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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zz 드림팀 뜬다

    Jazz 드림팀 뜬다

    포지션별로 최고의 선수들을, 소속팀에 상관없이 한데 모아 경기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2010년 재즈 드림팀이 뜬다. 국내 재즈 팬들이 각 부문별로 투표를 해 뽑은 최고 인기 뮤지션들이 환상의 프로젝트 콘서트를 여는 것. 23~24일 서울 역삼동 LIG아트홀에서 열리는 ‘리더스폴(Reader´s Poll) 콘서트 2010’이다. 올해 리더스폴 아티스트로는 송영주(피아노), 김창현(베이스), 오종대(드럼), 박주원(기타), 이주한(트럼펫), 말로(보컬·본명 정수월)가 선정됐다. 이들이 한무대에서 협연한다는 사실에 귀를 쫑긋거리지 않을 재즈 팬은 없을 듯. 재즈 팬이 아니더라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클래식, 대중가요, 재즈에 이르기까지 음악적 영역이 폭넓은 송영주는 2년 만에 리더스폴 무대에 오른다. 2005년 한국대중음악 재즈 부문 상을 받았던 김창현은 다양한 스타일의 재즈 연주에 능한 베이시스트. 벌써 세 차례나 리더스폴 무대에 서는 오종대는 설명이 필요 없는 국내 최고 드럼 주자다. 웅산, 나윤선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여성 보컬리스트 가운데 한명으로 화려한 스캣(Scat·뜻이 없는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재즈의 한 장르)을 자랑하는 말로는 이번이 첫 무대. 지난해 집시·스패니시풍의 기타 연주 앨범을 내며 대중적 인기를 확보한 박주원도 처음 합류했다. 색소폰 대신 올해 처음 투표가 이뤄진 트럼펫에서는 국내 재즈 트럼펫의 선두주자이자 팝재즈 밴드 윈터플레이의 리더 이주한이 뽑혔다. 떠오르는 스타가 장식하는 오프닝 무대는 전지연(피아노), 김인영(베이스), 김영진(드럼), 홍성윤(기타), 한승민(색소폰)이 맡았다. 3만원. (02)6900-3912.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여름 피서지 감성충전 ‘컬트바캉스’ 휴가·문화공연

    여름 피서지 감성충전 ‘컬트바캉스’ 휴가·문화공연

    한 여름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바다, 계곡, 산으로 떠났던 ‘피서’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시원한 물가에서 더위를 날리고 이색 문화공연까지 펼쳐지는 ‘컬트바캉스(culture+vacance)’가 눈길을 끄는 것.해외 아티스트를 만나고 작품성 있는 독립영화를 무료로 감상하는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 페스티벌이 휴가지의 특성과 더해져 ‘감성 충전’ 피서지에서의 색다른 여름휴가를 만나 볼 수 있다.◆ SK텔레콤 써머 위크앤티, 새벽까지 ‘힙합·일렉트로닉’ 향연동해안 낙산해수욕장에서 8월 6~7일 SK텔레콤 ‘써 머 위크앤티 2010’이 개최된다. 해변에서 펼쳐지는 초대형 음악 페스티벌은 동해안의 절경인 낙산해변에서 국내외 정상급 뮤지션들의 공연이 새벽까지 펼쳐진다. 헤드라이너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와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를 비롯 타이거JK 및 윤미래, DJ DOC 등 국내외 힙합·일렉트로닉 정상급 뮤지션 37팀이 총출동해 여름 해변의 열기를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또한 휴가객들의 편의를 위해 공연장에서 도보로 15분 떨어진 양양오토캠핑장에 캠핑패키지를 마련했다. 1박2일 일정으로 4인용 텐트와 튜브, 모기방지밴드를 3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서울-낙산해수욕장, 부산-낙산해수욕장 직행버스도 운영된다.‘써머 위크앤티 2010’ 티켓은 11번가와 인터파크에서 판매하며 티켓 가격은 1일권 120,000원, 2일권 160,000으로 SK텔레콤 고객은 30%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12회 정동진독립영화제, ‘가장 아름다운 극장’강릉씨네마떼끄와 한국영상자료원이 공동주최하는 ‘제 12회 정동진독립영화제(jiff.co.kr)’가 8월 6일부터 8일까지 2박 3일간 강릉시 정동초등학교에서 개최된다.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 정동진에 벽도 천정도 없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극장에서 전 작품이 무료로 상영되는 국내 유일의 야외 독립영화제다. 모깃불이 피어오르는 초등학교 운동장이 향수를 자극하고 파도 소리와 바닷바람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가족과 연인이 즐기기 좋다. 특히 영화는 물론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작품들이 상영되고 감독과의 대화 시간 마련돼 있어 참가자와 함께 호흡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제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호숫가에서 즐겨…제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www.jimff.org)가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충북 제천에서 펼쳐진다.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을 캐치프레이즈로 청풍호반을 배경으로 영화와 음악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음악영화제다. 올해 국내 69편, 해외 14편 등 지난해보다 2배가량 많은 총 83편이 출품돼 관객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경쟁 부문의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을 비롯해 시네 심포니, 뮤직 인 사이트,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음악단편 초대전 등 다양한 음악·영화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특히 청풍호반 야외무대와 수상아트홀에서 영화와 음악을 함께 감상하는 ‘원 썸머 나잇’과 물 위에서 즐기는 ‘제천 라이브 초이스’ 등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예정이다. 휴가객들의 편의를 위해 영화 예매와 숙소까지 한 번에 해결되는 패키지 프로그램 및 JIMFF 캠핑장도 마련돼 있다.◆ 2010 울산 서머 페스티벌, ‘골라 듣는 재미’울산MBC가 주관하는 ‘2010 울산 서머 페스티벌(www.usmbc.co.kr)’이 7월 24~30일 울산 진하해수욕장과 태화강에서 개최된다. 클래식에서부터 록, 발라드, 트로트, 포크가지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 공연이 이어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국 최대 음악 축제다. 7일간 국내 정상급 가수 69팀의 릴레이 공연이 펼쳐져 취향에 맞게 골라 즐길 수 있다. 24일 저녁 7시부터 남진, 장윤정, 현숙 등이 출연하는 ‘트로트 스페셜’을 시작으로 28일 슈퍼주니어, 2PM 등이 출연하는 ‘영스타 스페셜’, 페스티벌 마지막(30일) 이승환 밴드, 김창환 밴드 등이 참여하는 록 콘서트가 열린다. 울산 지역 진하해수욕장과 태화강을 배경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매년 전국에서 30여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참여할 만큼 인기가 높다.◆ 2010 한여름 밤의 해변축제, 문화로 물드는 ‘제주도 낭만’‘2010 한 여름 밤의 해변축제’가 7월 20일 부터 8월 9일까지 매일 오후 8시에 제주시 탑동 해변공연장에서 열린다. ‘열정과 젊음의 낭만을 무대의 아름다움과 함께’라는 구호 아래 공연예술 50여개 팀, 1200여명의 예술가들이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중음악뿐 아니라 평소 접하기 어려운 클래식, 행위예술 등 격식을 차리지 않고도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관람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가 장점이다. 개막일인 오는 20일 가수 이은미, 제주도립교향악단과 합창단, 바리톤 고성현, 국내 최고의 트럼펫터 안희찬·임시원 등이 경쾌하고 화려한 음악을 선사한다. 이어 24일 락·발라드 그리고 젊음-락밴드 인트(IINT), 25일 남강의 음악 메아리 제주까지-레젠블루 백밴드, 31일 별의 빛나는 밤의 콘서트-시민밴드 한라윈드앙상블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록밴드 슈퍼키드, 그룹사운드 이치현과 벗님들, 한국무용협회 제주도지회 무용단과 제주민속예술단 등 다양한 공연이 21일간 이어지며 제주도 푸른밤을 밝힐 예정이다.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
  • [보고 듣고 즐기세요] 국악·클래식

    ●숨su:m 콘서트 13일부터 이틀간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박지하(피리), 서정민(가야금)으로 구성된 국악 듀오 ‘숨’의 2010년작 발표 콘서트. 1만 5000~2만 5000원. (02)515-5123. ●김석철 & TIMF앙상블 : 시인의 사랑 15일 오후 8시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 테너 김석철과 TIMF앙상블이 펼치는 슈만의 ‘시인의 사랑’ 등. 8000~3만원. 02)6303-7700. ●2010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 로렐윈드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Slavyanskaya’ 1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유세종 지휘, 유병엽 트럼펫 등. 차이콥스키 등 러시아 음악 연주 예정. 5만~10만원. (070)7799-0805. ●2009 음악세계 피아노 콩쿠르 전국 결선 수상자와 함께하는 제4회 영 아티스트 콘서트 14일 오후 7시30분 서울 신사동 장천아트홀. 수상자 남궁윤서, 정윤서, 안성윤 등이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0번,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3번 등 연주 예정. 전석 1만원. (031)955-6982.
  • 젊은 스타들 인천서 재즈의 향연

    젊은 스타들 인천서 재즈의 향연

    올여름에도 인천에서 재즈 향기가 물씬 피어오른다. 2010 인천재즈페스티벌 본공연이 16일부터 사흘 동안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것. 2006년 시작해 올해로 5회를 맞은 페스티벌은 커트 로젠윈클·리오넬 루에케(2006), 에그베르토 지스몬티·곤살로 루발카바(2007), 케니 가렛·야만두 코스타(2008), 찰리 헤이든·테렌스 블랜차드(2009)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참여하며 국내 여름을 대표하는 재즈 축제로 자리매김해 왔다. 올해에는 세계 재즈계의 젊은 스타들이 대거 무대에 선다. 첫날 공연은 세계적인 보컬리스트로 도약하고 있는 신예원(29)이 맡았다. 토종 한국인이면서 브라질 음악으로 브라질 거장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은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미국 뉴욕 재즈 명문 뉴스쿨 유니버시티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브라질 음악에 매력을 느끼던 차에 인천 재즈페스티벌을 통해 월드뮤직의 아버지 지스몬티를 만나며 재능을 꽃 피우기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 재즈 레이블 아티스트 셰어와 계약을 맺고 첫 해외 메이저 앨범을 만들었다. 17일 공연은 ‘루이 암스트롱의 재림’으로 불리는 트럼펫 주자 니컬러스 페이턴(37)이 하이라이트. 1994년 데뷔 앨범 ‘프롬 디스 모먼트’를 발매하자마자 뉴올리언스 재즈 트럼펫의 계보를 잇는 정상급 뮤지션으로 떠올랐다. 퓨전 재즈가 주류를 이루던 1990년대에 전통 재즈를 부흥시킨 젊은 사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던 그는 최근 교통사고에서 회복한 뒤 5년 만에 새 앨범 ‘인 투 더 블루’를 발표했다. 18일에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알토 색소포니스트 미구엘 제논(34)이 바통을 잇는다. 데뷔 앨범 ‘루킹 포워드’가 뉴욕타임스가 뽑은 2002년 최우수 앨범의 영예를 안았던 그는 자신의 그룹인 제논 쿼텟(사중주단) 외에 올스타 재즈 그룹인 ‘SF 재즈 컬렉티브’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21세기 재즈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절찬을 받고 있다. 12~18일 예술회관 야외광장에서는 실용음악과 대학생들로 구성된 재즈 앙상블팀이 프리콘서트를 개최하며 재즈 토론의 장도 열릴 예정이다. 2만~3만원. (032)420-2027.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공연리뷰] 디토 페스티벌 개막 콘서트

    [공연리뷰] 디토 페스티벌 개막 콘서트

    조슈아 벨(42)만큼 바이올린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연주자가 또 있을까 싶다. 과시적인 음량과 화려한 색채로 청중을 압도하는 걸 즐기는 여느 바이올리니스트와는 달리 벨은 이런 ‘마초성’을 쏙 빼낸다. 이 지점에서 느낄 수 있는 벨만의 담백함이 참 좋다.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벨과 영국의 실내악단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협연은 벨의 개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디토 페스티벌의 개막 콘서트였다. 벨은 활의 장력(張力)을 한 음 한 음에 정교히 안배해 냈다. 어디 한곳 얼버무리지도, 불필요한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그만큼 벨은 구석구석 공을 들일 줄 아는 꼼꼼한 연주자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럽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미묘한 뉘앙스를 풍긴다. 벨이 부분에만 천착하지 않고 전체적인 균형미를 볼 줄 아는 연주자라는 방증일 터. 절제력은 그의 주무기다. 벨의 비브라토(악기의 소리를 떨리게 하는 기교)는 차지기보단 담담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떨림으로 ‘느끼함’을 배가시키는 다른 연주자와는 달리, 벨은 관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품격이 있다. 그의 연주에 대해 음량이 작다, 무미건조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적어도 이날 공연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멘델스존은 딱 적당한 수준의 열정과 에너지가 느껴졌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았다. 특히 한국 관객을 위해 직접 편곡했다는 카덴차(협주곡에서 연주자가 독주로 선보이는 기교적이고 화려한 부분)는 공연의 별미였다. 다만 오케스트라와의 앙상블이 거슬렸다. 2악장에서는 현(玄)과 관(管)이 엇갈렸고, 특히 호른과 트럼펫은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벨과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가 함께한 베토벤 교향곡 7번은 날렵하고 당당했다. 이 곡은 2관 편성(목관악기가 각각 2개씩 배당되는 규모)이다. 보통 30~40명의 현악주자들이 함께해 전체 규모가 50~60명에 이르지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의 현악 주자는 24명에 불과했다. 기존 연주에 비해 덜 풍부한 음색은 불가피한 결과였다. 그래도 “베토벤 시대에는 고작 30여명이 교향곡 7번을 연주했다.”고 벨은 강조한다. 하지만 바이올린 파트가 과하게 돋보이다 보니 전체적 조화에 균열이 생겼고, 곡 특유의 리듬감보다 화려함에 집착해 쉽게 물렸다. 말 그대로 바이올린 파트의 독무대였다. 첼로와 더블베이스의 소리도 너무 묻혔다. 관도 흡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양적 고증’은 있었지만 ‘질적 고증’은 부족한 느낌이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다롄의 ‘김마에’

    다롄의 ‘김마에’

    중국 다롄(大連)에서 교민 관현악단을 꾸려 음악을 전파하는 대기업 주재원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주인공은 STX 다롄의 김준(왼쪽·45) 통관팀장. 김 팀장은 2008년 관현악단 ‘윈드앙상블’을 창단해 교민 자녀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전하고 있다. 김 팀장은 “다롄에는 청소년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을 만한 게 없다.”면서 “이들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었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을 해보자.”며 관현악단 창단 배경을 설명했다. 김 팀장은 대학시절 관악단장을 했고, 군악대에서 군복무를 할 만큼 트럼펫 실력이 수준급이다. 하지만 시작은 초라했다. 창단 당시 연주자는 3명에 불과했고 호응도 없었다. 그는 단원을 모으기 위해 휴일마다 부인과 함께 교회와 성당을 누볐고, 그의 열정을 알게 된 교민들도 인정하기 시작했다. 3명이던 단원은 창단 5개월 만에 20명으로 늘었고, 지금은 교민 13명과 학생 32명 등 45명의 악단이 구성됐다. 다롄 교민들은 김 팀장의 이 같은 열성적인 모습에 반해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에 빗대어 그를 ‘김마에’라고 부른다. 2008년 12월 ‘한인 송년의 밤’ 행사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르고 지난해 11월 100여명의 교민 앞에서 첫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또 지난 15일엔 다롄 개발구관리위원회 건물에서 장미축전서곡,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을 선보이며 두번째 정기연주회를 마쳤다. 그는 “음악을 통해 소통과 정이 있는 가족문화를 다롄 교민사회에 뿌리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바비킴 “10년 무명 버텨 온 제 이야기 담았어요”

    바비킴 “10년 무명 버텨 온 제 이야기 담았어요”

    아이돌 그룹의 홍수와 컴퓨터 음악의 범람 속에 새삼 목소리의 힘을 느끼게 하는 가수가 있다. 바로 바비킴(본명 김도균·37)이다. 오랜 시련과 방황으로 다져진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구슬프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3집 정규 앨범 ‘하트 앤 솔’을 들고 가요계에 돌아온 그를 비 내리는 지난달 27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전세대를 아우르는 목소리의 매력 ‘고래의 꿈’, ‘소나무’, ‘사랑..그 놈’ 등의 히트곡으로 유명한 바비킴의 목소리는 비가 오는 날 더욱 생각이 난다. 그 때문일까. 그의 3집 앨범은 4월26일 발매됐고, 이튿날 각종 음반 차트에서 이효리와 2PM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낳았다. “순위나 앨범 판매량에 연연해하지 않지만, 요즘 주말마다 콘서트를 하면서 팬층이 다양해진 것을 느낍니다. 잔잔한 드라마 OST를 부르면서 40~50대 팬들이 늘었고, 기존의 제 힙합을 좋아하는 10~20대도 있고요. 콘서트 때 연령대를 맞추려면 선곡을 하기가 힘들어요.” 이처럼 10대부터 50대까지 아우르는 그의 목소리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두살 때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스무살 때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1994년 그룹 ‘닥터 레게’로 연예계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바비킴’이라는 이름 석자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만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처음 시작할 때는 무명 시절이 이렇게 길 줄 몰랐어요. 어린 시절엔 넉넉지 못한 교포 가정에서 각종 인종차별을 겪으며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어요. 한국에서 데뷔한 이후에도 다른 사람에게 사기도 당하고, 남에게 이용도 당한 데다 음악 생활마저 뜻대로 잘 안 되니 무척 힘들었죠.” ●시련과 실패 속에 다져진 음악 바비킴은 아직도 ‘닥터 레게’가 해체된 뒤 공황장애를 겪었던 1996년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꼽는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서 좌절했던 때. 당시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공포감으로 인한 그의 불안은 최악에 달했다. “당시 한국말도 잘 못하는 제가 이방인처럼 느껴지고 방황의 터널 속에서 해맸는데, 종교의 힘으로 가까스로 버텼어요. 성당에서 성가대 활동을 1년 정도 하면서 겨우 이길 수 있었죠. 1997년 한국에 힙합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랩 디렉터는 물론 성우, 영어 케이블 TV에서 아르바이트도 한 적이 있어요.” 돌아보면 가장 힘들 때 그를 구원해준 것도 음악이었다. 그는 이번 3집 앨범에 희망과 좌절, 사랑과 이별로 점철된 그의 인생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했다. 특히 라틴 리듬이 살아 있는 타이틀곡 ‘남자답게’는 강하게 버텨온 자신의 삶을 통해 대중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달하려고 했다. “처음엔 제 목소리가 ‘느끼하다.’며 외면받았지만, 지금이라도 인정받는 이유는 인생에 대한 여러가지 시련과 경험을 겪었기 때문이죠. 전 노래에 최대한 살아있는 감정을 담아 소화하려고 애써요. 지금은 남들이 성공했다지만, 전 여전히 쓸쓸해요. 아직도 사랑에 서툴고 상처를 받죠. 그런 제 이야기를 담았어요.” 너무 소극적이고 표현도 잘 못해 가수라는 직업을 선택하기를 잘했다는 바비킴. 한번 듣고 버리는 일회성 음악이 넘쳐나는 요즘, 그는 한 앨범에 무려 14곡을 꾹꾹 눌러 담았다. 남들은 미쳤다고 했지만, 그는 록, 포크, R&B,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자신만의 색깔로 빚어낸 ‘비빔밥’ 같은 앨범을 만들어냈다. “앨범은 하나의 그림처럼 완결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드라마 OST나 스페셜 앨범으로 제 목소리를 들려드리긴 했지만, 저만의 음악세계에 대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어요. 이번 앨범은 날씨나 기분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노래를 골라 들을 수 있고 바비킴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되실 거예요.” ●가수들이 더 좋아하는 가수 바비킴 그는 이번 앨범의 거의 모든 노래를 작곡했다. 거기에 그를 잘아는 휘성, 강산에, 알리, 그룹 ‘리쌍’과 ‘부가킹즈’의 멤버들이 작사와 피처링에 참여해 음악적 풍성함을 더했다. 흑인 음악인 솔을 기반으로 가슴에서 우러나는 영혼을 담아 노래하는 것이 자신의 스타일이라고 정의하는 바비킴. 그의 음악관은 상당부분 아버지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아버지는 지금도 어린 시절에 고생을 시켜서 미안하다고 하시지만, 사실 무대 위에서 트럼펫을 부는 아버지를 보며 처음으로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미국에서 영어와 음악을 배운 것도 큰 도움이 됐지요. 무엇보다 아버지의 트럼펫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보다 더 솔직하고 가식이 없어요. 그 음악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죠.” 그는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점차 특색있는 목소리를 지닌 아티스트들이 사라지고 비슷비슷한 가수들만 남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가수들이 더 좋아하는 가수’로 꼽히는 그는 모든 사람의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각자의 생각이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목소리에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예인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돈을 많이 벌면 뭘해요 자유가 없으면 모두 우울하긴 마찬가지죠. 이번 앨범도 결론적으로 많은 분들이 제 노래를 듣고 힘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들었어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노래한다는 것이 변하지 않는 제 음악 신조거든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이미자·남진 “선생님 사랑합니다” 추도사

    이미자·남진 “선생님 사랑합니다” 추도사

    작곡가 고(故) 박춘석의 영결식이 18일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에서 거행됐다. 영결식은 고인의 약력보고와 일대기를 담은 영상물 상영으로 시작됐다. 흑백 사진 속의 박춘석은 선글라스를 쓴 모습으로 이미자, 남진, 하춘화 등 ‘박춘석 사단’ 가수들과 활짝 웃고 있었다. 박춘석의 곡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의 추도사도 이어졌다. 가장 먼저 나선 가수 이미자는 “선생님, 저와의 인연은 비록 음악 세계가 아니더라도 가족 같은 관계였습니다. ‘미자야, 미자야.’ 다정하고 정감 어린 목소리로 부르실 땐 아버지 같은 분이셨습니다.”라면서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가수 남진은 “피아노 시인이던 당신의 노래 작품은 정말 위대했습니다. 온 국민의 가슴에 남은 주옥 같은 명곡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래서 국민 작곡가요, 이 시대 노래 팬들의 주인공이기도 했습니다.”라면서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박춘석 사단의 막내라며 자신을 소개한 문주란은 “선생님이 떠나시니 삶의 허무함이 느껴집니다. 좀더 편히 계시다 떠나셨으면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라며 흐느꼈다. 트럼펫 연주에 맞춰 패티김이 조가(弔歌)로 ‘초우’를 불렀다. 처음부터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고 결국 끝내 노래를 다 마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검은 모자를 깊이 눌러 쓴 패티김이 관에 잠들어 있는 고인에게 다가가 “선생님, 사랑합니다. 고이 잠드십시오.”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자 장례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유족 대표로 나온 고인의 동생 박금석씨는 울먹이면서 영결식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영결식에는 패티김과 이미자를 비롯해 하춘화, 정훈희, 인순이, 유열 등의 가수들도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고인의 유해는 경기 성남 모란공원에 안치됐다. ‘초우’를 비롯해 ‘가슴 아프게’, ‘공항의 이별’,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비내리는 호남선’, ‘마포종점’ 등 2700여곡의 주옥 같은 명곡을 남긴 고인은 앞서 14일 지병인 뇌졸중으로 별세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주말 데이트] 일흔살의 ‘한국 재즈 산증인’ 류복성

    [주말 데이트] 일흔살의 ‘한국 재즈 산증인’ 류복성

    여기 젊은 예술가 못지않은, 아니 오히려 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일흔살의 재즈 뮤지션이 있다. 그것도 체력 소모가 많은 라틴 퍼커션(타악) 연주자다. 한국 재즈역사의 산증인 류복성씨다. 서울 구의동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더러는 걸쭉한 욕설을, 더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풀어놓는 50년 재즈인생에서 우리나라 재즈사의 희로애락이 그대로 묻어났다. 경기 용인 깡촌 출신의 까까머리 중학생이 음악을 처음 접했던 것은 조그만 트랜지스터라디오. 주한미군방송(AFKN)에서 흘러나온 재즈 음악을 우연히 듣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을 느꼈다. 때마침 밴드부에서 드럼을 연주했던 그는 요즘 젊은이들 말로 ‘접신’의 충격에 휩싸였다. “아, 이거구나 했지. 밴드부에서 고작해야 애국가나 연주한 게 전부였는데 이런 음악도 있구나 싶었어. 그게 재즈인 줄도 몰랐는데 말이야. 하하.” ●스승 최준섭과 ‘드럼 배틀’후 인생 180도 바뀌어 재즈 뮤지션의 꿈을 다진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드럼을 배우기 위해 미8군쇼에 들어갔지만 자리 보전이 어려웠다. 시골에서 배운 드럼 솜씨가 먹힐 리 없었다. 취직자리도 찾았지만 시원치 않았다. “정확히 일곱 번 쫓겨났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프로의 벽은 높았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드러머 최준섭의 공연을 보고난 뒤 그 길로 장비와 악기를 나르는 ‘밴드 보이’로 들어갔다. 물론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었다. 교본을 구해 밤새 남몰래 연습했고 죽도록 드럼을 두들겼다. 기회가 왔다. 전국드럼공연대회 구경을 갔다가 주변에서 스승 최준섭과 연습벌레 제자의 ‘드럼 배틀’을 권했다. 그의 인생이 180도 바뀌는 순간이었다. “순서가 내가 먼저였어. 이때다 싶었지. 스승님 레퍼토리를 내가 아니까, 먼저 쳐버리면 스승님은 칠 게 없잖아. 당황할 거고. 그런 편법을 썼어. 반응은 엄청났지.” 본격 재즈인생이 시작됐다. 유명 음악가인 고(故) 이봉조 선생과 함께 공연할 기회가 생겼고, 명성이 쌓이자 작곡가 정성조(현 서울예대 교수)씨와 함께 ‘류복성 재즈 메신저스’까지 창단했다. 1970~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수사반장’ 주제곡을 퍼커션으로 연주한 것도 이때였다. 아직도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는 ‘류복성=수사반장’ 공식이 들어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고(故) 길옥윤 작곡가와 함께 한강 인터내셔널 재즈 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도 참가했고, 1992년 ‘대한민국 재즈페스티벌’을 기획, 연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음악인생 50주년을 기념하는 재즈 콘서트 라이브 실황을 CD와 DVD로 출시했다. 이 음반에는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본명 정수월)를 비롯해 손성제(테너 색소폰), 정광진(트럼펫) 등 내로라하는 재즈 뮤지션들이 함께했다. 깡촌에서 라디오로 음악이나 듣던 까까머리 학생이 어느덧 한국 재즈사의 맨앞자리를 장식하게 된 것이다. ●생활고 시달려도 현역 보람 재즈가 인생의 전부이지만 아쉬움도 있다. 재즈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예전보다 그다지 나아진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재즈의 본고장인 미국만큼은 아니라도 일본처럼 대중화되지 못한 점이 씁쓸하고 못내 마음에 걸린다. “재즈? 그건 한(限)에서 출발했어. 노예로 팔렸던 흑인들의 애환이 서려 있지. 그 한을 재즈로 풀어낸 거야. 우리 한국도 얼마나 한이 많은 민족이야. 재즈가 참 발전할 만한 토양인데….” 회한이 가득한 노() 연주자의 얼굴에서 생활고가 묻어난다. 수입이라고는 일주일에 한두 번 하는 공연료와 드럼 학원(‘류복성 드럼&퍼커션 스쿨’) 수강료가 전부다. 연습실도 지하 셋방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학생, 직장인, 법조인 등 수강생이 한때 50명에 이르기도 했지만 요즘은 경기 탓에 10명 안팎이다. ●“재즈 있는 곳이라면 무인도라도…” 그래도 여전히 낙관적이다. “남은 인생 열심히 피땀 흘려 재즈 선진국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재즈 황무지에서 살고 있는 게 한편으로는 다행이지 뭐. 이 나이 되도록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잖아. 힘이 되는 한 정통 재즈의 세계에 끝까지 몸담을 거야. 이런 생각하면 행복해. 재즈가 있는 곳이라면 무인도라도 못갈 이유가 없지.”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두 얼굴의 청춘 아이콘 로버트 패틴슨

    두 얼굴의 청춘 아이콘 로버트 패틴슨

    인기 시리즈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영화 데뷔작 삼아 잠깐 얼굴을 비쳤을 때만 해도 전 세계의 청춘 아이콘으로 급부상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인간 소녀를 사랑하게 된 매력적인 뱀파이어를 연기한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단숨에 톱스타가 된 로버트 패틴슨(24) 이야기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묘한 눈빛과 조각 같은 외모가 그의 매력.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의 뒤를 잇는 섹시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올해 멜로물 ‘리멤버 미’와 ‘트와일라잇’의 3편인 ‘이클립스’ 촬영을 끝내놓은 상태. 이어 매들린 스토의 감독 데뷔작인 서부극 ‘언바운드 캡티브스’와 모파상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벨 아미’에 캐스팅되는 등 상한가를 이어가고 있다. 액션 영웅으로의 변신 가능성도 있다. 샘 레이미 감독과 토비 맥과이어가 하차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 ‘스파이더맨’ 4편의 주인공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소문. 패틴슨이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뜨기 전에 출연했던 작품들이 잇달아 국내에서 개봉하고 있어 관심이다. ‘리틀 애쉬-달리가 사랑한 그림’과 ‘하우 투 비’이다. 패틴슨은 두 영화에서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하며 그저 얼굴만 잘난 벼락 스타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리틀 애쉬’서 동성애 연기까지 지난 14일 개봉한 ‘리틀 애쉬-달리가 사랑한 그림’은 1920~30년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스페인이 배출한 최고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와 최고의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1898~1936), 그리고 최고의 영화 감독 루이스 브뉘엘(1900~1983)이 나누는 우정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패틴슨이 맡은 역할은 회화뿐만 아니라 영화, 오브제, 건축 등 20세기 예술에 혁신을 몰고온 초현실주의 작가 달리이다. 천재성이 번뜩이지만 수줍음이 많은 18세의 달리가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에 진학하며 영화는 시작한다. 특히 달리는 로르카와 서로의 재능을 이끌어내고 작품에 영감을 불어넣으며 깊은 교감을 나눈다. 이들은 우정을 뛰어넘어 사랑하는 연인 관계로 발전하고,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파격적인 동성애 장면을 접하게 된다. 촬영 당시 20세를 갓 넘겼던 패틴슨은 자기애가 너무나 강한 나머지 과대망상에 사로잡히고 광기마저 흘러나오는 달리의 내면을 맞춤옷을 입듯 소화해 낸다. 자신이 존경한다는 잭 니콜슨의 연기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원래 패틴슨은 로르카 역을 위한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폴 모리슨 감독 등 제작진을 끈질기게 설득해 달리 역을 따냈다고 한다. 보수적이고, 파시즘으로 물들어가던 기성 세대에 맞서 스페인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혈기 어린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달리의 작품과 로르카의 시가 영화 곳곳을 장식하는 것도 흥미를 북돋우는 부분. 달리와 브뉘엘이 함께 만든 초현실주의 걸작 단편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도 일부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제목인 ‘리틀 애쉬’는 달리의 초창기 그림 제목이다. 영화에서는 로르카가 이 그림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으로 나온다. 112분. 청소년 관람불가. ●제천영화제 매진사례 ‘하우 투 비’서는 루저 모습 패틴슨은 ‘트와일라잇’이 아니었다면 음악을 위해 연기를 포기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있는 배우다.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다섯 살 때부터 클래식 기타를 배웠다. 피아노와 기타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것 외에도 트럼펫과 색소폰, 하모니카까지 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와일라잇’에서 그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에 반하지 않았던 여성 팬은 없었을 듯. 28일 개봉하는 성장 영화 ‘하우 투 비’는 패틴슨의 음악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작품이다. 지난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소개됐을 때 가장 빨리 매진 사례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패틴슨이 ‘초킹 온 더 더스트’, ‘두잉 파인’ 등 2곡을 멋들어지게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그가 기타를 너무 잘치는 탓에 올리버 어빙 감독이 캐릭터 설정상 서툴게 연주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패틴슨이 연기하는 20대 청년 아트는 애정 결핍증 환자다.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과 동정을 바라지만 쉽지 않다. 때문에 언제나 우울하고 불행하다고 느낀다. 싱어송라이터를 꿈꾸지만 좌절감의 연속이다. 좌충우돌 방황하던 끝에 얻은 해답은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것을 멈추는 것. 패틴슨이 영화 말미에 부르는 노래는 바로 깨달음의 노래다.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려낸 패틴슨은 2008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다른 작품에서 만날 수 없었던 소심하고 유치하고 구질구질한 패틴슨의 모습을 보는 재미는 덤이다. 85분. 12세 관람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올봄 ‘핑크 마티니’ 리듬에 취해볼까

    올봄 ‘핑크 마티니’ 리듬에 취해볼까

    미국 출신 12인조 밴드 핑크 마티니(Pink Martini)가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오는 3월13일 오후 7시 서울 광장동 악스홀 무대에 오른다. 핑크 마티니는 클래식과 재즈, 팝, 라운지, 샹송, 엔카, 라틴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지중해의 평화로운 어떤 날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스터 앤드 미세스 스미스’, ‘소프라노스’ 등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 드라마 배경 음악으로도 자주 쓰여 상종가다. 트럼펫, 베이스, 하프 등 멜로디 악기와 드럼, 퍼커션 등 리듬 악기가 어우러진 작은 오케스트라 같은 편성이 특징. 미국 하버드대 출신으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토머스 로더데일과 공동 작곡가이자 10개 국어로 노래할 수 있는 싱어 차이나 포브스를 중심으로 1994년 결성된 핑크 마티니는 1997년 첫 앨범 ‘쌩빠티크’를 냈다. 유럽 데뷔 무대였던 1997년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이들의 공연을 보던 샤론 스톤이 흥에 겨워 무대로 뛰어올라 춤을 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최근 4집 ‘스플렌더 인 더 그래스’를 내고 세계 투어를 진행 중이다. 9만 9000원. (02)563-0595.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오페라·영화OST… 해설있는 음악여행

    강서구가 해설이 있는 신년음악회를 준비해 화제다. 강서구는 오는 22일 오후 7시 구민회관 우장홀에서 생생한 오케스트라와 호소력 짙은 성악가가 함께하는 희망 ‘2010 해설이 있는 음악여행’을 연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주회는 희망찬 2010년을 맞은 주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감동을 전해줄 수 있도록 국내 유명의 인씨엠 예술단 연주와 성악가들의 협연으로 꾸몄다. 공연은 초등학생 이상 강서주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예약은 구청 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받는다. 연주곡으로는 인씨엠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윌리엄텔 서곡’을 시작으로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오페라 자니 스키키 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 등 오페라 아리아의 아름다운 선율에 흠뻑 빠져볼 수 있다. 이어서 영화음악으로 ‘캐리비안의 해적 ost’, ‘미션임파서블 ost’ 등 영화에서의 감동과 전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음악을 선정했다. 그 다음으로 뮤지컬 ‘지킬 &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삽입곡을 테너 최성수, 소프라노 서활란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 곡으로는 인씨엠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요한스트라우스의 ‘라데즈키 행진곡’으로 2010년 희망찬 새해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뜨거운 열정과 뛰어난 실력으로 국내외에서 이름이 알려진 젊은 기악인들로 구성된 인씨엠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지휘 박지운, 해설 윤정인, 소프라노 서활란, 테너 최성수, 바리톤 노희섭, 트럼펫 김성길의 아름다운 연주와 웅장한 하모니가 이어진다. 심현자 문화체육과장은 “이번 신년 음악회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노래와 연주로 꾸몄다.”면서 “연주회도 즐기고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에 젖어 희망찬 새해를 설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붉은 코끼리/이은선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붉은 코끼리/이은선

    할머니가 사라졌다. 노인정과 공판장을 지나 경찰서로 뛰어가던 엄마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뭐라고? 할머니가, 어디? 엄마, 잘 안 들려요! 모퉁이를 돌아서자 팀장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얼결에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 재빨리 칸막이를 닫았다. 어느새 전화가 끊어져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 전부터 기숙사에 와 잔소리를 해대는 팀장과 이러저러한 일들이 겹쳐 오후 두 시가 다 되도록 한 번도 자리에 앉지 못했다. 내친김에 변기 위에 걸터앉아 엄마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옆구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가 울렸다. 곧 리허설을 시작하겠다는 팀장의 목소리였다. 그건 안 됩니다. 코끼리들 상태가 좋질 않아요. 오늘은 무조건 쉬게 해야 합니다. 내가 대답했다. 팀장은 무전기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당장 달려오라고 했지만 당장은 가기 싫었다. 무전기의 전원을 끄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할머니가 어디 가셨다는 거지? 몸도 안 좋으시면서.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 시간이 지나서야 삼촌의 이름이 전광판에 떴다. 울고 있던 가족들이 황망히 수골실로 내달렸다. 나는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삼촌의 유골은 대리석 탁자 위에 새카맣게 탄 못들과 뒤엉켜 있었다. ‘냉각’을 거쳤다고는 하나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유골이었다. 할머니가 탁자 모서리에 가슴을 짓찧었다. 망연히 서 있던 아버지가 서둘러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려 했을 때, 나는 할머니가 작은 뼛조각 하나를 움켜쥐는 것을 보았다. 탁자 옆에 서 있던 나도 얼른 새카맣게 탄 못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무도 못 본 건가. 주위를 둘러보니 고모들은 아예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내내 울음을 참던 아버지도 할머니를 부둥켜안고 소리 내어 울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못을 내 몸에 박아두기라도 할 것처럼 그러쥐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나는 공항에서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나를 데리러 온 사촌 동생의 차를 탈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도 어쩐지 집으로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장례식장 앞에서 선뜻 안으로 들어서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는 나에게 둘째 고모가 내 몫의 상복을 내밀었다. 장례식장 안팎에 삼삼오오 모인 가족들은 삼촌이 왜 죽었을까 답답해했고 삼촌의 동료와 친구들은 경찰서를 오가고 있는 중이었다. 무당이라도 불러 알아볼 수 없을까? 사촌 동생이 불쑥 꺼낸 말이었다. 삼촌의 방에 널브러진 술병들, 불에 탄 이부자리, 종류가 다른 담배꽁초들. 어떤 추측은 가능할 테지만 진실은 아무도 몰랐다. 그날 밤 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삼촌은 각기 다른 이유들로 죽고 또 죽었다. 효원 장례식장 국화실에 놓인 영정사진 속 삼촌은 너무나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무릎에 올려놓은 상복이 자꾸 무겁게 느껴졌다. 할머니는 삼촌의 죽음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바로 눈앞에서 삼촌의 시신을 보았다는데도. 거의 녹아내린 새카만 못과 유골을 분리하는 일은 아버지의 몫이었다. 뼈가 상하지 않게 하려는 아버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 내게 다가와 그만 잠에서 좀 깨어나라고 흔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런데 나는 어쩌려고 못을 집어든 것일까. 할머니가 두 주먹을 옹골차게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덩달아 나도 주먹에 힘을 주었다. 내 손이 못과 함께 타들어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하설 조장님, 본부 운영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원내 방송이 들려왔다. 잠깐 눈만 감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재빨리 손목의 시계를 확인했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숫자를 거꾸로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득달같이 일어나 문을 박차고 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이하설 조장님, 본부 운영실로 와’달라는 방송은 계속 되었다. 운영실이 가까워질수록 방송이 더 자주 들려왔고, 느려터진 두 발은 점점 더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내가 도착하기만 하면 저 공손한 팀장의 말투는 야수로 변해 나에게 돌진할 것이었다. 그때 가로수 사이로 한 여자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남색 기지바지와 연두색 스웨터, 복고풍의 파마머리까지. 혹시 할머니인가 싶어 가던 방향을 바꿔 전속력으로 달려갔다가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뒤돌아섰다. 팀장이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두루마리 휴지가 창문 쪽으로 날아갔고, 내 가슴팍에 내리꽂힌 전화기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박살이 났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고 속으로 되뇌었다. 원내 방송 담당 아나운서가 시디 데크를 만지작거리는 게 보였다. 팀장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사무실 안을 둘러보니 악단장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악단장의 발치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노란색 나비넥타이가 떨어져 있었다. 기어이 팀장과 한바탕 한 것 같았다. 오전에 병원으로 실려 간 러시아 무용수는 응급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하혈이 심해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고. 악단장과 팀장의 관계를 가장 잘 알고, 더듬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러시아 말을 할 줄 알았던 내가 그 ‘중요한’ 시기에 사라졌다는 것이 팀장이 화를 내는 이유였다. 앞으로 바짝 다가온 팀장의 손이 내 뺨을 향해 날아왔다. 그때 태국인 조련사 푸앙이 운영실 안으로 들어왔다. 푸앙은 코끼리들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퍼레이드를 취소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코끼리의 설사 따위는 팀장에게 먹혀들 만한 이유가 되지 못했다. 나는 푸앙의 손을 잡아끌고 코끼리 우리로 갔다. 쏘냐는 계속 설사를 했고, 아프리카 산 일 년 생 코끼리 튀라는 쏘냐의 엉덩이 쪽에 대가리를 박고 누워 있었다. 제때 검사를 하며 건강을 돌보아 주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야생과는 달리 동물원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잔병치레가 잦았다. 그래서 예방 접종, 먹이, 변의 상태 등을 확인하여 제때 사료 혹은 건초 더미를 바꾸어 주는 것들은 무척이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일들이었다.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팀장은 번번이 동물원의 재정 상태를 운운하며 우리가 올리는 건의사항들을 묵살했다. 이하설, 오늘 제대로 하지 않으면 너부터 자를 줄 알아! 나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팀장님, 직접 오셔서 코끼리들을 살펴보시란 말이에요! 무조건 데리고 나가는 일이 능사가 아니란 말입니다. 뭐야? 푸앙이 눈물을 흘리며 내게 말했다. 코끼리 나가지 마, 나 죽어. 푸앙, 그러기 전에 내가 먼저 어떻게 되겠어. 그러니 나한테 제발 좀 이러지 마! 그러나 푸앙은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삼촌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내가 아는 한 삼촌은 아픈 동물은 절대로 퍼레이드에 내보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외국인 조련사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 주었고, 윗사람들에게도 최선을 다했다. 그 사람이 원하는 선에 맞추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못을 만졌다. 잠깐이지만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울고 있는 푸앙과 눈이 마주치자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오늘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퍼레이드의 리허설이 열리는 날이었다. ‘우리를 나온 동물들의 퍼포먼스’라는 이름으로 한 달 전부터 신문 및 지역 방송에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다. 나날이 쇠락해가는 테마랜드의 혁신을 위해 팀장이 삼 개월 넘게 심혈을 기울인 행사였다. 만약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삼촌은 일급 코끼리 조련사이자 동물 쇼의 사회자였다. 공휴일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기 한 달 전이면 삼촌의 얼굴이 실린 포스터가 동네 곳곳에 나붙었다. 지역 방송국에서는 매일 테마 랜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또 어떤 쇼가 진행 중인지 보도해 주었다. 삼촌은 방송에도 자주 나왔다. 나도 삼촌에게 꽃을 건네는 어린이 중 한 명으로 텔레비전에 나온 적이 있었다. 십 년이 지나 스무 살이 된 나도 테마 랜드에 조련사 보조로 들어왔다. 그러다 조련사가 되었지만 그 삼촌에 그 조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내내 업무에 허덕이다 시간이 되면 퇴근하기에만 급급한 나날이었다. 삼촌처럼 되기를 원했지만 그를 뛰어넘을 재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동물 구입 차 태국과 러시아에 출장을 간 사이 삼촌은 직원 기숙사 방문 손잡이에 목을 맸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할머니는 삼촌의 시신이 병원으로 옮겨지고 하루가 지난 뒤 실신한 채 삼촌이 있는 병원으로 실려 왔다. 어린이 날 행사를 며칠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바쁘게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래저래 악단장과 팀장 사이에 생긴 일들을 조율하고 동물원 곳곳의 문제들을 해결하며 별 탈 없이 생활을 했다는 진술들이 이어졌다. 내가 아는 바와 다를 것이 없었다. 장례식 도중, 나는 삼촌이 행사를 진행할 때 입던 붉은색 조련복을 챙겨두었다. 팀장은 동물원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 이유가 사육사들이 동물 관리를 잘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 구입의 명목으로 예산을 타갔지만,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단란주점에서 여자애들과 놀아났다는 소리가 들려왔고 어느 날에는 실내 경마장에서 누군가와 게임을 했다는 말도 들렸다. 건의서를 제출하면 가지고 있는 동물 관리나 잘하라며 번번이 우리의 의견을 무시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동물이 죽었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후 사체처리비로 외유를 떠났다. 이사장이 바뀌고 줄을 잘 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얼마 후 악단의 인원이 대폭 감소되었다. 게다가 이러저러한 꼬투리를 잡아 악단장의 연봉도 삼십 퍼센트나 감봉시켰다. 대부분이 계약직인 연주자들은 불만을 표시할 수가 없었다. 곧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하나 둘, 동물원을 떠나는 연주자들이 늘자 참다못한 악단장이 팀장에게 항의했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악단장은 내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나는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소주를 마시고, 매일 두 갑의 담배를 피웠다. 테마랜드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병든 짐승들과 관리되지 않은 채 잡풀이 번다한 식물원, 날만 흐리면 전기가 오르는 범퍼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놀이기구만 모아 놓은 부상 랜드였다. 사육조장에게선 늘 술 냄새가 났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는 이유로, 날이 더우면 덥다는 이유로, 동물들이 발정이 나면 수컷이 없다는 이유로 그는 늘 술을 마셨다. 나도 간간이 그와 함께 술을 마시곤 했지만 어쩐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다. 그는 술만 취하면 내게 삼촌의 이야기를 하려고 들었다. 삼촌의 성격과 그와의 관계, 동물들을 아끼던 마음, 은밀하게 나누곤 했던 농담들. 하지만 나도 다 아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사육조장과 함께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반쯤 마신 매실 주스에 소주를 타먹곤 하는 버릇이 있었다. 오늘도 그는 코끼리 우리를 나오면서 빈 매실 주스 병 두 개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많이 진정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없어진 할머니를 이곳에 있는 내가 어찌해 볼 도리는 없었다. 엄마,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요, 지금 좀 바빠! 통화를 끝내자마자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조장님, 홍학 우리에 고양이가 들어와 새끼들을 물어뜯고 난동을 부렸어요. 뭐라고? 홍학 한 마리가 다리를 크게 다쳤어요. 알았어, 곧 갈게. 안 그래도 행사 준비 때문에 신경이 무척 곤두서 있는 홍학무리였다. 허겁지겁 바쁘게 뛰어가다 보니 남색 기지바지가 또 눈에 띄었다. 오늘은 동물원에 남색 기지바지가 유난히 많았다. 그 바지들은 여기서도 나타났고 저기로도 지나갔다. 동물원에 온 할머니들은 대부분 남색 기지바지 혹은 검정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모두들 엇비슷한 파마머리를 한 채 손차양으로 햇빛을 가리고 느릿느릿 걷거나 그늘에 앉아 김밥을 먹었다. 납골당은 노인들이 게이트볼을 치고 있는 공원을 지나 한참 더 올라가는 산 중턱의 후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적한 공터인 줄 알았던 공원도 지나가며 살펴보니 있어야 할 것들은 다 있었다. 그물이 벗겨진 하나밖에 없는 축구 골대, 녹슨 시소, 줄 끊어진 그네. 곳곳에 놓인 페인트칠이 벗겨진 벤치와 그곳에 누워 있는 사람들. 공원을 지나 한참을 걸었는데도 납골당이 나오질 않아 잘못 찾았나 하고 두리번거리는 나와는 달리 할머니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따름이었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산길을 따라 삼십여 분쯤 더 걸어가다 보니 자그마한 분지 위에 지어 놓은 건물이 하나 보였다. 우리는 곧장 유골 안치실로 들어갔다. 삼촌의 위패에 쓰여 있는 이름이 낯설었다. 이선빈이 아닌 고(故) 이선빈은 내게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는 수학공식 같았다. 그렇다면 그것은 저쪽 세계의 풀 수 없는 문제 같은 것인가. 돌아갔으나, 되돌아 올 수는 없다는 낙인? 오늘만큼은 할머니가 글자를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 퍽이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할머니는 귀신같이 아들 있는 곳을 찾아냈다. 가져간 술과 포를 놓고 준비되어 있는 향을 피웠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훌쩍이는 소리에 혹시나 싶어 뒤돌아보니 할머니는 대꾼한 두 눈을 슴벅이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계시라 해도 한사코 일어서서 창문 쪽으로 얼굴을 돌린 채. 술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잔을 쥐고 향 위에 세 번을 돌린 후 상에 올렸다. 두 뺨이 경련이 이는 것처럼 제멋대로 움직였다. 옆 칸에서 제를 지내던 사람들이 담배에 불을 붙여 제상 위에 올려놓는 것이 보였다. 분향실의 향내에 짓눌려 있던 나는 생담배 타는 매캐한 냄새가 차라리 반가웠다. 우리도 한 대 필까, 삼촌? 부검 결과 별다른 타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악단장과 몇몇의 연주자들, 팀장에 대한 조사가 차례대로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은 알지 못하던 우울증이 새로 생겨났으며, 사육조장과 함께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알코올 중독이란 말이 덧붙여졌다. 추측성 발언들이었지만 조서에 쓰인 것들은 그대로 사인(死因)이 되었다. 분개한 가족들이 사건 수사를 계속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곧바로 장례 일정이 잡혔다.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발인 날짜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발인 전날 신발도 신지 못하고 영안실로 달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납골당 쪽을 다시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쉽게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가 저쪽의 삼촌을 아직 내려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할머니의 어깨가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듬성듬성하던 머리칼은 그 사이 더 빠졌는지 머릿속이 훤히 다 보일 지경이었다. 올라오는 길을 잘 찾았던 할머니가 돌아가는 길을 헷갈렸다. 납골당에 들어서는 길은 우리가 걸어온 길 하나밖에 없는데도 할머니는 분향실에서부터 출구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맸다. 내가 앞장서 걸을 수도 있었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그렇게 이끌고 있는 것만 같아 가만히 뒤를 따랐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이 지난 주말에 할머니와 내가 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할머니가 납골당에 가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내가 만약 그곳에 할머니를 모시고 간 것을 알면 크게 혼이 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버지의 기억에는 할머니가 한 번도 삼촌에게 다녀온 적이 없다는데, 처음이라는 할머니는 삼촌의 자리를 잘도 찾았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홍학 우리 안의 소동이 잠잠해진 뒤였다. 고양이에게 물려 다리를 다친 홍학은 다행히 퍼레이드에 나갈 녀석이 아니라 두 달 전에 알에서 깬 새끼였다. 놀란 홍학들을 진정시키느라 껍질 깐 호두와 아몬드를 두 자루나 뿌려주었다. 어느샌가 팀장도 홍학 우리 앞에 와 있었다. 그는 퍼레이드에 나갈 녀석들을 좀 더 밝은 빨간색 형광 안료로 칠하라며 조련사들을 다그쳤다. 나는 홍학들에게 빨간 안료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 보았지만 팀장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 같았다. 나는 물끄러미 팀장과 조련사들을 바라보다 문득 이제 여기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삼촌을 보내고도 꿋꿋하게 나오던 곳이고, 그가 하던 일만은 내 손으로 이어받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도저도 아니었다. 조련사들이 빨간 형광 안료 통을 들고 사육실 안으로 들어갔다. 퍼레이드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나는 옷장에서 삼촌의 조련복을 꺼내 입었다. 오랫동안 묵혀둔 것이라 혹시 곰팡이라도 슬었으면 어쩌나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가 의자 위에 놓아둔 전기 총을 집어 들자 푸앙이 비명을 지르며 울어댔다. 미안해, 푸앙.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우리 얼른 끝내버리자. 나는 입을 앙다문 채 쏘냐의 뒷다리에 총을 쏘았다. 쏘냐가 움찔하며 왼쪽 다리를 들었다. 재빨리 엉덩이에도 총을 갖다 댔다. 한참 만에 쏘냐가 일어섰다. 푸앙이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다 울부짖으며 내 왼팔에 매달렸다. 쏘냐의 몸에 멋을 내느라 발라놓았던 노란색 형광안료가 설사에 섞여 줄줄 흘러내렸다. 바닥에 형광 선을 긋는 것 같았다. 무전기에서는 팀장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무전기 소리를 무시하니 그 뜻 없는 말들은 점차 행진곡 풍으로 변해갔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괜찮다고, 얼른 끝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진흙탕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호두를 쪼아 먹고 있던 홍학들이 코끼리 우리 앞에 나와 있었다. 온몸에 빨간색 형광 안료를 잔뜩 바른 홍학 무리였다. 등에 홍학을 둘씩 태운 코끼리들이 정문으로 출발했다. 붉고 노란 머리들이 공중에다 점을 찍었다. 휴대전화와 무전기에서 팀장과 사육조장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어차피 코끼리들이 도착하지 않으면 행렬을 완성할 수 없고 또 사회자인 내가 가지 않으면 시작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동물들의 건강을 살피는 것 역시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허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뺐다. 팀장님, 지금이라도 리허설을 취소해 주세요. 뭐, 뭐야? 이대로 가단 코끼리들이 죽습니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얼른 데리고 나와! 시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지켜보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니가 나한테, 대든 거냐? 쏘냐와 튀라는 절뚝이고 비틀거리면서도 앞만 보고 걸었다. 푸앙이 코끼리 배에 손을 얹고 함께 걸었다. 저렇게라도 가주기만 한다면 크게 문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쏘냐는 설사를 하고 있었다. 코끼리, 죽어. 나도 죽어. 푸앙이 울며 말했다. 푸앙, 나도 어쩔 수가 없잖아, 미안해! 니가 살려! 푸앙, 죽어가는 것들을 일으키고 이미 죽은 것도 살려낼 수만 있다면야 오죽이나 좋겠니. 푸앙이 이를 악물고 우는 소리와 코끼리들의 거친 숨소리가 마치 한 덩이처럼 느껴졌다. 정문 쪽에 노란 나비넥타이를 한 악단장의 모습이 보였다. 전보다는 풀이 죽은 모습이었지만 잘 다려진 연미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심벌즈 연주자가 그만두는 바람에 탬버린을 담당했던 사람이 심벌즈를 잡고 있었다. 다섯 명이던 작은 북 담당 연주자들은 둘밖에 없었고 심지어 트럼펫 연주자는 보이지도 않았다. 행렬이라도 완성해야 한다는 팀장의 고집 때문에 음악은 녹음해둔 것으로 대체되었다. 연주자들이 항의했지만 오늘은 ‘리허설’ 날이니 그렇게 해도 된다는 악단장의 말에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다. 하지만 연주자들의 얼굴 표정은 괜찮아진 것 같지 않았다. 안 그래도 불안한 처지인데 악단장마저 번번이 자신들 앞에서 팀장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손에 익지도 않은 악기를 든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갔다. 악단장은 연신 나비넥타이만 고쳐 맸다. 동물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정문으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꺼내들고 환호성을 지르거나 직접 코끼리를 만지려고 다가갔다. 놀란 사육사들이 그들을 말리는 사이, 나는 희뿌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이었다. 눅눅한 공기와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 동물들의 우는 소리들이 마구잡이로 내 가슴속에 맺혔다. 그 사이 ‘시’에서 나왔다는 사람들이 정문 쪽으로 다가왔다. 행사를 하는 날도 아닌데 무슨 일로 온 거지? 팀장은 ‘시’ 사람들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했다. ‘시’ 사람들은 악단장에게도 다가갔다. 팀장이 활짝 웃으며 악단장의 오른팔을 잡아끌었다. 팀장에게 이끌린 악단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엉거주춤하게 그들과 악수를 했다. 허리를 제대로 굽히지 않은 채 인사를 하는 악단장을 바라보는 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팀장은 악단장에게 당장 연주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악단장은 시디를 틀기로 되어 있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빨리 하라니까! 팀장 자신도 모르게 나온 큰 소리에 본인이 더 놀라고 있는 사이, 악단장이 뒤돌아섰다. 그러나 내내 굽실거리거나 팀장에게 할 말을 다 못하고 돌아서던 악단장의 얼굴이 아니었다. 악단장은 맨 앞줄의 연주자가 들고 있던 바이올린을 넘겨받았다. 지휘봉을 연미복 허리춤에 찔러 넣은 악단장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축배의 노래였다. 멍한 얼굴의 팀장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악단장의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다른 연주자들의 악기도 조금씩 리듬을 탔다. 때마침 비가 내렸다. 당황한 팀장이 재빨리 ‘시’에서 나온 사람들을 이끌고 자리를 벗어나는 와중에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는 점점 절정으로 향해 갔다. 어느새 굵어진 빗방울들이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원숭이와 코알라, 나뭇가지에 걸쳐 놓은 채 들고 나온 나무늘보들을 적셨다. 문제는 코끼리 등 위에 빨간 형광 안료를 덕지덕지 바르고 올라 앉아 있는 홍학들이었다. 진회색의 코끼리 등에 붉은 물이 들어갔고,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는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졌다. 나는 열심히 연주를 하는 악단장과 ‘시’ 사람들을 서둘러 본관으로 끌고 가는 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비바람이 거세지자 동물들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작은 소란이 일었다. 그때 푸앙이 코끼리 등에 앉아 있던 홍학의 다리를 잡아챘다. 푸덕, 푸흐드덕! 홍학이 거센 날갯짓을 했지만 푸앙의 손아귀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푸앙이 정문과 반대쪽을 향해 뛰었다. 마치 홍학 연을 타기라도 한 것처럼 재빠른 속도였다. 홍학 한 마리가 사라지자 코끼리 등에 앉아 있던 다른 홍학 네 마리도 푸앙이 사라진 쪽을 향해 날아갔다. 푸앙은 홍학의 습성도 잘 알았다. 아마도 어미를 데려갔을 거였다. 홍학이 날아가면 코끼리들은 그 자리에 앉아 무릎을 굽혀 반쯤 앉거나 선 채 왼발을 들어 쇼의 시작을 알리게끔 훈련되어 있었다. 내가 말려볼 틈도 없이 정문에서가 아니라 정문으로 가는 도중에 코끼리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붉은 꽃 한 송이를 등에 얹은 코끼리들이 추는 군무가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와 함께 어우러졌다. 그때까지도 정문 앞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거나 사진을 찍어댔다. 쏘냐와 튀라는 설사를 좍좍 갈기면서도 춤을 추었다. 코를 양 옆으로 흔들면서 왼발과 오른발을 차례대로 접고 자리에 앉았다 일어나며 엉덩이춤을 추었다. 코를 하늘 위로 높게 치켜세웠다가 쿵쿵 땅을 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왼쪽 오른쪽으로 두 차례씩 긴 코를 하늘로 들어올렸다. 빗줄기를 쏟아붓는 하늘을 향해 코를 쏘아 올리기라도 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한 번 쇼를 시작하면 끝이 날 때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게 훈련된 코끼리들이었다. 홍학과 함께 한 군무가 오 분, 코끼리만 하는 쇼가 십오 분이었다. 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코끼리들 옆에 전기 총을 든 채 무력하게 서 있었다. 코끼리의 군무가 점점 더 활기를 띠기 시작할 때쯤 다시 축배의 노래가 들려왔다. 악단장은 마치 무한 반복이라도 할 것 같은 완강한 표정이었다. 코끼리들은 덜렁덜렁 코를 흔들며 리듬에 맞춰 춤을 추었다. 차례대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한 후 푸앙이 쏘냐의 어깨 위에 올라가 커다란 횃불을 치켜세우는 것으로 끝이 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푸앙이 없다.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홍학들은 왜 하나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본관으로 갔던 팀장이 호루라기를 불며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정문을 가로지르는 팀장의 뒤쪽으로 익숙한 남색 기지바지가 지나갔다. ……할머니? 축배의 노래에 맞춰 자박자박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할머니였다. 나는 재빨리 할머니를 향해 뛰었다. 할머니, 할머니이! 그러나 할머니는 멈춰 서지 않았다. 내 등 뒤에서 악단장이 연주하고 있던 바이올린이 바닥에 내팽개쳐지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뒤따라 전기 총을 쏘는 소리도 들려왔다. 코끼리들이 거세게 날뛰며 질러대는 울음과 구경하던 사람들의 비명이 뒤섞였다. 돌아서서 잠시 주춤하던 나는 다시 있는 힘껏 할머니 쪽을 향해 뛰어갔다. 빗물이 자꾸 눈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삼촌의 뼛조각을 손에 쥔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어서인가. 내 손은 자꾸만 할머니의 몸을 움켜쥐려고 했다. 아버지가 못을 골라내자 화장장 직원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바로 삼촌의 뼈를 유골함에 넣어주었다. 고모들은 자신의 혈육이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막힌 듯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촉망받던 조련사였으며, 사람 좋던 막내 삼촌은 그렇게 몇 줌의 유골이 되었다. 옥색 유골함 위에는 삼촌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제 삼촌은 옥함 겉면의 금박 이름으로만 남게 될 모양이었다. 할머니가 움켜쥐고 있던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크게 우시려는가 싶어 나는 고개를 돌려 유골함 쪽을 쳐다보았다.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단단히 쥐고 있던 두 주먹이 텅 비어 있었다. 나는 할머니의 두 손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는 사이 할머니는 천천히 입을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수골실의 모든 것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할머니는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도 하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할머니가 갑자기 상체를 숙였다. 입 속의 것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가.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 오랫동안 할머니 뒤쪽의 흰 벽을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잘 움직이지 않았고 무엇을 먹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셔가려고 했지만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지 말고, 동물원에 가보자. 집으로 돌아온 후 할머니가 우리들에게 처음으로 한 부탁이었다. 나는 내가 잘못 들었나 했지만 그것은 분명 동물원이라는 말이었다. 아버지가 동물원에 데려다주지 않자 할머니는 살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모든 행위들을 다시 거부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기세와 할머니의 고집 사이에서 가족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나는 밤마다 할머니 방으로 가서 할머니의 몸을 쓰다듬었다. 여기 어디쯤 삼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할머니의 몸이 무척 단단하게 느껴졌다. 삼촌은 할머니의 쇄골 위에 올라 있었다. 할머니가 들이쉬고 내쉬는 숨 속에서도 삼촌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어느 날엔가 삼촌은 할머니의 팔목을 그러쥔 채 죽이 담긴 숟가락을 할머니의 입 속으로 밀어 넣어주기도 했다. 먹은 음식이 어쩌다 얹히기라도 하면 조용히 할머니의 등을 쓸어주었다. 나는 삼촌이 그렇게라도 여기서 할머니와 함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삼촌, 좋아? 나는 탄 못과 할머니의 무릎을 번갈아가며 만졌다. 할머니는 오래 울었다. 가족들 모두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상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할머니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새벽에 홀로 깨어 화장실에 다녀올 때도, 물에 만 밥 한 그릇을 다 먹고 난 뒤에도 삼촌의 베개를 쓰다듬으며 울었다. 어쩌다 밥상에 삼촌이 좋아하던 창란젓이라도 올라오면 그걸 바라보며 오래 울었다. 눕거나 앉거나 간신히 일어서거나 벽에 등을 기대거나. 언제 어디에서건 어떤 자세로든 할머니는 울고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속으로 울고 있었지만 나는 할머니가 울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어쩌면 울다 지쳐 손으로 몸을 짚기라도 하면 어디에서건 삼촌이 만져져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그러는 것인지도 몰랐다. 살아 있는 유골함이 되는 일은 무척 힘겨워 보였다. 그래도 할머니는 식구들 앞에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고,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난 오늘 할머니는 혼자서 동물원에 온 거였다. 우리가 걸음을 멈춘 곳은 식물원 입구였다. 할머니를 막 따라잡으려다가 도대체 왜 동물원에 왔고 또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궁금해 뒤를 따랐던 참이었다. 할머니의 남색 기지바지 속에서 끊임없이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원내 방송이 나왔다. 이하설 조장님, 운영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식물원 뒤쪽에는 고사한 나무들이 즐비했다. 희귀한 꽃이나 과실수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팔려가거나 누군가가 빼돌린 뒤였다. 테마 랜드를 재정비한다면 가장 먼저 손을 대야 할 곳도 여기였다. 할머니는 왜 하필 이곳으로 온 것일까. 마침내 할머니가 걸음을 멈추고 단풍나무 둥치에 기대앉았다. 집에서 동물원까지 걸어왔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텐데……. 나는 천천히 할머니에게로 다가갔다. 집으로 모셔 갈 작정이었다. 그때 할머니가 손을 뻗어 땅바닥에 흩어져 있는 나뭇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내 새끼손가락만 한 나뭇조각이었다. 주저할 새도 없이 할머니는 그것을 입에 넣은 후 가슴을 쳤다. 그러다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크으헉, 으흑. 그것은 그동안 가슴에 쌓였던 울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다가가 말리지 않았다. 할머니도 얼마간은 큰 소리로 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주먹으로 툭툭 땅을 쳤고, 나무 둥치에 등을 짓찧었다. 돌로 만든 조형물에 얼굴을 갖다 박았고 두 손으로 머리채를 쥐어뜯었다. 할머니는 그동안 속으로만 쌓였던 울음들을 모조리 뱉어내려는 것 같았다. 그때 식물원 어디선가 커다란 새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푸앙? 그는 나에게 다른 한국인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향기가 있다고 말하곤 했다. 내가 자기를 찾는 거라 여기고 또 달아나버리면 어떡하지? 푸드덕거리는 새소리와 할머니의 울음이 식물원 안을 가득 채웠다. 죽은 나무들도 잔잔한 바람을 타며 울음소리와 박자를 맞췄다. 나는 할머니가 울고, 푸앙이 새들과 함께 마음을 삭이고 있는 여기가 아주 잠깐 동안만이라도 누군가에게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눈물을 그친 할머니가 다시 걸었다. 나는 할머니를 뒤따라갔다. 할머니는 여전히 뒤에 있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참 동안 동물원 곳곳을 걷던 할머니는 코닥 필름 사진관 앞에서 멈춰 섰다. 우두커니 서서 문 닫힌 사진관의 창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코끼리 등에 올라 탄 삼촌이 붉은 조련복을 입고 활짝 웃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테마랜드 30년의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된 사진들이었다. 오래되어 빛이 바랬을 뿐, 사진 속의 모든 것들은 충분히 식별이 가능했다. 할머니는 손을 뻗은 채로 창가에 바짝 다가섰다. 삼촌의 사진이 언제부터 저곳에 걸려 있었던 걸까. 테마랜드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저 사진을 그곳에 걸어 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할머니! 그제야 내가 큰소리로 할머니를 불렀지만 할머니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멀찍이 떨어져서 코끼리 등 위에 앉아 밝게 웃고 있는 삼촌과 그것을 향해 말 없이 손을 뻗는 여인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쓸쓸히 바라보았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사진 속으로도 빗방울들이 쏟아져 내렸다. 정적을 깬 것은 다름 아닌 푸앙이 우는 소리였다. 푸앙은 팀장에게 멱살을 잡힌 채 이쪽으로 끌려오는 중이었다. 여전히 홍학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있었다. 야, 이하설! 나는 갑작스러운 그들의 등장에 놀라 나도 모르게 할머니!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내내 그렇게 멈춰 있을 것만 같던 사진 속 초로의 여인이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여인의 핏발 선 두 눈이 멈춘 곳은 내가 입고 있는 삼촌의 조련복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단추를 달고 솔기를 여며준 이 옷을 할머니는 단번에 알아차린 것 같았다. 어느새 창틀에서 떼어 낸 삼촌의 사진을 안고 있는 할머니가 다른 한 손으로 내 옷을 가리키며 다가왔다. 팀장과 푸앙도 이쪽으로 바짝 다가섰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코끼리 울음소리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쏘냐와 튀라는 우리로 돌아갔을까.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나는 주머니 속에 있던 못을 꺼내 쥐었다. 나는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했다. 누군가 먼저 잡아당기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까지라도 그렇게 서 있을 것만 같았다. <끝> ■ 당선소감 - “기꺼이, 조금 더 말랑해지겠습니다” 타슈켄트 동물원에는 코끼리 두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초원을 훑어야 할 우묵한 눈들이 녹슨 푸슈킨 동상을 바라보고 있지요. 어느 날 저도 모르게 코끼리 우리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늙고 병든 코끼리의 두툼하고 너덜너덜한 귓불을 한참 동안 쓰다듬어 주었어요. 그 코끼리들이 저와 함께 아랄 해를 지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요즘 노인정에서 한글을 배우고 계십니다. 손녀가 쓴 글을 읽겠다고 약속을 하셨어요. 저는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글을 써나갈 작정이므로 할머니는 기필코 200세 장수하셔야 합니다. 기꺼이, 조금 더 말랑해지겠습니다. 이 소식을 누구보다도 기뻐해주신 ‘동인, 그 섬’의 대장 임철우 선생님(‘그 섬에 가고 싶다’를 필사하던 그 순간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잘 견디고 천천히 나아가겠습니다.), 치열하고 엄중한 소설쓰기가 일상의 진부함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그 방향을 제시해주신 최수철 선생님(선생님의 조언과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마음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살고, 쓰겠습니다.), 검룡소에서 풀솜대를 뜯어주신 최두석 선생님(돌아가지 못하는 시의 자리가 아직도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글 쓰는 손가락은 절대적으로 겸손해야 함을 일깨워주신 서영채 선생님(밤새 꺼지지 않던 선생님 연구실의 불빛을 바라보며 술 취한 저는 도서관에서 잠들곤 했지요.), 사물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신 주인석 선생님(아, 이제 오디오 튜닝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10년 전 홍성여고 문예반 수업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겁니다, 이정록 선생님. 좋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행운입니다. 그 운명을 결정지어주신 어머니, 아버지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제가 무너지려 할 때마다 옆에서 바로잡아주고 격려해준 권오영 시인께는 미처 다 갚을 수도 없는 마음들을 받았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동안 내내 소설 쓰기의 치열함을 온몸으로 가르쳐주던 김도연 선배께 맥주 한 잔 사드리고 싶습니다. 철없는 저를 뒤치다꺼리해 주느라 고생한, 제일 먼저 축하해준 이진희 시인. 정말 고맙습니다. 부족한 작품을 끝까지 손에 들고 계셨던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같이 힘들어도 조금 더 기운을 낼 수 있는 뚝심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얼른 ‘리보통(Ly-botong)’으로 달려가 그곳에 계신 분들과 커피 한 잔 내려 마시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약력 -본명:이미선. 1983년 충남 보령 출생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소설전공 수료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으로 우즈베키스탄 세계언어대학 한국어 강사 역임 ■ 심사평 - ‘현대인 삶의 축도’ 동물원… 상징적 압축미 탁월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모두 열 편. 이 가운데 다시 세 편의 작품을 어렵게 추려 놓고 생각했다. 신춘문예가 필요로 하는 소설은 어떤 소설인가? 우리 소설은 어디로 가야 하나? 단편소설은 산문 양식임에도 언어의 경제성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는 영역이다. 우리는 이 짧은 언어로는 ‘모든 것’을 쓸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양식은 이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한다. 어떻게? 수사학, 즉 기교가 우리를 지상적인 삶에서 초월적 의미의 세계로 순간이동시켜 준다. 그러니 기교가 모든 것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수도 있다. 상징적 깊이나 환유적 지시 체계를 갖추지 못한 훌륭한 단편소설이란 일종의 형용모순과도 같다. 하이준씨의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은 현대적 일상을 사건으로 만들어 가는 문체가 돋보였다. 강남의 한 미장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조그만 사건은, 일상의 소소함이 그 한계 내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만든 장점도 갖추었다. 김명진씨의 ‘뷰티플 원데이’는 베트남에서 온 아버지와 아버지의 젊은 여인과 ‘나’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나’의 내면의 섬세함이 다문화라는 문제를 사회성 이상의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은 의미를 구성하는 사건이 너무 희박하고, ‘뷰티플 원데이’는 사건을 보편적인 의미로 상승시키는 힘이 부족하다. 이은선씨의 ‘붉은 코끼리’는 상징적 압축미가 뛰어나다. 동물원 코끼리 조련사의 이야기 안에 많은 것을 담았다. 동물원이라는 배경 자체가 어떤 상징성을 띤, 현대인의 삶의 축도로 이해하게 한다. 여기서 동물원을 지배하는 어떤 메커니즘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세계의 어떤 축도와도 같다. 이 작품은 쓴 것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면서 독자에게 시적인 울림을 선사한다. 재능과 생각을 겸비한 이은선씨에게 축하의 말씀과 함께 정진을 당부 드린다.
  • ‘한 줌의 햇볕’ 같은 노래 선물

    ‘한 줌의 햇볕’ 같은 노래 선물

    “나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당신이 영원하기를. 나의 떨리는 두 손으로 당신의 얼굴을 만질 수 있기를….” 포크 가수 손병휘(42)에게 팬들을 향해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새로 발표할 노래의 노랫말로 갈음했다. 대학노래패 ‘조국과 청춘’ 출신으로 백창우의 ‘노래마을’ 등을 거쳤던 손병휘가 따뜻한 감성으로 늦가을을 물들인다. 오는 27~28일 서울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단독 콘서트 ‘나란히 가지 않아도’를 여는 것. 우리 시대를, 거기에 얹힌 우리 삶과 사회를 꾸준히 노래해 온 손병휘는 사실 무대보다는 각종 집회와 문화제 등 거리에서 만나기가 쉬웠다. 단독 콘서트는 약 1년, 풀세션을 구성해 공연하는 것은 약 2년 만이다. “학예회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서게 되는 소년의 마음”이라고 준비 과정을 설명하는 손병휘 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거리에서 접했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는 “거리에서 부르는 노래들은 비장하거나 힘 있는 노래들 위주로 불러야 하니까 아무래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에는 거리에서 부르지 못했던, 그러나 부르고 싶었던 노래들도 많이 부를 것”이라고 했다. 무력감과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과 따뜻하고 의미 있는 눈길을 주고받기 위해 잔잔한 포크에서부터 아트록 색깔이 짙은 노래까지 서정성과 추억, 진정성이 담긴 노래를 골고루 골랐다는 귀띔. 현악기와 트럼펫, 아코디언, 코러스를 포함한 세션 10명이 더욱 풍성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손병휘는 “지난해 공연에서는 권해효 노정렬 안치환이 차례로 나와 자기들끼리 50분을 놀다 갔다.”면서 “이번 공연에도 당일 시간이 되는 사람들과 게스트 무대를 꾸릴 것이며, 권해효 노정렬 안치환 최광기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2년 전 4집 ‘삶86’을 냈고, 올해에는 10여 년 전부터 친분을 맺어온 일본 음악인들과 동아시아의 평화를 노래하는 옴니버스 앨범을 일본에서 발매한 그는 내년에 새 앨범 발표를 고대했다. 음반 시장이 붕괴됐기 때문에 점점 앨범을 내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음반은 단순한 노래 모음집이 아니라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싱어송라이터로서 포기할 수 없는 존재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용산 참사 현장에서 ‘타는 목마름으로’를, 노무현 대통령 추모음악회에서 ‘강물은 똑바로 가지는 않지만 언제나 바다로 흐른다’를 불렀던 순간이 올해 가장 가슴 벅찼던 경험이라고 한다. 그는 “아직도 사람 냄새 나고 평화와 통일 세상을 이루기 위해 가야 할 걸음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항상 나란히 가지는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따뜻한 햇볕 한 줌 정도는 비추는 세상을 바라며 노래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2만~4만원. 1544-1555.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스승 마이스키·제자 장한나’ 어느 선율에 취해 보실래요

    ‘스승 마이스키·제자 장한나’ 어느 선율에 취해 보실래요

    ‘첼로의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마이스키는 로스트로포비치와 함께 장한나의 후견인을 자처하면서 그를 세계 무대에 소개한, 장한나의 스승이다. 지휘자의 영역에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는 장한나는 “나의 스승은 로스트로포비치와 마이스키뿐”이라고 할 정도로 존경을 표한다. 마이스키와 장한나는 서로 각별한 스승과 제자 사이일 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가장 사랑받는 첼로 연주자로도 손꼽힌다. 이 두 명의 첼리스트가 18일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국내 팬 앞에 선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각각 다른 무대이니, 클래식 공연에 관심있는 관객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첼로 명인이 만드는 무대 1990년에 첫 내한공연 이후 10여차례 한국을 방문하고, 음반에 ‘그리운 금강산’ 등 한국 가곡을 수록하기도 할 대표적인 친한파 연주자인 마이스키가 2년 9개월 만에 한국에서 독주회를 연다. “아들 사샤(바이올린), 딸 릴리(피아노)와 함께 마이스키 트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최고의 꿈”이라고 했던 마이스키는 이번 공연에서 꿈을 일부 이룬다. 어릴 때부터 공연장 대기실에서 무대를 지켜봤던 릴리가 피아노 협연자로 나서는 것. 공연에서 마이스키는 러시아의 감성이 묻어나는 라흐마니노프의 ‘엘레지’와 ‘보칼리제’를 비롯해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소나타’, 베토벤의 ‘마술피리 주제에 의한 7개의 변주곡’, 파야의 ‘스페인 민요 모음곡’,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 1번’을 연주한다. 독주회는 18일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시작해 19일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21일 인천문화예술회관, 22일 목포 시민문화체육센터, 23일 부산문화회관으로 이어진다. (02)599-5743. 마이스키는 또 25일에 아담 피셔가 이끄는 하이든 필하모니와 고양 아람누리 무대에 선다. 하이든 서거 200주기를 맞아 하이든 관현악의 정수를 보여주기 위한 이 공연에서 하이든 필하모니와 마이스키는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을 협연할 예정. 하이든 필하모니는 이밖에도 교향곡 104번 ‘런던’, 트럼펫 협주곡(트럼페터 한스 간쉬 협연), 교향곡 45번 ‘고별’을 연주한다. 1577-7766. ●한국이 낳은 젊은 거장의 무대 장한나가 스산한 늦가을에 선보이는 공연은 중후한 저음의 첼로, 우수와 서정미가 물씬 풍기는 브람스의 조합이다. 2006년 이후 3년 만에 갖는 독주회에서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1번과 2번을 들려주는 그는 “가장 먼저 배운 소나타 중 하나였고, 10살때 미샤 마이스키 선생님께 첫 레슨을 받을 때 연주한 곡이 브람스 소나타였다.”면서 “브람스는 초기부터 나의 음악적 성장의 중요한 일부이자 내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소개했다. 피아니스트 피닌 콜린즈와 호흡을 맞추는 이번 공연은 18일 구미 문예회관을 시작으로 20일 고양 아람누리,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26일 창원 성산아트홀, 28일 군포 문예회관, 12월1일 북서울 꿈의숲 아트센터 콘서트홀, 3일 부산 문예회관을 거쳐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무리한다. 한편 전국 순회공연에 맞춰 장한나가 내놓은 음반 8장 중 핵심 수록곡을 모은 새 음반 ‘에센셜 장한나’(EMI클래식스)가 나왔다. 시노폴리가 지휘한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로스트로포비치가 지휘한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변주곡’,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등과 장한나 미공개 인터뷰 영상이 담겨 있다. (02)749-130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마로니에 공원 재즈로 물든다

    깊어가는 가을, ‘재즈계의 별’들이 마로니에 공원에 모인다. 종로구는 오는 15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서 ‘2009 대학로 마로니에 재즈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공연예술의 메카인 대학로를 세계적인 문화거리로 조성하고, 대학로를 찾는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재즈 페스티벌은 ‘송준서 밴드’와 ‘이정식 밴드’의 식전 무대로 시작해 개막행사 및 축하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출연진 송준서씨는 미국 버클리음대 출신으로 작곡가와 재즈피아니스트로 국내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으며, 이정식씨는 수원여자대학교 대중음악과 교수로 재즈전문 라디오 프로그램 ‘올 댓 재즈’의 진행자이기도 하다. 축하공연은 신광웅 빅 밴드, 말로, 해금, 스포츠댄스, 밸리, 힙합, 한상원 밴드, 마술쇼 등 다채롭고 이색적인 프로그램들로 꾸며질 계획이다. 특히 ‘신관웅 밴드’는 1995년 결성된 국내 첫 재즈 빅밴드로 트럼펫이나 트롬본, 알토 색소폰 등 관악기를 중심으로 이뤄진 소리의 조화가 특징적이다. 한편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참여행사도 마련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문화행사 알림방]

    7일 ‘노찾사’ 특별공연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7일 엑스포공원 내 문화센터에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특별 공연이 열린다. 공연은 청소년 멘토링사업 기금 마련을 위한 ‘2009 사랑과 희망의 콘서트’로 티켓은 인터넷 예매 3만원, 현장 판매 3만 5000원이다. 경주엑스포공원은 8일 힙합그룹과 비보이그룹 초청공연, 10일에는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가 주관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하는 희망 콘서트’를 각각 연다. ‘스칸디나비아 듀오’… 콘서트 ●울산문화예술회관 25일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과 노르웨이 출신 트럼펫 연주자 마티아스 에익의 순회공연 ‘스칸디나비아 듀오 프로젝트’ 콘서트를 개최한다. 공연은 모처럼 스칸디나비아의 서정적 선율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스칸디나비아 듀오 프로젝트 콘서트 티켓은 1만 5000∼5만원, 문의는 허브뮤직(031)581-2813.
  • 삶에 지친 이에게 권하는 ‘희망 바이블’

    삶에 지치고,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좌절했다면, 이 두 권의 책을 권한다. 한 줄기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시각장애 시의원의 인생스토리 1급 시각장애인 송경태 전주시의원의 삶을 그린 ‘희망은 빛보다 눈부시다’(홍임정 글, 푸른나무 펴냄)는 희망제작소가 기획한 ‘희망을 여는 사람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이야기다. 송 시의원은 군복무 중 수류탄 폭발사고를 당해 두 눈의 시력을 잃었다. 공학도의 꿈, 가족의 웃음, 삶의 의지 등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고통과 좌절의 시간을 보내던 중 라디오에서 우연히 들은 말이 그에게 희망의 빛이 됐다. 밤잠을 줄여 공부하고, 발품을 팔아 사회봉사를 했다. 2000년에는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을 개관했고, 세계 4대 극한 마라톤(사하라·고비·아타카마·남극)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2006년 전주시의원에 당선된 뒤 장애인 복지를 외치고 있다. 그의 삶은 그대로 책에 녹아 있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은 비장애인의 몫만이 아니다. 장애인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긍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원. ●선천장애 극복한 트럼펫 소년 이야기 ‘기적의 트럼펫 소년’ 패트릭 헨리 휴스 역시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도전하라.”고 말한다. 두 눈의 안구가 없고 팔다리는 심각하게 굽은 채 태어난 패트릭은 생후 1년이 지나면서 세상이 말하는 ‘정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여섯 번의 수술을 했다. 수술은 더 필요했지만 대신 다른 가능성을 찾았다. 어떻게 생긴지도 모른 피아노를 배우고, 점자를 익혀 루이빌 대학에 입학한 뒤 트럼펫 연주자로 마칭밴드 단원이 됐다. 아버지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아 대규모 미국 대학 풋볼 경기인 오렌지볼의 수많은 관중 앞에서 멋진 연주를 한 그는 이제 장애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됐다. 이 이야기가 담긴 ‘나는 가능성이다’(패트릭 헨리 휴스·패트릭 존 휴스·브라이언트 스탬퍼드 지음, 이수정 옮김, 문학동네 펴냄)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삶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고, 그렇게 믿는다면 모든 일이 좋아질 것입니다. 나를 보세요. 내가 그 완벽한 예라고요.” 1만 2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문화행사 알림방]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의 밤 ●복대1동 주민센터 16일 오후 6시30분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의 밤을 연다. 이경구 충북 청주시 복대1동 주민자치위원장, 강을순 풍광초 교사, 송영호 우리신협 이사장, 장석노 청주문인협회 회원 등이 시와 수필을 낭독한다. 성악가 최재성씨와 오호준 청주연예예술인협회장의 트럼펫 연주가 있다. 청주시가 주최하고 청주문인협회와 청주예총이 주관한다. 17일 제주사랑 출사대회 ●제주관광공사 17일 제주 용눈이 오름 등에서 제주사랑 출사대회를 가진다. 사진을 통해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았던 고 김영갑씨의 갤러리 ‘두모악’ 관람과 김씨가 생전에 사진촬영을 위해 자주 찾던 용눈이 오름을 답사하는 등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17일 오후 1시30분까지 제주웰컴센터로 집결하면 된다. 영화 속 음악이야기 연주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청소년교향악단은 17일 오후 5시 연지홀에서 ‘영화 속 음악 이야기’ 연주회를 선보인다. 이날 연주되는 곡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주제가들로 꾸며진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탱고와 사운드 오브 뮤직, 타이타닉, 파리넬리 등 유명 영화 주제가 10곡을 무대에 올린다.
  • [6일 TV 하이라이트]

    ●러브 인 아시아(KBS1 오후 7시30분) 피아노 치는 아내와 트럼펫을 부는 러시아 남편은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아내는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 남편은 자상하고 부드러운 선생님이다. 오랜만에 장모님과 가족 나들이를 나선 드미트리씨 가족. 계획을 세우고 함께 마음을 다지는 드미트리 부부의 한국살이를 엿본다. ●1 대 100(KBS2 오후 9시) 첫 번째 도전자, 기막힌 재치와 순발력의 소유자. 예쁜이 개그우먼 김효진. 똑 부러지는 실력으로 100인들을 장악할 수 있을까? 두 번째 도전자, 예심점수 1등. 퀴즈계의 숨은 실력자, KT기업고객 부분 박상흠. 과연 5000만원의 주인공은 탄생할 것인가? 눈을 뗄 수 없는 팽팽한 퀴즈대결이 펼쳐진다. ●선덕여왕(MBC 오후 9시55분) 안강성 폭도가 된 백성들이 덕만의 도움으로 땅을 얻고 개간하기로 약속했으나 모두 도망치는 일이 벌어진다. 자신의 신뢰를 저버린 촌주의 목을 베면서 무한한 안타까움을 보였던 덕만. 하지만 이내 백성들은 제자리를 찾는다. 한편 진평왕은 자신의 병세가 심해짐을 느끼고 덕만의 혼사를 서두르는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25분) 1t 탑차에 갓난아이를 포함한 여섯 가족이 6개월째 살고 있다. 트럭에 사는 4살 유빈이가 하는 일이라곤 심심하면 도로에서 자전거 타기, 수 틀리면 발악에 몸부림치고 맘 안 내키면 맨발로 줄행랑은 기본인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반복되는 무질서, 무규칙한 일상. 당장 생활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공부의 왕도(EBS 오후 10시40분) 서울대 인문학부 1학년 정은지는 부일 외국어고등학교에서 3년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았다. 밤을 새워 공부해도 오르지 않던 성적을 단번에 올린 비법은 바로 가르치듯 공부하기. 가르쳐 보는 것이 효과적인 공부가 될 수 있을까? 정은지만의 비법을 알아본다. ●스페셜-두 바퀴의 녹색혁명(YTN 오전 10시25분) 자전거 시대의 개막과 함께 자전거 시장을 선점하려는 세계 각국의 경쟁도 치열하다. 독일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한 관광산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첨단 자전거의 개발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들의 기술력과 자전거로 녹색성장을 이끌 수 있었던 비밀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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