 업무지역 주변에서 국지적인 수요가 나타났으나 장맛비의 영향으로 보합세를 띤 지역도 많았다. 서울 강동·성동·강서·강북 등에선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전주보다 500만원가량 하락했다. 신도시에선 평촌이 소폭 내렸다. 수도권에서는 화성·의정부·하남·고양 등이 내렸으나 전반적으로 보합세를 나타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대구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로 건설

    대구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로 건설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명품 모노레일로 건설된다. 대구시는 수성구 범물동에서 북구 동호동까지 총연장 23.95㎞에 이르는 도시철도 3호선을 2014년 개통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시는 3호선을 대구 명물로 만들기 위해 주변 경관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15억원을 들여 3호선이 지나는 인근 민간 건물 옥상에 하늘공원 200곳을 조성한다. 하늘공원이 조성되면 경관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녹지 확충과 해당 건물의 단열 효과를 증대시켜 냉난방 에너지를 연간 16.6% 줄일 수 있다. 올 하반기에 20곳의 하늘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신청 대상은 옥상 면적이 50㎡ 이상인 건물로 민간 건물 외에 일반 주택도 가능하다. 하늘공원 유형은 채소원, 플라워정원, 소담정원(채소원+플라워정원), 잔디정원, 휴(休)정원 등 5가지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조성비는 유형별로 50~80%까지 지원하며 나머지는 신청인 부담이다. 이와 함께 모노레일 교각과 정거장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기로 했다. 3호선 교각은 모두 692개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중구 대봉교 동편 공사 현장 380m 구간을 미관 개선 시범 지역으로 정했다. 10여개 업체가 참가해 이 구간 15개 교각에 팔공산과 동성로, 신천, 서문시장 등 대구 12경을 그리고 식물 액자 등으로 꾸몄다. 중앙분리대의 폭 2m 화단에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심었다. 앞으로 1년 동안 관찰한 뒤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모아 교각 활용 방안을 정할 방침이다. 전체 30개 정거장 중 14곳에 야간 경관 조명을 설치하고 주변의 전선은 땅에 묻어 승객들이 대구의 풍경을 잘 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3호선은 팔거천과 신천, 범어천, 팔당시장, 서문시장 등을 지나 도심 투어 열차 기능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도시철도 3호선은 시민 삶의 질 향상과 정주 여건 조성을 위해 추진했다.”며 “대구의 자랑거리와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친환경적이고 경관을 살리는 방향으로 건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완공 후에는 교통과 도시 환경이 획기적으로 변하고 역세권 개발, 기업 유치 여건 조성 등으로 지역 경제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사설] 4대강 친수구역사업 속도조절 필요하다

    4대강 친수구역 조성사업의 윤곽이 드러났다. 정부는 그제 4대강 친수구역 첫 시범사업지로 낙동강 유역의 부산 ‘에코델타시티’(Eco-Delta City)를 선정했다. 2018년까지 5조 4000여억원을 들여 1188만여㎡(360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산업·물류·레저 복합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당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쪽에서는 ‘부산판 뉴딜사업’이라며 적극 반긴다. 반면에 시민단체 등에서는 홍수 피해와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며 전면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은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이 4대강 주변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해 난개발을 막는다는 게 근본 취지다. 개발이익을 환수해 하천 관리나 유지 보수 등 공공목적에 사용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취지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친수구역특별법을 ‘수자원공사를 위한 법’ ‘강변을 마구 파헤치는 법’ 등으로 규정하는 시각 또한 엄존한다. 우리는 친수구역 조성사업은 4대강 공사 못지않게 신중히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4대강 사업으로 어차피 개발될 지역이라면 더욱더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친수구역 조성사업을 본격화해 수자원공사의 4대강 공사비 8조원을 회수한다는 방침이지만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 성공 자체가 불투명하다. 4대강 사업에 버금가는 ‘메가 프로젝트’인 만큼 섣불리 추진하면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더구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특정 지역의 표심을 의식해 ‘쫓기듯’ 밀어붙이려 한다면 잘못도 보통 잘못이 아니다. 4대강 사업의 타당성조차 논란이 되는 상황이다. 그 후속사업마저 국민적 동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친수구역 지정을 굳이 임기 내에 마무리해야 할 이유는 없다. 보다 촘촘한 사업성 검토와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형 국책사업일수록 시간을 갖고 빈틈없이 추진해야 한다.
  • [기고] 블루이코노미 미래 모색하는 여수엑스포/김근수 2012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기고] 블루이코노미 미래 모색하는 여수엑스포/김근수 2012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최근 우리는 사상 최악의 봄 가뭄으로 심각한 몸살을 앓았다. 올겨울에는 한반도에 최악의 한파와 폭설이 닥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와 있다. 끔찍한 폭염과 한파, 폭우 등을 동반하는 이상기후는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로 지구온난화가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지구온난화와 그에 따른 혹독한 기후변화, 화석연료와 같은 에너지 자원 고갈,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난 등 인류 공동의 문제해결 방안으로 제시된 경제 시스템이 바로 그린 이코노미(green economy·녹색경제) 모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류사회가 당면한 공동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해양의 잠재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해양의 현명한 이용과 보호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경제활동을 의미하는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청색경제)가 그 핵심이다. 세계 최대 환경기업 에코버의 설립자이자 저술가인 군터 파울리가 2010년 제시한 이 혁신적인 모델은 ‘자원낭비를 최소화한 자연생태계의 순환시스템을 따라하는 경제’로 정의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저탄소 녹색성장에 방점을 두고 있는 그린 이코노미 시스템을 뛰어넘어 지속가능한 저탄소 녹색성장의 한 축을 바다(해양)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구의 70%를 덮은 채 기후를 조절하고 식량자원을 제공하며 지구상 산소의 절반을 생산하고 있는 해양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미래의 녹색성장을 구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열리고 있는 여수세계박람회도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청색경제의 실현 방안을 중요한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기후변화로 야기되고 있는 연안침식, 산호초 소실, 해양생물 종의 감소 등 전 지구적인 해양문제를 해결하고, 해양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활용을 통해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담론의 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여수엑스포조직위원회가 9~10일 이틀간 여수엑스포 국제관에서 ‘해양경제의 미래’를 주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OECD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해운, 항만, 수산, 크루즈 등 전통적인 해양경제 분야는 물론 해양바이오, 해양플랜트, 해양에너지, 심해저광물개발 등 신해양경제의 조화를 통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지속가능한 미래경제의 성장모델을 모색할 예정이다. 무릇 해양의 역할과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해양은 무궁무진한 에너지와 식량의 보고(寶庫)일 뿐 아니라 폭풍해일과 이안류 같은 무시무시한 자연재해 발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양산업은 다른 산업분야와 비교할 때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 등 전후방 파급효과가 크다. 해양경제가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수엑스포조직위는 이번 OECD 공동심포지엄을 통해 해양을 건강하게 보존하면서 지속가능하게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미래 행복을 담보하는 필요조건이라는 메시지가 전 세계에 울려 퍼지길 희망한다.
  • [사설] 온라인게임 시간선택제 실효성 더 높여라

    정부가 청소년 게임 중독 예방에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그제 부모가 만 18세 미만 자녀의 온라인 게임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게임시간선택제’를 새달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적절한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엔씨·넥슨·NHN 등 14개 국내 주요 게임사의 청소년게임 101종이 적용 대상인 만큼 파급효과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연 매출 300억원 미만의 게임업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회원 가입과정에서 이용자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은 원천적으로 제한이 불가능하다. 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모바일 게임 등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게임시간선택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그런 점에서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적용대상 연령대와 시간범위가 상대적으로 넓고, 게임 이용 시간을 부모와 자녀가 의논해 정한다는 점에서 어떤 규제대책보다 포괄적이고 진일보한 대책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앞으로 게임업체는 청소년 게임의 특성과 연령등급, 결제내역 등을 부모나 법정 대리인에게 이메일·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야 한다. 문화부는 전담반을 구성해 이행 여부를 수시로 점검한다는 방침이지만 게임업계의 자발적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우리는 게임시간선택제가 도입됨에 따라 여성가족부가 시행 중인 ‘강제적 셧다운제’(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을 막는 제도)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게임 중독이라는 사회적 질병을 막기 위해서는 이중, 삼중의 그물망이 필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조치로 기존 제도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면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보다 확실한 대안을 중심으로 실효성을 높여 가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 재계 “입법 감시” 정계 “반헌법적 행태”… 경제민주화 전면전

    재계 “입법 감시” 정계 “반헌법적 행태”… 경제민주화 전면전

    재계가 경제 민주화와 관련해 정치권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19대 국회의원들이 내놓는 각종 규제법안 감시에 착수, 정치권이 의원입법을 통해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를 남발하는 것을 사전에 막아보겠다는 복안이다. 또 대선을 앞두고 신규 순환출자 금지, 재벌개혁 등 재계에 민감한 논의가 부상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재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날 민주통합당 등 정치권이 재계에 대해 ‘쿠데타적 발상’이라고 격렬하게 비난한 것은 전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규제학회와 함께 19대 국회의원 발의 법률안에 대해 규제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전경련과 규제학회는 다음 달부터 학회 내에 규제영향분석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정기적으로 의원입법의 규제 사항을 점검하는 활동을 시작할 방침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18대 국회에 제출된 의원 발의 법률안은 정부 제출 법률안(1466건)의 7배 수준인 1만 359건이었다. 의원 발의 법률안의 가결 건수 역시 1287건으로 정부 제출안 가결 건수인 632건의 2배를 넘겼다. 여기에 발의된 규제 신설 및 강화 법안 1986건 중 국회의원 발의 법안은 전체의 93%인 1848건에 달했다. 정부가 발의한 법안은 138건에 그쳤다. 이 중 가결된 266건의 규제 신설·강화안 가운데 219건(82.3%)이 의원 발의안이었고, 정부 안은 47건에 그쳤다. 가결된 의원 발의 규제안 중에는 과징금 상향조정, 가격보고 및 공개 등 기업 경영에 파급효과가 큰 규제가 다수 포함됐다. 이러한 흐름은 19대 국회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후 이틀간 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 중 절반 정도가 중소기업 적합 업종, 대부업 등록,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청년고용 할당제 등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의원입법은 부처 자체 심사와 규제개혁위원회 본심사를 거쳐야 하는 정부 법안과 달리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장치가 마땅치 않아 무분별한 규제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입법 목적과 수단이 잘 맞는지 따져 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의원의 법률안 발의가 늘어나는 것은 의회 본연의 입법 기능이 발전했음을 보여 주지만 그 과정에서 규제가 남발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재계는 2010년 중순부터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중소기업 상생을 이슈로 내세우는 등 압박을 강화한 데 대해 수세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정치권이 여야 가리지 않고 일감 몰아주기 금지와 신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 강도 높은 경제 민주화 정책을 내걸면서 재계는 ‘반시장주의 정책’이라면서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전경련의 유관 단체인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 민주화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 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정치권과 재계의 갈등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전경련과 한경연은 오는 10월 이후 거시금융과 기업제도 분야에서의 재계 요구를 담은 ‘차기 정부 정책 과제’ 보고서를 펴낼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다른 재계 단체들도 정책 건의서 등을 내놓을 계획이다. 일부 대기업 역시 특정 후보군의 예상되는 정책 방향과 대응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유로존 위기 등에 따라 글로벌 경제가 과거 경제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치권이 포퓰리즘적인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정치권과 어느 정도 대립각을 세우더라도 재계 나름의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시론] 유로존 전망과 한국의 장단기 대응방향/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시론] 유로존 전망과 한국의 장단기 대응방향/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엊그제 국제통화기금(IMF) 협의단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을 3.25%로 낮출 것이라고 얘기했다. 두말할 나위 없이 그리스 재정위기로 촉발된 유럽 경제의 침체 때문인데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 서울에서 8000㎞도 넘게 떨어진 곳에 있는, 국내총생산(GDP)이 우리의 3분의1도 채 안 되는 나라에서 시작된 문제가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으니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경제는 서로 밀접히 연계되어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경제적 충격이 전파되는 속도와 강도가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유럽 경제위기의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 유로라는 단일 통화를 채택함으로써 경쟁력이 취약한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 국가는 독일 등의 제품에 밀려 생산과 수출이 줄고 이에 따라 경제가 침체되었으며, 둘째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국가부채가 쌓임으로써 지불능력이 문제가 된 것이다. 유럽 경제위기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경로도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실물부문에서 유럽의 경기침체로 수출이 줄어드는 것인데 실제로 금년 들어 대 유럽연합(EU) 수출은 18%나 감소했다. EU에 대한 수출이 전체의 10% 정도로 그 비중이 높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으나 다른 지역에 대한 수출도 유럽 경기 침체의 간접적 영향을 받으므로 효과를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다. 둘째, 국제금융 불안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외국자금이 국내에서 이탈하여 우리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직후 불과 두 달 사이에 5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국외로 빠져 나가고 이로 인하여 한국경제의 위기설이 시중에 떠돌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향후에 우리가 대응해 나가야 할 방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처리 상황에 따라 다른데, 17일에 있을 그리스 2차 총선의 결과가 중요하다. 만약 총선 결과, 새 집권당이 유럽 국가들과의 합의를 저버리고 그 결과 유로존 유지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그리스의 탈퇴라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실행계획(contingency plan)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정부도 이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는데, 그 내용의 우선순위는 통화 스와프 등 외화자금의 확보와 금융기관 및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에 두어야 마땅하다. 유의해야 할 점은 ‘비상 시 대비계획이 있다.’는 말과 ‘지금이 비상시기다.’라는 말은 그 의미와 파급효과가 크게 다르다는 것이다. 최근 어느 당국자가 지금이 대공황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였다는데 사실과는 다르다.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인 미국은 1분기에 1.9% 성장하는 등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고, 우리의 최대시장인 중국의 수출도 최근 들어 두 자릿수 증가를 회복했다. 실제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공식적으로 결정하는 일은 유럽 국가 모두에 큰 부담이므로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위기 전염 경로에 있는 나라들에 각국 사정에 따라 대증요법식의 필요한 지원을 하는 방안이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의 경제위기가 구조적인 데서 기인한 까닭에 이러한 대증적 처방은 문제 해결의 장기화를 초래하는데,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첫째로 자본의 유출입 변동 폭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은 직접투자(FDI)가 거의 없는데 증권이나 은행 차입보다 FDI를 늘리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하며, 제한적 거래세 부과 등으로 단기자금의 유출입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로 유통, 문화, 교육, 의료 등 내수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를 줄임으로써 수출 경기의 영향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이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른 나라보다 앞서 극복한 비결도 재정이 튼튼하여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 2000원에 목욕하고 2500원 자장면 식사

    2000원에 목욕하고 2500원 자장면 식사

    토요일 아침, 단돈 2000원으로 목욕탕에서 한 주간의 피로를 풀고 나와 2500원으로 자장면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1990년대쯤의 생활상 같지만 2012년 우리 사회에서도 이 같은 생활이 가능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흔들리지 않고 가격이 ‘착한’ 가게가 전국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13일 전국의 ‘착한 가격업소’ 7132곳을 선정, 발표했다. 행안부는 서민 생활물가 인상을 억제하고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착한 가격업소를 선정해 오고 있다. 올해 착한 가격업소 선정에는 모두 1만 626개 업소가 신청, 가격·서비스·공공성 기준 등 세부 평가와 현지 실사 등을 거쳐 4831곳이 새로 선정됐다. 기존에 지정된 2497개 업소 중 재심사를 거쳐 2301곳은 재지정됐다. 대전 서구의 중식당 ‘니하오’는 자장면을 2500원에 판매하면서 인근 둔산 복지관에서 월 1회 무료급식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이 식당은 노인 복지관에도 가끔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등 착한 가격만큼이나 지역 사회봉사에도 앞장서고 있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서울 강남에도 착한 가게는 있다. 강남 한복판에 있는 ‘인간중심’은 쌀국수와 떡 만둣국을 각각 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요금 2000원만 받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의 목욕탕 ‘정선탕’은 인근 목욕탕들까지 덩달아 2500~3000원 수준으로 가격을 내려받게 하는 파급효과도 낳았다. 행안부는 이 같은 업소들을 지원하기 위해 ‘착한 가격업소’ 인증표시 교부 시 자치단체장의 방문·격려를 통한 홍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9월 착한 가격업소 전용 홈페이지를 구축해 소비자들에게 업소 정보도 제공할 방침이다. 현재는 지방물가정보공개서비스(www.mulga.go.kr)와 각 지자체 홈페이지 등에서 착한 가격업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글로벌 시대] 유럽의 위기와 통합의 의미/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유럽의 위기와 통합의 의미/장홍 프랑스 알자스주정부 개발청자문위원

    유럽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불안해하고 있다. 그 영향이 미칠 부정적 효과에 대한 분석과 대응 방안이 전문가들에 의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모든 것이 수치와 결과로만 평가되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유럽통합의 근본적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유럽통합은 시작 단계부터 경제뿐 아니라 분명 추구하는 새로운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현재의 유럽 위기를 단순히 금융 차원을 넘어 보다 객관으로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유럽의 통화위기는 오래 전부터 예상 가능했었다. 유로화가 지닌 태생적 한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같은 위기는 유럽연합(EU)의 현 체제 하에서는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순전히 경제와 통화의 이론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유로는 이미 단일화폐로서 존재할 수 있는 현실적 기반을 상실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유로화가 사라질 경우 미칠 전 세계적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니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유럽 정치지도자들의 유로화를 유지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아직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럽의 위기는 단순한 금융위기만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심화와 확대의 양방향으로 꾸준히 통합을 지향해 오는 과정에서 유럽통합의 안정적 운영과 내부 결속을 위한 적절한 제도 개선을 통한 심화보다는, 여러 정치· 경제적 이유로 회원국의 숫자를 늘리는 확대가 성급히 진행되면서 벌어진 간극이 지금의 위기로 나타난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 유럽연합이 겪고 있는 위기는 상황적 위기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다.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 특히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통합을 위한 강한 의지와 상호 양보가 필요하다. 초창기 유럽통합의 선구자들이 꿈꿨던 유럽합중국과 같은 보다 높은 단계의 통합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회원국들이 보다 많은 주권을 EU로 이양해야 하는 쉽지 않은 결단이 요구된다. 1957년 로마 조약으로 유럽공동체가 탄생한 이래, 유럽통합은 단 한번도 유유히 흐르는 큰 강처럼 순탄하게 진행된 적이 없다. 무수한 위기와 그로 인한 해체의 위기를 용케도 극복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위기 극복의 원동력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우선 1, 2차 세계대전의 진원지이자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했던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반성이다. 다음으로 비전을 지닌 훌륭한 정치 지도자들의 시의적절한 역할을 들 수 있다. 외부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유럽 내부의 결속을 가능케 했다. 지금 유럽은 통합이 시작된 이래 가장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유럽통합이 깊숙이 진행되었다는 의미도 된다. 단순히 자유무역 정도에만 머물렀다면 오늘날과 같은 심각한 구조적 위기는 도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유럽통합은 지금까지 역사에서 단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새로운 것이다. 전통적인 통합 방식인 힘에 의한 지배나 언제 깨어질지도 모르는 위태롭고 불안한 힘의 균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모든 회원국이 동등한 위치에서 상호 협의와 양보를 통해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추구해 왔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새롭고도 바람직한 인류 발전의 모델을 유럽통합은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유럽통합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고, 아시아를 비롯한 그 밖의 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고 믿는다. 오는 28~29일로 예정된 유럽 영수회담은 그 어떤 영수회담보다도 유럽통합의 장래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연방제와 같은 보다 높은 단계의 통합으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역사상 최초로 시도되었던 공존의 통합 모델이 수명을 다하고 진행형의 역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역사가 될 것인가 하는 진실의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정치적 통합도 과감하게 이뤄져야 하고, 유럽 차원의 대량 자금 투입이 있어야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 美 대형은행 신용강등 공포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 美 대형은행 신용강등 공포

    스페인의 구제금융 요청으로 유로존 위기가 한 고비를 넘겼지만, 이번에는 미국 대형은행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로 금융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이르면 이번 주 전 세계 17개 대형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자산 기준으로 미국의 6대 은행 가운데 5곳이 포함돼 있다. 도이체방크와 BNP파리바, 스코틀랜드왕립은행 등도 신용등급 강등 대상으로 꼽힌다. 외신들은 미국 5개 은행의 신용등급이 현재보다 1~3단계씩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으며, 이 때문에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은행의 신용등급 강등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가능한 시나리오로 거론돼 왔지만,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면 전 세계 금융시장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공공사업 등에 미칠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은행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차입 비용 증가와 영업 위축, 수익 감소 등으로 금융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무디스에 이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 등도 대형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게 되면 금융시장의 우려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한 은행 관계자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이 다른 신용평가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신용등급 강등 대상에 포함된 은행들이 이미 추가 자금 마련에 나섰으며, 대형 펀드들은 해당 은행들과의 거래량을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대형은행들의 위기는 17일 총선 이후 그리스 행보의 불확실성과 미국 경제의 둔화 조짐 등과 맞물려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추가적인 악재로 부상하고 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열린세상] 국악 세계화 국민 사랑에 달렸다/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열린세상] 국악 세계화 국민 사랑에 달렸다/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

    며칠 전 대학생 50여명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국악 공연장에 한 번 이상 가 본 사람은 손들어 보라고 했다. 단 한명이었다. 방송에서 국악을 보거나 들어 본 적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서너명이 손을 들었다. 우리 전통음악을 잘 듣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재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 전통악기 한두개쯤 만져 본 적이 있다는 젊은 대학생들이 국악을 경험하고 대하는 현주소다. 한때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구호를 여기저기서 내걸었다. 우리 것은 무조건 최고라는 자민족중심주의는 문제지만, 그동안 간과해 왔던 소중한 자산을 되찾자는 그 정신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인지는 몰라도 우리 것을 갖고 세계의 문을 두드려 성공을 거둔 분야가 점차 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드라마와 영화를 비롯해 문화 콘텐츠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지에서 호평받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우리 문화 콘텐츠를 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사랑해 준 분야들이다. 미디어에서 비중있게 다루어 준 것도 유사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통과 혼이 담겨 있는 국악은 왜 대중들의 관심권 밖에 머물러 있을까. 국악계 내부의 목소리부터 들어 보자. 칠순의 명창 신영희씨가 얼마 전 인터뷰에서 언급한 경험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20여년 전 코미디 프로그램 ‘쓰리랑 부부’에 출연해 북치며 노래하는 소리꾼역을 했던 것을 두고 하는 이야기이다. 자신은 국악의 대중화라고 생각해 시도했지만, 당시 많은 국악인들과 정부 당국에서는 국악의 ‘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로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얼마 전 만난 소리꾼 김성태의 고백은 더욱 진솔하다. 강원도 양양 해변가의 항구에서 소리 카페를 운영하는 그는 “이곳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음식과 차와 함께 소리를 한다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소리꾼들도 많습니다. 참 어렵지요.” 국악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이 국악인들만의 책임일까. ‘한국인의 중심 채널’이라는 공영방송 KBS는 클래식 방송인 1FM에서 1시간짜리 국악 프로그램을 매일 세 차례 방송하고 있다. 그러나 TV는 1TV에서 토요일 낮 12시대에 50분짜리 고정 프로그램 하나를 달랑 편성하고 있다. 국민들이 즐겨 보는 TV에서의 국악 편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방송시간대를 보면 구색맞추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악방송’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소비자인 국민 입장에서 보더라도 국악 공연을 관람하기가 쉽지 않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국립창극단 등 국악단체가 있고, 국립극장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많은 공연장들이 있지만 서양 음악 공연에 비해 우리 전통음악 공연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국악을 어떻게 우리의 간판 문화콘텐츠 중 하나로 만들어 세계무대로 진출시킬 수 있을까. 무엇보다 국악인들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젊은 국악인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가 시도되고 있지만, 국악이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우리의 삶을 따뜻하게 해 주는 음악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이 가질 수 있도록 국악계 스스로가 혁신해야 한다. 스타 국악인들을 배출하는 것도 파급효과가 큰 접근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국민들이 우리 전통 음악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 매스 미디어가 보다 많은 관심을 갖는 것도 절실하다. 적어도 지상파방송에서는 국악의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발상을 전환하면 우리 음악을 갖고도 얼마든지 대중의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다각적인 진흥책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비자인 국민이 국악을 보고 듣고 싶을 때 언제 어느 곳에서도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소비자 중심으로 공연장과 공연 프로그램을 대폭 늘려나가야 한다. 아직 돈 버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분야의 소임이 더욱 막중하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떤 일도 안 되지만, 모든 게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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