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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지 말아야 할 여성 15인 1] ‘호랑이 소녀’와 ‘미친 마벨’

    [잊지 말아야 할 여성 15인 1] ‘호랑이 소녀’와 ‘미친 마벨’

    세계 여성 역사의 달이 저물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15명의 여성을 돌아봐 눈길을 끈다. 신문은 기록된 역사 가운데 0.5% 밖에 되지 않는 것이 여성들의 역사라고 연구자들이 보고 있다며 학교에서조차 들어본 적 없는 15명의 삶과 유산을 통해 이들이 사회에 남긴 족적을 따라가보자고 권하고 있다.모험가 마벨 스타크 “호랑이 소녀”와 “미친 마벨”로 통했던 그는 20세기 초 남성들이 지배했던 동물 조련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조련사였다. 거의 팔순 가까이까지 호랑이들과 함께 공연했는데 키 153㎝에 45㎏의 몸에 물린 뒤 꿰맨 것이 700바늘이 넘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호랑이들을 탓하지 않았다. 모험가 베시 스프링필드 “마이애미의 모터사이클 여왕”으로 불렸던 그는 1940년대 미국 육군의 전령으로 복무했는데 당시만 해도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은 “숙녀답지 않은” 일로 여겨졌다. 뭇 여성들이 집안일로 돌아갔을 때 그는 플로리다의 야자수 거리를 할리데이비슨을 몰고 다니며 포효했고 오프로드를 달리거나 축제 스턴트 묘기를 펼치곤 했다. 오늘날 수백 명의 여성들이 그를 기리며 연례 크로스컨트리 대회를 열곤 한다.운동선수 재키 미첼 열일곱 살이던 1931년 뉴욕 양키스의 시범경기를 보러 갔다가 베이브 루스와 루 게릭의 플레이에 반했는데 같은 해 양키스와 계약을 맺은 유일한 여자선수다. 오늘까지도 진위를 의심하는 이들이 있다. 당시 커미셔너가 계약을 없던 일로 만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미 소녀 프로야구연맹이 만들어진 것은 그로부터 9년 뒤였다. 운동선수 미키 고먼 다섯 차례의 좌절 끝에 1975년 뉴욕시티 마라톤에 그가 처음 참가 신청을 했을 때 미치코 미키 고먼은 전혀 우승 후보 감이 아니었다. 엘리트 선수라 해도 이미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마흔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같은 해에 딸까지 낳은 터였다. 그 해 2위를 차지한 다음 이듬해와 그 다음해 대회 연패에 성공했다. 산악인 앨리슨 하그레이브스 1995년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세르파 도움 없이 단독으로 올랐다. 세계 최고봉을 발 아래 둔 뒤 아들 톰과 딸 케이트에게 무전기로 전화를 걸어 “사랑하는 아이들아, 난 지금 세상에서 가장 높은 지점에 있단다. 그리고 너희들을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다. 영국이 들썩거렸지만 기쁨도 잠시, 몇달 뒤 파키스탄 K2 등정 후 하산하다 조난해 운명했다. 그리고 지난달 아들 톰마저 어머니가 스러진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낭가파르밧에서 역시 조난해 어머니를 뒤따랐다. 팝스타 글래디스 벤틀리 높은 모자와 턱시도 정장을 늘 갖춰 입었던 그는 젠더 통합을 노래하는 블루스 히트곡들과 히트곡들을 익살맞게 패러디해 1920년대 뉴욕 할렘 문화를 선도했다. 1930년대 초 레즈비언 가운데 가장 유명했고 흑인 엔터테이너 가운데 가장 성공한 이가 됐다.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껴안는 데도 앞장섰다.메이크업 아티스트 밀리센트 패트릭 1952년에 유니버설 영화사에 기용돼 영화 ‘검은 석호의 괴물’의 분장을 맡게 됐는데 그는 ‘길 맨’이란 이 괴생명체가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했다.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하자 상급자는 그를 해고하고 크레딧에서도 그의 이름을 빼고 자기 이름을 집어넣었다. 그의 작업은 몇십 년 동안 호러와 공상과학 영화 감독들에게 영감을 선사했고, 최근에는 2017년 아카데미 수상작인 ‘셰이프 오브 워터’에도 영향을 미쳤다.오페라 가수 마리안 앤더슨 195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좌에서 흑인으로는 처음 무대에 올랐다.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지만 이미 목소리가 최절정이었을 때를 넘긴 쉰일곱 살 때였다. 당시 NYT 논평은 기립박수가 터져나왔고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눈을 의심했다”고 적었다. 그는 내처 2년 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와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식 무대에도 섰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태국 성전환자 미인대회서 흑인 여성 첫 우승…트럼프에 일침 날리기도

    태국 성전환자 미인대회서 흑인 여성 첫 우승…트럼프에 일침 날리기도

    태국에서 열린 ‘2019 세계 성전환자 미인대회’(미스 인터내셔널 퀸)에서 처음으로 흑인 여성이 우승을 차지했다고 AFP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파타야에서 열린 대회에는 전 세계 19명의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여성(MTF, Male to Female)들이 참가했다. 이 중 미국 플로리다 출신 흑인 여성인 자젤 바비 로열(31)이 우승 왕관을 차지했다. 2004년 첫 대회 이후 흑인 참가자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AFP는 전했다. 우승자가 발표되자 바비 로열은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했고, 왕관이 씌워질 때엔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 바비 로열은 전 세계 유색인종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영감을 불어넣어 주기를 희망한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에이즈 예방 활동가이기도 한 그는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제한하려는 자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도 일침을 날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마디 한다면 ‘제발 다음 대통령 선거에는 나서지 말아달라’라고 말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바비 로열은 이번 대회에서 ‘베스트 탤런트 상’도 받았다. 15년째 대회를 주관한 태국은 아시아에서도 상대적으로 트랜스젠더에 개방적인 나라로 꼽힌다. 이달 24일 총선을 앞두고 최초로 트랜스젠더가 총리 후보로 출마한다는 소식이 최근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또 작년 태국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에선 그 동안 66년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스페인 출신의 트랜스젠더 여성이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나브라틸로바 LGBT 운동 진영과 사이 벌어진 이유

    나브라틸로바 LGBT 운동 진영과 사이 벌어진 이유

    성적 소수자(LGBT) 스포츠 선수들을 지원해온 미국 시민단체 ‘애슬리트 앨리’가 1960년대에 벌써 커밍아웃을 하고 LGBT 권익 옹호에 앞장서 온 테니스 레전드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체코)를 더 이상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단체는 그녀를 자문위원회에서 내쫓고 홍보대사 임명도 철회한다고 밝혔다. 18차례나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을 자랑하는 나브라틸로바는 남성이었다가 여성으로 전환한 선수가 불공평한 신체적 이점을 더 누린다며 일종의 사기라고 통박했다. 애슬리트 앨리는 나브라틸로바의 발언이 성전환자 공포에다 끈질기게 버텨온 신화에 기초한다고 지적했다. 나브라틸로바는 최근 영국 일간 ‘선데이 타임스’ 기고를 통해 “남자도 여자가 되겠다고 결심해 어떤 종목이건 필요한 호르몬을 가질 수 있고 눈에 띄는 모든 것을 취하고 작은 행운이라도 얻을 수 있다. 나중에 정반대 결심을 한다면 여자로 돌아가 아기를 함께 가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제정신이 아니며 일종의 사기다. 난 기꺼이 성전환을 한 여성도 어떤 식으로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의지에 반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공정하지 못한 일이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여성으로 성을 바꾼 남자들이 곧바로 원래 성 정체성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레이철 맥키넌은 세계 트랙 사이클 우승을 경험한 첫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이런 언급들이 “역겹고 당황스러우며 심하게 트렌스젠더를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쿨하게 넘겼다. 애슬리트 앨리는 성명을 통해 “이 이슈를 놓고 나브라틸로바와 의견 접근을 시도한 것이 첫 경험은 아니었으며 지난해 12월 말에도 그녀의 소셜미디어 발언들과 관련해 더 많은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에 따르면 나브라틸로바는 홍보대사로 합류했다가 2014년 첫 연례 갈라에서 액션 어워드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그 뒤 그녀는 국제농구연맹(FIBA)에 공개 서한을 보내 히잡 금지령을 뒤집거나 2017년 텍사스주에서 트랜스젠더 반대 법안에 반대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2016년 지침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으로 성을 바꾸면 제한 없이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남성이 여성으로 바꾸면 근육량을 늘리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적어도 12개월 동안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의무화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 뜻대로 삶을 개척한 29명의 여성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 뜻대로 삶을 개척한 29명의 여성들

    요즘 ‘여자라면 자고로’, ‘여자가 감히’와 같은 구태의연한 말을 꺼낸다면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터다. 세상에 ‘여자니까 마땅히 지켜야 하는 규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여성을 옭아맸던 사회의 인식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나다움’을 버리지 않고, 남들의 눈엣가시가 되길 꺼리지 않는 ‘만만찮은 여자들’ 덕분이다. 저자가 정의한 ‘만만찮은 여자들’이란 “자신의 필요와 열정과 목표가 주변 사람들의 필요나 열정, 목표 못잖게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자 “자기에게 주어지는 사회문화적인 기대가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진실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지 않는 여자”다. 또 그들은 “자신이라는 인간을 온전히 실현하는 대가로 가끔은 남들을 언짢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한마디로 그들은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세상을 뒤엎을 의지가 강해지기를 갈망하는 여자들에게 영감을 주고자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29명의 여성 역시 그렇다. 물리화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과학자는 마음속에 품어 왔던 야망을 바탕 삼아 총리로 변신했고(앙겔라 메르켈), 무엇이든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어떤 이는 홀로 대서양을 횡단 비행했다(어밀리아 에어하트). 신체적인 고통과 위태로운 결혼 생활 속에서도 걸작을 탄생시키며 세계적인 스타 예술가로 거듭났고(프리다 칼로),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에 움츠리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살려 어렸을 적부터 꿈꾼 배우가 됐다(라번 콕스). 그녀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은 제각각이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깨달음은 하나로 모아진다. “아주 좋은 삶은 한 가지뿐이다. 당신이 원하고 당신이 직접 만드는 삶.”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친구들에게 살해 위협받는 美의 트렌스젠더 학생들..대책 마련이 시급

    [특파원 생생 리포트] 친구들에게 살해 위협받는 美의 트렌스젠더 학생들..대책 마련이 시급

    미국의 트랜스젠더 고등학생들이 또래 집단으로부터 심각한 ‘왕따’를 당하면서 미국의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미 유명잡지 에보니는 지난 5일(현지시간) ‘소년들이 학교에서 그녀를 죽이려고 위협했다’는 기사에서 한 트랜스젠더 학생이 동급생들에게 왕따뿐 아니라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고발했다. 학생은 “나 자신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친구들은 계속 나를 위협하고 밀어붙였다”면서 “자살 충동과 우울증 등 심각한 상태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학교 내에서 그들의 인권 유린 등이 심각한 지경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랜스젠더는 사회적 성과 지정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 미 연방질병통제국(CDC)가 발표한 ‘청소년 위험 행동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고등학생 중 약 2%가 자신을 트랜스젠더라고 답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그동안 추상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CDC 관계자는 “그동안 추상적으로 파악하고 있던 트랜스젠더 숫자보다 훨씬 많은 학생이 자신의 성 정체성으로 인한 혼란과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들 성소수자를 위한 사회적 배려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CDC가 메릴랜드와 매사추세츠, 미시간 등 10개 주와 뉴욕, 워싱턴DC, 샌프란시스코 등 9개 대도시 교육구의 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 학생의 94.4%는 ‘자신이 트랜스젠더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1.8%는 ‘자신의 트랜스젠더’라고 밝혔고, 1.6%는 자신이 트랜스젠더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한다고 했다. 즉 3.4% 학생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미네소타주 9~11학년(중3~고2) 학생 8만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저널 메디아트락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3%가 트랜스젠더 등 성 정체성이 혼란스럽다고 답했다. 연구 관계자들은 개인신상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 거짓말을 하는 ‘샤이’ 응답자를 고려한다면 훨씬 많은 학생이 트랜스젠더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학생은 일반적으로 자살 충동이나 시도, 각종 폭력의 희생자가 될 확률이 훨씬 높다고 우려했다. 메디아트락스 관계자는 “트랜스젠더나 성 소수자들도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서 “이들 청소년을 위한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미 연방대법원 “성 전환자 군 입대 금지” 트럼프 손 들어줘

    미 연방대법원 “성 전환자 군 입대 금지” 트럼프 손 들어줘

    미국 연방대법원이 22일(현지시간) 트랜스젠더(성 전환자)의 군 복무 금지 조치를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이날 대법관 5 대 4의 결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7월 트위터를 통해 “우리 군은 결정적이고 압도적인 승리에 집중해야만 하고 미군 내 트랜스젠더가 가져오는 엄청난 의료비용과 혼란의 부담을 짊어질 순 없다”고 밝힌 뒤 8월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지침에 서명했다. 이 조치는 트랜스젠더의 입대뿐 아니라 현재 복무 중인 성 전환 군인에 대한 의료 혜택을 중단하는 내용을 담았다. 버락 오바마 미 전 정부 시절인 2016년 6월 성 전환자의 군 복무 허용 조치가 추진되면서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17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행이 6개월 미뤄졌고, 이후 아예 금지 조치가 발표된 것이다.인권 옹호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은 해당 지침이 미 헌법에 어긋난다며 중단하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미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긴급심리 청원을 제출했고, 연방대법원이 이날 하급법원의 명령을 해제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 “여러 하급 법원이 전국적으로 시행 정지 명령을 내리는 바람에 군의 효율성과 능력을 저해하는 과거 정책을 1년 넘게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미국인들의 안전과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계속 법정에서 싸우겠다”면서 연방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균형추가 기울었다. 이날 나온 찬성표와 반대표 비율도 5대 4다. 미 랜드연구소는 2016년 현역 성 전환 미군의 수를 최대 6600명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정부는 현역 군인들의 경우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는 등 일부 조건에 따라 계속 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2018 문화계 결산] 분단문학·평론 큰 별 지고… 페미니즘·퀴어 문학 뜨다

    [2018 문화계 결산] 분단문학·평론 큰 별 지고… 페미니즘·퀴어 문학 뜨다

    올해 문학·출판계는 ‘다사다난’했다. 문학계에서 시작한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가 문화계 전반을 휩쓸었다. 미투 열풍은 페미니즘 대중화로 이어졌다. ‘82년생 김지영’이 밀리언셀러에 등극했고, 문학계 숙원이었던 국립한국문학관 부지도 결정됐다.●한국 문학계 미투… 노벨문학상도 미투 올 한 해 문화계를 휩쓴 ‘미투’ 현상은 문단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2월 최영미 시인이 고은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최 시인은 지난해 말 계간지 ‘황해문화’에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 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이라는 내용의 시를 기고했고, 이 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미투 파문이 문학계로 번졌다. 최 시인과 고 시인은 현재 법정 공방 중이다. 미투 논란은 외국에서도 뜨거웠다. 지난 5월 스웨덴 한림원은 종신위원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인 사진작가 장클로드 아르노의 미투 의혹에 올해 노벨문학상을 시상하지 않기로 했다. 한림원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내지 못한 건 1901년 설립 이래 7번째다. ●한국 문학사 원로들… 역사 속으로 올해는 한국 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던 문단의 원로들이 세상을 등진 해이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전후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최인훈이 별세했다. 널리 알려진 그의 소설 ‘광장’은 양극화된 이데올로기를 넘어 제3의 길을 모색한 분단 시대의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8월에는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로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황현산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가, 10월에는 여든이 넘어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 가던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운명을 달리했다. 독일에 거주하며 인간 내면 깊숙한 곳의 허기와 슬픔, 그리움을 노래했던 허수경 시인도 위암 투병 끝에 별세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에세이, 예능인문학… 가벼운 책 인기 올해 대세는 ‘에세이’였다. 출간 종수 2672종으로 최근 3년 사이 가장 많았다. 베스트셀러에도 다수 포진했다. 월트디즈니 캐릭터 ‘곰돌이 푸’의 명대사와 행복의 메시지를 엮어 위로하는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가 2018년 연간 베스트셀러 정상에 올랐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 에세이가 연간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예능 인문학’ 열풍도 뚜렷했다.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는 출간 즉시 전국 서점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82년생 김지영’ 밀리언셀러… 퀴어문학 눈길 지난해에 이어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승승장구는 여전했다. 2007년 ‘칼의 노래’, 2009년 ‘엄마를 부탁해’에 이어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페미니즘 문학의 상승세와 함께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이야기를 다룬 ‘퀴어’(queer) 문학 활약도 눈부셨다. 김봉곤의 ‘여름 스피드’, 박상영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등이 작가의 첫 소설집임에도 큰 인기를 얻었다. 지난 8월에는 이종산·김금희·임솔아·강화길 등 주목받는 젊은 작가 6인이 참여한 퀴어단편선 시리즈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가 출간돼 눈길을 끌었다. ●북한 관련 책 돌풍… 5년간 최다 출간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참가, 남북 정상회담,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 등의 특수에 힘입어 북한 관련 책이 인기를 끌었다. 올해 북한 관련 도서의 판매량(예스24 기준)은 약 4만 8000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배 증가하며 최근 5년간 판매량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출간 종 수는 전년 대비 약 1.6배 늘어난 143권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 가장 눈에 띄는 책은 북한의 실상을 고발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3층 서기실의 암호’로, 올해 50·60대 남성들의 베스트셀러에도 이름을 올렸다. ●국립한국문학관 은평구에 2022년 개관 문학계 오랜 염원이던 국립한국문학관의 부지가 서울 은평구 진관동 기자촌으로 결정됐다. 국립한국문학관은 연면적 1만 4000㎡(약 4235평) 규모로 수장고와 전문 자료 복원시설, 전시·교육·연구 시설, 공연장과 편의 시설 등을 갖추게 된다. 2022년 12월 개관 예정이다. ●25년 만의 책의 해… 독서율은 ‘최저’ 올해는 1993년 이후 25년 만에 정부가 공식 지정한 ‘책의 해’였다. 책의 해를 맞아 정부와 출판계가 손잡고 전 국민 책 읽기 확산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벌였다. 이 가운데 서점의 심야 운영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전국 심야 책방의 날’은 책에 관한 관심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서량이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종이책을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독서율’은 성인 59.9%, 학생 91.7%로 나타났다. 이는 1994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출판계 블랙리스트 세종도서 논란 계속 ‘출판계 블랙리스트’ 논란을 빚었던 세종도서 선정은 올해 초부터 시작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선정을 누가 할 것이냐를 두고 출판계와 문체부가 줄다리기를 이어 가고 있다. 문체부가 민관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업 선정 주체 등 새로운 방안을 연말까지 내놓겠다고 했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오늘의 눈] 11만 여성들 외침에 응답해야 할 때/김정화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11만 여성들 외침에 응답해야 할 때/김정화 사회부 기자

    “집회는 끝나지만, ‘불편한 용기’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함께할 것입니다.”지난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편파 판결, 불법 촬영 규탄시위’에 여성 11만명이 모였다. 단일 성별 역대 최다 인원이다. 집회를 주도한 인터넷 카페 ‘불편한 용기’ 측은 처음부터 ‘여성만 참여 가능´이란 조건을 내걸었다. 이는 집회에 우호적인 남성과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까지 배제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컸다. 이들이 취재진의 성별까지 제한하면서 집회 때면 “어떻게 취재하라는 거냐”는 남자기자들과 “하지 말라”는 운영진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여성들의 호소는 훨씬 절박했다. 한 참여자는 “시위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메갈년’이라고 낙인찍힐까 봐 공중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고 했고, 또 다른 참여자는 “여기서도 얼굴이 사진과 영상으로 남을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실제 지난 5월 혜화역 1차 집회 때부터 이들을 향한 조롱과 비난은 끊이지 않았다. 일부 유튜버들은 현장 중계를 하며 여성 혐오 발언을 내보냈고, 10월 5차 집회에서는 20대 남성이 비비(BB)탄을 발사하며 시위대를 위협하기도 했다. 불법 촬영 범죄는 지난 10년간 전체 성폭력 범죄 중 가장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처벌은 여전히 미약하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조사에 따르면 불법 촬영 범죄 기소율은 해마다 낮아져 2010년 72.6%에서 2016년 31.5%까지 떨어졌다. 형이 선고되거나 확정된 1심 판결 216건을 분석한 결과 68%(147건)가 벌금형이었고, 실형은 고작 9%(20건)였다. 특정 신체 부위를 찍어야 처벌할 수 있고, 타인의 나체 사진에 얼굴만 합성한 음란물은 음란정보유통죄와 명예훼손으로만 처벌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다. 결국 현실을 바꾸려면 입법·사법기관부터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20일 홍익대 회화과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를 찍어 유포한 여성 모델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불편한 용기’ 시위의 도화선이 된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불법 촬영은 피해자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는 범죄”라며 “이는 성별과 관계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사법기관이 성별에 관계없이 피해자를 구제하고 가해자는 엄단하며 수십만 여성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는지 지켜볼 일이다. clean@seoul.co.kr
  • [여기는 남미] “트랜스젠더 살인도 페미사이드”…남미 첫 판결

    [여기는 남미] “트랜스젠더 살인도 페미사이드”…남미 첫 판결

    프랜스젠더 살인도 페미사이드(femicide,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를 당한 것)라는 판결이 남미 콜롬비아에서 나왔다. 남미에서 이런 판결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1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콜롬비아 법원은 미용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에라소 산체스(23)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산체스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피살된 트랜스젠더 아니엘라 라모스는 미용사였다. 미용실에 드나들면서 라모스를 알게 된 산체스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평소 그에게 강한 적대감을 보였다. 2017년 2월 산체스는 엽총을 들고 미용실에 들어가 라모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살해했다. 범행 후 바로 경찰에 자수한 그는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싫어 그를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여성폭력이 심각한 콜롬비아에서 사건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특히 콜롬비아 LGBT(성소수자) 사회는 사건이 페미사이드로 인정될 것인가에 주목했다. 콜롬비아는 2015년 여성보호를 위해 페미사이드 가중처벌법을 제정했다.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구사하거나 살해한 경우 형량이 늘어난다. 법원은 "피살된 라모스가 비록 신분증의 이름을 (남성형에서 여성형으로) 바꾸진 않았지만 스스로를 여성으로 생각했다"면서 "그의 성적정체성은 여성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원은 "살해동기가 트랜스젠더에 대한 선입견에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은 페미사이드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콜롬비아의 LGBT 사회는 "법원이 올바른 판단으로 사법정의를 구현했다"면서 판결을 환영했다. 여성폭력과 페미사이드는 콜롬비아의 심각한 사회문제다. 현지 비정부기구(NGO) '콜롬비아 디베르사'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선 3일마다 1건꼴로 페미사이드(여성살인)가 발생하고 있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학대를 받는 여성은 시간당 6명꼴이다. 공식 통계를 봐도 문제의 심각성은 쉽게 확인된다. 2017년 콜롬비아에선 여성 758명이 살해됐다. 피살된 성소수자는 트랜스젠더 36명을 포함해 109명이었다. 사진=나시온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남성 차별 vs 원안 후퇴…남녀 모두 반발하는 ‘여성폭력방지법’

    “여성만 피해자 규정” 폐기 청원 30여건법안 낸 정춘숙 “남녀 보호 개정안 준비”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1호 법안인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이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이후 일부 남성이 ‘남성 차별 법안’이라며 폐기를 주장하고 여성단체는 ‘원안 후퇴’라고 아쉬워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자칫 남녀 성 대결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대표 발의해 약 10개월 만에 국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등 기존 여성폭력 외에도 스토킹, 데이트폭력 등 새로운 여성폭력을 당해도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던 것에 지원 근거를 마련해 국가 책임을 규정한 게 주요 내용이다. 특히 이 법은 2차 피해에 대한 개념을 최초로 명확히 했다. 2차 피해로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겪는 사후 피해, 집단 따돌림, 사용자로부터의 불이익 조치 등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지침 마련과 교육 등 국가 책무도 부과했다. 또 여성폭력방지위원회 운영과 피해자 권리조항을 도입해 성별·연령·장애·이주 배경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도록 했다. 법 시행은 공포 후 1년으로 이르면 2019년 말이나 2020년 초쯤으로 보인다. 일부 남성은 법안에 있는 여성폭력의 정의가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돼 있다는 점을 들어 여성만을 보호하는 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10일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을 폐기해 달라는 청원이 30여건 올라와 있다. 청원 중 가장 많은 약 3만명이 동의한 청원 글에는 “여성만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생물학적 남성에 대한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행위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청원 이유를 밝혔다. 트랜스젠더 단체인 트랜스해방전선은 성명에서 트렌스젠더는 제외됐다며 “인권과 관련된 법률은 그 어느 법안보다 더욱 신중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단체에서는 법이 여성만을 피해자로 한정한 것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원안보다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이 처음 발의했을 때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한다’고 했지만 국회를 통과한 최종안에는 ‘수립·시행할 수 있다’고 의무조항에서 임의조항으로 바뀌었다. 또 ‘여성폭력 예방교육을 성평등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조항에서 ‘성평등’이 ‘양성평등’으로 수정됐다. 정 의원은 “여성으로 한정된 부분을 삭제해서 모든 사람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월드피플+] 美 최초 트랜스젠더 복서, 프로 데뷔전 승리하다

    [월드피플+] 美 최초 트랜스젠더 복서, 프로 데뷔전 승리하다

    미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남성 복서가 프로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슈퍼페더급 트랜스젠더 남성 복서 패트리시오 마누엘(34)이 지난 8일 LA 인근 인디오의 한 리조트카지노 특설경기장에서 진행된 데뷔전에서 상대선수 휴고 아길라에게 판정승을 거뒀다.현재 LA 인근 보일하이츠에서 사는 마누엘은 6년 전인 2012년까지만 해도 패트리샤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살았다. 그해 올림픽 대표선수 선발전에 출전할 만큼 그는 실력이 출중했지만, 단 한 경기 만에 어깨를 다쳐 올림픽 꿈은 좌절되고 말았다. 이후 그는 어깨 재활 치료를 받는 동안 인생의 큰 결정을 내렸다. 그건 바로 성전환 수술이다. 어릴 때부터 남자 옷을 입거나 남자아이가 갖고 노는 장난감을 좋아했다는 그는 줄곧 자신이 남자였으면 하는 상상을 해왔다. 다행히 어머니와 할머니 등 가족 역시 그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원하는 대로 하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기에 큰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는 이듬해 9월부터 본격적인 호르몬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선발전을 치른지 26개월 만에 솔트레이크 시티로 가서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것이다. 6000달러에 달하는 수술 비용은 그의 할머니가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꿈에 그리던 남자가 됐지만 자신의 커리어가 끝날 위기에 처하고 만다. 다니던 체육관에서 쫓겨났고 심지어 오랜 기간 동고동락한 트레이너와도 관계가 끝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혼자 훈련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복싱협회가 그에게 남성 선수 자격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리우 올림픽이 열리기 전 남녀 트랜스젠더 선수들 역시 제한 없이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정책으로 바꾼 뒤에야 마침내 그는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그 후로도 트레이너는 물론 스파링 상대조차 찾기 어려웠다.그러던 어느 날 그는 두아르테 복싱클럽의 베테랑 트레이너 빅 발렌수엘라의 눈에 들어 훈련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번 데뷔전을 주선한 ‘골든보이 프로모션’의 에릭 고메스 회장과도 친분이 있다고 알려진 발렌수엘라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마누엘은 단지 남자들 중 한 명일 뿐”이라면서 “누가 그에게 '그녀'라고 부르면 따끔하게 혼을 냈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미디어 서커스(언론의 흥미 위주 보도)가 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 전 마누엘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안 대부분의 상대 선수가 경기를 취소했다. 이 때문에 그가 데뷔전까지 치를 수 있었던 경기는 고작 2차례가 전부다. 아길라 역시 경기 전 마누엘의 성전환 사실을 알게 됐지만,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경기 이틀 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밝혔다. 멕시코 출신으로 미국에서 처음 데뷔전을 치른 아길라는 마누엘에 대해 “매우 존경스럽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봐주는 것은 없다”면서 “그가 이기고 싶어하듯 나 역시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하지만 아길라의 희망은 그야말로 희망으로 끝나고 말았다. 데뷔전 당일 1라운드 경기에서 마누엘은 4번의 잽 공격을 적중시켰다. 2라운드에서는 아길라가 되살아나 펀치를 퍼부어 마누엘 역시 쓰러질 뻔했지만, 3라운드부터는 마누엘이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 후 마누엘은 심판진으로부터 39 대 37로 판정승을 거뒀다.성공적인 프로 데뷔전을 치른 마누엘은 당분간 다음 경기가 있을 때까지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휴가도 다녀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2월 말쯤 다음 경기가 치러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이렇게 싸워본지 정말 오래 됐다. 녹은 완전히 떨어졌다”면서 “이제 움직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빅토리아 시크릿 겨냥?… 당당히 몸매 드러낸 플러스 사이즈 모델

    빅토리아 시크릿 겨냥?… 당당히 몸매 드러낸 플러스 사이즈 모델

    세계적인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 에드 라젝이 ‘트랜스젠더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은 빅토리아 시크릿이 추구하는 ‘판타지’가 아니다’고 말해 대중의 비난을 받은 가운데, 모델 이스크라 로렌스가 빅토리아 시크릿을 겨냥한 영상을 공개해 화제다. 4일 플러스 사이즈 모델 이스크라 로렌스(28)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지금 진짜 쇼를 시작하겠다. 나의 셀룰라이트는 귀엽고 섹시하다. 모든 사람은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우리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미적 기준이 아니라 우리 존재 자체다”는 글과 함께 비키니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는 회색 비키니를 입은 이스크라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몸매를 뽐내는 모습이 담겼다. 카메라를 향해 자신 있게 걸어온 이스크라는 손 키스를 날린다. 이어 바다를 바라본 채 두 손을 높이 들고 몸을 흔들며 자신의 몸매를 마음껏 과시한다. 이스크라의 게시물은 최근 트랜스젠더와 플러스 사이즈 모델에 대한 빅토리아 시크릿 최고마케팅책임자 에드 라젝의 인터뷰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에드 라젝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쇼는 판타지이기 때문에 트랜스젠더를 무대에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위해 텔레비전 광고 제작을 시도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등의 발언을 해 뭇매를 맞았다. 에드 라젝은 이후 “경솔한 발언이었다”고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한편 이스크라 로렌스는 88사이즈의 풍만한 몸매를 가진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여성들에게 자신의 몸에 자부심을 갖고 당당해질 것을 주장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영상=Video Break/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여기는 남미] ‘엉덩이 미인’ 뽑는 대회에서 폭력사태…왜?

    [여기는 남미] ‘엉덩이 미인’ 뽑는 대회에서 폭력사태…왜?

    최고의 엉덩이 미인을 뽑는 브라질의 미스붐붐대회 결선이 폭력으로 얼룩졌다. 브라질 각 주(州)에서 대표 27명이 참가한 2018년 미스붐붐대회의 결선은 최근 상파울로에서 열렸다. 결선에 오른 15명 가운데 올해 브라질 최고의 엉덩이 미인으로 뽑힌 영예의 미스붐붐은 론도니아주 대표로 출전한 엘렌 산타나(31). 사회자가 이름을 부르자 산타나는 기쁨과 감격이 뒤범벅된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앞으로 나왔다. 관중석에선 새로운 '엉덩이 미인'의 탄생을 축하하는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어 무대에 오른 2017년도 미스붐붐 로시에 올리베이라가 산타나에게 미스붐붐 왕관과 어깨띠를 건냈다. 돌발사태가 벌어진 건 바로 이때다. 결선에서 미끄러진 참가자 알리네아 우바가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 왕관과 어깨띠를 빼앗은 것. 동시에 우바는 "산타나의 엉덩이는 플라스틱 엉덩이야! 내가 확인했어!"라고 소리쳤다. 우바는 대회 우승자가 성형으로 만든 엉덩이로 대회를 재패했다고 주장했다. 엉덩이 성형을 한 여성에게 미스붐붐대회 출전은 금지돼 있다. 우바는 우승을 놓친 게 억울하다는 듯 "내 엉덩이가 진짜 자연산 엉덩이"이라고 외치면서 한동안 소란을 피웠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과 주먹다짐이 벌어졌다. 주최 측 관계자들이 말리면서 우바는 무대에서 내려갔지만 분을 삭히지 못하고 "참가자 중엔 남자였다가 6년 전에 성전환한 트랜스젠더도 있다"라는 등 한동안 폭로전(?)을 이어갔다. 둘레 120cm에 육박하는 풍만한 엉덩이를 가진 미스붐붐 산타나는 대회기간 내내 성형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한편 2011년 처음 시작된 미스붐붐은 브라질에서 가장 아름다운 엉덩이를 가진 여성을 뽑는 대회다. 대회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크로니카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난 아직 젊어”…69세 남성, 20세 나이 줄이기 위해 법적 소송

    “난 아직 젊어”…69세 남성, 20세 나이 줄이기 위해 법적 소송

    네덜란드에서 60대 남성이 실제 나이를 20세까지 줄이기 위해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네덜란드 겔더란트주 아른헴시에 사는 남성 에밀 라텔밴드(69)의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에 따르면, 네덜란드 매스컴의 인기 스타이자 연설가인 라텔밴드는 공식 문서 상에 자신의 나이를 고칠 수 있도록 청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를 거부당하자 지방 정부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1949년 3월 11일에 태어난 라텔밴드는 “실제 나이보다 적어도 20살 정도 더 젊게 느낀다”면서 “건강 검진을 받았는데, 생물학적 나이가 45살이었다. 의사들도 내가 45살의 신체 나이를 가지고 있다 말했다”며 자신의 생년월일을 1969년 3월 11일로 바꾸길 원했다. 그는 “내가 69살이면, 제한을 받지만 49살이면 새집을 사거나 다른 자동차를 몰 수 있다. 더 많은 여성을 만나거나 더 많은 일도 할 수 있다”며 “매일 나이 때문에 차별 대우를 받는다. 기업들도 연금을 받는 노인을 컨설턴트로 고용하길 꺼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트랜스젠더들이 출생증명서에 적힌 그들의 성별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나이 전환도 가능하도록 바뀌어야 한다”며 “난 다시 은퇴 연령에 도달할 때까지 연금도 포기할 것이다. 그러면 정부에게도 좋은 소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판사는 “당신 부모님은 그 무렵에 누구를 보살폈는가? 당시 그 작은 소년은 누구였는가”라며 1949년부터 1969년까지 라텔밴드의 유년시절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그의 의견에 다소 공감은 하나 사람들이 출생 날짜를 바꾸도록 허용하는데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법적으로 삶의 일부를 지우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각하했다. 법원은 4주 이내에 그에게 서면 판결을 전달할 예정이다. 사진=데일리메일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트럼프 보수 표심 겨냥… “생물학적 性만 인정할 것”

    트럼프 보수 표심 겨냥… “생물학적 性만 인정할 것”

    ‘트랜스젠더 배제’ 性 정의 축소법 추진 140만 성전환자 군복무 제한 이어 강수 핵심 지지층인 백인 기독교도 결집 의도 美언론 “인구 0.7% 보호·평등 가치 후퇴” 성소수자들 SNS에 “지워지지 않는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연방법인 ‘타이틀 나인(IX)’에 담긴 성(性)의 의미를 ‘출생 시 결정된 생물학적 성’으로 축소 정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21일(현지시간) 알려졌다. 타이틀 나인은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대학 등 학교 내 성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이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1월 성명에서는 “LGBTQ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 동성애자)의 권리를 계속 존중하고 지지해 나갈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전 정부가 서명한 ‘직장 내 LGBTQ 차별 금지에 관한 2014년 행정명령’을 유지시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 내 140만명에 이르는 성전환자(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이들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극단적 방안까지 내놓았다. 이는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인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도 등 보수 표심을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한 미 보건복지부 내부 메모에 따르면 성(性)을 ‘출생 시 생식기에 의해 결정된 생물학적, 불변의 조건’으로 축소 정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아울러 복지부는 각 부처의 관련 규정에 새로운 성 정의를 채택하도록 촉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는 연내 이에 대한 법무부의 판단을 거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메모에서 “명확하고 과학에 기초하고 객관적인 생물학적 토대에서 결정된 명백하고 균일한 성 정의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면서 “성에 관한 모든 논쟁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메모는 지난 봄 이후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에 대해 “범정부 차원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보호 조치를 되돌리는 가장 과감한 움직임”이라면서 “교육현장은 물론 의료, 복지 혜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인구의 0.7%에 해당하는 이들에 대한 관용과 평등의 가치가 후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랜스젠더 인권 옹호단체인 ‘트랜스젠더 평등을 위한 내셔널 센터’의 하퍼 진 토빈 정책국장은 “수많은 연방법원의 결정(판결)과 모순되는 극도로 공격적인 법률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현재 콜로라도, 뉴욕, 캘리포니아, 메인, 워싱턴DC, 오리건 6개 주가 ‘제3의 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제3의 성을 지지하는 이들이 자신의 사진과 함께 ‘지워지지 않을 것’(#WontBeErased)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공유하는 움직임이 확산했다. 한편 미 군사역사학자이자 보수 논객인 맥스 부트는 이날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보수적인 선동을 일삼는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현장을 찾아 지지자들에게 “2018년 선거는 ‘캐러밴’(지난 12일 온두라스를 중심으로 시작된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 선거가 될 것”이라며 반(反)이민 정서를 노골적으로 자극했다. 서울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와글와글+] 서류상 男인 트랜스젠더 女범죄자, 어느 교도소 가야 할까?

    [와글와글+] 서류상 男인 트랜스젠더 女범죄자, 어느 교도소 가야 할까?

    생물학적·법적으로 여전히 남성인 범죄자가 여성 교도소에 수감돼 논란이 일었다. 영국 메트로 등 현지 언론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남성으로 태어난 캐런 화이트(52)는 여성들을 공격해 상해를 입히는 범죄를 저지른 뒤 현지의 한 교도소에 수감됐다. 하지만 이후 자신이 트랜스젠더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여성 교도소로 옮겨줄 것을 법무부에 요청했다. 법무부는 별다른 의심 없이 이를 인정해 그를 여성 교도소로 이감했다. 여성 교도소로 옮겨진 후부터 그는 여성처럼 화장하고 옷을 입었으며, 가짜 가슴을 몸에 착용하는 등 진짜 여성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9월. 그는 같은 교도소에 수감된 여성 재소자 2명을 성폭행했고, 여성 재소자들과 함께 있는 동안 남성성을 드러내는 등 여성이라고 볼 수 없는 행동들을 일삼았다. 이 문제가 알려지자 비난이 쏟아졌다. 그와 한 교도소에 있던 여성 재소자들은 그를 ‘포식자’라고 부르며 공포와 분노를 표출했다. 특히 그에게 과거 여성 성폭행 전력이 있다는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자 전역에서 법무부의 이감 결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결국 현지 법무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과 사과의 뜻을 표했으며, 그에게 남성 교도소에서 종신형을 살 것을 명령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당신은 ‘이성애 합법화’를 찬성하십니까

    [강남순의 낮꿈꾸기] 당신은 ‘이성애 합법화’를 찬성하십니까

    어느 날 학교 연구실에 있는데 조교인 샘(Sam)이 불쑥 문을 두드렸다. 조교라도 미리 약속을 하지 않고 찾아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웬일인가”라고 물었더니, 너무나 기쁜 소식이 있어 빨리 나누고 싶어서 왔다고 한다. 7년 만에 어머니가 전화를 했는데, “너희 둘은 어떻게 지내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하는 샘의 얼굴을 보니, 그림자 하나도 없는 환한 웃음이 얼굴에 가득하다.그가 어머니의 이 평범한 인사말에 그토록 기뻐한 것은 바로 ‘너희 둘’(you two)이라는 말 때문이다. 게이로 커밍아웃을 한 이후 집에서 더이상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겠다고 하여, 샘은 7년 동안 가족과 연락 두절을 하고 지내 왔다. 7년 만에 연락을 한 어머니가, ‘너’가 아니라, “너희 둘은 어떻게 지내니?”(How are you two?)라는 인사말을 한 것이다. ‘너’(you)에 ‘너희 둘’(you two)이라는 단어를 하나 집어넣어 두 사람의 안부를 물은 그 한마디 말로, 샘은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부정당해 왔던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는 감격의 경험을 했다.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매우 복잡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이렇게 말 한마디를 덧붙이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서 가능하다. ‘너’라는 말과 ‘너희 둘’이라는 말 사이의 차이가, 어떤 사람의 삶에는 극과 극의 희비가 교차할 수 있는 것임을 샘은 내게 전해 준다. ●세계정신의학회 “비정상·질환 간주는 오류” 나의 학생, 친구, 동료 중에는 이른바 ‘성소수자’(LGBT: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 트랜스젠더)들이 여럿 있다. 내가 일하는 대학교는 성소수자 중심의 동아리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벌인다. 그런데 이들이 대학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사회는 물론이고 가족, 친구, 교회로부터 그 존재가 부정되곤 한다. 왜 그런가. 이들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것은 ‘정상-비정상’이라는 틀에서 시작된다. 이분법적 틀에서 보면, 이성애만이 정상이고 그 밖에 다른 방식은 모두 비정상이다. 인간의 성적 지향의 다양성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은 마치 과학자들이 ‘지구가 돈다’는 것을 발견한 후에도, 지동설을 외면하고 부인하던 중세의 인식론적 오류와 유사하다. ●1992년 WHO ‘다양한 성적 지향 인정’ 공식화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는 오랜 연구 끝에 인간에게 이성애만이 아니라 다양한 성적 지향(orientation)이 있으며, 이성애를 제외한 다른 모든 성적 지향을 고쳐야 할 정신질환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류였다고 결론 내렸다. 1992년 세계보건기구(WHO)도 모든 다양한 성적 지향을 인간 섹슈얼리티의 ‘정상적’ 형태로 인정하는 것을 공식화했다. 2012년 유엔 인권이사회는 성소수자의 인간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2016년 세계정신의학회는 성소수자의 섹슈얼리티가 사회적 낙인과 차별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정신질환이라는 논쟁이 계속되자, 이 모든 성적 지향들이 결코 병리현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성애가 아닌 성적 지향을 가진 이들을 비정상 또는 질환을 지닌 이들로 간주하는 것은 분명한 오류라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오랜 연구를 거듭한 후에 이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중세기에 많은 이들이 지동설을 외면했듯이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이들은 이러한 사실을 외면한다. 내가 학교에서 접하는 여러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누구도 이른바 ‘평탄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병원·직장·종교 공동체에서, 또는 가족·친척·친구들로부터 다층적인 차별과 혐오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주류에서 벗어나는 성적 지향 때문에 어릴 적부터 고통 속에서 살아 왔고, 또는 자기혐오와 자기부정, 사람들의 편견과 질시를 견디다 못해 자살을 시도한 이들도 많다. 만약 이들의 성적 지향이 ‘치료 가능’한 것이라면, 왜 이들이 이토록 힘든 삶을 일부러 선택하겠는가. 설사 ‘선택’이라 할지라도, 한 사람의 존재방식을 정죄하고 부정할 권리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은 동성애를 찬성하십니까?’, ‘동성애 합법화에 찬성하십니까?’ 사람들은 정치, 교육, 종교계 등 한국사회 곳곳에서 이러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대선 주자들과 정치가들에게, 그리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사적 자리에서도 이런 질문은 끊임없이 회자된다. 그런데 이 ‘덫’과 같은 질문에 즉각적인 답을 하기 전에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 있다. 그 질문은 과연 타당한 것인가. 타당성 여부는 질문을 거꾸로 뒤집는 장치를 통해서 검증할 수 있다. ‘당신은 이성애를, 이성애 합법화를 찬성하는가?’ ●국민적 정서·합의로 정당성 결정할 문제 아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모독, 또는 정죄는 매우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같이 들리는 ‘동성애를 찬성하는가’와 같은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인간의 섹슈얼리티가 각 사람들이 지닌 존재 방식이라는 것이 밝혀진 지금, 그러한 각기 다른 존재 방식이 ‘찬성’ 또는 ‘반대’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성적 지향이나 젠더의 성향이 이른바 ‘주류’의 그것과 같지 않다고 해서, 찬성·반대 또는 국민적 정서나 합의를 도출하여 그 정당성을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방식 자체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만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차별’이다사람들은 종교, 정치, 교육, 미디어 등을 통해서 다층적인 ‘정상과 비정상’의 논리를 끊임없이 생산·재생산하곤 한다. 이성애·동성애, 기혼자·비혼자, 유자녀 가족·무자녀 가족, 양부모 가족·한부모 가족 등을 ‘정상과 비정상’의 잣대로 재단하면서 무수한 사람들을 ‘비정상의 범주’로 집어넣는다. ‘정상’의 이름으로 자신과 다른 이들의 다양한 존재방식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상-비정상의 레토릭은 ‘지배와 종속의 논리’를 정당화하면서, ‘타자의 식민화’ 기능을 하게 된다. 엠마뉘엘 레비나스는 ‘얼굴’이야말로 타자에 대한 책임성이 시작되는 윤리적 현장이라고 한다. 윤리란 특정한 이론적인 근거나 종교·성별·국적·성적지향·장애여부·나이·사회적 계층 등과 같은 외적 조건들로부터가 아니라, 바로 얼굴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배제는 그 어떤 이론이나 종교적 신념에 의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지니고 있는 얼굴을 바라보라. 이 세상에 그 누구도 그 생생한 얼굴의 존재를 거부하고 혐오할 위치에 서 있지 않다, 설사 신이라 해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성소수자 부모들이 모인 콘퍼런스에 강연자로 간 적이 있다. 2박 3일의 모임을 하면서 거의 모든 세션에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성소수자 당사자들이나 부모들이 눈물 없이 이야기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말의 언어만이 아니라, 인간의 ‘몸의 언어’는 강력한 전달통로이다. 어떤 이라도 재미로 또는 타락해서 성소수자가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그들이 일생 경험하는 배제, 멸시, 그리고 고통의 눈물이 너무 많다. ‘눈물’이 자신의 언어가 되어버리는 삶을 누가 선택하겠는가. ‘이성애를 찬성하십니까?’ 이것이 부적절한 것처럼, ‘동성애를 찬성하십니까’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에서 반인권적 질문이다. 첫째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의 오류, 그리고 둘째 타자의 존재 부정을 이미 담고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혐오, 여성혐오, 난민혐오, 이슬람혐오, 장애혐오 등 다양한 혐오가 점점 극단화되고 있다. 이제 ‘동성애에 찬성하십니까’를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당신은 혐오를 찬성하십니까 또는 반대하십니까?’ 올바른 질문을 묻는 것, 성숙한 민주사회의 첫걸음이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대화하듯 읽히는 평범한 이들의 파란만장 인터뷰

    [칼럼니스트 박사의 사적인 서재] 대화하듯 읽히는 평범한 이들의 파란만장 인터뷰

    거리의 인생/기시 마사히코 지음/김경원 옮김/위즈덤하우스/364쪽/1만 6000원육성을 듣는 순간은 각별하다. 한숨, 웃음, 머뭇거리는 순간, 단어를 고르는 시간이 문장을 만든다. 생략과 부언의 조합이 성격을 드러낸다. 듣다 보면 내용의 생경함이나 친숙함과 무관하게 이 사람이 지금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공감이 번져난다. 외국인 게이, 트랜스젠더, 섭식장애인, 성 산업 종사자인 싱글맘, 노숙자라도 그렇다. 나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이들이라도 그렇다. 인간을 이해하려면 문학을 읽으라고들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와는 조금은 다른 의미에서, 인터뷰를 읽을 때 인간에 대한 이해는 더 깊어진다. 성공한 자의 찬양 일색 인터뷰도 인터뷰하는 이가 겹쳐지고 행간과 생략이 짐작되면 종이 너머의 사람이 더 풍부하게 다가온다. 하물며 더 많은 행간, 더 많은 생략의 흔적을 보여 주는 이 낯선 형식의 인터뷰는 어떨까.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 뒤 졸여내고 압축해서 법칙을 뽑아내는 것이 직업인 사회학자가 구술 채록의 생생함을 그대로 살려 낸 인터뷰를 묶어 책으로 냈다. 편집을 최소화했기에, 읽다 보면 그냥 내가 대화하는 것 같다. 혹은 친구들이 대화하는 것을 옆에서 나른하게 지켜보는 느낌이다. 그들이 웃으면 웃고 싶어지고, 가끔은 말참견하고 싶어진다. 그들은 유명인도 아니고 역사에 남을 만큼 성공한 이도 아니라는 점에서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삶은 흔히 볼 수 있는 삶은 아니다. 루이스는 남미에서 떠들썩한 친척에게 둘러싸여 살다가 청소년기에 일본으로 들어왔다. 외국인이자 게이인 그의 삶은 ‘이중의 소수자’라 할 만하다. 리카는 ‘뉴하프’다. 남자이지만 여성의 모습으로 유흥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일찌감치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달은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낸다. 마유는 가정에 전혀 문제가 없지만, 섭식장애를 겪으면서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맞선 자신만의 견해를 가다듬는다. 요시노는 세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몰락한 남편의 빚까지 떠안게 돼 어쩔 수 없이 성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니시나리 아저씨는 노숙자다. 본명조차 알 수 없는 이 남자는 순탄치 못했던 자신의 인생을 변명, 허세, 불완전한 기억으로 뒤섞어버린다. 다섯 명과 나누는 대화는 느슨하지만 깊이 귀 기울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더듬어 찾아가던 기억, 마음대로 안 되는 일들, 나 자신을 알기 위한 시간들. 그러한 삶이 겹치고 겹쳐서 지금 여기를 만든다.
  • [여기는 남미] “38년 만에 여자됐다”…콜롬비아 첫 트랜스젠더 교사

    [여기는 남미] “38년 만에 여자됐다”…콜롬비아 첫 트랜스젠더 교사

    남미 콜롬비아에서 사상 처음으로 초등학교 교사가 된 트랜스젠더가 뒤늦게 언론에 소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콜롬비아 칼리의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솔립시 나비아 플라타(48)가 화제의 주인공. 지금은 이렇게 여성 이름을 갖고 살고 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는 카를로스 아르만도라는 남성 이름을 가진 남자교사였다. 플라타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성적 정체성은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 38년 만에 (여자가 되는) 꿈을 이루게 돼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사연을 알고 보면 플라타의 행복은 과언이 아니다. 플라타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알게 된 건 10살 때였다. 어느 날 동네 친구들과 놀면서 '원더우먼' 복장을 하면서 "난 남자가 아니라 여자로 태어났어야 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그날 그는 아버지로부터 흠씬 매를 맞았다. 사내아이가 여자 역할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할 정도로 호되게 매를 맞은 그는 여자가 되겠다는 꿈을 절대 발설하지 않기로 했다. 어른들이 "장래 희망이 뭐니?"라고 물으면 교사가 되는 것이라고 답하면서도 그는 속으론 "그건 직업일 뿐이고요, 진짜 꿈은 여자가 되는 것이에요"라고 답하곤 했다. 진짜 여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꾹 누르면서 산 그의 인생은 겉으론 순탄했다. 19살 때 초등학교 교사가 됐고, 사촌의 소개로 만난 여자와 가정을 이뤄 자녀도 셋을 두었다. 그렇게 억지로 남자로 살던 그에게 삶의 전환점이 된 건 아버지의 죽음이다. 2002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는 "이젠 여자가 될 수 있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만 33살 때였다. 때마침 학교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자유토론이 열렸다. 가정 문제에 대해 동료, 학부모 등과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그는 여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까진 꼬박 15년이 걸렸다. 가족의 동의를 얻고, 동료들에게도 양해를 얻어야 했다. 트랜스젠더가 된 후에도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선 교육부의 허락도 받아야 했다. 플라타는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성적 정체성을 알리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럴 때마다 플라타는 "나 자신에게 충실한 모습을 보이면 학생들에게도 본이 될지 모른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힘을 내곤 했다. 2017년 플라타는 꿈에 그리던 여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올해엔 트랜스젠더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콜롬비아에서 탄생한 1호 트랜스젠더 교사다. 그런 그에게 학교에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초등학교의 교장은 "플라타는 직업에 인생을 던진, 책임감 있는 여교사이자 위대한 여성"이라면서 "여자가 된 후 처음엔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젠 모두 그를 훌륭한 여교사로 존경한다"고 말했다. 사진=엘파이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포토] ‘여자보다 더 예쁜 여자?’… 태국 트랜스젠더 미인대회

    [포토] ‘여자보다 더 예쁜 여자?’… 태국 트랜스젠더 미인대회

    31일(현지시간)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2018 미스 티파니 유니버스(Miss Tiffany’s Universe Thailand)’에서 우승을 차지한 Kanwara Kaewjin(가운데)가 왕관을 쓰고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태국의 미인대회 중 하나인 ‘미스 티파니 유니버스’는 성전환수술로 여성이 된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트랜스젠더 미인대회이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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