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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답하라, 노르웨이 2013

    응답하라, 노르웨이 2013

    대자연 속 일상을 누리는 시간 응답하라,노르웨이 2013 산이 깊다는 역사학자 유홍준의 표현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노르웨이의 피오르는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산세가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바닷물과 거의 직각을 이루며 굽이굽이 이어졌다. 그리고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 산속 작은 마을에는 사찰 대신 작은 교회가 어김없이 서 있었다. 신의 작품 앞에서 신음만 번지는 인간은 몸과 마음으로 자연의 위로를 받아들였다. FIORD 피오르 몸과 마음이 깨어나다 두어 해 연속 어렵게 만든 휴가를 서운하게 마쳤다. 무슨 영문인지 세계적인 도시에서 내도록 하품을 하며 멍하니 서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 멋진 상징물 앞에서도 시큰둥하고 줄이 긴 전시장에선 기다릴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여행에 관한 한 공항부터 조증에 걸린 양 들뜨는 사람에겐 퍽 당황스러운 증상이었다. 뜬금없이 지난 기억을 떠올리는 건 그에 대한 진단을 이곳 노르웨이 피오르에서 내리게 된 탓이다. 출발 전 과로나 장거리 비행, 빡빡한 현지 스케줄 등 조건은 다를 게 없는데 현장을 대하는 마음과 정신이 놀랍도록 명료하다. 그러니까 여행도 인연 못잖게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한 법이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전후 사정은 생각도 않고 무리해 대도시를 찾은 게 화근이었던 듯하다. 노르웨이는 복지와 행복지수, 국민소득 등의 선두주자로 대단히 익숙한 이름이지만 여행지로 따지자면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심리적 거리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 국민이 아는 노르웨이어가 있다. 지리 시험 주관식 문제의 정답으로 꼭 한번은 등장했던 바로 그 이름 ‘피오르fjord’가 노르웨이 단어다. 그러니까 노르웨이로 향한다는 건 사전적 정의 그대로 ‘빙하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와서 생긴 좁고 기다란 만’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수도 오슬로부터 북단의 트론하임까지 노르웨이에는 수많은 피오르가 존재한다. 그 어디를 택하더라도 후회 없는 여정을 보장하지만 굳이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송네피오르Sognefjord나 하당에르피오르Hardangerfjord를 추천한다. 피오르에 몸을 맡기다 미르달Myrdal역에서 플램Flam행 열차에 탑승했다. 산악 지역 주민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건설된 이 철로는 무려 20년의 공사 기간이 소요된 것으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미르달에서 플램까지 거리는 20km에 불과하지만 해발 차가 860m에 달한다. 과장을 보태면 굽이굽이 산세를 거의 수직으로 내려가는 셈이다. 각종 매체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이라 찬사를 보낸 곳답게 열차 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가히 환상적이다. 기차는 숱한 터널을 지나며 지그재그로 회전하느라 천천히 달리는 데 비해 객차 안 다국적 승객들은 왼쪽과 오른쪽 창문을 오가느라 분주하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도 카메라를 내려놓지 못하는 승객들을 위해 중간에 5분간 정차 구간이 있다. 해발 699m 청명한 쿄스포센Kjosfossen폭포 앞에서 잠시 내려 선 여행자들은 감탄사를 내려놓고 깊은 숨을 들이쉬며 찰나의 여운을 만끽한다. 해발 2m 플램역에 도착하면 지나온 풍경이 꿈이었나 싶게 몽환적이다. 기차역에서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고풍스런 건물이 프레타임Fretheim호텔로 플램 철도와 더불어 플램의 상징이 되는 곳이다. 인구 500명 남짓의 이 조그만 마을로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까닭은 바로 피오르의 비경을 목도할 수 있는 ‘피오르 사파리’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19세기 말에 지어진 프레타임 호텔은 피오르를 찾아오는 여행자와 함께 성장해 현재는 전통과 모던 객실 중에서 선택해 머물 수 있다. 객실 번호 대신 노르웨이의 대표적 이름이 붙은 전통 객실이든, 비스듬한 삼각 지붕이 매력적인 모던 객실이든 플램 특유의 푸근함만은 다르지 않다. 전통을 중시하는 마을답게 노르웨이 고어古語를 포함한 독특한 책을 소장한 자체 도서관을 운영하며, 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훈제용 스모킹룸이 남아있는 것도 흥미롭다. 이제 드디어 피오르에 몸을 맡길 차례다. 구명조끼를 겸하는 큼직한 방한복을 입고 배에 오르는 마음이 자못 두근거린다. 놀랍도록 잔잔한 물 위로 미끄러지듯 배가 나아가면 좌우로 우뚝 솟은 절벽의 단면이 펼쳐진다. 배가 속도를 높일수록 절벽과 천연 스키 슬로프, 순도 백프로의 폭포와 알록달록한 마을, 뾰족한 첨탑이 있는 교회 등이 다가왔다가 뒤편으로 멀어진다. 머리 위에는 천사의 머리띠마냥 구름이 살포시 걸려 있고 산봉우리 하나를 지나면 또 다른 봉우리들이 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플램에서 출발한 배가 닿는 이곳은 풍광이 특히 빼어난 네뢰피오르와 아울란피오르로 노르웨이 최대 피오르인 송네피오르의 지류다. 물 위를 날 듯 달리노라면 서울에서 가져온 문젯거리들은 어느새 툭툭 바다 밑으로 털어 버리게 된다. 피오르 여행의 최고 시즌으로 꼽히는 7월과 8월 사이에는 보다 다양한 피오르 사파리 구간과 하이킹 코스가 열리므로 원하는 루트를 선택해 즐기는 호사도 부릴 수 있다. 육지에 발을 딛고 다시 펼쳐 본 노르웨이의 지도는 배를 타기 전과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이처럼 노르웨이의 주인공은 단연 대자연이다. 하지만 이 자연이 위대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건 평생을 살아온 자신의 조국을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애인 보듯 사랑하며 가꾸는 노르웨이 사람들 덕분일 게다. 보기에 따라선 더없이 척박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동시에 즐기고 또 사랑하는 노르웨이 사람들로 인해 노르웨이는 오늘도 반짝반짝 빛난다. 일상이 풍요로운 노르웨이의 도시들 노르웨이의 대자연에서 가슴 속 고민들을 툭툭 털어냈다면 이제 발길은 사람의 흔적을 찾아 도시로 향할 차례다. 불황에 허덕이는 이웃 유로존과 달리 보편적 복지와 호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노르웨이의 도시들 속으로 들어가 보자. OSLO 오슬로 불황을 잊은 노르웨이의 심장 오슬로는 노르웨이 제1의 도시이자 수도지만 숨 막히는 인파나 위압적인 마천루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파리의 에펠탑이나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런던의 빅벤 같은 상징물로 연결되는 장소나 건축물도 없다. 그래서 순위 놀이에 익숙한 관광객들은 오슬로의 지도를 펼치고 잠시 머뭇거린다. 그런 서열을 매기기에 오슬로는 지극히 수평적인 도시다.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은 아닐지 모르겠으나 현지인의 삶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300개가 넘는 호수와 200여 개의 공원이 있는 오슬로에서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찾는 것은 무의미한 일 같다. 그래서 오래도록 오슬로는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시로 유럽 전역에 알려져 왔다. 한데 최근 몇년 사이 오슬로는 이런 자연 위에 예술적 색채를 깊게 덧입고 있다. 오슬로 시정부가 펴낸 2013년 가이드북에서 안내하는 52개의 어트랙션 중 대부분이 ‘뮤지엄’ 등 예술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것만 봐도 이들이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인구 50만의 작은 도시 규모를 생각해 보면 대단한 비율이다. 게다가 시 전역에 흩어져 있는 이런 예술 공간은 여행자만을 위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공간이다. 매일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일상에 여행자가 슬쩍 발을 들여놓는 셈이라고 할까. 실제로 만만찮은 무게의 예술가들이 이곳 오슬로를 배경으로 삶과 예술을 고민했다. 화가 에드바드 뭉크Edvard Munch와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드Gustav Vigeland 그리고 극작가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등이 대표적이다. 특별히 올해는 뭉크 탄생 150주년으로 오슬로 전역이 떠들썩하다. 이를 기념해 뭉크박물관과 국립박물관은 특별전 준비가 한창이다. 유년시절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 어머니와 형제들의 죽음을 차례로 지켜봐야 했던 뭉크는 불안과 고독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격렬한 색감과 왜곡된 형태로 표현해냈다. 6월2일부터 시작된 뭉크 특별전은 1903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 작품은 국립박물관에서, 이후 작품은 뭉크 박물관에서 전시 중이다. 특별전은 오는 10월13일까지 계속된다. 오슬로의 햇살을 만끽하기 가장 좋은 곳은 도심의 북서쪽에 위치한 비겔란 조각 공원이다. 로댕의 영향을 받았지만 특유의 섬세함으로 인간의 고뇌를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 그의 작품 200여 점이 정문에서 후문까지 길 양옆으로 늘어서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주제로 작업한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탑 모양의 ‘모노리스Monolith’. 제작 기간이 13년이나 걸린 것으로 전해지는 이 대작은 121명의 남녀노소가 위로 올라가려 애쓰는 모습이다. 태어나 성장하고 늙어 가는 인생을 표현했다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어찌 되었든 조급증에 지친 사람이라면 이 앞에서 잠시 서성이게 될 것이다. 이 공원에서 시선과 마음을 훔치는 것은 비단 비겔란의 작품뿐이 아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이곳에선 오슬로 시민들의 행복한 일상을 쉽게 엿볼 수 있다. 2008년 개장한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노르웨이에서 드물게 호들갑스런 화제를 낳았던 곳이다. 설계자 스뇌에타의 유명세나 고가의 대리석과 화강암, 세계 최고 수준의 음향 시설 등 호사스런 부연 설명은 차치하더라도 노르웨이의 상징인 피오르를 형상화한 구조는 이방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비스듬한 경사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지붕 위에 서게 되는 독특한 구조의 오페라하우스는 유리 안으로 들여다보이는 내부 시설만큼 바다를 향한 전망도 아름답다. 여름 기운이 더 완연해지면 오슬로 시민들은 이곳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발레와 오페라 등을 만끽할 게다. 오페라하우스 인근인 오슬로 중앙역에서 왕궁에 이르는 칼 요한슨 거리가 오슬로 최대 번화가다. 이 번화가를 중심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식이 열리는 시청사와 수상 만찬이 열리는 그랜드 호텔, 그리고 국회의사당과 오슬로 대성당, 국립극장, 입센 뮤지엄 등이 조밀하게 자리하고 있다. 매년 12월이면 이 조용한 도시는 노벨평화상 수상식으로 소란스러워진다. 헛갈리는 이들을 위해 잠시 짚고 넘어가자면 평화상을 제외한 여타의 노벨상 시상식은 모두 스웨덴에서 거행된다. 오직 노벨 평화상만 이곳 오슬로에서 진행된다. 그 까닭을 두고는 설이 분분한데, 이유야 어찌 되었든 매년 세계 평화에 공헌한 이들을 맞이하는 것은 분명 가슴 벅찬 일일 게다. 그래도 명색이 수도인데 조금은 더 왁자한 자극을 원한다면 도심 북동쪽에 위치한 마탈렌Mathallen을 추천한다. 마탈렌은 건축자재 공장과 타이어 공장을 거친 뒤 방치되었던 낡은 건물을 레노베이션해 음식 백화점으로 살려낸 ‘잇플레이스’다. 3층 구조물인데 1층에 30여 개 상점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2·3층은 테두리에만 독특한 성격의 업장을 배치했다. 산업시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나 다채로운 음식의 변주를 보고 있노라면 흡사 뉴욕의 첼시 마켓이 떠오른다. 각각의 가게들은 좋은 품질의 식재료와 음식을 판매한다는 자부심이 가득하다. 또 요리강습과 실습, 푸드 페어 등 음식에 관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 중이다. 공원에서, 뮤지엄에서, 레스토랑에서 마주친 오슬로 시민들이 빠뜨리지 않고 언급한 몇 개의 단어가 있다. 가족, 자연, 오늘 그리고 행복. 너무 당연해서 자주 잊고 사는 그것들에 콕콕 방점을 찍는 이 현명한 도시. 우리가 오슬로를 여행할 때 놓지 말아야 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BERGEN 베르겐 과거의 영화는 지금도 계속된다 세상 어디나 있는 라이벌 도시는 이곳 노르웨이에도 있다. 오슬로보다 먼저 수도였던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 도시 면적은 비슷하지만 인구로 보면 오슬로의 절반 규모인데도 베르겐 사람들은 오슬로를 마치 철없이 혈기 넘치는 어린 동생 보듯 한다. 상주인구가 25만에 불과한 이 작은 도시는 그러나 연중 문화 행사가 빼곡해 유럽 전역에서 밀려드는 문화 탐욕가들로 넘쳐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매년 5월 말 열리는 ‘국제 페스티벌’로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노르웨이 최대 문화 축제다. 노르웨이 국왕이 참석해 개막 테이프를 자르는 이 축제를 직접 즐기기 위해서는 적어도 반년 전에 호텔을 예약해야 할 정도란다. 실제로 이곳은 14~16세기 런던, 브뤼헤 등과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한자 동맹의 주요 거점이자 북유럽 최대의 물류 무역항이었다. 특히 대구와 소금 거래로 유명세를 떨쳤는데, 당시 이곳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북유럽 최고였다니 베르게너의 자부심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선원과 상인으로 넘쳐나는 왁자한 부둣가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브리겐Bryggen, 삼각형의 뾰족한 지붕이 열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사실 본래의 목조 건축들은 수차례의 화재로 소실과 복원을 반복했다. 특히 1702년 대화제로 일대는 완전히 잿더미가 되었는데, 20세기 들어 사료를 바탕으로 세심하게 복원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브리겐은 1979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과거 말린 대구를 보관하던 창고 자리는 현재 다양한 예술가들의 공방과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동화 같은 브리겐의 예쁜 정면 얼굴을 볼 수 있는 곳은 항구 건너편 어시장이다. 시장이라고 부르지만 세련된 건물 안에 자리한 쾌적한 공간이다. 바닷가재와 대구, 캐비아까지 다양한 해산물이 요리하기 좋게 손질되어 있다. 해산물뿐 아니라 질 좋은 노르웨이 치즈와 버터, 수공예품도 판매한다. 또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따뜻하고 고소한 생선스프와 짭조름한 생선튀김도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이 도도한 도시는 어느 계절에 방문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을 안고 돌아갈 수 있겠다. 연중 270일이나 비가 내리는 이 도시는 하루에도 먹구름이 끼었다가 햇살이 반짝였다가 우박이 내렸다가 다시 청명하게 개는 변덕스런 일기를 선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잦은 비 덕분에 베르겐은 청정한 노르웨이에서도 유난히 깨끗한 도시로 명성이 높다. 이 깨끗한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려면 플뢰엔FlØyen 산 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산의 경사면을 따라 놓인 레일 위를 날아오르듯 부드럽게 이동하는 푸니쿨라Funicular에 몸을 실으면 약 7분여 만에 320m 높이 정상에 다다른다. 탁 트인 전망대의 시야는 그야말로 ‘파노라마 뷰’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듯하다. 호수와 항구, 피오르와 도심이 한데 어우러진 베르겐의 모습이 그야말로 거칠 것 없이 펼쳐진다. 오슬로에 에드바드 뭉크가 있다면 베르겐에는 에드바드 그리그Edvard Grieg가 있다. 물론 이런 이분법적인 구분은 바람직하지 않다. 뭉크 역시 이곳 베르겐에서 상당 부분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며, 그리그가 베르겐을 떠나 있었던 시간도 제법 길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르겐에서 그리그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그는 누구보다 노르웨이적 색채가 짙은 음악가로 명성이 높은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페르귄트 모음곡’ 중 ‘솔베이지의 노래’를 들어 보면 당시 식민 상황이던 조국에 대한 그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리그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원하는 만큼 음악을 공부하고 작업하면서 오페라 가수였던 아내 니나와 평생을 해로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남모를 아픔이 있었으니 어린 딸을 잃고 그 아이를 평생 그리워하며 살았다. 그리그 부부가 30대 중반부터 여름철에 지냈던 생가가 바로 베르겐 외곽에 있는 트롤하우겐이다. 북유럽에서 요정을 가리키는 ‘트롤하우겐’은 노르웨이 사람으로는 눈에 띄게 단신이었던 그리그의 별명이기도 했는데, 그의 집이 지금도 요정의 정원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그리그 부부가 합장된 묘가 있는 이곳에는 그들이 사용했던 스타인웨이 피아노와 악보, 편지, 초상화 등의 흔적이 남아있다. 집에서 바다로 스무 걸음쯤 내려간 곳에 한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만한 작은 오두막이 하나 있는데 바로 복원한 그리그의 작곡실이다. 그리그는 바다로 향한 창문을 중심으로 피아노와 책상, 오선지와 펜 등 최소한의 물건을 비치해 두고 곡을 썼다. 그리그 사후 이 작곡실을 복원할 때 전해지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아내 니나에게 최종 점검을 받는 중에 니나가 갑자기 집으로 뛰어가더니 두꺼운 악보집을 가져다 피아노 의자에 놓았다고 한다. 이것 없이 그리그의 작곡실은 완성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153cm의 단신이었던 그리그는 피아노를 칠 때 두꺼운 악보집을 깔고 앉아야 편하게 건반을 두드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작곡실과 함께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을 갖춘 2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이 자리하고 있다. 자연과 예술이 이렇게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곳에서 어떤 음악이 울려 퍼진들 감동적이지 않을까. 글 Travie writer 김정은 사진 Travie writer 김정은, 트래비CB, Travie writer 노중훈 취재협조 노르웨이관광청 www.visitnorway.com ▶travie info 항공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르웨이까지 직항 정규 노선은 없다. 핀에어, KLM 등 주요 유럽 항공사가 1회 경유로 오슬로와 베르겐을 당일 연결한다. 언어 공용어는 노르웨이어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은 1~2개의 외국어에 익숙하다. 영어가 가능한 여행자라면 노르웨이에서 언어 때문에 불편을 겪을 일은 거의 없다. 전기 220V이며 한국과 플러그 모양도 동일하다. 화폐 노르웨이 크로네Krone를 사용하며 공식적인 표기는 NOK이나 줄여서 kr로 표기한다. 1크로네가 약 200원 정도. 유로존이 아닌 만큼 유로화는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 여행자가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상당히 비싼 편이라 카페에서 마신 커피 한 잔이 약 1만2,000원, 편의점에서 구입한 생수 한 병이 약 6,000원이었다. 날씨 백야가 시작되는 6월부터 10월 초까지는 날씨가 화창하고 청명해 그야말로 노르웨이 여행의 황금시즌이라 할 만하다. 오슬로의 7월 평균 낮 최고기온은 21.5도. 음식 바이킹의 후예답게 생선을 즐겨 먹는데 식탁에 자주 오르는 메뉴가 대구와 청어, 연어 등이다. 이와 더불어 빵과 감자의 소비량이 높다. 농지 비율이 낮기 때문에 야채나 과일의 생산량이 미미한 대신 목축업이 발달해 버터와 치즈 등 유제품의 품질이 좋다.
  • 영화 ‘국가대표’ 모델 토비 도슨 중앙대 편입

    영화 ‘국가대표’ 모델 토비 도슨 중앙대 편입

    영화 ‘국가대표’의 모티브를 제공했던 토비 도슨(35) 프리스타일 스키 국가대표팀 코치가 오는 9월 중앙대 경영학부에 편입학한다. 중앙대는 15일 “도슨 코치가 2013학년도 후반기 외국인 특별전형에 합격했다”고 밝혔다. 도슨 코치는 “토리노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운동에 전념하면서 학업을 중단한 것이 늘 아쉬웠다”면서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 사회에 공헌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네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도슨 코치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출전해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국내로 와 친부모를 찾은 그는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 참석해 ‘스키와 올림픽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부모님을 찾게 되었다’는 프레젠테이션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기여하기도 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14학번 66.4% 수시로 뽑는다

    14학번 66.4% 수시로 뽑는다

    전국 194개 대학이 올해 치르는 2014학년도 대입에서 전체 정원의 66.4%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한다. 수시 지원 횟수는 6회로 전년과 동일하고 올해 처음으로 전형요소에 부제가 설정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11일 이런 내용의 ‘2014학년도 수시모집 요강 주요사항’을 발표하고 학교 가운데 폐지되거나 통폐합된 곳이 있기 때문에 전형요강을 사전에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들은 올해도 수시모집에서 더 많은 학생들을 뽑는다. 전년보다 2% 포인트 늘어난 25만 1608명(66.4%)이 수시 선발 대상자다. 수시 인원은 2012학년도 23만 7681명(62.1%), 2013학년도 23만 3223명(64.4%)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전형 유형별로는 일반전형 모집인원이 155개 대학 13만 2419명(52.6%), 특별전형이 192개 대학 11만 9189명(47.4%)이다. 올해 126개 대학에서 4만 7273명을 뽑는 입학사정관 전형은 전년도(19.1%)에 비해 수시 모집인원 대비 비율(18.8%)이 줄었다. 2008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교육부가 지난 3월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대입 전형 간소화는 올해 수시모집의 가장 큰 변화다. 수시모집 전형 명칭이 2000여개에 이르는 가운데 6가지 부제를 달아 학생들의 혼란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학생부 40%, 실기 60%로 선발하는 전형이면 부제를 ‘실기 중심’이라고 하게 된다. 수시 원서접수는 지난해와 같이 6회로 제한된다. 횟수는 지원대학 수가 아니라 지원 전형 수에 따라 결정된다. 한 대학의 여러 전형에 지원할 때 각각 1회로 계산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경찰대, 3군 사관학교 등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대학과 산업대, 전문대는 지원횟수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수시 모집 합격자는 정시모집 및 추가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 수시 1차는 9월 4~13일 원서를 받고 수능 이후의 수시 2차는 11월 11~15일 원서를 받는다. 전형기간은 9월 4일~12월 2일이며 합격자는 12월 7일까지 발표된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만화·애니 팬들 신났다

    만화·애니 팬들 신났다

    다양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는 제17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포스터·SICAF)이 오는 23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명동과 남산 일대에서 열린다. 세계 5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의 하나로 꼽히는 행사에는 올해 경쟁 부문 152편, 비경쟁 초청작 130편 등 전 세계 33개국 282편이 선보인다.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에서는 지난해 SICAF 코믹어워드를 수상한 ‘맹꽁이 서당’의 작가 윤승운 특별전과 어른들을 위한 ‘추억의 만화영화 상영회’, ‘창작집단 깜놀 피규어전’ 같은 어린이를 위한 체험이벤트가 마련됐다. 서울예술대학교 동랑예술센터와 문학의 집에서는 수교 50주년을 맞은 캐나다 NFB의 작품을 소개하는 초청전과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교토애니메이션 초청전, 만화와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시 ‘아트툰, 만화인이 그린 명동’과 김소리 작가의 ‘건담 아트전’ 등이 준비됐다.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 ‘미생’의 모바일 영화를 감상하는 카페 ‘미생 탐독전’도 만날 수 있다. 또한 개막작인 스페인 애니메이션 ‘사도’(감독 페르난도 코르티조)를 시작으로 33개국에서 뽑힌 282편의 우수 작품들이 CGV명동역과 서울애니시네마에서 상영된다. 올해 공식 경쟁 부문에 신설된 ‘SICAF 키즈’ 작품들은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의 세계적인 흐름을 보여 준다. 특별 경쟁 부문인 ‘SICAF 초이스’와 ‘아시아의 빛’에서는 창의성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을 집중 조명한다. 또한 작품을 거래하는 마켓 SPP도 23일부터 25일까지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열린다. 김형배 조직위원장은 “SICAF2013은 시민들의 참여와 공감을 중심에 두고 기획된 만큼 풍성한 볼거리는 기본이고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색다른 복합문화축제로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많은 분들이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갖는 재미와 감동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프로그램은 공식 홈페이지(www.sicaf.org)에서 확인하면 된다. 전시 입장권은 인터파크에서, 영화제 입장권은 CGV홈페이지에서 각각 예매할 수 있으며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디지털·아날로그 한몸으로 이뤄지는 새 형태 ‘어머니 몸’ 같은 책 고민해야”

    “디지털·아날로그 한몸으로 이뤄지는 새 형태 ‘어머니 몸’ 같은 책 고민해야”

    지난 3일 개막한 일본의 도쿄국제도서전은 규모 면에서는 후발 주자인 중국의 베이징국제도서전에 밀리고 있지만 세계 제2의 출판 시장을 자랑하는 ‘출판 대국’답게 전세계 출판 경향을 한자리에서 조망하는 것으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20회를 맞은 올해는 특히 1994년 첫 행사부터 매년 참가해온 한국이 처음으로 주제국(주빈국)으로 초청돼 의미가 더욱 크다. 최근 국내의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열풍에서 엿볼 수 있듯, 아직은 한·일 양국 간 출판 교류의 불균형이 심각하지만 드라마·가요에 이어 ‘출판 한류’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주제국 행사의 하나인 ‘한·일 출판 포커스’ 세미나에 참석한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아직은 한·일 간 저작권 무역 역조가 심해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일본도 점차 한국 책을 소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출판 한류’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30년 가까이 한·일 출판 교류에 힘써온 일본 출판평론가 다테노 아키라는 “일본에선 황석영·신경숙 작가가 비교적 많이 알려졌고, 최근에는 공지영 작가가 주목받고 있다”면서 “이번 행사가 김애란 등 유망 신진 작가들을 널리 소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역대 주제국관 중 최대인 500㎡ 규모의 한국관에는 일본 출판사 관계자들과 일반 관람객들의 호기심 어린 발길이 이어졌다. 조선통신사부터 시작된 양국의 문화 교류를 조명한 ‘필담창화 일만리’와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안내하는 ‘한국의 세계기록유산’ 등의 특별전시를 유심히 살펴보는 이들이 많았다. 한·일 양국의 번역 도서 50종씩을 전시한 ‘한·일출판교류전’에도 인파가 몰렸다. 다이닛폰출판사에 근무하는 요타 와나가와는 “한국에서 번역된 일본 책들이 많아서 놀랐고, 책 표지 등이 다른 점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주제국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석학들의 대담이었다. 4일 오후 열린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과 다치바나 다카시 도쿄대 특임교수의 대담은 ‘디지털 시대, 왜 책인가’를 주제로 시대를 뛰어넘는 책의 본질적 가치, 효용과 더불어 디지털화 시대에 걸맞은 책의 변화 등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과 전망을 제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이 전 장관은 “입시를 위한 강압적인 독서 교육이 책읽는 즐거움과 감동을 빼앗고 있다”고 지적한 뒤 “내 인생 최초의 책은 문자로 적힌 책이 아니라 어머니의 자궁을 통해 오감으로 전해지던 생명의 책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어머니의 몸’ 같은 책, 즉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한몸으로 이뤄지는 새로운 형태의 책을 만드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100여권의 저서를 쓴 저술가인 다치바나 교수는 “최근 2400자 원고 하나를 쓰기 위해 수십 권의 관련 서적을 사서 읽었다”고 개인적 경험을 소개하면서 “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책을 즐겨 읽고 만드는 사람들은 존재하며, 이러한 책의 재생산이야말로 국가의 문명을 유지하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3일 오후 열린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와 일본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의 대담도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30년 지기인 이들은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의 정치적 차이점과 동아시아 문명의 보편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유교 문화의 핵심 정신, 즉 민심을 천심으로 여기는 전통을 되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6일까지 열리는 이번 도서전에선 오정희, 한강, 김연수, 김애란 등의 국내 작가들이 ‘한국 문학을 말하다’ ‘여성의 자의식과 문학’ ‘문학에 있어서의 소통이란’ 등을 주제로 일본 작가들과 문학 대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한·일 양국 출판인들의 학술 세미나도 마련된다. 글 사진 도쿄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도쿄국제도서전 가장 귀한 손님 한국

    도쿄국제도서전 가장 귀한 손님 한국

    한국이 주제국(주빈국)으로 참가하는 ‘2013 도쿄국제도서전’이 3일 일본 도쿄의 종합전시장 빅사이트에서 개막했다. 오는 6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도서전에는 한국 등 40여 개국이 참가했다. 한국은 ‘책으로 잇는 한·일의 마음과 미래’라는 주제국 표어 아래 조선통신사에서 한류에 이르기까지 한·일 문화교류를 재조명하는 ‘필담창화 일만리’를 비롯해 ‘한국의 세계기록유산’, ‘한·일 출판교류전’, ‘한국의 미’ 등의 특별전으로 주제국관을 꾸몄다. 주제국 집행위원장인 최선호 세계사 대표는 “올해 20회째인 도쿄국제도서전에 한국이 주제국으로 참가하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한국 출판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제국관 개막식에는 윤형두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병기 주일 한국대사, 김성곤 한국번역문화원장 등과 유 가네하라 일본서적출판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일왕의 둘째 아들인 아카시노 왕자 부부가 주제국관을 방문, 조선통신사 자료 등에 대한 설명을 들어 눈길을 끌었다. 윤형두 회장은 개회사에서 “한·일 양국 간 다소 소원해진 관계가 출판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교류를 통해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 가네하라 부회장은 “양국은 그간 자국어에 기반을 둔 안정적 출판시장을 유지해 왔지만 저작권 문제 등 공통의 과제도 많다”면서 “양국의 출판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도쿄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미장센 단편영화제

    미장센 단편영화제

    기발한 상상력과 생기발랄한 에너지로 단편 영화의 매력을 한껏 발산해 온 ‘미장센 단편 영화제’가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두 번째 막을 올린다. ‘단편 영화는 어렵고 실험적이다’는 선입견을 깨고 장르 영화의 재미를 선보인다. 이번 영화제에는 865편의 국내 출품작 중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64편의 작품들이 상영된다.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다룬 ‘비정성시’(17편), 사랑의 다채로운 모습들을 담은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16편), 코미디 영화의 유쾌함과 활력을 즐길 수 있는 ‘희극지왕’(9편), 독특하고 오싹한 상상력을 담은 ‘절대악몽’(14편), 통쾌한 액션과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를 보여줄 ‘4만번의 구타’(8편) 등 5개 섹션이다. 권혁재 감독을 심사위원장으로 봉준호, 이용주, 장훈, 조성희 등 국내 유명 감독 10명이 심사에 참여한다. 그동안 ‘심사위원의 주관과 취향대로 수상작을 선정한다’는 특이한 원칙을 가지고 ‘무산일기’의 박정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장철수, ‘늑대소년’의 조성희 등 유망한 신예 감독들을 발굴해 왔다. 초청 프로그램도 경쟁 부문만큼 관심을 끈다. 우선 단편 영화를 통해 다양한 영화적 실험을 계속해 온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을 모아 상영하는 특별전이 열린다. ‘심판’(1999)과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2003), ‘컷’(2004), ‘파란만장’, ‘청출어람’ 등 5편이 상영된다. 아이폰으로 찍은 ‘파란만장’은 201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단편 부문 황금곰상을 받았고, 송강호 주연의 ‘청출어람’은 동생 박찬경 감독과 함께 감독을 맡으며 화제를 모았다. 28일에는 감독과 함께하는 1시간 동안의 마스터 클래스가 마련된다.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작을 모아 상영하는 특별전도 열린다. ‘파란만장’과 함께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유민영 감독의 ‘초대’가 관객들을 만난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씨줄날줄] 표암 강세황/문소영 논설위원

    푸르스름하고 동글동글한 집채만 한 바위들이 굴러 떨어질 듯이 놓여 있고 나귀를 탄 선비와 딴청을 피우는 동자가 산으로 난 오솔길을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 표암 강세황(1713~1791)이 그린 ‘영통 동구’를 미디어작가 이이남이 재치 있게 표현해 놓은 작품을 보고 낄낄거린 적이 있다. ‘영통 동구’는 강세황이 45살에 개성에 갔다 와 그린 ‘송도기행첩’에 들어 있다. 그는 화제(畵題)에서 ‘영통 동구에 어지러이 놓여 있는 돌들은 집채만큼 웅장하고 크다. 그 돌 밑에 용이 나왔다는데 그 웅장한 모습은 가히 보기 드문 장관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원근법이 나타난 진경산수 화풍인데,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서양화법으로 그렸다고 평가했다. 시·서·화에 모두 능했고 정선, 심사정과 함께 18세기에 삼절(三絶)로 불렸으며, 단원 김홍도의 그림선생이었던 강세황 특별전이 25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탄생 300주년 맞이 기획전이다. 강세황의 일생을 보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강세황은 아버지 강현(1650~1733)이 64살에 얻은 막내아들이었다. 북인인 아버지는 숙종 때 예조참판, 도승지를 거쳐 대제학까지 지냈으니 명문가 출신이다. 그런데 강세황은 32살의 나이에 출세를 포기하고 처가가 있는 안산으로 내려갔다. 큰형이 과거시험에서 부정을 저질러 그 여파가 미쳤고, 무엇보다 당쟁에서 북인이 완전히 밀려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안산에서 30년을 시 짓고 글씨 쓰며 역시 ‘끈 떨어진’ 남인들과 교우했다. 송도기행첩도 이른바 ‘백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51살부터 10년 동안 절필도 했다. 영조가 “천한 기술이라고 업신여길 사람이 있을 터이니 다시는 그림 잘 그린다는 이야기를 하지 마라”고 하명했던 탓이다. 그는 61살에 영조의 부름을 받아 여주 영릉참봉으로 첫 관직을 시작했다. 탕평책의 일환이었다는 설도 있고, 영조가 강현의 손자인 강세황의 두 아들이 과거에 합격하자 강현의 아들이 왜 벼슬도 없이 살고 있느냐며 불렀다는 말도 있다. 강세황은 실력이 있었다. 66살에 과거시험에서 당당히 장원급제를 한 것이다. 한성판윤(현재 서울시장)으로 승진했다. 71살에 기로소(耆老所) 에 입소했다. 청나라 건륭제가 칠순맞이 축하연에 70살이 넘은 사신을 보내라고 하자 강세황은 72살에 베이징 연행(1784~1785)을 다녀왔다. 고흐만큼은 아니더라도, 자화상을 강세황도 많이 그렸다. 아쉽지 않은 인생이었다. 늦는다고 늦은 것이 아니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소리칠 것이 없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포토] 조선활자책 부스를 찾은 박근혜대통령

    [포토] 조선활자책 부스를 찾은 박근혜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도서전 개막식에 참석하고 조선활자 책 특별전 코너에서 관계자에게 직지심체요절 영인본을 선물받고 있다. 이언탁 utl@seoul.co.kr
  • [포토] 조선활자책 특별전을 둘러보는 박근혜대통령

    [포토] 조선활자책 특별전을 둘러보는 박근혜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도서전 개막식에 참석하고 조선활자 책 특별전 코너를 둘러 보고있다. 이언탁 utl@seoul.co.kr
  • 국내 최대 책잔치 서울국제도서전 19일 개막

    국내 최대 책잔치 서울국제도서전 19일 개막

    국내 최대의 책잔치인 서울국제도서전이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19회째를 맞은 이번 도서전의 주제는 ‘책, 사람 그리고 미래’. 주빈국인 인도 등 25개국 610개 출판사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올 도서전에선 ‘조선 활자 책 특별전’ ‘김동리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인문학 아카데미’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조선 활자 책 특별전에선 ‘월인천강지곡’ ‘석보상절’ 등 조선시대의 활자가 한자리에서 공개된다. ‘무녀도’의 작가인 김동리 특별전에는 애제자였던 박경리, 이문구의 책과 유품이 함께 전시된다. 박범신, 신달자, 조경란, 이승우, 김혜나, 정지아, 김숨 등 21명의 국내 대표 작가들은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독자와 만난다. ‘인문학 아카데미’에선 유시민, 박웅현, 이현우 등의 인문학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주빈국인 인도는 아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타고르와 마하트마 간디에 관한 도서 등을 전시한다. ‘인도의 영혼들’에선 테레사 수녀(평화상) 등 인도의 노벨상 수상자 7명을 소개한다. 인도 작가인 게타 다르마라잔이 방한해 독자와의 만남을 갖는다. 인도는 세투마드하반 국립도서재단 회장과 23개 출판사 대표자들로 이뤄진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한다. 비시누 프라카시 주한 인도 대사는 “인도에선 매년 6만개 출판사가 10만종의 책을 출간한다”며 “고대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의 부인으로 전해지는 인도 아유타국의 스리라트나 공주를 다룬 만화책 외에 10권의 인도 어린이 도서를 한국어로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도서전에는 수교 50주년을 맞은 캐나다의 출판 현황과 문화도 소개된다. 캐나다의 동화 작가인 캐럴린 메롤라가 독자와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형규 대한출판문화협회 부회장은 “출판사 외에 서점, 도서관, 출판유통 업체 등이 모두 참여해 풍성한 축제를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장료는 학생 1000원, 일반인 30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박현갑의 시시콜콜] 전문대, 고등직업교육기관이 되려면

    [박현갑의 시시콜콜] 전문대, 고등직업교육기관이 되려면

    바람직한 정책은 치밀한 현실 진단과 올바른 방향 제시가 될 때 나올 수 있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부의 모토가 바뀌는 현실에서 이상적인 정책이란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신기루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교육정책은 미래 인재와 먹거리를 준비하는 토양이라는 점에서 정권과 관계없이 장기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교육부가 밝힌 전문대학 육성방안은 이런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이 방안은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전문대 위상을 정립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우선 2~3년제 중심인 전문대의 수업연한을 4년으로 확대한다. 이르면 2016학년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올해 고등교육법 개정, 내년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및 4년제 학과 설치 대학신청 접수 등의 일정을 마련 중이다. 또 하나, 2017년까지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를 육성한다. 국가직무표준(NCS) 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특성화장학금 지급 등에 쓸 예산을 지원한다. 이렇게 되면 지방의 4년제 대학들이 구조조정되는 효과도 생길 수 있다. 좋은 방안이다. 학벌 중시 사회에서 4년제 대학에 비해 ‘서자’ 취급을 당했던 전문대학이 제대로 된 직업교육을 할 기회가 열린다는 점에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전문대는 ‘샌드위치’였다. 정부가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육성책을 펴면서 신입생 지원율은 떨어졌고 그나마 인기 있는 학과들은 4년제 대학에서 개설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물리치료학과, 방사선학과, 안경광학과, 피부미용학과 등 과거 전문대에 개설됐던 인기학과들이 그렇다.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의원들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전문대 관련 자료 요구는 단 한 건도 하지 않았다. 아쉽다면 교육당국의 행태다. 전문대 위기상황을 아는 사람이라면 교육부가 이번에 전문대 육성방안을 마련한 이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전문대학을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히고 국정과제로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을 떠올린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이번 전문대 육성방안이 전문대 위상 제고로 이어지려면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고졸 재직자 특별전형을 고쳐야 한다. 고교 졸업 후 산업체에서 3년 이상 근무하면 4년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재직자 특별전형은 일반 대학이 아닌 전문대학 중심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업체 근무 경력을 가진 사람이 일반대학에 가면 현장경험이 단절될 수 있다. 마이스터고 및 특성화고와 전문대 교육과정을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장기적으로는 초·중·고·대학으로 이어지는 단선형 학제에 노동시장 변화에 맞춰 다선형을 가미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8개 사이버대 하반기 입학 전형] 고려사이버대학교

    고려사이버대는 다음 달 17일까지 2013학년도 후기 신·편입생을 모집한다. 신입생의 경우 고등학교 성적과 학업계획서를 50%씩 반영하며 수능 성적은 반영하지 않는다. 편입생은 전적 대학 성적과 학업계획서를 역시 50%씩 반영한다. 학업계획서는 고려사이버대 입학지원센터(http://go.cyberkorea.ac.kr)에서 입학지원서 제출 시 함께 작성하면 된다. 지난 전기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선취업 후진학 특별전형을 운영한다. 선취업 후진학을 적극 장려하고 우수한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선취업 후진학 특별전형의 지원 자격은 2010년 이후 고교 졸업자로 한정하며 고등학교 성적 50%, 학업계획 및 면접 50%를 반영해 성적순으로 총 30명을 선발한다. 상위 5명에게는 입학금을 비롯해 4년 전액 장학금을, 차순위 10명에게는 2년 전액 장학금을 수여한다. 문의 (02)6361-2000, 홈페이지(go.cyberkorea.ac.kr).
  • [8개 사이버대 하반기 입학 전형]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영, 부동산, 상담심리, 사회복지, 컴퓨터정보통신, 디지털디자인, 디지털패션, 실용음악 등 23개 전공이 서울디지털대에 개설돼 있다. 사이버대학 중 가장 많은 개설 수다. 홈페이지에서 2013학년도 2학기 학생 모집 원서 접수를 다음 달 4일까지 실시한다. 등록금은 학점당 6만원으로 보통 한 학기 등록금이 100만원 내외다. 입학금, 수업료 할인 전형과 장학 혜택을 활용할 수 있다. ▲직장인, 자영업자, 주부, 검정고시·전문대 출신 등에게 수업료 18만원을 감면해주는 특별전형 ▲제휴 산업체 재직자의 입학금과 수업료를 감면하는 산업체위탁전형 ▲직업군인의 입학금 전액과 수업료 50%를 감면하는 군위탁전형 ▲장애인, 기초수급대상자에게 최대 20%까지 수업료를 감면하는 기회균등전형 등이 있다. 현재 1만 3000여명이 재학 중이고 지금까지 학사 학위 취득자 수는 1만 7359명이다. 사법고시 합격자, 공인회계사(CPA) 합격자, 로스쿨 합격자 등의 졸업생을 길러냈다. 문의 1644-0982, 홈페이지(go.sdu.ac.kr).
  • 변리사시험 이공계로 자격 제한 논란

    2018년부터 변리사 시험은 이공계 대학 졸업자나 이공계 과목 중 일정 학점 이상을 딴 사람만 볼 수 있게 된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라는 설명이지만, 인문계열 출신자들에게는 또 다른 ‘진입장벽’이 생기는 것으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특허청은 29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을 마련,공개했다. 지난 1961년 법 제정 이후 52년 만의 전면 개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변리사 시험을 보려면 이공계 대학을 졸업하거나 일정 이상의 이공계 과목 학점을 따야 한다. 변리사제도개선위원회가 제안한 이수 학점 기준은 50학점이다. 특허청은 개정안을 내년 시행할 예정으로, 외부 공청회 등을 거쳐 정부안을 마련한 뒤 내년 상반기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다만 수험생들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공계 과목 이수 기준은 3년간(2015~2017년)의 유예기간을 둔 뒤 2018년부터 적용키로 했다. 현재 변리사시험 응시자는 연평균 4000여명으로 이 중 200~250명이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다. 시험합격자(240명 안팎) 중 인문사회계열은 2010년 4명, 2011년 1명, 2012년 1명에 불과하다. 응시자격 제한은 ‘자격증 낭인’ 양산을 막고 대학 때부터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특허청의 설명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더욱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인문대생들은 응시 기회조차 박탈당하면서 불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허청은 이에 대해 “현재 사법시험도 법률과목(35학점 이상)을, 공인회계사 시험은 경제 관련 과목(24학점 이상)을 각각 이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지금까지는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부여하던 변리사 자격이 폐지된다. 새로 변호사가 된 사람이 변리업을 하려면 야간대학원이나 방송통신대에서 이공계 과목을 이수한 후 선정위원회가 치르는 별도의 특별전형(구술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기존 변호사 중 변리업을 하고 있는 경우, 기득권을 인정해 줄지,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두게 될지 여부 등은 시행령에서 별도로 다루기로 했다. 또 지금은 특허청 심사·심판관으로 5년 이상 경력자에 한해 변리사 1차 시험(객관식, 4과목) 면제, 2차 시험(주관식, 4과목) 50%(2과목)가 면제되지만 개정안은 심사·심판 10년 이상 종사자로 구술시험(특별전형)에 합격한 후 연수를 마치면 변리사 자격을 부여키로 했다. 이준석 특허청 차장은 “글로벌 특허전쟁과 법률시장 개방 등 급변하는 시대 환경을 고려해 개정안을 마련했다”면서 “전문성 강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논란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입학 내정자 미리 낙점… 채점 조작·규정 무시 등 치밀한 비리

    입학 내정자 미리 낙점… 채점 조작·규정 무시 등 치밀한 비리

    영어캠프와 학부모 면담을 통한 입시 전 입학 적격자 내부 선정, 입학 적격자 합격을 위한 채점 조작, 특별전형 탈락으로 자격이 박탈된 수험생의 일반전형 재응시…. 국제중의 조직적인 입시 비리는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입학 내정자 명단을 미리 만들고,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비경제적 사회적배려대상자로 영훈국제중에 입학할 수 있었던 사례 등이 단순히 제도의 허점 때문이 아니라 치밀한 조작 계획에 따라 파생된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부정 입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학교법인 관계자 11명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됐지만 이로 인해 올해 신입생의 입학이 당장 취소되지는 않는다고 시교육청이 밝혔다. 20일 서울시교육청의 영훈학원 및 대원학원과 소속 학교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입시는 미리 낙점된 학생을 뽑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영훈·대원국제중은 입학전형 서류 심사 때 지원자 이름과 수험번호 등 인적 사항을 가리지 않아 ‘누구의 아들’인지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게 했다. 대원국제중은 특별전형인 차세대리더전형에 지원하면 일반전형에 재응시할 수 없는 규정을 무시했다. 올해 입학생 중 특별전형 탈락자 20명 전원이 일반전형에 재응시해 5명이 최종 합격했다. 영훈국제중은 입학전형 채점을 조작했다. 중학교 입시생인 초등학교 6학년생 대상 여름 영어캠프에서 ‘입학 적격자’와 ‘입학 부적격자’를 추려냈다. 비경제적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서는 입학 부적격자의 점수를 깎아서 적격자를 합격시키는 수법을 써 3명을 부정 입학시켰다. 조승현 시교육청 감사관은 “비경제적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에서 일부 학생이 주관적 영역 만점을 받고도 합격권인 16위 안에 들지 못하자 다른 지원자의 점수를 깎아 이들을 합격시켰다”고 말했다. 이 전형을 통과한 이 부회장의 아들과 관련해 조 감사관은 “특정인 정보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시교육청은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부정 입학에 대한 처벌 여부나 수위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조 감사관은 “검찰 수사에서 성적 조작과 금품 수수 등에 대한 전모가 밝혀지면 해당 학생은 입학 취소 등 학칙에 따라 조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학 취소 조치가 당장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범행을 주도한 교감 등이 누군가를 붙이기 위한 성적 조작은 없었다고 진술해 입학 취소 학생을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대원국제중 일반전형에 재응시한 학생들은 당시 학교 방침을 따른 것이어서 학생들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감사 과정에서 영훈국제중의 2011~2013년 신입생 입학전형 개인별 채점표가 폐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측이 감사에 앞서 관련 자료를 일부러 폐기했다는 의혹과 함께 부실 감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남규 전국교직원연합 서울지부장은 “국제중 비리의 핵심이 편입학, 뒷돈 입학 비리인데 시교육청 감사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위원은 “대원국제중 의혹에 대해서는 더 부실하게 감사가 이뤄졌다”면서 “대원국제중이 문용린 교육감 선거를 도와줬기 때문에 시교육청이 노골적으로 감싸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영훈·대원국제중 ‘학생 골라뽑기’

    부유층 및 사회지도층 자녀의 특혜 입학 의혹이 제기됐던 서울 영훈·대원국제중학교가 실제로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성적을 조작하거나 자료를 폐기하는 등 조직적인 입시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권 부당 행사나 부적절한 학교 회계예산 사용 등 학교 운영 전반에서도 문제점이 대거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월 8일부터 4월 12일까지 실시한 영훈·대원국제중학교 및 두 학교 법인에 대한 종합 감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감사는 올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에 비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유층 자녀에 대한 특혜 입학 의혹이 확산되자 실태 점검 차원에서 진행됐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두 학교는 지원자의 인적사항이나 수험번호를 가리고 채점해야 하는 기본적인 공정성 확보도 하지 않은 채 사실상 학생을 골라 뽑았다. 특히 영훈국제중은 2013학년도 입학전형에서 교감과 입학관리부장, 교무부장 등이 주도해 특정 학생을 합격 또는 불합격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성적을 조작했다. 이들은 일반전형 서류심사를 하면서 ‘객관적 채점 영역’에서 525∼620위에 든 6명에게 ‘주관적 채점 영역’에서 만점을 줘 합격권인 384위 내로 진입시켰다. 이들 중 3명은 추첨으로 최종 합격했다. 반대로 학교가 입학 부적격자로 미리 분류한 학생에게는 일부러 주관적 채점 영역의 점수를 낮게 줘 의도적으로 떨어뜨렸다. 대원국제중 역시 일부 학생들을 특별전형에서 탈락하면 지원할 수 없는 일반전형에 다시 지원하도록 해 최종 합격시켰다. 시교육청은 영훈학원 이사장에 대해 학교회계 부당 관여 등의 책임을 물어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내리고, 비리 관련자 1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두 학교법인이 부당 집행한 24억원가량을 회수 또는 반납하도록 요구했다. 대원국제중에는 입학전형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 3명을 중징계하라고 학교법인에 전달했다. 부정 입학에 연루된 신입생의 입학 취소 여부는 검찰 수사 결과 뒤 결정하기로 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제돌이’ 11일 제주 바다로… 특별전세기·무진동車 타고 ‘춘삼이’ 만난다

    ‘제돌이’ 11일 제주 바다로… 특별전세기·무진동車 타고 ‘춘삼이’ 만난다

    불법 포획 논란을 빚어온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11일 제주 바다로 돌아간다. 돌고래 야생방류는 미국 등지에서는 볼 수 있었지만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다. 서울대공원은 제돌이의 자연 야생 방류에 앞서 현지 적응을 위해 제주 성산항 가두리로 옮긴다고 9일 밝혔다. 제돌이를 야생 무리속으로 완전 방류하는 것은 훈련 적응 속도와 야생 개체 출현시기 등을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다. 방류 시기는 6~8월로 예상된다. 제돌이 수송은 제돌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치밀한 계획에 따라 육로와 특별항공기를 이용해 진행된다. 수송 작업은 이날 오전 5시 30분 이동 과정에서의 스트레스 검사를 위한 사전 혈액샘플 채취를 마친 뒤 오전 7시 5t급 무진동 차량으로 서울대공원을 출발한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10시 30분 아시아나항공 특별 전세기에 실려 제주공항을 향해 떠난다. 스트레스를 막기 위해 함께 생활해 온 사육사가 몸에 물을 뿌려주며 제돌이 곁을 지키고, 전담 수의사도 동행한다. 오전 11시 40분 제주공항에 도착한 제돌이는 곧바로 서귀포시 성산항 가두리로 옮겨져 오후 2시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뒤 가두리에서 먼저 야생 적응 훈련 중인 ‘D38’(암컷·10~12세 추정), ‘춘삼이’(수컷·13세 추정)와 만난다. D38과 춘삼이는 지난 3월 대법원으로부터 몰수형 선고를 받은 불법포획 돌고래 4마리 중 건강한 2마리다. 제돌이는 D38, 춘삼이와 방류 후 같은 무리를 형성해 야생의 돌고래와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서로 얼굴 익히기를 한 뒤 김녕에 있는 가두리로 옮겨진다. 수송에 드는 항공료 3200만원은 환경 및 동물보호 시민단체가 모금해 전액 부담한다. 한편 제돌이는 2011년 7월 해양경찰청이 제주 한 공연업체의 불법포획 및 거래사실을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으며, 이후 시민단체가 야생방류를 주장해 왔다. 이어 2012년 3월 박원순 시장이 제돌이의 귀향 결정을 내렸다. 시민과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시민위원회가 주축이 돼 성공적인 야생방류를 위한 운송, 야생적응훈련장 설치 관리, 질병 관리 등 제돌이의 야생 방류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추진해 왔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제돌이’ 11일 제주 바다로… 특별전세기·무진동車 타고 ‘춘삼이’ 만난다

    ‘제돌이’ 11일 제주 바다로… 특별전세기·무진동車 타고 ‘춘삼이’ 만난다

    불법 포획 논란을 빚어온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11일 제주 바다로 돌아간다. 돌고래 야생방류는 미국 등지에서는 볼 수 있었지만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서는 처음이다. 서울대공원은 제돌이의 자연 야생 방류에 앞서 현지 적응을 위해 제주 성산항 가두리로 옮긴다고 9일 밝혔다. 제돌이를 야생 무리속으로 완전 방류하는 것은 훈련 적응 속도와 야생 개체 출현시기 등을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다. 방류 시기는 6~8월로 예상된다. 제돌이 수송은 제돌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치밀한 계획에 따라 육로와 특별항공기를 이용해 진행된다. 이날 오전 5시 30분 이동 과정에서의 스트레스 검사를 위한 사전 혈액샘플 채취를 마친 뒤 오전 7시 5t급 무진동 차량으로 서울대공원을 출발한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10시 30분 아시아나항공 특별 전세기에 실려 제주공항을 향해 떠난다. 스트레스를 막기 위해 함께 생활해 온 사육사가 몸에 물을 뿌려주며 제돌이 곁을 지키고, 전담 수의사도 동행한다. 오전 11시 40분 제주공항에 도착한 제돌이는 곧바로 서귀포시 성산항 가두리로 옮겨져 오후 2시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뒤 가두리에서 먼저 야생 적응 훈련 중인 ‘D38’(암컷·10~12세 추정), ‘춘삼이’(수컷·13세 추정)와 만난다. D38과 춘삼이는 지난 3월 대법원으로부터 몰수형 선고를 받은 불법포획 돌고래 4마리 중 건강한 2마리다. 제돌이는 D38, 춘삼이와 방류 후 같은 무리를 형성해 야생의 돌고래와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서로 얼굴 익히기를 한 뒤 김녕에 있는 가두리로 옮겨진다. 수송에 드는 항공료 3200만원은 환경 및 동물보호 시민단체가 모금해 전액 부담한다. 한편 제돌이는 2011년 7월 해양경찰청이 제주 한 공연업체의 불법포획 및 거래사실을 발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으며, 이후 시민단체가 야생방류를 주장해 왔다. 이어 2012년 3월 박원순 시장이 제돌이의 귀향 결정을 내렸다. 시민과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시민위원회가 주축이 돼 성공적인 야생방류를 위한 운송, 야생적응훈련장 설치 관리, 질병 관리 등 제돌이의 야생 방류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추진해 왔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자연과 예술의 땅, 노르웨이

    자연과 예술의 땅, 노르웨이

    호수를 연상시키는 코발트빛 바닷물 위로 우뚝 솟은 ‘피오르’(fjord)의 행렬을 보셨습니까. 1만년간 빙하의 침식을 받아 이뤄진 골짜기에 생긴 좁고 긴 만으로 ‘U’자 모양을 이룹니다. 전나무와 자작나무가 우거진 절벽, 기암괴석의 머리에 면사포같이 살포시 덮인 피오르의 하얀 빙하는 죽기 전 꼭 봐야 할, 아니 살아 있기에 마주해야 할 가슴 벅찬 풍광입니다. 북위 60도,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서쪽 자락에 자리한 노르웨이는 1967년 북해 유전 발굴 전까지 유럽의 최빈국에 가까웠습니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지배를 차례로 받고 1905년 가까스로 독립한 뒤 척박한 자연환경과 같은 험난한 길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매장량 세계 5위의 북해 유전은 노르웨이를 1인당 국내총생산(GDP) 9만 달러를 웃도는 ‘유럽의 사우디’로 바꿔 놓았습니다. 변변찮은 공장 하나 없던 험상궂은 풍광은 그대로 귀중한 관광 자원이 됐답니다. 남녀 구분할 것 없이 얼굴이 하얗고 키가 180㎝를 훌쩍 넘는 노르웨이인들은 과연 행복한 사람들일까요?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지만 길을 걷는 시민들 얼굴에선 근심이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마도 에드바르 뭉크(1863~1944)나 에드바르 그리그(1843~1907) 같은 걸출한 예술가 덕분이겠죠. 아름다운 피오르에서 영감을 얻은 예술가들은 몽환적인 자연과 함께 여행객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치유합니다. 한순간 당황했다. 잠시라도 호젓한 여유를 즐기려 일행과 떨어져 버스 맨 앞자리에 앉은 게 화근이었다. 오슬로 중앙역에서 탄 34번 버스가 예정된 ‘하겐비’에 정차한 뒤 호기롭게 뒤를 돌아봤으나 승객은 아무도 없었다.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화가 뭉크의 ‘절규’의 배경이 된 이케베르그 다리로 향하던 터였다. ‘절규’할 무렵 휴대전화에 ‘+82’로 시작하는 국제전화가 걸려 왔다. 버스 뒷자리에 앉았던 일행이 뒤늦게 현지인 이야기를 듣고는 다급하게 두 정거장 앞에서 하차했다는 설명이다. 역설적이지만 동네 주민 대부분은 이케베르그 다리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짧은 영어로 물어 찾아간 이케베르그 다리. 다리라기보다 언덕배기에 꼭꼭 숨은 구비길에 난간 몇 개 설치해 놓은 것에 불과했다. 오슬로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일 따름이다. 뭉크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표현주의 화가이자 판화 작가다. 그의 초상화가 1000크로네 지폐에 들어 있을 정도다. 노르웨이 국민들이 가장 사랑한다는 예술가로, 탄생 150주년을 맞아 오슬로 시내 곳곳에 관련 전시회와 음악회 등을 알리는 현수막이 넘쳐났다. 진짜 뭉크는 국립미술관에서 만났다. 국립미술관에 특별전시된 ‘절규’ ‘마돈나’ ‘병든 아이’ ‘병실에서의 죽음’ 등은 불우했던 그의 삶을 통째로 옮겨 놓았다. 그런데 소름 끼치던 그의 작품들이 말년으로 갈수록 아이들 동화처럼 포근함을 띤다. 촬영이 금지된 터라 한 시간 넘게 작품 주변만 서성이며 마음속에 담았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사실 노르웨이의 첫인상은 꺼림칙했다. 10시간 넘는 비행 끝에 도착한 핀란드 헬싱키. 다시 오슬로행 비행기로 갈아탔으나 창가의 내 좌석은 60대 후반 할머니의 차지가 됐다. 자리를 빼앗은 험상궂은 노르웨이인 노파는 한 시간 넘는 비행 시간 내내 앞 좌석 일행과 독일 방언 같은 노르웨이어를 뱉어냈다. 그런데 도착 20여분 전 갑자기 다정하게 영어로 말을 걸어 왔다. 중국 베이징에서 2년 넘게 살았다는 이야기부터 방문지가 어디인지, 또 좋은 여행 되길 바란다는 인사까지 아끼지 않는다. 아뿔싸, 그들은 바이킹의 후손이었다. 산 만한 덩치에 우락부락한 인상이지만 속내만은 따스했다. 순간 창가 너머로 활처럼 휜 피오르 위에 세워진 중세 도시, 오슬로의 위엄이 눈에 들어왔다. 오슬로의 번화가는 중앙역에서 왕궁에 이르는 칼 요한 거리다. 불과 1.5㎞ 남짓 거리에 의사당, 대성당, 오슬로대학 등이 몰려 있다. 풍성한 녹지가 부러울 따름이다. 이곳 시청에선 매년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린다. 다른 시상식은 모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지만 평화상만은 예외란다. 노벨이 당시 스웨덴의 척박한 속국이던 노르웨이에 혜택을 준 것인데, 오늘날 역전된 양국의 처지를 본다면 뭐라 말할지 궁금하다. 밤 10시. 대낮처럼 환한 백야다. 오슬로항에 도열한 요트들을 뒤로하고 해변가 레스토랑에 자리 잡았다. 노르웨이 하면 연어지만 이곳 사람들은 대구나 청어를 즐긴다. 짜디짠 대구 스테이크에 수프와 빵, 맥주로 주린 배를 채웠다. 영수증에 1인당 500크로네(10만원)가 찍혔다. 일행 누군가가 “뭉크의 ‘절규’는 4월 말에도 초겨울에 버금가는 변덕스러운 날씨와 살인적인 물가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늘어놓았다. 피오르 없는 노르웨이는 상상하기 어렵다. 창처럼 깊고 날카롭게 해안 깊숙이 파고든 피오르는 이맘때면 산정의 눈 녹은 물이 떨어지면서 만든 크고 작은 폭포들로 장관을 이룬다. 오슬로에서 ‘피오르의 수도’ 베르겐까지는 버스로 5시간가량 걸린다. 베르겐은 1048년까지 노르웨이의 수도였다. 노르웨이 최초의 국립극장, 세계 최초의 교향악단이 자리한다. 중세풍 목조건물이 어깨를 나란히 한 브뤼겐이 중심이다. 당시 북유럽 상권을 장악했던 독일 무역상들은 한자(Hansa) 동맹에 따라 이곳에 상관을 짓고 무역을 했다. 걸을 때마다 삐걱대는 나무 보도와 집들로 채워진 어두컴컴한 골목은 현재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이용된다. 브뤼겐 맞은편 어시장, 플뢰위엔 산 전망대로 향하는 열차인 플뢰이바넨을 둘러보고 호젓한 교외로 향했다. 오로지 ‘아이를 많이 낳는 것’과 ‘조국의 독립’이 소원이라던 작곡가 그리그의 사택인 ‘트롤헤우겐’까지는 베르겐 시내에서 차로 10여분 남짓 걸린다. 트롤헤우겐은 북유럽 신화 속 요정 트롤이 사는 언덕이란 뜻이다. 그리그가 1885년부터 22년간 살던 집이다. 그리그는 지금도 아내 니나와 함께 피오르를 바라보는 절벽 중간의 납골묘에 묻혀 오후의 햇살을 만끽 중이다. 피오르를 턱밑에 둔 작업실은 생전에 쓰던 피아노 의자와 책상으로 꽉 차 있다. 현지 가이드는 “키가 150㎝에 불과했던 그리그가 두꺼운 베토벤의 교향곡 악보들을 방석 삼아 작업하곤 했다”고 말했다. 박물관으로 쓰이는 생가는 손때 묻은 악보부터 편지, 초상화 등으로 채워졌다. 그런데 초상화나 사진 속 그리그 부부는 단 한 번도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두살배기 외동딸 크리스티나를 잃은 슬픔 때문이라고 한다. 피오르는 인구 500명의 소도시 플롬에 이르자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산악 열차인 ‘플롬스바나’를 타고 베르겐에서 뮈르달을 거쳐 굽이굽이 20㎞의 산길을 돌자 일순 폭설에 휩싸였다. 해발 800m 안팎의 산간 마을과 잔잔한 하천, 만년설로 흰 모자를 쓴 설산, 거기서 떨어지는 폭포가 번갈아 나타났다. 기차는 기울기가 30도를 넘는 협곡을 따라 20여개의 터널을 지난다. 종착지인 플롬은 해발 1300m에 자리한 송네피오르의 내륙 관광 허브다. 송네피오르는 노르웨이 최장 피오르로 204㎞의 길이와 최고 1300여m의 수심을 자랑한다. 하늘을 향해 첨탑처럼 치솟은 고산준봉, 깊고 장대한 계곡에 들어 앉은 노랗고 빨간 지붕의 통나무집이 매력적이다. 고속도로가 없는 노르웨이에서 국도를 따라 다시 울렌스방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나 내려 카메라 렌즈만 들이대면 한폭의 그림이 됐다. 잠시 머무르는 관광객도 영감과 치유를 얻기에 충분한 ‘힐링로드’인 셈이다. 오슬로·베르겐·플롬·울렌스방·스타방에르 글 사진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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