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트라우마
    2025-12-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753
  • 국회 폐쇄 반복되는데… 국민의힘, 비대면 표결 왜 주저하나

    국회 폐쇄 반복되는데… 국민의힘, 비대면 표결 왜 주저하나

    올해만 네 번째 ‘셧다운’을 경험한 국회는 의정 마비 우려가 현실화되자 비대면 회의·표결 등 ‘원격 국회’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색하고 나섰으나 국민의힘은 고민에 빠졌다. 원격 표결을 허용하면 176석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가 재현될 경우 야당이 대항할 방법이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8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는 상임위원회 비대면 회의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입찰을 거쳐 시스템 구축을 맡을 업체 선정도 끝났다. 국회는 당초 10월 국정감사 전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했으나 최근 국회 폐쇄가 잇따르자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도입으로 방침을 바꿨다. 국회 사무처는 원격출석·표결 등 비대면 안건 처리를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초안도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특히 박병석 국회의장의 의지가 크다. 법안 마련도 박 의장이 직접 사무처에 지시했다고 한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최근 국회에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하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화상회의에는 동의하지만 비대면 표결 도입에는 주저하는 모양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서 “각국 의회에서도 다 원격으로 하지는 않고 어느 경우든 상당 부분 출석을 전제하고 있다”면서 “표결 문제는 심도 있게 논의해 봐야 한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앞서 거여 독주를 경험하며 협치 기대감보다 불신이 더 큰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비대면 표결 시 반론권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또 최근 야당의 반격은 대부분 현장에서 이뤄졌다. 큰 반향을 일으킨 초선 윤희숙 의원의 반대토론이나 주호영 원내대표의 분노에 찬 연설, 이를 경청하는 여당 의원들의 불성실한 태도 등은 야당의 여론전 동력이 됐다. 이에 비대면 표결 도입 논의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 원내대표도 최근 “화상으로 표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여당이 숫자로 밀어붙이는 데 고속도로를 깔아 주는 것밖에 안 되는 것”이라며 “아무 문제의식 없이 (국회의장이) 던져서 굉장히 분개했다”며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디지털교도소, 죄 없는 교수도 성착취범으로 몰았다

    디지털교도소, 죄 없는 교수도 성착취범으로 몰았다

    “‘XXX야, 죽어’ 소리치는 전화가 한밤중에도 20통 넘게 와요. 발신번호 표시도 없고요. 섬뜩했어요.” 채정호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두 달 넘게 악몽 같은 나날을 보냈다. 성범죄자 등의 신상정보를 임의로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였다.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 6월말 채 교수가 텔레그램을 통해 성착취물 구매를 시도했다며 그의 사진과 직장, 전화번호 등을 낱낱이 공개했다. 채 교수는 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디지털 교도소가 ‘이 사람 죽으라고 전화합시다’라고 선동하니까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 한 거죠”라고 말했다. 채 교수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디지털 교도소는 조작된 것으로 보이는 텔레그램 대화내용 캡처를 들이대며 그를 몰아세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은 그와 제자들을 사칭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많게는 하루 수백 통에 달하는 욕설 문자가 쏟아졌다. 명상을 하며 마음을 추슬렀지만 계속 심박수가 오르고 숨이 차서 일을 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이버 트라우마’였다. 가족과 직장, 환자들도 피해를 봤다. 채 교수의 자녀는 친구들에게 “너희 아버지 이런 소문이 돈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학회에는 채 교수를 ‘비윤리적 의사’로 모함하는 투서가 들어오고, 강연을 중단하라는 압력도 받았다. 채 교수는 “몇 년 전 치료한 환자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다’며 실망감에 우울증이 심해졌다’고 했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면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진실을 알리기엔 한계가 있었고 사회적으로 매장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채 교수는 디지털 교도소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스스로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한 뒤에야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달 31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에 보낸 공문에서 “복원한 삭제 내역을 포함해 채 교수의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디지털교도소에 게재된 것과 같은 대화내용이 존재하지 않고 고의로 삭제한 것으로 보이는 대화, 사진, 영상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9만 9962건의 문자 작성 습관을 비교했을 때 디지털 교도소가 제시한 증거 대화 당사자는 채 교수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채 교수는 사적 복수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성범죄 처벌이 가볍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법을 바꾸고 제도를 바꿔야 한다”면서 “국민 스스로 법치 국가의 삶을 포기하면 조폭을 믿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악질적이고 반복적으로 문자와 전화를 한 사람들에 대한 법적 대응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는 접속이 중단된 상태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창덕궁 후원 끝자락에 남은 효명의 예악정치

    창덕궁 후원 끝자락에 남은 효명의 예악정치

    창덕궁 후원 깊은 곳에 큰 살림집이 숨어 있으니 연경당이란 건물이다. 1828년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가 창건했는데 당시의 모습은 현존 건물과는 전혀 다르다. ‘동궐도’에 그려진 이 집은 기록에 남아 있는 유일한 왕실전용 극장식 연회장이었다. 효명은 이 집을 직접 짓고, 이곳에서 종합공연인 ‘진작례’를 총지휘했고, 본인이 손수 창작한 노래와 무용들을 선보였다.●18세 효명세자의 대리청정 조선조 23대 순조의 권력은 허약했고 인생은 외로웠다. 아버지 정조가 49세로 급서해 11세 나이로 즉위했다. 계증조모 정순왕후는 노론 일당과 함께 어린 순조를 압박했다. 조모 혜경궁의 풍산홍씨와 처가인 안동김씨 세력은 정치 혐오증을 심어 주었다. 어린 시절의 압력은 트라우마로 남아 평생 무기력과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순조의 유일한 희망은 총명한 아들 효명세자(본명 이영·1809~1830)였다. 세자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정조의 환생’이라 불릴 정도로 지혜롭고 강력한 군왕의 기질을 보였다. 1827년 순조는 건강을 이유로 18세 세자에게 대리청정을 위임했다. 세자는 순조를 대신해 노론과 외척세력을 약화시키고, 50여차례 과거를 실시해 새로운 인재를 등용하는 한편 소외됐던 소론과 남인 인사를 중용했다. 자주 왕릉을 참배하면서 왕실의 권위를 높이며, 동원된 군사를 훈련시키고, 행차 시 민심을 파악했다. 정조의 화성원행을 연상케 하는 복합적인 통치술이었다. 하이라이트는 궁중 연향을 열어 예악정치를 펼친 것이다. 연향이란 왕과 왕비에게 궁중 정재에 맞춰 음식을 바치는 공연 겸 연회이다. 정재란 음악과 노래와 춤을 일체화한 종합공연이었다. 가장 큰 규모의 진풍정부터 진연과 진찬, 그리고 가장 간략한 진작 등 여러 규모의 연향이 있었다. 효명은 대리청정 기간에 11회의 진찬과 진작을 열었다. 왕에게 바치는 연향에 참석한 신하들은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효명은 연향 다음날 ‘익일회작’을 열어 신하들이 바치는 술잔을 받았다. 젊은 세자가 스스로 위상을 높이는 고도의 정치 행위였다. 1828년 모친 순원왕후의 4순 잔치인 ‘무자진작례’와 이듬해 순조의 4순과 등극 30년을 기념한 ‘기축진찬례’는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다. 무자년 진작은 2월에 창경궁 자경전에서, 6월에 연경당에서 두 차례 열었다. 수십 명의 신하들이 참석하도록 대비전인 자경전을 고쳐 사용했고, 연경당은 진작례를 위해 새로 지은 건물이었다. 비록 연경당 진작은 왕족과 외척 12명만 참석한 가족행사였으나 총 23개의 정재 악장을 시연한 대형 공연이었다. 한 악장마다 술잔과 안주를 올리는 23코스의 연향이다. 이 가운데 14종의 정재는 효명이 직접 작사와 안무를 한 창작물로 이름이 높다. 더 나아가 ‘경사스런 연회를 베푸는 집’이라는 연경당까지 본인 스스로 계획 시공해 건축가로서의 면모도 보였다.●궁중정재의 맞춤 극장 ‘연경당’ 효명의 부인 신정왕후 조씨는 헌종과 철종조를 거친 후 흥선대원군의 차남을 양자로 삼아 고종으로 즉위시켰다. 1865년 고종은 양부 효명의 흔적을 기리기 위해 연경당을 대대적으로 다시 지어 현재의 모습을 남겼다. 현존 연경당은 고급 민간 살림집 형식이지만 창건 연경당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창건 연경당은 동궐도에 전모가 그려졌고 의궤에 자세한 이용기록이 남았다. 몸채는 남쪽으로 터진 ㄷ자 모양의 집이고 안마당에는 박석을 깔았다. 전면 담장은 붉은색을 칠한 판장(널판담)이었다. 이처럼 개방적이고 가변적인 건물은 보안과 위용을 중시하는 궁궐에서 보기 어려운 형식이다. 이 집은 한마디로 공연장이었다. ㄷ자 몸채의 안마당에서 무희들이 춤을 추었고 남쪽 판장 안쪽에 악단이 자리잡았다. 몸채 가운데 대청은 왕과 왕비의 전용 객석이다. 연경당 동편에 넓은 마당이 있고 남북으로 두 건물이 놓였다. 이곳은 공연자들이 연습하고 대기하던 리허설장이다. 총감독 효명세자 부부는 객석과 무대 사이에 자리잡았다. 초대된 남자 손님은 효명의 외조부인 김조순을 비롯해 4명, 여자 손님은 고모 숙선옹주 등 4명이었다. 남자들은 ㄷ자 몸채의 동편 날개에서, 여자는 서편 날개에서 공연을 감상했다. 무대인 마당은 객석인 건물보다 몇 단이 낮다. 이동식 바닥인 보계를 깔아 무대를 높였고, 무대 위에 유둔차일을 설치했다. 광목에 기름을 먹인 유둔차일은 햇빛과 비를 막기도 하지만, 밤 공연 때 조명을 달고 음향을 모으는 보조 장치였다. 이처럼 완벽한 공연시설은 연경당 외에 발견되지 않는다. 효명 사후에 공연장으로서의 기능은 사라지고 건물도 퇴락해 잊혀져 갔다. 고종이 중건한 연경당은 왕실의 피난처나 외국 사신들의 연회장으로 사용했을 뿐이다. 효명의 연경당은 조선조의 유일한 전용극장이었다.그의 롤모델인 정조는 창덕궁 후원 주합루 일대에 규장각을 설치해 개혁 정치의 대계를 구상했다. 효명은 주합루 뒤편 언덕 너머 애련지 일대를 예악정치의 근거지로 삼았다. 애련지 서쪽에 연경당을 지었고, 남쪽에 개인용 서재를 지었다. 현재 ‘기오헌’으로 남은 이 작은 건물은 원래 의두합이었고, 바로 옆에 운경거라는 더 작은 집이 있다. 의두합은 4칸, 운경거는 1.5칸으로 궐내 최소이며 단청도 없는 소박한 집이다. 겉모습이나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했던 효명의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낸 집이다.●예술 군주 효명세자의 못 이룬 꿈 효명이 정무활동을 한 공적 공간은 동궁인 중희당 일대였다. 세자의 정전인 중희당 서쪽으로 세자 전용학교인 시강원이, 동쪽으로 전용 도서관이 연결돼 있었다. 중희당 앞마당에는 측우기와 풍기대, 혼천의 등을 설치해 과학적 관심을 과시했다. 중희당은 없어져 현재 후원 입구의 큰길이 됐으나 시강원은 성정각으로, 도서관은 삼삼와와 칠분서로 일부가 남아 있다. 중희당 뒤편에 세자의 침전인 영연합이, 그 서쪽으로 수방재라는 특이한 건물이 있었다. 양쪽 벽을 벽돌로 쌓은 청나라풍의 건물이었다. 이는 북학과 외래문화에 개방적이었던 효명이 특별히 지은 건물일 것이다. 이 모든 건물들은 ‘동궐도’에 정확하게 묘사돼 있다. 동궐도 추정 제작기간인 1826~1830년은 대리청정 기간과 거의 겹친다. 그림에 사용된 평행투시도법은 청나라를 거쳐 들어온 서양의 수학적 도법이다. 중희당 일대가 화면의 전면 중앙에 놓여 효명의 공간을 강조하고 있다. 효명세자는 추사 김정희에게 영향받았고, 개화파들의 스승인 박규수와 친분이 깊었다. 이들은 선진 청나라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동궐도 역시 효명의 기획 아래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궁중정재 53수 가운데 효명의 창작품이 26수이다. 연경당 진작에서 시연한 ‘춘앵전’이 특히 유명하다. ‘봄날 꾀꼬리의 지저귐’이라는 뜻으로, 정재로는 드물게 두 평 남짓한 화문석 위에서 홀로 추는 독무이다. 노랫말도 아름답지만 복합적인 춤사위로 정재 중 백미로 꼽히는 작품이다. 창작 정재를 시연하기 위해 전국에서 재주 있는 기녀 85명을 뽑아 훈련을 직접 관장했다. 당시 대사헌인 박기수가 “성색의 즐거움에 방탕하기 쉽다”고 탄핵했다. 효명은 “정재의 본질도 모르는 채 비방하는 것”이라 꾸짖고 귀양을 보냈다. 춤과 연향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14세에 비견하기도 한다. 절대군주이며 근대 발레의 중흥자라 평가받는 루이14세는 발레 파티를 직접 기획하고 출연하기도 했다. 여섯 살에 즉위한 소년왕이 대신들의 섭정에 대항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1829년의 실록은 “40이 안 되어 원손(후일 헌종)을 얻고 대리청정으로 태평성대이니 겹경사 아닌가!”라고 순조의 기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듬해 갑자기 세자는 한 사발의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곧 21세에 요절했다. 순조는 “하루아침에 재앙이 내려 만사가 기왓장처럼 깨어졌구나. 귀신의 짓인가, 사람의 짓인가? 슬프고 또 슬프도다”라는 애끓는 장문의 조사를 남겼다. 효명은 춤과 노래를 창작하고, 이를 공연할 집을 짓고, 공연을 통해 왕권을 강화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목표는 원대했으며, 방법은 창의적이었고, 디테일은 완벽했다. 그러나 봄날 꾀꼬리가 여름에 사라진 것같이 그의 아름다운 시절은 너무나 짧았고, 이후 조선왕조는 쇠락에 쇠락을 거듭하게 됐다. 건축학자·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 미국 대학 백인 여교수가 흑인 행세를, 왜?

    미국 대학 백인 여교수가 흑인 행세를, 왜?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백인 여교수가 오랫동안 흑인 행세를 한 사실을 털어놔 학계에 커다란 파문이 일으키고 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 디아스포라’(Diaspora·본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에 관해 연구하는 제시카 크루그 미국 조지워싱턴대 역사학 교수는 3일(현지시간) 온라인출판 플랫폼의 하나인 미디엄(Medium)을 통해 자신이 미 캔자스시티 출신의 백인 유대인 여성이라고 뒤늦게 고백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북아프리카 출신 흑인, 미국 흑인, 카리브해에 뿌리를 둔 흑인 등이라고 주변에 거짓말을 해왔다고 밝혔다. 크루그 교수는 제시카 라 봄발레라라는 가명으로 인권운동을 해왔으며, 뉴욕의 백인들이 뉴욕 내 흑인과 라틴계 원주민들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크루그 교수는 자신의 인종을 속인 사실을 고백하면서 “나는 어릴 때부터 해결하지 못한 정신건강 문제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 탓으로 돌렸다. 그는 “나는 문화광을 넘어 문화에 대한 거머리였다”며 “수년간 거짓말을 끝내는 방안을 생각해왔으나 겁이 나서 윤리를 선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크루그 교수는 자신의 거짓을 폭로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인종 문제를 다루는 매체 레이스 베이트르의 하리 지야드 편집장은 “그의 정체성이 들통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크루그 교수가 흑인 행세 이유로 정신건강 문제라고 밝혔지만, 미국 흑인들의 학계에서 각종 특혜를 누리려고 흑인 행세를 해온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낳는다. 미국 흑인 역사,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를 연구하는 그가 장학금, 회원자격 등을 얻는 데 유리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실제로 흑인 연구자들의 학회에 가입했고 흑인의 정치 및 정체성 등과 관련한 학술 서적을 출판해 흑인 운동가 해리엇 터브먼과 프레데릭 더글러스의 이름을 딴 상의 최종 후보가 되기도 했다. 또 2012년 박사학위를 받은 위스콘신대에서 브라질?앙골라를 방문하는 해외연구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남미 출신 흑인인 요마이라 피게이라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크루그처럼 거짓말을 하는 이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백인이 흑인행세를 하면서 흑인 사회에서 영향력이 있는 인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워싱턴 주 스포캔 지부장인 레이철 돌레잘은 2015년 백인이라는 사실이 폭로돼 유명한 흑인 인권운동가의 지위를 잃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조지워싱턴대은 충격에 빠졌다. 그의 강의를 수강한 한 학생은 “매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라틴 커뮤니티와 인연이 있다고 단언했었다”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코로나 블루 상담받으세요” 아파트 돌며 홍보하는 강북

    “코로나 블루 상담받으세요” 아파트 돌며 홍보하는 강북

    서울 강북구는 공동주택 거주자에게 ‘우울·자살위기지원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우울감(코로나 블루)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구는 단지 승강기에 설치된 미디어보드에 자살예방상담, 금융·법률 지원, 취업지원, 복지·생계 지원과 관련된 기관 전화번호와 위기상황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게재했다. 관리비 고지서에도 안내문구와 함께 주민들이 힘들 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보건소 전화번호를 표기했다. 아울러 지역 내 54개 아파트 2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우울·자살위기지원 서비스에 관한 안내문과 설문지를 배포하고 단지별 관리사무소에 설문 결과를 제출하도록 안내했다. 구는 보다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제출자를 대상으로 홍보물품을 배부하고 있다. 구는 평가지를 바탕으로 대상자가 자살위험군에 속한다고 판단되면 보건소 생명존중팀을 통해 8주간 위기 상담을 진행하고 복지 등 필요한 자원을 연계한다. 또한 긴급한 경우 24시간 이내 즉각적으로 개입해 극단적 선택을 예방할 방침이다. 구는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 및 트라우마로 인한 우울·자살를 호소하는 주민들을 위해 심리상담도 하고 있다. 상담이 필요한 경우 강북구보건소 생명존중팀으로 연락하면 된다. 상담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우울·자살위기지원 서비스가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구민들에게 도움이 되기 바란다”며 “물리적 방역뿐만 아니라 심리적 방역에도 힘써 고립되고 소외된 주민들의 마음 건강을 살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동료상담, 함께 아파 봤던 이들이 여는 공감과 치유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동료상담, 함께 아파 봤던 이들이 여는 공감과 치유

    전준영 천안함생존자예비역전우회장이 ‘살아남은 자의 눈물’이라는 책을 냈다. 그와 생존자들을 6월 국회토론회에서 만났다. 10년 전 일이었지만 눈앞에서 동료를 잃은 고통, 현재 몸에 남은 통증은 그들에겐 지금도 오늘이다. 나라를 지키던 군인 46명이 산화한 후 때로 패잔병이라는 모욕도 감수하며 죄책감에 신음했던 생존자들에게 이후의 현실은 더 참혹했다. 전사자가 국가유공자에서 빠져 있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의 고통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존자들은 보훈대상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책 곳곳에 담긴 이들의 슬픔과 분노를 보면 과연 우리 사회가 한국전쟁 이후 목함지뢰까지 대한민국을 지키던 청년들의 죽음과 상처를 어떻게 대했는지 부끄러움 없이는 읽을 수 없다. 전쟁이 남긴 상처는 심각하다. 2009년 미국 랜드연구소가 낸 보고서를 보면 파병 장병 160만명 가운데 30만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로 고통받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는 자살 위험이 일반인의 8.5배나 되고 조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절반 이상이 만성화된다. 그런데도 알코올 중독, 폭력, 이혼 등 사회부적응으로 흔히 오해받곤 한다. 전쟁에서 부상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가 생긴 참전군인은 미국 전역 14개 군병원에 설치된 군전환시설에서 평가와 치료를 받고 부대로 복귀하거나 제대한다. 2005년부터 미국 보훈부는 제대군인 정신건강회복프로그램을 위해 전담인력을 6000명에서 2만명으로 늘렸다. 집으로 찾아가 보훈서비스를 안내하고 취업지원과 정신건강지원을 제공한다. 이들 중 핵심인력이 바로 제대군인 출신 동료상담가들이다. 동료상담가 제도는 먼저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근거에서 출발한다. 미국에선 중증정신질환 대상 지역사회 적극적 치료프로그램팀 또한 동료상담가 채용이 필수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채용해 의료보험을 통해 급여를 주고 전문가와 함께 팀원으로 일한다. 치료를 거부하거나 방치된 환자의 마음을 열게한다. 보훈과 재난치유는 좌우나 여야의 문제도 아니다. 미국에서 보훈처를 보훈부로 격상시킨 것은 레이건 행정부였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입증책임을 간소화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였다.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던 천안함 생존자들이 전준영 회장과 동료들이 내민 손에 서서히 마음을 열고 독방에서 나와 치료를 받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도 동료상담가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걸 보여 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국가적 재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다른 피해자들을 찾아가는 정성을 더이상 개인의 희생에 맡기지 말자. 관료화되기 쉬운 공공조직이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좀더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조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동료상담가 제도는 트라우마를 보듬어주고 함께 살아가는 길을 모색해 나가는 인정과 치유를 위한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 양경숙 의원 “여가부 지원센터, 피해자 트라우마 될 성범죄물 30년간 보관”

    양경숙 의원 “여가부 지원센터, 피해자 트라우마 될 성범죄물 30년간 보관”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설치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피해 촬영물을 30년간 보관한다는 내부 규정을 둬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30일 센터가 피해자들을 상담하면서 피해 촬영물, 피해·상담 내용을 30년간 보관한다는 조건에 동의하도록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의를 받는 항목 아래에는 ‘(30년간 보관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거부할 경우 상담지원, 삭제 지원, 수사·법률·의료지원 연계 등 일부 서비스 지원이 제한된다’고 덧붙여 피해자로 하여금 동의하지 않을 수 없도록 했다. 지난해까지 센터가 보유한 범죄 피해 사진과 동영상은 7820건에 이르며, 현행 규정대로라면 접수 후 30년간 보관될 예정이다. 지원센터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디지털 성범죄물 차단 요청을 하거나 경찰에 수사 자료를 제공하는 등 피해 촬영물 삭제 지원 업무를 하는 곳인데, 그간 설립 취지와 엇나간 운영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논란이 일자 센터는 피해 촬영물 보관 기관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센터가 한국전산감리원에 의뢰해 지난 5월 실시한 개인정보 영향평가 결과에 따르면 센터 측은 피해 영상물이 게시된 웹사이트 등에 삭제 요청을 할 때 함께 제출하도록 돼 있는 피해자의 ‘대리 삭제 동의서’를 암호화하지 않았다. 또 피해 영상물 해킹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백신이 설치된 전용 단말기를 쓰도록 한 규정 등도 따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양 의원은 “피해 촬영물 보관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출 우려도 그만큼 커진다”며 “목적 달성 후 파기되도록 관련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킹 명연설 57주년에 떠난 흑인 영웅 보즈먼 ‘와칸다 포에버!’

    킹 명연설 57주년에 떠난 흑인 영웅 보즈먼 ‘와칸다 포에버!’

    마블 영화 ‘블랙팬서’에서 주인공인 가상국가 와칸다의 국왕 티찰라를 열연했던 배우 채드윅 에런 보즈먼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44세 젊은 나이인 데다 보즈먼이 4년 전 대장암 진단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영화에 계속 출연했던 터라 많은 이들에게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다가왔다. 유족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성명을 통해 “영화 ‘마셜’부터 ‘Da 5 블러드’까지 영화들은 보즈먼이 셀 수 없이 많은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며 촬영한 것”이라며 “그는 진정한 전사였다”고 애도했다. 이어 “티찰라를 연기한 것이 보즈먼의 경력에서 최고의 영예였다”고 덧붙였다. 티찰라는 마블 코믹스의 첫 흑인 영웅으로 흑인들 사이에 문화 현상을 일으킬 정도였다. 두 팔을 가슴팍에서 ‘X’자로 겹쳤다 내리며 “와칸다 포에버”라고 외치는 와칸다인의 인사법은 곧 흑인들의 인사법이 됐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신비의 금속 비브라늄을 기반으로 강성한 와칸다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식민주의와 포스트 식민주의에서 탈피해 역사적 트라우마에서 해방되도록 했다”면서 “블랙팬서는 흑인 영화 팬의 힘과 희망, 자부심을 상징했으며 일부 팬은 아프리카 스타일로 차려입고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보즈먼은 인종차별에 맞선 실존 흑인 인물도 많이 연기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마셜에서는 미국 최초의 흑인 연방대법관 서굿 마셜을 연기했고 2014년 ‘겟 온 업’에서는 싱어송라이터 제임스 브라운, 2013년 ‘42’에서는 첫 흑인 메이저리거인 재키 로빈슨 역으로 대중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마침 이날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워싱턴 DC의 링컨 메모리얼을 향해 행진한 뒤 ‘나에게는 꿈이 있어요’ 명연설 57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킹 목사의 장남인 인권운동가 킹 3세는 “역사를 은막 위의 삶으로 구현한 배우”라며 애도했다. 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품위로서 역경을 이기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보즈먼을 애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재키 로빈슨을 연기한 뒤 백악관을 예방했을 때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젊고 재능있는 흑인이 됐고, 그 능력을 아이들이 우러러볼 만한 영웅이 되는 데 사용했고, 이 모든 일을 고통 속에서 해냈다”며 암에 굴하지 않은 보즈먼을 극찬했다. 오프라 윈프리는 트위터에 “보즈먼은 참으로 친절하고 재능있는 영혼을 가졌다”면서 “수술과 항암치료 사이 용기와 강인함과 힘으로 위대함을 보여줬다. 위엄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적었다.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보즈먼의 진짜 힘은 화면에서 보는 것보다 강했다”면서 “블랙팬서부터 재키 로빈슨까지 그는 여러 세대에 영감을 줬고 영웅을 비롯해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밝혔다.고인의 생애 마지막 트윗이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지명된 것을 축하하는 내용이었다. 해리스는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친구이자 동료인 보즈먼은 아주 뛰어나고, 친절하고, 박식하며,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는 너무 일찍 떠났지만 그의 삶은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적었다. 작가 브라이언 조셉스는 “보즈먼은 우리 아이들이 ‘흑인영웅’은 어떤 모습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배우 덴절 워싱턴은 할리우드리포터에 보낸 성명을 통해 “그는 온화한 성품의 뛰어난 예술가였다”며 “짧지만 걸출한 배우 경력에서 그가 보여준 상징적인 연기를 통해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CNBC 방송에 따르면 워싱턴은 1990년대 중반 영국 옥스퍼드대 여름 연극학교에 합격했으나 돈이 없어 쩔쩔 매던 보즈먼의 사연을 듣고 학비를 대준 인연이 있다. 마블 영화에 ‘헐크’로 출연한 마크 러펄로는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남자였다”면서 “형제여, 당신은 역대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하나이며 당신의 위대함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워머신’ 역을 맡은 돈 치들은 “당신은 언제나 내게 빛과 사랑이었다”고 했고,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번스도 고인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올리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이상”이란 트윗을 남겼다. 마블 코믹스의 라이벌인 DC코믹스도 트위터에 블랙팬서로 분한 보즈먼의 사진을 게시하면서 “세계관을 초월한 영웅에게. 와칸다 포에버”라고 적었다. 1976년생인 보즈먼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때 야구와 농구선수를 했고 고교 때까지만 해도 농구선수였던 보즈먼은 친구와 팀 동료가 피격 사건으로 사망하면서 작가로 진로를 바꿨다. 예술감독을 꿈꾸며 워싱턴DC의 흑인 명문대학인 하워드대에 진학했고 그곳에서 토니상 수상자인 배우 겸 연출가 필리샤 라샤드에게 사사했다. 유족으로 부모와 아내이자 가수인 테일러 시모네 레드워드가 있는데 부부는 지난해 10월 남몰래 예식을 올린 뒤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한국 때리기’ 주도한 아베의 퇴장… 한일관계 개선되나[박기석의 외교 통일 수첩]

    ‘한국 때리기’ 주도한 아베의 퇴장… 한일관계 개선되나[박기석의 외교 통일 수첩]

    한국에 대해 강경 노선을 주도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전격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후임 총리가 아베 총리보다는 부드러운 대(對)한국 외교를 추구하며 분위기를 개선시킬 가능성은 있지만, 누가 총리가 되더라도 일제 강제징용 배상과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등 갈등 현안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며 근본적으로 양국 관계를 회복시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베 총리는 2006년 9월~2007년 9월, 2012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두 차례 재임 기간 한국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책임에 더 이상 구속받지 않는다는 기조 하에 역사 문제를 다루면서 한국과 부딪혀왔다. 아베 총리는 2015년 8월 14일 전후(戰後) 70년 담화에서 “그 전쟁(태평양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우리 아이들과 손자, 그리고 그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과거에 대한 사죄를 표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아울러 2012년 12월 두 번째 집권한 후 이듬해부터 올해까지 8년 연속 광복절(일본 종전기념일)에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내면서 매번 한국 정부의 항의를 받았다. 아베 총리는 2018년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일제 강제징용 가해 기업에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일본 정부는 이듬해 7월부터 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는데, 이러한 보복 조치는 아베 총리 직속 총리 관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배상과 수출규제 문제를 해결코자 일본 외무성, 경제산업성과 협의에 나섰으나, 아베 총리의 완고한 태도 탓에 양국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관측이다. 아베 총리의 대(對)한국 강경 노선은 한국에 대한 개인적인 반감과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와 위안부 합의를 체결했으나,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이를 뒤집어 한국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것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 중심주의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서도 일본에 재합의를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위안부 문제를 한일 관계의 쟁점으로 삼진 않았다. 아울러 아베 총리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인기를 얻고, 일본의 식민지 지배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며 일본 우익의 리더가 된 점도 그가 ‘한국 때리기’에 나서게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에 후임 총리는 아베 총리와 달리 개인적인 반감과 불신,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한일 관계를 일신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 후임 총리로 거론되는 인물은 물론 집권 자민당, 나아가 일본 여론도 아베 총리의 대한국 외교 노선에 대체로 동조하고 있어 포스트 아베 시대에도 한일 관계가 극적으로 변화되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아베 총리는 한국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고, 일본 우익의 대표자 역할도 하고 있었기에 한일 관계에서 외교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한일 문제에 있어서 일본 국민은 대체로 한국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에 후임 총리가 일본 여론을 설득하긴 어려울 것이며 당분간 긴장 국면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아베 총리가 사임한 것은 한일 관계 악화 때문이 아니라 경기 침체, 코로나19 방역 실패, 정치 스캔들 때문”이라며 “후임 총리가 한일 관계를 개선시킨다고 해서 지지율이 오르지 않을 것이기에 한일 관계에 매진할 인센티브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후임 총리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양국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제언이다. 특히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에 따라 이르면 내년 봄 예상되는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현금화)이 실현되면 일본이 추가 보복에 나선다고 공언했기에, 그전까지 문 대통령이 후임 총리와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양기호 교수는 “연말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담 계기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관계 개선을 위한 인식을 공유하고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창수 수석전문위원은 “아베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위기에 봉착했던 만큼, 문재인 정부가 차기 일본 정부와 방역에 적극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분위기 전환에 나서야 한다”며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완고한 상황이지만 문재인 정부도 좀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경기도의회, 5·18 민주화운동 정신계승과 권익향상 위한 토론회 개최

    경기도의회, 5·18 민주화운동 정신계승과 권익향상 위한 토론회 개최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을 맞아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5·18 민주화 운동 정신 계승과 권익향상을 위한 토론회’를 25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공동주최한 ‘2020 경기도 하반기 정책토론 대축제’의 일환으로 열렸으며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이영봉 의원이 좌장을 맡았다. 토론회에서는 김준혁 한신대학교 교수가 주제 발표를 맡았다. 김 교수는 ‘5·18 광주민주항쟁 40주년과 민주적 계승’을 주제로 “40주년을 맞이한 5·18 광주민주화투쟁이 광주시민을 단순하게 기리는 것이 아닌 그들의 정신과 투쟁을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광주 항쟁을 기억하는 방법으로 광주민주항쟁 역사교육 강화, 전남대·조선대처럼 5·18 과목의 직접 개설 등을 언급했다. 첫 토론자로 나선 나홍균 5·18 부상자회 경기지부장은 “경기도 내 5·18 민주유공자 450명 대부분은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경기도의회에서 조례를 만들어 5·18 유공자들이 국가로부터 트라우마 치료비로 일정 부분 지원을 해주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정희시 기재위 의원은 광주의 국가 폭력과 관련된 역사교과서 개정을 위한 내용으로 역사 교육, 문화운동, 시민교육 등 계승을 위한 내용을 전했고, 5·18 유공자들의 예우와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태훈 경기도 복지사업과장은 5·18 민주화 운동 정신계승화 권익향상을 위한 올바른 역사 인식 전파 및 선행 작업에 대해 제안하며 ‘국가유공자 등 단체 설립에 관한 법률’에 5·18유공자 단체가 포함되지 않아 국가유공자 단체로서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법률 개정을 위한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코로나19 생활수칙에 따라 무관중,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경기도의회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통해 도민들과의 소통을 이어나갔다. 경기도 임채호 정무수석과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박근철 더불어민주당 대표 도의원이 참석해 축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빠가 경찰 총에 맞아 쓰러진 날, 아들 생일이었다”…美 흑인총격 증언

    “아빠가 경찰 총에 맞아 쓰러진 날, 아들 생일이었다”…美 흑인총격 증언

    미국에서 어린 세 자녀와 함께 있던 비무장 흑인 남성이 경찰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진 가운데, 사건 당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지역 방송국 WISN은 하루 전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벌어진 제이컵 블레이크(29) 총격 사건과 관련한 이웃들의 증언을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 블레이크의 친구는 “그날은 블레이크 아들 생일이었다. 그가 경찰 총에 맞았을 때 아들 셋 모두 차 안에 있었다”고 밝혔다. 3살, 5살, 8살 난 블레이크의 아들 중 한 명은 자신의 생일에 아버지가 경찰 총에 맞는 걸 목격한 셈이다. 블레이크를 대변하고 있는 인권변호사 벤 크럼프는 “블레이크의 자녀 모두 영원히 트라우마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그렇다면 도대체 블레이크는 왜 아들 생일에, 그것도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 총에 맞아야 했을까. 당시 정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블레이크는 아이들이 탄 차량 쪽으로 걸어가다 경찰이 등 뒤에서 쏜 총에 맞아 쓰러졌다. 총성은 총 7발이 울렸다. 영상은 건너편에 사는 이웃이 촬영했다. 건넛집 남성은 WISN과의 단독인터뷰에서 “블레이크는 전혀 공격적이지 않았다. 경찰은 그가 체포에 저항했다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그는 경찰을 공격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블레이크에게 칼을 버리라고 말했는데, 나는 블레이크 손에서 칼 같은 건 보지 못했다. 그가 칼을 들고 경찰에게 다가간 것도 아니다. 그런데 경찰은 그의 셔츠를 잡아당기고 등 뒤에서 총을 쐈다. 이해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증언대로라면, 경찰은 비무장 상태로 아무런 공격적 행동도 하지 않은 블레이크를 향해 등 뒤에서 총을 7발이나 난사한 것이 된다. 블레이크의 친구는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지 않았나. 하다못해 테이저건을 쏠 수도 있었다. 블레이크는 누구에게도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현지 경찰은 ‘가정 문제’로 출동했다는 사실 외에 구체적 배경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조는 전원 휴직 상태로 조사 대기에 들어갔다. 사건 직후 블레이크는 경찰에 의해 즉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중태다.조지 플로이드에 이어, 비무장 흑인이 경찰 총에 맞는 비극적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자 거센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24일 밤 8시를 기해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지만, 성난 시위대는 경찰서로 달려갔다.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차를 부수고 케노샤 주정부 빌딩 창문을 깼다. 법원 근처에서는 화재가 일어나 인근 중고차 매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 수십 대가 전소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트럼프 장남, 세 아들 앞에서 총 맞은 흑인의 범죄 전력 리트윗

    트럼프 장남, 세 아들 앞에서 총 맞은 흑인의 범죄 전력 리트윗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더 ‘트럼프스럽다’는 평가를 듣는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관의 총을 맞고 중태에 빠진 몇 시간 뒤 흑인 남성의 범죄 전력을 들춰내는 글을 리트윗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23일 오후 5시(이하 현지시간)쯤 경찰의 총격을 받은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29)가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이틀째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경찰은 ‘가정 문제’로 현장에 출동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왜 총기를 발사해야 했는지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사고 정황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 한 남성이 거리에 주차된 차량 쪽으로 걸어가고, 복수의 백인 경찰관이 그를 향해 총을 겨눈 채 뒤따라간다. 남성이 차량 문을 열고 앉으려 하자 경찰관은 그의 등 바로 뒤에서 총을 여러 차례 발사한다. 영상에는 모두 일곱 발의 총성이 울리는 것으로 나온다. 블레이크는 앞으로 쓰러져 자동차 경적이 울린다. 총격 직후 한 여성이 차량 옆 경찰 쪽으로 다가와 어쩔 줄 몰라 펄쩍펄쩍 뛰기도 한다. 인권 변호사인 벤 크럼프는 이날 트위터로 “당시 블레이크가 타려고 한 차에 그의 아들 셋이 타고 있었다”며 “그들은 경찰이 아버지를 총으로 쏘는 장면을 봤으며, 영원히 트라우마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크럼프는 블레이크 가족이 자신에게 지원을 요청해왔다고 CNN 방송에 밝혔다.위스콘신주 법무부는 현재 이 사건을 조사 중이며, 연루된 경찰관들은 휴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사고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확산하면서 시민들의 거센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건 현장에 모인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벽돌과 화염병을 던졌으며, 시위 도중 불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국은 시위가 악화 조짐을 보이자 이튿날 오전 7시까지 시 전체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해산에 나섰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주 지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경찰이) 위스콘신 지역 흑인 시민들을 향해 즉각적으로 무력 대응하거나 과도한 무력을 사용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25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이 눌린 채로 숨진 사건 이후 경찰의 폭력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데 경관을 향해 달려들지도 않고 그저 연행되는 것을 마다했다는 이유 만으로 비무장 흑인의 등에 총을 발사한 것이라 충격적이다. 이런 마당에 몇 시간 되지 않아 트럼프 주니어는 우파 평론가 앤디 은고의 글을 리트윗한 것이다. 은고는 흑인목숨도소중해 (BLM) 시위가 소요로 번진 도시들을 잇따라 방문해 시위의 정당성을 허물어뜨리고 문화전쟁을 획책하는 이들이 있다는 식으로 깎아내리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은고의 이날 글은 “위스콘신주 케노샤에서 경찰 총에 맞은 남자 제이컵 블레이크는 경찰을 공격한 범죄 전력을 갖고 있다. 과거에 가정폭력과 성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적도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었다. BLM 소요꾼들이 총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 도시를 파괴하고 있다”였다. 트럼프 주니어는 또 자동차 중개상의 차량들이 연이어 불타는 동영상을 올리고 “평화로운 시위”라고 비아냥대는 제목을 달았다. 24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25일 오전 9시 30분)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여자친구 킴벌리 길포드와 함께 찬조연설에 나서는데 이런 극단적인 우파 성항의 행동이 아버지의 득표 전략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라면 마지막날 후보 지명을 수락하는 연설을 하는 관례를 깨고 첫날부터 등판해 연설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文정부와 싸움 시작” 反조국백서 나온다

    “文정부와 싸움 시작” 反조국백서 나온다

    친여 인사들이 만든 ‘조국 백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른바 ‘조국 흑서’가 25일 출간된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문재인 정부 비판에 앞장서고 있는 진보 출신 인사 5명이 함께 낸 책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강양구 과학전문기자 겸 지식큐레이터 등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발간하며 “이 책으로 현 정부와 싸움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책에서 ‘86세대’를 현 정부·여당 문제의 핵심으로 꼽았다. 진 전 교수는 “비록 허위의식이었다 해도 과거 386은 노동자·농민을 대변한다는 자의식이 있었다”며 “지금 586 정치엘리트들은 강남에 아파트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들의 물질적 기반은 과거 보수와 다르지 않고 그 자리에 도달하기 위해 그들과 같은 방법을 썼다”면서 “그래서 조국의 반칙이 그들에게는 반칙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팬덤 정치’도 우려했다. 서 교수는 “정부·여당은 팬덤을 이용하는 데 재미가 들린 나머지 팬덤에 먹혀버렸고, 지금은 팬덤에 이끌려 표류하고 있다”며 “소위 문팬이라는 팬덤은 비교적 조용히 태극기만 흔들었던 박사모보다 훨씬 시끄럽고 뻔뻔스러운 존재들”이라고 비난했다. 강 기자는 “구적폐 세력은 공익이 아닌 것을 알기 때문에 양심에 가책이라도 있었는데, 신적폐 세력은 자기들이 하는 게 정의라고 생각한다”며 “내로남불도 그 대목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박정희에서 벗어나지 못했듯이, 문재인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트라우마를 동력 삼아 움직이는 정치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반조국백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25일 출간

    반조국백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25일 출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성격의 책 조국백서에 대항하는 ‘반조국백서’에 가까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가 25일 출간된다. 필자로는 조 전 장관에 대한 참여연대의 침묵에 분노해 단체를 탈퇴했던 김경율 회계사,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실망해 정권 비판에 나선 권경애 변호사가 참여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음모를 밝혀냈던 강양구 기자,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필진으로 모두 5명이 책을 완성했다. 책의 들어가는 말을 쓴 서민 교수는 “정권을 비판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이때, 우리 다섯 명이 모였다”며 “지난 시절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치열하게 싸웠던 우리는 이제 이 책을 시작으로 현 정부와의 싸움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어 “입법·행정을 장악하고 사법권마저 가지려는 초강력 정권과 싸워야 하는데다, 지구인을 가장한 수백만 문팬(문재인 대통령 지지세력)들의 음해와도 싸워야 하는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저들이 선전과 선동, 날조로 싸움을 거는 반면 우리는 오직 팩트와 논리로만 승부하기에 자신있다”고 말했다. 또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조국 사태를 비롯한 현 정권의 치부를 알게 되길 빈다”고 강조했다. 책은 대담집 형식으로 구성되어 총 7개의 장을 통해 탈진실, 미디어의 몰락, 팬덤 정치, 사모펀드, 586정치엘리트, 노무현 대통령 트라우마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필자로 참여한 권경애 변호사는 “믿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작 사모펀드’, ‘고작 표창장 위조’, ‘오픈북’이라는 믿을 수 없는 조국 방어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연출하던 시기에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기록을 남겨 놓아야 다음 세대에 조금은 덜 부끄럽지 않겠냐고 참여한 대담이었다”고 책에 대해 소개했다. 책 제목인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제목으로 제19대 대통령 취임식 당시 문 대통령의 취임사 제목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10세 수정이를 할퀴고 떠난 수마… 마을회관서 3주째 “갈 곳 없어요”

    10세 수정이를 할퀴고 떠난 수마… 마을회관서 3주째 “갈 곳 없어요”

    긴 장마 피해 취약 계층에게 더 혹독생필품·식료품 사야 하는데 엄두 안 나“주거권·학습권 보장할 대책 필요”“피해 트라우마 없게 정서적 지원” 충청북도에 사는 10살 수정이(이하 가명)는 3주째 할머니와 마을회관에서 지낸다. 이달 초 장맛비로 집에 물이 들어차 장판과 벽면이 모두 망가졌기 때문이다. 수정이네 집은 주변보다 낮은 지대라 피해가 더 컸다. 할아버지는 장판이 벗겨져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난 바닥에 이불을 깔고 지내며 집 수리를 한다. 낮에는 갈 곳 없는 수정이도 그 옆에서 그나마 수리한 TV를 보며 시간을 때운다. “컴퓨터가 망가져 온라인 강의를 못 들어 속상하다”는 수정이는 “아끼던 책은 안 젖어서 다행이다”며 애써 웃어 보였다. 중부지방 기준 54일간 이어진 장마가 끝났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평등하지 않았다. 취약 계층에게 더 혹독했다. 수정이처럼 주거빈곤가구에 속하는 아동일수록 속수무책이다. 17살 한준이네도 사정은 비슷하다. 장맛비에 집이 물에 잠겨 온 가족이 몇 날 며칠 물을 퍼내야 했다. 못 쓰게 된 가전제품은 물론 생필품과 식료품을 새로 사야 하지만,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수정이와 한준이처럼 주거빈곤 상태에 놓인 아동 수는 94만 4000명에 달한다. 전체 아동인구의 9.7% 수준이다. 전문가는 특히 아동이 있는 빈곤가구가 재난을 겪을 경우, 자력으로 피해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정부가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세희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해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우선입주 대상에 아동 빈곤가구를 포함하는 정책을 낸 것은 매우 의미 있지만, 일부 가정은 임대주택에 입주하는 데 필요한 보증금조차 없다”면서 “아동에게 주거권은 곧 생명권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해를 겪은 아동들이 원래의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 수정이를 돕는 세이브더칠드런 충북지역 상담원은 “아동의 신체적 건강도 물론 중요하지만 갑작스러운 수해 피해로 수정이가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지 않도록 정서적 지원에 힘쓰고 있다”면서 “아동의 학습권도 중요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환경에서 꾸준히 교육받을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친딸 9년 성폭행 해놓고…중국 91세父 “부양비 내놔라” 자식도리 요구

    친딸 9년 성폭행 해놓고…중국 91세父 “부양비 내놔라” 자식도리 요구

    오랫동안 미성년의 친딸을 성폭행한 아버지에게도 부양의 의무가 생길까? 13세부터 22세까지 무려 9년 동안 친딸을 성 착취한 91세 아버지가 부양의무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상하이(上海) 창닝(长宁)에 거주하는 올해 91세의 왕씨는 지난해까지 함께 생활했던 장남이 지병으로 사망하자 막내아들과 딸을 대상으로 부양비를 청구했다. 이미 사망한 장씨와의 사이에서 두 명의 아들과 딸 등 세 남매를 둔 그는 자신의 친딸인 왕샤오지에(가명) 씨가 미성년일 시기 지속적인 성폭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아내 장 씨가 사망하자 왕씨는 장남과 함께 거주해왔으나, 지난해 그가 사망하자 생활비와 병원비 등을 명목으로 막내 아들과 딸을 대상으로 매달 3천 위안(약 54만 원)의 부당 비용을 청구했다.왕씨는 소 제기와 함께 “지병으로 몸이 늙어서 평소 집안 살림을 도와줄 간병인이 필요하다”면서 “막내 아들과 딸은 자식된 도리를 다 하기를 바란다”고 이 같은 소제기 이유를 밝혔다. 부양비 청구 사실이 알려지자 친딸 왕샤오지에 씨는 발끈했다. 왕씨의 친딸인 그녀는 자신이 13세 무렵부터 22세까지 무려 9년 동안 친아버지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 등 성 착취의 대상이었다고 주장했다. 60대의 왕샤오지에 씨는 자신이 22세가 되던 해 친아버지의 성 착취를 피하기 위해 가출을 감행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친 아버지라는 그 남성의 성적 착취에서 벗어나는 길을 오로지 집에서 가장 먼 곳으로 도망치는 방법 뿐이었다”면서 “당시의 장기간 당한 성적 착취로 생긴 트라우마로 아직까지 온전한 가정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사건으로 왕씨는 법원으로부터 10년의 징역형을 판결받고 출소한 바 있다.왕 샤오지에 씨는 지금껏 미혼으로 국가에서 지급받는 양로금 명목의 월 2~3천(약 36~54만 원) 위안이 그녀의 전 재산으로 알려졌다. 해당 금액으로 임대료와 식비, 의료비 등 생활비를 홀로 감당해내고 있는 형편이다. 이 같은 상황이 알려지자 상하이 창닝법원(上海长宁法院)은 왕 샤오지에 씨에게 친 아버지에 대한 어떠한 부양 의무가 없다고 공식 판결했다. 다만 왕씨가 올해 91세의 고령이라는 점과 간병인에게 지불해야 하는 비용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막내 아들에게 매달 1천 위안(약 18만 원)의 부양비용을 부담토록 판결했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코로나로 청소년 고민도 변화…생활습관·가족문제 상담 늘어”

    “코로나로 청소년 고민도 변화…생활습관·가족문제 상담 늘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청소년들의 고민 내용도 달라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도가 올해 1∼8월 도내 ‘청소년전화 1388’ 상담내용을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대인관계나 일탈, 비행 관련 상담은 감소했지만, 생활습관과 외모, 성, 가족 관련 고민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내용을 보면 올해 가장 많은 증가세를 보인 청소년 상담 분야는 생활습관·외모 문제 355건으로 지난해 264건보다 34.5%가 증가했다. 이어 성 문제는 1231건으로 28.5%, 가족 문제는 3910건으로 24.8%, 성격 문제는 1688건으로 20.7%, 정신건강 문제는 7041건으로 18.3% 각 늘었다. 반면 대인관계는 4722건으로 전년 6822건보다 30.8% 감소했다. 일탈·비행 관련도 2098건으로 21.4%, 학업·진로 문제는 2650건으로 18% 각 줄었다. 이런 변화에 대해 도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하면서 외출 자제, 집안 생활 지속, 등교 연기 및 온라인 수업 등 환경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부적으로는 생활습관·외모 문제의 경우 무기력한 생활, 그로 인한 자존감 저하, 잘못된 습관 관련 상담이 많았다. 성 문제는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관련 상담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가족 관련 상담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습관, 컴퓨터·인터넷 사용 문제 등에 따른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이 많았다. 정신건강 문제는 전체 상담 건수 가운데 정보제공 분야(1만5676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그중에서도 우울·위축, 강박·불안, 자살, 발달문제, 정신증적 문제 관련 상담이 증가했다. 또래와의 만남 감소, 학업계획 차질에 따른 우울, 불안과 트라우마 사건, 자살, 자해 문제 관련 상담도 많았다. 청소년전화 1388은 청소년이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24시간 전화 상담 외에도 필요한 자원이나 기관을 안내하거나 연계해주고 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10년 전 제자들 상대로 성폭력 일삼은 태권도 관장에 징역 8년

    10년 전 제자들 상대로 성폭력 일삼은 태권도 관장에 징역 8년

    10여년 전 자신의 태권도학원에 다니던 어린 제자들에게 성폭력을 일삼은 전 대한태권도협회 이사가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다.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는 21일 준강간치상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모(50)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이 같이 선고했다. 이와함께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5년 간 신상 공개·고지 등도 명령했다. 강씨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세종시 모 태권도장 사범·관장으로 원생인 초등학생과 고고학생을 지도하면서 “2차 성징이 나타났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속옷 안으로 손을 넣고, 자세 교정을 이유로 몸 등 신체를 만지는 등 성폭력을 일삼은 혐의다. 강씨의 범행은 성인이 된 제자 10여명과 가족들이 2018년 3월 세종시에서 연대 기자회견을 열고 “태권도협회 이사 출신인 세종시의 한 태권도 관장이 10대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고 이른바 ‘미투’를 폭로하면서 10여년 만에 들통이 났다. 재판부는 “반항하지 못하는 어린 제자들의 심리를 악용해 지속해서 추행하는 등 추악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피해자가 10여명에 이르는 데도 ‘제자들과 합의에 의한 행위였다’고 주장하며 용서를 받으려는 조치도 하지 않는 등 전혀 반성의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12부(이창경 부장)는 “일부 피해자는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태권도학원 차량을 보면 숨을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어게인 3월?… 출렁이는 코스피, 그때와는 다르다

    어게인 3월?… 출렁이는 코스피, 그때와는 다르다

    “35% 폭락 또 올라” 동학개미 우려 속전문가는 6월 같은 단기조정 수준 전망“1차 유행 때와 달리 실물 경기 회복세개인들 공포 투매 아닌 차익 실현 매도”코로나 백신·美대선 하반기 증시 변수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잘나가던 국내 증시도 출렁이고 있다. 1차 대유행 때인 지난 2~3월 악몽 같은 폭락장을 경험했던 개인투자자의 걱정도 커졌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조정은 있겠지만 연초 수준의 폭락장이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30포인트(0.52%) 오른 2360.54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18.52포인트(2.31%) 상승한 818.74에 마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향후 국내 증시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쏠려 있다. 일일 확진자가 수백명대를 유지했던 2~3월에는 코스피가 23 거래일(2월 17일~3월 19일) 만에 34.99%나 빠졌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트라우마로 남은 최악의 장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 실물경기가 다시 후퇴할 수 있다는 걱정이 있는데, 2~3월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 “당시에는 실물경기 위축 정도를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불확실성이 컸지만 지금은 정책 대응과 더불어 위축 폭 등의 윤곽을 가늠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18일 국내주식이 급락한 건 전염병 확산을 구실 삼아 개인들이 차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코스닥지수의 고공행진에 기뻐하면서도 주가에 지나친 거품이 낀 게 아닌지 우려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울고 싶은데 뺨 맞은 심정으로 투매했다는 것이다. 환율이 안정적이라는 점도 2~3월과 다르다. 1차 대유행 당시인 3월 19일 원·달러 환율은 128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81.50원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식시장이 지난 6월 단기 조정장과 비슷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코스피는 6월 11일부터 3거래일 동안 7.51% 빠진 뒤 반등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증가세로 전환된 데다 국내에선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개성공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해체하는 행동에 돌입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히는 등 ‘대북 리스크’가 떠올랐다. 김용구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위원은 “2~3월과 달리 지금은 국내 실물경기 환경이 회복세에 있고, 오는 4분기부터 한국 수출의 플러스 전환(전년 동기 대비)이 기대되며, 1차 대유행 때 성공적인 방역 경험이 있어 향후 장은 과열된 개인투자 열기가 다소 식는 수준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주식시장의 흐름을 가를 최대 변수는 역시 코로나19다. 우선 연내 백신 개발 여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백신 개발 경쟁이 불붙으면서 임상 3상(시판 전 안전성과 효능을 최종 확인하는 단계)에 돌입한 후보가 8개나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퍼졌던 연초와 다르게 인구가 약 5배 많은 수도권에서 유행한다는 점과 10월 이후 날씨가 쌀쌀해지면 코로나19가 더 빨리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은 악재다. 또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반중 정책을 펼치면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코로나19에 가로막힌 동학개미…“3월과는 다르다”

    코로나19에 가로막힌 동학개미…“3월과는 다르다”

    코스피, 18일 2.46% 하락 뒤 19일 소폭 반등“1차 팬데믹 때와 달리 실물 위축 윤곽 가늠”실물 악화 우려 속 개인 투자 열기 다소 식을 듯연내 백신 개발 여부가 분수령…미중 갈등은 악재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잘 나가던 국내 증시도 출렁이고 있다. 1차 대유행 때인 지난 2~3월 악몽같은 폭락장을 경험했던 개인투자자의 걱정도 커졌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조정은 있겠지만 연초 수준의 폭락장이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30포인트(0.52%) 오른 2360.54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18.52포인트(2.31%) 상승한 818.74에 마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향후 국내 증시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쏠려 있다. 일일 확진자가 수백명대를 유지했던 2~3월에는 코스피가 23 거래일(2월 17일~3월 19일) 만에 34.99%나 빠졌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트라우마로 남은 최악의 장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 실물경기가 다시 후퇴할 수 있다는 걱정이 있는데, 2~3월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 “당시에는 실물경기 위축 정도를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불확실성이 컸지만 지금은 정책 대응과 더불어 위축 폭 등의 윤곽을 가늠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18일 국내주식이 급락한 건 전염병 확산을 구실 삼아 개인들이 차익 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코스닥지수의 고공행진에 기뻐하면서도 주가에 지나친 거품이 낀 게 아닌지 우려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울고 싶은데 뺨맞은 심정으로 투매했다는 것이다. 환율이 안정적이라는 점도 2~3월과 다르다. 1차 대유행 당시인 3월 19일 원달러 환율은 128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81.50원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향후 주식시장이 지난 6월 단기 조정장과 비슷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코스피는 6월 11일부터 3거래일 동안 7.51% 빠진 뒤 반등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증가세로 전환된 데다 국내에선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개성공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해체하는 행동에 돌입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히는 등 ‘대북 리스크’가 떠올랐다. 김용구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위원은 “2~3월과 달리 지금은 국내 실물경기 환경이 회복세에 있고, 오는 4분기부터 한국 수출의 플러스 전환(전년 동기 대비)이 기대되며, 1차 대유행 때 성공적인 방역 경험이 있어 향후 장은 과열된 개인투자 열기가 다소 식는 수준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주식시장의 흐름을 가를 최대 변수는 역시 코로나19다. 우선 연내 백신 개발 여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백신 개발 경쟁이 불붙으면서 임상 3상(시판 전 안전성과 효능을 최종 확인하는 단계)에 돌입한 후보가 8개나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퍼졌던 연초와 다르게 인구가 약 5배 많은 수도권에서 유행한다는 점과 10월 이후 날씨가 쌀쌀해지면 코로나19가 더 빨리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은 악재다. 또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반중 정책을 펼치면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