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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산가족 상봉중단 장기화 가능성

    북한이 일방적으로 중단을 선언한 이산가족 상봉이 언제나 재개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은 한반도 정세 등을 이유로 걸핏하면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들고 나왔다. 2001년에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우리 정부의 비상경계 강화조치를 이유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1년 2개월여 동안 멈췄고,2004년에 고 김일성 주석의 10주기 조문 불허를 트집잡아 1년 넘게 중단된 적이 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중단카드로 남측을 압박해 왔기 때문에 관심은 언제 재개되느냐는 것이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중단은 겉으로는 쌀·비료 지원유보에 연결돼 있지만 실제로는 미사일·6자회담 복귀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법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20일 “빠른 시일 내에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당분간 남북관계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장기화 가능성을 감추지 않았다. 북한이 금강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산가족 면회소 건설현장에서 인력을 철수하라고 추가 통보해 온 데서도 북한의 추가 조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종석 장관은 북한이 취할 추가 조치에 대해 “예단하지 않겠다.”면서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미국 등에서 개성공단을 문제삼을 경우에 북한은 개성공단 인력 철수 등도 요구할 수도 있다. 북한은 인도적 차원의 대북 쌀·비료 지원거부에 인도적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 중단이라는 강수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재개의 분위기와는 더욱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미사일 사태가 해결될 수 있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중단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10월에 예정돼 있는 남북장관급 회담 때까지 5자회담으로 6자회담의 토대를 만들고 남북적십자 회담을 자연스럽게 열어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중동戰 막아라” 국제사회 비상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4일 긴급 소집됐다. 상황이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의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스라엘은 자국 병사 2명을 납치한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레바논 남부에서 1996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작전을 사흘째 이어갔다. 해상봉쇄도 계속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레바논에서 3명이 사망, 지난 12일 이스라엘군 공격이 시작된 뒤 레바논인 63명이 숨지고 최소 165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도 이날 이스라엘 북부에 로켓 공격으로 맞섰으나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다음 목표는 시리아와 이란? 북한 미사일과 이란 핵문제에 발목이 잡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개입을 주저해 왔던 안보리도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할 수 없게 됐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과 아랍권의 정면대결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정세불안이 심화되면서 유가가 폭등, 세계경제의 동반추락도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미 조건부 개입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그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지원을 트집잡아 시리아를 공격한다면 이슬람 국가들은 힘을 합쳐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관영 IRNA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적대국인)시리아와 이란이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며 전선을 시리아로 확대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G8 정상회담 주요의제로 유엔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는 특사를 파견해 막후 중재에 나섰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3명의 사절단을 보내 아랍연맹(AL) 외무장관들을 만난 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를 잇따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집행위원도 다음주 중동의 관련국들을 방문한다. 1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서방선진 8개국(G8) 정상회의에서도 기존 의제와 별도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전했다.●레바논 “미국이 이스라엘에 공격중단 압력 약속”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4일 푸아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에 레바논에 대한 공격중단 압력을 넣기로 약속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도 통화를 갖고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사태의 해법을 논의했지만 의견접근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과 유럽국가의 견해차도 노출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가리켜 “평화의 진전을 원치 않는 테러리스트 집단”이라며 이스라엘을 두둔한 반면, 유럽국가들은 이스라엘의 행위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연례 TV회견에서 “이스라엘의 대응은 전적으로 균형잡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인질 억류는 잘못됐지만 군사력을 동원해 보복하는 것도 용납되기 힘들다.”고 일침을 놓았다. 마시모 달레마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부적절한 전쟁행위”라며 이스라엘을 비난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열린세상] 권위주의 더 털자/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축구경기에서 졌다. 그런데 어떻게 하려고 저 야단인가 할 정도로 좀 심했다. 방송이 특히 그랬다. 그냥 신나게 즐기는 거지, 뭘? 잔치판 흥 깨는 먹물 버릇은 어쩔 수 없다. 이 대목에서 불현듯 옛날 방송장면이 기억나는 것도 일종의 불치병이다. 굳이 필요는 없겠지만, 해열진정제 대용으로 생뚱맞은 트집이나 잡아본다. 그랬었다. 세계타이틀 매치에서 이긴 권투선수가 땀범벅의 벌건 얼굴을 하고 인터뷰를 하는 중에, 누군가 옆구리를 찌르면 황급하게 대통령 각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코미디가 연출되곤 했었다. 언제까지 그랬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다 극적인 승리에 온 국민이 흥분했던 게임 직후에는 늘 각하에게 승전보를 전하면서 ‘성은망극’(聖恩罔極)의 고마움을 표하는 ‘의전절차’가 진행되었었다. 아마도 ‘땡전뉴스’ 시절이 가장 심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능력과 성과에 대한 평가와는 상관없이 적어도 지나치게 목에 힘주는 권위주의적 대통령상을 불식시킨 것은 의미가 적지 않은 치적의 하나로 생각해왔다. 여당의 5·31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민의(民意)해석과 관련해서 다시금 정치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의 ‘말씀’에 대해서 야당과 일부 악의적인(?) 언론은 물론이고, 여당 인사들까지도 거리낌 없이 시비를 거는 것 자체는 나쁠 것이 없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고, 그래서 웃겼던 행태들을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것이 굳이 섭섭할 것은 없는데, 요즈음 이런저런 말들이 각하의, 각하를 위한 ‘말씀’들에 관한 기억들을 되살려 주곤 한다. 토인비는 “창조적인 것은 늘 주변부에서 나온다.”고 말했는데, 고질적인 악습도 마찬가지인가 보다.‘21세기 대통령과 19세기 국민’,‘혁신? 북악을 보라!’,‘명의대통령과 응석받이 환자 국민’…‘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와 그 발상과 수사학의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아니하다. 이따금 정치드라마에서 보면 이른바 ‘측근’들이 전직 대통령을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대사가 나온다. 전혀 현실성이 없는 것은 아닌 듯한데, 요즘의 궁중용어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집권 초기에 각하 대신 ‘대통령님’으로 호칭을 통일한다는 보도를 봤던 것 같은데 그렇게 하고 있는가? 정보공개청구의 대상이 될 것 같지는 않고, 물어 볼 만한 아는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굳이 묻기는 민망하다. 과다하지 않은 수준의 정보제공료라면 비공개를 조건으로 하더라도 누가 알려주면 고맙겠다. 쓸데없이 알려고 하다가 다칠 수도 있는 국가기밀(?)에 대한 관심이 호사가의 괜한 호기심만은 아니다. 월드컵 때문인지 요즘은 좀 뜸했지만,9시뉴스에서 대통령의 ‘말씀’을 전해 온 청와대 대변인들이 원인제공자이다. 필자의 귀에만 거슬렸는지 모르겠지만, 유난히 또렷또렷한 발음으로 “대통령께서는…라고 말씀하셨습니다.”라고 ‘말씀’을 직접 인용하는 대변(代辯)이 단순히 존대어법의 무지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다. 언어철학의 대가인 설(Searle)은 ‘말의 씀’(話用)을 ‘지향성’으로 설명한다. 말은 자질이나 성향, 습관 등과 같은 선재조건과 연계되어 나타나는 일련의 의도적인 사유방식이라는 것이다.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다. 대통령은 종복의 수장일 뿐, 주권자인 국민에 대해서는 ‘주종의 관계’에 있다. 대변인과의 관계에서만 ‘말씀’하시는 것이지, 주인이고 하늘인 국민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면 불경죄다.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을 존경하고, 철학과 신념을 공유하면서 믿고 따르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것을 국민전체를 상대로 훈시하듯이 언론에 표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현대판 ‘용비어천가’들과 ‘말씀’을 전하는 잘못된 어법의 대변이 설마 ‘국민주권이념’에 대한 무지와 오해의 성향이 드러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 ‘엘프녀’가 한순간에 ‘오크녀’로

    ‘엘프녀’가 한순간에 ‘오크녀’로

    전국을 휩쓴 2006 독일월드컵 응원 열기의 중심에 길거리 응원이 있었다면 그 한쪽에는 인터넷 여론을 주도한 네티즌들의 힘이 있었다. 하지만 빛나는 광장 뒤에 숨은 익명의 군중들은 힘모아 ‘대∼한민국’을 외치다가도 의견이 다르면 상대를 불문하고 달려들어 막무가내로 공격하고 상처내는 그릇된 행태를 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25일 한국에서 연맹 홈페이지(www.fifa.com)에 접속하는 것을 봉쇄했다. 스위스전 오심 시비와 관련해 한국 네티즌들이 봇물처럼 항의를 해대는 데 대한 맞대응이었다. 그러자 한국 네티즌들은 곧장 ‘우회접속’에 나섰다. 우회접속은 우리나라에 배당되지 않은 제3국의 인터넷망으로 발신처를 변경한 뒤 접속하는 것. 네티즌들은 ‘IT강국의 힘을 보여주자.’면서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이 방법을 빠르게 퍼트리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적 망신이니 억지 좀 그만 부리라.’고 만류하는 네티즌들도 생겨나고 있다. 네티즌들은 사진 한 장으로 손쉽게 스타를 만들어 냈다. 토고전 길거리 응원 사진으로 유명해진 ‘엘프녀’가 대표적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늘씬한 미모의 종족인 ‘엘프’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엘프녀’는 모델 한장희씨로 밝혀졌다. 하지만 한씨 신원이 밝혀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그의 고등학생 때 사진을 유포하고 ‘성형수술을 했는지 얼굴이 너무 다르다.’면서 게임과 소설에 등장하는 괴물 종족 ‘오크’를 본따 ‘오크녀’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자기들 마음대로 외모만 보고 스타로 만들었다가 트집을 잡아 바닥에 내팽개친 것이다. 결국 한씨는 사진 출처인 미니홈피를 폐쇄하고 잠적했다. 스위스전 패배 이후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공격대상이 됐다. 김진규 선수가 이호 선수의 미니홈피 ‘일촌 한마디’ 코너에 ‘○○○, 니나∼나나∼축구 그만둘 때까지 욕먹겠다∼신경쓰지 말자∼수고했다 칭구야∼∼열심히 했자나’라는 글을 올리면서 두 선수의 미니홈피는 그야말로 초토화가 됐다. 방명록의 글들은 언어 사용의 부적절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두 선수 선발이)이번 월드컵의 최대 오류’‘싸이질할 동안 연습이나 하라.’는 등 비방성 공격으로 이어졌다. 이호 선수는 결국 미니홈피를 폐쇄했다.26일 다시 열었지만, 방명록 메뉴는 삭제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단, 아데바요르, 프라이 등 상대팀의 에이스급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선수를 기용하지 않았다며 아드보카트 감독에게까지 욕설과 저주를 퍼부었다. 이들을 두고 ‘국빠’라고 비난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국가대표 팬’을 뜻하는 ‘국빠’는 자기가 대표팀 감독이라도 되는 양 전술과 선수에 대해 무조건 흠을 잡으려는 ‘악플러’(악성댓글 작성자)들을 비꼬는 신조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문화의 취약점이 월드컵이라는 극적인 계기를 맞아 심각하게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인터넷상에서는 억지를 쓰고 화를 내는 등 부정적인 정서를 매우 쉽게 표출할 수 있으며, 개인의 감정이 집단화되기 쉽다.”면서 “월드컵에서 이런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女談餘談] 줄임말에 대한 단상/김미경 문화부 기자

    “저기 국박, 아니 중박 지나 오른쪽으로 턴해.”“무슨 소리야?”“아니, 저기 중박 보이잖아, 거기서 꺾어.” 최근 오빠와 함께 서울 용산의 모처를 찾아가면서 나눈 이야기다. 운전을 하는 오빠에게 길을 빨리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줄임말이 튀어나왔다. 박물관을 출입하는 기자에게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박이나 중박으로 불린다. 박물관 관계자들은 물론, 출입기자들 대부분이 국립중앙박물관 대신 자연스럽게 줄임말을 쓴다.“명색이 출입기자가 그렇게 줄여서 말하냐?”는 오빠의 지적을 받고서야 새삼스럽게 얼굴이 붉어졌다. 요즘, 세상은 온통 줄임말 투성이이다. 인터넷에 나오는 말들은 물론, 웬만큼 긴 단어는 대부분 앞글자와 뒷글자만 남긴 채 난도질 당한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라는 국립중앙박물관도 민박(국립민속박물관)·역박(서울역사박물관) 등과 함께 어느새 ‘박물관 줄임말 3총사’가 됐다. 인터넷이나 TV에 나오는 줄임말은 더 가관이다. 어른들은 쏟아지는 줄임말을 이해할 수 없다며 난감해 한다. 리플·악플·무플에 이어 악풀의 반대말이라는 착풀, 직찍(직접 찍은 사진), 쌩얼(화장 안한 얼굴), 썩소(썩은 미소) 등 의미를 알게 되면 허무해지는 줄임말들이 난무한다. 줄임말이나 신조어 때문에 생기는 세대차를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인기리에 방송 중인 KBS 오락프로그램 ‘상상플러스-올드앤뉴’에서 어른 80∼90%가 모르는 단어 대부분이 이렇게 줄임말로 된 신조어다. 몇년 전, 지금은 유명한 음악프로듀서가 된 가수 P씨가 방송에 나와 “소개팅을 했는데 그 여자분이 식당에서 ‘비냉(비빔냉면)과 물냉(물냉면) 하나씩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것을 듣고 교양이 없다고 생각해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반응은 다양했다. 별 거 가지고 다 트집을 잡는다는 의견도 있었고,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두둔성 반응도 있었다. 물론 줄임말은 편하고 재미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스피드시대’에 살고 있어도 꼭 줄임말을 쓸 필요가 없다면 우리말을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굳이 교양을 언급하지 않아도, 줄이지 않고 또박또박 건네는 말이 의사소통에도 좋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김미경 문화부 기자 chaplin7@seoul.co.kr
  • [Book & Life] ‘책의 참뜻’ 담지 못한 독후감 숙제

    얼마 전 중학생인 둘째 아이가 독후감 숙제를 해야 한다고 해 필요한지 물어보지도 않고 책을 두 권 사다 준 적이 있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였던 것 같다. 퇴근 길에 책을 사들고 들어갔더니 “에이, 아빠 벌써 다 썼어요.”라는 게 아닌가. 어이없어하는 내게 아들놈은 “인터넷에 들어가면 요약된 글이 천지”라며 “책을 언제 다 읽고 독후감을 쓰느냐.”고 천연덕스레 말하는 것이었다.10여분간 훈계를 늘어놓은 뒤 책을 모두 읽고 독후감을 다시 쓰라고 하니 심약한 아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인터넷을 직접 검색해 보니 요약된 글뿐만 아니라 줄거리, 주제, 등장인물의 성격, 느낀 점까지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었다.아예 모범 독후감까지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달려 나왔다. 학교 공부하랴, 학원가랴 바쁜 세상에 쉬운 길(요약글) 놓아두고 굳이 어려운 길(원전)을 택할 아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하니, 공연한 트집을 잡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서점에서도 요즘엔 요약된 글을 묶은 책들이 인기다.‘요약 세계문학전집’이니 ‘독후감 숙제’니 하는 책들이 다. 서너권만 사놓으면 수십명의 위인들과 고전을 ‘섭렵’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다. 대학입시에서 논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그 준비를 위한 ‘다이제스트 고전’도 쏟아져 나온다. 다이제스트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학이든 철학이든 역사든 전체적인 흐름이나 맥락을 파악할 수 있고, 관심이 가는 책을 골라 읽게 하는 원전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목적으로 요약된 글을 찾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논술시험을 위해 요약집을 달달 외운들, 인터넷에서 독후감 숙제를 수십번 베껴 낸들, 동서고금을 통해 가슴을 울리는 고전의 깊은 맛을 과연 알 수 있을까. 아이들을 겉은 실해 보이나 텅 빈 무처럼 키워선 안 된다. 학교에선 독후감 숙제를 내주기보다, 차라리 1주일에 한두 시간이라도 수업시간을 쪼개 책을 읽게 하는 게 낫겠다. 출판사도 ‘논술준비’니 ‘양서안내’니 하며 요약된 글을 책으로 묶어내는 일은 그만두었으면 한다.이는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책을 멀리하게 함으로써 출판시장에도 해가 되는 일이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벌집쑤신 여당

    벌집쑤신 여당

    노무현 대통령이 “한두번 선거 패배로 나라 잘되고 못되는 것 아니다.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는 내용이 3일 언론에 보도되자 주말 내내 여당은 벌집 쑤신 분위기였다. 청와대측은 “진의가 와전됐다.”며 적극 진화에 나섰지만 선거 참패 뒷수습을 더욱 어렵게 했다는 당내 비판이 제기됐다. 야당은 “대통령의 발언에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공세를 취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4일 “대통령 발언에 대해 더이상 코멘트할 필요도 못 느낀다. 대통령은 반성의 방식도 우리와는 좀 다른 모양이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재선의원은 “그런 식의 발언을 할 시점이 아니다. 신중하고 자중자애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통령이 오해를 불러 일으키거나 이런 저런 해석이 가능한 언급을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지금은 말을 아끼고 내부에서 반성하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할 시기다. 자꾸 이런 말이 나오면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싹쓸이가 심했던 것 아닌지 생각하다가도 다시 우리당에 실망하는 모습만 갖게 된다.”고 우려했다. 반면 대통령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는 의원들도 있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주축인 참여정치실천연대의 한 의원은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선 정책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고 멀리 보고 민족과 국가를 생각하자는 뜻인데 왜 그렇게 해석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원내지도부의 한 핵심 의원도 “대통령으로서 나름의 정책 소신을 얘기한 것이다. 결코 야당에서 트집잡듯이 민심을 파악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고 했다. 야당들도 논란에 가세했다. 한나라당의 허태열 사무총장은 “분노하는 국민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것 같은 행위는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표심을 부정하는 것은 국민에 대해 오기를 부린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여당이 얼마나 더 혼이 나야 이 정권이 정신을 차릴지 막막하다.”고 했다.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대통령의 선거 관련 발언에서 눈 씻고 찾아봐도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발언 전문을 공개하며 진화를 시도했다. 이백만 홍보수석은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제도와 정책이 좋아도 홍보가 안되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생각나눔] 大學총학 ‘외유성’ 해외 탐방 논란

    한양대 총학생회의 해외 명문대학 탐방 행사가 ‘외유’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에서 “세금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자 다른 쪽에서 “비운동권 총학에 대한 운동권의 억지스러운 문제제기”라고 받아치는 등 정치판 이전투구와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2003년 해외교류위원회라는 산하단체를 만들고 그해 여름부터 6∼9일 일정으로 해외 명문대를 방문, 현지 학생들과 교류하는 행사를 열어왔다.20명 정도가 참석해 2003년에는 서유럽,2004년 중국·일본, 지난해 싱가포르·홍콩 등에 다녀왔다. 올해에는 8월 중 인도 등 제3세계 국가를 탐방할 예정이다. 총학은 자체 예산 외에 학교측으로부터 해마다 3000만∼5000만원을 지원받아 왔다. ●등록금인상 합의하자 불만 커져 하지만 총학간부 외에 토플 점수 등으로 일반 학생들을 함께 선발했던 2003년과 달리 2004년부터 총학과 단과대 학생회 간부만 탐방을 다녀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게다가 총학이 격렬하게 벌이던 올해 등록금 투쟁을 슬며시 접고 지난 8일 당초 9.3%를 인상하겠다는 학교측 안에서 소폭 낮아진 7.87% 인상안에 합의하면서 총학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졌다. ●“해외탐방비 장학금으로 돌려야” 지난 14일 ‘짱난다’라는 아이디의 한 학생이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학생회비를 받아 운영하는 해외교류위원회가 등록금 인상으로 어려워진 학생들의 경제적 사정을 감안한다면 외유성 해외탐방을 접고 관련 비용을 장학금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총학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그래도 총학측의 해명이 없자 아이디 ‘Aragon’은 “자비가 아니라 학교 돈으로 해외여행을 간다면 국비로 산업연수 간다는 명목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국회의원의 행태와 다를 게 뭐냐. 해명하지 않는 모습도 정치인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양대 신재웅(23·정치외교 3년) 총학생회장은 “이제까지 예산사용 내역과 결과보고가 없었던 점, 또 총학 간부들만 갔던 점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일반 학생 선발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측도 불끄기에 나섰다. ●“올해엔 일반 학생도 선발 추진할 것” 한양대 학생처 관계자는 “행사가 리더십을 기르기 위한 목적이 있고 첫해 토플로 일반 학생을 뽑았을 때 왜 영어로만 뽑느냐는 의견도 있어 2004년부터는 총학만 데리고 갔다. 올해엔 일반 학생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최근 5년 동안 비운동권에 총학을 내준 운동권 학생회측이 공연히 트집을 잡기 위해 이런 글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담은 글을 올리기도 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총학만의 특권의식 자체가 도덕성 차원의 문제인데 비운동권과 운동권 사이의 논란으로 번지는 것은 학생들의 기본적인 윤리의식 결여를 드러낸 결과”라면서 “본질을 비껴가는 정치판의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20&30] 그대는 ‘변태상사’

    ‘천사 같은 상사 열 명보다는 악마 같은 부하 한 명이 낫다.’는 말이 있다. 직장에서 상사랑 잘 지내기가 쉽지 않음을 빗댄 표현이지만 실제로 상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존재하게 마련이다. 특히 수많은 사람 중에 유독 내게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 있다면 사정은 심각하다. 직장 내 ‘변태’ 상사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2030 직장인들의 하소연을 들어봤다. 회사원 A(27·여)씨는 먼저 다니던 직장에서 ‘콤플렉스 덩어리’ 상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만년 과장 한 사람이 명문대 출신의 A씨에게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A씨의 일이 많은 날에는 “일 끝난 사람들은 일찍 들어갑시다.”라고 하더니 일이 없어 일찍 퇴근해도 되겠다 싶은 날에는 “오늘 전원 야근입니다. 저녁 먹으러 갑시다.”라고 해 속을 뒤집어놨다. 말끝마다 “많이 배웠다는 게….”라고 토를 달았고 자유복장을 하는 토요일에 똑같이 청바지를 입고 와도 A씨에게만 “청바지를 입으니 더 작아 보인다.”며 인신공격을 해댔다. 영자신문사에 다녔던 B(30·여)씨도 콤플렉스가 심한 40대 중반 부장만 보면 ‘목을 졸라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업무 특성상 영어 능력이 필수지만 부장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다. 교정을 본 기사가 오타 투성이에다 비문이어서 이중삼중으로 일처리를 해야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부서내 6명 중 5명이 외국인이라 만만하게 말 통하는 사람이 B씨밖에 없었기 때문일까. 멀쩡한 기사를 몇번이고 다시 써오라는 건 기본이었고 유독 B씨에게만 복사와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 결국 B씨는 3년 전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원 C(27·여)씨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과장 때문에 전전긍긍한다.30대 중반인 과장은 사장 등 고위 간부에게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거의 미친 사람이 된다. 책상 위 물건들을 던지는 것은 물론 자기 뺨을 때리는 자해까지 한다. 때로는 혼자서 알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기도 한다. 서류 결재 때는 ‘마귀할멈’으로 변한다. 는 “과장에게 결재 받으러 가는 길이 마치 사형수가 돼 형장으로 가는 ‘그린마일’을 밟는 기분”이라면서 “더 미운건 이른바 ‘빽’ 좋다는 그 과장에 빌붙어 아부하는 동료들”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에 다니는 D(28)씨는 과잉충성으로 부하 직원들을 괴롭히면서 아첨만 하는 상무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체는 계속 굽실거리고 다리로는 연신 페달(부하직원)을 밟아대는 이른바 ‘자전거’ 형이다. 초고속 승진으로 40대 초반에 임원이 된 상무는 공휴일마다 회사를 위해서라며 출근을 강요한다. 특히 사장 앞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면 구역질이 날 정도란다. 회식자리에서 특정 후배에게만 술을 먹이고 자기는 먹지 않는 이상한 상사도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E(32)씨는 회식 때마다 바로 윗 기수 선배 때문에 힘이 든다. 선배는 E씨보다 나이가 한살 어리지만 늘 술자리에서 E씨를 옆에 앉히고 술을 권한다. 자기가 마시고 주는 것도 아니고 E씨가 다 마실 때를 기다려 잔에 계속 따라주는 식이다.E씨가 마시지 않고 있으면 옆에서 채근하기도 한다. 다른 후배들은 놔두고 유독 E씨에게만 술을 권한다.E씨는 “팀 안에서 그 선배보다 나이 많은 후배가 나뿐이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희롱으로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원조 변태’들도 여전하다. 영화 홍보회사에 다니는 6년차 직장인 F(25·여)씨는 직속 과장이 커피 한잔 하자는 말을 해오면 소름이 돋는다. 친절하고 다정다감해 직장에서 ‘젠틀맨’으로 소문난 과장이지만 F씨에겐 악몽같은 존재다. 과장은 “오늘 ○○씨 정말 예쁘게 하고 왔네”라며 직접 타 온 커피를 건네는 것과 동시에 슬쩍 손을 만진다. 함께 걸으며 어깨에 은근히 손을 올린다든가 허리를 슬쩍 감싸기도 한다. 참고 참았던 F씨는 최근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다시 이러면 성희롱으로 고발하겠다.”고 대놓고 말했다. 이후 과장은 그런 행동을 멈췄지만 최근에는 다른 여직원에게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김기용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변태상사 극복기 이미영(가명·29·여)씨는 매년 경쟁률이 치솟고 있는 공무원 시험에 2년 전에 합격했다. 이씨는 대학 때부터 교수들 사이에서 똑똑하기로 소문이 났었고 얼굴까지 예뻐 인기가 많았다. 이씨는 처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때엔 나름대로 포부가 컸지만 지금은 이상한 직장 상사 때문에 고민이 많다. 그 상사는 매번 이씨만 지목해 커피 심부름을 시킨다. 하루에도 몇번씩 그런다. 특히 이씨가 아침에 일찍 출근하면 상사는 출근하자마자 모닝 커피를 주문했다. 먼저 있던 상사는 손님이 오더라도 자기가 직접 음료수를 대접했고 여직원들에게 커피 심부름 따위는 시키지 않았다. 평소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하루를 시작했던 이씨는 상사의 모닝 커피 주문을 피하기 위해 요새 정시 출근을 고집하고 있다. 이씨는 상사에게 커피를 만들어 바쳐야 하는 모멸감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자기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반 직장인들이 평소 접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크게 고민하며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회계사 황모(30)씨는 직장 선배가운데 “이 놈, 저 놈”수준의 표현을 예사로 쓰는 선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황씨 역시 결국 ‘회피 방법’을 선택했다. 최고 명문대라는 학교 나와서 어렵다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수재인 황씨는 나이 서른을 먹고서도 욕에 가까운 말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싫었다. 황씨는 결국 사적인 자리나 공적인 자리에서 선배에게 말을 걸지 않고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외면하는 작전이다. 이러다가 선배의 눈 밖에 나더라도 황씨는 별 걱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회사원 이모(27·여)씨는 사내에서 ‘남자 여우’로 소문난 사수에게 찍혀 1년 동안 고생했다. 결재서류의 문구 하나까지 트집잡는 통에 상사가 ‘이○○씨’라고 부르기만 해도 속이 쓰릴 지경이었다. “후배들은 골수까지 빨아 먹으면서 선배들에게는 알랑거리는 모습을 보니 남자가 여우짓을 하면 여자와는 비교할 것도 못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이씨는 참다 못해 종교에 의지하기로 했다. 상사가 히스테리를 부릴 때마다 근처에 있는 교회에 달려가 “내가 제발 저 사람을 용서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 저 사람을 다른 곳으로 보내주세요.”라고 무릎꿇고 기도를 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기도하면서 상사를 저주했는데 그랬더니 잔소리가 점점 더 심해지더라. 그래서 차라리 용서하게 해달라고 빌었더니 금방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다.”고 싱글벙글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날마다 시시콜콜 트집 잡는 아내 말도 안통하고 답답함만 쌓여요

    Q결혼한 지 만 23년 된 50대 가장입니다. 아내가 없는 살림에도 싫은 내색 없이 열심히 살아줘 아들 둘도 대학생이 됐고 집안 경제도 안정된 중산층 가정입니다. 그런데 아내에 불만이 있습니다. 서로 대화가 안 되고 자꾸 했던 소리를 또 하고 어떤 때는 잠을 재우지 않고 밤새 괴롭힙니다. 피곤한 나를 붙잡고 매일 시시콜콜한 것으로 트집 잡는데 뭘 어쩌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내를 이해하고 싶은데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돼 고민스럽고 답답합니다. - 박재천(가명·50대) A회사생활도 피곤한데 집에서조차 편히 쉴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많이 나시겠지요. 별일 아닌 것 갖고 자꾸 했던 소리 또 하는 아내가 이해되지도 않고요. 상담하러 오는 부부들이 다양한 문제를 호소하지만 가장 큰 불만 사항이 바로 대화문제입니다. 서로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이지요. 많은 남편들이 집에 가서 편하게 쉬고 싶은데 아내가 얘기를 꺼내기만 하면 결혼할 당시의 서운했던 점부터 시댁에 대한 불평불만까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들로 시비를 걸어오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고 표현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가 ‘얘기 좀 하자.’고 해도 두렵고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몰라 우선 피하고 싶은 생각부터 들게 되지요. 그렇다면, 아내가 무슨 이유로 피곤해하는 남편의 수면을 방해하면서까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요. 지금은 자녀도 아내 손길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장성해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남편하고 함께 나누고 싶은 게 많을 시기입니다. 아내가 남편과 얘기하고 싶은 이유는 꼭 문제가 생겼거나 큰 사건이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즉, 어떤 문제의 해결이나 처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소소하고도 일상적인 생각과 느낌들을 그냥 함께 나누고 싶을 때가 더 많은 것입니다. 하루하루 힘들고 속상했던 일, 자녀와 했던 대화내용, 친지들의 소식, 내 신체 변화에 대한 것, 하다못해 거울 보면서 들었던 내 기분상태 등 남편이 그냥 지나치게 되는 시시콜콜한 하나하나에 대해서 감정을 나눠 갖고 싶은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옆에 없거나 아내의 말을 피하고 맙니다. 또 때에 따라서는 자신을 공격하거나 비난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버럭 화를 내 아내의 감정을 눌러버립니다. 남편하고 그때그때 나눠야 할 것들을 아내는 그동안 많이 눌러 참아온 것입니다. 아내가 자꾸 했던 소리 또 하고 또 하는 이유는 대부분 과거의 분노, 슬픔, 실망 등 충격받은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남편으로부터 충분히 이해받지 못했거나 그 마음이나 감정을 거부당한 경우입니다. 현재의 감정들이 과거의 부정적인 감정들과 연결되기 때문에 자꾸 표현하는 것이며 남편의 지지나 위로를 느끼고 싶은 것입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라 그 때 상황에 대한 나의 감정을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지요. 아내가 말을 할 때 눈도 안 마주치고 묵묵부답이거나 귀찮아하는 반응을 보였더라면 남편의 태도에 화가 나 있을 수 있습니다. 아내가 속상했던 일을 하소연할 때 방관자가 되거나 옳다, 그르다의 잣대로 ‘당신도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라.’고 지적하기 전에 ‘남편이 내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구나.’ ‘여전히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하셔야 합니다. 앞으로는 먼저 아내에게 고맙고 긍정적인 면(그동안 어려웠던 살림에도 아이들 잘 키우며 알뜰살뜰 열심히 살아준 점 등)을 인정해주면서 적극적으로 대화의 시간을 요청해 보세요. 그리고 아내와 대화를 할 때 ‘그랬어?’ ‘많이 힘들었지?’ ‘그래서 화가 난 거구나.’라고 그때그때 이해와 공감 표현을 하면서 아내의 깊은 속마음과 만나보길 바랍니다.
  • [마이너리티 리포트] (10) 110일째 복직투쟁 비정규직

    [마이너리티 리포트] (10) 110일째 복직투쟁 비정규직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함소란. 쉰두살 먹은 해고 노동자이자 스물네살 딸을 둔 엄마랍니다. 비슷한 처지의 엄마들 14명과 올 1월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별 다섯개짜리 호텔에서 해고된 뒤 110일째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답니다. 하지만 호텔측은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지요. 저는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에 맞춰 지어진 이 호텔에 그해 8월 하우스키퍼로 입사했습니다. 서류, 면접, 영어책 읽기 등 까다로운 공채시험을 통과한 정규사원이었죠. 호텔이 문을 연 지 한달 만에 들어왔으니 창립 멤버와 다를 바 없었고요. 하우스키퍼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500여개 객실을 나눠서 청소와 정리정돈을 해야 합니다. 맡은 객실을 모두 청소하려면 정해진 시간보다 두세 시간 더 일하기 일쑤인 데다 손님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야 해서 점심은 정말 밥먹듯이 걸러야 했죠. 위장병을 앓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객실 이불과 카펫을 청소하며 나오는 먼지에 기관지염과 알레르기도 달고 살았습니다. 해고된 지 석달 만에 제 몸무게가 10㎏이나 불어난 것을 보면 호텔 일이 힘들긴 힘들었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기본급에 상여금 900%, 봉사료와 각종 수당 등을 합치면 14년차이던 2001년 연봉이 2700만원이나 되었죠. 병원을 자주 찾는 여든 된 친정 아버지와 그보다 두살 적은 어머니를 봉양하며 딸을 지방 미술대학으로 유학보냈고 97년엔 수원에 6800만원짜리 24평 아파트도 장만했습니다. 남편과는 88년 헤어졌지요. ●힘든 노동, 그 대가가 비정규직 전환 칼바람이 불어온 건 2001년 12월이었습니다. 갑자기 호텔에 명예퇴직 희망자를 받는다는 공고문이 나붙었습니다. 신청자가 아무도 없자 사측은 하우스키퍼들을 1순위로 정해두고 퇴직을 강요하기 시작했지요. 하우스키퍼를 시작으로 8차까지 단계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거라면서 아웃소싱업체를 통해 계속 일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호텔 인사담당자는 노동조합이 뭔지도 모른 채 묵묵히 일만 해온 우리를 호출기로 한명씩 불러 “다른 사람들도 다 명예퇴직서에 서명했다. 결국 못 배겨낼 테니 빨리 결단을 내리라.”고 협박을 하더군요. 청소하는 객실에 찾아와 이것저것 트집을 잡으며 서명하지 않으면 퇴직금도 못 받을 것이라고 위협하는 데에는 당할 길이 없더군요. 결국 같은 해 12월31일부로 하우스키퍼들은 용역회사 소속으로 비정규직이 됐습니다. 우습게도 용역회사는 우리를 비정규직으로 만들기 위해 호텔측이 전직 인사부장을 앞세워 급조한 용역업체였습니다. ●줄어든 수입에 신용불량 일보직전까지 추가 구조조정은 없었습니다. 외려 남아 있는 직원들은 단체협상을 통해 기본급과 상여금 인상 혜택을 받더군요. 반면 우리는 연봉이 1500만원 수준으로 확 줄었습니다. 아줌마들이 모여 있는 하우스키퍼들만 만만하게 보였나 봅니다.50명가량이 모여 2002년 6월 전국여성노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노조원에 대한 각종 불이익이 이어졌습니다. 청결 상태에 대한 사소한 트집은 물론이고 우리와 말이라도 한마디 나눈 비노조원은 따로 불러 호통치기 일쑤였습니다. 결국 하나둘 노조를 떠나 15명만 남게 됐죠. 2004년 재계약 당시 연봉은 또다시 1300만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줄어든 수입에 살림은 갈수록 어려워져 갔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척이 빌려간 돈을 돌려주지 않았고, 저 또한 폐결핵으로 보건소를 다니느라 자주 결근하게 돼 조금씩 빚이 늘어났습니다. 카드 네 개를 돌려막아 봤지만 소용없이 신용불량자 일보 직전까지 갔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살던 집을 7500만원에 전세 주고 3000만원짜리 전세로 옮겼습니다.4500만원은 고스란히 빚갚는 데 썼습니다.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에 호텔 ‘콧방귀´ 2004년 5월 노동부에서 사측의 고용 행태에 대해 불법파견이라는 판정을 내려 다음달 5일까지 호텔측이 저희를 직접 고용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호텔측은 콧방귀만 끼고 있고 검찰은 현재까지 호텔측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호텔은 지난해 말 용역회사와의 재계약을 거부하면서 우리를 거리로 내몰았습니다. 가만히 있을 순 없습니다.15명 모두 생명력 강한 우리네 엄마들이니까요.‘붉은 엄마들의 투쟁’이라는 이름으로 복직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나이에 새로운 일을 찾기도 어려운 엄마들이기에 메아리 없는 외침이라도 내지르고 있답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기간제 노동자 ‘사용사유 제한’ 최대쟁점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돼 있는 비정규직 법안의 쟁점은 무엇일까. 비정규직 법안으로 묶어서 불리는 법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두개다.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고 21일 법제사법위원회,24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쟁점은 두 가지다. 먼저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사유 제한이다. 사용사유 제한은 기업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데도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정부안은 사용사유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다. 그 대신 비정규직 고용계약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뒤 이를 초과하면 자동으로 ‘무기(無期)계약’으로 전환되도록 했다. 하지만 무기계약 전환이 곧바로 정규직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서 애매하다. 정부 관계자는 “당장 사용사유를 제한하면 형편이 안되는 중소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무더기로 해고하는 사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출산과 육아, 질병과 부상, 휴직과 파견 등 10가지로 사유를 한정하자고 주장한다. 정부안대로라면 사측이 2년 계약이 끝나고 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채 다른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편법을 쓰더라도 이를 막을 수 없어 비정규직 양산이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파견노동자 보호 관련 조치도 쟁점이다. 정부안은 합법적인 파견기간이 끝나거나 불법파견으로 판정되면 사측이 해당 노동자에 대해 고용의무를 지도록 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계약기간이 끝나거나 불법파견으로 판정되면 자동적으로 사측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게 되는 고용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솜방망이 처벌이 ‘불법파견’ 조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 파견근로가 ‘조자룡 헌칼 쓰듯’ 쓰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불법 파견근로에는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이 있다. 위장도급은 기업에서 노동자를 채용하면서 직접 근로계약을 하지 않고 용역업체를 통해 도급계약을 한 뒤 자기 회사에서 파견 형식으로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은 노동자에 대해 법률적 책임을 질 필요가 없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고 복리후생도 책임지지 않는다. 불법파견은 기업이 파견근로가 허용되는 26개 이외의 업종에서 파견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불법 파견근로를 제대로 제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실장은 “불법파견 판정을 받으면 당연히 사측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데 이행하지 않아도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 검찰도 기소를 망설이는 데다 기소해도 법원에선 고용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리는 등 불법파견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개정 법률에서 제재 수준을 높였다고 해명했다. 노동부 비정규직대책팀 김인곤 팀장은 “이제까지는 제재 수위가 약해 불법파견을 제대로 막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개정안에선 기존의 1년 이하 징역과 1000만원 이하 벌금 규정을 3년 이하 징역과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제재 수단을 강화했기 때문에 불법파견 방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부하 사소한 잘못 트집 감정적 ‘영내대기’ 금지

    국방부는 지휘관이 부하의 사소한 잘못을 트집잡아 감정적으로 ‘영내 대기’ 지시를 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영내 대기란 출퇴근 근무를 하는 부사관급 이상 간부에게 퇴근을 금지하고 영내에 대기시키는 것으로, 아직까지 군내에서는 음주사고, 업무태만, 복장불량 등 사소한 잘못을 저지른 부하에게 지휘관의 감정 섞인 영내대기 명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오는 9월 시행을 목표로 입법작업중인 장병기본권 확립을 위한 군인복무기본법에 불법 영내대기 지시 금지 조항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훈련이나 작전, 주요 행사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앞으로도 상관이 부하에게 영내대기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와 함께 법령이나 지휘관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분대장 등을 제외한 사병 상호간 명령이나 지시, 간섭 등도 하지 못하도록 법에 명시할 계획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상봉 취재단 철수 책임 떠넘긴 北

    금강산에서 13차 이산가족 상봉을 취재하던 남측 취재단이 북측의 억지쓰기 때문에 취재를 중단하고 돌아오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 취재단이 송고한 기사에 ‘납북자’와 ‘나포’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을 북측이 문제 삼아 취재·보도를 제지한 끝에 벌어진 결과다. 이 과정에서 지난 21일에는 남북 이산가족의 개별상봉이 7시간 지연됐고,22일에는 남으로 돌아오려던 고령의 상봉단 148명의 발이 10시간 동안 묶이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우리는 이번 사태에서 북측이 취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의 뜻을 밝힌다.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한 자유로운 취재 보장은 지난 1985년 이산가족 교환 방문 때 남북 당국이 서면으로 명시한 합의다. 이후 북측은 ‘납북자’ 같은 표현을 문제 삼지 않았으나 뒤늦게 지난해 11월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이번에 다시 트집을 잡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이번에는 우리측 방송차량에 올라가 테이프를 강제로 빼앗는 등 물리력까지 행사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산가족 상봉 북측 단장은 “남측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하며, 이미 남측 단장이 서면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우리측이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유감을 나타낸 것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 남측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남북화해 기류에 찬물을 끼얹는 퇴행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인도적 행사마저 정치적으로 재단하고, 엄연한 현실인 납북자의 실체마저 부정하는 북측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연민마저 느끼게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로 향후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취재활동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 당국의 엄정한 대응과 함께 남북의 보다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
  • 南 이산상봉취재단 철수

    南 이산상봉취재단 철수

    북한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취재과정에서 ‘피랍’ 등의 용어 사용을 트집잡아 내린 취재제한 조치가 23일 우리측 공동취재단 전원 철수라는 초유의 사태로 확산되고 있다. 금강산에서 13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취재중인 공동취재단은 이날 북측의 취재제한 조치에 항의해 전원 철수했다. 공동취재단은 ‘공동취재단 철수를 결정하며’란 제목의 성명에서 “북측의 취재방해는 상대 지역에서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보장한 남북 합의사항의 정면 위반”이라고 지적, 북측에 관련 사항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2진 상봉단 436명은 이날 금강산에 도착했으나 상봉행사 보도는 이뤄지지 않게 됐다. 북측은 특히 행사 첫날인 20일 SBS.MBC 취재진이 납북 어부 천문석씨 부부 상봉을 보도하면서 ‘납북’,‘나포’라는 표현을 썼다며 현지 송출을 차단했다. 특히 남측의 SNG 차량에 진입해 작동버튼을 임의로 조작하면서 송출작업을 방해했고 비디오테이프도 압수해 갔다. 이에 따라 북한의 경직된 태도와 정부 당국의 소극적인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 당국이 면밀하고 치밀하게 상봉행사를 준비했더라면 충분히 막았을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번 사태는 앞으로 남북대화 취재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간담회에서 “북측의 태도가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인도주의 정신에도 맞지 않은 점을 강조하고 시정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1진 상봉단의 귀환 지연에 대해 앞으로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측이 왜 이렇게 ‘강수’를 뒀느냐는 데 궁금증이 모아진다. 첫째는 25일 시작되는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 때문에 예민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군사연습은 매년 실시돼 온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그래서 북측이 남측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이종석 길들이기’ 차원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장관 취임 후 북측은 RSOI 중단을 요구해 왔고, 이달 하순 예정됐던 이 장관의 개성방문을 연기시켰다. 세번째는 취재제한은 북한의 계획된 조치가 아니라는 관점이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은 “북한은 체제 문제가 나오면 즉각 대응을 하도록 돼 있고, 이런 원칙에 충실한 주민은 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즉 ‘피랍’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 남북관계를 감안한 정치적인 판단보다는, 제재를 가하도록 교육받고 실행하는 게 원칙이라는 얘기다. 이종석 장관도 취재제한 조치에 대해 “기획됐다고 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동남아서 독립운동’ 재조명 본격화

    안창호와 여운형 등 유명 독립운동가들이 동남아에서 벌인 독립운동이 현지실사를 통해 최초로 구체화돼 본격적인 재조명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독립기념관(관장 김삼웅)은 최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 연구원 10여명을 보내 발굴조사한 ‘국외독립운동사적지 실태조사보고서-동남아지역’이란 보고서를 펴내 2일 공개했다. 이들 연구원은 3개팀(1팀=타이완, 홍콩, 싱가포르, 태국 2팀=필리핀, 인도네시아 3팀=인도, 미얀마)으로 나눈 뒤 현지실사 활동을 벌였다.●여운형과 축구팀 몽양 여운형은 1927년 축구팀을 이끌고 필리핀 마닐라로 간다. 필리핀을 찾은 것은 화교 축구팀과의 경기 때문. 몽양은 환영만찬 연설에서 “아시아 민족은 해방을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직후 ‘남방민족연방’을 조직한다. 필리핀 일본영사관은 만찬연설을 트집잡아 현지 경찰에 신고, 체포됐다가 3일만에 풀려났다.●신채호와 위채 단재 신채호는 중국에서 ‘위조 외국환’을 만든 뒤 1928년 타이완으로 잠입한다. 중국에서 일부 유통시킨 뒤 남은 위채를 타이완에서 유통시키기 위해서였다. 독립자금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타이완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경찰에 붙잡힌다. 그가 만든 위채는 6만 4000원(쌀 6400가마 상당) 정도로 추정된다. 같은 해 5월 체포된 단재는 중국 여순감옥으로 압송돼 옥고를 치르다 1936년 순국한다.●안창호와 이민사업 도산 안창호는 1929년 1월 중국에서 활동하던 동포들의 이민을 타진하려고 필리핀으로 간다. 도산은 이곳에서 ‘대한인국민회 필리핀지부’를 만든 뒤 3·1절 기념식도 치른다.독립기념관 김도형 연구원은 “그동안 문헌에서 단편적으로 나오던 사실들이 처음 현지실사를 통해 구체화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동남아서 독립운동’ 재조명 본격화

    안창호와 여운형 등 유명 독립운동가들이 동남아에서 벌인 독립운동이 현지실사를 통해 최초로 구체화돼 본격적인 재조명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독립기념관(관장 김삼웅)은 최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 연구원 10여명을 보내 발굴조사한 ‘국외독립운동사적지 실태조사보고서-동남아지역’이란 보고서를 펴내 2일 공개했다. 이들 연구원은 3개팀(1팀=타이완,홍콩,싱가포르,태국 2팀=필리핀,인도네시아 3팀=인도,미얀마)으로 나눈 뒤 각각 현지실사 활동을 벌였다. ●홍명희와 고무농장 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는 1915년 독립자금 마련을 위해 말레이시아에서 큰 고무농장을 구입한다.하지만 수익을 못 내고 이듬해 매각한다.이어 홍콩 등지를 돌며 독립자금 마련에 나섰으나 역시 성과가 없자 1917년 말 중국 상해로 귀국한다.상해 임시정부가 조직되기 전 일이다. ●여운형과 축구팀 몽양 여운형은 1927년 축구팀을 이끌고 필리핀 마닐라로 간다.필리핀을 찾은 것은 화교 축구팀과의 경기 때문.몽양은 ‘혁명가’로 동남아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마닐라 시민들이 환영 만찬을 열어줬다. 그는 만찬 연설에서 “아시아 민족은 해방을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밝혔다.그는 직후 ‘남방민족연방’을 조직한다.필리핀 일본영사관은 만찬연설을 트집잡아 ‘여운형은 공산주의자다.’며 현지 경찰에 신고,체포됐다가 3일만에 풀려났다. ●신채호와 위채 단재 신채호는 중국에서 ‘위조 외국환’을 만든 뒤 1928년 타이완으로 잠입한다.중국에서 일부 유통시킨 뒤 남은 위채를 타이완에서 유통시키기 위해서였다.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로 반제국주의 운동에 전념하던 때로 독립자금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타이완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경찰에 붙잡힌다.그가 만든 위채는 6만 4000원(쌀 6400가마 상당) 정도로 추정된다.같은 해 5월 체포된 단재는 중국 여순감옥으로 압송돼 옥고를 치르다 1936년 순국한다. ●안창호와 이민사업 도산 안창호는 1929년 1월 중국에서 활동하던 동포들의 이민을 타진하려고 필리핀으로 간다.미국식민지여서 중국보다는 독립운동이 수월했기 때문.하지만 필리핀이 전제조건으로 ‘일본여권’을 요구해 실패했다.도산은 이곳에서 ‘대한인국민회 필리핀지부’를 만든 뒤 3·1절 기념식도 치른다. 독립기념관 김도형 연구원은 “그동안 문헌에서 단편적으로 나오던 사실들이 처음 현지실사를 통해 구체화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정부 “WTO 제소” 통상분쟁 조짐

    일본 정부가 하이닉스반도체 D램에 대해 결국 상계관세 27.2%를 부과키로 했다. 일본도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자국 반도체업계를 보호하고, 세계시장을 휩쓰는 국내 업체들을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같은 결정이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보고,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일 양국의 통상관계는 한동안 냉각될 것으로 점쳐지며, 경우에 따라선 양국의 통상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20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관세율 심의회를 열고 “하이닉스 D램은 정부 보조금을 받아 저가로 수출됐다.”며 상계관세 27.2%를 부과키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27일부터 5년간 한국산 하이닉스 D램에 상계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측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WTO 분쟁해결 절차 회부 등 가능한 법적 대응을 추진할 방침이다. 산자부는 “일본 정부의 결정은 채권 금융기관의 채무조정이 정부 보조금에 해당하고, 업계의 피해가 있었다는 제소자측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수용한 부당한 판정”이라고 밝혔다. 또 하이닉스 D램에 대한 미국(2003년 6월), 유럽연합(2003년 8월)의 상계관세 부과와 달리 일본의 조치는 하이닉스 채무 재조정 효과의 종료시점을 불과 1년 남겨둔 상황에서 이뤄진 매우 불합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일본의 이번 조치가 양국간 반도체 분야에서의 산업협력은 물론 더 나아가 전반적인 통상·산업 협력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이닉스측도 “일본 정부의 상계관세 최종 판정은 명백한 증거와 법률적 근거보다는 자국내 업체의 주장만을 수용한 것으로 매우 불합리하고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정부와 함께 WTO 제소 등 법적대응을 강구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상계관세 부과가 일본 수출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업계는 하이닉스의 채권단공동관리(워크아웃)가 일본에서 주장하는 ‘보조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트집잡아 관세를 물리는 것은 미국과 EU의 결정에 편승해 반도체 세계 1위인 한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팔 총선 새국면

    오는 25일 팔레스타인 총선을 앞두고 예루살렘에서의 선거 운동 허용 여부를 둘러싸고 대립해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타협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스라엘은 9일 팔레스타인 총선 출마자들이 이스라엘에 병합된 예루살렘의 아랍인 거주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달 이스라엘이 무장단체 하마스의 참여를 트집잡아 예루살렘에서의 선거 운동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팔레스타인측은 “선거 자체의 의미가 없어진다.”며 맞서왔다. 기디온 에즈라 이스라엘 치안 장관은 이날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하마스를 제외한 후보들에게만 예루살렘에서의 선거 운동을 허용하겠다.”면서 “특히 미국이 지원하는 ‘평화 로드맵’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후보들만이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후보들은 이스라엘 경찰로부터 허가를 얻은 뒤 예루살렘에서도 운동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루살렘에서 출마한 하마스 출신의 아흐메드 아톤 후보는 “이스라엘엔 팔레스타인의 국사를 방해할 어떠한 권리도 없다.”면서 “자유로운 투표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게 하라.”고 촉구했다.한편 요르단강 서안을 담당하는 팔레스타인 보안국은 이날 무장세력들이 선거 방해를 시도할지 모른다며 투표 당일 투표장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고 경고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하버드가 지배한다/리터드 브래들리 지음

    1636년, 미국 독립보다 140년 앞서 하버드대학교가 문을 연다. 이후 7명의 대통령,3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해 명망있는 정치가, 대법관, 학자, 예술가 등을 배출하며 세계 지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한다. 하버드는 이같은 물리적 가치를 넘어 ‘정신의 제국’이란 평가를 받아왔다.1960년대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 들불처럼 번진 반전운동과 흑인 인권운동의 핵이었으며, 널찍한 하버드 야드 중앙에 세워진 메모리얼 교회는 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하버드의 의지를 상징한다. ●서머스, 400대1 경쟁률 뚫고 총장에 하지만, 이처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하버드에 대한 ‘진실’은 지금도 유효할까?‘하버드가 지배한다’(리처드 브래들리 지음, 문은실 옮김, 생각의나무 펴냄)는 하버드에 대한 지금까지의 인식에 강력한 의문부호를 던지며 하버드가 전통적 상식 밖으로 달음질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 책이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에 프리랜서로서 글을 써온 저자는 예일대에서 학부를 나와 하버드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저자는 마치 잘 짜여진 다큐멘터리를 진행하듯 하버드 외피속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가장 이상적인 세계로 여겨지던 하버드는 언제부터 누구에 의해 변화하게 되었는가? 책은 그 변화의 핵심 인물로 로렌스 헨리 서머스 현 하버드대 총장을 지목한다. 래리 서머스란 이름으로 더 친숙한 그는 젊은 시절 하버드에서 최연소 종신교수직을 따내고 미래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까지 언급되었던 인물. 하지만 돌연 워싱턴의 경제전문가로 진로를 바꾼 뒤 재무부 장·차관을 거쳐 지난 2001년 10년 만에 하버드로 돌아온다.400대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돌아온 서머스는 하버드에 매머드급 돌풍을 몰고 왔다. 10년간의 ‘워싱턴식’ 게임이 하버드에서 시작된 것. 책에 따르면 하버드엔 이제 외곬같은 ‘착한 교육’은 없다. 오로지 경쟁 속에서 세계 초일류 대학 정수리에서 낙마하지 않기 위해 서머스는 이렇게 주장한다. 시대의 트렌드, 생명공학에 투자하라. 찰스강 인근에 자리잡은 하버드를 올스톤 구역까지 확대해 하버드 제국을 건설하라. 커리큘럼을 바꾸고, 세계화에 발맞춰 세계 각국에 하버드 분교를 설립하라. 하버드는 지난 4년간 그야말로 엄청난 지각변동을 겪게 된다. 보통 15∼20년인 총장 재임기간을 고려해볼 때 하버드의 변화는 누구를 총장으로 앉히고, 누가 지배하느냐에 따라 결정적 영향을 받는다. ●“학생·교수 본분에 돌아가 성과 만들라” 지금 하버드 교정에선 반유대주의를 인정할 수 없고, 한갓 회의주의에 빠진 인종·종교 관련 문제에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 학생과 교수의 본분으로 돌아가 오로지 경쟁, 그리고 성과를 만들어 내라는 것이 서머스의 강력한 논리다. 이 논리를 거부하는 학생이나 교수는 버텨낼 수 없다. 총장에게 길들여지거나, 아니면 일찌감치 하버드인이기를 포기하거나,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인종 종교 사회문제 등에 적극적이었던 미국흑인학과 교수 코넬 웨스트는 학생들을 선동하고, 수업에 소홀하다는 서머스의 트집에 첫번째 희생양이 된다. 서머스의 동갑내기로, 서머스보다 1년 앞서 종신교수직을 따냈던 하버드 학부 학장 해리 루이스도 축출된다. 교육에 대해 ‘속도 줄이기’를 요구했던 그는 2003년 서머스가 베네딕트 그로스를 학부 학장에 앉혀 완벽한 ‘서머스계’ 인사를 감행한 후 자진 사임의 형식으로 하버드에서 완전히 밀려난다. 극심한 경쟁과 성과주의 압박은 학생도 마찬가지. 공부벌레로 불려지는 하버드 학생들은 90년 이래 16명이나 하버드의 새로운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신의 몸뚱이를 해체하는 극단적 방법, 즉 자살을 택했다. ●‘서머스계 인사´ 감행 반대교수들 축출 학교가 배움의 전당이라는 숭엄한 권위 보다는 각종 데이터로 수치가 매겨지는 산술의 공간으로 변모해 간다는 저자의 우려는 의미심장하다.‘속도만능’‘성과만능’의 시대를 교육이 거리낌 없이 좇아가야 하는지,21세기 교육의 자화상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1만 95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등단 28년만에 첫 동시집 ‘산속 어린 새’ 낸 김명수

    등단 28년만에 첫 동시집 ‘산속 어린 새’ 낸 김명수

    해방둥이로 올해 환갑인 시인 김명수(60)가 세밑에 의미있는 두 권의 책을 내놨다. 등단 28년 만에 첫 동시집 ‘산속 어린 새’(창비)를 출간했고, 군(軍)을 주제로 한 장시를 묶은 ‘수자리의 노래’(들꽃)가 곧 나올 예정이다. 197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월식’‘세우’‘무지개’등 3편이 동시 당선되며 등단한 시인은 ‘침엽수 지대’‘가오리의 심해’ 등의 시집을 통해 뛰어난 서정시를 선보여왔다.‘엄마 닭은 엄마가 없어요’‘달님과 다람쥐’등 몇 편의 동화집을 발표하고, 외국 동화를 번역하는 등 아동문학가로도 활동해왔지만 동시집은 처음이다. 일반 시에 비해 동시가 쉬울 거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동시가 더 어렵다”(정호승 시인). 어린 아이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시를 쓰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은 “기왕의 시들이 워낙 맑고 순수해 동시를 쓰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2월, 일곱 번째 시집 ‘가오리의 심해’를 발표하고 나서 동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등단은 시로 했지만 혼자 문학공부를 하던 시절엔 동시, 동화, 시조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글을 썼습니다. 그때 습작했던 한권 분량의 동시를 잃어버린 뒤 한동안 뿌리를 잊고 살았는데 문득 다시 쓰고 싶어지더군요.” ‘산속 어린 새/작고 어린 새//공기조차 얼어 붙은/추운 새벽에//다람쥐도 산토끼도/춥고 추워서//굴 속에 웅크린/겨울 산 속을//포르릉 포르릉/날아다니며//얼어붙은 겨울 숲을/잠 깨워 주는//잿빛 날개 녹색 깃털/작고 어린 새’(‘겨울 새벽 아빠와 약수터 갈 때’전문) 농촌의 자연과 순박한 서민들의 생활을 노래한 시에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오롯이 느껴진다.‘밤이 되면 몽당연필 세 개가/필통 속에 나란히 누워 잠들고//밤이 되면 순이와 철호와 기영이 삼 남매가/슬레이트집 단칸방에 누워 잠들고’(‘몽당연필’중) 동시가 너무 잘 써져 3개월 만에 원고를 탈고했다는 시인은 “아이의 시간은 짧고, 어른의 시간은 길다. 아이의 시간이 어른의 시간으로 이어질 수는 없을까. 동시는 모든 사물과 사물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맺는, 뭇 존재들이 근원으로 다가가는 것”이라고 머리말에 적었다. ‘산속 어린 새’가 시인의 내면에 깃든 순수에 대한 동경을 꽃피운 시집이라면 ‘수자리의 노래’는 시인에게 탈영의 유혹까지 안겨줬던 고달픈 군대의 기억을 되살린 기록 시집이다.1966년 논산훈련소 입소때부터 메모를 시작했다는 시인은 40년간 꽁꽁 묶어두었던 시들을 풀어 계간 문예지 ‘창작21’가을호와 겨울호에 연재했다. 시인은 “내 세대가 예비군도 첫번째, 민방위도 첫번째 대상자였다. 평생 군대생활을 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때의 기억이 내 인생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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