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판형 정착·정년연장 기획 주목… 현안 즉각 못 다룬 칼럼 아쉬워 [독자권익위]
탄핵 정국, 한국경제 돌파구 시리즈내수·저성장 등 잘 구분해 해법 제시탄핵 인용 가능성·헌법재판관 분석기사와 그래픽 일목요연하게 정리두 지면 연계 국내·국외 10대 뉴스 베를리너판 강점 살린 편집 돋보여정우성이 쏘아올린 비혼 출산 관련유럽 실패 사례 등 부작용 논의 부족‘뚱뚱 이대남’ 등 테마 잡아 차별화국민건강영양조사 기본 내용 빠져청년 공무원 해외연수 기회 확대퇴사·이직 근본 해결책 제시했으면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지난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81차 회의를 열고 12월 한 달과 2024년 한 해 동안의 서울신문 보도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는 김영석(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명예교수) 위원장과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윤광일(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재현(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 석사과정), 최승필(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허진재(한국갤럽 이사) 위원이 참석했다. 위원들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로 촉발된 탄핵 정국에서 발 빠르게 준비한 ‘탄핵 정국, 한국 경제 돌파구를 찾아라’ 시리즈가 시의적절했고 ‘탄핵 인용 가능성’, ‘헌재 심판 늦출 변수’ 등을 다룬 기사는 일목요연하게 쟁점을 정리하는 서울신문의 탁월함이 돋보였다고 칭찬했다. 5회차로 다룬 ‘정년 연장, 공존의 조건을 묻다’도 많은 공감을 샀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지난 7월 도입한 베를리너판형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다만 마감 시간 임박으로 인해 12월 4일자에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을 담지 못하고 호외를 발행해야 했던 점, 오피니언면에서 곧바로 계엄 사태를 다루지 못했던 점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
김재희 9일자 비상계엄 후폭풍에 대한 경제 전문가 7인의 진단, 16일자 탄핵 인용 가능성에 대한 헌법학자의 의견, 헌법재판관·후보 9인을 다룬 기사는 그래픽이 일목요연하게 잘 담겼다. 어렵고 복잡한 내용을 잘 정리했다. 지면을 그래픽에 크게 할애하는 건 방송 등 다른 매체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윤 대통령 탄핵 직후인 16일자 1면 ‘국회 둘러싼 준엄한 민심’ 사진 기사는 많은 의미와 큰 울림을 준다. 27일자에는 한 해를 마감하면서 국내·국외 10대 뉴스를 선정, 두 지면으로 배치해 개방감 있고 한눈에 들어올 수 있게 주요 이슈를 잘 정리했다. 두 면에 걸쳐 일목요연하게 기사를 배치할 때 베를리너판 도입의 강점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이제 도입 6개월이 지났으니 어울리지 않는 편집에 대해선 더 노력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다.
비상계엄령 선포와 해제 직후인 5일자의 1면 사진은 긴박성이 조금 떨어졌다. 이날 계엄 관련한 사설은 있었지만 오피니언 칼럼은 아쉬웠다. 국가적 위기가 있는 사건에 대해 서울신문을 대표하는 필진의 글이 실리지 못했다. 4일자에 실린 ‘뚱뚱해지는 이대남… 술·담배 더 하는 이대녀’ 기사는 테마를 잡아 차별화했으나 질병관리청이 1998년부터 매해 해 오는 국민건강영양조사란 기본적 내용이 빠져 아쉬웠다.
허진재 계엄 사태 직후 5일자 ‘계엄 해제 시기도 불분명’이란 기사는 우리나라의 계엄 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타지에서 볼 수 없던 차별화된 기사였다. 17일자부터 이어진 ‘탄핵 정국, 한국 경제 돌파구를 찾아라’ 3회 시리즈는 내수 부진과 저성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대응 등으로 구분해 한국 경제의 난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해법을 잘 제시했다.
11일자 ‘슈퍼 선거의 해는 정권 심판의 해’ 기사는 올 한 해 전 세계에서 일어난 주요 선거 결과를 한번 정리해 줬는데 타지에서 보기 어려웠던 기사였다. 3일자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을 문예지에선 어떻게 조명했는지 다룬 기사도 좋았다. 한강의 소식이 잠시 뜸한 시점이었는데 문학평론가들은 어떻게 작가를 평가하는지 간접적으로 볼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
4일자 서울신문이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을 담지 못하고 호외를 발행한 건 아쉽다. 밤 10시에서 자정 사이 큰일이 터졌을 때 다음날 지면에 소식을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매뉴얼을 만들어 놓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26일자에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의 대담 기사가 나왔는데 정치 원로의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을 접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다만 더 빨리 나왔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승필 16일자 ‘헌법학자 10명 중 7명 탄핵 인용 가능성’이란 기사는 전문가들이 바라본 전망과 주요 근거를 잘 설명하고 있다. 같은 날 헌법재판관과 후보 9인을 다룬 기사는 이들의 이력과 성향, 주요 판결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했고 재판관의 입장도 개략적으로 파악해 볼 수 있어 좋았다. 24일자 ‘헌재 심판 늦출 변수 3가지 더 있다’는 기사는 권한쟁의심판 청구, 공판 갱신 요구 가능성 등을 표로 만들어 정리가 매우 잘됐다. 27일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정족수를 다룬 기사에선 여야뿐 아니라 국회입법조사처, 헌법재판연구원의 입장을 잘 정리했다. 이런 정리 능력은 서울신문이 보유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정년 연장, 공존의 조건을 묻다’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공감이 많이 됐다. 부모와 자녀를 돌보는 세대가 연금 수급이 늦어지는 아픈 현실을 서울신문이 잘 찾아 기사로 썼다.
앞으로 기사에서 전문가 의견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11일자 ‘난데없는 계엄에 다 꼬였다’ 기사는 계엄 사태 후 공직사회가 멈춰 선 내용을 다뤘는데 말미에 달린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의 코멘트가 촌철살인이다. 공무원들이 용산만 바라보고 일하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 행정이 안 돌아간다는 취지인데 이런 말씀이 진짜 코멘트다. 반면 3일자 ‘정우성이 쏘아 올린 비혼 출산’ 관련 기사는 등록동거혼제도 등을 다뤘는데 경제학자의 코멘트가 나온다. 사회학자 내지는 친족상속법 전문 교수의 코멘트가 나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26일자 ‘방문객 뚝 상가는 텅텅’이란 기사는 소비지출 하락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을 다뤘는데 한국은행의 12월 소비자심리지수를 기사에 썼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기준으로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를 텐데 그런 의미를 기사에 더 녹여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3일자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돼 정책·외교 맥이 끊긴다고 지적한 기사엔 ODA 예산 감액 내용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의 말이 나온다. 이 말을 그냥 받아 기사에 넣을 게 아니라 실제로 그랬는지 조금 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윤광일 18일자 ‘친박 때와 다른 친윤의 건재함’을 다룬 기사는 일목요연하게 왜 여당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뭉치고 있는지를 잘 다뤘다. 19일자 ‘먹방 빠진 아이들 기사’와 ‘소득분위 상승, 10명 중 2명도 안 된다’ 기사는 눈에 잘 들어오게 썼다고 본다. 24일자 ‘17만명 방사선 위험’ 기사는 필요한 게 아님에도 자주 찍는 영상단층촬영(CT)의 위험성에 대해 적나라하게 전하고 있다. 자원의 낭비일 뿐 아니라 개인 건강에도 오히려 안 좋다는 걸 아주 잘 보여 준 기사였다.
‘탄핵 정국, 한국 경제 돌파구를 찾아라’ 기사는 발 빠르게 경제 난맥에 대해 보도해서 좋았는데 계엄 사태가 민주주의 가치에 큰 영향을 준 것에 관한 기획 기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탄핵의 요건 등 절차적인 문제에 관한 기사는 반복적으로 보여 줬고, 경제 영향에 대해서는 기사가 과잉됐다. 반면 헌법과 기본권,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영향에선 초점을 맞추지 못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16일자 ‘트럼피즘·내수 부진·고환율 ‘3각 파도’’는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쉽게 풀어 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정책 결정자들이 보기에 위기라는 게 아니라 실제 체감하는 소비자, 월급쟁이, 자영업자에게 탄핵 국면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런 것들을 좀더 보여 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 계엄 사태가 향후 민군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다뤘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이재현 10일자 Z세대의 시위 동행을 다룬 기사는 재밌는 소재를 발굴했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는 정치 논의에서 배제되는데 왜 그런 세대가 시위에 뛰어들었는지, 투쟁인지 유행인지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시위엔 젊은 여성이 많이 참여했다는 보도가 많았는데 이 부분에도 초점을 맞췄으면 좋았을 것이다. 3일자 ‘정우성이 쏘아 올린 비혼 출산’ 기사는 다양한 가족관계 입법 시도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 기사였다. 다만 부작용에 대한 논의가 부족해 보인다. 입법 이후 부작용으로 유럽 국가의 실패 사례를 다뤘으면 논의가 더 풍부했을 것 같다. 4일자 ‘청년 공무원의 해외연수 기회 확대’를 다룬 기사는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정책 방향이 잘 전달된 기사였다. 하지만 직급, 연차 간 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조기 퇴직에 있어 다른 요인이 작용하는 건 아닌지 비판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퇴사와 이직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근본적인 해결책을 논의했으면 좋겠다.
김영석 올 한 해를 되짚어 보면 서울신문의 베를리너판으로의 변경은 성공적이었다고 칭찬하고 싶다. 기획 기사도 타지와 비교해 좋은 게 많았다. ‘정년 연장, 공존의 조건을 묻다’ 시리즈는 상당히 좋은 기획이다. 호봉제는 유능한 인재를 데려오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문제인데 이를 잘 짚었다. 이런 좋은 기획 기사가 서울신문에 대해 독자의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4일자에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이 담기지 못한 신문이 배달된 것은 서울신문엔 아픈 부분이었다. 다음날 분석력이 예민한 칼럼니스트가 현안에 대한 칼럼을 썼으면 좋았을 텐데 시의에 맞지 않는 칼럼이 나온 것도 아쉬웠다. 신문이란 레거시 미디어는 속보성은 굉장히 떨어지지만 팩트에 근거한 분석 능력이 있는데 이런 장점을 살려야 한다. 사건이 일어났다면 왜 일어났는가, 이슈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분석적으로 해 줘야 다른 미디어와 차별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