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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중국과 ‘아편전쟁 트라우마’/구본영 논설고문

    “미국에서 경찰에 대들거나 중국에서 마약을 운반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오랜 외교관 경력으로 해외 사정에 밝은 선배가 한 얘기다. 전자는 오래전 미국 연수 생활 중 실감했다. 시민에게 총기 휴대를 허용하는 미국에선 집회 시 폴리스라인만 넘으면 사고를 막으려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수갑을 채울 정도니 말이다. 어제 중국이 한국인 마약사범 1명의 사형을 집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것도 집행 후 1주일이 지나서야 우리 정부에 통보해 왔단다. 잊고 있었던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지난달에도 한국인 14명이 마약 밀수 혐의로 중국 공안 당국에 석연치 않게 구속됐다는데…. 재외 국민, 특히 중국에 체류하는 국민과 여행객 보호를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중국이 마약사범에 관한 한 ‘무관용 정책’을 펴고 있는 배경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중국 형법은 1kg 이상의 아편이나 50g 이상의 헤로인·필로폰 등을 제조·판매·운반·밀수할 경우 15년 이상의 징역이나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적용한다. 2010년엔 일본인 4명, 2011년·2013년엔 각각 필리핀인 4명과 1명을 처형했다. 지난해에도 파키스탄인과 일본인 1명씩을 사형시켜 상대국과 외교 마찰을 빚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2009년엔 고든 브라운 당시 영국 총리까지 나서 영국인의 사형집행을 막으려 했으나 허사였다. 마약사범에 대한 중국의 가혹한 처벌이 인권 침해 소지가 농후한 건 물론이다.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민주화가 진전되긴 했지만, 아직 ‘세계 표준’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마약사범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단속은 역사상 가장 부도덕한 전쟁이라는 아편전쟁과 무관치 않다. 산업혁명 후 영국은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중 아편 수출을 선택했다. 강희·옹정·건륭제 등 3대 황제가 통치한 황금기가 끝나고 쇠퇴기에 접어든 청(淸)의 생활고에 찌들린 백성들을 아편의 잠재적 수요자로 본 것이다. 청 조정은 처음에는 아편 몰수에 나서는 등 완강히 저항했으나, 아편전쟁(1840∼1842)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신병기로 무장한 영국의 승리로 끝났다. 경제사가들은 아편전쟁 전인 1820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GDP의 3분의1에 육박했다고 추정한다. 그 이전에도 세계 제일의 경제 규모였지만. 아편전쟁 무렵부터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으로 잠자던 중국을 흔들어 깨운 1970년대 후반까지 150여년은 중화(中華)의 자존심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시기였던 셈이다. 중국의 마약사범 무관용 정책이 이런 ‘아편전쟁 트라우마’와 맞닿아 있기에 쉽게 바뀔 것 같진 않다. 이는 대(對)중 영사업무에 관한 한 일이 터지기 전에 예방이 중요함을 일깨운다. 당장엔 억울한 국민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수습에 주력해야겠지만.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단원고 2학년 대입 특별전형 허용

    여야가 세월호 참사 265일 만에 사고 희생자 및 피해 지역에 대한 배·보상에 합의했다. 특별법은 보상과 피해자 및 피해 지역 지원, 추모사업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됐으며 12일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과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6일 만나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처리에 합의했다. 특별법에는 참사 당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이던 학생들에 대해 대입 정원 외 특별전형을 실시할 수 있게 하고, 사고 구조로 피해를 본 진도군민에게 보상을 해 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안산에는 ‘트라우마센터’가 설립된다. 또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배·보상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구체적인 배·보상 규모를 정하고, 추모위원회도 설치해 추모사업을 수행하도록 했다. 국가가 손해를 본 사람에게 손해배상금 상당을 대위변제할 수 있게 해 피해자에게 우선 손해배상을 하도록 했다. 여야가 막판까지 이견을 보였던 4·16재단에 대한 국고 지원은 5년 시한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위로지원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모인 1257억원의 성금을 활용하고 부족하면 배·보상 심의위의 심의를 거쳐 국고에서 추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진도군민에 대한 보상은 수색 작업으로 어구 손실 등 피해를 본 어업인, 수산물 생산 감소 및 어업 활동 실기 등으로 인한 어업 생산 피해, 어업인의 수산물 판매 감소 등이 대상이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세월호 배 보상법 타결…일반인 유족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내용”

    세월호 배 보상법 타결…일반인 유족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내용”

    세월호 배 보상법 타결 세월호 배 보상법 타결…일반인 유족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내용” 세월호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은 참사 265일만인 6일 여야가 최종 합의한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대해 대체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성식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일반인 유가족 가운데는 생계를 홀로 책임지던 가장이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며 “생계가 막막해진 그분들을 생각했을 땐 합의 시점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한 부위원장은 “특별법에 트라우마센터 건립, 교육 지원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는데 유가족에게 대체로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연령대가 있는 일반인 유가족 입장에서 사실 교육 지원은 별 도움이 안 되고, 트라우마센터를 안산에 짓는 것도 수의 논리에 따른 게 아닌가 싶어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인 유가족은 같은 시간, 같은 배에서 같은 사고를 당한 만큼 단원고 유가족과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나지 않게 해달라고 늘 건의했다”며 “특별법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는 일반인 유가족의 입장도 충분히 반영돼 아쉬운 부분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명교 대책위 대변인은 “특별법 내용을 접한 순간 구체적인 시행계획은 없고 큰 틀의 껍데기만 있는 것 같아 허무했다”며 “특별법은 예전부터 유가족, 정부, 여야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합쳐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이런 내용에 합의하기까지 왜 이렇게 긴 시간을 끈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와 국회가 참사 진상조사 등을 위한 의지가 있긴 한 건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금 1257억+국고로 세월호 위로금

    성금 1257억+국고로 세월호 위로금

    여야가 6일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합의하면서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배상과 보상, 추모사업 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여야 합의안은 우선 배상 및 보상에 대해서는 총리실 소속 ‘심의위원회’가 위로지원금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위로지원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모인 1257억원의 성금을 활용하고 부족하면 배·보상 심의위의 심의를 거쳐 국고에서 추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에게 단원고의 교육 정상화를 위한 지원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고, 대학이 필요에 따라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생에 대해 정원 외 특별전형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 안산에는 트라우마센터를 설립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유가족 등 피해자에게 심리상담 및 정신질환 등의 검사치료가 지원된다. 전남 진도군은 수산물 판매 감소에 대한 손실을 보상하도록 했다. 구조·수습에 참여하거나 어구 손실 등 어업 활동에 피해를 입은 경우에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희생자 가족들은 특별법 합의가 늦게나마 이뤄진 것에 다행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 실행 여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유경근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문제는 ‘실행’”이라면서 “진도지역 주민들도 이번 참사로 굉장히 많은 피해를 입었는데 이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조사해 지원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존 학생 특례입학도 가족들이 모두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원 외로 입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 유해종(54)씨는 “배·보상에 대한 문제보다 인양과 진상 규명을 우선적으로 해 줬으면 좋겠는데 정부에서 순서를 뒤바꾼 것 같다”며 “이번 주 일요일 유가족들이 모여 정부의 발표에 대해 중지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 원내 지도부는 이날 주례 회동에서 특별감찰관 후보 선출에 합의했다. 새누리당은 이석수 변호사, 새정치민주연합은 임수빈 변호사를 후보로 내정했으며 나머지 1명은 협의해 추천하기로 했다. 또 여야는 오는 15일에 양당 대표·원내대표 간 ‘2+2 회동’을 갖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기로 했다. 특위에서는 국회의원 선거구 재획정 및 공천 룰 변경, 그간 여야가 발의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법안 등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단 여기서 개헌을 논의할지는 여야 의견이 갈려 논란이 예상된다. 더불어 이날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와 국민대타협기구 구성을 완료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세월호 배 보상법 타결…일반인 유족 “왜 이렇게 시간 끈 건지 모르겠다”

    세월호 배 보상법 타결…일반인 유족 “왜 이렇게 시간 끈 건지 모르겠다”

    세월호 배 보상법 타결 세월호 배 보상법 타결…일반인 유족 “왜 이렇게 시간 끈 건지 모르겠다” 세월호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은 참사 265일만인 6일 여야가 최종 합의한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대해 대체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성식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일반인 유가족 가운데는 생계를 홀로 책임지던 가장이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며 “생계가 막막해진 그분들을 생각했을 땐 합의 시점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한 부위원장은 “특별법에 트라우마센터 건립, 교육 지원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는데 유가족에게 대체로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연령대가 있는 일반인 유가족 입장에서 사실 교육 지원은 별 도움이 안 되고, 트라우마센터를 안산에 짓는 것도 수의 논리에 따른 게 아닌가 싶어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인 유가족은 같은 시간, 같은 배에서 같은 사고를 당한 만큼 단원고 유가족과 형평성 측면에서 어긋나지 않게 해달라고 늘 건의했다”며 “특별법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는 일반인 유가족의 입장도 충분히 반영돼 아쉬운 부분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명교 대책위 대변인은 “특별법 내용을 접한 순간 구체적인 시행계획은 없고 큰 틀의 껍데기만 있는 것 같아 허무했다”며 “특별법은 예전부터 유가족, 정부, 여야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합쳐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이런 내용에 합의하기까지 왜 이렇게 긴 시간을 끈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와 국회가 참사 진상조사 등을 위한 의지가 있긴 한 건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하트투하트 천정명 안소희 현장사진, 수영복 입고 뽀얀 속살 드러내..시선집중

    하트투하트 천정명 안소희 현장사진, 수영복 입고 뽀얀 속살 드러내..시선집중

    ‘하트투하트 천정명 안소희’ 방영을 앞둔 드라마 ‘하트투하트’의 현장 사진이 공개돼 기대를 높이고 있다. 6일 천정명 소속사 레드라인엔터테인먼트 측은 tvN 금토드라마 ‘하트투하트’(극본 이정아, 연출 이윤정, 제작 초록뱀미디어) 남자주인공 고이석 역으로 출연하는 천정명의 촬영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천정명의 모습은 누군가와 오붓한 티타임을 갖는 듯 훈훈한 미소를 띄고 있다. ‘하트투하트’에서 정신과 의사 고이석으로 분하는 천정명은 전작에서 보여준 무거운 이미지를 탈피하고 여심을 사로잡을 부드러운 미소로 돌아올 예정이다. 앞서 5일 ‘하트투하트’ 제작진은 안소희가 수영복을 입고 촬영 중인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수영복만 입고 촬영하기에 어려운 날씨였는데 안소희 씨가 힘든 내색 없이 촬영에 임했다”고 전했다. ‘하트투하트’는 ‘주목받아야 사는’ 정신과 의사 고이석과 ‘주목받으면 죽는’ 대인기피성 안면홍조를 지닌 여자 차홍도(최강희 분)의 멘탈 치유 로맨스 드라마. 치료를 빙자한 만남으로 차홍도와 고이석 각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는다. 안소희는 극중 발연기 배우 지망생 고세로 역을 맡았다. 오는 9일 금요일부터 매주 금, 토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된다. 사진=레드라인 엔터테인먼트, CJ E&M(하트투하트 천정명 안소희)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사고] 2015 서울신문 어젠다 ‘틀을 깨자’

    2015년은 서울신문 창간 111주년이자 광복 7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지난 70년 동안 우리 사회가 경제성장과 사회 발전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나만이 아닌 우리를 함께 생각하며 새로운 통합의 70년을 준비하는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온 국민을 트라우마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는 사회 구석구석에 뿌리박힌 안전불감증과 대충대충 문화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올해는 경제적으로 국내외 불확실성이 더욱 큰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신문은 2015년 어젠다를 ‘틀을 깨자’로 정했습니다. 다양한 기획 시리즈를 통해 우리 사회가 기존의 틀과 관행에서 벗어나 다시 희망과 행복을 보듬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별기획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소득·교육·문화·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의 현주소를 날것 그대로 드러내 보이며 대안을 모색합니다. ●기획 ‘행복해집시다’ 초등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행복하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기획 ‘행복해집시다’는 사회적 성공과 부 등 우리의 행복 조건을 되돌아보고 돈키호테와 다윗이 만드는 행복한 사회, 행복의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심층분석 ‘평판사회로 가자’ 학력·사회적 지위 등이 아닌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사회 분위기를 정착시키자는 취지에서 ‘평판사회로 가자’는 심층분석을 마련합니다. ●행정 뉴스를 전진 배치합니다 새해부터 행정 뉴스 강화 차원에서 일부 지면을 새롭게 배치했습니다. 25면 ‘정책&자치’ 섹션을 사회면 뒤로 전진 배치하고 ‘사람들’을 29면으로, 사회면의 ‘날씨 표’는 ‘사람들’ 면으로 옮겨 싣습니다. 31면 오피니언면 칼럼 ‘시시콜콜’과 ‘지금&여기’는 폐지하고 ‘기고’는 30면에 통합합니다.
  • ‘마음의 병 싹~’ 심리 치유 로맨스 뜬다

    ‘마음의 병 싹~’ 심리 치유 로맨스 뜬다

    ‘다중인격장애, 강박증, 이중인격, 대인기피증….’ 새해 안방극장의 키워드는 ‘심리 치유 로맨스’다. 저마다 ‘마음의 병’을 갖고 사는 캐릭터들이 서로 소통하고 치유하는 드라마가 줄줄이 등장하는 것. 소통 부재를 겪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비현실적 판타지→현실 공감형으로 진화 심리 치유 로맨스 열풍은 올해 강박증을 지닌 남자와 정신과 의사가 서로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조인성, 공효진 주연의 SBS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이미 예고됐다. 새해에는 더욱 강력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캐릭터의 외양은 더욱 화려해지고 내면의 아픔을 더 부각시킨 것이 특징이다. 새달 7일 방송되는 MBC 새 수목 미니시리즈 ‘킬미, 힐미’의 남자 주인공 차도현(지성)은 무려 7개의 인격을 지닌 해리성 주체 장애(다중인격)를 가진 인물로 나온다. 어린 시절의 잊고 싶은 기억에 시달리는 그는 자신의 고통을 대신해 줄 인격을 만들어낸다. 스트레스와 압박이 커질 때마다 천재 소년, 과격한 여고생, 사투리를 구사하는 사제폭탄 전문가, 일곱살짜리 소녀 등 인격이 늘어간다. 잘생긴 재벌 3세지만 자존감은 지극히 낮다. 김수현을 스타덤에 올린 ‘해를 품은 달’의 진수완 작가가 집필한 이 작품은 중국 화책미디어그룹이 공동 제작에 뛰어든 만큼 한류 드라마로 기대가 높다. 하지만 고도의 연기력을 요구하는 캐릭터 때문에 수많은 한류스타들이 출연을 고사한 작품이기도 하다. ‘미생’ 후속으로 새달 9일 첫 방송되는 tvN 새 금토 드라마 ‘하트 투 하트’도 정반대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지닌 남녀 주인공이 등장한다. 강박증이 있는 정신과 의사 고이석(천정명)과 대인기피증 환자 차홍도(최강희). 차홍도는 안면홍조로 생긴 대인기피증 때문에 헬멧을 쓰거나 할머니 변장을 하고서야 바깥출입을 할 수 있다. 한편 고이석은 늘 자신이 주목받아야 존재 가치를 느끼는 강박증 환자. 주목받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차홍도와 치유를 빙자한 만남을 시작한다. ‘피노키오’ 후속으로 새달 21일 방영되는 SBS 수목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도 이중인격의 인물이 등장한다. 현빈의 4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까칠한 성격의 테마파크 상무 구서진과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로맨티시스트 로빈을 오가는 1인 2역을 선보인다. 이처럼 심리치유 로맨스가 뜨는 것은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 각종 심리질환이 증가해 정신적 힐링이 대중문화의 화두로 떠오른 데 따른 결과다. 때문에 재벌 2세와의 사랑 등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추구하던 로맨틱 코미디도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현실 공감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괜찮아, 사랑이야’와 ‘하트 투 하트’를 제작한 CJ E&M 드라마사업본부 박지영 제작국장은 “현대인에게 정신질환은 감기 같은 것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점점 개인주의적이고 각박해지면서 앞으로도 소통 부재의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될 것”이라면서 “요즘 시청자들은 대리만족형 드라마보다는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현실에 부합한 공감형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킬미, 힐미’의 진수완 작가 역시 기획 의도에서 “21세기 문명은 비약적인 속도로 발전했지만 그 속도만큼 인간은 상처를 입어 힐링을 필요로 한다. 상처 치유의 가장 강력한 백신은 사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드처럼 인간의 내면 탐구” 신분의 차이 등 외적 갈등에 치중해 온 드라마가 세력을 잃고 있는 배경도 같은 맥락에서다. 박성수 MBC 드라마국장은 “현대 사회는 내면의 자신에 집중하고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중시되고 있다”면서 “최근 드라마 작가들도 소설이나 미드처럼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작품에 무게중심을 싣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인간의 내면 심리를 표현할 때 약간의 판타지를 가미하면 캐릭터를 좀 더 화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지난 11월 종영한 KBS 드라마 ‘아이언맨’도 내면이 상처투성이인 남자가 화가 날 때 온몸에서 칼이 돋는 독특한 설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SBS 드라마국 이용석 EP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좀 더 환상적으로 설정하는 반면 인물의 심리를 통해 삶의 현실을 냉철하게 조명하는 것이 요즘 드라마의 대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여야 세월호 배·보상안 진통… 특별위로금 이견

    여야는 24일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에 대한 배·보상 방안 처리를 놓고 협의를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손해배상 외에 따로 ‘특별위로금’ 형태의 보상금을 줄 것인가 여부에서 여야 의견이 갈렸다. 여야 정책위의장과 세월호 배·보상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의 배·보상 관련 사안에 대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특별법으로 구성되는 배·보상심의위원회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고 심의위원회에서 피해 배상 및 보상 액수를 정하도록 했다. 또 국립트라우마센터는 중앙정부에서 설립하되 운영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하고, 세월호 사고 기념재단을 건설하는 데도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배상 외에 추가 위로금 지급을 놓고 새누리당은 “근거가 없다”며 반대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선례가 있다”며 피해자 지원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손해배상으로 법적 책임을 다 지고 위로금을 또 주는 것은 세상에 없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성노예 삶 두려워 자살…IS 피해여성들 참상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성노예로 몰린 이라크 소수파 야지디족 여성들이 자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가 23일 밝혔다. IS는 6월 시리아와 이라크의 광범위한 영토를 장악하고 일대에 칼리프(최고지도자)가 통치하는 국가 건설을 선포하고 잔혹 행위를 일삼고 있다. 이런 IS에 의해 이라크 북부 야지디족과 기타 소수민족이 표적이 되고 있으며 인종 청소나 일반인 살해, 노예화가 진행되고 있고 사로 잡힌 사람 중 일부는 노예가 되는 것을 죽음보다 가혹한 운명으로 여기고 있다고 앰네스티는 전했다. 국제앰네스티 위기대응 상임고문 도나텔라 로베라는 성명을 통해 “성노예로 잡힌 여성 대부분은 아이들로 14~15세이거나 심지어 더 어리다”고 말했다. 또한 “가해자의 대부분은 IS의 전투원이지만, 이 조직의 지지자들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엠네스티는 IS 본거지를 탈출한 여성 300여명 가운데 40여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증언한 ‘지옥에서의 탈출’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이 보고서에서 피해자 중 한 사람인 질란(19)의 사례를 들고 있다. 질란의 오빠는 그녀가 “성폭행당하는 것이 두려워 자살했다”고 말했다. 질란과 함께 구속된 뒤 탈출한 한 소녀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을 하고 있다. 이 소녀는 “어느날 우리에게 댄스 의상과 같은 옷을 주고 목욕하고 입도록 했다”면서 “그런데 질란은 목욕탕에서 자살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아름다웠던 그녀가 손목을 긋고 목을 매달은 것”이라면서 “남자에게 끌려갈 것을 알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피해 여성 와파(27)는 강제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자매와 함께 자살을 시도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서로의 목에 스카프를 감아 힘껏 잡아 당겼다”면서 “난 기절했고 그 후 며칠간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앰네스티는 가족과 함께 납치돼 자신보다 나이가 배 이상 많은 한 남성로부터 성폭행 당한 란다(16)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란다는 “그들이 나와 내 가족에게 한 짓은 정말 고통스러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나텔라 로베라는 “그녀들이 당한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피해는 참혹한 것”이라면서 “대부분이 고문 당하고 물건 취급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간신히 탈출한 여성들 역시 심각한 트라우마에 고통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IS에 대한 공격을 벌이면서 세력을 약화시키는데는 성공했으나 여전히 그들이 장악한 영토를 탈환하지는 못한 상태이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서울학(중)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서울학(중)

    ●서울학과 서울정치학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시기 한국에서 문관으로 근무했던 그레고리 헨더슨은 “서울은 단순히 한국의 최대 도시가 아니라 서울이 곧 한국이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프랑스의 역사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67년 전에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을 상상하면서 “파리는 프랑스 그 자체”라고 표현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두 도시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이승만 정권, 박정희 정권에 이르는 한국정치를 분석한 그레고리 헨더슨은 ‘소용돌이의 한국정치’에서 한국정치의 본질을 정치권력을 향해 상승기류를 타고 몰려드는 소용돌이 현상으로 파악했다. 그는 한국인이 단일민족이라는 동질성 때문에 오히려 원자처럼 분열돼 있으며 원자화된 한국인이 모두 정치권력을 향해 소용돌이처럼 몰려들기 때문에 중앙집중화가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한국정치는 당파성과 개인 중심의 기회주의를 보이면서 합리적 타협이나 응집을 배양할 수 있는 토양이 황폐화됐으며, 이런 소용돌이 정치패턴에 대한 처방은 다원주의와 분권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동질성과 중앙집중화 현상을 무리하게 단순화했다는 비판도 있으나 해방 후 혼란으로 점철된 한국 정치의 현상을 꿰뚫은 통찰력 있는 해석으로 평가받는다. 결국 두 도시는 시장 출신 대통령을 배출했다. 중앙집권화의 한 극단을 달린 프랑스 파리시장 시라크가 1995년 삼수 끝에 최초의 파리시장 출신 대통령에 올랐다. 이어 2007년 이명박 서울시장 역시 삼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중앙정치가 모든 것을 녹이는 특성 아래서 서울과 파리의 정치가 살아남는 데 성공한 셈이다.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를 따질 때 서울은 중앙과 지방의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서울정치란 본래 중앙정치와 한 몸이었으나 오랜 관선 시장 시대를 거치면서 서울정치는 중앙정치에 무대를 빼앗긴 채 실체를 잃었다. 서울정치는 고유의 특성을 상실하고 일개 지방정치로 전락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정치의 상실은 서울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서울은 2000년 이상의 생성사를 가진 기원전의 고도(古都)이며,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전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도시이다. 지속적으로 한반도의 심장부 노릇을 한 지도 620년을 훌쩍 넘겼다. 서울을 떠나 대한민국을 논할 수 없듯이 우리나라 정치는 서울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서울정치의 제 역할 찾기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서울정치의 기본요소가 서울시장과 서울시 의회, 시민사회와 언론 등으로 구성된다고 보면 그중에서도 서울정치의 주 연구대상은 서울시장이다. 서울시장과 서울정치학은 분리할 수 없다. 서울시장의 위상은 이른바 서울정치학의 정립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서울시장의 존재가치와 위상은 홀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서울정치학과 더불어 성립하기 때문이다. 서울학 연구가 본격화된 지 20년이 지난 오늘에도 서울학과 서울학에 바탕을 둔 서울정치학은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서울시사편찬위원회가 1957년부터 펴낸 ‘항토서울’ 등 2009년까지 발간된 서울학 관련 논저 682편을 바탕으로 서울학 연구의 대상을 분류하면 기초연구, 서울과 공간, 서울과 정치, 서울과 사회, 서울과 경제, 도시문화와 표상, 기타 등 크게 7개로 구분할 수 있다. 기초연구는 다시 역사개설, 방법론, 사료 및 자료로 세분화되며 공간연구는 도시계획과 제 개발, 도시건축물, 주거지 및 도시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사회분야는 사회집단 및 사회문제, 도시민의 일상생활, 인구문제, 교통과 통신이 포함된다. 경제분야는 공업 및 상업, 무역, 노동 등이다. 도시문화와 표상 속에는 문화 및 교육, 종교와 사상, 도시의 정체성과 이미지 등이 들어 있다. 이 중 서울과 정치는 도시와 국가, 지역정치, 도시행정 및 정책으로 작게 분류할 수 있다. 도시와 국가는 천도, 안보, 정치동향, 대외관계, 군사, 치안 등이 포함된다. 지역정치는 의회와 지방자치이다. 도시행정 및 정책 속에는 도시 관련 각종 제도와 정책, 행정이 망라된다고 할 수 있다. 682건 중 2000년 이후 발표된 논저 33건이 정치 편에 속했는데 서울정치의 핵심을 벗어난 채 행정제도에 관련된 내용을 맴돌았다. 올해로 민선 서울시장을 시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지 20년을 맞는다. 그동안 6기에 걸쳐 5명의 민선시장이 배출됐지만 그 정치적 실체는 여전히 모호하다. 정치권력론, 정치과정론, 정치리더십론, 정치문화론, 정치기구론 등 정치학의 분류를 서울학에 적용해 서울의 정치과정론, 서울의 리더십론, 서울의 정치문화론, 서울의 행정기구론 등으로 분류하는 등 서울정치학의 본격적 입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도의 입지와 의미 서울정치학은 1394년 조선 태조의 한양천도에서 비롯됐다. 천도와 안보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성립과 존망을 다루는 서울정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한양의 도시입지는 국토의 중앙에 있다는 점, 군사적 요충지라는 점, 교통과 수운이 편리하다는 점 등 지정학적 요인이 작용했다. 여기에 풍수도참적 측면이 강하게 두드러졌다. 유교적인 동양의 우주론과 풍수 조영 원리가 절충되어 한양 입지의 주요한 사상적 바탕이 되었다. 수도(首都·Capital)란 국가의 통치를 위한 여러 기관과 기능이 집중된 곳으로 다른 도시와 차별성을 갖는 도시이다. 수도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근대 국가 형성 이후에 사용된 것으로 근대 이후에 출현한 개념이다. 즉 수도는 정치의 일원화를 특징으로 하는 근대 국민국가의 정치권력 소재도시를 일컫는다. 수도에 있는 국가기관을 중앙정부, 그 외의 지역에 있는 행정기관들을 지방정부라고 부르는 식이다. 서울을 다스리는 한성부와 한성부의 우두머리인 한성판윤은 중앙정부에 속한 중앙직 관리였다. 조선시대에는 중앙과 지방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고 그와 비슷한 개념어로 경향(京鄕), 중외(中外), 내외(內外), 경외(京外)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유럽에서는 16,17세기부터 수도라는 용어가 등장했지만 수도 개념이 일반화된 것은 18세기에 이르러서였다. 동아시아는 중앙집권체제가 일찍부터 형성되었고 지금의 수도와 유사한 개념 역시 일찍부터 실재하였다. 중국 중심의 국가별 위계가 존재하였고, 동일 국가의 지역 간에도 정치적, 신분적, 문화적 질서가 있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사전에서 수도 항목을 찾아보면 한국은 ‘한 나라의 중앙 정부가 있는 도시’, 중국은 ‘국가 최고의 정권기관 소재지로 전국의 정치 중심’, 일본은 ‘ 그 나라의 중앙정부가 있는 도시’라고 각각 정의하고 있다. 세 나라 모두 국가를 단위로 수도를 사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영미권에서 수도를 나타내는 단어인 Capital에 대한 정의를 보면 ‘한 국가 혹은 지역의 정치행정 중심도시’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근대 이후 수도는 더는 신성한 장소가 아니게 되었고, 수도를 상징하는 성곽의 의미도 축소되었다. 또 제도상 특별한 지위를 갖지도 않으며, 교화의 기준으로 작용하지도 않았다. 대신 수도는 근대 국민국가의 정치·행정·권력의 중심지라는 의미와 함께 국민국가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보편화의 기준이 되었다. 수도 그 자체로서 국가를 대표하기도 하며, 국민이나 국가의 형성에 필수적인 국어(표준어)도 수도의 말과 글을 기준 삼아 탄생하였다. 계서화된 국제질서가 만국 공법적인 국제관계로 재편되었듯이 차별적인 지역 간의 위상도 보편화를 지향하는 국민국가와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일원화되었다. 한국에서 수도란 용어가 사용된 것은 1945년 해방 이후였다. 19세기 중반 Capital을 일본에서 번역한 이 용어는 1890년대 처음 들어왔지만, 서울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라 외국의 수도를 지칭하는 용어로 주로 쓰였다. 교과서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근대 초기 통상조약을 맺을 때도 수도라는 용어 대신 도성이나 경사(京師), 한양, 경성, 경도(京都), 도읍, 수부(首府), 수선(首善), 경조(京兆), 황성, 경화(京華) 등이 쓰였다. 수도 서울은 전제군주와 독재자의 희생양이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임금은 수도를 등졌으며, 구한말 고종은 신변보호를 위해 러시아공사관에 숨어들어 1년 동안 머물렀다.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서울 사수 거짓부렁으로 피란을 떠나려던 서울시민들이 한강을 건너지 못하게 했다. 이때 생긴 트라우마가 한강 너머 강남 땅에 대한 부동산투기의 실마리를 제공했는지도 모른다. 1960~70년대 남북한 간 안보경쟁의 산물인 ‘서울 요새화 계획’이 또 한번 서울을 멍들게 했다. 북한 장사정포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고자 정부를 과천청사와 대전청사로 분리했고, 끊임없는 수도 이전 시도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세종시 정부 이전으로 이어졌다. 북한의 공습 때 서울시민 30만~40만명용 대피소를 만들 목적으로 남산에 1, 2호 터널을 뚫었고, 남산타워 또한 북한에서 보내는 전파를 방해할 목적으로 세운 것이다. 을지로 지하보도 등 서울 곳곳의 지하보도도 대피용으로 만들었다.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에는 어김없이 대전차 방어벽이 구축됐다. 홍은동 네거리 유진상가도 시가전용 엄폐물이었다. 여의도 광장과 북악스카이웨이, 한강 잠수교도 안보용이었다. 국가안보는 수도 서울에 숱한 생채기를 남겼다. 선임 기자 joo@seoul.co.kr
  • “어린이 애니 속 주요 캐릭터, 성인영화보다 더 잘 죽어”

    “어린이 애니 속 주요 캐릭터, 성인영화보다 더 잘 죽어”

    아이들이 보는 즐겨보는 애니메이션 속 주요 인물들이 성인 영화의 그들보다 오히려 더 잘 죽는다는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UCL 대학등 공동연구팀은 지난 1937년 부터 2013년까지 공개된 수많은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영국 의학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크리스마스 판에 발표했다. 이번에 연구대상에 오른 작품은 백설공주(1937년 작)를 시작으로 지난해 '겨울왕국' 까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총 45편이 대상이 됐다. 연구방법은 이렇다. 애니 속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의 생사와 이들이 어떻게 죽어가는지 분석한 것. 그 결과 재미있는 결론이 나왔다. 애니 속 주요 캐릭터들의 죽는 비율이 성인 영화보다 2배나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성인영화의 경우 50% 정도가 캐릭터의 죽음을 자세히 묘사한 반면 애니는 그 비율이 3분 2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이 예로 든 대표적인 애니로는 표범에게 살해당하는 '타잔' 속 부모, 큰 물고기에게 먹히는 '니모를 찾아서'의 엄마였다.  연구를 이끈 이안 콜먼은 "어린이용 애니가 성인영화보다 악의도 없고 점잖아 보이지만 사실 더 살인도 많고 대혼란의 온상" 이라면서 "어린이들이 이같은 장면을 보게되면 오랜시간 트라우마 등 좋지않은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어린이 애니 속 주요 캐릭터, 성인영화보다 더 잘 죽어”

    “어린이 애니 속 주요 캐릭터, 성인영화보다 더 잘 죽어”

    아이들이 보는 즐겨보는 애니메이션 속 주요 인물들이 성인 영화의 그들보다 오히려 더 잘 죽는다는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UCL 대학등 공동연구팀은 지난 1937년 부터 2013년까지 공개된 수많은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영국 의학 저널'(British medical journal) 크리스마스 판에 발표했다. 이번에 연구대상에 오른 작품은 백설공주(1937년 작)를 시작으로 지난해 '겨울왕국' 까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총 45편이 대상이 됐다. 연구방법은 이렇다. 애니 속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의 생사와 이들이 어떻게 죽어가는지 분석한 것. 그 결과 재미있는 결론이 나왔다. 애니 속 주요 캐릭터들의 죽는 비율이 성인 영화보다 2배나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성인영화의 경우 50% 정도가 캐릭터의 죽음을 자세히 묘사한 반면 애니는 그 비율이 3분 2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이 예로 든 대표적인 애니로는 표범에게 살해당하는 '타잔' 속 부모, 큰 물고기에게 먹히는 '니모를 찾아서'의 엄마였다.  연구를 이끈 이안 콜먼은 "어린이용 애니가 성인영화보다 악의도 없고 점잖아 보이지만 사실 더 살인도 많고 대혼란의 온상" 이라면서 "어린이들이 이같은 장면을 보게되면 오랜시간 트라우마 등 좋지않은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강황은 ‘마음의 상처’도 치유한다” (美 연구)

    “강황은 ‘마음의 상처’도 치유한다” (美 연구)

    카레의 향식료 등에 쓰이는 강황. 예로부터 관절염이나 속쓰림, 위장 문제, 설사 등에 좋다고 알려져 왔으며 최근 연구로는 암을 예방하고 당뇨병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강황에 또 하나의 새로운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헌터대학 글렌 샤페 교수팀은 강황(학명: Curcuma longa)의 주성분 중 하나인 커큐민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샤페 교수는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커큐민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먹이를 섭취한 쥐는 사전에 체험한 공포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진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샤페 교수는 “커큐민은 뇌에 남겨진 트라우마적인 경험에 의한 공포의 기억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PTSD를 비롯한 정신 질환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커큐민의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도 확인돼 다시 공포감이 되살아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커큐민은 이미 기존 여러 연구를 통해 다발성 골수종, 췌장암, 골수이형성증후군, 대장암, 건선, 관절염, 알츠하이머병, 우울증 등에 효과가 있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또한 최근 연구에서는 폐를 둘러싼 흉막이나 위·간 등을 보호하는 복막, 심장의 심막 등 표면을 덮고 있는 중피 세포에서 발생하는 중피종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자매지인 국제학술지 ‘뉴로사이코파마콜로지’(Neuropsychopharmacology) 최근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유년기 학대·소외… 악마, 눈을 뜨다

    유년기 학대·소외… 악마, 눈을 뜨다

    악의 어두운 창고에서/마르크 베네케·리디아 베네케 지음/김희상 옮김/알마 출판/528쪽/1만 9800원 대형 범죄가 날 때마다 범죄와 범인의 엇갈린 상관관계가 큰 충격을 주곤 한다. 주변 사람들이 범인과 관련해 내놓는 증언 때문이다. 이를테면 “아주 친절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는데”, “법 없이 살 수 있는 모범적인 분이지요” 같은 말들이다. 범죄가 흉악하고 잔인할수록 납득할 수 없는 그 모순으로 인한 충격은 더 크게 마련이다. “어디선가 은밀하게 악행만 범하는 사악하기만 한 인간이 있다면 그를 격리해 씨를 말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 그렇지만 선과 악의 경계선은 모든 인간의 심장 안에서 유동적으로 흐른다. 그럼 누가 자신의 심장 일부를 기꺼이 파괴할 수 있을까.”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이 일찌감치 갈파한 이 말은 그 모순을 적확하게 꼬집은 것 같아 놀랍다. ‘악의 어두운 창고에서’는 충격적인 연쇄살인과 사이코패스 범죄의 사례로 그 모순의 이유를 들춰냈다. 사례는 다큐멘터리나 범죄스릴러 영화나 문학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희대의 범죄들이다. ‘인종 청소’ 명분을 내세워 유대인 수백만 명을 학살한 히틀러부터 7년간 소년 300명을 죽인 연쇄살인범, 친딸을 24년간 제 집 지하실에 감금해 7명의 아이를 낳게 한 ‘아버지’ 겸 ‘남편’, 집을 호텔로 개조해 직원·투숙객을 고문 살해한 사이코패스…. 모두 어처구니없는 파격의 기행 탓에 ‘괴물’ ‘악마’로 불리는 이들이다. 저자는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연쇄살인범의 고백’, ‘살인본능’ 등 범죄 3부작으로 유명한 독일 법의학자 겸 과학수사 전문가. 전작과 달리 범죄의 이유, 다시 말하면 범죄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에 쌓인 심리·정신적 변화에 주목했다. 책이 사례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핑계 없는 무덤 없듯 모든 흉악 범죄에는 어린 시절 겪은 강도 높은 학대와 무관심, 결핍이 공통으로 깔려 있다’는 것이다. 8∼12세의 소년들만 납치해 죽인 콜롬비아 연쇄살인범을 보자. 아이들을 잔인하게 고문한 끝에 머리를 자르거나 성기를 잘라 입에 꽂아 두는 등 치욕적인 방법으로 시체를 능멸했다. 어릴 적 아버지에게 툭하면 매질을 당했지만 다른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그는 죄책감을 못 느끼는 새디스트와 아동선호 성 취향의 연쇄살인범으로 변해 갔다. 학대∼무관심∼학대∼불감이란 악순환의 발단은 어릴 적 비인간적 대우와 무관심이었다. 24년간 친딸을 지하실에 감금, 강간해 아이까지 낳게 한 범죄도 비슷한 트라우마가 원인이다. 범인의 어머니는 남편이 외도하자 복수로 불륜을 저지른 과정에서 그를 낳았다. 위로받고 싶었지만 오히려 피 흘릴 때까지 짓밟히는 매질을 당하면서 자랐다. 절절하게 도움을 청했지만 가족의 사랑 대신 학대를 받아야 했던 그는 ‘죽을 때까지 소유하고 강제해야 하는 잘못된 사랑’을 실천한다. 사랑하는 친딸을 평생 제 곁에 두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지하실에 가둔 것이다. ‘생소할 것 없는 진부한 메시지’로 들릴 수도 있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충격이 범죄로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 악순환 고리를 어떻게, 그리고 왜 끊어야 하는지 실감하게 된다. “냉대와 추행당한 아이를 외면해 생겨나는 결과가 무엇인지는 나중에 저질러지는 광기 어린 범행이 눈길을 돌릴 수 없도록 확인시켜 준다. 그래서 범인 안에 숨은 희생자를 찾아보는 게 바람직하다.” 저자의 맺음말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강렬한 색채·곡선… 생태주의 예술 완성… 옥상 정원 창시자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강렬한 색채·곡선… 생태주의 예술 완성… 옥상 정원 창시자

    강렬한 색채와 곡선을 사랑한 화가, 시대를 앞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주장하며 친환경 디자인을 실천한 건축가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는 1928년 빈에서 태어났다. 본명이 프리드리히 슈토바서인 그는 한 살 때 아버지를 잃고 유대인인 어머니와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2차 세계대전 중 히틀러의 유대인 탄압으로 모자는 유대인 집단 거추지로 강제 이주하고, 외가쪽 가족 69명이 몰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다. 이때의 아픈 경험은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평생 자유와 평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게 된다. 일찍이 색채와 형태에 대해 남다른 감각을 보이며 미술에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전쟁으로 파괴된 도심의 건물 잔해 속에서 피어난 새싹을 접한 후 자연정신주의를 예술의 화두로 삼게 된다. 전쟁 후 약 3개월간 빈 예술아카데미에서 공부했으며 이후에는 여행과 독서로 견문을 넓히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작업실을 따로 두지 않고 여행을 하면서 기차나 비행기, 배 안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이젤 대신 바닥에 종이를 펼쳐 놓고 그림을 그렸으며 하나의 작품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릴 정도로 색을 조합하는 능력이 탁월했던 그는 생명의 다양함과 무한함을 색채를 통해 표현했다. 강렬한 색채와 함께 그의 그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나선이다.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지 않고 끝없이 돌고 있는 나선이야말로 생명과 죽음이 끝없이 순환하는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자연의 유기적인 모습을 회화와 조각을 통해 표현했던 그는 강렬한 보색 대비에 곡선과 나선형이 두드러진 작품들로 1952년 빈 아트클럽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후 1962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성공리에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생태주의를 주창한 진보적 예술가로 두드러진 활동을 펼친 그는 1967년 뮌헨에서 나체로 ‘세 번째 피부의 권리’를 선언하는 연설을 한 데 이어 그 이듬해에 다시 나체로 인간적 공간의 회복을 주장하는 연설을 했다. 1970년대 초부터 관심의 영역을 건축으로 확대했다. 당시 건축이 보여 주는 자로 잰 듯한 형태, 무미건조한 콘크리트, 개인의 정체성을 감추게 만드는 획일적인 건축물은 범죄자나 다름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는 “여러분은 지구에 잠시 들른 손님입니다. 예의를 갖추세요”라며 진정한 땅의 주인은 나무임을 강조하고 땅을 차지한 건물 옥상에 나무를 심었다. 요즘 흔히 접하는 옥상 정원의 창시자가 바로 그다. 1983년 빈 시의 공동주택을 의뢰받은 그는 1986년 자신의 건축 철학을 담아 개성이 넘치는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를 완성했다. ‘쿤스트하우스 빈’(1991), 빈 외곽의 스피툴라우 소각장, 오스트리아 슈타이어마르크주의 블루마우 온천 마을이 그의 작품이다. 자연보호, 산림보호운동, 반핵운동 등 환경운동가로도 활약했던 2000년 태평양을 항해하던 중 엘리자베스 2호 갑판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다른 별에서 온 것처럼 자유로운 영혼을 지녔던 이 예술가의 유언에 따라 뉴질랜드에 있는 ‘행복한 죽음의 정원’ 안에 자신이 심은 나무 아래 묻혔다. 자연 속으로 돌아가도록 관 없이, 나체로 묻어 달라는 그의 유언대로. 그의 나이 71세였다. lotus@seoul.co.kr
  • 또다시 살처분 공포

    살(殺)처분에 대한 공포가 다시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수천 마리의 돼지와 닭 등을 땅에 묻어야 했던 방역 담당 공무원들의 잠 못 드는 날이 또 시작됐다. 살처분에 동원돼 각종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충북 진천군 공무원들은 돼지 구제역 재발 소식에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았는데…”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들어 고병원성 AI 감염 등을 이유로 살처분한 오리와 닭이 1446만 마리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였던 2008년(1020만 4000마리)을 이미 뛰어넘었다. 최근에는 진천에서 돼지 구제역까지 발생했다. 앞서 7월에도 돼지 구제역 발병으로 수천 마리를 살처분해야 했다. 문제는 구제역에 따른 돼지 살처분 규모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데 있다. 유럽과 캐나다에서도 AI 등의 가축 질병이 확산되고 있다. 살처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상당한 방역 당국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 방역담당 공무원은 “중앙부처도, 지자체 공무원들도 AI와 살처분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 털어놨다. AI는 지난 1월 전국을 긴장으로 몰아넣었다가 한동안 소강 상태를 보였다. 농식품부는 지난 9월 4일 축산농가 이동 제한을 완전히 풀며 사실상 ‘종식선언’을 했다. 하지만 20일 만에 전남 영암 오리농장에 이어 전남 나주·곡성·보성 사육농가에서 잇따라 AI 감염이 확인됐다. 지난달에는 전북 김제와 경북 경주 토종닭까지 AI에 감염된 사실이 드러났다. 독일과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의 가금류에서도 고병원성 AI(H5N8형)가 발생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캐나다에서 고병원성 AI 발생이 확인됨에 따라 캐나다산 가금류(닭, 오리, 타조 등)와 가금제품 수입을 금지했다. 농식품부는 올해 살처분 보상금으로 1251억원을 지급했다. 지난 9월 이후 피해와 소득·생계안정자금, 매몰비용 지급 등을 고려하면 피해보상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돼지 구제역도 지난 7∼8월 영남 지역 양돈농가 3곳에서 발병한 후 주춤하다가 지난 3일 충북 진천(살처분 200마리)에서 재발했다. ‘돼지 유행성 설사병’(PED)이 확산되는 겨울철이어서 돼지 사육 농가뿐 아니라 방역 당국도 힘든 시기가 될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내년 5월까지를 ‘특별 방역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AI 및 구제역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AI·구제역 방역대책 상황실’을 설치하고, 전국 공항과 항만 41곳을 대상으로 특별점검반도 운영한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샤이아 라보프 “여성에게 성폭행당했다” 충격 고백

    샤이아 라보프 “여성에게 성폭행당했다” 충격 고백

    잦은 기행으로 가십난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할리우드 배우 샤이아 라보프(28). 알코올 중독으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신작 ‘퓨리’에 출연해 홍보 행사 등으로 레드카펫에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한 유명 잡지와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 이른바 ‘묵언’ 인터뷰를 진행해 화제가 되고 있다. 샤이아 라보프는 영국 패션잡지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의 작가와 한 호텔 방에서 만났다. 이 잡지의 온라인판인 ‘데이즈드 디지털’에 실린 인터뷰와 함께 공개된 영상에서 두 사람은 머리에 소형 카메라를 쓴 상태로 만나 말없이 악수만 하고 자리에 앉는다. 이들은 간혹 웃음을 터뜨리기는 하지만 1시간 동안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사실 두 사람은 이전에 2주 정도 이메일 교환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에 대해 쓴 글을 읽은 샤이아 라보프가 작가에게 연락해 이메일 인터뷰를 시행했고, 묵언 인터뷰라는 실제 만남도 그의 제안이었다고 한다. 이는 아무래도 샤이아 라보프가 하고 있는 일련의 예술 활동으로 보이지만, 무언 인터뷰 영상보다 충격적인 것은 그가 이메일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샤이아 라보프는 지난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 갤러리에서 '#IAMSORRY’라는 예술 행사를 개최했지만, 그 당시 행사장을 방문한 여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 행사에서는 방문객이 소품 하나를 선택해 샤이아가 앉아 있는 밀실을 지나가야 했지만, 한 여성이 “10분간 나를 채찍으로 때린 뒤 내 옷을 벗기고 성폭행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때 밀실 밖으로는 사람들이 줄을 선 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머리가 흐트러지고 립스틱이 번진 여성이 밀실에서 나갔을 때 샤이아의 연인이자 배우인 미아 고스가 그 줄에 서 있었던 듯하다. 샤이아 라보프는 “우리는 5일간 만나지도 않고 대화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도 심하게 상처를 입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줄을 선 사람들에게 곧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진 듯하다”면서 “그녀는 방에 들어와 설명을 요구했지만, (당시 묵언 행사였으므로) 난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트라우마속에서 같이 조용히 않아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한편 샤이아 라보프는 지난 2012년 12월부터 미아 고스와 열애를 시작, 2년째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TOPIC/SPLASH NEWS(www.topicimages.com)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민주주의의 퇴보 계속된다면 문인들은 거리로 나가 지킬 것”

    “민주주의의 퇴보 계속된다면 문인들은 거리로 나가 지킬 것”

    “세월호 참사가 보여준 안전불감증, 군 일색의 인사, 극우단체를 내세워 종북·친북 딱지 붙이기…. 현 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급속도로 후퇴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1970년대로 현저하게 후퇴한다면 문인들은 다시 거리로 나가 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다.” 이시영(65)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25일 작가회의 모태인 ‘거리의 결사체’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올해로 작가회의 출범 40돌을 맞지만 민주주의는 40년 전의 상황으로 퇴보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작가회의는 자유실천문인협의회(자실협의회)가 전신이다. 자실협의회는 1974년 11월 18일 고은, 염무웅, 박태순, 황석영 등의 문인들이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옥중 김지하 시인 석방과 표현의 자유 보장을 요구하는 ‘자유실천 문학인 101인 선언’을 발표하며 결성됐다. 자발적으로 출범한 거리의 결사체였다. 이 이사장도 스물여섯의 나이로 참가했다. 자실협의회는 1980년대 6월 항쟁을 거치며 대중 조직인 민족문학작가회의로 확대됐고 지금의 작가회 면모를 갖추게 됐다. “억압적인 정권 아래에서 김지하 시인을 필두로 세계에 저항하는 문인상을 제시했다. 카뮈나 사르트르처럼 개개인의 저항은 있었지만 결사체를 만들어 저항하는 문인들의 상을 보여준 건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억압이 있을 땐 언제든 침묵하지 않고 작가의 양심을 걸고 사회적인 발언을 할 것이다.” 이 이사장은 작가회의 출범 배경이 된 것은 새로운 문학이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4·19 세대들이 문단 전면에 등장했다. 최인훈 ‘광장’, 황석영 ‘객지’, 신경림 ‘농무’ 등 남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거나 노동 현실을 반영하는 새로운 문학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조직을 요구했다. 1950년대 반공·순수문학과의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40년간 작가회의를 지탱해 온 힘도 문학이다. 이 이사장은 “작가들이 생산하는 새로운 문학, 그 시대 현실을 담고 있는 문학, 독자들로부터 인정받고 독자들과 함께 호흡한 문학”이라며 “훌륭한 작품을 통해 사회적인 발언을 하고 독자들에게 영향력을 미친 것이 조직을 지금껏 생동감 넘치게 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1978년 4월 고은, 백기완 등 문인들의 주도로 서울 성공회 본당에서 열린 ‘민족문학의 밤’과 2005년 7월 남북 문인들이 평양, 백두산, 묘향산에서 개최한 제1회 남북민족작가대회를 잊지 못한다. “긴급조치 9호까지 발효된 억압적인 상황인데도 수많은 사람이 모여 저항을 담은 시들을 낭독했던 그때 문학은 단순히 종이 책으로만 전달되는 게 아니라 대중과 현장에서 호흡하는 것이라는 걸 절감했다. 민족작가대회는 남북 문인들이 개성, 금강산에서 편집회의도 하고 잡지도 발간하는 등 민주화 이후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 젊은 작가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요즘 젊은 작가들은 현실 문제를 치열하게 다루지 않는다. 가상공간이나 사적 세계에 빠져 있다. 무조건 거리로 나오라는 게 아니다. 작가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감성노동자인 만큼 기본적으로 타자의 고통에 동참하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가 젊은 작가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월호 참사가 젊은 작가들에게 준 트라우마는 엄청난 것 같다. 어른들의 무능을 그대로 보여준 세월호 참사 전후로 문학이 완전히 달라질 것 같다.” 작가회의 수장인 이 이사장의 꿈은 역설적이다. 역설적이어서 울림이 더 크다. “이 땅에 글자 그대로 민주사회가 구현돼 작가회의가 필요 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문인들은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단체에 소속되기보단 자기만의 영역에서 글을 써야 한다. 작가회의가 현실에서 역사로 돌아갔으면 한다. 역사 속의 작가회의가 될 날이 오길 바란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6) 전문가 대담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6) 전문가 대담

    서울신문은 ‘현실로 다가온 마이너리티 리포트’ 시리즈를 통해 미국과 영국, 한국의 범죄예측 기술의 현주소는 물론, 치안 확보와 사생활 보호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짚어봤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범죄예측 시스템의 전망’을 주제로 한 전문가 좌담을 끝으로 시리즈를 마친다. 좌담은 임용환 경찰청 생활안전과 과장(총경), 이창훈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원장,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소속)가 참석한 가운데 지난 20일 본사에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범죄예측 기술의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부작용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영·미처럼 테러에 대한 트라우마가 없는 데다 수사당국 사찰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뿌리 깊은 피해의식을 가진 국내에서 사회적 합의 없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범죄예측 시스템은 자칫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치안 당국이 사용하는 범죄 예측 기술은 무엇이고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왔나. -임용환 과장 2005년 범죄위험지수, 2009년 지오프로스(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지오프로스는 범죄 종류를 9개로 분류해 범죄 종류·특정 시간대별 ‘핫스폿’(범죄 위험이 높은 지역)을 예측해 등고선 지도로 나타낸다. -이창훈 교수 국내 범죄예측은 기술적으로 뒤지지 않지만, 학문적 연구·분석은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범죄 데이터를 수집할 때 단순한 사건 발생 장소, 시간 등만이 아닌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한다. 또 범죄 데이터를 이론적인 범죄 연구에 근거해 분석한다. →범죄예측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는 무엇이 있나. -이 교수 현재 경찰은 사건이 일어나면 킥스(KICS·형사사법정보 시스템) 원표에 정보를 기록한다. 하지만 피해·가해자의 생체 정보, 심리적 특징, 긴장을 촉발한 주체가 누구인지 등 범죄 분석에 사용될 만한 가치가 높은 데이터는 누락된다.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위험 요인은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 학교생활, 성장배경 등이라는 연구 결과가 이미 나와 있는데도 정작 범죄가 발생하면 해당 정보를 수집하지 못한다.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제한을 받고 있다. →치안 확보와 사생활 보호, 두 가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추려면. -이 교수 범죄예방에 개인정보를 활용하려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전과자의 재범을 방지하는 ‘특별 예방’엔 법적 근거가 있다. 재범률이 60% 이상이라 범죄예측의 필요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반인 대상 범죄 예방이다.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현재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은 상태다. 미국처럼 9·11테러 사태가 터지지 않는 이상 개인정보를 범죄 예방 기술에 적용시키고, 그 결과를 수사에 활용한다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신뢰를 쌓으려는 노력이 출발점이다. 데이터를 ‘치안확보’에만 활용할 것이라는 두터운 믿음이 형성돼야 정보 공개가 가능하다. 추후 전문가들의 연구를 발판으로 범죄예측 기술이 활용돼야 한다. 현재 정보기술(IT) 기업들도 범죄 빅데이터 활용 분야에 뛰어들지 않는다. 데이터가 공개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임종인 원장 치안 확보를 위해 프라이버시 침해를 감수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다 한들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반쪽에 불과하다. 현재 전국의 지자체에서 폐쇄회로(CC)TV를 수백대씩 운영한다. 시중에 판매 중인 지능형 CCTV를 활용하면 치안 확보에도 유용하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문제 탓에 경찰은 CCTV를 광범위하게 활용하지 못한다. 수사기관은 물론, 정부에서 치안 확보라는 공익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법기관에서 영장을 발부해 국가보안법 사건 수사에 필요한 개인의 전화 송수신 내역을 확인해도 엄청난 비판이 잇따른다. 또 미아 찾기에 효과적인 미취학 아동의 지문 채취 작업 역시 국민과 소통 없이 진행돼 논란이 일었다. 치안 확보를 위해 개인정보를 활용하려면 실제 사례를 통한 소통과 설득이 먼저다. -한규섭 교수 미국은 9·11 이전과 이후로 국민 여론이 갈린다. ‘애국법’(테러대책법)이 나온 것도 범죄 예방을 위해 일정 부분 사생활 침해를 감수하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었다. 우리는 그런 계기가 없었고,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치안당국이 데이터를 활용해 범죄 예측을 할 때 고충이 클 것이다. 성폭력범의 전자발찌 착용은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한국은 과거 독재 정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에 국가에 대한 신뢰가 미국 등 다른 나라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감시해 범죄 가능성을 예측한다. 빅데이터 활용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한 교수 기술적으로는 무궁무진하다. 다만 빅데이터 자체가 개인정보보호법에 묶여 산업적으로 정체 상태다. 극악한 성범죄를 빼놓고는 데이터 활용이 어렵다. 범죄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빅데이터 활용은 실제 가능한 기술력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만약 카드사가 고객의 소비 패턴과 경찰의 범죄 예측 데이터를 연동시켜 범죄 위험을 알려준다면,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느끼는 고객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이 교수 우범지대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범죄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정인의 카드 사용 패턴만 분석해도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범죄학 전문가들은 빅데이터에 목말라 있다. 그러나 학자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민간 기업은 거의 없다. 결국 ‘치안 확보’라는 공익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인식이 부족하다. →어떤 정보까지 공개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은 있나. -임 과장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이 제한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킥스만 해도 수사 목적 외에는 활용이 철저하게 금지돼 있다. 현재 범죄 안전 지도를 제작하는 행정자치부에 범죄 빅데이터를 제공할 때도 원자료는 공개되지 않는다. 지도에도 주소는 전혀 표시되지 않고 공원, 도로 등만 표시한다. -임 원장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빅데이터 사업 확대 추세에 맞춰 개인정보 활용과 관련해 빅데이터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했는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반대하고 나섰다. 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금지된 상황에서 새로운 법 제정이라면 모를까 가이드라인은 유효하지 않다. 지난달 전 세계 개인 정보 책임자 회의가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열렸다. 결의안의 핵심은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할수록 데이터를 암호화, 익명화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교수 한국이 빅데이터 강국으로 가려면 ‘트레이드 오프’(어느 것을 얻으려면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하는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현재 빅데이터가 엄청나게 축적되고 있지만 사용하지 못한다. 공익을 위한 빅데이터 활용 사례를 만들어 국민에게 확인시켜 주면 활용 범위가 한층 넓어질 수 있다. →범죄 예측 기술을 도입할 때 우리나라에서 특히 어떤 점이 고려돼야 하나. -이 교수 ‘핫스폿’만 예를 들어도 미국은 특정 지점이 딱 떨어지게 표시된다. 그러나 국내에는 거의 모든 동네가 핫스폿으로 나온다. 워낙 땅덩이가 넓은 미국은 산간 지역 등에서 범죄가 자주 발생한다. 또 나라별로 자주 발생하는 범죄 유형도 다르다. 미국은 마약 범죄나 총기 살인 등이 많다. 우리나라는 경찰 범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살인의 60%가 술 취한 사람끼리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일어난다. -한 교수 미국은 길이 블록 단위로 돼 있다. 그래서 마약, 총기, 성매매 등 특정 장소에 따른 범죄 유형 데이터가 잘 축적된다. 하지만 한국은 일반 주택가에서의 범죄 데이터는 ‘0’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성매매도 유흥업소 등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불법으로 이뤄진다. 한국 상황에 맞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임 과장 우리나라 특유의 음주문화 영향으로 밤 시간대에 술 취한 사람들이 많다. 강력 사건보다 주취 폭행이 두드러진다. 반면 밤늦은 시간까지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서 위험이 덜하다. 지난해 경찰청에서 범죄 순찰이 범죄 억제 효과가 있는지를 한남대 박정연 교수팀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려 했지만 어그러졌다. 학술적인 연구가 뒷받침된다면 우리나라의 특징이 잘 반영될 것 같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사진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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