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트라우마
    2026-09-21
    검색기록 지우기
  • 정책금융
    2026-09-21
    검색기록 지우기
  • 고소득층
    2026-09-21
    검색기록 지우기
  • 피트니스
    2026-09-21
    검색기록 지우기
  • 동성애 논란
    2026-09-2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901
  • 한·중 합작 공포 스릴러 ‘분신사바: 친구의 저주’ 메인 예고편

    한·중 합작 공포 스릴러 ‘분신사바: 친구의 저주’ 메인 예고편

    공포 스릴러 ‘분신사바: 친구의 저주’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 ‘분신사바: 친구의 저주’는 친구를 잃은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만윤(신재이)이 모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면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렸다. ‘분신사바’는 친구와 마주 앉은 후, 펜을 잡고 주문을 외우면 귀신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미신에서 유래한 소재다. 2004년 김규리 주연의 ‘분신사바1’을 시작으로 4편의 영화가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다. ‘분신사바: 친구의 저주’는 한·중 합작 프로젝트다. 공개된 예고편은 분신사바 주문을 외우는 두 친구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어 ‘끝나지 않은 저주’라는 카피와 아이의 울음소리, 숲 속을 헤매는 만윤(신재이)이 아이에게 다가가는 장면과 함께 귀신과 마주한 남성의 비명이 공포를 자아낸다. 안병기 감독의 ‘분신사바’(2004)를 이어 분신사바 공포 신드롬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케 하는 ‘분신사바: 친구의 저주’는 오는 8월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15세 관람가. 89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전 남친 폭력 피해자가 쌍방폭행 가해자로…8개월 뒤 무혐의 처리

    전 남친 폭력 피해자가 쌍방폭행 가해자로…8개월 뒤 무혐의 처리

    경찰이 폭력 피해여성을 쌍방폭행 가해자로 입건했다가 8개월 뒤에서야 무혐의 처리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YTN이 25일 보도했다.이 피해자 A씨는 거짓말 탐지기라도 써서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호소했지만 경찰은 전 남자친구 B씨가 제출한 전치 2주 진단서에 집중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무조건 고소장이 접수되면 입건을 해야 된다”고 해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여덟 달 사귄 B씨와 헤어진 이후 폭력에 시달렸다. 집안에 갇혀 맞았고 갈비뼈 두 대가 부러져 전치 4주 부상을 입었다. B씨로부터 끊임없는 협박 전화도 받았다. A씨는 결국 B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다 오히려 쌍방폭행 가해자로 몰리게 됐다. 휴대전화를 빼앗으려는 B와 몸싸움을 벌였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자기를 찌르고 가라고 그러지 않고는 안보내준다고 했다”며 “나가는 중에 밀치고… 밀쳐야 나가죠. 안 비켜주니까”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경찰 관계자는 “무조건 고소장이 접수되면 입건을 해야 한다”며 “실랑이하는 부분에서 서로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점에 대해 CCTV도 없고 진단서를 제출하니까…”라고 말했다. A씨는 8개월 뒤에야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그 사람의 차, 비슷한 외모, 살짝만 스쳐도 심장이 너무 두근거리고 힘들어서 머리가 어지럽고 토할 것 같다”며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잘 봐, 제2 전성기’ 김인경 LPGA 마라톤클래식 정상…시즌 2승으로 자신감 ‘업’

    ‘잘 봐, 제2 전성기’ 김인경 LPGA 마라톤클래식 정상…시즌 2승으로 자신감 ‘업’

    경기 내내 미소 보이며 여유 유소연 이어 다승 대열 합류 “앞으로 더 많은 기회 잡겠다” 한국 선수들에겐 ‘약속의 땅’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대회. 박세리가 1998년 최저타 신기록(23언더파)으로 우승의 물꼬를 연 뒤 지난해까지 모두 10명의 한국인 우승자가 나왔다.24일(한국시간) 선두와 2타 차 2위로 출발한 김인경(29)은 최종 라운드 내내 미소를 머금었다. 그야말로 경기를 즐기는 자의 모습이었다. 16번홀,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홀컵 2m에 붙인 뒤 가볍게 버디를 낚는 순간 카메라를 향해 더 환하게 웃었다. 대회 11번째 한국인 우승을 확정 짓는 버디 퍼팅이었음을 직감한 듯했다. 이날 버디만 8개를 쓸어 담으며 4라운드 합계 21언더파로, 2위 렉시 톰프슨(22·미국)을 4타 차로 제쳤다. 시즌 2승. 유소연(27)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LPGA 다승 대열에 합류했다. 김인경이 ‘잃어버린 전성기’를 되찾고 있다. 2012년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통한의 ‘30㎝ 퍼트’ 실수로 다 잡은 우승컵을 놓친 뒤 길고 긴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2013년 KIA 클래식과 2014년 포틀랜드 클래식 등에서 잇달아 연장전 패배를 맛보자 주변에서는 ‘30㎝ 트라우마’를 걱정하곤 했다. 얼굴엔 그늘이 졌다. 그러나 골프장 밖에서는 ‘독서광’과 ‘기부 천사’로 자신을 살찌우고 어려운 이웃을 챙겼다. 골프 선수의 황금기인 20대 중반이 그렇게 지나갔다. 시간이 약이었을까. 2016년 10월 마침내 LPGA 투어 레인우드 클래식에서 길고 길었던 우승의 갈증을 확 풀어냈다. 트라우마를 우승으로 극복하는 데 4년 남짓이나 걸렸다. 지난 6월 숍라이트클래식 우승으로 지난해 우승이 운이 아니었음을 알렸고, 이번엔 ‘제2의 전성기’임을 당당하게 예고했다. 김인경은 하루 8타를 줄인 비결을 묻자 “정말 모르겠다. 특별히 기대하지도 않았다”며 웃었다. 마음을 비운 ‘무심함’이 비결이라는 얘기다. 또 “이번 우승으로 확실하게 자신감을 얻었다. 대회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지만 코스에 적응하고 정보를 숙지하는 게 잘 치는 비결이다. 더 많은 기회를 잡겠다”고 남은 시즌 각오를 밝혔다. 한편 지난주 US오픈 챔피언 박성현(24)은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공동 6위에 올랐다. 김효주(22)와 양희영(28)이 나란히 11언더파 273타로 공동 13위에 자리했다. 2015년 챔피언 최운정은 9언더파 275타로 공동 20위였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5년 만에 용기 낸 성폭행 신고 외면한 경찰 조만간 징계

    5년 만에 용기 낸 성폭행 신고 외면한 경찰 조만간 징계

    5년 전 전남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뒤늦게 용기를 내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불성실하게 처리한 경찰공무원들이 징계를 받는다. 전남경찰청은 5년 전 전남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관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담당 경찰관을 이 같은 내용으로 감찰 조사했으며, 조만간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라고 19일 밝혔다. 피해자 A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11월 5일 ‘182 경찰 민원 콜센터’를 거쳐 관할 경찰서 담당자에게 “딸이 고교 시절인 5년 전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A씨의 어머니가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잘 알지 못하자 담당 경찰관은 피해자가 직접 경찰서에 방문해 진술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서울에 거주하는 딸이 트라우마로 전남에 돌아오길 거부하자 경찰관이 별다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고, 그렇게 통화는 허무하게 끝났다. 범죄 혐의점이 있으면 사건 접수를 유도하고 수사했어야 하는데 경찰 자체 조사 결과 당시 담당 경찰관들은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면담하는 등 2차 상담을 유도하지도, 주거지와 가까운 병원 해바라기 센터(성폭력피해자 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하도록 안내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경찰청은 이들의 행위가 직무태만, 성실의무 위반, 범죄수사규칙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울경찰청도 A씨가 직접 182 전화를 한 적이 있다는 진술을 토대로 신고 거부 사례가 있었는지 조사했으나, 전화 또는 대면 접촉을 통해 경찰관과 범죄 피해 상담이나 신고 접수를 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A씨는 당시 심한 충격으로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고, 뒤늦게 경찰 상담을 시도했으나 수사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결국 지난해 12월 22일 A씨가 서울 도봉경찰서에 직접 방문해서야 수사가 시작됐다. A씨는 도봉경찰서가 2011년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수년 만에 해결한 점 때문에 이곳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봉경찰서는 특수강간 혐의 등으로 피의자 B씨를 구속하고 함께 사건 현장에 있었던 6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B씨 등은 2012년 전남의 한 모텔에서 당시 여고생이었던 A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현장에는 B씨를 포함해 남성 6명과 A씨를 모텔로 데려간 여자친구 1명이 함께 있었다. 강성복 전남경찰청장은 “담당 경찰관이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책임에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면서 “범죄 관련 상담 자체도 기록으로 남기고 단계별로 보고하도록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고] 우리 만화 치유를 위한 처방전/원수연 만화가·웹툰협회장

    [기고] 우리 만화 치유를 위한 처방전/원수연 만화가·웹툰협회장

    최근 국회에서 원혜영, 정병국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만화를 사랑하는 20대 국회의원 모임’(만사모) 발족식과 만화 진흥에 관한 법률(만진법) 개정을 위한 만화·웹툰 산업 정책 토론회가 함께 열렸다. 경기 부천시장 재임 시절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전신인 부천만화정보센터를 만들었던 원 의원이나 19대 국회 때인 2012년 11월 설립된 만사모 모두 만화계의 우군들이다. 이들과 함께 한 토론회는 만진법이 제정된 뒤 5년 만에 만화계가 한자리에 모여 한목소리를 낸 자리였다. 영화진흥위원회를 모델로 한 만화진흥위원회 설립의 구체적인 방안, 만화·웹툰 작가들에 대한 합당한 저작권 보호와 사회적 안전망 구축, 지역 만화와 웹툰 산업의 균형 발전 등 그간 만화계가 갖고 있던 고민들이 이 자리에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만진법이 생긴 뒤 만화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부 예산만 해도 이듬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는 100억원을 넘어선다. 2000년대 초 3억원을 간신히 웃돌던 시절에 비하면 괄목할 만하다. 웹툰 산업도 날로 성장했다. 인터넷 만화 서비스 플랫폼만 현재 40여개에 이른다. 웹툰을 포함한 만화 작가는 5000명, 스태프 등 만화 창작에 종사하는 인구는 1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무엇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9대 국회 만사모 회원이다. 그가 2013년 문화예술진흥법에 만화를 포함하는 개정안을 주도한 것은 만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만화·웹툰이 유사 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음에도 만화인들은 만화진흥위원회 도입을 전제로 한 만진법 개정을 외치고 있다. 이는 지난 100여년간 지속된 상처와 트라우마에서 기인한다. 1909년 6월 2일 이도영 화백의 대한민보 삽화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우리 만화는 일제강점기와 군사정권 시대를 거치며 불량식품이나 유해 매체의 하나로 취급되는 등 진흥은커녕 규제와 감시의 대상이 돼 왔다. 1997년 청소년보호법이 제정되면서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대표적인 분야로 지목돼 온갖 탄압과 사회적인 모욕을 견뎌야 했다. 우리 게임 산업이 정부 규제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것과 같이 만화·웹툰 산업도 한순간에 고사할 수 있다고 만화인들은 우려한다. 절정의 호황기 이면에는 기본 인건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화료, 과도한 노동 시간, 콘텐츠의 불법 유통, 심의 규제 등이 도약의 발목 잡고 있다. 만화 대학들은 대부분 지역에 소재하고 있지만 만화·웹툰 창작 인프라는 수도권에 집중된 불균형도 해결돼야 한다. 성인 웹툰 플랫폼이 늘어나며 자율규제위원회 도입도 더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긴급 현안이다. 불공정 관행을 없애기 위한 표준 계약서의 법제화, 만화창작 인력 실업 급여(고용보험) 내지는 공제조합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현안들은 국가 주도형 진흥 체계로는 해결이 요원하다. 만화진흥위원회 설립을 핵심으로 한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면 우리 만화·웹툰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류 콘텐츠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만화진흥위는 청소년보호법의 악몽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전이다.
  • 9년째 ‘단타’만 친 개미들…2400 호황기도 ‘남의 일’

    9년째 ‘단타’만 친 개미들…2400 호황기도 ‘남의 일’

    코스피가 최근 전인미답의 2400 고지를 밟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개미’들은 울상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째 코스피에서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주가 상승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루한 ‘박스피’(박스권+코스피) 장세를 겪으면서 지수가 조금만 올라도 바로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단기 투자 전략을 쓴 탓이다.●개인 주식보유 비중 11%P 하락 16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코스피는 전날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치보다 5.14포인트(0.21%) 오른 2414.63으로 장을 마쳤다. 올해 코스피는 6년 넘게 이어 온 박스권을 뚫은 데 이어 빠른 속도로 2300선, 2400선을 넘어섰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2009년부터 지난 14일까지 코스피에서 약 46조 2595억원을 팔아치웠다. 연간 기준으로는 9년 연속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순매도를 기록했다. 증시가 호조세를 보인 올해에도 연초부터 지난 14일까지 4조 602억원어치를 매각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89조 826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2011년, 2015년을 빼놓고는 순매수세를 보였다. 그사이 코스피에서 개인 투자자의 주식보유 비중은 2009년 31.0%에서 2013년 19.7%까지 떨어졌지만 외국인 비중은 같은 기간 32.7%에서 35.2%로, 기관 비중은 12.5%에서 17.1%로 상승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금융위기 당시 주가 폭락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으면서 손실이 회복되면 바로 주식을 팔고 시장을 뜨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코스피의 사상 최고가 행진을 주도하고 있는 주체도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연초부터 지난 14일까지 코스피에서 10조 6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코스피에서 5조 400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다가 지난달 들어서야 월 단위로 순매수로 돌아섰다. 지난 5월 코스피가 2300선에 안착하는 등 지수 상승폭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미 지수가 많이 올라온 상태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뒤늦게 급히 올라탄 상황이라 자칫 ‘꼭지’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중·소형주 위주 투자 크게 빛 못봐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수익은 초라하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급등한 지난 2개월간(5월 8일~7월 13일) 개인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수익률은 4.4%에 그쳤다. 외국인(8.6%)이나 기관(10.6%)의 절반 수준이다. 올 초부터 지난 5월 4일까지 기관과 외국인 수익률은 각각 17.6%, 17.7%였지만 개인 투자자는 심지어 마이너스 수익률(-4.1%)을 나타냈다. 개인들이 주로 투자하는 중·소형주가 올해 상승장에서 크게 빛을 보지 못한 탓이다. 올해 대형주(코스피 시가총액 1~100위) 지수 상승률은 22.0%로 코스피 상승률(19.2%)을 웃돌았다. 반면 중형주(시총 101~300위)는 8.8%, 소형주(시총 301위 이하)는 2.2%에 불과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개인들 역시 싼 종목만 찾는 대신 기관들처럼 기업 가치와 현재 주가 사이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등을 따져 투자를 하거나 정부 정책에 따라 중소형주 수혜 기대감이 올라가면 개인 투자자들의 수익률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갈등설 진화 나선 홍준표·정우택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탄핵 때 얼마나 비겁하게 대처했는지, 보수 우파 전체가 어떻게 농락당했는지 처절하게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대여(對與) 투쟁을 놓고 입장 차를 보였던 정우택 원내대표와의 갈등설은 “혁신 중 잡음은 과정일 뿐”이라며 그간 엇박자 행보를 원내외 역할 분담에 따른 견해차로 규정했다. 홍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에서 냉정하게 탄핵 백서를 만들고 연이어 있었던 대선 패배 백서를 만들겠다”며 “다시는 그런 비겁한 행동이 나오지 않도록 스스로 결속하고 탄핵 때 당신은 어땠나, 대선 때 어땠나 하는 내부 비난은 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또 거듭 불거진 지도부 불화설에 대해서는 “혁신 과정에서 일부 일어나는 잡음은 하나의 과정일 뿐 싸움이나 갈등은 절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정 원내대표도 “전당대회가 끝나고 나니 저와 홍 대표를 어떻게든 갈라치기 하려고 한다”면서 “우리는 갈라치기에 절대 현혹되지 않고 힘을 합쳐서 같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대표 간 신경전은 인사청문회,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등 국정 현안에 이견을 보이며 시작됐다. 홍 대표는 당 안팎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한편 최측근을 당내 요직에 앉히며 이른바 ‘친홍(친홍준표)체제’ 구축을 마쳤다. 특히 당을 총괄하는 사무총장 자리에 충청권 3선 의원인 홍문표 의원을 임명했다. ‘친박(친박근혜) 세력 청산’과 ‘바른정당 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홍 신임 사무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비박계 중진으로 바른정당을 창당했다가 대선 직전 홍 대표의 손을 잡고 장제원, 권성동 의원 등과 복당한 인물이다. 전략기획부총장으로 임명된 김명연 의원은 지난 대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으로 홍 대표를 수행한 대표적인 친홍 인사다. 공동 대변인으로 임명된 강효상 의원은 미디어본부장을 맡아 홍 대표의 TV 토론을 책임졌다. 전희경 의원은 대변인으로 홍 대표를 보좌했다. 여의도연구원장에 내정된 김대식 동서대 교수 역시 지난 대선 때 홍 후보의 수행단장 역할을 했다. 홍 대표의 측근 인선은 2011년 ‘홍준표 트라우마’의 영향으로 보인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직을 맡았던 홍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디도스 사건을 책임지라는 친박계의 ‘흔들기’에 임명 5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시리아 내전보다 치안불안 사망자 더 많은 나라, 브라질

    시리아 내전보다 치안불안 사망자 더 많은 나라, 브라질

    치안이 불안한 나라에선 소지품과 함께 입술도 조심해야겠다. 브라질에서 한 여성이 길에서 입술을 도둑맞았다. 물론 입술을 빼앗기기 전 여성은 소지품도 몽땅 빼앗겼다. 최근 벌어진 사건이다. 이름과 나이가 공개되지 않은 이 여성은 집 근처에서 2인조 강도를 만났다. 폐쇄회로(CC) TV에 찍힌 화면을 보면 2인조 강도는 사거리에서 자동차를 타고 급히 모퉁이를 돌아 정지한다. 여자가 걸어가는 걸 보고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아무런 낌새를 알아채지 못한 여성은 평소처럼 걷다가 사거리 모퉁이에서 갑자기 출현한 강도들과 마주친다. 강도들은 여자의 양쪽 팔을 잡고 소지품을 턴다. 약간은 몸부림을 치면서 저항하는 듯한 모습이 보이지만 건장한 강도들에게 여자는 가진 것을 모두 빼앗겼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상황은 그때 벌어졌다. 2명 강도 중 하나가 갑자기 여자를 끌어안으면서 입을 맞춘 것. 소지품과 입술까지 빼앗은 강도들은 달려가 세워놓은 자동차에 올라 현장에서 사라졌다. 현지 언론은 CCTV에 찍힌 사건을 보도하면서 피해자를 인터뷰했다. 얼굴을 노출하지 않은 피해여성은 “갖고 있던 걸 모두 빼앗은 뒤 강도 중 한 명이 키스를 해달라고 했다”면서 “응하지 않았지만 강제로 입을 맞추고 도망갔다”고 말했다. 그는 “강도를 만난 것도 충격이지만 입술을 빼앗긴 건 정말 트라우마로 남았다”면서 “이제까지 이렇게 큰 트라우마를 겪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브라질의 치안불안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브라질의 민간단체 ‘공공안전포럼’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브라질에선 27만8000명이 살해됐다. 하루에 160명, 9분마다 1명꼴로 국민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은 “같은 기간 시리아 내전에서 발생한 사망자보다 브라질에서 치안불안으로 사망한 사람이 더 많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연극리뷰] ‘프로즌’, 진정한 용서란 가능한 걸까

    [연극리뷰] ‘프로즌’, 진정한 용서란 가능한 걸까

    제목만큼 관객을 얼어붙게 만든다. 쉽게 답변하기 힘든 질문 앞에 관객을 내내 세워 놓는다. 인간은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진정한 용서는 가능한 것인가. 상실감과 트라우마는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는가.연극 ‘프로즌’은 어린 자녀를 잃은 엄마, 어린 시절 학대에 시달렸던 살인자, 범인을 분석하는 정신과 의사의 삶을 교차하며 인간 정신의 심연을 훑는다. 1980년 10살 소녀 로나는 할머니 집에 가던 길에 실종된다. 엄마 낸시는 20년간 아이를 찾아 헤매고 그러는 사이 가정은 서서히 무너진다. 폐허가 된 삶의 터전에서 위태롭게 서 있는 낸시는 로나가 실종된 그해, 집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망연자실한다. 범인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사이코패스 랄프. 랄프의 정신 상태를 분석한 정신과 의사 아그네샤는 정상적이지 않은 뇌를 가진 랄프의 행위가 범죄가 아닌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친구 남편과의 불륜의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그네샤 내면에 숨겨진 트라우마가 드러난다. 어느 날 낸시는 랄프를 직접 만나 그를 용서한다. 하지만 랄프는 낸시와의 만남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고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극 중 “가끔 세상은 당신의 뒤통수를 치고는 원하지 않는 곳으로 당신을 데리고 갑니다”라는 대사처럼. 의외의 결과를 빚은 낸시의 위로는 과연 용서였을까 아니면 복수의 또 다른 이름이었을까. 극단 맨씨어터 창립 10주년 기념작인 이번 공연은 2015년 초연 당시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영국 극작가 브라이오니 래이버리의 작품으로 2004년 토니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호평을 받은 화제작이다. 맨씨어터와 지속적으로 호흡을 맞춰 온 김광보 연출가가 초연에 이어 이번 공연에서도 연출을 맡았다. 특히 이번 작품에선 무대와 조명을 최대한 단순하게 설치해 극한으로 치닫는 극단 대표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가 더욱 빛을 발한다. 어린 딸을 잃고 극한의 심리 갈등을 겪는 로나의 엄마 낸시는 맨씨어터의 대표이자 배우인 우현주가 맡았다. 연쇄 살인범이자 아동학대를 경험한 소아성애자 랄프는 초연 배우인 박호산, 이석준과 더불어 이번에 합류한 신인 배우 이창훈이 번갈아 연기한다. 여러 작품에서 존재감 있는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 정수영은 양심의 가책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연쇄 살인범을 연구하는 정신과 아그네샤로 분한다.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5만원. 1577-3363.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월드피플+] 친부모 학대 받던 소년 구해준 뒤 입양한 경찰

    [월드피플+] 친부모 학대 받던 소년 구해준 뒤 입양한 경찰

    부모의 학대를 받던 8살 소년을 구출한 뒤 자신의 아들로 입양한 경찰관의 이야기가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CBS 등 미국 현지 언론의 2일자 보도에 따르면 중남부 오클라호마주의 경찰관 조디 톰슨은 2년 전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그곳에서 존을 처음 만났다. 당시 8살이었던 존은 친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극심한 영양실조 및 트라우마를 앓는 채로 발견됐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존은 손이 묶인 채 온 몸이 흠뻑 젖어있었고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톰슨은 “존을 처음 봤을 때, 이보다 더 끔찍할 수는 없다고 느꼈다. 매우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고, 아이를 위해 그 다음날 아침까지 병원 침대 맡에 앉아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이 아이는 내가 곁에 있어야만 안전할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래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상의도 없이 존의 양아버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톰슨은 존이 병원에서 퇴원하자 곧장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아내인 제니와 그들의 자녀들은 존의 가족이 되어주고 싶다는 톰슨의 뜻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톰슨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동학대죄로 감옥에 간 존의 친어머니가 존의 친동생을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 아이까지 입양하기로 결심한 것. 지난해 8월, 존의 친부모가 양육권과 친권을 포기한다는 서류에 서명한 뒤 존은 정식으로 톰슨의 아들이 됐다. 그리고 감옥에서 태어난 존의 동생에 대한 입양 소송도 현재 진행 중이다. 톰슨은 “존은 전 과목 성적이 모두 A인 우수한 학생이자 표창장을 받을 정도로 바르다”면서 “지금까지 내가 만난 아이 중 가장 강건하고 놀라운 아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30년 지나도록 공포에 잠 못드는···엄마는 형제복지원 생존자입니다

    30년 지나도록 공포에 잠 못드는···엄마는 형제복지원 생존자입니다

    고등학생인 이모(16)양은 초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어머니 박순이(46)씨가 미웠다. 어머니가 어린 시절 겪었던 그 ‘고통스러운 경험’을 알기 전까지는. 이양이 초등학생이었던 시절, 어머니가 매일처럼 술을 마시는 모습이 이양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박씨는 술을 마시면 항상 울었다. 딸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싫었다.하지만 이양이 중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인 2014년 박씨는 ‘형제복지원’에서 겪었던 끔찍했던 일들을 딸에게 털어놨다. 이양은 어머니가 9살 때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끌려가 7년 동안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던 시절의 일들을 듣게 됐다. 박씨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 생존자 중 한 명이다. 이 사건은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대표적인 인권 유린 사건이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정부는 시민들을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연행하고, 복지원은 시민들을 감금해 국가의 방조 아래 강제 노역뿐만 아니라 구타·학대·성폭력·암매장·살인 등 인권 유린을 자행했다. 이 사건으로 최소 513명이 희생됐다. 1980년 삼청교육 과정에서 사망한 54명의 열 배에 가까운 숫자다(‘형제복지원 사건 개요’ 바로가기). 형제복지원이 어떤 곳이었고, 그 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알게 되면서 이양은 그제야 어머니의 행동을 이해하게 됐다. 그것은 트라우마였다. 피해 생존자들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 공포의 기억 속에서 살고 있다. 구타 후유증으로 중증 장애에 시달리거나 우울증,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자들도 적지 않다. 지금도 벽을 보고 못 자요, 누가 잡아갈까봐… “엄마는 지금도 많이 힘들어하세요. 그 때 있었던 일로 악몽을 꾸시곤 합니다. 허공을 보면서 ‘살려달라’, ‘그러지 마세요’ 등의 말씀을 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속으로 안쓰럽고, 똑같이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박씨는 지옥에서 벗어난지 30여년이 지났지만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박씨는 어디를 가든 항상 뒤를 돌아보고 간판 등을 눈여겨 본다.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방에서 잠을 잘 못 자요. 밖에서 누가 지켜보는 것 같아요. 또 벽을 보고 잠을 못 자요. 누군가가 덮칠 것 같아서요.” 경남 문산읍에서 살았던 박씨는 9살 때인 1980년 부산에 있는 오빠 집에 가기 위해 부산진역에 갔다. 역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 가까이였다. “역에서 가만히 있으면 오빠가 데리러 올 테니 어디 가지 말고 있어라”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그에게 경찰관 한 명이 다가왔다.“파출소 아저씨가 말을 걸데요. 오빠 어디 사냐고 해서 부산에서 밧데리 가게 한다고 그랬더니 “오빠 오면 데려다줄 테니 같이 가자” 하더라고. 그래서 같이 갔죠. 파출소에서 순댓국인가 국밥을 먹고 잠시 잠들었는데 막 깨우는 거예요. 일어나보니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양쪽에 화장실 환풍기만 한 문만 쪼그맣게 있는 차가 파출소 앞에서 서 있는데 우리더러 다 타라고 하더라구. 그걸 타고 한 20~30분 갔나? 갑자기 쿵쿵 소리가 나면서 철문이 열리고 다 내리라데. 그러곤 한 줄로 세워가지고···.” 사과 없는 국가 이양이 형제복지원 사건을 알게 된 지 3년이 지났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지는 30년이 흘렀다. 하지만 가해자인 국가는 그동안 아무 사과도 없었다. 이양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도 이렇게 마음이 안 좋은데 직접 그런 일을 당하시고, 지금 이렇게 ‘특별법’을 하시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라고 2일 말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알려진지 30년이 지나도록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역대 문민 정부 모두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그러자 국회가 나섰다. 현재 20대 국회에는 ‘형제복지원 특별법안’(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 규명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끝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이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진상 규명 이후에 피해자와 그 유족에게는 피해의 정도 등을 고려해 보상금, 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 주거복지시설 등을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이 사건은 박정희 정부 때인 1975년 12월에 발령된 ‘내무부 훈령 제 410호’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당시 ‘부랑인’이라는 인위적인 개념을 만들어 ‘사회 정화’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을 단속하고 강제로 구금했다. 전두환 정부 때도 유지됐던 이 훈령은 6월 항쟁 직전인 1987년 5월 폐지됐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의 의미를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주윤정 박사는 ‘부랑인’을 만들어 사회적 편견을 조장하던 통치 방식이 “독재 체제의 핵심적인 국가 관리 방식으로 인식됐다”고 설명했다. 박정희·전두환 정부는 모두 군사 쿠데타 행위로 집권했다. 민주적 정당성을 완전히 결여한 통치 권력이 집권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동원한 방식은 ‘적’을 규정해 국민적 불안을 조성하는 일이었다. ‘부랑인’이라는 개념 역시 국가가 만들어낸 적이었다.국가가 위임하고 방조한 폭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는 이 문제를 ‘국가 폭력’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주 박사는 이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이 문제가 국가 폭력의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 것은, 명목상의 폭력 주체가 국가가 아닌 ‘형제복지원’이라는 민간의 재단 법인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사인들 간의 관계로 규정되고, 국가로서는 방치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가가 위임하고 방조한 폭력’이었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 박사는 “자의적인 사적 폭력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행사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주 박사와 함께 형제복지원 사건을 연구하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팀은 형제복지원에서의 인권 침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목들을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부랑아’, ‘부랑인’ 단속이라는 명목 아래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더구나 불충분한 법적 근거로) 단속하여 시설에 강제수용한 것 ▲시설 수용 업무(때로는 단속 업무까지도)를 사적인 권력에 무분별하게 위탁하여 국민의 생명과 권리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것 ▲사적 권력에 위탁한 시설 운영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감독의 의무조차 다 하지 않음으로써, 수용시설 내의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실질적으로 묵인·방조한 것 ▲1987년 형제복지원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강제수용되어 있던 사람들을 어떠한 물질적·제도적 지원 없이 퇴소시킴으로써 이들의 생명과 인권에 대한 책임을 또 다시 방기한 것 ▲행정부, 사법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지금의 국가정보원) 등의 국가권력 집단이 1987년 당시 형제복지원 사건의 수사 과정을 방해하고, 진상을 체계적으로 은폐한 것 위 사실들은 그동안 피해 생존자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으로 밝혀질 수 있었다. 한종선(41)씨가 2012년 5월~2013년 2월 국회 앞 1인 시위를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의 실상을 알리고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을 쓰면서 숨죽이고 살던 많은 피해 생존자들이 어렵게 자기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 노력은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대책위는 그동안 정보공개청구와 현장 방문, 피해 생존자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확인했다. 지금까지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토론회와 피해자 증언대회 등을 여러 차례 열어 이 사건이 ‘또다시’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그러나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망자가 더 있을 수 있고, 형제복지원이 사망자의 시신을 어떻게 인계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또 형제복지원이 1987년 6월 폐쇄된 이후 일부 원생들을 어느 시설로 보냈는지도 베일에 싸여 있다. 앞서 언급한 의문들은 규명돼야 하는 과제들의 일부에 불과하다. 서울대 연구팀은 “내무부 훈령이 제정된 구체적인 배경, 이 훈령이 일선 경찰 조직까지 전달되어 실제 단속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는 현재로서는 없다”면서 “내무부(지금의 행정자치부)나 경찰 조직(경찰청)을 통해 단속 업무와 관련하여 위에서 하달된, 혹은 아래로부터 보고된 내용들을 보여주는 문서들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피해 생존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대선 전인 지난 4월까지 서울 도심에서 23차례 열린 ‘촛불 집회’ 때마다 ‘형제복지원 특별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진행했다. 지난달 27일 총 8060장의 서명 운동 용지가 국회에 전달됐다. 이제는 국회가 답을 할 차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식민 굴욕 겪은 조선인, 무의식에 남은 ‘불안’

    식민 굴욕 겪은 조선인, 무의식에 남은 ‘불안’

    식민지 트라우마/유선영 지음/푸른역사/388쪽/2만원 조선 사람들은 식민지라는 공동체에서 치욕스러운 역사를 경험한 ‘레 미제라블’(비참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일제와 서구 열강에 의한 굴욕이 일상화되면서 자존감, 인격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정체성을 부정당하는 끔찍한 시간을 견뎌야 했다. 식민 지배 경험이 아니었다면 겪지 않았을 정신의 상흔은 민족과 역사의 심연에 켜켜이 쌓여만 갔다. 과연 식민지 경험이 조선인들에게, 현재 한국 사회에 남긴 상처는 얼마나 깊은 것일까.신간 ‘식민지 트라우마’는 식민 지배를 정치적 억압, 경제적 착취, 사회적 불의의 역사가 아닌 민족이 겪은 ‘감정’들로 이루어진 역사로 바라본다. 장기간 모욕과 폭력에 노출된 조선인들은 논리가 결여된 복합적인 감정에 사로잡혔다. 일본의 근대성을 접한 뒤 일본인을 경외하게 된 조선인들은 어쩔 수 없는 힘의 차이를 자각하면서 스스로 약자, 야만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만다. 그리하여 근대성은 과거, 전통, 역사를 부정하고 파괴하면서까지 힘써 도달해야 하는 맹목적인 목표가 되기에 이른다. 자기 주도권을 상실하고 모욕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이민족을 향해 분노와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인이 조선인을 개돼지처럼 여기듯 조선인들은 중국인을 업신여기고 홀대했던 것이다. 이처럼 비교를 통해 우위를 확인하는 나르시시즘은 조선인들이 살아가는 힘이었기 때문이다. 또 그들은 양복을 입고 영화를 보고 영자신문을 주머니에 꽂는 등 서양 문물을 숭배하며 자기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근대성에 대한 트라우마는 결국 근대성의 성취를 통해서만이 치유될 수 있었던 현실적 한계 탓이다. 저자는 각종 신문과 잡지, 책 등의 자료에서 얻은 구체적인 사례를 수집해 식민지 당시의 다양한 풍경을 꼼꼼히 그려낸다. 저자는 그간 우리가 미처 몰랐던 식민사회 조선인의 생생한 민낯을 바라보는 일은 현재를 직면하기 위한 통과의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은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난 후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빠른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성취했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불안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과 식민주의에 맞선 사상가인 프란츠 파농이 식민지의 민족문화를 복원하는 것이야말로 완전한 탈식민화라고 했듯이 저자는 식민지민의 피부 밑에 서린 감정을 온전히 파악해야 한국 사회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테니스] 비너스 윌리엄스 78세 남성 숨진 교통사고에 연루

    [테니스] 비너스 윌리엄스 78세 남성 숨진 교통사고에 연루

    테니스 스타 비너스 윌리엄스(38·미국)가 78세 남성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자동차 사고에 연루됐다.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 경찰 대변인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교차로에 진입하던 윌리엄스 차량이 린다 바슨이 몰던 자동차와 접촉 사고를 냈으며 옆자리에 앉아 있었던 남편 제롬이 사고 트라우마를 지속적으로 호소하다 병원으로 옮겨진 바슨은 2주 뒤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BBC가 29일 전했다. 연예 매체 TMZ가 처음 폭로했는데 관련 보도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윌리엄스의 잘못도 있다고 보지만 그녀의 변호인은 사고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 매체가 입수한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비너스의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 사고를 유발했다고 진술했다. 보고서에는 “(윌리엄스가 다른 이의) 주로를 침범하는 잘못을 범했다”면서도 약물이나 알코올, 또는 손전화 때문에 사고가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일곱 차례나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한 윌리엄스는 경찰에게 자신은 부부의 자동차를 보지 못했으며 자신의 차 속도도 느렸다고 주장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윌리엄스의 대변인 말콤 커닝험은 CNN에 전달한 성명을 통해 “윌리엄스는 녹색 신호가 켜져 교차로에 진입했다. 경찰 보고서는 바슨의 차가 들이받았을 때 그녀의 차 속도는 시속 8㎞ 밖에 되지 않았다고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국이 그녀에게 교통위반 딱지를 발급하지 않았다. 불행한 사고이며 윌리엄스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윌리엄스는 다음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윔블던 테니스대회에 10번 시드를 받고 출전하는데 생애 20번째 대회 출전이며 자신의 일곱 차례 메이저대회 우승 가운데 다섯 차례를 이 대회에서 기록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홍콩 청년 3.1%만 중국인 정체성 가져”

    “홍콩 청년 3.1%만 중국인 정체성 가져”

    홍콩 반환 20주년을 앞두고 최근 세계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홍콩의 18~29세 젊은이 가운데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인식하는 이가 3.1%에 불과하다는 조사가 바로 그것이다. 경제적으로는 합쳐지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더 멀어져가는 중국과 홍콩의 현실을 나타내고 있다.이 여론조사를 실시한 곳이 홍콩대 산하 ‘민의연구계획’이라는 여론조사 기관이다. 홍콩 여론조사 기관은 대부분 대학이 운영해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민의연구계획이 가장 대표적인 기관이다. 1991년 설립 이후 줄곧 민의연구계획을 이끌고 있는 로버트 청 소장을 서울신문이 28일 만나 홍콩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로버트 소장은 홍콩대 정치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2008년 중국정부 신뢰도 가장 높아 민의연구계획은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인 1990년대 초반부터 홍콩인들의 정치·사회·경제적 의식 변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사해 왔다. 로버트 교수가 소개한 많은 조사 그래프는 일정한 흐름이 있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홍콩 시민이 중국을 가장 긍정적으로 바라봤을 때가 2008년이라는 사실이다. 18~29세의 젊은층이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인식한 수치가 가장 높았을 때도 2008년 6월(29%)이었다. 이 시기 홍콩인들의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54.9%였고,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에 대한 신뢰도 51.6%로 역시 역대 최고치였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로 로버트 교수는 그해 5월 발생한 쓰촨 대지진을 꼽았다. 로버트 교수는 “당시 홍콩에서는 중국을 도와야 한다는 여론이 뜨거웠다”면서 “홍콩인들이 기꺼이 기부금을 내면서 민족적 동질감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비극을 공유하면서 회복된 민족적 동질감은 그해 8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자긍심으로 승화됐다. 그러나 로버트 교수는 “지금 중국이 우주정거장까지 건설했지만, 이에 자긍심을 느끼는 홍콩 젊은이들은 거의 없다”면서 “중국과 홍콩의 화학적 결합은 결국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아파하는 심리적 융합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중장년층는 톈안먼 사태의 트라우마 홍콩인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크게 4개 시기로 구분됐다. 1997년 반환 이전에는 중국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으로 온갖 지표들이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막상 반환된 이후에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이행과 고도의 자치가 안착되면서 홍콩인들이 중국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중국과의 동반 경제성장, 쓰촨 지진, 올림픽, 미국 금융위기 등이 있었던 2005~2010년은 모든 지표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최근 5년에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시진핑 주석의 지지도가 중국에선 압도적이나 홍콩에선 최악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로버트 교수는 “지금이 1997년 반환 당시의 공포감보다 훨씬 심각하다”면서 “중국에 대한 불신과 공포는 세대별로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은 2014년 우산혁명 강제 진압을 보며 중국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접었지만, 중장년층은 우산혁명보다는 1989년 톈안먼 사태의 트라우마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로버트 교수는 “홍콩의 중장년층은 우산혁명 강제 진압보다 훨씬 심각했던 톈안먼 시위의 무력 진압을 목격했다”면서 “중국 공산당은 반대자를 언제든 응징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의 실체와 실력을 알기 때문에 청년층처럼 덮어 놓고 중국을 반대하고 독립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교조주의·리더십 부재로 혁명 실패 로버트 교수는 홍콩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금융중심가를 79일 동안 점거했던 우산혁명을 실패로 규정했다. 홍콩인에게 자주적인 의식을 심어준 계기가 됐으나, 그로 인한 사회 분열과 민주화 동력 소진이 더 뼈아프다는 것이다. 우산혁명의 실패 원인으로 로버트 교수는 지도부의 교조주의와 리더십 부재를 꼽았다. 그는 “지도부는 직선제라는 제도에 매몰돼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 의식을 잃어 버렸다”면서 “중국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다수 현실론을 포용하지 않고 반대 의견을 가진 이를 적으로 규정하면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타협 없는 운동 세력은 현실성이 전혀 없는 ‘홍콩 독립’이라는 깃발을 들었으며, 이는 더 큰 통제와 억압을 불러오고 있다는 게 로버트 교수의 진단이다. ●홍콩의 가치 인정해야 중국도 산다 로버트 교수는 “중국과 홍콩엔 앞으로 5년이 가장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일국양제와 고도자치를 약속한 50년이 5년 뒤면 반환점을 돌기 때문에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로버트 교수는 특히 “홍콩의 난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중국의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집권 2기를 맞는 시 주석이 권력 강화에 매진했던 1기 때와는 다른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톈안먼 사태를 재평가해야 홍콩 중장년층이 마음의 문을 열 것이며, 중국이 군사적·경제적 굴기를 넘어 보편적인 인권과 자유를 확대해야 홍콩 청년층이 중국을 신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교수는 “자유와 법치라는 홍콩이 쌓아 올린 가치는 중국에 위협이 아니라 중국이 세계에서 존경받는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자산”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진짜 위기는 경제 침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자유와 개방성의 축소에서 오며, 홍콩의 가치가 위기를 맞을 때 중국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 사진 홍콩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39.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39.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

    “별다른 이유 없이 사랑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이 세상에서 내가 이해하지 못할 일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는데, 막상 별다른 이유 없이 헤어지고 나니 왜 지구는 자전 따위를 해서 밤이라는 걸 만들어 나를 뜬눈으로 누워 있게 만드는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 김연수 ‘달로 간 코미디언’ 중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 왔다. 곧 불쾌지수 최대의 ‘지끈지끈’ 열대야는 오겠고, 밤 잠 못 이루는 사람도 많아질테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은 마법 같은 사랑에 빠졌는데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은 꼭 열대야 때문인가. 근 7년 만에 다시 읽은 소설에서 ‘왜 때문에 지구는 자전 따위를 해서…’에 꽂힌 나는 사랑의 열병에 잠 못 이룬 날이 언제냐고, 취재를 시작했다. ◆ ‘너무너무 설레서 잠이 안 와’는 언젯적 얘기냐고? 먼저 사랑 때문에 설레서 잠이 안 온 경험을 물어봤더니 다들 오후 2시의 회사원 같은 표정을 지었다. (오후 2시가 아닌데도 그랬다.) “옛날 얘기라…”, “처음 여자 만날 때?” 등의 반응이 대다수였다. 어느 고릿적 얘기를 하느냐는 투였다. 특히 남자들이 더 그랬다. 그러나 매번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연애를 하는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비교적 최근 그런 일을 겪었다. 나로 인해 ‘달뜬’ 기운에 잠 못 이루는 누군가를 보는 일은 너무너무 행복했다. 당시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답게, 매번 우리는 오래 통화를 했다. 그리고 새벽 1시가 넘어 잠에 들려는데, 자기는 안 잘 거라고 했다. “왜?” “잠이 안 와~” 그러면 그는 내가 잠든 새 내 SNS를 통해 그가 모르던 나의 과거를 하나하나 복습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면 그가 보낸 카톡이 몇십 통이었다. 10분~15분 간격의 카톡 속에는 “우리 동네도 왔었네?”, “이 사진 너무 이쁘다~” 등의 코멘트가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밤을 꼬박 지새운 기록에 놀라 “헉, 안 잤어?” 하려는 찰나, “안녕!” 이라는 메시지가 먼저 떴다. 아침 나절까지, 카톡 속 숫자 ‘1’이 지워지기만을 고스란히 기다렸던 거다. 그리고 그가 매일 같이 보내는 기프티콘으로 커피를 사서 기분 좋게 출근하자마자, 자리에 왕창 다 쏟고는 나는 정녕 울 뻔 했다. 그랬던 시절이 불과 지금으로부터 1년도 지나지 않은 일이다. ◆ ‘차여서’ or ‘차서’…그게 중요해? 역시나 사랑 때문에 밤을 지새웠다는 이들의 주요한 대답은 ‘차였을 때’였다. 차여서 잠 못 이뤘을 때의 심정을 구구절절한 글로 남긴 바 있다는 취미는교환특기는환불(30·여)의 당시 심경을 한 토막 살펴보자. “새벽 한 시가 넘어 자리에 누운 뒤 4시간여를 뒤척거렸다. 반대로 돌아누워도 보고 이불을 걷어차도 보고 친구가 두고 간 ‘맨큐의 경제학’ 서문을 읽기도 했다. 잠을 자기 위한 노력의 가짓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아직도 잠들지 못 했다는 초조함과 왜 나는 불면증인가에 대한 분노가, 뜨겁고 홧홧한 기운이 배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화끈거리는 기운 때문에 그나마도 올 듯 말 듯 했던 잠기운이 달아났다.” 글만 봐도 온갖 불면증이 내게로 몰려 오는 것만 같다. 후암동전세난민(34·남)은 “차였을 때보다 찼을 때 더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차이면, 뭔가 행동을 해 볼 여지가 있잖아. 상대방에 전화를 한다든가, 집 앞에 찾아가서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든가. 근데 차면,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어. 진즉 마음 정리가 된 상태가 아니면. 먼저 저질러놓고서 다시 되돌리기엔 좀 그렇고. 머릿속으로 생각만 많은 거지.” ‘그럴거면 헤어지자는 말을 말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누군가는 맘에도 없는 겁박성 이별 멘트를 날리기도 하고, 해놓고서 왕왕 후회하는 경우도 있으니 무작정 전세난민을 뭐라 할 처지는 누구도 못 될 것이다.  ◆ “나는 네가 도무지 납득이 안 가~” 결국에는 ‘차여서’ 혹은 ‘차서’라는 팩트 자체는 불면에 별 영향을 못 준다. 지독히도 잠 못 이뤘던 지난 한 달에 대해 털어놓은 납뜩이안가(31·남)에게서 약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엇다. 납뜩이는 정말로 ‘납뜩이 안 가’서 한 달간을 핏발 선 눈으로 다녔다고 했다. 납뜩이는 ‘애시당초 이상형도 아닌 여자애가, 엄청 들이대길래’ 결국은 그에 굴복해 사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납뜩이의 레이더망에 그녀의 카톡창 속 ‘○○오빠’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친한 오빠라 그러는데, 왠지 쌔~한 거 있잖아.” 납뜩이는 직접적으로 추궁하는 대신, ‘○○오빠 찾아 삼만리’에 나섰다. 그 때부터 납뜩이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시작됐다. 납뜩이는 온갖 인맥을 동원해 ‘○○오빠’를 아는 사람을 찾아냈다. 그의 SNS도 털었다. 그 결과 ‘○○오빠’의 여자친구와 자신의 여자친구가 같은 사람임을 알게 됐다. 그러나 선뜻 여자친구를 추궁하지 않았다. “내가 거기서 추궁하면 그냥 ‘오빠, 미안해’하고 끝날 거 같은 거야. 그게 싫었어. 뭐가 뭔지 제대로 알고 싶었어. 양다린지 환승인지 뭔지. 지가 먼저 들이대서 사귀게 된 건데 대체 뭔지!” ‘세상 최강’ 집요한 납뜩이는 ’썸 탈 때부터’ 그녀와 나눈 카톡을 하나하나 복기하는 한편으로 그와 그녀의 SNS를 하나하나 대조해봤다. “나한테는 회식이라고 했던 날, 알고 보니 그 남자애랑 여행을 갔고 그렇더라고~” 퍼즐 조각이 다 맞춰질 무렵, 한 통의 ‘페메(페이스북 메시지)’가 날라왔다. “저 아시죠?” 삼자대면 끝, 그녀에게는 ‘○○오빠’가 먼저였으며 매번 새로운 사람을 찾아 헤메는 그녀의 레이더망에 걸린 이가 본인인 것을 알게 됐다는 납뜩이. 납뜩이는 그 사랑 때문에 절망하거나 분노하지는 않았다곤 했지만, 그 뒤로도 납득이 안 가는 상황에만 봉착하면 “얘 양다린가?” 하는 의심을 달고 산다고 했다. 연애를 밥 먹듯 하는 것처럼 보였던 납뜩이에게도, ‘트라우마’라는 게 생겼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에 대한 대답 납뜩이의 말에 십분 공감하는 것이, 결국 찼거나 차였거나가 중요한 게 아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그 기분이 결국 그네들을 잠 못 이루게 한다. 나 또한 밤을 새서 사랑을 속삭이고, 멀쩡한 커피를 쏟던 ‘달뜬 기운’은 오래 가지 못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그를 다그친 결과, 돌아온 대답은 ‘미안해’였다.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미안해’ 사이 사이, 현관 비밀번호 4자리를 누르는 ‘또또또또’ 소리가 명징하게 들려왔다. 밤새 사랑을 말하던 그가 어떻게 하루 아침에 ‘안녕’을 말할 수 있는지, ‘미안해’와 ‘또또또또’는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그 밤, 나는 그 의미를 찾느라 밤새 뒤척거렸다. 그 밤, 벽지 무늬를 손 안 떼고 그리기를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지금에 와서, 밤새 사랑을 말하던 그와 ‘또또또또’하며 ‘미안해’를 말하던 그는 같은 인물이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그것들은 각각의 또 다른 진심이었다는 것도. 진심이 아니라면 다음 날 출근을 앞두고 그런 짓은 절대로 못 했을 테니까. 그래서 “지금 사랑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는데, 내일은 또 어떨지 모르니까요”(김금희의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 중)라는 말은 차라리 솔직하다. 연애를 좀 해 본 사람들의 연애는, 그런 걸 인정하는 데서 온다. 물론 그걸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억만겁년의 간극이 있겠지만. 매 순간 진심이지만, 진심이 바뀔 수도 있음을 주지하는 것. 사랑에 속지 않는 자세다. ※ ‘꾸역꾸역’ 걸어온 슬러시가 다음 주면 40회를 맞는다. 또 한번 독자 여러분들의 사연을 받는다. 궁금한 연애 얘기를 보내 주시면, 나름으로 열심히 취재해 알려드리겠다. 그저 그런 ‘연못(연애 못하는 사람)’들의 해법일지언정, 혼자 하는 고민보다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함께 고민해줄 많은 연못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저 포함. 아래 메일 주소로 사연을 보내 주시라.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철저히 사적인 기사로 보아주시면 좋겠다. 애초부터 통계나 전문가 코멘트를 인용한 기사를 바라지 않았다. 지인들이 제시해주는 해법이나, 그들의 얘기들로 채웠다. 개인들의 문제를 사회적 이슈화시키지 말라는 댓글을 보았는데, 개인적 고민도 나누면 머리를 맞대면 더 나으리라 생각한다. 언제나 그랬듯 (마음만은) 매주 화요일 찾아온다.
  • 얼굴에 황산테러 당한 伊미녀모델, 직장 복귀

    전 남자친구로부터 얼굴에 황산 테러를 당한 이탈리아 출신의 미녀 모델 제시카 노타로(28)의 근황이 전해졌다.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는 노타로가 치료 후 직장이었던 리미니에 위치한 아쿠아리움으로 복귀해 사육사로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적인 충격을 안긴 그녀에 얽힌 사연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녀는 전 남자친구 조지 에드슨 타바레스에게 끔찍한 황산 공격을 받아 한쪽 눈을 실명한 것은 물론 얼굴 일부를 잃어버렸다. 특히 그녀는 지난 2007년 미스 이탈리아 결선까지 오를 정도의 빼어난 외모를 가져 이에 대한 충격은 더욱 컸다. 이후 노타로는 몇 차례 성형수술로 얼굴 윤곽은 회복했지만 외출을 할 때면 커다란 숄로 얼굴을 감추고 다닐 정도로 여전히 육체적, 정신적 충격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노타로는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나의 힘? 여기에 있다"면서 자신이 관리하는 바다사자를 가리켰다. 곧 테러로 인한 육체적 상처와 트라우마를 동물을 통해 극복하고 있음을 알린 것이다. 그녀의 용기있는 행동은 지난 4월 방송을 통해 공개돼 세상에 큰 울림을 남겼다. 당시 방송 사회자는 “불편하다면 숄로 계속 얼굴을 가리고 있어도 된다”고 했지만 노타로는 “벗는 게 좋겠다”면서 카메라 앞에서 숄을 걷어내 얼굴을 드러냈다. 노타로는 “옛 남자친구가 내게 한 짓을 봤으면 좋겠다”면서 “(사랑한다면서 이같은 테러를 자행하는 건) 결코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여성폭력을 추방하자고 간절히 호소했다.    한편 노타로는 한때 타바레스와 동거까지 했으나 폭력성을 드러내자 결별했다. 하지만 타바레스는 집요하게 그녀의 주변을 떠나지 않으며 스토킹하다가 결국 황산테러까지 저질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생지옥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생지옥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상식이 통하는 이 사회에서 지금 현재까지도, 저는 사람 같은 사람으로 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최승우씨가 지난 23일 직접 손으로 쓴 편지의 첫말이다. 최씨는 30여년 동안 가슴 속에 꼭꼭 숨겨둔 이야기들을 A4 용지 3장에 걸쳐 풀어냈다. 그는 “제 삶은 14살(만으로 13살) 아이에서 멈춰져 있다”고 토로하며 자신의 삶이 중학교 1학년 시절에 멈춰진 사연을 아래와 같이 소개했다.“1969년도에 부산에서 태어나 여느 아이들처럼 어머니의 손에서 곱고 예쁘게 자랐습니다. 그런 아이가 1982년 3~4월의 어느 날 중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파출소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무섭게 생긴 경찰관이 (중략) 아무런 이유없이 ‘형제복지원’이란 곳으로 보내버렸습니다.” 당시 순경은 최씨를 파출소로 데려가더니 무작정 최씨의 가방을 뒤졌다. 가방 안에서는 빵과 우유가 나왔다. 순경은 “어디서 훔쳤노? 훔친 거 다 안다. 바른 말 해라!”라고 겁박했다. 하지만 빵과 우유는 당시 학교에서 급식으로 받은 것이었고, 나중에 배고플 때 먹기 위해 가방에 넣어둔 것이라고 최씨는 울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하지만 순경은 최씨의 말을 믿지 않고 “훔친 것 아니냐”고 끝까지 몰아세웠다. 마지막에 가서는 라이터를 켜더니 최씨의 바지를 벗겨, 라이터를 최씨의 성기에다가 갖다 대면서 “바른 말 해라!”라고 소리쳤다. 순경의 고문이 너무 아파 최씨는 “제가 훔쳤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순경은 어딘가에 전화를 했고, 조금 있다가 탑차가 한 대 도착했다. 순경이 최씨를 강제로 태운 차가 도착한 곳은 부산 북구 주례동 산18번지에 있던 사회복지시설 ‘형제복지원’이었다. 최씨의 삶의 무대가 생지옥으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최씨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 생존자 중 한 명이다. 이 편지를 받을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최씨는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이 편지를 다른 피해 생존자들의 편지와 함께 문 대통령에게 오는 27일 띄울 예정이다. 1987년 1월 원장인 박인근(지난해 사망 당시 85세)씨의 구속으로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지 올해로 30년째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정부는 시민들을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연행하고, 복지원은 시민들을 감금해 국가의 방조 아래 강제 노역뿐만 아니라 구타·학대·성폭력·살인 등 인권 유린을 자행했다(‘형제복지원 사건 개요’ 바로가기).신한민국당(신민당)이 1987년 발표한 ‘부산 형제복지원 신민당 진상조사 보고서’(신민당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당시 복지원에 수용된 인원만 최소 3164명이었고, 12년 동안 최소 513명이 희생됐다. 1980년 삼청교육 과정에서 사망한 54명의 열 배에 가까운 숫자다. ●감옥보다 더한 지옥…“차라리 교도소에 갔으면” 군대식 체제로 운영된 복지원의 일상은 “감옥보다 더한 곳”이었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차라리 교도소에 가는 게 낫겠다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다. 아래는 지금까지 신민당 보고서와 일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알려진 복지원의 인권 유린 행위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85.5. 입소한 강모씨 경우 눈이 찢어지고 소변에서 피가 나올 만큼 복부 구타(를 당해). 그는 이러한 폭행으로 50여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함.” (신민당 보고서)“신입소대에서 처음 사람이 죽는 걸 봤습니다. 조장들이 신입 한 명을 담요에 싸가지고 조장부터 소대장, 서무가 합세를 해서 사람 하나를 그냥 지근지근 밟아버리더라구요. 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혈기 왕성한 사람인데 눈이 휙 뒤집어지더니 동공이 하얗게 되고 입에서 거품이 질질 나오는 게 죽은 거 같았습니다.” (*최승우씨)“노인들, 쉽게 얘기해서 좀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나 장애인은 그 안에서도 더 힘들었어요. (중략) 똥오줌 싸면 소대장이 머리채를 끌고 가요. 화장실 그 세멘 바닥으로 끌고 가갖고 그냥 찬물을 부어버려. (중략) 그것도 그냥 비누칠을 해서 닦아주면 모를까, 마포(걸레)에다 슈퍼타이를 부어가 엉덩이고 어디고 비벼요. 정말 못됐어요.” (*박순이씨)“중등부소대 시절에 악명 높은 소대장이 하나 있었어요. 그 사람이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들을 밤에 잘 때 강간했어요. 한두 명한테만 그런 게 아니라 거의 매일 돌아가면서요.” (*이향직씨) 하지만 사건이 알려진지 30년이 지나도록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역대 문민 정부도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의 여준민 사무국장은 27일 “정부가 1975년 발령한 내무부 훈령 제410호와 신민당 보고서, 당시 경찰이 불법 체포한 시민을 복지원에 넘길 때 작성한 신병인수인계서 등으로도 이 사건의 국가 책임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해 생존자들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 공포의 기억 속에서 살고 있다. 구타 후유증으로 중증 장애에 시달리거나 우울증,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81년 수용돼 7년 동안 복지원에 갇혀 지낸 임영택씨는 “지금도 저는 공권력의 트라우마, 폐쇄된 공간의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지만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도 경찰을 보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피하고, 숨고 그렇게 살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의 무관심과 편견도 피해자들이 복지원의 악몽에서 못 벗어나는 이유다. 1983년부터 5년 동안 복지원에 감금됐던 고요환씨는 “한창 배워야 할 시기에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았다. 배운 것이 없어서 직장에 다녀본 적이 없다”면서 “복지원 출신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가정을 이루지 못하였으며, 또 다시 버림받을까 두려워 지금까지도 외롭게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부끄러워 숨겨왔던 기억, 이제는 그나마 한종선씨가 2012년 5월~2013년 2월 국회 앞 1인 시위를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의 실상을 알리고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을 쓰면서 숨죽이고 살던 많은 피해 생존자들이 어렵게 자기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 노력은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실종자·유가족 모임’(이하 피해자 모임)과 대책위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피해자 모임과 대책위는 토론회와 피해자 증언대회 등을 여러 차례 열어 우리 사회가 이 사건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알리고 있다. 여 사무국장은 “박정희·전두환 정부의 권위주의 통치 시절 가난하고, 연고가 없고, 장애가 있는 사람을 돕고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시민들을 불법 감금하고, 감금한 시민들의 인권을 짓밟은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면서 “이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면 이와 유사한 성격의 인권 침해 사건들을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형제복지원 특별법안’(내무부 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 규명 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이 법안은 진상 규명과 피해자 구제를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진상 규명 이후에 피해자와 그 유족에게는 피해의 정도 등을 고려해 보상금, 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 주거복지시설 등을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해자 모임과 대책위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토론회를 진선미 민주당·추혜선 정의당 의원 및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공동 주관한다.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형제복지원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27일 국회에서 열리는 이 토론회에는 피해 생존자들이 참석해 그들이 겪었던 참상을 직접 증언할 예정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토론회를 통해 피해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이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살펴보고 사건과 관련한 쟁점들을 정리한 뒤에 인권위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님, 저희들의 외침을 들어주세요” 피해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문 대통령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은 변호사 시절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자격으로 신민당의 조사 작업에 참여한 인연이 있다.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4월 국회에서 열린 피해자 증언대회에도 참석했던 문 대통령은 당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진상 규명을 철저하게 하지 못했다. 그런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다. 부끄럽기도 하다”면서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이라도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과 피해 실태들이 낱낱히 파헤쳐 지고, 당시에 고통받은 사람들이 국가로부터 제대로 보상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현 정부가 저지른 잘못은 아니지만, 군사독재 정권 때 있었던 일이라 할지라도 우리나라의 역사적 적폐였고, 그 적폐들이 저질러 놓은 국민의 피와 눈물, 아픈 역사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대승적 차원에서 끌어안아 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살아남은 아이’ 한종선씨의 편지글 중 일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구술 기록집 ‘숫자가 된 사람들’(형제복지원구술프로젝트 지음, 오월의 봄)에서 등장하는 피해 생존자들의 증언 내용을 일부 수정·인용. ●용어설명 내무부 훈령 제410호 1975년 12월 15일에 발령된 훈령으로, 이름은 ‘부랑인의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다.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사회정화 작업’의 일환으로 적용된 이 훈령은 ‘일정한 정주가 없이 관광업소, 접객업소, 역, 버스터미널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거나 통행하는 곳과 주택가를 배회하거나 좌정하여 구걸 또는 물품을 강매함으로써 통행인을 괴롭히는 사람’을 ‘부랑인’으로 따로 규정했지만 사실상 모든 시민이 정부의 단속 대상이 됐다.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저장강박’ 일상을 파괴하다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저장강박’ 일상을 파괴하다

    지난 5월 서울 노원구의 한 단독주택에서 40대 남성이 쓰레기 더미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계량기 검침을 위해 폐지 등을 치우다가 주변 쓰레기 더미가 무너지면서 당한 참변이었다. 60대 어머니는 폐지를 모아 고물상에 파는 것으로 소일했는데, 사건 당시에는 폐지 시세가 낮아 한동안 집안에 모아두었다. 하지만 몇몇 기사에 따르면 단순히 폐지를 모아 고물상에 파는 정도가 아니었다. 집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어떤 곳은 2∼3m 높이로 폐지가 쌓여 있어 항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저장강박’ 증세가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노원구가 ‘저장강박가구 환경개선사업’을 벌여 집을 청소했는데, 한 집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소소한 물건조차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제법 많은데, 위의 모자 사례처럼 극단적인 경우도 적지 않다. 그 생생한 사례를 담은 책이 바로 ‘잡동사니의 역습’이다. 1947년 미국 뉴욕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하나 터졌다. 눈이 멀고 거동마저 불편한 형 호머 콜리어를 돌보던 동생 랭글리 콜리어는 의좋은 형제였는데, 어느 날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사건은 온갖 잡동사니에서 비롯됐다. 랭글리는 자신이 차곡차곡 쌓아둔 신문 더미가 무너지는 바람에 질식사했고, 동생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형 호머는 굶어 죽었다. 온갖 잡동사니 때문에 집안으로 진입하는 일조차 힘들었고, 결국 형제의 시신도 몇 주가 지나서야 수습됐다. 당국이 수거한 쓰레기양은 무려 19t이었다. 어린 시절 껌종이를 버린 친구와 절교한 아이린은 성인이 되어서도 잡동사니를 모으느라 남편과 결별했다. 잡지를 유독 좋아했던 데브라는 스스로를 “잡지 보관인”이라고 불렀는데, 세상의 모든 잡지를 모으는 것이 유일한 삶의 목표였다. 저장강박의 강도는 점차 커졌는데 “누구의 손때도 묻지 않고 구겨지지도 않은 원본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 거의 모든 잡지를 3부씩 구입했다. 아이린과 데브라가 고전적인 저장강박 증세를 보였다면, 파멜라는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저장강박 증세를 보여준다. 50대인 파멜라는 젊은 시절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영화 기획자였다. 나름 명성도 있는, 화려한 삶을 구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고양이 200여 마리와 함께 살며, 이웃에 민폐를 끼치는 중년일 뿐이다. 온 동네 고양이들이 파멜라 집으로 몰려들면서 배설물 등으로 인해 이웃의 민원이 폭주했지만, 파멜라는 고양이 저장강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저장강박 증세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잡동사니의 역습’에는 5살 때부터 가족과 친구의 물건을 빌려와 돌려주지 않는 에이미 사례도 등장한다.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약간의 저장강박 증세를 보인다. 저마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저장강박의 원인으로 ‘과거의 트라우마’를 지목한다. 부모의 무관심, 거절의 기억, 성폭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이 기억의 끈을 놓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트라우마일 수도 있지만 현대의 저장강박은 위의 모자 사례에서 보듯, 생활고에 의한 저장강박일 가능성이 크다. 폐지를 모으기 위해 길거리를 배회하는 노인들이 적잖은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저장강박은 고쳐야 할 병이 분명하다. 냄새 나고 보기 싫다고 타박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도 작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우리 이웃임을 기억해야 한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 [커버스토리] 공무원 1만 2000명 채용, 文대통령님 이것만은 꼭!

    [커버스토리] 공무원 1만 2000명 채용, 文대통령님 이것만은 꼭!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소방관·교사 등 공무원 증원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공무원 사회가 들썩인다. 앞서 새 정부는 소방관·경찰·사회복지사·교사 등 국민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 1만 2000명을 올 하반기 추가 채용하겠다고 공약했다. 특정 직군의 만성적 부족 현상에 일자리 창출을 민간에만 맡길 수 없다는 새 정부의 절박함이 더해져 ‘공직자 증원’으로 표출된 셈이다. 현직에 있는 당사자 공무원들은 과연 어떤 기대와 우려로 바라보고 있는지 직접 들어봤다.#소방관 “증원과 공상 인정 함께 가야” 만 3년째 일한 서울 서대문 소방서 최동욱(37) 소방사(9급)는 “3교대 근무를 이어 가는 형편이라 증원 소식은 가뭄에 단비 같다”고 했다. 최 소방사는 “매일 구조현장에서 크고 작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동료가 정신지원 상담과 공상 진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더 시급하다”고 쓴소리도 했다. 119 구급대에서 일한 최씨 역시 변사체의 부패한 냄새, 화재 사망자를 수없이 접하며 받은 정신적인 충격이 여전하다. 하지만 그는 “저를 포함해 트라우마가 생겼는지조차 모르는 채 지내는 동료가 허다하다”고 했다. 많은 소방관이 다양한 형태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지만, 도움을 청할 여유나 지원환경은 턱없이 부족하다. ‘공상 처리’도 마찬가지다. “분초를 다투는 출동 과정에서 부상당하는 경우도 많지만, 서류제출이 번거롭다 보니 웬만한 부상은 그냥 내 돈 내고 진료받는 게 더 빠르고 편하다”고 덧붙였다. 화상이 많은 소방직 역시 전문병원이 절실하다는 게 일선 소방관들의 바람이다.#경찰 “인력 늘리고 정서 치료도 병행해주길” “범죄현장에서 용의자를 제압하려면 체력을 키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면 여가도 조금 있어야 하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김현종(53) 경감은 “대부분의 현장 요원들은 교대 근무, 밤샘수사 등 불규칙한 생활과 긴장상태 누적으로 스트레스가 크다”면서 새 정부의 경찰인력 확충을 환영했다. 경찰청의 지난 5년간 경찰관 사망통계를 보면 자살자는 106명으로 순직자 83명을 훨씬 웃돌았다. 김 경감은 “가장 큰 원인은 ‘우울증’으로 보면 맞을 것”이라면서 “박봉에 시달리며 고도의 긴장 속에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쓰러지는 동료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교통·여성청소년 부서는 더 위험하거나 피곤한 보직”이라며 충원 우선부서로 꼽았다. 그는 “운동도 하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만 더 늘어난다면 정서적 안정을 찾아 치안에 더욱더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교사 “학생 수는 계속 감소, 무턱대고 교사 정원 늘린다니” “실상을 제대로 알고 충원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교육부가 오는 2022년까지 유아·특수·비교과 교사 1만 6900여 명의 증원안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보고한 이후 일선 교사들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경기도 A고의 B(54·익명 요구) 교사는 “초·중·고 교사 기존 증원규모 1만 2900명과 이번 교육부안을 합치면 내년부터 5년간 총 2만 9800명이 늘어나는 셈”이라면서 “출생률 감소로 학생수도 계속 줄어드는데 무조건 적인 증원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들에게 지급할 1조원 이상의 예산 부담도 결국 대중영합주의에 따른 혈세 낭비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 시절 과밀학급 문제가 제기되자 경기 고양시는 관내 거의 모든 학교에 추가 건물을 지었으나 지금은 교실이 남아돈다. B교사는 “오히려 교과 전문·특수 교사 위주의 충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어 교사는 매주 20~22시간 수업을 하지만 진로상담 등 비교과 교사는 10시간 미만 또는 수업이 아예 없어 갈등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예술고 연극영화 전공 교사는 최근 부산에서 3명 뽑은 게 전부일 정도다.#사회복지사 “전담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지길” “인력이 충원돼도 혹독한 감정노동 환경이 그대로라면 의미가 없습니다.” 서울 중구청 사회복지 6급인 이수정(52·여) 복지지원과 팀장은 “소외계층과 교감하고 사회 일원으로 끌어내는 게 사회복지사 업무의 핵심인 만큼 충분한 인력은 필수적”이라고 호평했다. 여성이 많은 직군 특성상 일·가정 양립과 고용단절, 출퇴근이 불규칙한 근무 환경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팀장은 그러나 “인력을 충원한다고 해도 사회복지사를 자원봉사자쯤으로 인식하는 기초수급자나 장애인, 독거어르신 등이 변화하지 않으면 감정노동으로 인한 고통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복지 수요자들에 대한 교육과 관련 정부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이 늘어난 만큼 사회복지 전달체계도 보조를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늘어난 아동학대 전담 인력 확대라든지, 한부모·다문화 가정 담당자 양성이 필요하다”면서 “정기적인 충원 계획이 절실하고, 임기응변식으로 뽑으면 오히려 사회복지 서비스가 저하한다”고 경고했다. 사회복지사 내부에서 보직을 돌리기보다 전담인력으로 양성해 달라고도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사설] 康 장관 임명 강행으로 협치의 문 닫혀선 안 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어제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았다. 후보에 지명된 지 28일 만이다. 문 대통령은 강 장관의 인사청문 보고서를 재송부 기한까지 국회가 채택하지 않자 임명을 강행했다. 휴일에도 임명을 밀어붙인 것은 청와대가 그만큼 외교 현안의 급박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미 첫 정상회담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자유무역협정(FTA), 주한미군 주둔비 인상 등 급히 꺼야 할 발등의 불이 여럿이다. 다음달 초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도 열린다. 이런 중요 일정을 외교 수장 없이 치를 수는 없는 형편이다. 손익계산을 했겠지만 강 장관의 임명 강행으로 청와대는 또 납덩이를 짊어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밀어붙일 때와 대응 논리는 이번에도 같았다. 자질 논란의 흠집보다는 정책 역량을 중시하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한다면 문제 없다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80%를 웃돌고 있다. 청와대로서는 여론이 든든한 ‘백’일 것이다. 그렇다고 눈앞의 현실은 외면하고 보고 싶은 것만 봐서는 곤란하다. 야당에서는 강 장관 임명 여부를 협치와 소통을 가름하는 마지노선이라고 청와대에 한두 번 으름장을 날린 게 아니었다. 당장 강 장관이 임명되자 야당은 청와대의 인사 실패를 공격하며 대응 수위를 높인다.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겠다는 분위기마저 내비치고 있으니 협치는커녕 급랭 정국은 불 보듯 빤하다. 그끄저께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자격 논란에 결국 자진 사퇴했다. 불법 혼인신고 전력을 청와대가 알고도 밀어붙였다는 의심이 깊다. 안 후보는 문 대통령이 직접 챙겼다고 소문났던 인사다. 그런 이가 어이없이 낙마했는데도 청와대는 사과는 고사하고 변명 한마디가 없다. 이쯤 되면 인사 참사라는 혹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지 여론은 분별력도 없다고 청와대가 얕잡아 보는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위험천만한 오산이다. 안 후보의 갑작스런 사퇴에 어안이 벙벙한데, 일언반구 없이 청와대의 강 장관 임명식은 화기애애해 보였다. 그런 ‘마이웨이’가 국민 눈에 곱게만 비칠지 돌아보길 바란다. 협치의 시동도 걸기 전에 정국이 꼬여만 가서는 안 된다. 할 일은 태산인데 인사로 발목 잡힌 청와대의 심정이 오죽 답답할지 이해는 된다. 그렇더라도 일방 독주는 해법이 아니다. 우리에게 독주 정치의 트라우마가 크다는 사실은 문 대통령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당장 김상곤 교육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도 자질 논란에 안갯속이다. 야당의 정치 공세를 운운하기 전에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의 인사 여과 장치부터 완전히 손봐야 한다. 협치의 발목을 잡는 훼방꾼은 적어도 지금은 야당이 아니라 구멍 뚫린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