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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석영 “옛사랑에 관한 이야기” 3년만의 신작 ‘해질 무렵’

    황석영 “옛사랑에 관한 이야기” 3년만의 신작 ‘해질 무렵’

     소설가 황석영(72)이 신작 장편소설 ‘해질 무렵’(문학동네)으로 돌아왔다.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 이후 3년 만이다. 위 세대의 업보가 현재 젊은 세대의 삶을 어떻게 짓누르는지를 개개인의 삶을 통해 파고들었다. 그는 “올해 초 3년간 식민지시대 작가부터 최근 젊은 작가까지 우리 문학을 훑은 명단편 101편을 냈다”면서 “그렇게 한국 문학을 훑고 난 뒤 현재 시점에서 우리의 삶을 역사를 통해 드러내는 게 아니라 파편화된 개인을 통해 담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소설을 집필하게 됐다”고 밝혔다.  작가는 이번 소설을 “그야말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개인의 회한과 사회의 회한은 함께 흔적을 남기지만 겪을 때는 그것이 원래 한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위 세대가 겪은 일은 과거의 회한이지만 현재진행형이다. 위 세대의 업보로 인해 주어진 현재의 현실을 젊은이들이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주제 아래 소설을 구성했다.”  소설은 60대의 성공한 건축가 박민우와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 젊은 연극연출가 정우희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다. 박민우는 인생의 해 질 무렵에 서서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되짚어 본다. 더는 바뀔 것도, 꿈꿀 것도 없을 듯한 그의 일상에 생각지 못한 변화의 바람이 일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강연장에 찾아온 낯선 여자가 건네준 쪽지 속에 잊고 지냈던 첫사랑의 이름 ‘차순아’가 적혀 있었던 것. 그 작은 바람이 그가 소년 시절을 보냈던 산동네 달골, 아스라한 그 시절 가슴 설레게 했던 소녀를 불러온다. 함께 뒤엉켜 지내던 재명이, 째깐이, 토막이, 섭섭이형 같은 사람들도 불러내며 견고하게만 보이던 그의 세계에 균열을 일으킨다.  정우희는 반지하 단칸방에서 산다. 음식점,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극연출가의 꿈을 키운다.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사랑을 꿈꾸기도 하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그럴 여유를 주지 않는다. 남자 친구 김민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다. 남자 친구의 자살 이후 그의 어머니도 쓸쓸히 홀로 죽는다. 정우희는 민우 어머니 차순아가 남긴 수기에서 그녀 마음이 한결같이 가리키던 박민우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박민우의 강연장을 찾아 그에게 한때 마음을 떨게 만들었던 첫사랑을 일깨우는 쪽지를 건넨다.  작가는 “서양이든 동양이든 근대화 기간에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있다. 우리는 30년간 근대화를 해치웠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더 깊다”면서 “조금 성장했을 때 뒤돌아봐야 한다. 삼풍백화점 붕괴, 외환 위기, 세월호 참사 등 뒤돌아볼 계기는 많이 주어졌다. 뒤돌아봐야 할 때 뒤돌아봐야 어떤 문제가 구조화되거나 단단해지지 않는다. 그런 것에 대한 응답으로 이번 소설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경제 블로그] “환전소·카카오는 되는데 증권사 외화송금 왜 안 됩니까”

    [경제 블로그] “환전소·카카오는 되는데 증권사 외화송금 왜 안 됩니까”

    이르면 내년부터 환전소나 카카오에서 해외로 돈을 보낼 수 있다는 뉴스에 증권사는 착잡합니다. 금융업에 있어서 또 ‘서자’ 취급을 톡톡히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증권사에서는 투자 목적의 자금만 환전이 가능하고 외화 송금은 불가능합니다. 예컨대 고객이 달러화 기준 해외펀드를 환매해 그 돈을 해외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려면 증권사에서 돈을 찾은 뒤 은행으로 가서 보내야 합니다. 이 고객이 증권사에서 할 수 있는 건 찾은 돈을 다시 투자하는 것뿐입니다. 기업 고객도 증권사 이용이 불편하긴 마찬가지입니다. 1년 뒤에 받을 수출대금의 환헤지를 위해 증권사에서 파생상품인 선물환계약을 할 수 있지만 1년 뒤 받은 돈 일부를 증권사에서 현찰로 받을 수는 없습니다. 투자가 아니기 때문에 환전은 물론 송금도 불가능하니까요. 정부는 환전소에 외화 송금을 허용하면 은행과 환전소 간 경쟁으로 수수료가 싸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기준에서 보면 증권사의 가세는 수수료를 더 끌어내릴 수 있는 요건이 됩니다. 수수료 수익 비중이 높은 은행이 반대할 만합니다. 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외환제도 개혁 방안에서 ‘은행 또는 금융사가 아닌 일반 기업 등이 국경 간 지급·수령 업무를 수행하는 새로운 업태’인 외환이체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증권사는 ‘은행 또는 금융사가 아닌’이란 문구에서 증권사가 외환이체업에서 제외되는 건 아닌가 걱정합니다. 핀테크(금융과 정보기술의 융합)의 등장으로 지급결제 서비스를 핀테크 업체들이 당연하게 하지만 2009년 증권사에 개인 고객의 지급결제가 허용되기까지는 몇 년에 걸친 논란이 있었던 ‘트라우마’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증권업계는 지난달 26일 열린 새누리당 금융개혁추진위원회에서 증권사의 환전 업무를 늘리고 외화송금 업무를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습니다. 모든 증권사에 허용해 주기 곤란하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만 우선 허용해 달라고도 했습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부정적입니다. 증권사가 은행 면허도 없이 은행 업무를 하려고 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일본은 1998년 법을 개정, 100만엔 이하의 송금은 일반 기업도 가능합니다. 정부는 해외 펀드 비과세를 도입해 해외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10여년 전에는 은행으로의 쏠림이 심한 금융시장을 개혁하겠다며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금융지주들은 은행 중심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려고 합니다. 환전과 송금이 은행 고유 업무인지, 금융시장의 중심이 어디인지 소비자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단지 소비자가 하려는 일이 업권마다 다른 규제로 막혀 불편하다면, 정부가 이를 풀어주는 것이 우선 아닐까요. 애초부터 못하는 것과 고객의 선택을 못 받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입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꽃보다 여린 어린이의 뇌

    [사이언스 톡톡] 꽃보다 여린 어린이의 뇌

    ‘어린이의 생활을 항상 즐겁게 해주십시오. 어린이는 항상 칭찬해 가며 기르십시오. 어린이의 몸을 자주 주의해 살펴주십시오. 어린이에게 책을 늘 읽히십시오. 희망을 위하여, 내일을 위하여 다 같이 어린이를 잘 키웁시다.’ 제가 1923년 5월 1일 배포한 ‘어린이날의 약속’이라는 전단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저는 1922년 5월 1일을 ‘어린이의 날’로 정하고 우리나라 최초 순수아동잡지 ‘어린이’를 창간하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 힌트를 드렸으면 제가 누군지 아시겠지요. 그렇습니다. 저는 방정환(1899~1931)입니다. 제가 어린이들에게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19년 3·1운동에 참여한 뒤부터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서는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자라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1920년 일본 도요대 철학과에 입학해서 아동예술과 아동심리학을 공부했습니다. ‘어린이’라는 단어에는 어린 아이들을 인격체로 존중해 줘야 한다는 존대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뉴스들을 보다 보면 어린이들을 막 대하는 듯한, 눈살이 찌푸려지는 사건들이 너무 많더군요. 때마침 캐나다 맥길대 심리학과 연구진이 왜 아이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미국의학협회 정신과학저널 14일자에 발표했더군요. 데이빗 배콘 교수팀은 1986년부터 2012년까지 여름캠프에 참여한 5~13세 저소득층 남녀 어린이 2292명을 대상으로 가정이나 사회에서 어떻게 길러지고 있는지에 대한 추적 조사를 했답니다. 그 결과 협박을 당하거나 조롱, 무시, 창피를 당하는 등 감정적 폭력이 체벌 등 물리적 폭력이나 방치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답니다. 실제로 전 세계 어린이 3분의1 정도가 감정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고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흔히 물리적 폭력이 감정적 폭력보다 어린이들에게 더 해로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따르면 물리적 폭력을 받았을 때나 감정적·언어적 폭력을 받았을 때 똑같은 뇌 부위가 자극된다고 하더군요. 뇌에 미치는 영향 역시 감정적·언어적 폭력이 물리적 폭력과 비슷하거나 도리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어려서 받은 상처는 성장하면서 다양한 트라우마로 연결되는 사례도 발견됐다고 하네요. 사실 어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자신도 모르게 어린이들에게 상처를 줄 때가 있습니다. 어린이는 나무와 같아서 믿어주는 만큼 큰다고 합니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많은 사회의 미래가 밝을까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려서는 안 되는 겁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그녀는 예뻤다 시청률, 결방에도 자체 최고경신… 박서준-최시원 사랑에 ‘여심흔들’

    그녀는 예뻤다 시청률, 결방에도 자체 최고경신… 박서준-최시원 사랑에 ‘여심흔들’

    지난 15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9회에서는 최시원과 박서준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황정음의 모습이 그려졌다.이날 방송에서 김혜진(황정음 분)은 취재를 위해 홀로 파주를 가게 됐다. 하지만 김혜진은 비슷하게 생긴 차 열쇠때문에 고장 난 차를 몰고 갔다.뒤늦게 이 사실을 안 지성준(박서준 분)은 비 오는 날의 트라우마까지 잊어버린 채 단숨에 혜진에게 달려갔고, 혜진의 무사한 모습을 보자마자 포옹하며 자신의 마음을 확인했다.16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방송된 MBC 수목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9회는 16.7%의 전국 일일 시청률을 기록했다.이는 자체 최고 시청률 14.5%에서 2.2% 포인트가 상승한 수치이자, 동시간대 방송된 수목 드라마 시청률 1위에 해당된다.연예팀 seoulen@seoul.co.kr
  • [경제 블로그] 국민카드 콜센터 상담원들 종로경찰서 간 까닭은

    [경제 블로그] 국민카드 콜센터 상담원들 종로경찰서 간 까닭은

    국민카드 콜센터 상담원들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경찰서를 찾았습니다. 단단히 뿔이 나서죠. 언제나 상냥한 목소리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 그 상담원들이 좁은 전화 부스를 박차고 나와 경찰서로 향한 사연이 궁금해집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4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민카드 고객 A씨는 이날 콜센터에 9차례나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성 상담원이 수화기를 들기가 무섭게 10여분 동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을 쏟아내며 성희롱을 했죠. 하루 평균 100건 안팎의 상담 전화를 받는 콜센터 직원들에겐 ‘진상 고객’을 접하는 일이 적지 않지만 이날은 사정이 좀 달랐습니다. A씨와 통화한 상담원 9명은 지금까지도 전문가에게 심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중 2명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증상을 호소할 정도로 중증입니다. 결국 국민카드는 A씨를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업무방해죄’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금융사가 ‘악성 민원인’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행여 회사 이미지가 깎일까 두려워 ‘쉬쉬’하며 참고 넘어갔던 것이 그동안 금융권의 관행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일단 악성 민원인 숫자가 크게 늘어서죠. 올해 3분기 국민카드 콜센터 상담 직원을 대상으로 한 폭언 및 성희롱 사례가 총 41건이었습니다. 2013년 같은 기간(29건) 대비 41.4%나 증가했습니다. 금융 당국도 금융사 직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악성 민원인 대응 매뉴얼을 이달 안으로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 매뉴얼은 악성 민원인에겐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도록 주문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콜센터에 전화해 폭언을 일삼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런 악성 민원인의 대부분은 경제적 ‘약자’이기 때문이랍니다. 금융사 콜센터는 그동안 악성 민원인들이 사회적 불만을 분출하는 ‘배설구’로 악용돼 왔죠. 그런데 말입니다. 콜센터 직원들 역시 열악한 근무조건과 시급에 고통받는 또 다른 약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앞으론 금융사들도 “죄송합니다 고객님” 대신 ‘칼’(고소·고발)을 빼들 채비를 하고 있으니 콜센터를 만만하게 봤다간 큰코다칠 수도 있습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금융사 악성 민원인 첫 법적조치
  • 영화 ´추격자´ 주인공, 마약 유혹 못 이겨 또 철창행

     희대의 연쇄 살인마 유영철을 잡는 데 기여해 영화 ‘추격자’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보도방 업주가 마약 중독자가 돼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유영철 사건에서 겪은 트라우마와 마약 조직을 제보한 이후 보복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마약을 끊지 못했다고 읍소했지만 선처를 받지 못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부장 이효두)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모(42)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노씨는 올해 3월 중순 필로폰 8g을 구입해 4월 0.1g을 투약하는 등 필로폰과 대마를 수차례 구입 및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마약에 손을 댔다가 징역 1년 6월의 형기를 마치고 지난해 10월 말 출소한 지 5개월 만이었다.  13일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법정에서 노씨의 기구한 인생이 드러났다.  변호인은 그가 한때 경찰을 꿈꿨으나 청소년기 때 방황한 나머지 스무 살이 넘자마자 보도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4년 유영철 사건을 겪으면서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렸다.자신의 업소 여성이 실종되자 경찰에 신고하고 자신도 추적에 나섰다. 노씨는 그 해 7월 서울 모처에서 다른 업주들과 함께 유영철을 때려잡아 경찰에 넘겼다. 그는 2500만원의 포상금을 받기도 했다.  그는 훗날 영화 ‘추격자’에서 연쇄살인마를 때려잡는 경찰 출신 보도방 업주 ‘엄중호’의 모티브가 됐다.  그러나 노씨는 유영철 현장검증에서 끔찍한 사체를 너무 많이 본 탓에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법정에서 변호인은 ”노씨가 지금껏 당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유영철 사건 이전에도 가끔 마약에 손을 댔지만 그 이후 완전히 중독자가 됐다.  2010년 또 다시 마약 밀매 혐의로 구속된 그는 선처를 받을 요량으로 중국 폭력조직 흑사파가 국내 조직에 엄청난 양의 마약을 건넨다는 정보를 제공했다.  이듬해 초 검찰은 약 200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밀수한 흑사파 조직과 국내 폭력조직배들을 일망타진했다. 검찰은 노씨에게 정착금 등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안전가옥도 마련해줬다.  그러나 노씨는 안전가옥에서 나온 지 한 달 만에 두려움에 떨다 자살을 시도했다.그나마 곁을 지키던 아내도 그즈음 그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노씨는 더욱 마약에 의존했고,상습범인 탓에 수사망에도 쉽게 걸려 수차례 교도소 생활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민 배심원단은 모두 노씨에게 실형을 평결했다. 재판부는 배심원 다수 의견인 징역 3년형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노씨가 과거 살인범과 마약 조직 검거에 기여한 경력이 있고 이것이 마약 투약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해도 출소 5개월 만에 또 범행을 저지르고도 국가기관 탓만 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판시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경제 블로그] 국민카드 콜센터 상담원들 종로경찰서 간 까닭은

    [경제 블로그] 국민카드 콜센터 상담원들 종로경찰서 간 까닭은

    국민카드 콜센터 상담원들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경찰서를 찾았습니다. 단단히 뿔이 나서죠. 언제나 상냥한 목소리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 그 상담원들이 좁은 전화 부스를 박차고 나와 경찰서로 향한 사연이 궁금해집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4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민카드 고객 A씨는 이날 콜센터에 9차례나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성 상담원이 수화기를 들기가 무섭게 10여분 동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을 쏟아내며 성희롱을 했죠. 하루 평균 100건 안팎의 상담 전화를 받는 콜센터 직원들에겐 ‘진상 고객’을 접하는 일이 적지 않지만 이날은 사정이 좀 달랐습니다. A씨와 통화한 상담원 9명은 지금까지도 전문가에게 심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중 2명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증상을 호소할 정도로 중증입니다. 결국 국민카드는 A씨를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업무방해죄’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금융사가 ‘악성 민원인’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행여 회사 이미지가 깎일까 두려워 ‘쉬쉬’하며 참고 넘어갔던 것이 그동안 금융권의 관행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일단 악성 민원인 숫자가 크게 늘어서죠. 올해 3분기 국민카드 콜센터 상담 직원을 대상으로 한 폭언 및 성희롱 사례가 총 41건이었습니다. 2013년 같은 기간(29건) 대비 41.4%나 증가했습니다. 금융 당국도 금융사 직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악성 민원인 대응 매뉴얼을 이달 안으로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 매뉴얼은 악성 민원인에겐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도록 주문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콜센터에 전화해 폭언을 일삼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런 악성 민원인의 대부분은 경제적 ‘약자’이기 때문이랍니다. 금융사 콜센터는 그동안 악성 민원인들이 사회적 불만을 분출하는 ‘배설구’로 악용돼 왔죠. 그런데 말입니다. 콜센터 직원들 역시 열악한 근무조건과 급여에 고통받는 또 다른 약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앞으론 금융사들도 “죄송합니다 고객님” 대신 ‘칼’(고소·고발)을 빼들 채비를 하고 있으니 콜센터를 만만하게 봤다간 큰코다칠 수도 있습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국민카드 콜센터 상담원, 종로서 간 사연

    국민카드 콜센터 상담원들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경찰서를 찾았습니다. 단단히 뿔이 나서죠. 언제나 상냥한 목소리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 그 상담원들이 좁은 전화 부스를 박차고 나와 경찰서로 향한 사연이 궁금해집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4일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국민카드 고객 A씨는 이날 콜센터에 9차례나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성 상담원이 수화기를 들기가 무섭게 10여분 동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을 쏟아내며 성희롱을 했죠.  하루 평균 100건 안팎의 상담 전화를 받는 콜센터 직원들에겐 ‘진상 고객’을 접하는 일이 적지 않지만 이날은 사정이 좀 달랐습니다. A씨와 통화한 상담원 9명은 지금까지도 전문가에게 심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 중 2명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증상을 호소할 정도로 중증입니다.  결국 국민카드는 A씨를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업무방해죄’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금융사가 ‘악성 민원인’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행여 회사 이미지가 깎일까 두려워 ‘쉬쉬’ 하며 참고 넘어갔던 것이 그동안 금융권 관행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일단 악성 민원인 숫자가 크게 늘어서죠. 올해 3분기 국민카드 콜센터 상담직원을 대상으로 한 폭언 및 성희롱 사례가 총 41건이었습니다. 2013년 같은 기간(29건) 대비 41.4%나 증가했습니다. 금융당국도 금융사 직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악성 민원인 대응 매뉴얼을 이달 안으로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 매뉴얼에는 악성 민원인에겐 적극적으로 법적대응을 하도록 주문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콜센터에 전화해 폭언을 일삼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런 악성 민원인의 대부분은 경제적 ‘약자’이기 때문이랍니다. 금융사 콜센터는 그동안 악성 민원인들이 사회적 불만을 분출하는 ‘배설구’로 악용돼왔죠. 그런데 말입니다. 콜센터 직원들 역시 열악한 근무조건과 시급에 고통받는 또 다른 약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앞으론 금융사들도 “죄송합니다 고객님” 대신 ‘칼’(고소·고발)을 빼들 채비를 하고 있으니 콜센터를 만만하게 봤다간 큰 코 다칠 수도 있습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흔들리는 여권 권력 지형] 친박 “金대표 독단적… 조언그룹에 친이계 포진” 원초적 불만

    [흔들리는 여권 권력 지형] 친박 “金대표 독단적… 조언그룹에 친이계 포진” 원초적 불만

    여권의 권력 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청와대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간의 갈등이 길고 심각해지고 있다. 청와대와 김 대표는 어떤 관계이며 앞으로 어떤 관계를 형성해 갈 것인가. 또 박근혜 대통령과 갈수록 친밀해진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최근 들어 존재감을 다시 확인해 가고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여권 내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1, 2, 3위를 차지하는 세 사람과 청와대의 관계를 짚어 본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일까. 6일자 조간에 일제히 실린 전날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 사진은 그런 쪽으로 해석됐다. ‘현장에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시선도 맞추지 않았다’는 게 초점이었다. 청와대를 포함한 친박(친박근혜)과 김 대표는 사이가 개선될 만하면 다시 틀어졌다. 정권 출범 이후만 해도 여러 차례다. 해외 순방 트라우마도 생겼다. 지난해 10월 ‘상하이 개헌 발언’이나 이번 안심번호 공천 파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친박 인사는 “유엔에서 통일외교 한다고 애쓰고 돌아오니 국내에서는 정치판이 벌어졌다”며 분개했다. 안심번호 공천 문제가 불거지고, 친박들의 불만은 “김 대표가 독단적으로 일을 한다”는 데 쏠렸다. 김 대표는 야당과의 협의 사실을 청와대에 알렸다는 것이지만 친박은 이를 ‘협의’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인사는 “왜 당 밖에서 답을 찾느냐. 당 안에서 먼저 논의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불만의 핵심은 ‘상의하지 않는 당 대표’지만 불만의 본질은, 좀 더 들여다보면 ‘상의할 수 없는 구조’에 있다. 김 대표가 조언 그룹을 친이명박계로 채운 것이 친박들의 원초적인 불만이다. 이 조언 그룹을 친박과 김 대표 간 관계 개선에 가장 큰 장애로 보고 있다. “이 친이계 조언 그룹은 때로는 청와대를 향해 야당 이상의 극언을 퍼붓는데 이런 사람들을 계속 곁에 두고 관계 개선의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게 친박들의 생각이다. 김 대표를 둘러싼 조언 그룹에 대한 친박계의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험악하다. 일부는 김 대표가 주변을 그렇게 포진시킨 것을 배신 행위로 여기고 있다. “지난해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대표의 최대 고민은 청와대가 김 대표의 최대 경쟁자인 서청원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시그널을 보냈고 청와대는 이 시그널을 화해의 메시지로 해석하고 전대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 당 대표 선출 이후 친박이 원한 것은 사무총장직 하나였는데 김 대표가 이를 거부하고 자기 측근 인사를 앉혔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주변에 인물을 더 모아야 하는 것 아닌가” “당은 집단지도체제이고, 김 대표는 대표최고위원일 뿐인데” 등 친박들이 내놓는 표현에는 이런 감정들이 녹아 있다.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 대표의 ‘언론 플레이’를 비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처럼 반복된 갈등으로 박약해진 신뢰가 정치적 생사를 가르는 공천의 문제와 결부되면서 위기는 더욱 증폭됐다. 그렇다고 항간에 떠도는 ‘김무성 제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친박도 그리 높게 보고 있지 않다. 한 인사는 “원하든 원치 않든 현실적인 세력으로서의 김 대표를 인정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으냐. 또한 대통령은 누구도 배제한 적이 없다. 김 대표도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해 현재로서는 친박이 차기로 염두에 둔 첫 번째 카드라기보다는 마지막 카드에 가까운 것 아니냐. 신뢰를 회복하면 순번이 올라가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도 다른 후보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압축 정리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美, 인도주의에 오폭… 국제 사회 비난 속출

    美, 인도주의에 오폭… 국제 사회 비난 속출

    탈레반과 전쟁을 벌이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북부 공습 과정에서 ‘국경없는의사회’(MSF)가 운영하는 병원을 잘못 폭격해 의사와 간호사, 환자 등 최소 19명이 사망했다. 미군의 오폭으로 민간인이 숨진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인도주의적 지원 단체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고 있다. ●탈레반·정부군 교전 치열한 곳 3일(현지시간) AFP 등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에서 의료 봉사를 하던 MSF 측은 이날 새벽 2시 10분쯤 미군의 폭격으로 성인 4명·어린이 3명 등 환자 7명과 의사·간호사 등 MSF 직원 12명 등 최소 19명이 숨진 것이 확인됐다. 37명이 부상했고 이들 가운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쿤두즈는 지난달 28일 탈레반에 점령당했다가 사흘 만에 미군의 지원을 받는 아프간군 수중에 넘어가는 등 최근 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진 곳이다. MSF가 운영해 온 트라우마센터는 쿤두즈에서 심한 부상자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병원으로, 탈레반과 정부군의 최근 교전으로 병원의 수용 능력을 초과해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MSF, 폭격 피하려 정확한 위치 알려 MSF는 폭격을 피하기 위해 아프간군과 미군 등에 최근까지 수차례 MSF 시설의 정확한 위치를 알렸음에도 이번 폭격이 30분 이상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MSF 측은 폭격 당시 병원에 환자 105명과 의사 등 MSF 직원 80명 이상이 머물고 있었다고 밝혔다. MSF 측은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국제인도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혐오스러운 행위”라며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오바마 “깊은 애도”… MSF 현지서 철수 미 정부는 오폭에 대해 사과하고 전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미군은 (병원) 인근에서 탈레반을 대상으로 작전을 벌이고 있었다”며 병원 공습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희생된 의료진과 시민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국방부가 조사에 착수했고 사실과 정황에 대한 완전한 설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MSF는 이번 공습으로 현지 병원에서 철수했다고 AP가 4일 보도했다. 케이트 스티그먼 MSF 대변인은 “쿤두즈 트라우마센터가 더 기능을 할 수 없어 중상을 입은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고 MSF 직원들도 일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용어 클릭] ■국경없는의사회(MSF) 국제적십자회원으로, 나이지리아 내전의 희생자 지원에 나섰던 프랑스 의사들이 1971년 12월 결성한 긴급 의료지원단체. 인도주의 구호활동 공로로 1999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 美, 인도주의에 오폭 국제 사회 비난 속출

    美, 인도주의에 오폭 국제 사회 비난 속출

    탈레반과의 전쟁을 벌이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북부 공습 과정에서 ‘국경 없는 의사회’(MSF)가 운영하는 병원을 잘못 폭격해 의사와 간호사, 환자등 최소 19명이 사망했다. 미군의 오폭으로 민간인이 숨진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인도주의적 지원 단체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고 있다. ●탈레반·정부군 교전 치열한 곳 3일(현지시간) AFP 등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에서 의료 봉사를 하던 MSF 측은 이날 새벽 2시 10분쯤 미군의 폭격으로 성인 4명·어린이 3명 등 환자 7명과 의사·간호사 등 MSF 직원 12명 등 최소 19명이 숨진 것이 확인됐다. 37명이 부상했고 이들 가운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쿤두즈는 지난달 28일 탈레반에 점령당했다가 사흘 만에 미군의 지원을 받는 아프간군 수중에 넘어가는 등 최근 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진 곳이다. MSF가 운영해온 트라우마센터는 쿤두즈에서 심한 부상자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병원으로, 탈레반과 정부군의 최근 교전으로 병원의 수용 능력을 초과해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MSF, 폭격 피하려 정확한 위치 알려 MSF는 폭격을 피하기 위해 아프간군과 미군 등에 최근까지 수 차례 MSF 시설의 정확한 위치를 알렸음에도 이번 폭격이 30분 이상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MSF 측은 폭격 당시 병원에 환자 105명과 의사 등 MSF 직원 80명 이상이 머물고 있었다고 밝혔다. MSF 측은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국제인도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혐오스러운 행위”라며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오바마 “희생자에 깊은 애도” 미 정부는 오폭에 대해 사과하고 전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미군은 (병원) 인근에서 탈레반을 대상으로 작전을 벌이고 있었다”며 병원 공습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희생된 의료진과 시민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국방부가 조사에 착수했고 사실과 정황에 대한 완전한 설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 캠벨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민간인 보호를 위한 모든 합리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용어 클릭] 국경없는 의사회(MSF) 국제적십자회원으로, 나이지리아 내전의 희생자 지원에 나섰던 프랑스 의사들이 1971년 12월 결성한 긴급 의료지원단체. 인도주의 구호활동 공로로 1999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 소년범 김일곤 심리상담 받았다면 ‘트렁크 살인 방화’ 막을 수 있었다

    소년범 김일곤 심리상담 받았다면 ‘트렁크 살인 방화’ 막을 수 있었다

    # 2남 1녀 중 맏이인 김준형(17·가명)군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휘두르는 폭행에 시달렸다. 어머니는 3남매가 어릴 때 집을 나갔다. 아버지는 수시로 막내 여동생을 성폭행했다. 가정 형편 탓에 3형제 모두 시립아동보호소로 옮겨졌지만 그곳에서도 폭행 등 학대를 당했다. 여동생은 후유증으로 정신병원에 장기간 입원했고 김군은 남동생과 거리를 떠돌았다. 물건을 훔치기 시작한 건 6년 전쯤이다. 또래 여자아이들과 동거를 하다가 임신을 시켜 김군은 이제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 그는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김군이 우울증 진단을 받은 건 지난해 서울보호관찰소에서다. 김군은 “어릴 때부터 동생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괴로웠지만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주 1회 심리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한 결과 김군은 지금 보호관찰소에서 장학금을 받고 있다. 제과제빵 학원에서 직업훈련도 마쳤다. 지금은 얼른 돈을 모아 여동생을 병원에서 나오게 해주고 싶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 지난달 자신의 복수극을 위해 ‘트렁크 살인 방화’를 저지른 피의자 김일곤은 10대 때 범죄의 길로 접어들어 교도소를 6차례나 들락거렸다. 그는 정신질환을 가진 소년범 출신으로, 제대로 보살펴지고 관리되지 않은 대표적 사례다. 경찰의 프로파일러 심리 분석 결과 김씨는 분노조절장애 등 정신 불안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범죄자의 정신 건강 상태가 관리됐더라면 무고한 살인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년범들에 대한 체계적인 정신 상담과 심리 치료가 이들의 재범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최초의 실증적인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1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국립서울병원의 보호관찰 소년범들에 대한 심리 검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소년범의 3분의1이 정신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서울병원은 지난해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서울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 중인 소년범 776명 중 118명을 무작위로 뽑아 심리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33%인 39명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품행 장애, 정서 불안 등 시급한 의료적 조치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서울병원은 이 중 21명에 대해 매주 1회 2시간씩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11차례 진행했다. 그 결과 전원이 프로그램 수료 후 7개월까지 단 한 건도 재범을 저지르지 않았다. 10개월까지의 재범률도 9.5%(2명)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심리 치료를 받지 않은 26명의 7개월 이내 재범률은 26.9%(7명)에 달했다. 특히 심리 치료에 참여한 소년범들은 스트레스 대처 능력, 분노 조절 능력 등도 참여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소년범들의 재범률을 심리 치료를 통해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만큼 성인 범죄자에 대해서도 똑같이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력범의 상당수가 어렸을 때 좀도둑으로 시작해 범죄를 반복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연쇄살인마 유영철도 처음에는 좀도둑이었지만 소년원에서 교정이 안 된 경우”라고 전했다. 그는 “소년범들에 대한 심리 치료나 교정 교육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박재풍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범죄를 저지르면 자신도 모르게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데 교화가 더 쉬운 소년범들의 경우 심리 치료를 해주면 교정될 가능성이 성인보다 한결 높다”고 밝혔다. 이어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소년범의 재범률을 낮출 수 있다는 이번 국립서울병원의 연구 결과는 교정행정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靑·김무성 진실공방] 朴대통령도 김무성도 ‘공천 트라우마’… 그래서 서로 못 믿는다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2008년 친이명박계의 친박근혜계 ‘공천 학살’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탈당하지 않고 당에 남아 백의종군하겠다”(2012년 공천 컷오프 위기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공천 룰을 놓고 사실상 대립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역설적인 공통점은 ‘공천 트라우마’가 큰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친이계와 실세 이방호 사무총장이 주도했던 2008년 18대 공천 때 친박계가 대거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울분을 드러냈다. “꼭 살아서 돌아오라”며 내쳐진 친박계를 위로했다. 대거 탈당한 친박계는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를 구성해 독자 출마하며 친이계에 맞섰다. 그때 친박무소속연대를 이끌었던 좌장 격이 김 대표였다. 김 대표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또다시 공천 배제되는 곤욕을 치렀다. 정홍원 공천심사위원장이 “헌법”으로 규정했던 ‘현역 하위 25% 컷오프’ 룰에 걸려 공천 탈락 위기에 처하자, 탈당 대신 ‘불출마’라는 용단을 내렸다. 당시 컷오프 심사의 공정성을 놓고 뒷말이 나온데다 김 대표의 ‘탈당 후 창당설’까지 돌면서 재창당 수준의 당명 개정까지 한 새누리당에는 불똥이 떨어졌다. 김 대표 보좌진들도 탈당 선언문과 불출마 선언문 두 장을 모두 준비해 놓고 있었다. 그러나 고심 끝에 김 대표는 불출마 선언문을 집어들었다. 두 사람이 유독 아픈 ‘공천 과거사’에 시달리다 보니 생사를 가르는 공천 룰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도 믿기 힘들어졌다는 것이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대통령에 오르기까지 숱한 배신의 세월을 견딘 박 대통령은 공천 룰에 있어서도 ‘원칙론자’다. 지난 19대 총선 때도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었다. 김 대표가 “전략공천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하는 배경에는 연이어 두 번이나 칼질당했던 트라우마도 적잖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공천 원칙의 순수성’에 대한 서로의 믿음이 충돌하면서 이번 갈등이 불거졌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머릿속의 트라우마 지우개

    ‘영어 단어를 잊어먹지 않고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다’와 ‘나쁜 기억을 빨리 잊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뇌과학에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하나의 메커니즘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뇌에서 단백질 생성이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장기기억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기억 단백질을 형성하는 데 어떤 유전자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규명된 적이 없었다. 이에 따라 치매,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우울증 등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연구단장(서울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나쁜 기억을 지우거나 좋은 기억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기억 관련 유전자의 작동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밝혀내고 국제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2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쥐들에게 전기충격을 줘 공포를 경험하게 하고 나서 생쥐의 뇌에서 해마를 추출해 단백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마 단백질 속 ‘Nrsn1’이라는 유전자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생쥐는 학습 후 30분에서 4시간 뒤부터 장기기억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기충격 후 시간이 지날수록 Nrsn1 유전자 양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에서 Nrsn1 유전자 양이 많아지면 생쥐가 장기기억을 형성하지 못하고 Nrsn1 유전자가 줄어들면 기억이 또렷해진다는 얘기다. 강 교수는 “장기기억을 형성하기 위해 단백질 생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일부 단백질은 오히려 억제돼야 한다는 점을 규명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기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을 처음 규명함으로써 기억 관련 뇌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朴도 金도 ‘공천 트라우마’… 그래서 서로 못 믿는다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2008년 친이명박계의 친박근혜계 ‘공천 학살’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탈당하지 않고 당에 남아 백의종군하겠다”(2012년 공천 컷오프 위기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공천 룰을 놓고 사실상 대립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역설적인 공통점은 ‘공천 트라우마’가 큰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친이계와 실세 이방호 사무총장이 주도했던 2008년 18대 공천 때 친박계가 대거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울분을 드러냈다. “꼭 살아서 돌아오라”며 내쳐진 친박계를 위로했다. 대거 탈당한 친박계는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를 구성해 독자 출마하며 친이계에 맞섰다. 그때 친박무소속연대를 이끌었던 좌장 격이 김 대표였다. 김 대표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또다시 공천 배제되는 곤욕을 치렀다. 정홍원 공천심사위원장이 “헌법”으로 규정했던 ‘현역 하위 25% 컷오프’ 룰에 걸려 공천 탈락 위기에 처하자, 탈당 대신 ‘불출마’라는 용단을 내렸다. 당시 컷오프 심사의 공정성을 놓고 뒷말이 나온데다 김 대표의 ‘탈당 후 창당설’까지 돌면서 재창당 수준의 당명 개정까지 한 새누리당에는 불똥이 떨어졌다. 김 대표 보좌진들도 탈당 선언문과 불출마 선언문 두 장을 모두 준비해 놓고 있었다. 그러나 고심 끝에 김 대표는 불출마 선언문을 집어들었다. 두 사람이 유독 아픈 ‘공천 과거사’에 시달리다 보니 생사를 가르는 공천 룰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도 믿기 힘들어졌다는 것이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대통령에 오르기까지 숱한 배신의 세월을 견딘 박 대통령은 공천 룰에 있어서도 ‘원칙론자’다. 지난 19대 총선 때도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었다. 김 대표가 “전략공천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하는 배경에는 연이어 두 번이나 칼질당했던 트라우마도 적잖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공천 원칙의 순수성’에 대한 서로의 믿음이 충돌하면서 이번 갈등이 불거졌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DNA는 그저 대본일 뿐 운명은 당신이 연출한다

    DNA는 그저 대본일 뿐 운명은 당신이 연출한다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네사 캐리 지음/이충호 옮김/해나무/480쪽/1만 8000원 2000년 6월 26일 과학자들이 인간게놈(유전체) 지도를 완성했을 때 우리 인류는 드디어 건강과 질병에 관한 모든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으리라는 꿈에 부풀었다. 인류의 청사진을 손에 쥐게 되면서 생명 현상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풀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장밋빛 전망과는 달랐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궁금증을 낳을 뿐이었다. 예컨대 일란성 쌍둥이의 DNA 염기서열은 같은데도 완전히 다른 인생을 맞이한다. 환경과 경험의 차이 때문이라면 어떤 식으로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원제 The Epigenetics Revolution)는 DNA 염기서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을 최신 후성유전학 연구 결과에 기대어 상세하게 풀어나간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란 환경에 따라 유전자가 발현되거나, 혹은 발현되지 않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하는 유전학의 하위학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DNA는 대본에 가깝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지고 만든 조지 큐커 감독의 1936년 작 영화와 배즈 루어먼 감독의 1996년 작 영화가 서로 완전히 다르듯이 세포가 DNA에 들어 있는 유전암호를 읽을 때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DNA의 운명은 ‘사용법’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다. 우리가 먹는 음식, 화학물질과 오염 물질, 자외선 등 수많은 환경 자극과 경험은 유전자가 발현하는 방식에 극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다. 저자는 “최근 생물학에서 일어난 혁명은 놀라운 후성유전 현상이 어떤 원인 때문에 일어나는지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하게 해주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본성(유전정보)과 양육(환경) 사이를 잇는 잃어버린 고리를 우리가 마침내 찾아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잃어버린 고리는 바로 환경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방식과 우리를 변화시키는 방식을 가리킨다. 책에 따르면 후성유전적 현상은 DNA에 메틸기(基)가 달라붙거나(DNA 메틸화), DNA가 감겨 있는 히스톤 단백질에 변형이 생기거나(히스톤 변형) 하는 현상과 관련이 깊다. 부모로부터 멀쩡한 DNA를 물려받더라도 환경 등의 영향으로 DNA 메틸화나 히스톤 변형이 일어나면 유전자가 발현돼야 하는 상황에서 발현되지 않거나, 발현되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 발현되면서 몸에 문제가 쌓인다. 환경이 바뀌어도 그 패턴은 고정되며 어떤 문제는 세대를 넘어 자식, 손자에게까지 유전되기도 한다. 예컨대 임신 초기 석 달 동안 산모가 영양실조에 시달리면 태아의 세포들은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킨다. 이런 아이들의 세포는 제한된 영양 공급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후성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비만아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극단적인 예로 네덜란드 대기근(1944~1945)의 생존자를 추적해 조사한 결과 임신 초기 석 달 동안 굶주렸던 산모의 아이들에게서 평균 아이들보다 비만율이 높게 나타났고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비율도 더 높았다. 또 이때 태어난 여자아이가 나중에 임신해서 첫아이를 낳으면 그 아기는 대조군보다 체중이 더 많이 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20여년 전 어머니 자궁 속에서 발달하던 때의 경험이 자신의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스웨덴 웨베르칼릭스에서 발견된 데이터도 의미심장하다. 할아버지가 9~12세 소년일 때 영양을 과다 섭취했을 경우 그의 손자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한 어른의 자살률이 높은 것도 후성유전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연구 결과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겪은 어른에게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많이 생산되는 코르티솔의 평균 생산량이 더 높다. 어린 시절 학대를 받는 동안에 몸속의 신호는 코르티솔을 과잉 발현하게 하며 이 같은 패턴이 고정되면 정상인보다 정신질환에 더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처럼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은 후성유전을 통해 행동에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 발현에 변화가 일어나면 세포의 기능과 세포 자체의 본질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과학자들은 후성유전이 인간의 건강에 미칠 막대한 영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제약회사들은 일부 심각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차세대 후성유전 의약품 개발 경쟁에 수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저자는 “21세기에는 후성유전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우리가 지금까지 도그마로 간주해 온 것을 무너뜨린 뒤 아주 다양하고 복잡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그것을 다시 쌓아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먹고 마시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유전자의 운명을 바꾼다

    먹고 마시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유전자의 운명을 바꾼다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네사 캐리 지음/ 이충호 옮김/ 해나무/ 480쪽/ 1만 8000원    2000년 6월 26일 과학자들이 인간게놈(유전체) 지도를 완성했을 때 우리 인류는 드디어 건강과 질병에 관한 모든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으리라는 꿈에 부풀었다. 인류의 청사진을 손에 쥐게 되면서 생명 현상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풀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장밋빛 전망과는 달랐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궁금증을 낳을 뿐이었다. 예컨대 일란성 쌍둥이의 DNA 염기서열은 같은데도 완전히 다른 인생을 맞이한다. 환경과 경험의 차이 때문이라면 어떤 식으로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원제 The Epigenetics Revolution)는 DNA 염기서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을 최신 후성유전학 연구 결과에 기대어 상세하게 풀어나간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란 환경에 따라 유전자가 발현되거나, 혹은 발현되지 않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하는 유전학의 하위학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DNA는 대본에 가깝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지고 만든 조지 큐커 감독의 1936년 작 영화와 배즈 루어먼 감독의 1996년 작 영화가 서로 완전히 다르듯이 세포가 DNA에 들어 있는 유전암호를 읽을 때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DNA의 운명은 ‘사용법’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다. 우리가 먹는 음식, 화학물질과 오염 물질, 자외선 등 수많은 환경 자극과 경험은 유전자가 발현하는 방식에 극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다.  저자는 “최근 생물학에서 일어난 혁명은 놀라운 후성유전 현상이 어떤 원인 때문에 일어나는지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하게 해주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본성(유전정보)과 양육(환경) 사이를 잇는 잃어버린 고리를 우리가 마침내 찾아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잃어버린 고리는 바로 환경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방식과 우리를 변화시키는 방식을 가리킨다.  책에 따르면 후성유전적 현상은 DNA에 메틸기(基)가 달라붙거나(DNA 메틸화), DNA가 감겨 있는 히스톤 단백질에 변형이 생기거나(히스톤 변형) 하는 현상과 관련이 깊다. 부모로부터 멀쩡한 DNA를 물려받더라도 환경 등의 영향으로 DNA 메틸화나 히스톤 변형이 일어나면 유전자가 발현돼야 하는 상황에서 발현되지 않거나, 발현되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 발현되면서 몸에 문제가 쌓인다. 환경이 바뀌어도 그 패턴은 고정되며 어떤 문제는 세대를 넘어 자식, 손자에게까지 유전되기도 한다.  예컨대 임신 초기 석 달 동안 산모가 영양실조에 시달리면 태아의 세포들은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킨다. 이런 아이들의 세포는 제한된 영양 공급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후성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비만아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극단적인 예로 네덜란드 대기근(1944~1945)의 생존자를 추적해 조사한 결과 임신 초기 석 달 동안 굶주렸던 산모의 아이들에게서 평균 아이들보다 비만율이 높게 나타났고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비율도 더 높았다. 또 이때 태어난 여자아이가 나중에 임신해서 첫아이를 낳으면 그 아기는 대조군보다 체중이 더 많이 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20여년 전 어머니 자궁 속에서 발달하던 때의 경험이 자신의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스웨덴 웨베르칼릭스에서 발견된 데이터도 의미심장하다. 할아버지가 9~12세 소년일 때 영양을 과다 섭취했을 경우 그의 손자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한 어른의 자살률이 높은 것도 후성유전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연구 결과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겪은 어른에게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많이 생산되는 코르티솔의 평균 생산량이 더 높다. 어린 시절 학대를 받는 동안에 몸속의 신호는 코르티솔을 과잉 발현하게 하며 이 같은 패턴이 고정되면 정상인보다 정신질환에 더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처럼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은 후성유전을 통해 행동에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 발현에 변화가 일어나면 세포의 기능과 세포 자체의 본질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과학자들은 후성유전이 인간의 건강에 미칠 막대한 영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제약회사들은 일부 심각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차세대 후성유전 의약품 개발 경쟁에 수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저자는 “21세기에는 후성유전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우리가 지금까지 도그마로 간주해 온 것을 무너뜨린 뒤 아주 다양하고 복잡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그것을 다시 쌓아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무슬림 대통령은 안된다” 기독교 美정치권 두얼굴

    “무슬림 대통령은 안된다” 기독교 美정치권 두얼굴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권이 ‘종교의 자유’를 둘러싸고 몸살을 앓고 있다. 공화당의 대권 경선 주자들이 보수 기독교인의 주장에 동조해 국가 고위직 공무원의 종교를 사실상 기독교로 재단하려는 역설적인 상황까지 빚어진 때문이다.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21일(현지시간) 이런 정치권의 분위기를 보수 기독교 정객들의 이중적 잣대 탓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의 동성 결혼 합법화 조치 이후 기독교에 기반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반대 목소리를 높여 온 보수론자들이 성적 소수자에서 무슬림으로 타깃만 바꿨을 뿐이란 지적이다. 이미 대선판에선 “무슬림은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할 수 없다”며 무슬림 대통령 불가론이 불거졌다. 공화당 여론조사 1위인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17일 유세에서 흑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외국에서 태어난 무슬림이라고 주장한 지지자의 발언에 “맞다”고 동조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트럼프를 바짝 따라잡은 공화당 경선 주자 벤 카슨 역시 “무슬림이 미국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가 무슬림 단체로부터의 후보 사퇴 압박에 직면했다. 카슨의 발언은 미 수정 헌법 1조가 보장한 종교의 자유와 배치되지만 최근 시류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일리노이주 의회는 “모든 종교를 공평하게 대하는 것이야말로 종교차별”이라며 지난 2월 주법령 ‘101’을 통과시켰다.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혐오증)와 맞물린 미국 사회의 두 얼굴은 지난 14일 벌어진 무슬림 고교생 체포 사건 이후 극명하게 드러났다. 고교생 아흐메드 무함마드(14)는 직접 만든 시계를 가지고 등교했다가 시계가 폭탄으로 오인받아 경찰에 체포됐다. 미 전역에선 흑인 무슬림이란 이유로 아흐메드에게 과도한 대응이 이뤄졌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고 격려 메시지가 쇄도했다. 반면 트럼프와 절친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그게 시계면 난 영국 여왕”이라며 과도한 경찰의 공권력을 옹호했다. 현재 미국에 사는 무슬림 인구는 280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미국 사회는 정부의 시리아 난민 수용계획 발표 직후 이슬람 테러리스트 유입을 걱정하고 백인들이 이슬람학교에 난입하는 등 과민한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이를 9·11 테러의 트라우마 탓으로 해석한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美 대학 화장실에 등장한 ‘백인 전용’ 표지판 논란

    美 대학 화장실에 등장한 ‘백인 전용’ 표지판 논란

    미국 뉴욕주(州)에 있는 버펄로대학 화장실에 뜬금없이 인종차별을 묘사하는 '백인 전용'(White Only)이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이 표지판은 대학 캠퍼스 내 화장실을 비롯한 기숙사 건물 곳곳에 붙여졌으며, 조사에 나선 대학 경찰이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표지판은 이 대학 미대 졸업생인 흑인 여성 에슐리 포웰(25)이 아직도 미국에서 흑인 차별을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주장하기 위해 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포웰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금은 이러한 표지판이 존재하지 않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남아 있음을 알리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포웰은 자신이 대학 재학 시절 '깜둥이 원숭이'라는 별명으로 백인 친구들이 비난하는 등 훅인 차별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학 흑인학생연합회 회장은 "이 같은 행동은 과거에도 전혀 본 적이 없다"며 "오히려 인종 차별을 야기하는 증오 범죄의 하나일 뿐"이라며 포웰의 행동을 비난했다. 파문이 확대하자, 포웰은 "이러한 표지판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면 그것은 사과한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한 행동에 관해서는 사과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해당 대학 측은 이번 파문에 관해 성명을 발표하고 "포웰이 졸업 작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같은 행동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행동이 학칙 등을 위반했는지 등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대학 화장실 입구에 붙은 '백인 전용' 표지판 (해당 대학 매체 ubspectrum 캡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책꽂이]

    남겨진 자들을 위한 미술(우정아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다양한 상실의 사건 뒤에 겪게 되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증후들을 미술의 관점에서 읽어 낸다. 오노 요코, 양혜규, 이불, 마르셀 뒤샹 등 현대미술 작가 16인이 어떤 방식으로 시대의 트라우마를 애도하고 증언했는지를 보여 준다. 360쪽. 2만원. 신앙, 그 넓고 깊은 바다(양재오 지음, 책과나무 펴냄) 인간의 가장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종교와 신앙에 대한 견해를 다양한 종교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인간과 종교, 종교 경험과 본질, 종교와 상징, 그리스도교와 불교, 부활, 기적 등을 다룬다. 300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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