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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트라우마/최용규 논설위원

    미국인에게 9·11테러는 떨쳐내기 쉽지 않은 트라우마(trauma)다. 지난 2001년 9월 11일 오전 알카에다의 테러리스트들에게 공중납치된 아메리칸항공 소속 AA11편과 유나이티드항공의 UA175편이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에 돌진하는 장면을 지켜본 미국인의 입에선 ‘오 마이 갓’이란 외마디 비명뿐이었다. 9·11테러는 미국인에게 과거의 일이 아니고 여전히 진행형임이 확인된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 NBC 등 주요 언론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개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에 대한 응답으로 5명 가운데 1명이 9·11테러를 꼽았다고 한다. 5월 광주는 우리에게도 지우기 힘든 트라우마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인 32년이 흘렀지만 그날의 상처와 후유증은 말끔하게 치유되지 않았다.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2011년 12월 현재 5·18 부상 후유증으로 숨진 사람은 약 380명이며, 이 중 42명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으로 자살했다. 이는 일반인의 자살률보다 무려 350배나 높은 수치다. 트라우마, 즉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심각한 외상을 보거나 직접 겪은 후에 나타나는 정신불안 장애를 의미한다. 환자는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람이다. 전쟁, 사고, 자연 재앙, 폭력 등 심각한 신체 손상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경험이 여기에 해당한다. 트라우마에 대한 연구는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스트리아 신경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여성의 히스테리아에 주목했다. 환자의 내적 삶에 관심을 보인 그의 결론은 “히스테리아 환자들은 기억으로 인하여 고통받는다.”는 것이었다. 프로이트의 위대한 발견은 1980년 미국 정신의학회가 정신장애 편람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새로운 진단 범주에 넣음으로써 열매를 맺게 된다. 우울증, 불안 장애, 공황 장애는 트라우마와 관련된 질병이다. 아주 특별한 사람의 질병처럼 보이지만 현대인에게 매우 흔한 질병인 셈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8%가 평생 최소 한 번은 트라우마를 경험한다고 한다. 트라우마의 원인이 되는 전쟁, 성폭력, 사고 등은 곳곳에 널려 있다. 베트남 참전용사 10명 가운데 3명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장애나 회피, 과민반응, 산만함도 트라우마의 특징이다. 증상이 무거워지면 파멸을 피할 수 없다. 약물치료도 중요하지만 사랑이나 연대만큼 치명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명약도 없을 듯싶다.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 청년이여, 고래처럼 꿈꾸시게 죽도록 사랑하시게

    청년이여, 고래처럼 꿈꾸시게 죽도록 사랑하시게

    시는 물론 소설, 수필, 평론 등 60편의 책을 내 ‘전방위 작가’로 손꼽히는 시인 장석주(58)가 어른을 위한 동화책을 처음으로 펴냈다. 독도 주변에 사는 토종 고래인 상괭이 ‘외뿔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상실의 아픔과 성장의 다양한 고통을 견디며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독도 고래’(문학의문학 펴냄). ‘외뿔이’는 부모를 잃고 부당하게 학교에서 쫓겨나는 고통을 겪지만 ‘꿈’을 마음에 새기고 먼바다로 나아간다. 장석주는 “독자층을 우리 아들 세대인 20대로 봤다.”면서 “꿈을 잃어버린 아들 세대를 바라보기 안쓰러워서 꿈의 소중함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책 속에서 그는 ‘네 꿈이 무엇인지 알고 그 꿈이 아니면 죽을 것처럼 그것을 사랑하라.’고 강력하게 말하고 있다. 장석주는 “20대에게 현실은 뛰어넘지 못할 ‘벽’처럼 느껴지겠지만 대기업 취직이나 안정된 직장만 고집하지 않고 눈을 돌리면 길이 아주 많다.”면서 “실용적인 조언이 아닌 원로들의 경륜에서 우러나오는 지혜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동화의 시작은 6~7년 전 독도를 방문했을 때다. 장석주는 “독도는 생각한 것보다는 좀 작고 초라해 보였다. 그 위로 괭이갈매기 수천 마리가 손에 잡힐 듯이 떠 있었는데 그 풍경이 마치 극사실주의 그림처럼 보이면서 마음이 울컥했다. ‘독도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 보자’는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상괭이가 고래 중에서는 몸집이 작은 편에 속하는 고래라는 점을 상기하면 독도와 고래가 마치 같은 이미지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외뿔이의 아빠는 ‘바다의 바다’라는 전설의 나라로 떠났다. 엄마와 둘이 살던 외뿔이는 상어 떼에 엄마마저 잃는다. 외뿔이는 대왕고래의 자식으로 안하무인 격인 친구를 혼내줬다는 죄로 고래학교에서도 퇴교당한다. 늙은 갈매기를 친구 삼아 공중 도약을 연습하며 지내던 외뿔이는 ‘꿈 스승’ 흑범고래에게 가르침을 받는다. 흑범고래가 일러준 ‘꿈 법칙의 6단계’를 새기고는 먼 바다로 나간다. 상어 떼의 습격에서 살아남고 고래 세계의 현자들을 만나고 아빠로 짐작되는 전설의 외뿔고래를 대면하기도 한다. 장석주는 “중·고등학교 다닐 때 나는 외톨이에 왕따였는데 그런 경험이 동화 안에 스며들었다.”고 했다. 당시에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지내는 것을 상처로 느끼지 못했는데 무의식 세계에서는 트라우마로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외로움을 인간의 본질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는데, 최근 만난 고등학교 동창들이 “너는 우리랑 달랐다. 외계인 같았다.”고 해서 다시 한번 외톨이임을 자각했다고 했다. 삽화는 유명 추상화가인 이두식(65)이 그렸는데 “두 번 다시 삽화 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작업이 힘들었다고 한다. 화가의 이름값에 맞추려면 원작료 5000만원으로도 해줄까 말까지만 젊은 시절의 인연으로 저렴하게 그려줬다고 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광주 ‘5·18 후유증’ 치료길 열린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국가 폭력’ 피해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치료하기 위한 전문센터가 문을 연다. 10일 광주시에 따르면 ‘5·18 트라우마 센터’가 서구 치평동 광주도시공사 건물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다음 달 개원할 예정이다. 이곳은 5·18 관련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겪는 유공자와 유족을 비롯, 국가공권력에 의한 피해자에 대한 전문적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는 이곳을 장기적으로 ‘아시아 트라우마 치유 국제교류센터’로 키워 나간다는 복안이다. PTSD는 생사를 오가는 상황이나 재앙을 겪은 후 심리적인 공황을 겪으면서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는 증세를 일컫는다. 우울증이나 폭력성이 동반되기도 하며, 심하면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5·18 트라우마 센터는 모두 10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해 치유팀, 재활복지팀, 기획연구팀 등 3개 팀으로 짜여진다. 이들은 5·18 관련자와 유가족들의 정신적 외상 관련 치료·재활을 위한 중재, 정신적 외상 피해자 지원 시스템 개발 등을 전담한다. 또 전문가 양성, 네트워크 연계 시스템 구축, 정신적 외상 피해 실태 조사 등도 편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정부로부터 135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확보했고, 5·18단체 대표 간담회, 전담팀(TF) 회의 등을 통해 일반 정신보건 센터와 분리·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살한 5·18 피해자들의 상당수가 트라우마를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향후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 5·18 관련자 치료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동남아시아 각국의 피해자들까지도 돌보는 센터로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통합진보 내분 격화] “분당은 없다” 절박한 유시민

    “분당할 수 없다. 분당해야 할 이유도 찾기 어렵다. 분당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친노(친노무현) 그룹인 국민참여당을 이끌고 통합진보당에 합류한 유시민 대표는 6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통합진보당의 분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세 차례나 분당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분당 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의 또 다른 표현인 셈이다. 그는 “국민들로부터 10%가 넘는 지지를 받은 정당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분당하는 것은 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 민주노동당도 분당으로 엄청난 상처를 받았고 모든 사람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국민참여당도 한번 해 보고 ‘마음이 안 맞으면 갈라서면 되지’ 이런 마음으로 통합에 참여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 대표의 말처럼 분당은 구 민주노동당 출신들에게도, 2008년 간첩단 ‘일심회’사건으로 당원들을 이끌고 당을 나가 진보신당을 꾸렸다가 다시 통합진보당으로 돌아온 심상정 공동대표와 노회찬 대변인에게도 트라우마다. 진보신당을 나와 통합진보당에 다시 둥지를 튼 소수파 심·노 콤비는 또다시 당이 깨질 경우 ‘보트 피플’ 신세를 면할 수 없다. 민주통합당 대신 통합진보당을 택한 유 대표 역시 분당되면 돌아갈 곳이 없다. 참여당 세력이 진보당을 탈당, 다시 독립정당을 세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 대표가 1만여명의 당원과 함께 진보당에 입당하면서 30~40%의 나머지 당원들은 ‘혁신과 통합’을 통해 민주통합당에 입당하거나 공중분해됐다. 1만여명의 당원들로 독립정당을 꾸린다고 해도 총선과 대선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소수정당일 뿐이다. 유 대표 개인의 대선 꿈도 물거품이 된다. 진보당에 입당하지 않은 구 참여당 관계자는 “유 대표의 참여당은 정치적으로 실패했고 재창당 또한 있을 수 없다.”며 “진보당에 따라가지 않은 참여당 출신들은 이런 일을 예견했다. 책임은 유시민 대표 본인이 져야 하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치적 실패자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키큰 미남에 억대 CEO라도 결혼 못하는 남자는?

    키큰 미남에 억대 CEO라도 결혼 못하는 남자는?

    억대 매출의 CEO라도 잘생긴 훈남 이라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한가지가 있다. 케이블채널 E채널은 드라마 ‘당신은 왜 결혼하지 못했을까’ 방송을 맞이해 4월 23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간 2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당신의 결혼 상대로 너무 먼 남자’ 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과반수에 가까운 47%가 ‘비주얼 좋은 억대 CEO라도 입냄새, 발냄새, 암내 등 냄새 3종 세트를 가진 남자’를 1위로 선택했다. 이어 2위로는 ‘눈치 없고 순박한 남자’(34%), 3위는 ‘말은 잘 통하지만 키가 170cm인 남자(6%)’가 차지했다. 설문에 참가한 사람들은 “키나 얼굴은 이해할 수 있지만 냄새는 견딜 수 없다”, “키가 작아도 눈치 있는 남자가 좋다” 등의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기타 의견으로는 ‘허세가 심한 남자’, ‘감성이 너무 풍부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남자’, ‘목소리가 이상한 남자’ 등이 있었다. 또한 앞서 진행됐던 ‘당신이 결혼 못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상대를 고르는 눈이 높다.’며 본인의 ‘눈높이’가 1위, 이어 ‘경제력’을 2위를 꼽았다. 가수 양희은의 내레이션으로 꾸며지는 드라마 ‘당신은 왜 결혼하지 못했을까’는 매주 대한민국 싱글남녀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2030세대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5일 밤 11시 방송에서는 지나간 사랑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은 싱글녀의 바람이 전파를 탄다. 사진=티케스트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광우병 파동] ‘2008 촛불’ 트라우마에 위기감 확산… 내부선 “검역중단” 목소리도

    청와대가 광우병 대책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미국발(發) 광우병이 몰고 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2008년 봄 ‘촛불시위’의 트라우마도 여전하다. 잘못하다간 이명박 정권은 촛불로 시작해서 촛불로 끝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높다. 때문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미국산 소고기 검역중단을 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보·외교안보실선 “통상문제 우려” 반대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27일 “농림수산식품부 조치에 더해 전수조사부터 하고 (검역 때) 참관범위를 넓혀야 한다.”면서 “미국의 조사결과와 선진국이 하는 것을 보면서 미국산 소고기 검역중단까지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의견을 갖고 있지만, 아직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건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내에서도 홍보·외교안보·경제수석실 쪽에서는 통상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산 소고기 검역중단을 반대하고 있다.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이 이날 “미국산 소고기 검역중단은 없다.”고 재차 밝힌 것이 정부의 공식입장으로, 청와대도 같은 생각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미국산 소고기 검역중단 검토 보도는) 개인의 의견일 뿐으로, 내부에서 전체적으로 검토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새달 2일 촛불시위 예고… 민심동요 ‘촉각’ 하지만 4년전 광우병 촛불시위가 처음 시작된 날을 기념해 5월 2일 대규모 촛불시위가 예정돼 있는 등 민심동요가 심각한 상황을 청와대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역학조사를 통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확실한 정보를 확보할 때까지 검역을 중단해야 한다.”고 청와대를 압박하고 나섰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특히 2008년 미국의 광우병 발생 시 소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고 정부가 일간지 광고까지 했는데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도 거세다. 청와대가 이 문제에 대해 “광고 문구는 생략되고 축약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갖고 약속을 어겼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2008년 광우병 파문으로 인한 촛불시위의 기억이 있기 때문에 5월 2일 촛불시위를 우려하며 지켜보고 있다.”면서 “특히 올해는 대선이 있는 해이기 때문에 더욱 긴장할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2012 런던올림픽 D-100] ‘제임스 본드’ 3800명 뜬다, 제2의 런던 테러는 없다

    [2012 런던올림픽 D-100] ‘제임스 본드’ 3800명 뜬다, 제2의 런던 테러는 없다

    2005년 7월 7일 아침. “2012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런던이 선정됐다.”는 전날의 낭보에 환호했던 런던 시민들은 하루 만에 비통함에 잠겼다. 런던의 출근길 지하철·버스 테러로 모두 56명이 숨진 탓이다. 영국인들의 ‘올림픽 테러 트라우마’는 이때 시작됐다. ‘2차 대전 이후 최대 첩보전으로 테러 공포를 넘는다.’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은 테러범들에게도 ‘절호의 기회’로 통한다. 단 한 건의 공격으로 자신의 주장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까닭이다. 1972년 서독 뭔헨올림픽 당시 팔레스타인계 무장조직 ‘검은 9월단’이 인질극을 벌여 모두 17명이 사망한 이후 올림픽 개최국은 번번이 테러 공포에 떨어야 했다. 런던도 예외가 아니다. 올림픽 기간(오는 7월 27~8월 12일) 중 국가 정상급 인사만 120명이 런던을 찾는다. 영국은 2만명 넘는 경비인력을 투입, 테러와의 싸움을 준비 중이다. 영국 정부는 자국 정보 인력을 총동원해 철통 보안 모드에 돌입했다. 우선, 영국 내 안보를 담당하는 정보국 ‘MI5’ 요원 3800명이 올림픽 관련 감독 업무에 투입됐다. 올림픽 기간 동안 휴가도 모두 반납했다. 영국 언론들은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정보전’으로 묘사할 정도다. 경비 인력도 애초 계획보다 2배가량 늘렸다.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 측은 올림픽 경비에 경찰 1만 2000명을 동원할 예정이었지만, 테러 가능성이 점증하면서 모두 2만 3700명을 현장에 쏟아붓기로 대책을 수정했다. 경찰과 민간요원 외 군인 1만 3500명이 추가 배치되며 군 병력 중 5000명은 폭발물 처리, 건물 수색, 탐지견 운용 등의 분야에서 경찰을 지원한다. 인력 증원으로 올림픽 경비 예산도 당초 2억 8200만 파운드 (약 5124억원)에서 5억 5300만파운드(약 1조 49억원)로 증액됐다. 재정위기 탓에 허리띠를 졸라맨 영국으로서는 꽤 부담스러울 듯하다. 영국군은 지대공 미사일과 정찰기까지 동원, 경기장 주변에 배치하고 해병대원이 탑승한 해군 강습상륙함 ‘HMS 오션’을 템스강 어귀에 정박시킨 채 테러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또 올림픽 경기 시설에서도 철두철미한 보안 검색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장들은 폭발물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내구성 있게 설계됐고, 안전유리도 설치했다. 시설 내 도로는 곡선으로 설계해 차량을 이용한 테러 등에 대비했다고 한다. 영국 정부가 테러를 막으려 물량전을 펴고 있음에도 테러리스트의 공격 가능성은 대회 기간이 다가올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 용의자 6명이 런던 올림픽 기간 중 청산가리가 섞인 핸드크림으로 도시를 혼란에 빠뜨리려고 계획했다가 검거됐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또 지난달 프랑스 툴루즈에서 연쇄총격 사건이 발생한 뒤 국제테러조직과 연관되지 않은 ‘외로운 늑대’형 테러범의 공격 가능성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데니스 오스왈드 IOC 위원은 “(프랑스 총격 테러와 비슷한) 사건이 올림픽에서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모든 올림픽 시설은 경비 대상이지만 경기장에 가기 위해 길거리에 나섰을 때나 버스를 기다릴 때 테러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걱정 때문에 미국은 연방수사국(FBI) 대원 등 1000명의 자국 보안요원을 런던에 파견, 자국 선수들과 대표단을 직접 경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영국 정부가 테러 가능성 차단을 명분으로 시민들의 사생활을 전방위 감시하는 ‘빅브러더’ 사회를 만들려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내각이 최근 전화·전자우편·오프라인 자료 등을 좀 더 쉽게 감시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자 야당과 시민사회에서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전주 ‘영화의 성찬’… 오감이 즐겁다

    전주 ‘영화의 성찬’… 오감이 즐겁다

    전주는 영화 팬에겐 설렘이자 고통이다. 밑반찬 하나도 허투루 남길 수 없는, 젓가락을 쉴 틈 없이 움직여 보지만 배가 불러 더 먹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안기는 전주의 상차림을 떠올리면 될 터.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는 26일부터 새달 4일까지 영화팬에게 작업을 건다. 42개국 184편(장편 137편, 단편 47편)을 상영한다. 2010년 209편, 지난해 190편에 이어 6편을 더 줄였다. 대신 극장 좌석 수는 6287석을 늘렸고, 일부 작품은 상영 횟수를 3회로 늘렸다. 프로그램의 밀도는 높이고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한정된 시간에 맛집 순례를 해야 하는 열혈 영화팬을 위해 유운성·맹수진·조지훈 프로그래머의 추천작 9편을 추렸다. 출산의 세기 (유운성의 한마디:6시간 동안 서서히 몰입시킨다. 라브 디아즈 감독의 영화 중 가장 통렬하고 가슴 저미는 결말) 필리핀의 거장 디아즈가 ‘멜랑콜리아’(2008)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수년째 영화를 못 만드는 영화감독 호머는 영화제 프로그래머로부터 영화 완성을 독촉받는다. 한 이교도 집단은 한 처녀의 이탈로 큰 충격에 빠진다. 전혀 관련 없는 두 개의 이야기는 6시간 후에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결말로 수렴된다. 후지산의 혈창 (유운성:기묘하게 뒤틀린, 지적이고 비판적인 시대극/맹수진:사무라이 신화를 유쾌 통쾌하게 해체하는 코믹활극) 한국에선 극소수 작품밖에 소개되지 않아 미지의 감독으로 남아 있는 일본영화 거장 우치다 도무(1898~1970)의 1955년 작이다. 젊은 사무라이 고즈로는 하인 둘을 데리고 귀중한 찻잔을 운반하는 임무를 맡는다. 주사가 심한 고즈로는 취중에 사무라이 계급의 위선에 분노해 칼을 뽑아든다. 파닥파닥 (맹수진:수족관에 갇힌 고등어의 필사 탈출기.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지난해 ‘마당을 나온 암탉’의 뒤를 이을 토종 애니메이션 기대작이다.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던 물고기가 그물에 걸려 탈출을 꿈꾼다는 설정은 ‘니모를 찾아서’를 떠올릴 법하다. 하지만 귀여운 물고기의 모험극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자유를 갈망하는 고등어, 수조 안의 권력자 넙치 등 생생한 캐릭터, 산 채로 회가 떠진 채 눈과 입만 끔뻑이는 물고기 등 사실적인 그림체가 눈길을 끈다. 이대희 감독과 스태프들이 5년을 작업한 노작이다. 드라이레벤 (조지훈:지난해 최고의 독일영화. 각각 1시간 30분 분량의 3편의 장편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독특한 형식) 독일을 대표하는 중견감독 크리스티안 펫졸트, 도미니크 그라프, 크리스토프 호르호이슬러가 참여했다. 독일에 있음 직한 소도시, 하지만 허구의 도시인 드라이레벤에서 펼쳐지는 기이한 사랑과 범죄의 3부작이다. 각각의 영화는 저마다 줄거리로 마무리되는 자족적 성격을 갖지만 몇몇 연결고리에 의해 세 편이 이어진다. 르 타블로 (조지훈:폴 세잔과 마티스에게서 영감을 얻은 아름다운 디자인과 색채,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수작) 프랑스를 대표하는 노장 애니메이션 감독 장 프랑수아 라귀오니(73)의 네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채색의 정도에 따라 계급이 나뉘는 캔버스의 세계에서 미완성된 캐릭터가 그림을 완성하려고 화가를 찾아 떠난다는 기발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아름다운 얼굴색을 찾아주고자 캔버스의 경계를 넘나드는 라모와 친구들의 모험을 그렸다. 관용의 집 (유운성:세기 전환기 파리 매음굴을 19세기 말 퇴폐주의 분위기가 집약된 소우주처럼 그린, 관능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영화) 인간관계를 매개하는 육체의 문제에 집요하게 관심을 기울여 온 프랑스 감독 베르트랑 보넬로의 신작이다. 프랑스 영화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지난해 세계영화 ‘베스트 10’ 중 8위로 꼽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매춘부의 삶을 통해 노골적 착취의 역사 속에서 노동, 섹스, 자본의 관계를 탐구한다. 개들의 전쟁 (맹수진:액션영화의 상투적인 관습을 따르는 듯하면서도 절묘하게 피해 가는 묘한 재미. 한국 시골 액션영화의 새로운 지형) 한가로운 시골 동네에서 보스 자리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양아치들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했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꼬리를 내리고 마는 수컷들 사이의 팽팽한 기싸움과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독특한 어조로 담아냈다. 뮤지컬 스타에서 충무로로 보폭을 넓힌 김무열의 첫 단독 주연작. 몸 전체로 사랑을 (맹수진:한국영화의 세대논쟁을 불러일으킨 ‘영상시대’의 문을 연 작품. 숨겨진 역사와 만나는 기쁨) 한국영화의 암흑기인 1970년대 선배 세대와 단절을 선언하고 네오리얼리즘(이탈리아), 누벨바그(프랑스) 등 세계영화계의 움직임에 호응해 영화적 혁신을 추구한 하길종·홍파·이원세·이장호 감독, 변인식 평론가를 중심으로 한 동인운동 ‘영상시대’ 특별전의 일환으로 상영된다. 시나리오 작가로 먼저 이름을 알린 홍파 감독이 1973년 발표한 문제적 데뷔작이다. 자이언츠 (조지훈:사춘기 소년이 겪는 전복적이면서도 유쾌하고 때론 빈정거리는 모험담.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의 프랑스식 해석) 시골의 가족별장으로 휴가 온 자크와 세스 형제. 그곳에서 또래 대니를 만나 할아버지의 차를 훔쳐 타는 등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자유를 만끽하며 위험천만한 여행을 시작한다. 지난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아트시네마상을 받는 등 평단의 호평을 받은 불리 라네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유토피아의 탄생’ 주강현 교수

    [저자와 차 한 잔] ‘유토피아의 탄생’ 주강현 교수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지만 좋은 곳, 다시 말해 이상향(理想鄕)을 말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유토피아를 꿈꾼 이상향, 파라다이스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우리의 경우에도 대망(大望)을 간구하다 아쉽게도 비명에 간 아기장수 설화 등에 미완의 유토피아가 담겨져 있으며 중국풍 몽유도원도 원류의 유토피아 이야기도 산재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공간이 주어진 한국판 본격 유토피아로 ‘섬-이상향’을 능가한 공간이 있을까. “대개의 경우 유토피아 세계에서 섬이 주목되고 결정적 무대로 등장하고 있음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섬은 인류 문명의 그 무엇인가를 함의하는, 이상향적 DNA로 각인돼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섬-이상향’은 동서를 막론하고 고대적·중세적 기원을 지니는 장기 지속적 담론입니다.” 신간 ‘유토피아의 탄생, 섬-이상향/이어도 심성사’(돌베개 펴냄)의 저자 주강현(57·제주대 석좌교수)씨는 “이 책을 통해 우리식 ‘섬-이상향’의 특질과 그 속에 담겨진 민중의 대망체계를 탐구하려고 했다.”고 저술동기를 밝혔다. 또한 “유토피아 세계의 기본 축은 섬을 중심으로 움직여 왔고 그러한 세계사적 전통에서 예외가 아니다.”라면서 “고통스러운 현실속에서 희망의 출구를 찾고자 했던 민중들의 심성구조가 ‘섬-이상향’ 담론을 지속시켜 온 동력이었고 ‘이어도-이상향’ 담론의 형성과정에서도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동서고금의 ‘섬-이상향’ 담론의 궤적을 살피는 것과 오늘날 우리의 대표적인 ‘섬-이상향’으로 자리매김한 ‘이어도-이상향’에 관한 것이다. 특히 ‘이어도-이상향’ 담론은 용암으로 치자면 바로 엊그제 화산이 폭발해 흘러내리기는 했으나 아직 굳지 않은 현대적 서사(敍事)라는 점에 방점을 찍는다. 그는 또 실체가 없었던 전설 속 이어도가 어떻게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섬-이상향’ 아이콘으로 부상했는지, ‘섬-이상향’ 서사가 탄생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기술하고 있다. “이어도 전설이 오랜 구전의 습득물인가 아닌가 하는 진실게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도(海圖)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어도라는 섬을 자신들의 심성지도에 등재시킨 제주도민의 망탈리테(심성구조)가 중요합니다. 이어도 연구는 민중의 심성사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례이기 때문이지요.” 그는 ‘이어도-이상향’을 20세기 한국에서 펼쳐진 ‘섬-이상향’ 담론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하면서 고대 아틀란티스를 꿈꿨던 인류의 ‘섬-이상향’의 DNA가 그대로 흐르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제주는 한때 독립왕국이었으나 육지 복속 이후 오랫 동안 소외를 겪었고 권좌에서 밀려난 정치인들의 유배지, 대규모 민중반란 등 20세기까지 이어진 제주민의 고난으로 점철된 삶과 역사적 트라우마가 ‘이어도-이상향’ 담론의 증폭과 확산에 일조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섬-이상향 담론은 바다가 있는 한 끝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섬이 존재하는 한 새로운 이상향 담론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글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영화프리뷰] ‘열두 살 샘’

    [영화프리뷰] ‘열두 살 샘’

    소년의 이름은 샘. 겨우 열두 살인데, 지독한 백혈병을 앓고 있다. 서너 번은 재발했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1년 남짓. 어느 날 소년은 캠코더로 자신만의 일기를 남기기로 한다. 동시에 병원에서 만난 절친 펠릭스와 함께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을 기록한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과학자 되기, 공포영화 보기, 에스컬레이터를 거꾸로 오르기, 비행선 타보기, 술 마시고 담배 피우기, 여자친구랑 진하게 키스하기, 우주선 타고 별 보기…. 샘은 펠릭스의 도움으로 하나씩 소원을 이뤄간다. 하지만 버킷리스트를 이뤄 갈 무렵, 펠릭스가 먼저 세상을 등지면서 샘은 충격을 받는다. 새달 12일 개봉하는 ‘열두 살 샘’은 전 세계 13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샐리 니콜스의 소설 ‘영원히 사는 법’(Ways To Live Forever·국내판 제목 ‘아빠, 울지 마세요’)을 영화화했다. 2008년 발행 당시 유럽 최대서점 워터스톤스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책’으로 꼽힌 수작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너무나 쿨하고, 어른들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성숙한 꼬마의 버킷리스트는 흡인력 있는 소재다. 죽음의 무게에 짓눌려 신파로 흐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구스타프 론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잘 만들어진 신파영화는 많아서 죽음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삶과 꿈을 성취하는 것에 대한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라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말기암 판정을 받고 석 달 뒤면 죽을 소녀와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닌 소년의 만남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한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를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로브 라이너 감독이 잭 니컬슨, 모건 프리먼과 만든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도 생각난다. 세상을 오래 산 두 남자의 버킷리스트에서 삶에 대한 통찰과 회한을 느낄 수 있었다면, 샘의 버킷리스트에서는 맥주의 쌉싸래한 첫 맛과 머릿속을 핑 도는 담배의 첫 맛, 소녀와의 숨이 막힐 듯한 첫 키스 같은 삶의 설렘을 느낄 수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로도 만듦새가 나쁘지 않다. 샘의 일기장과 함께 등장하는 내레이션을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낸 대목은 감독의 재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마을을 떠나본 적도 없는 소년이 자신의 내면을 시각화하는 걸 마법적인 방법으로 되살리고 싶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영국 영화의 새 얼굴들을 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영국 전역에서 몰려든 수백명의 아역배우를 따돌린 주인공 샘 역의 로비 케이(17), 대니 보일 감독의 ‘밀리언즈’(2004)에서 주근깨 꼬마로 낯익은 펠릭스 역의 알렉스 에텔(18), 헬레나 본햄 카터의 어린 시절과 묘하게 닮은 샘의 첫 키스 상대 엘라 퍼넬(16)은 쉽게 잊히지 않을 얼굴들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CEO 칼럼] 주택시장에 ‘선거 트라우마’ 이제 그만/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CEO 칼럼] 주택시장에 ‘선거 트라우마’ 이제 그만/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얼마 전 주택 분양업계 전문가인 친구에게서 하소연을 들었다. 지인의 아파트 구입 자문 요청에 재건축 대상 대단지아파트 물건을 추천했다가 괜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개발, 재건축의 청사진으로 억대가 넘는 프리미엄이 붙다가 그 반대 정책이 나오면 순식간에 떨어지곤 해서 지인의 전화가 올 때마다 괜히 가슴이 쿵쾅거린다는 것이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사회 전체가 뒤숭숭하다. 특히 정치권의 영향력이 어느 산업보다 많이 미치는 주택 업계는 ‘정치’, ‘선거’ 홍역에 시달리고 있다. 개별 정책 변화 하나에도 후폭풍이 만만찮은데 총선과 대선이 주택 업계나 소비자에게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크고 민감한지는 두말이 필요없다. 몇 년 동안 겨우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해 막 사업을 시작하려는데 인근에 수천가구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한다는 발표가 나고, 조합을 구성하고 이제 막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려는데 갑자기 뉴타운 출구전략이 나오니 참여 업체나 조합원에겐 부동산 관련 정책 변화는 그야말로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보금자리, 뉴타운 등 주택정책의 시비(是非)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정책의 안정성을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나 당장의 문제는 아니다. 정책의 안정성이 있어야 국민들도 주택마련에 예측 가능한 계획을 짤 수 있고, 관련 업계도 그에 맞는 공급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미국의 주택도시개발청(HUD)은 2010년 5월 ‘2010~2015 전략 계획’(Strategic Plan)이라는 중장기 주택정책을 세웠다. ‘경제 활성화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주택시장 강화’ 등의 5가지 전략 목표와 22개의 측정 기준을 바탕으로 정책결과를 분석해 주택 관련 정책의 방향성과 안정성을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지금 미국발 금융대란이 한국 건설회사의 존폐를 좌우하고, 미국 주택경기에 따라서 한국증시의 주가지수가 오르내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영향력 또한 커지고 있다. 아파트는 분양과 입주에 시간 차이가 많아 주택 수급 변화에 대처하는 데 2~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또 주택시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주택만의 독특한 특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인구의 증감, 외국으로부터 인구 유입, 수명 연장, 라이프스타일과 가구구성원의 변화 등에 따라 기본적인 주택 수요가 변화한다. 그런 만큼 주택은 환경변화를 예측하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주택 정책이 안정성을 가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가뜩이나 환경변화에 민감한 주택시장이 정치적 영향을 받아 휘둘리게 되면 관련 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입는 손실은 막대하다. 정치적 이해는 철저히 배제하고 안정적인 정책을 바탕으로 시장의 순기능이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 현재 집값은 떨어지고 전셋값은 올라 주택 소유자나 세입자 모두 고통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그동안 잘했다고, 앞으로 또 잘하겠다고 표를 달라 목소리를 높인다. 한때 부동산시장에선 ‘선거 특수’를 기대하기도 했다. 총선이 치러졌던 지난 2008년 5월만 해도 1월 대비 전국 집값이 평균 3%나 뛰기도 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선거 특수는 시장 교란의 착시현상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또다시 선거철이다. 지금 주택시장의 겉은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마비상태이다. 주요 정책들이 미뤄지고 개별 사업들은 멈춰 섰다. 주택시장 전체가 ‘선거 트라우마’를 겪느라 일어나는 현상이다. 무엇보다 ‘속 빈 강정’ 같은 주택 공약을 철저하게 가려내 더 이상 표심만을 좇는 ‘부동산 정치’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주택정책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정치에서 자유로운 주택시장을 꿈꿔 본다.
  • ‘아프간 난사’ 미군 이라크戰 영웅이었다

    민간인 총기난사 사건으로 아프가니스탄의 ‘공공의 적’이 된 미군이 이라크에선 무공을 세운 베테랑 참전용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16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로버트 베일스(38) 하사라고 확인했다. 그는 이날 쿠웨이트를 거쳐 미국 캔자스의 포트 리벤워스 군 교도소로 이송돼 독방에 감금됐다. 2001년 9·11 발생 2개월 뒤 군에 입대한 베일스 하사는 미군의 이라크 침공 직후인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총 37개월간 이라크에 3차례, 지난해 12월부터는 아프간에 배치받아 전투에 참여했다. 전투에서 세운 공으로 육군공로훈장만 6차례, 선행훈장을 3차례 받는 영예를 누렸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그는 심한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2010년 이라크에 주둔할 때는 여행을 하다 폭탄 테러로 차량이 전복되며 뇌손상을 입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2002년에는 여자친구를 모텔에서 성폭행하고 2008년에는 뺑소니를 치는 등 수차례 위법행위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다. 베일스 하사는 아직 기소되지 않았으나 발빠르게 변호인단을 꾸려 방어전에 돌입했다. 17일 그의 변호사 에마 스캔런은 성명을 통해 “베일스 하사의 친구들과 가족은 그를 신중하고 노련한 군인으로 여겼다.”면서 “그의 가족들은 이번 비극에 망연자실해 있지만, 헌신적인 남편이자 아버지, 군인이었던 그의 편에 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변호인에 따르면 베일스 하사와 가족들은 그가 아프간에 배치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발령이 나면서 매우 상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 캐럴린의 블로그에는 가족들이 그가 중사로 진급하지 못해 실망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뉴욕타임스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 이번 민간인 살해는 “스트레스와 술, 국내 문제가 얽힌 결과”라면서 “그는 그냥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라고 전했다. 16일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만난 희생자 유족들은 “그를 아프간에서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미군이 이번 사건의 진상 확인 노력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과 아프간의 양국관계가 벼랑끝에 이르렀다.”고 맹비난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특파원 칼럼] 펜타곤 화장실/김상연 워싱턴특파원

    [특파원 칼럼] 펜타곤 화장실/김상연 워싱턴특파원

    “어디 가십니까?” “화장실에 좀….” “이쪽으로 오시죠.” 미국 국방부 브리핑을 들으러 펜타곤에 가는 외국 기자들은 달갑지 않은 ‘VIP 예우’를 받는다. 브리핑룸에서 잠시라도 밖으로 나올라치면 문 앞을 지키고 선 초급장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뭘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 스토커처럼 옆에 바짝 따라붙는다. 가족이나 친구한테도 그리 밝히고 싶지 않은 행선지, 화장실에 갈 때도 예외가 아니다.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엘리트 코스를 밟았을 법한 장교는 기자가 화장실 안에서 볼일을 마칠 때까지 그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러니 불안해서 볼일을 제대로 보기 힘들다. 펜타곤에서의 볼일은 정말 ‘못 볼일’이다. 펜타곤 건물에 들어가는 것 자체도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지하철 역에서 나오면 바로 가까운 출입구가 있지만 기자들은 셔틀버스로 5분 거리에 있는 외딴 출입구로 가야 한다. 거기서 공보팀에 전화를 하면 장교가 나와 신분을 확인한 뒤 건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현관에서 다시 2종류 이상의 신분증을 제시하고 검색대를 통과해야 임시 출입증이 주어진다. 사실 그 출입증은 무용(無用)하다. 펜타곤에 체류하는 내내 인솔 장교가 동행하기 때문이다. 어깨에 가방을 메고 키가 훤칠한 장교의 뒤를 따를 때면 마치 선생님 손을 잡고 종종걸음을 하는 유치원생이 된 기분이다. 펜타곤의 보안이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까다로운 것은 9·11테러 때문이다. 세계 최강 국방력의 상징인 펜타곤 건물이 비행기에 얻어맞아 184명이 숨진 충격이 트라우마로 남은 것이다. 인솔 장교에게 “보안이 너무 까다롭다.”고 불평했더니, 그는 “우리도 까다롭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두번 당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실 지난 11년간 이 큰 땅덩어리 위에 이렇게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살면서 이렇게 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데도 심각한 추가 테러가 일어나지 않은 것은 기적이라고 할 만하다. 9·11테러가 일어났을 때 미국이란 나라가 어쩌면 그토록 허술할 수 있었는지 의아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미국이 테러에 대처하는 것을 보면서 세상에 이렇게 꼼꼼한 거인이 있을까라고 의아해한다. ‘11년 무테러’ 기록의 이면에는 1년 365일 깨어 있는 ‘요원’들이 있다. 중동 최전선의 네이비실에서부터 국내에서 테러 동향을 끊임없이 감시하는 연방수사국(FBI)에 이르기까지 불철주야 몸을 던지는 그들이 있기에 오늘의 미국이 있다. 그리고 이 경각(警覺)의 꼭짓점에는 국가안보에 노심초사하는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가 있다. 의회 청문회에 끌려나와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나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의 얼굴을 보면 늘 피곤에 절어 있는 모습이다. 사실 눈에 보이는 ‘소련’을 상대하던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테러범을 상대하는 게 더 피곤할 것도 같다. 돌이켜 보면 역사적으로 미국은 두번 당한 적이 없다. 진주만이 기습당했을 때 미국은 그 충격을 딛고 일본에 패배를 안겼다.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쫓겨났지만 걸프전에서는 이겼다. 미국은 왜 두번 당하지 않는지를 지금 펜타곤을 보면 알 수 있다. 며칠 전 김관진 국방장관과 정승조 합참의장 등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전례 없이’ 강경한 응전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태평양을 건너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2010년에 북한에 두번이나 당한 트라우마 때문에 ‘양치기 소년’처럼 썩 미덥지가 않다. 지금 우리의 엘리트 장교들은 화장실에까지 따라붙는 정신자세를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의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는 말뿐이 아니라 밤잠을 설쳐 가며 노심초사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닌, 불퇴전의 특전사령부 사령관이 여군 부사관과 부적절한 관계로 옷을 벗었다는 뉴스가 정말 사실인지 묻고 싶다. carlos@seoul.co.kr
  • “학교·사회의 경쟁주의가 학교폭력 불러”

    “학교·사회의 경쟁주의가 학교폭력 불러”

    “학교와 사회에 만연한 경쟁주의가 한국에서 빚어지고 있는 학교폭력의 주요 원인이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전문가인 일본 리쓰메이칸대 산업사회학부 야마모토 고헤이 교수가 우리나라의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내놨다. 현상 억제에만 신경 쓰지 말고 학교폭력을 유발하는 본질적 원인을 주시하라는 조언이다. 야마모토 교수는 15일 서울시립 하자센터에서 열린 한·일 교육포럼 ‘청소년 폭력과 부적응을 말하다’에 참석해 ‘이지메와 부등교(不登校)’라는 주제연구를 발표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등교를 거부하고 자해와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들의 사례를 통해 학교폭력의 구조적 원인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야마모토 교수는 일본에서 대표적인 ‘히키코모리’ 전문가로 꼽힌다. ‘전국 히키코모리 지원자 연락회’ 사무국장을 맡아 히키코모리 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다. 등교를 거부하고 집에만 머무르는 청소년과 사회로부터 고립돼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관찰해 이들의 사회 적응법을 모색하는 것이 그의 주된 연구 과제다. 야마모토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히키코모리와 학교폭력이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당사자들의 사례 연구를 통해 이들이 히키코모리가 돼 가는 과정을 관찰했는데, 상당수 청년이 청소년기에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면서 “집단 따돌림을 당한 청소년들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사회를 회피하면서 히키코모리가 된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는 1986년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도쿄의 한 중학생이 자살하면서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을 심부름꾼으로 여겼고, 교실 안에서 피해 학생의 장례식 놀이까지 하며 괴롭혔다. 담임 교사는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우리의 학교폭력 사례와 놀라운 유사성을 가졌다. 그가 바라보는 학교폭력의 주요 원인은 경쟁에 매몰된 학교와 사회의 분위기다. 청소년들이 타인을 짓밟고 올라서도록 배우는 과정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쟁주의는 청소년들의 마음에 승자와 패자를 명확히 인식시켜 남을 이긴 자신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약자에 대한 배려심을 갖지 못하는 청소년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나 방관자가 된다.”는 견해를 내놨다. “최근의 한국 학교폭력 문제를 유심히 지켜봤다.”는 그는 ‘일진회 해체’ 등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 위주의 대책에 우려를 표했다. 선도의 대상인 가해 학생을 학교와 사회에서 대책 없이 배제하는 결과만을 가져올 뿐이라는 지적이다. 야마모토 교수는 이런 학교폭력 해법으로 만연한 경쟁주의 극복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청소년들이 입시경쟁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대안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보듬어 준다면 학교폭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살인의 일상화… ‘전장 트라우마’ 위험수위

    “‘압력밥솥’ 같은 전장의 상황이 군인들을 미치게 했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민간인 16명을 무차별 살상하면서 미 장병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피아 식별조차 어려운 전장에서 수년을 보내면서 스트레스가 한계점을 넘었고 결국 이성을 잃어 용납 못할 범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노한 아프간 청년들은 당장 반미시위에 나섰고 무장세력인 탈레반도 보복을 다짐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용의자 11년째 복무 38세 베테랑 하사” 미 정부 관계자와 의회 측은 12일(현지시간) 피의자의 이름을 제외한 구체적 신원을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38세 남성으로 11년째 군 복무 중이며 이라크에 3차례 파견된 베테랑 하사다. 아프간에는 지난해 12월 처음 파병됐으며 지난달 1일부터 마을 안정화 사업에 투입됐다. 용의자는 또 이라크 복무 당시 자동차 사고로 가벼운 외상성 뇌손상을 입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사고 이후 전장 등 위험지역 배치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근무 적합 판정을 받아 다시 아프간에 파견됐다. 두 아이를 둔 아버지인 그는 잦은 파병 탓에 결혼생활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심리 전문가들은 ‘전장 트라우마’(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아프간 참사의 주원인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건이 발생한 칸다하르 인근에 파병됐다가 최근 귀국한 미 육군 소속 정신과 군의관은 시사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칸다하르는) 탈레반 거점인 탓에 일상적으로 죽고 죽이는 일이 발생한다.”면서 “(극한의 스트레스를 겪어) 주둔 미군들에게 이 지역은 ‘압력밥솥’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이 군의관에 따르면 최근 들어 동맹세력으로 가장한 무장단체가 미군을 공격하는 사례가 늘었고, 지난달 미군부대에서 코란을 소각하는 사건이 발생해 반미감정이 증폭되면서 ‘아군’과 ‘적군’에 대한 경계선이 흐릿해졌다고 한다. 미 육군 최고위 정신과 군의관을 지낸 엘스페스 리치는 “새벽에 의도적으로 부대를 빠져나가 무장하지 않은 여성과 어린이를 살해하고, 시신을 태운 뒤 부대로 복귀한 것은 정신 질환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美국방 “범행 군인 사형선고 가능성” 한편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이날 용의자가 사형 선고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난사 사건에 대한) 재판권을 넘기고 공개재판하자.”는 아프간 측 요구는 거부했다. 또 아프간 동부 도시 잘랄라바드에서는 13일 400여명의 학생이 모여 반미시위를 벌였고, 탈레반도 웹사이트에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한 지 하루 만에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두 마을 중 하나인 칸다하르주 발란디를 방문한 정부 대표단에 총격을 가해 3명을 사상케 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열린세상] 예술적 진실과 사법적 진실/장은수 민음사 대표

    [열린세상] 예술적 진실과 사법적 진실/장은수 민음사 대표

    영화 ‘부러진 화살’이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명호 교수의 석궁 테러 사건을 둘러싼 논란을 다룬 이 영화는 개봉 직후부터 사법적 판결의 진실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면서 300만명의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다. 사법부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것은 한두 해의 일은 아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라캉의 표현을 빌리면, 법이 거리로 내려온 것이다. 정치, 경제, 문화와 마찬가지로 법 역시 법정이라는 특수 공간을 벗어나 시민들의 공론장 속에 포섭되었다. 이것은 결코 법에 일어난, 특별히 비극적인 사건이 아니다. 시민사회의 성숙에 따라 다른 모든 분야와 똑같이 법도 시민들의 집단 지성을 통해 자신을 재정의해야 할 순간이 되었고,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 같은 영화들은 그 순간을 지정하는 머릿돌 역할을 한 것뿐이다. 따라서 “법원의 실상에 대해 국민들이 전혀 모르고 있다.”든지, “영화를 보면 실제와 전혀 다르게 각색돼서 영화화됐다.”든지 하는 법원 측의 반응은 다소 엉뚱하고 심지어 포인트를 잘못 잡고 있기까지 하다. 영화를 본 뒤 법원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피고인에게 공감하는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진실이다. 진실은 많은 경우 사실에 기초를 두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 진실은 오로지 거짓을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다. 사람이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벌레로 변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지만, 멀쩡한 사람을 벌레로 만드는 일상의 가혹함은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을 통해서 표현할 때 더 실감나게 다가올 수 있다. 다큐멘터리 기법을 차용해 사실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또 “영화는 맥락상 100% 사실”이라거나 “90%의 진실과 10%의 허구”라는 말로 관객들의 말초적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영화를 통해 드러난 진실은 결코 석궁 사건이 잘못된 판결이라는 것이 아니다. ‘부러진 화살’은 사법적 판결 자체에 도전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판결이 이루어지는 구조의 허구성, 비현실성에 도전한다. 석궁을 고의로 발사하지 않았다거나 화살이 판사에게 명중되지 않았다고 해서 피고가 무죄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정상이 참작되어 형량이 낮아지기는 할 터이지만 사적 보복은 만인 대 만인의 폭력이라는 야만 상태를 피하려는, 모든 법체계에서 엄격하게 금지하는 바이기 때문에 유죄를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태도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손 치더라도 판사는 법에 따라 합당하게 판결했으며, 따라서 그 판결은 정당했다는 것, 이것이 사법적 진실이고 아마 법원에서 그토록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것일 터이다. 그러나 ‘부러진 화살’은 거의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피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공판의 구조를 노리고 있다. 관객들은 “설마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의혹을 가슴 한쪽에 품으면서도, 다소 과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가슴을 죄면서 공감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니까 영화는 실제로 폭력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끔찍했던, 법의 높은 문턱 앞에 서 본 적이 있는 우리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드러낸다. 이것이 예술적 진실이고, 시민들이 공론장에서 진실로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우리는 판결에 항의해 석궁을 들었던 테러리스트의 무고함을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왜 우리를 위해 만들어진 법과 우리 세금으로 고용한 법의 집행자들이 우리에게 정신적 상처를 주었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법원이 진정으로 답해야 할 것은 ‘석궁 사건’을 둘러싼 사법적 사실이 아니라 이러한 예술적 진실에 대한 것이며, 시민들이 법원에 따져야 할 것도 특정 사건의 유·무죄가 아니라 위압과 권위를 자주 착각하는 법원의 정신 구조에 대한 것이다. 법은 이미 거리에 있다. ‘부러진 화살’이 보여주는 법적 절차의 폭력성에 대한 것이든,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에 관한 것이든, 우리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법원이 영화를 통해 표출된 진실을 사법적 사실과 혼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처방을 낳는 법이다. 법원이 반성해야 할 것은 다른 곳에 있다.
  • [씨줄날줄] 상담원의 눈물/임태순 논설위원

    어느 기업에 매일 찾아와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있었다. 제품에 불만이 있어서인가 하고 교환, 환불 등으로 달래거나 봐달라며 사정하고 위협해도 통하지 않아 전문 상담사의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며칠 지나지 않아 골칫거리 고객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상담사에게 비법을 물어보니, 회사에 불만을 이야기했는데 담당자가 들어주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며 자신은 단지 그의 이야기를 죽 듣기만 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사회가 복잡다단해지면서 상담 수요가 늘고 있다. 업무 또는 조직 구성원과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과 관련, 스트레스를 받거나 강박관념에 시달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소통 단절 또는 소외로 인해 이야기 상대를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상담자의 제1덕목은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청’(傾聽)이다. 물론 노련한 상담가는 상대방의 말에 담긴 표면적인 메시지 외에 말할 때의 몸짓, 감정 등 이면의 내용까지 읽지만 초보 상담자는 내담자(談者)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상담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실생활에서 친구나 마음이 통하는 동료가 자신의 고민이나 불만을 들어주기만 해도 심리적 위안을 얻는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마음에 공감하고 감정을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감정 교류를 통해 서로 마음이 통하는 ‘라포’(Rapport)가 형성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경제난 등으로 살기가 어려워지면서 자살자들이 늘고 있다. 자살충동자 상담의 경우 익명으로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어 전화상담이 일반적이다. 자살 상담도 물론 경청과 공감이 절대적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어려운 처지를 이해해 주어야지, 자살행위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며 논리적으로 맞서는 것은 금물이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상담원들이 상담 후유증으로 ‘남모를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한다. 자살충동자와 감정이입을 하다 보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그들을 도와주지 못한 데 대한 무기력감·죄책감 등으로 자책한다는 것이다. 내담자와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심리적 고뇌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담자들에게 전문가의 심리 치료를 받게 한다. 오랜 시간 상담으로 인해 심신이 피로해지는 데다 내담자의 세계에 상담자가 빠져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 또는 비정규직 형태로 상담원을 꾸려가는 우리나라 현실에선 너무 먼 이야기인가.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자살 예방 상담원의 눈물

    자살 예방 상담원의 눈물

    #1. 1년 전부터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하는 A(27·여)씨는 자살의 유혹을 받을 때가 있다. ‘한강으로 나와라. 말리지 않으면 죽겠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로 욕설을 퍼붓는 남성만 생각하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밀려든다. 언제부턴가 TV에서 말다툼하는 장면만 나와도 채널을 돌린다. 작은 견해차를 겪거나, 남의 고민을 듣는 것도 두렵다. 최근 사람 만나는 것도 꺼려진다. A씨는 “방금 전에도 가족 간 불화로 생을 마감하려는 30대 여성을 설득했지만 정작 내게 남는 것은 잘했나 하는 불안감뿐”이라고 했다. 그녀는 오늘도 잠을 설친다. #2. 3년째 자살예방 단체에서 일하는 B(31)씨는 작은 문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센터로 찾아와 칼을 휘두르며 협박하던 30대 남성이 떠올라서다. 도박중독자였던 남성은 돈을 달라고 요구했고, 거절당하자 막무가내로 센터를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 B씨는 “‘같이 죽자’며 달려드는 민원인 때문에 큰일이 날 뻔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자살 상담이 최근 급증하면서 자살예방센터 상담원들이 ‘남모를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자살시도자들의 사연에 동화돼 일상생활에서도 괴로움을 느끼고, 성격장애 상담자들에게 시달리며 트라우마 등 업무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 노출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공감피로’나 ‘연민피로’라고 설명한다. 공감피로란 상담사 등 제3자가 실제 고통을 받았던 이와 같은 감정 상태를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연민피로는 더 심한 경우다. 동정심이 만성화돼 아예 슬픔에 무뎌지는 것을 말한다. 연민피로를 호소한 한 상담원은 “해결책이 안 보이는 전화 상담이 계속되면 심지어 ‘그냥 죽어버리지 왜 전화를 해 날 귀찮게 하나’라는 무서운 생각마저 들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일부는 자살시도자의 요구에 급히 현장에 출동했다가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한 상담원은 “야간 당직을 서다 보호장비도 없이 혼자 응급상황에 투입되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마음고생 말고도 고충은 또 있다. 직무 특성상 24시간 연속 교대업무를 하기 때문에 여성 상담원은 육아문제 등 가정적 부담도 갖는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의 연간 상담건수는 2009년 1만 5062건, 2010년 1만 9820건, 2011년 2만 1176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상담원 숫자는 12명뿐이다. 권한도 부족하다. 통상 정신보건전문요원인 자살예방상담센터 직원은 자살시도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 이런 이유로 자살시도자의 위치추적은 물론, 응급 입원조차도 강제할 수 없다. 정신적·육체적 위협과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연구나 설문조사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신보건전문요원 자격증 소지자는 총 1만 987명. 일부가 지자체나 사립 상담센터에 소속돼 상담원으로 근무 중이지만, 전국적인 상담원 현황은 파악되지 않는다. 이수정(43) 중앙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은 “우리나라도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상담원을 일대일로 만나 상담하고 고민을 듣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이성원기자 white@seoul.co.kr
  • 성폭력 어둠속 아이들… 여고생 ‘지수’의 절규

    성폭력 어둠속 아이들… 여고생 ‘지수’의 절규

    아파트 어귀에만 들어서면 숨이 멎는 듯하다.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고 나서 몸을 더듬던 ‘그놈’. 그놈이 언제 다시 오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 탓이다. “내가 잘못한 건 없었을까, 죽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 속에서 그놈을, 자신을, 수없이 죽이고 또 죽인다. 열여덟 여고 3학년 지수(가명)는 그렇게 상처와 아픔을 끌어안고 산다. 2009년 3월 부산의 낡은 상가아파트. 비교적 사람 발길이 뜸한 곳에서 사건은 시작됐다. 우편함에서 고지서를 꺼내던 지수 뒤로 누군가 다가왔다. 한쪽 팔로 지수의 목을 조르고 가슴을 세게 잡아당겼다. 호흡 곤란과 충격으로 잠시 기절했다가 깬 지수는 소리를 질렀다. 간신히 위기 상황을 모면했다. 지갑이나 휴대전화는 손도 대지 않았다. 신고했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같은 해 5월 성폭행도 당했다. “같은 사람이었어요. 계단을 오르는데 뒤에서 뭔가에 얻어맞아 정신을 잃은 후 깨보니 이미….” 혼자 자기를 키우는 엄마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했다. 스스로 감내했다. 부산경찰청의 ‘사건·사고 사실확인원’에 따르면 지수는 이후에도 2010년 상반기까지 수차례의 성폭력 피해범죄를 신고했다. 지수를 성추행했던 범인 가운데 A(34)는 2010년 8월 검거됐다. 부산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14세 여중생을 더듬다 체포됐다. 여죄를 수사하던 부산 금정경찰서는 A가 같은 해 4월 한 상가 앞에서 지수의 머리를 내리치고 추행했던 사실을 밝혀냈다. 특수강도 등 전과가 있던 A는 정신지체 장애를 내세워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부산지법 제5형사부는 2010년 10월 22일 A에게 징역 2년과 5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내렸다. 당시 다른 피해자가 무릎을 다쳐 다리를 저는 A의 인상착의를 정확히 진술했기 때문이다. 지수 역시 A의 얼굴을 보자마자 쓰러질 정도로 단번에 A를 알아봤다. 문제는 A가 지수의 아파트에서 1분가량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 가을 출소할 예정이다. 지수는 극심한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다. 잡히지 않은 ‘그놈’, 곧 나올 ‘그놈’ 때문이다.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 잠시 학업을 중단하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다시 학교로 돌아왔지만 두려움은 여전하다. “나쁜 짓을 했던 그놈들이 다시 제 옆에 오지 못하게, 기억이라도 잊게 이곳에서라도 떠나고 싶어요.” 지수의 절규다. 집안 사정상 이사와 심리 치료가 힘든 지수를 위해 ‘어른들’이 나섰다. 도가니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범죄 근절 운동에 나선 ‘나영이 아빠’와 나영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의 작가 소재원씨가 지수의 끔찍한 사연을 알고 후원자를 찾고 있다. 소재원 작가는 앞서 어린이 재단에 기부한 책 수익금 등을 통해 수지의 거주지를 옮길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나영이 아빠는 “범죄 피해자가 더 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모든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오산 서울대병원 분원 건립 다시 추진

    경기 오산시에 서울대가 운영하는 종합병원 건립이 다시 추진된다. 병원은 국가 재난병원 등 특성화병원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김문수 경기지사, 곽상욱 오산시장, 정희원 서울대병원장,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장은 30일 경기도청에서 오산종합의료기관(가칭) 설립을 위해 협력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양해각서에는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이 오산시 내삼미동 114-1 일대 12만 3125㎡ 부지에 조성된 종합의료시설부지에 오산종합의료기관 건립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부지는 오산시가 2008년 5월 28일 서울대병원과 서울대치과병원 등 분원 설치 MOU를 교환한 뒤 2010년 9월 517억원에 사들여 조성한 땅이다. 그러나 분원설치를 미루면서 지난해 5월 27일 MOU가 3년간의 기한경과로 만료됐고, 이 때문에 오산시는 연간 20억원의 은행이자를 무는 손해를 봤다. 오산시는 병원 부지를 서울대병원에 무상제공하고, 도시계획시설 결정과 기반시설 설치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해 주기로 했다. 또 병원 건립을 위한 경기도, 오산시,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으로 구성된 준비위원회도 곧 구성할 계획이다. 병원은 외상 후 스트레스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트라우마센터와 국가 재난환자를 수용하는 국가재난 병원 등 특성화병원으로 건립될 것으로 알려졌다. 류열철 도 보건정책과장은 “오산종합의료기관 건립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4개 기관의 의지를 확인했다.”면서 “병원이 건립되면 오산·화성·평택·용인시 거주 300만 주민에게 최고급 의료서비스를 제공, 수도권 남부지역의 대형의료시설 부족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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