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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판사가 나를 단죄한다면…

    AI 판사가 나를 단죄한다면…

    # 2013년 2월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총격사건에 사용된 차를 운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에릭 루미스(34)의 항소 이유서는 특별했다. 루미스의 변호인은 “검사가 미국 스타트업 회사인 노스포인트가 만든 인공지능(AI) 기기 컴퍼스를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컴퍼스는 “루미스의 폭력 위험과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고 검사는 이를 인용해 중형을 구형한 것이었다. 루미스 측은 “인간이 아닌 AI 기기의 알고리즘을 이용한 판결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위스콘신주 대법원은 AI 알고리즘 자료를 근거로 한 선고는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컴퍼스의 보고서는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고 판시했다. 이 판결은 법률 영역에서 AI를 인정한 첫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을 장착한 AI가 전 세계 바둑계 고수들을 연이어 꺾으면서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AI는 일상생활에도 파고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 자율주행 차량이나 인공지능 투자컨설팅 및 자산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포털 등도 AI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 등 AI 비서 서비스도 등장했다. 법률서비스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AI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나와 있다. 미국 법률 자문회사 로스 인텔리전스는 IBM사의 AI ‘왓슨’에 법률과 판례를 정리하는 변호사 보조 역할을 맡기고 있다. 최근에는 판결예측 알고리즘도 개발됐다.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컴퍼스처럼 소송 당사자뿐 아니라 변호사나 검찰, 판사도 수학과 통계학을 이용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인공지능은 법조인과 같은 사고를 할 수 있을까 AI의 가장 큰 장점은 컴퓨터가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딥러닝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향후에는 AI가 법조인들을 돕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법조인을 아예 대체할 수 있을까. 런던대와 셰필드대, 펜실베이니아대 공동 연구팀이 지난해 개발한 유럽인권재판소의 과거 판결 사례들을 학습한 컴퓨터 프로그램은 그 단초를 엿볼 수 있는 사례다. 런던대 등 연구진의 AI는 유럽 인권협약 3조 ‘고문의 금지’, 6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8조 ‘사생활 및 가족생활 존중에 대한 권리’ 등에 관한 584개의 판결 사례를 학습했다. 특히 인권 침해 때 자주 나오는 특정 문장이나 사실, 정황 등을 학습해 실제 판결 5개 중 4개에서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런 덕분에 이 프로그램에는 ‘AI 판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연구를 주도한 니콜라오스 알레트라스 런던대 교수는 “AI가 복잡한 재판의 판결 패턴을 빨리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프로그램이 법적인 가치 평가가 필요한 사건을 다뤄 실제 판례를 대략 79%의 확률로 예측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계인국 사법정책연구원 박사는 “이 실험은 단순 법률 적용의 문제를 넘어서는 ‘법적 가치평가’가 개입돼야 하는 사건들에 대해 AI가 법관과 80% 정도 부합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뜻”이라면서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실제 판결과 AI의 예측 사이의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법조인의 핵심적 사고까지는 불가능할 것” 반면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AI가 법조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만만찮다. 주어진 상황에서 법률적 쟁점을 떠올리거나 가치 판단을 하는 일은 AI가 모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 1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인공지능과 법’ 학술대회에서 고상영 대전지법 판사가 발표한 ‘인공지능의 법률 분야에서의 응용사례’ 발표문에 따르면 법률가들은 한 사람의 행동이 법률을 위반했는지를 판단하기까지 ▲쟁점이 될 만한 법 조항을 찾고 ▲비슷한 판례들을 찾아 분석한 뒤 ▲주어진 사례가 기존 판례에 부합하는지 등을 판단하는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한 피고인이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다가 흥분해 칼로 피해자를 찔러 부상을 입힌 사건에서 법률가는 형법의 특수상해죄와 살인미수죄를 곧장 떠올린다. 이후 관련 판례들을 검색해 피해자가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식이다. 바둑기보를 딥러닝 기법으로 학습한 AI 알파고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알고리즘과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수를 찾아낸다. 하지만 특정 행위가 어떤 범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건 다른 문제다. 범죄를 저지르는 주체와 환경 등은 무한대에 가까운 데다 전례와 딱 맞아떨어지는 사례는 존재하지 않고, 여기에는 가치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 판사는 “쟁점이 주어진 상태에서 판례를 찾는 것은 AI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가능하다”면서도 “판사로서도 핵심쟁점을 찾는 게 쉽지 않은데 이것을 AI가 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문제가 된 사례가 기존 사건들의 집합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 고유의 통찰력이 필요한 지적 작업으로,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컴퓨터가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AI를 이용한 해외의 법률 서비스도 기존 판례를 검색하고 판결 방향을 예측하는 서비스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임영익 인텔리콘 메타연구소 변호사는 “‘인공지능이 인간 판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해 대부분의 미래학자와 AI 전문가들은 부정적으로 여긴다”면서 “먼 미래에는 복잡한 인간의 의사결정을 대신할 놀라운 알고리즘이 등장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낮은 수준의 판단 기술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AI 판사를 신뢰할까 향후 기술의 발전으로 AI 판사가 등장한다면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법조계 의견은 부정적이다. 사회적 합의의 산물인 법적 판단을 기계에 맡기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고 판사는 “만일 컴퓨터가 법률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사람들이 기계에게 내가 죄가 있는지 없는지 등의 판단을 맡길지 의문”이라며 “일정한 가치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작업을 법적·윤리적 책임을 지지 않는 컴퓨터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법원 사법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민구 법원도서관장은 “사법 불신이 큰 당사자는 ?사람보다 AI 체계를 신뢰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 당사자는 그래도 인간 법관이나 인간 배심원을 더 선호하지 않겠나”라며 “일정 시기 이후에는 인간과 AI ?중 당사자가 희망하는 대로 선택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응해 법조계가 좀더 ‘인간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백강진 캄보디아 특별재판소 재판관은 지난해 심포지엄에서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는 길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걸 더 잘하는 것인 만큼 법률가는 창조성과 감성을 더 키워야 한다”며 “한국 법률가들이 그동안 창조적이고 인간적인 문서를 작성했나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활법률서비스· 전자 소송 시스템 사업 추진 우리 법조계에서도 AI 기술 활용이 시도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1일 국내 첫 대화형 생활법률지식서비스인 ‘버비’를 내놨다. 주택·상가 임대차, 임금, 해고 등 3개 분야에 대해 이용자가 질문을 하면 실시간으로 답변을 해 주는 AI 법률서비스다. 대법원도 2021년 시행을 목표로 ‘빅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AI 소송 도우미와 대화형 안내 서비스 등도 개발할 계획이다. 인텔리콘 메타연구소가 개발한 AI 변호사 시스템 ‘아이리스’는 지난 1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인공지능 법률 경진대회에서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법조인들의 판단을 도와주는 도우미 개념으로 AI 연구가 진행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손해배상금 자동 판정기나 형량 판정기, 형사사건 판결 확률 판단기, 판결문 자동 작성기 등이 그 예다. 임 변호사는 “이러한 서비스들이 실용화된다면 AI는 판사의 업무를 줄여 주고 정교한 판결에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법률 AI는 산업적으로 가치 있을 뿐 아니라 기술과 법률 자체의 지식이 동시에 필요한 융합 분야인 만큼 이를 이해하고 연구할 수 있는 토양과 시스템이 마련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4차 산업혁명과 사법의 미래 심포지엄] “AI 판사·소송앱 시대…한국도 변해야”

    [4차 산업혁명과 사법의 미래 심포지엄] “AI 판사·소송앱 시대…한국도 변해야”

    ■백강진 유엔 전범재판소 재판관 데이터·판례분석 기계가 더 정확 한국 법조계 그간 창의적이었나 시대 뒤처지고 컴퓨터 원망 말라 “한국의 법조인들은 그동안 창조적인 문서를 작성해 왔는지 자문해 봐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기계에 대체되더라도 크게 항의할 게 없을 겁니다.” 백강진(47·사법연수원 23기) 유엔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ECCC) 재판관은 판사의 영역으로만 받아들여졌던 재판과 판결도 컴퓨터가 대신하는 날이 머지않았다며 사법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시대 흐름을 좇지 못하는 법조인은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18일 대법원이 주최하는 ‘4차 산업혁명의 도전과 응전: 사법의 미래’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캄보디아에서 귀국한 백 재판관은 17일 인터뷰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는 길은 ‘스테이 휴먼’(Stay human), 즉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잘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바로 ‘창조’와 ‘공감’”이라고 밝혔다. 백 재판관은 “미국에선 기존에 존재하는 데이터와 판례를 분석해 판결을 예측하는 작업이 오히려 (법률가보다) 더 정확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인간 법률가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창조적인, 감성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 사법부가 수십만건의 판결문을 일반에 공개하는 등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재판관은 “(판결문) 빅데이터를 학자들에게 주면 민사소송 등 분쟁은 (유사 사례를 통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며 “형사재판 같은 경우도 형량 데이터를 분석해 국민의 법 감정과의 괴리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재판관이 일하는 ECCC는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주범인 크메르루주 정권에 대한 전범 재판을 전담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된 유엔 특별재판소다. 그는 1994년 서울지법 동부지원에서 시작해 20여년간 판사로 재직하다 2015년 ECCC 재판관으로 지명됐다. 백 재판관은 “ECCC가 향후 북한 지도자의 반인권 범죄에 대한 처리에 있어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입양인 진호 베르돈스코트 박사 125만원 주고 석 달 남짓이면 앱으로 이혼 소송 등 해결 가능 변화 않는 보수적 법조계 문제 “현대인들이 TV보다 페이스북 등 온라인 환경에 더 익숙해진 만큼 온라인 소송 애플리케이션으로 버튼 한 번만 누르면 판사와 직접 연결될 수 있습니다. 실제 법 절차를 거치는 것보다 비용도 저렴해 사용자들이 높은 점수를 주고 있죠.” 법의 국제화를 위한 국제 비영리단체인 헤이그연구소의 사법기술 설계국장인 진호 베르돈스코트 박사는 17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한국에서 태어나자마자 네덜란드로 입양된 그는 18일 대법원이 주최하는 ‘4차 산업혁명의 도전과 응전: 사법의 미래’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한국 땅을 밟았다. 베르돈스코트 국장은 최근 10년간 네덜란드,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온라인 플랫폼을 설계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이혼, 건물 임대차 분쟁 등을 해결하는 온라인 소송 앱 ‘레크트바이저’를 설계했다. 지금까지 600여건의 이혼 등 소송이 온라인으로 해결됐고, 1500여건이 계류 중이다. 네덜란드뿐 아니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나 영국 브리튼 지역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그는 “레크트바이저를 이용하면 관련 비용은 실제 소송 비용보다 저렴한 1000유로(약 125만원) 미만에 진행할 수 있는 데다 소송 기간도 3개월 남짓에 불과하다”며 “번역 등 과정만 거치면 한국에도 충분히 도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 접근성의 가장 큰 장벽은 사법제도가 변화에 민감하지 않고 오히려 보수적이라는 점”이라며 “돈이 없어서 변호사를 고용하지 못하는 시민들도 기술 진보로 사법 서비스를 더욱 손쉽게 제공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입양인으로서 한국에 느끼는 ‘특별한 감정’도 소개했다. 베르돈스코트 국장은 “평소 친하게 지냈던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으로부터 ‘한국에서는 저 같은 경우를 아리랑 가족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여기에서 같은 모습으로 생긴 분들이 한국어로 말을 걸어올 때 알아들을 수 없어 이상한 기분이지만 첫 방문이 아무래도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방글라데시, 이슬람 야당 지도자 교수형

    방글라데시, 이슬람 야당 지도자 교수형

    “野 탄압” 반발 거세… 소요 우려 방글라데시에서 최대 이슬람주의 야당 지도자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면서 소요 등 정국 불안이 우려된다고 현지 언론들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슬람 정당 ‘자마트 에 이슬라미’(이하 ‘자마트’)대표 모티우르 라흐만 니자미(73)는 수도 다카의 중앙교도소에서 이날 0시 10분쯤 교수형에 처해졌다. 아니술 하크 법무장관은 그의 사형에 대한 재심 청구가 기각된 뒤 형이 집행됐다고 밝혔다. 니자미는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당시 친파키스탄 민병대를 이끌고 지식인 학살과 성폭행 등 전쟁범죄를 일으킨 혐의로 2014년 전범 특별재판소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방글라데시에서 전쟁범죄 혐의로 사형이 집행된 다섯 번째 인물이자 최고위급 야당 지도자다. 니자미의 사형 집행을 두고 방글라데시에서는 의견이 양분된 상태다. 독립전쟁 참전군인인 아크람 후세인은 알자지라에 “이날이 오기를 45년간 기다렸다”면서 “정의가 마침내 승리했다”고 말했다. 반면 상당수 시위자들은 다카 거리에 쏟아져 나와 그의 처형이 면밀한 증거도 없이 이뤄진 야당 탄압이라며 시위를 벌였다. 당국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다카와 파브나(니자미의 고향) 등에 수천명의 경찰 병력을 배치한 상태다. 자마트는 12일 전국적인 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AFP는 최근 소수 종교인과 인권운동가들을 겨냥한 이슬람 단체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방글라데시에서 니자미의 사형 집행으로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2013년 전범 특별재판소가 자마트에 이슬라미 지도부에 사형을 선고하자 정당 지지자들과 경찰이 충돌해 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국제 형사정의 위해 최선 다할 것” 정창호 판사 ICC 재판관 취임

    “국제 형사정의 위해 최선 다할 것” 정창호 판사 ICC 재판관 취임

    정창호(48·사법연수원 22기) 광주지법 부장판사가 1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으로 취임했다. ICC는 전쟁범죄 등을 처벌하기 위해 2002년 설립된 최초의 상설 국제재판소로, 정 부장판사는 ICC 사상 최연소 재판관이다.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정 재판관은 취임식에서 “대한민국과 사법부를 대표하는 재판관으로서 국제 형사정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독립적이고 효율적이며 투명한 재판을 통해 ICC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법부에서 대표적 ‘국제통’으로 알려진 정 재판관은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와 홍콩대학교에서 연수했고, 주오스트리아대사관에서 사법협력관으로 근무했다. 17개국 출신 입후보자 가운데 6명의 재판관을 선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열린 ICC 재판관 선거에서 정 재판관만 유일하게 1차 투표에서 당선이 확정됐다. 정 재판관은 2005년 통일부 파견 당시 개성공단을 염두에 두고 중국 선전 경제특구의 입법 과정을 연구한 경험도 있다. 2011년에는 캄보디아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재판관으로 파견돼 올해 2월까지 재직했다. 한편 2003년 3월 ICC 초대 재판관에 선출돼 2009년 3월 소장에 오른 송상현(74·고등고시 16회) 소장은 이날 퇴임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ICC 재판 효율성 높여 정의 빨리 구현하겠다”

    “ICC 재판 효율성 높여 정의 빨리 구현하겠다”

    “국제형사재판소의 비효율성을 개선해 정의가 빨리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국이 2003년 출범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을 연속으로 배출했다. 정창호(48)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유엔재판관이 주인공이다. 정 재판관은 2003년 선출돼 2009년부터 재판소장을 맡은 송상현 재판관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인 재판관이 됐다.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이 다시 확인됐다는 평가다. 정 재판관은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ICC 재판관 선거 1차 투표에서 유효표 104표 중 3분의2(70표)를 넘는 73표를 얻어 임기 9년의 재판관에 뽑혔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재판관 6명의 후임을 뽑기 위한 이날 선거에는 정 재판관을 비롯해 17명이 입후보했다. 1차 투표에서 3분의2를 넘겨 당선된 후보는 정 재판관이 유일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의 재판관은 모두 18명으로, 3년마다 6명을 번갈아 뽑는다. 정 재판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주오스트리아 대사관 사법협력관, 광주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낸 뒤 2011년 8월부터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 재판관을 맡고 있다. ICC는 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 범죄, 침략 범죄 등 중대한 국제인도법 위반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초의 상설 국제재판소다. 유엔 총회에서 북한의 인권 유린 상황을 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북한인권 결의안이 오는 18일 채택을 앞두고 있어 ICC가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유엔 총회에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이달 말쯤 북한인권 문제를 의제로 채택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재판관은 이날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법치, 인권 차원에서도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계속 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ICC의 재판이 최대한 빨리,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해 정의가 구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유엔의 ICC 회부 추진에 대해서는 “유엔 보고서의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 사법의 틀을 이용해 다루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실질적으로 재판이 될지, 어떤 절차가 이어질지를 알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흐름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 재판관은 안보리 회부와 상관없이 ICC가 북한에 대해 사전 수사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ICC 수사는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서 비회원국인 북한에 대해 수사할 수 없다”면서도 “그래서 안보리가 회부를 추진하는 것이고 안보리가 회부하면 비회원국이라도 수사할 수 있다”며 북한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사설] 북 인권실태 개선 위한 국제적 노력 강화해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어제 북한의 척박한 인권 실상을 국제사회에 고발하는 ‘북한인권보고서’를 발표했다. 본문 21쪽과 부속서 321쪽으로 구성된 이 보고서는 지난해 3월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맞춰 1년 가까이 북한의 인권 실태 전반을 조사한 끝에 작성된 종합보고서다. 호주 대법관 출신의 마이클 커비 위원장을 중심으로 20명의 다국적 조사인력들이 80여명의 탈북자들을 면담하거나 청문회를 갖는 방식으로 북한 주민들의 투옥·구금 실태와 고문 여부 등 북한 정권의 인권탄압 전반을 조사해 작성했다. COI 보고서에 담긴 북녘은 한마디로 ‘정치적 학살’이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인권 실종의 땅이다. 고문과 투옥은 물론 성폭행과 강제낙태, 강제이주, 강제노동, 심지어 살인과 노예화 등이 정권 차원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고발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인권 탄압이 북한의 3대 세습정권과 직결돼 있음을 보고서가 언급한 점이다. 북한 인권 탄압의 책임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위시한 북한 지도부에 묻고 있는 것이다. COI는 이에 따라 유엔 차원에서 김정은을 비롯한 인권탄압 가해자 명단을 작성해 영구보존하는 한편 다음 달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정례회의에 보고서를 공식 제출한 뒤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도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권고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국 등이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비, 나치 전범들을 사법처리한 국제특별재판소(Ad Hoc Tribunal)에도 회부하기로 했다고 한다. COI의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기실 그동안 탈북자들의 전해온 북한 인권의 실상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평양의 선택된 소수의 인민을 제외한 북한 주민 대다수가 얼마나 열악한 인권 환경에서 허덕이는지, 매일매일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꽃제비’들이 얼마나 많으며, 정치범 수용소에선 얼마나 잔혹한 인권탄압이 자행되고 있는지 우리는 그동안 숱한 증언과 목격담을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남북 관계의 악화 등을 핑계 삼아 정부 차원에서건 민간 차원에서건 북한 인권의 실상을 직시하지 못했다. 애써 외면하거나 침묵했다. COI 보고서의 의미는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더는 용인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같은 민족으로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앞장서야 할 우리로선 분발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여야는 국회에 계류된 북한인권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더 이상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 입법을 미루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외면하는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도 남북관계 개선 노력과 별개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의연하게 펼쳐 나가야 할 것이다.
  • 장성택 즉각적인 사형집행…군사쿠데타 획책했나

    장성택 즉각적인 사형집행…군사쿠데타 획책했나

    장성택 즉각적인 사형집행…군사쿠데타 획책했나 북한이 장성택 사형을 집행하면서 군사 쿠데타 획책 혐의까지 포함해 주목된다. 북한은 13일 장성택 사형 집행 보도에서 “장성택은 정권야욕에 미쳐 분별을 잃고 날뛰던 나머지 군대를 동원하면 정변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타산(계산)하면서 인민군대에까지 마수를 뻗치려고 책동했다”고 밝혔다. 군대를 동원해 새로 출범한 김정은 정권을 찬탈하려는 의도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근에 임명된 군대 간부들은 잘 몰라도 이전 시기 임명된 군대 간부들과는 면목이 있다”며 “그리고 앞으로 인민들과 군인들의 생활이 더 악화되면 군대도 정변에 동조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했다”는 ‘장성택의 진술’도 전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면 장성택은 김정은 정권이 갓 출범하고 경제난이 여전한 상황에서 사회적 혼란이 더 커지면 군부까지 자신의 편에 서서 사실상의 쿠데타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기대를 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일단 북한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 이어 특별군사재판, 처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한 이후 발표한 ‘장성택의 죄상’을 모두 사실로 보기 어렵기는 하지만 그가 40여년간 북한 권력의 2인자로 군부에 많은 인맥을 구축한 것은 사실에 근접해 보인다. 장성택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빈소에 대장 계급장을 단 군복을 입고 등장해 군부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음을 과시하기도 했다. 사실 북한이 이번에 재판을 특별군사재판 형식으로 가진 것도 군인과 인민보안원이 저지른 범죄사건, 군사기관의 종업원이 저지른 범죄사건을 군사특별재판소에서 재판토록 명시한 형사소송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이미 사망했지만 장성택의 형인 장성우는 3군단장과 군 정찰국장(현 정찰총국장의 전신), 인민보안부 정치국장, 당 민방위부장 등을 지냈고 동생인 장성길은 5군단 정치위원과 류경수 105탱크사단장 등을 역임했다. 북한의 발표로 보면 장성택은 김정은 체제 들어 군부 실세 위치에 오른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나 리영길 총참모장 등 신진 세력과는 큰 인연이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오히려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이나 김격식 전 인민무력부장, 현철해 전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리명수 전 인민보안보장 등 옛날 군부 인사를 중심으로 인연을 맺어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북한에서 그동안 진행되어온 군부 세대교체와 더불어 숙군작업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군부 내의 ‘올드보이’를 이번 장성택 사건의 연루자로 몰아 공직에서 밀어내고 숙청하면서 비교적 젊고 계급이 낮은 군부 인사들을 요직에 포진시키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통신이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영도를 거부하고 백두의 혈통과 일개인을 대치시키는 자들을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절대로 용서치 않고 그가 누구이든, 그 어디에 숨어있든 모조리 쓸어모아 역사의 심판대 위에 올려세울 것”이라고 밝힌 것도 앞으로 군부의 대대적인 숙청을 예고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레바논 5개월 만에 새 내각

    지난 1월 레바논의 연립정부가 붕괴한 이후 5개월 만에 나지브 미카티(55)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이 13일(현지시간) 구성됐다. 그러나 새 장관 지명자가 총리와의 불화를 이유로 장관직을 거절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카티 총리는 이날 미셸 술레이만 대통령, 나비 베리 국회의장과 회동한 뒤 각료 30명이 참여하는 새 내각의 구성을 공식 발표했다. 새 정부의 재무장관으로는 과거에 경제장관을 지낸 모하메드 사파디가 기용됐으며, 국방장관에는 파예즈 구슨, 내무장관에는 마르완 챠르벨이 각각 지명됐다. 이들 각료 중 과반인 19명은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야권 정당 소속이라고 AFP 통신은 전했다. 미카티 총리의 정부는 조만간 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야권의 탈랄 아르슬란이 “총리와 (노선의) 차이가 분명하다.”며 장관직을 거절하는 등 새 내각 구성 절차가 초반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레바논의 구 내각은 지난 1월 헤즈볼라가 이끄는 야권그룹 소속 장관 11명이 연정에서 탈퇴하는 바람에 붕괴했다. 야권 그룹은 2005년 2월 친서방 정책을 펴다가 의문의 차량 폭탄테러로 숨진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암살 사건과 관련, 유엔 레바논 특별재판소(STL)가 헤즈볼라의 고위 간부들을 기소할 움직임을 보이자 여권에 긴급 각료회의 소집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뒤 이 같은 조치를 취했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나오미 캠벨 ‘피묻은 다이아’ 남아공 NMCF 이사가 보관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이 국제 전범재판에 회부된 찰스 테일러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한테서 13년 전 선물받았다는 ‘피묻은 다이아몬드’의 행방이 밝혀졌다. AP통신은 제러미 래트클리프 넬슨만델라어린이기금(NMCF) 이사가 6일 성명을 통해 “캠벨이 1997년 9월26일 조그만 다이아몬드 원석 3개를 나에게 줬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전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시에라리온 특별재판소(SCSL)에 증인으로 출두한 캠벨은 테일러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보낸 것으로 생각되는 ‘작고 더러운 돌멩이’를 받았으며 이를 당시 NMCF 이사장이던 래트클리프에게 줬다고 증언한 바 있다. 래트클리프 이사는 캠벨이 이들 다이아몬드 원석을 국외 반출할 경우 불법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이아몬드를 받아 보관해 왔다고 설명했다. NMCF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창설한 여러 자선단체 중 하나다. 그는 이 다이아몬드를 성명 전날 남아공 경찰의 특수수사 조직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다이아몬드는 테일러 전 대통령이 시에라리온 반군을 지원한 대가로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그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물이란 점 때문에 국제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2008년을 빈곤한 10억명 돕는 해로”

    “2008년을 국세사회의 경제 성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빈곤한 10억명을 돕는 해로 만들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새해를 맞아 세계 극빈층에 대한 관심을 거듭 호소했다. 반 총장은 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 주류에서 배제된 채 불이익을 당하는 약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나서야 한다.”면서 2008년을 ‘빈곤한 10억명’을 위한 해로 만들자고 촉구했다. ‘빈곤한 10억’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지구촌의 최빈층을 지칭하는 용어다. 반 총장은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 사람들을 상기시키면서 세계빈곤 퇴치를 위한 유엔차원의 노력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15년까지 세계 빈곤과 기아, 질병, 문맹을 퇴치한다는 밀레니엄개발계획(MDGs)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도 촉구했다. 반 총장은 지난해 9월 아프리카 지역의 MDGs 이행을 위한 유엔 내 실무그룹을 창설하기도 했다. 한편 반 총장은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 인권보호와 특별재판소 설치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케냐와 스리랑카의 소요사태를 언급하면서 “평화유지 측면에서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희망-절망의 갈림길 아프리카] (상) 내전종식 5년째 시에라리온

    [희망-절망의 갈림길 아프리카] (상) 내전종식 5년째 시에라리온

    내전과 대량 난민 발생, 절대 빈곤의 악순환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에 희망은 있는가.5년 전에야 총성이 멈춰진 시에라리온과 난민 유입, 아동 인신매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나를 둘러 보았다. 지난달 24일부터 6일까지 한국언론재단이 주관한 해외 인권 연수에 참가, 내전 극복에 한몫을 하는 난민 귀환 프로젝트와 아동 매매 근절 노력 등을 살펴 보았다.2회로 나눠 시에라리온과 가나의 얘기를 정리한다. 인터넷 서울신문(seoul.co.kr)을 통해 못 다한 얘기도 풀어 놓는다. |프리타운(시에라리온) 임병선특파원|국민의 3분의 1이 내전에 스러진 나라, 시에라리온의 참극은 계속되고 있다. 천혜의 항구로 서부 아프리카 제1의 중계무역항으로 손꼽혔던 수도 프리타운은 11년 내전의 상처로 여전히 신음하고 있었다.150만명이 사는 도시 곳곳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하수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길바닥에 그대로 흘러 넘치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한낮에도 하릴없이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었고 공허하다고 느껴지는 이들의 시선에선 일순간 적의(敵意)가 번득이기도 했다. 조그만 교통사고에도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어 운전자를 위협하는데 그 적대감이 대단했다. 밤에는 전기 공급이 제대로 되지도 않은데다 적도 근처 기니만 연안의 후텁지근한 기후 탓에 집안에 머무를 수 없어 사람들은 캄캄한 밤거리를 배회했다. 현지 경찰은 밤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택시를 이용할 때도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극한의 생활 조건이었고 누군가 불씨만 던져 주면 폭동과 소요가 터질 것 같은 일촉즉발의 분위기, 그것이 18세기 말 북미 대륙에서 해방된 노예들이 정착했다 하여 이름 붙여진 프리타운의 2006년 5월 표정이었다. ●국제사회의 원조도 별무 효과 안타깝게도 수년째 이어진 국제사회의 원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에라리온의 오늘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800달러에 불과한 1인당 국민소득 등 굳이 통계를 들이대지 않아도 최악의 경제 사정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의 경제개발 전략에 따라 자영업을 권장한 결과, 많은 이들이 농어촌에서 올라와 프리타운에서 좌판을 깔고 앉아 있지만 흥정하는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경제개발부의 데스몬드 코로마 개발계획 담당관도 그 점을 인정했다. 빈곤감소전략보고서(PRSP)에 따라 해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한편, 소비를 촉진해 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 수단을 강구하고 있지만 솔직히 경제성장률을 5% 이하로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목표라고 털어놓았다. 대서양 연안의 석유 채굴에 한가닥 희망을 걸면서 해외로 빠져나간 고급 인력들이 돌아와 조국 재건에 함께 해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2002년 평화적으로 치러진 선거를 통해 지난 1997년 쿠데타로 축출당한 경험이 있는 아마드 테잔 카바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 정치적 안정을 어느 정도 이뤘다는 점이다. 1999년 7월 1차 평화협정에 이어 2002년 완전한 내전 종식이 선언됐다. 유엔 평화유지군도 지난해 말 모두 철수했다. 그러나 내년에 다시 선거가 예정돼 있어 불안 요인은 상존한다. ●도화선 될지 모르는 테일러 재판 내전 극복을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도화선은 또 하나 있다. 프리타운 시내 한 복판, 이중 담으로 둘러쳐진 유엔전범 특별재판소에 수감된 라이베리아의 전 대통령 찰스 테일러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첫 심리가 진행돼 테일러는 11가지나 되는 전범 혐의를 부인하고 “나는 결코 시에라리온 국민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이 없다.”고 항변했다. 심리가 재개된 지난 3일 전범재판소 주변에는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재판소 안마당에는 무장 장갑차가 여러 대 눈에 띄었다. 담벼락에는 ‘여기 서있지 말라.’는 경고문이 나붙었다. 그러나 이 재판소에서 계속 재판이 진행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네덜란드의 국제형사재판소(ICTY)에서 이 재판을 헤이그 법정으로 옮겨야 하는지를 놓고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범재판소의 모든 행정적 절차를 책임지는 레지스트라(행정관)인 러브모어 먼로는 “언제 ICTY의 결정이 내려질지 모른다.”며 “우리는 이곳에서 재판이 진행돼 테일러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소요없이 이 나라 국민들이 판결을 납득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에라리온 기자협회(SLAJ) 회장인 이브라힘 벤 카르보 역시 “재판 진행 장소가 여기여야 하는지, 헤이그여야 하는지에 대해선 현지 여론은 반반”이라고 전한 뒤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내려져도 과거와 같은 소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엔평화유지군 대신 치안을 담당하는 유엔통합사무소(UNOISL)도 별다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닷새동안 프리타운에 머물며 돌아본 결과 이 나라의 미래는 국제사회의 도움 없이는 보장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판단됐다.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찾기 어렵지만,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데 시에라리온의 딜레마가 있었다. 이 나라를 돕고 싶은 독자들은 국제이주기구(IOM) 서울사무소(02-6245-7647)로 연락하면 된다. bsnim@seoul.co.kr ■ 내전극복의 동력 ‘귀환 프로젝트’ |프리타운(시에라리온) 임병선특파원|혹독한 내전을 경험한 시에라리온 같은 나라에선 경제를 재건하는 데 이주가 각별한 중요성을 갖게 된다. 내전으로 조국을 등지거나 고향을 떠나 유랑한 이만 250만명이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족한 자원과 기술, 노동력을 빠른 시간에 메우는 방법으로 자발적 귀환이 절실해졌다. 이같은 인식에 따라 이들의 조기 귀환과 정착을 돕는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특히 영국과 스위스로 빠져나간 고급 기술인력의 귀국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춘 MIDA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해외에 이미 생활 기반을 마련한 의사, 변호사, 교사 등이 6개월간 고국에 돌아와 자신의 기술과 경험을 나눠주는 동안 조국에서의 새 출발을 결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영국과 스위스에서 개인별로 3000파운드의 정착금을 지원해 어느 정도 성과를 봤다고 판단, 다른 유럽 국가로 확대하고 있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국민이 돌아올 경우에도 간정부(間政府) 조직인 국제이주기구(IOM) 사무소에서 기술 교육과 창업 지원을 해주고 있다.1994년 영국으로 탈출한 압둘 카림 코로마(45)는 지난 3월 프리타운에 돌아와 조그만 바를 차렸다. 물론 IOM의 도움을 받아서였다. 하지만 그는 워낙 나쁜 경제 탓에 손님이 없다고 울상이다.“영국을 직접 찾아와 ‘돌아와도 좋다.’고 한 카바 대통령의 말을 믿은 것이 후회스럽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빈곤한 이들의 무료 변론을 돕는 30대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려운 동포들을 돕겠다는 마음에서 귀국했지만 다시 내전이 터진다면 “일단 탈출했다가 안정되면 돌아와 일하겠다.“고 서슴없이 밝혔다. 정부와 IOM 등 국제기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귀환 프로그램은 아직 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내전 종식 5년 만에 성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성급한 일인지 모른다. IOM 프리타운 사무소의 앤드루 초가(53) 대표는 “국제사회의 지원은 어디까지나 지원일 뿐”이라고 전제하고 “적절한 준비와 직업 훈련이 동반된 이주를 통해 내전을 극복하려는 이 나라 국민의 의지를 일으켜 세우는 일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bsnim@seoul.co.kr ■ 시에라리온은 순결과 약속의 상징인 다이아몬드의 세계 최대 산지로 알려진 시에라리온은 바로 그 다이아몬드 때문에 참혹한 내전을 경험해야 했다. 이웃 나라 라이베리아 대통령 찰스 테일러는 다이아몬드 공급권을 넘겨받는 대가로 시에라리온의 반군 조직 통일혁명전선(RUF)에 무기를 공급했다. 권력에 눈이 먼 RUF는 소년병은 물론, 소녀병까지 모집해 마약으로 잔학 행위를 부추겼고 아이들은 최소한 배고픔은 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총을 들었다. 반군은 1995년 수도 프리타운 주변 30㎞까지 포위했고 단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무고한 이들의 손발을 자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때 손발이 잘린 사람만 8000명으로 추산된다. 내전이 11년이나 계속될 수 있었던 것도 다이아몬드 공급권을 둘러싼 권력 다툼이었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시에라리온에서는 1000명이 태어날 경우 남아는 162명이, 여아는 127명이 죽는다. 태어나는 순간 남성의 기대 수명은 40.2세, 여성의 기대 수명은 45.2세에 불과하다. 또 인구의 3분의 1이 희생된 내전의 영향 탓인지 14세 이하가 전체 인구의 44.8%나 된다.65세 이상은 3.2%에 그쳐 아프리카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특이한’ 인구 구성을 갖고 있다.
  • 후세인 ‘두자일 학살’ 재판시작

    후세인 ‘두자일 학살’ 재판시작

    사담 후세인(68)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세기의 재판’이 19일 바그다드 대통령궁 안에 마련된 특별재판소 법정에서 시작됐다. 재판이 열리기에 앞서 법정이 설치된 바그다드 중심부 그린존(안전지대)에 두발의 박격포탄이 떨어졌지만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두시간 남짓 진행된 첫 공판에서 재판부는 칼릴 알-둘라아미 변호사가 변론준비 미흡을 이유로 제기한 심리연기 요청을 받아들여 11월28일까지 휴정키로 결정했다. ●테러 우려 증인·재판관 비공개 후세인은 예정보다 2시간 가량 늦은 이날 정오(현지시간)쯤 특별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를 받쳐 입은 후세인은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들고 법정에 나왔다. 후세인은 성명 등 인적사항을 묻는 리즈가르 모함메드 아민 주심판사의 인정신문에 도전적인 목소리로 “당신은 이라크인이고 내가 누군지를 안다. 당신들이야말로 도대체 누구냐?나는 이라크 대통령으로서의 헌법상 권리를 갖고 있다.”며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5명으로 구성된 재판부와 신경전을 벌였다. 이라크 TV방송은 재판 모습을 녹화해 30분 시차를 두고 방영했다. 후세인과의 기싸움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 아민 판사는 쿠르드족 자치지역 출신이다. 다른 4명의 재판관 이름과 얼굴은 보안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유죄땐 교수형 가능 후세인과 3명의 핵심 참모,4명의 옛 바트당 지역 책임자 등 8명의 피고는 1982년 후세인 암살을 기도한 데 대한 보복으로 두자일 마을에서 143명의 시아파 교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인정신문이 끝난 뒤 8명의 피고에게 바그다드 북쪽의 두자일 학살 사건에 관계된 살인, 고문, 불법감금 등의 범죄혐의를 고지하면서 유죄 인정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후세인을 포함한 모든 피고인들은 무죄를 주장했다. 후세인은 앞으로 1988년 발생한 쿠르드족 5000여명 독가스 학살,1991년 걸프전 이후 발생한 시아파 봉기 유혈 진압 등 여러 건의 반인륜 범죄혐의와 이란, 쿠웨이트 침공 등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도 받게 된다. 유죄가 입증되면 최고 사형(교수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이라크에 재건팀 파견 하지만 변호인단은 미국이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이유로 특별법정의 위법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지고 있어 지루한 법정 공방전이 예상되고 있다. 검찰측은 12가지의 후세인 죄목을 정리하고 있는데 이번 재판은 두자일 학살 건만 다루고 여기서 유죄가 결정되지 않으면 차례대로 기소해 법정에서 심리하게 된다. 아랍권에서는 이번 재판이 ‘미국의 재판’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후세인 재판이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되찾아 주고 저항세력도 위축시키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내길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내 종파간 갈등을 부추기는 등 재판이 가져올 역풍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19일 다음달 이라크에 재건팀을 파견, 관개 사업 등 국가 재건에 필요한 핵심 활동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국제플러스] 후세인 기소 수일내 재판 시작

    |바그다드 연합|이라크 특별재판소는 17일 대통령 재임기간에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첫 기소했다. 라이드 주히 특별재판소장은 후세인 전 대통령이 지난 1982년 바그다드 북부 두자일 마을에서 시아파 이슬람인들을 살해한 혐의로 다른 3명의 피고인과 함께 기소됐다고 밝혔다.그는 후세인을 비롯한 이들 피고인에 대한 재판 절차가 “수일 내에”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라크 무대서 찰라비家 퇴장?

    아흐마드 찰라비(59) 전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 위원과 그의 조카이자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재판을 전담하는 이라크 특별재판소의 소장인 살렘 찰라비(41)에 대해 전격적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배경을 놓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주하이르 알 말리키 이라크 중앙형사재판소 판사는 8일(현지시간) 아흐마드 찰라비에 대해 화폐 위조 혐의로,살렘 찰라비에 대해서는 살인 혐의로 각각 체포영장을 발부했다.아흐마드는 후세인 전 대통령이 몰락한 뒤 유통이 금지된 옛 디나르 화폐를 위조한 혐의를,살렘은 지난 6월 하이템 파드힐 재무부 고위 간부 암살사건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찰라비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아흐마드는 영장 발부 뒤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게 적용된 혐의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밝혔고,살렘도 “말도 안되는 혐의를 갖다붙였다.”고 말했다.이들은 조만간 이라크로 돌아가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덧붙였다.현재 아흐마드는 이란 테헤란에,살렘은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배경에 대해 외신들은 재기를 노리는 아흐마드 찰라비를 완전 축출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친미파인 아흐마드는 후세인 이후 이라크를 이끌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명됐지만 대량살상무기 보유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고,미국의 기밀정보를 이란에 흘렸다는 이유로 후보군에서 제외됐다.영국 BBC방송은 “아흐마드 찰라비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그가 권력에서 완전히 멀어졌음을 의미하는 징표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후세인 추종세력이 후세인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꾸민 음모라는 주장도 나왔다.두 사람은 “후세인이 이끌었던 바트당 출신인 말리키 판사가 후세인 재판을 틀어지게 하려고 영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말리키 판사는 “이들을 체포해서 심문하면 증거가 나올 것이고,증거가 충분하다면 두 사람은 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면서 “이라크에 도착하는 즉시 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후세인 재판 비공개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재판 과정이 앞으로는 공개되지 않을 전망이다.살렘 찰라비 특별재판소장은 “지난 1일 후세인의 첫 법정 출두 때는 재판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에서 언론의 취재경쟁을 허용했으나,앞으로 특별재판소의 모든 심리는 언론의 취재를 불허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찰라비 소장은 후세인과 그의 측근 11명을 각각 독방에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3일 전까지는 후세인만 독방에 수감돼 있었다.찰라비 소장은 “수사가 시작되면 그들이 입을 맞춰 진술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죄를 시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형량을 감해주는 ‘유죄답변교섭(plea bargain)’을 위해 서로 협상할 기회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특별재판소는 앞으로 몇 주 동안은 판사를 지명하고 다른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는 피고 개개인을 만날 계획이다.이와 함께 각각의 혐의에 대한 조사와 증거수집도 진행한다. 재판 비공개는 양날의 칼이 될 전망이다.이라크 임시정부는 후세인의 영향력을 차단하길 원하지만 이는 특별재판소의 적법성을 훼손할 수 있다. 특별재판소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은 등 첫 재판에서 보여준 후세인의 도발적 태도는 이라크 임시정부에 큰 부담이다.이를 차단하지 않을 경우 그를 추종하는 저항세력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실제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전범 재판을 추종자들의 반미정서를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했었다.또 후세인의 혐의 중 쿠르드족과 시아파에 대한 억압은 조사가 진행되면서 종파·종족간 폭동을 야기할 수도 있다. 반면 루이즈 아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비공개 진행에 우려가 많다.”고 밝혔다.또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이란 대통령은 재판의 완전공개를 요구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후세인 “나는 대통령” 범죄혐의 서명 거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1일 바그다드에서 시작됐다.후세인은 이날 자신의 최측근 11명과 함께 특별재판소에 출석,자신들에게 적용될 기소혐의에 대해 들었다.지난해 12월13일 자신의 고향 티크리트에서 체포된 뒤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후세인의 재판모습은 일단 녹화된 뒤 엄격한 검열을 거쳐 CNN,알 자지라TV 등에 공개됐다. 재판시작과 함께 특별재판소의 정통성에 대한 후세인 변호인단의 공격,후세인 사형여부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신경전도 뜨거워졌다.후세인의 범죄가 광범위하고 증거수집의 어려움과 특별재판소의 능력 등을 고려해볼 때 실질적인 기소와 재판은 빨라야 연말이나 가능할 전망이다. ●후세인 “난 이라크 대통령” 30분여동안 진행된 첫 재판에서 후세인은 도전적이며 특별재판소의 권위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다소 지친 모습의 후세인은 법정에서 쉰 목소리로 “이것은 모두 연극이다.진짜 범죄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다.신분을 묻는 질문에 “나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후세인은 법정에 도착했을 당시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여있었다.법정에 들어가면서 수갑과 포승줄은 풀어졌다.TV카메라는 보안을 고려해 판사 뒤에서 후세인의 모습을 찍었다.후세인은 기소 혐의를 듣는 중간중간 메모를 해가면 재판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라크 판사 한명으로부터 7가지 예비 기소혐의를 들은 후세인은 법률 서류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그는 “쿠웨이트는 이라크 영토다.그건 침공이 아니다.”라며 쿠웨이트 침공을 옹호했다.또 쿠웨이트에 대해 “어떻게 당신들은 그 자식들을 변호할 수 있는가”라며 욕설을 퍼부어 판사로부터 “그런 말은 법정에서 금지돼있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느린 진행,열띤 공방전 후세인의 주요 범죄 혐의는 이란-이라크전 당시 겨자가스를 써 이란 군인 2만명을 죽인 혐의,쿠웨이트 침공,88년 쿠르드족 마을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민간인 5000명 학살 등 광범위하다.이란과 쿠웨이트는 재판과정에 참여,증거를 제시하며 후세인의 유죄를 증명하는데 협력할 방침이다. 후세인의 아내 사지다에 의해 구성된 20명의 변호인단은 특별재판소가 후세인을 재판할 권한이 없음을 집중 공격할 계획이다.변호인단은 현재 이라크에 들어가지 못하고 요르단에 머물고 있다.변호인단을 이끄는 무하마드 알 라쉬단은 “현행 이라크 사법부는 행정부와 동일하다.”며 “(삼권분립 차원에서)합법적이지 않다.”고 공격했다.변호인단에 가세한 프랑스 변호사 엠마뉴엘 루도트는 “특별재판소는 불법으로 일으킨 전쟁으로 탄생한 불법 정부에 의해 구성됐기 때문에 합법성이 결여돼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라크 임시정부는 후세인의 처벌수위를 사형으로 정해놓은 인상이다.말리크 도한 알 하산 이라크 법무장관은 “후세인은 유죄가 확정되면 사형선고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셰이크 가지 알 야웨르 대통령도 “정권을 넘겨 받은 직후 회의를 갖고 후세인에 대한 사형선고 방침 등 현안을 논의했다.”며 사형선고 가능성을 시사했다.미국도 후세인의 혐의가 증명되면 ‘최고형’인 사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럽은 사형에 반대다.세실 포조 디 보르고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30일 “후세인 재판은 이라크 국민에 달려 있으며,재판은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후세인을 사형하는 데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한 측근도 영국은 사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 3월 말과 4월 초 이라크인 34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1%가 후세인을 사형해야 한다고 답했다.후세인 재판이 시작되면서 후세인 정권 시절 억압받았던 시아파 밀집지역은 환호하는 분위기다.반면 대다수 수니파들과 후세인 추종자들이 살고 있던 지역은 불안정과 생활수준 악화로 침체돼 있다.일각에서는 후세인 재판이 이라크를 종파·종족간 분열을 심화시킬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경하기자 외신 lark3@seoul.co.kr˝
  • 후세인, 1일 이라크 법정 선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1일 이라크 재판정에 선다.지난해 12월13일 티크리트의 땅굴에서 체포된 뒤 거의 6개월만에 공개적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다. 이라크 임시정부는 30일 미군으로부터 후세인 전 대통령과 최측근 11명의 법적 신병을 인도받았다.살렘 찰라비 이라크 특별재판소 소장은 이날 오전 수용시설을 방문,이들에게 법적 권리와 향후 일정을 통지했다고 밝혔다.찰라비는 “이로써 후세인에 대한 사법 처리절차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후세인 등 12명은 1일 법정에 출두,혐의 내용에 대한 인정심문을 받게 되며 실질적인 기소와 재판은 증거수집 등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빨라야 연말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무와파크 알 루바이에 이라크 국가안보보좌관은 30일 후세인 전 대통령의 재판은 TV와 라디오를 통해 방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지 알 야웨르 대통령은 아랍 일간지와의 기자회견에서 주권 이양 직후 열린 각료회의에서 사형제도를 부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후세인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하지만 영국과 유엔이 사형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변수는 남아 있다. 후세인의 주요 범죄 혐의에는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겨자가스 등을 사용해 이란 군인 2만여명을 죽인 행위,1988년 쿠르드족 마을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민간인 5000명 학살,쿠웨이트 침공,쿠르드족과 시아파에 대한 억압정책,가혹행위와 의문사에 대한 책임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후세인 내년 7월 이후 재판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사법처리와 관련,세가지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공정하고 공개적인 재판,이라크인이 참여하는 재판,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재판이다. 앞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가 설립된 지 7일밖에 안된 전범 특별재판소에 후세인을 세울 것이라고 밝힌 것과는 미묘한 대조를 보인다.물론 미국은 이라크에서 재판이 열리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그러나 과도통치위원회에 후세인을 맡길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별재판소의 규정은 통치위원회가 국제 재판관을 포함,5명으로 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게 했다.그러나 통치위원회는 미국 주도로 세워졌기 때문에 누가 재판부에 지명되더라도 재판의 공정성 시비가 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통치위원회는 전쟁포로에 관한 제네바 협정이나 국제조약상의 합법적 기구가 아닌데다 이라크인으로만 재판부를 구성해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견지,미국의 생각과 거리를 두고 있다.이라크 정치지도자들은 현재내년 봄에 재판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16일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 내 ‘인민재판’이 되어서는 곤란하며 걸프전쟁을 일으킨 쿠웨이트 침공과 쿠르드족 학살 등 과거 후세인의 모든 죄상을 법정에서 밝히고 대테러 전쟁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선 국제전범을 다루는 재판을 바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 재판이 언제,어디서,어떻게 열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그러나 ‘이라크에서 정의를 실천할 사법 시스템의 발전과 모든 범죄 행위의 공개’ 등을 거듭 강조,재판이 열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와 CNN 등은 후세인 재판이 내년 7월 이라크 과도정부가 설립된 뒤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CNN은 미군이 적어도 6개월 동안 이라크에서 후세인을 보호할 것이며 재판은 이라크 과도정부가 수립된 뒤 국제 기준에 맞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국무부는 피에르 리처드 프로스퍼 전범담당 대사가 내년 초 바그다드를 방문,이라크인들과 법정 구성을 위해 논의할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과도정부 이후 재판을 열려는 배경에는 사형 판결을 이끌어 내려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현재 이라크에서의 미 군정은 사형을 금지하고 있다.영국이 사형 판결을 내리는 국제동맹에 참여하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정부가 수립되면 사형제도 여부는 이라크의 몫이고 군정을 위한 국제동맹은 법적 효력을 잃게 된다.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이 사형을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는 대신 “그는 수많은 사람을 죽인 잔혹한 독재자”라고 강조했다. 반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후세인의 사형 판결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후세인을 재판하는 어떠한 법정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국제형사재판소(ICC)는 사형제도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이 ICC의 참여를 거절한 것은 사형금지뿐 아니라 재판 대상이 2002년 7월1일 이후의 범죄로 한정,과거 후세인의 인권 유린 등은 기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mip@
  • 후세인 체포/후세인 전범재판후 사형 가능성

    미국의 입장에선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체포는 낭보이지만,그의 신병처리문제는 ‘뜨거운 감자’다.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14일 “제네바 협정에 따른 전쟁포로 대우를 할 것”이라고 말했을 뿐 미국측 고위인사들이 후세인의 처리방향에 대해 아직 극히 신중한 입장이다. 제네바 협정에 따르면 전쟁포로는 인도적 대우를 보장받는 것은 물론 ‘모욕적이고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행위도 금지돼 후세인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 제기된다. 하지만 그가 어떤 형태로든 전범 재판에 회부될 것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15일 벌써부터 후세인의 사형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에 앞서 피에르 리처드 프로스퍼 미 국무부 전범문제 담당대사도 이라크 전범들의 경우 이라크에서 재판을 받을 것이며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후세인의 사법처리 절차는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다만 후세인은 ‘전범 수뇌’로 이라크 전범 재판소에 회부될 소지가 가장 크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미국 군정당국과 이라크 과도통치위는 지난 10일 이라크에서 자행된 반인륜행위 등 전쟁범죄를 단죄하기 위해 전범 특별재판소를 설립했다. 이 재판에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사형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이 재판소 설립을 추진한 이라크 과도통치위 위원들은 명확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형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드러난 범죄 사실만으로도 후세인은 이라크 특별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을 수 있다. 그가 ▲1983년 쿠르드족 바르자니 부족 학살사건 ▲1988년 화학무기 사용을 통한 쿠르드족 학살 ▲1991년 걸프전 이후 시아파 교도 대학살 혐의 등으로 기소될 경우다. 하지만 후세인을 사형제도가 없는 국제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특히 인권단체들은 미 군정이 지배하는 이라크내 재판은 공정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는 명분을 내걸며 유엔감시하의 국제 재판을 요구하고 있다. 구본영기자 kby7@
  • 美, 전범재판 회부 시사/후세인 “정당행동” 주장

    |바그다드 외신|미군 특공대에 전격 체포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조만간 공개 재판에 회부돼 단죄될 전망이다. 후세인은 체포 뒤 심문과정에서 자신의 통치행위는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재판과정에서 미군측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14일 이와 관련,”현재 사담 후세인에 대한 재판 등 신병 처리 방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제하고 “얼마 전 구성된 이라크 전범 특별재판소에 회부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밝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후세인 체포 소식을 일요일인 14일 새벽에 보고받았다고 백악관이 밝혔다.백악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부시 대통령이 14일 저녁(한국시간 15일 오전)공식 논평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이 자리에서 후세인의 처리와 관련된 언급이 있을 것으로 이 관계자는 밝혔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위원이자 친미성향의 이라크 국민회의(INC) 의장인 아흐마드 찰라비도 는 이날 “후세인은 이라크 국민들이 죄상을 알 수 있도록 공개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국방부가 지원하고 있는 현지 알 이라키야 방송이 전했다. 암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14일 후세인 전 대통령의 운명은 이라크인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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