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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발 전혀 다른데 결과는 흡사” 아크릴 겹바른 두 작품전 눈길

    “출발 전혀 다른데 결과는 흡사” 아크릴 겹바른 두 작품전 눈길

    참 묘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결과물은 엇비슷하다. 아크릴 물감을, 적게는 수십번, 많게는 수백번 겹쳐 올린다. 단순해 뵈지만 제작하는 데는 품이 제법 든다. 투명에 가까울 정도로 얇게 바르고,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바르기를 반복해야 한다. 시간에다 재료비가 만만찮다. 한 작가는 “마누라가 비싼 물감 이렇게 많이 들이는 작업을 왜 하느냐고 해요.”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리고, 다른 작가는 “남편이 산업디자인을 하느라 쇳가루와 나무가루를 풀풀 날려대서 작품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며 투덜거리는 이유다. 수십, 수백개의 얇은 색깔이 겹쳐져 있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위치나 주변 사물, 조명 같은 조건에 따라 색깔이 미묘하게 변한다. 해서 실제 눈 앞에 두고 요모조모 뜯어보는 재미가 적지 않다. 결과물은 이처럼 엇비슷한데, 접근법은 전혀 다르다. 거창하게 동·서양이라 해도 되고, 망원경과 현미경이라 해도 되고, 관조와 분석이라 해도 되고, 명상과 과학의 차이라 해도 된다. 6월 3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 학고재갤러리 두 곳에서 ‘스케이프 드로잉’전을 여는 김태호(59) 작가의 출발점은 경기 파주시 법흥리 경모공원이다. 실향민들이 조금이라도 고향 가까이 묻히기 위해 조성된 묘역이다. 작가도 장인이 묻혀 있어서 가 볼 기회가 있었는데, 기분이 묘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보겠다고 모였는데, 정작 보이는 건 묘역 뒤 푸른 하늘뿐이다. 실향민들의 수많은 생각이 겹쳐지면 결국 하늘빛이 될까. 해서 작가는 그 모든 풍경들을 겹쳐서 그리기 시작했다. 한 캔버스 위에다 이 색으로 바람도 그리고, 저 색으로 나무도 그리고, 다른 색으로 강도 그렸다. 그리고 최종은 녹색톤으로 마무리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녹색빛이 감도는 가운데 밑에서는 다양한 색이 우러난다. 15일부터 7월 1일까지 서울 통의동 갤러리시몬에서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전을 여는 최선명 작가의 출발점은 빛은 파동이라는 과학적 사실, 그리고 인상파화가 클로드 모네다. 인상파는 빛에 민감했던 화가들이다. 모네는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일과에 따라 변하는 빛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들을 화폭에다 담았다. 작가는 그게 그 시절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그 변화하는 모습을 모두 하나의 화면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해서 그리는 대상은 노을지는 하늘 같은 풍경들인데 어슴프레한 것이 약간 헷갈린다. 작가는 색이 내는 파장을 고려해 가면서 일일이 단계별로 그렸다고 한다. 그러니까 차츰 저물어 가는 시간을 한 화면에 담아 버린 것이다. 미니멀, 모노크롬 화풍에 대한 일종의 변주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런 접근법의 차이는 다음 발걸음에도 이어진다. 김태호 작가는 그렇게 제작한 작품들을 빈 공간에 여유롭게 툭툭 던져 두는 방식을 택했다. 하얀 전시공간을 있는 그대로 이용하면서 중간중간 널찍한 나무 평상까지 배치해 뒀다. 영문도 모른 채 들어서면 ‘어, 뭐가 전시된 거지. 이거랑 저거는 뭐가 다르지.’ 싶을 정도다. 김 작가는 “전시 제목을 ‘멍 때림’이라고 하려다 말았다.”며 웃었다. 복잡한 깊이가 담긴 그림이지만, 그런 것일랑 신경쓰지 말고 멍하니 보면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3층 전시장에는 아예 물을 채워 넣고, 꽃이나 나무까지 배치하려고 했는데 너무 연극적으로 보일까 봐 그만뒀다고 한다. 최선명 작가는 1층에다 영상작품을 걸어 뒀다. 쌓아지다가 멈춘, 미완성의 바벨탑이 어느 순간 와르르 무너지고 라틴어·히브리어·영어·아랍어가 네 방향으로 갈라지는 장면을 담았다. 이 작품 역시 수학적 계산을 하느라 제작에만 3~4년 걸렸다고 한다. 지금 인간이 보는 것은 모든 민족과 언어로 갈라지는 상황이지만, 신의 눈에 이것은 찰나의 순간일 것이고 언젠가는 한데 모일 것이라는 기원이 담겨져 있다. 빛 속에 숨은 파장을 분석한 뒤 이를 재배치해서 흐르는 시간을 한 공간에 담아내듯, 최초의 분열에서 최후의 통합을 읽어내는 것이다. 소설에 비하자면 일종의 전지적 작가시점인 셈이다. 작가는 성경 말씀까지 인용해 가며 시공간의 응축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김 작가는 세상만사 복잡한 일을 한데 뭉뚱그려 지워버리는 쪽으로 걸어갔다면, 최 작가는 그 뭉뚱그려 지워버린 것 사이에 세상만사 복잡한 일을 치밀하게 배열해 둔 쪽이다. 그러고 보니 금호미술관과 갤러리시몬은 경복궁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앉아 있다. 이것도 묘하다면 묘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자살 징후없어”… 학교, 수개월 방치했다

    “자살 징후없어”… 학교, 수개월 방치했다

    같은 반 친구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끝에 살던 아파트 20층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숨진 경북 영주의 중학교 2학년생 이모(14)군의 자살사건은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이 아무런 실효성이 없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군의 학교에서는 복수담임제 운영, 가해학생에 대한 교내외 봉사활동, 전문상담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쳐 이군의 자살을 막지 못했다. ●담임 ‘특이사항’ 인계받고 안일한 대처 이군이 다닌 중학교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지난 12일 1학년을 대상으로 한 차례 자살예방교육을 실시했다. 다음 날인 13일에는 영주경찰서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범죄예방교육을 실시했다.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자살예방교육은 오는 26일 예정돼 있었다. 이군은 1학년 때인 지난해 5월 24일 영주교육지원청 위(Wee)센터에서 실시한 ‘정서활동발달 선별검사’에서 자살위험도가 높게 나와 ‘주의군’으로 분류됐다. 이군은 상담 과정에서 ‘친구들과 심한 장난을 쳤거나 집에서 의견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은 3차례에 걸쳐 이군의 부모와 함께 병원 상담을 받았으며 8차례에 걸쳐 꽃을 만지며 정서를 안정시키는 원예치료도 받았다. 학교에서는 이후 한 차례 상담을 더 실시했다. 하지만 이외에 이군이 숨지기 전까지 사후관리는 없었다. 담임 강모(36·여) 교사는 지난 3월 중순 이군 등 33명의 반 학생을 대상으로 개별 가정환경, 학부모 문제, 학교폭력 여부 등에 대한 상담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군이 새 학기 들어 두 달 동안 또래 폭력으로 인해 괴로워한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강 교사는 이군의 1학년 담임으로부터 이군이 자살 고위험군 학생으로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계받은 상태였다. 올 초부터 학교 폭력 근절 대책의 하나로 2학년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복수담임제도 유명무실했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이군이 담임 교사와의 상담 과정에서 학교폭력에 대해선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군이 새 학기 들어 특별한 징후가 발견되지 않아 자살 고위험군에서 벗어난 것으로 잠정 판단했다.”고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 한편 이군은 17일 오후 2시 50분쯤 화장됐으며 유골은 운구차량에 실려 학교를 돌며 작별인사를 했다. 학교 측은 전모(13)군 등 가해학생 3명에 대해 출석 정지 조치를 취했다. ●경찰 “폭력·심리적 압박으로 자살” 결론 경찰은 이군이 급우의 괴롭힘에 심리적 압박을 받아오다 자살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경찰은 이군의 유서에 지목된 전군 등 2명이 3월 중순부터 이군이 자살하기까지 한 달여 동안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에 이군의 등을 뒤에서 연필로 찌르거나 툭툭 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또 이군이 그린 그림에 붓으로 물을 뿌리고 전군이 주도하는 모임에 가입할 것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군은 마지못해 이 모임에 지난 12일 가입해 일요일까지 4일 동안 전군 등과 함께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전군 등 2명 이외에 진모(13)군도 이군을 괴롭혔다고 덧붙였다. 진군은 이군과 등하교를 같이 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전군 등은 이군을 괴롭힌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장난으로 했다고 진술했다. 모임도 폭력서클이 아니라 2년 전 초등학교 6학년 때 친한 친구 6명과 어울리며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모임에 지난해 3명, 올해 2명이 더 가입했다. 경찰은 이군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컴퓨터로 주고받은 메일 등을 경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해 분석 중이다. 전군 등이 다른 학생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 밖에 지난해 4월 경북도교육청에서 이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에서 이군 등 모두 7명이 자살 고위험군으로 나타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에 대한 학교 측의 조치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숨진 이군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영주경찰서가 마련한 ‘학교폭력 1만 학생 서명운동’에 서명했으며 이군을 괴롭힌 전군은 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영주 한찬규·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학교폭력 대책’ 발표 넉달만에… 중2 또 투신자살

    학교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던 중학교 2학년이 “같은 반 급우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교 폭력이라는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지 못한 채 이뤄진 학교의 자살 예방교육과 병원의 심리치료 등이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16일 오전 9시 30분쯤 영주중학교 2학년생인 이모(14)군이 경북 영주시 휴천동 한 아파트 1층 현관에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경비원으로부터 연락받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우모(41)씨가 신고했다. 이군은 이날 오전 7시 57분쯤 자신이 사는 아파트 1층에서 20층을 엘리베이터로 올라가 복도에 연필로 적은 메모지 3장 분량의 유서를 놓고 투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군의 유서에는 ‘지난 3월부터 같은 반 친구 A(15)군이 수업시간에 뒤에서 얼굴도 만지고 뽀뽀하려고 했다. 몸에 침을 묻혀 싫었다. (또 다른) 한 명은 진짜 나쁜 놈이다. 수업시간에 뒷자리에서 등을 툭툭 친 뒤 뒤돌아 보면 다른 사람이 한 것처럼 행동하고 미술시간에 붓에 물감을 묻혀 튀기고 교과서를 빌려 보면서 낙서를 했다. 최근에는 그놈이 자신이 만든 무슨 ‘단’이라고 했다. 가입을 하라고 해서 하니 ‘꼬붕’이나 하수인 같아서 싫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유족 측은 ‘아들을 두 번 죽일 수 없다.’며 유서 공개를 거부했다. 경찰은 실명이 적힌 동급생 두 명을 포함, 학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자살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하기로 했다. 경찰과 학교는 “이군은 지난해 5월 학교에서 단체로 실시한 정서행동발달심리검사에서 정서불안 증세 등을 보여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면서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부모와 함께 세 차례 병원을 찾았고, 학교에서도 8차례에 걸쳐 상담 및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군은 지난 12일에도 학교에서 실시한 자살 예방 및 학교 폭력에 대한 학교 전체 교육도 받았다. 교사는 “이군은 평소 말이 적고 성격도 내성적이었으나 예의가 발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교 측이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이군을 좀 더 세심하게 관찰하고 면밀하게 지도했더라면 자살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 영주경찰서장을 팀장으로 23명의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학생과 학부모, 담임 교사 등 학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이군이 자살하는 상황에 이르도록 학교 관계자들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질 경우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영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깔깔깔]

    ●김밥의 몹쓸 위로 김밥과 도넛이 달리기 시합을 했다. 그런데 김밥이 이겨 버린 것이 아닌가. 그러자 도넛은 절망에 빠졌다. 그런 도넛을 위로하기 위해서 김밥이 도넛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너무 실망하지 마, 살다 보면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거지.” 그러자 도넛이 말했다. “치지 마, 설탕 떨어져.” ●난센스 퀴즈 ▶물고기 중에 가장 학력이 좋은 물고기는? 닥터 피시. ▶철새가 겨울에 남쪽으로 날아가는 이유는? 걸어서는 갈 수 없으니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뜻은? 내 오늘 안에 빚갚으리오. ▶호랑이에게 덤벼드는 용감한 개 이름은? 하룻강아지.
  • 세상에 이런 교사가…반친구들 앞에서 男학생 성추행

    중학생이 교사에게 폭행당해 뇌출혈 수술을 받은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교사는 동료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이 학생을 성추행하다 학생이 반항하자 교무실로 불러 폭행했다. 대구경찰청은 지난 5일 오전 대구 달성군 모 중학교 교무실에서 이 학교 신모(55) 교사가 3학년 남모(14)군을 여러 차례 폭행해 남군이 병원에서 뇌출혈로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라고 8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신 교사는 옆 반 학생인 남군이 자신이 담당하는 교실로 학용품을 빌리러 오자 남군의 급소를 발로 툭툭 치며 장난을 걸었다. 신 교사는 남군이 이를 거부하며 반항하자 교무실로 데려가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 교사는 남군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일으켜 세우면서 발로 찼고 머리채를 잡고 벽면의 목재 캐비닛에 부딪히게 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신 교사는 길이 60㎝ 정도의 열쇠 절단기로 남군을 위협하다 주변 교사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신 교사가 남군에게 성추행할 때 여학생도 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남군의 치료가 끝나는 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신 교사를 폭행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신 교사에 대한 감사를 벌여 이날 자로 직위 해제했다. 또 이 학교 3학년 전체 학생에 대한 심리 치료를 위한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남군에 대해서도 병원에서 퇴원하는 대로 학교 적응 프로그램 및 상담 치료를 실시할 계획이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50대 교사, 학생 성추행하다 구타해 뇌출혈

    50대 교사, 학생 성추행하다 구타해 뇌출혈

    중학생이 교사에게 폭행당해 뇌출혈 수술을 받은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교사는 동료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이 학생을 성추행하다 반항하자 교무실로 불러 폭행했다. 대구경찰청은 지난 5일 오전 대구 달성군 모 중학교 교무실에서 이 학교 신모(55)교사가 3학년 남모(14)군을 여러 차례 폭행해 남 군이 병원에서 뇌출혈로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라고 8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신 교사는 옆반의 남군이 자신의 교실로 학용품을 빌리러 오자 남 군의 급소를 발로 툭툭치며 장난을 걸었다. 신교사는 남군이 이를 거부하며 반항하자 교무실로 데려가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 교사는 남 군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일으켜 세웠다 하면서 발로 찼고, 머리채를 잡고 벽면 목재 캐비닛에 부딪치게 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신 교사는 길이 60㎝ 정도의 열쇠절단기로 남 군을 위협하다 주변 교사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신 교사가 남 군에게 성추행할 때 여학생도 보고 있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남 군의 치료가 끝나는 데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신 교사를 폭행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신 교사에 대해 감사를 벌여 이날 자로 직위해제했다. 또 이 학교 3학년 전체 학생에 대한 심리치유를 위한 집단 상담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남군에 대하여도 병원에서 퇴원하는 대로 학교 적응프로그램 및 상담치료를 실시할 계획이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사설] 안철수식 메시지 정치 더 이상 감동없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메시지 정치’가 또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안 원장은 최근 총선을 10여일 앞둔 시점에서 특정 후보들에 대한 지지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민주통합당 인재근 후보(서울 도봉갑)와 송호창 후보(경기 의왕·과천)가 그제 안 원장의 메시지라며 트위터에 공개한 글은 이런 식이다.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김근태 선생과 (부인인) 인재근 여사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내가 아는 송호창은 늘 함께하는 사람이며 온유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한마디로 선거에서 이들을 찍으라는 말과 다름없다. 안 원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박원순 후보에게 지지 편지를 건네는 방식으로 선거를 도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바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전언(傳言) 정치’는 이미 안 원장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대학교수의 정치 참여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학교와 정치판 어디가 주무대인지 국민이 보기에 헷갈릴 정도라면 분명 문제다. 결코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교수와 정치인 사이를 오가며 애매모호한 행보를 거듭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음을 안 원장 자신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끝내 자기류를 고집한다면 그건 불통의 정치요 권위의 정치다. 국민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다. 이제부터라도 타이밍을 살피며 치고 빠지는 양다리 걸치기식 정치를 그만두기 바란다. 안 원장은 며칠 전 서울대 강연에서 “내가 정치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 양당의 정치하는 분들이 긴장을 풀고 옛날로 돌아갈 것이고, 반대로 참여하겠다고 하면 내가 공격대상이 되지 긍정적 발전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다분히 자기중심적인 오만한 발언이다. 기성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기 전에 기회주의적으로 비치는 자신의 정치방식부터 되돌아보기 바란다. 자기희생 없이 정치이상만을 강조하는 것은 공허하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식상함만 안겨줄 뿐이다. ‘정치교수’의 폐해에 대한 국민 감정이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음은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안 원장은 스스로 또 다른 정치 불신의 원인 제공자가 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 현직 부장검사, 여기자 성추행 파문

    최재호(48) 서울남부지검 형사 5부장검사가 출입기자단과의 회식 자리에서 여기자 2명을 잇따라 성추행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자체 진상 조사에 나섰다. 최 부장검사는 지난 28일 오후 10시쯤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술집에서 가진 출입기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해 모 일간지 A기자와 또 다른 일간지 B기자의 허벅지를 여러 차례 쓰다듬고, 얼굴을 손으로 만졌다. 또 “이따 같이 나가자.”는 말도 반복했다. 회식에는 신유철 차장검사와 최 부장검사를 포함해 검사 6명과 기자 10여명이 함께했다. 최 부장검사는 1차 회식이 끝난 뒤 2차 회식장소로 가는 과정에서도 A기자에게 “○○야.”라고 반말을 하며 억지로 손을 잡았다. A기자가 뿌리치자 깍지를 껴서 손을 뺄 수 없도록 했다. 2차 호프집에서는 옆자리에 앉아 A기자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귀 가까이 얼굴을 대며 “같이 나가자.”고 했다. 또 손을 A기자의 허벅지에 올려 놓기를 거듭했다. A기자가 “지금 실수하는 거다. 내일 아침에 나에게 사과하고 싶은 거냐.”고 수차례 항의했지만 최 부장검사의 추태는 계속됐다. B기자 역시 비슷한 추행을 당했다. A기자가 다른 자리로 옮기자 이번에는 B기자에게 접근했다. 최 부장검사는 B기자의 허벅지에 다리를 올린 뒤 B기자가 손으로 다리를 밀쳐내자 어깨에 손을 올리고 머리를 만졌다. 또 “집이 어디냐, 같이 가자. (사무실로) 차 마시러 오라.”는 말도 10차례 넘게 했다. B기자가 “이러지 말라.”며 자리를 피해 앉자 따라와 앉았다. 자신의 다리를 뻗어 발 끝으로 B기자를 툭툭 건드리기도 했다. 또 건배사를 하던 모 방송사 남자기자와 건배를 할 때에는 “넌 어리니까 눈 깔아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리에 있던 기자들은 참다 못해 신 차장검사에게 정식으로 항의했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신 차장검사는 회식 자리를 끝냈다. 이어 “이 자리를 만든 게 애초에 잘못인 것 같다. 이틀만 시간을 달라. 입장을 정리하겠다.”고만 답하고 자리를 떴다. 최 부장검사는 29일 오전 해당 여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술에 취해 내가 한 행동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결례를 저지른 것 같아 죄송할 따름”이라고 사과했다. B기자는 “공식적으로 검사와 기자로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 차장검사도 사과했다. 대검찰청은 최 부장검사를 30일자로 광주고검으로 인사조치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 위해 감찰 조사에 들어갔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경기 중 테이블 먼지 떠는 오상은

    경기 중 테이블 먼지 떠는 오상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후배들이 언제부터 따라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탁구 팀세계선수권에 출전하고 있는 남자 대표팀의 ‘맏형’ 오상은(35·대우증권)의 먼지 떨기 습관은 독일 도르트문트에서도 계속됐다. 28일 새벽 프랑스와의 C조 조별리그 3라운드가 펼쳐진 베스트팔렌경기장. 첫 주자로 나선 오상은은 늘 하던 대로 큰 타월을 휘저어 탁구대 위에 쌓인 먼지를 툭툭 떨어냈다. 테이블 위에 조그만 이물질이라도 있으면 경기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한 일. 그러나 앞선 경기가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먼지가 쌓였을까. 오상은은 경기 중에도 고비마다 주심 옆에 놓인 커다란 통에서 타월을 꺼내 들어 땀을 쓱 닦아낸 뒤 예의 먼지 떨기를 되풀이했다. 사실 먼지를 떠는 건 그의 오래된 습관이다. “심리적으로 긴장 상태에 있을 때 자신을 추스르는 데 도움이 된다. 시간도 버는 방법”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지금은 후배들도 너나없이 따라한다. 심지어 여자 대표팀의 귀화 선수 당예서까지 선배의 습관을 따라 하고 있으니 먼지 떨기는 이제 한국 대표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셈이다. 특별히 규정을 거스르는 건 없다. 그러나 먼지를 떨 때마다 테이블 가까이 앉아있는 심판들의 표정은 잠깐씩이나마 일그러진다. 깨끗하게 닦아놓은 테이블이지만 바로 코앞에서 휙휙 바람을 일으키며 먼지를 일으키는 데야 심판들로서도 유쾌할 리가 없다. 오상은은 라켓을 애지중지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경기 중에도 라켓의 고무판 면을 손으로 만지는 법이 없다. 이것 역시 오래된 습관. 그러나 가장 해묵은(?) 습관은 경기 시작 전 반드시 30분을 채우는 워밍업이다. 그는 후배들에게 ‘준비가 가장 아름다운 선수’로 통한다. 그건 서른 중반을 막 넘어선 지금도 후배들 못지않은 체력과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비결이다. cbk91065@seoul.co.kr
  • 스윗소로우 “시간과 우정, 담금질로 만들어냈죠”

    스윗소로우 “시간과 우정, 담금질로 만들어냈죠”

    단지 목소리 하나만으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낼 줄 아는 감성 충만한 네 남자, 그룹 ‘스윗소로우’(Sweet Sorrow)를 지난달 2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4년 만에 3집 정규앨범 ‘VIVA’를 들고 나온 그들은 서울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다소 들뜬 모습이었다. 스윗소로우는 지난 2일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데뷔 이후 8년 만에 부산, 대구, 대전 등에서 전국 투어 콘서트를 갖고 있다. ‘감성돌’ 스윗소로우만의 감성적인 음악은 물론이거니와 MBC ‘무한도전’과 MBC FM4U ‘정오의 희망곡 스윗소로우입니다’ 등에서 보여준 그들의 재치 있는 입담도 콘서트장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2일부터 3집 앨범 기념 콘서트를 시작하면서 전국투어에 나선다. 스윗소로우의 8년 역사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인호진(이하 인) 그동안 스윗소로우는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데이 등 이벤트 콘서트를 많이 했다. 앨범을 낸 기념으로 전국투어 콘서트를 하는 건 처음이다. 저희를 정말 좋아하는 분들을 모시고 3집 발표회 하는 느낌도 들고, 기대감이 크다. 1, 2집은 물론 3집 노래 또한 잘 녹아든 한 편의 영화 같은 품격 있고 진지한 공연을 만들고 싶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콘서트 만들고 싶어” -송우진(이하 송) 전국투어 콘서트를 하고 싶었는데 여태껏 못했다. 지방 팬들이 왜 지방에선 공연 안 하느냐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드디어 스윗소로우도 지방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 -인 인지도가 떨어지면 지방 유지분들이 안 불러주신다. 하하하. 이번 앨범은 멤버 전원이 모두 작사, 작곡, 편곡과 프로듀싱까지 했다. 공연도 그런식으로 꾸민다. 멤버들이 연출부터 해서 공연 기획사 프로듀서(PD)분들과 함께 만들어간다. 그래서 점점 애착이 더 커진다. →콘서트에서 스윗소로우의 노래 이외에도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나. -송 개그콘서트의 사마귀 유치원을 패러디해볼 생각이다. 제가 쌍칼 아저씨를 맡았다. 하하하. -인 라디오와 음악방송 프로그램에서 보여줬던 모습, 음악을 갖고 유쾌하게 노는 모습을 마음껏 보여드리고 싶다. -성진환(이하 성) 신곡을 단독 콘서트에서 들려드리는 게 참 오랜만이다. 정말 오래 기다리신 분들에게 ‘저희 돌아왔습니다.’라는 인사 성격이 강하다. 지방공연은 특히 데뷔 8년 만에 처음 아닌가. 그래서 너무 설렌다. 오래 기다려준 분들에게 만족스러운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소라, 박명수, 루시드폴 등이 이번 앨범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인맥이 상당한 듯하다. -김영우(이하 김) 서울 콘서트 공연 때 이소라씨는 직접 게스트로 모시기로 했다. 누나가 스윗소로우는 유쾌한 이미지가 있다며 좋아해 주신다. 라디오 진행하실 때 저희가 고정 게스트를 꽤 오래 했는데 그때 친분이 생겼다. -송 박명수 형도 라디오와 무한도전 등을 통해 친분을 쌓았다. 형님이 말은 툭툭 내뱉으시지만 따뜻한 분이다. 피처링 할 때도 타이틀곡 아니면 안 하신다고 했는데 녹음실에서는 정말 성심성의껏 해주셨다. -성 나중에 앨범 나오고 명수형에게 전화드렸더니 ‘어쩌라고. 너네들이 돈 벌려고 앨범 낸 거지. 타이틀은 이소라랑 했더구만.’이라고 하셨다. 말은 그렇게 하셔도 이미 앨범 사서 다 들어보신 것이었다. 힘도 많이 주시고 고마운 형이다. -김 루시드폴 형은 감성도 잘 통하고 좋다. 맨 마지막에 녹음했는데 놀라운 음감을 보여주셔서 놀라웠다. →스윗소로우는 연세대 남성 중창단 ‘글리’ 활동을 하며 만난 대학 동아리 선후배들로 구성돼 있다. 노래도 아카펠라 느낌이 강하고. 팀워크는 어떤가. -인 후배 가수들이 종종 저희에게 팀 블렌딩이 참 좋다는 말을 한다. 기획사에서 만든 그룹이 아닌 대학시절부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만난 멤버들이라 한 명이 세게 부르면 다른 사람은 약하게 부를 줄 아는,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기술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만난 선후배라는 게 우리에겐 큰 무기이구나 싶다. 이번 앨범 녹음할 때 각자 서로 모습이 보이는 부스 안에 들어가 녹음했는데 화음을 이루는 모습에 더 놀랐다. 시간과 우정, 담금질을 통해 이러한 화음이 나오는 것 같다. ●“개콘 패러디 선보여… 유쾌한 공연 기대하세요” -김 우정도 하모니도 결국 서로에 대한 눈치일 수 있다고 본다. 누군가 음을 치고 나올 때 서로 눈치를 봐 가면서 ‘내가 이 정도 톤으로 부르니 저 친구는 이 정도 하겠지.’라고 나도 모르게 감성적인 수준이 서로 정해져 있다. 우정도 마찬가지다. 저 친구가 이런 상황에서 화를 내면 나는 이때 가만히 있어야겠구나, 이런 눈치가 생긴다. 서로를 잘 알기에 기계적이지 않은 스윗소로우만의 화음을 잘 낼 수 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쓰레기로 우아하게 만들되 고상한 것을 끌어내리는…

    쓰레기로 우아하게 만들되 고상한 것을 끌어내리는…

    영화 ‘하녀’ 마지막에 전도연이 매달렸다가 떨어진, 바로 그 샹들리에라고 했다. 샹들리에? 그 화려하고 어여쁘고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그것? 그런데 알고 보면 그게 깨진 소주병과 맥주병처럼 ‘천한’ 재료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제목도 술의 신 이름을 빌려 ‘불면증 - 디오니소스의 노래’다. 그러고 보니 영화의 테마인 날카로운 욕망에 딱 어울린다. 배영환(43) 작가의 2008년 작이다. ●깨진 병조각을 샹들리에로 소재는 그렇다 치고 영화판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을까. “미술 작업은 수많은 얘기를 극도로 응축시킨 결과물을 내놓는 거잖아요. 그래서 미술만 하면 서사의 결핍을 느끼는 순간이 와요. 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그래서 했었지요.” 단편 쓰다 감독과 인연이 닿아 장편도 하나 썼다. “그 왜, 저주받은 걸작이라고 하죠. 2000년에 개봉한 안성기·박신양 주연의 ‘킬리만자로’라고…. 실패라곤 생각 안 해요. 한 20만 정도 들었을려나. 제 전시 와 주신 분들에 비하자면 많은 거죠.” 농담처럼 툭툭 말을 던지다 쑥스러운 웃음을 흘리고 만다. 작가는 5월 20일까지 서울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개인전 ‘유행가 -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다. 그간 작업을 농축한 것이다. 작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앞서 말한, 깨진 소주병과 맥주병 같은 것을 응용한 것들이다. 그 조각들로 웅장하고 화려한 샹들리에도 만들고, 유행가 가사를 캔버스 위에 수놓기도 했다. 버려진 나무판자나 가구의 자개를 이리저리 조합해 기타를 만들기도 했다. 2004년 광주비엔날레,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이름을 쌓아 갔다. 전시 제목도 그렇게 나왔다. 쓰레기로 우아하게 만들되 우아한 것을 끌어내리는 것. 고상한 것을 끌어내리는 키치, 저급한 것을 끌어올리는 팝아트의 충돌이자 접점이다. 안소연 큐레이터는 이를 ‘버내큘러’(Vernacular·자생적)라는 키워드로 요약했다. 안 큐레이터는 “자생적이라 하면 동양적인 기법이나 소재를 차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의 작품은 기법이나 소재를 의도적으로 따 왔다기보다 그 자체가 이미 충분히 우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기사 수많은 사연과 눈물의 영원한 동반자는 자취방에서 소주 한 병 앞에 놓고 기타 뚱땅거리며 불러 댔던 유행가가 아니었던가. 이제 청춘의 시간은 지나갔고, 밤새 통음한 뒤 게워 낼 것은 다 게워 냈다. 이제 무엇으로 이 텅 비어 있는 쓰린 속을 달랠까. 상황은 대조적이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한, 실제 사각의 링을 4분의1로 축소한 ‘황금의 링 - 아름다운 지옥’은 소주병 움켜쥐고 울게 만드는 현대사회의 정글이 여전함을 드러낸다. 서울 시내 사찰 30곳의 종소리를 한데 합성해 둔 ‘걱정-서울 오후 5:30’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 은은히 퍼져 나가고 있는 위로와 위안이 있음을 일깨워 준다. ●“추상동사 작품 더 이어가고 싶어” 작가는 ‘추상동사’ 작품을 더 이어 나가고 싶다고 했다. 추상명사는 있는데 추상동사는 왜 없느냐는 질문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해서 살풀이춤 추는 장면과 장구 두드리는 장면을 찍어 놨는데 사람을 깨끗하게 지웠다. 말 그대로 추상동사다. 살풀이춤에는 ‘댄스 포 고스트 댄스’, 장구에다가는 ‘노크’라는 제목을 붙여 뒀다. 해장국으로 ‘저주받은 걸작’ 영화 대신 영상 작품을 택한 셈이다. 입장료 3000원. 1577-7595.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브라질리언만큼…한국 관객들 리액션 화끈”

    “브라질리언만큼…한국 관객들 리액션 화끈”

    소녀가 태어난 곳은 1962년 브라질 상파울루.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라틴 리듬에 심박동을 맞췄다. 한때 음악가를 꿈꿨던 아버지가 위대한 브라질 기타리스트 바든 포웰의 에이전트인 동시에 라이브 클럽을 운영했던 덕분이다. 소녀가 열 살이 됐을 때 가족은 일본으로 이주했다. 이후에도 소녀는 아버지를 따라 1년의 절반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보냈다. ●“브라질·日 제외하면 韓 가장 편한 곳” 시간이 흘러 소녀의 아버지는 일본에서 브라질 식당을 개업했다. 소녀가 15세가 됐을 때 그곳 라이브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1989년 첫 앨범 ‘카투피리’(Catupiry)를 발표하면서 보사노바란 낯선 음악을 일본에 퍼뜨린다. 중저음의 남성 가수들이 툭툭 던지던 기존의 보사노바 창법과 달리 그의 노래는 구름 위를 사뿐사뿐 걸어다녔다. 1990년대 중반 보사노바의 전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1927~1994), 삼바의 거장 주앙 도나투(78)와 앨범 작업을 함께하면서 비로소 보사노바 흉내를 내는 동양인이 아닌, 브라질 정서를 담아내는 보사노바 뮤지션으로 우뚝 섰다. 새달 3~4일 내한 공연을 앞둔 리사 오노(50)를 15일 일본 교토의 오쿠라 호텔에서 만났다. 전날 이곳에서 밸런타인데이 공연을 마친 뒤라 이른 아침 인터뷰가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노래할 때처럼 산들바람 같은 목소리로 기자를 맞이했다. 오노는 2005년과 2006년 내한 이후 6년 만에 한국에서 공연한다. 오노는 “일본이나 중국, 타이완 팬과 달리 한국 관객은 열정적인 브라질 사람들처럼 리액션이 화끈하다. 첫 내한공연 때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관객이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며 고함을 지르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오노는 개인적으로도 한국과 남달리 인연이 깊다. 일본군 장군이던 오노의 할아버지는 유독 아끼던 한국 병사가 있었다고 한다. 전장에서 중상을 입은 그를 살리려고 장군 군복을 입혀 일본으로 후송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종전 이후 그 장병은 고마움을 표현하려고 일본으로 찾아왔단다. 지난해 여름에는 부모와 언니 내외,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휴가를 보낼 만큼 일본과 브라질을 제외하면 가장 편안한 곳이다. 오노에게는 보사노바의 전도사란 별명이 따라다닌다. 삼바가 쿨 재즈(1950년대 유행한 백인 재즈)와 화학작용을 일으킨 보사노바는 1960년대 이후 재즈의 한 축으로 음악팬의 사랑을 받았다. 조빔에 의해 보사노바가 탄생했고, 스탄 게츠(1927~1991)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면, 오노를 통해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사노바는 공기… 듣는 이를 편하게 만들어” 오노는 “보사노바는 공기와 같다. 듣는 이를 릴렉스하게 만드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일본으로 이주한 뒤에도 브라질의 공기가 너무 그리웠고,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보사노바를 선택했다. 한 번도 (브라질인이 아닌) 외국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 정서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브라질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일본에서 엔카(일본 전통가요) 가수라도 되지 않았을까.”라며 웃었다. 새달 공연의 레퍼토리와 관련, “나와 함께 브라질 감성을 입힌 세계 음악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조빔의 ‘가로타 데 이파네마’(Garota de ipanema), 스티비 원더의 ‘마이 셰리 아모르’(My cherie amour), 카펜터스의 ‘잠발라야’(Jambalaya), 에디트 피아프의 ‘라비앙 로즈’(La Vie en rose) 등은 물론 한국 민요 ‘아리랑’도 선물한다. 3일 용인시 여성회관,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4만~15만원. (02)599-5743. 글 사진 교토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美 고도성장 뒷골목… 공동체에 대한 갈망 먹고 범죄소설이 자랐다

    美 고도성장 뒷골목… 공동체에 대한 갈망 먹고 범죄소설이 자랐다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레너드 카수토 지음·김재성 옮김, 뮤진트리 펴냄)라는 제목은 언뜻 형용모순 같다. 하드보일드(Hard-boiled), 비정하고 냉혹하다는 뜻이다. 끔찍한 사건을 얘기하면서 아무런 느낌 없이 짧은 문장으로 툭툭 던져 놓는 스타일을 말한다. 문학적으로 말하자면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뿌리를 두고 있고, 한국에서는 김훈이 하드보일드한 스타일이라고 평가받는다. 이처럼 불모의 사막 같은 단어에다 감상주의(센티멘털리티)처럼 촉촉한 단어를 붙여 놨으니 ‘모난 동그라미’처럼 들린다. 그런데 저자는 이 형용모순이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험프리 보가트의 중절모와 바바리코트가 멋졌던 ‘몰타의 매’에서부터 조디 포스터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던 ‘양들의 침묵’에 이르기까지 수십편의 20세기 미국 범죄 소설들을 검토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양들의 침묵’ 등 20C 美범죄소설 수십편 검토 하드보일드 범죄물은 기본적으로 19세기 미국의 감상주의 소설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감상주의 소설은 ‘남자는 신사’, ‘여자는 숙녀’ 하는 식의 전통적인 성 관념에 충실하고픈 중산층의 욕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복음주의 기독교 전통에 따라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속죄를 통해 구원받는 인물들을 그려 낸다. 저자는 하드보일드 범죄물이 하필이면 미국이 세계 자본주의 패권국으로 등장하는 20세기 초에 등장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왜 영광의 서사 대신 범죄자들의 이야기인가. 저자가 불러내는 것은 애덤 스미스의 두 저서 ‘도덕감정론’과 ‘국부론’ 사이의 균열이다. 저자는 통념에 따라 ‘도덕감정론’에서 “공감에 기초한 가족 공동체”를, ‘국부론’에서는 “이익에 기초한 개인주의”를 끌어낸다. “미국은 더 이상 예전처럼 전원적이고 농촌 중심적이며 동종 인종으로 구성된 사회가 아니었으며 직장에서 남녀 영역도 그다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게 된 것”이다. 범죄소설의 유행은 단순히 관음증적 악취미가 아니라 “시장 중심의 개인주의와 가정 기반의 공동체 사이 긴장에 대한 알레고리”라는 것이다. ●하드보일드 범죄물 20C 美자본주의 성장때 등장 가정 기반 공동체는 자본주의 발달에 따라 사라졌다. 거꾸로 그럴수록 감상주의적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은 더 강화됐다. 해서 범죄물이 묘사하는 세상은 “이기적인 개인들이 가족 유대관계와 의무에서 풀려나 공감 따위는 저버리고 오로지 돈만 쫓아 날뛰는” 곳이다. 이런 사회에서 범죄는 “필사적이고 공포에 찬 도주행위”이고, 탐정이나 수사관은 별다른 감정 이입 없이 “전 산업시대 장인정신”을 가지고 주어진 일을 묵묵히 처리하는 이들로 묘사된다. 사건이 속시원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 질서가 회복되고 정의가 구현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모호성을 창출”해 내는 방식이다. “세상을, 자칫하면 빠져들고 말 심연으로 느끼게 하는 감각”에 호소하는 것이 범죄물의 매력이다. 안정적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을 한층 더 짙게 만드는 것이다. 해서 범죄물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이 모호성이다. “범죄와 처벌의 모호성은 범죄소설이 주목받아 온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인 사회비판과 뒤섞이게” 된다. 저자는 여기서 기업 트러스트의 등장, 대공황, 뉴딜정책, 2차대전 뒤 반공주의적 혐오, 가족 해체 현상을 범죄소설의 발달 과정과 설득력 있게 엮어 낸다. 독점 자본인 기업 트러스트가 등장하면서 개인과 공동체 간 신뢰(이 또한 영어로는 ‘트러스트’다)가 깨졌다는 부분은 재치 있다. ●“기업트러스트 등장에 개인·공동체 신뢰는 상실” 이는 CSI를 비롯한 범죄물들이 케이블 채널을 장악하다시피 하고, 서울신문 인터넷에서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같은 연재물이 다른 주요 기사보다 훨씬 인기를 끄는 우리나라 현상과도 연결된다. 혹시 고도성장의 신화가 끝나 가는 지금 우리도 어딘가 우두커니 서서 잃어버린 공동체적 무언가를 갈망하는 것은 아닐까. 꼭 그렇게 심각하지 않더라도 대실 해밋, 레이먼드 챈들러에서 시작되는 하드보일드 범죄물, 혹은 누아르 영화를 사랑했던 이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하다. 저자의 작업은 그저 그런 B급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끝날 수 있었던 앨프리드 히치콕을 프랑스 영화평론가 그룹이 ‘필름 누아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창조자로 치켜세운 일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2만 5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프로농구] 독오른 KT, 제물은 삼성

    [프로농구] 독오른 KT, 제물은 삼성

    지난 10일 부산 홈에서의 전자랜드전. KT에는 잊고 싶은 끔찍한 경기다. 경기 종료 5.7초 전 조성민의 3점포로 역전(74-73)하며 승리를 예감했지만 상대 문태종이 3점라인 두 발짝 뒤에서 쏜 슈팅이 깔끔하게 림을 갈랐다. 버저와 동시에 쏙 들어간 골. 허탈한 버저비터 패배(74-76)였다. 선수들은 망연자실했고, 전창진 KT 감독은 허탈한 듯 웃었다.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KT는 시무룩할 새도 없이 툭툭 털고 일어났다. 제물은 삼성이었다. KT는 12일 잠실체육관에서 삼성을 103-62로 대파하고 단독 3위(24승13패)를 지켰다. 2연패 탈출. 올시즌 팀 최다 득점을 퍼부으며 삼성전 연승을 ‘7’로 늘렸다. 올시즌 최다 점수차(41점) 경기 신기록도 세웠다. 역대 KBL 최다점수차 승리에는 1점 모자랐다. 독이 바짝 오른 KT는 1쿼터부터 27점(삼성 19점)을 넣더니 끝까지 인정사정 없이 몰아쳤다. 경기 종료 2분11초를 남기고는 무려 40점(96-56)을 앞섰다. 찰스 로드(24점 15리바운드 4블록)가 포스트를 지배했고, 조성민(16점)이 3점슛 4개를 꽂으며 지원사격했다. 김현민(12점 5리바운드), 조동현(11점), 양우섭(10점)도 공격본능을 마음껏 뽐냈다. 전주에서는 KCC가 모비스를 87-76으로 눌렀다. 모비스전 9연승이다. 허재 감독은 통산 정규경기 200승(161패)을 채웠다. 사령탑 역대 7호이자 부임한 지 2274일 만의 기록이다. 디숀 심스(43점 12리바운드)가 원맨쇼를 펼쳤고, 하승진(15점 8리바운드)과 김태홍(10점)이 거들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전쟁 후 배곯는 아이들· 핫팬츠 차림 명동女… 거장의 카메라, 날것의 한국을 담다

    전쟁 후 배곯는 아이들· 핫팬츠 차림 명동女… 거장의 카메라, 날것의 한국을 담다

    정겹기도 하지만 때론 울컥할 수도 있겠다. 별 감정 없이 툭툭 찍어 놓은 듯한 잔잔한 흑백사진 속 풍경들은 우리가 이미 잊고 지낸 옛 기억이다. 한국 사진작가 1세대로 꼽히는 임응식(1912~2001)의 대표작들을 모은 전시 ‘임응식-기록의 예술, 예술의 기록’전이다. 임응식은 ‘사진이 예술이긴 한 거냐.’는 물음표가 달려 있던 1930년대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진 1세대로 꼽히는 이유는 빨리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질문에 ‘네, 사진도 예술입니다.’라고 확실하게 대답했기 때문이다. 1952년 한국사진가협회를 창립하고 1957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사진전 ‘인간가족전’를 국내에 유치해 30만 관객을 끌어모았던 이도 그였고, 198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첫 사진전도 바로 그의 개인전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종군기자 시절 전쟁 참상 목격… 리얼리즘 작가로 임응식은 원래 예술 사진으로 시작했다. 인물과 풍경을 찍되 요즘 말로 치자면 ‘간지’나게 찍었다. 포토그래피가 아닌 포토그램이라는 기법이 대표적이다. 포토그램은 사진기 없이 필름 그 자체를 직접적으로 노출시켜 인화하는 기법으로, 마치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피사체를 잡아낸다. 자신의 성 ‘임’을 따라 ‘림스그램’이라는 기법까지 개발해 냈다. 그러던 그가 리얼리즘으로 돌아선 결정적 계기는 6·25전쟁이다. 부산에서 살았던 그는 전쟁을 실감하지 못하다 인천상륙작전 때부터 종군기자로 투입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모든 것이 파괴된 전쟁의 폐허에 서서 그는 웬 예술 놀음이냐 싶었다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그의 대표작이다. ‘求職’(구직)이란 글자를 써서 서울 명동 미도파백화점 앞에서 목에다 걸고 있는 청년을 찍은 1953년작 ‘구직’, 폭격으로 다 타 버린 앙상한 나무 아래서 그 나무처럼 헐벗은 아이들이 있는 풍경을 잡아낸 1953년 작 ‘나목’(木) 같은 대표작이 좋은 예다. 전시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3부 ‘명동, 명동사람들’이다. 조선의 중심이 종로였다면 일제의 중심은 명동이었다. 이후 강남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가 가장 집약된 곳이 바로 명동이었다. 임응식은 6·25전쟁 당시 종군기자로서 명동을 찍기 시작한 이래 50년간 바로 이 명동을 찍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찍었던 명동 사진을 모아 한번 전시회를 열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해서 이번 3부 코너에서는 그간 공개되지 않고 유족이 보유하고 있었던 신작들이 대거 소개된다. ●50년간 담은 명동사람들 미발표작 공개 이 가운데서도 핫팬츠, 미니스커트 등 젊은 여성들의 패션에 집중한 ‘명동의 패션’, 명동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문인, 화가, 음악가, 연극인의 초상을 기록해 둔 ‘명동의 인물’ 편은 웃음을 자아낸다. 6·25전쟁 때와는 좀 다른 이유로 ‘헐벗은’ 인물들이 나오는 ‘명동의 패션’을 보고 있노라면 ‘요새 것들’ 운운하지만 ‘옛날 것들’도 만만치 않았다 싶기도 하고, ‘명동의 인물’에서는 각 인물에 대한 소개와 특징이 설명돼 있어서 평소 이름을 들어 봤던 명사들에 대한 촌평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버지처럼 사진작가의 길을 걸었던 맏아들 임범택(73)은 아버지에 대해 “아주 정이 많으면서도 작업에서만큼은 엄격했다.”고 회고했다. 임범택은 또 “6·25전쟁 이후 부산에서 미군을 상대로 사진현상소를 하면서 꽤 많은 돈을 벌었는데 그 돈으로 이후 50년을 쓰고 살았다.”면서 “덕분에 자식들에게는 한푼의 돈도 남기지 않았다.”며 웃었다. 전시는 내년 2월 12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 2000~5000원. (02)2022-060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l.co.kr
  • GERMANY 어느 날, 독일이 말을 걸었다 ①Castle, Christmas

    GERMANY 어느 날, 독일이 말을 걸었다 ①Castle, Christmas

    GERMANY 어느 날, 독일이 말을 걸었다 반복된 여행이 준 큰 교훈 하나. “편견은 무지無知보다 무섭다.” 유럽을 늘 동경해 왔지만, 유독 독일만은 가고 싶지 않았다. 야만과 폭력의 시대를 이겨낸 나라, 후회로 얼룩진 과거를 재건설하기 위해 절치부심한 나라. 여행이란 것이 일상을 도피하기 위해 시작되는 것인데, 독일여행에서는 현실보다 더 아픈 현실을 마주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완벽한 반전이었다. 그곳에는 눈을 의심하게 하는 아름다운 성들과 맥주 한 잔으로 소통하는 유쾌한 사람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독일의 남부 곳곳에는 재미난 옛 이야기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으며 이야기를 열면 역사, 정치, 문학, 과학 등이 줄줄이 엮어져 나왔다. 편견을 떨친 지금, 유럽 중 한 곳을 집어 여행하라면 나는 서슴없이 ‘독일’이라고 말할 것이다.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독일관광청 www.germany.travel 루프트한자항공 www.lufthansa.com contents 독일과 친해지는 방법은 간단하다. 고풍스런 성과 크리스마스 숍에 들어서는 순간 당신은 이미 동화 속 주인공이다. 무엇보다 맥주와 자동차를 빼고 어찌 독일을 논할 수 있단 말인가. 시끌벅적한 곳에서 맥주 한 잔 짠! 자동차의 고장에 왔다면 BMW와 벤츠 탑승도 딱! Castle 노이슈반슈타인성 Christmas 케테 볼파르트 Beer 칸슈타터 민속축제 & 호프브로이하우스 Vehicle BMW 박물관 &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1 디즈니랜드성의 모티브가 된 노이슈반슈타인성. 이곳에서만큼은 현실도 동화가 된다 2 퓌센에서는 가로등, 표지판 하나에도 눈길이 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감성을 자극하는 Castle 퓌센 의외의 모습, 의외의 행동에서 우리는 호감을 느낀다. 의외성은 사람간의 만남이든 여행지와의 만남이든 항상 통한다. 퓌센은 의외의 여행지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은 독일은 온데간데 없고 앙증맞고 수줍은 소녀 같은 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로맨틱 가도의 대표 지역답게 퓌센은 동화 속으로의 여행을 선사한다. [퓌센] 노이슈반슈타인성 Neuschwanstein Castle ‘백조의 전설’이 피어나는 동화 속으로 신랑, 신부의 입장을 알리는 ‘결혼행진곡’은 두 남녀가 하나 되는 순간에 울려 퍼진다. 이 노래를 들으면 행복한 기분이 들기 마련인데, 나는 외려 결혼식에 울려 퍼지는 결혼행진곡이 참 구슬프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결혼행진곡은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3막에 나오는 ‘혼례의 합창곡’ 이다. 결혼행진곡이 슬픈 이유는 아마 <로엔그린>의 두 주인공인 엘자와 로엔그린이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이 헤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사랑하는 엘자에게 흑기사 로엔그린은 “절대 어디서 온 누군지 내 존재를 묻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엘자는 “당신의 이름만이라도 알려 달라”고 간곡한 청을 해버린다. 어쩌면 모든 금기는 영원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에 감명을 받았던 사람이 여기 있다. 그는 바로 바이에른 4대 국왕 루트비히 2세다. 그는 바그너와 그의 오페라 <로엔그린>을 연상케 하는 노이슈반슈타인Neuschwanstein성을 짓기 시작한다. 성을 방문하기 전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 <니벨룽겐의 반지>,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을 미리 이해하고 간다면 성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성은 디즈니랜드성의 모티브가 되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은 건물 벽화가 일품인 퓌센Fussen 중심부에서 5km 정도 떨어져 있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을 방문하기 전 미리 퓌센 도심을 둘러보면 좋다. 특히 아우크스부르크 대주교의 별궁인 ‘호에스성’을 찾아가는 길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부티크숍들과 카페가 기다린다. 퓌센에서 떨어진 슈반가우 지역에 도착해 경사진 산길을 타박타박 올라가다 보면 노이슈반슈타인성을 만나게 된다. 노이슈반슈타인성보다 사실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루트비히 2세의 아버지인 막시밀리안 2세가 지은 호엔슈반가우Hohenschwangau성이다. 루트비히 2세 역시 호엔슈반가우성에서 동생 오토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노이슈반슈타인성으로 올라가는 도중 성의 모습이 시시각각 변했다. 멀리서 볼 때는 동화 속의 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신비한 매력이 느껴졌는데, 가까이 다가갔더니 웅장하고 근엄했다. 꼬불꼬불 똬리를 틀고 있는 계단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성의 내부가 펼쳐진다. 성 주인인 루트비히 2세의 고독이 ‘왕좌의 방’을 감돌았다. 천장에는 별과 태양 그리고 바닥에는 지상의 동식물이 돋보인다. 공중에는 왕관 모양의 샹들리에도 반짝반짝. 뿐만 아니라 예수의 열두 제자 그림이 왕좌와 같은 높이에 그려져 있고, 왕의 머리 바로 위에는 역사 속의 성스러운 왕들과 예수 그리스도가 함께 묘사돼 있다. 이 모든 장치는 왕이 천국과 지상을 연결하는 매개자임을 상징한다. ‘나는 왕이다’라는 절대권력을 과시해야만 했던 중세 왕들의 사명은 화려한 소품으로 도치돼 있었다. 루트비히 2세가 <로엔그린>을 좋아했던 만큼 성 곳곳에는 백조 장식품이 특히 많이 보이고, 문이나 벽면 등에서도 촘촘하게 새겨져 있는 백조 문양을 발견할 수 있다. 성 내부 관람이 끝날 무렵 대관홀의 서쪽 베란다에 닿는다. 이곳에서 눈이 살포시 내려앉은 바이에른주의 산과 호수를 느낄 수 있고, 아찔하게 서 있는 마리엔 브리케 다리도 구경할 수 있다. 마리엔 브리케 다리 위에서는 고고하게 바이에른 주를 내려다보는 노이슈반슈타인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의 공사 기간은 무려 17년, 공사비만 약 7,000억원. 미치광이 왕이라 손가락질받기도 한 루트비히 2세는 결국 성을 완성하지 못한 채 베르크성에 유배된다. 이후 그는 슈탄베르크 호수에서 익사하는데, 물이 깊지 않았다는 점과 수영 실력이 뛰어났다는 2가지 단서 때문에 그의 죽음은 아직도 자살과 타살이라는 비밀을 풀지 못한 채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루트비히 2세는 성을 지음으로써 “공주님과 왕자님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다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현실은 동화가 아니지만, 많은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잠시나마 동화 속 주인공이 될 것이다. 3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을 형상화한 노이슈반슈타인성의 기념품.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흩날리는 눈발에 맺혀 있다 4 파스텔톤의 은은한 빛깔이 인상적인 퓌센의 건물들 낭만이 가득한 Christmas 로텐부르크 산타와의 이별은 순수의 끝을 의미한다지만, 어른인 우리의 내면에도 분명 아이의 감성이 숨어 있다. 로텐부르크는 어른들의 가슴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욕망을 툭툭 자극해 어른들을 명랑하게 만든다. [로텐부르크] 케테 볼파르트 Kathe Wohlfahrt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꿈꾸는 어른들을 위하여 로텐부르크Rothenburg에 도착하자 로텐부르크 여행이 두 번째라던 일행 중 한 명이 “이번에는 꼭 크리스마스 숍을 가겠다”며 잔뜩 부풀어 있었다. 빠른 걸음을 옮기는 그를 따라 나선 크리스마스 숍, 케테 볼파르트Kathe Wohlfahrt는 상상을 초월하는 감동을 주었다. 케테 볼파르트에서 사람들은 동심으로 돌아가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꿈꾼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 함께 말이다. 이곳은 4계절 내내 크리스마스다. 비록 입구는 작고 아담하지만 그 속은 상당히 깊다. 천장에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조명이 반짝이고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다양한 크리스마스 용품들이 제 모양을 뽐낸다. 익살스런 목재인형이 파이프를 물고 있는데, 가만히 다가가 보니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일명 ‘스모커’라는 향로인형이다. 오르골이 나오는 뮤직 박스, 든든한 호두까기 인형 등 소품이 너무 많아 헤아릴 수가 없다. 상점의 가장 깊은 곳에는 5m에 달하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버티고 있다. 이 순간만큼은 산타가 떠나버린 우리의 공허한 마음도 따뜻한 기운으로 물든다. 로텐부르크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속 세상이다. 샛노란 벽면에 새겨진 진한 갈색의 엑스X자 무늬부터 흰 벽면을 도배한 선명한 빨간 립스틱 자국의 꽃들까지…. 굳이 크리스마스 숍에 들어가지 않아도, 단지 아기자기한 로텐부르크의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거리를 한참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비누방울이 얼굴에 떨어졌다. 하나 둘 셋 퐁퐁퐁…. 비누방울이 눈 앞에서 ‘뽕’ 하고 터지는데 아무리 돌아보아도 비누방울을 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들어 건물 위를 보고서야 비누방울의 범인이 뿔테안경 낀 테디베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형을 빼놓고는 설명을 할 수 없는 도시가 바로 로텐부르크다. 로텐부르크의 입구라 할 수 있는 플뢴라인에서 슈미에트 거리를 몇 분가량 걸어가면 마르크트 광장이 나온다. 마르크트 광장의 왼쪽에 서 있는 건물이 시청사, 오른쪽에 서 있는 건물이 시의회연회관이다. 시의회연회관 위 ‘마이스터 트룽크 시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시계에서는 매일 ‘포도주 마시는 인형’이 나온다. 이 인형은 다름 아닌 ‘30년 전쟁’ 당시 적군으로부터 “마을을 구하고 싶다면 대형 컵에 담긴 포도주를 원샷하라”는 제안을 받고, 이에 성공한 시장의 모습이다. 크리스마스 숍에서 본 목각인형과 닮았는데 커다란 포도주 컵을 위 아래로 젖히는 모습은 이야기만큼이나 흥미롭다. 광장 뒤편으로 돌아나가면 로텐부르크에서 가장 큰 ‘성 야곱 교회’, 길을 따라 더 들어가면 특이한 조각상과 함께 ‘성 요한 교회’가 나타난다. 조각상을 한참 들여다보다 무릎을 탁 쳤다. 그 조각상은 스타벅스 로고 속 주인공이 아닌가. 꼬리를 양쪽으로 치켜 올린 인어, 바로 바다의 요정 세이렌이다. 반은 사람, 반은 인어인 세이렌과 모습은 똑같으나 성별은 신기하게도 남자였다. 로텐부르크 여행을 시작할 때 들어왔던 코볼트첼러 성문을 다시 통과했다. 성문을 떠나려다 말고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묘한 기시감을 피할 수 없었던 탓이다. 알고 보니 성문 주변은 로텐부르크를 소개하는 엽서에 항상 등장하는 명당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자리에서 비슷비슷한 포즈로 ‘시공간’을 공유했다. 3 옹기종기 모여 있는 뽀족한 지붕의 집, 나무들이 펼치는 초록의 항연. 중세로 돌아간 듯한 로텐부르크의 정경이 눈부시다 4 인형의 도시 로텐부르크에서는 귀여운 기념품을 건질 수 있다 5 흰 벽면을 장식한 꽃들이 마치 붉은색의 립스틱 자국 같다 6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성 야곱 교회 앞의 조각상. ‘스타벅스’ 로고의 주인공인 세이렌과 닮았으나 신기하게도 성별은 남자다 T clip.1년 365일 크리스마스 케테 볼파르트Kathe Wohlfahrt 1년 365일이 크리스마스라면 얼마나 좋을까. 크리스마스 숍인 케테 볼파르트에서는 ‘말하는 대로’ 이뤄질 것만 같다. 로텐부르크뿐만 아니라 뤼데스하임, 하이델베르크, 뉘른베르크 등 독일의 주요 도시에도 점포가 있다. 외관이 소박한 탓에 아차 하면 건물을 지나치기 쉬운데, 숍의 입구에는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는 빨강 차가 세워져 있으니 놓치지 말자. 주소 Hrrngasse 1, 91541 Rothenburg ob der Tauber 개장시간 월~금요일 |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 | 오전 9시~오후 6시, 일요일·국경일 | 오전 11시~오후 6시 문의 49-9861-4090, info@wohlfahrt.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Six Senses Resorts in Vietnam-천천히 음미하는 최고의 휴식

    Six Senses Resorts in Vietnam-천천히 음미하는 최고의 휴식

    Six Senses Resorts in Vietnam 식스센스 닌반베이,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 Six Senses Ninh Van Bay & Evason Ana Mandara Nha Trang 천천히 음미하는 최고의 휴식 천천히 음미하는 최고의 휴식그녀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비행기 안까지 끌어안고 탑승한다. 소곤소곤 전화 몇 통으로 정리를 해보지만 계획한 대로 처리하지 못한 일들에 잔걱정들이 밀려든다. 심호흡, 습관적인 마인드 컨트롤. 안전띠를 매고 마침내 핸드폰을 끈다. 이제 비행기는 이륙할 것이고 이름도 감각적인 ‘식스센스 리조트’를 향해 베트남으로 출발할 것이다. 떠나온 일상의 잔상과 새로운 목적지의 정보가 뒤섞여 겹쳐지며 혼선을 빚지만 모든 걸 접어두고 잠깐 눈을 붙이기로 한다. 운이 좋다면 달콤한 숙면 뒤에 새로운 세상이 찾아올 것이다. 글·사진 한윤경 기자 취재협조 에이투어스 02-572-2622 www.atours.co.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Six Senses Ninh Van Bay 식스센스 닌반베이 내 안에 잠든 식스센스를 깨우다 야트막한 산을 길게 배경으로 두르고 자리한 해변 위로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별이 내려앉은 듯 불 밝힌 선착장에 배가 가뿐하게 자리를 잡는다. 한눈에 들어오는 나지막한 숲과 그 안에 파묻힌 식스센스 닌반베이의 빌라들은 너무도 다소곳해 한 덩어리인 듯 하늘 아래 편안하다. 푸근한 환대를 받으며 흙길을 지나 빌라로 향하는 순간은 본능적으로 모든 것을 떨치고 자연으로 스며들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숲길을 지나 당도한 곳에 파도 소리 들리는 비치 빌라가 자리했다. 천장 없이 나무 아래 덩그라니 자리한 샤워시설과 나무결이 그대로 드러나는 개방형 욕실에, 문 없는 화장실까지. 내 몸과 마음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인테리어다. 하지만 잠깐의 당혹스러운 순간이 지나면 곧 신나고 발랄한 자유로움이 마음속을 간질인다. 몸을 둘러싼 딱딱한 껍질들을 하나씩 훌훌 던져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한다. 객실 문을 열고 나서면 나만의 수영장, 한 발짝 더 나아가면 꿈결 같은 나만의 해변이 조용히 펼쳐져 있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하늘을 올려다본다. 침 흘리게 예쁜, 티끌 하나 없이 파란, 흰 구름이 뭉개뭉개 떠 있는, 빽빽한 나무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을 내보이는, 물 위에 뚝 떨어진 하늘, 하늘이다. 그리고 저 멀리 펼쳐진 보석 같은 바다, 산의 풍경이 홀리듯 눈길을 사로잡는다. 눈은 저절로 넓고 멀리 시선을 던지며 그 너머의 것을 읽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오가닉 가든이 자리한 야트막한 담장 너머를 기웃거린다. 별 모양의 노란 스타 프루트가 연한 녹색 이파리들 사이에 반짝반짝 매달려 있다. 과일이란 모름지기 이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어떤 사람’의 딱딱한 머리가 신선한 발견에 말랑말랑 유쾌해지는 순간이다. 뱀처럼 긴 모양새의 호박에, 우리에게도 익숙한 고수나 레몬그라스, 모닝글로리 등 허브와 과일이 지천이다. 식스센스 닌반베이의 오가닉 가든은 리조트의 친환경적 취지를 단박에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커다란 삽이 있다면 한 삽에 떠 넣어 챙겨 오고픈 아름다운 텃밭이다. 그 텃밭 한가운데 투박한 나무 식탁에 앉아 정성스럽게 키운 재료로 맛을 낸 건강한 음식을 탐하는 시간이란 너무도 향기로워 두말이 필요 없다. 파랗던 하늘을 뒤덮으며 먹구름이 몰려오고 후두둑 소나기가 쏟아져 내린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지만 이 또한 즐거운 일. 잠시 소나기가 지나간 길은 흙 냄새와 녹음의 향기가 더욱 진하다. 깊은 숨으로 비 묻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다. 빌라 옆에 세워둔 자전거의 안장 위에도 빗물이 앉았다. 빗방울을 툭툭 털어내고 올라앉아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그림처럼 어우러진 주변 풍경들이 느린 속도로 온몸을 스쳐지나간다. 식스센스 닌반베이는 ‘지속가능한-Sustainable, 토속적이며-Local, 오가닉하고-Organic, 건전하며-Wholesome, 동시에 계몽적이고-Learning, 영감을 주는-Inspiring, 즐거운-Fun 체험-Experience’을 표방하는 ‘느리게 사는 삶-SLOW LIFE’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리조트 건물이나 인테리어, 소품에 있어서도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인공적 덧칠을 자제했다. 객실에 제공되는 물 또한 모두 현지에서 정화해 자체 조달한 생수로, 플라스틱이나 인공 포장재 등의 반입을 줄이고자 신경썼다. 그런 식으로 자연과 환경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자연 보호를 뚝심 있게 실천하고 있다. 생수 판매 대금은 물 부족 국가 기금으로 기부하는 등 지역 보호와 발전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이러한 시도들과 더불어 투숙객들로 하여금 어떻게 자연 속에서 새로운 개념의 휴식과 체험이 가능한지 생각하게 해준다. 식스센스 닌반베이에 머물다 보면 주변의 모든 것들이 가만히 말을 걸어 온다. 구석구석에 자리한 아름다운 공간들은, 쉽지 않은 결단들을 도와주는 영적인 장치들을 준비하고 있다. 툭툭 던져 받는 메시지들을 하나하나 주워 모으며 나도 모르는 사이 나를 재구성하게 된다. 살면서 엉킨 머릿속을 말끔하게 리셋하고 싶을 때 자동적으로, 간절히 생각날 법한 그곳이다. 선착장에서 배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던 그들을 포함해서, 그 깨끗하고 조용한 위로가 그리운 순간이 불쑥 찾아올 것만 같다. 1 식스센스 닌반베이는 객실 인테리어나 생수까지 자연 보호와 지역 공동체 기여에 중점을 두고 있다 2 바다를 향해 활짝 열려 있는 식스센스 닌반베이의 록커리 워터빌라 객실 3 자연 속으로 스며든 듯 자리한 빌라는 자연의 일부분 같다 4 닌반베이의 파란 바다와 하늘, 야트막한 산언덕과 해변의 하얀 모래는 빛나는 휴식의 순간을 보장한다 5 싱그러운 공기와 함께 즐기는 오가닉 가든에서의 점심식사 6 별처럼 빛나는 스타 프루트 7 닌반베이의 아름다운 저녁놀을 배경으로 선셋 크루즈를 즐길 수 있다 Resort info. Six Senses Ninh Van Bay 식스센스 닌반베이 식스센스 닌반베이 리조트는 나트랑에서 배를 타고야 비로소 접근할 수 있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닌반베이에 자리하고 있다. 하늘과 바위, 산과 해변, 우거진 수풀만이 리조트를 감싸고 있다. 나트랑 공항에서 리조트 선착장까지 1시간 정도, 선착장에서 보트로 20분 정도 이동하면 리조트에 닿는다. 식스센스 닌반베이 리조트에는 비치 풀빌라, 힐탑 빌라, 록커리 워터 빌라, 록 빌라, 스파 스위트 빌라, 프레지덴셜 빌라 등 모두 58개의 빌라가 숲속과 바닷가를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각 빌라마다 널찍이 자리잡아 투숙객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있고 그렇게 보장받은 은밀함은 단지 자연을 향해서만 활짝 열려 있다. 레스토랑은 조식 뷔페를 제공하는 다이닝 바이 더 베이 레스토랑, 점심을 제공하는 다이닝 바이 더 풀, 저녁 7시부터 밤 10시30분까지 닌반베이의 아름다운 바다를 눈과 귀로 만나며 와인과 코스 메뉴를 맛볼 수 있는 다이닝 바이 더 락이 운영된다. 그 밖에도 드링크 바이 더 베이에서의 술 한잔, 와인 동굴에서 즐기는 특별한 디너, 오가닉 가든에서 맛보는 웰빙 점심식사 등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다. 또한 식스센스 닌반베이 리조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스센스 스파와 요가 클래스, 닌반베이의 바다를 온전히 체험하는 각종 액티비티와 선셋 크루즈 등은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주소 Ninh Van Bay, Ninh Hoa, Khanh Hoa, Vietnam 문의 +84 58 352 4268 www.sixsenses.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Evason Ana Mandara Nha Trang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 품격 있고 럭셔리하게 머물다 빌라는 푸른 정원에 폭 안겨 있다. 그 정원을 따라 산책하듯 거닐면 아기자기한 길목과 텃밭, 연꽃 가득한 연못과 레스토랑, 풀장과, 그리고 마침내 탁 트인 해변을 만나게 되는 구조다. 아름답고 색깔 고운 정원을 돌아다니다 보면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눈부신 햇살이 스며들고 소박한 자연의 빛깔이 더욱 돋보이는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장식들을 만날 수 있다. 객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질감도 정겨운 나무와 돌과, 투박하지만 따스한 천연의 재료들로 꾸민 인테리어와 소품들이 편안하고 격조 있는 품위를 드러내며 여행자를 반긴다. 해변으로 이어진 객실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수목 가득한 안쪽 뜰과 달리 비치 빌라가 자리한 앞쪽은 곱고 하얀 모래사장을 따라 파란 바다가 펼쳐져 있다. 열대수목으로 조성된 정원을 지나 곱고 흰 모래 해변이 펼쳐지고 저 너머에 파란 바다가 넘실댄다. 그 해변에 그림처럼 놓여 있는 그늘집과 선탠 베드를 배경으로 웨딩 촬영이 진행 중이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 가장 행복한 순간을 담기에 부족함 없이 완벽하고도 평화로운 배경이다.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의 공간은 자연스럽게 로비에서 정원으로, 정원에서 객실로, 객실에서 테라스로, 테라스에서 해변과 바다로 나만의 공간이 무한 확장되는 것 같은 평화로운 착각을 준다. 그 모든 것은 리조트 입구를 들어서서 나트랑 도심의 들썩임이 순식간에 잦아드는 순간 이루어지는 신비 체험이기도 하다. 나트랑 도심과 가까운데다 전용해변까지 갖춘 이 공간은 유독 도시여행의 즐거움과 휴양, 모두를 놓치고 싶지 않은 여행자들에게 안성마춤일 듯싶다. 1 나트랑 도심에 자리한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은 아름다운 전용 해변을 갖춘 고품격 리조트로 도시여행과 휴양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안성마춤이다 2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의 객실 인테리어는 천연 소재로 단순하지만 품격 높은 격조를 보여 준다 3 리조트는 열대 수목으로 우거진 정원 안에 편안하게 자리했다. 앞으로 눈부신 해변이 펼쳐지고 정원 곳곳에 쉴수 있는 오두막과 연못, 요가 데크가 자리해 있다 4 리조트 안에 자리한 2개의 수영장은 바다와 하늘의 푸른 빛과는 또 다른 유쾌한 블루를 선보인다.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의 테라스 풀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Resort info. Evason Ana Mandara Nha Trang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 ‘손님을 위한 아름다운 집’이라는 뜻의 아나만다라. 아름다운 외양 못지않게 따뜻하게 방문객을 환영한다. 1만6,000m2 규모에 가든뷰 빌라, 수페리어 씨뷰 빌라, 디럭스 씨뷰 빌라, 디럭스 비치프론트 빌라, 아나만다라 스위트 등 74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 두 채의 객실을 연결해서 쓸 수도 있어 자녀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레스토랑은 24시간 조식 뷔페부터 다양한 점심 저녁 메뉴를 준비하고 있는 아나 파빌리온 레스토랑부터 저녁이면 베트남 전통 공연과 길거리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비치 레스토랑, 로비 바, 풀 바까지 기분에 따라 다채로운 맛과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에바손 아나만다라 나트랑의 식스센스 스파는 동서양의 각종 트리트먼트 테크닉을 이용해, 진정한 웰빙 스파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 밖에도 2곳의 수영장과 짐, 비즈니스 센터, 기프트숍 등이 있어 투숙객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공항에서 차로 40분 정도. 나트랑 도심에서 1km 정도 거리로 나트랑 시티투어 등 리조트 밖에서 즐기기에도 좋다. 주소 Beachside Tran Phu Blvd, Nha Trang, Vietnam 문의 +84 58 3522 222 www. evasonresorts.com T clip.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나트랑은 베트남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나짱이라고 불린다. ‘하얀 집’이라는 뜻의 나트랑 이미지처럼 유난히 하얀 해변의 모래와 파란 바다는 많은 유럽 사람들을 매혹시켜 왔다. 호치민에서 비행기로 약 50분 거리로 2003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의 미항으로도 뽑힌 바 있다. 나트랑의 대표 볼거리로는 24m에 달하는 좌불상으로 유명한 롱선사Chua Long Son 불교사원, 고딕 양식의 가톨릭 성당인 나트랑 대성당Nha Tho Nui, 참파왕국의 사원으로 나트랑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힌두사원 포나가르 참탑Thop Cham Ponagar, 나트랑 최대 규모의 야외 시장인 담 시장Cho Dam 등이 있다. 나트랑 가는 길 인천에서 호치민까지 베트남항공이 매일 운항 중이다. 호치민에서 나트랑까지는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이동한다. 인천에서 호치민까지 비행시간은 약 5시간30분 정도. 호치민에서 나트랑까지는 약 50분가량 걸린다. 날씨 일반적으로 고온다습한 5~10월까지의 우기와 비교적 여행하기 좋은 11~4월까지의 건기로 나뉜다. 환율 2011년 11월 기준, 1만동은 약 530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사설] ‘등록금 철폐 투쟁’ 시장이 할 말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제 동국대 강연에서 “등록금 인하 투쟁은 백날 해도 안 된다.”며 “등록금 철폐 투쟁을 왜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독일이나 스웨덴, 핀란드에 가 봐라. 대학생이 등록금을 내나.”라며 “세금을 내는데 왜 그들은 안 내고 우리는 내야 합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인구 1000만 수도 서울을 책임진 시장의 말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경박하고 무책임하다. 박 시장 자신은 정작 스웨덴에 가서 무엇을 보고 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스웨덴이 ‘복지천국’이라면, 그것은 국민 세금의 소산이다. 박 시장 또한 이를 모르지 않을진대 그런 사실은 외면한 채 선동적인 발언을 하고 있으니 무슨 저의라도 있는 것인가. 박 시장은 더 이상 제도권 밖에서 아이디어만 생산하고, 책임지지 않는 비판을 하던 일개 시민운동가가 아니다. 박 시장은 당선 이후 정치적 행보를 거듭해 벌써부터 시정의 정치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과잉으로 정치화된 서울”을 바로잡겠다던 출마 당시의 초심은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재검토를 요구해 논란을 낳고, 야권 통합작업에도 깊숙이 발을 담가 주목받고 있는 게 박원순 서울시장의 현주소다. 이쯤 됐으면 박 시장은 자신이 그토록 경멸해 마지않던 ‘정치시장’의 길을 가고 있지 않나 스스로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박 시장은 등록금 문제는 예산과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비전의 문제이고 가치의 문제라고 했다. 일도양단의 형식논리다. 등록금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렇기에 반값 등록금 실행이 어렵고, 등록금 철폐는 관념적인 얘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장직의 무게를 감안해 말 한마디에도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툭툭 한마디씩 내던지는 식의 즉흥적 스타일은 정책 혼선을 초래할 뿐이다. 노숙인 퇴거 문제로 코레일과 갈등을 빚은 것이 그 한 예다. 박 시장은 어제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나홀로’ 취임식을 통해 ‘시민이 시장’임을 선언했다. 서울시민이 원하는 것은 결코 이미지·이벤트 시장이 아니다. 더구나 포퓰리즘 시장은 더욱 아니다. 아무쪼록 공직의 엄중함을 깊이 새겨 진정한 ‘시민의 시장’이 되어 주기 바란다.
  • 강원 고성 주민, 깊어가는 ‘苦聲’

    “3년 3개월째 금강산 관광길이 막히고…, 마지막 희망인 저도어장마저 어자원이 줄고 있으니 살길이 막막합니다.”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1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되고 어족자원 부족까지 겹친 강원 고성군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성군은 2008년 7월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이후 상가 160여곳의 휴·폐업이 잇따르고 관광객 감소로 인해 실업자가 급증하는 등 지역상권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1일 밝혔다. ●관광 영업손실 1000억원대 관광객 감소와 숙박업소의 영업손실이 100억원에 이르고 수산물 납품과 판매 감소 등으로 한달 평균 29억원씩, 1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현내면 명파리 통일전망대로 오르는 도로변의 10여채 건어물 가게는 3년이 넘게 흉물스러운 폐허로 방치돼 있다. 금강산 관광객들이 오가며 북적이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상인들은 “관광길이 다시 열리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이제는 희망도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명태잡이로 흥청거리던 10여년 전의 거진항 등 고성지역 어항들이 고기잡이가 시원치 않아 썰렁하기만 하다. 그나마 잡히지도 않는 명태를 테마로 ‘명태축제’를 열어 지역경제를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축제에 쓰이는 명태는 대부분 러시아에서 수입해 온 것이다. 주민 홍남기(49)씨는 “20, 30년전 한창 때는 명태를 발로 툭툭 차며 돌아다녔고 주민들 누구나 명태를 한 삽씩 가져가도 뭐라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명태는 고사하고 그 흔하던 양미리, 도루묵도 보기 힘들다.”면서 “항구가 활력을 잃으면서 주변 상가들도 덩달아 죽어가고 있다.”고 푸념했다. ●지역침체 해마다 실업자 늘어 어자원이 줄면서 지난해부터 동해 북방한계선(NLL) 바로 밑 접경수역인 저도어장을 확장해 조업에 나서고 있다. 저도 주변 1.7㎢의 조업구역을 15.6㎢로 늘려 고성 최북단 현내면 어민들을 중심으로 군·경 감시선의 보호를 받으며 4월 1일부터 11월 말까지 조업을 하고 있다. 아침 6시부터 낮 12시까지 20여척이 조업에 나서 주로 대게와 문어, 해삼, 성게 등을 잡는다. 올해에는 지난달까지 78t을 잡아 9억 90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대표 어항인 거진읍과 현내면의 인구가 최근 몇년 사이에 해마다 20여명에서 많게는 150여명씩 줄었다. 반면 실업자(해마다 300여명)와 위탁아동 수는 늘고 있다. 주민들은 “인구 유출, 경제위축과 함께 실업자, 청소년 문제까지 발생하며 점차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종국 고성군수는 “금강산관광 중단에다 어자원마저 급감해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완전히 바닥권이다.”면서 “정부 차원의 관광 재개와 일거리 창출을 위한 특별자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고성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요리를 시작한 인류, 진화에 속도를 붙이다

    야구 좋아하는 할머니와 함께 서울 잠실야구장에 갔다고 치자. 대략 6만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경기장이다. 당신 오른편엔 할머니를, 그 옆부터는 증조할머니 등 모계를 거슬러 올라가며 순서대로 유령들을 앉힌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당신 왼편에서 누군가 툭툭 치며 알은체를 할 게다. 할머니라 부르기조차 민망한 그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다. 그 원시 인류가 오랜 시간을 뛰어넘어 당신에게 오기까지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건 무엇일까. 그 답을 ‘요리’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인류 진화 생물학자 리처드 랭엄이 지은 ‘요리 본능’(조현욱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의 골자다. 랭엄은 책을 통해 “생명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의 계기를 제공한 것은 불의 사용과 익힌 음식의 등장”이라고 주장한다. ‘불에 익혀 먹는 행위’, 즉 요리가 인간의 해부학적 변화를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리적·심리적·사회적 변화로 이어져 인간이라는 종 전체를 혁신적으로 진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저자가 수십 년에 걸쳐 연구한 침팬지의 먹이 행동과 생태, 인류의 생활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오지의 원시 부족들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 그리고 선행 인류에 대한 고고학적 증거들을 기반으로 더욱 공고한 설득력을 갖는다. 불에 익힌 음식은 맛도 좋지만 소화율도 높다. 그 덕에 인간의 몸이 소화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게 됐다. 이뿐 아니다. 가열 조리는 세균이나 각종 병원균을 제거해 보다 안전하게 음식을 섭취할 수 있게 했다. 날것을 씹을 때보다 품도 덜 든다. 이때 여분의 시간과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인간은 이를 품이 많이 드는 사냥 등에 투자했다. 게다가 날것에 비해 익힌 음식에서 추가 에너지가 생기고, 소화 기관이 줄어들며 절약하게 된 에너지와 합쳐져 지구상 그 어떤 동물보다 큰 용량의 뇌를 갖게 됐다. 랭엄은 불에 먹거리를 익혀 먹기 시작하면서 인류가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역설한다. 유인원 같은 모습을 벗어 던지고 더 이상 어두운 밤과 추운 겨울, 대형 육식 동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되레 이들과 맞서 싸우며 아프리카 대륙 밖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불가에 모여 앉아 사냥한 먹이를 나눠 먹으며 집단을 이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성 등을 발달시켰고, 사냥을 하는 자와 요리를 하는 자라는 성별 분업과 결혼이라는 남녀 간의 제도적 결합도 탄생시켰다. 이처럼 익힌 음식으로부터 얻은 풍부한 열량은 지구상 그 어느 종보다 큰 두뇌를 가질 수 있게 한 데 더해 고도로 발달한 언어와 문명사회를 이룩하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요리다. 1만 7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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