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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윈난성 후타오샤 트레킹 체험… ‘차마고도’를 걷다

    中 윈난성 후타오샤 트레킹 체험… ‘차마고도’를 걷다

    지금 여기는 차마고도(茶馬古道)입니다. 정확히는 여러 갈래의 차마고도 가운데 중국 윈난성(雲南省) 위룽쉐산(玉龍雪山·5596m)과 하바쉐산(哈巴雪山·5396m) 사이의 후타오샤(虎跳峽)로 난 길 위에 서 있습니다. 길은 험합니다. 말과 사람이 겨우 지날 만큼 좁습니다. 협곡의 폭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니 호랑이(虎)가 건너뛸(跳) 수 있었겠지요. 한데 사방을 둘러친 풍경은 몇 마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광대하고 빼어납니다. 풍경에 홀려 자칫 발을 헛디뎠다간 곧장 수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말겁니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길인 셈이지요. 차마고도의 후타오샤 구간을 제대로 돌아보려면 족히 이틀은 걸립니다. 이번엔 ‘빵차’를 타고 이동하다 핵심 코스에 내려 트레킹을 즐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단기 속성 코스’ 쯤 될까요. 전 구간을 발품 팔아 걷는 것에 견줄 수야 있겠습니까만, 그 길에서 만난 감동의 깊이 만큼은 결코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후타오샤 트레킹에 나서기 전 몇 가지 알아둘 게 있다. 먼저 삼강병류(三江幷流)다.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한 진샤강(沙江)과 란창강(瀾滄江), 누강(怒江) 등 세 개의 물줄기가 26㎞ 거리를 두고 함께 흐르는 것, 혹은 그 지역을 뭉뚱그려 일컫는 말이다. 세 강은 각각 양쯔강과 메콩강, 살윈강의 최상류를 이룬다. 이 가운데 후타오샤를 관통하는 물줄기가 진샤강이다. 겨울엔 옥빛, 여름엔 황톳빛으로 빛깔을 달리한다는 강이다. 진샤강은 남진을 거듭하다, 장강제일만이란 곳에서 180도 회전해 리장으로 흘러들어 간다. 리장 안에서만 614㎞를 굽이친 진샤강은 쓰촨성 등을 거치며 한껏 폭을 넓히는데, 그게 바로 양쯔강이다. 샹그릴라현 후타오샤진에 이른 진샤강은 위룽쉐산과 하바쉐산 사이를 할퀴며 지난다. 바로 이 구간, 그러니까 오래전 한몸이었다가 지각변동으로 떨어진 두 개의 거대한 산이 몸피를 바짝 좁힌 협곡이 후타오샤다. 협곡의 길이는 20㎞ 남짓. 폭은 가장 가까운 곳이 30m 정도다. 진샤강과 설산의 최대 표고차는 3900m에 달한다. 차마고도는 바로 이 후타오샤의 거친 산자락 사이를 지난다. 차마고도는 ‘밑줄 쫙’ 쳐가며 알아두자. 인류 최고(最古)의 교역로로 꼽히는 곳이다. 실크로드 보다 앞서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차마고도는 윈난성 등 중국 서남부의 푸얼차(普?茶)와 티베트의 말을 교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선 ‘평균고도 4000m가 넘는 산자락에 다져진 험준한 길이 5000㎞ 정도 이어진다’고 적고 있다. 이 길을 따라 교역에 나선 상인 조직이 마방이다. 마방들은 차나 말 외에 소금과 약재 등 다양한 물품들을 실어 날랐다. 티베트 불교가 전래된 것도 바로 이 길을 통해서였다. 차마고도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후타오샤의 차마고도는 그 중 하나다. 중국 정부가 민간인의 티베트 입경을 불허하는 상황에서 차마고도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중국 서남부의 리장(麗江)은 소수민족의 전시장 같은 곳이다. 궁벽한 소도시에 20여개의 소수민족들이 살아간다. 중국인들조차 소수민족의 삶을 엿보기 위해 리장을 찾는다고 한다. 리장 시내를 벗어나 214번 국도로 갈아탄다. 티베트의 라싸까지 가는 국도다. 오래전 마오쩌둥이 티베트를 점령하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가던 길이기도 하다. 낡은 길이 주는 감동은 ‘신작로’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깊이를 가졌다. 길 양 쪽으로 줄곧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흐른다. 황톳빛 진샤강 위에 세워진 경홍교(景虹橋)를 건너면 샹그릴라다. 티베트 말로 ‘내 마음 속의 해와 달’이란 뜻이란다. 유럽인들에겐 1933년 영국의 제임스 힐턴이 지은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등장하는 전설의 이상향으로 각인된 곳이다. 샹그릴라는 해발 3300m로 리장(2400m) 보다 고도가 높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리장과 다소 다른 건축 양식 등에서 서역의 향기가 물씬 전해 온다. 후타오샤 트레킹은 최소한 1박 2일은 잡아야 한다. 하지만 후타오샤의 정수만 골라 보는 방법도 있다. 예컨대 후타오샤진에서 진샤강과 나란히 달리는 로 패스(Low path)를 따라 차를 타고 가다, 하바쉐산 중턱의 중도객잔(2600m)까지 오른 뒤, 차마고도와 합류해 관음폭포까지 다녀오는 식이다. 이때 동원되는 탈 것이 ‘빵차’다. 식빵처럼 통통한 형태를 한 승합차다. 생긴 건 볼품없지만 차마고도 트레킹에선 조랑말 만큼이나 유용하다. 차마고도를 에워싼 산은 거대하다. 그에 견줘 사람과 길은 턱없이 작다. 사진으로는 도무지 표현이 되질 않는다. 그러니 그저 실핏줄 같은 저 길 위로 사람과 말이 걷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 외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박석이 깔려 있지 않은 길은 바닥이 깊이 파였다. 흙길이라고는 하나, 단단하기가 포장도로에 견줄 만한데도 길 가운데가 움푹 파인 거다. 얼마나 많은 말과 사람들이 밟고 지났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몸 돌릴 틈 없는 좁은 벼랑길에서 마방끼리 마주치면 어떻게 될까. 가이드 김성철씨는 “마방을 이끄는 우두머리 ‘마고토’끼리 협상을 벌여 적은 규모의 대상이 싣고 온 짐과 말을 모두 벼랑 아래로 밀어 떨어뜨렸다”고 했다. 물론 물건값은 온전하게 보전해준다. 다소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오도가도 못하게 된 상황에서라면 그럴 수도 있지 싶다. 오가며 마주하는 위룽쉐산과 하바쉐산은 높고 또 깊다. 웅혼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 맞는다. 그 험준한 산에서도 생명이 자란다. 키 작은 관목들이 진회색 산자락을 초록빛으로 물들였다. 거인이 짧은 초록빛 비단 치마를 걸친 듯, 어색한 몰골이다. 하지만 그 치열한 생명력은 경외롭기까지 하다. 주민들의 삶도 산자락을 따라 팍팍하게 이어진다. 급경사의 산자락에 계단식 밭을 일궈놓았다. 염전 형태의 광물 채집 시설도 이채롭다. 설산 위쪽의 광산에서 배출된 물을 가둔 뒤, 물에 함유된 미세한 광물을 걸러내는 설비다. 현지 가이드는 “허술한 시설로도 해마다 2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거둔다”고 했다. ‘짭짤’한 수준을 넘어 화수분에 가깝다. 차마고도의 풍경이야 어디서나 가슴 벅차지만, 마지막 산굽이에서 마주한 풍경은 정말 장관이다. 왼쪽으로 관음폭포가 시원스레 쏟아져 내리고, 수십길 아래로는 장선생객잔 등이 모래알처럼 흩뿌려져 있다. 그 사이로 진샤강이 황톳빛 포말을 일으키며 쏟아져 간다. 멀리서는 실핏줄 같았던 관음폭포지만, 바짝 다가서 보면 제법 수량이 풍성하다. 차마고도 버전의 오아시스다. 물은 맑고 차다. 하바쉐산의 만년설이 녹은 물이기 때문이다. 한 시간 남짓한 트레킹에 아쉬움도 남을 법하다. 한데 이쯤에서 돌아서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길이 준 울림은 이미 차고도 넘쳤으니 말이다. 윈난을 말할 때 리장(麗江)고성(古城)을 빼놓을 수 없다. 사방가(四方街)에서 방사선 형태로 뻗어 나간 네 갈래 길 위에 1000년을 넘나드는 건축물들이 어깨를 맞댄 채 서 있는 곳. 길바닥엔 오화채색석이 촘촘하게 깔렸고, 위룽쉐산(玉龍雪山)의 만년설 녹은 물이 세 갈래로 마을을 적시며 흘러가는 곳이 바로 ‘동방의 베니스’ 리장고성이다. 해발 2400m의 나시족자치현인 리장은 중국 내에서도 ‘깡촌’으로 통했다. 그러다 1996년 발생한 대지진은 고성의 가치를 한껏 높여 줬다. 인근의 현대식 건물들은 하릴없이 스러졌지만, 고성은 끄떡없이 서 있었던 것. 3000여 채에 달하는 우아한 목조건물들은 서로 맞닿아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의 연환계를 연상하면 알기 쉽다. 실핏줄 같은 100여개의 골목길로 연결된 건축물은 서로가 버팀목 노릇을 한다. 반면 화재엔 취약하다. 조조의 대군도 제갈공명의 화공 한 방에 케이오되지 않았던가. “고성 앞에 세워진 물레방아 모양의 대수차(大水車) 또한 화재 예방을 기원하는 액막이”라는 게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다. 길바닥엔 박석이 깔렸다. 수많은 말과 마방들이 오가는 동안 길이 파이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인근 흑룡담에서 발원한 수로는 세 갈래로 나뉘어 고성 곳곳을 적시며 흘러간다. 리장고성이 ‘동방의 베니스’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성 안에는 약 3만명의 주민이 산다. 그중 90%가 나시(納西)족이다. 나시족은 개구리를 숭상한다. 개구리가 하늘에서 동파교 경전을 가져와 인간에게 전해 줬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시족의 개구리에 대한 친밀감은 전통 복장에서 잘 드러난다. 나시족 여인들마다 등 뒤에 장식물을 메고 다니는데, 이게 꼭 개구리처럼 보인다. 거북이 등껍질을 닮은 장식물엔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일곱 개의 원을 수놓았다. 머리엔 달처럼 둥근 모자를 쓰고 다닌다. 이른바 피성대월(披星戴月)이다. 별을 등에 지고, 머리엔 달을 이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새벽별 보며 집을 나선 뒤 달 뜨는 밤에 돌아올 만큼 오래 일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사와 농사를 전담했던 나시족 여인들의 힘겨운 생활사가 배어 있는 표현인 셈이다. 리장고성은 1200년 전(1700년이란 견해도 있다) 세워진 바이사(白沙)고진(古鎭)과 1000년 역사의 수허(束河)고진, 그리고 800년 된 다옌(大硏)고진을 포괄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리장 시내의 다옌고진을 리장고성이라고 부른다. 세 곳은 성격이 다소 다르다. 시간을 내 따로 찾는 게 좋겠다. 리장고성을 기준으로 수허고진은 4㎞, 바이사고진은 10㎞ 정도 떨어져 있다. 규모는 작아도 번다한 관광지가 돼 버린 리장고성보다 한결 옛 정취가 살아 있다. 리장고성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게 위룽쉐산이다. 여태 단 한 차례도 인간에게 정상을 내주지 않은 산이다. 해발고도는 ‘현재’ 5596m다. 한라산을 3개 쌓아 놓은 것과 맞먹는 높이다. 지각활동이 활발해 지금도 높이가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산군들의 자태가 기막히다. 은빛의 용이 꿈틀대는 듯하다. ‘옥룡’이란 이름도 그래서 붙여졌다. 산은 거대하다. 5000m 넘는 고봉만 13개, 72개에 이르는 4000m급의 ‘낮은’ 봉우리는 이름조차 없다. 그 안 어딘가에 ‘만년설 녹은 물로 차를 끓여 마시고, 사슴을 타고 다니며, 호랑이로 밭갈이를 하는 사람이 산다’는 전설 속 옥룡제삼국도 있을 게다. 불끈 솟은 산은 리장 어디서나 풍경의 주인이 된다. 위룽쉐산에서 캐낸 오화채색석은 리장고성 등의 길을 포장하는 데 쓰였다고 한다. 산 중턱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갈 수 있다. 승속을 가르는 듯한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면 해발 4506m의 빙천 세계다. 고산 증세로 머리는 어지럽고, 가슴은 답답하다. 예서 4680m의 전망대까지는 걸어서 가야 한다. 후들대는 다리로 마지막 계단을 딛고 서면 웅장한 위룽쉐산의 산군들과 마주할 수 있다. 글 사진 샹그릴라·리장(중국)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여행 수첩] ▲아시아나항공이 중국 리장까지 주 2회(목·일요일) 전세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리장 공항이 생긴 이래 외국계 항공사로는 처음이다. 비행시간은 5시간 정도. 목요일 출발은 4박(기내 1박) 5일, 일요일 출발은 5박 6일 일정이다. 6월 16일까지 1차 운항, 7월 18일~10월 17일 2차 운항한다. 아시아나 전세기를 이용한 관광상품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투어2000, 혜초여행사, 라이브투어 등 다섯 곳에서만 판다. 대부분 리장과 다리(大理), 혹은 리장과 후타오샤 등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리장을 기준으로 후타오샤까지는 100㎞, 버스로 3시간쯤 걸린다. 위룽쉐산은 25㎞로 40분 거리다. 리장고성 수로의 원천인 흑룡담은 리장 시내에 있다. 가뭄으로 물은 바짝 말랐으나 리장 주민들이 성소로 여기는 곳이니 둘러보는 게 좋겠다. ▲위룽쉐산 빙천세계에선 한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진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50위안(약 9200원)에 방한 점퍼를 빌릴 수 있다. 고산증세를 완화시키는 산소통도 1개 당 50위안이다. ▲후타오샤 트레킹에 이용되는 조랑말은 200~300위안쯤 받는다. 객잔 숙박비는 150 위안선이다.
  • [17일 TV 하이라이트]

    ■티베트에서의 7년(KBS1 밤 12시) 오스트리아의 유명 산악인 하러는 임신한 아내를 뒤로한 채 히말라야의 최고봉 중의 하나인 낭가파르바트로 원정을 떠난다. 강인함과 냉철함, 그리고 이기적인 성격으로 혹한의 산정에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땅 티베트의 모든 국민에게 추앙받는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게 된다. ■VJ 특공대(KBS2 밤 10시) 세계 최대 불교국가 미얀마는 5600만 인구 중 약 90%가 불교 신자이며, 승려 수만 40만 명에 달한다. 프로그램은 미얀마의 동자승 생활을 공개한다. 나이도 사연도 제각각이지만, 불심 하나로 동자승이 된 아이들. 미얀마에서만 볼 수 있는 소년·소녀 ‘승려 학교 이야기’를 VJ 카메라에 담았다. ■MBC 특별기획 구암 허준(MBC 밤 8시 55분) 허준은 돌쇠 어머니의 눈을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병사에는 허준이 공명심에 사로잡혀 병을 빨리 낫게 하려고 독한 약을 쓴다는 소문이 퍼진다. 한편 유의태와 삼적은 의원으로 돌아오고 허준과 함께 돌쇠 어머니를 치료하던 유의태는 의가에 어긋나는 법칙을 허준에게 일러준다. ■정글의 법칙(SBS 밤 10시) 신비의 땅 차마고도의 끝을 가다.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곳.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야생동물의 표적이 된 병만족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고, 그들을 집어삼킨 양극의 고통 폭염부터 폭설까지. 병만족, 생존의 위기에 놓인다. 한편 병만족은 히말라야의 또 다른 숨겨진 적 고산병으로 고통스러워 하는데…. ■하나뿐인 지구(EBS 밤 7시 30분) 계절과 시간이 살아있는 사찰 밥상. 프로그램 ‘최고의 요리비결’에 출연한 대안 스님은 요리하는 스님으로 유명하다. 서울, 광주 같은 곳에 출강을 자주 나감에도, 많은 수강생이 지리산 자락에 있는 금수암까지 대안 스님을 찾아온다. 스님 밥상의 비결은 제철에 수확한 식재료 고유의 맛을 살려 요리하는 것이다. ■도선국사(OBS 오후 5시 45분) 풍수 지리설의 대가인 도선국사의 일대기를 집중 조명한다. 그가 생전에 남긴 업적과 후대의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또한 도선국사의 독창적인 풍수사상을 어떻게 정립해나가는지 알아보고, 도선국사의 풍수사상이 후대에 대표적인 사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었던 역사적 배경을 되짚어본다.
  • [씨줄날줄] 달라이 라마 리스크/육철수 논설위원

    티베트는 중국의 서쪽에 있는 시장(西藏) 자치구다. 중국은 1949년 이곳을 무력으로 점령한 뒤 10년 동안 티베트인 600만명 중 100만명을 살해하고 100만명을 감금했다. 또 한족 1000만명을 이곳에 이주시켜 티베트인을 소수민족으로 만들었다. 중국에 편입되기 전 지도자였던 달라이 라마(법명:톈진 갸초)는 1959년 인도로 망명해 54년째 세계 각국을 돌면서 티베트의 ‘완전자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티베트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 땅에 대해 ‘자고 이래 중국에 속한’, ‘분할할 수 없는 중국 영토’란 표현들을 동원한다. 달라이 라마에 대해서는 ‘종교 지도자의 옷을 입고 국가 분열에 종사하는 망명 정객’으로 못 박아놨다. 그래서 “어떤 개인이나 나라든 달라이 라마를 만나 반중 행보에 편리를 봐주거나 지원하면 내정 간섭”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그동안 달라이 라마를 불러들여 중국과 외교관계가 껄끄러워진 나라들이 적지 않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를 의식해 2011년 달라이 라마를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가 아닌 맵룸(접견실)에서 만났다. 그런데도 중국은 1조 달러가 넘는 미국채권을 갖고 있음을 암시하며 “똑바로 하라”는 메시지를 날렸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8년 달라이 라마를 만났는데, 중국과 관계를 회복하는 데 2년이나 걸렸다. 2004년 달라이 라마를 초청했던 멕시코의 정치인들은 중국 외교관으로부터 “무식하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우리나라도 달라이 라마 때문에 여러 번 곤경에 빠질 뻔했다. 정부는 2007년 그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한 적이 있다. 국익을 위해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를 피하자는 게 이유였다. 그랬더니 중국 정부는 자국 언론을 통해 한국을 ‘적극 협력한 모범 사례’로 치켜세웠다. 씁쓸한 외교 현실이다. 영국의 캐머런 총리가 이런 중국의 ‘역린’을 건드렸다가 1년째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런던에서 ‘종교 노벨상’으로 불리는 템플턴상을 받은 달라이 라마를 접견했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의 꽁한 심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당장 중국이 영국에 투자한 13조원이 어찌 될지 모르고, 영국의 연간 대중(對中) 수출 16조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단다. 게다가 경쟁국인 프랑스에선 항공기 60대를 사주면서 영국엔 모른 척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그렇다고 ‘항복문서’를 들고 달려가기엔 자존심이 걸리고…. 중국도 이젠 인류 보편의 가치를 깨달을 법도 한데, 언제까지 이웃 나라들을 불편하게 할 건지….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펴낸 ‘史記’ 전문가 김영수

    [저자와의 차 한잔]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펴낸 ‘史記’ 전문가 김영수

    26년째다. 1987년 석사 과정에서 ‘사기’의 ‘조선열전’으로 만나 지금까지 사마천(기원전 145~90?)의 ‘사기’에만 매달렸다. 120여차례 중국을 방문하고 전역을 돌아 사마천의 발자국을 따르며 ‘사기’의 시공간을 확인했다. 하도 자주 들락거리니 한때 중국 공안에서 요주의 인물로 보고 입국심사를 따로 하기도 했다. 3년 전에는 사마천의 고향으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넘어져 어깨뼈가 산산조각났다. 10시간 넘는 대수술 끝에 어깨를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위기를 몇 번 거쳐도 여전히 ‘사기’를 꼭 붙들고 있다. 이제 그의 이름과 사마천의 ‘사기’는 늘 나란히 간다. 명실공히 ‘사기’ 전문가로 불리는 김영수(54) 작가는 틈틈이 메모해 놓은 ‘사기’의 명문을 고르고 골라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생각연구소 펴냄)을 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만난 그는 “‘사기’의 고사성어와 명구는 고상한 도덕적 잠언이나 얄팍한 처세서가 아니다. 춘추전국시대에 수많은 제왕과 지식인들이 등장하는 흥미로운 이야기에서 함축적이고 압축적인 언어로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한다”고 설명했다. “사마천은 열세 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현장을 누비면서 역사학자로서 철저한 교육을 받았어요. 바른말을 했다가 한 무제의 노여움을 사 형벌을 받게 됐는데 죽음 대신 궁형(성기를 자르는 벌)을 택했죠. ‘사기’를 마무리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그 치욕스러운 분노와 사무치는 원한보다 컸던 거죠. 그 위대한 업적을 지금 ‘사기’를 통해 확인하고 있는 겁니다.” ‘사기’는 무려 52만 6500자로 이루어져 있다. 사자성어는 600개에 이른다. 명언이나 격언을 합치면 1200개 문장을 훌쩍 넘을 것이라 했다. 이 중에서 작가는 190개 문장을 뽑아냈고, 그중 131개 문장이 이 책에 담겼다. 보기 쉽게 생사, 관조, 활용, 언어, 사로(思路), 유인, 승부 등 7개 장으로 나누었다. 각 고사성어마다 역사적 배경을 담고, 작가의 해석을 덧붙여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사기’의 정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작가는 자신을 “압축된 언어 속에 중국인의 심리와 문화가 다 숨어있는 것이 ‘사기’이고, 나는 그 압축파일을 풀어주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참 적확하다 싶다. 책은 리더십과 인재 활용, 개혁 등에서도 들춰볼 것이 많다. 초나라의 혁신을 도운 ‘구조조정 전문가’ 오기가 있고, 시스템개혁에는 혁신적이었지만 인간에 대한 불신이 강했던 진시황을 볼 수 있다. 중국사상 최고 개혁가로서 이론과 실천력을 동시에 갖춘 상앙도 있다.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도 돕는다. “우리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중국에서는 참 위험한 말이죠. 천하를 얻은 유방이 자신을 도운 장수 중 하나인 한신을 내친 토사구팽(兎死狗烹)의 근거가 바로 이 말이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많을수록 좋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함부로 할 말이 아니죠.” 물론 중국 사람들 모두가 ‘사기’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닐 터. 현재 중국에서 ‘사기’는 바이블과 동급으로 여겨지는 추세다. 중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역사와 문장 교육이 필수다. 지도급 인사가 되기 위해서는 중국 역사와 세계사,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 게다가 시진핑 주석의 고향이 사마천이 태어난 산시성이라는 점, 시진핑이 연설 때마다 역사를 강조하는 것 등은 ‘사기’의 중요도를 높인다. 작가는 “사마천 당대에 한 무제가 펼친 공정은 지금 중국의 공정과 똑같다”고 했다. “한 무제 시절 고조선을 비롯해 많은 주변국가를 흡수했어요. 중화문명의 유구함을 강화하면서 서북으로는 실크로드를, 서남 티베트와 운남성 일대를 개척했죠. 동북으로 고조선을 친 겁니다. 이런 과정을 ‘사기’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사기’를 떠받드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때는 무력이었지만, 지금은 역사와 문화, 민족기원의 문제로 파고들면서 공정을 이루고 있다고 봅니다. 이게 중국의 무시무시한 ‘소프트파워’죠.” 작가는 “중국에 비하면 우리나라 역사 공부는 초라할 정도”라면서 “이런 식으로 동북공정에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작게는 삶의 방향을 찾고, 크게는 중국을 제대로 인식하고 전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려면 ‘사기’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 역할을 그 과정에 조금 보탬을 주는 것이고요.”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中 전투기 40대 출격… “댜오위다오 타협불가”

    中 전투기 40대 출격… “댜오위다오 타협불가”

    중국 군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대응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함정과 전투기의 센카쿠 급파가 잦아지고, 규모도 확대돼 일본과의 우발적인 무력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마침내 센카쿠를 티베트, 타이완, 남중국해 등과 마찬가지로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으로 규정, 중국 군은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지난 23일 일본 극우단체 회원들을 태운 선박이 센카쿠에 접근했을 때 중국 측은 당초 알려졌던 해양감시선 8척 외에 수호이27 전투기를 포함한 40여대의 군용기를 주변 상공에 출격시켰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27일 보도했다.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들도 28일 일제히 이 내용을 인용해 전했다. 지난해 9월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 조치를 계기로 중·일 간 센카쿠 분쟁이 격화된 뒤 중국이 전투기를 센카쿠 인근 상공에 띄운 적은 있지만 이처럼 최신형 전투기를 대규모로 투입한 것은 처음이다. 당시 일본 극우단체 회원 80여명을 태운 선박 10여척이 센카쿠에 접근하자 중국은 해양감시선 8척을 센카쿠 일본 영해 안으로 투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 10척이 출동해 대치 상황이 연출됐다. 양국 관공선의 대치 상황 속에서 중국은 수호이27, 수호이30 등 4세대 주력 전투기 40대 이상을 급파해 센카쿠 열도를 근접 비행하며 중국 해감선을 엄호했다. 일본도 F15 전투기를 출격시켜 양국 전투기들이 서로 추격전을 벌이는 등 급박한 상황이 전개됐다. 일본은 중국이 대규모 전투기 편대를 센카쿠 상공에 출격시킨 것을 위협적 무력시위라고 규정했다. 양국의 4세대 전투기 보유 규모는 일본 300대, 중국 500대로 차이가 커 중국이 향후에도 계속 전투기를 출격시킬 경우, 영공 방어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일본 내부에서는 나오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일본이 F15 전투기 등을 출격시켜 중국 항공기의 정상적 순찰을 추적·감시·방해한 것”이라면서 “일본이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중국 위협론’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의 센카쿠 대응 전략은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중국은 지난 26일 외교부 대변인 정례 브리핑을 통해 센카쿠 열도를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규정했다. 일본과 더 이상 센카쿠 열도 문제로 타협, 협상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마카오군사학회 황둥(黃東) 회장은 “중국이 전투기를 대규모로 출격시킨 것은 일련의 계획된 위협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中·인도 국경대치 열흘째… 1962년 전쟁 ‘악몽’ 솔솔

    中·인도 국경대치 열흘째… 1962년 전쟁 ‘악몽’ 솔솔

    중국과 인도 양국 군이 국경 분쟁 지역에서 대치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및 남중국해에서 주변국들과 밀고 당기는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전선 확대’를 우려해 원만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 간 국경 침탈에 대한 입장 차이가 커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5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사이트 인민망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과 인도 군이 카슈미르 북단 라다크 지역의 다울라트 베그 올디 인근 산악지대에서 열흘째 대치 중이다. 앞서 인도 당국은 지난 15일 밤 중국 군 소대 병력이 인도령인 잠무 카슈미르 북단의 사실상 국경선인 실질통제선을 넘어 10㎞ 지점까지 진입해 해발 5180m 지점에 진지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인도의 국경경비대도 이틀 뒤인 17일 중국 군 진지 맞은편 300m 지점에 천막을 치고 중국 측에 철군을 요구하며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중국 측은 자국 군이 실질통제선을 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700여㎞에 걸쳐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인도 간의 국경분쟁은 해묵은 일이다. 인도는 이번에 문제가 된 카슈미르 지역 3만 3000㎢를 중국이 강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인도가 티베트 남부의 아루나찰 프라데시주 9만㎢를 불법적으로 점유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양국은 국경분쟁의 격화로 1962년 전쟁까지 치렀다. 이에 2003년부터 특별대표를 임명해 국경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인도가 사건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중국과의 영토분쟁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인도 외교부가 자국 주재 중국대사를 초치해 “즉각 철군하라”고 요구하고, 산악부대를 추가 배치하는 등 전방위적 압력을 넣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양국 간 군사적 충돌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부정적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둥만위안(董漫遠) 연구원은 “양국은 전처럼 대화를 통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다음 달 인도 방문을 예정하고 있다는 점도 충돌 가능성을 낮추는 대목이다. 양국은 2011년 설치한 ‘핫라인’을 통해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中 쓰촨성 강진] 中, 사회단체 방문 불허… 정보통제 의혹

    중국 당국이 쓰촨(四川)성 야안(雅安)시 등 지진피해 지역에서 사회단체 등이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고 구조 및 복구 작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22일 신경보 등에 따르면 국무원 판공청은 전날 오후 각 사회단체 등에 통지문을 보내 당국의 사전 허가 없이 지진피해 지역에 자원봉사자 등을 파견하지 못하도록 했다. 당국은 일단 ‘원활한 구조활동’을 이유로 제시했다. 여진이 계속되는 등 위험이 큰 데다 산사태 등으로 도로 곳곳이 끊긴 상황에서 너무 많은 차량이 몰릴 경우 부상자 이송 및 구호 물품 수송 등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5년 전 쓰촨대지진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지진으로 5000여명의 학생이 희생됐는데 그 원인이 학교 건물의 부실시공 때문이라는 사실이 현장에 접근한 학부모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에 의해 잇따라 폭로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된 바 있다. 결국 중국 당국이 이번에도 5년 전과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상황을 우려해 일반인과 사회단체 등의 현장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중국 공안(경찰) 당국이 “혼란을 가중한다”는 이유로 민간단체와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쓰촨성 성도 청두(成都)의 티베트족 승려들도 구호 활동을 위해 야안으로 가던 도중 저지당했다. 앞서 쓰촨성은 지난 20일부터 일반 차량이 재해 발생지역으로 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으며 기업이나 개인이 자체적으로 재해지역에 구호물자 등을 보내는 것도 금지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中 쓰촨성 대지진] 룽먼산 단층대 움직임이 원인

    [中 쓰촨성 대지진] 룽먼산 단층대 움직임이 원인

    2008년 8만 6000여명이 희생된 규모 8.0의 쓰촨(四川) 대지진이 일어난 지 5년 만에 또다시 강진이 발생해 쓰촨성 일대에 지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일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한 쓰촨성 야안(雅安)시 루산(山)현은 쓰촨 대지진 진앙지인 원촨(汶川)현과는 200여㎞ 떨어진 지점이다. 연관성이 주목되는 이유다. 중국지진센터(CENC)는 이번 지진의 발생 원인에 대해 쓰촨성을 가로지르는 룽먼(龍門)산 단층이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라시아판에 속한 티베트 칭짱(靑藏)고원 지대의 지각이 쓰촨 분지를 밀어붙이면서 룽먼산 단층의 활동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쓰촨 대지진은 룽먼산 단층의 중·북단에서, 이번 지진은 단층 남단에서 일어났다. 루산 지진이 쓰촨 대지진의 여진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중국과학원의 천윈타이(陳運泰) 원사는 21일 쓰촨 대지진 당시 여진이 서남쪽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들어 “루산 지진은 쓰촨 대지진 이후 최대의 여진”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중국 지진국은 “쓰촨 대지진의 여진이 아닌 개별적인 지진”이라며 이 같은 분석을 일축했다. 한편 규모는 1.0 차이에 불과하지만 이번 지진 피해가 5년 전보다 작았던 것은 지진의 절대 강도가 32분의1에 불과한 데다 잇따른 대지진 ‘학습 효과’로 당국과 주민들의 대응이 비교적 신속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두(쓰촨성)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꽃등불’ 켠 남도의 선암·송광·대원사

    ‘꽃등불’ 켠 남도의 선암·송광·대원사

    선암사로 늙은 매화를 보러 갔습니다. 수시로 점검했으니 이젠 꽃 필 때가 됐다고 자신했지요. 한데 사람의 시간으로 꽃의 시간을 가늠했던 게 잘못이었을까요. 전남 순천까지 불원천리 달려갔으나 ‘선암매’는 끝내 제 자태를 보여주지 않더군요. 대신 처진벚나무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능수버들처럼 늘어진 가지마다 꽃등불을 매달았는데, 수수한 절집과 어우러져 여간 곱지 않았습니다. 조계산 반대편의 송광사에선 노란 산수유가 한창이었습니다. 곱기로야 송광사 인근의 대원사 벚꽃길도 뒤지지 않지요. 섬진강 벚꽃들은 벌써 꽃비가 되어 흩날렸는데, 여기선 이제 팝콘처럼 부풀어 오르는 중입니다. 꽃이 전하는 싱싱한 봄날과 마주하지 못한 당신, 늙은 나무들이 전하는 짙은 꽃향기에 취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꽃의 시간에 여정을 맞추는 건 쉽지 않다. 한데 올해는 유난히 편차가 심했다. 그 탓에 국내 대표적인 꽃축제들이 개화시기를 놓칠까 전전긍긍해야 했다. 선암사 홍매도 마찬가지다. 홍매화축제가 열렸던 지난 6~7일에도 선암사의 늙은 매화는 채 절반도 꽃을 피우지 못했다. 광양 등 섬진강 주변의 매화들이 벌써 절정을 지난 것에 견줘 매우 이례적이다. 하지만 심술궂은 봄 날씨 ‘덕’에 여전히 고매(古梅)의 개화를 기다리는 즐거움이 남았으니, 이를 다행이라 해야 할까. 선암사로 향하는 순천 도심 곳곳에 정원박람회를 알리는 표지판들이 내걸렸다. 그런데 정원박람회를 열게 된 계기가 안타깝다. 순천만은 국내 연안습지 가운데 처음으로 2006년 람사르협약에 등록되는 등 생태계 보고로 꼽히는 명소다. 그런데 순천 도심이 팽창하면서 도시화가 목전에 이르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순천시 측은 순천만과 도심 사이에 에코 벨트, 이른바 생태 울타리를 치기로 결정했고, 부지로 쓰일 농지 등을 매입했다. 그곳이 바로 정원박람회장이다. 전시장은 박람회가 끝난 뒤에도 ‘순천의 정원’ 노릇을 계속하게 된다. 순천으로서는 박람회장 조성을 통해 새로운 풍경의 보물과 ‘순천만의 방패’를 동시에 ‘수확’하는 적시타를 터뜨린 셈이다. 봄의 선암사는 꽃대궐이라 했다. 200년 된 영산홍과 300년 된 철쭉, 목련, 보랏빛 수국 등이 번갈아 피고 진다. 가장 앞줄에 서는 건 역시 천연기념물(제488호) 홍매다. 그런데 ‘오호통재’다. 이제야 고매 끝자락에 한 두 개 꽃이 맺히기 시작했다. 600여 살의 무우전 홍매도, 원통전 뒤편의 백매도 꽃을 틔워내는 모습이 힘겹다. 늙은 매화들이니 초봄의 온기만으로는 몸을 달구기가 쉽지 않은 게다. 절집 스님인들 꽃의 속내를 알랴. 다만 13일께부터 “볼 만해질 듯”하단다. 그런데 잊은 게 있었다. 무량수각 앞 처진벚나무다. 수양버들처럼 가지를 축축 늘어뜨린 벚나무들이 가지 끝에 꽃등불을 매달았다. 해를 맞서고 보자니 반짝이는 꽃술들이 은하수를 닮았다. 고매들의 고아한 자태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아쉬움을 달래기엔 충분한 풍경이다. 동백꽃도 붉은 꽃불을 켰고, 흰 목련은 진작 만개했다. 무량수각 앞만 꽃잔치가 펼쳐진 셈이다. 송광사는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선암사와 마주하고 있다. 송광사가 서쪽, 선암사가 동쪽에 터를 잡았다. 둘 다 부처님 말씀을 따르는 건 같지만 종파는 다르다. 송광사는 조계종, 선암사는 태고종에 속한다. 절집의 풍모도 마찬가지. 선암사가 수수하고 소박하다면 송광사는 우아하고 세련됐다. 어느 모로 보나 확연히 구분되는 두 개의 옥구슬(雙璧)이다. 주암호를 휘휘 돌아 송광사로 향한다. 호숫가의 벚꽃은 벌써 폭죽처럼 터졌다. 송광사 진입로 또한 벚꽃터널이다. 노거수마다 뒤틀리고 거무튀튀한 가지 끝에 싱싱한 연분홍 꽃술을 매달았다. 이른 봄, 수 많은 객들이 송광사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덜 알려졌을 뿐, 송광사에도 늙은 매화는 있다. 대웅전 앞마당 오르는 계단 옆을 지키고 섰다. 나무는 바닥에서 다섯 가지로 뻗어 올랐다. 호사가들은 이를 보고 오지벽매(五枝碧梅)라 부르기도 한다. 수령은 200년을 족히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꽃은 수수하다. 연녹색 꽃받침에 모시적삼 같은 흰 꽃술이 얹혀 있다. 절집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쉬 눈에 띄지 않는 건 이 같은 도드라지지 않은 외모 때문일 터다. 이달 중순께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송광사에서 주암호를 따라 보성 땅에 들면 곧 대원사 진입로와 만난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길이다. 들머리에서 대원사까지 5㎞ 남짓한 구간에 왕벚나무가 빼곡하다. 역시 13일쯤이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벚꽃길 끝자락의 대원사는 송광사의 말사다. 머리로 치는 왕목탁, 빨간 모자 쓴 불상 등 해학 넘치는 볼거리들이 많다. 경내 티베트 박물관은 티베트 불교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1000여 점의 티베트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 글 사진 순천·보성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영화가 현실로… “상상만으로 체온 변화 가능”

    영화가 현실로… “상상만으로 체온 변화 가능”

    마치 영화에 나오는 도인처럼, 명상만으로 실제로 체온 변화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사이언스데일리 등 과학전문매체가 9일 보도했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부교수인 마리아 코제브니코브 심리학 박사 연구팀은 티베트 승려들의 명상기법인 툼모(tummo)를 관찰한 결과 호흡을 동반한 명상이 체온을 높이고 면역체계를 강화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내면의 에너지’를 통제하며 자체적으로 열을 발산해 내는 것으로 알려진 이 명상 기법은 티베트 수도원에서 가장 신성시 되는 정신 훈련 중 하나다. 툼모 명상이 손가락과 발가락 끝의 온도에 작은 변화를 준다는 사실은 이전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 있지만, 몸 전체의 온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은 영하 25℃에 달하는 히말라야의 추운 날씨 속에서 몸에 젖은 모포를 두르고 ‘내면의 에너지’를 이용해 이를 말리는 승려들의 훈련과정을 지켜봤으며 이를 뇌파 측정기로 관찰한 결과, 체온이 38.3℃까지 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또 툼모 명상시 쓰는 호흡기법을 비(非)명상가인 서양 참가자들에게 실시한 결과, 역시 체온이 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호흡과 두뇌 상상을 통해 명상을 하지 않는 사람도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 “명상 할때의 복식호흡은 열 발생의 원인이 되며, 정신적인 집중은 중추신경을 따라 열을 발생시키는 두뇌 상상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제브니코브 부교수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의학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녀는 “티베트 명상 없이도 복식호흡, 상상력 등을 통해서 몸의 체온을 올리고 더욱 건강해 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 3월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조계종 수행승 절반이 간화선 수행 안해”

    국내 선원에서 수행에 정진하는 수좌 스님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간화선 수행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은 전국선원수좌회가 조계종 수행 근간인 간화선의 위기를 직접 표명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조계종 재단법인 전국선원수좌회 대표이사 의정 스님은 지난 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국이 1일 생활권에 들어서는 등 세계가 가까워지면서 외래 선(禪)이 급격히 유입되고 있다”며 “지금 선원에서 간화선을 하지 않은 채 위빠사나나 티베트 수행 등 다른 명상법을 수행하는 수좌 스님이 절반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이런 경향은 신도들에게도 이어져 수행 불자 가운데 50∼60%가 간화선 아닌 다른 수행법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정 스님은 이런 현상에 대해 “그간 우리 종단에서 간화선 포교를 잘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간화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퍼진 것 같다”고 분석하고 나서 “앞으로 주제별로 다양한 간화선 대법회를 개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선원수좌회는 24일부터 5월 2일까지 9일간 조계사 대웅전에서 한국불교 대표 선사 9명이 매일 대중들에게 법문하는 ‘간화선 대법회’를 진행한다. 대법회에는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을 비롯해 혜국(석종사 금봉선원장), 월탄(조계종 원로의원), 대원(학림사 오등선원 조실), 무여(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설정(덕숭총림 방장), 현기(상무주암 수좌), 도문(조계종 원로의원), 고우(조계종 원로의원) 스님이 법문한다. 법문 일정은 다음과 같다. ▲24일 진제 스님 ▲25일 혜국 스님 ▲26일 월탄 스님 ▲27일 대원 스님 ▲28일 무여 스님 ▲29일 설정 스님 ▲30일 현기 스님 ▲5월1일 도문 스님 ▲5월2일 고우 스님.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대통령 퇴임 후 더 바쁜 카터, 네팔서 총선 감시

    퇴임 후 ‘해비탯’(사랑의 집 짓기 운동) 등 각종 봉사와 기부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지미 카터(89)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총선이 예정된 네팔의 선거 감시 활동에 뛰어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주 네팔에 도착해 수도 카트만두에서 정치권 지도부와 정부 고위 관료들을 만나 선거 문제를 논의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하는 비영리기구 카터센터를 통해 네팔 지도자들로부터 선거 감시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카터센터는 2008년 네팔 총선도 감시한 바 있다. 네팔 주요 정당은 지난달 대법원장을 수반으로 하는 과도정부 구성과 6월 총선 개최에 합의했다. 그러나 과도정부에 참여하지 못한 일부 정파는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정부를 다시 구성하지 않으면 총파업 돌입 등으로 선거를 방해하겠다고 밝혔고, 정부도 선거 일정을 잡지 못해 총선이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상황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선거가 6월 마지막 주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라며 “선거위원회와 정부가 세부적으로 결정하겠지만 몬순(우기) 이후인 11월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유권자 명부를 작성하던 선거 관리 공무원들이 야당 지지자들에 의해 일시 구금되기도 했다”면서 “야당 지도자들과 만나 이런 위법 행위는 네팔 국민이 민주주의를 위해 쌓아 온 노력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네팔은 왕정을 폐기하고 공화정을 도입해 2008년 제헌의회를 구성했으나 의회가 공전하면서 헌법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지난해 5월 의원 임기가 끝났고 이후 정국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터 전 대통령이 네팔에서 민주적 총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감시하는 활동에 나서면서 일종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한편 카터 전 대통령은 네팔 정부를 상대로 티베트 난민의 유입을 저지하라는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네팔에는 현재 약 2만명의 티베트 난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새 교황 프란치스코 선출] “평화·안보·인간 존엄성 증진 노력 바란다”

    가톨릭 역사상 최초로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이 탄생했다는 소식에 중남미 국가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축하 메시지가 잇따랐다. 새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국민과 정부의 이름으로 축하 인사를 전한다”면서 “교황이 인류의 정의, 평등, 박애, 평화를 위해 헌신하면서 목자로서의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국의 오딜로 페드로 스체레르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기를 기대했던 브라질은 아쉬움 속에서도 새 교황과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초의 미주 대륙 출신 교황의 탄생은 이 지역의 힘과 활력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새 교황과 함께 평화와 안보, 인간 존엄성의 증진을 위해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교황이 현재 세계가 직면한 도전들을 잘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과 교황청이 교황의 현명한 지도로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주교 임명권과 타이완과의 관계 등을 둘러싸고 가톨릭 교회와 갈등을 겪어온 중국 정부는 새 교황이 실용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취하기를 바란다며 다소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중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새 교황의 지도하에 중국과 바티칸의 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성명을 통해 새 교황에게 축하를 보내고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즉위명으로 선택한 것을 칭송했다.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은 축하의 뜻을 전하면서 “청빈한 삶과 이웃사랑의 상징인 프란치스코 성인과 같이 전 세계의 가난하고 취약한 계층의 삶을 보살피고 분열과 갈등을 통합하고 화해하는 데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또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북한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교황 즉위식에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대표로 한 사절단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티베트는 유토피아라는데 진짜, 진짜, 진짜일까

    인도 다람살라에서 망명 정부를 이끌고 있는 달라이 라마로 상징되는 티베트. 때묻지 않은 성정의 사람들이 사는 독특한 색채의 불교 국가로 인식되는 티베트는 흔히 샹그릴라로 통칭한다. ‘잃어버린 낙원’과 ‘부처가 다스리는 행복한 땅’ 쯤의 그 샹그릴라는 정말 신비와 순수의 땅일까. 이제 서방세계에서는 티베트학이라는 독립 영역까지 생겨날 만큼 티베트의 종교, 문화는 세계적인 관심사의 하나가 됐다. 대중문화에서도 티베트는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심슨 가족’의 달라이 라마 고속도로며, ‘스타 워즈’에서 이워크가 쓰는 티베트어는 대중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정도이다. 이처럼 ‘티베트’의 세계적인 확산에도 여전히 티베트 자체를 보는 서구의 시각은 엇갈린다. ‘신비의 땅’과 서구문명의 우월적 지위에서 보는 ‘미숙한 고립의 영역’이란 구분이다. ‘샹그릴라의 포로들’(도널드 S 로페즈 주니어 지음, 정희은 옮김, 창비 펴냄)은 그 양쪽에 편승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의 티베트를 보여준다. 1998년 영어로 발간돼 티베트의 ‘두 얼굴’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도마에 오른 책의 한국어판. 서방세계가 티베트를 신비와 순수의 땅으로 보게 한 대표적 서적인 ‘티베트 사자의 서’며 ‘잃어버린 지평선’과는 사뭇 다르게 티베트 미화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과감하게 파헤치는 구성이 흥미롭다. ‘티베트학의 현대적 고전’이라는 이 책에서 미국 미시간대학교 석좌교수인 저자는 7가지의 키워드로 티베트 사회·역사·문화에 메스를 들이댄다. 이름·책·눈·진언·미술·학문·감옥의 영역 별로 해부한 티베트의 속살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티베트와는 영 딴판이다. 대표적인 예가 티베트 불교 이해의 핵심열쇠라는 마니차를 보는 시각이다. ‘옴 마니 파드메 훔’이 적힌 기도 바퀴를 놓고 흔히 교리 체계·형식이 불분명한 ‘미개한’ 종교란 인식과 ‘신비로운 수행체계’란 시각이 엇갈린다. 그러나 저자는 불교문화권에서 진언은 수행과 교화의 한 방편인데 티베트만의 고유한 것으로 보려는 시도 자체가 환상에 갇힌 결과라고 본다. 달라이 라마에 대해서도 “불교의 보편화, 티베트의 자유, 전 세계 티베트 애호가들의 유토피아적 염원을 모두 겨냥한 장기전략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객관적인 시선을 보내는 저자. 결국, 그는 책에서 티베트인이 사는, 실재하는 공간으로서의 티베트를 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티베트 역시 전쟁과 패권주의, 정교일치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시간이 있었음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티베트 독립’도 국민의 영적 성취가 아닌, 기본적인 인권, 즉 민족자결권과 문화적·종교적 자유권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3만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中 ‘화약고’ 신장서 또 민족갈등 살인극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 또다시 ‘민족갈등’과 관련된 살인 참극이 벌어졌다. 신장자치구는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및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와 함께 중국의 3대 ‘화약고’로 통한다. 8일 명보 등 홍콩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오후 신장자치구의 쿠얼러(庫爾勒)시 상업지구에서 위구르인 남성들이 흉기로 한족 여성과 아이들을 무차별 습격해 4명이 숨지고 최소 11명이 다쳤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위구르인 남성들은 길을 지나던 한족 여성과 아이들을 상대로 묻지마 칼부림을 했으며, 특히 피해자들의 목과 배 등을 참혹하게 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서 범인 1명을 사살하고 1명을 체포했다. 범인들은 위구르인 남성 3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국은 현재 사건 발생 주변 도로를 봉쇄하는 등 쿠얼러시 전체를 삼엄하게 경계하고 있다. 홍콩 언론들에 따르면 한족 청년들을 중심으로 위구르족 규탄 시위가 벌어졌고, 위구르인들에 대한 보복 여론도 가열되고 있다. 사건 직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등에는 현장 사진과 관련 글들이 속속 올라왔지만 곧바로 삭제 처리됐다. 쿠얼러는 신장자치구에서도 한족과 위구르인들간 갈등이 극심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신장자치구에서는 지난 2009년 7월 우루무치에서 위구르인들이 한족들을 무차별 습격해 198여명이 숨지는 대형 참극이 벌어진 이후 민족갈등의 긴장이 고조돼 왔다. 최근에도 우루무치의 제23중학교에서 위구르족 학생들이 전통 꽃모자를 착용한 채 등교했다는 이유로 체벌을 당했다는 소문이 퍼져 두 민족 주민들이 대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안 당국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양회 직전에 카스(喀什·카슈가르)에서 위구르인이 흉기를 휘둘러 한족 등 13명이 숨졌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中 ‘공안’이 국방보다 중요

    극심한 빈부격차 등으로 사회적 혼란이 우려되고 있는 중국이 사회안정에 투입하는 공공안전(공안) 예산을 국방 예산보다 내리 3년째 높게 책정했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을 다스리는 데 더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재정부가 지난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보고한 올해 예산안에 따르면 공공안전 부문 예산을 지난해보다 9.6% 증가한 7690억 8000만 위안(약 134조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국방 예산(7406억 2200만 위안)보다 약 300억 위안 많은 금액이다. 공공안전 예산은 2011년부터 국방 예산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공공안전 예산은 공안(경찰), 검찰원, 법원 등 정법 기관들이 사용하는 돈으로 치안유지 등 일종의 사회안정 비용이다. 중국에서는 빈부격차, 이익충돌 등으로 사회갈등이 증폭돼 매년 시위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를 관리하는 데 이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 불법 토지수용·환경오염·부정부패를 규탄하는 시위를 진압하거나 민족갈등의 화약고로 통하는 신장(新疆)과 시짱(西藏·티베트) 지역 등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쓰이는 것이다. 타이완의 중앙통신사는 6일 “사회안정과 관련한 예산이 증가 추세인 것은 경찰력 동원이 필요한 시위 사태가 급증한 것과 관련 있다”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공산당 일당독재 유지를 위한 비용으로 전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뉴스 분석] 中 전인대 개막… 올 국방비 10.7% 증액

    [뉴스 분석] 中 전인대 개막… 올 국방비 10.7% 증액

    ‘시진핑(習近平) 시대’ 원년인 올해 중국의 국방 및 외교 청사진이 공개됐다.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서다. 중국은 강력한 군대 건설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올해 국방 예산을 지난해 실제 집행한 국방비 대비 10% 이상 늘렸다. 영토분쟁으로 주변국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강력한 군사력을 기반으로 거침없는 패권 외교를 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재정부가 이날 전인대에 보고한 올해 국방 예산은 7406억 2200만 위안(약 130조원). 지난해 실제 집행된 국방비 6691억 2800만 위안보다 10.7% 증가한 것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국방을 공고하게 다지고, 강력한 군대를 건설함으로써 국가주권, 안보, 영토를 단호히 수호해야 한다”며 ‘강력한 군대 건설’을 강조했다. 마지막 업무보고에 나선 원 총리의 ‘입’을 빌려 새로운 군 통수권자인 시진핑 총서기가 자신의 구상을 밝힌 것이다. 중국은 2011년을 제외하고는 수십년째 국방예산을 두 자릿수 비율로 늘려왔다. 이에 따라 예산 압박으로 국방비를 감축하고 있는 미국과의 격차는 5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11월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전대)에서 “국제적 지위에 걸맞고, 국가 안보와 발전 이익에 부응하는 강한 군대를 건설하는 것이 전략적 임무”라며 군사력 확충에 매진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2020년까지 군 현대화·정보화 등을 마무리한다는 내용의 구체적인 일정표도 제시했다. 이날 보고에서도 국방예산 증액 이유를 “장병들의 업무와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군의 기계화와 정보화 건설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분야인 ‘국가주권’ 개념을 군사 분야에 적용, 주변국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은 과거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등 자국 영토에 한해 ‘주권’ 개념을 사용했으나 지금은 남중국해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영토분쟁 지역까지 이를 확대·적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 총서기가 탄탄한 군부 배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중국의 군사력 강화 노선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적으로 민족주의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시진핑 시대의 중국이 군사력을 기반으로 패권 외교를 행사할 것이란 우려를 낳는다. 일각에선 미국 등의 견제로 인해 강경 일변도로 흐르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중국은 이날 국제사회의 ‘중국 위협론’을 의식한 듯 중국 외교의 기본인 ‘평화 발전’ 원칙도 거듭 강조했다. 원 총리는 “중국은 계속 평화, 발전, 협력, 상생의 기치를 높이 들고 확고부동하게 평화적 발전의 길로 나아가며 독립자주의 평화적 외교정책을 견지하여 세계의 항구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中, 티베트에 기독교 선교 허용할 듯”

    중국 당국이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에 선택적으로 기독교 선교를 허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티베트자치구와 인접한 칭하이(靑海)성 시닝(西寧)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 당국의 이런 방침에는 경제적 이유와 함께 정치적 계략이 숨겨져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10여명의 소식통과 인터뷰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소식통에는 서닝에 거주하는 서방 선교사들이 포함됐으나 중국 관계자들의 포함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시닝에는 400여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서방 선교사들이다. 티베트 불교가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 티베트에 중국 당국이 기독교 선교를 허용하려는 것은 정치·경제적 이유에서다. 기독교계의 티베트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서방 선교사들이 가진 경제적 이점이 상당하다. 또 중국 당국이 정치적으로 서방 선교사들을 신뢰하는 점도 주요 원인이다. 선교사들은 선교 활동에 지장이 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정부의 현지 정책에 대한 공개 비판을 꺼린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티베트에 기독교가 전파돼 티베트 불교와 대립하기를 바라는 당국의 정치적 흉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적을 이용해 다른 적을 제압하는 중국의 오랜 전략인 ‘이이제이’(以夷制夷)를 티베트 불교 통제에 적용하려 한다는 얘기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티베트 전문가 로비 바넷은 “서방 기독교 선교사들은 티베트 불교도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키려 한다”며 “중국은 티베트 불교 자체를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이 줄어들기를 바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10대 티베트인 2명 동반 분신… ‘독립 요구’ 젊은층으로 확대

    중국의 강압 통치에 항의하는 티베트인들의 분신이 100명을 넘은 가운데 10대 티베트인 2명이 동반 분신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암울한 미래에 대한 청년 티베트인들의 절망감의 표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티베트 옹호단체와 자유아시아방송(RFA)을 인용, 티베트 청소년 린천(17)과 소남다르게(18)가 지난 19일 밤 티베트인 밀집 거주지역인 쓰촨(四川)성 아바티베트족자치주 뤄얼가이(若爾盖)현에서 함께 분신해 숨졌다고 보도했다. 초등학교 동창인 이들은 2009년 티베트인들의 분신이 시작된 이후 각각 103번째, 104번째 분신자로 기록됐다. 신문은 “이들은 지금까지 분신한 티베트인들 가운데 가장 어린 편에 속한다”면서 “동반 분신 또한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이들의 시신은 현장에서 가족들에 의해 수습돼 집으로 옮겨졌다. 인도 다람살라의 티베트 망명 정부는 기도회를 열어 애도했다. 워싱턴의 ‘국제티베트독립운동’(ICT)에 따르면 그동안 티베트 분신자 가운데 20명이 18세 이하로 나타났다. 분신은 주로 티베트 승려들이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여성과 유목민, 젊은이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편 RFA는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망캉(芒康)현 드라크뎁 사원에서 승려들이 지난 10일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가 공안에 붙잡혔다고 이날 전했다. 승려 20여명은 종교의식을 준비하던 중 당국이 정치교육을 실시하자 이에 반발해 티베트 독립과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귀국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공안은 시위 직후 가담자 전원을 연행했으나 주민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자 6명만 남기고 모두 석방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티베트 독립 위한 100번째 분신

    중국으로부터의 독립과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귀환을 요구하며 분신한 티베트인이 100명을 기록했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21세의 티베트 수도승 1명이 또 분신을 택했다. 수도승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위독한 상황이다. 목격자들은 이날 오전 8시 20분쯤 한 수도승이 스스로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질렀으며, 쓰러지기 전까지 중국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고 증언했다. 달라이 라마 사무실 대변인은 “이번이 100번째 분신 시도”라고 확인하면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로써 2009년 이후 분신을 감행한 티베트인은 100명에 이르렀으며, 이 가운데 83명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들이 분신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하는 것은 중국의 강압통치에 항의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전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롭상 상가이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는 “언론의 자유도 없고 저항 수단도 없어 분신을 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네팔의 한 티베트 활동가는 “분신은 자유를 위한 투쟁과 희생이며 탄압이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티베트인들의 잇따른 분신에도 중국 정부는 오히려 강경하다. 중국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분신을 부추긴다고 비난하면서, 중국이 티베트 현대화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또 분신 사태가 계속되자 분신을 부추기거나 도운 사람은 살인죄로 처벌하겠다는 강경책을 들고나왔다. 공안 당국은 최근 티베트인 거주 지역에서 대대적 검거작전을 벌였고, 지난달 분신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승려 뤄랑궁추에게 사형유예 선고를 내린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여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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