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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혹의 심리학/파트릭 르무안 지음

    유혹의 심리학/파트릭 르무안 지음

    한 남자가 있다. 자상하고, 능력있고, 잘 생겼다. 어디 하나 부족한 곳 없는 것 같은데 여자들은 이른바 ‘필’이 안온다며 사귀기를 탐탁지 않아 한다. 여자가 귀엽고 착하기는 한데 남자들이 성적 끌림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이처럼 남녀간의 끌림이란 소위 이성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 그게 과연 무얼까. ●카사노바·팜므파탈을 만드는 요소 프랑스의 정신과 전문의 파트릭 르무안이 저술한 ‘유혹의 심리학’(이세진 옮김, 북폴리오 펴냄)은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감각’이다. 끌림을 유도하는 유혹을 시작하고 증폭하며 온갖 감정의 연금술로 화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인간 본연의 감각들이라는 것이다. 카사노바든, 팜므파탈이든, 인간은 결국 감각과 본능의 장난감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도 모르는 새 감각과 본능은 ‘사랑’이 우리 가여운 노예(인간)들을 어디로 인도할지 말해준다는 것이다. 어떻게 인간의 유혹을 단지 감각의 산물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인간을 이렇게 동물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사랑과 유혹을 다분히 기계론적이고 결정론적인 시각으로 보아도 되는 것인가. 그러나 이같은 반감은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공감으로 바뀌어간다. 인간의 유혹을 오감(五感)을 통해 파헤치려는 저자는 자신의 전문영역인 정신과학은 물론 역사학, 동물행동학, 대중문화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그 증거들을 찾아낸다. 이를테면 ‘털없는 원숭이’의 저자 데스몬드 모리스의 독창적 실험을 보자. 그는 매혹적인 젊은 여성의 똑같은 사진 두 장 중 한쪽 사진만 눈동자가 좀 더 커 보이도록 조작하고 남성들에게 어느쪽이 좋은지 물었다. 결과는 동공이 팽창된 여자의 압도적 승리였다. 그래서 르네상스 시대 아틸리아의 젊은 처자들은 동공을 확대하고 시선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 특별한 식물성 안약을 사용했다. 이 약은 동공확대뿐만 아니라 심장박동을 가속화하고, 입술을 바짝 마르게 하며, 손이 가볍게 떨리기도 하는 등, 사랑에 빠졌을 때의 증상을 유발했다. 나이트클럽에서 고막이 터지도록 음악을 크게 트는 이유는 무얼까. 이브 르크뤼비에 같은 작가는 소리는 알코올이나 춤과 마찬가지로 뇌 전두엽의 제어, 즉 지성이나 이성과 단절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신경생리학적 관점에 따르면 강렬한 소리는 신경의 흥분전달에 관여하는 콜린성 활동을 봉쇄하는데, 이때 입술이 마르고 갈증이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목을 축이기 위해 술을 마심으로써 매상이 오르고, 연애작업도 순조롭게 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후각은 어떤가. 나폴레옹은 몇 달간 헤어져 있던 조세핀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제 두 주 후면 돌아갈 테니 몸을 씻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명령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또한 ‘암컷의 열기에서 풍기는 성적 향기의 최면적인 매혹’을 언급했다. 오늘날 겔랑, 샤넬, 랑콤 등 수많은 향수회사들이 떼돈을 버는 이유는 바로 유혹에 있어서의 냄새, 즉 후각의 위력인 것이다.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마신 사랑의 묘약,‘털없는 원숭이’인 인간의 피부 등은 유혹에서 미각과 촉각이 두말할 나위없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호르몬도 유혹의 중요한 역할 오감 말고도 저자는 유혹에서 중요한 것으로 호르몬을 제시한다. 일종의 육감(六感)인 셈. 사나운 수탉을 거세하면, 그 닭은 더 이상 ‘꼬끼오.’ 소리도 내지 않고, 암탉에 대한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복막의 빈 곳에 고환을 다시 심어주자 예전의 정복자적 태도를 회복했다는 것이다. 유혹을 낱낱이 분해하면 사실 이러저러한 감각의 조합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허탈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는 유혹이나 사랑에서 감각적 이끌림이 전부라거나,‘우리가 유혹의 노예일 뿐’이라는 체념을 이끌어내려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우리의 선입견과 오해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유혹의 개념을 해방시키려는 것이다. 감각과 본능의 기능을 제대로 알고 인간답게 사용할 때, 남성과 여성은 결국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는 이치로 독자들을 유도한다.1만 2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그림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만난다

    그림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만난다

    요즘 서점의 신간코너에 가면 ‘그림책’이 부쩍 눈에 많이 띈다. 미술작품에 그럴 듯한 이야기를 버무린 단행본들이다. 고전명화에 신화를 섞은 것, 현대작품에 에세이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것, 화가의 삶과 그림 이야기 등등. 전통적 필자였던 미술평론가나 미술사가는 물론이고, 작가 스스로 또는 큐레이터들까지 앞다퉈 글쟁이로 데뷔 중이다. 추측컨대 큐레이터는 나름대로 자신이 쌓아온 흔적과 성과에 대한 정리의 욕구 때문에, 화가들은 작품 이면에 숨은 치열함의 흔적을 남기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이 책들은 대체로 쉽게 읽히는 것들이어서 예술에 대한 독자들의 지적 허영심 혹은 갈증을 채워주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번 주엔 특히 각각 특색이 뚜렷한 단행본 3권이 출간됐다. 근대 200년 우리 화가들의 이야기를 묶은 ‘畵傳(화전)’, 아름답고 슬픈 사랑 이야기를 서양의 고전명화와 버무린 ‘로망스’, 명화(名畵)란 널리 알려진 그림이 아니라 울적한 가을날 따뜻한 위로가 되는 그런 그림이라고 주장하는 한 젊은 큐레이터의 ‘사랑한다면 그림을 보여줘’가 바로 그것이다. 지은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풀어내며 그림속으로 들어가는지, 화가들의 삶과 예술정신의 내면을 어떻게 넘나드는지 보기만 해도 제법 흥미롭다. (최열 지음, 청년사 펴냄,2만 4000원)은 미술사가인 지은이의 말대로 ‘그림을 통해 찾아 헤맸던’ 화가들의 이야기다. 지은이는 ‘만나기로 작정했지만 이미 세상을 떠나버렸기에 문득 그들이 남겨둔 그림 속으로 걸어들어가 그들을 만났다.’고 했다. 한데 그들이 살아 있지 않기에 오히려 텅빈 마음 같아 그들의 빈터에서 편안히 만났고, 그 때마다 글을 썼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만난 그들은 누군가. 바로 19세기 묵장의 영수로 불리는 조희룡에서 격정의 시대정신을 보여준 이응노까지 200여년에 걸쳐 각기 독특한 스펙트럼을 보여준 화가 28명이다. 그 안엔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인연을 보여준 김정희외 허련, 휘황한 천재의 빛을 남긴 김수철, 단아함과 충실함에 깃든 정열의 소유자 윤희순, 우주의 질서에 도전한 유영국, 아름다운 감옥의 죄수를 연상케하는 김환기,20세기 신화의 탄생 박생광이 포함된다. 지은이는 추사 김정희와 제자 소치 허련의 만남을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추사 자신은 난초 그림과 서예에 집중했으므로 회화 창작의 욕망을 구현해줄 누군가 필요했고, 그가 바로 소치였다. 소치는 김정희가 꿈꾸던 세계를 현실에 형상화했고, 이후 남도 산수화의 종장이요 문인산수화풍을 조선에 아로새긴 거장으로 우뚝 섰다.‘세한도’‘산수도’ 등 그의 거칠고도 깔끔한 화폭들은 당대에 이미 절정의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었으며, 이같은 허련에 대해 조희룡은 “그림을 통해 시에 들어가고, 시를 통해 선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시종일관 거친 듯하면서 세밀하게, 군더더기 하나 없이 지은이는 당대의 붓장이 28명의 삶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촘촘히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명옥 지음, 시공사 펴냄,1만 4000원)는 중세때 그야말로 ‘전설적인 세기의 사랑’ 이야기를 남긴 4쌍의 가슴저린 로맨스를 뼈대로 한다. 평소 ‘연애의 정수는 로망스임을 의심치 않았다.’는 지은이는 “요즘들어 신파조로 폄하하며 왕따시킨 로망스를 제자리로 복권시킬 필요가 있다.”고 집필 동기를 밝힌다. 미술관장인 그는 먼저 단테의 ‘신곡’에서 로망스의 모티브를 찾는다. 단테가 지옥의 제2원에서 연인 사이인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를 만나고, 이들의 애절한 사연에 충격을 받고 혼절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두 연인이 한 소설속 남녀 주인공의 달콤한 입맞춤에 자극을 받아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입술을 찾고, 지옥까지 함께하는 영원한 연인관계로 빠져드는 이야기를 당대의 거장들이 표현한 그림에 버무린다. 또 아더왕에게 충정을 맹세한 기사 랜슬롯과 아더왕의 부인 귀네비어의 불같은 사랑,‘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서로에게 매혹당하나 끝내 둘 다 세상을 떠난다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가 뒤를 잇는다. 마지막엔 다시 단테로 돌아간다. 단테는 스탕달의 이른바 ‘사랑의 결정작용’을 통해 오염된 영혼을 정화시키고,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는 베아트리체를 얻어 사랑의 완결을 이룬다는 이야기다. (공주형 지음, 학고재 펴냄,1만 5000원)에선 풋풋한 삶의 이야기를 다양한 그림을 통해 이야기한다. 다섯살과 여덟달 짜리 아이를 둔 젊은 주부 큐레이터인 지은이는 때로 왜 내 삶은 밀레의 ‘만종’이 전하는 진정한 평화를 하락받지 못할까, 나는 왜 베르메르의 ‘레이스 뜨는 여자’가 갖고 있는 숭고한 여유를 건너뛰어야 하는 것일까 의아해 한다. 하지만 절망하는 실직자와 그 옆을 지켜주는 한 남자가 등장하는 박수근의 ‘실직’은 엄마이자 아내, 딸이자 며느리인 그에게 상생의 지혜를 일깨워주었고, 김상유의 ‘세심정(洗心亭)’은 삶의 속도에 치여 사는 지은이에게 차 한 잔의 여유를 권했으며, 반복되는 일상의 우울을 하늘 높이 날려보낼 수 있었던 것은 샤갈의 ‘파란 풍경속의 연인’ 덕분이었다고 고마워한다. 어떤 그림이 있어 그 그림이 나에게 오늘 저녁 퇴근길에 동행이 되고, 그 그림 앞에서 가쁜 호흡을 고를 수 있다면 그게 명화가 아니겠느냐며 그는 독자들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마치 지은이가 그의 아이들에게 설명하듯 쉽고 다정하게 풀어가는 그림 이야기, 그리고 그림을 보는 눈이 더없이 따사롭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책꽂이]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오연호 지음,휴머니스트 펴냄) 지난 2000년 시민기자제를 도입해 창간한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언론계의 텃세와 세상의 편견과 싸워온 이 신문은 마침내 ‘유력’ 매체로 우뚝 섰다.이 책은 ‘미디어 혁명가’인 저자가 뉴스게릴라(시민기자)와 함께 펼쳐온 ‘세상 바꾸기 프로젝트’를 소개한다.1만원. ●고문의 역사(브라이언 이니스 지음,김윤성 옮김,들녘 코기도 펴냄) 네로 황제는 서기 64년에 일어난 로마의 화재에 자신이 연루됐다는 사실을 부인했다.그리고 고문으로 얻어낸 정보를 토대로 기독교인과 유대인들을 범인으로 지목했다.그들은 늑대 가죽을 뒤집어쓴 채 야생의 개들에게 조각조각 물어 뜯기거나,역청이 발라진 채 불태워져 밤의 횃불이 되는 등 희생을 치렀다.책은 잔혹한 고문의 역사를 다룬다.17세기 러시아로부터 유럽에 소개된 ‘손가락 죄는 틀’등 갖가지 고문도구도 소개한다.9000원. ●국가와 종교(미야타 미쓰오 지음,양현혜 옮김,삼인 펴냄) 국가권력과 로마서 13장의 연관성을 살폈다.로마서 13장은 바울서신뿐만 아니라 신약성서 전체를 통해 국가권력에 대한 태도를 가장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는 장이다.그것은 종종 절대 군주들이 그들의 권력을 뒷받침하는 정치이념 체계로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독일 교회투쟁과 칼 바르트 사상을 전공한 저자는 유럽 그리고 근대 일본의 정치사상을 관통하는 기독교의 영향에 대해 로마서 13장을 축으로 분석한다.1만 5000원. ●작은 창 너머 보이는 풍경(김정선 지음,성바오로 펴냄) 제주도의 사계를 노래한 수필집.돌하르방을 맨 처음 만든 사람은 1754년 영조 30년에 김몽규 목사라는 설이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모자를 쓰고,커다란 눈에 주먹코,일자로 다문 입,배 위에 양손을 모은 돌하르방의 모습은 익살스러우면서도 정겹다.8500원. ●나만 모르는 유럽사(일본역사교육자협의회 지음,양인실 옮김,모멘토 펴냄) 중세에는 독신 여성을 완전한 여성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그런 만큼 기사들의 동경 대상은 유부녀였다.장애가 많으면 많을수록 훌륭한 사랑으로 간주됐다.그러니 주군의 부인과의 사랑을 꿈꾼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금지된 사랑이나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에 나오는 기사 랜슬롯과 왕비 기네비어의 불륜 등 왕비나 왕의 약혼녀와 신하인 기사의 사랑 이야기가 미화된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이 책에는 유럽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흥미로운 ‘교과서 밖 이야기’들이 실렸다.1만 2000원.
  • 죽음 앞의 인간/필립 아리에스 지음

    사람들은 시대마다 죽음을 다르게 받아들였다.중세 초기 죽음은 일상적이고 공개적인 것이었다.죽음을 감지한 임종자는 편안히 죽음을 받아들였고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원탁의 기사’나 ‘롤랑의 노래’,‘트리스탄과 이졸데’ 같은 작품에 등장하는 왕이나 기사들은 이런 죽음의 전형이다. ‘죽음 앞의 인간’(필립 아리에스 지음,고선일 옮김,새물결 펴냄)은 중세 이후 현대까지 죽음에 대한 인간의 태도가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저자는 ‘아동의 탄생’‘사생활의 역사’ 등의 저작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의 역사가.이번에 나온 번역본은 1120쪽에 이르는 대작이다. 저자에 따르면 서구에서 죽음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다섯 단계를 거쳐 변화해왔다.중세 초기엔 길들여진 죽음,즉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명제를 숙명처럼 받아들였다. 반면 공동체의 결속이 약해지고 사회가 개인주의화한 중세 끝무렵엔 자신의 삶을 사후에까지 이어가려는 경향이 강했다.16세기 이후부터는 ‘친숙했던’ 죽음이 점차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인식돼 인간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한다.그럼에도 시체에 대한 호기심은 극도로 높아져 해부학 열풍이 일고 시간(尸姦)이 성행하기도 했다.부자들은 집에 개인용 해부실을 둘 정도로 해부학이 유행했다. 17세기 이후의 그림에서 시체는 종종 묘한 관능성을 지닌 것으로 묘사됐으며,18세기 문학에선 죽은 자들과의 연애담이 수없이 등장한다.죽음에 대한 이런 모순적인 태도를 저자는 ‘먼 죽음과 가까운 죽음’이라 부른다.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죽음은 아름다운 유혹이었다.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에 그려진 에드거 린턴의 죽음 장면은 그같은 죽음에 대한 인식을 잘 보여준다.죽어가는 린턴은 자신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찾아온 딸에게 자기와 곧 함께 있게 될 것이라며 딸의 죽음을 말한다.이 놀라운 장면은 당시로선 지극한 사랑의 표현이었다.죽음은 사랑하는 이들과의 영원한 만남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세기에 들면 그토록 아름답게 채색되던 죽음이 갑작스레 공포스러운 것으로 역전된다.작가 플로베르는 인간의 죽음을 더없이 추한 모습으로 그렸다.“…혀 전체가 입술 밖으로 빠져나왔으며,제멋대로 굴러가는 두 눈은 마치 꺼져가는 두 개의 전구처럼 빛을 잃고 있었다.” 저자는 죽음에도 역사가 있어 시대마다 죽음을 다르게 인식하고 또 다르게 죽어갔음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4만 3000원. 김종면기자˝
  • 反유대인 작곡가 다룬 책2권 /게르만 신화… 평행과 역설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2001년 7월7일 베를린 국립오페라를 이끌고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서 반(反)유대주의자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연주한 이야기는 유명하다.아르헨티나 출신의 유대인 바렌보임은 연주에 앞서 “마음의 상처를 받는 청중은 공연장을 떠나도 좋다.”고 했고,실제로 밖으로 나간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외신을 타고 바렌보임의 이야기가 국내에 전해졌을 때 ‘예루살렘의 바그너’가 왜 이처럼 ‘사건’이 되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기껏 “히틀러가 가장 총애한 작곡가였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피상적인 추측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2년.약속이나 한듯 동시에 나온 독문학자 안인희의 ‘게르만 신화,바그너,히틀러’(민음사 펴냄)와 다니엘 바렌보임·에드워드 W.사이드의 ‘평행과 역설’(장형준 옮김,생각의 나무 펴냄)은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게르만 신화…’는 유례없이 끔찍했던 제2차 세계대전이,신화와 예술이 만들어내는 환상의세계가 현실의 세계를 침범하는 주객전도의 상황에서 잉태됐다고 지적한다.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바그너는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방편으로 게르만 신화에 주목했고,여기 담긴 죽음에 대한 동경은 음악과 연극,문학이 하나로 융합된 무대에 올려지면서 제의적인 분위기를 형성했다. 관객의 사유를 지배하며 압도하는 바그너 악극의 효과에 주목한 히틀러는 이를 응용한 각종 국가행사들을 통하여 국민들의 집단적 열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문학과 철학,예술,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는 나오기 어려웠을 ‘게르만 신화…’는 2003년 ‘올해의 논픽션상’을 수상하여 노고의 일부를 보상받았다. ‘평행과 역설’은 바렌보임과 ‘오리엔탈리즘’을 쓴 팔레스타인 출신의 문화비평가 사이드의 대담을 카네기홀의 상임감독인 아라 구젤리미안이 정리한 것이다.두 사람의 대화는 바렌보임이 왜 예루살렘에서 바그너를 연주해야 했는지를 역설적으로 설명해준다.‘게르만 신화…’가 말하려는 ‘광기’는 지금도 가까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나아가 전 세계에서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이드는 바그너와 같은 아주 복잡한 현상을 비이성적으로 비난하거나 싸잡아서 매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그럼에도 이스라엘이 홀로코스트를 악용하여 팔레스타인에 가하고 있는 인권유린이나,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 사람이라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원수라고 생각하는 바보짓이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렌보임은 바그너 연주가 유대인 동료들이 겪은,믿을 수 없는 일들을 눈감으려는 것이 아니라고 ‘해명’한다.다만 자신들을 미워했던 사람들을 비판해도 되는 권리는 누구도 갖고 있지 않으며,그렇게 했을 때 자신도 그렇게 오랫동안 학대한 사람들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해 9월10일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위한 특별연주회를 갖기도 했다.충동질하는 듯한 집단적 열정의 만용과 조직력이 아니라,이렇듯 금지된 타자(他者)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바로 시민의 길이라는 것이 바렌보임과 사이드가 합의한 결론이다. 서동철기자 dcsuh@
  • 소설가 조명애 신작 ‘스트라스부르의 푸른 밤’ 출간

    문단에서 보기 드문 재원이면서도 스스로 ‘한국 문단의 이단’임을 자처하는 소설가 조명애(사진)의 새 장편 ‘스트라스부르의 푸른 밤’(자유문학사)이 출간됐다. 작가는 스스로 “작가이면서 한번도 문단의 기존 권력구조에 몸을 담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터라 이번 작품이 더욱 눈길을 끈다. ‘스트라스부르…’은 2대에 걸쳐 숙명처럼 안고 사는 운명의 업보성을 다룬 소설.‘불온한 욕망과 애욕이 가져다 준 고통’을 통해 생의 인과성 문제를 진지하고 통렬하게 제기하고 있다. 소설은 대학 동창이기도 한 두 여자의 ‘소설 같은 애증’을 축으로 진행된다.성장과정에서의 체험이 본성의 기저에 자리잡아 이들은 ‘금욕’과 ‘육욕의 유혹’에 대해 각자 상반된 선택을 하며 사는 유형.이들의 이런 선택은 전적으로 부모대의 애증관계가 초래한 ‘타율적 강제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는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처럼 비운의 사랑을 했던 부모로 인해 고통받는 후대의 삶을 통해 운명의 인과율을 그려보고 싶었다.”며 “상당 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모든 인간이 직면할 수 있는 일상적인 운명의 반란,예컨대 도덕성이 강조되는 기독적 생활과 인간 본성의 자유로운 발현으로 특징지어지는 헬레니즘적 사고의 충돌,성모 마리아와 비너스의 대비처럼 대척되는 삶 등을 가장 극적으로 구현해 보인다.그러면서도 결코 애욕의 관능성으로 자기를 말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독일과의 접경지역인 프랑스 알자스 로렌에 있는 도시 ‘스트라스부르’를 앞세운 소설 제목이 암시하듯 작품은 ‘채울 수 없는 사랑에의 갈망’과 ‘사랑의 대상에 대한 잔인한 그리움’으로 일관하지만 종국에는 용서와 화해가 큰 흐름으로 자리한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금욕적 특성에 다소간 경도된 듯한 작가는 “결국 인간의 일이라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가장 원초적인 질서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학교와 번역 등에 너무 많은 시간과 정력을 빼앗긴 만큼 이제부터는 전업작가로 나서 소설쓰기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조씨는 프랑스 파리의 소르본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블레즈 파스칼 국제연구소(CIBP) 회원으로 활동해 온 불문학자 겸 번역가로 영어,불어,스페인어와 독일어 등 7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재원이기도 하다. 심재억기자
  • 獨 바이로이트 축제 총감독 볼프강 바그너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손자이자 세계적인 바이로이트 음악축제의 총예술감독 볼프강 바그너가 지난 21일 처음으로 내한했다. 한국바그너협회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계 130여개국에 바그너협회가 생겨회원만도 80만명에 이른다”면서 “수많은 음악애호가들이여전히 할아버지의 음악을 사랑하고 있다는 데 깊은 감회를 느낀다”고 말했다.올해 81세 고령인 그는 “나의 뒤를이어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의 운영권을 계승할 가문 내 후계자가 거의 결정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는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트리스탄과 이졸데’‘뉘른베르크의 명가수’등 수많은오페라와 가곡을 만든 19세기 최고의 작곡가. 그가 만년에거주했던 독일 바이로이트시에서 매년 7∼8월 열리는 바이로이트 축제에는 세계 정상급 음악인들이 참가해 바그너 오페라를 공연한다.해마다 10만명이 찾을 정도로 권위있는 음악축제로 손꼽힌다. 볼프강 바그너는 51년 2차대전으로 잠시 중단됐던 바이로이트 축제를 부활,1,000회 이상 바그너 악극을 기획연출했으며 축제 참가자를 선정하는 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음악계 유력인사로 유명하다. 바그너는 22일 오후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과 만찬에 이어 23일 서울대·한국예술종합학교 방문,24·25일 경주·안동 관광 등 바쁜 일정을 보낸 뒤 27일 오후 일본으로 떠날예정이다. 허윤주기자 rara@
  • 발레리나 金純晶(이세기의 인물탐구:170)

    ◎‘동양적 발레’ 자신만의 이미지/타고난 연습벌레… 고난도 테크닉 모두 소화/안무하고 춤춘 ‘신화의 끝’ 발레팬 사로잡아 지난 해는 발레리나 金純晶에게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해였다. 87년 국립발레단 창단 25주년 기념으로 무대에 올렸던 ‘노틀담의 꼽추’를 10년만에 다시 춤춘 것과 그가 몸담고 있는 동덕여대에 무용과가 정식 출범한 것.거기다 제자들과 ‘공기의 정(精)’을 공연했고 그가 안무하고 춤춘 창작발레 ‘머물며’가 민속춤제전에서 안무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그중에서도 ‘노틀담의 꼽추’는 표현영역의 확장과 무용수로서의 도약(跳躍)을 보여준 결정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이 무대에서 그는 에스메랄다의 야성과 순결한 여심을 생기발랄과 스며드는 슬픔으로 표현하여 관객을 감동시켰다. 그의 요염함은 이미 86년 ‘튜닉 팬터지’에서 발휘되기 시작하여 그가 춤추었던 우아한 ‘백조의 호수’와는 달리 클래식의 베일을 활짝 벗고 ‘깨끗하고 담백한 느낌과 탄탄한 춤집’을 각인시켰다. ○‘머물며’로 안무상 수상 또한 쌍꺼풀이없는 고전적인 눈매와 긴 팔다리는 ‘동양적 발레’라는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무리가 없었다.이후 ‘돈키호테’를 마지막으로 프리마의 지위와 호칭,주어진 공간에서는 자신의 내부에 숨겨진 철학과 사색을 쏟아놓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87년 발레단을 떠나 그는 자신만의 창작발레에 몰두하게 되었다.만약 그가 지금까지 대극장무대에 머물러 있었다면 오늘의 변화된 김순정의 창작발레는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스타를 만들지 않는 국립발레단에서 명실공히 5년간의 프리마시대를 마감하고 이번엔 부군인 朴丙煥씨(외교통상부 근무)를 따라 발레의 본고장인 영국에 유학,런던 라반센터와 로열발레 아카데미에서 마치 춤추지못해 한이라도 된 듯이 밤낮없이 연습에 매달렸고 몸을 회전시키는 필루에트와 푸에테,아티튀드와 바느질 스텝인 부레에 이르기까지 난이도가 높은 갖가지 테크닉들을 몸의 일부처럼 익혀나갔다. ○발레 본고장 런던 유학 그리고 2년만에 영국에서 돌아와서 선보인첫작품 ‘빛깔’은 ‘그의 모든 것이 그속에 다 들어있다’는평을 받을 수있었다.그때도 여전히 무용수로서 특출했던 프리마의 매력을 상실하지 않았고 격조와 힘과 꿈틀대는 생의 갈망이 춤속에 건재하고 있었다.백색 의상에 꽃을 들고 유년기의 환상을 다스리는 그의 빛깔은 거의 발레작품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파격이었으며 국립발레단의 클래식발레를 사랑하던 팬들은 더이상 김순정만의 순백의 감수성과 정결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가 안무하고 춤춘 작품중에서 ‘신화(神話)의 끝’도 빼놓을 수 없는 수작이다.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간주곡과 비제의 ‘카르멘’ 전주곡에 의존한 이 작품은 ‘강렬한 음악으로 극적인 상황을 연출한 드라마틱한 분위기’로 젊은 발레팬들의 눈길을 일시에 사로잡았다. 맨발과 토슈의 대비,발끝에서 튕기는 힘의 배분은 ‘감정처리의 성숙함’과 ‘신성(神性)에서 벗어나려는 인간다운 갈망’을 보여주었고 결국은 신과의 대결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으로 겸허하게 마무리짓는 것이 특징이다.평론가 김경애는 ‘몸선의 지시언어(指示言語)’는 시종 아름다움을 동반하면서도 필요이상으로 덧칠하지 않고 사유와 성찰,자신의 기질탐구를 세세히 제시하기를 잊지않았다’고 평한다. ○신선한 현대적 무대 창출 과연 정열적이고도 순발력있는 싱그러움으로 그는 젊은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끊기듯 이어지는 감정의 전이는 불협화음적인 파괴미(破壞美)마저 창조하는 가하면 억압속에서 자유롭고 싶은 의지를 스타의 카리스마로 온몸에 담아낸다.이 역시 뛰어난 기교없이는 불가능한 표현이며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일상적인 모습은 어느때보다 신선한 현대적 무대를 창출해낸다.이른바 성격을 연출하는 춤에서 고난도의 기교를 무기로 하는 고전발레에 이르기까지 전천후로 춤추는 김순정의 기량은 나이에 비해 이미 모든 것을 절차탁마(切磋琢磨)한 차원이라고 할수 있다. 그가 무용을 하게된 것은 어머니 김남숙씨가 딸의 남다른 재능을 발견하여 10살되던 해 남산어린이회관에 있던 부설 무용반에 데려가면서 부터다. 그곳에서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를 배울수 있었고 고3때 이화여대가 주최하는 전국무용콩쿠르에서 최우수상,서울대 사대 체육과에 진학하면서 이대와 경희대로 이어지는 무용계의 인맥에서 다소 소외되는 감이었으나 피나는 연습으로 외로움을 달래면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최고의 발레리나가 될 것을 굳게 다짐했다’고 말한다.대학 3학년때 무용협회가 주최하는 신인무용콩쿠르에서 글라즈노프 작곡의 ‘사계’로 문공부장관상,다음해 동아무용콩쿠르 대상을 수상하면서 교사자격증을 반납한채 지체하지않고 그는 국립발레단에 입단했다. 별로 커보이지 않는 체구에 작고 야무진 얼굴,억척스럽다고나 할만큼 노력에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그는 화려한 세트나 기괴한 몇개의 동작만으로 창작성을 부르짖는 주변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신에서 땀이 배어나는 춤’으로 삶의 절규를 간절하게 춤추어 낸다.‘일상의 지루함으로부터,정의가 죽어버린 부당함으로부터,위선과 가증스러움이 포장된 이중인격이 판을 치는 속에서’ 오로지 탈출하기 위해 그의 온몸은 솟구쳐 오르는 열기로 무대에서 언제나 활활 타오르고 있다. ○자신의 단점 보완 극복 그런 중에도 끊임없이 자기를 지키고 남의 장점을 존중하며 자신의 단점을 보완,극복하기를 잊지 않는다.가족은 그의 예술을 이해하여 역사와 철학 등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주는 부군과의 사이에 아들(재영·10) 하나.부친은 서울대 경영대 김원수 교수다. 긴 명상속에서 작품을 분석하고 기획하는 그는 디베르시티망과 트릭까지도 철저히 연구하는 학구파로서 내면에 깔린 심성을 건드려 김순정의 춤을 이룩하려는 야심에 차있다.그의 꿈은 러시아의 마야 풀리체스카야나 스승이던 이시다 다네오,불멸의 폰테인 마곳처럼 70세가 넘어서도,아니면 그 이상 무대에서 춤추는 영원한 현역으로 남고 싶은 것이다. □연보 ▲1960년 서울출생 ▲1978년 이대주최 전국학생무용콩쿠르 최우수특기상 ▲1979년 서울예고졸업 ▲1982년 신인무용콩쿠르 발레부문 특상 및 문공부장관상 ▲1983년 서울대사대 체육과졸업(임성남 박혜련 진수인 사사),동아무용콩쿠르 대상,국립발레단초청 ‘백조의 호수’및 ‘세헤라자데’출연 ▲1983­87년 국립발레단에서 ‘처용’‘배비장’‘춘향의사랑’‘고려 애가’외 ‘호두까기인형’‘카르멘 조곡’‘노틀담의 꼽추’등 주역 ▲1985­92년 충남대 한성대 숭의여전등 출강 ▲1987년 이대 교육대학원졸업 ▲1987­89년 영국 라반센터 및 R·A·D(로열 무용아카데미)연수 ▲1990­91년 국립발레단 주역 ▲1991­95년 청주대 동덕여대강사 1993­현재 한국발레연구회이사, 바탕 춤전 ‘빛깔’안무 출연 ▲1994년 개인발표회, 한일댄스 페스티벌 ‘일상의 꿈’안무·출연 ▲1995­현재 동덕여대무용과 교수 ▲1997년 국립발레단 ‘노틀담의 꼽추’,민족춤제전 ‘머물며’안무출연 올해의 안무가상(97년) ‘몽유(夢遊)’‘공주무덤’‘길위에서’‘풀피리의 춤’외 다수
  • 「슈투트가르트 교향악단」 내한/지휘 가리 베르티니… 교향악 진수

    ◎새달 5∼6일 서울시 10년만에 재공연 남부 독일을 대표하는 교향악단 슈투트가르트방송교향악단이 오는 12월5∼6일 하오7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두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지휘자는 말러 해석의 권위자 가리 베르티니(69). 이번 무대는 슈투트가르트방송교향악단이 지난 86년 첫 내한공연을 가진 뒤 10년만에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갖는 공연.당시 이 악단은 명지휘자 네빌 마리너와 함께 서울을 찾아 전좌석이 매진된 가운데 성실한 연주를 펼쳐 갈채를 받았다. 내한 연주자는 116명.4관 편성으로 올해 한국을 찾은 교향악단중 가장 큰 규모다. 5일 연주곡목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과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이며 6일에는 바그너의 「방황하는 화란인」서곡,「트리스탄과 이졸데」중 전주곡과 사랑의 죽음,베토벤의 「교향곡7번」 등이다.3701­1600.
  • 클래식 음반사 기획 경쟁/에라토·필립스,카라얀 앨범 경쟁적 발표

    ◎제목·디자인 등 거의 비슷… 서로 “모방” 비난 「Passion」과 「Fashion」,「로맨틱 카라얀」과 「카라얀 로망스」. 클래식 음반사들의 음반 판매고를 높이기 위한 기획 경쟁이 치열하다.지난 2월 「에라토」음반이 테너 호세 카레라스의 유명 클래식 멜로디를 모아 발매한 「Passion」과 이에 맞붙어 필립스가 지난 5월 중순 출시한 「Fashion」(필립스 레이블).재킷 제목과 디자인이 거의 비슷,화제를 모은 바 있는 음반들이다. 「Passion」은 미국 집계를 제외한 세계 판매량이 현재 60만장을 넘었고 국내 판매량만도 2만3천장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테디셀러 음반.이에 질세라 필립스측이 자사에 녹음돼 있는 호세 카레라스의 음반들 가운데 아리아·팝·가곡 등 인기를 끈 레퍼토리를 모아 출시한 「Fashion」 역시 발매 한달도 안돼 1만장을 넘어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에라토」측은 호세 카레라스의 매니저를 통해 호세 카레라스의 승인을 받지 않고 편집했다는 항의 서한과 함께「배포금지」를 최근 요구하고 나섰을 정도.「패션」이라는 동일 발음의 제목과 재킷디자인을 모방한 필립스측이 불공정한 판매행위를 했다는 것.이에대해 자사에 소장된 호세 카레라이스의 모든 음반은 필립스 소유로 예술가의 「승인」사항이 아니며 비슷한 기획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필립스의 입장. 또 EMI클래식스가 지난주 발매한 「카라얀 로망스」와 도이체 그라모폰이 6월초 발매 예정인 「로맨틱 카라얀」도 최근 불붙고 있는 기획음반경쟁의 대표적인 예. 장미꽃을 배경으로한 재킷 디자인에서부터 음반 제목은 물론 수록곡 성격등이 비슷비슷해 음반시장에서 한판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음반은 최근 세계 음반시장에 불고 있는 20세기의 독보적 지휘자 헤르하르트 폰 카라얀의 열풍에 힘입은 출시물.오펜 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중「뱃노래」,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중「로망스」,스메타나 「나의조국」중 「몰다우」,바그너의「트리스탄과 이졸데」중 「사랑의 죽음」등 4곡이 겹쳐진다.〈김수정 기자〉
  • 도밍고,혼신의 무대 준비/고저음반복 바그너작 오페라 2개 맹연습

    ◎96년 공연계획… “성악가 최후시험대” 도전 스페인이 배출한 세기적인 테너가수 플라시도 도밍고(52)가 성악가로서 자신의 역량에 대한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고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가 보도했다.그동안 역부족으로 여겨왔던 독일작곡가 바그너의 두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지그프리트」를 정복하는 것을 남은 생애 최대의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소화해내기 위해 중년기의 열정을 다바치고 있다는 것이다. 도밍고 스스로 『오페라에 관한한 마지막 대도전』이라고 할 만큼 바그너의 오페라는 성악가들에게 두려운 레퍼토리로 꼽히고 있으며 특히 독일태생이 아닌 도밍고에게는 난공불락의 영역이었다. 물론 도밍고가 바그너의 오페라에 전혀 생소한 것은 아니다.그는 지난 68년의 「로엔그린」을 시작으로 이미 「탄호이저」,「파르시팔」등 5∼6편의 오페라에서 주인공역을 해냈다.이들 작품은 바그너 오페라의 한결같은 특징인 갑자기 고음에서 저음으로 바뀌거나 반대로 저음에서 고음으로 치닫는 부분이 많지만 도밍고는 그런대로 무난하게 소화했다는 평을 받았었다. 그러나 독일 오페라의 쌍두봉으로 지칭되는 「트리스탄과 이졸데」,그리고 「지그프리트」는 도밍고에게 있어 엄두를 내기가 어려운 숙제였다.그는 『바그너의 작품을 소화하고 나면 다른 작품에서는 거의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된다.나는 이같은 이유로 트리스탄과 지그프리트역에 무한한 매력과 유혹을 느껴왔지만 자신이 없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도밍고가 이 두 작품에 정면도전을 결심한 것은 최근 오스트리아 빈의 국립오페라극장에서 가진 바그너의 「전쟁의 여신」공연에서 얻은 자신감이 크게 작용했다.이 오페라는 절망한 주인공 지그문트가 부친이 죽으면서 남긴 긴급시 사용할 무기얘기를 상기하고 「아버지의 칼은 어디에 있습니까」하고 절규하는 대목이 절정으로 가수와 관객 모두를 긴장시키는 대목이다.지그문트역을 맡았던 성악가들은 거의 모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이 대목에서 음이 불안정해지고 주춤함으로써 관객의 이마에 땀이 돋게 했었다. 그러나 도밍고의 무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그는 이 공연에서 풍성한 성량과 완벽한 음조절,그리고 무엇보다도 바그너가 설정한 지그문트의 은유적 성격묘사를 능가하는 표정연기로 극장안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도밍고는 이제 더이상 바그너가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아직 독일어발음에 스페인어 억양이 강하게 스며있지만 중요한 것은 발음이 아니라 탄력있는 목소리와 음악적 재능이라고 강조한다. 도밍고는 현재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과 오스트리아의 빈 국립오페라단으로부터 이들 두 작품을 96년에 공연하자는 제의를 받아놓고 있다.
  • 나치수용소 유태인에 “죽음의 전주곡”/바그너음악 이스라엘공연 논란

    ◎바렌보임 연주무산후 찬반논쟁 가열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이스라엘 필하모닉이 바그너의 작품을 공식적으로 연주할 수 있을까. 지난 연말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스라엘 필하모닉과 함께 바그너를 연주하려던 계획이 단원 및 여론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무산된 뒤에도 이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고 근착 뉴욕타임스와 시사주간지 타임이 잇따라 전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의 바그너는 지난 19 38년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지휘한 팔레스타인 심포니의 연주 이후 공연계획표에서 사라졌다. 그 뒤 지난 81년 인도인이지만 이스라엘에 누구보다도 애정을 갖고 있는 주빈 메타가 「트리스탄과 이졸데」가운데 「사랑과 죽음」을 「금기를 깨기 위해」앙코르곡으로 연주하다 청중들의 흥분으로 중단됐다. 10년이 흘러 지난 해 바렌보임이 이스라엘 필하모닉과의 연주계획을 발표하며 바그너를 포함시키자 또다시 소동이 일어 오케스트라 회원 및 단원들은 투표끝에 연주를 거부했다. 바그너는 히틀러가 태어나기 6년전이고 권력을 잡기 무려 반세기전인 18 83년에 죽었다.그가 살아있는 동안 유대인을 혐오하는 글들을 쓰기도 했고 그의 작품속에 반유대주의적인 경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세익스피어가 「베니스의 상인」에서 그리고 있는 유대인의 모습처럼 구체적이지는 않다.사실 바그너적인 유대인에 대한 편견은 당대 예술가와 지식인들이 공유하고 있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그의 음악이 나치선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에따라 나치침략의 가장 강력한 상징이 되었다는데 있다. 특히 30만명에 이르는 「죽음의 수용소」의 생존자들에게는 당시 수용소의 나팔스피커에서 울려퍼지던 바그너의 음악이 곧 「죽음의 전주곡」으로 깊숙이 각인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대인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잭 스턴과 이츠하크 펄먼,슐로모 민츠,그리고 수용소 생존자인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 부악장 데이비드 아번 등은 바그너의 음악으로 히틀러가 힘을 얻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수많은 수용소 생존자들에게 바그너는 고통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에서의 연주는 불가능 하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처럼 이스라엘에서의 바그너연주를 반대하는 쪽의 의사가 대부분 관철되고 있다. 그러나 메타나 바렌보임과 같은 노력도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수용소 생존자의 한 사람인 클리블랜드오케스트라의 트럼펫주자 데이비드 조더,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펠츠만,지휘자 레온 보트스타인 등도 그런 쪽의 사람들이다. 그들의 주장은 음악은 그 자체로 미하적 도덕적 기준을 적용해야지 청중의 경험과 결부시켜서는 안 되며 바그너가 음악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이스라엘에서 바그너 음악의 연주가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바그너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유대인들도 흥분이 아닌 이성을 갖고 이 문제를 대하자는 것이지 과거를 잊자거나 나치의 역사와 화해를 하자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처럼 관대한 쪽의 유대인들도 막상 텔아비브에서 바그너음악회가 열리면 대부분 외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의 주장은 이스라엘에서의 바그너연주를 억지로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고통의 상징인 바그너의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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