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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 본 고3은 ‘알바 찬밥’… 위험천만 ‘배달 라이더’로 몰린다

    수능 본 고3은 ‘알바 찬밥’… 위험천만 ‘배달 라이더’로 몰린다

    “수능 끝, 알바 시작.”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교 3학년생들이 대거 ‘알바(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하기가 녹록지 않다. 미성년자의 끝자락에 있다는 점과 대학 입학까지 두 달 반 정도만 일할 수 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알바 시장에서 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3들은 일용직이나 비교적 환경이 열악한 노동 현장으로 내몰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최저임금 보장은커녕 최소한의 인권과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사회를 향한 첫걸음부터 좌절을 맛보다 “미성년자는 알바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요.” 고교 3학년생인 장모(18)양은 지난 11월 15일 수능을 본 이후 지금까지 알바 35곳에서 모두 퇴짜를 맞았다. 장양은 “연령 무관이라고 표시된 식당과 카페, 호텔 등에 지원했는데도 ‘미성년자는 안 받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면서 “이럴 거면 왜 ‘연령 무관’이라고 적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고3 수험생인 이모(18)양도 “수능 끝나고 알바앱을 통해 일자리 구하기에 나서봤지만 단 한 곳에서도 합격 소식이 오지 않아 지금은 포기했고, 주변 친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처럼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이 알바 시장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알바터인 카페에서는 대체로 ‘고등학교 졸업’ 혹은 ‘20살 이상’을 기준으로 제시한다. 사업주들이 미성년자를 고용하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바로 고용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 주인은 “고3들은 대학 입시를 비롯해 학업을 이유로 알바를 언제든지 관둘 수 있기 때문에 잘 채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50)씨도 “알바하겠다고 찾아온 고3 학생들을 면접했는데 전부 ‘오래 일하겠다’고 했지만, 2월이 되면 입시 일정으로 빠지기 일쑤고 대학이 개강하고 나면 대부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돌려보냈다”면서 “적어도 1년 이상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알바를 구하는 게 마음 편하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53)씨는 “11월 중순에 채용공고를 올렸더니 수능을 마친 학생 4명이 연락해 왔지만 다 거절했다”면서 “술과 담배를 미성년자가 살 수 없는데, 미성년자가 파는 것도 이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10대들의 치열한 알바 쟁탈전 실제로 수능 직후 알바 시장에 풀리는 고3 학생의 숫자가 워낙 많다 보니 12월은 10대들의 ‘알바 대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취업포털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해 10대들의 월별 구직 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12월에 구직에 나서는 비중이 43.5%로 연중 가장 높았다. 올해 이번 달 1일부터 16일까지는 13.1%를 기록 중이며, 연말까지 집계하면 30%를 훌쩍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겨울방학 기간인 올해 1월이 15.0%, 여름방학 기간인 7월이 14.2%로 뒤를 이었다. 또 지난달 알바 경험이 있는 성인남녀 1632명을 대상으로 ‘알바를 처음으로 시작한 나이’를 설문한 결과 평균 19.4세로 나타났다. 수능이 끝난 뒤가 32.0%로 가장 많았고, 대학 입학 이후도 31.1%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고등학교 24.8%, 중학교 7.1% 순이었다. ●목숨 걸고 질주하는 청소년 라이더들 인기 알바를 구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주로 단기·단순 노동 위주의 극한 알바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차량 사이를 위험천만하게 달리는 배달 ‘라이더’가 대표적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는 이모(18)군은 매일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하루 12시간 일을 하고 월 250만원 정도를 받는다. 배달은 ‘신속’이 생명이다 보니 늘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아찔한 질주를 한다. 그런데도 ‘4대 보험’에는 가입돼 있지 않다. 이군은 “10대들은 단순 노동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특히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서 배달량이 늘어나 일손이 부족하다”면서 “배달일이 춥고 위험하다 보니 다른 알바보다 비교적 빨리 구해진다”고 말했다. ‘라이더’ 알바생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비하와 무시를 당해 힘들어하는 알바생이 많다. 김모(18)군은 “눈이 많이 오는 날 눈을 맞아가며 힘들게 음식을 배달했는데, 음식을 받던 한 여성이 자신의 아이에게 ‘눈사람에게 인사해야지’라고 말하며 저를 눈사람 취급했다”면서 “‘이런 배달일을 언제까지 하고 있을 거냐’며 무시하는 손님도 한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알바 현장에서 청소년은 ‘을(乙) 중의 을’ “최저 시급을 지난해 기준(6470원)으로 받겠다고 했는데도 떨어졌습니다.” 청소년들은 운 좋게 알바를 구하더라도 현장에서 지독한 ‘을’의 신세로 내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를 당하는 등 업주의 횡포에 휘둘리는 일이 잦은 것이다. 근무시간을 고무줄처럼 늘리고, 휴식시간을 주지 않고, 업주의 폭언·폭력에 시달리는 일도 다반사다.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에 따르면, 고교생 A군은 시급을 그해 최저임금 수준으로 준다는 편의점 알바 공고를 보고 면접에 응시했다. 하지만 점주는 “최저임금은 경력직일 때의 얘기”라며 공고 내용과 다른 말을 했다. 그러면서 “초보이기 때문에 수습기간으로 보고 시급 6000원만 주겠다”고 제안했다. A군은 “채용 공고에는 초보도 상관없다고 돼 있었다”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B군은 식당에서 하루 9시간씩 주 6일을 근무하고 월 180만원을 받았다. 퇴근 시간은 자정이었지만, 업주가 ‘책임감’을 강조하며 추가 근무를 종용해 새벽 2시는 돼야 퇴근했다. 이에 B군은 “퇴근 시간만큼은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업주는 “너처럼 생각하는 직원과는 일하기가 벅차다”면서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며 해고를 통보했다. 업주는 B군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할 수당도 주지 않았다. 게다가 B군은 근로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아 부당 해고를 공식적으로 증명할 방법도 없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알바생 59.3%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8%는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거나 근무 조건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계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청소년은 25.8%, 임금을 약속한 날짜보다 늦게 지급하거나 아예 주지 않는 경우는 28.8%에 달했다. 근무 중 폭언과 폭행, 성희롱에 노출된 청소년도 9.4%로 집계됐다. ●“알바생은 ‘알바 십계명’을 잊지 마세요” 직장 내 갑질의 피해자 상담과 법률 지원을 하는 ‘직장갑질 119’는 수능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14일 곧 사회로 나가는 고3 청춘들을 위한 ‘알바 꿀팁 십계명’을 발표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알바 갑질 제보가 많이 접수돼 꿀팁 십계명을 만들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슬기로운 직장생활- 알바편’ 꿀팁 십계명에 따르면 일하기 전에는 ▲채용공고 캡처하기 ▲근로계약서 쓰고, 받기 ▲최저시급 확인하기 ▲4대 보험 가입 등이 ‘꿀팁’으로 제시됐다. 일을 하는 도중에는 ▲일한 시간 체크 ▲괴롭히면 녹음하기 ▲주휴수당 챙기기 ▲유급휴가 챙기기 등이, 사직할 때에는 ▲사직서는 신중하게 ▲강제노동은 불법 등이 제시됐다. 이는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알바생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1년 미만 계약직이나 청소, 판매, 서비스 등 단순노무직일 경우에는 수습기간이라도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100% 받아야 한다. 주 15시간 이상 근무했을 때에는 주휴수당도 받을 수 있다. 이는 수능을 마친 고3뿐만 아니라 모든 알바생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미성년자라고 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 ●청소년 알바생 노동권 보장에 나선 정부 정부도 청소년 알바생 보호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근로보호센터를 통해 청소년이 노동 현장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으면 상담을 제공하고 현장 도우미를 연계해 해결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지난 18일 기준으로 올해 한 해 상담건수는 3만 1173건, 중재에 성공한 건수가 1만 7785건으로 집계됐다. 여가부 관계자는 “청소년 알바 상담 대부분이 법적 절차로 가기에는 애매한 소액임금 미지급이 많다”면서 “현장 도우미들은 업주에게 직접 말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을 대신해 업주와 면담을 하는 식으로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올해 약 600회에 걸쳐 진행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내년에는 1800회로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여가부 관계자는 “올해는 주로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면서 “교육 요청이 늘어나는 만큼 내년에는 일반 중·고교와 학교 밖 청소년, 알바 현장의 고용주들까지도 교육 대상으로 확장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정규과목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작 1~2시간의 노동 교육만으로는 노동 현장에서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기본적인 것도 배우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점규 직장갑질 119 운영위원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주휴수당, 주52 시간, 특례업종의 개념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해외 선진국처럼 중·고교생 때부터 노동권과 관련한 분야를 정규과목으로 편성해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2018 교통안전 행복사회] 화물 일감 경쟁에 밀린 안전… 대형사고 부르는 ‘과적·과로·과속’

    [2018 교통안전 행복사회] 화물 일감 경쟁에 밀린 안전… 대형사고 부르는 ‘과적·과로·과속’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데도 불구하고 화물차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되레 증가했다. 각계에서 추진하고 있는 교통사고 줄이기 캠페인이 무색할 정도다. 최근 5년간 화물차 사고 사망자 수는 2016년을 빼고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는 255명이 화물차 사고로 목숨을 잃어 최근 10년간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다.지난해 화물차가 일으킨 사망 사고를 법규 위반별로 볼 때 안전운전의무 불이행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169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사망 사고의 77%를 차지했다. 다음은 신호위반 11명, 중앙선침범 10명, 안전거리미확보와 보행자보호의무 위반이 각각 8명 순이다. 안전운전의무 조항은 과속이나 중앙선침범 등과 같이 중대한 위반이 아닌 사소한 법규 위반을 말한다. 운전자가 방심하거나 작은 실수로 일어나는 위반이다. 졸음운전·과적·과로·전방주시태만 등 운전자의 사소한 과실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작은 실수가 큰 사고를 불러온다.지난 9월 2일 오후 5시쯤 경남 함안 칠원읍 중부고속도로 칠원분기점 부산 방향 진입램프 구간에서 특수 화물차가 앞서가던 승용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특수차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다가 차량 지·정체로 거의 서 있다시피한 승용차를 들이받으면서 일어났다. 이 충격으로 승용차는 앞서 저속운전 중이던 전세버스를 들이받아 연쇄 추돌로 번졌다. 이 사고로 승용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와 동승자가 목숨을 잃었고, 버스 승객 30명 중 3명이 다쳤다. 정체구간이라고 해도 시야가 가리지 않는 곳이라서 운전자가 졸지 않고 안전운전만 했다면 충분히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울 수 있거나 작은 접촉 사고에 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운전자의 작은 방심, 안전운전의무 불이행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달 23일 오후 6시 25분쯤 충남 논산 채운면 천안논산고속도로 천안 방면. 편도 2차로를 달리던 25t 화물차에서 갑자기 화물이 떨어졌다. 바로 뒤따르던 소형 화물차 운전자는 물건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진로를 1차로로 변경해 정차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소형 화물차를 따르던 고속버스는 낙하물을 늦게 발견했다. 고속버스 역시 속도를 줄이면서 진로를 1차로로 변경했지만 앞선 소형 화물차의 뒷부분을 들이받고 말았다. 이 충격으로 버스는 진행방향이 2차로 쪽으로 쏠렸고, 결국 고속도로 갓길 가드레일을 넘어 10m 아래로 굴러 떨어지면서 옆으로 넘어졌다. 승객 1명이 목숨을 잃었고, 7명이 다쳤다. 화물차 사고 사망자 수가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3과(過)’에서 찾는다. 업계 특성상 과속, 과적, 과로는 없어지지 않는다. 세종시에서 덤프차를 운행하는 김찬식씨는 “안전운전을 하고 싶어도 일감을 주는 건설업체가 독촉하면 과속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한 번이라도 더 운반해야 수입이 늘기 때문에 단속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는 과속, 신호 무시가 다반사”라고 털어놨다. 과적도 심각한 상태다. 13일 오전 10시 경부고속도로 입장휴게소에서 만난 송시윤 화물차(32t) 운전자는 “화물차 대부분이 운수회사의 이름으로 등록됐지만, 사실은 개인이 소유한 지입차라서 중량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싣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어젯밤 인천에서 전남 구례까지 철근 36t을 운반하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과적인 줄 알면서도 일감을 확보하려면 모른 체 운행한다고 했다. 과로(졸음운전)는 다반사다. 일이 많아서가 아니다. 화물 운송은 정해진 운행 시간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휴식 시간이 일정치 않다. 화주 입맛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장시간 운전도 감수해야 한다. 고속도로 통행료를 아끼고, 지·정체가 덜한 시간에 운행하려고 밤샘 운전도 빈번해 졸음운전이 따를 수밖에 없다. 화물차 운전석은 승용차나 고속버스와 비교해 쿠션도 떨어져 장시간 운전할 때 피로가 누적된다. 과로는 졸음뿐만 아니라 운전 집중도를 떨어뜨려 전방주시 태만, 방어운전 능력 감소 등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11월 2일 오후 1시 30분쯤 경남 창원터널 앞 1㎞ 지점에서 일어난 사고는 화물차 사고의 종합판이었다. 윤활유 드럼통 196개를 실은 5t 화물차가 편도 2차로에서 브레이크 파열(추정)로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 방향 차량 9대와 충돌 후 3차례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화물차 운전자를 비롯해 3명이 숨지고 차량 10대가 완전히 타버렸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경찰 조사 결과 총체적인 안전운전의무 위반 사고였다. 운전자는 고령(76세)으로 졸음운전을 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화물운송자격증도 없었다. 사고 차량은 2001년 출고된 노후차로 주행거리가 73만 4000㎞나 됐다. 정비불량으로 급제동 시 라이닝과 드럼이 붙어버려 최초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과적에 위험물 안전관리도 지키지 않았다. 5t 화물차에 7.8t을 실어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윤활유는 5000ℓ 이상 초과 시 위험물로 분류돼 반드시 위험물 운반차량으로 수송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 화물차 안전운전을 확보하는 길은 없을까. 디지털 운행기록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장치는 속도, 주행거리, 급가속 등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기계로 항공기의 블랙박스와 같다. 운전자의 운전습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장치다. 일정 주기에 맞춰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하고, 운전자의 안전교육에 활용하면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안전장치의 무단 해제도 적극적으로 단속해야 한다. 모든 사업용 승합차는 시속 110㎞, 총중량 3.5t 이상 화물·특수차는 90㎞를 넘지 못하게 하는 속도제한장치를 의무적으로 달아야 한다. 그러나 운전자나 사업자가 전자제어장치 프로그램을 해킹해 해제한 경우가 많다. 이를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 택배 차량 등 소형 화물차는 아예 의무 장착 대상에서 제외됐다. 화물차 운전자의 실질적인 근로·휴식시간 개선이 필요하다. 화물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는 휴식시간 없이 4시간 연속 운전한 운전자에게 30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운수업은 근로기준법상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노사 간의 합의만 있으면 제한 없이 연장근로가 가능하고 휴식시간도 변경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운수업을 특례업종에서 빼려는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로 개정이 무산됐다. 연속 운전 시간만 철저히 지키게 해도 과로 운전에 따른 사고는 막을 수 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공짜 노동’ 없앨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 언제?… 고용부 “관리모델 개발 중”

    ‘공짜 노동’ 없앨 포괄임금제 가이드라인 언제?… 고용부 “관리모델 개발 중”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난 7월 이후 직장을 관둔 A씨는 회사 최고경영자(CEO)를 가까운 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했다. A씨가 다닌 회사는 의료기기 판매업체로 근로자 수가 1000명을 넘어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 하지만 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9시간씩(휴게시간 1시간 제외) 주 6일 동안 일했다. 연장근로까지 포함해 주 52시간 이내로 일해야 하지만 A씨는 주 54시간을 근무한 것이다. 그러나 사업주가 A씨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주 12시간분만 지급하면서 시비가 불거졌다. A씨는 노동청에 “회사가 연장근로 제한을 위반했다”고 알렸다. 사건을 접수한 노동청은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다.16일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7~8월 두 달간 연장근로 위반과 관련된 신고·적발 건수는 24건으로 집계됐다. 신고 14건, 사업장 감독 청원 6건, 사업장 감독 적발 4건이었다.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기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24건)과 비교해 늘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아직 시행 초기 단계이고 위반 사항이 나와도 처벌을 유예하는 기간이어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주 52시간제가 적용된 300인 이상 사업장 대부분은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꼼꼼히 관리하고 있다. 20대 직장인 김리나(가명)씨는 최근 두 달간 공식적인 근무시간이 확실히 줄었다고 밝혔다. 회사에서 개발한 근무기록 프로그램에 출퇴근 시간을 입력하는 데다 주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관리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직원들에게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팀 또는 개인 프로젝트가 한 달에 2~3개 정도 있는 김씨는 마감을 앞두고 일이 몰려 연장근무 주 12시간을 훌쩍 넘길 때가 많다. 그러나 회사 프로그램에선 주 52시간을 넘어가도 근무 시간을 입력할 수 없다. 회사에선 인정하지도 않는 추가 근무를 하는 셈이다. 김씨는 “과로 문화를 없애자는 취지엔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도 “업종별로 해 왔던 근무 방식이 하루아침에 바뀌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주최했던 ‘근로시간 단축 현장안착을 위한 정책 심포지엄’에선 현장의 어려움이 쏟아졌다. 조선과 건설, 방송, 정보기술(IT) 콘텐츠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해 업종별 상황을 소개했다.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은 높은 숙련도를 가진 기술자가 연속으로 작업해야 업무를 마칠 수 있다. 건설업계는 법 시행 이전에 발주한 공사 기한을 근로시간 단축 이전으로 계약했지만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이를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드라마·콘텐츠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제작 기간이 늘어나 막대한 제작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6개월? 12개월?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 어려운 기업들을 위해 도입된 게 ‘탄력근무제’다. 일이 몰릴 땐 주 52시간을 넘더라도 이후 적게 일하면서 단위기간 내 평균 근로시간을 근로기준법 이내로 맞추는 것이다. 예컨대 단위 기간이 3개월이면 1개월 반 동안 주 64시간을 근무했어도 나머지 1개월 반을 주 40시간만 일하면 주 52시간제를 지킬 수 있다. 현행법에선 탄력근무제 단위 기간을 2주에서 최대 3개월로 지정하고 있다. 경영계는 이 단위 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법정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탄력근무제의 최대 단위 기간도 선진국처럼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탄력근무제 단위 기간을 노사가 협의하면 최대 1년까지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근로자의 노동 환경과 사용자의 인식 등이 판이한 외국의 사례를 그대로 도입하기는 어렵다. 노동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의 여러 목적 중 하나는 고용 확대”라면서 “탄력근무제 확대는 결국 기존 인원으로 운영하면서 인건비를 아끼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고용 쇼크’가 이어지면서 정부도 경영계의 입장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단기간 내 고용이 좋아질 것 같지 않아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단위 기간 조정 문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단위 기간 조정은 최대 6개월이다. 탄력근무제 확대가 기정사실로 굳어진 가운데 6개월과 1년을 놓고 고민하는 상황이다. 근로시간 특례업종 확대도 경영계의 요구다.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따라 노사가 합의하면 연장 근로시간을 주 12시간 이상 근무를 할 수 있게끔 예외를 둔 업종이 있다. 특례업종은 원래 26종이었지만 육상운송업(노선버스 제외),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 등 5종으로 대폭 줄었다. 경총은 “근로시간 특례업종 결정이 충분한 분석 없이 진행됐다”면서 “노사정이 특례 존치에 공감했던 바이오·게임·소프트웨어 연구개발업 중심으로 재검토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필요성엔 공감한다. 김 부총리는 주52시간제 시행에 앞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있어선 서버 다운, 해킹 등 긴급 장애 대응 업무에 특별 연장근로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제9조에 따라 ‘재난 또는 재난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특별하게 연장 근로를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해당 업종을 아예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은 정부가 아닌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업, 정보서비스업을 특례업종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고용 상황이 최악이라는 점에서 특례업종 확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용부 “포괄임금제 용역 결과 나오면 발표” 근로시간 단축과 맞물려 개선해야 할 게 ‘포괄임금제’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종에서 연장·야간근로 수당을 급여에 일괄적으로 포함하는 제도다. 아무리 연장근로를 많이 했어도 정해진 수당만 지급하므로 ’기업이 공짜로 근로자를 착취하는 수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포괄임금제 개선은 결국 근로시간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으로 주 52시간제 정착과 맞닿는다. 엄격하게 적용돼야 하지만 업계에선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인 이상 사업장 중에서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 52.8%(6만 1000곳)였다. 고용부는 당초 지난 6월까지 ‘포괄임금제 지도 지침’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포괄임금제 도입을 제한하고, 근로시간 책정이 가능한 사무직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가 지침만 줄 게 아니라 사업장에서 참고할 관리 방법도 제시해 달라는 사용자단체의 의견을 검토한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단순 지침만 만들어 전달하는 게 아니라 관리모델을 개발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며 “용역이 마무리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데스크 시각] 정책도 요리처럼 순서가 있다/전경하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정책도 요리처럼 순서가 있다/전경하 경제부장

    김치볶음밥. 휴일에 출근하면 출근 시간에도 자고 있을 애들을 위해 해 두는 요리다. 대파를 잘게 썰어 기름에 볶아 파기름을 만들고 잘게 썬 묵은지에 햄이나 새우를 넣고 볶다가 밥을 넣고 볶는다. 이걸 거꾸로 하면? 기름이 코팅처럼 밥을 에워싸 모든 재료가 입안에서 따로 놀 거다. 햄 대신 오뎅은? 이렇게 요리하면 잔반 처리반이 돼 혼자 먹거나 음식이 음식물 쓰레기 봉투로 직행한다. 김치볶음밥이지만 ‘김치볶음밥’은 아니다.요리에 선후가 있듯 정책도 그렇다. 넣어야 할 재료가 있듯 정책도 그렇다. 지금 우리 사회를 양분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부동산 대책 등이 그렇다. 정책의 목표는 절대적으로 옳다. 가는 과정이 문제일 뿐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가 일한 값을 최소한으로 보장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지역별로 생활물가가 다르다. 고용주 입장에서 날일 하는 사람과 몇 달 이상 같이 일한 사람을 같이 대우하기는 어렵다. 일의 노동 강도도 다르다. ‘최소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이 2007년 아파트 경비 등 감시단속 근로자에게 적용되면서 최저임금의 70%만 적용됐다. 이후 적용 비율이 순차적으로 올라 2015년에 100%가 적용됐다. 이 기간 동안 자동경비 시스템을 갖춘 아파트들이 늘어났다. 나름 준비를 한 것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1060원(16.4%) 오른 것에 대해 솔직히 깜짝 놀랐다고 했지만 그 발언에 더 놀랐다. 정책 당국자로서 ‘유체이탈’이었고 그렇게 놀랐다면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되고 실행되기까지 6개월간 무엇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일자리안정자금이라는 당시 낯선 사업의 홍보 외에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최저임금을 줘야 하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을 얼마나 만나 봤을까 하는 의문만 들었다. 올해 최저임금 적용이 시작되고 6개월 뒤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되기까지 어떤 보완책이 만들어졌는지 선뜻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서 근무시간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종종 업무 시간 외에도 이런저런 기획에 매이는데 그건 업무시간이 아닐까 싶다. 생산 현장에서는 마감 시한이 임박해 오면 주 52시간제가 불가능하다며 탄력적 근무제나 선택적 근로제, 재량근무의 적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마이동풍이다. 시행을 열흘 정도 앞두고 6개월 계도 기간을 준 게 전부다. 현재 주 52시간은 그나마 여력이 있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 대상이다. 내년 7월 1일부터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21개 업종, 2020년 1월 1일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도 적용되면 사업장은 물론 월급이 몇십% 깎이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지금보다 더 큰 혼란이 일 거다. 근무시간을 줄여도 경직된 고용시장으로 당장 신규 직원을 뽑기가 두려운 고용주들을 위해 정부가 고용시장의 유연화를 위한 정책을 고민하고 있는가 묻고 싶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들을 모니터링은 하고 있는지, 그 부작용을 최소한 하소연할 기관이라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요즘은 만나면 부동산 이야기만 한다. 투자 실패와 성공의 과거사가 쏟아진다. 부동산시장만큼 이해관계자가 얽힌 곳도 없을 거다. 장 실장 말처럼 시장이 정부를 이길 수 없다면, 왜 그렇게 부동산시장을 들쑤셨을까. 정부가 잘하면 시장은 그냥 굴러가는데 말이다. 부동산 정책의 옷을 입힐 때 옷 입을 당사자의 상태를 파악하지 않은 모양이다. 시장이 실패하듯 정부도 실패할 수 있다. 정부의 실패는 악영향이 더 크다. 그래서 정부가 시장을 훨씬 더 자세히 많이 봐야 한다. 그다음이 정책이다. lark3@seoul.co.kr
  • 꺼졌던 불 다시 켜졌다…‘1년 유예’ 여의도는 주 52시간 실험 중

    꺼졌던 불 다시 켜졌다…‘1년 유예’ 여의도는 주 52시간 실험 중

    지난 2일부터 국내에서 전체 근로시간이 총 52시간(법정 근로시간 40시간+연장 근로시간 12시간)을 넘으면 ‘불법’이 됐다. 다만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금융업종은 1년이라는 유예 기간을 받았다. ‘연착륙’을 위해 여의도 증권사들은 주 52시간 근무를 시범 운영하거나 PC오프제, 유연근로제 등 도입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공식 ‘퇴근 시간’이 지난뒤 여의도 증권사 표정을 들여다봤다. 여전히 사무실 대부분은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1년 뒤 여의도 야경은 꺼질 수 있을까.한바탕 퇴근 행렬이 지나간 오후 7시 2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나란히 위치한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상층 사무실에서 켜진 형광등이 창가에 비쳤다. 건물 절반 이상이 불이 꺼진 상태였다. 인근 NH투자증권은 건물 아래층 2~3개층에서 불빛이 보였다.증권사의 해외나 전자기술(IT) 등 업무에서는 야간 근무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부 인원은 늦은 시간에 근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같은 시간 신한금융투자, KTB투자증권, 현대차투자증권 등 대부분 증권사 건물은 대부분 층에서 불이 켜져 있었다.주 52시간 근무를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밝힌 회사들부터 사무실 불이 꺼진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하나금융투자는 3일부터 오전 8시에 출근하고,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주 40시간 근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NH투자증권은 4년 전부터 PC오프제를 운영했다.그러나 PC 오프제 도입과 함께 지난달 27일부터 주 52시간 시범 근무에 들어간 KB증권이 위치한 교직원공제회 건물은 불이 꺼진 사무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후 7시 40분쯤 IBK투자증권을 비롯해 “사실상 주 52시간을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던 메리츠종금증권 건물도 ‘야근 중’이었다. 이에 대해 KB증권 관계자는 “직원들이 오후 5시에 맞춰서 퇴근을 하지만 오후 10시까지 청소 때문에 사무실 불이 켜져 있다”고 밝혔다.오후 8시 10분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 건물까지도 대부분 사무실이 환해졌다. ‘퇴근’이 아니라 ‘저녁 식사’를 위해 꺼졌던 불이 다시 켜진 셈이다. 한국거래소 건물도 ‘불야성’이었다. 저녁을 먹고 회사 건물로 돌아온 몇몇 직원들은 엘리베이터에서 서로 “왜 돌아왔냐”며 인사를 건넸다.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는 보통 출근이 오전 6~7시이기 때문에 오후 6시에 퇴근해도 주 52시간을 넘는다”면서 “채용이 늘지 않아 3명이 하던 일을 2명이서 하면 실수가 늘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은 코스피와 코스닥이 급락하면서 증권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해외와 비교해도 금융투자업계에서 근무시간을 줄이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홍콩에 위치한 글로벌 투자정보사 관계자는 “대부분 글로벌 지사가 있기 때문에 무리한 야근은 필요가 없다”면서도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트레이더는 보통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퇴근은 오후 10시를 넘기지는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리서치 업무는 ‘끝 없는 일’이라 오전 12시까지 근무하기도 하고 퇴근해도 재택근무”라고 전했다. 2016년 스위스 금융그룹 UBS 조사에 따르면 홍콩은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50.1시간이지만, 금융권은 그보다 업무 시간이 긴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PC 오프제로 퇴근을 독려하는 신호를 주면서 근로시간을 줄여나가는 분위기”라며 “실적 시즌이 상대적으로 바쁘기 때문에 탄력근로제(일주일 단위보다 긴 단위 기간 내에서 근무 시간을 조정하는 방식)가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어린이집 보조교사 6000명 추가 채용

    보육교사 휴게 시간은 보장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교사의 휴게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보조교사 6000명을 추가 채용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다음달부터 시행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보육교사 휴게 시간 중 발생할 수 있는 보육 공백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보육교사 복무규정에 휴게 시간 명시 어린이집은 운영 특수성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휴게 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돼 있었다. 특례업종은 노사 협의를 통해 휴게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보육교사도 일반 노동자처럼 점심 시간 등으로 별도의 휴게 시간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아동의 식사를 돕거나 배변, 낮잠 준비 등으로 쉴 틈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교사에게 휴게 시간을 주지 않는 대신 수당을 주거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어린이집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다음달부터 반드시 8시간을 근무하면 1시간의 휴게 시간을 보장해 줘야 한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조교사 충원을 추진한 것이다. 현재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고용해 전국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조교사는 3만 2300명으로, 이번에 투입하는 6000명을 더하면 3만 8300명이 된다. 복지부는 보조교사 충원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100억원을 확보했다. 또 보육교사 복무규정에 휴게 시간 부여를 명시하고, 보육교사 휴게 시간에 한해 보조교사가 업무를 전담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다만 종일 보육이 이뤄지는 어린이집의 특성을 고려해 특별 활동이나 낮잠 시간, 아이들 하원 이후를 휴게 시간으로 쓰도록 권고했다. 보조교사는 국가자격증 소지자로 근무 시간이 4시간인 점을 제외하면 경력, 자격 등 보육서비스에 대한 전문성은 보육교사와 차이가 없다. ●보조교사 인건비 지원 연령 65세로 보조교사 지원 대상은 기존 민간·가정 어린이집에서 국공립·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등 모든 유형의 어린이집으로 확대했다. 보조교사 인건비 지원 연령은 60세에서 65세로 변경됐다. 보육교사로 60세에 퇴직한 이후에도 4시간 시간제 근로가 가능한 인력에게 채용 기회를 주기 위한 조치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기업 작을수록 타격… 유연 근로시간제 확대 등 연착륙 방안 필요”

    정부 지원책 근본 해결 안 돼 일부 직종 자발적 초과근로 형사처벌 대상 제외 검토를 법 위반 사업장에 대한 처벌을 6개월간 유예하는 방안을 마련할 정도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다음달 시행을 앞두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오래 일하는 현재의 일터 문화를 바꾸는 제도의 방향성에 공감하면서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20년 1월부터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50~299인 사업장)까지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20일 “정책 시행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기업 규모가 작은 곳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일부 직종이나 규모에 한해서는 자발적인 초과근로를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예외를 두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업종, 직종 특성상 일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긴 사업장,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사업장 등 주 52시간 근무의 영향을 받는 곳을 가려내는 게 우선”이라며 “모든 기업들이 제도 시행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 인력 사용 허가나 유연 근로시간제 확대가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문제가 제기됐던 업종은 많지만 별다른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대안으로 빈번하게 언급됐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정보통신(IT)과 같은 신산업에서도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다”며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완충장치”라고 설명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당장은 주 52시간제가 안착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유연 근로시간제나 퇴근 뒤 업무지시 금지법과 같은 방안은 노사정이 모여 논의해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지원 대책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주 52시간제의 현장 안착을 위해 신규 채용 인건비와 재직자 임금 감소분을 지원한다. 법정 시행일보다 6개월 이상 먼저 노동시간을 줄인 300인 미만 사업장이 신규 채용을 하면 월 80만~100만원을 최대 3년간 지원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생산 제품의 부가가치가 높아져 수익구조가 개선되는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한시적인 인건비 지원만으로는 채용 확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사설] 주 52시간 근로시대에도 ‘노선버스’ 멈춰선 안 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이 노선버스 업계도 강타했다. 노선버스의 주 52시간 근무는 1년 유예됐다. 하지만 올 7월부터 주 68시간 근로시간을 지켜야 한다. 문제는 농어촌 지역은 운송 지역은 넓고 운행 거리가 길어 이틀 연속 일하고 하루 쉬는데 주당 69시간을 넘긴다고 한다. 당초 노선버스는 노사 합의 시 근로시간 제한을 받지 않는 특례업종이었으나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제외됐다. 불행 중 다행은 내년 7월 전까지 2주나 3개월 기준으로 주당 68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1년 사이에 주 52시간 근로제에 맞춰 운전자를 더 확보해야 한다. 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현재도 4600여명의 운전자가 부족하고, 주 52시간 근무가 시작되면 운전자 2만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버스 한 대당 적정 운전사가 2.6명인데 서울 등 준공영제 지역은 대당 2.4명, 비준공영제는 대당 1.5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농촌 등 비준공영제 지역은 임금이 낮아 운전자 확보가 여의치 않다. 지난해 기준으로 준공영제 시내버스 운전자 월급은 상여금 등 390여만원인 반면 다른 지역은 70만원 정도 낮았다. 노선버스는 시민의 발이다. 특히 농어촌 지역은 지하철 등 다른 대중교통 수단이 없고 고령층이라 노선버스 의존도가 훨씬 높다. 일부 농어촌에서 탄력근무제 근로시간을 못 맞춰 버스 노선을 축소하고, 운행 빈도를 줄인다는 보도는 우려된다. 주 52시간 시대를 준비하는 정부는 제대 군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군 운전병의 버스 운전 자격 취득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국방부와 국토교통부는 이 정책 이행에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겠다.
  • [출발! 주 52시간 근무제] 주말+야근 12시간 넘으면 처벌…거래처와 저녁 등 현장 ‘혼란’

    [출발! 주 52시간 근무제] 주말+야근 12시간 넘으면 처벌…거래처와 저녁 등 현장 ‘혼란’

    아침 일찍 출근해 늦은 밤까지 일하는 장시간 근로 문화는 그동안 ‘근면 성실’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직장인들의 건강과 가정을 앗아 갔다. 정부 공식 통계만 봐도 매일 한 명의 노동자(지난해 354명 사망)가 오랜 시간 일하다 목숨을 잃는다. 야근과 특근이 반복되는 일터에서 어둠 속에 불을 밝힌 사무실은 당연한 풍경이었다. 다음달부터 늦은 밤까지 불이 켜진 사무실이 적지 않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서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는 일주일에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부서장뿐 아니라 사업주도 형사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장시간 노동이 한번에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주35시간제, 유연근무제 도입, 신규 채용 확대 등 저마다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포괄임금제’(실제 노동시간과 상관없이 정액 임금을 지급하는 형태)를 비롯한 편법과 꼼수는 여전하다. 직장인들은 ‘저녁이 있는 삶’ 대신 ‘무늬만 52시간제’가 될까 우려한다. 우선 시행을 코앞에 둔 주52시간제를 사례 중심으로 궁금증을 살펴봤다.#1. 주52시간 근무 시행이 다가왔지만 A씨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출근 시간은 오전 9시이고, 퇴근 시간은 오후 6시로 정해져 있지만 항상 오후 8시가 넘어야 퇴근한다. 월말엔 주말 출근도 잦다. 주52시간제가 시행되는 다음달이면 정시 퇴근이 가능할까. A씨는 점심시간(1시간)이 휴게 시간으로 정해져 있다면 평일 10시간씩 일하고 있고, 월 1~2회 주말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근로기준법에는 평일 하루 8시간, 토·일요일을 포함해 연장 근로를 일주일에 12시간까지 할 수 있다. A씨는 현재 매일 2시간씩 연장 근무(월~금 총 10시간)를 하고 있어 주말 근무를 한다면 2시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 또 연장 근무를 하는 시간엔 통상임금의 1.5배의 연장근로수당을 받아야 한다. 연장 근로가 12시간을 넘어가면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는다. 이는 A씨가 자발적으로 연장 근무를 해도 마찬가지다. 이를 묵인한 사업주는 처벌받을 수 있어서 강제로라도 퇴근을 시켜야 한다. 노사가 자발적인 연장 근무에 대해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불가능하다. 근로기준법은 노사 합의나 단체협약보다 우선이다. 법 시행 이후에도 회사가 장시간 근무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이를 강요한다면 가까운 지방노동관서에 신고해야 한다. 물론 출퇴근 관리시스템, 업무 관련 수기나 메모, 동료들의 증언, 출퇴근 교통카드 사용기록 등 주52시간을 초과해 일했다는 증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2. 거래처와 저녁 식사 자리가 잦은 B씨는 주52시간제가 시행돼도 밤늦은 시간에 귀가하는 삶이 유지될 것 같다. 회사가 밤 9시 넘어서까지 이어지는 식사 자리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아서다. 거래처 직원과의 회식, 업무 중 흡연, 장거리 출장 이동을 근로시간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산업 현장에선 다양한 질문이 쏟아진다. 고용노동부는 다음주 행정 해석과 과거 판례를 기초로 근로시간에 대한 판단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시행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나오는 가이드라인이라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회식이나 출장을 근로시간에 포함할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사용자 지시에 의한 것인지 또는 지휘·감독하에 있었는지, 근로계약상 업무 내용과 관련이 있는지 등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계약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점심시간을 휴게 시간으로 정한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회식 역시 사용자의 지휘·감독이나 지시가 아니라면 근로시간으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작업을 위한 부속 시간,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워크숍과 출장 중 이동 시간이나 복장을 갈아입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고용부 측은 “사용자의 지시 여부, 업무 수행 정도, 수행이나 참여를 거부할 때 받는 불이익 여부, 시간·장소 제한의 정도 등을 종합해 사례별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이 나오더라도 구체적인 사례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혼란은 제도 시행 이후 한동안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사업장 밖에서 근무하거나 출장이 잦은 근로자나 정확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직종에 대해서는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노사가 서면 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재량근로제’를 도입하는 곳도 있다. #3. 비정규직인 C씨는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연장근로수당을 지금처럼 받을 수 없다. ‘저녁이 있는 삶’이 실현되지만 임금이 줄면서 이를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투잡을 해야 하는 삶’이 시작될까 걱정이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받는 임금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전체 근로자(5인 미만 사업장·특례업종은 제외)의 11.8%인 95만 5000명의 임금이 감소한다. 정부 통계로는 전체 임금 노동자 가운데 95만 5000명이 주52시간을 넘게 일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포괄임금제와 같은 형태로 월급을 받는 노동자나 실제 근로시간이 반영되지 않는 노동자를 고려하면 실제 주52시간 시행으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노동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추산한 임금 감소액은 1인당 월평균 37만 7000원으로 기존 임금의 11.5% 수준이다. 다음달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14만 9000명의 임금이 월평균 41만 7000원(7.9%)가량 줄어든다. 30~299인 사업장에서는 43만 5000명이 39만 1000원(12.3%) 줄고, 5~29인 사업장에선 37만 1000명이 32만 8000원(12.6%)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자의 임금체계에 따라 줄어드는 임금도 제각각이다. 특히 기본급이 적고, 휴일이나 야간 등 연장근로수당이 많다면 타격이 더 크다. 회사가 주52시간을 지킨다면 노동자는 일주일에 최대 12시간(평일·휴일 포함)의 연장근로수당만 받는다. 줄어드는 임금 때문에 노사 갈등도 예상된다. #4. 중소기업에 다니는 D씨는 근로시간 단축이 남의 일로 여겨진다. D씨가 다니는 회사는 50~299인 사업장이어서 근로시간 단축이 2020년 1월부터 적용된다. 1년 6개월 남았지만 D씨의 회사는 신규 채용이나 유연근무제 도입과 같은 움직임이 전혀 없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산업에 미치는 여파를 감안해 제도 시행 시기를 사업장 규모별로 달리했다. 다음달부터 적용되는 기관은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이다. 50~299인 이하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기준 매출액 600대 기업 가운데 다음달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해야 하는 11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87.5%가 제도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300인 이상 사업장과 달리 300인 미만 사업장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생산은 평균 20.3% 감소한다. 4곳 중 1곳(25.3%)은 신규 인력 채용계획을 세웠지만, 별다른 대책 없이 생산량 축소를 검토하는 기업도 20.9%나 됐다.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회사 내 PC는 모두 꺼지지만, 일을 집으로 들고 가는 자발적 재택 야근, 출퇴근 카드로 시간에 맞춰 찍은 뒤 일을 하는 형태의 ‘무늬만 52시간 근무’도 등장할 수 있다. 김유경 노무사는 “52시간을 초과한 노동을 강요받는다면 근무 기록과 같은 증거가 있어야 대응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노동자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환경인 만큼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각종 편법과 꼼수에 대한 근로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은행권 노사, 주52시간 조기 도입 공감… 해법은 팽팽

    노조 “근로시간 측정 시스템부터” 사측 “유연·탄력근무로 해결 가능” 은행권 노사가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에 공감대를 이뤘지만 실질적 합의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노조는 ‘공짜 노동’을 막기 위해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는 시스템부터 마련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유연근무, 탄력근무로 해결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전날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의 산별교섭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안을 논의하고 근로시간 단축, 고용 확대, 출퇴근 시간 측정 시스템 도입, 휴게 시간 보장 등을 요구했다. 금융노조는 근로시간 측정 시스템 도입이 선행돼야 실질적인 주 52시간 근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은행권의 PC오프제, 자율출퇴근제 등은 연장근무 수당을 제한할 뿐 현실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지 못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주 68시간이든 52시간이든 일한 시간을 정확히 재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보여주기식으로 제도를 도입하고 장시간 노동이 계속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교섭에 참여한 한 시중은행장은 “개인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잘못하면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덜 바쁠 때 늦게 출근하는 등의 유연근무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은행별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보기술(IT), 인사, 국제금융, 공항점포 등 20여개 직무는 조기 도입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전날 교섭이 끝난 뒤 “조기 도입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을 했다”면서도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는 별개이기 때문에 실무 협의나 임원급 협의에서 이견을 좁혀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인원 확충 등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주선 신한은행 노조위원장은 “사측에서 다양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얘기했는데, 이는 현재 본점 부서나 영업점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라면서 “당장 오는 7월 조기 도입이 쉽진 않아 보이지만 연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은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은행권 조기 도입을 요청하는 등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자 은행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가장 먼저 IBK기업은행이 오는 7월 도입을 목표로 관련 방안을 준비 중이고 시중은행들도 잇따라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버스 대란’ 없게…노사정, 노선버스 탄력근무제 도입

    올해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버스 대란’을 피하기 위해 노사정이 탄력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자동차노동조합연맹, 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31일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에 합의하고 서명식을 가졌다. 노사정은 노선버스 운행이 현재와 같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도록 내년 6월 말까지 버스 운행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하기로 했다. 2주 단위 탄력근무를 도입해 첫 주는 76시간, 둘째 주는 60시간 근무하는 방식이다. 또 정부는 ‘버스 공공성 및 안전 강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특례업종인 노선버스 업종은 7월 1일부터 근무시간이 주 68시간으로 줄어들고 1년 후에는 52시간으로 다시 줄어들 예정이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병원노동자 70% “초과근무수당 못 받아”

    연장근로를 하는 병원노동자 10명 중 7명은 초과근무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의료노련)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병원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 처해 있다”며 “특례업종을 폐지하고 간호인력을 늘리는 등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노련이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등 14개 병원의 조합원 13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2%는 ‘연장근무가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하루 평균 2시간 정도의 시간외 근무를 하고 있지만 전체의 68.2%는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호사의 경우 전체 983명 중 775명(78.8%)이 연장근무를 하고 있었다. 병원노동자들이 연장근무를 하는 이유는 ‘일상적인 업무 과다’(52.4%)가 가장 많았다. 근무시간 중 식사시간이 아예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21.0%에 달했고 20분 미만(35.7%), 40분 미만(20.5%) 순이었다. 우리나라 국민 1000명당 간호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5명)의 절반 수준인 3.5명이다. 간호사들의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 문화와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신규 간호사가 1년 이내 이직하는 비율은 33.9%에 달한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노동시간 단축, 청년 일자리와 이어 달라”

    “노동시간 단축, 청년 일자리와 이어 달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기업에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김 장관은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노동시간 단축 기업인 간담회에서 “장시간 노동관행을 개선해 노동자들에게는 저녁이 있는 삶, 청년들에게는 더 많은 일자리, 기업에는 생산성을 향상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노동시간 단축이 더 많은 청년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경영상 애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납품단가 현실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은 오는 7월 1일부터 최대 노동시간을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21개 업종은 내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50~300인 미만은 2020년 1월 1일부터, 5~50인 미만은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노동시간 단축 간담회는 지난달 은행 업종 간담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하이닉스 등 300인 이상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준동 대한상의 부회장은 간담회에서 “기업도 법정 근로시간만 준수하면 된다는 소극적 자세가 아니라 장시간 근로 관행을 고쳐 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생산성을 어떻게 높이고 불필요한 근로시간을 어떻게 줄일지 고민해 왔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밤샘 근무 대명사’ IT업계, 주 52시간 근무 7월 시행 앞두고 분주

    ‘밤샘 근무 대명사’ IT업계, 주 52시간 근무 7월 시행 앞두고 분주

    오는 7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정보기술(IT) 업계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실험에 부산을 떨고 있다. ‘밤샘근무’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IT 업계 안에서도 명암이 서로 엇갈린다. “업무 특성을 반영해 탄력 근로 등 유연근무제도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영세업체엔 그림의 떡… 中과 경쟁 못해 KT의 위성·케이블 방송채널 자회사인 ‘skyTV’ 심정택(34) 영상감독은 지난해 6월부터 시행 중인 유연근무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특례업종인 방송 분야는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시작되지만 이 회사는 ‘1일 8시간, 주 40시간’ 근무를 3개월 단위로 맞추는 제도를 일찌감치 도입했다. 심씨는 여섯 살 난 아들 유겸이의 어린이집 등원을 오롯이 챙긴다. 그는 “생방송을 진행하는 프로야구 편성·제작 업무 특성상 시즌 기간엔 오후 집중근무를 한다”면서 “대신 야구 비시즌이나 프로테니스 투어 때는 일을 아침 일찍 몰아서 하고 저녁 때 아들을 데리러 간다”고 말했다. 이어 “유연근무제는 단순히 출퇴근 시간을 바꾼 게 아니라 가족의 삶을 변하게 해 준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국내 1위 게임업체 넷마블은 지난달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협업을 위해 코어타임(오전 10시~오후 4시, 점심시간 포함)에는 반드시 근무하되 나머지 업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일에 지장이 없고 월 근로시간만 맞추면 주 25시간만 근무해도 관계없는 셈이다. 살인적 야근으로 악명 높은 게임업계의 일하는 문화를 개선해 보자는 시도라는 것이다. 줄어드는 야근수당 등은 문제지만 초기 시행착오를 감수해서라도 ‘워라밸’을 맞추겠다는 게 회사 측 의지다. 음악 플랫폼 업체 지니뮤직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사전 정착을 위해 ‘매주 수·금 정시 퇴근, 월 1회 오후 4시 조기 퇴근’을 직원들에게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포털 업체들도 분주하다. ‘개별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카카오는 전날 야근을 오래 했다면 이튿날 대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오버타임(시간외근무)이나 대휴 신청도 간단히 승인된다. 네이버는 책임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팀 협업이나 회의와 별개로 본인 능력만 된다면 주 40시간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포털 특성상 24시간 뉴스나 댓글 관리는 실시간 대응이 불가피하다. 주요 서비스 업데이트 등도 몰리는 시즌이 있다. 이 때문에 ‘매뉴얼’대로만 따라가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규모가 작은 영세 업체일수록 이런 어려움은 더 크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은 1~2년 안에 새 게임을 기획, 출시, 홍보까지 해야 하는 단기간 싸움”이라면서 “지금도 싼 인건비로 불법 복제하는 중국 업체와는 경쟁이 안 되다 보니 회사나 개발자나 서로 눈치 보며 야근으로 버티는 형국인데 주 52시간 근무는 그림의 떡”이라고 토로했다. ●제조업 노동자 급여 13% 감소할 듯 떨어지는 평균 급여나 인력 층원은 노사 양쪽 모두에 과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주 52시간 근무로 제조업 근로자 급여는 약 1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개발(R&D)이나 제조업은 임시 숙련공을 구하는 것도 문제다. LG전자 관계자는 “에어컨 같은 계절 가전은 아무리 생산량을 미리 빼놔도 성수기에는 24시간 풀가동해도 물량을 맞추기 힘들다”면서 “임시 인력을 고용한다 한들 성수기 이후 인력 재배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문화는 개선… 사각지대 안착 관건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결국 근로문화 개선으로 이어지겠지만 사각지대에서 얼마나 빨리 안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주52시간 근무 ‘그림의 떡’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주52시간 근무 ‘그림의 떡’

    포괄임금 적용 사무직도 예외 특례업종 5개 점진적 폐지 필요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제가 시행된다. 과로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인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지만, 일반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전혀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주 52시간제가 적용되지 않거나 비켜간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 및 공공기관은 오는 7월 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지켜야 한다. 50인 이상 299인 이하 기업은 2020년 1월 1일부터, 5인 이상 49인 이하 기업은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다만 5인 미만 기업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2016년 통계청 전국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570만 5551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26.8%로 추정된다. 노동자 10명 중 3명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총근로시간은 월평균 184.7시간(정규직 기준)이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인 미만이 185.8시간, 5~29인은 182.2시간, 300인 이상은 182.5시간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궁극적으로 근로시간과 관련해 적용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적용이 제외되는 특례업종으로 남은 육상운송업(노선버스 제외),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 보건업 등 5개 업종도 무제한 노동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26개였던 특례업종이 5개로 줄었지만, 112만명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주 52시간제를 적용받지 못한다. 오는 9월부터 11시간 연속 휴게시간 보장제가 시행되지만, 실질적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특례업종을 완전히 폐지하도록 하되 현재 남아 있는 업종에서 무제한 노동으로 인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근로시간에 배제된 노동자는 이들뿐만이 아니다. 고정야근수당 등 초과근무 수당을 미리 산정해 월급에 포함해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적용받는 사무실 노동자들도 주 52시간제와는 동떨어져 있다. 포괄임금제는 영업이나 운송, 경비 등 외근이 많고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업종에서 시작됐지만 사무직 및 정보기술(IT) 등에서 무제한 노동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의 ‘포괄임금제 개선방안’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사업장(1570곳)의 30.1%(472곳)가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최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포괄임금제 지침을 마련하고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5조 3교대·탄력근로제…‘주 52시간 황금률’ 찾아라

    5조 3교대·탄력근로제…‘주 52시간 황금률’ 찾아라

    업종·회사 규모따라 깊은 한숨 중견기업, 인원 등 뒷감당 부담 건설·빙과업계 계절 변수 많아 금융권은 ‘특례업종‘ 제외 실망‘직원 근무시간의 황금률을 찾아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27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안’을 통과시킨 이후 각 기업 인사와 노무팀에 내려진 특명이다. 직원들의 평균 근무시간을 최대한 줄여 위법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면서도 생산성은 높이고, 인건비 부담은 최대한 줄이는 ‘삼차함수’를 찾으라는 게 회사가 낸 숙제다. 회사마다 태스크포스(TF) 등 전담조직을 만들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답을 찾기가 어렵다는 아우성도 나온다.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민의 무게는 기업의 업종과 회사 규모에 따라 확연히 갈린다. 정유, 화학, 철강, 시멘트 등 장치산업계 중에서도 이른바 대기업은 “큰 문제는 없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같은 업종에서도 중견기업들은 한숨 소리가 깊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365일 24시간 내내 공장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무리하게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인원을 고용하면 뒷감당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여유 인원을 두고 ‘4조 3교대’를 유지하는 대기업 등은 주당 52시간 이하 근무가 가능하겠지만 중견기업은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외국계 회사 등을 중심으로 ‘5조 3교대’ 도입이라는 새로운 실험도 고려 중이다. 실제 외국계 기업 A사의 경우 현행 ‘4조 3교대’에서 ‘5조 3교대’로의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법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5조 3교대는 노동자들이 하루씩 오전, 오후, 야간을 차례로 근무한 뒤 이틀을 쉬는 형태다. 북유럽 등에선 일반적인 근무 형태지만 우리나라에선 경찰 중에서도 일부 직군 등에서만 해당 근무체계를 도입하는 중이다. 5조 3교대를 도입하면 근무시간은 확실히 줄지만 반드시 추가 고용이 뒤따라야 한다. 화학회사 한 임원은 “5조 3교대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면 느는 휴식 시간과 추가 인력 만큼 월급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동의해 줄 노조가 얼마나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역시 시름이 깊다. 계절 변수가 워낙 많은 건설 현장에서는 탄력적인 근로시간을 적용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현장 특성상 여름철 낮시간이 길 때는 근로시간이 길 수밖에 없지만 반대로 겨울철에는 8시간을 겨우 채우기도 바쁘다”면서 “근로시간은 현장 중심으로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건설현장조차 무조건 주당 근로시간을 지키라고 주장하는 건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레미콘 차량이 콘크리트를 부어 놓고 간 상황에서 하루 근로시간이 끝났다고 근로자들이 삽을 놓으면 콘크리트는 굳어버리고 만다. 결국 콘크리트 타설공의 경우 초과 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비슷한 목소리는 성수기에 집중적으로 생산이 이뤄지는 빙과업계에서도 나온다. 아이스크림 등 빙과류를 생산하는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현재 생산직군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면서 “추가 생산 인원을 뽑거나 근무 교대 조를 현행 3교대에서 더 다양하게 편성 운영하는 방법,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재계는 ‘평균 주 52시간’ 적용 기간을 현행 3개월 평균에서 1년 평균으로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어 주 평균 52시간을 맞추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하 자는 것이다. 또 다른 제과업계 관계자는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뚜렷한 제조업의 경우 분기별 혹은 월별 총 근로시간의 상한선을 두는 식으로 탄력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세부적인 지침을 마련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야근이 잦은 정보기술(IT)과 게임업계도 부산하다. 게임업체인 넥슨은 조직장 재량으로 탄력 근무시간제를 일부 도입했다. 오전 8~10시 사이 출근해 규정 시간 근무 후 오후 5~7시 사이 퇴근하는 식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탄력근로시간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2016년 직원의 돌연사로 문제가 됐던 넷마블은 야근, 주말 근무를 없애고 퇴근 후 메신저 업무지시도 금지했다. 넥슨 관계자는 “출시에 임박해 연일 야근을 해야 하는 부작용은 사라지겠지만 창의성이 중시되는 게임 업계의 특수한 분위기는 어느 정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홈쇼핑업계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근무시간이 유동적인 방송직이 많아서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방송기술 등 일부 직군은 8시간씩 4일 일하고 이틀 쉬는 방식으로 교대 근무를 해 오고 있지만 휴가자, 휴직자가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근무시간이 초과되는 일이 발생한”면서 “추가 고용 혹은 교대 근무 체계 조정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두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일단 ‘주 52시간 이하 근로’가 보편화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분위기다. 다만 금융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선 아쉽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또 업무량이 몰리는 점포 또는 야근이나 주말 출근이 잦은 여신 담당자, IT 부서 등 현실적으로 초과근무가 불가피한 경우도 많다는 점에서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사설] ‘근로 단축’으로 느는 中企 부담 덜 대책 고민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어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면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가장 길다는 오명은 벗을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근로 현장에서의 일주일은 휴일을 포함한 7일이다. 주 최대 노동시간은 평일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총 52시간으로 제한된다. 지금까지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 52시간에 토·일요일 8시간씩 모두 16시간의 휴일 근로가 추가로 가능했다. 휴일 근로에 중복할증이 인정되지 않되 공무원들에게 적용됐던 공휴일 유급휴무 제도는 민간 기업으로 확대된다. 개정안이 시대적 당위성을 반영했다는 사실은 찬반 여부를 떠나 부정하기 어렵다. ‘저녁이 있는 삶’을 회복해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이려면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는 절실했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에서 합의되기까지는 무려 5년이 걸렸다. 여야가 노동계와 재계의 요구를 절충해 합의점을 도출했다는 점은 긍정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논란의 여지는 여전히 남았다. 당장 노동계는 휴일 근로의 연장·휴일수당 중복할증을 하지 않는 데 대해 강력히 반발한다. 휴일 근로에 200% 중복할증 수당을 지급하라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하지만 한발만 물러서 현실을 본다면 노동계의 요구에는 무리가 많다. 근로시간이 갑자기 줄어들면 재계는 휴일 근로 가산 지급 등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존의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신규 인력 채용은 불가피한 문제다.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책으로 휴일 할증률 200%를 계속 고집한다는 인상이 짙다. 근로시간 단축은 반드시 일자리 나누기의 효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노동계의 양보 없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이제는 산업계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회는 기업 규모별로 시간차를 두고 개정안을 적용하는 3단계 시행 방안을 마련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중소기업들은 44만명 신규 고용에 8조 6000억원의 비용 부담을 져야 한다는 추산이 있다. 사실상 무제한 근로가 허용된 특례업종의 종사자들도 여전히 많다. 정부는 중소기업 부담과 근로 양극화를 최소화하도록 서둘러 추가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 [근로시간 주 52시간 시대] 민주당 중복할증·한국당 특례업종 한 발씩 양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은 근로시간 단축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5년 만에 처리되기까지 노사 양측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끈질기게 협상했다고 자평했다. 환노위원장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26일 오전 10시에 (환노위 회의를) 시작해 27일 새벽 3시 50분까지 6차례나 정회했다”며 “노동계와 경제계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너무나 첨예해 조정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기존 3당 간사 합의안과 유사하다. 민주당은 휴일근로 중복 할증을 양보하는 대신 법정 공휴일 유급 휴무 제도 확대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동의를 얻으면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법정 공휴일 유급 휴무 제도에 대해) 한국당 원내대표가 설명한 적도 있어서 논의 당일 추가 안건으로 상정해 급물살을 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휴일 양극화로 힘들어했던 노동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특례업종 축소 규모도 논의 막바지에 좁혀졌다. 새벽까지 진행된 회의 도중 임 의원은 5개 특례업종만 남기는 안에 대해 논의하려고 김성태 원내대표와 전화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아 아파트로 직접 사람을 보내기도 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근로시간 주 52시간 시대] 재계 “산업현장 연착륙 고민 반영” 노동 “위법한 행정 지침에 면죄부”

    상의 “특례업종 축소해 기업 부담” 양대 노총 휴일수당 유지에 반발 노사정 대화에 악영향 끼칠 전망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등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자 재계와 노동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재계는 “일부 부작용의 해소가 필요하지만 원칙적으로는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노동계는 “근로기준법 개악일 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근로시간 단축 법안이 통과돼 산업 현장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은 다행”이라면서 “다만 공휴일 유급제의 민간기업 적용, 특례업종 축소(26종→5종) 등으로 기업의 부담이 늘어난 것도 사실인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연착륙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영자총협회도 엇비슷한 입장이다. 개정안 발표 직후 경총은 “오랜 시간을 끌어 온 대법원 판결과 입법의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산업 현장의 연착륙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이라고 논평했다. 단 공휴일 유급화와 특례업종의 축소는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려의 목소리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으로 갈수록 높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황은 180도 다르다. 개정안은 휴일에도 쉬기 어려운 서비스업 종사자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상대적 박탈감과 비용 부담만 안길 것”이라면서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인력난에 빠진 중소기업들의 현실을 국회의원들이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토로했다. 노동계는 휴일 근무수당을 현행처럼 150% 유지하는 것은 “법원의 판례와 배치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양대 노총이 반대 뜻을 밝힘에 따라 노사정 대화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환노위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기준법 개악에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휴일근로에 대한 중복할증(200%) 적용을 주장해 왔다. 한국노총도 여의도 본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여야 합의안은 위법한 행정지침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면서 “주 40시간을 초과한 휴일 노동은 연장 노동에도 포함돼 중복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근로시간 주 52시간 시대] 민간 中企·영세업체도 관공서처럼 공휴일에 유급휴무 적용

    [근로시간 주 52시간 시대] 민간 中企·영세업체도 관공서처럼 공휴일에 유급휴무 적용

    5인 미만 사업장 558만명은 소외 운송업 등 ‘특례업종‘ 5종만 유지 “단축안 준수 등 추가대책 내놔야”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7일 주 법정 근로시간을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 장시간 노동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은 이뤄 냈지만, 현실에 반영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만큼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잘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1주일 최장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명시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당 근로시간은 최장 40시간에 노사 합의 시 12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또 고용노동부는 주 단위를 평일 5일로만 해석하고, 토·일요일은 법정근로시간 계산에서 제외해 휴일 근로로 각 8시간씩 더해 최장 68시간 근로가 가능했다. 앞으로는 1주일 단위에 토·일요일을 포함해 휴일 근로를 없앤 만큼 주 근로시간이 52시간이 된다. 다만 산업계 입장을 고려해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이 과정에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558만명이 단축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계와 경영계 측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돼 타협을 이뤄 내기 어려웠는데, 국회에서 합의점을 찾아낸 건 굉장히 잘한 일”이라며 “공무원에게만 적용됐던 공휴일을 민간에 확대한 부분과 특례업종을 대폭 줄인 것은 노동계에서도 반길 만한 타협안”이라고 말했다. 관공서에 적용되는 공휴일 규정이 민간에 확산됨에 따라 중소기업과 영세업체 노동자들도 공휴일에 유급휴일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유급휴일을 주휴일(일요일)과 노동절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기업은 노사 합의로 공휴일을 휴일로 지정하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한 곳이 많아 설·추석 연휴에도 개인 연차를 쓰고 쉬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아울러 사실상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근로시간 특례업종도 26개에서 5개로 대폭 줄였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사회적 합의 논의는 지난 대선 때부터 있었다. 그러나 경제계는 생산성 저하를,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근무 수당 감소를 걱정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노동시간 단축으로 생산성에 타격을 받게 될 중소기업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 임금이 줄어드는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사업장이 근로시간 단축안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정부 감독과 지침이 충실하게 나와야 한다”며 “노동계 역시 이번 타협안이 한계를 갖고 있더라도 보다 중요한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문제 등을 고려해 대안을 찾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아 향후 대책 등에 대해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에 따라 행정해석을 새로 만들고, 사업장에 내릴 지침 등도 만들어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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