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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원들 면책특권 주장 안 통했다...대법 “안경환 아들에 배상”

    의원들 면책특권 주장 안 통했다...대법 “안경환 아들에 배상”

    안경환 아들 성폭력 의혹 제기주광덕 의원 등 10명 배상책임대법, 배상금 3500만원 확정기자회견 면책특권 인정 안 돼문재인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됐다가 중도 사퇴한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의 아들 안모씨를 상대로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들에 대해 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지만 대법원은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는 14일 안씨가 주광덕 의원 등 10명의 한국당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안씨의 성폭력 관련 의혹은 안 교수가 장관 후보자 시절 검증 과정에서 불거졌다. 2017년 6월 당시 주 의원 등은 한국당 서울대 부정입학의혹 사건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 일동 명의로 안씨가 학창 시절 성폭력 의혹이 있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후 국회 정론관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주 의원은 개인 블로그에도 성명서를 올렸다. 안씨 측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반박하는 자료를 내고, 허위사실 적시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주 의원 등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주 의원에게 3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하면서 이중 3000만원은 의혹을 제기한 의원 10명이 공동으로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의원들이 필요한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성명서를 작성했고, 기자회견 방식으로 성명서를 발표해 피해를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들이 적시한 사실이 허위임이 밝혀진 이후에도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의원들이 “헌법 45조에 따라 면책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이날 대법원은 의원들의 행위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지를 살피면서 “이 사건 기자회견 및 성명서 발표는 국회의원 고유의 직무인 국정감사 및 조사와 관련된 것이 아니고, 국회의원의 직무 중 어느 한 가지에 부수해 이뤄진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며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또 “이 사건 기자회견 및 성명서에는 허위 사실이 직간접적으로 적시돼 있어 원고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의 객관적 평가가 저하될 수 있음이 분명하고, 이는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원고에 대해 제기된 의혹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적절하고도 충분한 조사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2014년 아일랜드, 바이러스 감염 없이 공포만 대유행

    2014년 아일랜드, 바이러스 감염 없이 공포만 대유행

    “대체 코로나19는 언제 끝나는 걸까?” 요즘 전 세계인이 기다리는 건 코로나19의 ‘끝’이다. 그런데 전염병의 종식은 두 가지로 정의된다. 하나는 환자와 사망자 수가 곤두박질 치는 의학적 종식이며, 나머지는 감염 공포가 사그라드는 사회적 종식이다. 10일(현지시간) 역사에서 창궐했던 전염병들이 어떻게 종말을 맞았는지를 비교한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학사학자인 제러미 그린 박사는 요즘 우리가 원하는 ‘끝’이 후자인 사회적 종식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공황에서 벗어나 질병과 함께 사는 데 익숙해지는 때를 갈망한다는 얘기다. 하버드대 역사학자 앨런 브랜트 역시 “현재 경제 재개방을 둘러싼 논쟁에서 보듯, 코로나19 종식에 관한 많은 질문의 답은 의료와 공중보건 수치가 아니라 사회정치 과정을 통해 나온다”고 주장했다. 흑사병, 치료 가능하나 여전히 공포천연두는 의학적·사회적 모두 종식독감 매년 수십만 죽어도 공포 없어코로나 의학종식 전 사회종식 올 듯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왕립 외과의대의 수전 머레이 박사는 2014년 지방 병원에서 바이러스 없는 공포의 전염을 목격했다. 당시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발생해 1만 1000명이 숨진 몇 달 뒤였지만, 아일랜드에선 단 한 건의 발병도 없었다. 하지만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머레이는 “흑인은 버스나 기차에서 다른 승객의 곁눈질을 받았다”면서 “기침이라도 한 번 하면 사람들이 황급히 멀어졌다”고 말했다. 더블린 병원 직원들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라는 경고만으로 두려움에 떨었으며, 보호장비 부족을 걱정했다. 급기야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나라 출신 청년이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간호사들은 숨고 의사들은 병원을 그만두겠다고까지 말했다. 머레이는 암의 급속한 진행으로 병원에 실려온 그를 혼자 치료했다. 청년은 에볼라 음성 판정을 받고 한 시간 뒤 사망했다. 머레이 박사는 “만일 우리가 두려움과 무지에 맞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단 한 건의 감염이 없어도 두려움만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끔찍한 해를 가할 수 있다”면서 “특히 공포의 전염은 인종, 특권, 언어와 관련된 복잡한 문제가 엮일 때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전염병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매우 어렵다. ‘흑사병’이라 불리는 선페스트의 경우 지난 2000년간 여러 차례 발생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6세기, 14세기, 19세기 말~20세기 초엔 대유행으로 엄청난 인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특히 1331년 중국에서 시작된 유행은 내전과 맞물려 중국 인구 절반을 죽게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게다가 교역로를 따라 유럽, 북아프리카, 중동으로 이동해 1347~1351년 사이 유럽 인구 3분의 1을 없앴다. 1855년 중국에서 다시 발병한 흑사병은 인도에서 1200만명 이상을 죽게 했다. 감염 매개였던 쥐를 잡아 죽이고 마을 하나를 불태워도 억제하지 못했던 각각의 흑사병이 어떤 이유로 소멸했는지는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제는 페스트를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발병 사례 하나만 나와도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과거 대유행과 달리 질병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감염에 대한 공포는 막지 못하는 셈이다. 의학적 종말을 맞은 전염병 중엔 천연두가 있다. 평생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해주는 효과적인 백신이 있으며, 동물 숙주가 없어 인간의 질병만 제거하면 완전히 사라진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의학적 의미의 종식이 가능했다. 또 매우 특이한 증상이 피부에 나타나 감염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격리와 접촉 추적이 가능하다. 천연두는 3000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쓸었다. 병에 걸리면 발진으로 열이 난 뒤 고름으로 가득한 반점이 생기고 흉터가 남았다. 엄청난 고통을 겪은 뒤 10명 중 3명이 숨졌다. 1633년엔 미국 원주민 사이에 퍼져 동북부 모든 원주민 공동체가 파괴됐다. 하버드대 역사학자 데이비드 S. 존스 박사는 “천연두가 매사추세츠에 영어 정착을 촉진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1977년 소말리아의 병원 요리사 알리 마우 말린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자연적인 감염자가 보고되지 않았다.사회적으로만 종식된 전염병은 독감(인플루엔자)이다. 1918년 발생한 독감은 전 세계 5000만~1억명을 죽게 했다. 하지만 세계를 휩쓴 무서운 기세는 사라졌고 대신 매년 비교적 양성적인 독감의 변종으로 진화해 돌아오고 있다. 물론 당시 맹위에 비해서 양성적이라는 것이지 결코 만만치 않다. 1968년 홍콩에서 일어난 독감은 미국 10만명을 포함해 전세계 100만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독감은 여전히 계절성으로 유행하며 수십만명이 목숨을 잃지만 사람들은 커다란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학자들은 코로나19가 의학적 종식보다 사회적 종식을 먼저 맞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제약에 지친 사람들이 늘어나고, 경제에 대한 악영향도 심화되면 백신이나 치료약이 발견되기 전에 대유행 종식을 선언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 일부 주에선 시기상조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용실, 네일샵, 체육관 등 영업을 허용하며 제한을 해제했다. 예일대 역사학자 나오미 로저스는 “공중보건 공무원들은 의학적 종식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대중은 사회적 종말을 바라본다”면서 “누가 종식을 선언하게 될지도, 어떤 의미에서 ‘아직 끝이 아니라’고 반박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송파 위례신도시 수아주’, 강남과 위례 생활권 동시에 누린다

    ‘송파 위례신도시 수아주’, 강남과 위례 생활권 동시에 누린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더블 생활권’을 누릴 수 있는 단지가 각광 받고 있다. 주거지 선택에 있어 편리한 생활인프라와 주거여건을 가장 중요시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위례신도시는 행정구역이 서울시 송파구, 경기도 하남시와 성남시에 속해 있어 ‘더블생활권’을 누리는 대표 지역이다. 더블 생활권을 누리는 위례신도시 주택시장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위례신도시 송파권역에 들어서는 오피스텔이 눈길을 끌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이 시행하고 은일종합건설이 시공하는 ‘송파 위례신도시 수아주’는 지하 6층~지상 15층 1개동, 전용 18㎡ 총 279실로 조성된다. 5호선 거여역과 도보 거리에 위치한 전실 복층 오피스텔로 송파의 생활특권과 위례의 미래가치를 두 배로 누리는 입지를 갖췄다. ‘송파 위례신도시 수아주’는 다양한 업무지구와 직결되는 쾌속 교통망이 주목된다. 5호선 거여역과 약 8분 거리에 있어 이를 통해 종로3가, 광화문, 여의도 등지의 업무지역으로 환승 없이 이동이 가능하고, 3호선 오금역과 9호선 올림픽공원역 환승을 통해 강남으로 이동도 편리하다. 여기에 서울외곽순환도로 송파 IC, 송파대로, 동부간선도로 등 광역도로망으로의 진입이 수월하고, 위례신도시~거여동 간 직선도로(위례서로)도 임시 개통돼 접근성이 더욱 개선됐다. 향후 위례-신사선(2026년 예정), 위례트램(2024년 예정) 등도 개통되면 신도시 내 교통환경은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이밖에 위례-과천선(위례신도시~경기 과천), 8호선 추가역 개통 등도 논의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생활인프라도 풍부하다. 사업지는 송파구에 위치한 만큼 가든파이브, 문정동 로데오거리, 삼성의료원, 송파체육문화회관 등 송파구의 풍부한 생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위례신도시에 들어선 스타필드시티와 이마트 트레이더스몰, 트랜짓몰 등 각종 쇼핑시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단지와 인접한 곳에 거원초와 거원중이 위치해 있고, 산빛초‧거암초‧거암중‧거여고 등의 다양한 초중고교들이 신설될 예정으로 우수한 교육환경도 기대된다. 단지 바로 옆에는 근린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며, 인근에 조성될 축구장 10배 규모의 장지천 수변공원 및 휴먼링(청량산~장지천~창곡천~탄천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산책로)과도 가까워 주거환경은 더욱 쾌적해질 전망이다. 차별화된 특화설계도 주목된다. ‘송파 위례신도시 수아주’는 전 실에 4.1m 층고의 복층 설계가 적용돼 탁 트인 공간감과 함께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시켜 공간 효율성이 높고 개인 취향에 따라 복층 공간을 침실, 서재, 작업실 등으로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각종 편의시설도 우수하다. 실내는 풀퍼니시드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넉넉한 자주식 주차장과 보일러실 소음이 없는 전 실 지역냉난방 시스템을 도입해 쾌적한 환경을 마련한다. ‘송파 위례신도시 수아주’ 분양홍보관은 서울시 강동구 올림픽로에 운영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日아베 혼자만 쓰는 ‘아베노마스크’…정부 각료들도 “안 쓴다”

    日아베 혼자만 쓰는 ‘아베노마스크’…정부 각료들도 “안 쓴다”

    이른바 ‘아베노마스크’(아베의 마스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보여준 다양한 헛발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달 1일 아베 총리는 “전국 모든 가구에 천으로 된 마스크를 2장씩 공급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는 다양한 논란을 낳으면서 국민적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아베 총리는 위아래가 짧아서 우스꽝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자신의 마스크를 지난 3월 말 이후 일관되게 착용한 채 공식석상에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아베 총리가 임명한 다른 각료들은 어떨까. 마이니치신문은 6일 “아베 총리는 국회 등에서 턱이 나오는 작은 사이즈의 하얀색 천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대 보급을 추진 중인 2장의 ‘아베의 마스크’과 같은 스타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각료들 가운데 이를 따르는 움직임은 미미하다”고 전했다.마이니치는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긴급사태 선언 관련 주무장관인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담당상이 지난 4일 오후 긴급사태 연장을 결정할 당시 아베 총리와 비슷한 마스크를 착용한 정도가 고작이고, 다른 장관은 쓰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베 정권 각료들 중 상당수는 시중에서 팔지 않는 맞춤형 수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를테면 고노 다로 방위상은 지난 1일 자위대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얼룩무늬 마스크를 쓰고 기자회견을 했다. 니시무라 경제재생담당상은 파란 색깔의 민무늬 마스크를 자주 착용한다. 모두 시중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각료들의 수제 마스크 착용은 시중에 마스크 품귀 현상이 지속되는 것을 의식, 특권적으로 마스크를 손에 넣고 있다는 의혹을 불식시키려는 목적이 있어 보인다고 마이니치는 분석했다. 전직 각료 출신의 집권 자민당 의원은 “각료들 사이에 수제 마스크가 유행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인기 없는 아베의 마스크 착용을 회피함으로써 이를 썼을 때 예상되는 유권자의 반발을 막으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데스크 시각] 비대위의 추억/이재연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비대위의 추억/이재연 정치부 차장

    제21대 총선이 끝나니 참패한 야당에서 또 비상대책위원회 바람이 불고 있다. 비대위의 성공 요건을 꼽자면 세 가지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비대위원장의 리더십과 변화의 내용, 구성원의 전폭적인 지지이다. 현 야당의 성공한 비대위를 돌아보자면 단연 2011년 집권 여당 시절 한나라당 비대위다.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패배, 디도스 사건 등으로 홍준표 대표 체제가 무너진 한나라당은 최고위원마저 모두 사퇴하고 몰락 직전이었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였던 박근혜 의원이 우여곡절 끝에 비대위원장직에 앉았고, 주요 역할은 비대위 좌장 격이었던 김종인 위원에게 맡겨졌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지 않는다’는 비아냥이 넘쳤지만, 결론적으로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는 ‘수박’을 만들어 냈다. 뼈를 깎는 보수 쇄신, 재창당 수준의 개혁을 약속했고 보수 정당으로는 파격적인 개혁 공약들을 내놨다. 화두는 경제민주화, 특권폐지였다. 부자증세까지 가진 않았지만 집단소송제 도입,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강화 등의 법안을 냈고 의원 불체포특권 폐기를 약속했다. 지금은 20대 청년 정치인이 낯설지 않지만, 2030세대와 소통하겠다며 발탁한 20대 비대위원도 파격이었다. 정두언·김성식·정태근 등 소장파 의원들이 외곽에서 저격수 역할을 하며 끊임없이 외기를 불어넣어 준 것도 주효했다. 당을 장악한 비대위원장, 개혁 콘텐츠, 의원들의 호응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져 2012년 19대 총선에서 이름을 바꾼 여당 새누리당은 과반인 152석을 얻고, 그해 대선에서 대통령을 배출했으니 ‘성공한 비대위’로 추억할 만하다. 밑바탕에는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실함이 있었다. 새누리당 후신인 미래통합당이 비대위원장을 놓고 집안 싸움 중이다. 여야 정당을 가리지 않고 고비 때마다 전문 경영인처럼 영입됐던 김종인 옛 비대위원이 논란의 중심이다. 앞서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도 맡았던 패장에게 다시 비대위원장을 맡길 정도로, ‘보수당 안팎에 쇄신의 단도를 휘두를 인물이 그리 없는지’ 우선 의구심이 든다. 재창당 수준의 개혁을 해야 할진대 진두지휘할 이가 그뿐이라 치자. 제왕적 비대위원장 1인 중심의 체제로는 안 된다. 경험해 보지 못한 참패를 겪었으니 비대위 역시 경험해 보지 못한 형식과 내용으로 끌고나가야 한다. 중진들 역시 선거 패배는 공동책임이니, 당 탈바꿈에 도움 될 고언이 아니라면 이 국면에 목소리를 낮춤이 옳다. 차라리 비대위원장과 당내 절반에 이르는 40명 초선 대표가 공동으로 꾸리는 ‘집단지성 비대위’는 어떨까. 비대위원장이 아무리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라 해도 20대의 젊은 감성, 3040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을 정치적으로 체화하기엔 한계가 있다. 당에 지분을 주장할 분들은 낙천·낙선했거나 당을 박차고 나가 무소속 신분이니, 무주공산 격인 상황이 역설적으로 호재일 수 있다. 개혁을 담을 시대정신 역시 고민해야 한다. 2012년 대선이 ‘경제민주화와 국민행복’, 2017년 대선이 ‘공정’이었다면, 앞으로 미래 화두를 무엇으로 채울지 궁금하다. 코로나19 위기로 가라앉긴 했지만, 우리 사회의 ‘공정’ 화두는 아직 미완의 진행형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파동은 현 정부 도덕성에 큰 흠집을 냈지만 계층의 사다리, 교육·부의 구조적 불평등, 교묘한 기득권 공고화를 어떻게 해결할지 정부·여당은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어물쩍 넘어갔다. 보수의 가치도 재정립해 주면 좋겠다. 앉아서 비난만 하는 야당이 아니라, 대안을 내놓고 겨루는 야당을 21대 국회에서 보고 싶다. 비대위의 시간은 길지 않다. oscal@seoul.co.kr
  • 시대의 욕망 그린 무대 새달 2일 ‘서울연극제’

    해마다 작품성을 갖춘 연극을 엄선해 소개해 온 41회 서울연극제가 다음달 2일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개막한다. 개막 첫날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극단 실한의 작품 ‘혼마라비해?’는 남한과 북한, 일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재일 조선인 ‘자이니치’의 애환을 담았다. 2013년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하자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극의 배경이다. 같은 날 한양레퍼토리 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전쟁터의 소풍’은 스페인 극작가 페르난도 아라발의 부조리극이다. 포화가 빗발치는 전쟁 속에서 면회 온 부모와 병사의 소풍을 통해 권력 집단의 극단적 욕망인 전쟁의 허무함을 그렸다. ‘연극계의 시인’으로 불린 고 윤영선 작가의 미발표 희곡도 관객과 만난다. 극단 아어는 윤 작가의 ‘죽음의 집’을 2일부터 13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삶과 죽음의 근원적인 차이를 묻는 작품이다. 현대소설의 고전 ‘광장’을 쓴 최인훈 작가의 희곡도 이번 서울연극제를 장식한다. 극단 공연제작센터는 효의 상징인 ‘심청’을 암울한 사회 속 몸을 파는 여성으로 그린 ‘달아 달아 밝은 달아’를 5~1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수십년 혼란의 세월을 산 최인훈의 고뇌가 효에 대한 보상은 사라지고 자비와 구원이 없는 폭력과 착취만 남은 사회에 투영된다. 이 밖에 1986년 중국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특권층과 빈민의 삶을 그린 ‘만약 내가 진짜라면’(19~29일·한양레퍼토리 씨어터), 땅을 소재로 청년 빈곤 등 사회문제를 바라본 ‘피스 오브 랜드’(9~29일·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타인의 삶을 갈망해 각자 위치를 바꾸는 ‘환희 물집 화상’(20~30일 대학로 소극장), 학교폭력과 성소수자 등을 조명한 ‘넒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23~30일·대학로 소극장) 등 다양한 작품이 소개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시대의 욕망 그린 무대…새달 2일 ‘서울연극제’

    시대의 욕망 그린 무대…새달 2일 ‘서울연극제’

    해마다 작품성을 갖춘 연극을 엄선해 소개해 온 41회 서울연극제가 다음달 2일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개막한다. 개막 첫날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극단 실한의 작품 ‘혼마라비해?’는 남한과 북한, 일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재일 조선인 ‘자이니치’의 애환을 담았다. 2013년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하자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극의 배경이다. 같은 날 한양레퍼토리 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전쟁터의 소풍’은 스페인 극작가 페르난도 아라발의 부조리극이다. 포화가 빗발치는 전쟁 속에서 면회 온 부모와 병사의 소풍을 통해 권력 집단의 극단적 욕망인 전쟁의 허무함을 그렸다. ‘연극계의 시인’으로 불린 고 윤영선 작가의 미발표 희곡도 관객과 만난다. 극단 아어는 윤 작가의 ‘죽음의 집’을 2일부터 13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삶과 죽음의 근원적인 차이를 묻는 작품이다. 현대소설의 고전 ‘광장’을 쓴 최인훈 작가의 희곡도 이번 서울연극제를 장식한다. 극단 공연제작센터는 효의 상징인 ‘심청’을 암울한 사회 속 몸을 파는 여성으로 그린 ‘달아 달아 밝은 달아’를 5~1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수십년 혼란의 세월을 산 최인훈의 고뇌가 효에 대한 보상은 사라지고 자비와 구원이 없는 폭력과 착취만 남은 사회에 투영된다. 이 밖에 1986년 중국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특권층과 빈민의 삶을 그린 ‘만약 내가 진짜라면’(19~29일·한양레퍼토리 씨어터), 땅을 소재로 청년 빈곤 등 사회문제를 바라본 ‘피스 오브 랜드’(9~29일·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타인의 삶을 갈망해 각자 위치를 바꾸는 ‘환희 물집 화상’(20~30일 대학로 소극장), 학교폭력과 성소수자 등을 조명한 ‘넒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23~30일·대학로 소극장) 등 다양한 작품이 소개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유세미의 인생수업] 누가 뭐래도 어여쁘다

    [유세미의 인생수업] 누가 뭐래도 어여쁘다

    “행복을 어떻게 돈으로 사니? (요즘도 이런 젊은이가 있는 거야?) 친구야, 그건 안 될 일이야. (게다가 확신까지?) 절대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어.(뉘집 아들이냐!) 왜냐구? 우린 돈이 없으니까!”(…!) 사무실 책상에서 라테 한 잔으로 점심을 대신하던 강희씨는 웃다가 모니터에 커피를 뿜을 뻔했다. 인터넷 동영상 속 젊은이들의 대화. 행복을 돈으로 사기 위해서는 명품 H브랜드를 살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냐는 남자친구의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가난한 여자친구. 그들은 결국 불가능한 ‘행복’ 말고 1000원짜리 잡화점에 소소한 ‘기쁨’을 사러 손잡고 길을 나선다. 그래, 돈이 없어도 소소한 기쁨을 특권처럼 누리는 것이 청춘이렷다. 강희씨도 그랬다. 쉽지 않은 청춘보내기 대회라도 열리면 누구에게라도 빠지지 않을 만큼 그녀의 청춘 또한 힘겨웠다. 혈혈단신 서울에서 오기 하나로 버틴 대학 시절,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에 단답형으로 끝나는 일이 없을 만큼 그녀의 고향은 굽이굽이 산을 넘어야 하는 낯선 이름의 깡촌이었다. 언감생심 삼시세끼를 찾아 먹을 생각은 할 수도 없고, 분식집에 납품하는 친구 아버지에게 대용량 소면을 얻어 한 달을 버틴 때도 있었다. 배고프면 무조건 소면을 삶아 간장에 비벼 김치도 없이 꾸역꾸역 먹었다. 어쩌다 삶은 달걀이나 주먹밥이라도 곁들일 때면 말 그대로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날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강희씨는 국수를 먹지 않는다. 보릿고개를 겪은 세대도 아닌데 국수만 보면 고개를 절로 흔들게 된다. 친구들이 소개팅이다 배낭여행이다 청춘을 불사를 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직 궁핍하게 끼니를 때우며 책 속으로 숨는 것뿐이었다. 세상을 향한 분노와 외로움, 고단함으로 숨쉬기도 힘들었던 청춘의 날들.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내고 만리장성 같은 취업 장벽을 뛰어넘으니 그때서야 가난한 청춘은 저만큼 떠나가고 있었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들 한다. 학자금 대출을 껴안고 사회에 데뷔하기도 전부터 채무자가 되는 건 기본. 취업도 안 되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없으니 세상에 발 디디고 설 자리조차 없는 기분이랄밖에. 빈주머니에 희망이라도 꼭 쥐고 있어야 버틸 텐데 그마저도 손안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강희씨처럼 청춘은 지나가 봐야 안다. 지금의 암담함은 과정일 뿐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으니까. 어린 청춘들이 동영상 속에서 나눈 대화는 ‘행복’뿐이 아니었다. ‘나는 덩치도 크고, 말도 여성스럽게 하지 못해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여자친구의 풀 죽은 고백에 이 귀여운 ‘옵빠’는 ‘절대 꿀린다고 생각하지 마’라고 근엄하게 타이른다. 너의 말투나 덩치가 다 마음에 든다는 넉살 좋은 멘트에 강희는 절로 웃음이 터졌다. 이 커플의 하이라이트는 ‘그래도 얼굴 큰 건 어떻게 하냐’는 여자친구의 고민에 대한 해답이다. 곤란해진 남자친구는 곧 침착함을 되찾고 더할 수 없이 근사한 대답을 던진다. “어쩔 수 없는 걸로 스트레스 받지 마.” 그런 말해 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으면 오죽 좋으랴. 당장 길이 열리지 않아 사회를 탓하고, 천재지변을 원망해 봐야 나만 손해다. 지금 사방이 꽉 막혀 있다 해도 결국 이기는 것은 문을 만들든 뛰어넘든 간에 방법을 찾는 사람의 몫이다. 찬란한 오월을 눈앞에 두고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기쁨을 발견하고, 절대 꿀리지도 않고,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를 밀어내는 것…, 청춘들의 특권이다. 아무려나. 그들은 누가 뭐래도 어여쁘다.
  • ‘한미정상 통화 유출’ 강효상 면책 주장···“외교상 기밀 아냐”

    ‘한미정상 통화 유출’ 강효상 면책 주장···“외교상 기밀 아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관련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효상(59) 미래통합당 의원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통화 내용을 기밀로 보기 어렵고 기밀을 누설하려는 의도도 없었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24일 외교상 기밀 누설 혐의로 기소된 강 의원과 전직 외교관 감모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강 의원은 지난해 5월 9일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고등학교 후배 감씨로부터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수집한 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방일 직후 방한을 요청했다”고 발표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강 의원 측 변호인은 “국회의원으로서 오로지 대한민국 외교상황을 우려해 행동한 것이고 국익 훼손 의도는 없었다”면서 “면책 특권에 의해 공소기각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45조에서 규정한 면책 특권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변호인은 “트럼프 대통령 방한 여부는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었고 강 의원은 감씨에게 가볍게 방한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를 한 것”이라며 강 의원에게 기밀을 수집해 누설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통화 내용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긴장감이 높아가는 한반도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빨리 알릴 필요가 있었다”면서 “긴급성이 인정되는 정당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씨 측 변호인은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지만 누설에 해당하기 어려워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공무원이 국회의원에게 외교 업무에 관해 설명하며 있던 일이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혔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전북도의회 윤리위 제식구 감싸기 파문

    전북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가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성환 전북도의회 의장에게 다시 의사봉을 잡도록 결정해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도의회 윤리특별위가 송 의장을 상대로 본회의 의사 진행을 하지 않도록 한 권고를 스스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전북도의회 윤리특위는 송 의장의 1심 재판이 1년 이상 길어지면서 도의회 위상과 신뢰도가 저하됐고 충분한 숙려 기간을 가졌다며 ‘본회의 의사 진행을 하지 않도록 한 권고사항’을 철회했다고 23일 밝혔다. “의장 임기가 끝나기 전 명예회복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윤리특위 의원 9명은 모두 철회에 찬성했다. 도의회는 당초 지난해 5월 송 의장이 기소됐다는 자체로 도의회 명예를 실추했고 징계가 타당하다는 의견으로, 1심 선고 때까지 징계처분 보류와 본회의 의사 진행을 하지 않도록 권고했었다. 하지만 도의회 윤리특위는 재판이 길어진다는 이유만으로 1년 만에 스스로 결정을 뒤집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결정이 차기 의장단 구성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낳고 있다. 송 의장은 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이던 2016년 9월 동유럽 해외연수를 주관한 여행사 대표로부터 2차례에 걸쳐 현금과 유로 등 775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송 의장이 직무와 관련해 현금 650만원과 1000 유로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송 의장은 기소된 후에도 의사봉을 놓은 것을 제외하고는 의장으로서의 혜택을 누려왔다. 이에 대해 문승우 전북도의회 윤리특위 위원장은 “송 의장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다”며 “1심 재판이 나오면 징계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창엽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윤리특위는 지난해에도 제 식구 감싸기를 통해 송 의장을 보호했다”며 “의장은 특권을 계속 누려왔는데도 갑자기 의장의 명예회복을 위해 권고를 철회한 것은 도민 전체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유정훈의 간 맞추기] 혹시, 너 거기 간 거냐?

    [유정훈의 간 맞추기] 혹시, 너 거기 간 거냐?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특권은 남자로 태어난 것이 아닐까. 어느 사회에서 특정집단의 26만명이 동종범죄에 연루됐다면 그 집단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남성이 ‘n번방’이라는 범죄 카르텔에 연루됐다는 합리적 혐의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n번방 사건에 관한 여성 필자의 글을 보면 ‘잠재적 범죄자인 남자를 다 잡아 가두자’는 얘기는 없고, 강간문화를 뿌리뽑기 위해 남성의 동참을 촉구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특권을 누려온 계층은 그런 관대한 호소에 응답해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 이 사건의 법집행은 여성이 주도하는 것이 옳다. 사건의 특성상 남성은 피해자를 이해하고 충분히 옹호하기 어렵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흑인 에릭 홀더, 로레타 린치를 법무장관으로 기용하는 등 법집행기관에 소수인종을 적극적으로 발탁했고, 인종차별이나 혐오범죄 관련 사건에서 다른 정권보다 많은 성과를 냈다. 소수자 입장에서 성공적으로 법집행을 한 경험은 개별 사건에 그치지 않고 소중한 자산이자 선례가 돼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법원은 성범죄에 관대한 양형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순히 나쁜 놈에게 형을 높게 때리라는 요구가 아니다. 성범죄 양형 이유를 보면 오류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고령이라, 다른 경우에는 어리다고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결론에 직결되는 사항만 쓰는 판결서 작성방식 때문이 아니라, 형법에 규정된 ‘연령’이라는 양형 인자와 집행유예라는 결론 사이에 논리적 연결고리가 실제 빠져 있는 것이다. 비서, 가사도우미 등 지시에 순종해야 하는 관계를 악용한 성폭력 사건에서 집행유예가 나왔다. 죄질이 좋지 않음에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양형 이유 자체에 합리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고, 만일 성범죄에 관한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에 기인했다면 더 큰 문제다. 판사는 판결로 말해야 하는데, 그런 판결은 실제로는 판결문에 쓰여 있지 않은 다른 무언가를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률가는 사실관계가 바뀌면 법률 판단을 고쳐야 한다. 형법은 양형 참작 사유로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를 규정하는데, 성범죄의 동기, 수단, 결과에 대해 예전처럼 순진한 인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성범죄는 남성호르몬이 아니라 상대방을 도구화하는 지배욕에 기인하며, n번방처럼 수단이 극히 악랄한 경우도 많고,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고 지속적이다. 성범죄에 대한 양형을 재검토하는 것은 여론에 떠밀리는 것도 아니고 재판의 독립과도 관련이 없다. 발전된 연구결과와 인식을 기초로 범죄에 상응하는 적정한 재판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법적 판단과 별개로, 나는 n번방 신상공개에 그렇게 반대하는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 부재를 입증하는 것은 존재를 증명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전원 신상공개는 떳떳한 본인이 거기 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유일한 방법이다. 혹시, 너 거기 간 거냐?
  • “중국은 코로나19 책임져라”…美 시민들, 6조달러 규모 집단소송

    “중국은 코로나19 책임져라”…美 시민들, 6조달러 규모 집단소송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책임을 묻는 집단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스위크는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시작된 손해배상청구 소송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3일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주민 4명을 대표해 마이애미연방법원에 소송장을 접수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은폐해 피해가 커졌다며 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중국 위생부와 민정부, 후베이 성정부와 우한 시정부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은 5000여 명이 참가한 집단 소송으로 발전했고, 배상요구액도 6조 달러(약 7329조 6000억 원) 규모로 불어났다. 소송을 담당한 ‘버만 로 그룹’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동생이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로펌으로,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매튜 무어 변호사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미국 시민과 기업에 미친 영향은 전례가 없을 정도이며, 우리는 중국이 침묵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소송 이유를 밝혔다. 해당 로펌 수석전략가 제레이 얼터스 역시 “중국 정부는 그들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진실을 폭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승소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전 국무부 직원 출신으로 캘리포니아대학에서 국제법을 가르치고 있는 시멘 케이트러 교수는 “외국 정부는 외국주권 면책특권법(Foreign Sovereign Immunities Act·FSIA)‘에 따라 법적조치에서 보호를 받는다. 예외조항이 적용되는 사례는 극히 일부”라면서 “중국 정부를 미국 법정에 세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비관적 견해를 드러냈다. 외국 정부와 미국시민 간의 청구권 갈등을 다루는 외국주권면책특권법(FSIA)은 주권 면책 원칙에 따라 외국 정부를 미국 법원에 기소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예외 미국 시민권자가 죽음이나 고문, 구금 등에 처했을 때는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국가를 기소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인정하고 있다. 버만 로 그룹 측은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예외조항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로펌은 “중국 정부는 드러난 위험에 대해 경고하지 않았다. 인류를 상대로 비열한 행동을 저질렀다”고 꼬집으며, 중국 정부는 면책특권 뒤에 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가 사실상 생물학적 테러 무기와도 같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승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올리비에 바빌론(38)은 이달 초 코로나19로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소득도 반 토막이 났다면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경제적 손실에 그쳤지만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라고 지적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뒤 다른 가족 9명과 함께 바이러스에 감염된 로레인 카기아노 뉴욕 행정관 역시 “나는 돈을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가 맞서고 있다는 것은 상징적인 행동”이라면서 “아버지와 이모를 모두 코로나19로 잃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20일 현재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16만5154명이며, 240만2076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박형준 “태구민, 자기 노력으로 18억 재산 만든 것”

    박형준 “태구민, 자기 노력으로 18억 재산 만든 것”

    미래통합당이 서울 강남갑에 전략 공천한 태구민(태영호) 후보의 재산 형성 배경에 대해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은 14일 “자기 노력을 통해서 얼마든지 재산을 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하나의 증좌”라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 유럽국 부국장을 지낸 태구민 후보는 탈북 외교관 중 최고위급 인사다. 주영 북한 대사관 2인자였던 그는 지난 2015년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이 에릭 클랩턴 공연을 보러 영국에 왔을 때 안내를 맡았다. 2016년 7월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한국에 입국했다. 태구민 후보는 탈북한지 만 4년도 되지 않아 강남 갑에 등록한 4·15총선 후보 4명 중 최고 재산을 보유했다. 부동산 8억9000만원, 금융자산 9억7500만원으로 총 18억6500만원을 신고했고, 1992년생, 1997년생인 두 아들 역시 각각 1억4000여만원의 금융자산을 신고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는 “북한 특권층이 국민 검증 없이 공천받았다”면서 “태 후보가 신고한 강남지역의 주소는 재산신고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은 데다 부모가 증여한 것으로 보이는 두 아들의 자산 역시 출처가 해명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박형준 선대위원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그 사안에 대해서는 정확히 들은 바는 없지만”이라고 운을 뗀 뒤 “태구민 후보가 강연도 많이 했고 책도 써서 베스트셀러를 만들었고 여러 가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서 재산을 모은 것이지 자유시민으로서 그게 북한과 대한민국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박 위원장은 “자기 노력을 통해서 얼마든지 재산을 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하나의 증좌라고 생각을 하고, 재산으로 비판을 하는 것 자체가 네거티브”라는 입장을 밝혔다. ‘세월호 막말’로 탈당권유 징계를 받은 차명진 경기 부천병 미래통합당 후보가 “현수막 OOO”이라고 또 한번 물의를 일으켜 제명된 것과 관련해서는 “제명된 뒤에 바깥에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차 후보는 제명 결정에 불복하고 재심을 신청했다. 박형준 위원장은 “일자리 만들기도 어렵고 경제 위기 극복하기도 어렵고, 시장과 민간의 경제 활력을 살리기도 대단히 어렵다”면서 미래통합당에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태구민 탈북 4년만에 재산 18억…강남갑의 선택은

    태구민 탈북 4년만에 재산 18억…강남갑의 선택은

    아들 게임 아이디 ‘북한최고’ 논란엔 “반어법”북한 정부, 자금 횡령·미성년 강간 혐의 고발 미래통합당에서 ‘보수의 성지’ 서울 강남갑에 전략 공천한 태구민(태영호) 후보의 자격을 두고 국민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태구민 후보는 부동산 8억9000만원, 금융자산 9억7500만원으로 총 18억6500만원을 재산 목록으로 신고했다. 1992년생, 1997년생인 두 아들 역시 각 1억4000여만원은 금융자산이 신고됐다. 대학생이거나 갓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두 아들의 자산을 합치면 2억 8000만원, 3억원 가까이 되는 셈이다. 태구민 후보는 탈북한지 만 4년도 되지 않아 강남 갑에 등록한 4·15총선 후보 4명 중 최고 재산을 보유했다. 2위는 18억5448만원을 신고한 민생당 정동희 후보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성곤 후보는 6억8996만원, 국가혁명배당금당 김정훈 후보가 1억7704만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이와 관련 김성곤 후보는 “북한 특권층이 국민 검증 없이 공천받았다”면서 “태 후보가 신고한 강남지역의 주소는 재산신고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은 데다 부모가 증여한 것으로 보이는 두 아들의 자산 역시 출처가 해명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외무성 유럽국 부국장을 지낸 태구민 후보는 탈북 외교관 중 최고위급 인사다. 주영 북한 대사관 2인자였던 그는 지난 2015년 5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이 에릭 클랩턴 공연을 보러 영국에 왔을 때 안내를 맡았다. 2016년 7월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한국에 입국했다.태구민 후보는 차남 태금혁이 온라인 게임 ‘카운터스트라이크’를 즐긴 게임광으로 소개된 기사에서 ‘북한은 최고의 한국’(North Korea is Best Korea)이라는 게임 아이디를 사용한 것과 관련 “어이없는 네거티브”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태구민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NKBK는 북한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서구에서 북한을 비웃으며 쓰는 일종의 반어법이다”며 “당시 북한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그토록 갈망했던 아들이 대담하게 사용하던 게임아이디”라고 해명했다. 북한은 태구민 후보가 범법을 저질러 법적처벌을 가하려는 중에 탈주했다고 밝혔고 태 후보는 모든게 북한의 공작이라고 말하는 상황이다. 북한은 논평을 통해 태 후보가 외교관 재직 당시 평양에서 보낸 자금을 횡령하고 아동 강간을 저질렀다며 “인간으로 분류할 수 없는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이는 영국 매체에도 인용 보도됐다. 이에 대해 태구민 후보는 “답변할 만한 가치가 없다”면서 “북한 김정은과 태영호 저, 태구민의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출마 역시 지난해 남한으로 월경했다가 북한으로 송환된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정부의 처리를 보며 결심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과 대립각을 내세운 태 후보가 남북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서울광장] 그들의 독선이 더 두려워지는 총선 이후/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그들의 독선이 더 두려워지는 총선 이후/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넘었다. 이변이 없는 한 총선까지 꺾일 일은 없어 보인다. 총선 결과보다 유권자들이 지금 더 궁금한 것이 대통령 지지율 이면의 진실이다. 청와대 짜파구리 파안대소, 코로나19의 초기 방역 실패, 아직도 계속되는 마스크 대란. 이런저런 논란에 절망과 불만의 민심이 들끓은 게 겨우 한 달쯤 전이다. 그때 문 대통령의 얼굴색은 입고 있는 노란색 재난점퍼만큼 창백했다. 한 달 사이 골목 영세 자영업체들의 개점휴업이 속출했고, 일용직 근로자들은 생계 자체가 위협받고, 청와대는 비상경제회의를 네 번이나 열었다.  그런데도 고공행진인 대통령 지지율은 어떻게 설명돼야 하나. 반사이익이라고밖에는 답을 찾지 못한다. 현대사에서 콧대가 꺾인 적 없던 구미의 대도시들마저 아비규환이다. 문 대통령은 졸지에 방역 모범국의 정치지도자 셀럽이 됐다. 비결 좀 알려 달라는 선진국 지도자들의 러브콜이 쏟아진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에 눈과 입이 가려진 우리는 무중력의 무의식에 빠져 있다. 눈앞의 일상을 챙기는 것 말고는 모든 고민이 사치다. 코로나19가 덮치기 전에 어떤 비상한 문제가 국론과 사회에 파열음을 냈었는지 다 잊어버렸다. 문 대통령은 역대급으로 무능한 야당 복만 타고난 게 아니었다.  대통령의 영광, 덩달아 자신감을 얻은 여당이 거침없는 하이킥을 하고 있다. 여당이 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입을 연 이후 유권자들은 너도나도 한 표를 쥐고 주판알 흥정에 동원됐다. 소득 하위 70%의 정체는 뭔지,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을 주겠다는데 3인 가족이라면 얼마를 받는지, 그 많은 돈이 어느 구멍에서 나올는지, 표만 삼키고 먹튀하지나 않을지. 온갖 구차한 계산으로 온 국민을 사팔뜨기로 곁눈질하게 내몬다. 이런 돈 풀기 말잔치가 먹히고 있다는 사실은 더 구차스럽다. 한시가 급한 자영업자들의 표심은 들썩거린다. 그런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왔다. 예산 집행력이 현실적으로 우세한 여당이 득을 보는 건 말할 나위 없다. 유권자들은 도박 판돈에 개평 얻는 신세다.  죽고 사는 고비는 넘기고 보자는 선량한 민심이 여당에 크게 기댈 수 있다. 여당이 거침없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을 때 우리가 마주쳐야 할 난공불락의 벽이 그래서 불안하다. 정의, 소통, 상식, 양심. 다원주의 정치의 덕목과는 딴판의 궤를 달린 ‘불통 친문’의 벽이다.  “내가 원래는 진보(지지자)였는데…”로 입을 여는 중도 유권자들은 지금 절망감이 임계치다. 부도덕과 비상식이 ‘문파’ 혹은 ‘문빠’의 보호막에만 들어가면 난공불락에 달걀로 바위 치기가 되는 탓이다. 전염병 난리를 겪는 대구에 “손절해도 되는 곳”이라 막말을 해도 누구 한 사람 말리지 않는다. 조국 사태 와중에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낸 금태섭은 조리돌림 끝에 경선이라는 합법 장치로 기어이 떨어내 버렸다.  묻지마 열성 친문의 괴력으로는 안 되는 일이 없다. 결코 일어나지 못할 일을 아주 멀쩡한 모양새로 일어나게도 한다. 상식의 눈에는 특권과 반칙 의혹으로 일그러진 얼굴들이 여당의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고는 “집권당의 효자”라고 목청 높인다. 얼마나 당당한지 그들을 낯설게 보는 사람들이 되레 이상해진다.  대통령의 팬덤은 자기반성이 절실한 이들이 현실감을 완벽하게 잃어버리게도 한다. n번방의 가해자를 조국 선례 때문에 포토라인에 못 세운다는 논란에 당사자인 조 전 법무장관은 직접 나서 교통정리를 했다. 시비 제공자이면서 “(그 범인은)가능하다”고 마치 남의 일처럼 페북글을 올렸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2번인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공수처가 뜨면 윤석열 총장 가족이 수사 대상 1호”라고 공개 발언했다. 그는 조국 아들의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한 혐의로 기소된 처지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재난기본소득을 맨 먼저 제안했다. 그러더니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자고 또 앞장섰다. 그가 온 국민 앞에 깃발 들고 나설 형편은 아니다.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실형을 받다 보석으로 풀려나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처지다.  모두가 불과 한 달 안에 벌어진 일들이다. 대통령의 묻지마 팬덤이 받쳐 주지 않는다면 불가능했을 사건들이다.  세계 석학들은 코로나 이후 전대미문의 속도로 재편될 세계질서에 대비하라고 날마다 경고한다. 그런데 우리는 ‘문빠’라는 이름의 완력 앞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코로나 이후는 고사하고 겨우 총선 이후 완전체로 더 완강해질 ‘문파 독주’에 겁을 먹고 있다. 이게 대체 될 말인가. sjh@seoul.co.kr
  • [서울광장] 그들의 독선이 더 두려워지는 총선 이후/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그들의 독선이 더 두려워지는 총선 이후/황수정 편집국 부국장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넘었다. 이변이 없는 한 총선까지 꺾일 일은 없어 보인다. 총선 결과보다 유권자들이 지금 더 궁금한 것이 대통령 지지율 이면의 진실이다. 청와대 짜파구리 파안대소, 코로나19의 초기 방역 실패, 아직도 계속되는 마스크 대란. 이런저런 논란에 절망과 불만의 민심이 들끓은 게 겨우 한 달쯤 전이다. 그때 문 대통령의 얼굴색은 입고 있는 노란색 재난점퍼만큼 창백했다. 한 달 사이 골목 영세 자영업체들의 개점휴업이 속출했고, 일용직 근로자들은 생계 자체가 위협받고, 청와대는 비상경제회의를 네 번이나 열었다. 그런데도 고공행진인 대통령 지지율은 어떻게 설명돼야 하나. 반사이익이라고밖에는 답을 찾지 못한다. 현대사에서 콧대가 꺾인 적 없던 구미의 대도시들마저 아비규환이다. 문 대통령은 졸지에 방역 모범국의 정치지도자 셀럽이 됐다. 비결 좀 알려 달라는 선진국 지도자들의 러브콜이 쏟아진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에 눈과 입이 가려진 우리는 무중력의 무의식에 빠져 있다. 눈앞의 일상을 챙기는 것 말고는 모든 고민이 사치다. 코로나19가 덮치기 전에 어떤 비상한 문제가 국론과 사회에 파열음을 냈었는지 다 잊어버렸다. 문 대통령은 역대급으로 무능한 야당 복만 타고난 게 아니었다. 대통령의 영광, 덩달아 자신감을 얻은 여당이 거침없는 하이킥을 하고 있다. 여당이 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입을 연 이후 유권자들은 너도나도 한 표를 쥐고 주판알 흥정에 동원됐다. 소득 하위 70%의 정체는 뭔지,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을 주겠다는데 3인 가족이라면 얼마를 받는지, 그 많은 돈이 어느 구멍에서 나올는지, 표만 삼키고 먹튀하지나 않을지. 온갖 구차한 계산으로 온 국민을 사팔뜨기로 곁눈질하게 내몬다. 이런 돈 풀기 말잔치가 먹히고 있다는 사실은 더 구차스럽다. 한시가 급한 자영업자들의 표심은 들썩거린다. 그런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왔다. 예산 집행력이 현실적으로 우세한 여당이 득을 보는 건 말할 나위 없다. 유권자들은 도박 판돈에 개평 얻는 신세다. 죽고 사는 고비는 넘기고 보자는 선량한 민심이 여당에 크게 기댈 수 있다. 여당이 거침없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을 때 우리가 마주쳐야 할 난공불락의 벽이 그래서 불안하다. 정의, 소통, 상식, 양심. 다원주의 정치의 덕목과는 딴판의 궤를 달린 ‘불통 친문’의 벽이다. “내가 원래는 진보(지지자)였는데…”로 입을 여는 중도 유권자들은 지금 절망감이 임계치다. 부도덕과 비상식이 ‘문파’ 혹은 ‘문빠’의 보호막에만 들어가면 난공불락에 달걀로 바위 치기가 되는 탓이다. 전염병 난리를 겪는 대구에 “손절해도 되는 곳”이라 막말을 해도 누구 한 사람 말리지 않는다. 조국 사태 와중에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낸 금태섭은 조리돌림 끝에 경선이라는 합법 장치로 기어이 떨어내 버렸다. 묻지마 열성 친문의 괴력으로는 안 되는 일이 없다. 결코 일어나지 못할 일을 아주 멀쩡한 모양새로 일어나게도 한다. 상식의 눈에는 특권과 반칙 의혹으로 일그러진 얼굴들이 여당의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고는 “집권당의 효자”라고 목청 높인다. 얼마나 당당한지 그들을 낯설게 보는 사람들이 되레 이상해진다. 대통령의 팬덤은 자기반성이 절실한 이들이 현실감을 완벽하게 잃어버리게도 한다. n번방의 가해자를 조국 선례 때문에 포토라인에 못 세운다는 논란에 당사자인 조 전 법무장관은 직접 나서 교통정리를 했다. 시비 제공자이면서 “(그 범인은)가능하다”고 남의 일처럼 페북글을 올렸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2번인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공수처가 뜨면 윤석열 총장 가족이 수사 대상 1호”라고 공개 발언한다. 그는 조국 아들의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한 혐의로 기소된 처지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재난기본소득을 맨 먼저 제안했다. 그러더니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자고 또 앞장섰다. 그가 온 국민 앞에 깃발 들고 나설 형편은 아니다. 댓글조작 공모 혐의로 실형을 받다 보석으로 풀려나 항소심 재판을 받는 처지다. 모두가 불과 한 달 안에 벌어진 일들이다. 대통령의 묻지마 팬덤이 받쳐 주지 않는다면 불가능했을 사건들이다. 세계 석학들은 코로나 이후 전대미문의 속도로 재편될 세계질서에 대비하라고 날마다 경고한다. 그런데 우리는 ‘문빠’라는 이름의 완력 앞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코로나 이후는 고사하고 겨우 총선 이후 완전체로 더 완강해질 ‘문파 독주’에 겁을 먹고 있다. 이게 대체 될 말인가. sjh@seoul.co.kr
  • 국민의당, 음원차트 조작 폭로 “ID 수만개로 볼빨간사춘기·송하예 등 작업”

    국민의당, 음원차트 조작 폭로 “ID 수만개로 볼빨간사춘기·송하예 등 작업”

    김근태 “불법취득 개인정보로 ID 수천~수만개 생성”“조작행위 감추려 아이유 등 함께 재생”… 수사 촉구의혹만 무성하던 음원차트 순위조작과 관련 국민의당이 실제 차트조작 사실을 확인했다고 폭로했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김근태 후보는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더마케팅 회사 ‘크레이티버’가 중국 등지에서 불법 해킹 등으로 취득한 일반 국민들의 ID로 음원차트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차트 조작에 사용된 계정은 수천개에서 수만개에 달했다. 조작에 이용당한 국민 1716명의 다음 및 멜론 ID 명단을 확보했고, 대상은 1935년생부터 2003년생까지 남녀노소 상관없이 관범위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에 따르면 이 업체는 서버를 임대해 파티션을 나눈 뒤 윈도우를 여러 개 깔아 음원을 재생시키거나 컴퓨터가 모바일 기기처럼 인식되도록 만들어 음원을 재생하고 다운로드했다. 음원차트 100위권에 근접하기 위해 사용자가 적은 오후 9시에서 11시까지를 집중 공략했다. 김 후보는 “이들 조작세력은 의혹이 제기되면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해명했지만 실제 이들이 행한 건 불법적인 ‘언더 마케팅’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이 조작한 것으로 확인된 가수는 고승형, 공원소녀, 배드키즈, 볼빨간사춘기, 송하예, 영탁, 요요미, 소향, 알리, 이기광이었다”고 언급했다. 조작 행위를 감추기 위한 방법으로 아이유 등 다른 뮤지션의 음원을 함께 재생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국민의당은 불법 해킹된 ID 1716개를 곧 공개하고, 파악한 조작세력의 서버 정보와 IP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할 것”이라면서 “수사기관은 하루 빨리 이들 업체를 압수수색하고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후보는 “제가 조국 사태 때 분노한 이유는 조 전 장관의 딸이 의대를 들어가서가 아니라 그 탓에 합격하지 못한 누군가의 눈물 때문이었다”며 “수년간 이어진 불법 음원차트 조작 탓에 조명받지 못하고 묻혀야만 했던 좋은 뮤지션들이 많은 거다. 국민의당은 대한민국에서 불공정과 반칙, 부조리와 불합리한 특권이 작동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뉴질랜드, 성범죄 혐의 한국 외교관 체포영장…정부 “협조 거부” 왜?

    뉴질랜드, 성범죄 혐의 한국 외교관 체포영장…정부 “협조 거부” 왜?

    뉴질랜드 당국이 현직 한국 외교관에 대해 지난 2월 28일 성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정부는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뉴질랜드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국 외교관 A씨는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던 지난 2017년 말 대사관 직원을 상대로 세 차례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매체는 A씨가 대사관 자체 조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성범죄 의혹을 부인했으며, 그 어떤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이 문제가 제기된 후 2018년 뉴질랜드를 떠났으며, 현재는 다른 국가의 한국 공관에서 총영사로 근무 중이다.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 측은 외교부가 A씨에게 1개월 감봉 징계를 내렸고,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다른 나라로 발령을 냈다고 매체에 답변했다. 외교부는 아직 사안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외교관의 특권 및 면제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협조는 거부했다”며 “다만 성 비위와 관련해 외교부는 무관용 원칙을 엄정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세계 최악 불평등국 남아공이 코로나19 격리하는 법

    세계 최악 불평등국 남아공이 코로나19 격리하는 법

    난민, 노숙인 등 사회적 거리두기 불가능군경 동원해 강제수용... 텐트 1동에 10명약물중독자 수두룩... 이미 면역체계 붕괴당국 검사도 안하면서 “확진자 즉시 격리” 경찰관이 확성기에 대고 “짐을 챙겨서 집에 가라”고 소리쳤다. 장갑차에 탄 군인들이 경찰관 뒤를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확성기 소리를 듣는 청년들은 집에 가라는 경찰관 지시에 따를 수 없었다. 돌아갈 집이 없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으려 고향집을 떠나 도시에 왔던 청년들은 전국 봉쇄 조치에 발이 묶여 책가방이나 검은 비닐 봉투에 소지품을 싸들고 노숙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시내 풍경이다. 3일(현지시간) CNN은 일주일 전 남아공이 폐쇄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사회가 즉시 극명한 분열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확진자가 1300명 이상 나오면서 당국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며 3주간 엄격한 이동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필수적인 이동만 허용되고 공공 시설은 폐쇄됐다. 교외 부촌 거주자들 역시 이동 제한이 불편하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넒은 정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전국의 난민 임시 거주지와 도시 중심부에 사는 사람들은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아프리카 대륙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특권층의 전유물이고, 뿌리 깊은 불평등이 어디에나 존재한다. 나이지리아 라고스 정부는 수백만명 서민의 생명줄인 시장 문을 닫아버렸다. 케냐에선 경찰이 곤봉과 최루탄으로 통행금지를 강제하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선의의 힘으로서 통행금지에 군대를 동원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군대는 수천명의 노숙인을 축구장, 학교, 교회, 주차장 등에 임시 수용시설을 차린 뒤 몰아넣었고, 수용시설은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달 30일 수도 프리토리아의 한 낡은 축구장엔 거리에서 붙잡혀 온 노숙인 최소 1000명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긴 줄을 서서 거리에 차려진 임시 약물중독 치료소를 이용해야 했다. 시의 지원을 받는 약물중독 프로그램 책임자 사샤 랄라는 “치료소의 목표는 이들이게 코로나19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곧 이미 면역체계가 손상된 이들이 코로나19와 죽음의 위험 속으로 들어가는 걸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축구장 잔디 위엔 노숙인들의 숙소로 쓰기 위한 군용 텐트 수십 동이 설치돼 있다. 사회적 거리 유지를 위해 텐트 하나를 3명 이상이 이용하면 안 된다. 하지만 당국은 하나 당 노숙인 10명 이상을 밀어넣고 있다. 많은 노숙인들이 감염이 두려워 텐트 안에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한 텐트 입구 주변엔 주사기 몇 대가 어지러져 있었다. 노숙인들은 텐트 대신 관중석에서 잠을 청했다. 자는 중에 절도를 당할 위험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사이먼이라는 이름의 노숙인은 “그들(정부)은 우리는 여기에 두었고, 우린 서로 가까이 있어서 코로나19에 취약해질 것”이라면서 “정부는 우리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2주 뒤에 우리는 여기서 시신을 밖으로 나르고 있을 것”이라면서 “차라리 짐을 싸서 거리로 나가 살고 싶다”고 말했다.랄라는 “우리는 정말 여기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없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시 대변인은 만일 확진자가 발생하면 별도 격리시설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이들 중 누구에게도 코로나19 검사를 하지 않았다. 랄라는 “당국에게 대이들은 대체로 잊혀진 사람들이고 정부는 이들이 얼마나 취약한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국은 2일 봉쇄가 21일 이상 이어질 수 있다고 암시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서울광장] 4·15 총선과 독과점 카르텔 정치의 민낯/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4·15 총선과 독과점 카르텔 정치의 민낯/오일만 논설위원

    역대 최악의 선거를 맞이하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통상적 선거운동 자체가 불가능한 것도 이유지만 4·15 총선이 함축한 퇴행성에서 그 책임을 찾을 수 있다. ‘정책과 비전이 보이지 않는 선거’라는 지적은 그래도 점잖은 편이다. 정치의 존재 이유가 사라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말이라도 국민의 환심을 사려고 알랑거렸지만 이젠 대놓고 무시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국민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노골적으로 ‘권력질’을 해대는 꼴이 볼썽사납다. 우리 정치가 이 지경이 된 결정적 이유는 정치의 독과점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가격 결정권을 가진 독과점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이윤을 뽑아내듯 거대 정당들은 그들의 충성스런 ‘고객’을 이용해 무소불위의 특권을 향유하는 형국이다. 진보와 보수가 갈려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이른바 여야의 ‘적대적 공존’ 체제가 탄생한 배경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개판’을 쳐도 지지 유권자들이 편을 갈라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볼모의 정치나 다름없다.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들이 아무리 새로운 정치를 요구해도 당내 기득권을 가진 공급자들에겐 ‘소 귀에 경 읽기’에 불과하다. 정치는 근본적으로 민의를 담아 실천하는 행위다. 이것이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이고 이를 실천하는 전위기구인 정당은 본질적으로 수평적 구조여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는 독과점 체제에 기반을 둔 수직적 구조로 왜곡 변형되고 말았다. 현재 우리 정치 구조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39세에 프랑스 대통령이 된 에마뉘엘 마크롱이나 승승장구하던 보수당을 단숨에 무너뜨린 44세의 토니 블레어가 나올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개정 선거법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려는 등가성 원칙에 토대를 뒀다. 거대 양당의 독과점 폐해를 줄이고 다양한 가치를 담은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 기회를 늘리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선거개혁의 허점을 비집고 일부 올드보이들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정치 신인들과 전문가 그룹의 등장조차 막은 채 기득권 유지의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나 미래한국당은 각각 공천 탈락자들의 구명줄이 됐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치를 구현해야 할 총선 자체가 기회주의 정치꾼들의 먹잇감이 됐다. 올드보이들의 행태를 보자.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이었던 8선의 서청원(77) 의원은 우리공화당 비례후보 2번, 4선의 ‘친박’ 핵심 홍문종(65) 의원도 친박신당 비례후보 2번을 받았다. 2년 전 단식까지 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산파역을 자임했던 손학규(73)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민생당 비례후보 2번을 받았다가 거센 여론에 밀려 14번으로 물러났다. 올드보이 귀환의 압권은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다. 그는 전두환ㆍ노태우ㆍ김대중ㆍ박근혜ㆍ문재인 정권에서 여야를 넘나들며 요직을 꿰찬 인물이다. 전두환 정권에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에 참여했고 노태우 정권에서는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했다. 11대를 시작으로 12대, 14대, 17대, 20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5선을 역임했다.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이런 그가 제1야당인 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총선을 지휘하게 됐다. 과거 3차례 선거에서 승부사로서 명성을 떨쳤다는 이유로 선거판에 불려 나왔지만 한국의 유권자들이 그리 만만치 않다. 그의 취임 일성은 1956년 3대 대선 당시 이승만 정권을 향한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슬로건이었다. 과거 그가 보여 준 미래지향적 시대정신이 결여된 구호이다. 원대한 비전 대신 증오를 부추기는 얄팍한 정치공학의 냄새가 풍긴다. 스스로 발광체가 되지 못한 채 반사이익을 노리는 선거전략은 결국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게 된다. 자기희생과 책임감이 결여된 올드보이의 귀환은 한국정치의 퇴행성 그 자체를 보여 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누가 봐도 자신들의 밥그룻을 절대 내놓지 않으려는 노욕으로 비친다. 불과 몇 달 전 정치개혁을 앞세워 청년 정치를 활성화하겠다는 다짐은 자취를 감췄다. 주요 정당의 21대 총선 지역구 공천자 584명 가운데 20·30대 청년 후보는 4.7%에 그쳤다. 정치 철학과 패러다임의 혁신 그리고 ‘처절한 인적 쇄신’을 기대한 국민의 실망은 크다. 거고취신(去古取新·잘못된 과거를 씻고 새롭게 나아간다)의 정치는 언제나 가능할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oilm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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