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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픔 나눈 3만명 마주하니 대한민국 살아 있음에 뭉클”

    “아픔 나눈 3만명 마주하니 대한민국 살아 있음에 뭉클”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은 모두 내려온 것 같아요.” 세월호 현장 자원봉사센터 3인방 김양희(29), 장려진(30), 함성숙(45)씨는 6일 이렇게 입을 모았다. 이들은 전남 진도체육관 입구에 있는 자원봉사자 안내소에서 지금껏 쉬지 않고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사고 첫날인 4월 16일부터 하루 24시간이 부족하기만 하다.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 온 자원봉사자 접수와 등록·현장 배치·일감 배분·상담·교육·확인증 교부 등을 맡았다. 봉사자들의 불편한 점이나 개선해야 할 사항 등 의견 수렴을 통해 조그만 실수도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일 역시 그들의 몫이다. 이곳을 찾은 전국 2823개 단체와 개인 등 3만 2622명의 봉사자, 75만여점의 구호물품 등을 빼곡히 기록하고 적절히 분산시키는 등 눈코 뜰 새가 없다. 자원봉사자들의 스트레스와 압박감, 심리 트라우마 예방 등을 위해 긴장의 고삐를 한순간도 늦출 수 없는 형편이다. 학생과 주부, 할아버지, 할머니 등 여러 부류의 자원봉사자들이 돕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자동차를 몇 번이나 바꿔 타고 먼 길을 속속 찾아와 숙연해진단다. 맏언니 함씨는 “입대 전이나 직장 생활 전 보통 사람들은 여행을 가거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텐데 잠깐이라도 도움을 주겠다며 이곳에 오는 봉사자들이 고마울 따름”이라면서 고개를 숙였다. 실종자 가족들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아픔을 함께하고 옆에 남아 위로를 해 준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힘을 내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장씨는 “잠을 설쳐도 좋으니 아무 일이나 시켜 달라는 사람도 많고, 심리 상담을 받고 귀가 조치된 봉사자들이 며칠 쉬고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정말 살아 있구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뭉클해지곤 한다”고 말했다. 막내 김씨는 “실종자 모두 가족 품에 안길 때까지 자원봉사자들이 계속 찾아와 주면 좋겠다”면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이런 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안고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후보자 인터뷰] “국립 트라우마센터 유치 최우선”

    [후보자 인터뷰] “국립 트라우마센터 유치 최우선”

    조빈주(62) 새누리당 안산시장 후보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가족 및 마을공동체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가족에게 힘이 되는 생활밀착형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책임 정당으로서의 진정성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안전한 안산 만들기’의 하나로 세월호 참사 추모비와 추모공원을 조성하고 단원고 학습지원 전문상담사와 돌보미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한 트라우마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지역의 같은 당 김명연(안산단원구갑) 의원에게 요청해 지난 26일 발의했다. 조 후보는 “재난 사고 특성을 보면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많아 국립 트라우마센터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같은 사고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재난 피해자 상담진료 및 치료의무화 조례를 제정하고 민간안전구조업체 및 방범단체 연계를 통한 통합안전기구 구성, 안전생활복지과 등을 설치할 방침이다. 또 지역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있는 것을 감안해 산업안전 시민모니터단 운영, 산업재해 예방 및 산재 노동자 지원센터 설치, 화학사고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픔을 지울 수는 없겠지만 안산시민들의 일상도 지속돼야 합니다. ‘치유와 안정’이란 큰 틀에서 정책을 개발해 시민들에게 다가가겠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흐트러진 민심을 잡기 위해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실천하는 한편 37년간의 공직 경험을 살려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능력 있는 시장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올바른 행정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서울신문 선거 지면 객관적 보도 고민 보인다”

    “서울신문 선거 지면 객관적 보도 고민 보인다”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28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사에서 제65차 회의를 열고 세월호 참사 이후와 6·4 지방선거에 대한 보도를 점검했다. 독자권익위원들은 세월호 참사의 비극을 극복하기 위한 발전적 의제설정을 당부하면서 6·4 지방선거 과정에서 서울신문의 중립적이고 공정한 보도에 대해 높은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김유경(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위원은 “서울신문 선거 지면에서 군더더기 없이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이끌어가는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면서 “민심을 이끄는 차원에서 의제 전환을 빨리한 것도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와 진보가 극단적으로 양분돼 있는 우리 사회의 언론 환경에서 서울신문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보도 자세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의 최근 지방선거 여론조사 보도에 대해서는 “우리 언론이 분석은 잘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라는 것에 대한 계몽 기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청수(연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위원은 “서울신문이 ‘기본을 지키자’는 연재를 시작했는데 매우 시의적절했다”면서 “특히 정치권에서 기본을 지키는 문제가 중요한데 앞으로 공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선의 과정이 공정했는지에 대한 보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특히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토호세력의 전횡에 대해 준엄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준하(전 이화여대 학보사 편집장) 위원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의 트라우마 문제를 지적한 기사는 유가족의 심정을 섬세하게 보도해 인상이 깊었다”면서 “다만 대안에서 전문가 의견이 다소 기계적이었던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독자권익위원들은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사고와 고양터미널 화재사고 등 세월호 참사 이후 벌어진 최근 안전사고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문제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박 위원은 “세월호 이후 후속보도로 안전 문제를 점검하는 기사를 많이 다루고 있다”면서 “앞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안전 문제를 보도해달라”고 주문했다. 김광태(온전한 커뮤니케이션 회장) 위원은 “세월호 사건과 같은 참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각오와 노력으로 5월 한 달간 지면이 구성됐다”면서 “전체적인 지면 구성이 돋보였지만, 음지에서 묵묵히 실종자 가족을 위해 일했던 봉사자들의 모습이 크게 다뤄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분석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길섶에서] 무임승차/서동철 논설위원

    세월호 희생자 유족이 ‘차라리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했다는 기사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더 살아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하는 글자 그대로의 ‘정신적 난민’이다. 가고자 하는 나라가 있다면 트라우마가 치유되는 동안이라도 머물게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런데 경기 고양종합터미널에서 또다시 원시적인 안전사고가 일어났다고 한다. 이번 희생자 가족의 마음도 세월호 유족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반면 무슨 일만 터지면 “이민이나 가야겠다”는 사람들을 본다. 이렇게 불안한 나라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투덜거린다. 그런데 가고자 하는 나라는 안전이 확보된 선진국이다. 그 나라라고 처음부터 안전했을까. 오랫동안 수많은 희생을 겪으며 오늘과 같은 나라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시각에서 이민자란 자신들이 만든 안전한 나라에 아무런 투자 없이 무임승차하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가고 싶은 사람은 가도 좋을 것이다. 다만,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안전해졌을 때 돌아오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리고 떠나기 바란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영화 多樂房] ‘퍼지’

    [영화 多樂房] ‘퍼지’

    에스토니아의 한 시골 마을에서 수십년째 혼자 살고 있는 알리데(라우라 비른)는 한밤중에 인신매매범으로부터 도망친 소녀 자라(아만다 필케)를 발견하고 숨겨준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알리데는 곧 자라가 오래전에 추방된 친언니의 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자 그녀에게 고통스러웠던 지난날의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한다. 알리데의 지난한 과거는 남자들에게 능욕당하던 자라의 모습과 교차되며 세대를 관통하는 역사의 비극성을 드러낸다. 알리데에게는, 아니 에스토니아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퍼지’는 구 소련이 탄압하던 에스토니아의 끔찍한 풍경을 재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형부 한스(피터 프란젠)를 사랑하는 알리데는 독립군인 그를 러시아 공산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온갖 고초를 견뎌낸다. 갖은 협박과 성폭행 등으로 육신은 물론 영혼까지 만신창이가 된 그녀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당 간부와 결혼하고, 마침내 언니와 조카를 추방시킨 후 집안 은신처에 숨어 있는 한스를 혼자 돌보게 된다. 공산당과 독립군, 그리고 독립군을 돕는 공산당의 아내가 한집에 공존하는 위태한 상황은 당시 혼란스러웠던 에스토니아에 대한 대유이다. 또한 알리데의 지극정성에도 한결같이 자신의 가족들만 생각하는 한스는 끝까지 조국을 지키고자 했던 독립군들의 애국심을 대변한다. 그것은 살기 위해, 사랑을 위해 변절을 택한 알리데가 결코 범할 수 없었던 무엇이다. 감각적인 영상과 서정적인 음악이 참혹한 역사 속에 어긋난 한 여인의 순정에 애처로움을 더한다. 알리데는 아물지 않은 상처와 죄책감을 간직한 채 에스토니아가 독립한 후에도 그 집을 지킨다. 오래전 언니의 가족들이 사라진 이곳에 다시 나타난 조카 손녀의 존재는 현대에도 남아 있는 역사의 어둡고 슬픈 그림자이다. 이제 공산당 대신 인신매매범들이 순수한 영혼을 유린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자라의 등장은 알리데가 과거의 상흔을 시간 속으로 침잠시킬 기회이기도 하다. 구세대는 마침내 고통스러웠던 역사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다음 세대에게 미명의 빛처럼 새로운 미래를 열어준다. 길었던 밤을 뒤로하고 떠나는 자라의 벅찬 미소와 알리데의 집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은 구슬프고 아리면서도 은근히 평온하다. 알리데에게도, 자라에게도 더 이상 아픔은 없으리라는 안도감이 진하게 가슴을 쓸어내린다. 다른 시대에 태어났음에도 유사한 상처를 공유한 두 여자의 만남과 이별은 흥미롭게도 한국 멜로드라마들이 기반하고 있는 한(恨)의 정서와 상통하는 데가 있다. 스탈린의 공포 정치를 경험했던 에스토니아인들에게 대물림되는 역사, 그리고 근현대사의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 민족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지도 모른다. ‘퍼지’의 결말처럼, 우리는 과연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미래를 열어줄 수 있을까? 우울한 시절에 떨어뜨린, 일말의 희망이 고마운 영화다. 2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민경욱 靑 대변인 또 실언…“잠수사 시신 1구 수습때 500만원”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의 민간 잠수사들이 일당 100만원을 받고 있으며 시신 1구 수습 시 500만원을 받는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6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연합뉴스는 이날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비공식 석상에서 기자들에게 ‘민간 잠수사가 시신 수습 시 1구당 500만원을 받는다’고 발언한 내용이 전남 진도 현지에 알려지면서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24일 일부 기자들과 점심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면서 세월호 희생자 구조, 수색 문제와 관련한 주제로 일상적인 얘기를 나눴다”고 발언 배경을 소개하면서 “이 과정에서 현재 잠수사들이 오랜 잠수 활동으로 심신이 극도로 피곤하고 시신 수습 과정에 심리적 트라우마도 엄청나다는 얘기가 나왔으며 이런 문맥에서 현장에 있는 가족들은 잠수사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마지막 한 명을 수습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랄 것이고, 또 가능하다면 정부가 인센티브를 통해서라도 피곤에 지친 잠수사를 격려해 주기를 희망할 것이라는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이날 “희생자 및 잠수사들에 대한 모독”이라며 민 대변인의 자진 사퇴 내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질을 촉구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알약 하나로 나쁜 기억 ‘싹~ 지우기’ 현실화

    알약 하나로 나쁜 기억 ‘싹~ 지우기’ 현실화

    알약 하나 먹으면 나쁜 기억을 한번에 지워주는 영화 속 이야기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미국 버지니아 코먼웰스 대학 연구팀이 ‘핑골리모드’(fingolimod)가 과거 물리적으로 얻은 고통을 잊게하는 효과가 있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핑골리모드는 중추 신경계에서 발생하는 다발성경화증 치료에 쓰이는 신물질로 현재 신약으로 개발돼 시판 중이다. 연구팀은 실험 대상 쥐들을 전기가 흐르는 방과 안전한 방을 오가게 한 후 전기 방에 들어갈 때 멈칫하는 쥐들의 행동을 측정했다. 그 결과 ‘핑골리모드’를 투여한 쥐의 경우 아픈 기억을 잊고 멈칫하는 행동없이 전기 방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결과를 근거로 연구팀은 ‘핑골리모드’가 과거 기억을 잊게해주는 또다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연구를 이끈 사라 스피겔 박사는 “핑골리모드는 중추신경계에 효과가 있는 FDA가 승인한 물질” 이라면서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효능이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가 더 진행된다면 트라우마 극복,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치료하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외언론은 한 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해 “언젠가는 발달된 과학으로 인간의 기억을 지울 수도 있을 것” 이라면서 “나쁜 기억이라도 이를 인위적으로 지우는 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타당한 지 짚어볼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연쇄살인마 상당수 자폐증, 머리부상 겪어” (英 연구)

    “연쇄살인마 상당수 자폐증, 머리부상 겪어” (英 연구)

    연쇄 살인마는 과연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최근 영국 글래스고 대학 연구팀이 세계적인 연쇄 살인마 총 239명의 정신상태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끌고있다. 77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노르웨이의 극우 테러범 아르네스 베링 브레이비크를 비롯 환자 15명을 독극물 주사로 살해한 의사 헤럴드 쉬프먼을 망라한 이번 연구는 그들의 과거 병력 등 정신 상태의 특징을 분석해 얻어졌다. 이 연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이들 중 약 28%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앓았다는 점이다. 이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는 미국의 경우 아동 110명 당 1명 꼴로 (남아는 70명 당 1명 꼴)로 발생하며 신경발달 장애, 언어 장애, 사회 부적응 등을 야기한다. 또한 연쇄살인범 239명 중 21%가 과거 머리 부상을 당했거나 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도 확인됐다. 특히 자폐스펙트럼장애나 머리 부상을 당한 연쇄살인범의 절반 이상이 어린시절 성적, 물리적 학대와 부모의 이혼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같은 병력이 반드시 연쇄 살인이나 대량 살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연구를 이끈 클레어 알리 박사는 “연쇄 살인범의 자폐스펙트럼장애나 머리 부상이 반드시 폭력적인 행동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면서 “어린시절의 학대나 트라우마 같은 정신적 사회적 스트레스가 결부된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나 소속된 집단에서 얻은 경험과 스트레스가 중범죄를 저지르는데 더 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데스크 시각] 세월호 부모 적어도 18년은 보호해야/최용규 산업부장

    [데스크 시각] 세월호 부모 적어도 18년은 보호해야/최용규 산업부장

    그 심정 어찌 말로 옮길 수 있겠습니까. ‘화를 내고 싶으면 화를 내라, 할 말이 있으면 시원하게 다 쏟아내라, 시간이 약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주변에서 별의별 얘기를 해도 털끝만큼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테지요. 많은 이들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다독여보지만 어디 마음에 와 닿기야 하겠습니까. 팽목항에 있을 땐 안 먹어도 배고픈 줄 모르고, 밤을 새워도 졸린 줄 몰랐을 겁니다. 어디 제 정신이었겠습니까. 넋 나간 초인과 같다고나 할까요. 흔히들 ‘탈진’‘탈진’합니다만 그 게 진짜 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좋은 것도 아닌데 적으면 적을수록 좋지요. 안 먹으면 죽는 줄 알지만 목구멍으로 절대 넘어가지 않는 게 탈진이라 합니다. 삼키려 하면 끌어내리지 않고 이내 쭉 밀어 올린다지요. 물 한 모금도 넘길 수 없다지요. 노인네들 죽기 전 “이거 안 드시면 큰일 납니다”고 하지만 죽는 줄 알면서도 못 넘기는 것은 탈진이 돼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세월호 부모들도 지금 그런 상황일 겁니다.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TV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있어도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를지 모릅니다. 딴생각 나겠습니까. 온통 애 생각뿐이겠지요.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고, 자기가 다 잘못한 것 같고, 그렇지만 정말 보고 싶고…. 그래서 본인도 모르게 볼을 타고 눈물이 또 흐를지 모릅니다. 그러니 무슨 소릴 해도 귀에 안 들어오겠지요. 사실 이 일이 터졌을 때 ‘앞으로 애 부모들이 큰일 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자살(이미 자살을 시도한 희생자 부모 보도가 있었습니다만)하는 사람, 폐인되는 사람, 이혼하는 가정이 나올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한 걱정이었으면 했는데 이미 시작된 듯합니다. 이제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죽은 아이들 대부분이 열여덟 살, 고2입니다. 그러니 최소 18년간은 정부에서 세월호 부모를 돌봐 주셔야 합니다. 특별법이든 다른 뭐로든 꼭 그렇게 해 주셔야겠습니다. 트라우마는 죽을 때까지 갖고 갈 형벌이지만 절망에 빠진 세월호 부모는 적어도 18년 동안 삶과 죽음의 문턱에 서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약’이라고요. 그것은 죽은 아이를 대신할 그 무엇이 있어야 가능한 얘기일 겁니다. 빨리 애 하나 낳아서 잊는다는 건데 그게 쉬운 건가요. 서너 살 먹은 애가 그렇게 된 것도 아니고, 18년 아니 19년을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을 겁니다. 낳을 수 있다 해도 혹시 애가…. 덜컥 내려앉는 마음에 낳을 자신도 없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절망하는 것입니다. 하나 더 해주셔야겠습니다. 그 집, 그 동네에서 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에 대한 기억과 추억 때문이겠지요. 이사하고 싶어도 형편상 그렇게 못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환경 변화를 원하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렇게 해 주세요. 정부가 뒤늦게나마 남은 자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상처투성이 정부를 그나마 믿지 않겠습니까. 덧붙이겠습니다. 국가 개혁한다고요. 제도나 시스템 불비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보십니까. ‘가치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해 보지는 않았나요. 우리는 선장이 되면 뭐가 좋은지만 가르쳤지 ‘좋은’ 선장이 되라고 가르치진 않았습니다. 이게 핵심 아닐까요. ykchoi@seoul.co.kr
  • “사진 찍으며 아픈 마음 치유 팔 어린이들, 자기 관점 표현… 세상 견디는 힘 얻을 것”

    “사진 찍으며 아픈 마음 치유 팔 어린이들, 자기 관점 표현… 세상 견디는 힘 얻을 것”

    “사진은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혼란한 세상을 견뎌내는 힘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과 인연을 맺고 재능기부를 하는 사진작가 유별남(42)씨는 1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분쟁 지역인 팔레스타인에서 아이들을 직접 보면서 느낀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2008년부터 분쟁과 기아에 시달리는 세계 곳곳을 누벼온 유씨는 지난해 11월 월드비전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벌인 ‘평화나눔 사진교실’에 참여했던 아이들을 직접 만났다. 사진교실은 잦은 분쟁으로 불안해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아이들이 사진을 찍으면서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심리적 안정을 되찾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유씨가 지켜본 아이들은 티없이 순수했지만 분쟁으로 인한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유씨는 “아이들이 직접 찍은 사진 중에는 집단으로 한 아이를 구타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도 있었다”면서 “사진을 찍은 이유를 물어보니 ‘폭력이 싫지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그런 상황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이 사진을 찍으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눈이 생기고, 스스로 잘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한 장의 사진이 어려움에 부닥친 아이들의 삶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찍게 된다”면서 “개인적으로 후원을 하는 해외 어린이도 생긴 만큼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꿋꿋하게 살아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많이 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트라우마 극복 위해… 힘 모으고 계속 희망을 말해야”

    “트라우마 극복 위해… 힘 모으고 계속 희망을 말해야”

    “태풍,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人災)이기 때문에 끔찍한 비극이고,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에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힘’과 ‘희망’에 대해 말해야 합니다.” 국제 심리치료 민간구호 단체인 ‘이스라에이드’(IsraAID)의 요탐 폴라이저(32) 아시아지국장은 지난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마법은 없다”면서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테러, 전쟁 등이 빈번한 이스라엘의 경험에 비춰 보면 재난이 발생할수록 희망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국민이 힘을 모아 세월호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과 테러의 공포에 시달리는 이스라엘인들을 돕기 위해 2001년 설립된 이스라에이드는 미국 9·11테러, 동일본 대지진, 필리핀 태풍 등 대형 참사 때마다 현장에 심리치료단을 파견해 왔다. 지난 10일 방한한 폴라이저 지국장과 의료진 3명은 국내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치료사들에 대한 심리치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에이드는 앞으로 2~3년간 트라우마 치료 경험이 풍부한 심리치료 전문가 50여명을 한국에 파견해 국내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치료사들에게 미술, 음악, 연극 등 다양한 심리치료 기법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폴라이저 지국장은 “훗날 돌이켜보면 이번 참사로 한국 국민들이 힘을 모으고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도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 재난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文 “세월호는 또 하나의 광주”… 與 “선동적 행태”

    文 “세월호는 또 하나의 광주”… 與 “선동적 행태”

    문재인(얼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세월호는 또 하나의 광주”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즉각 “선동적 행태”라고 비판했고 문 의원이 이를 다시 반박하는 등 양측 간 공방이 벌어졌다. 문 의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둔 지난 15일 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오월 광주 치유 사진전’을 소개하는 글에서 “광주 피해자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사진 치유 프로그램의 성과가 훌륭한 작품을 낳았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세월호 참사가 정부의 무능과 부패로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는 점에서 광주민주화운동과 비슷하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의 대변인 격인 윤호중 의원은 “공권력이 국민에게 상처를 준 만큼 이들의 트라우마를 정부가 책임지고 치유해 줘야 한다는 뜻이 담기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느닷없이 세월호와 광주를 연결짓는 선동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세월호와 광주를 연결짓는 정치적 상상력이 놀랍고 그 숨은 의도가 무섭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문 의원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학살자로 몰아붙이는 것”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문 의원은 다시 반박 자료를 내고 “세월호 참사는 돈이 먼저인 사회에서 ‘사람이 먼저인 사회’ ‘생명과 안전이 중시되는 사회’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한다는 점과 트라우마 치유의 절박함이 광주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광주라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비판이 사실이라면 안타까운 일이며 아직도 근본적인 반성 없이 끊임없이 정쟁만 하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지방선거 정국 여야 움직임 2題] 새정치연 ‘與몰고 민심 잡기’ 강공

    새정치민주연합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 국면을 최대한 부각시켜 정부와 새누리당을 더욱 몰아붙인다는 복안이다. 특히 ‘지못미(안전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선거대책위’를 꾸려 국민들의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를 경청하고 공감한다는 전략도 병행할 방침이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15일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는 이번 사건의 책임자이자 큰 범위의 가해자”라면서 “가해자가 대안을 만드는 것은 어불성설인 만큼 국회가 나서 대안을 만드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5월 임시국회에서 세월호 참사를 충분히 이슈화하고 이에 대한 대안 마련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당 차원의 선거 대책도 세월호 트라우마 치유에 초점을 맞췄다.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인 민병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월호 참사에서 국민이 느낀 점에 공감하고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며 안전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세 가지 현재진행형이 중요하다”는 선대위의 기본 방향을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특히 이번 선거에서 ‘앵그리 맘’(분노한 엄마)과 ‘앵그리 하이틴’(10대 후반)을 주요 타깃으로 삼기로 했다. 민 의원은 “자식들이 안전한 사회를 바라는 앵그리 맘의 절규와 앵그리 하이틴의 절규가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목소리로 이어지면 이번 선거가 많은 억울한 사람의 씻김굿이 돼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선대위에서도 ‘주로 유세하지 말고 아픔을 경청하고 응답하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조의금 횡령사건’ 자살병사 2년 6개월만에 순직 인정

    “국립묘지 간다니까 누가 축하한다던데 사실 축하받을 일은 아니죠. 자식이 잘돼 축하받는 것이었다면 좋은데….” 아버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오겠다며 떠난 아들은 허망하게도 작은 유골함에 담겨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사망한 지 2년6개월여가 돼서야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졌다. 지난 2월 공개돼 공분을 샀던 ‘자살병사 조의금 횡령’ 사건의 고 김모(당시 20세) 일병이 순직을 인정받은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육군본부는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에 따라 ‘육군 전사망 재심사위원회’에서 김 일병의 자살 경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순직 처리가 결정됐다고 유족 측에 통보했다. 김 일병은 오는 31일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김 일병의 자살 뒤에 병영 내부의 가혹행위가 있었음이 인정되면서 군 헌병대의 미흡했던 초동 수사는 질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초 군 헌병대는 김 일병의 사망이 군 복무와 무관한 우울증 악화로 인한 것이라며 ‘일반 사망’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육군 중앙수사단(중수단)이 당시 함께 근무했던 전역 병사들을 상대로 재수사한 결과 선임병의 폭언과 잠 안 재우기 등 가혹행위가 사실로 드러났다. 또 중대장 및 행정보급관 등의 관리감독 소홀도 인정됐다. 김 일병은 천둥소리에 대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있었음에도 기갑부대에 배속됐고, 부대 적응에 어려움을 보이자 선임병의 가혹행위가 시작됐다. 지휘관 등은 문제의 선임병을 한 차례 처벌했을 뿐 김 일병과 분리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의금 횡령과 관련해서는 군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앞서 중수단은 김 일병의 조의금을 빼돌려 헌병대 등에 격려금으로 나눠 주고 삼겹살 파티를 한 여단장과 주임원사, 인사행정관 등 3명을 횡령 혐의로 군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 과정에서 인사행정관은 조의금 중 120만원을 개인적 용도로 착복했음을 인정했으나,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며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조만간 유족과 횡령 간부들의 대질신문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국방부는 권익위 권고에 따라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에 일반(자해) 사망자에 대한 장의·의전 절차 등을 반영해 개정하고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시행할 계획이다. 이는 일반 사망자도 순직자의 장의·의전 절차를 준용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장의집행위원회 구성, 빈소 설치·운영, 영결식 준비 등이 포함된다. 또 장의·의전 절차에 조의금 접수 및 처리에 대한 규정을 포함해 장의 집행 부대에서 조의금 결산 내역을 보존하도록 명시하고, 장례 결과를 장관급 상급부대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세월호 참사 한달-우린 뭘해야 하나]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 부족… 심리적 2차 재난 ‘카운트다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자살 시도가 연달아 발생하는 등 세월호 침몰 참사의 여파가 현실화되고 있다. 실종자 가족뿐만 아니라 구조에 참가한 수색대원, 자원봉사자, 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본 국민들도 간접적 외상에 시달리는 등 2차 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집단 스트레스가 정신적 외상으로 남아 긴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월호 수색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심리적 2차 재난을 막기 위한 노력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정부는 안산 트라우마센터 외에도 전국 단위의 심리치료 지원을 위해 국립서울병원에 가칭 ‘중앙 심리외상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할 전문 의료진도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에 정신과 의사는 많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너무 부족했던 터라 치료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의료진은 드물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법 가운데 사고 당시의 기억을 연상시켜 고통스러운 순간과 대면하게 함으로써 기억 속에 담긴 죄책감, 분노 등의 감정을 약화시켜 나가는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 이런 치료를 부작용 없이 할 전문가는 많지 않다”면서 “심리지원 센터를 만드는 일 못지않게 치료할 의사를 양성하는 문제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뒤 나타나는 정신적 질환이다. 당시의 기억이 꿈이나 환각을 통해 생생하게 재연돼 땀이 나거나 심장이 뛰는 듯한 신체적 증상이 동반된다. 사고와 유사한 상황에 다시 놓이게 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아예 마음의 문을 닫고 심한 정서적 위축 상태에 빠지거나 멍하고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되기도 한다. 김정범 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이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 2개월 뒤 부상자 129명을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한 결과 절반가량인 64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됐다. 그만큼 발병 위험이 높다. 유제춘 을지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는 “고통스러운 증상이 보통 수개월 이상 지속되고 회복에 수년이 걸리기도 하기 때문에 평생 고통을 받을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상당수가 아이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심리 치료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재욱 순천향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가족이 원치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심리 치료 지원을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더 이상 자살 시도자가 나오지 않도록 밀착해 지켜보되 감정적으로 정리할 시간을 둔 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다며 성급하게 학교를 옮기거나 이사를 가는 것도 도움이 되진 않는다. 홀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힘든 과정이 되겠지만 학교 친구들과 이웃들이 의지하며 같은 상처를 가진 많은 사람이 서로 돕고 있음을 확인하고 위안을 얻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가 안전망이 붕괴되며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유가족은 물론 예전에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고 당사자나 일반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려면 제대로 된 사건 규명과 추가 조치를 통해 국가가 신뢰감을 회복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범 교수는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해야 재발률을 낮추고 치료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데, 치료비를 유족들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이라면서 “단기적 지원에 그칠 게 아니라 정부의 지속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송승헌 “이젠 스타 아닌 배우로 인정받고파”

    송승헌 “이젠 스타 아닌 배우로 인정받고파”

    ‘스캔들’ ‘방자전’ ‘음란서생’ 등으로 19금 파격 멜로의 한 획을 그은 김대우 감독과 배우 송승헌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는 영화 ‘인간중독’. 14일 개봉한 영화는 베트남전 막바지였던 1969년 승승장구하던 대령 김진평(송승헌)이 중독 같은 사랑에 빠지면서 맞는 파국을 그렸다. 김 감독은 고전 비틀기를 주로 했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정석 멜로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날 파격 노출로 주목받고 있는 송승헌(38)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파격적인 19금 멜로다. 출연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생각이 바뀌었다. 어렸을 때 선배들이 수없이 했던 ‘배우가 되라’는 말이 이해가 됐다. 청춘 스타로 데뷔했지만 평생 하고 싶은 것이 연기라는 걸 알았고 멋지게 나이 들어 가는 남자 배우가 되는 게 꿈이자 목표가 됐다. 그래서 한 가지 색깔보다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전해졌는지 이번 영화 출연 이후에는 들어오는 시나리오도 달라졌다. 정직하고 바른 인물보다는 독하고 비열한 캐릭터들이 많다. →극 중 김진평은 베트남전 영웅이지만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주변의 신임이 두터운 완벽한 조건의 남자가 부하의 아내 종가흔(임지연)에게 쉽게 빠져드는 설정인데, 그 상황이 이해가 됐나. -유부남과 유부녀의 사랑이지만 둘의 사랑이 진실하게 보이도록 하는 게 숙제였다. 결혼했지만 진평에게 가흔은 첫사랑인 데다 감성적으로 피폐해진 그에게는 시들어 가는 나무의 물과 같은 존재다. 이 때문에 앞길이 창창한 그가 모든 것을 버리고 그녀와의 사랑에 이유 없이 빠져들었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는 설명이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마음이 끌리고 좋아하는 감정은 이성적으로 설명되는 게 아니지 않은가. →한국판 ‘색, 계’라고 불릴 만큼 파격적인 정사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감독에게 어느 정도 노출이 있는지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솔직히 ‘남자가 벗어 봐야 얼마나 벗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김 감독의 전작이 무조건 야하고 벗기는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에 신뢰가 컸다. 노출 부담이 느껴지지 않았을 만큼 캐릭터에 대한 애착도 강했다. →베드신은 처음이다. 게다가 상대역인 임지연에게는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임지연보다) 내가 더 긴장하고 떨었다. 감독님이 촬영 전에 배우들이 어색해하지 않도록 베개를 안고 베드신을 시연해 보였다. 지연씨가 털털하고 대담하게 연기해서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았다. →영화에서 ‘당신을 안 보면 숨을 쉴 수가 없어’라는 대사가 여러 차례 나온다. 그런 숨 막히는 사랑을 실제로 해 본 적이 있나. -고 1때 만난 첫사랑이 그랬다. 서로 첫눈에 반했는데 번개가 친 것 같았다. 둘 다 내성적이고 낯을 가려서 결국 그 친구는 더 적극적인 남자에게 갔다. 1년 반 뒤에 다시 만나게 됐지만 그 사이에 가슴 아프고 애가 탄 순간을 잊을 수 없어서 내게는 트라우마가 됐다.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쪽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40대에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흔히 배우의 외모가 좋으면 연기가 가려진다는 말들을 한다. 이런 얘기는 결국 배우가 부족해서 듣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내 연기의 전환점이다. 예전에는 독불장군 스타일로 타협을 못했지만 지금은 성격도 많이 유해졌다. 지금 목표도 연기 대상이나 한류 스타가 아니다. 높은 목표보다는 배우로서 연기하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 한다. 단, 송승헌이 이제는 스타가 아니라 배우로 보인다는 평가를 꼭 받고 싶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교사 47% “세월호 트라우마 시달려”

    교원의 절반 가까이가 세월호 참사 이후 본인이나 주변 교원이 불안증, 우울증 등의 신체적 증세를 보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교원 6명 중 1명꼴로 세월호 참사 이후 재직 학교나 학급에 트라우마 증세를 보인 학생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생안전 및 스승의 날 교원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 뒤 본인이나 주위에서 불안증, 우울증, 가슴 답답함 등 신체적 증세를 보인 교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7.4%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교원의 17%는 “학교나 학급에 트라우마 증세를 보인 학생이 있었다”고 답했다. 증상을 보인 학생을 목격한 비율은 유치원(6.0%)이나 초등학교(12.0%)에 비해 고교 교원이 25.0%, 중학교 교원이 19.0%로 더 높았다. 최근 1~2년 이내에 학생안전교육 또는 재난대비 연수·교육을 받은 교원은 60.0%에 이르렀다. 하지만 교육을 받은 교원의 66.4%가 “이론교육만 받았다”고 답했다. 유사시 학생들의 위험 대처 능력에 대한 질문에는 교사 58.8%가 “대체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46.4%가 “거의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교육부가 세월호 참사로 1학기 수학여행을 전면 중단시켰지만 손해를 입은 학교도 있었다. “수학여행 취소로 계획된 모든 일정에 위약금을 물어 줬다”는 응답이 1.9%였으며 “일부 사안이 해결되지 않아 고민 중”이라는 응답이 4.2%였다.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수학여행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46.5%였던 데 비해 “변경 유지 또는 현행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49.4%로 더 높았다. 설문조사는 8~13일까지 온라인으로 실시됐고,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및 전문직 3243명이 참여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단독] 자살병사 조의금 횡령사건 뒤늦은 순직 인정

    “국립묘지 간다니까 누가 축하한다던데 사실 축하받을 일은 아니죠. 자식이 잘돼 축하받는 것이었다면 좋은데?.” 아버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오겠다며 떠난 아들은 허망하게도 작은 유골함에 담겨 부모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사망한 지 2년6개월여가 돼서야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졌다. 지난 2월 공개돼 공분을 샀던 ‘자살병사 조의금 횡령’ 사건의 고 김모(당시 20세) 일병이 순직을 인정받은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육군본부는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에 따라 ‘육군 전사망 재심사위원회’에서 김 일병의 자살 경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순직 처리가 결정됐다고 유족 측에 통보했다. 김 일병은 오는 31일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김 일병의 자살 뒤에 병영 내부의 가혹행위가 있었음이 인정되면서 군 헌병대의 미흡했던 초동 수사는 질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초 군 헌병대는 김 일병의 사망이 군 복무와 무관한 우울증 악화로 인한 것이라며 ‘일반 사망’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육군 중앙수사단(중수단)이 당시 함께 근무했던 전역 병사들을 상대로 재수사한 결과 선임병의 폭언과 잠 안 재우기 등 가혹행위가 사실로 드러났다. 또 중대장 및 행정보급관 등의 관리감독 소홀도 인정됐다. 김 일병은 천둥소리에 대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있었음에도 기갑부대에 배속됐고, 부대 적응에 어려움을 보이자 선임병의 가혹행위가 시작됐다. 지휘관 등은 문제의 선임병을 한 차례 처벌했을 뿐 김 일병과 분리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의금 횡령과 관련해서는 군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앞서 중수단은 김 일병의 조의금을 빼돌려 헌병대 등에 격려금으로 나눠 주고 삼겹살 파티를 한 여단장과 주임원사, 인사행정관 등 3명을 횡령 혐의로 군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 과정에서 인사행정관은 조의금 중 120만원을 개인적 용도로 착복했음을 인정했으나,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며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은 조만간 유족과 횡령 간부들의 대질신문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국방부는 권익위 권고에 따라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에 일반(자해) 사망자에 대한 장의·의전 절차 등을 반영해 개정하고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시행할 계획이다. 이는 일반 사망자도 순직자의 장의·의전 절차를 준용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장의집행위원회 구성, 빈소 설치·운영, 영결식 준비 등이 포함된다. 또 장의·의전 절차에 조의금 접수 및 처리에 대한 규정을 포함해 장의 집행 부대에서 조의금 결산 내역을 보존하도록 명시하고, 장례 결과를 장관급 상급부대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세월호 침몰] 유족 “자식 죽었는데…” 3명 중 1명 상담 거부

    [세월호 침몰] 유족 “자식 죽었는데…” 3명 중 1명 상담 거부

    “유족 3명 중 1명은 상담을 거부합니다. 지친 유족을 위해 친인척, 지인분들이 심리 상담을 권해 주세요.” 세월호 사건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실종·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의 2차 피해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우울증에 시달리던 자원봉사자의 자살과 유족의 자살 시도가 두 차례나 있었다. 지난 1일부터 보건복지부가 개설한 안산 정신건강 트라우마센터가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 세월호 참사 실종·희생자 가족과 생존자 등을 대상으로 상담을 지원 중이지만 지난 9일과 11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3명 모두 심리 상담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규섭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장(국립서울병원장)은 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심리 상담을 거부하는 사람에게 강제로 상담을 받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친인척이나 지인들이 지친 실종·희생자 가족이나 생존자들이 마음을 열고 상담받을 수 있도록 권유하는 게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하 센터장에 따르면 현재 유족 3명 중 1명은 상담을 거부하거나 집을 비워 상담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센터장은 “11일 기준 유가족 총 238가구 중 161가구가 상담에 응했고, 나머지는 진도에 가 있거나 생업 때문에 집을 비워 상담사들이 만나지 못했다”면서 “가장 우려했던 극단적인 시도가 나타나는 것 같아 상담사들이 더 빨리, 더 열심히 유족들을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실종·희생자 가족들 중 일부는 ‘자식이 죽었는데 심리적 안정이 다 무슨 소용이냐’, ‘아이들 구조하는 게 우선이니 나중에 받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심리 상담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가까이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서도 상담 지원이 계속되고 있지만 상담 건수는 하루 평균 3~4건에 그치는 상황이다. 상담을 한 실종자 어머니는 “비통한 심정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 체육관에 차려진 심리상담센터를 찾아갔지만, 다짜고짜 신상을 묻는 바람에 정신 상담을 받았다는 낙인이 찍힐까 그냥 나왔다”고 털어놨다. 하 센터장은 “상담자가 신원 밝히기를 꺼린다면 얼마든지 익명으로 먼저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면서 “안산에서는 직접 찾아가 상담을 지원해서 그런지 같은 이유로 상담을 거부하는 유족들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사설] 세월호 2차 피해 예방·치유에 만전 기해야

    세월호 참사로 유가족이 된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과 자원봉사자 등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희생자 장례를 치른 뒤 유가족들에게 나타날지도 몰라 우려하던 ‘2차 피해’가 현실화한 것이다. 그제 새벽 이번 참사로 아들을 잃은 서모씨는 합동분향소 유족 대기실 뒤편에서 목을 매려다가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다행히 발견됐다. 지난 9일에는 단원고 남학생의 어머니인 김모씨가 수면제를 다량 복용하고 자살을 기도했으나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다. 진도 팽목항과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배모씨는 9일 자택에서 목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대학생과 고교생 자녀를 둔 그는 세월호 유가족의 비통함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2차 피해를 막는 데 우리 공동체가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유가족의 추가 피해를 막고자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유가족의 심리치료를 한층 강화해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함을 기해야 한다. 또 국민은 유가족에게 더 따뜻한 관심과 세심한 배려를 쏟아야 한다.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장례를 마친 뒤 3일째부터 유가족과 접촉하는데 현재 213가구 중 110가구만 상담에 응했다고 한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진도의 실종자 가족에 대한 상담은 이뤄지지도 않았다. 팽목항 취재기자들에 대한 외상치료가 필요한 정도인 만큼, 유가족을 가까이에서 지켰던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심리상담도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배씨의 자살을 우울증 병력 탓으로 돌리지 말고, 자원봉사자들의 정신상태를 유가족과 비슷하다고 파악하고 치료해야 한다. 며칠 지나면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에서 꽉 채운 한 달이 된다. 그 한 달은 유가족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가 가라앉는 배를 지켜보며 손 쓸 수 없었다는 무력감과 좌절감을 곱씹은 시간이다. 천수를 누린 부모의 상을 당해도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망하고 서글픈데, 자식을 잃은 슬픔은 창자가 끊어져 죽는 단장(斷腸)의 아픔과 같은 것 아닌가. 그러니 ‘유가족이 벼슬이냐’거나 ‘미개한 국민’ 등의 망언으로 이들을 상처주고 모욕해선 안 된다. 아메리카 원주민 속담에 ‘눈물은 슬픔을 씻어내는 것’이고, ‘눈물이 없는 사람은 영혼에 무지개가 없다’는 말이 있다. 온전하게 상실의 슬픔을 표출해야만 유가족들 스스로 충격을 극복하고 굳건해질 것이다. 또 정부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유가족을 삶의 희망으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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