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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리트 기숙학교 출신들이 나라 망친다?

    엘리트 기숙학교 출신들이 나라 망친다?

     영국과 미국에서 명문가나 부유층이 자녀 교육기관으로 선호하는 것이 사립 기숙학교(보딩스쿨)이다. 우리 돈으로 연간 수천만원의 학비가 드는 이들 기숙학교는 사회 각 분야 엘리트 양성코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배타적인 엘리트 기숙학교 교육시스템이 역설적으로 ‘나라를 망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포린폴리시(FP)는 6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과정에서 나타난 영국 정치인들의 잇따른 배신 등 난맥상을 언급하면서 아동기 기숙학교에서 얻은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지적했다.  사립 기숙학교는 주로 영국과 미국 등에서 상류층이 선호하고 있지만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서는 제국주의 향수의 잔재로 절하되고 있다.  기숙학교는 신체적으로나 지적으로 어느 정도 발달한 신사들을 양성해 내고 있지만 마음은 따뜻하지 않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FP는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 기숙학교 출신의 정치인들이 벌인 실패작으로 브렉시트를 지목했다. 브렉시트를 주도한 보리스 존슨과 미국에서 포퓰리즘적 돌풍을 일으킨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대표적 예로 지적했다.  존슨은 11세 때, 그리고 트럼프는 13세 때 각기 부모와 가정을 떠나 기숙학교에 입학했다.  FP는 기숙학교가 엘리트층 자녀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분석하는 가운데 이들 자녀는 어린 시절부터 사랑스러운 부모보다 괴롭힘과 공포에 상시로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어린 아동들을 폐쇄된 공간에서 교육하는 것을 지지하는 어떤 교육이론도 없으나 관습과 특권 의식에 의해 이러한 관행들이 보호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기숙학교 ‘생존자’들의 정상적인 생활이 도전받고 있음이 근래 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고 전했다.  부모 및 가정과 일찍 헤어져 기숙학교에 들어간 자녀들은 빠르게 어른과 유사한 자립 스타일을 개발하게 된다. 트럼프가 자신이 자수성가한 부동산 천재라고 주장하는 것과 상통한다. 행복한 척해야 하며 어른스러워 해야하는 등 이중적인 성격을 갖게 되고, 과도한 경쟁과 괴롭힘이 일상화한 상황 속에서 생존과 이를 위한 배신이 이차적 본성이 된다.  트럼프가 다닌 뉴욕군사아카데미의 엄격한 훈련과 괴롭힘 등이 수감자 고문과 불법이민자 대량 추방에 이르는 그의 공격적인 정책의 바탕이 됐다는 지적이다. 존슨이 이튼과 옥스퍼드대 친구인 데이비드 캐머런을 배신하고 자신은 브렉시트 동지였던 마이클 고브로부터 배신당하는 등 배신의 일상화는 자신도 배신당하고 있다는 기숙학교 시절 트라우마와 관련 있다는 것이다.  존슨은 막상 브렉시트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벌여 놓았으나 예상외 파장에 당황, 수습 능력을 보이지 못한 채 물러났다면서 이러한 무책임성도 기숙학교 트라우마 가운데 하나라고 FP는 지적했다.  기숙학교에서 받게 되는 것과 같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나중 위험에 대한 정확한 평가 능력을 상실케 한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캐머런 총리도 이 범주에 포함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FP는 책임감보다는 아동기 트라우마에 더 영향을 받는 엘리트들이 시민들을 이끌 경우 민주주의는 재앙(브렉시트)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엘리트 교육시스템에서 나온 상처받은 지도자들이 대중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세계화의 패자들로부터 그들의 두려움을 경청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인간은 창살 속 동물 앞에 떳떳한가

    [송혜민의 월드why] 인간은 창살 속 동물 앞에 떳떳한가

    어린 시절이나 어른이 된 지금, 동물원은 여전히 신기하고 재밌는 곳이다. 호랑이‧사자 등 맹수부터 해양 동물까지, 책이나 텔레비전 또는 영화에서나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동물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순간, 마치 다른 세계에 당도한 듯한 신기한 기분마저 든다. 하지만 동물원의 존재가 한없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동물보호단체는 동물들을 좁은 우리에 가두거나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노출시키는 행위 자체가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어린아이들에게는 생생한 교육이 되고 어른에게는 작은 휴식을 가져다주는, 하지만 동물들에게는 본성과 자유를 박탈당한 공간, 동물원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자. ◆동물원의 오랜 역사 인류의 농경사회가 시작된 뒤, 인간은 더욱 높은 생산성을 위해 동물의 힘을 필요로 했다. 농경사회의 발달로 소유물의 개념이 생겨난 뒤, 인간에게 동물 역시 하나의 소유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이는 더 나아가 권력의 상징으로까지 변모했다. 다양한 설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가장 오래된 동물원은 기원전 3500년 경 고대 이집트 수도였던 히에라콘폴리스의 동물원이 꼽힌다. 히에라콘폴리스 지역의 한 터에서만 코끼리와 원숭이, 하마 등 112종의 동물 뼈가 발견된 바 있다. 이 지역이 고대 이집트 귀족들의 무덤이 있는 곳인 만큼, 동물원은 지배계층의 향락과 매우 밀접한 관계였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기원전 275년 로마에서는 동물끼리 시합을 하거나 전투사와 동물이 싸우는 쇼가 인기를 끌었고, 15세기 들어서 유럽에서는 동물의 사육과 전시를 동시에 하는 현대 개념의 동물원이 선을 보였다. 18세기에는 동물을 끌고 지방 곳곳을 순회하며 보여주는 서커스단이, 19세기 중반에는 상업적인 수익을 위한 동물원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동물원의 진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처참하고 잔혹한 문화를 낳았다. 야생에서 살아가도록 태어난 동물들의 경우 인간에게 포획당한 뒤 비좁은 우리에 갇힌 채 죽음을 맞이하기 일쑤고, 일부 야생동물들은 태생과 다르게 아예 동물원 안에서 태어나 평생을 ‘관람용’으로 살다 세상을 떠나야 한다. 인간의 호기심과 소유욕은 더 많은 동물들의 감금으로 이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멸종되거나 멸종위기를 맞이해야 하는 동물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전쟁터에 버려진 동물원부터 비좁은 옥상 동물원까지 한 사람을 또 다른 사람의 소유물로 인식한 노예제도는 거의 사라졌지만, 하나의 동물이 한 사람의 소유물이 될 수 있다고 여기는 인식은 여전히 팽배하다. 마치 물건처럼 동물을 돈으로 사고팔거나 돈을 받고 이를 공개하는 행위 역시 그러한 인식이 낳은 결과 중 하나다. 국적을 막론하고 동물과 동물원이 상업적 수단으로 인정받으면서 동물원의 수는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는데, 그 중에는 인간에게 포획돼 갇힌 것도 모자라 자신들과 전혀 상관없는 싸움에 휘말려 종말을 맞이한 곳도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위치한 동물원이다. 2007년 개장한 칸 유니스 동물원은 가자지구 내에 위치한 5곳의 동물원 중 한 곳이다. 170만 명의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던 이 동물원은 얼마 전 ‘세계 최악의 동물원’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폭격과 이에 맞선 무장 조직 하마스의 전쟁으로 수천 여 명의 주민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에서, 동물들이 그대로 방치돼 상당수가 굶어 죽은 것이다. 동물원 곳곳에는 죽은 동물의 사체가 미라처럼 굳은 채 버려져 있는데, 가자지구의 동물원 5곳 중 또 다른 한 곳인 알-비산 동물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 내전으로 버려진 이 동물원의 동물들은 극심한 배고픔과 트라우마에 몸부림 쳤다. 내전과 굶주림에 지친 원숭이 한 마리가 이미 죽어 부패가 진행된 또 다른 원숭이 동족 사체 곁에서 넋을 놓고 있거나, 일부가 무너진 우리 안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는 사자의 모습 등은 죄책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비슷한 참상은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해 국내의 한 지방 백화점의 옥상 동물원을 담은 동영상 한 편은 인간의 호기심과 욕심이 얼마나 잔혹한 결과를 낳았는지를 보여주면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옥상 동물원은 백화점 등 쇼핑센터가 고객 유치를 위해 제공하는 볼거리로서 현재도 유통업계에서 자주 활용되는 마케팅 방식 중 하나다. 당시 공개된 동영상은 좁은 옥상 동물원의 우리 안에서 사슴 한 마리가 머리를 찧거나 흔드는 행동을 반복하고 자신의 분변을 먹는 모습 등을 생생하게 담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것을 좁고 단조로운 공간에서 동물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일으키는 정신병적 증세라고 단언했다. 동물보호단체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국내에는 관련 법조항이 없어 처벌도 어려운 실정이다. ◆동물권 그리고 동물원의 미래상 동물에게도 인권과 유사한 ‘동물권’이 있다. 호주 철학자 피터 싱어가 제시한 개념인 동물권은 동물이 그저 실험용이나 식량, 향락을 위한 도구로 쓰여져서는 안되며 하나의 생명체로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도덕적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식 습성을 무시한 환경의 동물원에 사는 동물이라면 동물권을 침해받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동물원의 아픈 현실은 여전하지만, 동물권의 확대와 함께 유의미한 움직임도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15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동물원은 동물과 역사적 건축물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동물원 폐쇄를 결정했다. 대신 이곳에 친환경 생태공원을 세우겠다고 발표한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장은 “동물들이 자연이 아닌 건물에서 산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면서 동물들을 서식지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국내에서도 전주동물원이 동물들의 서식환경을 고려해 생태동물원으로 탈바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물의 습성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연구하면서, 이를 통해 다방면에서 더 나은 인간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 무작정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역시 생명체인 동물에게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더 나은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배제한 채 호기심으로 소유하려 한다면, 그것은 동물을 향한 ‘갑질’에 불과하다. 동물원이 동물 삶의 종착지가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겠다. 사진=ⓒerinassan / 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박도경이 곧 에릭…꾸준히 살아남아 인생작을 만났다

    박도경이 곧 에릭…꾸준히 살아남아 인생작을 만났다

    ‘인생 드라마’,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의 박도경 역과 한 몸으로 합을 이룬 에릭(37)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제게도 배우로서 완전한 전환점, 완전한 인생작이었어요. 이전에는 현장 분위기도 험악하고 사고도 터지고 시청률도 안 좋았던 작품이 많았어요. 이번엔 배우와 스태프들이 뭐라도 하나 더 하려고 한마음으로 북적였죠. 우주가 도와준 느낌이었어요.” 드라마를 총괄한 박호식 CJ E&M CP는 에릭의 실제 성격이 박도경이란 캐릭터와 맞아떨어져 공감의 폭이 더 컸다고 짚었다. 에릭도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나와 닮은 도경… 연기욕심은 처음” “도경은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결혼식날 신부가 잠적했단 트라우마 때문에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하잖아요. 저 역시 어린 나이에 가수 활동을 시작하면서 마음을 터놓던 매니저 형이나 동료 가수들이 회사를 나가거나 활동을 멈추며 사람들과 관계가 갑자기 끊기는 경험이 잦았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어차피 없어질 사람인데…’ 하는 생각에 마음을 안 터놓게 되더라구요. 사랑하는 사람을 알게 모르게 챙겨주지만 겉으론 내색하지 않는 도경의 스타일도 저와 비슷하구요. 그게 멋있잖아요?”(웃음) 1998년 그룹 신화로 데뷔한 에릭은 2003년 드라마 ‘나는 달린다’로 연기에 발을 들여놨다. 2004년 ‘불새’는 연기력 논란은 피해 갈 수 없었지만 ‘배우 에릭’의 출발점이 됐다. 이번 작품으로 그는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연기에 욕심이 생기더라”고 했다. 이 말을 할 때만큼은 유순하던 눈빛이 달라졌다. “감정의 폭이 크지 않고 표현이 다채롭지 않은 캐릭터라 연기 자체도 심심할 수 있지만 저 역시 ‘나를 돋보여야겠다’는 노력을 크게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여백을 많이 남겨두려 했어요. 그 공백을 영상미와 음악이 채우니 결과가 더 좋더라구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전작들과 달리 표현을 다채롭게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어요. (서)현진이나 (예)지원 누나, (김)지석이 등 동료 배우들에게 큰 자극을 받은 덕도 있겠죠.” 하지만 ‘로코킹’, ‘로코에 최적화된 배우’라는 수식어 바깥을 노리는 건 아니다. 본인에게 맞춤한 옷을 입을 때 가장 빛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유명세 얻고 싶은 마음 없어” “팬들은 제게 사이코패스 역을 해 달라고 해요(웃음). 요즘 장르물이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드라마 여건을 잘 알기 때문에 장르물이나 액션물 등은 원래 욕심을 안 냈어요. 섬세한 감정신에 필요한 에너지를 다 쏟는 데도 여력이 부족하거든요. 작품을 고를 땐 제가 보고 싶은 것 위주로 골라요. ‘또 오해영’도 저희 엄마, 엄마 친구분들도 재미있어 하실 정도로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는 작품이라 선택했어요.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짠한 해영이 가족 이야기가 참 좋았거든요.” 그는 배우로서 자부심이나 자의식은 세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의식에 충실하다는 건 과거의 ‘스포트라이트’보다 현재의 ‘꾸준함’이 더 좋다는 말에서 읽혔다. “이번 작품 대사 중에 ‘피투성이라도 살아남아요. 살아남는 게 이기는 거야’란 말이 있어요. 그 말처럼 저는 신화로서도 배우로서도 좋은 작품에서 계속 살아남아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지 ‘불새’ 때의 유명세를 얻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어요. 제가 납득하고 공감한 캐릭터를 연기한 이번 작품처럼 꾸준히 계속 가고 싶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새 영화] ‘환상의 빛’

    [새 영화] ‘환상의 빛’

    ‘원더풀 라이프’(1998), ‘아무도 모른다’(200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등 보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작품을 통해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 21년 만에 국내 개봉한다. 그동안 특별전 등을 통해 단발적으로 상영된 적이 있으나 정식 개봉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주로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던 그는 일본 순문학을 대표하는 미야모토 데루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데뷔작으로 베니스영화제 촬영상을 수상했다. 부모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 두 꼬마가 논두렁을 달리는 장면,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장례 행렬과 그 뒤를 따르는 여인의 모습, 바닷가에서 마주한 부부의 모습 등 아름답고 강렬한 미장셴이 작품 곳곳에서 숨을 멎게 만든다. 촬영 대상을 멀리서 잡아 풍경화를 보여주는 듯한 롱샷, 1~2분 이상 끊지 않고 길게 찍는 롱테이크 등 특유의 느림의 미학을 고스란히 뽐내는 것이다. 영화로 미술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환상의 빛’은 생후 3개월 된 아들을 남기고 갑작스럽게 스스로 생을 마감한 남편 이쿠오(아사노 다다노부)의 그림자를 등에 지고 살아가는 유미코(에스미 마키코)의 이야기다. 어렸을 때 행방불명된 할머니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던 유미코는 세월이 흘러 다미오(나이토 다카시)와 재혼하며 살게 된 바닷가 마을에서 다시 행복을 찾지만, 이쿠오의 기억이 불현듯 일상을 파고들며 상처를 헤집는다. 영화는 상당히 대사를 절제하고 있는데, 막바지 아무 말 없이 10여분간 장면이 이어지다가 유미코가 감정을 터뜨리는 순간이 이 영화의 백미다. 관조적으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기 때문에 메시지가 어렴풋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데 히로카즈 감독은 “유미코가 한 발짝 나아가기까지의 시간을 담았다”며 “사람이 아픈 기억으로부터 치유되고 그 기억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보여주는 영화”라고 설명한다. 히로카즈 감독의 최신작 ‘태풍이 지나가고’도 다음달 28일 개봉한다. 그간 가족, 상실,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에 천착해온 히로카즈 감독은 ‘태풍이 지나가고’를 끝으로 당분간 가족 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선언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7일 개봉, 15세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22명 집단 성폭행’ 밝힌 경찰 3년 6개월간 피해자 보듬어

    ‘22명 집단 성폭행’ 밝힌 경찰 3년 6개월간 피해자 보듬어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피해자들이 회복되는 것이 더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5년간 어두운 터널을 어렵게 헤쳐 나온 피해자들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여중생 2명을 집단 성폭행한 피의자 22명을 검거한 김장수(45) 경사는 사건을 해결한 공로로 1계급 특진해 30일 경위 계급장을 달았다. 2012년 8월 도봉경찰서 형사과 소속이던 김 경위는 다른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피의자의 주변인을 조사하는데 피의자가 2011년 9월에도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제보를 했습니다. 바로 피해자를 만났죠. 하지만 범행 충격으로 심각한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었고 집 밖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김 경위는 피해자들이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봤다. 피해자들에게 성폭력 사건을 기억하게 하는 대신 그들의 부모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했다. 김 경위는 “꾸준히 진심으로 대하면 언젠가 마음을 열 것이라고 생각했다. 3년 6개월이 지난 올해 2월 부모님에게 전화가 왔고 아이들이 많이 좋아졌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고 떠올렸다. 2014년 성북경찰서로 자리를 옮겼던 김 경위는 올해 2월 도봉서 여성청소년과 여성청소년수사팀에 자원했다. 평생 형사과에서만 근무했지만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처음으로 전공을 바꾸는 도전을 했다. 김 경위는 그간 보여 줬던 신뢰를 바탕으로 피해자들을 조심스럽게 설득했다. 신분이 절대 밝혀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굳은 약속도 했다. 마음을 연 피해자들은 올해 3월 고소장을 접수했고 김 경위는 피해자들이 기억해 낸 피의자 5~6명을 먼저 수사했다. 피의자 진술로 가담자를 차례로 검거하면서 사건의 윤곽이 드러났다. 고등학생 22명이 중학생 2명에게 협박을 하고 2차례에 걸쳐 성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경찰도 사람이잖아요. 자식 키우는 부모고요. 너무 충격적이었죠.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아직 음지에서 혼자 고통당하고 있을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이 사건을 계기로 용기를 갖게 되길 바랍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사냥’-‘굿바이 싱글’-‘레전드 오브 타잔’ 개봉 첫날 누가 웃었나

    ‘사냥’-‘굿바이 싱글’-‘레전드 오브 타잔’ 개봉 첫날 누가 웃었나

    영화 ‘사냥’과 ‘굿바이 싱글’, ‘레전드 오브 타잔’이 개봉했다. 2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사냥’은 영화 개봉일인 오늘(29일) 29.6%의 실시간 예매율을 기록하며 정상을 차지했다. 예매율 2위는 이날 개봉한 ‘굿바이 싱글’이며 예매율은 18.5%, 예매 관객수는 3만4천430명을 기록했다. 3위는 영화 ‘레전드 오브 타잔’이다. 실시간 예매율은 12.6%를 기록했고 2만3천414명의 예매 관객수를 나타냈다. 이어 ‘인디펜던스 데이:리써전스’와 ‘정글북’이 실시간 예매율 차트 4, 5위에 올랐다. 추격 스릴러 ‘사냥’은 산에서 우연히 발견된 금맥을 독차지하려는 정체불명의 엽사들과 이를 우연히 목격한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과 산골 소녀 사이에 하룻밤 동안 벌어지는 숨 막히는 추격전을 통해 탐욕과 죄책감 등 인간의 본성을 드러낸 작품. 안성기, 조진웅, 한예리, 손현주, 권율 등이 출연한다. 김혜수, 마동석 주연 ‘굿바이 싱글’은 톱스타 독거 싱글 주연(김혜수)이 본격적인 ‘내 편 만들기’에 돌입하며 벌어진 레전드급 대국민 임신 스캔들을 그린 작품이다. ‘레전드 오브 타잔’은 8년 전, 아프리카 밀림을 떠나 이제는 런던 도심에서 사랑하는 제인과 함께 문명 사회에 완벽하게 적응한 타잔이 탐욕에 둘러싸인 인간들에 의해 다시 정글로 향하고, 제인과 밀림을 지키기 위해 인간에 맞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배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사무엘.L 잭슨, 마고 로비 등이 출연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박중훈 “‘사냥’ 안성기, 더 이상 배우 아닌 짐승”

    박중훈 “‘사냥’ 안성기, 더 이상 배우 아닌 짐승”

    배우 박중훈이 선배 배우 안성기를 “안 짐승”이라 칭해 눈길을 끈다. 28일 서울 압구정CGV 아트하우스 ‘안성기 헌정관’에서는 ‘사냥’ GV가 개최됐다. 이번 GV는 ‘안성기 헌정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개봉하는 안성기의 신작을 상영하는 의미 있는 자리로, 특히 헌정관 개관시 행사 진행을 했던 배우이자 감독 박중훈이 다시 진행을 맡아 충무로 대표 절친 안성기와 박중훈의 진한 우정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사회자로 나선 박중훈은 ‘사냥’을 보고나니 “안성기는 더 이상 배우가 아니라 짐승이다. 안짐승이라고 부르겠다”며 재치 있는 소감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현재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소감을 묻자 안성기는 “현장의 좋은 기운들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다. 나에게도 도전이었고 ‘사냥’을 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된 이 날 GV에는 수많은 관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영화 초반 안성기가 민 소매로 나오는 장면을 언급하며, 몸매가 탄탄해 놀랐다며 몸매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묻는 질문에 “40년을 운동을 해왔다. 또 영화 속에서 젊은 엽사 무리에 맞서는 이야기에 관객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나 역시 힘이 있고 단단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꾸준히 몸매관리를 한다고 전해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박중훈은 “함께 운동한 나로썬 안성기의 체력이 2-30대 못지 않다는 걸 말씀 드리고 싶다”며 안성기의 말에 힘을 실었다. 16시간 동안의 일들을 연기하기 위해 감정유지는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달릴 때도, 총을 쏠 때도 기성의 트라우마를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답해 그가 얼만큼 캐릭터에 몰입해 촬영에 임했는지 가늠하게 해주었다. 박중훈은 “영화는 16시간이지만 실제론 몇 개월 동안 찍는다. 감정뿐만 아니라 비주얼을 유지한다는 것도 배우에겐 힘든 일이다”며 항상 노력하는 안성기의 모습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관객들에게 파격적인 비주얼을 선사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여태껏 해보지 않았고 색다르고 새로워서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수많은 질문 세례에도 성심 성의껏 답한 안성기와 박중훈은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을 해 준 관객 두 명을 선정해 함께 셀카 찍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늦은 시간까지 함께한 모든 관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안성기 헌정관’에서 진행된 GV에 대한 의미를 더했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공간에서 진행된 GV를 마치며 안성기는 “영화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용기를 준 자리인 것 같다.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로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자리한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안성기 조진웅 주연의 영화 ‘사냥’은 6월 29일 개봉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경제 뉴스 깊이 들여다보기] 우리은행 안 파나 못 파나

    [경제 뉴스 깊이 들여다보기] 우리은행 안 파나 못 파나

    경영지표 개선… 해외銀 ‘입질’ 은행 “공적자금 2조 회수할 적기” 공자위 “진성 투자자 골라내야 또 불발땐 브렉시트 겹쳐 악재” 우리은행 ‘주인 모시기’가 또 화두다. 다섯 번째다.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우리은행은 기업 구조조정 재원 마련이 시급한 만큼 “우리를 팔아 약재로 쓰라”고 읍소한다. 여기에는 경영지표 개선에 따른 자신감이 바닥에 깔려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직접 나선 해외 투자설명회(IR)에 글로벌 금융기관의 ‘입질’이 심심찮은 것도 자신감을 키운다. 하지만 정작 메스를 들고 있는 정부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노쇼’(No Show·예약 부도)를 걱정한다. 진성 투자자를 골라내야 한다는 것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도 고려 요인이다. ●“왜 지금 안 파나… 늦어지면 저평가” 우리은행이 “지금이 적기”라고 외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우리은행 지분 6억 7600만주 중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지분은 51.06%다. 금융 당국은 이 중 30%가량인 2억 만주를 4~10%씩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가 수준(27일 종가 9480원)으로 팔면 정부로서는 2조원가량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쓸 재원 한 푼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보다 더 좋은 실탄이 어디 있느냐”며 “외환위기 이후 은행 구조조정의 마무리 의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 투자자 반응도 좋다. 우리은행 측은 “일본에 본사를 둔 미국 글로벌 금융사를 방문했는데 일본 본사에서도 만나자는 연락이 와 접촉했다”면서 “매각 공고가 나면 알려 달라고 한 곳만 20곳이 넘는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은) 한국 정부의 불확실한 매각 의지와 매각 공고 지연을 민영화 걸림돌로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예보가 매각 주간사를 통해 시장 수요를 파악, 진성 투자자를 가려낸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팔 의지’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팔리면 예보 조직이 쪼그라들 수 있어 예보가 매각에 소극적이라는 억측도 나온다. 예보 측은 “민영화가 늦어지면 경영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뛴 뒤 “우리은행이 팔리더라도 공적자금 상환 재원으로 우선 쓰이는 데다가 매각 자금을 구조조정 재원으로 쓰려면 국회 동의 등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기본적으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매각 의지가 강하다는 점에도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임 위원장은 최근 “(우리은행) 매각 여건이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있다”며 민영화 재추진에 나설 뜻을 밝혔다. ●“판 깐다고 손님 오나… 예약 부도 날라” 공자위는 “합리적 의심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다. 윤창현 공자위 민간위원장은 “추진 동력이 좀더 생긴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은행 측 얘기만 들을 것이 아니라) 정부도 별도 채널을 가동해 손님이 정말 올지, 말만 하고 내빼는 노쇼족인지 재차 확인해야 한다”면서 “판만 깔아 주면 손님이 올 것이라고 낙관하기엔 그동안의 실패가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매각이 불발되거나 잘못 팔았을 경우 짊어질 트라우마나 책임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우리은행이 일반적인 재무적 투자자를 만난 것이지 과점주주 매각과 관련한 직접 수요자를 만났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연내 매각 공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말 외에는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브렉시트라는 돌발 악재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당분간 국내 증시가 불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데다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다시 조성한 민영화 분위기가 브렉시트로 침잠하는 것은 정부와 우리은행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디어 마이 프렌즈’ 고두심-김혜자, 절절한 연기에 눈물바다 “살고싶다”

    ‘디어 마이 프렌즈’ 고두심-김혜자, 절절한 연기에 눈물바다 “살고싶다”

    tvN ‘디어 마이 프렌즈’ 고두심과 김혜자의 가슴 절절한 연기가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지난 24일 방송된 tvN 10주년 특별기획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 연출 홍종찬) 14회는 간암 수술을 결심하며 딸 앞에서 “살고 싶다” 오열한 고두심과 치매로 인해 과거 아들을 잃은 상처를 끄집어내며 절규한 김혜자의 연기가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폭발시켰다. 그 결과 ‘디어 마이 프렌즈’는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가구 시청률 기준 평균 5.6%, 최고 7.1%를 기록하며 케이블과 종편을 통틀어 동시간대 1위 시청률을 굳건히 지켰다.(닐슨코리아/유료플랫폼/전국 기준) 이날 방송에선 간암으로 인해 실의에 빠진 장난희(고두심 분)와 치매가 악화되며 급기야 실종된 조희자(김혜자 분)의 이야기가 전개되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병을 알게 된 다른 인물들이 자신의 일처럼 아파하며 애쓰는 모습이 보는 이들의 가슴마저 아프게 만들었다. 끈질긴 암 투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영원(박원숙 분)은 장난희가 암에 걸린 사실을 박완(고현정 분)과 오쌍분(김영옥 분)에게 전하며 슬픔을 삼켰다. 그리고 그런 난희의 소식을 들은 완과 쌍분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입술을 깨물며 마음을 부여잡으러 애를 썼다. 희자의 치매 및 실종 사실과 난희의 암 소식을 동시에 접한 오충남은 황망한 마음에서도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고, 희자의 아들 유민호(이광수 분)는 치매에 걸린 채 실종된 엄마가 불쌍하고 걱정되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희자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애를 쓰는 이성재(주현 분)와 김석균(신구 분)을 비롯해 자신을 원망하는 희자 앞에서 망연자실한 문정아(나문희 분)까지, 감당하기 힘든 현실에 직면한 모든 이들에게 가혹한 시간이 찾아왔다. 특히, 딸 앞에서 진심을 드러내며 오열하는 고두심과 실종된 자신을 찾은 나문희에게 과거의 상처를 덧씌우며 발악하는 김혜자의 연기가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자신을 걱정해 찾아온 딸에게 “다들 평생 내 짐”이라며 독한 말을 내뱉던 고두심이 “엄마가 너무 무섭고, 억울하고, 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이내 울음을 토해내는 장면은 울음을 참으려는 고현정의 다문 입술과 함께 보는 이들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치매로 인해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혀버린 김혜자가 문정아(나문희 분)에게 ”왜 맨날 사는 게 힘들어서 내가 필요할 때 없었냐“고 발악하는 장면도 깊은 슬픔과 고통을 느끼게 했다. 자신의 등에서 죽어버린 첫째 아이에 대한 슬픔이 치매로 인해 증폭되며 그때 자신을 도와주러 와주지 못한 나문희에게 모든 원한을 쏟아낸 것. 특히, 쉰 목소리와 형언할 수 없는 눈빛으로 울부짖는 김혜자의 연기는 “과연 다른 누가 저런 연기를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 보는 이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한편, 방송 말미엔 엄마의 간암 소식에도 씩씩했던 박완의 속마음이 밝혀지며 시청자들을 또 한 번 가슴 아프게 했다. 엄마와 단둘이 떠난 여행에서 시종일관 즐거운 모습을 보였던 고현정이 엄마가 암에 걸린 소식을 들었을 때도 자신과 연하 걱정을 먼저 했던 자신을 자책하며 자기의 뺨을 연신 때린 것. 그러면서 “난 오직 내 걱정뿐이었다. 그러니까 나 박완은, 우리 세상 모든 자식들은 눈물을 흘릴 자격도 없다”는 내레이션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엄연히 우리의 마음에 도사린 아픈 진실을 전했다. 견디기 힘든 운명에 휩싸이며 골 깊은 상처와 가슴 아픈 진실과 마주하게 된 모든 인물의 운명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는 다음 주에 방송될 최종 15~16화에서 밝혀질 예정이다. tvN 10주년 특별기획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는 “살아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는 ‘꼰대’들과 ‘꼰대’라면 질색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청춘의 유쾌한 인생 찬가를 다룬 작품. 차주 제15회는 80분 특별편성으로 평소보다 10분 앞당겨 7월 1일 금요일 밤 8시 20분에 방송될 예정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인간 탓에 눈 앞서 어미잃은 새끼 오랑우탄의 사연

    인간 탓에 눈 앞서 어미잃은 새끼 오랑우탄의 사연

    인간의 사냥으로 어미를 잃은 새끼 오랑우탄이 다시 인간에게 구조돼 치료를 받는 역설적이면서도 안타까운 장면이 공개됐다. 최근 국제동물보호단체 IAR(International Animal Rescue)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동물구조센터에서 보호 중인 한 새끼 오랑우탄의 사연을 소개했다. 생후 18개월 된 이 오랑우탄의 이름은 디딕. 한창 어미의 보살핌을 받을 나이인 디딕은 얼마 전 눈 앞에서 어미가 사냥꾼들에게 사살되는 충격적인 장면을 지켜봤다. 졸지에 고아가 된 디딕은 운좋게 IAR에 구조됐으며 이 과정에서 어깨에 남은 큰 상흔이 발견됐다. 밀렵꾼이 쏜 총탄이 디딕의 어깨에도 그대로 박힌 것. 다행히 디딕은 치료를 무사히 마쳐 몸은 회복했으나 문제는 마음이었다.   수의사 카멜레 라노 산체스는 "어깨 총상과 눈 감염 등 신체적인 질환은 모두 치료했다"면서 "문제는 디딕이 어미의 충격적인 죽음을 목격해 그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랑우탄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이같은 경험이 마음의 상처로 오래 남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100여 마리의 오랑우탄을 보호 중인 IAR 측은 몇 년 정도 디딕을 키운 후 다시 야생에 돌려보낼 계획이다. IAR 측은 "현재 수의사와 자원봉사자들이 디딕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어미를 되돌려 줄 수는 없지만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 자유를 찾아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르네오 섬은 잘 알려진대로 수많은 나무들로 가득한 삼림의 보고지만 동시에 세계적인 벌채 지역이다. 이곳을 기반으로 대대로 오랑우탄을 비롯한 수많은 동물들이 살아왔지만 인간들의 무분별한 삼림 벌채로 그 서식지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특히 주민들에게 오랑우탄은 벌채를 방해하는 눈엣가시로 여겨지며 어미 오랑우탄들은 대표적인 밀렵의 표적이 됐다. 이유는 주변에 디딕처럼 항상 새끼가 있어 밀거래를 통해 짭짤한 부수입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운빨로맨스 황정음, 류준열 ‘덥석’ 잡은 손에 ‘심쿵’ “가지 마요 보늬씨”

    운빨로맨스 황정음, 류준열 ‘덥석’ 잡은 손에 ‘심쿵’ “가지 마요 보늬씨”

    ‘운빨로맨스’ 황정음이 류준열에게 고백을 받으면서 ‘심쿵 멜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2일 방송된 MBC 수목미니시리즈 ‘운빨로맨스’(극본 최윤교, 연출 김경희, 제작 화이브라더스c&m)에서는 제제팩토리 워크샵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심보늬(황정음)와 제수호(류준열)의 두근거리는 로맨스가 펼쳐졌다. 동생 보라(김지민)가 걱정돼 워크샵에 불참하겠다는 심보늬에게 제수호는 “내가 심보늬의 부적”이라며 직접 데리러 가는 자상한 면모를 보였다. 두 사람은 사륜 바이크에도 동반 탑승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편 심보늬는 직원들이 제수호를 호숫가에 빠트리는 모습을 보고 불같이 화를 냈고, 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제수호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며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심보늬의 케어에 제수호가 “가지 마요, 옆에 있어요”라며 손을 덥석 잡는 장면으로 9회가 마무리되며 “매 회 마다 리즈 경신”이라는 호평이 만발했다. 제제팩토리 워크샵 스토리와 두 사람의 ‘운빨 날리는’ 로맨스 덕분에 시청률도 11.0%(TNMS 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10회 예고편에서는 제수호와 최건욱이 심보늬에게 동시에 고백하는 장면이 공개돼 시청자들의 기대를 더욱 끌어올렸다.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는 23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임효진 인턴기자 3a5a7a6a@seoul.co.kr
  • 인간 사냥으로 눈 앞서 어미잃은 새끼 오랑우탄 사연

    사냥으로 어미를 잃은 새끼 오랑우탄이 다시 인간에게 구조돼 치료를 받는 역설적이면서도 안타까운 장면이 공개됐다. 최근 국제동물보호단체 IAR(International Animal Rescue)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 동물구조센터에서 보호 중인 한 새끼 오랑우탄의 사연을 소개했다. 생후 18개월 된 이 오랑우탄의 이름은 디딕. 한창 어미의 보살핌을 받을 나이인 디딕은 얼마 전 눈 앞에서 어미가 사냥꾼들에게 사살되는 충격적인 장면을 지켜봤다. 졸지에 고아가 된 디딕은 운좋게 IAR에 구조됐으며 이 과정에서 어깨에 남은 큰 상흔이 발견됐다. 밀렵꾼이 쏜 총탄이 디딕의 어깨에도 그대로 박힌 것. 다행히 디딕은 치료를 무사히 마쳐 몸은 회복했으나 문제는 마음이었다.   수의사 카멜레 라노 산체스는 "어깨 총상과 눈 감염 등 신체적인 질환은 모두 치료했다"면서 "문제는 디딕이 어미의 충격적인 죽음을 목격해 그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랑우탄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이같은 경험이 마음의 상처로 오래 남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100여 마리의 오랑우탄을 보호 중인 IAR 측은 몇 년 정도 디딕을 키운 후 다시 야생에 돌려보낼 계획이다. IAR 측은 "현재 수의사와 자원봉사자들이 디딕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어미를 되돌려 줄 수는 없지만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 자유를 찾아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르네오 섬은 잘 알려진대로 수많은 나무들로 가득한 삼림의 보고지만 동시에 세계적인 벌채 지역이다. 이곳을 기반으로 대대로 오랑우탄을 비롯한 수많은 동물들이 살아왔지만 인간들의 무분별한 삼림 벌채로 그 서식지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특히 주민들에게 오랑우탄은 벌채를 방해하는 눈엣가시로 여겨지며 어미 오랑우탄들은 대표적인 밀렵의 표적이 됐다. 이유는 주변에 디딕처럼 항상 새끼가 있어 밀거래를 통해 짭짤한 부수입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황우석 사태’ 트라우마···사이언스紙, 황우석 협력 기업 후원 재고 검토

    ‘황우석 사태’ 트라우마···사이언스紙, 황우석 협력 기업 후원 재고 검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가 줄기세포·재생의학 분야 과학자에게 주는 줄기세포상의 후원 기업이 ‘줄기세포 논문 조작’ 파문을 일으켰던 황우석 박사(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와 관련됐다는 이유로 해당 기업의 후원을 재고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간하는 잡지인 ‘MIT 테크놀러지 리뷰’에 따르면 사이언스는 중국의 줄기세포 기업인 ‘보야라이프’(BOYALIFE)에서 매년 2만 5000달러의 상금을 후원받아 줄기세포·재생의학상’을 만들고, 이달 첫 수상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보야라이프는 황 박사와 긴밀히 협력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11월 황 박사가 있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함께 중국에 일종의 ‘클로닝(복제) 공장’을 세워 매년 소, 말, 개 등 복제동물 100만 마리를 매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이언스는 그러나 보야라이프가 황 박사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난처해져 보야라이프의 후원을 재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 박사는 2004~2005년 인간 배아복제 관련 논문을 세계 최초라며 사이언스에 발표했지만 연구 부정이 드러나 2006년 논문이 모두 철회됐다. 황 박사의 논문이 조작됐으며 연구원의 난자를 채취하는 등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MIT 테크놀러지 리뷰는 또 보야라이프가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고 전했다. 보야라이프가 “현재 인간을 복제할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만일 사회적으로 용납된다면 인간복제를 하고 싶다고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7살 딸에게 ‘소총 AR-15’ 사용법 가르치는 아빠 논란

    사망자 49명을 포함 무려 100명의 사상자를 낸 올랜도 참사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최근 어린 딸에게 소총 AR-15의 사용법을 가르치는 아빠의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는 7살 소녀가 AR-15를 사격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7살 소녀가 거쉬 컨츠먼에게 AR-15 사격법을 가르치다'(Seven-Year-Old Little Girl Shows Gersh Kuntzman How To Shoot AR-15)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이 영상에는 한 소녀가 소총을 사격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소녀 뒤에서 사용법과 사격법을 자상하게 가르치는 사람은 놀랍게도 아빠다. 이 영상은 2년 전 촬영된 것으로 다시 유튜브에 공개된 것은 제목에 포함된 거쉬 컨츠먼의 문제제기에 대한 대답이다. 미국 뉴욕데일리뉴스 기자인 컨츠먼은 지난 15일(현지시간) AR-15를 직접 사격해 본 후기를 기사로 내보냈다. 컨츠먼은 "올랜도 참사로 야기된 총기 소지에 관한 주요 논점 중 하나는 AR-15같은 강력한 소총 판매"라면서 "직접 사격해 본 AR-15는 매우 끔찍하고 위협적이며 마치 바주카포를 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평했다. 이어 "사격 후 타박상을 입었으며 적어도 1시간 동안 일시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AR-15가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하고 위협적인 무기임을 설명한 것. 곧 유튜브에 공개된 이 영상은 7살 소녀도 쏘는 총이라는 사실로 컨츠먼 주장을 반박한 셈이다. 이른바 ‘테러리스트 소총’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AR-15는 우리에게 익숙한 M16 소총의 민간용 버전이다. 총기제조사인 아말라이트가 1958년 개발한 AR-15는 정확도와 살상력이 뛰어나 사냥용으로 인기가 높으며 현재까지 미국 내에서 약 400만정 이상이 팔린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강한 살상력 때문에 민간용의 경우 기능이 일부 제한돼 있으나 간단한 개조를 통해 자동사격과 30발 들이 탄창을 장착할 수 있다. 이같은 이유로 미국 내 6개 주는 AR-15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테러범인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오마르 마틴(29)이 사용한 총기는 당초 보도된 AR-15가 아닌 이와 유사한 성능의 시그 소어 MCX(Sig Sauer MCX)로 알려졌다. 딸에게 사격법을 알려주는 이 영상은 우리의 관점에서는 이해되지 않으나 미국 내에서는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 테러와 각종 위협에 대응하는 최고의 방어능력을 일찌감치 자식에게 교육시켜 준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 많은 사람들이 총기 소지에 찬성하는 이유는 식민지 시절을 거치면서 억압받았던 역사적 트라우마와 다양한 민족이 혼합된 문화에 기인하는데 총기 소지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문제의 영상을 아동학대급으로 비난하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73년간 413번 헌혈…남아공 90세 할아버지, 세계 기록 경신

    73년간 413번 헌혈…남아공 90세 할아버지, 세계 기록 경신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에 거주하는 90세 남성이 413번째 헌혈을 하며 기네스북 기록을 경신했다고 타임스 라이브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이 놀라운 기록을 보유한 이는 남아공 수도 요하네스버그에 거주하는 모리스 크레스윅(90)옹. 그는 지난 1944년 자신이 18세가 된 생일날부터 헌혈을 시작했다. 젊은 시절 변호사로 일했던 그는 “약간의 노력으로도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갖고 지금까지 헌혈을 해왔다. 그가 지난 2010년 84세가 됐을 때까지 헌혈한 총량은 무려 171ℓ로, 이때 기네스 세계기록 측으로부터 ‘최고령 정기 헌혈자’로 인정받았다. 이후로도 그는 꾸준히 헌혈해 지금까지 총 195.4ℓ의 피를 뽑았으며, 다시 한 번 자신의 기네스 기록을 경신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헌혈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크레스웍옹은 건강한 사람들에게 헌혈을 촉구하기 위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15일 지역 넷케어 밀파크 병원을 찾았다. 이날 크레스웍옹을 만난 이 병원의 트라우마 프로그램 관리자 르네 그로블러는 “크레스웍 할아버지는 헌혈로 국가를 위해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며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국제 적십자위원회에 따르면, 1파인트(약 0.473ℓ)의 헌혈로 3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크레스웍옹이 지금까지 제공한 혈액으로 약 1239명의 생명을 구한 셈이다. 현재 남아공 국립혈액원(SANBS)의 혈액 재고량은 사고나 수술, 출산 등 다양한 의료 환경에 필요한 적정 보유량(5일분)의 절반 정도인 2.6일분이라고 한다. 현지 관계자들은 아프리카의 ‘우분투 정신’(Ubuntu: 타인에 대한 인간애) 으로 헌혈 희망자들이 증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세월호 의인 故 김관홍 잠수사 발인식…“어떤 물로도 끌 수 없는 불 타올라” 추모

    세월호 의인 故 김관홍 잠수사 발인식…“어떤 물로도 끌 수 없는 불 타올라” 추모

    세월호 참사 당시 수색작업에 동참했던 민간 잠수사 고(故) 김관홍씨의 발인식이 19일 오전 진행됐다. 이날 서울 은평구 서북병원 장례식장을 출발한 운구행렬은 경기도 고양시 고인의 자택을 들러 서울시립벽제승화원으로 향했다. 화장을 한 고인의 유해는 납골당에 안치됐다. 김씨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세월호 변호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함께 했다. 박 의원은 앞서 지난 18일 저녁 7시 서북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세월호 의인 고 김관홍 잠수사 추모의 밤’ 행사에서 추모사를 낭독하며 오열했다. 박 의원은 추모사를 통해 “소식을 듣고 어제 하루 종일 울었습니다. 지금 우리 가슴에는 그 어떤 물로도 끌 수 없는 불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이 불을 지키고 들불로 만들어 김관홍 잠수사가 꿈꿨던 사회를 꼭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숨진 김씨는 지난 20대 총선 서울 은평갑 지역구에 출마한 박주민 후보 캠프에서 후보 운전기사와 수행비서 역할을 맡아 자원봉사를 했다. 선거기간 내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동갑내기 후보와 동행했던 김씨는 세월호 수색작업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들의 명예회복과 치료 지원 등을 간절히 바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해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1차 청문회 때도 출석해 수색작업 당시 현장 상황을 증언하고 민간 잠수사들이 겪는 트라우마 등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석태 세월호특조위 위원장은 “그의 아픔과 고통은 사회 모두가 짊어져야 했으나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며 “최악의 조건에서도 언제나 당당했던 그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애도의 뜻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강선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애쓰던 김 잠수사의 외로운 죽음은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논평을 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 고인을 추모하는 글을 남겼다. 정의당은 논평을 내고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까지 인간의 양심을 놓지 않았던 그 헌신을 우리는 기억할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세월호 진실 규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세월호 특조위 활동에 부정적인 새누리당은 김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이나 논평 등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숨진 김씨는 2000년 레포츠 강사를 하면서 잠수사를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후 진도 팽목항에 내려가 구조 작업을 벌였고 수색 도중 쓰러져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이후 잠수병을 앓아 생계를 위해 대리 운전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난 17일 오전 7시 경 경기도 고양시 용두동의 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월호 민간잠수사 자택서 숨진 채 발견

    세월호 참사 때 실종자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잠수사 김관홍(43)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17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9분쯤 김씨의 아내가 “남편이 약을 먹고 자살하려 한다”는 신고를 해 경찰과 소방대원이 고양시 용두동에 있는 비닐하우스로 출동했으나 김씨는 이미 숨져 있었다. 외부 침입 흔적은 없었고 현장에서는 술병과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약통이 발견됐다. 경찰이 비닐하우스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김씨는 이날 오전 2시 15분쯤 대리운전을 마치고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혼자 술을 마시다 1시간 30분가량 뒤인 오전 3시 50분쯤 바닥에 쓰러졌다. 수색 작업을 하면서 잠수병에 걸린 김씨는 세월호 트라우마를 적절히 치료받지 못한 데다 생활고에 시달려 많이 힘들어했다고 동료 잠수사들은 전했다. 김씨는 비닐하우스에서 꽃을 재배하고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등 진상 규명 활동을 해 왔다. 김씨는 지난해 9월 국회의 국민안전처 감사 현장에 나와 해경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미국이 총기 소지 자유국?… 수정헌법 2조 ‘무장 권리’의 함정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미국이 총기 소지 자유국?… 수정헌법 2조 ‘무장 권리’의 함정

    미국에서 또 한번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12일 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게이 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범인을 포함해 총 50명이 사망했다. 이는 2007년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사망자 수인 32명을 뛰어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동성애자를 겨냥한 혐오범죄인지 종교적 신념에서 비롯된 기획 테러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총기 규제와 관련한 논란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총기 규제를 둘러싼 미국 내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에서도 총기 소지의 찬반 여부는 유권자들을 사로잡는 핵심 이슈 중 하나일 정도다. 미국의 상당 세력들이 총기 소지에 찬성하는 이유는 다양한 배경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영국의 식민지 시절을 거치면서 억압받았던 역사적 트라우마다. 공권력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독재와 국왕, 상비군으로부터 개인의 안전과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대비책이 무기 소유의 권리와 민병대였던 것이다. 다양한 민족이 혼합된 문화 역시 미국이 총기를 이용해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했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피부색부터 가치관까지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융화되는 과정에서 논쟁과 이견을 피하기란 쉽지 않았고, 이로 인해 고조된 불안감을 상쇄하고자 등장한 도구 중 하나가 총기인 셈이다. ●무장 도구는 주법 따라 달라… 총기류 불허하기도 많은 외국인이 미국을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로 인식하는 근거는 헌법에 있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 1조는 ‘종교와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 이며, 제2조는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 즉 무장의 권리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미국 국적을 소지한 미국 국민이라면 자신과 가족을 보호할 수 있도록 무장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는 것은 사실인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용어가 주는 ‘함정’이 있다. 무장할 수 있는 권리에 해당하는 ‘무장’에 반드시 총기가 포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수정헌법을 포함하는 연방법과 각 주마다 각기 제정한 주법에 따라 법률을 집행한다. 무장의 권리는 연방법에 해당되지만, 법적으로 허용하는 무장의 도구, 즉 무기의 종류는 주법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A주에서는 총기 중에서도 화약을 사용하지 않는 총기류만 무장이 가능한 도구로 인정하는 반면, B주에서는 무장의 권리를 인정하기는 하나 총기류는 일절 사용을 불허하는 대신 전기 충격기나 가스분사기 등의 도구만 허가하는 것이다. 국내를 예로 들자면 호신용 전기충격기 혹은 작은 주머니칼을 휴대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제재를 받지는 않는데, 이 역시 큰 의미에서 무장의 권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미국과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국가는 헌법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무장’이라는 범위와 정의가 국가마다 다를 수 있으며 미국의 경우는 주마다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수정헌법 제2조가 가진 진짜 의미는 총기를 가질 권리가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라고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단체들은 다소 다른 목소리를 낸다. 총기 소지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세력 중 대표적인 단체는 미국총기협회(NRA)다. 올랜도 클럽 사건이나 버지니아공대 사건 등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 규제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었는데, NRA는 이때마다 총기 소유의 정당성을 적극 대변해 왔다. NRA는 수정헌법 제2조를 지키는 것이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주창해 왔다. 수정헌법 제2조는 곧 총기를 포함한 무기 소유권과 맥을 같이하며, 개인이 무기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는 절대적인 기본권에 속한다는 것이다. NRA 주장의 저변에는 총기 사용을 불허함으로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가 총기 소지를 허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피해보다 더 크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최선의 방어가 공격이라고 말하는 셈이다. ●총기에 희생된 미국인, 전쟁 사망자 수 넘어서 반면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총기에 의한 사상자 수의 증가를 근거로 내세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1968년 이래 총기로 인한 모든 미국인 사망자 수가 미국이 역사상 참전한 모든 전쟁 사망자 수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또 올해 상반기까지 총기로 인해 사망한 미국인은 3만 5000명에 달하며, 30여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총기 소지 허용의 목소리와 규제 강화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상충하는 가운데, 지금 이 순간에도 일명 ‘묻지마 범죄’와 허술한 총기 관리로 안타까운 목숨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당장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보긴 힘들지라도, 수정헌법 제2조를 포함해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이에 따른 적정한 대응을 펼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huimin0217@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7] 우유, 먹을수록 좋다 vs 먹어서 좋을게 없다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7] 우유, 먹을수록 좋다 vs 먹어서 좋을게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우유와 함께 하는 세상이 됐다. 한 사람의 생애, 즉 ‘요람에서 무덤까지’ 줄곧 함께 하는 것은 부모형제도 아니고, 밥도 아니다. 우유뿐이다. 밥과 숭늉의 자리, 젖의 자리, 간식과 놀이의 자리에 우유가 빠지지 않는다. 이처럼 우유의 지배력이 ‘결정적’으로 확대된 배경에는 장기지속적인 ‘계몽’과 ‘설득’이 압도적인 영향을 끼쳤다.우유는 완전식품이라는 ‘명백한 허위 사실’에서 시작해 분유와 이유식 등 엄밀하게 말해 ‘인간을 위한 식품’이라기보다는 ‘기업을 위한 식품’이 모유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고를 쏟아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민낯이 아니라 화장으로 가려진 우유의 가면에 현혹되기 시작했다. 일반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털어 감당하는 우윳값에 천문학적인 광고비가 덤터기로 얹어진다는 사실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뒤집어 말하면, 서민들이 주머니를 털어 우유 회사, 분유회사와 유제품 회사의 광고를 대신 해 준 셈이다. 하기야 ‘돈이 돈을 먹고,승자가 모든 전리품을 독식하는’ 왜곡된 자본주의 체제에서 거의 모든 상품이 이렇게 과장과 기만의 광고 전략을 구사하므로 이에 대해서는 우유만이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먹고 사는 것과 관련한 우유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더 엄정한 평가가 필요하고, 더 가혹한 비판을 받아야 한다. ●쌀보다 우유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 우유만큼 강력하게 우리의 생활을 장악하고 있는 식품은 없다. 정확한 통계가 없고, 단순하게 비교할 기준이 애매할 뿐 이미 쌀과 밀가루의 영향력을 넘어섰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많은 사람들의 ‘삼시세끼’가 된 빵과 커피류는 물론 거의 모든 가공식품류와 과자류, 젊은 세대들이 매일 입에 달고 사는 감자칩과 감자튀김, 파스타도 우유와 버무려지고, 햄이나 소시지 같은 돼지고기 가공품, 햄버거, 사탕, 탄산수, 맥주에도 우유가 섞이거나 락토오스가 들어간다. 단순하게 밥과 떡, 일부 면류와 가공식품류에 들어가는 쌀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활용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유를 통해서 무엇을 얻을까. 어림으로라도 다 아는 문제일 테니 간단하게 개략만 하겠다. 현재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우유의 좋을 점을 살펴봤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들어있어 성장을 촉진하고, 치아의 발육을 돕는다. △혈압을 내려 뇌졸중이나 혈관질환을 막아준다. △두뇌를 발육시켜 머리를 좋게 한다. △피부노화를 방지한다. △꾸준히 장기 복용하면 장수 효과가 크다. △위암을 예방한다. △소화기능을 촉진한다. 맞는 말도 있고, 황당한 내용도 있다. ●우유의 빛과 그림자 우유 속에 단백질과 칼슘이 많으며 활용 가지가 높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마빈 해리스는 “척추동물 중에서 포유류 진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젖을 먹음으로써 최상의 칼슘 공급원을 활용하게 된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우유가 사람이 아니라 송아지를 위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100g 기준으로 모유에는 1.1g이 들어있는 단백질이 가공 전의 우유에는 3.5g이나 들어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사람과 소는 소화 기능과 소화력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제쳐 두더라도 소와 사람은 생애 주기가 다르고, 당연히 성장 속도도 다르다. 그런데 소의 성장주기를 유지하도록 구성된 우유를 사람에게 먹이면 결과가 어떨 지는 물을 필요도 없다. 단백질의 유형도 따져볼 문제이다. 소화 흡수가 잘 되는 유청단백질과 소화 흡수가 어려운 카제인단백질의 함량이 모유는 6대 4 정도이나 우유는 2대 8 정도나 된다. 아무리 먹어도 소화 흡수에 문제가 있다면 헛물만 켜는 일이다. 혈압을 내려준다는 점도 일정 부분 근거가 있다. 우유속의 트립토판에서 만들어진 세로토닌은 정상 혈압을 유지하도록 돕는 기능을 하는데, 우유 100g에 이런 트립토판이 40∼50mg 가량 들어 있다는 보고가 있다. 트립토판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필수아미노산의 일종이다. 두뇌의 물리적 발육은 충분한 단백질 섭취 등 포괄적인 영양의 문제이니 따로 거론할 필요가 없지만, 두뇌 발육이 단순한 뇌의 용적 확대가 아니라 포괄적인 뇌 기능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라면 이는 단정할 수 없는 문제이다. 뇌의 경우 최소한의 발육 기준만 충족시킨다면 우유 섭취와 뇌 기능의 인과성은 다른 식품과 비교해 별다른 특이점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우유를 많이 마신 1950년대 미국인이 우유를 거의 모르고 살았던 당시의 우리보다 머리가 좋았던 것이 아니듯이. 몇몇 메타분석을 통해 우유가 위암을 예방해 준다는 주장과 가설이 제시됐지만, 일부 의학자들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우유를 즐겨 마시는 서구와 우유를 즐기지 않았던 한국에서의 위암 발생률 차이를 우유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비약이며, 오히려 양 권역의 대장암 발생률에 주목한다면 우유는 권장의 대상이 아니라 경계의 대상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우유를 모르고 살았던 시절에는 한국에서 위암은 흔한 반면 대장암은 희귀암에 속했으나 이후 우유와 빵 중심의 서구형 식생활이 확산되면서부터 대장암 유병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우유에 포함된 지방이나 엄청난 양의 항생제, 그리고 성장촉진을 위해 투여하는 각종 호르몬 제제 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정보가 세상에 나와 있지만, 그런 우유에 모성의 정서가 담겨있지 않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건강한 모유는 아기가 필요로 할 때에만 만들어진다. 가임 여성이라도 출산한 임산부가 아니면 아무 때나 젖을 생산하지 않는다. 인체가 가진 신비로운 현상이지만, 우유를 생산하는 소도 이런 점에서는 사람과 다르지 않다. 원래 소는 젖을 먹여야 할 송아지가 곁에 없으면 체내에서 우유를 만들지 않는다. 소가 가진 고유한 특성이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인 장 드니 비뉴에 따르면, 어린 송아지가 어미 소 곁에 머무르며 이따끔 주둥이로 어미소의 유방을 툭툭 건드리는 것은 어미의 모성을 자극해 체내에서 우유를 생산하게 중요한 행동이다. 장 드니 비뉴는 “모든 전통적인 암소들은 새끼 송아지를 핥아야 젖이 나오며, 이는 어미의 혀와 새끼의 털이 접촉하면서 활성화되는 반사작용”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소들이 이런 특성과 무관하게 우유를 생산하도록 품종이 개발된 것들이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지금 마시는 우유는 암소가 송아지를 낳고 기르기 위해 생산한 모성의 산물이 아니라 연령만 되면 언제든지 우유를 생산하도록 품종이 개량된 소가 생산하는 ‘공산품’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래도 마시고 싶다 필자는 우유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마시지 않는 게 아니라 마시지 못한다. 마시면 어떤 형태로든 탈이 나고 만다.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에서 급식으로 공급한 끓인 탈지면 이후 우유와는 친해질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 운동장에서 신나게 축구를 하고 난 뒤 친구가 건넨 팩우유를 들이켰다가 난리가 났던 경험은 트라우마가 되었다. 이런 체질 덕분에 그 맛있다는 카페라떼 등 라떼류와 카푸치노, 카페모카, 카라멜 마키아또 등 우유를 섞은 커피는 아예 마실 엄두를 내지 못한다. 허구헌 날 마시는 게 아메리카노이다. 그래서인지 시도 때도 없이 우유를 마셔대고, 그러고도 탈이 나기는커녕 더 없느냐는 듯 입맛을 다셔대는 작은 딸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필자의 체격은 보통 수준이다. 키 172cm에 체중이 61∼62kg이니 체질량지수(BMI)가 20∼21쯤 된다. 덩치가 압도적인 요즘 사람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가냘픈 편이지만, 운동을 즐기는 덕분에 휘청거리지는 않는다. 한 때는 체중을 3∼4kg쯤 늘려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술은 술대로 즐기는 데다 떡볶이 라면 순대 등 간식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운동도 뼈빠지게 했다. 그래서 얻은 게 고작 체중 1kg 정도였는데, 그나마 오래 가지 못했다. 그래서 우유를 생각했다. 비단 체중 문제만이 아니라 먹어서 나쁠 일이야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휴일날 집에서 바나나우유, 딸기우유부터 마셨다. 달달한 게 맛있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종일 속이 부글거렸고, 가스가 찼다. 결국 내린 결론은 몸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먹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필자가 유제품을 전혀 안 먹는 것은 아니다. 요즘도 매일 아침에 집에서 만든 요거트에 바나나나 블루베리, 볶은 아마가루를 섞어서 반 홉쯤 먹고 출근을 한다. 그 뿐이 아니다. 치즈를 얹거나 버터 바른 빵도 먹고, 우유가 든 과자류나 아이스크림도 잘 먹는다. 물론 우유와 달리 특별한 부작용도 없다. 그러니 우유에 대해 맹목적인 적대감을 가질 일도 없다. 우유를 직접 먹지는 않지만 소비에는 일조를 하며 산다. 그러지 않을 방도가 없는 세상이니 도리가 없다. 필자는 우유가 ‘나쁜 식품’이라는데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우유가 완전식품이라거나 건강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식품이라고도 믿지 않는다. 우유에 들어있는 단백질과 칼슘이 성장기나 노화기의 사람들에게 좋은 보충제 역할을 해줄 것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우유를 먹어서 탈이 없는 사람의 얘기다. 유당 분해효소인 락타제를 가지지 않았거나 양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자주 우유를 마시다보면 효소 분비량이 늘어난다는 보고가 있지만 적응 효과는 제한적이다. 그러니 우유를 마실 수 있으면 마시되 그럴 수 없다면 기꺼이 포기하고 살아도 된다는 뜻이다. 단백질이나 칼슘 등 우유에서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은 육류와 콩 건어물 해조류 등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또다른 문제는, 요즘 생산되는 우유는 옛적 왕가에서 타락죽을 끓일 때 사용하던, 소의 모성이 담긴 건강한 우유가 아니라는 점이다. 소도 그 때의 소가 아니고, 소가 우유를 생산한 조건도 너무나 다르다. 소에게 투여한 성장촉진제가 인체의 호르몬 체계를 어떻게 교란할지도 겁나고, 항생제가 내 몸에 2차 축적되는 일도 두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문의들 중에는 특히 아이들에게 모유 대신 우유를 먹이는 일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대병원 소아과 이근 교수는 “갓 나은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는 건 아주 나쁜 선택”이라고 단언한다. 모유 수유 전도사이기도 한 그는 “아무리 홍보를 하고, 광고를 해도 모유를 우유와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난 의사라 잘 안다. 병을 달고 사는 애들 모두 분유 먹고 자란 애들이다. 감기, 아토피피부염, 정서장애 등등 셀 수도 없다. 국민건강도 문제지만 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은 계산도 안 되고 있다. 또 소젖 먹고 자란 애들, 엄마젖 먹인 애들보다 IQ가 10쯤 낮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소젖 먹인지 40년 만에 국민지능 많이 낮아졌지 않나. 애들 안경 쓰는 것, 왕따 현상도 따지고 보면 분유 먹고 자란 세대의 특성이 나타난 것이다. 걔들은 따뜻한 사랑이나 깊은 배려를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근 교수가 필자에게 들려준 이 말은 울림이 컸다. 그가 지적한 분유는 우유를 가공한 것이고, 유아기를 벗어나면 거의 먹을 일이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우유 없이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맹신론에서 몇 걸음 물러서서 냉정하게 우유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먹어서 나쁠 게 없다. 그러니 먹을 수 있으면 먹는 게 낫다.’는 것과 ‘먹어서 좋을 게 없다. 그러므로 애써 먹지 않아도 잃을 게 별로 없다.’는 전제는 확실히 다르다. 필자는 전자 쪽이지만, 요즘 부쩍 자주 듣게 되는 후자 쪽 주장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의 언론학 석좌교수인 마이클 폴란이 출간한 푸드룰(Food Rules)은 우유를 비롯한 모든 식품에 대한 평가를 간명한 법칙으로 정리해 눈길을 끈다. 마이클 폴란이 제시한 법칙 중에는 재미있는 항목들이 많다. ‘증조할머니가 음식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어떤 식품도 먹지 않는다.’는 그는 이름에 ‘저칼로리’라든가 ‘저지방’, ‘무지방’이라는 신조어가 붙은 식품을 피하라고 권한다. 그런 식품을 먹어서 얻을 것이라고 믿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살 찌는 사람, 병 드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텔레비전 광고에서 본 음식을 피한다.’는 룰도 내놨다. 그냥 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거들떠보지도 말라고 말한다. 그 뿐이 아니라 ‘공장에서 만든 음식’, ‘자동차 창문으로 전달되는 식품’도 그의 경계 목록에 들어있다. 끝으로 마이클 폴란은 중국의 속담을 거론하면서 자신이 정한 먹거리와 식품의 룰을 정리한다. ‘네 다리(포유류)로 서 있는 것보다 두 다리(가금류)로 서 있는 것을 먹는 게 좋고, 그보다는 다리 하나(채소와 과일)로 서 있는 것을 먹는 게 좋다.’ 그럼 우유는 어떤가. jeshim@seoul.co.kr
  • 세월호 민간잠수사 숨진 채 발견…잠수병에 생활고에 시달려

    세월호 민간잠수사 숨진 채 발견…잠수병에 생활고에 시달려

    세월호 참사 때 실종자 수색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잠수사 김관홍(43)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17일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9분쯤 김씨의 아내가 “남편이 약을 먹고 자살하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과 소방이 고양시 용두동에 있는 비닐하우스로 출동했으나 김씨는 이미 숨져 있었다. 외부 침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현장에서는 술병과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약통이 발견됐다. 경찰이 비닐하우스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김씨는 이날 오전 2시 15분쯤 대리운전을 마치고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혼자 술을 마시다 1시간 30분가량 뒤인 오전 3시 50분쯤 바닥에 쓰러졌다. 김씨는 쓰러지기 전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지인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수색작업을 하면서 잠수병에 걸린 김씨는 세월호 트라우마를 적절히 치료받지 못한데다 생활고에 시달려 많이 힘들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라우마 정신과 치료를 거주지 가까운 곳에서 받게 해달라고 했지만 안산 지정병원에서만 받으라고 한 것도 김씨를 힘들게 했다고 한 동료 잠수사는 전했다. 김씨는 비닐하우스에서 꽃을 재배하고 밤에는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등 진상 규명 활동을 해왔다. 김씨는 지난해 9월 국회의 국민안전처 감사 현장에 나와 해경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4·13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유세 차량을 운전하는 등 봉사활동을 했다. 박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 법률 대리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해 ‘세월호 변호사’ 불린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김씨 시신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고 가족 등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빈소는 서울시립서북병원에 마련됐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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