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트집
    2026-07-05
    검색기록 지우기
  • 쿠팡
    2026-07-05
    검색기록 지우기
  • 신화
    2026-07-05
    검색기록 지우기
  • 가왕
    2026-07-05
    검색기록 지우기
  • 부각
    2026-07-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177
  • 긴장 속 한숨 돌린 현대아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되자, 남북경제협력에 참여한 업체들은 완화된 제재 수위에 일단 안도하면서도 앞으로 전개될 사태 추이에 대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가장 한숨을 돌린 곳은 현대아산. 현대아산측은 15일 “결의안에 명시된 대북 수출금지 품목이 핵이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계획에 기여하는 물자와 사치품 등으로 한정됐다.”면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언급이 없는데다 연관지어 해석할 만한 조항도 없어 무난하게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때 65%까지 치솟았던 금강산 관광 취소율도 지난 13일을 고비로 빠르게 진정되고 있다. 주말인 14일과 15일에도 1500여명씩 금강산으로 떠났다. 현대아산측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추후 설치될 유엔 제재위원회의 검증을 받더라도 순수 경협사업이어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개성공단 입주업체인 로만손 시계 김기문 회장도 “유엔 결의안 채택과 무관하게 개성공단 사업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입주 기업들이 불안해하는 대목은 북측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 부분. 현대아산이 북한에 주는 관광대가와 마찬가지로 트집잡힐 소지가 있다. 게다가 유엔 결의안에 대해 북한이 추가 핵실험으로 응수하거나 해상 검문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핵실험으로 신규 투자나 유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추가 충돌사태가 빚어지면 경협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남북경협시민연대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중단되면 5000억원의 투자비가 날아간다.”며 사업 지속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17일 긴급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로 북한 해역 진입이 통제돼 북한산 모래 유입이 중단되면, 관련 골재·해운업체는 물론 수도권 골재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건설교통부는 “올해 계획된 북한산 모래 물량의 93%가 이미 반입돼 수급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재판혁명이 시작됐다] (中) 공판중심주의 현주소

    [재판혁명이 시작됐다] (中) 공판중심주의 현주소

    역시 문제는 ‘시간´ ‘인력´ ‘돈´이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공판중심주의 시범재판부 재판에 참여하고 있는 법관·검사·변호사들은 공판중심주의의 현주소를 이렇게 설명했다. 시범재판부를 맡고 있는 형사1단독 이한주 부장판사는 재판업무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력이 부족하고 사건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예전이면 5분 정도면 끝날 자백사건도 지금은 1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고 했다. ●법원 “관련서류 검찰에 요구할수 있도록 제도 보완해야” 사건 수도 적지 않은데다 개별 사건마다 걸리는 시간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는 공판중심주의의 정착을 위해서는 우선 법정에서의 거짓말인 ‘위증’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판중심주의에서는 법정에서의 위증 여부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 “위증죄에 대한 처벌을 높이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달부터 검찰이 전국적으로 전면 확대실시하기로 한 증거분리제출에 대해서도 검찰이 조사한 내용을 피고인 방어를 위해 변호인들이 알 수 있도록 재판부가 관련 서류를 검찰에 요구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도 재판부가 검찰에 수사기록을 요청할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제출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공판중심주의 도입에 따른 검찰의 수사역량 약화에 대한 보완책으로 도입을 추진 중인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 등의 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검찰 “공판검사 60~150명 더 필요” 검찰도 사건당 시간이 많이 늘어난 점을 부담으로 꼽았다. 공판중심주의 시범실시 결과 자백사건은 한 건당 평균 30분이, 부인 사건에는 평균 50분이 걸린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조근호 대검공판송무 부장은 “시간이 길어져 오전에 자백사건 4건, 오후에 부인하는 사건 4건 등 현재 속도대로라면 하루에 8건밖에 처리할 수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재판을 담당하는 공판검사 한 명이 한 달에 새로 맡게 되는 사건이 20∼30건 수준임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의 사건을 처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해결책은 공판검사의 수를 늘리는 것. 그는 “공판중심주의 취지에 맞게 재판부당 전담 공판검사를 두려면 현재보다 60∼150명 가량의 검사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현재 공판검사는 210명이다. 이와함께 판사 수와 재판정 수가 늘어나면 필요한 공판검사의 수는 더 늘어난다. 그는 “결국 비용문제가 된다. 과연 우리사회가 사법비용의 추가적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공판중심주의에서 무죄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반대라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 현재는 공판검사 한 명당 30∼40건의 사건을 담당하느라 수사기록 파악하기에도 벅찼다.”면서 “공판중심주의가 활성화돼 공판검사가 늘어나고 해당 재판부 사건만 맡게 된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무죄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동시에 재판이 길어진 만큼 플리바게닝과 사법방해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재판상황을 기록하는 공판조서가 너무나 간략하게 작성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공판부의 다른 검사는 “재판에서 격렬하게 법적 공방을 벌이거나 반대의견 등을 길게 설명해도 정작 공판조서에는 한 줄로 기록되는 경우가 태반”이라면서 “재판이 하루에 끝나지 않는 한 판사도 재판상황을 다시 기억해내야 하는데 공판조사가 부실해 결국 조서를 읽어야 한다면 공판중심제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변호사 “피고인들 할말 다해 덜 답답” 변호사들도 공판중심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변호사는 “공판중심주의를 전적으로 찬성한다. 검찰 조사에도 변호인 조력을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변호인도 별다른 도움을 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조사는 분위기도 억압적이지만 공판중심주의하에서는 공개된 법정에서 피고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니까 덜 답답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사 출신의 한 국선변호인은 “조서를 가지고 하는 재판이 공판중심주의에 비해 사건 파악이 빠르고 쟁점정리가 잘 된다.”면서 “법정에서 피고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좋지만 난처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70대 노인이 벌금형을 받을 정도의 비교적 간단한 재판을 사례로 들었다. 문제의 재판에서 그 노인은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말을 끊임없이 계속했다.”면서 “공판중심주의를 하겠다고 했으니 말을 끊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재판 시간이 길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예정보다 재판이 길어져 다른 재판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에 한 사건만 해도 시간이 다 간다. 다른 법원에도 사건이 있으면 결국 이 사건 때문에 늦게 된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민사성격 고소사건 검찰부담 줄어들듯 9월 현재 판·검사 수는 3800여명. 예비판사를 포함한 판사가 2222명이고, 검사가 1577명이다. 활동 중인 변호사는 7617명이다. 상당수가 학연과 지연, 혈연으로 연결됐다. 사법연수원에서 2년을 동고동락해 기수별 동기의식도 강하다. 검사와 변호사, 판사를 묶어서 ‘법조3륜’이라고 통칭한 용어에 이런 특성이 반영됐다. 검사나 변호사 활동을 한 뒤 선거 등을 거쳐 판사가 선출되는 체계를 가진 미국에서는 법조3륜이라는 말을 쓰는 게 어색하다. 이런 법조3륜의 관계를 ‘님’에서 ‘남’으로 바꾸는 촉진제가 된 이용훈 대법원장의 지법 순시 발언은 사실 법조3륜끼리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는 현상을 각성시킨 측면이 짙다. 일단 한해 사시 합격자수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법조계의 소수정예 엘리트 구조에 흠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공판중심주의 도입 등 사법개혁 논의가 뜨거워지면서 법조3륜의 역할과 기능이 다르다는 점이 부각됐다. 검찰은 다음달부터 문서송부촉탁 심사를 강화키로 했다. 사생활 보장 등을 위해 수사비밀과 관계없는 서류만 선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문서송부촉탁 심사강화 방침은 장기적으로 민사적 성격이 짙은 고소사건을 줄여, 검찰에 부과되던 심판 기능을 법원의 민사법정으로 옮아가게 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검찰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잃는 일일 수도 있지만, 일선 검사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민사적인 분쟁을 형사적으로 처리하려는 관행은 그 동안 검찰 업무를 가중시켜왔고, 이해관계에 맞지 않는 기록을 트집잡아 당사자가 검사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검찰 수사기록보다 법정 진술을 중시한다거나 영장 심리를 강화하겠다는 법원의 움직임도 자체 심판기능을 강화하고 수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용철 연세대 법대 교수는 “3륜끼리 서로 자신의 직역이 최고라고 우긴다면 문제지만, 자신의 공익적 역할을 깨닫고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한다면 대국민 법률서비스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조서재판 회귀 유혹? 공판중심주의 시대에도 신속·효율성을 앞세운 조서재판의 유혹이 떠돌고 있다. 검찰은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서를 증거로 낼 수 없게 되자 그때그때 증인이나 피고인들에게 동일한 내용을 신문하는 방법으로 증거능력을 얻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내용을 1심과 항소심 등에서 두세번씩 반복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재판시간이 늦어지고 일정이 길어지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04년 4월 이후 증거분리제출제도를 우선 시행한 결과,1심 재판의 최소기간은 50.4일에서 53.5일로 늘었지만 최장기간은 156.1일에서 106.7일로 줄어들었다. 사법부에서는 일주일에 2,3차례 재판을 여는 집중심리제 시행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에는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부인한 검찰조서가 증거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검찰에서 허위자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도 큰 불만이다. 조서재판의 유혹은 사법부에도 번져 있다. 검찰조서를 통해 사건의 쟁점을 빨리 파악했던 과거와 달리 처음 듣는 순간 사건의 핵심을 짚어야 한다. 예전보다 몇 배 늘어난 시간 동안 법정에서 집중하고 있어야 한다. 격무에 시달리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질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한주 판사는 “업무로 인해 피로가 쌓여도 법정에서 항상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위증을 가려낼 방법도 미약해 법정이 거짓말 경연장이 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긴장은 몇 배가 된다. 조서의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는 것은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다. 검찰조사내용을 넘겨받아 훑어본 뒤 변론하던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증거분리제출제도가 실시되면서 검찰의 전략을 알 수 없게 됐다. 검찰에 맞서 치열하게 법정공방을 벌이는 의뢰인의 기대치에 부응하려면 검찰청으로 자료를 복사하러 다니던 시간에 참고인, 증인들을 만나야 한다. 재판시간이 길어지면서 수임사건 수도 줄어들게 됐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씨줄날줄] 정보 발신력/강석진 수석논설위원

    국가 정보기관이 ‘견공(犬公)’ 대열에 서게 된 것은 순식간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행성 게임이 창궐한 데 대해 “도둑 맞으려니 개도 안 짖는다.”라고 말하고, 늘 그렇듯이 여기저기서 트집을 잡으면서부터이다. 대통령의 말은 “개는 2004년부터 짖었다.”라는 반박을 불렀다. 졸지에 ‘개’가 된 국정원이 “2004년 바다이야기에 대해 청와대에 보고한 바 없다. 올해 들어 동향보고를 했다.”며 ‘주인’을 변호했지만, 한나라당은 2005년 국정원이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분명히 대통령에게 전달됐을 것이라고 계속 달구친다. 검찰과 경찰도 짖지 못했다고 자복하는 견공 대열에 동참했다. 정보의 힘은 수집, 분석·평가, 발신(전달) 능력으로 이뤄진다. 국정원이나 검·경의 말을 종합하면 사행성 게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했으나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짖지 못했다.’는 견공들의 말이 거짓이면 국민을 속인 것이다. 사실이면 정보 기구의 정보 발신(發信) 능력에 총체적 결함을 드러낸 것이 된다. 거짓이어도 문제지만 사실이어도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면 떠나지만 정보기구들은 계속 남아 주요 국가정보를 다루기 때문이다. ‘국가와 정보’라는 책을 쓴 일본의 오카자키 히사히코는 “정보라는 것은 그냥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쓰는 정책결정자 나아가 민주주의 국가에 있어서는 국민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라고 말한다. 현재의 논란은 대통령에게 보고했는지 여부에만 집중돼 있다. 정보기구들이 국민에게 알리는 데 실패했다는 점은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 여정으로 접어든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정보기구의 임무를 윗선 보고에만 한정지어 보기 때문이다. 정보기구들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못한 점만 송구스러워한다. 정보는 발신력이 떨어지면 수집력도 약화된다. 정보기구들이 다원화되고 민주화된 사회에 걸맞은 정보 발신력을 갖추는 데 왜 실패했을까. 어찌 해야 정보 능력을 높일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주요 정보기구들이 다시 견공 대열에 서지 말란 법이 없을 것이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떠오르는 아베시대] 집안 내력과 성장 배경(상)

    [떠오르는 아베시대] 집안 내력과 성장 배경(상)

    |도쿄 이춘규특파원|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이 1일 사실상 총리를 뽑는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 선언을 한다. 하지만 그의 차기총리 당선은 확실시된다. 그는 이미 전직 총리들을 예방하며 성원을 부탁하는 등 총리 행보를 시작했다. 다가오는 ‘아베 시대’에 앞서 그의 성장배경과 인맥, 정치 철학과 한반도 인식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아베의 성장 배경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우선 그의 출신지역이 야마구치현이라는 점이다. 야마구치현은 일본의 근대국가를 출범시킨 1868년 메이지유신의 주역들을 배출한 지역이다. 야마구치현은 근대 일본 최대의 파워엘리트집단을 배출했다. 한반도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와 야마가타 아리도모, 가쓰라 타로, 데라우치 마사다케, 다나카 기이치, 기시 노부스케, 사토 에이사쿠 등 7명의 총리를 배출했다. 일본 광역단체 중 가장 많은 숫자다. 도쿄도, 이와테현은 각각 4명씩을 배출했다. 아베가 총리가 되면 8번째 야마구치현 출신 총리다.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 이후 34년만에 야마구치(조슈) 대망론이 재현되는 셈이다. 그의 집안은 화려하다. 그는 ‘우파’‘강경파’‘매파’‘네오콘´(신보수)이란 표현을 싫어한다. 그러나 아베는 강경우파로 인식된다. 지역출신이나 가계의 내력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베의 외할아버지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다. 그는 태평양전쟁 기간 ‘천황’을 보필해 성전을 수행하는 군국주의 정치 운동을 했던 정치가였다. 패전과 동시에 A급 전범 용의자로 수감됐다가 1948년 다른 전범들이 처형되기 전날 석방돼 ‘쇼와의 요괴’로 불렸다. 석방 배경은 수수께끼지만 미국과의 뒷거래설이 제기되고 있다. 기시는 석방후 정치무대에 복귀,1955년 결성된 자민당 초대 간사장, 외상을 거쳐 57년 총리로 취임해 60년 미·일안보조약 개정을 강력한 반대여론 속에 실현시켰다. 당시 여섯살이던 아베는 도쿄 시부야 기시의 집을 형과 함께 자주 다니던 사실을 회상하며 “데모대에 포위됐던 할아버지의 집”이라고 회상하고 있다. 기시는 자주헌법과 재군비를 강조한 자민당 강경우파의 원조였다. 일본이 진정으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자주헌법’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신조이자 일생의 정치 목표였다. 아베도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를 통해, 자민당 결성은 “일본이 진정한 의미의 독립을 되찾기 위한 것”으로 표현했다. 아베는 점령군사령부의 의지가 담긴 현행 평화헌법 대신, 자주헌법 실현을 위한 개헌과 교육기본법 개정을 외친다. 그러면서 “아버지보다 (외) 할아버지의 정치적 DNA를 이어받았다.”고 말하곤 한다. 기시 전 총리도 죽기 전에 외손자 아베 신조를 불러 “빨리 정치가가 되라.”고 했을 정도로 강경우파의 피가 이어지고 있다. 기시 집안은 메이지유신과 맥이 닿는다. 기시는 야마구치 현청 직원 사토 히데스키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증조부 사토 신칸은 메이지유신의 철학적 토대를 쌓았다는 조슈 출신의 요시다 쇼인이나 이토 히로부미 등과 폭넓게 교제하는 등 조슈 인맥의 명망가였다. 하지만 기시는 중학교 3학년때 아버지쪽 집안인 기시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사토 집안에서 양자로 왔다. 그의 동생 사토 에이사쿠는 나중에 총리가 된 뒤 노벨평화상(1974년)을 수상했고, 형 이치로는 해군 중장까지 역임했다. 아베의 아버지는 총리를 눈앞에 둔 채 병으로 작고(1991년)한 아베 신타로 전 외상이고, 친할아버지 아베 간 역시 중의원 의원(1946년 작고)이었다. 이처럼 세습정치가 전통인 일본에서 아베는 지역이나 집안 면에서 일본 정계의 ‘성골(聖骨)’이다. 그래서 ‘강한 자’에 따르는 일본인들이 귀공자 아베를 좋아한다고 한다. 아베 신조는 1954년 기시 전 총리의 장녀 요코와 아베 신타로 전 외상 사이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부인은 모리나가제과의 마쓰자키 아키오 전 사장 장녀 아키에(44)다. 아베 신조의 형 히로노부는 우시오 전기 회장의 장녀와 결혼하는 등 재계와의 연결고리도 튼튼하다. 아베는 공부는 신통치 않았다. 외할아버지, 아버지처럼 도쿄대학을 지망했지만 실패했다. 귀공자들이 다닌다는 세이케이대학 법학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캘리포니아대 정치학과로 2년간 유학했다. 미국에서 귀국한 뒤 고베제철소에서 3년 반 월급쟁이를 한 뒤 아버지의 비서관으로 들어가 정치수업을 쌓았다.1991년 아버지가 사망하자 지역구를 물려받아 1993년 37세에 중의원에 처음으로 당선된 뒤 승승장구했다. taein@seoul.co.kr
  • [17일 TV 하이라이트]

    ●열아홉 순정(KBS1 오후 8시25분) 문구는 서울에 교육을 받으러 온 김에 국화를 보러 왔다가, 앞치마까지 두르고 저녁을 준비하는 우경을 보고 호되게 꾸짖는다. 일도는 홍영감과 혜숙 사이에 뭔가가 있다고 확신한다. 한편, 국화가 다른 회사 면접에 갔다는 말에 속이 상한 우경은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테니 도망치지만 말라고 부탁한다.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KBS2 오후 9시25분) 덕화는 여전히 곤이가 마음에 들지 않자 곤이의 약점을 알아내려고 작전을 세우며 테스트를 하지만, 곤은 쉽사리 넘어오지 않는다. 과연 덕화는 곤이의 트집 잡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희진은 꼴통의 양대 산맥 대용과 도영에게 과외를 해주게 되는데, 그들의 파란만장한 첫 과외가 시작된다.   ●책 읽어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EBS 오후 11시55분) 소설가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을 소개한다. 저자가 자신을 사로잡은 문장들을 곁들이며 들려주는 성장기와 청년기의 이야기가 풀어진다. 지금 청춘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과 청춘을 보낸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청춘의 의미를 새롭게 찾아본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25분) 미국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높인 인물에 수상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상’ 제1회 시상식이 열렸다. 수상자인 전신애씨는 연방정부 노동부 여성국장이고, 이경원씨는 미 주류 언론에 진출해 50여년 활동한 기자다. 이 행사를 주관한 동포사회 발전재단은 ‘자랑스러운 한국인상’을 매년 지속할 예정이다.   ●얼마나 좋길래(MBC 오후 8시20분) 선주는 형철에게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묻고, 당황한 형철은 얼른 사랑한다고 대답한다. 형철의 고백이 본능적으로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안 선주는 동수를 생각하며 형철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한편, 옥심은 자신의 생일을 몰라주는 식구들에게 서운해 하지만, 내색도 못한 채 속만 끓인다.   ●웰빙!맛 사냥(SBS 오전 9시) 벌써 입추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땀이 흐르는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여름에 몸을 지켜주는 보양탕들이 뭉쳤다. 여름에 먹으면 보약보다 좋다는 민어. 민어 한 마리면 궁중음식을 먹는 임금이 부럽지 않다고 한다. 민어와 함께 힘이 나게 하는 대게 보양탕에 다슬기 삼계탕까지 여름철 보양탕을 맛본다.
  • 이산가족 상봉중단 장기화 가능성

    북한이 일방적으로 중단을 선언한 이산가족 상봉이 언제나 재개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은 한반도 정세 등을 이유로 걸핏하면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들고 나왔다. 2001년에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우리 정부의 비상경계 강화조치를 이유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1년 2개월여 동안 멈췄고,2004년에 고 김일성 주석의 10주기 조문 불허를 트집잡아 1년 넘게 중단된 적이 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중단카드로 남측을 압박해 왔기 때문에 관심은 언제 재개되느냐는 것이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중단은 겉으로는 쌀·비료 지원유보에 연결돼 있지만 실제로는 미사일·6자회담 복귀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법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20일 “빠른 시일 내에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당분간 남북관계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장기화 가능성을 감추지 않았다. 북한이 금강산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산가족 면회소 건설현장에서 인력을 철수하라고 추가 통보해 온 데서도 북한의 추가 조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종석 장관은 북한이 취할 추가 조치에 대해 “예단하지 않겠다.”면서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미국 등에서 개성공단을 문제삼을 경우에 북한은 개성공단 인력 철수 등도 요구할 수도 있다. 북한은 인도적 차원의 대북 쌀·비료 지원거부에 인도적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 중단이라는 강수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재개의 분위기와는 더욱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미사일 사태가 해결될 수 있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중단 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10월에 예정돼 있는 남북장관급 회담 때까지 5자회담으로 6자회담의 토대를 만들고 남북적십자 회담을 자연스럽게 열어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중동戰 막아라” 국제사회 비상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4일 긴급 소집됐다. 상황이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의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스라엘은 자국 병사 2명을 납치한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레바논 남부에서 1996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작전을 사흘째 이어갔다. 해상봉쇄도 계속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레바논에서 3명이 사망, 지난 12일 이스라엘군 공격이 시작된 뒤 레바논인 63명이 숨지고 최소 165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헤즈볼라도 이날 이스라엘 북부에 로켓 공격으로 맞섰으나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다음 목표는 시리아와 이란? 북한 미사일과 이란 핵문제에 발목이 잡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개입을 주저해 왔던 안보리도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할 수 없게 됐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과 아랍권의 정면대결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정세불안이 심화되면서 유가가 폭등, 세계경제의 동반추락도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미 조건부 개입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그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지원을 트집잡아 시리아를 공격한다면 이슬람 국가들은 힘을 합쳐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관영 IRNA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적대국인)시리아와 이란이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며 전선을 시리아로 확대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G8 정상회담 주요의제로 유엔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는 특사를 파견해 막후 중재에 나섰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3명의 사절단을 보내 아랍연맹(AL) 외무장관들을 만난 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를 잇따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집행위원도 다음주 중동의 관련국들을 방문한다. 1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서방선진 8개국(G8) 정상회의에서도 기존 의제와 별도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전했다.●레바논 “미국이 이스라엘에 공격중단 압력 약속”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4일 푸아드 시니오라 레바논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에 레바논에 대한 공격중단 압력을 넣기로 약속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도 통화를 갖고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사태의 해법을 논의했지만 의견접근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과 유럽국가의 견해차도 노출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가리켜 “평화의 진전을 원치 않는 테러리스트 집단”이라며 이스라엘을 두둔한 반면, 유럽국가들은 이스라엘의 행위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연례 TV회견에서 “이스라엘의 대응은 전적으로 균형잡히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인질 억류는 잘못됐지만 군사력을 동원해 보복하는 것도 용납되기 힘들다.”고 일침을 놓았다. 마시모 달레마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부적절한 전쟁행위”라며 이스라엘을 비난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열린세상] 권위주의 더 털자/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축구경기에서 졌다. 그런데 어떻게 하려고 저 야단인가 할 정도로 좀 심했다. 방송이 특히 그랬다. 그냥 신나게 즐기는 거지, 뭘? 잔치판 흥 깨는 먹물 버릇은 어쩔 수 없다. 이 대목에서 불현듯 옛날 방송장면이 기억나는 것도 일종의 불치병이다. 굳이 필요는 없겠지만, 해열진정제 대용으로 생뚱맞은 트집이나 잡아본다. 그랬었다. 세계타이틀 매치에서 이긴 권투선수가 땀범벅의 벌건 얼굴을 하고 인터뷰를 하는 중에, 누군가 옆구리를 찌르면 황급하게 대통령 각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코미디가 연출되곤 했었다. 언제까지 그랬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다 극적인 승리에 온 국민이 흥분했던 게임 직후에는 늘 각하에게 승전보를 전하면서 ‘성은망극’(聖恩罔極)의 고마움을 표하는 ‘의전절차’가 진행되었었다. 아마도 ‘땡전뉴스’ 시절이 가장 심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능력과 성과에 대한 평가와는 상관없이 적어도 지나치게 목에 힘주는 권위주의적 대통령상을 불식시킨 것은 의미가 적지 않은 치적의 하나로 생각해왔다. 여당의 5·31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민의(民意)해석과 관련해서 다시금 정치적 논란거리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의 ‘말씀’에 대해서 야당과 일부 악의적인(?) 언론은 물론이고, 여당 인사들까지도 거리낌 없이 시비를 거는 것 자체는 나쁠 것이 없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고, 그래서 웃겼던 행태들을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것이 굳이 섭섭할 것은 없는데, 요즈음 이런저런 말들이 각하의, 각하를 위한 ‘말씀’들에 관한 기억들을 되살려 주곤 한다. 토인비는 “창조적인 것은 늘 주변부에서 나온다.”고 말했는데, 고질적인 악습도 마찬가지인가 보다.‘21세기 대통령과 19세기 국민’,‘혁신? 북악을 보라!’,‘명의대통령과 응석받이 환자 국민’…‘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와 그 발상과 수사학의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아니하다. 이따금 정치드라마에서 보면 이른바 ‘측근’들이 전직 대통령을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대사가 나온다. 전혀 현실성이 없는 것은 아닌 듯한데, 요즘의 궁중용어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집권 초기에 각하 대신 ‘대통령님’으로 호칭을 통일한다는 보도를 봤던 것 같은데 그렇게 하고 있는가? 정보공개청구의 대상이 될 것 같지는 않고, 물어 볼 만한 아는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굳이 묻기는 민망하다. 과다하지 않은 수준의 정보제공료라면 비공개를 조건으로 하더라도 누가 알려주면 고맙겠다. 쓸데없이 알려고 하다가 다칠 수도 있는 국가기밀(?)에 대한 관심이 호사가의 괜한 호기심만은 아니다. 월드컵 때문인지 요즘은 좀 뜸했지만,9시뉴스에서 대통령의 ‘말씀’을 전해 온 청와대 대변인들이 원인제공자이다. 필자의 귀에만 거슬렸는지 모르겠지만, 유난히 또렷또렷한 발음으로 “대통령께서는…라고 말씀하셨습니다.”라고 ‘말씀’을 직접 인용하는 대변(代辯)이 단순히 존대어법의 무지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다. 언어철학의 대가인 설(Searle)은 ‘말의 씀’(話用)을 ‘지향성’으로 설명한다. 말은 자질이나 성향, 습관 등과 같은 선재조건과 연계되어 나타나는 일련의 의도적인 사유방식이라는 것이다.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다. 대통령은 종복의 수장일 뿐, 주권자인 국민에 대해서는 ‘주종의 관계’에 있다. 대변인과의 관계에서만 ‘말씀’하시는 것이지, 주인이고 하늘인 국민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면 불경죄다.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을 존경하고, 철학과 신념을 공유하면서 믿고 따르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것을 국민전체를 상대로 훈시하듯이 언론에 표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현대판 ‘용비어천가’들과 ‘말씀’을 전하는 잘못된 어법의 대변이 설마 ‘국민주권이념’에 대한 무지와 오해의 성향이 드러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 ‘엘프녀’가 한순간에 ‘오크녀’로

    ‘엘프녀’가 한순간에 ‘오크녀’로

    전국을 휩쓴 2006 독일월드컵 응원 열기의 중심에 길거리 응원이 있었다면 그 한쪽에는 인터넷 여론을 주도한 네티즌들의 힘이 있었다. 하지만 빛나는 광장 뒤에 숨은 익명의 군중들은 힘모아 ‘대∼한민국’을 외치다가도 의견이 다르면 상대를 불문하고 달려들어 막무가내로 공격하고 상처내는 그릇된 행태를 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지난 25일 한국에서 연맹 홈페이지(www.fifa.com)에 접속하는 것을 봉쇄했다. 스위스전 오심 시비와 관련해 한국 네티즌들이 봇물처럼 항의를 해대는 데 대한 맞대응이었다. 그러자 한국 네티즌들은 곧장 ‘우회접속’에 나섰다. 우회접속은 우리나라에 배당되지 않은 제3국의 인터넷망으로 발신처를 변경한 뒤 접속하는 것. 네티즌들은 ‘IT강국의 힘을 보여주자.’면서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이 방법을 빠르게 퍼트리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적 망신이니 억지 좀 그만 부리라.’고 만류하는 네티즌들도 생겨나고 있다. 네티즌들은 사진 한 장으로 손쉽게 스타를 만들어 냈다. 토고전 길거리 응원 사진으로 유명해진 ‘엘프녀’가 대표적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늘씬한 미모의 종족인 ‘엘프’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엘프녀’는 모델 한장희씨로 밝혀졌다. 하지만 한씨 신원이 밝혀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그의 고등학생 때 사진을 유포하고 ‘성형수술을 했는지 얼굴이 너무 다르다.’면서 게임과 소설에 등장하는 괴물 종족 ‘오크’를 본따 ‘오크녀’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자기들 마음대로 외모만 보고 스타로 만들었다가 트집을 잡아 바닥에 내팽개친 것이다. 결국 한씨는 사진 출처인 미니홈피를 폐쇄하고 잠적했다. 스위스전 패배 이후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공격대상이 됐다. 김진규 선수가 이호 선수의 미니홈피 ‘일촌 한마디’ 코너에 ‘○○○, 니나∼나나∼축구 그만둘 때까지 욕먹겠다∼신경쓰지 말자∼수고했다 칭구야∼∼열심히 했자나’라는 글을 올리면서 두 선수의 미니홈피는 그야말로 초토화가 됐다. 방명록의 글들은 언어 사용의 부적절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두 선수 선발이)이번 월드컵의 최대 오류’‘싸이질할 동안 연습이나 하라.’는 등 비방성 공격으로 이어졌다. 이호 선수는 결국 미니홈피를 폐쇄했다.26일 다시 열었지만, 방명록 메뉴는 삭제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지단, 아데바요르, 프라이 등 상대팀의 에이스급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선수를 기용하지 않았다며 아드보카트 감독에게까지 욕설과 저주를 퍼부었다. 이들을 두고 ‘국빠’라고 비난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국가대표 팬’을 뜻하는 ‘국빠’는 자기가 대표팀 감독이라도 되는 양 전술과 선수에 대해 무조건 흠을 잡으려는 ‘악플러’(악성댓글 작성자)들을 비꼬는 신조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문화의 취약점이 월드컵이라는 극적인 계기를 맞아 심각하게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인터넷상에서는 억지를 쓰고 화를 내는 등 부정적인 정서를 매우 쉽게 표출할 수 있으며, 개인의 감정이 집단화되기 쉽다.”면서 “월드컵에서 이런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女談餘談] 줄임말에 대한 단상/김미경 문화부 기자

    “저기 국박, 아니 중박 지나 오른쪽으로 턴해.”“무슨 소리야?”“아니, 저기 중박 보이잖아, 거기서 꺾어.” 최근 오빠와 함께 서울 용산의 모처를 찾아가면서 나눈 이야기다. 운전을 하는 오빠에게 길을 빨리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줄임말이 튀어나왔다. 박물관을 출입하는 기자에게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박이나 중박으로 불린다. 박물관 관계자들은 물론, 출입기자들 대부분이 국립중앙박물관 대신 자연스럽게 줄임말을 쓴다.“명색이 출입기자가 그렇게 줄여서 말하냐?”는 오빠의 지적을 받고서야 새삼스럽게 얼굴이 붉어졌다. 요즘, 세상은 온통 줄임말 투성이이다. 인터넷에 나오는 말들은 물론, 웬만큼 긴 단어는 대부분 앞글자와 뒷글자만 남긴 채 난도질 당한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라는 국립중앙박물관도 민박(국립민속박물관)·역박(서울역사박물관) 등과 함께 어느새 ‘박물관 줄임말 3총사’가 됐다. 인터넷이나 TV에 나오는 줄임말은 더 가관이다. 어른들은 쏟아지는 줄임말을 이해할 수 없다며 난감해 한다. 리플·악플·무플에 이어 악풀의 반대말이라는 착풀, 직찍(직접 찍은 사진), 쌩얼(화장 안한 얼굴), 썩소(썩은 미소) 등 의미를 알게 되면 허무해지는 줄임말들이 난무한다. 줄임말이나 신조어 때문에 생기는 세대차를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인기리에 방송 중인 KBS 오락프로그램 ‘상상플러스-올드앤뉴’에서 어른 80∼90%가 모르는 단어 대부분이 이렇게 줄임말로 된 신조어다. 몇년 전, 지금은 유명한 음악프로듀서가 된 가수 P씨가 방송에 나와 “소개팅을 했는데 그 여자분이 식당에서 ‘비냉(비빔냉면)과 물냉(물냉면) 하나씩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것을 듣고 교양이 없다고 생각해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반응은 다양했다. 별 거 가지고 다 트집을 잡는다는 의견도 있었고,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두둔성 반응도 있었다. 물론 줄임말은 편하고 재미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스피드시대’에 살고 있어도 꼭 줄임말을 쓸 필요가 없다면 우리말을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굳이 교양을 언급하지 않아도, 줄이지 않고 또박또박 건네는 말이 의사소통에도 좋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김미경 문화부 기자 chaplin7@seoul.co.kr
  • [Book & Life] ‘책의 참뜻’ 담지 못한 독후감 숙제

    얼마 전 중학생인 둘째 아이가 독후감 숙제를 해야 한다고 해 필요한지 물어보지도 않고 책을 두 권 사다 준 적이 있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였던 것 같다. 퇴근 길에 책을 사들고 들어갔더니 “에이, 아빠 벌써 다 썼어요.”라는 게 아닌가. 어이없어하는 내게 아들놈은 “인터넷에 들어가면 요약된 글이 천지”라며 “책을 언제 다 읽고 독후감을 쓰느냐.”고 천연덕스레 말하는 것이었다.10여분간 훈계를 늘어놓은 뒤 책을 모두 읽고 독후감을 다시 쓰라고 하니 심약한 아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인터넷을 직접 검색해 보니 요약된 글뿐만 아니라 줄거리, 주제, 등장인물의 성격, 느낀 점까지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었다.아예 모범 독후감까지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달려 나왔다. 학교 공부하랴, 학원가랴 바쁜 세상에 쉬운 길(요약글) 놓아두고 굳이 어려운 길(원전)을 택할 아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하니, 공연한 트집을 잡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서점에서도 요즘엔 요약된 글을 묶은 책들이 인기다.‘요약 세계문학전집’이니 ‘독후감 숙제’니 하는 책들이 다. 서너권만 사놓으면 수십명의 위인들과 고전을 ‘섭렵’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다. 대학입시에서 논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그 준비를 위한 ‘다이제스트 고전’도 쏟아져 나온다. 다이제스트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학이든 철학이든 역사든 전체적인 흐름이나 맥락을 파악할 수 있고, 관심이 가는 책을 골라 읽게 하는 원전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목적으로 요약된 글을 찾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논술시험을 위해 요약집을 달달 외운들, 인터넷에서 독후감 숙제를 수십번 베껴 낸들, 동서고금을 통해 가슴을 울리는 고전의 깊은 맛을 과연 알 수 있을까. 아이들을 겉은 실해 보이나 텅 빈 무처럼 키워선 안 된다. 학교에선 독후감 숙제를 내주기보다, 차라리 1주일에 한두 시간이라도 수업시간을 쪼개 책을 읽게 하는 게 낫겠다. 출판사도 ‘논술준비’니 ‘양서안내’니 하며 요약된 글을 책으로 묶어내는 일은 그만두었으면 한다.이는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책을 멀리하게 함으로써 출판시장에도 해가 되는 일이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벌집쑤신 여당

    벌집쑤신 여당

    노무현 대통령이 “한두번 선거 패배로 나라 잘되고 못되는 것 아니다.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는 내용이 3일 언론에 보도되자 주말 내내 여당은 벌집 쑤신 분위기였다. 청와대측은 “진의가 와전됐다.”며 적극 진화에 나섰지만 선거 참패 뒷수습을 더욱 어렵게 했다는 당내 비판이 제기됐다. 야당은 “대통령의 발언에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공세를 취했다.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4일 “대통령 발언에 대해 더이상 코멘트할 필요도 못 느낀다. 대통령은 반성의 방식도 우리와는 좀 다른 모양이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재선의원은 “그런 식의 발언을 할 시점이 아니다. 신중하고 자중자애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통령이 오해를 불러 일으키거나 이런 저런 해석이 가능한 언급을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초선 의원은 “지금은 말을 아끼고 내부에서 반성하고 패배의 원인을 분석할 시기다. 자꾸 이런 말이 나오면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싹쓸이가 심했던 것 아닌지 생각하다가도 다시 우리당에 실망하는 모습만 갖게 된다.”고 우려했다. 반면 대통령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는 의원들도 있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주축인 참여정치실천연대의 한 의원은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선 정책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고 멀리 보고 민족과 국가를 생각하자는 뜻인데 왜 그렇게 해석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원내지도부의 한 핵심 의원도 “대통령으로서 나름의 정책 소신을 얘기한 것이다. 결코 야당에서 트집잡듯이 민심을 파악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고 했다. 야당들도 논란에 가세했다. 한나라당의 허태열 사무총장은 “분노하는 국민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것 같은 행위는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표심을 부정하는 것은 국민에 대해 오기를 부린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여당이 얼마나 더 혼이 나야 이 정권이 정신을 차릴지 막막하다.”고 했다.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대통령의 선거 관련 발언에서 눈 씻고 찾아봐도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발언 전문을 공개하며 진화를 시도했다. 이백만 홍보수석은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제도와 정책이 좋아도 홍보가 안되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생각나눔] 大學총학 ‘외유성’ 해외 탐방 논란

    한양대 총학생회의 해외 명문대학 탐방 행사가 ‘외유’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에서 “세금으로 해외여행을 하는 정치인들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자 다른 쪽에서 “비운동권 총학에 대한 운동권의 억지스러운 문제제기”라고 받아치는 등 정치판 이전투구와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2003년 해외교류위원회라는 산하단체를 만들고 그해 여름부터 6∼9일 일정으로 해외 명문대를 방문, 현지 학생들과 교류하는 행사를 열어왔다.20명 정도가 참석해 2003년에는 서유럽,2004년 중국·일본, 지난해 싱가포르·홍콩 등에 다녀왔다. 올해에는 8월 중 인도 등 제3세계 국가를 탐방할 예정이다. 총학은 자체 예산 외에 학교측으로부터 해마다 3000만∼5000만원을 지원받아 왔다. ●등록금인상 합의하자 불만 커져 하지만 총학간부 외에 토플 점수 등으로 일반 학생들을 함께 선발했던 2003년과 달리 2004년부터 총학과 단과대 학생회 간부만 탐방을 다녀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게다가 총학이 격렬하게 벌이던 올해 등록금 투쟁을 슬며시 접고 지난 8일 당초 9.3%를 인상하겠다는 학교측 안에서 소폭 낮아진 7.87% 인상안에 합의하면서 총학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졌다. ●“해외탐방비 장학금으로 돌려야” 지난 14일 ‘짱난다’라는 아이디의 한 학생이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학생회비를 받아 운영하는 해외교류위원회가 등록금 인상으로 어려워진 학생들의 경제적 사정을 감안한다면 외유성 해외탐방을 접고 관련 비용을 장학금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총학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그래도 총학측의 해명이 없자 아이디 ‘Aragon’은 “자비가 아니라 학교 돈으로 해외여행을 간다면 국비로 산업연수 간다는 명목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국회의원의 행태와 다를 게 뭐냐. 해명하지 않는 모습도 정치인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한양대 신재웅(23·정치외교 3년) 총학생회장은 “이제까지 예산사용 내역과 결과보고가 없었던 점, 또 총학 간부들만 갔던 점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일반 학생 선발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측도 불끄기에 나섰다. ●“올해엔 일반 학생도 선발 추진할 것” 한양대 학생처 관계자는 “행사가 리더십을 기르기 위한 목적이 있고 첫해 토플로 일반 학생을 뽑았을 때 왜 영어로만 뽑느냐는 의견도 있어 2004년부터는 총학만 데리고 갔다. 올해엔 일반 학생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최근 5년 동안 비운동권에 총학을 내준 운동권 학생회측이 공연히 트집을 잡기 위해 이런 글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담은 글을 올리기도 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총학만의 특권의식 자체가 도덕성 차원의 문제인데 비운동권과 운동권 사이의 논란으로 번지는 것은 학생들의 기본적인 윤리의식 결여를 드러낸 결과”라면서 “본질을 비껴가는 정치판의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20&30] 그대는 ‘변태상사’

    ‘천사 같은 상사 열 명보다는 악마 같은 부하 한 명이 낫다.’는 말이 있다. 직장에서 상사랑 잘 지내기가 쉽지 않음을 빗댄 표현이지만 실제로 상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존재하게 마련이다. 특히 수많은 사람 중에 유독 내게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 있다면 사정은 심각하다. 직장 내 ‘변태’ 상사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2030 직장인들의 하소연을 들어봤다. 회사원 A(27·여)씨는 먼저 다니던 직장에서 ‘콤플렉스 덩어리’ 상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만년 과장 한 사람이 명문대 출신의 A씨에게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A씨의 일이 많은 날에는 “일 끝난 사람들은 일찍 들어갑시다.”라고 하더니 일이 없어 일찍 퇴근해도 되겠다 싶은 날에는 “오늘 전원 야근입니다. 저녁 먹으러 갑시다.”라고 해 속을 뒤집어놨다. 말끝마다 “많이 배웠다는 게….”라고 토를 달았고 자유복장을 하는 토요일에 똑같이 청바지를 입고 와도 A씨에게만 “청바지를 입으니 더 작아 보인다.”며 인신공격을 해댔다. 영자신문사에 다녔던 B(30·여)씨도 콤플렉스가 심한 40대 중반 부장만 보면 ‘목을 졸라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업무 특성상 영어 능력이 필수지만 부장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다. 교정을 본 기사가 오타 투성이에다 비문이어서 이중삼중으로 일처리를 해야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부서내 6명 중 5명이 외국인이라 만만하게 말 통하는 사람이 B씨밖에 없었기 때문일까. 멀쩡한 기사를 몇번이고 다시 써오라는 건 기본이었고 유독 B씨에게만 복사와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 결국 B씨는 3년 전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원 C(27·여)씨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과장 때문에 전전긍긍한다.30대 중반인 과장은 사장 등 고위 간부에게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거의 미친 사람이 된다. 책상 위 물건들을 던지는 것은 물론 자기 뺨을 때리는 자해까지 한다. 때로는 혼자서 알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기도 한다. 서류 결재 때는 ‘마귀할멈’으로 변한다. 는 “과장에게 결재 받으러 가는 길이 마치 사형수가 돼 형장으로 가는 ‘그린마일’을 밟는 기분”이라면서 “더 미운건 이른바 ‘빽’ 좋다는 그 과장에 빌붙어 아부하는 동료들”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에 다니는 D(28)씨는 과잉충성으로 부하 직원들을 괴롭히면서 아첨만 하는 상무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체는 계속 굽실거리고 다리로는 연신 페달(부하직원)을 밟아대는 이른바 ‘자전거’ 형이다. 초고속 승진으로 40대 초반에 임원이 된 상무는 공휴일마다 회사를 위해서라며 출근을 강요한다. 특히 사장 앞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면 구역질이 날 정도란다. 회식자리에서 특정 후배에게만 술을 먹이고 자기는 먹지 않는 이상한 상사도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E(32)씨는 회식 때마다 바로 윗 기수 선배 때문에 힘이 든다. 선배는 E씨보다 나이가 한살 어리지만 늘 술자리에서 E씨를 옆에 앉히고 술을 권한다. 자기가 마시고 주는 것도 아니고 E씨가 다 마실 때를 기다려 잔에 계속 따라주는 식이다.E씨가 마시지 않고 있으면 옆에서 채근하기도 한다. 다른 후배들은 놔두고 유독 E씨에게만 술을 권한다.E씨는 “팀 안에서 그 선배보다 나이 많은 후배가 나뿐이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희롱으로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원조 변태’들도 여전하다. 영화 홍보회사에 다니는 6년차 직장인 F(25·여)씨는 직속 과장이 커피 한잔 하자는 말을 해오면 소름이 돋는다. 친절하고 다정다감해 직장에서 ‘젠틀맨’으로 소문난 과장이지만 F씨에겐 악몽같은 존재다. 과장은 “오늘 ○○씨 정말 예쁘게 하고 왔네”라며 직접 타 온 커피를 건네는 것과 동시에 슬쩍 손을 만진다. 함께 걸으며 어깨에 은근히 손을 올린다든가 허리를 슬쩍 감싸기도 한다. 참고 참았던 F씨는 최근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다시 이러면 성희롱으로 고발하겠다.”고 대놓고 말했다. 이후 과장은 그런 행동을 멈췄지만 최근에는 다른 여직원에게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김기용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변태상사 극복기 이미영(가명·29·여)씨는 매년 경쟁률이 치솟고 있는 공무원 시험에 2년 전에 합격했다. 이씨는 대학 때부터 교수들 사이에서 똑똑하기로 소문이 났었고 얼굴까지 예뻐 인기가 많았다. 이씨는 처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때엔 나름대로 포부가 컸지만 지금은 이상한 직장 상사 때문에 고민이 많다. 그 상사는 매번 이씨만 지목해 커피 심부름을 시킨다. 하루에도 몇번씩 그런다. 특히 이씨가 아침에 일찍 출근하면 상사는 출근하자마자 모닝 커피를 주문했다. 먼저 있던 상사는 손님이 오더라도 자기가 직접 음료수를 대접했고 여직원들에게 커피 심부름 따위는 시키지 않았다. 평소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하루를 시작했던 이씨는 상사의 모닝 커피 주문을 피하기 위해 요새 정시 출근을 고집하고 있다. 이씨는 상사에게 커피를 만들어 바쳐야 하는 모멸감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지만 자기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반 직장인들이 평소 접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크게 고민하며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회계사 황모(30)씨는 직장 선배가운데 “이 놈, 저 놈”수준의 표현을 예사로 쓰는 선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황씨 역시 결국 ‘회피 방법’을 선택했다. 최고 명문대라는 학교 나와서 어렵다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수재인 황씨는 나이 서른을 먹고서도 욕에 가까운 말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싫었다. 황씨는 결국 사적인 자리나 공적인 자리에서 선배에게 말을 걸지 않고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외면하는 작전이다. 이러다가 선배의 눈 밖에 나더라도 황씨는 별 걱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회사원 이모(27·여)씨는 사내에서 ‘남자 여우’로 소문난 사수에게 찍혀 1년 동안 고생했다. 결재서류의 문구 하나까지 트집잡는 통에 상사가 ‘이○○씨’라고 부르기만 해도 속이 쓰릴 지경이었다. “후배들은 골수까지 빨아 먹으면서 선배들에게는 알랑거리는 모습을 보니 남자가 여우짓을 하면 여자와는 비교할 것도 못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이씨는 참다 못해 종교에 의지하기로 했다. 상사가 히스테리를 부릴 때마다 근처에 있는 교회에 달려가 “내가 제발 저 사람을 용서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제발 저 사람을 다른 곳으로 보내주세요.”라고 무릎꿇고 기도를 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기도하면서 상사를 저주했는데 그랬더니 잔소리가 점점 더 심해지더라. 그래서 차라리 용서하게 해달라고 빌었더니 금방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다.”고 싱글벙글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김숙기 가족클리닉-행복만들기] 날마다 시시콜콜 트집 잡는 아내 말도 안통하고 답답함만 쌓여요

    Q결혼한 지 만 23년 된 50대 가장입니다. 아내가 없는 살림에도 싫은 내색 없이 열심히 살아줘 아들 둘도 대학생이 됐고 집안 경제도 안정된 중산층 가정입니다. 그런데 아내에 불만이 있습니다. 서로 대화가 안 되고 자꾸 했던 소리를 또 하고 어떤 때는 잠을 재우지 않고 밤새 괴롭힙니다. 피곤한 나를 붙잡고 매일 시시콜콜한 것으로 트집 잡는데 뭘 어쩌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내를 이해하고 싶은데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돼 고민스럽고 답답합니다. - 박재천(가명·50대) A회사생활도 피곤한데 집에서조차 편히 쉴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많이 나시겠지요. 별일 아닌 것 갖고 자꾸 했던 소리 또 하는 아내가 이해되지도 않고요. 상담하러 오는 부부들이 다양한 문제를 호소하지만 가장 큰 불만 사항이 바로 대화문제입니다. 서로 ‘말이 안 통한다.’는 것이지요. 많은 남편들이 집에 가서 편하게 쉬고 싶은데 아내가 얘기를 꺼내기만 하면 결혼할 당시의 서운했던 점부터 시댁에 대한 불평불만까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것들로 시비를 걸어오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고 표현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가 ‘얘기 좀 하자.’고 해도 두렵고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몰라 우선 피하고 싶은 생각부터 들게 되지요. 그렇다면, 아내가 무슨 이유로 피곤해하는 남편의 수면을 방해하면서까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요. 지금은 자녀도 아내 손길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장성해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남편하고 함께 나누고 싶은 게 많을 시기입니다. 아내가 남편과 얘기하고 싶은 이유는 꼭 문제가 생겼거나 큰 사건이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즉, 어떤 문제의 해결이나 처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소소하고도 일상적인 생각과 느낌들을 그냥 함께 나누고 싶을 때가 더 많은 것입니다. 하루하루 힘들고 속상했던 일, 자녀와 했던 대화내용, 친지들의 소식, 내 신체 변화에 대한 것, 하다못해 거울 보면서 들었던 내 기분상태 등 남편이 그냥 지나치게 되는 시시콜콜한 하나하나에 대해서 감정을 나눠 갖고 싶은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옆에 없거나 아내의 말을 피하고 맙니다. 또 때에 따라서는 자신을 공격하거나 비난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버럭 화를 내 아내의 감정을 눌러버립니다. 남편하고 그때그때 나눠야 할 것들을 아내는 그동안 많이 눌러 참아온 것입니다. 아내가 자꾸 했던 소리 또 하고 또 하는 이유는 대부분 과거의 분노, 슬픔, 실망 등 충격받은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남편으로부터 충분히 이해받지 못했거나 그 마음이나 감정을 거부당한 경우입니다. 현재의 감정들이 과거의 부정적인 감정들과 연결되기 때문에 자꾸 표현하는 것이며 남편의 지지나 위로를 느끼고 싶은 것입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라 그 때 상황에 대한 나의 감정을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지요. 아내가 말을 할 때 눈도 안 마주치고 묵묵부답이거나 귀찮아하는 반응을 보였더라면 남편의 태도에 화가 나 있을 수 있습니다. 아내가 속상했던 일을 하소연할 때 방관자가 되거나 옳다, 그르다의 잣대로 ‘당신도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라.’고 지적하기 전에 ‘남편이 내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구나.’ ‘여전히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하셔야 합니다. 앞으로는 먼저 아내에게 고맙고 긍정적인 면(그동안 어려웠던 살림에도 아이들 잘 키우며 알뜰살뜰 열심히 살아준 점 등)을 인정해주면서 적극적으로 대화의 시간을 요청해 보세요. 그리고 아내와 대화를 할 때 ‘그랬어?’ ‘많이 힘들었지?’ ‘그래서 화가 난 거구나.’라고 그때그때 이해와 공감 표현을 하면서 아내의 깊은 속마음과 만나보길 바랍니다.
  • [마이너리티 리포트] (10) 110일째 복직투쟁 비정규직

    [마이너리티 리포트] (10) 110일째 복직투쟁 비정규직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함소란. 쉰두살 먹은 해고 노동자이자 스물네살 딸을 둔 엄마랍니다. 비슷한 처지의 엄마들 14명과 올 1월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별 다섯개짜리 호텔에서 해고된 뒤 110일째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답니다. 하지만 호텔측은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지요. 저는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에 맞춰 지어진 이 호텔에 그해 8월 하우스키퍼로 입사했습니다. 서류, 면접, 영어책 읽기 등 까다로운 공채시험을 통과한 정규사원이었죠. 호텔이 문을 연 지 한달 만에 들어왔으니 창립 멤버와 다를 바 없었고요. 하우스키퍼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500여개 객실을 나눠서 청소와 정리정돈을 해야 합니다. 맡은 객실을 모두 청소하려면 정해진 시간보다 두세 시간 더 일하기 일쑤인 데다 손님이 원하는 시간에 맞춰야 해서 점심은 정말 밥먹듯이 걸러야 했죠. 위장병을 앓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어요. 객실 이불과 카펫을 청소하며 나오는 먼지에 기관지염과 알레르기도 달고 살았습니다. 해고된 지 석달 만에 제 몸무게가 10㎏이나 불어난 것을 보면 호텔 일이 힘들긴 힘들었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기본급에 상여금 900%, 봉사료와 각종 수당 등을 합치면 14년차이던 2001년 연봉이 2700만원이나 되었죠. 병원을 자주 찾는 여든 된 친정 아버지와 그보다 두살 적은 어머니를 봉양하며 딸을 지방 미술대학으로 유학보냈고 97년엔 수원에 6800만원짜리 24평 아파트도 장만했습니다. 남편과는 88년 헤어졌지요. ●힘든 노동, 그 대가가 비정규직 전환 칼바람이 불어온 건 2001년 12월이었습니다. 갑자기 호텔에 명예퇴직 희망자를 받는다는 공고문이 나붙었습니다. 신청자가 아무도 없자 사측은 하우스키퍼들을 1순위로 정해두고 퇴직을 강요하기 시작했지요. 하우스키퍼를 시작으로 8차까지 단계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거라면서 아웃소싱업체를 통해 계속 일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호텔 인사담당자는 노동조합이 뭔지도 모른 채 묵묵히 일만 해온 우리를 호출기로 한명씩 불러 “다른 사람들도 다 명예퇴직서에 서명했다. 결국 못 배겨낼 테니 빨리 결단을 내리라.”고 협박을 하더군요. 청소하는 객실에 찾아와 이것저것 트집을 잡으며 서명하지 않으면 퇴직금도 못 받을 것이라고 위협하는 데에는 당할 길이 없더군요. 결국 같은 해 12월31일부로 하우스키퍼들은 용역회사 소속으로 비정규직이 됐습니다. 우습게도 용역회사는 우리를 비정규직으로 만들기 위해 호텔측이 전직 인사부장을 앞세워 급조한 용역업체였습니다. ●줄어든 수입에 신용불량 일보직전까지 추가 구조조정은 없었습니다. 외려 남아 있는 직원들은 단체협상을 통해 기본급과 상여금 인상 혜택을 받더군요. 반면 우리는 연봉이 1500만원 수준으로 확 줄었습니다. 아줌마들이 모여 있는 하우스키퍼들만 만만하게 보였나 봅니다.50명가량이 모여 2002년 6월 전국여성노동조합에 가입했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노조원에 대한 각종 불이익이 이어졌습니다. 청결 상태에 대한 사소한 트집은 물론이고 우리와 말이라도 한마디 나눈 비노조원은 따로 불러 호통치기 일쑤였습니다. 결국 하나둘 노조를 떠나 15명만 남게 됐죠. 2004년 재계약 당시 연봉은 또다시 1300만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줄어든 수입에 살림은 갈수록 어려워져 갔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척이 빌려간 돈을 돌려주지 않았고, 저 또한 폐결핵으로 보건소를 다니느라 자주 결근하게 돼 조금씩 빚이 늘어났습니다. 카드 네 개를 돌려막아 봤지만 소용없이 신용불량자 일보 직전까지 갔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살던 집을 7500만원에 전세 주고 3000만원짜리 전세로 옮겼습니다.4500만원은 고스란히 빚갚는 데 썼습니다.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에 호텔 ‘콧방귀´ 2004년 5월 노동부에서 사측의 고용 행태에 대해 불법파견이라는 판정을 내려 다음달 5일까지 호텔측이 저희를 직접 고용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호텔측은 콧방귀만 끼고 있고 검찰은 현재까지 호텔측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호텔은 지난해 말 용역회사와의 재계약을 거부하면서 우리를 거리로 내몰았습니다. 가만히 있을 순 없습니다.15명 모두 생명력 강한 우리네 엄마들이니까요.‘붉은 엄마들의 투쟁’이라는 이름으로 복직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나이에 새로운 일을 찾기도 어려운 엄마들이기에 메아리 없는 외침이라도 내지르고 있답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기간제 노동자 ‘사용사유 제한’ 최대쟁점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돼 있는 비정규직 법안의 쟁점은 무엇일까. 비정규직 법안으로 묶어서 불리는 법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두개다.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고 21일 법제사법위원회,24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쟁점은 두 가지다. 먼저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사유 제한이다. 사용사유 제한은 기업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데도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정부안은 사용사유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다. 그 대신 비정규직 고용계약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뒤 이를 초과하면 자동으로 ‘무기(無期)계약’으로 전환되도록 했다. 하지만 무기계약 전환이 곧바로 정규직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서 애매하다. 정부 관계자는 “당장 사용사유를 제한하면 형편이 안되는 중소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무더기로 해고하는 사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출산과 육아, 질병과 부상, 휴직과 파견 등 10가지로 사유를 한정하자고 주장한다. 정부안대로라면 사측이 2년 계약이 끝나고 계약을 갱신하지 않은 채 다른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편법을 쓰더라도 이를 막을 수 없어 비정규직 양산이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파견노동자 보호 관련 조치도 쟁점이다. 정부안은 합법적인 파견기간이 끝나거나 불법파견으로 판정되면 사측이 해당 노동자에 대해 고용의무를 지도록 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계약기간이 끝나거나 불법파견으로 판정되면 자동적으로 사측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게 되는 고용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솜방망이 처벌이 ‘불법파견’ 조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법 파견근로가 ‘조자룡 헌칼 쓰듯’ 쓰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불법 파견근로에는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이 있다. 위장도급은 기업에서 노동자를 채용하면서 직접 근로계약을 하지 않고 용역업체를 통해 도급계약을 한 뒤 자기 회사에서 파견 형식으로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은 노동자에 대해 법률적 책임을 질 필요가 없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고 복리후생도 책임지지 않는다. 불법파견은 기업이 파견근로가 허용되는 26개 이외의 업종에서 파견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불법 파견근로를 제대로 제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실장은 “불법파견 판정을 받으면 당연히 사측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데 이행하지 않아도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 검찰도 기소를 망설이는 데다 기소해도 법원에선 고용의무가 없다는 판결을 내리는 등 불법파견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개정 법률에서 제재 수준을 높였다고 해명했다. 노동부 비정규직대책팀 김인곤 팀장은 “이제까지는 제재 수위가 약해 불법파견을 제대로 막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개정안에선 기존의 1년 이하 징역과 1000만원 이하 벌금 규정을 3년 이하 징역과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제재 수단을 강화했기 때문에 불법파견 방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부하 사소한 잘못 트집 감정적 ‘영내대기’ 금지

    국방부는 지휘관이 부하의 사소한 잘못을 트집잡아 감정적으로 ‘영내 대기’ 지시를 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영내 대기란 출퇴근 근무를 하는 부사관급 이상 간부에게 퇴근을 금지하고 영내에 대기시키는 것으로, 아직까지 군내에서는 음주사고, 업무태만, 복장불량 등 사소한 잘못을 저지른 부하에게 지휘관의 감정 섞인 영내대기 명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오는 9월 시행을 목표로 입법작업중인 장병기본권 확립을 위한 군인복무기본법에 불법 영내대기 지시 금지 조항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훈련이나 작전, 주요 행사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앞으로도 상관이 부하에게 영내대기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와 함께 법령이나 지휘관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분대장 등을 제외한 사병 상호간 명령이나 지시, 간섭 등도 하지 못하도록 법에 명시할 계획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상봉 취재단 철수 책임 떠넘긴 北

    금강산에서 13차 이산가족 상봉을 취재하던 남측 취재단이 북측의 억지쓰기 때문에 취재를 중단하고 돌아오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 취재단이 송고한 기사에 ‘납북자’와 ‘나포’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을 북측이 문제 삼아 취재·보도를 제지한 끝에 벌어진 결과다. 이 과정에서 지난 21일에는 남북 이산가족의 개별상봉이 7시간 지연됐고,22일에는 남으로 돌아오려던 고령의 상봉단 148명의 발이 10시간 동안 묶이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우리는 이번 사태에서 북측이 취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의 뜻을 밝힌다.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한 자유로운 취재 보장은 지난 1985년 이산가족 교환 방문 때 남북 당국이 서면으로 명시한 합의다. 이후 북측은 ‘납북자’ 같은 표현을 문제 삼지 않았으나 뒤늦게 지난해 11월 이산가족 상봉에 이어 이번에 다시 트집을 잡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이번에는 우리측 방송차량에 올라가 테이프를 강제로 빼앗는 등 물리력까지 행사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산가족 상봉 북측 단장은 “남측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하며, 이미 남측 단장이 서면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우리측이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 유감을 나타낸 것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 남측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남북화해 기류에 찬물을 끼얹는 퇴행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인도적 행사마저 정치적으로 재단하고, 엄연한 현실인 납북자의 실체마저 부정하는 북측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연민마저 느끼게 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로 향후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취재활동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 당국의 엄정한 대응과 함께 남북의 보다 세심한 노력이 요구된다.
  • 南 이산상봉취재단 철수

    南 이산상봉취재단 철수

    북한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취재과정에서 ‘피랍’ 등의 용어 사용을 트집잡아 내린 취재제한 조치가 23일 우리측 공동취재단 전원 철수라는 초유의 사태로 확산되고 있다. 금강산에서 13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취재중인 공동취재단은 이날 북측의 취재제한 조치에 항의해 전원 철수했다. 공동취재단은 ‘공동취재단 철수를 결정하며’란 제목의 성명에서 “북측의 취재방해는 상대 지역에서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보장한 남북 합의사항의 정면 위반”이라고 지적, 북측에 관련 사항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2진 상봉단 436명은 이날 금강산에 도착했으나 상봉행사 보도는 이뤄지지 않게 됐다. 북측은 특히 행사 첫날인 20일 SBS.MBC 취재진이 납북 어부 천문석씨 부부 상봉을 보도하면서 ‘납북’,‘나포’라는 표현을 썼다며 현지 송출을 차단했다. 특히 남측의 SNG 차량에 진입해 작동버튼을 임의로 조작하면서 송출작업을 방해했고 비디오테이프도 압수해 갔다. 이에 따라 북한의 경직된 태도와 정부 당국의 소극적인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정부 당국이 면밀하고 치밀하게 상봉행사를 준비했더라면 충분히 막았을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번 사태는 앞으로 남북대화 취재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간담회에서 “북측의 태도가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인도주의 정신에도 맞지 않은 점을 강조하고 시정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1진 상봉단의 귀환 지연에 대해 앞으로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측이 왜 이렇게 ‘강수’를 뒀느냐는 데 궁금증이 모아진다. 첫째는 25일 시작되는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 때문에 예민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군사연습은 매년 실시돼 온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그래서 북측이 남측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이종석 길들이기’ 차원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장관 취임 후 북측은 RSOI 중단을 요구해 왔고, 이달 하순 예정됐던 이 장관의 개성방문을 연기시켰다. 세번째는 취재제한은 북한의 계획된 조치가 아니라는 관점이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은 “북한은 체제 문제가 나오면 즉각 대응을 하도록 돼 있고, 이런 원칙에 충실한 주민은 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즉 ‘피랍’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 남북관계를 감안한 정치적인 판단보다는, 제재를 가하도록 교육받고 실행하는 게 원칙이라는 얘기다. 이종석 장관도 취재제한 조치에 대해 “기획됐다고 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동남아서 독립운동’ 재조명 본격화

    안창호와 여운형 등 유명 독립운동가들이 동남아에서 벌인 독립운동이 현지실사를 통해 최초로 구체화돼 본격적인 재조명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독립기념관(관장 김삼웅)은 최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 연구원 10여명을 보내 발굴조사한 ‘국외독립운동사적지 실태조사보고서-동남아지역’이란 보고서를 펴내 2일 공개했다. 이들 연구원은 3개팀(1팀=타이완, 홍콩, 싱가포르, 태국 2팀=필리핀, 인도네시아 3팀=인도, 미얀마)으로 나눈 뒤 현지실사 활동을 벌였다.●여운형과 축구팀 몽양 여운형은 1927년 축구팀을 이끌고 필리핀 마닐라로 간다. 필리핀을 찾은 것은 화교 축구팀과의 경기 때문. 몽양은 환영만찬 연설에서 “아시아 민족은 해방을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직후 ‘남방민족연방’을 조직한다. 필리핀 일본영사관은 만찬연설을 트집잡아 현지 경찰에 신고, 체포됐다가 3일만에 풀려났다.●신채호와 위채 단재 신채호는 중국에서 ‘위조 외국환’을 만든 뒤 1928년 타이완으로 잠입한다. 중국에서 일부 유통시킨 뒤 남은 위채를 타이완에서 유통시키기 위해서였다. 독립자금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타이완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경찰에 붙잡힌다. 그가 만든 위채는 6만 4000원(쌀 6400가마 상당) 정도로 추정된다. 같은 해 5월 체포된 단재는 중국 여순감옥으로 압송돼 옥고를 치르다 1936년 순국한다.●안창호와 이민사업 도산 안창호는 1929년 1월 중국에서 활동하던 동포들의 이민을 타진하려고 필리핀으로 간다. 도산은 이곳에서 ‘대한인국민회 필리핀지부’를 만든 뒤 3·1절 기념식도 치른다.독립기념관 김도형 연구원은 “그동안 문헌에서 단편적으로 나오던 사실들이 처음 현지실사를 통해 구체화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