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실에 갇힌 학생인권
중·고등학생 10명 중 8명이 두발 및 복장 규제와 소지품 검사, 교사 체벌 등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학생 7명은 잠이 부족해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고 답해 입시 공부로 인한 고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제78회 학생의 날(3일)’을 맞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와 수도권학생생활연구회가 지난 10월 한달간 수도권 중·고등학교 학생 2059명을 대상으로 한 ‘학교생활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 인권’은 여전히 수준 미달인 것으로 조사됐다.
●“두발·복장규제, 달라진 것 없어”
학생들은 두발 규제와 소지품 검사에 대해 79.2%와 87.5%가 ‘불만’이라고 답했다.‘휴대전화 휴대 금지’와 ‘교사 체벌’에 대해서도 각각 86.8%와 73.1%가 반대 의사를 나타냈으며, 복장 규제에 대해 65.0%가 불만을 드러냈다.
‘학교 운영에 학생 의사가 반영되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0.6%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매우 잘 반영된다.’는 1.7%에 불과했다.
이는 2005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가 ‘학생의 두발 자유권은 기본권’이라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교가 여전히 두발·복장 규제를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 부천시 모 중학교 서모(14·여)양은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2주에 한 번 두발 검사를 하는데 적발되면 운동장에서 얼차려를 받고, 매를 맞는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정모(16)양도 “코트는 무릎을 덮지 않고, 모자가 달리지 않은 검은색만 허용하고 있어 한 겨울에 추위에 떨어야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잠이 부족해 수업 집중 안돼”
‘잠이 부족해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의견이 73.1%,‘수업이 부담된다.’가 64.3%에 달해 입시 공부로 인해 학생들의 고충도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의 정신적인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흡연, 음주 등 일탈행동이 줄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한 학생이 66.4%나 됐다. 친구 및 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62.4%와 69.5%가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고교 평준화 정책을 중단하고,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늘려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가 67.0%로 ‘그렇다.(33.0%)’는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학생들, 인권 문제 토론회 개최
서울 시내 10여개 고등학교의 학생들로 구성된 학생 인권단체인 ‘미래’는 3일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나는 이런 대통령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 단체 회원인 최재민(17·고척고 학생회장)군은 “학생들이 욕을 듣거나, 합당한 이유없이 체벌을 받을 때, 인권을 무시당한다고 느낄 때가 많다.”면서 “학생들의 인권을 위해 학생들 스스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 차원에서 두발 자율화 권고를 한 뒤에도 인권위 상담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전화는 많이 걸려 온다.”면서 “권고는 강제력이 없어 학생들도 ‘인권이 있는 존재’라는 인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