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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정욱의 혁신경제] 실리콘밸리가 키운 괴물

    [임정욱의 혁신경제] 실리콘밸리가 키운 괴물

    미국 민주주의 상징인 워싱턴DC의 국회의사당이 지난주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해 점거, 약탈당한 일이 미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대선 불복 연설을 통해 지지자들을 부추겨 국회의사당 습격을 유도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를 겨우 2주도 안 남겨 놓은 상황에서 탄핵 위기에 몰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물론 트럼프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마음껏 거짓말을 일삼고, 음모론을 퍼뜨리며 마음껏 선동하는 것을 방치한 실리콘밸리 빅테크 회사들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트럼프는 실리콘밸리가 키운 괴물인지도 모른다. 트위터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일등공신이다. 트럼프는 2017년 대통령직에 취임해서도 이례적으로 개인 트위터 계정을 계속 활용했다. 그의 트위터 팔로어 수는 8800만명으로 전 세계 트위터 이용자 중에 여섯 번째로 많다. 대통령직 수행 중에도 트럼프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철저히 개인적 홍보 채널로 사용했다. 언론을 통하지 않고도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유용한 통로였던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한국 등 전 세계의 정치인들이 다 그렇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트럼프가 소셜미디어를 정적을 비열하게 공격하고 거짓 주장을 되풀이하는 ‘정치적 메가폰’으로 활용한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은 긍정적인 소식보다는 부정적이며 자극적인 내용을 더 열심히 퍼날른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이 좋아할 만하고 확인되지 않은 루머 등을 열심히 날랐다. 트럼프는 하루에 보통 자신이 10여개의 트윗을 직접 쓰고, 또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는 다른 트윗을 10여개 리트윗한다. 대통령이 직접 쓰는 정보의 무게를 생각하면 하나하나 신중하게 팩트를 체크하고 작성해도 모자랄 텐데 그냥 즉흥적으로 쓴다. 자신의 정적들을 “슬리피 조”(바이든 대통령 당선자), “크레이지 낸시”(펠로시 하원의장) 등 도가 지나친 언사로 아무렇게나 비하하면서 조롱한다. 즉흥적으로 트윗하다 보니 가끔씩 스펠링이 틀려서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무조건 ‘가짜뉴스’라고 받아친다. 자신과 의견이 충돌하는 부하가 있으면 트위터로 해고 발표를 해서 망신을 주는 것을 즐긴다. 대선에 패배한 이후에도 승복하지 않고 매일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트윗만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인을 괴롭히는 상황에서 그가 한 일은 트위터와 골프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가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안하무인격의 태도를 지난 4년간 유지했던 것은 언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조지아주 국무장관과 통화하면서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트럼프 미디어다”라고 자랑할 정도로 자신의 파워에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즉 실리콘밸리 빅테크 회사들이 만든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트럼프에게 대중을 휘어잡을 전가의 보도를 준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4년 넘게 트럼프를 맹종하고 매일 그의 주장을 소셜미디어로 접하며 온갖 음모론을 사실로 믿게 됐다. 그리고 지난주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은 그 하이라이트였다. 참다못한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는 “이제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트럼프가 이런 괴물 같은 행동을 못 하도록 그를 완전히 플랫폼에서 제거하고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트럼프 눈치를 보던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기조가 바뀌었다.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 결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해 상하원을 모두 민주당이 장악하게 되자 재빠르게 태세변환했다. 트위터는 국회의사당 습격 사건 이후 트럼프 트위터를 12시간 정지시켰다가 아예 영구히 막아 버렸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구글과 애플은 극우세력이 이용하는 팔러라는 소셜미디어도 엄격한 콘텐츠 자정 정책을 세우지 않으면 앱스토어에서 내리겠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가 키운 트럼프라는 괴물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나올 수 있다. 이런 플랫폼을 가진 빅테크 회사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선제적으로 커뮤니티를 정화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하는 독버섯이 계속 나올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깊이 고민하고 정책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 “의회를 전쟁터로”…트럼프 지지 시위대 의사당 난입 타임라인(종합)

    “의회를 전쟁터로”…트럼프 지지 시위대 의사당 난입 타임라인(종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에 난입해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의회를 전쟁터로 만들었다. 이날 의회에서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렸다. 회의를 위해 모인 의원들은 피신하거나 달아났고 시위대는 보안을 위해 투입된 경찰과 물리적으로 충돌해 사상자까지 냈다. 미국 의회가 이런 공격을 받은 것은 미국과 영국이 전쟁하던 1814년 영국군이 의사당을 점령해 불태운 이후 206년 만이다. AFP, AP통신 등은 상황 전개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선동해 갈등이 폭력으로까지 악화했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의사당으로 가자” 선동…“펜스가 해내야”펜스 “권한이 나에게 있지 않다” 공개 거부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근처 엘립스 공원에서 이날 오전 11시쯤 열린 연설에서 시위대에 대선 결과에 대해 “절대 승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당연직 상원의장으로서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하면서 대선결과 인증을 차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가 우리를 위해 일을 해내야 할 것”이라며 “못해낸다면 우리나라에 몹시 나쁜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대가 의사당으로 향하는 ‘구국의 행진’ 과정에 자신도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은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그는 “헌법의 제약 때문에 어느 선거인단의 표를 집계하고 어느 선거인단의 표는 집계하지 않을지 결정할 일방적 권한이 나에게 있지 않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이 인증을 막을 권한이 없다는 것은 헌법학자들의 지배적 견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펜스 부통령이 보여준 충성심에 기대어 그가 이번에 무리수를 둬주기를 압박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시위대 의사당 난입해 “트럼프가 이겼다”의원들 의자 밑 피신 ‘혼비백산’ 펜스 부통령이 오후 1시 합동회의를 개시한 직후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근처에서 연설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미처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떠 의사당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의사당 안에서는 먼저 애리조나주 선거인단 투표에 대한 이의제기 때문에 토론이 진행됐다. 그때부터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친트럼프 시위대가 의사당 밖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의회 사무실 건물에서 인력이 대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조금 뒤 시위대 일부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는 의사당에 쳐들어가기 시작했다. 트럼프 깃발을 소지한 시위대는 “트럼프가 대선 이겼다”, “의원들 어디 있어?”라는 말을 하며 위협적인 행보를 지속했다. 의회 보안을 맡은 경찰은 회의장 문 앞에서 권총을 꺼내 들고 시위대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겁을 먹은 의원들은 의자 밑으로 피신했다. 시위대는 회의장 창문을 부수었다. 일부는 숨어서 기도문을 암송했다. 워싱턴DC 시장은 사태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고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4명의 사망자…트럼프 뒤늦게 “평화롭게” 주문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폭도가 돼버린 시위대에게 “평화롭게 있으라”고 트위터로 주문했다. 몇분 뒤에 의사당 내부에서 여성 한명이 총에 맞았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그 여성은 몇시간 뒤에 사망했다. 이후 워싱턴CD 당국은 기자회견을 통해 총에 맞은 이 여성 외에 3명이 추가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날 폭력 사태로 무려 4명의 사망자까지 나왔다. 펜스 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당장 폭력을 그만두라”고 시위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 의원들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상들도 의회가 유린되고 있다는 소식에 경악하며 사태를 주시했다. 바이든, ‘내란’ 규정…“미국의 모습 아냐”트럼프, 난동 부린 시위대에 “사랑해요” 트윗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강하게 규탄하지 않자 바이든 당선인이 방송에 등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당선인은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을 정상적인 시위가 아닌 ‘내란’으로 규정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전국 방송에 나와 의사당 점령을 해제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촉구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의 명예 실추를 우려한 듯 “이것은 진짜 미국의 모습을 반영하는 게 아니다”고 울분을 토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의원들이 대피한 지 90분 정도가 흐른 뒤 트위터에 영상을 올려 시위대에 “귀가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계속 주장했으며 난동을 부린 시위대에 “사랑한다”며 두둔까지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의 고통을 나는 안다. 우리에게는 도둑맞은 선거가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이제 귀가해야 한다. 평화, 법과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시위대를 옹호하고 폭력 사태를 묵인하는 메시지를 내놓자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대선 사기 논란을 촉발한다면서 규정 위반으로 메시지를 삭제했다. 트위터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12시간 동안 잠정 정지시켰다. 또 규정 위반이 계속될 경우 계정을 영구 정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이스북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집으로 가라”고 말하면서도 이들에게 동조하는 어조가 담긴 동영상을 삭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24시간 동안 정지한다고 밝혔다. 난동 4시간 만에 진압…낸시 하원의장 “수치스럽다” 시위진압 장비로 무장한 경찰은 주방위군의 지원을 받아 의사당에 투입됐다. 진압대원들은 최루가스를 더 많이 뿌리는 방식으로 시위대를 몰아냈다. 워싱턴DC에는 오후 6시부터 야간 통금령이 내려졌으나 시위대 수천명이 여전히 의사당 근처에 남아있었다. 미국 의회 보안당국은 의사당이 습격을 받은 지 4시간 정도 만에 안전한 상태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상·하원 의원들은 폭력에 굴복할 수 없다며 대선결과 인증을 위한 합동회의를 재개했다. 낸시 펠로시(민주) 하원의장은 “수치스럽다”며 “그 때문에 선거결과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우리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선결과 인증에 반대하던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이번 폭력사태를 계기로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당국 부실 대응 논란…시위 알고도 “최소한의 인력 배치” 국회의사당이 시위대에 속수무책으로 뚫리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당국의 부실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예고된 시위인데도 당국이 시위대 규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소수 인력만 배치한 것이 결정적 패착이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방정부 당국자들은 이날 시위에 앞서 “비교적 소규모이자 최소한의 현장 배치”를 계획했다고 복수의 법 집행 당국자들이 말했다. 이는 지난해 곳곳에서 불거진 충돌 사태 여파를 감안해 이날 시위 현장에서 자칫 긴장이 불거지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수천명이 이날 의사당으로 몰려들었고, 이중 일부는 손쉽게 바리케이드를 뚫고 의사당에 난입하면서 당국의 이같은 대비책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WSJ는 지적했다. 연방수사국(FBI) 출신인 한 인사는 “의회 경비대가 시위대 규모 자체에 대비하지 못했다”면서 “시위대에 바리케이드가 뚫린 뒤에는 인원이 수적으로 열세에 몰려 제때 대응할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세계가 똑똑히 지켜봤다… 美 ‘일그러진 민주주의’

    세계가 똑똑히 지켜봤다… 美 ‘일그러진 민주주의’

    트럼프 연설 직후 지지자들 의회로 직행난입 성공 후 “우리가 대선 이겼다” 주장경찰 26명 체포하며 내보내, 4명 사망인명피해에 트럼프 마지못해 귀가 요청롬니 “트럼프 자존심과 지지자들의 분노미국 역사에서 부끄런 일화로 기록될 것”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트럼프 지지자의 난입으로 ‘민의이 전당’이 마비되면서, 현대 민주주의 종주국이라 불리던 미국은 고개를 숙였다. 공화당 의원들도 이날 사태에 대해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부끄러운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승리로 끝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에 앞서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엘립스 공원에서 불복 의지를 고수하며 “우리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따라 걸어갈 것이다. 공화당원에게 미국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자부심과 대담성을 줄 것”이라고 연설했다.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는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는 길이다. 곧 국회에 도착한 지지자들은 상하원 합동회의가 시작하는 오후 1시가 되자 국회 주변 바리케이트를 넘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의회 안에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헙법상 자신은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폐기할 권한’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결과 전복 요청을 거부했다. 이어 ABC 순으로 앨라배마부터 선거인단 투표 인증이 시작됐고 3번째 애리조나에서 바이든 당선인 승리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합동회의는 10분만에 상하원이 각각 ‘이의 수용 여부’를 두고 2시간씩 토론하는 절차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 도중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국회에 난입하면서 펜스 부통령 등 의원들이 긴급대피하고 회의는 중단됐다. 오후 2시쯤 의사당 안까지 진입한 시위대 중 10명 이상이 총기를 소지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하원 회의장에서는 의회경찰이 대형 출입문에 큰 책상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깨진 창문을 향해 총을 겨누는 긴박한 장면도 포착됐다. 이들은 의회 기물을 뒤지고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사진을 떼는 등 난동을 벌였다. 상원의장석도 점거했고, 일부는 “우리가 (대선에서) 이겼다”고 소리치기도 했다.뮤리엘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주 방위군 총동원령과 함께 오후 6시부터 24시간 동안 시내에 통금령을 내렸다. 주 방위군 1100명과 비밀경호국 및 연방수사국(FBI)이 합류했고 인근 버지니아주 경찰관 200명도 워싱턴으로 긴급 이동했다. 워싱턴DC 경찰은 이들을 내쫓는 과정에서 26명을 체포하고 총기를 포함해 5개의 무기를 압수했다고 전했다. 인근 지역까지 총 체포인원은 52명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사당 내에서 경찰이 쏜 총에 한 여성이 쓰러져 중태에 빠졌고,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 여성을 포함해 총 4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날 인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본부 근처에서는 파이프 폭탄이 발견돼 의원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경찰은 최루가스 등 무력을 이용해 5시 30분쯤 이들을 의사당에서 내보냈지만, 약 4시간에 걸쳐 생방송으로 전세계에 타전됐다. CNN은 “시위가 아닌 반란이자 폭동”이라고 했고, ABC방송은 ‘실패한 반란’이라고 평가했다. 폭력시위가 격화되자 각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위대의 철수를 권고했지만 그는 두 차례의 트윗을 통해 “평화시위”만을 요청했고, 4시 40분에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여기서도 “집에 가야 한다.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면서도 “도둑 맞은 선거였다. 당신의 고통을 안다”며 시위대의 분노를 부추기는 듯한 표현을 썼다. AP통신은 해당 동영상도 트럼프 대통령이 사태를 TV로 지켜만 보다 보좌진의 채근에 마지못해 올린 것이라고 전했다.이날 오후 4시쯤 국회 인근에서 만난 60대 켈리는 “사기 선거로 뽑힌 바이든을 인정할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고 50대 매튜는 “부정선거를 막으려 미시간에서 왔다. 공화당부터 깨어나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곳을 지나던 한 시민은 “오늘 미국이 죽었다”며 답답해했다. 국회의사당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을 모두 내보낸 뒤 오후 8시부터 재개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공화당 소속 밋 롬니 상원의원은 “한 이기적인 남자(트럼프)의 자존심과 지지자들의 분노로 오늘 여기에 모였다”며 “이는 미국 대통령이 선동한 폭동이었고, 미국 역사에서 부끄러운 일화로 그들은 기억될 것이며 (국회 난동은) 그들의 유산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트럼프 지지자들은 뉴멕시코, 오리건, 미네소타, 조지아, 오클라호마, 유타, 오하이오, 캔자스주 등지에서도 주의회 의사당 앞에 모여 대선 불복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트럼프 딸’ 이방카, 美 의회 난입 시위대에 “애국자들”(종합)

    ‘트럼프 딸’ 이방카, 美 의회 난입 시위대에 “애국자들”(종합)

    폭력 멈추라면서 시위대에 ‘애국자’ 지칭시위대 상원의장석 점거 초유 사태 발생바이든 대선 승리 인증 무력화 시도이방카, ‘애국자’ 비난 거세지자 트윗 삭제“평화로운 시위가 애국적” 해명트럼프 “대선 결과 불복 결코 없을 것”시위대 의회 행진 전 불복시위 조장시위대 향해 “위대한 애국자” 강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보좌관이 6일(현지시간) 의회의사당에 난입해 폭력 사태를 빚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 시위대를 ‘애국자’라고 칭해 논란을 빚었다. 이방카 보좌관은 해당 트윗에 대한 역풍이 일자 트윗을 삭제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의회 난입 사태를 일으킨 시위대를 거듭 “위대한 애국자”라고 옹호했다. 그는 시위대를 “오랫동안 몹시도 부당하게 대우받아온 위대한 애국자들”로 지칭하면서 “성스러운 (나의 대선) 압승이 인정사정없이 악랄하게 사라졌을 때 이런 일과 사건들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방카, 트윗 삭제 후 “폭력 용납 안 돼” 이방카 선임 보좌관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애국자들이여. 어떠한 안보상의 위반이나 우리의 법 집행에 대한 무례한 태도도 용납될 수 없다”면서 “폭력은 당장 멈춰져야 한다. 제발 평화를 지켜달라”고 밝혔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극단적 방식의 폭력 행사를 통해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최종 확정 절차를 저지한 이들에게 폭력 중단을 촉구하면서도 ‘애국자’로 부르며 두둔한 셈이다.이방카 보좌관은 시위대를 향해 평화를 지키라고 한 부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도 리트윗했다. 이날 워싱턴DC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천명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예정된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인증을 무력화하기 위해 의회로 몰려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 중 일부는 의사당 건물 안으로 진입, 상원의장석을 점거했고 경찰과의 대치가 이어졌다. 이방카 보좌관은 논란이 된 트윗을 삭제한 뒤 ‘의회에 난입한 시위자들을 애국자들로 부른 것이냐’는 미 CNN방송 기자인 케이트 베넷의 트윗을 리트윗하면서 “아니다”라면서 “평화로운 시위가 애국적인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폭력은 용납될 수 없으며 가장 강력하게 규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도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리는 법과 질서의 정당이다. 누구든지 선을 넘는다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도로 기소하라”고 말했다.트럼프, 불복 선언 후 상황 심각해지자“귀가하라,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시위대에 전하는 메시지를 올려 “의회 경찰과 법 집행관을 지지해달라. 그들은 진정 우리나라의 편”이라고 평화 시위를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사랑과 평화를 가지고 귀가하라,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매우 특별하다”면서 “나는 여러분의 고통과 상처를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도둑맞은 선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엘립스 공원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 참석해시위대가 의회로 행진하기에 앞서 모여든 지지자 수천명 앞에서 연설을 통해 “대선 결과 불복을 포기하거나 승복을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 박는 등 그동안 불복 시위를 조장해왔다는 비난에 직면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겼다. 압승이었다. 우리는 도둑질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국회 의사당으로 난입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바이든 확정 상하원 합동회의 초유 중단여성 1명 총격에 숨져…경찰도 부상 미 의회는 이날 오후 1시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고 바이든 당선인을 합법적 당선인으로 확정하기 위해 상·하원 합동회의를 개최했다. 과거 합동회의는 형식적 절차로 여겨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하고 일부 공화당 의원이 동조하는 바람에 당선인 확정의 마지막 절차로 주목받았다. 실제로 회의가 시작되자 공화당 의원들이 애리조나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문제 삼으며 이를 둘러싼 격론을 벌이는 등 논란이 불붙었다. 그러나 시위대가 바이든 인증 반대를 요구하며 바리케이트를 넘어 의회에 난입하자 회의 시작 1시간여 만에 중단하고, 의원들은 긴급 대피했다. 경찰은 최루가스까지 동원했지만 시위대는 의사당 내부까지 들어가 상원 의장석까지 점거하고 하원 의장실을 유린했다. 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며 여성 1명이 총에 맞아 숨지고 경찰이 부상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극심한 불상사가 일으켰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어처구니 없는 탈원전 자해행위”…김종인 “文 탄소제로 목표 회의적”(종합)

    “어처구니 없는 탈원전 자해행위”…김종인 “文 탄소제로 목표 회의적”(종합)

    김종인 “탄소제로는 원자력 밖에 수 없다”주호영 “탈원전 시행령 개정 막아야”文, 국회 연설서 “2050년 탄소중립”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탈원전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탄소 중립 선언’과 관련해 17일 “탄소 제로를 만들려면 결국 원자력 밖에 수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라면서 “2050년 탄소 제로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고 평가절하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어처구니 없는 탈원전 자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종인 “탄소 제로 하려면 화석연료 해결해야는데 전력기금 탈원전에 쏟아”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전기사업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해 “독일과 우리만 원전 문제에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밝혔었다. 김 위원장은 “탄소 제로를 얘기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화석연료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인데, 전력기금을 (원자력이 아닌) 탈원전 관련 재생에너지 등에 쏟아부었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도 “어처구니없는 탈원전으로 자해행위를 하는데, (정부는) 태양광 등으로 전환하면서 그쪽에 지원하는 것으로 탈원전을 커버하려는 시행령 개정을 준비하는 것 같다”면서 “이것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文 “2050년 탄소중립, 새로운 경제”“수소경제·연료전지·그린뉴딜 강점” “각 부처 자신감과 확실한 의지 갖는게 중요”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2050 저탄소발전전략’에 대한 관계부처 장관들의 비공개 보고를 받은 뒤 “2050년 탄소중립은 우리 정부의 가치 지향이나 철학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새로운 경제·국제질서”라면서 “국제적으로 뛰기 시작한 상태인데 우리만 걸어갈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각 부처가 자신감과 확실한 의지를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분명한 목표를 갖고 탄소중립을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세계 조류와 동떨어져서 따로 가다가는 언제고 탄소 국경세라든지 금융, 무역 등의 규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피할 수 없는 일이며 국제사회와 함께 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우리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어려우면 남도 어렵다”며 “어려움은 파리협정에서 탈퇴했다가 다시 가입하려는 미국도 마찬가지이며 전 세계의 공통과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구온난화 대책을 담은 국제 합의인 파리협정을 탈퇴했으나,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파리협정 복귀를 선언한 점을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미래차와 수소경제, 연료전지, 에너지 저장장치(ESS), 디지털 능력, 그리고 그린 뉴딜을 시작했다는 강점이 있다”며 “정부 부처는 이런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미디어와 정치의 스포츠화

    [박상현의 테크/미디어/사회] 미디어와 정치의 스포츠화

    몇 해 전부터 미국 정치를 이야기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배운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포스팅을 한 지 첫 한두 시간 내에 ‘좋아요’를 많이 받으면 페이스북이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그 포스트를 보여 준다는 사실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한 포스트는 더 많은 ‘좋아요’를 받고, 더 많은 팔로어를 만들어 낸다. 나는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좋아요를 받는 글을 쓸까’를 고민하게 됐고, 좋아요를 많이 받은 포스트와 그렇지 못한 포스트를 비교해 보며 어떤 요소가 그런 차이를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살펴보다가 깨달은 사실은 소위 ‘사이다 발언’이 들어간 글이 눈에 띄게 ‘좋아요’를 많이 받더라는 거다. 밤고구마를 먹다 막힌 것처럼 답답한 속을 시원하게 뚫어 주는 발언, 명쾌한 논리로 상대방의 주장을 무장해제시키는 글은 소셜미디어에서 큰 인기를 끈다. 내가 그런 발언을 직접 할 필요도 없다. 사이다 발언을 잘하기로 소문난 정치인들의 말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그 포스트는 많은 사람의 ‘좋아요’를 받고 널리 퍼져 나간다. 대표적인 ‘사이다 정치인’이 버니 샌더스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다. 이들의 발언은 부자들 편에 선 미국 정치인들이 숨기는 현실을 낱낱이 드러내고, 명쾌한 논리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그려내니 인기가 없을 수 없다. 미국 정치인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인터넷에서 ‘사이다 발언’을 검색해 보면 현재 한국에서 정치적인 이슈가 되는 사안들에 대한 양 진영의 통쾌한 발언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될 게 있다. 사이다 발언은 오로지 자신이 동의하는 의견일 경우에만 ‘탄산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반대하는 진영에서 사이다라고 좋아하는 발언은 전혀 동의할 수 없거나, 오히려 나의 분노만 더욱 키울 뿐이다. 영어 표현에 “성가대를 향해 설교한다(preach to the choir)”라는 게 있다. 목사가 신도, 혹은 청중의 생각을 바꾸는 설교를 하는 대신, 성가대원들 즉 이미 목사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이야기를 한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의 사이다 발언이 사실은 이런 성가대를 향한 설교인 경우가 흔하다. 우리는 이미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말이 최소한 중도에 속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 발언은 같은 편을 즐겁게 해 주는 엔터테인먼트 이상이 아니다.●최고의 투표율이 남긴 것 전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던 올해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그 중요성에 걸맞은 높은 투표율을 낳았다. 미국에서 67%라는 투표율은 120년 만에 처음 보는 놀라운 숫자다. 투표가 ‘민주주의 꽃’이라면 미국은 찬란한 꽃을 피운 셈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번 선거를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패한 후보가 총체적인 부정선거라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번에 투표한 유권자들은 민주주의의 축제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자세로 임했기 때문이다. 칼과 총이 동원돼 정권이 교체되던 과거와 비교하면 발전된 모습인 건 분명하지만, 21세기에 정치 선진국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선거가 상대방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두 진영이 벌이는 사나운 전투가 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한 선진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철학교수인 조너선 엘리스는 미국의 정치가 갈수록 합의 도출에 실패하고 분열과 대립으로 흐르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20세기에 미국의 각급학교에 확산된 ‘토론팀’(debate team) 문화를 지적했다. 현재 미국의 유명한 정치인들은 대부분 학생 시절 토론팀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올해 71세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포함, 그 이하의 나이대에 속한 인기 정치인들 중에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토론팀을 하지 않았던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카메라 앞이나 토론장에서 거침없는 화술을 구사하는 건 어린 시절부터 단련한, 거의 반사신경에 가까운 토론기술 때문이다. 논리는커녕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으면서 말문이 막히면 악을 쓰는 국회의원들을 많이 봐 온 우리로서는 미국 정치인들의 말솜씨가 부러운 게 사실이지만, 토론에 능한 정치인들이 가득한 미국에서 일구어낸 정치문화가 2020년에 우리가 목도한 모습이라면 그런 토론교육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이 문제를 지적하는 엘리스 교수도 토론의 중요성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가 지적하는 건 미국 학교들의 토론팀이 관중을 가진 스포츠 리그처럼 운영되는 ‘방식’이다. 좋은 토론이란 자신이 믿는 바를 설명해서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내거나, 적어도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인데,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 형태로 운영되는 토론팀의 대결에서 상대방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곧 패배를 의미한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이런 문화에서 자란 정치인들은 합의를 도출하는 대화에 익숙하지 않게 된다. 게다가 각 토론팀은 자신의 신념이 아닌, 주최 측으로부터 배정받은 주장으로 대결해야 한다. 한마디로 신념도 없고, 합의할 줄도 모르는 정치인을 만들어 내는 양성소가 되는 셈이다. ●유권자들의 편가르기 낯선 미국의 고등학교 문화까지 갈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 방송에서 보는 ‘100분 토론’이나 ‘심야토론’을 봐도 다르지 않다. 혀를 칼처럼 휘두르는 검투사들이 나와서 생사의 대결을 펼치고, 사람들은 그걸 지켜보며 자기편을 응원하는 일이 항상 벌어진다. 방송사들은 토론 프로그램이 현안에 대해 깊이 알아보자는 의도로 준비된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은 두 진영으로 갈라진 시청자들의 응원과 욕설로 가득하다. 여기에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 미디어의 이해관계다. 토론이 스포츠처럼 뜨겁게 진행될 경우와 (본 적은 거의 없지만) 차분한 대화를 통한 정보와 의견교환이 이루어지는 경우 어느 쪽이 더 시청률이 높을까? 물론 방송사가 시청률을 위해 양측이 하기 싫어하는 싸움을 붙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토론이 대결의 구도로 만들어진 이상, 참여자는 이겨야 한다는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다. 시청률이 중요한 매스미디어가 그렇다면, 알고리듬이 지배하는 소셜미디어는 훨씬 더 심각하다. 정치인들이 TV 토론에서 상대방을 이기려고 노력한다면, 인터넷에서는 바이럴될 수 있는 통쾌한 한마디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는 20세기의 미디어 학자 마셜 매클루언의 말은 소셜미디어 시대에 들어오면서 그 의미가 더욱 분명해졌다. 미디어의 성격이 말의 내용을 결정한다면, 알고리듬이 지배하는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이 상대방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사이다 발언을 하도록 유도한다. ●지루한 정치의 가치 미국은 민주주의로 시작한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 많이 배운 부자 남성들이 모여 국정을 논의하는 건국 초기의 공화정에서 모든 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민주주의로 옮겨가게 된 배경에는 소수의 엘리트가 아닌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할 때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집단지성’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좋은 의도로 출발한 민주주의가 21세기에 이르러서는 양쪽의 진지전(陣地戰), 혹은 관중을 흥분시키는 스포츠로 변질되고 있다. 정치가 과거보다 더 많은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냈음에도 부끄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정치가 미디어와 만나는 과정에서 위에서 설명한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요란한 도널드 트럼프의 시대를 통과하면서 미국에서는 “정치를 다시 지루하게 만들자(Make Politics Boring Again)”는 구호가 등장했다. 온 국민이 뉴스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4년을 보내면서 영웅이 등장할 필요가 없는 지루한 정치의 가치를 깨닫게 된 것이다. 경선주자들 중에서 가장 말솜씨 없고 지루한 후보였던 조 바이든이 결국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된 것, 그리고 그가 본선에 올라가서도 대중 유세연설을 거의 하지 않고 자신의 집 지하실에서 최소한의 메시지만 전달하면서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무시한 채 수많은 청중을 모으고 흥분시킨 트럼프를 이긴 것도 스포츠로 전락한 정치에 대한 미국인들의 피로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필수적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관심의 양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관심의 성격이다. 정치인은 우리를 흥분시키는 스포츠 선수일 필요가 없다. 정치의 궁극적 목적은 합의의 도출이지 승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드미디어 디렉터
  • 도쿄·베이징올림픽 방역협력 제안… 文, 동북아 정세 돌파구 마련할까

    도쿄·베이징올림픽 방역협력 제안… 文, 동북아 정세 돌파구 마련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도쿄하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남북·북미·한일·한중 관계 복원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드러냈다. 내년 미국에서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두 개의 올림픽을 동북아 국가 간 협력의 장으로 만들어 선제적으로 동북아 상황을 관리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화상으로 개최된 제15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2021년 도쿄, 2022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을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치러 내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이 됐던 것처럼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이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개최된다면 코로나19 극복과 평화에 대한 희망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역·안전 올림픽’은 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총회 화상 연설에서 제안한 남·북·중·일·몽골 등 동북아 방역 협력체를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방역 협력체의 우선 과제로 도쿄·베이징올림픽 개최 협력을 제시함으로써 남북 보건 협력의 물꼬를 트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게 북한의 올림픽 참가도 유도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도 동북아 방역 협력체를 소개하며 지지를 촉구했다. 바이든 정부가 내년 1월 출범 후 코로나19 방역과 경기 회복 등 국내 정치에 주력하는 과정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가 장기 지연될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도쿄올림픽 전후로 남북미 정상이나 고위급 인사가 접촉할 기회를 마련해 남북미 관계를 추동하겠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한일·중일 관계는 악화된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 출범 초기에 한·중·일 3국이 올림픽을 기회로 협력해 관계를 복원하고 미중 갈등 및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응한다는 ‘동북아 선순환’도 염두에 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쿄올림픽 협력을 통해 양국 관계를 관리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다”고 콕 집어 언급하며 한일 관계의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마주한 것은 지난 9월 스가 내각이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이 대화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방역 협력”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도쿄올림픽에서 남북미 지도자들이 함께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통해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미일 지도부 교체에 따른 한반도 및 국제정세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한반도TF) 소속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김한정·윤건영 의원 등은 15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오는 21일까지 5박 6일 동안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비롯해 미 정부 및 의회 주요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관계자와의 면담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 위원장은 “문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한반도 평화 정책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잘 수용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회담이 계승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日산케이 “한국이 스가 전화회담 가장 빨리 요청했지만 후순위로”

    日산케이 “한국이 스가 전화회담 가장 빨리 요청했지만 후순위로”

    지난달 16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취임 이후 정상 간 전화회담을 가장 먼저 제의한 나라는 한국이었지만,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순서를 뒤로 미뤘다고 산케이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산케이는 일본 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한 기사에서 “최초로 전화 회담을 신청한 것은 한국이었지만 뒤로 미뤘다”면서 “여기에는 스가 총리의 뜻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스가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취임 8일 후인 지난달 24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 7명과 전화회담을 한 뒤였다. 산케이는 “스가 정권은 이른바 ‘징용공 소송’에서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하는 아베 신조 정권의 입장을 계승하고 있다”고 한국을 회담 후순위로 밀어낸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올해 7월 한국에서 위안부 동상에 무릎 꿇고 사죄하는 아베 총리를 본뜬 조형물이 설치되자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총리는 ‘한일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스가 총리는 지난 26일 가진 취임 후 첫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도 “건전한 일한(한일)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한국에)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며 기존의 강경 자세를 유지했다. 한국에 대해 “매우 중요한 이웃나라”라고는 표현했지만, 양국간 최대 현안인 징용 배상 문제에 관해서는 한국의 해결책 제시를 요구하는 태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주미대사 “종전선언, 미국은 북한만 동의하면 이견 없다는 입장”

    주미대사 “종전선언, 미국은 북한만 동의하면 이견 없다는 입장”

    이수혁 주미대사가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제의한 종전선언과 관련 “미국 고위관료와의 접촉 결과, 미국은 북한만 동의한다면 아무런 이견이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사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정치적 선언으로서 종전선언에 미국 정부가 공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사는 “종전선언은 비핵화로 가겠다는 선언”이라며 “비핵화 프로세스의 문을 여는 정치적 합의를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적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유엔사가 해체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정치적 (종전)선언을 해서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궁극적으로 평화협정을 만들어 항구적 평화를 이루자는 것”이라며 “그걸 북한에게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다음 달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집권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 간 톱다운 방식 외교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에서) 외교안보를 맡을 사람들이 대부분 오바마 정부에서 고위직을 수행한 사람들”이라며 “경험으로 볼 때 톱다운보다는 밑에서 검토하고 건의하는 것을 대통령이 다시 재가하는 형태를 많이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톱다운이 유지 내지 강화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 대사는 미국 정부가 한국에 쿼드 플러스의 참여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자 다자 안보대화체인 쿼드(미·일·호주·인도)를 공식화하고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을 포함시켜 확대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쿼드 플러스 참여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한 일정 연기와 무관하지 않아보인다”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과잉해석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쿼드 출발이 한국을 배제하기 위해 만든 것도 아니었다. 미국과 일본, 미국과 인도 등의 군사 안보 관계를 위해 출발한 것이 폼페이오 장관 방한취소와 무슨 관계가 있냐. 경우에 맞지 않는 얘기를 하신다”고 말했다. 한편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눈물을 보인 데 대해 “최고 존엄도 눈물 흘릴 수 있는 인간적인 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김정은 리더십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라며 “백두혈통과 철권통치로만은 국민들 붙잡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靑, ‘사랑하는 남녘 동포’ 김정은 발언에 “남북관계 복원 메시지 주목”(종합)

    靑, ‘사랑하는 남녘 동포’ 김정은 발언에 “남북관계 복원 메시지 주목”(종합)

    “전쟁방지 남북합의 지켜져야”北 신형ICBM·SLBM 무기 등장에는“우리 방어능력 점검”… 우려 표현 안 해송영길 “긍정 평가… 결국 종전선언이 답”美 “김정은, 북핵·탄도미사일 유지 실망”청와대가 11일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 보건 의료를 극복하고 두 손을 마주 잡자’고 발언한 것과 관련,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한다”며 관계 부처들과 입장을 조율해나가겠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청와대는 다만 서해상 피살 공무원 사건에 대한 언급 없이 북한이 열병식에서 전략무기를 공개하며 전쟁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한 데 대해 “상호 무력충돌과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남북 간 여러 합의사항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남북관계 복원 北입장 주목, 관계부처와 조율해 대처할 것” 청와대는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열병식 연설 내용 등을 분석한 뒤 이러한 입장을 내놓았다. NSC 상임위원들은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하면서 향후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관계 부처들이 조율된 입장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을 위한 남북 협력을 제안하고 한반도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든 만큼 북측의 호응을 예의주시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을 통해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통일부 “南국민 위로, 인도·보건 협력 기대”외교부 “文 종전선언에 북측 호응 기대” 통일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들도 김 위원장의 연설에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며 인도·보건의료 협력 재개 등 남북관계를 개선해나가자고 입을 모았다. 통일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 위로를 보내고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주목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남북 간 대화 복원이 이루어지고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코로나19를 포함해 인도·보건의료 분야에서부터 상호 협력이 재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교부 역시 입장문에서 “이번 북한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계기에 북한이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남북관계 복원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점에 주목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종전선언과 동북아방역보건협력체 구상 제안에 대한 북측의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NSC, 북 전략무기에 우려 표명 안 해미 행정부 “북핵·탄도미사일 우선 실망” NSC 상임위원들은 이와 함께 북한이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선보이며 군사력을 과시하고 김 위원장이 ‘전쟁억제력 강화’를 언급한 점 등에 대해 새로운 무기체계들을 분석하겠다면서도 직접적인 우려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NSC 상임위원들은 “새로운 무기체계들의 전략적 의미와 세부사항을 계속 분석하고, 이에 대비한 우리의 방어 능력도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김 위원장이 남녘 동포들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는데, 코로나 이후 남북협력의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발언”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의지, 선제적 무력사용을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더해 종전선언을 위한 미국 정치권 움직임도 고무적”이라면서 “결국 종전선언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미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북한이 개최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과 관련한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거론하며 “북한이 금지된 핵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우선시하는 것을 보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며 북한에 대화 복귀를 촉구하는 의지도 동시에 드러냈다. 北 열병식서 신형ICBM·SLBM 공개김정은 “자위 수단으로 전쟁억제력 강화” 북한은 이날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이날 오후 북한 조선중앙TV가 녹화 방송한 열병식에는 마지막 순서로 11축 22륜(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신형 ICBM이 등장했다. TEL의 바퀴 수만 보더라도 북한이 마지막으로 개발한 ICBM 화성-15형(9축 18륜)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져 사거리가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이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공개했다. 북한 중앙TV에 나온 신형 SLBM 동체에 ‘북극성-4’란 글씨가 선명하게 찍혔다. 최초 SLBM인 북극성-1형이나 지난해 발사한 북극성-3형보다 직경이 약간 커진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이 건조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3000t급 잠수함이나 4000∼5000t급 잠수함 탑재용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외부 위협에 맞서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적대 세력들의 지속적으로 가중되는 핵 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험한 시도들과 위협적 행동들을 억제하고 통제 관리하기 위해 자위적 정당 방위수단으로서의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전쟁억제력이 결코 남용되거나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다쳐놓는다면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나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하여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남북 정상은 2018년 4월 판문점선언을 통해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합의했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9·19 남북군사합의서를 채택했다.서해상 공무원 피살사건 공동조사에북측의 전향적 호응도 촉구 김정은 피살 공무원 사건 언급 일절 없어 또한 NSC 상임위원들은 서해상 공무원 피살 사건이 조기에 규명될 수 있도록 남측의 제안에 북측이 전향적으로 호응해 줄 것을 촉구했다. 정부는 남북 공동조사 및 군 통신선 복구 등을 요청한 상태다. 서해상 공무원 피살 사건은 지난달 22일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사망한 사건으로, 정부는 사망한 공무원의 시신을 찾고 사건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북한에 공동조사를 제안한 상태지만 북한은 보름 넘게 답변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서해상에서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에 대한 공동조사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앞서 북한 통일전선부를 통해 보내 온 통지문에서 공무원이 피살된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다”고 밝혔었다. 북한은 공무원을 총살한 것은 맞으나 부유물에 시신은 없었다며 국방부가 밝힌 ‘기름을 부어 시신을 불태웠다’는 시신 훼손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날 회의에는 서 안보실장 외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트럼프 “노벨평화상 후보 지명, 조명 못받았다”

    트럼프 “노벨평화상 후보 지명, 조명 못받았다”

    내년 노벨상 후보 지명, 언론보도 없다고 불만중동 평화협상 등 들며 ‘피스메이커’ 자화자찬CNN “후보 중 한명, 이미 받은 줄 알아” 비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들어 스스로를 ‘피스메이커’라고 칭하며 2021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것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스라엘의 아랍에미리트(UAE) 및 바레인 수교, 세르비아와 코소보의 경제정상화 합의 등 실제 성과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후보일 뿐인데 이미 수상한 것처럼 굴며 유세를 위해 과도하게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하이오주 스완턴 유세에서 “나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유일한 남자지만 어떤 언론의 조명도 받지 못했다”고 불평했다.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에게 후보 지명에 대해 알리고 기대를 하며 TV를 켰지만 뉴스에 자신의 노벨평화상 후보 지명 소식은 없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노벨상 후보 지명이 “미국에 큰 일이지 않냐”고도 했다. 이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노벨상 후보로 지명됐을 때 이유를 알수 없었다”며 자신은 중동 평화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이스라엘이 지난 15일(현지시간) 걸프 지역 아랍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및 바레인과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해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은 카타르 도하에서 시작된 아프간 정부와 반군 탈레반 간의 평화협상에도 관여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오랜 적대 관계였던 세르비아와 코소보가 경제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이런 성과를 나열한 뒤 “미국은 피스메이커로서 역할을 이행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5일 아브라함 협정 체결 후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왜 노벨상 수상 자격이 있는지 보여준다’는 폭스 뉴스 기사 등을 모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세번째다. 올해는 노르웨이의 크리스티안 티브링예데 국회의원이 이스라엘과 UAE의 평화협정 체결을 중재한 공로로 노벨위원회에 트럼프 대통령을 2021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후보 지명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우선주의, 고립주의 등 트럼프식 외교정책에 대한 내부 비판을 잠재우는 카드로 쓰기에는 후보 지명만으로는 약하다는 것이다. CNN은 “후보는 318명이고 수상자는 단 한 명”이라며 “트럼프는 이미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秋 공방’ 일색에서 존재감 떨친 ‘소신 질의’ 의원 누구?

    ‘秋 공방’ 일색에서 존재감 떨친 ‘소신 질의’ 의원 누구?

    ‘추미애 청문회’ 방불 대정부질문그 와중에 빛난 여야 의원 3인방국회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지난 14~17일 4일간 여야는 모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자녀 특혜 의혹 공방에 몰두했다. 외교·행정·경제·사회·통일·문화 등 국정 전반에 대해 정부의 부족한 점을 꼬집고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대정부질문의 본 의미는 다소 퇴색됐다. 그러나 여야 모두가 추 장관 비호 혹은 공격에만 치중한 와중에도 주어진 질의 시간을 이용해 의미 있는 정책 질의와 소신 발언을 선보인 의원들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국민의힘 박수영,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강훈식 “아이는 부모의 시간을 먹고 자란다”…실효성 있는 부모 휴가 500일 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코로나19로 드러난 자녀 돌봄 문제를 꺼내 들어 부모 세대에 큰 공감을 샀다. 강 의원은 ‘출산휴가 연장·남성 육아 휴직’을 두고 논쟁이 일었던 20년 전 기사를 언급하며 “지난 20년 동안 수없이 많은 정책이 수립됐고 많은 예산을 들여 집행해 왔지만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불균형과 미래세대에 대한 걱정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근본부터 재검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20년 뒤에는 더 심각할 것”이라며 건설적 논의를 촉구했다. 강 의원은 “돌봄 대란 사태는 아이 돌봄을 ‘부모의 권리’로 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며 “수많은 제도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들을 단순히 면피하다가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제도적으로 육아휴직 480여일이 가능한 스웨덴은 육아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데 반해 한국도 제도적으론 비슷한 기간을 육아 관련 휴직으로 쓸 수 있지만 실제론 아이를 키우기 쉽지 않은 상황임을 꼬집었다. 제도 개선은 이뤄져 왔지만 사회적 인식 전환을 끌어내지 못해 실효성없는 제도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아이는 부모의 시간을 먹고 자란다”면서 “코로나가 오든 사스가 오든 내 아이를 내 휴가를 써서 키울 수 있겠구나 여길 수 있어야 아이를 낳고 키울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돌볼 부모의 권리로서의 ‘부모 휴가 500여일’을 보장하도록 국가가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서 남성의무 휴가제·대체인력 상시 고용제로 뒷받침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현재 우리 상태로 보면 이상적인 안이고 꼭 필요한 일”이라고 답했다. 야당에서도 강 의원의 질의가 모두 끝나자 “잘한다”는 호평이 나왔다. ●박수영 “국무회의 참석률 34%·기자회견 2회…소통 대통령 어디 갔나”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재인 대통령 공무에서의 아쉬운 점을 지적하며 야당을 대표한 정책 질의자로서의 존재감을 뽐냈다. 박 의원은 청와대와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통해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열린 국무회의 193회 중 66회 참석해 34% 수준의 저조한 참석률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 276회 중 222회를 참석해 참석률 80%를 기록했는데, 문 대통령은 고작 34%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관례상 대통령이 격주에 한 번씩 주재하는 것을 고려해도 너무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대통령은 과연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정부의 최고의결기구인 국무회의에 지방 여론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대통령과 시도지사들이 함께하는 제2국무회의도 제안했다. 이에 정 총리는 “아주 좋은 생각이다. 대통령도 그런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했던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서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올해 코로나19·수해·태풍·부동산 문제 등 수많은 현안에도 대통령은 단 2차례밖에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59번 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22번 했다. 문 대통령은 왜 국민 앞에 안 서는 것이냐? 못 서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탁현민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의 기획으로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행사를 두고 문 대통령이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박 의원은 “100여명의 사람들이 밀접접촉했다. 보통 시민들은 결혼도 못하고, 교회도 못 가고 손님을 못 받아도 묵묵히 수칙을 지키고 있는데 대통령 스스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반하면서 행사를 진행한 게 정상이냐”고 따져 물었다. ●장혜영 “뜨거웠던 심장, 왜 차갑게 식었나”…86세대 작심비판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난 16일 주어진 대정부질문 시간 중 약 5분을 할애해 86세대를 비롯한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에 썼다. 장 의원의 작심 연설은 기성세대에 일성을 던지는 것과 동시에 현시대 청년공감까지 이끌며 큰 관심을 받았다. 장 의원은 자신이 1987년생이라고 소개하면서 “그때 독재 타도를 외치며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여러 의원님들을 포함한 모든 분들 덕분에 우리는 대통령 직선제라는 소중한 제도적 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한때는 변화의 가장 큰 동력이었던 사람들이 기득권자로 변해 변화를 가로막는 존재가 돼 버린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서라면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싸우겠다던 심장이 어째서 식어버린 것이냐”고 일갈했다. 장 의원은 “더 나쁜 놈들도 있다고, 나 정도면 양반이라고 손쉬운 자기합리화 뒤에 숨어서 있지 말라”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해서 온몸을 내던졌던 젊은 시절의 뜨거움을, 과거의 무용담이 아니라 시대의 벽을 부수는 노련함으로 나서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장 의원은 이어진 질의 시간에도 정부여당이 통신비 2만원 지급 결정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그런 큰돈을 정부·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빨리 만들어 낼 수 있다니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2021년도 예산안에서 증가폭이 예년보다 줄어든 장애인 활동지원 예산에 투입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날 본회의를 진행하던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장 의원의 질의 시간이 끝나자 “수고했다. 잘 하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연설은 온라인에서도 동영상으로 공유되며 큰 호응을 끌어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씨줄날줄] 온라인 유엔총회/김상연 논설위원

    [씨줄날줄] 온라인 유엔총회/김상연 논설위원

    미국 뉴욕 유엔본부 내 유엔총회장을 몇 해 전 처음 들어가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기자석에서 내려다보는 회의장의 크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이다. 한국 국회의 본회의장보다 작아 보였다. ‘이렇게 작은 곳에서 전 세계의 현안이 논의되다니’라는 생각에 한참을 감상에 젖었다. 회의장은 작지만 유엔총회가 열리는 매년 9월이면 세계 각국에서 외교관과 정상들이 몰려들어 북적북적하다. ‘외교의 슈퍼볼’로 불리는 유엔총회야말로 다자외교의 결정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맘때 뉴욕 맨해튼의 호텔에 묵으려면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 올해 유엔총회는 코로나19로 예년보다 썰렁한 분위기다. 대부분의 각국 정상과 외교장관 등은 이미 올해 뉴욕행을 포기했다. 유엔본부에 들어가려면 미국 입국 후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엔총회엔 현재 뉴욕에 주재하는 각국 유엔대표부 대사들만 참석할 전망이다. 그리고 총회의 하이라이트인 각국 정상의 연설은 온라인 화상회의 형식으로 대체된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화면을 통해 연설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별도의 다양한 부대행사도 올해는 모두 화상으로 열린다. 75년 역사의 유엔이 졸지에 ‘사이버 국제회의’가 된 것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각국 정상 중 유일하게 유엔총회에 직접 참석해 연설에 나서는 프리미엄을 누릴 전망이다. 미국 대통령은 자가격리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유엔총회장 연단에 선 트럼프 대통령이 무주공산의 좌석을 내려다보며 스스로를 세계 유일의 정상이라고 잠시라도 착각할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셀프 칭찬, 과대포장의 대가인 그가 올해는 어떤 자화자찬을 늘어놓을지도 관심이다. 2년 전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못 말리는 자화자찬으로 다른 나라 참석자들을 웃겼고, 그 웃음소리에 자신도 머쓱하게 웃으며 혀를 내밀자 폭소와 박수가 터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각국 정상에게 기업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이 요구되면서 정상들이 직접 외교전을 벌이는 다자회의체가 최근 늘었다. 정상은 움직일 때마다 의전과 경호에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단박에 그런 흐름을 끊어 버린 것이다. 물론 온라인 회의보다는 직접 만나는 게 친분을 다지고 밀담을 나누는 데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비용이 거의 안 드는 온라인 회의만으로 세계가 꾸역꾸역 굴러가는 것도 사실이다. 미래에 언젠가는 작은 유엔총회장마저 필요 없는 날이 올 수도 있을 듯하다.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우리가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뭔가를 알려 주는 것도 같다. carlos@seoul.co.kr
  • 북한과 전쟁할 뻔 했다는 트럼프 “김정은도 완전 준비”(종합)

    북한과 전쟁할 뻔 했다는 트럼프 “김정은도 완전 준비”(종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이 전쟁 직전까지 갔던 적이 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 또한 이를 잘 알고 있고, 실제로 준비도 했다고 언급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5일 백악관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 담겼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18차례 인터뷰해 이책을 펴냈다. 당시 우드워드는 “북한과 전쟁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맞다”고 답한 뒤 “그 누가 아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 갔었다”고 답했다. 이 시기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하는 등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2017년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지칭하면서 “그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금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해왔다.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은 나라는 없다.큰일은 아니다”라면서도 ICBM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우드워드가 만약 북한이 ICBM을 발사한다면 어떻게 할지를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쏜다면 쏘는 것”이라며 “그리고 그는 누구도 생각한 적 없을 만큼 큰 문제에 빠질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우드워드는 인터뷰가 진행될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세 차례 회동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터뷰 이후 8일 만인 12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와 인터뷰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과 접촉한 덕택에 북한과의 전쟁 위기를 수차례 피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과 전쟁을 예견했다고 주장하고, “그는 완전하게 준비됐었다. 하지만 우리는 만남을 가졌다”면서 자신에게 공을 가져왔다. 이후 12월 30일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는 전쟁에 처했을 수 있다”며 자화자찬성 발언을 이어갔다.“트럼프, DMZ행 직전 멜라니아에 작별키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첫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시도하기 직전 영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에게 ‘작별 키스’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아침 비밀리에 DMZ를 향해 비행한 지 20여분이 지난 뒤 “그들(북한)이 내가 오는 것을 알 거다. 그렇지 않나”라고 물었다. 빈센트 브룩스 당시 주한미군사령관은 ‘우리가 가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이 알고 있음을 시사하는 어떠한 정보도 없다’고 답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아침 일어나서 멜라니아에게 작별 키스를 하고 ‘당신을 다시 못 볼지 모른다’라고 말했다”면서 “내가 정말로 그렇게 걱정한 것은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대통령에게 뭔가 발생한다면 그건 나라에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안개 때문에 DMZ에 가지 못하고 헬기를 돌리게 되자 “이건 끔찍한 일”이라면서 “난 가야만 한다. 이건 우리를 약하게 보이게 만들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DMZ행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국회 연설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서울광장] 미국과 중국, 신냉전 시대 필승 전략을 짜다/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미국과 중국, 신냉전 시대 필승 전략을 짜다/오일만 논설위원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방문한 2020년 8월 9일 역사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깬 날로 기록할 듯하다. 하나의 중국 원칙(One China policy)은 중국 대륙과 홍콩, 마카오, 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합법적인 정부는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라는 국가 정책이다. 미국도 41년 전인 1979년 중국과 수교를 하면서 이를 존중해 대만과 전격적으로 단교한 역사가 있다. 이런 미국이 수교 이후 처음으로 장관급 인사를 보내 대만 땅을 밟게 하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에게 ‘대만에 대한 강력한 지지’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무역·경제 분야에서 진행되는 미중 패권 싸움을 정치·군사 영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달 23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닉슨 도서관 연설은 신냉전을 알리는 선포식이었다. 그는 중국을 ‘새로운 전체주의 독재국가’이자 세계를 위협하는 ‘괴물’로 낙인찍고 시진핑을 ‘파산한 전체주의 신봉자’로 공격했다. 시진핑의 호칭도 과거 국가주석에서 총서기로 바꿨다. 그가 공산당 독재정권의 리더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일종의 정치적 프레임을 적용한 것이다. 미국이 미소 냉전을 시작한 것처럼 중국과 신냉전에 돌입한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미국의 정책 변화는 지난 5월 21일 트럼프 행정부가 미 의회에 제출한 ‘미국의 대중국 접근 전략’ 보고서에서 감지됐다. 총 16쪽의 보고서는 △서론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 △미국의 대중 전략적 접근 △전략적 접근 집행 △결론 등 총 5개 장으로 구성됐다. 향후 미국의 대중 행동 전략의 지침서이자 나침판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한 미국의 신냉전 전략은 대략 세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중국 본토를 겨냥한 제재 강화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홍콩·티베트 등의 인권 문제 거론, 반중 국제적 연대 강화가 핵심이다. 미국이 홍콩 민주화 세력을 지지하고, 대만의 군사 현대화를 지원하면서 티베트·신장위구르 등의 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나 5G 무선통신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각국에 요청하는 것도 미국의 국제 연대의 일환이다.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대해 중국은 장기 항전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여름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일 때 시진핑 국가주석이 마오쩌둥의 ‘지구전론’을 읽는 모습을 공개한 적이 있다. 지구전론은 마오쩌둥이 중일전쟁 와중인 1938년 5월 발표한 군사전략이다. 마오는 경제력과 군사력이 월등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정면 승부를 피하고 유격전 등 지구전(장기전)만이 필승 전략임을 역설했다. 지난 7월 30일 시 주석은 공산당 정치국회의를 통해 “국제환경이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중장기적인 것이고, 반드시 지구전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입에서 처음으로 지구전이란 단어가 나온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격화되는 미중 패권 싸움에서 중국이 마오의 지구전론에 입각해 장기전을 채택하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대미 지구전을 뒷받침할 경제전략도 다시 짰다. 중국 공산당은 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2021~2025년)에서 미국의 경제봉쇄에 대비해 경제 자립도를 높이는 내수 확대 카드를 들고나왔다. 이른바 내수를 중심으로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국내 대순환론이다. 이는 지난 40년간 중국 경제전략의 핵심이었던 수출 중심의 대외 개방 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역사적으로 지구전에 단련된 집단이다. 중국은 오랜 항일전쟁과 국공내전 시기 10대1의 열세를 딛고 승리를 쟁취한 경험을 토대로 최강 미국과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신냉전의 본질을 잘 파악해야 미중 사이의 너트크래커(호두 까는 도구)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과거 미중 협력 시대에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이 먹혔지만 신냉전 시대에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일부에서 일방적인 미국 편승 정책을 주장하고 있지만 단견에 가깝다. 미중의 선택 압력 충격은 최소화하면서 선택의 기회를 넓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안보에 대한 미국 의존도, 경제에 대한 중국 의존도 모두를 줄여 주체적인 선택적 균형을 확장해야 우리의 생존 공간이 넓어진다. oilman@seoul.co.kr
  • 베이루트 참사 희생자 200명 이상, 레바논 내각 총사퇴 발표

    베이루트 참사 희생자 200명 이상, 레바논 내각 총사퇴 발표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의 폭발 참사로 2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베이루트 시장이 밝혔다.  마르완 압부드 시장은 10일 최초의 폭발 지점 근처에서 일하던 트럭 운전기사나 외국인 노동자들 수십명이 참변을 당했는데 이들 실종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조차 난망하다고 개탄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군대는 사실상 시신 수습 작업마저 포기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레바논의 건설, 농업, 운송 분야에는 시리아에서 건너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베이루트 폭발 사고 사망자 158명 가운데 약 45명이 시리아 국적이라고 전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이날 텔레비전으로 방송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폭발 참사에 총체적인 책임을 지고 내각이 총사퇴를 한다고 밝혔다. 디아브 총리는 “우리는 대규모 참사를 맞았다”며 “베이루트 폭발은 고질적인 부패의 결과”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부터 압델사마드 공보장관, 다미아노스 카타르 환경장관, 마리 클라우드 나즘 법무장관, 가지 와즈니 재무장관 등 장관 네 명이 잇따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지난 1월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지를 얻어 출범했지만 정치 개혁과 경제 회복 등의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폭발 참사가 겹치면서 7개월 만에 좌초됐다. 이에 따라 레바논의 정치 혼란이 커지고 현 정부를 주도한 헤즈볼라가 수세에 몰리게 됐다.  지난 8∼9일 베이루트 도심에서는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8일 대규모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경찰 1명이 숨지고 시위 참가자 및 경찰 230여명이 다쳤다.  지중해 연안 국가 레바논은 이슬람교 수니파 및 시아파, 기독교 마론파 등 18개 종파를 반영한 독특한 정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명목 상 대통령제(임기 6년의 단임제)이지만 총리가 실권을 쥐는 내각제에 가깝다. 종파 간 균형을 위해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게 원칙이다. 이런 권력 안배 원칙은 종파 및 정파 간 갈등과 정치적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국제사회는 참화를 겪는 레바논에 약 2억 5270만 유로(약 3538억원)가 넘는 구호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전날 국제 화상회의를 통해 이같은 긴급 자금 지원에 합의했다며 정치적, 제도적 개혁을 전제 조건으로 달지 않지만 레바논 당국이 어떤 조치를 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인 지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는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15개국 정부 대표와 세계은행, 유엔, 국제적십자사 관계자 등이 함께했는데 몇주 안에 레바논에 의약품, 병원, 학교, 식량, 주거 등을 지원하는 데 뜻을 모았다. 다만 지원금은 유엔의 조정 아래 레바논 국민에게 직접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AP 통신은 “레바논은 돈이 자주 없어지고, 사회기반시설 사업이 불투명하게 진행되며 당국이 회계장부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악명 높은 나라”라며 “피해 복구가 절실하지만, 구호자금이 곳곳에서 전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마련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2000자 인터뷰 42]정세현 “北의 월북자 공표, 南에 방역협력 메시지”

    [2000자 인터뷰 42]정세현 “北의 월북자 공표, 南에 방역협력 메시지”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은 재월북한 탈북자가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고 북한이 공표한 데 대해 “남한이 방역협력 의사를 보내면 받을 용의가 있다는 숨은 메시지가 있다”면서 “2기 외교안보팀이 구성된 만큼 조속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대북 제안을 발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의장은 지난달 29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2기팀의 임무는 2018년 초의 상황으로 남북관계를 복원해 차기 정권에 넘기는 것”이라면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학생운동한다는 기분으로 한미워킹그룹의 사실상 무력화 등을 관철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정 수석 부의장과의 일문일답.-북한이 지난달 2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열어 코로나19 감염과 개성 봉쇄를 공표했는데 의도는. “나쁜 쪽으로 생각하면 개성은 남북 접촉의 최남단이고 남북 연락사무소도 있었던 곳이다. 남북 접촉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 청정국이라 자랑했던 북한이 국제지원을 요청하려는 뜻도 있다고 본다. 또 하나, 남한이 적극적으로 방역협력 의사를 보내면 받을 용의가 있다는 숨은 메시지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경축사와 취임 3주년 연설을 통해 방역 협력을 얘기하면서 생명 공동체를 만들자고 했다. 남한이 어떻게 판독하느냐는 통일부 일이다. 인도적인 사업은 한미워킹그룹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 방역협력 등을 재차 제안하면 남북 관계를 다시 열어 나갈 수 있다.” -정부의 누가 할 일인가. “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이 새로 임명됐으니 NSC 상임회의를 열어서 대북 제안을 발표하는 절차를 밟으면 좋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2기 외교안보팀을 어떻게 보나. “2기팀 인적 구성의 특징은 지북파(知北派)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 재직과 퇴임 이후 대북 사업을 많이 했다. 북쪽 사람들 말귀를 알아듣고 코드를 읽을 수 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북쪽을 잘 아는 사람이다. 이인영 장관은 국회의원 출신이지만 남북관계를 치고 나갈 의지가 있다. 2기팀은 1년 8개월 남은 문 대통령 임기 안에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복원이라 함은 4·27 판문점 선언을 만든 2018년 초 상태로 남북관계를 리셋(되돌림)하는 것이다. 복원된 남북관계를 차기 정권에 넘겨주는 역할이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실행이 중요한데. “방역사업도 좋지만 이산가족 상봉도 명분이 좋다. 내 경험으로는 북한의 이득이 있어야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 과거엔 쌀과 비료였다. 2000년 6월 15일 이후 노무현 정부 말년까지 8년간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16번이나 했다. 비결은 쌀과 비료가 일정하게 간 것이다. 이산가족 사업을 한다면서 북한이 손해는 안 나게 해 줘야 한다. 왜 손해인가 하면 우리는 있는 옷 입고 상봉장에 나가면 되지만 저쪽은 옷을 다 해 입혀야 한다. 사람 찾는데도 우리는 행정 전산화로 수월한데 북쪽은 수작업으로 일일이 찾아야 한다. 행정력이 엄청 동원된다. 남한이 보낸 200명 명단 가운데 100명 확인하는 데도 힘이 든다. 실비는 보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아울러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에 맞춰 준공하려는 평양종합병원 공사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건물만 지으면 뭐 하나, 기자재도 들어가야 한다. 그런 걸 인도적 사업으로 분류해 유엔 승인이 필요하다고 호소해야 한다. 식량 지원도 묶어서 대북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 대북 라인이 아직은 가동이 될 건데 북한에 미리 ‘이런 제안이 나가는데 깊은 뜻이 있는 거다. 이거 되면 줄줄이 여러 가지가 나오게 돼 있다’고 알려줘야 한다.” -특사 파견 말이 나온다. “못 할 건 없지만, 개성 남북연락소 폭파에 따른 국민 정서를 생각한다면 국민 절반 가까이를 대변하는 보수 언론으로부터 상당히 비판받을 것이다. 특사 파견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물밑 예고를 통해 끌어내는 게 낫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어느 쪽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이로울 것이라 보는가. “둘 다 비슷하다. 트럼프가 처음 북미정상회담에 나올 때는 그가 대통령인 게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얘기해서 비핵화에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그 얘기는 트럼프에서 끝났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부터는 없었던 일이 됐다. 국무부, 국방부, 백악관 모두 대통령을 왕따시키고 과거 선비핵화 논리로 북한을 압박했던 대북 정책 코드가 부활했다. 바이든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박지원 원장은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얘기했다. “리선권 외무상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2년을 맞아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으면 대화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했고, 7월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새판을 짤 용의가 있다는 게 확인될 때까지 안 나가겠다고 했다. 트럼프가 대선 전에 새판을 짤 용의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냅백(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 해제를 철회) 조항을 넣은 스몰딜의 가능성은. “빅딜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스몰딜로 시작해서 북한도 만족할 수 있는 스냅백을 전제로 한 제재완화라는 북한식 단계적 동시행동으로 가자는 합의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한미 협의가 이뤄지기는 힘들다고 본다.” -북한은 올해 1월 1일 ‘머지않아 세상은 새 전략무기를 보게 될 것’이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을 전했다. 북한이 미 대선 전까지 핵·미사일의 발사 중단(모라토리엄)을 지킬 것이라 보는가. “지난달 27일 노병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을 보면, 자위적 핵 억제력을 보유함으로써 나라의 안전과 미래를 담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미국이 건드리지만 않으면 핵 억제력을 과시하거나 쓸 필요가 없다고 난 해석했다. 새 전략 무기를 선보인다는 말을 뒤집거나 보류시킨 것이다.” -한국의 대선 국면에 접어드는 내년 하반기 이전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통일부 장관이 마중물을 잘 부어서 북한에 기대를 주고 인도적 사업이나 생명공동체 사업을 통해 물꼬를 트면 미 행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에 맞춰 다시 한번 북미의 다리를 놔주는 역할을 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 올해 안이라면 시간이 별로 없어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역학관계는 어떻게 봐야 하나. “굿캅, 배드캅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굿캅으로 남아 있는 걸 보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희미하게나마 열어 두고 있다고 본다. 김여정은 소관이 분명치 않은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이다. 그전에는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었는데 소관이 분명치 않은 사람이 대남 사업까지 총괄하는 걸 보면 조선노동당에서 제일 센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아닌가 추정한다. 조직지도부가 센 것은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김일성 주석 생전에 소관을 밝히지 않은 제1부부장이었다. 김정은과 김여정은 뗄려야 뗄 수 없는 정치적 이해공동체다.” -한미워킹그룹을 어떻게 해야 하나. “족쇄인 줄 모르고 우리가 뒤집어썼다. 순기능이 있다지만 역기능이 대부분이다. 2인 3각의 끈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완전히 없애는 것은 정권이 교체되기 전에는 어렵다. 통일부는 워킹그룹 밖에서 할 테니 외교부는 미국 가져가지 말라고 치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사실상의 무력화, 그 방법밖에 없다. 미국도 감내해야 한다.” -이인영 장관이 돌파할 수 있을까. “학생운동했던 기분으로 해 줬으면 좋겠다. 미국이 시비 걸지 않도록 이 장관이 치고 나가야 한다.”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정세현은 누구 1945년 중국 헤이룽장성(북만주)에서 출생, 해방 후 귀국해 전북 임실에서 성장했다. 경기고,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정치학 박사. 통일부 직원 출신의 첫 통일부 장관으로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에서 장관을 역임한 기록을 갖고 있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석좌교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원광대 총장을 거쳐 2019년 9월부터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저서로는 ‘모택동의 국제정치사상’, ‘담대한 여정’ 등이 있다.
  • [사설] 확대 G7에 한국 포함 반대하는 일본, 옹졸하다

    일본 정부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확대해 한국을 참여시키는 구상에 관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교도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문재인 정권이 남북 화해를 우선시하며 친중국 성향을 보인다’고 문제 삼았으며 일시적 참석은 상관없다고 한 것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G7에 대해 “G11이나 G12 체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며 한국을 참여시키고 싶다”며 공식화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G7 회원국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고 싶어서 반대할 것이라는 예측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또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역사 문제를 제기할 것을 경계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올해 첫 국회 연설에서 한국에 대해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이라고 했다. ‘한국과 긴밀한 연대’라는 짧은 언급이 전부였던 지난 6년과 비교하면 관개 개선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의 발언과 달리 최근 도쿄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 군함도(일명 하시마)의 강제 노역을 은폐하는 전시관을 개관하는 등 여전히 반성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2015년 7월 하시마 탄광 등 메이지 시대 산업시설 23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조선인 등의 강제 노역을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확대 G7 정상회의를 대하는 아베 정부의 옹졸함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1년이 지나도록 철폐하지 않는 행태로 이어진다. 일본은 역사 문제에 대한 자기반성은 물론 북한 미사일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한국의 중요함을 다시금 깨달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한일 관계의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 “女 부의장 필요하다” 입모은 與 여성의원…범국회 연대로 이어질까

    “女 부의장 필요하다” 입모은 與 여성의원…범국회 연대로 이어질까

    “여성의원의 국회의장단 진출은 단순히 할당과 배려가 아닙니다. 여성 정치인이 배출되지 못하는 정치현실과 잘못된 정치시스템을 바꿔 가는 변혁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여성 의원 부의장되면 “유리천장 깨지는 역사적 사건” 12일 국회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여성의원 모임인 ‘행복여정’의 ‘여성의원 국회의장단 진출 기자회견’에 참석한 양향자 당선자의 발언이다. 이처럼 여성 의원들이 한 데 모여 ‘여성 의장단’이 필요하다고 외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과거 막연한 의견그룹에 그쳤던 여성의원간의 연대가 국회 안에서 실질적인 연대체의 움직임으로 확산해 정치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행복여정 구성원들이 이날 ‘여성의원의 국회의장단 진출’을 촉구한 것은 국회부의장 출마를 예고한 4선의 김상희 의원에 대한 사실상의 지지선언으로 해석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남인순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한 번도 여성국회의장과 부의장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이번에 여성 국회의장단이 탄생한다면 인류의 절반인 여성을 대변하는 성인지 국회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당 권인숙 당선자는 “국회의 여성대표성 확대는 발전된 대의민주주의의 상징“이라며 “오는 21대 국회에서 최초로 여성의원이 국회의장단에 진출하게 되면 공고한 유리천장 하나를 깨는 역사적 모델이 된다”고 말했다. ●제헌국회 이후 한 차례도 女국회의장단 없어 제헌국회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회 역사상 국회의장단에 여성이 진출한 경험은 단 한 차례도 없다. 2014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몫으로 부여된 국회부의장을 놓고 5선의 이미경·이석현 의원, 4선의 김성곤 의원이 맞붙었다. 당시 이미경 의원은 헌정 사상 첫 여성부의장이라는 타이틀에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벽을 넘지 못했다. 1차에서 과반을 득표한 이석현 의원의 승리로 싱겁게 귀결됐다. 2016년에는 4선의 국민의당 조배숙·박주선 의원이 부의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지만 마찬가지로 남성 의원인 박 의원이 최종 승리를 따냈다. 민주당을 시작으로 여성의원들 여야를 포괄하는 범국회 연대와, 남성 의원간과의 공조를 통한 여성정치 확대 또한 모색하고 있다. 행복여정은 김 의원 부의장 추대를 위한 연서를 받고 있기도 하다. 민주당 재선 여성의원 통화에서 “여성의원들은 물론 남성의원도 뜻을 함께 하겠다는 동지가 많다”며 “초선의원과 재선 이상 여성의원 오찬 때 관련한 언급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민주당 여성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여진회(여성중진회)가 잠시 운영됐었는데, 이번 국회에서도 범국회적인 여성 연대를 통해 여성정치 확대를 생각해봐야하지 않겠나”라며 여성 정치인간 연대가 범국회로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男 의원도 공감…美선 흰 옷 입어 연대 4선인 김 의원의 국회의장단 진출과 관련해 당내 기류도 변하고 있다.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모두 남성인 상황에서 국회의장단까지 모두 남성으로 점철된다면 국회 선진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4선이라는 김 의원의 선수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의장단 선거도 결국 다른 선수간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고, 부의장이라고 크게 다른 점이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민주당 여성 연대체가 실질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미국 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흰옷 연대’와 같은 파워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에서 흰색 옷은 전통적으로 여성 참정권 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1910년 미국의 여성 인권운동가들이 참정권을 요구하며 흰옷을 맞춰 입은 채 행진을 한 것이 시초다. 이에 미국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때 흰옷을 입고 자리하는 등 연대의 상징으로 보여준 바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21대 국회의장과 부의장 후보를 뽑는 당내 경선을 오는 25일 치르기로 했다. 경선은 결선 투표 없이 1차 투표로 마무리된다. 후보 등록 기간은 19∼20일이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김정은 사망 99% 확신’ 지성호, 태영호 대북정보력 망신살

    ‘김정은 사망 99% 확신’ 지성호, 태영호 대북정보력 망신살

    ‘아니면 말고’식 발언에 신뢰도 추락 자처김정은 역정보 흘린 경우 정보원 노출우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외부 공개 활동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김정은 사망설·건강 이상설’을 주장해온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 당선인들의 대북정보력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불명확한 정보를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아니면 말고’ 식 공개 발언으로 혼선을 가중시키면서 무책임하다는 비판 여론도 쏟아지고 있다. 앞서 정부와 청와대는 ‘특이 동향이 없다’고 거듭 설명했지만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통합당 태영호(강남갑) 당선인과 탈북민인 미래한국당 지성호(비례대표) 당선인은 ‘김정은 건강 이상설’을 확신에 찬 듯 언론과 인터뷰해 논란을 부추겼다. 특히 지 당선인은 전날 “김 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장담하면서 사망 시점으로 ‘지난 주말’로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이번 주말 북한의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대북 소식통을 통해 확인했다’는 지 당선인의 사망설 주장이 하루 만에 ‘가짜뉴스’가 된 셈이다. 태 당선인은 지난달 28일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김정은 일가의 동선은 극비사항”이라면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탈북민 출신 의원 당선자 정보력 한계배지도 달기 전에 자질론 시비 불거져 태 당선인은 고위급 탈북민이고, 북한인권운동가인 지 당선인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이들이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깔렸다. 하지만 이날 오전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의 전날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소식을 전하면서 두 당선인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민 출신의 두 당선자는 당초 ‘북한에 대한 정확한 분석·전망을 통해 북한의 본질을 알리고 대북정책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혀온 만큼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도 전에 신뢰도 추락을 자초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무엇보다 국회의원 당선인 신분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지나치게 가볍게 다뤄 혼란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자질론’ 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김 위원장이 이런 점들을 악용해 역정보를 흘린 것이라면 탈북자 출신 당선자들의 정보 경로 파악이나 대북소식통들의 정보력 시험에서 한계를 노출시켰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청와대 “태영호·지성호, 무책임한 발언”통합당 입장 난처…윤상현 “징후 사실” 장성민도 “김정은은 코마 상태” 주장 빈축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언론을 통해 “태영호·지성호 당선인 등의 언급은 무책임한 발언이었다”면서 “‘사망설’, ‘위급설’ 등을 주장하려면 근거를 갖고 책임 있게 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특정 국회의원 당선인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이 동향이 없다’는 거듭된 정부 입장을 두 당선인이 사실상 부인, 혼란을 초래한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4·15 총선에서 참패했던 통합당 입장도 난처하게 됐다. 통합당은 김 위원장과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자제해왔지만 소속 당 출신 의원들과 당선자들의 말실수에 관리 책임 등 비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통합당 출신으로, 현재 무소속인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을 자청, ‘북한에 정통한 사람들’이라는 소스를 인용해 “심혈관 질환 수술한 것이 맞는 것 같다. 김 위원장 신변에 이상설이 제기될 만큼의 징후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었다. 지난달 28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통합당 의원들은 ‘특이 동향이 없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어떻게 곧이곧대로 믿으라는 것인가”(유민봉 의원) 등 불신을 표시한 바 있다. 16대 국회의원과 김대중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장성민 전 의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글을 통해 “김정은은 한마디로 의식불명의 코마(coma) 상태인 것 같다”고 주장했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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