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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가 된 인셉션의 그녀 “이제 온전한 내가 됐다”

    ‘그’가 된 인셉션의 그녀 “이제 온전한 내가 됐다”

    아역부터 여성스러운 모습 강요당해인셉션·엑스맨 촬영 땐 공황장애까지사진·영화 속 내 모습도 보기 힘들었다 영향력 큰 인사들, 잘못된 인식 퍼뜨려차별받는 성소수자들에게 도움 줄 것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신호 표지를 트랜스젠더 배우 엘리엇 페이지(34)로 장식했다. 타임 표지에 커밍아웃한 트랜스 남성이 실린 것은 처음인데 미국, 영국 등 서구 사회는 물론 한국과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트랜스젠더 차별에 정면으로 맞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6일(현지시간) 타임에 실린 인터뷰에서 페이지는 어릴 때부터 느낀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배우 생활을 하며 겪은 어려움, 트랜스젠더 인권을 위한 투쟁에 대해 얘기하며 “이제 나는 온전한 내 자신”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트랜스젠더라고 밝힌 이후 처음 이뤄진 인터뷰다. 페이지는 커밍아웃 당일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40만명 늘어나는 ‘파장’을 경험했고, 또한 최근작인 넷플릭스의 ‘엄브렐러 아카데미’에서 맡았던 배역을 올해 촬영되는 시즌3에서도 계속 연기하도록 ‘지지’를 받았다. 인터뷰에서 ‘그’(He·him)로 지칭되는 페이지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받아들이는 것과 남들이 인식하는 모습 사이 괴리가 컸다고 돌아봤다. 그는 “아홉 살 무렵 머리를 짧게 자른 뒤 처음 느낀 성취감을 기억한다”며 “다른 사람이 보는 소녀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역 배우로 데뷔하며 자주 ‘여성스러운’ 모습을 강요당했고 그때마다 불편함을 느꼈다. ‘엑스맨’ 시리즈와 ‘인셉션’ 등 블록버스터 영화를 촬영할 때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 우울증, 공황장애까지 앓을 정도였다. 그는 “오랜 시간 사진 속 내 모습을 제대로 못 봤다. 내가 출연한 영화도 보기 힘들었다”며 “그저 존재하는 것에 지쳐 연기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에 트랜스 남성임을 공언하며 도덕적인 책임감도 일부 느꼈다고 털어놨다. 자신이 성소수자로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과 함께 만연한 트랜스젠더 차별을 없애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등 정책 변화를 이끌었지만, 한편에선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영국 작가 조앤 롤링 등의 과격한 비난이나 조롱도 계속되고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 환영받지 못하고 실업과 빈곤을 겪으며 의료 서비스를 거부당하는 일도 많다. 이에 대해 페이지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트랜스젠더에 대해 잘못된 신화를 퍼뜨린다. 우리는 매일 우리 존재에 대한 논쟁을 보고 있다”며 “트랜스젠더는 실재하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백인이며 경제적으로 부유한) 특권을 누리며 현재의 위치에 있게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른 성소수자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며 “인간의 정체성은 복잡하고 불가사의하다. 사람들의 다양성을 축하할 수 있다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타임 표지 등장한 엘리엇 페이지 “이젠 완전한 내가 됐다”

    타임 표지 등장한 엘리엇 페이지 “이젠 완전한 내가 됐다”

    “나는 온전한 내 자신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신호 표지를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한 배우 엘리엇 페이지(34) 사진과 인터뷰로 꾸몄다. 타임 표지에 커밍아웃한 트랜스남성이 실린 것은 처음이다. 16일(현지시간) 타임은 페이지와의 인터뷰를 싣고 그가 어릴 때부터 느꼈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배우 생활을 하며 겪은 어려움, 트랜스젠더 평등을 위한 투쟁에 대해 폭넓게 다뤘다. 지난해 12월 그가 트랜스남성이라고 커밍아웃 한 이후 처음 이뤄진 인터뷰다. “소녀로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인터뷰에서 ‘그’(He/him)로 지칭되는 페이지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받아들이는 모습과 남들이 인식하는 모습 사이 괴리가 컸다고 돌아봤다. 그는 “9살 무렵 머리를 짧게 자른 뒤 처음 느낀 성취감을 기억한다”며 “다른 사람들이 보는 소녀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했다.하지만 아역 배우로 데뷔하면서 자주 ‘여성스러운’ 모습을 강요당했고, 이때마다 불편함을 느꼈다. ‘엑스맨’ 시리즈와 ‘인셉션’ 등 블록버스터 영화를 촬영할 때는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너무 커 우울증, 불안, 공황 장애까지 앓을 정도였다. 그는 “오랜시간 나는 사진 속 내 모습을 제대로 못봤다. 내가 출연한 영화도 보기 힘들었다”며 “그저 존재하는 것(just exist)에 너무 지쳐 연기를 그만두는 것까지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SNS로 ‘첫 폭로’···실제 일어난 엄청난 증오 그가 성정체성을 드러내기로 결심한 건 지난해 연인 엠마 포트너(26)와 결별하고, 코로나19로 집안에만 갇혀 지내면서다. 그는 지난해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트랜스남성임을 밝혔다. 페이지는 “많은 지원과 사랑, 그리고 엄청난 증오와 트랜스포비아를 예상했다”며 “그리고 그게 실제 일어났다”고 돌아봤다. 그가 예측하지 못한 건 파장이 얼마나 커질지였다. 그는 발표 이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트랜스젠더 중 한명이 됐고, 20개국 이상의 국가의 트위터에서 그의 소식이 빠르게 퍼졌고, 그날 하루에만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40만명이 늘었다.“가슴 수술도···내 몸, 똑바로 볼 수 있어” 각종 연기 제의도 들어왔다. 트랜스젠더 역할뿐 아니라 친근한 ‘남자’(dude) 역할로도 러브콜이 쏟아졌다. 인터뷰에서 그는 가슴 수술을 했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트랜스젠더에게 수술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도 “내가 수술한 건 사춘기 시절 ‘완전한 지옥’이라고 여긴 몸을 드디어 똑바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미국, 영국 등 서구 사회는 물론 한국 등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심각한 차별에 대해 경각심을 드러냈다. 페이지는 “매일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트랜스젠더에 대한 잘못된 신화를 퍼뜨리고 있다. 우리는 매일 우리 존재에 대한 논쟁을 보고 있다”며 “트랜스젠더는 정말, 진짜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백인이며 경제적으로 부유한) 특권을 통해 자원을 얻고 현재의 위치에 있게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른 성소수자들에게도 도움주고 싶다”며 “우리가 사람들의 놀라운 복잡성을 축하할 수 있다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오늘의 눈] 삭제를 거부한다/오세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삭제를 거부한다/오세진 사회부 기자

    설 연휴였던 지난달 13일 SBS가 록 그룹 퀸의 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의 생애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면서 동성 간 키스 장면을 삭제했다. 반면 이성 간 키스 장면은 그대로 내보냈다. 또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출마한 정치인들은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하거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말 뒤에 숨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모두 성소수자의 가시화를 막겠다는 처사들이다. 적지 않은 성소수자들이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에서 학대를 당하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직장에서 해고되고 있다. 미디어는 성소수자를 배제하거나 극의 희극성을 높이는 인물로 묘사하기 일쑤다. 이런 전방위적인 차별 앞에 성소수자의 삶이 안전할 리 없다. 성소수자 차별은 옳지 않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많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2020년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3.6%가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2017년 6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약 81%가 ‘직장 동료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해고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인권위가 2017년 공개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성소수자의 92.2%가 오프라인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했다는 응답 비중은 98.0%였다. 지난달 공개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5.2%가 지난 1년 동안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성소수자를 처벌하는 법 조항까지 갖고 있다. 현행 군형법 제92조의6은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접촉도 처벌한다. 유엔에서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를 계속 권고하고 있지만 올해로 15년째 차별금지법도 제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국회의 현주소다. 이런 인식과 현실 간의 괴리는 어디에나 있는 성소수자를 ‘자기 주변에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성소수자가 광장에 모이지 못하게 하고 미디어가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거나 왜곡하는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은 성소수자의 존재를 모른 채 살아간다. 성소수자가 내 가족, 내 친구, 내 연인, 내 이웃이라면 ‘동성애는 질병’이라는 혐오발언이나 ‘성소수자 인권 보장은 나중에’라는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연구’에 따르면 성소수자를 가족이나 친구로, 동네에서 만난 경험이 있을 경우 만난 경험이 없을 때보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적었다. 성소수자는 지금보다 더욱 가시화돼야 한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삭제하려는 모든 시대착오적인 시도를 이제는 거부해야 할 때다. 5sjin@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죽음의 절벽으로 내몰린 이들, 트랜스젠더와 시스젠더 모두 인간이다

    [강남순의 낮꿈꾸기] 죽음의 절벽으로 내몰린 이들, 트랜스젠더와 시스젠더 모두 인간이다

    학기 초 첫 수업에서 나의 학생들은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갖곤 한다. 많은 학생이 시스남성, 시스여성, 트랜스남성, 트랜스여성 또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등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자신을 부를 때 사용해야 할 대명사가 무엇인지 ‘그’(he), ‘그녀’(she), ‘그들’(they) 등으로 밝히곤 한다.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강의실 장면이다.트랜스젠더의 사전적 정의는 “젠더 정체성이 태어날 때 지정된 생물학적 성과 본인이 느끼는 성이 다른 사람”이다. 시스젠더는 태어날 때 지정된 성과 본인이 느끼는 성이 같은 사람이다. 시스젠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트랜스젠더와 연대하는 의미다. 트랜스젠더에게만 ‘트랜스’라는 특별한 표지를 붙이는 것은 트랜스젠더를 주변부로 위치하게 하기 때문이다. 남성 교사는 ‘교사’로 하고 여성 교사만 ‘여교사’라고 호칭하게 될 때 남성은 중심부에, 여성은 주변부에 위치하게 하는 것과 같은 기능을 한다. 변하는 것은 이러한 대학만이 아니다. 교육, 정치, 종교, 언어 등 모든 영역에서 모든 사람의 인권 확장을 위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복수였던 대명사 ‘그들’(they)을 이제 단수로 써도 문법적으로 맞는 시대가 됐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복수가 아닌 단수로 사용되는 대명사 ‘그들’을 “2019년의 단어”로 선정했다. ‘그’와 ‘그녀’만이 아니라, 성별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대명사로서 이제 ‘그들’을 사전에 공식적으로 첨부했다. 누군가를 지칭하는 대명사의 변화는 인간에 대한 이해의 구체적인 변화와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를 반영한다. 2020년 S대학교의 입학 허가를 받았던 트랜스여성 A씨가 여러 반대에 부딪혀 급기야 입학을 포기했다. 교사, 정치인 그리고 활동가였던 김기홍씨는 지난 2월 24일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이어서 3월 3일 변희수 전 하사가 주검으로 발견됐다. 변 전 하사는 군인으로 일하며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절절하게 호소했지만, 성소수자 혐오로 뭉쳐진 종교, 정치, 군, 언론 등 한국 사회는 그에게 반인권적 폭력을 가했다. 2020년 한국에서 벌어진 이 세 사건의 공통점은 그 사건들의 주인공이 트랜스젠더라는 점이다. 김씨는 젠더 규정을 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다. 변 전 하사는 ‘트랜스여성’이다. 김씨는 영어 대명사로 지칭하자면 ‘그들’(they), 그리고 트랜스여성 A씨와 변 전 하사는 ‘그녀’(she)로 해야 한다. BBC가 “남한의 첫 트랜스젠더 군인이 주검으로 발견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변 전 하사를 ‘그녀’(she, her)라는 대명사로 지칭한 이유다. 2020년 1월 군은 변 전 하사를 ‘심신장애 3급’으로 분류하고 강제 전역 조치했다. 많은 이들이 트랜스젠더 문제를 성적 지향과 연결하곤 한다. 그러나 트랜스젠더의 성적 지향은 별개의 문제다.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라는 범주가 있다. ‘LGB’는 ‘성적 지향’에 관한 범주이고 트랜스젠더는 ‘젠더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트랜스젠더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한다. 첫째, ‘비합법적 존재’라는 경험을 한다. 김씨나 변 전 하사가 죽음을 택한 것은 제도적으로 그들을 ‘불법적 존재’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선 또한 그들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트랜스젠더는 ‘비인간적 존재’라는 경험을 한다. 많은 이는 트랜스젠더를 비정상, 심신장애자 또는 이등 인간으로 취급한다. 셋째, 트랜스젠더의 일상적 삶이 도처에서 왜곡되고 무시되는 경험을 한다. 시스젠더와 마찬가지로 트랜스젠더의 우선적인 정체성은 ‘인간’이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트랜스젠더가 시스젠더와 똑같이 평범한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러한 왜곡되고 편협한 시각이 트랜스젠더가 한 인간으로서 일상적 삶을 살아가는 걸 어렵게 한다. 김씨가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절규했던 이유다. 넷째, 일상 세계에서 다층적 폭력과 비극의 경험을 한다. 이러한 측면들은 트랜스젠더 일반이 경험하고 있다. 폭력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열등한 인간, 비정상 인간이라는 혐오의 시선도 폭력이고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배제하고 제명하는 것도 지독한 폭력이다. 김씨는 유서에서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라고 절망적인 절규를 한다. S대 입학을 포기했던 트랜스여성 A씨의 입학을 저지했던 사람들은 A씨가 ‘진짜 여성’이 아닌 ‘가짜 여성’이라고 주장했다. ‘가짜 여성인 남성’이기에 여대에서 ‘잠재적 성폭력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으로 A씨가 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교육권을 부정했다. 2021년 1월 20일 취임식을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월 25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및 입대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성적 정체성이 군 복무를 가로막아서는 안 되며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가 군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면서 자격을 갖춘 모든 미국인들이 원하면 군인으로 나라에 봉사하는 것은 군대와 나라를 위해 더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3월 10일 유럽의회에서는 “유럽연합(EU) 전역에서 성소수자는 편협과 차별, 박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들의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공개하고 살 수 있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결의안이 표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채택됐다. 유럽의회는 EU 27개 회원국 전체를 ‘성소수자 자유지역’으로 선포했다. 2021년 미국과 EU에서 일어난 일은, 트랜스젠더 군인을 중증의 환자 취급하며 강제 전역시켜서 마침내 죽음을 택하게 한 한국 사회와 결정적인 대비를 이룬다. 동일한 2021년을 살고 있지만 한 사회의 인권감수성에 따라서 트랜스젠더가 시스젠더와 마찬가지로 평등하고 온전한 인간으로 존중받기도 하고 ‘불법적 인간’으로 배제되고 차별받기도 한다. 2017년 278명의 한국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 중 40%가 넘는 사람들이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지구(OECD) 회원국 중 한국 트랜스젠더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 결국 이들 성소수자는 스스로 죽은 것이 아니라 혐오와 제도적 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회·정치적 타살’의 희생자들이다.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바이든의 행정명령이 내려진 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면 순교라도 하겠다며 청와대 앞에 모여들었던 소위 기독교 지도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의 모든 기독교인이 백악관 앞에서 혈서를 쓰고 순교까지 하겠다고 시위했어야 마땅한 사건이다. 그런데 한국에 기독교를 전한 미국에서, 백악관 앞에서 이 문제로 시위하는 기독교인은 없었다. 미국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성서 위에 손을 놓고서 선서를 하는 나라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바이든은 1893년부터 바이든 가계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온 성서를 사용해 취임 선서를 했다. 그가 속한 가톨릭교회는 성소수자 문제와 여성 문제에 매우 보수적인 원칙을 가진 교회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성소수자들의 인간으로서의 권리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모든 성소수자들에게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제도화된 교회의 교리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정통 기독교의 입장이고 가장 성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기독교인들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왜 이제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사회의 많은 교회나 신학대학들이 흑인, 여성 그리고 성소수자들을 이등 인간으로 취급하던 과거의 신학, 전통, 교리들을 바꾸고 모든 사람들을 평등한 인간으로 보는 입장으로 바뀌게 됐는가. 왜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성을 인정하고 그 ‘평등의 원’을 확장하는 것을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하게 됐는가. 그들은 반성서적이고 반기독교적인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면, 또한 21세기 민주사회의 시민이라면 ‘모든 사람이 고귀한 존재’라는 이해를 확장하고 제도화하는 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시민이다. 시민.” 김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마지막 글이다. 이 절절한 외침은 바로 인류가 지켜내야 할 기본적인 진리인 ‘트랜스젠더도 시스젠더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아프게 상기시킨다. 그 누구도 ‘불법’인 인간은 없다. 누구나 모두 ‘인간’인 것이다. 글 텍사스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그/그녀’는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오길영의 뾰족한 읽기] ‘그/그녀’는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저명한 문학상인 부커상 수상자이자 지난해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인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지복의 성자’에는 흥미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그녀’의 이름은 안줌이다. 그/그녀는 1950년대 중반 델리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한 몸에 지닌 채 태어났다. 안줌은 히즈라다. 히즈라는 남성과 여성의 어느 한쪽에 속하지 않는 제3의 성을 가리킨다. 부모는 안줌을 아프타브라는 이름을 지닌 남자 아이로 키우려고 애쓴다. 그러나 비밀은 오래가지 못한다. 아이들은 안줌을 놀린다. “쟤는 여자야. 쟤는 남자나 여자가 아냐. 쟤는 남자이고 여자야. 여자ㆍ남자, 남자ㆍ여자 히히히.” 어느 하나의 성적 정체성으로 규정되지 못할 때 그/그녀는 사회에서 추방의 위협을 당한다. 안줌은 자신의 정체성을 여성으로 규정하고 가족을 떠나 히즈라들이 모여 사는 공동 거주지로 거처를 옮긴다. 그곳에서 안줌은 왜 신이 히즈라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고통스러운 질문과 답을 듣는다. “일종의 실험이었어. 신은 행복할 수 없는 생물체를 만들어 보기로 결심한 거야. 그래서 우리를 만들었지.” ‘지복…’에서 안줌은 자신처럼 혼종된 성적 정체성을 지닌 사람이 “행복할 수 없는 생물체”가 아니라 당당히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처럼 사회에서 버림받고 추방당한 이들이 모인 대안적 공동체를 상상하고 꾸린다. 그러나 작품 밖의 현실은 어떤가? 각자가 지닌 다양한 정체성이 부여한 틀과 렌즈를 통해서만 우리는 세계를 감각하고 해석한다. 인종, 계급, 세대, 그리고 성(sexuality) 등이 그런 틀이다. 한국 사회같이 성에 대해 경직되고 위선적인 시선과 압박이 강한 곳에서는 성의 다양성, 복합성, 혼종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복’이 묘사하는 소수자를 대하는 편협함은 인도만의 것이 아니다. 어느 곳이든 있는 것이다. 성적 정체성(sexual identity)과 성적 취향(sexual orientation)은 단순하지 않다. 다수의 사람에게 생물학적 성과 성적 정체성의 인지 과정은 일치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들은 몸과 정체성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위험한 성전환 수술을 감행하기도 한다. 성적 취향도 마찬가지다. 이성애자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그 다수에 포함되지 않는 성적 취향도 존재한다. 다수이기 때문에 옳은 것이 아니다. 다수는 단지 숫자가 많다는 것뿐이다. 숫자가 많다는 것이 성, 계급, 인종, 세대의 문제에서 소수자를 무시하거나 배제하거나 추방할 이유는 될 수 없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 정의의 문제가 주목을 받고 관련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도 있다. 어떤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인가? 현대 정의론을 대표하는 중요한 사상가 중 한 명인 존 롤스는 정의론의 고갱이를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혜택”이라고 정리한다. 사회에서 가장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 소수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만드는 것. 소수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회적·경제적 가치가 배분되도록 시스템을 촘촘히 짜는 것이 정의론의 핵심이다. 사회적 정의는 단지 기회균등이 아니다. 균등은 공정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성적 소수자에게 정의의 원칙은커녕 균등한 기회조차 주지 않는 일이 빈번하다. 얼마 전 변희수 전 하사가 슬프게 세상을 떠났다. 성전환(성확정) 수술로 여성의 정체성을 선택했던 그녀에게 군 당국은 성기 상실 등을 이유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강제 전역 처분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이 처분이 부당하다고 밝혔으나 군은 권고를 묵살했다. 그리고 1년 뒤 그녀는 세상을 등졌다. 남성이 자신의 선택으로 여성이 된 것이 “심신장애”에 해당하는가? 다른 나라에서는 성전환자들도 아무 문제 없이 직업군인으로 일하는데 왜 한국에서는 허용이 안 되는가? 변 전 하사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SNS에서 읽은 구절이 기억에 생생하다. “한 달간 트랜스젠더 세 명의 부고를 접했다.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죽음은 더욱 많을 것이다.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사회적 소수자가 극단적 선택을 강요받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다. 잔인한 사회다. 더이상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삼가 변희수 전 하사의 명복을 빈다.
  • 방글라 첫 트랜스젠더 뉴스앵커…첫 방송 뒤 동료들 박수 속 눈물

    방글라 첫 트랜스젠더 뉴스앵커…첫 방송 뒤 동료들 박수 속 눈물

    “트랜스젠더 누구도 고통받지 않기를” 이슬람국가 방글라데시에서 첫 트랜스젠더 뉴스 앵커가 방송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9일 다카트리뷴 등 방글라데시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타슈누바 아난 시시르(29)는 전날 민영 보이샤키TV에서 3분짜리 뉴스를 진행했다. 방글라데시에서 트랜스젠더 앵커가 뉴스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시르는 실수 없이 뉴스 진행을 마친 뒤 동료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그 동안 여러 채널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보이샤키TV가 용기 있게 나를 받아줬다”고 말했다. 시시르는 “트랜스젠더 누구도 고통받지 않으며 비참한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그들도 자신만의 능력을 통해 직업을 찾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공교롭게도 시시르가 방송에 데뷔한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기도 했다. 보이샤키TV의 대변인 줄피카르 알리 마니크는 “일부 시청자의 반발 위험에도 불구하고 시시르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면서 시시르의 데뷔에 대해 “역사적인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현지 인권단체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 트랜스젠더가 적게는 10만명에서 많게는 1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트랜스젠더 대부분은 보수적인 문화 속에서 심각한 차별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구걸이나 성매매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시르도 남자답게 행동하지 못한다는 비난과 따돌림 등에 시달리다가 가출했다. 이후 수도 다카 등에서 호르몬 치료와 직업 교육을 받으며 연극배우, 인권활동가 등으로 활동했다. 그는 지난 1월부터 다카의 한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공중보건 석사 과정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분노가 치민다”…성소수자 부모들, 길거리로 나온 이유[이슈픽]

    “분노가 치민다”…성소수자 부모들, 길거리로 나온 이유[이슈픽]

    성소수자부모모임,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변희수 전 하사 사망 애도 “너무 미안해”“(서울시장) 후보 간 경쟁에서 혐오 발화”“포괄적 차별금지법 당장 제정하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한 달 앞두고 후보들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 파문이 일자, 성소수자 자식을 둔 부모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은 8일 오후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살아 있자, 누구든 살아 있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이은용 극작가, 변희수 전 육군 하사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하늘 성소수자부모모임 대표는 “고(故) 변희수 전 하사에게 너무나 미안하다”며 “성별 고정관념이 가장 팽배한 집단인 군을 향한 고인의 용기 어린 결단과 행동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과 부모에게 큰 힘이자 위안이었다. 변 전 하사의 죽음으로 그 힘과 위안과 희망은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는 군의 입장에 분노가 치민다”며 “고인의 안타까운 소식에 애도를 표하는 군의 말은 어불성설이다. 군은 애도를 표할 자격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고 변 전 하사가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심신장애 판정을 내리고 강제 전역시킨 군의 조치를 비판했다.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일부 후보들이 성소수자 혐오와 편견을 조장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이것이 과연 성소수자의 죽음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나”라며 “선거와 정치의 이름으로 당연하게 혐오와 차별이 자행되는 상황이 참담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하늘 대표는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트랜스젠더가 겪는 혐오와 차별’ 실태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트랜스젠더 상당수가 다양한 영역에서 혐오와 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나 인권 보장을 위한 국내 법제도 및 정책은 미흡하다고 봤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한국 사회 내부에서까지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 실태를 지적하는 현재 상황에 정치권은 언제까지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침묵의 자세로 일관할 것인가”라며 일갈했다. 더불어 하늘 대표는 “우리 성소수자 부모들은 당사자들에 대한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행사하고 방조하는 사회에서 살게 한 것에 너무나 미안하다”며 “성소수자에게, 우리 자녀들에게 한국 사회의 차별과 혐오가 대물림되는 것을 이제는 진정 멈춰야 한다. 희망을 어려운 이 나라에서도 살아 있자, 누구든 살아 있자”고 강조했다.성소수자 부모들 “포괄적 차별금지법 당장 제정해야” 트랜스젠더 딸을 둔 어머니인 지월 성소수자부모모임 운영위원이 고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이은용 극작가, 변희수 전 육군 하사를 추모하는 글을 낭독했다. 그는 서울퀴어문화축제 때마다 성소수자를 보듬고 위로하는 프리허그 등 행사가 펼쳐졌던 서울시청 앞 광장이 “죽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자리가 되어버린 작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2021년은 가혹하다 못해 잔혹한 해”라며 “퀴어를 공적 담론의 장으로 건져 올리기 위해 노력해온 세 사람이 연달아 세상을 떠났다. 혐오와 폭력을 전방에서 정면으로 마주해온 세 투사들이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예술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군인으로서, 그리고 동시에 성소수자로서 마땅히 살고자 한국 사회에 자신의 존재를 과감하게도 당연하게 드러냈던 이들의 잇따른 죽음이 더욱 사무친다”며 “우리가 성소수자들을 안아주던 이곳에서나마 그들을 위로하고자 한다. 당신들이 있어 든든했습니다. 오히려 당신들에게 우리가 위로를 받았습니다. 차별과 혐오 없는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에서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라고 추모했다.“인권에 대한 무감각과 몰상식을 스스로 전시한 셈” 변 전 하사가 지난 3일 유명을 달리한 뒤 각계의 추모가 쏟아지고 있지만 유력 대권주자들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성소수자 문제가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죽음마저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트랜스젠더 아들을 둔 어머니인 나비 성소수자부모모임 운영위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인권에 대한 무감각과 몰상식을 스스로 전시한 셈이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당장 끝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서울시장 후보들을 향해 “당신들이 혐오세력의 눈치를 보며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성소수자들의 생명이 끊어져 가고 있다”며 “성소수자 인권 보호,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변 전 하사는 지난 3일 오후 5시40분쯤 숨진 채로 경찰에 발견됐다. 경찰 출동 당시 변 전 하사의 자택 문은 잠겨 있었으며, 경찰과 119는 문을 강제로 개방한 뒤 현장에 들어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변 전 하사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특별한 외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1차 구두소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변희수 전 하사 추모’ 눈치 보는 대권주자들

    ‘변희수 전 하사 추모’ 눈치 보는 대권주자들

    성전환 수술 이후 군에서 강제 전역을 당한 변희수(23) 전 하사가 지난 3일 유명을 달리한 뒤 각계의 추모가 쏟아지고 있지만 유력 대권주자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성소수자 문제가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죽음마저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의 페이스북에는 7일 오후까지 변 전 하사의 죽음과 관련된 글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다. 개그우먼 박지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비롯해 미얀마 시민들의 죽음에도 애도를 표해 온 대권주자들이 한국 사회에 중요한 의제를 던지고 떠난 트랜스젠더 군인의 죽음 앞에는 ‘전략적 침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에 민감하다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5일 트위터에 김현삼 경기도의원의 짧은 애도 글을 공유하고 변 전 하사 빈소에 경기지사 명의의 조기를 전달했지만 직접적인 추모 표현은 하지 않았다. 야권 상황도 다르지 않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변 전 하사의 죽음에 함구하고 있다. 안 대표는 앞서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거부할 권리’까지 주장했던 만큼 변 전 하사를 추모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안 대표는 지난 2월 금태섭 전 의원과의 경선 토론에서 서울광장 퀴어축제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잠룡으로 분류되는 인물 중 직접 추모 글을 올린 이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제주지사 정도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는 몸조심을 하는 표 계산의 셈법, 철학과 소신을 덮어버리는 정치공학의 셈법”이라며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 침묵을 하는 대선주자들의 비겁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눈치 보느라 변희수 하사 추모도 못하는 대권주자들

    눈치 보느라 변희수 하사 추모도 못하는 대권주자들

    성소수자에게 해당 안되는 부고의 정치추미애, 원희룡 페이스북에 추모이재명, 트위터에 리트윗성전환 수술 이후 군에서 강제 전역을 당한 변희수(23) 전 하사가 지난 3일 유명을 달리한 뒤 각계의 추모가 쏟아지고 있지만 유력 대권주자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성소수자 문제가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죽음마저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의 페이스북에는 7일 오후까지 변 전 하사의 죽음과 관련된 글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다. 개그우먼 박지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비롯해 미얀마 시민들의 죽음에도 애도를 표해 온 대권주자들이 한국 사회에 중요한 의제를 던지고 떠난 트랜스젠더 군인의 죽음 앞에는 ‘전략적 침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에 민감하다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5일 트위터에 김현삼 경기도의원의 짧은 애도 글을 공유하고 변 전 하사 빈소에 경기지사 명의의 조기를 전달했지만 직접적인 추모 표현은 하지 않았다. 야권 상황도 다르지 않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변 전 하사의 죽음에 함구하고 있다. 안 대표는 앞서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거부할 권리’까지 주장했던 만큼 변 전 하사를 추모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안 대표는 지난 2월 금태섭 전 의원과의 경선 토론에서 서울광장 퀴어축제에 대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잠룡으로 분류되는 인물 중 직접 추모 글을 올린 이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제주지사 정도다. 추 전 장관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국회는 속히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 법제도적 정비에 나서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원 지사는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혐오와 배제가 아니라 존중과 배려가 우리 사회에 더욱 커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썼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는 몸조심을 하는 표 계산의 셈법, 철학과 소신을 덮어버리는 정치공학의 셈법”이라며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 침묵을 하는 대선주자들의 비겁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취중생]연이은 트랜스젠더 사망…추모의 조각보로 혐오와 차별을 덮는다

    [취중생]연이은 트랜스젠더 사망…추모의 조각보로 혐오와 차별을 덮는다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한 달 사이 세 명의 트랜스젠더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달 8일 트랜스젠더 연극 작가였던 이은용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달 24일 성소수자 운동 활동가이자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인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성별 이분법에 속하지 않는 성별)’ 김기홍(38)씨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지난 3일에는 성전환 수술(성확정 수술) 후 강제 전역 당했던 변희수(23) 전 육군 하사가 충북 청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부터 부검 결과에 대한 구두소견을 받은 경찰은 “변 전 하사 부검에서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부검이 끝나면서 변 전 하사의 발인도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변 전 하사를 기억하는 시민사회는 추모 성명을 이어갔습니다.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5일 변 전 하사에 대한 추모 성명을 내고 “우리는 소수자의 다양한 삶이 배제되고, 낙오하고, 모자란 삶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존엄한 삶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진실을 기필코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제사회도 충격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UN 성소수자 인권 독립전문가 빅터 마드리갈-볼르로스도 트위터를 통해 “나는 한국의 첫 공개적 트렌스젠더 군인인 변희수 하사의 사망에 애도를 표한다. 성확정 수술 후 군의 강제 전역에 맞선 그녀의 용감한 투쟁을 기린다”고 추모했습니다. 이들의 죽음 잊지 않겠다…‘메모리얼 액션’비온뒤무지개재단 등 7개 성소수자 인권단체는 ‘추모의 조각보’를 준비했습니다. 추모 메시지와 이미지를 모아 ‘메모리얼 퀼트’를 만들 예정입니다. 이들은 “이건 개인의 불행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낸 혐오와 차별의 결과다”라면서 “이 땅에 태어나 성소수자로 살았고 혐오와 편견, 차별에 힘들어했던 이들을, 성소수자인 이유로 인간으로서 존엄함이 꺾이는 그 순간들을 우리는 기억한다”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메모리얼 퀼트는 1980년대 에이즈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추모의 천 조각들을 모아 거대한 퀼트를 만든 데서 출발했습니다. 미국의 게이 인권운동가 클레브 존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에이즈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메모리얼 퀼트가 2021년 한국에서 트랜스젠더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이어진 셈입니다. 비온뒤무지개재단 관계자는 “추모의 조각보를 내거는 정확한 시간과 장소는 아직 협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개인 단위의 추모가 이어졌습니다. ‘#TransRightsAreHumanRights(트랜스젠더의 권리는 인권)’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고인이 용기있게 자신을 드러낸 모습에 모두가 힘을 얻었고 위로를 받았다” 등의 메시지가 올라왔습니다. 오프라인에서도 추모행동이 펼쳐집니다. 차별금지법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대위 3개 단체는 6일 오후 3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을지로입구역 방향으로 향하는 열차를 타고, 시청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다시 시청역에 도착하는 1시간 20분 동안 책을 읽는 추모행동을 준비했습니다. 이후 열차에 내려 오후 4시 30분에 시청광장 잔디밭에 모여 같은 시간에 변 전 하사를 추모하는 음악을 들으며 각자 애도의 시간을 가진 후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다시 살아난 ‘차별금지법’ 논의…그들이 남긴 숙제답보 상태에 빠진 차별금지법도 다시 논의에 불이 붙는 모양새입니다. 정치·종교·시민사회 곳곳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SNS를 통해 변 전 하사를 추모하며 “지지부진한 평등법과 차별금지법도 죄스럽다. 정말 국회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과 변희수 하사의 죽음은 자살이라기보다는 성소수자들에게 숨 쉴 공간마저 거부하는 사회적 타살”이라면서 오는 18일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발의안은 성별, 장애, 나이, 출신국가·민족, 인종,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발의안은 차별을 당했을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인권위의 시정권고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인권위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30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법원이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차별의 중지 등 적극적 조치나 손해배상 등의 판결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발의안에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차례 논의된 이후 더 이상의 진전은 없는 상황입니다. 그마저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차별금지법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그 대답을 이끌어내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세 명의 트랜스젠더는 차별과 혐오 속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은 다시금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8번이나 발의됐지만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된 적 없었던 차별금지법. 국회는 그들이 남기고 간 숙제를 풀 수 있을까요.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일동 묵념” 정의당, 故변희수 추모

    “일동 묵념” 정의당, 故변희수 추모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시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묵념하겠습니다. 일동 묵념.” 5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회의는 고(故) 변희수 전 하사에 대한 비대위원들의 추모로 시작됐다. 그는 지난해 1월 성전환 수술 후 군에서 강제전역 당했고, 이에 맞서 힘겨운 법정 소송을 이어가던 중 지난 3일 끝내 생을 마감했다. 강은미 비상대책위원장은 묵념 후 모두발언에서 “한 나라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지만, 국가는 고인의 성 정체성에 정신질환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거부했다”며 “변 전 하사가 바랐던 것은 평범한 삶이었지만 우리 사회의 응답은 차별과 혐오였다”고 밝혔다.강 위원장은 “어느 누구나 삶을 누릴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사회고, 모든 인간의 존엄을 지킬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정치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유력후보들 모두 퀴어축제조차 머뭇거리고 부정적이기까지 한 현실은 또 다른 변희수들에게 절망적이다”고 덧붙였다. 강 위원장은 또 “정치가 지켜야할 것은 성소수자를 거부할 권리가 아니라 정체성에 대한 존중이고 일상의 지속”이라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호소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답하라”고 요청했다. 배복주 부대표 겸 젠더인권본부장은 “김기홍님의 안타까운 죽음에 이어 또 다시 변 전 하사의 비보에 참담하다”며 “두 사람은 트렌스젠더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 세상을 향해 용감하게 목소리를 내신 분들”이라고 추모했다.배 부대표는 “국방부는 단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성실하게 복무한 한 트랜스젠더 군인을 공동체에서 추방했다”고 꼬집었다. 또 “국회와 정치인들이 성소수자 혐오를 쏟아내는 일부 세력들의 눈치를 보면서 떠들어댄 말들은 칼이 됐다”며 정치권에도 책임을 물었다. 그는 최근 ‘퀴어축제 거부할 권리’를 말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변 전 하사의 죽음에 책임 있는 발언을 하시라”고 말했다. 전날 ‘책임을 깊이 느낀다’고 논평한 민주당에는 “말만 하지 말고 성소수자들의 삶 앞에 이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변희수 공대위 “송두리째 망가진 삶…군, 애도 아닌 사과해야”

    변희수 공대위 “송두리째 망가진 삶…군, 애도 아닌 사과해야”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군이 변희수 하사에게 전해야 할 것은 애도가 아닌 사과”라며 당국을 비판했다. 공대위는 5일 ‘변희수의 내일을, 우리의 오늘을 함께 살아갑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변 전 육군 하사의 명복을 비는 한편, 군 당국이 변 전 하사의 부고에 보인 태도를 지적했다. 공대위는 “육군은 전우의 부고에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이 입장을 낼 것은 없다’며 몰염치한 애도를 전했고, 국방부는 ‘트랜스젠더 군 복무 제도 개선 검토는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는 단서를 덧붙여 무엇을 슬퍼하는지 누구를 위로하는지 알 길도 갈 곳도 없는 엉망진창의 애도를 나타냈다”고 규탄했다. 특히 “군은 지난 2일에도 법원에 변 하사를 강제전역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준비 서면을 제출했다”며 “남성의 성기가 없는 것이 장애고 성기 재건 수술은 고의로 신체를 훼손한 자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변 하사를 군대에서 쫓아냈다는 황당한 내용을 54페이지나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이어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할 수 없다는 낡고 반인권적인 사고에 갇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고 덧붙였다. 변 전 하사는 2019년 11월 휴가 중 태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았다. 그는 여군으로서 군에 계속 남길 바랐지만, 군은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린 후 지난해 1월 강제전역 조치했다. 변 전 하사는 다시 심사해 달라며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처분에 대한 재심사)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이후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강제 전역을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하고 첫 변론을 앞둔 지난 3일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사설] ‘변희수 비극’ 못 막은 한국 사회의 낮은 포용력

    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된 변희수 전 하사가 그제 청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성적 정체성을 찾은 뒤에도 군 복무를 계속하고 싶어 하던 변 전 하사는 군의 전역 처분에 불복해 투쟁을 하는 등의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 많은 논쟁거리를 던졌다. 서구의 성소수자의 군복무 허용 논란과 마찬가지로 성전환자의 군복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이어졌다. 경기 북부 모 육군부대에서 전차조종수로 복무하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11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계속 군에서 복무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육군은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 강제 전역시켰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자신의 신체와 성 정체성의 일치를 목적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사람을 ‘심신장애인’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인권전문가들도 지난해 7월 말 정부에 “변 전 하사의 전역은 일할 권리와 성 정체성에 기초한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내왔다. 이에 변 전 하사는 지난해 8월 대전지법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내 다음달 15일 첫 변론이 예정돼 있었다. 변 전 하사처럼 많은 성소수자는 사회의 차별대우 등으로 우울증 등 큰 어려움을 겪는다. 김승섭 고려대 교수가 2017년 트랜스젠더 278명에 대한 연구에서 40% 이상이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처럼 성소수자를 장애인이나 정신질환자로 간주하는 보수적 사회에서는 더 심각할 것이다. ‘나를 나로서 살게 해 달라’고 절규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군은 성소수자와 관련해 전향적으로 수용할 방안을 모색하고, 정치권도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차원에서라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배려와 포용력이 큰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 죽어서도 계속되는 혐오·차별… ‘차별금지법’ 제정은 언제쯤

    죽어서도 계속되는 혐오·차별… ‘차별금지법’ 제정은 언제쯤

    트랜스젠더 57% 우울증 진단받거나 치료40% “극단적 선택 경험”… 정신 건강 악화고용 불안정할수록 비극적 선택 더 높아변 前하사도 노동권 침해에 상실 컸을 듯“더는 잃을 수 없습니다. 당신 역시 누구든 항상 안전하길 빕니다.” 한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사망 소식을 들은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트랜스해방전선이 지난 3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귀다. 성적 정체성과 무관하게 대한민국 군인으로 살고 싶어 했던 변 전 하사가 세상을 떠나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사회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고인의 부고 기사에 달린 차별적·혐오적 댓글을 보고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한민국은 성소수자들이 맘 편히 살아가기 쉽지 않은 곳이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에 거주 중인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 5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7.1%가 2019년 한 해 동안 우울증을 진단받거나 치료받았다. 4명 중 1명꼴인 24.4%는 공황장애를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경험이 있었다. 만 19세 이상 국민 우울증 발병률 3.9%, 공황장애 0.2%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정신 건강 악화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가 2017년 펴낸 ‘트랜스젠더 278명에 대한 사회적 경험·건강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40%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임푸른 정의당 트랜스젠더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통화에서 “트랜스젠더는 정체성을 숨기고 싶어도 겉모습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차별에 노출되기 쉽다”며 “공적 서비스 이용 등 사회 전반에서 차별을 겪다 보니 우울 지수가 높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특히 생계와 관련한 차별에서 이들의 우울감은 극대화된다. 2011년 미국 트랜스젠더 평등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자살시도율이 37%에서 60%까지 증가한다는 결과도 있었다. 변 전 하사도 육군으로부터 노동권 침해를 당한 만큼 상실감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는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고인은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육군 하사로서 한결같은 삶을 살았을 뿐이지만 이를 인정하지 못한 채 변화를 거부했던 군대와 이 사회였기에 고인이 준 사회적 울림은 더욱 컸다”며 “고인이 용기 있게 자신을 드러낸 그 모습에 모두가 위로받고 공감하며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애도 성명을 내고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군인으로서의 직무를 다하고자 했을 뿐인 고인의 노력은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국회에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조속히 착수되기를 재차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변 전 하사가 강제 전역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은 오는 4월 15일 소송 제기 8개월 만에 첫 변론기일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변 전 하사의 사망으로 소송이 지속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처분의 위법성 여부에 따라 변 전 하사가 군인인지 민간인인지 결정되기 때문에 재판부가 소의 이익이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이 종료되더라도 변 전 하사의 유족 측이 변 전 하사의 군인 직위 복귀를 위한 별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하리수, ‘성전환 강제전역’ 고 변희수 전 하사 애도

    하리수, ‘성전환 강제전역’ 고 변희수 전 하사 애도

    트랜스젠더 가수 겸 배우 하리수(46·본명 이경은)가 성전환을 이유로 군에서 강제 전역조치 된 변희수 전 하사 사망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하리수는 4일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을 다룬 기사 사진과 함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짧은 글을 올렸다. 3일 경찰은 성전환 수술 이후 강제전역 조치 된 변희수 전 하사가 오후 5시 49분쯤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변희수 전 하사는 2019년 휴가 중 외국에 나가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와 복무를 희망했으나, 군에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고 1월 강제 전역조치를 받았다. 군은 변희수 전 하사의 성전환을 신체 일부가 수술로 크게 훼손된 장애로 판단했다. 변희수 전 하사는 지난해 2월 육군본부에 재심사 인사 요청을 제기했으나 육군은 규정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날 육군 관계자는 변희수 전 하사와 관련해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면서도 “고인의 안타까운 소식에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기갑 돌파력으로 소수자 차별 없앤다더니…” 고 변희수 추모

    “기갑 돌파력으로 소수자 차별 없앤다더니…” 고 변희수 추모

    성전환 수술 후 강제전역 당한 변희수 전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되자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변 전 하사는 3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119 소방구조대에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변 전 하사가 숨진 지 수일이 지난 것으로 추정했다. 육군 5기갑여단에서 근무하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11월 휴가를 내고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1월 언론에 얼굴을 공개하고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육군은 변 전 하사의 신체 일부가 수술로 크게 훼손돼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강제 전역시켰다. 육군은 성전환자를 차별한 것이 아니라 신체 훼손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민주노총은 4일 성명을 통해 “혐오와 차별로 가득했던 세상에 온몸으로 파열구를 낸 ‘보통의 트랜스젠더의 위대한 용기’를 기억하겠다”며 “트랜스젠더 노동자들이 자신의 모습으로 일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트위터에 “한국 사회는 당연한 것을 꿈꾸는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며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이르게 왔던 변 하사님 벌써 보고 싶다”고 적었다.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은 “군인이자 트랜스젠더로서 용기있게 자신을 드러냈고 사회에 울림을 주었던 변 하사님의 삶을 추모한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위해 용기내 주셨던 변 하사를 기억합니다”라며 “트랜스젠더 혐오에 반대한다”고 했다. 트랜스해방전선은 “당당한 모습의 멋진 부사관, 트랜스젠더 군인 변 하사님이 우리 곁을 떠났다”며 “기갑의 돌파력으로 소수자 차별을 없애버리겠다며 크게 웃던 변 하사를 기억한다”고 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변 하사 빈소는 청주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5일 오전 7시로 예정됐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희망의 전화 129,생명의 전화 1588-9191,청소년 전화 1388,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대한민국 변희수 前하사 눈물 닦아주지 못하고 떠나보냈다

    대한민국 변희수 前하사 눈물 닦아주지 못하고 떠나보냈다

    군 복무 중 성전환수술 받고 강제 전역지난달 28일 이후 연락 안 돼 경찰 출동새달 ‘전역 취소’ 행정소송 첫 변론 앞둬취업준비 활동 등 심적 부담 크게 느껴국내 최초의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23) 전 육군 하사가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죽더라도 군인으로 죽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변 전 하사는 이날 오후 6시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119 소방구조대에 발견됐다. 상당구 정신건강센터는 상담자로 등록된 변 전 하사가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이 안 돼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변 전 하사가 숨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육군 5기갑여단에서 근무하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11월 휴가를 내고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1월 언론에 얼굴을 공개하고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육군은 변 전 하사의 신체 일부가 수술로 크게 훼손돼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강제로 전역시켰다. 육군은 성전환자를 차별한 것이 아니라 신체 훼손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벨기에 등이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를 인정한 사례가 있는 만큼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전역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변 전 하사는 군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싸움을 시작했다. 강제 전역을 취소해 달라고 육군 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으나 육군은 지난해 7월 이 요청을 기각했다. 8월에는 대전지법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고 다음달 첫 변론을 앞두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강제 전역 처분을 취소하라고 육군에 권고했다. 변 전 하사는 전역 처분 이후 논란 속에서 취업 준비 활동 등으로 심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한 언론에 “전역심사위 전날만 하더라도 죽어도 군인으로 죽을 것이고 군도 저의 다짐과 의지를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런데 막상 전역 명령이 떨어지니 ‘죽어서라도 이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하나’라는 마음이 굴뚝같았다”고 털어놓았다. 변 전 하사는 3개월 전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변 전 하사의 마지막을 애도했다. 성소수자단체 트랜스해방전선은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이 변 전 하사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받았다”고 밝혔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한국 사회가 당연한 것을 꿈꾸는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며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이르게 왔던 변희수 하사님, 벌써 보고 싶다”며 추모했다. 군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육군 관계자는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면서도 “안타까운 소식에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편견과 차별에 노출된 성소수자의 안타까운 선택은 최근에도 있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인 김기홍(38)씨는 지난달 24일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끝내 이루지 못한 변희수 하사의 꿈…“낡은 시대에 이르게 온 변희수”

    끝내 이루지 못한 변희수 하사의 꿈…“낡은 시대에 이르게 온 변희수”

    국내 최초의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23) 전 육군 하사가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죽더라도 군인으로 죽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변 전 하사는 이날 오후 6시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자택에서 119 소방구조대에 발견됐다. 상당구 정신건강센터는 상담자로 등록된 변 전 하사가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이 안 돼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변 전 하사가 숨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육군 5기갑여단에서 근무하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11월 휴가를 내고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변 전 하사는 지난해 1월 언론에 얼굴을 공개하고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육군은 변 전 하사의 신체 일부가 수술로 크게 훼손돼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강제로 전역시켰다. 육군은 성전환자를 차별한 것이 아니라 신체 훼손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벨기에 등이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를 인정한 사례가 있는 만큼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전역 여부를 결정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변 전 하사는 군으로 돌아가기 위해 긴 싸움을 시작했다. 강제 전역을 취소해 달라고 육군 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으나 육군은 지난해 7월 이 요청을 기각했다. 8월에는 대전지법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고 다음달 첫 변론을 앞두고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강제 전역 처분을 취소하라고 육군에 권고했다. 변 전 하사는 전역 처분 이후 논란 속에서 취업 준비 활동 등으로 심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월 한 언론에 “전역심사위 전날만 하더라도 죽어도 군인으로 죽을 것이고 군도 저의 다짐과 의지를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런데 막상 전역 명령이 떨어지니 ‘죽어서라도 이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하나’라는 마음이 굴뚝같았다”고 털어놓았다. 변 전 하사는 3개월 전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변 전 하사의 마지막을 애도했다. 성소수자단체 트랜스해방전선은 “수많은 트랜스젠더들이 변 전 하사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받았다”고 밝혔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한국 사회가 당연한 것을 꿈꾸는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며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이르게 왔던 변희수 하사님, 벌써 보고 싶다”며 추모했다. 군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육군 관계자는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면서도 “안타까운 소식에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편견과 차별에 노출된 성소수자의 안타까운 선택은 최근에도 있었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인 김기홍(38)씨는 지난달 24일 “너무 지쳤어요. 삶도, 겪는 혐오도, 나를 향한 미움도”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여기는 남미] 올해부터 파나마 미인대회에 트랜스젠더도 참가 가능

    [여기는 남미] 올해부터 파나마 미인대회에 트랜스젠더도 참가 가능

    중미 국가 파나마가 트랜스젠더에게 미인대회 참가를 허용하기로 했다. 미스파나마 조직위원회는 올해부터 미인대회의 문호를 트랜스젠더에게 개방한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파나마에서 트랜스젠더에게 미인대회 참가가 허용되는 건 1952년 미스파나마 첫 대회가 열린 이후 69년 만에 처음이다. 조직위원회는 "파나마공화국의 법령, 미스유니버스의 규정 등을 엄격하게 따르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면서 "앞으로 의학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여자인 사람은 누구나 미인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전환수술을 통해 여자로 변신하고, 법적으로도 성전환을 마무리한 경우라면 누구나 미인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스파나마 조직위원회는 (트랜스젠더에게 미인대회 참가를 허용함으로) 평등과 존중,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 파나마 여성의 권리 등 소중한 가치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나마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주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파나마에 성소수자(LGBT) 인권과 관련해 파나마에 "중미의 보편적인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로 "LGBT의 인권이 탄압받고 있다"는 고발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파나마 LGBT 사회는 "팬데믹을 이유로 LGBT의 모임이 금지되고, 출입을 금지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스파나마 조직위원회는 이에 대해 "논란을 유발할 의도는 전혀 없다"면서 "트랜스젠더의 미인대회 참가를 허용하기로 한 건 순전히 법령과 국제기관들과 맺은 협약을 검토한 후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스파나마 조직위원회가 대회의 문호를 트랜스젠더에게 확대함에 따라 대회는 2018년 후 3년 만에 또 다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2018년 미스파나마대회에선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원주민 출신이 여왕으로 뽑혔다. 파나마의 7대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느갈레 부글레 부족 출신인 로사 몬테수마는 파나마를 대표하는 첫 원주민 출신 미스파나마로 미스유니버스대회에도 참가했다. 사진=자료사진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자매가 된 형제…브라질 일란성 쌍둥이 동시 성전환 ‘세계 최초’

    자매가 된 형제…브라질 일란성 쌍둥이 동시 성전환 ‘세계 최초’

    브라질의 한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성전환 수술도 함께 받았다. 14일(현지시간) G1뉴스는 브라질 남부 블루메나우시의 한 병원에서 일란성 쌍둥이 형제에 대한 성전환 수술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동시에 성전환 수술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주 출신 마일라 피비 데 헤젠지(19)와 소피아 알버커크(19)는 지난 11일부터 하루 간격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쌍둥이 형제였던 이들은 5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쌍둥이 자매로 변신했다. 수술을 담당한 호세 카를로스 마르틴스 박사는 “출생 당시 남성이었던 일란성 쌍둥이가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일란성 쌍둥이 형제의 동시 성전환은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이제 자매가 된 형제는 어릴 적부터 자신들을 여성으로 인식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의학을 공부 중인 언니 마일라는 “3살 때부터 내가 여자라고 생각했다. 신에게 나를 소녀로 만들어달라 기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쌍둥이는 청소년기 갖은 학대와 따돌림에 시달렸다.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구석은 가족이었다.마일라는 “가족은 언제나 우리를 지지했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때마다 달려가 어머니 품에 안겼다. 어머니는 암사자처럼 우리를 맹렬히 보호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부모님은 우리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저 괴롭힘에 대한 걱정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쌍둥이의 어머니 마라 루시아 다 실바(43)는 “쌍둥이를 아들로 여긴 적이 없다. 나에게 쌍둥이는 언제나 딸이었다”고 밝혔다. 물론 어머니도 처음부터 쌍둥이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인정하지는 못했다. 정신과 심리 상담을 통해 차츰 현실을 받아들였다. 어머니는 “속으로는 쌍둥이가 아들이 아니라 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성 정체성 혼란에서 오는 쌍둥이의 고통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릴 때 인형이나 드레스를 안겨주지 못했다. 그게 내내 마음에 걸린다. 쌍둥이를 더 행복하게 키우지 못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고 후회했다. 그러면서 쌍둥이가 수술을 받고 나니 이제야 안심이 된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내 성전환 수술은 2011년부터 브라질 보건부가 직접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5개 공립병원에서만 가능한 탓에 기다리다 지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나이와 건강 상태 등 조건도 까다롭다. 이에 쌍둥이는 태국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을 계획을 세웠다. 4년 전부터 미리 심리 상담과 호르몬 치료도 병행했다. 그러다 2015년 문을 연 블루메나우시 트랜스젠더 센터를 발견하고 자국에서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비 10만 헤알(약 2050만 원)은 할아버지가 집을 팔아 댔다.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마일라는 “마취 전까지만 해도 내 꿈이 실현되고 있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다. 눈을 딱 떠보니 내 몸이 달라져 있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달라진 몸을 보니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퇴원 후 처음 샤워할 때 마법이 일어난 줄 알았다”고도 전했다. 이어 “성전환수술로 여자가 된 내가 자랑스럽다. 너무 오랜 시간 두려움 속에서 살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각각 할아버지와 아버지 성을 딴 새 이름으로, 달라진 여성의 몸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 쌍둥이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다른 트렌스젠더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마일라는 “보건부 수술 대기자 명단이 너무 길어서 수술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가 수술을 받은 블루메나우시에도 성전환 수술 병원은 단 한 곳뿐이다. 우리의 사연이 브라질에서 성전환 수술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상파울루에서 토목 공학을 공부 중인 동생 소피아는 24일 AFP통신에 “우리는 세계에서 ‘트랜스포비아’(트랜스젠더 혐오)가 가장 심한 나라에 살고 있다. 신은 육체가 아닌 영혼을 창조했다. 우리 역시 인간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성 소수자(LGTB) 안전이 가장 취약한 나라다. 브라질 트랜스젠더-여장남성 전국연합(ANTRA)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에서 살해된 트랜스젠더는 175명에 달한다. 2018년과 2019년 피살된 트랜스젠더는 각각 163명, 2019년 124명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다. 쌍둥이는 “트랜스젠더가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투쟁을 멈추지 않도록 돕는 데 앞장설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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