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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노멀 된 고환율… ‘외환방파제 4000억弗’ 깨지면 제2환란 올까[딥 인사이트]

    뉴노멀 된 고환율… ‘외환방파제 4000억弗’ 깨지면 제2환란 올까[딥 인사이트]

    ‘심리적 저항선’ 지켰지만 환율 불안보유액 줄면 국가 신인도에 악영향IMF 때와 달리 체력 양호·경상흑자경제학자들 “제2 환란 공포는 기우”문제는 트럼프 관세·탄핵 불확실성“4000억弗 붕괴 땐 금융위기 올 수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달 장중 최고가는 1486.70원(27일)이었다. 외환 당국은 환율 방어 의지를 밝혔고, ‘외환 방파제’인 외환보유액이 크게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12월 말 외환보유액은 전월보다 2억 달러가량 늘어난 4156억 달러로,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 달러를 방어했다. 문제는 고환율이 ‘뉴노멀’로 자리잡아 간다는 사실이다. 1월에도 4000억 달러를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국경제에 있어서 외환보유액은 어떤 의미인지, 일각에서 우려하는 ‘제2 외환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없는지 짚어봤다. ●IMF 트라우마 이후 보유액 꾸준히 늘려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60%를 차지하는 만국 공통 화폐다. 달러를 얼마나 보유했는지에 따라 환율이 달라지고 환율은 국가의 수출 실적을 결정한다. 외환보유액 규모가 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좌우한다. 결국 달러를 많이 보유한 나라가 경제 강국이 되는 구조다. 환율이 뛰어오르면 당국은 구두 개입을 하거나 실제로 달러를 외환시장에 매도한다. 외환보유액은 환율 상승을 막아내는 시장 개입에 필요한 밑천이다. 일종의 ‘환율 비상금’인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트라우마가 여전한 한국은 외환보유액에 민감하다. 보유 외화 중 달러 비중이 70.9%에 이를 정도로 높은 이유다. 외환보유액은 채권 등 유가증권과 예치금, 특별인출권(SDR), 금으로 구성된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보유액 중 유가증권 규모는 3666억 7000만 달러로 전체의 88.2%를 차지한다. 현금성 자산인 예치금은 252억 2000만 달러로 6.1% 수준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이다. 부족한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외환보유액이 줄면 국가 신인도가 하락하고 국외 자본 조달 비용이 커지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게 된다. 외환위기도 날 수 있다. 1997~98년 IMF 구제금융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외환보유액은 89억 달러까지 추락했다. 이후 당국은 달러를 악착같이 모았다. 2011년 3000억 달러, 2018년 4000억 달러 이상으로 불렸고,이후 4000억 달러는 심리적 저항선이 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1월에 ‘분기 말 효과’(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한은에 달러 예치금을 예치해 분기 말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현상)가 사라지면 4000억 달러가 깨질 가능성이 있다.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는 것도 외환보유액을 위태롭게 한다. 일각에서 제2의 환란을 걱정하는 까닭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장중 최고 환율은 그해 12월 23일 1995.0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장중 최고 환율은 11월 21일 1525.0원이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수가 부진하고 정치 불안으로 국론이 분열됐고,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수출까지 줄면 환율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4000억 달러 선 붕괴가 투자자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제2의 외환·금융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세수 메우려 외평기금 자꾸 써선 안 돼”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을 툭하면 전용하는 것도 문제다. 외평기금은 한은이 아닌 정부가 운용하는 기금이다. 환율이 급등하면 외평기금 달러를 활용해 환율을 안정시킨다. 외환보유액이 대외신인도와 거시경제 안정을 뒷받침하는 ‘증명서’라면 외평기금은 시장 개입에 쓸 총알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2023년과 지난해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외평기금을 끌어다 썼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 때문에 혹시 모를 위기에 대응하려고 유지해 온 250조원 규모의 외평기금을 세수 부족을 메우는 데 쓴 건 일종의 분식회계”라고 지적했다. 다만 제2 환란은 ‘기우’라는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과거와 다르다는 점에서다. 2008년 금융위기 때만 해도 달러 신규 차입은 물론 기존 차입금의 만기 연장도 안 됐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불과 10년 만에 다시 외환위기를 겪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팽배했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총동원해 외환시장을 안정시켰다. 2008년 당시 연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2012억 달러에 불과했다. 지금은 4156억 달러에 이른다. 순부채국이었던 당시와 달리 대외 채권 규모도 대외 부채보다 1조 달러 가까이 많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매입한 채권과 주식보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산 채권과 주식이 더 많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와 펀더멘털이 다르다”면서 “환율이 불안하면 (달러를) 집어넣어면 된다. 지난해 10월 외환보유액이 42억 7000만 달러 감소했는데 많이 줄어든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을 얼마나 유지해야 하는지 정답은 없다. IMF가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ARA)에서 100~150%를 적정 수준으로 권고할 뿐이다. 현재 한국은 2019년 108.1%에서 2020년 98.9%로 내려와 100%대를 조금 밑돈다. IMF는 2023년 7월 대외부문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충격적 상황이 오더라도 충분히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1년 전 ‘나쁜 기억’으로 지금도 괴롭다면…“밤에 ‘이것’ 도움된다”

    1년 전 ‘나쁜 기억’으로 지금도 괴롭다면…“밤에 ‘이것’ 도움된다”

    수면이 과거의 나쁜 기억을 지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14일(현지시간)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홍콩대학교 연구진이 수행해 국제학술지 PNAS에 게재된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면 중 ‘표적 기억 재활성화’(TMR) 과정을 통해 긍정적인 기억을 활성화하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약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MR이란 과거 학습 시 연관됐던 단서를 다시 보여줘서 해당 기억을 되살리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고통스럽거나 트라우마적인 경험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매우 괴로울 수 있다”며 “수면은 이러한 고통을 낮추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수면 중에 긍정적인 새 기억을 재활성화해 오랜 혐오스러운 기억을 약화시키는 절차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에는 총 37명의 참가자가 참여했다. 먼저 참가자들에게 48개 단어를 무작위로 보여주며 각 단어를 부정적 이미지와 짝지었다. 다음 날 저녁에는 이 중 24개 단어를 골라 동물, 아기, 사람, 풍경과 같이 긍정적인 이미지와 다시금 짝지었다. 긍정적인 이미지가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대체할 수 있는지를 실험한 것이다. 이후 연구팀은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고 깊이 잠든 상태인 비렘수면(Non-REM) 단계에서 ‘기억 단서’를 청각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실험 결과 잠에서 깨어난 참가자들은 부정적 기억이 줄어들고 긍정적인 기억이 강화됐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를 넘어 이번 실험 결과는 TMR이 긍정적인 기억을 우선적으로 재활성화하고 오래된 혐오스러운 기억을 약화시켜 감정적인 경험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TMR을 사용해 부정적 감정을 억제하고 긍정적인 기억을 강화하는 과정이 우울증이나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연구의 한계점도 지적된다. 실험실에서 의도적으로 조작된 혐오적·긍정적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이 실제로 겪는 트라우마와 같은 고통스러운 경험에 미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각한 트라우마 경험에서는 긍정적인 요소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TMR을 이용한 이 새로운 접근법은 우울증이나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향후 연구를 통해 이 기술이 실제 임상 환경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그리고 장기적인 효과는 어떠할지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 외신 “韓 암흑기 빠뜨린 尹 체포로 법치 우위 보여줬다”

    외신 “韓 암흑기 빠뜨린 尹 체포로 법치 우위 보여줬다”

    해외 주요 외신은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아시아 민주주의 선진국인 대한민국을 암흑기로 빠뜨리려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구금 소식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이자 한국 법치주의가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탄핵된 뒤 진행된 재판절차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 당국의 소환에 협조하지 않았던 윤 대통령의 행적을 소개하며 그의 비상계엄 선포가 한국 유권자들이 과거에 겪은 군부 독재의 아픈 트라우마를 건드렸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무장 군인을 보내 국회를 습격하고 활기찬 동아시아 민주주의 선진국가를 뒤흔들고 잠시나마 군사 통치의 암흑기로 돌아갔고, 이후 한국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정치 위기에 빠졌다”면서 “더 넓은 의미에서 윤 대통령의 체포는 많은 한국인들이 민주주의의 미래를 두려워하고 한국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한국의 민주주의가 몇 주간의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 직면한 끝에 법치주의가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시사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고위공직자수사처 수사관들의 심문을 받기 위해 구금된 최초의 현직 한국 대통령이 됐다”면서 “이로써 대한민국을 정치적 위기로 몰아넣은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에 대한 몇 주간의 대치 상황이 일단락됐다”고 썼다. NYT는 “그는 1980년대 후반 한국이 민주화된 이래로 한국을 군부 통치하에 둔 최초의 한국 대통령이었다”면서 “한국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현행범 체포 소식을 뉴스와 소셜미디어 채널이 이를 생중계하는 등 전 세계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있다”고 썼다. 워싱턴포스트(WP)도 “계엄령을 선포하고 정치적 통제권을 행사하려다 실패한 혐의로 지난달 탄핵된 윤 대통령은 재임 중 구속된 최초의 한국 대통령이 되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계엄령 선포로 인한 내란 혐의에 맞서 탄핵을 당하고 지난 몇 주간 저항에 이어 이날 극적으로 구속되면서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WP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건국된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대통령은 자신이나 가족에 대한 범죄 혐의로 스캔들에 휩싸였고, 일부는 탄핵, 기소, 감옥, 심지어 암살까지 당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 수사당국이 탄핵된 윤석열 검찰총장을 체포한 뒤 구금하면서 지난달 3일 계엄령 선포로 인한 후유증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오는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고,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179명이 숨진 무안항공 비행기 추락 사고로 인해 한국이 비통함에 빠지는 등 리더십 부재 위기가 서울을 마비시켰다”고 보도했다. 이어 “내란죄는 한국의 대통령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몇 안 되는 범죄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CNN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은 80년대 이전 권위주의 군부 독재에 대한 아픈 기억을 되살렸다”면서 “그는 정치권 전반에서 대중과 의원들의 격렬한 반발에 직면했다”면서 “수세에 몰린 대통령은 몇 주 동안 대통령 경호실 경호팀에 둘러싸인 채 요새화된 관저에 은신하며 수사와 탄핵 심판을 앞두고 체포를 피하고 있었다”고 썼다. 앞서 CNN은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면 그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상 최단기간 재임한 대통령이 된다”고도 짚었다.
  • 여학생 80명에 “전부 교복 셔츠 벗어”…그대로 집 보낸 교장에 印 ‘발칵’

    여학생 80명에 “전부 교복 셔츠 벗어”…그대로 집 보낸 교장에 印 ‘발칵’

    인도의 한 사립학교 교장이 “학생들이 교복에 낙서를 했다”는 이유로 80명의 여고생들에게 교복 셔츠를 벗고 귀가하라고 지시해 공분을 사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인도 단바드에 있는 한 사립학교는 시험이 끝난 뒤 축제를 열었다. 축제 마지막 날 10학년(우리나라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서로의 교복 셔츠에 작별 메시지를 적었다. 그러자 학교 교장은 교복을 더럽혀 학교의 평판에 해가 될 것이라며 80명의 학생들에게 교복 셔츠를 벗고 집에 가라고 지시했다. 이에 학생들은 사과했으나 교장은 학생들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재차 지시를 내렸고, 결국 학생들은 셔츠를 입지 않고 재킷만 걸친 채로 집에 돌아가야 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즉각 교장을 상대로 항의에 나섰고, 지방 행정부 또한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부는 “몇몇 학부모가 교장을 상대로 불만을 제기했다”며 “피해를 본 학생들과도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위원회가 구성됐으며 학교 행정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동시에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부끄럽고 불행한 일”이라면서 “학생들이 이 사건 이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교장은 “제대로 교복을 입어야 한다고 주의를 줬을 뿐 셔츠를 벗고 가라고 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데스크 시각] 재난의 시대, 공동체의 힘

    [데스크 시각] 재난의 시대, 공동체의 힘

    다시 재난의 시대다. 안전 시스템의 미비, 불합리한 정책 판단에 따른 피해를 오롯이 국민이 짊어지고, 잃지 말아야 할 것을 잃는 부조리한 상황이 반복된다. ‘2014년 세월호, 2022년 이태원, 2023년 오송 지하차도, 2024년 제주항공 참사.’ 되풀이되는 재난의 일상화는 희생자와 유족은 물론 시민의 가슴에도 깊은 상흔을 남겼다. 누군가는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던 생때같은 자식을 잃었고, 누군가는 거리 축제를 즐기러 집을 나섰다가 귀가하지 못했다. 늘 오가던 출근길에서 평범한 이웃이 빗물에 잠겨 목숨을 잃었고, 어이없는 항공 사고에 179명이 비행기에서 내리지 못했다. 반복된 대형 참사는 사고당한 그가 나일 수도 있었다는, 평범한 일상 공간도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서늘한 고통을 느끼게 했다. 사람들은 지금 살아 숨 쉰다는 게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걸 배웠다. 비행기나 버스를 탈 때면 안전띠를 매는 손에 힘이 들어가고, 비 오는 날 지하차도를 지날 땐 숨을 죽이게 된다. 광범위한 집단 트라우마를 앓는 중이다. 해가 바뀌어도 각인된 비극, 무고한 죽음이 남긴 통증은 그대로다. 또 다른 제주항공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치유와 성찰이 없다면 공동체는 악몽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트라우마 전문가들은 참사의 진상과 책임 소재를 유족의 눈높이에서 낱낱이 밝혀내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트라우마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황망함에 심장이 찢길 듯, 가슴이 터질 듯 괴로운데 도대체 왜 이런 사고가 난 건지 알 수조차 없다면 유족들의 시간은 납덩이처럼 흐를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최윤경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은 “일어나선 안 될 사고를 당했을 때 사람들은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고 질문한다. 여기에 답을 줘야 회복 단계로 넘어가는데 진상조사 단계부터 막혀 버리면 불안과 울분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때는 진상 규명이 정치적 논쟁에 휩싸이면서 의제 자체가 침몰했다. 세월호로 인해 경제까지 가라앉지 말아야 한다는 프레임이 작동하면서 수백명이 숨졌는데도 ‘사람’의 가치가 지워졌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식의 논리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실종됐으며, 진상 규명은 매우 더디게 이뤄졌고 세월호의 ‘교훈’ 또한 잊혀 비정한 세월만 의미 없이 흘렀다.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정부는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이런 태도가 참사를 겪은 피해자와 유가족의 분노와 고통을 증폭시켰다. 이태원 참사 때도 자리를 지켰던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계엄 사태로 물러나며 남긴 소회는 “모든 순간 행복했다”였다. 피해자를 이중 삼중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도깨비 같은 궤변이었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은 현재 진행형이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책임자 처벌이 흐지부지되면서 불신과 트라우마가 확대재생산됐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위로하기는커녕 조롱하는 괴물 같은 광기와 폭력이 세월호 때도, 이태원 참사 때도 반복됐고 이번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에게도 향하고 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회복하려면 사회적 의미를 찾고 안전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진상조사 초기부터 유가족의 참여를 보장해 신뢰할 수 있는 조사를 해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 참사를 낱낱이 밝혀내려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깨어 있어야 한다. 희생자들이 잊히지 않도록 목소리를 높이고, 두 눈 부릅뜨고 진상 규명 과정을 지켜봐야 불의와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당위’가 길을 잃지 않는다. 그래야 고통의 시대에 실낱같지만 희망을 얘기할 수 있다. 사회적 재난에 맞설 힘은 공동체에서 나온다. 이현정 경제정책부 차장
  • “LA가 히로시마 됐다” 잿더미 도시 사진 비교한 美뉴스에 日네티즌 ‘부글’

    “LA가 히로시마 됐다” 잿더미 도시 사진 비교한 美뉴스에 日네티즌 ‘부글’

    폭스뉴스, 산불 피해와 원폭 피해 나란히일본인들 “일본 놀리나” “사과해야” 분통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형 산불이 닷새째 번지며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한 뉴스 채널이 LA 상황을 원자폭탄 투하 직후 일본 히로시마에 비교해 논란이다. 12일 엑스(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이번 산불 피해를 보도한 미국 뉴스 한 장면을 향한 일본 네티즌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문제의 장면은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채널의 산불 특보 도중 나왔다. 폭스뉴스 간판 앵커인 제시 워터스는 “이번 산불로 최소 11명 이상이 사망하고 더 많은 수가 실종됐다. 샌프란시스코보다 넓은 면적이 파괴됐다”고 말한 뒤 “LA의 (피해 지역) 일부는 원자폭탄이 떨어진 직후의 히로시마처럼 보인다”고 했다. 워터스가 해당 발언을 하는 동안 자막으로도 ‘LA 일부는 히로시마처럼 보인다’는 설명이 등장했고, 화면에는 LA 피해 지역과 과거 히로시마 모습을 나란히 비교한 사진도 나왔다. 산불 피해 상황을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비교해 그만큼 심각하다고 알리려는 취지겠으나, ‘원폭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일본의 일부 네티즌들에게는 곱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본 네티즌들은 해당 장면을 공유하면서 폭스뉴스 보도를 비판했다. 이들은 “미국 방송국은 히로시마시에 사과해야 한다. 산불을 원자폭탄에 비교해선 안 된다”, “원폭 투하는 미국의 전쟁범죄고, LA 화재 역시 미국 자신의 잘못이다”, “산불은 사람들이 빠져나갈 시간이 있었겠지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사람들은 도망칠 수 없었다”, “일본이 놀림당하고 있는 느낌이다”, “수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후에나 비교하라”, “LA 산불 피해 모금을 하고 싶지 않다”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 7일 미국 서부 해변의 부촌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 피해 면적은 87.4㎢로, 24시간 전보다 4.7㎢가량 더 커졌다. 한인들이 많이 사는 거주지 인근인 알타데나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의 피해 지역은 57.1㎢로, 하루 전보다 1.7㎢가량 더 늘었다. 지난 9일 LA 서북부에서 발생한 ‘케네스 산불’과 7일부터 북부에서 이어진 ‘허스트 산불’도 각각 4.3㎢, 3.2㎢로 소폭 확대됐다. LA에서 현재 진행 중인 4건의 산불 피해 면적을 모두 합하면 156.3㎢로, 서울시 면적(605.2㎢)의 4분의 1이 조금 넘는 크기다. LA 카운티 검시관실에 따르면 팰리세이즈 산불로 5명, 이튼 산불로 6명 등 이번 사태로 최소 11명이 사망했다. 수색견들을 동원해 피해 지역 수색을 진행함에 따라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종자는 지금까지 최소 13명으로 추정된다. 불탄 건물은 이튼 산불 지역에서 7000여채, 팰리세이즈 산불 지역에서 5300여채 등 총 1만 2300여채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LA 카운티 내 주민 15만 3000명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으며, 16만 6000명에게는 언제든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대피 경고’가 발령됐다.
  • 참사 극복 방법 나누는 시민들…“함께 애도하며 고민하겠다”[취중생]

    참사 극복 방법 나누는 시민들…“함께 애도하며 고민하겠다”[취중생]

    시민들 “각자도생 시대 정신일 수 없어”전문가들 “시민 연대 사회적 회복에 핵심적”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이태원 참사,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사회적 재난을 겪은 시민들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공유하며 사회의 회복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사회의 재생과 건강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와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참사 이후 계속 뉴스를 보다가 문득 저같이 비통함, 참담함, 무력함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을 위해 필요한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양소희(29)씨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재난 정신건강 정보’ 등 각종 보고서와 참고 자료를 공부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회적 재난 앞에 애도와 책임을 고민하는 당신에게’라는 안내문을 제작했습니다. 이후 양씨는 지난달 31일 “각자도생이 시대정신일 수 없어서”,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 앞에 허무하게 죽고 다치는 이들을 외면하고 살아갈 수도 없어서”라며 이러한 안내문을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8일 기준 12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게시물을 보고, 1만 4000여개의 공감을 눌렀습니다. 우리가 참사를 대할 때 성숙한 애도 방법은 무엇일까요. 양씨는 ①명확한 사고 원인이 파악되기 전까지 단정과 추측성 보도 확산·재가공 자제 ②사회적 재난에 대해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는 말하기’는 자체로 중요한 사회적 애도의 의미 ③마음이 너무 힘들 때는 잠시 모든 뉴스에서 손을 떼고 긴 호흡으로 재난을 마주할 것 ④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고, 같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데 힘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단순히 게시물을 혼자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감되는 말이라 공유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공감한다”, “검열당하고 조용히 추모하란 말에 갇히지 않고 함께 애도한다”며 SNS에서 주변 지인들에게 공유했습니다. 양씨는 앞서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SNS 오픈채팅방을 만들었는데, 여기서도 해당 게시물을 보고 “평범한 내용 같아도 사회적 처방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는 감사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중학생 때는 세월호 참사, 대학생 시절에는 이태원 참사를 겪었다는 송현지(25)씨도 양씨의 글을 보고 영감을 받아 자신의 SNS 계정에 참사를 애도하는 방식에 대한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송씨는 “갑작스러운 참사 소식에 슬픔과 무기력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 알리고 싶었다”며 “참사가 일어났을 때 지금처럼 주변 사람들과 함께 애도하고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질문하는 게 우연히 살아남은 제게 주어진 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서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지지를 보내는 일은 사회적 회복에 굉장히 핵심적”이라며 “사회 불신을 키우는 참사와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이 유가족들과 관계자들을 위로할 방법을 함께 찾는 것은 사회적 신뢰 자본을 높이는 일이다”고 말했습니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노력과 함께 정부 같이 거버넌스가 가능한 조직이 재난 상황에서 정보 공유 방식, 바람직한 애도 방법 등의 교육을 제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 [길섶에서] 공항 가는 비즈니스맨

    [길섶에서] 공항 가는 비즈니스맨

    며칠 전 집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인천공항행 버스가 멈춰 섰다. 40대 중반의 한 남성이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버스 옆면 짐칸 쪽으로 이동해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버스 운전기사가 내려와 열린 짐칸 속으로 캐리어를 밀어 넣으며 물었다. “국제선 가시나요?” 이에 승객은 “네. 국제선 출국장이요”라면서도 “출장 가긴 가야 하는데…”라고 혼잣말을 했다. 마지못해 오른 출장길인지 캐리어를 도로 끄집어낼 듯한 엉거주춤한 자세였다. 버스기사가 “에이, 괜찮아요. 다들 다녀오는데…”라고 위로하듯 말했다. 그제서야 승객이 찜찜해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출장길 발걸음을 무겁게 한 것이다(!).’ 한 지인의 아들은 얼마 전 대기업 입사원서를 쓰면서 해외영업 부문에 지원했다고 한다. 이유인즉 ‘국제공항에서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라는 것. 이번 참사로 해외 수출 역군으로 활동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진취적 기상이 조금이라도 위축될까 염려된다. 확실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으로 ‘공항 트라우마’를 하루빨리 극복했으면 좋겠다.
  • 제주항공 참사 피해자 ‘심리회복·돌봄 지원’ 대폭 강화

    제주항공 참사 피해자 ‘심리회복·돌봄 지원’ 대폭 강화

    광주시와 전남도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도움이 필요한 유가족 및 시·도민을 대상으로 심리회복과 돌봄 지원 정책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8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갑작스러운 돌봄이 필요할 때 ‘광주다움 통합돌봄’ 서비스를 확대 지원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이번 참사가 가족 단위 희생이 많은 만큼 지원 대상을 유가족으로 한정하지 않고 친인척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여객기 참사에 따른 돌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별도 평가나 조사 없이 즉시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제공한다. 광주시는 사회서비스원 및 식사지원기관 등과 연계해 청소·세탁·식사 준비, 근거리 이동 동행, 아동 돌봄 등 가사 지원과 조리된 식사 지원을 하게 된다. 특히, 이번 참사가 국가적인 대형 참사인 데다 희생자 다수가 광주시민인 점을 고려해 돌봄서비스 비용은 받지 않기로 했다. 지난 6일 기준 이번 참사와 관련한 ‘광주다움 통합돌봄’ 지원은 총 14가구(33명)에서 제공받고 있다. 신청은 유가족 전담공무원에게 요청하거나 광주다움 통합돌봄 전용 전화번호 ‘돌봄콜(1660-2642)’로 연락하면 된다. 돌봄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대리 신청도 가능하다. 광주시는 이와 함께 현재 운영 중인 심리지원단에 재난 심리지원 교육을 이수한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가 140명을 투입해 유가족, 참사 목격자, 시민 등을 대상으로 심리 회복을 지원한다. 재난을 경험한 누구나 공포·슬픔·불안·분노 등 감정을 경험할 수 있고, 악몽이나 현장 장면 연상 등 트라우마 반응과 피로·판단력 저하 등 심리적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전남도 역시 피해자 가족과 도민 등의 심리회복 지원을 위해 24시간 핫라인 심리상담과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남도는 여러 경로로 정서적·심리적 어려움이 확인된 도민에게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 이용 바우처 8회분을 제공할 방침이다. 전남도는 또, 돌봄 공백이 발생한 피해자 가족을 대상으로 긴급돌봄 신청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긴급돌봄 서비스는 주 돌봄자인 피해자의 사망으로 가족에 대한 돌봄 공백이 발생하거나, 피해자 가족이 사고 대응 등으로 다른 가족을 보살피기 어려울 경우 제공된다. 소득 수준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발생하지만 피해자 가족 등에 한해서는 전액 지원된다. 한편, 광주시는 ‘유족들도 국립트라우마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항공 피해지원 특별법 제정’을 조만간 정부에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 “나도 희생자 될 수도”… 두려움·죄책감에 집단 트라우마 겪는 조종사·승무원들

    “나도 희생자 될 수도”… 두려움·죄책감에 집단 트라우마 겪는 조종사·승무원들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훌쩍 지났지만 참사가 남긴 상흔은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특히 참사 이후에도 매일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하는 조종사와 승무원 등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나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집단 트라우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퇴사를 결심하는 일부 승무원들도 있다. 여객기 안전을 책임지는 조종사들은 충격을 넘어 회의감과 분노에 휩싸인 상태다. 15년째 한 항공사에서 조종사로 일하고 있는 정모(46)씨는 “무안공항은 활주로가 짧고, 새가 많아 가기 꺼려지는 공항이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고기 조종사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아무도 살리지 못했다. 그런 일이 닥칠까 무섭고 두렵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번 참사 이후 조종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껴 퇴사할 마음을 굳혔다. 조종사를 꿈꾸고 있는 이들도 참사 이후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고등학생 나모(17)씨는 “동체착륙 이후 벽과 빠르게 가까워지는 사고기의 모습을 영상으로 봤다”며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을 기장과 부기장이 안타까웠고 내가 과연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다시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군 정비사로 재직하다 민간 항공사로 이직을 준비 중인 최모(24)씨도 “사고가 나면 어떤 이유로든 책임을 져야 할 텐데 이 직업을 택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승무원들도 고통을 호소했다. 2년째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정모(26)씨는 “근무 전 동료들과 고인들을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갖고 일을 시작한다”며 “괜찮아졌나 싶다가도 막상 비행기에 오르면 갑자기 공포를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는 원모(28)씨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비행 전후로 가족들에게 연락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전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항공업계 종사자들은 특히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두려움과 무력감에 시달릴 수 있다”며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동일·유사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분노, 두려움, 공포가 공존”…참사로 트라우마 겪는 승무원·조종사

    “분노, 두려움, 공포가 공존”…참사로 트라우마 겪는 승무원·조종사

    “비행기 타기 전 덜컥 두려워”참사 열흘째 항공업계 트라우마 여전전문가 “빠른 사고 규명 필요”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훌쩍 지났지만 참사가 남긴 상흔은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다. 특히 참사 이후에도 매일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하는 조종사와 승무원 등 항공업계 종사자들의 ‘나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집단 트라우마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퇴사를 결심하는 일부 승무원들도 있다. 여객기 안전을 책임지는 조종사들은 충격을 넘어 회의감과 분노에 휩싸인 상태다. 15년째 한 항공사에서 조종사로 일하고 있는 정모(46)씨는 “무안공항은 활주로가 짧고, 새가 많아 가기 꺼려지는 공항이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고기 조종사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아무도 살리지 못했다. 그런 일이 닥칠까 무섭고 두렵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번 참사 이후 조종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껴 퇴사할 마음을 굳혔다. 조종사를 꿈꾸고 있는 이들도 참사 이후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고등학생 나모(17)씨는 “동체착륙 이후 벽과 빠르게 가까워지는 사고기의 모습을 영상으로 봤다”며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을 기장과 부기장이 안타까웠고 내가 과연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다시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군 정비사로 재직하다 민간 항공사로 이직을 준비 중인 최모(24)씨도 “사고가 나면 어떤 이유로든 책임을 져야 할 텐데 이 직업을 택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승무원들도 고통을 호소했다. 2년째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정모(26)씨는 “근무 전 동료들과 고인들을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갖고 일을 시작한다”며 “괜찮아졌나 싶다가도 막상 비행기에 오르면 갑자기 공포를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는 원모(28)씨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비행 전후로 가족들에게 연락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전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항공업계 종사자들은 특히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두려움과 무력감에 시달릴 수 있다”며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동일·유사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이태원 참사 피해자에… 6개월 치유휴직, 추모공원·기념관 조성

    이태원 참사 피해자에… 6개월 치유휴직, 추모공원·기념관 조성

    총리 소속 ‘이태원참사 피해구제심의위’ 신설 정부, 치유휴직 비용 사업주에 지급생활·의료지원금, 심리·법률·생계 지원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위원회 구성유가족 등 의결 참여…추모재단 설립피해구제추모지원단도 확대·개편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서울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159명이 압사 등으로 숨진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지원이 본격화됐다. 심신의 피해를 치유하기 위해 6개월 간 치유휴직을 허용하고 관련 비용은 정부가 사업자에 지원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위원회를 구성해 추모공원과 기념관 등 추모시설도 조성된다. 행정안전부는 7일 이런 내용이 담긴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제정안은 오는 14일 공포된다. 제정안에 따르면 이달 중 피해자 구제와 지원 업무를 위해 국무총리 소속 ‘10·29 이태원 참사 피해구제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한다. 심의위는 피해자 인정 여부와 피해구제를 위한 지원금 및 지원 대상 결정을 심의·의결한다. 이를 위해 민원을 효율적으로 접수하기 위해 민원실도 별도 개소한다. 또 피해자 생활·의료지원금 지급, 심리·생계·법률 지원,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운영 등 피해자 지원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도 규정했다. 피해자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치유하기 위해 6개월 이내의 치유 휴직을 신청할 수 있다. 국가는 치유휴직을 허용한 사업주에게 해당 근로자에 대한 고용유지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할 예정이다. 또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국가트라우마센터를 통해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필요하면 전문의료기관에 검사나 치료를 요청할 수 있다. 관련 비용은 국가가 지원한다. 추모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위원회’도 신설된다. 추모위는 행정기관장·지자체장, 유가족단체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 유가족으로 구성되며 추모시설 조성과 추모재단 설립 등 추모사업 전반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피해자 지원 정책을 행정적으로 지원하고 심의위원회와 추모위원회의 사무를 돕는 조직인 ‘10·29 이태원 참사 피해구제추모지원단(3과 20명)’도 기존(2과 16명)보다 확대 운영한다. 이한경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모든 피해자와 유가족이 충분한 지원을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김영록 지사, 특별법 등 제주항공 사고 후속대책 발표

    김영록 지사, 특별법 등 제주항공 사고 후속대책 발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후속 대책으로 피해자 심리상담과 피해 지원 특별법 등이 추진될 전망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6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후속 대책으로 “유가족 일상 복귀를 위한 심리상담과 돌봄 강화, 긴급생계비 신속 지원, 피해 지원 특별법 추진, 추모 공간 조성 등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179명 모든 희생자의 인도는 마무리됐지만, 이는 또 다른 수습의 시작이다”며 “지속적인 피해자 지원과 철저한 진상 규명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또 “유족과 국민이 납득할 객관적·합리적 조사와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을 정부에 강력 건의하겠다”며 “무안공항에 현장상황실을 계속 운영하고, 오는 20일 발족되는 국토부 주관 합동지원단에 도청 원을 파견해 유가족 지원 등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라남도는 후속 대책으로 우선 유가족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기존보다 강화된 심리상담과 돌봄서비스 지원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고위험군 유가족은 민간 전문가를 매칭해 최대 5년 동안 1대1 전담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전남도마음건강치유센터를 통해 전문심리상담과 힐링프로그램을 5년간 제공하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현행 1개월인 긴급돌봄서비스를 최장 6개월로 확대하고, 유가족이 병원과 치료센터 이용 시 1년간 1인 월 10만 원과 교통비 지원도 요청하기로 했다. 당장 생계가 어려운 유가족에게는 긴급 생계비도 신속 지원한다. 기존에 모금이 진행되는 동안 성금 활용이 불가능했으나 전남도 건의가 반영돼 10일을 전후해 긴급 생계비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도민안전공제보험의 보험금도 신속히 지급되도록 지원하고, 특별법 제정을 통해 국가 차원의 위로지원금이 최대한 지급되도록 건의할 계획이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피해 지원 특별법’ 제정도 추진한다. 특별법에는 ▲배상금, 위로지원금, 손실보상금 등 피해 보상 근거와 ▲심리상담 지원 규정, ▲긴급복지와 아이돌봄 지원 등 지역경제 활성화 특별지원 방안 ▲트라우마센터 설치, 추모사업과 추모공원 추진 등을 담을 예정이다. 추모 공간도 추진한다. 무안국제공항 인근에 460여억 원을 들여 7만㎡ 규모에 추모탑과 추모홀, 방문객 센터, 유가족 위로를 위한 숲과 정원을 조성, 아픔을 기억하고 치유로 나아가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해 최첨단 조류 감시·퇴치 시스템 도입과 대형기종 이·착륙이 가능한 국제공항 수준의 활주로 건설을 정부에 건의하고, 조기 운항 개시와 정상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또 국가 주도로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해 항공사 손실보조금 등 행·재정적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특별재난지역을 감안해 항공사 법정 노선 휴지 기간 무기한 유예와 항행 안전시설 신속 복구, 공항 폐쇄 기간 최소화 등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 ‘제주항공 참사 피해지원 특별법’ 제정되나

    ‘제주항공 참사 피해지원 특별법’ 제정되나

    광주시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자가 가장 많은 지역인 광주에 대한 ‘피해지원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요청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에 앞서 전남도는 지난 2일 ‘피해지원 및 재발방지 특별법’ 제정을 국회와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시·도가 요청한 특별법에는 피해자 생활·의료비지원, 희생자 유가족 국립트라우마 치유센터 이용, 추모공간 조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광주시는 6일,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가 가장 많은 지역의 피해 회복을 위해 정부의 안정적 지원을 보장하는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건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179명 가운데 광주에 연고를 둔 피해자는 8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가족단위 희생자가 많아 미성년 자녀가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지역 경기 침체 등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가 검토중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지원 특별법’에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운영, 피해구제 방안, 추모사업 진행 등의 내용이 담겼다. 광주시는 참사원인 규명과 종합보고서 작성을 위해 진상조사위 운영이 필요하고, 피해자 집단발생 지역의 침체된 경제 회복을 위한 특별지원 방안이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지역의 심리적 안정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광주에 세워진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 치유센터’를 제주항공 여객기 피해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특별교부금을 지원토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피해자에 대한 생활지원금과 의료지원금을 지급하고 심리상담, 직장인 치유휴직, 긴급복지, 아이돌봄 지원 등을 법률로 보장할 것도 요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친권자를 잃은 미성년 피해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국가가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근거,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추모공원(가칭 기억의 공간) 조성 등도 특별법에 담는다는 복안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는 제주항공 여객기 희생자가 가장 많아 집단 트라우마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고 안정적인 피해규제가 가능하려면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남도는 지난 2일 무안국제공항 분향소를 찾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피해지원 및 재발방지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다. 이와 함께 추모공원 조성, 유가족 긴급 생활비 지원, 유언비어·모욕성 게시글 강력 단속 등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최 권한대행은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무안국제공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 [최보기의 책보기] 어느 날 작가가 된 부천 시민들

    [최보기의 책보기] 어느 날 작가가 된 부천 시민들

    세상 사람을 나누는 기준은 다양하다. ‘도전’을 기준으로 삼자면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 변화에 재빨리 편승하는 사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사람’ 등 세 부류로 나뉜다. 주도를 못하면 편승이라도 해야 하는데 세 번째 사람은 도태된다. 책을 기준으로 삼자면 ‘저서가 있는 사람, 저서가 없는 사람’으로 나뉜다. 저서가 있는 사람을 저자(著者)라고 하는데 노벨문학상의 한강 작가(作家) 역시 그 저자의 한 사람으로서 ‘멀고 험한 저자의 길’을 줄기차게 걸어서 세계의 영예를 차지한 귀감이다. 저서가 있어 두루 좋은 점은 저자만 알 수 있는데 ‘은근한 자부심’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부천시는 유네스코가 2017년 세계 21번째이자 동아시아 최초로 선정한 ‘문학창의도시’이다. 에딘버러, 더블린, 프라하 등도 문학창의도시인데 부천시의 대표적인 문학창의 정책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일인일저(一人一著) 나만의 책쓰기’가 있다. 부천시립 상동도서관 주관으로 매년 학교, 복지관, 아동센터, 시민단체 등에 전문 지도자를 파견해 글쓰기 그룹을 꾸린 후 이들이 쓴 작품을 모아 책으로 출판까지 해주는 사업이다. 비록 비상업 출판(비매품)이지만 참여한 청소년은 미래의 꿈을 키우고, 어른은 지나간 꿈을 이루니 저자의 도전의식과 자부심을 키워주는 목적에 매우 충실하다. 2024년에는 16개 학교와 6개 시민기관에 지도자를 파견했는데 시민 작가 734명이 참여해 총 57권의 책(문집)을 출판했다. 중학생 작가들의 『우리들의 사랑 이야기』를 비롯해 『나이트메어,』(부일중 이하나), 『아스팔트 삶아진다』(문후작가회 시화집), 『문학멘토링 시詩 클래스』(김강산 등 18명), 『나 작가 처음 해 봐』(권준희 등 19명), 『제목은 거들뿐』(옥길중 28명), 『어느 날 작가가 되었다』(중흥중 25명), 『제멋대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최선아 등 11명), 『정신착란』(부흥중 장승준), 『우리, 다시』(부흥중 김보민), 『지금도 늦지 않았어-글을 배우니 세상이 보인다』(권숙자 등 9명), 『부곡중 글쓰기 충』(부곡중 28명), 『센티넬 트라우마』(부일중 서로) 등인데 2025년 1월 23일까지 상동도서관 1층 문학커뮤니티에 전시한다. 시민 참여 책 쓰기 프로그램이지만 스토리 구조와 전개, 문장력이 기대 이상으로 탄탄한 중학생의 작품이 있어 장차 제2의 노벨 문학가를 응원하게 되고, 화려한 치장과 가식 없는 진솔함으로 웃음이 번지는 시민 수필가와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 없는 시인의 작품에서 유네스코 문학도시의 ‘아우라’와 그곳에 사는 시민작가들의 ‘클라쓰’가 충분히 돋보인다. 어엿한 저서 한 권 갖기를 원하는 부천시민, ‘일인일저’ 사업을 도입해보고 싶은 전국 지자체 공무원이라면 전시회 관람을 권장한다. ‘일개 시립’일 뿐인 상동도서관의 위용에 먼저 놀랄 것이다. 최보기 책글문화네트워크 대표
  •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자원봉사와 나눔 이어져 ‘감동’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자원봉사와 나눔 이어져 ‘감동’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빠진 유가족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나눔 활동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5일 현재까지 사고 현장 수습 지원과 유가족 지원, 교통 안내, ‘사랑의 밥차’ 운영을 통한 식사와 물품 지원, 재난 심리 등 자원봉사 활동에 5509명이 참여했다. 목포시에 거주하는 한 청각장애인 부부는 사고 당일부터 매일같이 커피·유자차·생강차 300인분을 준비해 무안공항 현장에서 무료 나눔봉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메뉴판 옆에 ‘저희는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손짓으로 말씀해 주세요’라고 주문 요령을 적어 놓아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경기 수원에서 30년 동안 그림책으로 죽음에 대한 교육을 해온 임경희(‘그림책으로 배우는 삶과 죽음’ 저자) 작가는 작가협회 ‘그·데·함(그림책+데스+함께돌보는 운동)’ 회원들과 함께 손수건 600장에 편지를 적어 유가족에게 나눠주면서 아픈 사연을 나눴다. 임 작가는 “뉴스를 통해 제주공항 참사를 접하고, 공동체 일원이 TV를 보며 슬퍼하다 참사에 대한 기억이 잊히는 현실이 안타까워 봉사 현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미군 경력과 경비행기 교관을 했던 미국 시애틀에서 거주하는 40대 조 모 씨는 지난 1일 안타까운 마음에 고국으로 날아와 아내와 함께 무안공항에서 후원 물품 이송과 배부, 환경정화 등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다. 제주 서귀포의 한 영농조합법인에서는 감귤 156박스를 후원하고, 광명의 한 베이커리에서는 냉동빵 79박스를 선뜻 보내왔으며, 서울시한의사회와 서울시청이 한의약품 1만 2천 명분을, 서울 광진구의 한 시민이 쌀빵과 블루베리잼 200개를 후원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불의의 사고로 큰 슬픔에 빠진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해준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보면서 봉사활동이 단순한 선행을 넘어 사회의 중요한 가치임을 새삼 느꼈다”며 “유가족들의 상처가 깊고 큰 만큼, 도 차원에서도 향후 트라우마 상담 연계 등 세심하게 지원해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지난 12월 29일부터 물품 후원이나 자원봉사 참여를 바라는 국민을 위해 도청 누리집에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자원봉사 및 후원물품 문의처 안내’ 팝업창을 게시, 자원봉사를 안내하고 있다.
  • 무안공항 사고조사위에 국토부 전현직… ‘셀프조사’ 논란

    무안공항 사고조사위에 국토부 전현직… ‘셀프조사’ 논란

    발주·승인기관 모두 국토부 산하유가족, 별도 조사기구 설치 요구 제주항공 참사 원인을 규명하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국토교통부 전현직 관료들이 맡아 논란이 일고 있다. 참사 진상 규명의 핵심은 ‘콘크리트 둔덕’을 비롯한 공항 시설물 설치 및 관리의 책임 소재를 파악하는 일인데 한국공항공사와 부산지방항공청 등 발주·승인처가 국토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이다. 유가족 측은 “셀프 조사를 하는 셈”이라며 국토부 관계자를 조사에서 배제하거나 중립적인 별도 기구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5일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조사위는 총 12명으로 구성돼 있다. 장만희 위원장은 국토부 항공교통본부장 출신이고 상임위원인 주종완 항공정책실장과 윤진환 철도국장은 현 국토부 소속이다. 비상임위원 8명은 민간 전문가와 교수 출신이며 공통(법률)위원 한 명이 변호사 출신이다. 항공조사팀을 총괄하는 항공조사팀장도 국토부 출신이다. 논란은 위원장과 상임위원이 최종보고서 심의에 ‘개입’할 수 있다는 데서 불거졌다. 최종보고서는 기장과 정비사 등 민간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항공조사관들이 작성한다. 이들은 사고 발생 후 30일 이내에 예비보고서를 발송해야 하고 의견 청취 후 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보고서를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위원장은 관련 업무를 통할하고 상임위원은 최종보고서에 ‘의견 제시’ 형태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무안국제공항 콘크리트 둔덕의 규정 준수 여부와 관련, 국토부는 오락가락 해명을 반복한 끝에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를 받치는 콘크리트 둔덕은 2023년 개량사업에서 두께 30㎝ 콘크리트 상판이 추가되며 오히려 더 단단해졌는데, 당시 발주처가 한국공항공사이고 승인은 부산지방항공청이 했다. 사건조사위의 인사·예산에 대한 지휘권도 국토부 장관이 갖고 있다. 희생자 가족들로 구성된 ‘12·29 제주항공여객기참사가족협의회’는 전날 무안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 시설물이 참사 원인 중 하나라는 의혹이 있는데도 책임 주체인 국토부가 ‘셀프 조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족 측 김정희 변호사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국토부가 중심이 된 위원회이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국토부 입장이 개입될 소지가 크다”면서 “어떤 결과든 수긍하려면 조사 과정과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조사위 관계자는 “표면상으로 위원장과 상임위원이 국토부 전현직 고위 간부이긴 하지만 상임위원은 명목상 이름을 올린 것이고 분과위 회의에도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국토부에 대한 독립성 문제로 비상임위원은 전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위원장은 최종보고서가 나올 때 조사가 투명하게 이뤄졌는지를 심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사가 지나치게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건조사위가 조사한 사고 당시 교신 내용이나 관제사 면담자료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블랙박스 중 하나인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의 녹취록 작성 작업을 이날 완료했으나 비공개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사고 직전 9분간의 교신 내역은 일부 공개했지만 세부 내용은 CVR과 비행기록장치(FDR) 등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함구하고 있다. 해외 사례와도 대조적이다. 2013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착륙 사고(탑승객 307명 중 3명 사망·187명 부상) 당시 조사 결과는 11개월 만에 나왔지만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사고 이튿날 블랙박스를 토대로 한 충돌 직전 조종실에서의 상황을 중간 조사 성격으로 상세하게 브리핑했다. 덕분에 충돌 직전 상황이 사고 직후에 초 단위로 밝혀졌다. 불필요한 의혹을 막기 위해서라도 투명하게 조사 결과를 밝혀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래야 희생자 유가족들도 트라우마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이기도 하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CVR 분석만으로도 사고 당시 정황은 거의 나온다”면서 “사건조사위가 책임 논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항공기의 기계적 움직임을 담은 FDR 분석까지 기다리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전미비평가협회 선정 2024년 최고의 영화 ‘니클 보이즈’

    전미비평가협회 선정 2024년 최고의 영화 ‘니클 보이즈’

    라멜 로스 감독이 연출한 ‘니클 보이즈’가 제59회 전미비평가협회(NSFC) 작품상을 받았다. 4일(현지시간) 협회는 홈페이지에 올해의 수상작을 발표했다. NSFC는 영화 비평가 60여 명으로 구성된 단체로, 1966년 설립돼 그다음 해인 1967년부터 매년 투표를 거쳐 작품상·남녀주연상 등을 시상한다. ‘니클 보이즈’는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공동 2위),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공동 2위)를 제치고 2024년 최고의 영화에 선정됐다. 여우주연상은 ‘하드 트루스’의 마리안 장 밥티스트, 남우주연상은 ‘싱싱’의 콜먼 도밍고가 차지했다. 영화 ‘니클 보이즈’는 퓰리처상 수상작인 콜슨 화이트헤드의 2019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1962년 미국. 할머니 해이티(오자뉴 엘리스-테일러)와 함께 사는 소년 엘우드(이선 해리스)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량 절도 누명을 쓰고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의 니클 소년원으로 보내진다. 엘우드는 니클 소년원에서 처참한 인권 유린을 경험한다. 교도관은 흑인을 노골적으로 차별하며 폭력과 성적 학대를 일삼고, 낡은 옷과 형편없는 음식을 배급한다. 엘우드는 가혹한 현실을 견디며 터너(브랜든 윌슨)와 친구가 된다. 터너는 흑인 민권운동으로 평등한 미국을 꿈꾸는 이상주의자 엘우드와 달리 냉소적인 시각을 가진 인물이다. 두 소년은 서로 다른 신념으로 충돌하면서도 생존이 걸린 투쟁을 함께한다. 영화는 폭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흑인 소년들이 교도관에게 학대를 당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그 순간을 회피하듯 엘우드와 터너가 시선을 돌린 다른 물체에 고정된다. 라멜 로스 감독은 미 지역 일간지 ‘더 클라리온 레저’에 “사람들이 트라우마적인 일을 겪을 때, 항상 악을 직접 바라보는 것은 아니”라며 “그 순간 보게 되는 인상들이 폭력을 직접 보는 것보다 더 생생하고 파괴적으로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엘우드(다비드 디그스)는 과거를 침묵하고 악몽에 시달린다. 하지만 니클 소년원의 참상이 세상에 드러나자 엘우드는 과거의 아픔을 직면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엘우드는 폭력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폭력의 잔상은 평생의 트라우마가 됐다. 엘우드의 눈으로 들여다본 니클 소년원은 짐 크로법 아래 흑백 차별이 횡행했던 1960년대 미국 사회의 트라우마다. 영화는 사회가 역사적 폭력의 유산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할 때 그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채 곳곳에 잠재된 폭력으로 새겨진다는 점을 되새기게 한다.
  • ‘니클 보이즈’, 전미비평가협회 선정 2024년 최고의 영화 [시네마랑]

    ‘니클 보이즈’, 전미비평가협회 선정 2024년 최고의 영화 [시네마랑]

    라멜 로스 감독이 연출한 ‘니클 보이즈’가 제59회 전미비평가협회(NSFC) 작품상을 받았다. 4일(현지시간) 협회는 홈페이지에 수상작을 발표했다. NSFC는 영화 비평가 60여 명으로 구성된 단체로, 1966년 설립돼 그다음 해인 1967년부터 매년 투표를 거쳐 작품상·남녀주연상 등을 시상한다. ‘니클 보이즈’는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공동 2위),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공동 2위)를 제치고 2024년 최고의 영화에 선정됐다. 여우주연상은 ‘하드 트루스’의 마리안 장 밥티스트, 남우주연상은 ‘싱싱’의 콜먼 도밍고가 차지했다. ‘니클 보이즈’는 어떤 영화? 영화 ‘니클 보이즈’는 퓰리처상 수상작인 콜슨 화이트헤드의 2019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1962년 미국. 할머니 해이티(오자뉴 엘리스-테일러)와 함께 사는 소년 엘우드(이선 해리스)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량 절도 누명을 쓰고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의 니클 소년원으로 보내진다. 엘우드는 니클 소년원에서 처참한 인권 유린을 경험한다. 교도관은 흑인을 노골적으로 차별하며 폭력과 성적 학대를 일삼고, 낡은 옷과 형편없는 음식을 배급한다. 엘우드는 가혹한 현실을 견디며 터너(브랜든 윌슨)와 친구가 된다. 터너는 흑인 민권운동으로 평등한 미국을 꿈꾸는 이상주의자 엘우드와 달리 냉소적인 시각을 가진 인물이다. 두 소년은 서로 다른 신념으로 충돌하면서도 생존이 걸린 투쟁을 함께한다. 영화는 폭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흑인 소년들이 교도관에게 학대를 당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그 순간을 회피하듯 엘우드와 터너가 시선을 돌린 다른 물체에 고정된다. 라멜 로스 감독은 미 지역 일간지 ‘더 클라리온 레저’에 “사람들이 트라우마적인 일을 겪을 때, 항상 악을 직접 바라보는 것은 아니”라며 “그 순간 보게 되는 인상들이 폭력을 직접 보는 것보다 더 생생하고 파괴적으로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엘우드(다비드 디그스)는 과거를 침묵하고 악몽에 시달린다. 하지만 니클 소년원의 참상이 세상에 드러나자 과거의 아픔을 직면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엘우드는 폭력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폭력의 잔상은 평생의 트라우마가 됐다. 엘우드의 눈으로 들여다본 니클 소년원은 짐 크로법 아래 흑백 차별이 횡행했던 1960년대 미국 사회의 트라우마다. 영화는 사회가 역사적 폭력의 유산을 제대로 직시하지 않을 때 그 상처는 치유되지 못하고 잠재된 폭력으로 남는다는 점을 되새기게 한다.
  • 제주항공 참사 수습, 지역민 지원도 함께해야

    제주항공 참사 수습, 지역민 지원도 함께해야

    제주항공 참사 8일 만에 희생자 대부분이 장례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피해자가 가장 많은 광주와 전남 지역사회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곳곳에서 참사를 지켜보고 희생자들과 직간접적 관계를 맺었던 지역민들은 큰 안타까움과 우울감 증세를 부이는 등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사고 현장을 직접 목격했던 무안공항 주변마을 주민인 문모(30)씨는 ”아직도 잠이 오지 않고 지내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심리 치료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먼저 수습이 이뤄지고 유족들이 안정되면 심리 치료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전·현직 공무원 8명이 희생된 화순군은 주인 없는 책상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글귀 등이 채워지는 등 사고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179명에 대한 가족 인도와 장례 절차도 본격화되면서 희생자 179명 중 157명이 지역민인 광주전남지역은 곳곳에서 장례가 치러져 침통한 분위기다. 광주 전남 지역민 대부분이 희생자 이웃이거나 사회생활 속에서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어 허탈감과 우울감이 우려되고 있다. 지역민들은 광주전남지역 전반이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인 만큼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통한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무안지역만 ‘특별재난지역 선포’됐고 지역민 지원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는 상태다.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자가 가장 많은 지역에 대한 안정적 지원을 위해 ‘피해지원 특별법 제정’ 등을 건의할 계획이다. 특별법에는 피해자 생활·의료비지원과 미성년 피해자 성인까지 지원, 희생자 유가족 국립트라우마 치유센터 이용, 기억의 공간 조성, 악성 유언비어 생산자 처벌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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