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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숫자놀음에 빠진 우리 교육/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숫자놀음에 빠진 우리 교육/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몇 차례 한국 교육의 경쟁력을 미국 교육이 배워야 한다고 언급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느닷없이 미국 대통령의 칭찬 대상이 된 한국 교육은 어리둥절했다. 저간의 사정은 이러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와이 호놀룰루시에 소재한 명문 사립 푸나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하와이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한국계 부모들은 어떻게든 자녀들을 이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한다. 청년 오바마는 자기보다 성적이 좋고 더 좋은 대학을 간 한국계 친구들을 사귀며 한국인 부모들의 교육열에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오바마의 한국 교육 칭찬은 미국의 교육제도 내에서 한국인의 교육열에 관한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 부모들의 교육열은 미국 대통령이 부러워할 만큼 커다란 교육자산이고 경쟁력이다. 문제는 그 좋은, 불타는 교육열은 후진적인 교육 제도와 문화의 틀에 갇혀서 부모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어처구니없는 교육 제도와 현실을 조금만 이야기해 주면 오바마 대통령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것이다. 의대를 지망하던 아들이 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과목에서 한두 문제 더 틀려 재수를 하게 됐다는, 친구가 전해주는 처절하다 못해 한심한 이야기다. “수능에서 수학 문제 만점을 맞아야 서울에 있는 의대에 가고, 한 개 틀리면 수도권 의대, 하나 더 틀리면 지방에 있는 의대, 또 하나 더 틀리면 서울공대에 가는 식이다.” 한마디로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 도박이고, 퀴즈쇼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교육현실에서 신경쇠약, 우울증, 트라우마에 빠지지 않고 견뎌내고 있는 청소년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미국 명문 대학들은 미국의 수능인 SAT 2400점 만점에 2200점 정도를 넘으면 수학능력이 있다고 보고 과외활동, 작문, 교사 추천서 등을 평가해 선발한다. 국내에서 SAT 만점을 맞고도 미국 대학 낙방이 뉴스가 되는 것은 우리의 교육 문화 수준을 드러낼 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적 이외에 고교 때 발휘된 리더십으로 명문 하버드 대학에, 그것도 다른 대학을 거쳐 편입을 통해 입학했다. 국내 대학들도 요즘 랭킹 숫자 놀음에 빠져 꼴이 말이 아니다. 교육 대신 취업률만 따지고 있고, 연구 대신 논문 숫자만 세고 있다. 거의 모든 대학들이 교수들의 논문 수 늘리기를 위한 이상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름이 있는 대학은 교수를 뽑을 때 영어 논문 수가 많은 이를 뽑는다. 기존 교수들의 떨어진 논문 생산력을 벌충하기 위해 사실상 신임교원이 쓴 논문 수를 사고 있는 것이다. ‘논문용병 교수’를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1년에 영어논문 3편을 써주는 대가로 연봉을 책정하고 더 쓰면 보너스를 받고 덜 쓰면 삭감당하는 식이다. 어떤 대학에서는 논문 숫자가 많이 나오는 분야로 알려진 학과의 신설을 추진해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대학이 마치 논문공장이 되어가는 꼴이다. 양의 축적이 질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변증법처럼 논문 수가 많으면 저절로 훌륭한 연구가 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와 학문의 세계는 양과 질이 반드시 일치하는 곳이 아니다. 거칠게 얘기해서 현재 공장 체제에서 생산되는 논문의 95% 이상은 10년 뒤면 쓰레기가 될 수 있다. 대학에서 논문 편수가 많은 교수는 대우를 잘 받아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좋은 연구로 존경받는 경우는 드물다. 요즘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서로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었다. 논문을 찍어내기에 바쁜 것이다. 학문의 전당이 논문 공장으로 변해버린 풍경이다. 요즘 대학의 고질적인 문제는 신문사의 대학랭킹 장사에서 비롯됐다. 신문은 알량한 대학광고를 더 따내기 위해 대학평가를 자처하면서 대학들을 포로로 만들었다. 평가기준의 문제점을 모두 알고 있지만 대학들은 어쩔 수 없이 후진적이고 전근대적인 대학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대학의 개혁과 국제적 경쟁력 제고의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이런 체제는 아니다. 우리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문제 많은 언론에 묻지 말고 차라리 오바마 대통령에게 물어보자.
  • [특파원 칼럼] 요즘 미국에서 해선 안 되는 농담들/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요즘 미국에서 해선 안 되는 농담들/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며칠 전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 A와 점심식사 중 무심코 농담을 던졌다가 면박을 당했다. 정치, 외교 등 딱딱한 주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던 참이었다. “이 식당 빵이 너무 딱딱하게 구워졌네요”라는 A의 말을 나름대로 유머러스하게 받아넘긴답시고 “혹시 테러 폭탄 제조용 압력솥으로 요리한 게 아닐까요”라고 농담한 게 화근이었다. 바로 파안대소가 나올 줄 알았던 A의 얼굴이 순간 빵보다 더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는 정색을 하면서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경고’했다. “농담인데 뭐 어떠냐”고 항변했더니 그는 “9·11 테러 이후 우리는 테러라는 말에 아주 민감해졌고, 보스턴 테러 사건으로 더 심해졌다”면서 “아무리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나 전화통화라도 누군가 엿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A에게서 ‘옐로 카드’를 받은 얘기를 다음 날 재미교포 B에게 했다. 그랬더니 그는 “미국 내 모든 전화통화에서 대화 중 ‘테러’라는 말이 나오면 자동으로 도청되는 시스템을 연방수사국(FBI)이 가동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술 더 떴다. 그는 “물론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고 여지를 뒀지만, A와 B의 얘기를 연이어 듣고 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지난달 23일 센트럴플로리다대학에서는 한국계 정모 교수가 수업 중 농담을 했다가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정 교수는 자신이 낸 과제에 학생들이 힘들어하자 “너희들 다 죽어가는 표정인데, 내가 총기 난사라도 저지른 거야?”라고 했고, 한 학생이 이 발언을 학교 당국에 ‘제보’했다. 정 교수는 “당연히 농담이었다”고 항변했지만 학교 측은 “총기 난사는 농담의 소재가 될 수 없다”며 ‘강의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 2월 버지니아주에서는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 장난삼아 손가락으로 권총 모양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겨눴다가 정학 처분을 받았다. 3월에는 볼티모어의 7살 남학생이 빵을 입으로 갉아서 권총 모양을 만들었다가 정학을 당한 일도 있었다. 이쯤 되면 미국인들에게 ‘테러’와 ‘총’은 두려움을 넘어 경기(驚氣)를 일으키는 단어가 된 셈이다. 9·11 테러와 보스턴 테러,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등 잇단 충격적 참사가 빚어낸 트라우마다. 세계 어느 나라도 필적하기 힘든 가공할 무기를 쌓아두고 있는 미국이지만 국민이 느끼는 안전 불안감은 냉전시대보다 훨씬 심한 것 같다. 테러나 총기 난사는 전후방이 따로 있지 않고, 예측불허의 시간과 장소에서 느닷없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은 달리기 대회도 맘놓고 할 수 없고, 길거리에 버려진 주방기구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나라가 됐다. 지난달 27일 켄터키 더비 마라톤에는 40여년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폭발물 우려 때문에 배낭 반입이 금지됐다. 같은 달 17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쇼핑몰 주차장에 압력솥 폭탄으로 보이는 물건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 폭발물 처리반이 출동하고 주변 교통이 전면 통제됐지만 조사 결과 진짜 압력솥으로 판명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평소 누구보다 농담을 즐기는 미 싱크탱크 직원 C는 “이러다가 이스라엘처럼 일반 레스토랑에 들어갈 때도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정색을 하고 말했다. carlos@seoul.co.kr
  • 安의 새정치 ‘구체적 모델’ 보여줄까

    安의 새정치 ‘구체적 모델’ 보여줄까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승리로 국회에 입성한 안철수 의원이 26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는 것으로 ‘여의도 정치’에 첫발을 내딛는다. 안 의원은 전임자인 노회찬 진보정의당 전 의원의 사무실이던 국회의원회관 신관 518호를 물려받아 사용하게 됐다. 의정활동을 뒷받침할 보좌진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구성할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은 이달 말까지는 의정활동 준비에 주력한 뒤 민주당의 5·4 전당대회가 끝나면 정치 지형 변화를 주시하며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25일 오후 노원구 상계동 선거캠프에서 가진 캠프해단식에서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의미는 정치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임을 증명한 것”이라면서 “제 모든 것을 걸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가겠다”고 약속했다. 안 의원은 이에 앞서 당선 인사를 위해 상계동의 서민가구 밀집지역을 찾은 자리에서는 “지금까지 정치는 편가르기, 적과 악이 분명해서 맞는 말도 반대하는 식으로 선명성 경쟁을 계속해 왔다”면서 “(새 정치는) 국민 입장에서 좋은 것이라면 적이라도 협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입성 이후 안 의원의 정치력은 본격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데 ‘현실 정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새 정치에 대한 해답을 구체적으로 보여 줘야 하고, 지난 대선 이후 틀어진 민주통합당과의 관계 재설정, 독자적인 정치세력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안 의원 스스로 야권 후보임을 자처하고 있지만 새누리당보다도 오히려 민주당이 ‘넘어야 할 산’이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고위정책회의에서 “야권의 분열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안 의원을 압박했다. 이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다. 벌써부터 야권 내에서는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이 함께 나선다면 야권은 필패”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까닭에 지난 대선 후보직 사퇴로 안 의원에게는 트라우마로 남겨진 ‘단일화 이슈’가 재점화될 수 있다. 창당 및 독자 세력화를 위한 인재수급도 시급하다. 안 의원 측은 일단 미국의 진보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를 본뜬 ‘정책연구소’를 이르면 다음 달 말쯤 발족할 예정이다. 연구소는 안 의원의 정치세력화를 도울 ‘맨파워 그룹’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안 의원은 이날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당선 축하 전화를 받았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부활한 ‘에바’의 전설, 그 2막 시작된다

    부활한 ‘에바’의 전설, 그 2막 시작된다

    전설인 동시에 현재진행형.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이하 ‘에바’) 얘기다. 1995년 10월 TV도쿄에서 처음 방송(TV판 제목은 ‘신세기 에반게리온’)된 이후 수많은 추종자 혹은 ‘폐인’을 양산했다. 현실에 등을 돌리고 작품의 세계관으로 도피하는 이들이 늘면서 사회문제로 불거졌다. 공상과학(SF) 장르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공각기동대), 오토모 가쓰히로(아키라)는 물론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명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도 도달하지 못한 경지다. ‘에바’ 시리즈의 신작 ‘에반게리온: Q’가 오는 25일 개봉한다. 지난해 11월 먼저 공개된 일본을 제외하면 최초 개봉이다. 일본에선 시리즈 최다인 53억엔(약 607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개봉작 중 4위에 해당한다. 1995~96년 TV에서 방송된 26부작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극장판 ‘데스 앤드 리버스’(TV판 회상과 완결편 예고),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TV판 25~26회 리메이크)의 뼈대는 동일하다. 2000년 남극에서 거대한 재앙이 일어난다. 수십억년 전 거대 운석과의 충돌로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퍼스트 임팩트’에 이은 ‘세컨드 임팩트’다. 남극은 사라지고, 해수면은 상승한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지구인들은 ‘네르프’란 비밀조직을 만들고, 인간형 전투병기 에반게리온을 양산해 ‘사도’로 불리는 거대 괴수들과 맞선다. SF 장르의 형식을 빌렸지만 ‘에바’는 소통에 서툰 인간(아이와 어른)의 성장 드라마로도 읽힌다. 전투병기 에바에 올라 사도와 맞서는 14세 소년·소녀(신지·레이·아스카) 파일럿들은 하나같이 트라우마를 짊어지고 산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은둔형 외톨이거나 지나친 인정 욕구로 현시욕이 강하다. 어른들도 상처와 결점으로 뭉쳐진 건 마찬가지다. 가족은 물론 사회와의 관계에도 서툴다. 인류를 멸종시킨 뒤 하나의 완전한 생명체로 진화시킨다는 ‘인류보완계획’을 입안할 만큼 극단적이다. 영웅과는 거리가 먼 흠결 있는 캐릭터들은 팬들의 연민과 애정을 끌어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상상력의 한계를 무너뜨린 방대한 스케일임에도 황당무계하지 않은 까닭은 탄탄한 세계관과 스토리텔링 덕이다. ‘롱기누스의 창’ ‘릴리스’ ‘세피로트의 나무’ 등 중요 모티브들은 종교학(성서와 유대 신비주의)적 지식까지 끌어들인다. 명확한 설명 대신 여백을 남긴 연출 기법 때문에 팬들은 수수께끼를 풀듯 저마다 이론을 주장했다. 영화학자, 사회학자까지 달라붙어 해독서를 펴냈다. 일본 사회의 ‘에바 신드롬’은 1990년대 비디오테이프에 담겨 한국에도 전파됐다. 90년대의 추억 속에 머물던 ‘에바’가 부활한 2007년. ‘신극장판’이란 수식어를 달고 ‘에반게리온: 서(序)’(2007)와 ‘에반게리온: 파(破)’(2009)가 개봉했다. “‘에바’를 모르는 사람도 즐기기 쉽게 재미를 더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를 목표로 한다”는 게 골수팬의 반발에도 ‘신극장판’을 만든 감독의 설명이다. TV판 재탕이던 ‘서’와 달리 ‘파’부터 감독은 새 이야기를 조금씩 펼쳐 보였다. ‘에반게리온: Q’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유행하는 ‘리부트’에 가깝다. 올해 공개 예정인 신극장판 4부작의 최종편을 앞두고 새판 짜기에 나선 셈이다. 과거의 TV판, 옛 극장판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Q’는 ‘파’ 이후 14년 뒤 신지가 동면에서 깨어나면서 시작한다. 사도와의 전쟁은 끝났다. 대신 네르프와 반(反)네르프 단체 뷔레가 싸운다. 신지의 아버지 겐도는 여전히 네르프의 총책임자인 반면 신지의 멘토 미사토와 네르프의 기술책임자이던 리쓰코는 뷔레에 몸담았다. 14년 전 자신의 행동으로 대재앙, ‘니어 서드임팩트’가 일어난 걸 알게 된 신지는 상황을 되돌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운명은 생사고락을 같이하던 아이들을 맞서 싸우게 한다. ‘Q’의 서사와 기술적 완성도 모두 흠잡을 구석은 없다. 물론 본래의 나약한 모습으로 돌아간 신지가 실망스럽다. 그래도 ‘에바’ 팬의 갈증을 풀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다만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말과 달리 새 관객을 끌어들이는 건 무리다. TV판과 옛 극장판, 신극장판까지 복습하고 극장에 가도 진도를 따라잡기가 만만치 않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4월 그리고 비무장지대 산소공장

    [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4월 그리고 비무장지대 산소공장

    4월이 이처럼 스산하기는 처음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다는 말이 절실하다. 겨울은 오히려 따듯했고 4월이 가장 잔인하다던 엘리엇의 시가 가슴 깊숙이 스며든다. 마구 쓴 화석연료가 만든 온실가스로 지구가 더워졌다. 기상이변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 북극은 녹는다는데 아지랑이 피는 봄날, 한겨울 추위와 폭설이 들이친다. 턱없는 지구종말론에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더하여 북한은 핵으로 세상을 겁주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강건한 시민정신이 반석 같고 사재기나 유언비어가 별로 없는 것이다. 이 봄의 모순을 그린 삽화로는 외국 언론들이 ‘전쟁 날랑가’로 왔다가 ‘알랑가 몰라 시건방춤’을 보고 가는 모습이요, 압권이다. 자연의 변덕이나 전쟁 괴담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역정이 나게 한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꽃이 피면 같이 웃고···봄날은 간다’처럼 풍류 있고 격조 높은 봄을 맞이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럴 때 태평가 한 가락이 위로가 된다. ‘짜증을 내어서 무엇 하나 성화를 받치어 무엇 하나….’ 없었으면 좋았겠지만 필연이라면 어찌하겠나.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거센 폭풍이 몰아친다면 역풍장범(逆風張帆)의 고통이라도 웃으며 즐길 수밖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와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명언을 남겼다. 시간과 공간은 하나이고 애초 시작과 종말은 없으니 현재적 위기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얼어붙은 한반도에 아름다운 4월이 오게 하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식목의 계절이라 그런지 내일 한반도에 전쟁이 난다고 해도 오늘 나무심기가 떠오른다. 막강한 남북한 화력과 병력의 대치 속에서 60년을 버텨온 비무장지대(DMZ)에 숲을 만들어 생명을 치유하고 평화를 가꾸며, 미래를 창조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뜻 깊고 보람찬 일이다. 그러나 일상의 식목행사는 축제처럼 할 수 있어도 금단의 정전지대에서 지뢰를 치우며 나무를 심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전쟁 포기에 준하는 의지와 담력을 요하는 일이며, 복잡한 경우의 수를 읽어야 한다. 주변국들의 이해와 남북 간 대화와 합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무엇보다 유효한 신뢰 프로세스의 구축을 필요로 한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숲 만들기의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파괴와 살육의 땅이던 비무장지대 DMZ는 평화생명지대 PLZ(Peace Life Zone)로 거듭나게 된다. 식목에 필요한 벙커와 무장의 철거는 남북 군비 축소의 실천적 첫걸음으로 연결될 수 있다. 지뢰 제거는 공간 이동의 자유를 제공한다. 우리는 60년 동안 섬 아닌 섬에서 벗어나 반도로 돌아갈 수 있다. 아울러 국내 동식물의 65% 정도밖에 살지 못하는 불완전한 자연을 살리는 호기가 된다. 인위적 산불과 같은 군사작전 수요가 줄어들면서 건강한 생태계의 회복은 빨라진다. 2015년 전세계적인 탄소배출권 거래를 앞두고 2013년 2월부터 탄소흡수원 유지 및 증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DMZ 숲 가꾸기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산소를 만들며, 탄소 상쇄(Carbon Offset)로 수익을 창출하는 길이기도 하다. 지난 4월 4일 유엔 지뢰의 날에 강원도와 대한적십자사는 정전 60주년, 그리고 청소년적십자 60주년을 맞이하여 DMZ 역사상 가장 유의미한 일에 착수했다. 비무장지대 동쪽 끝 고성 땅 한 모퉁이, 한 발 한 발 지뢰를 제거해온 철책 아래 2018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전쟁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면서 평화의 숲, 생명의 숲 가꾸기에 나섰다. 3억평 DMZ에 비하면 작은 물결이지만 아름다운 4월을 부르는 장엄한 서곡이다. 평화의 제전 평창올림픽을 기리기 위한 세계평화의 외침이자 환희의 찬가이다. 동쪽에서 시작된 녹색 물결이 서쪽으로 뻗어 나가고, 북한도 동참해서 DMZ 전체가 평화와 생명의 산소공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 [사설] 보육원생 땅에 묻은 ‘인면수심’을 보라

    경기 양주시 H보육원 생활지도교사 3명이 손버릇이 나쁜 중1 보육원생을 훈계한다며 땅에 묻는 등 가혹행위를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보육원생을 나무에 묶어놓고 폭행한 것은 물론 이따금 보육원에서 성추행까지 했다고 한다. 아직도 일부 사회복지시설에서 장애원생을 성폭행한 광주인화원 사건과 같은 엽기적인 폭력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경찰은 수사를 확대해 다른 원생들도 이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았는지 가려내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시설이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지도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들의 행태는 훈육을 명목으로 했지만 조직폭력배나 다름없었다. 이모씨 등 보육원 지도교사 3명은 원생 정모군이 학교에서 다른 학생들의 돈과 물건을 훔치자 사람이 되게 하겠다며 지난 3일 밤 7시 30분 뒷산으로 끌고 갔다. 정군을 나무에 묶어 몽둥이로 때리고 땅을 파 얼굴만 남기고 묻은 뒤 30분 남짓 내버려뒀다. 어둠 속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을 12살 어린 소년에겐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이들은 또 정군을 땅에서 파내 보육원 법당으로 데려가 때리는 등 모두 4차례 폭행했다. 이들의 행태는 정군이 폭행사실을 가족에게 알려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밝혀졌다. 양주시는 올해 초 보육원에 대한 생활실태조사를 벌였지만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태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건 아니었는지 한번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결손가정 자녀들이 올바로 자라나 건전한 사회구성원이 되는 것은 사회 안전을 위해 중요하다. 보육원에는 정군처럼 편부 슬하이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결손가정의 원생 40여명이 있다. 생활지도교사들은 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임무가 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 소지자에게 지도교사를 맡기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도교사에 대한 인성교육을 강화해 결손가정 학생들이 비뚜로 자라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단순히 수용의 개념에서 벗어나 보육원 등 사회복지시설의 질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기침이 전하는 신호

    기침은 병이 아닙니다. 오히려 몸이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왜냐하면 인체가 가진 중요한 한어기능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침이기 때문입니다. 기도로 맑고 신선한 공기 외에 다른 이물질이 들어오면 몸은 즉각 강력한 방어기전을 가동합니다. 바로 기침입니다. 기침이 강력한 방어수단이라는 것은 속도에서 알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호흡을 할 때의 기관 속 기류 속도는 초속 6∼8m 정도지만 기침을 할 때면 150m에서 300∼400m에 이르기도 합니다. 태풍이 초속 20∼40m임을 감안하면 그 빠르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기침이 심해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연한 두려움부터 갖습니다. 기침감기처럼 원인을 아는 경우라면 별문제지만 내력 모르는 기침이 계속되면 누구나 “혹시…” 하며 불안해하는 것이지요.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 결핵이 창궐할 때 결핵환자들이 보인 대표적 증상이 기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고, 잦은 기침이 불편하기도 해 더러는 원인을 제쳐둔 채 기침만 멈추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바른 대응책이 아닙니다. 이치가 그렇지 않습니까. 몸 안에서 이상반응이 계속되는데, 뭐가 문제인지는 살피지 않고 반응 자체만 억제하면 문제 해결은커녕 병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편차는 있지만 흔한 감기기침은 1주일에서 길어도 2∼3주를 넘기지 않습니다. 물론 감기기침이 7∼8주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일입니다. 의사들이 일반적으로 제시하는 감기기침의 시한은 3주입니다. 기침이 3주 이상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확인하라는 것입니다. 물론 의학교과서는 이보다 훨씬 긴 8주를 제시하기도 하지만 제 생각에는 3주가 적당해 보입니다. 만약 몸에 다른 문제가 있다면 조기에 치료책을 찾을 수 있고, 또 건강한 사람이라도 두어 달씩 기침을 해대는 일이 여간한 고통이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기침을 무시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암이나 COPD(만성폐쇄성 폐질환), 축농증이나 역류성 식도염·후두염도 기침 증상이 나타나니까요. jeshim@seoul.co.kr
  • 삼촌이 女조카 3명 10년간 성폭행

    자신의 여자 조카 3명을 10년 동안 성폭행해 온 인면수심의 삼촌이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4일 조카 3명을 10년 동안 상습적으로 성폭행해 온 김모(42)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전남 보성군 친형의 집에 살면서 큰 조카(26), 둘째 조카(24), 막내 조카(18) 등 자매 3명를 모두 30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결혼 전 친형 집에 살면서 당시 어린 나이의 조카들에게 성교육을 시켜준다며 용돈을 주고 꼬드겨 지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조카들이 성인이 돼 학교를 졸업해 고향을 떠나기 전까지 이 같은 파렴치한 행위를 계속했다. 김씨의 범행은 성인이 돼 사회생활을 하던 둘째 조카가 어린 시절 삼촌에게 당한 성폭행에 대한 트라우마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워지자 지난 3월 말쯤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광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책꽂이]

    성, 전쟁 그리고 핵폭탄(유르겐 브라우어·후버트 판 투일 지음, 채인택 옮김, 황소자리 펴냄) 전쟁이란 비경제적이고 소모적이기 이를 데 없는, 미친 이들이나 저지르는 비합리적 행위인가. 역사학자와 경제학자가 손잡은 이 책의 결론은 의외로 전쟁이란 경제적으로 합리적 행위라는 것이다. 가령 중세의 성은 무거운 돌로 거대한 벽을 만드는 낭비적 행위로 간주됐으나, 저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상비군을 유지하면서 들판에서 맞서 싸우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들고 패배의 위험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이었다. 오늘날 북한의 행태는? 저자들은 무모할 정도로 몰상식한 군사행위의 사례로 프랑스 드골의 핵개발을 분석한다. 3만 7000원. 쟁경(자오촨둥 지음, 노만수 옮김, 민음사 펴냄) 왜 멀쩡한 주먹 놔두고 말로 싸우냐고 하지만, 말싸움은 원래부터 주먹 싸움보다 더 재미나는 법이다. 정치인들 그렇게 욕하면서도 정치뉴스가 제일 재밌는 뉴스인 까닭이다. 말싸움에 대한 최고의 책은 쇼펜하우어의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인데 독설가답게 상쾌 통쾌한 맛이 콸콸 흘러넘친다. 이 책은 논리학을 공부해 온 저자가 춘추전국시대부터 청나라까지 중국의 5000년 역사에서 뛰어난 논변을 펼친 100여명의 주장을 900여쪽이 넘는 두께로 정리해 놓은 책이다. 집대성이라는 단어를 쓸 만한 규모인데 이렇게 정리해둔 저자와 이런 책을 번역 소개한 출판사의 노고는 감사하지만, 읽다 보면 너무 진지하고 엄숙하고 교훈적이어서 쇼펜하우어의 독설이 은근히 그리워진다. 3만 8000원. ‘동아’ 트라우마(성공회대동아시아연구소 기획, 권혁태 등 엮음, 그린비 펴냄) 1931년 7월 조선에서 중국인 대학살 사건이 벌어진다. 앞서 창춘에서 발생한 조중 농민 간 다툼이 중국인에 의한 조선인 상해 사건으로 보도되자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일어난 사건이다. 제국주의 일본은 대동아주의를 세웠으나 실은 피지배민족 간 분열과 다툼을 조장했다. 그 실체를 추적해 들어가면서 식민시기에 비롯된 ‘동아’의 꿈과 현실, 그리고 후대 영향을 기록했다. 지금도 동아시아 문제를 거론할 때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1만 8000원. 역사를 바꾼 종교개혁가들(이동희 지음, 지식의숲 펴냄) 종교개혁의 역사를 인물 중심으로 정리했다. 난 한 마리 거위지만 뒤엔 백조가 올 것이라 예언했던 얀 후스, 그리고 그가 지목했던 백조 마르틴 루터를 비롯해 청교도의 아버지 존 후퍼, 스코틀랜드의 종교개혁가 존 녹스 등 20여명의 종교개혁가 얘기들을 담았다. 1만 9800원. 다시 쓰는 맑스주의 사상사(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오월의봄 펴냄) 진보적 철학자 모임인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현대적 관점으로 다시 풀어낸 마르크스주의 사상. 마르크스와 엥겔스부터 지제크까지 동서양을 대표하는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23명의 족적에서 현대에 던지는 메시지를 찾아낸다. 2만 2000원.
  • [씨줄날줄] 골드바 실버바/육철수 논설위원

    베트남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75년 4월 중순. 당시 베트남의 응우옌반티에우 대통령은 스위스 에어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화물 16t을 스위스로 옮겨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항공사는 화물의 내용물이 금괴임을 파악하고 정부 보유 금일지도 모른다고 여겨 수송을 거부했다. 다급해진 티에우는 사이공(현 호찌민시) 함락 아흐레 전인 4월 21일, 미국 정보당국의 협조로 군용기에 금괴 2t을 싣고 타이완으로 달아났다. 일반인들도 금괴와 달러 뭉치를 미군들에게 집어주고 군함을 겨우 얻어타고 빠져나온 이가 적지 않았다. 달러도, 금덩어리도 없는 불쌍한 난민들은 보트피플이 되어 바다에서 정처 없이 떠돌았다. 티에우는 나라가 망하는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을 외면하고 개인의 욕심만 채워 천고에 씻지 못 할 중죄를 지었다. 나라를 버리고 도망치는 경황망조에도 금괴는 이렇게 소중했다. 어떤 나라 화폐와도 당장 바꿀 수 있는 금의 위력을 알 만하다. 나라마다 외환보유고로 금을 일정 부분 갖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미국이나 독일은 외환보유고 가운데 무려 3분의2가 금이다. 독일의 경우 세계 1, 2차 대전에서 패전국으로 몰리면서 금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에서 금의 비중이 1.5%다. 금 보유 순위는 세계 34위쯤 된다. 요즘 북한의 전쟁 위협과 장기 불황으로 나라가 온통 뒤숭숭하다. 그 와중에 새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목표로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거액의 금융거래를 세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액 자산가들의 장롱 속 돈이 골드바(Gold Bar, 막대 모양의 금괴)로 몰린다고 한다. 평범한 직장인까지 실버바(Silver Bar) 투자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은행과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골드바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란다. 금값이 연초에 온스(28.35g)당 1694달러에서 지금은 1560달러로 떨어졌는데도 매입 열기를 보면 이해 못할 현상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까닭은 있는 것 같다. 우선 절세효과다. 차명계좌를 가진 일부 부자들은 금을 사서 자녀들에게 상속·증여를 하면 국세청에 걸릴 일이 없다는 것이다. 부가세와 수수료로 15%를 뗀다지만 세금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부동산처럼 재산등록을 할 필요도 없으니 검은돈을 감추기엔 그만일 것이다. 더구나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낮은 이자, 장기 불황기에 이만한 환금성 상품도 드물다. 그러나 금·은에 대한 이상 투자열기가 지하경제 단속을 피하려는 풍선효과라면 과세당국은 정신 바짝 차리고 검은돈을 잡아내야 할 것 같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서울연극제, 공식참가 작품 등 44편…사회 조명한 연극 많아

    제34회 서울연극제가 오는 15일부터 5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아르코예술극장, 예술공간 서울,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펼쳐진다. 이번 연극제는 공식참가작, ‘미래야 솟아라’ 부문 참가작, 기획초청작 등 44편을 준비했다. 공식참가작에는 사회문제를 들여다볼 만한 작품이 즐비하다. 극단 연우무대의 ‘일곱집매’(24~28일)는 경기 평택 미군부대 근처에 살던 ‘양공주’를 다룬다. 과거 ‘양공주’로 손가락질받던 여성들의 삶이 과연 자신이 선택한 것인지 사회의 요구였는지를 묻는 한편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동남아에서 한국에 온 여성에게서 기지촌 문제가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이야기한다. 극단 창의 ‘인간대포쇼’(25일~5월 5일)와 서울연극앙상블·극단 인어의 ‘불멸의 여자’(17~21일)는 약자에게 더욱 강하게 가해지는 폭력을 그렸다. 극단 지구의 ‘일지춘심을 두견이 알랴’(19~26일), 극단 유목민의 ‘끝나지 않은 연극’(5월 2~5일)은 각각 과거의 정치와 꿈을 통해 현실 정치를 돌아보게 한다. 아울러 로봇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조명한 극단 거미의 ‘알유알’(18~21일), 치유를 이야기하는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트라우마 수리공’(5월 9~12일), 자신을 부유하다고 착각하며 사는 사람들을 그린 극단 대학로극장의 ‘평상’(24~28일)이 무대에 오른다. 예술공간 서울에서 열리는 ‘미래야 솟아라’는 젊은 연극인들의 창작 역량을 엿보는 무대다. 극단 후암의 ‘미디어 콤플렉스’(20~21일)와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락앤롤 맥베스’(5월 4~5일)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서로 다른 형식으로 재조명했다. 극단 원형무대의 ‘삿포르에서의 윈드서핑’(23~25일), 정의로운천하극단 걸판의 ‘세상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널 지켜줄 거야 친구야’(27~28일), 아날로그 앤 디지털 씨어터의 ‘미래도둑’(30일~5월 2일), 극단 가변의 ‘끔찍한 메데이아의 시’(5월 7~9일), 극단 다의 ‘어른의 시간’(5월 11~12일) 등은 인간 내면과 관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지난해 ‘미래야 솟아라’ 부문 작품상 수상작인 ‘살아남은 자들’(극단 창세), 전국연극제 대상 수상작인 ‘선녀씨 이야기’(극단 예도), 차세대 연출가 초청작인 ‘소외’(무브먼트 당당)도 공연한다. 40대 중견 배우 100명이 자신이 연기한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고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배우 100인의 독백’(5월 1~5일)과 바자회, 다문화 축제 등 부대행사도 열린다. (02)765-7500.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월플라워’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월플라워’

    ‘월플라워’는 타자기 소리로 문을 연다. 찰리는 갓 고등학교에 진학한 소년이다. 앞으로 어떻게 1300일이 넘도록 학교에 다닐지 두려운 소년은 일기를 써 속마음을 고백한다. 친구가 필요하지만, 아무도 소년에게 다가오지 않았고 소년 또한 누군가에게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어느 날 소년은 교내 풋볼 경기를 보러 갔다가 샘, 패트릭과 신나는 대화를 나눈다. 두 친구의 이름은 소년의 일기장 속으로 들어온다. 선배이면서 특이한 삶을 사는 친구인 두 사람은 찰리에게 그들만의 그룹을 소개한다. 개성 넘치는 친구들과 만나면서 찰리는 혼란스럽기에 순수한 1년을 보내게 된다. 예쁜 남녀 배우 세 사람이 정면을 바라보는 연두색 포스터를 보고 말랑말랑한 청소년 영화를 예상하지 않기를. ‘월플라워’는 우울한 도입부에서부터 자기 성격을 확실히 밝힌다. 카메라는 빠른 속도로 다리를 지나 무겁고 침침한 분위기의 터널에 진입하고, 우울한 조명으로 가득한 터널은 길게 이어진다. 터널은 문제적 소년 찰리가 통과해야 할 시간의 은유다. 당연히 영화는 터널 장면으로 끝을 맺는데, 두 곡의 노래가 그 사이의 변화를 표현한다. 변화에 대해 질문하는 밴드 ‘샘플스’의 노래로 시작했던 영화는 마침내 데이비드 보위의 ‘히어로’를 배경으로 막을 내린다. 모든 소년과 소녀는 비록 짧은 기간 동안일지라도 왕과 왕비가 될 자격이 있다. 찰리에게 다가온 친구들은 대개 필라델피아 상류층의 아이들이다. 멍청한 또래 아이들보다 성숙한 척하는 그들은 남다른 문화를 향유한다. 영화의 배경이 1990년대임을 감안하더라도 더 스미스와 빌리 할리데이의 노래를 듣고 ‘로키 호러 픽쳐 쇼’를 재연하는 십대에겐 어딘가 어색한 구석이 있다. 그뿐인가. 술과 담배는 물론 약물과 섹스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에 몇몇 미국인들은 적잖이 당황했던 모양이다(실제로 원작소설은 금서로 지정될 정도로 논쟁적인 작품이다). 글쎄다. 겉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하기엔 십대는 너무도 소중한 시간이다. 그 안은 들여다보지 못하다면, 당신은 십대 시절을 망각한 사람일 것이다. 찰리와 친구들은 단지 어른을 흉내 내는 게 아니다. 어서 어른이 돼 십대의 고민을 끝내고 싶겠지만, 그 이유로 어두운 습관을 유지하지는 않는다. 성장은 통증을 동반한다. 가족과 친구들의 상처를 하나씩 드러내는 원작과 달리 영화는 찰리의 비밀과 슬픔에 집중한다. 똑똑하면서 예민한 소년은 때때로 소녀처럼 눈물을 흘리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월플라워’는 소년의 트라우마에 대해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하이틴 영화 특유의 발랄함과 유쾌함을 포기하면서까지 십대의 진실에 정직하게 다가선 자세가 놀랍다. ‘월플라워’의 원작소설은 1999년에 발간돼 이미 중요한 성장소설의 자리에 오른 작품이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의 바깥에 놓인 소년과 소녀들은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녹음해 선물하고 타자기로 편지를 써서 전달한다. 그런 풋풋함이 영화에 적잖은 힘을 싣고 있다. 원작을 쓴 스티븐 크보스키가 직접 영화의 연출을 맡은 것도 주효했다. ‘월플라워’는 16살 시절로 돌아가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우리와 동떨어진 문화를 그린 작품에서 그 정도의 생생함이 느껴진다는 게 신기한 일이다. 하긴 누군들 터널을 빠져나오지 않았겠나. 11일 개봉. 영화평론가
  • 자녀 우울증 부르는 ‘지속적인 부부싸움’

    부모의 불화가 자녀들의 우울증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아동 및 청소년기에 부모의 싸움을 체험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같은 유형의 우울증 발병은 부모의 불화가 중요한 ‘생애초기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30대 초반의 여성 19명 등 우울증 환자 26명과 같은 연령대 및 성별의 정상인을 비교 조사한 결과, 우울증 환자군에서 ▲정서적 학대 ▲신체적 학대 ▲방임 ▲성적 학대 ▲부모 싸움 노출 등 5가지 주요 생애초기 스트레스 요소가 확인됐으나 특히 부모의 싸움을 경험한 환자에서 이런 요인이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성장기에 신체 및 성적학대, 방임 등이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부모의 불화가 우울증 발병과의 관련성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첫 실증적 연구다. 석 교수는 “부부싸움은 부부의 문제여서 자녀들에게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실제로는 매우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면서 “아이가 주의력 부족이나 학습부진, 심한 투정, 야뇨증, 손가락 빨기 등 정서불안과 관련한 행동을 보이면 부모들의 다툼 때문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부부 간의 불화에서 비롯된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회복탄력성이란 외부적 상황이나 내면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고, 조기에 평정심을 회복하는 능력으로, 여기에는 자기조절 능력, 대인관계능력, 심리적 긍정성 등이 포함된다. 석 교수는 “오랫동안 부모의 불화를 체험한 자녀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왜곡된 결혼관이나 남녀관을 가져 정상적인 가정생활에 어려움이 따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유형의 우울증 환자에게는 필요한 약물 및 상담치료와 함께 회복탄력성 향상을 위한 치료프로그램을 병행하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부부싸움 많이 하면 자녀 우울증 확률 높다

    부부싸움 많이 하면 자녀 우울증 확률 높다

      부모의 불화가 자녀들의 우울증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아동 및 청소년기에 부모의 싸움을 체험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같은 유형의 우울증 발병은 부모의 불화가 중요한 ‘생애초기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30대 초반의 여성 19명 등 우울증 환자 26명과 같은 연령대 및 성별의 정상인을 비교 조사한 결과, 우울증 환자군에서 정서적 학대 신체적 학대 방임 성적 학대 부모 싸움 노출 등 5가지 주요 생애초기 스트레스 요소가 확인됐으나 특히 부모의 싸움을 경험한 환자에서 이런 요인이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성장기에 신체 및 성적학대, 방임 등이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부모의 불화가 우울증 발병과의 관련성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첫 실증적 연구다.  석 교수는 “부부싸움은 부부의 문제여서 자녀들에게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실제로는 매우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면서 “아이가 주의력 부족이나 학습부진, 심한 투정, 야뇨증, 손가락 빨기, 손톱 물어뜯기, 틱(Tic)장애,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등 정서불안과 관련한 행동을 보이면 부모들의 다툼 때문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부부간의 불화에서 비롯된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회복탄력성이란 외부적 상황이나 내면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고, 조기에 평정심을 회복하는 능력으로, 여기에는 자기조절 능력, 대인관계능력, 심리적 긍정성 등이 포함된다. 석 교수는 “오랫동안 부모의 불화를 체험한 자녀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왜곡된 결혼관이나 남녀관을 가져 정상적인 가정생활에 어려움이 따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유형의 우울증 환자에게는 필요한 약물 및 상담치료와 함께 회복탄력성 향상을 위한 치료프로그램을 병행하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수업중 급우 찌르고 달아난 고교생 검거…학폭 트라우마가 부른 비극?

    교실에서 동급생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던 고등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31일 경기 부천소사경찰서에 따르면 A(17)군은 지난 26일 오후 3시 15분쯤 부천 모 고등학교 교실에서 수업을 받던 중 옆자리 책상에 엎드려 있던 동급생 B(17)군의 목을 흉기로 찌르고 도주했다. B군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건 당시 교실에는 학생 30여명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A군은 사건 직후 아버지(43) 도움으로 부천시 오장구 작동 지인의 집에서 숨어 지내다 경찰 설득을 받은 아버지를 통해 경찰에 인계됐다. A군은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 피해를 당했으며 우울증 치료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태권도 선수인 B군은 이달 초 개학하자마자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 A군의 옆자리에서 수업을 받았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A군은 경찰에서 “B군이 주먹과 다리로 계속 ‘툭툭’ 쳐서 기분이 나빴다”며 “혼내줘야겠다는 생각에 흉기로 찔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군과 학교 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학교폭력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다저스 선발 류, 레즈 선봉 추…MLB 코리안 듀오 시대 개봉박두

    다저스 선발 류, 레즈 선봉 추…MLB 코리안 듀오 시대 개봉박두

    빅리그의 ‘코리안 듀오’ 류현진(왼쪽·26·LA 다저스)과 추신수(오른쪽·31·신시내티 레즈)가 화려하게 시즌을 연다. 미프로야구 LA 다저스 구단은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오른손 검지를 다친 우완 채드 빌링슬리를 대신해 좌완 신예 류현진을 두 번째 선발 투수로 정규시즌에 내세운다고 밝혔다. 그동안 선발 진입이 불투명했던 류현진은 빌링슬리의 부상과 시범경기에서의 꾸준한 활약에 힘입어 제2 선발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다. 류현진은 새달 3일 오전 11시 10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와의 홈 2차전에서 공식 데뷔한다. 류현진은 5차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2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초반 제구력 난조로 고전했지만 갈수록 안정된 투구를 선보였고 특히 지난 24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7이닝 1안타 2실점의 호투로 2선발 눈도장을 받았다. 하지만 류현진의 2선발은 유동적이다. 돈 매팅리 감독은 일단 클레이튼 커쇼-류현진-조시 베켓-잭 그레인키 순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짰고 테드 릴리, 애런 허랭, 크리스 카푸아노 등 셋을 불펜으로 돌렸다. 매팅리 감독은 개막 이후 휴식일이 낀 탓에 다음달 14일까지 4인 로테이션으로 선발진을 운영한다. 이후 빌링슬리가 가세하면 5선발 체제로 정비하고 팔꿈치를 다친 그레인키가 돌아오면 2선발로 투입할 계획이다. 따라서 류현진의 초반 활약 여부가 2선발 안착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의 데뷔전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군 최강 팀이자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앙숙’이다. 지난해 30개 구단 가운데 팀 타율 5위(.269)에 올랐다. 팀 홈런(103개)은 하위권이지만 놀라운 집중력을 자랑한다. 특히 파블로 산도발-버스터 포지-헌터 펜스를 잇는 클린업트리오는 공포의 대상이다. 류현진이 특유의 ‘배짱투’로 샌프란시스코 강타선을 요리한다면 일약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한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보였던 경기 초반 1~2회 부담을 떨치지 못하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류현진은 29일 에인절스와의 마지막 시범경기 등판으로 정규시즌 출격 채비를 마친다. 추신수는 류현진보다 하루 앞선 2일 오전 5시 10분 홈구장인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를 상대로 시즌 첫 경기에 나선다. 시즌 뒤 자유계약(FA) ‘대박’을 꿈꾸는 추신수로선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하는 시즌이다. 새 둥지에서 톱타자, 중견수로 출장하는 추신수는 시범경기에서 기대를 부풀렸다. 지난 26일까지 타율 .333(33타수 11안타)에 3도루, 출루율 .389, 장타율 .455 등 첨병 노릇을 톡톡히 했다. 다만 허리 통증 재발과 좌투수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한편 메이저리그는 새달 1일 텍사스-휴스턴의 개막전으로 6개월의 페넌트레이스에 들어간다. 9월 30일까지 팀당 162경기씩 모두 2430경기를 치르며 포스트시즌(PS)에 나설 양대리그 10개 팀을 가린다. 리그별로 3개 지구 우승팀과 지구 우승팀을 제외하고 승률이 높은 와일드카드 1, 2위 등 5팀씩이 PS에 진출한다. 올스타전은 7월 17일 뉴욕 메츠의 홈인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리고 포스트시즌은 10월 2일 개막된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스캔들로 무너진 황제, 사랑으로 부활

    스캔들로 무너진 황제, 사랑으로 부활

    “고된 노력과 오랜 인내의 결과입니다. 예전처럼 높은 수준의 경기는 이제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26일 어김없이 승리의 상징인 붉은 셔츠를 입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4라운드에 나선 타이거 우즈(미국)는 대회 8번째 우승은 물론 세계 랭킹 1위까지 되찾으면서 자신을 되찾기 위한 3년 반 가까운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1년 전 같은 대회에서 무려 923일 만에 우승을 거뒀던 터. 그는 1년이 더 흐른 뒤 같은 코스에서 통산 77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황제’의 자리를 되찾았다. 환골탈태한 듯 뛰어난 경기력으로 제2의 전성기까지 활짝 열어젖혔다. 우즈는 2009년 11월 불륜 스캔들이 시작된 뒤 이혼과 잇단 부상 등으로 명예와 돈, 사랑을 모두 잃어버렸다. 사실상 선수 생활이 끝났다는 진단까지 내려졌지만 절치부심, 와신상담의 신념으로 이날 다시 황제의 대관식을 베풀었다. 세계 1위 재등극의 요인은 ‘인내와 사랑’으로 압축된다. 우즈는 3년 반 동안 인고의 세월을 견뎌냈다. 뼈를 깎는 시간이었다. 스캔들로 정신이 망가지자 몸도 망가졌다. 한번 상한 몸은 부상에서 회복한 듯하다가도 대회만 나가면 문제를 일으켰다. 2011년 하반기 우즈는 “완벽하게 회복됐다”고 선언했지만 사실 그는 ‘부상병동’이었다. 당시 그는 왼쪽 아킬레스건 때문에 주저앉았다. 지난해 3월 캐딜락챔피언십에서는 마지막 4라운드 12번홀에서 왼쪽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 원래의 몸과 기량을 되찾기 위해 우즈는 남보다 훨씬 많은 피와 땀을 흘렸다. 핵심은 예전처럼 파워나 비거리 대신 자신의 몸에 맞는 스윙법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맞는 코치도 물색했다. 2010년 만난 숀 폴리와 스윙의 재건에 나섰다. 그립과 백스윙에서 체중 이동까지 대부분의 스윙을 뜯어고쳤다. 지난해 5월 인터뷰에서 그는 “폴리와 함께 스윙 자세를 바로잡았다. 특히 셋업 자세와 테이크 어웨이를 바로잡기 위해 수천번의 연습을 반복했다”며 피눈물 나는 훈련이 있었음을 털어놨다. ‘일인자’를 향한 강한 집념도 빼놓을 수 없다. 당초 초등학교 때 인종차별 때문에 말더듬이가 됐던 그는 당시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극복하면서 누구보다 강한 승부욕을 키워 왔다. 스캔들과 슬럼프 이후에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건 뭐든지 배우고 받아들였다. 2주 전 캐딜락챔피언십 우승 당시 스티브 스트리커의 퍼팅 조언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도 예전엔 없던 일이다. 무엇보다 우즈의 세계 1위 복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새 여자 친구 린지 본(미국)이었다. 추잡한 성추문과 이혼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에 이어 줄줄이 후원사마저 잃고 세인들의 온갖 비난에 시달리던 그에게 본은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본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넘버 1!!!!!!!!!!!!!”이라며 우즈의 세계 랭킹 1위 탈환을 조용히 축하했다. 이제 우즈에게 남은 건 5년 만의 메이저 우승이다. 그는 “4월이 기대된다”며 열흘 남짓 뒤인 4월 첫째 주말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를 겨냥하고 있다. 2008년 US오픈을 끝으로 메이저 정상에 서지 못했던 우즈는 마스터스에서도 2005년 네 번째 우승 이후 우승하지 못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KIA클래식] 김인경 ‘연장 트라우마’

    [KIA클래식] 김인경 ‘연장 트라우마’

    꼭 1년 전 나비스코에서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났을까. 김인경(25·하나금융그룹)이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IA클래식에서 연장 접전 끝에 또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인경은 25일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 골프장(파72·6593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4개를 묶어 1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를 적어낸 김인경은 2타를 까먹어 동타가 된 베아트리스 레카리(스페인)와 연장에 들어갔지만 두 번째 홀에서 버디를 얻어맞고 우승컵을 내줬다. 후반 들어 결정적인 퍼트가 계속 빗나가 연장전으로 끌려간 데 이어 두 차례의 연장홀에서도 좀처럼 말을 듣지 않은 퍼터에 땅을 쳤다. ‘데자뷔’(기시현상)였다. 2010년 11월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을 끝으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김인경은 지난해 4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다시 우승 기회를 잡았다. 김인경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홀까지 50㎝도 안 되는 거리에 파퍼트를 남겨놨다. 이 퍼트만 떨궈도 우승이었지만 너무 강하게 친 볼은 홀을 돌아 나왔다. 이 때문에 김인경은 연장에 끌려 들어가 결국 유선영(27·정관장)에게 지고 말았다. 이 말도 안 되는 파퍼트 실수는 지난해 미국 골프채널이 선정한 10대 뉴스 가운데 여섯 번째로 꼽히기도 했다. 이날도 11∼13번홀까지 3개 홀 연속 보기를 적어낸 김인경은 15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분위기를 바꾼 뒤 16번홀에서 결정적인 우승 기회를 잡았다. 280야드밖에 되지 않는 짧은 파4홀에서 티샷을 바로 그린 위에 올려 홀 2m에 붙인 것이다. 그러나 이글 퍼트가 야속하게도 홀을 비켜 가 버디에 그쳤고 17번홀(파5)에서도 역시 비슷한 거리의 버디 퍼트가 홀을 외면했다. 18번홀(파4)도 마찬가지. 2m가 안 되는 파퍼트를 성공시켰더라면 우승이었지만 이 또한 홀을 외면해 연장에 들어갔다. 연장 두 번째 홀까지 간 승부에서 김인경은 파 세이브에 성공해 세 번째 연장으로 가는 듯했다. 그러나 두 번째 샷을 그린 오른쪽 러프로 보낸 레카리가 느닷없이 퍼터를 꺼내 들었고, 5.5m 밖에서 굴린 공은 그대로 홀에 떨어졌다. 거짓말처럼 끝난 승부에 김인경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의 투어 연장 분패는 네 경기로 늘었다. 한편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미프로골프(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대회 4라운드는 타이거 우즈(미국)가 2번홀까지 마친 뒤 강풍 때문에 순연됐다. 따라서 우즈의 세계 1위 등극 여부도 하루 미뤄졌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오산시의 오산

    경기 오산시가 서울대병원 유치를 성사시키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2008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서울대병원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무려 517억원을 들여 부지까지 매입했으나 서울대병원 측이 선뜻 나서지 않아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때문에 오산시가 서울대병원의 약속만 믿고 타당성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서둘러 사업을 추진해 막대한 시 예산을 땅속에 묻어두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20일 오산시와 서울대병원 측에 따르면 시는 2008년 5월 28일 서울대병원과 오산에 병원 분원을 설치한다는 MOU를 교환했다. 병원은 600병상 규모로, 1740억원을 투입해 2015년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시는 당시 서울대병원 분원을 경기 서남부권을 대표하는 종합의료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는 곧바로 부지 확보에 나서 2010년 9월까지 517억원을 들여 내삼미동 122 일대 12만 3125㎡(3만 7000여평)를 매입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측은 정부 승인이 지연되고 재정계획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3년 계약기간(2011년 5월 27일)을 넘겨 MOU는 효력을 잃었다. 의료계에서는 경기 남부권에 아주대병원과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등 대형 병원이 자리를 잡은 데다 분당서울대병원 증축과 함께 용인 동백세브란스병원 및 용인 한림대병원 등이 개원할 예정이어서 이미 병원 수요를 초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사업 방향을 바꿔 외상 후 스트레스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트라우마센터와 국가재난 때 환자를 전담수용하는 국가재난병원 등으로 이뤄진 ‘특성화병원’을 건립하기로 하고 지난해 1월 30일 다시 MOU를 교환했다. 서울대병원 측도 분당서울대병원과 인접한 곳에 병원 분원을 짓는 게 명분이 약하다며 시 제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에도 서울대병원 측이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지 않아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증축 공사 및 서울대병원 주차시설 확충 등에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가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이 문제 때문에 서울대병원장과 오산시장이 몇 차례 만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무적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지역에서는 서울대병원 유치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회의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병원 부지는 주말농장으로 사용되며 3년째 방치되고 있다. 땅값 517억원은 시의 올해 당초 예산 3270억원의 15.%에 해당한다. 금리 3%를 기준으로 연간 15억원가량 이자 수익을 손해 보고 있는 셈이다. 오산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급한 현안 사업도 많은데 뜬구름 잡는 사업에 500여억원이 묶여 있다. 재정 형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단체장 치적 등을 위해 타당성이 결여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예산을 낭비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당시 서울대병원 유치를 놓고 경인지역 지자체와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부지 확보가 시급했다. 지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손해는 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신력 있는 정부 의료기관이 지자체에 한 약속인 만큼 깨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지방시대] 서해5도 주민들의 긴장피로/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지방시대] 서해5도 주민들의 긴장피로/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지난 11일은 동일본 지역의 대지진이 일어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일본 언론들은 당일 추모식에 한국과 중국의 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사실을 주요 뉴스로 다루었다. 중국이 불참한 이유를 ‘타이완 대표단을 다른 140개 국가와 같이 지명 헌화하도록 한 데 대한 반발’로 추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사무적인 실수’라고 했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두 국가가 모두 참석했던 사실에 비추어 일본 정부 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 같다. 되돌아보면 지난해에 중국, 일본, 한국 등에서 새로운 지도자들이 등장하면서 기대 섞인 전망들이 있었다. 그러나 기대보다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북한의 도발과 핵실험, 희토류, 영토문제, 엔저 정책 등에서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안보 차원에서 보면 북한의 도발이나 위협 강도가 과거와 다르다. 북한의 도발 압박이 일상화될수록 서해 5도 주민들의 삶이 더 고달프게 된다는 점도 문제다. 생업을 정상적으로 영위하기도 어렵고, 밤잠조차 편히 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연평도 포격사태 이후 대피시설 등이 보완되었다는 점이다. 군도, 정부도 철통경계 태세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그들의 많은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군의 포격으로 부서진 집이 새로 단장되고 정주지원금이 주어지고 있지만 그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데는 크게 부족하다. 정부가 약속한 서해 5도 특별법에 따른 지원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불만이 주민들에게 배어 있다. 또한 언제까지 불안정한 상태가 반복되어야 하는가 하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도 제기된다. 분단국가와 정전체제가 계속되는 한 피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그동안 서해 5도 주민들이 입은 정신적 내지 신체적 고통에 대해서는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서해 5도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대피, 비상식량, 자식걱정 등을 염두에 두고 24시간 긴장상태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들의 ‘피로’나 ‘트라우마’ 등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올해에만 동일본 지진 지역의 37개 자치단체 공무원 가운데 522명이 질환 등을 이유로 장기 휴가를 요청했다고 한다. 관심을 끄는 것은 이 가운데 57%인 296명이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생활환경의 변화나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지진 이후 올해 1월까지 퇴직한 공무원이 912명이라고 NHK는 전했다. 보도를 접하면서 서해 5도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나 주민 그리고 군인들에 대해 정신적 혹은 건강 차원에서 어떤 대책이 있었던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물론 동일본 지역의 경우, 대지진의 후유증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파괴에 따른 재앙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연계돼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서해 5도는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 지친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송영길 인천광역시장과 정홍원 국무총리가 현장을 찾았다. 향후 서해 5도와 북방한계선(NLL) 지역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긴장 피로에 지쳐 있는 서해 5도 주민과 공무원 그리고 군인들의 정신건강에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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