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총무원장·본사주지 직선제로/개혁회의 「개혁 청사진」
◎사찰재정 공개… 호계위 권한 강화/독주막기위한 감사기구도 신설
조계종 사태가 16일만에 서의현총무원장의 퇴진으로 수습되면서 앞으로 개혁회의가 주도하는 조계종단의 개혁작업이 본격화된다.
개혁회의(의장 월하 통도사방장)는 13일 원로회의에서 개혁회의 인선(원로회의의원과 종회의원 40여명,범종추회원 30여명,전국승가대 교직자등 90∼1백20명선)결과를 추인받고 공식 출범함에 따라 종단개혁에 착수한다.
개혁회의가 추진할 종단 개혁 분야는 총무원 집행부 교체,불합리한 종헌·종법 개정,사찰재정 공개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회의는 불교개혁의 지렛대 역할을 계속 해나간다는 방침아래 조계종 종헌·종법개정등 그동안 불교개혁의 걸림돌로 지적되어 온 부분들을 개혁,불교정화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개혁회의의 중심력인 범종추측은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주지·종회의원 겸직금지와 종단내 막강한 실력체인 총무원의 독주를 막기 위한 감사기구 신설,현행 간선제인 총무원장 선출의 직선제등을 종헌·종법개혁의 기본방향으로 삼고 있다.
현행 종헌·종법에 따르면 총무원장은 조계종 본·말사 1천7백여 사찰의 주지 임면권을 가지고 있다.주지 임면권을 총무원장이 독단적으로 행사함으로써 그동안 대부분의 종단분규 폭력사태가 촉발됐으며 임면과정에서 금품수수 의혹이 일어왔다.
개혁회의는 이에따라 종헌·종법을 개정,총무원장의 본사주지임면권을 삭제하고 본사주지들을 본사단위 승적을 갖고 있는 승려들이 투표권을 행사해 직선으로 선출토록 추진할 방침이다.
또 총무원장의 종단과 사찰에 속한 재산감독권과 예산승인권,중요사찰의 예산조정권을 제한함으로써 종단재산의 독점운영권을 크게 약화시키는 한편 입법부에 해당하는 중앙종회와 사법부에 해당하는 호계위원회의 총무원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적절히 작용하도록 종헌·종법을 개정,총무원장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킬 계획이다.
지난 30일 반대 여론을 뭉개고 서원장의 3선을 표결,통과시킨 중앙종회도 총무원의 권력독점과 직결돼 종회제도 개선이 불가피한 것으로 개혁회의는 보고 있다.
조계종 의회와 마찬가지인중앙종회는 75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간선의원 27명은 총무원장이 위원장인 간선의원 선출위원회에서 뽑게 돼 있고,나머지 24개교구 본사 대표인 48명의 의원도 사실상 총무원장이 선임하는 주지들 가운데 선출될수 밖에 없다.
결국 총무원의 하부기관으로 전락한 종회는 총무원장 선출과정에서 총무원의 의사에 따를 수 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총무원에 대한 견제 감시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라는 지적이 있어왔다.개혁회의는 이러한 총무원종회간의 제도적 모순을 종회의원 직선제로 종헌·종법을 개정함으로써 해결할 방침이다.개혁회의는 이에앞서 현 종회의원들 상당수가 사퇴한 서원장쪽 사람들이어서 종회는 개혁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오는 15일 임시종회를 통해 개혁회의에 권한을 위임하고 해산을 결의토록할 방침이다.
개혁회의는 현재 중앙종회에서 선출하는 총무원장도 종단 교무부에 승적을 갖고있는 승려들의 투표로 선출하도록 하고,주지와 종회의원들이 겸직을 금지하도록 종헌을 고칠 계획이다.
한편 최근 총무원측이 소극적이나마추진해 왔던 사찰 재정의 공개와 투명성 확보문제도 이번 개혁과정에서 본격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회의는 이러한 종단개혁작업을 원로회의와 긴밀히 협조해 빠르면 3개월 안에 마무리짓고 새 종헌·종법에 따라 총무원장과 중앙종회가 구성되는 즉시 종권을 위임하고 해산할 방침이다.
◎차기 총무원장 누가될까/월탄·오록원·월주스님 등 5∼6명 물망/법정스님등 의외의 인물 선출 가능성도
서의현총무원장이 13일 공식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후임으로 누가 제27대 총무원장에 선출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후임선출에 실질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비상개혁회의」에서는 차기총무원장의 자격요건으로 참신성과 종단내 확고한 영향력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또한 과거 50년대 비구·대처승분쟁등 지난 40여년동안 종단내 분규에 연루되었던 승려들은 원칙적으로 배제하며 개혁을 정력적으로 추진해 나갈 비교적 젊은 중진스님을 선출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많은 관계자들은 과거 서총무원장집권 10여년동안 덕망있고 유능한 승려들은 정적제거차원에서 도태돼 이들 요건을 고루 갖추고 있는 인물은 드물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사는 월탄스님(법주사)과 오록원전총무원장(직지사),월주스님(전총무원장),탄성스님등 5∼6명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0년 제26대 총무원장자리를 놓고 서원장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고 이번에 단식농성을 하며 종단개혁을 촉구했던 월탄스님은 종단내 지지기반과 실무능력에서 다른 거명자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으나 과거 경선에서 탈락했었다는 점등에서 참신성이 떨어지고 있다.
청렴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오록원전총무원장은 84년부터 2년동안 재임하면서 종단을 큰 문제없이 이끌었고 현재 동국대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실무능력까지 겸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86년 서원장 취임당시 서원장을 지지했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밖에 「정의사회구현시민연합」과 경실련공동대표로서 활발히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월주스님(금산사),정통파 불교교리학자로서 또 청정한 선방 수행자로서 승려들사이에서 덕망이 두터운 오과산스님(쌍계사주지),종회의원으로서 이번 조계종사태에서 일찌감치 범종추를 적극 지지했던 설조스님(법주사)도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또 수필가이자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원로 법정스님을 비롯한 의외의 인물이 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신임총무원장의 선출은 빨라야 2개월후,늦으면 8월말까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총무원장의 선출권을 갖고 있는 종회의원들이 15일의 비상종회에서 모두 사퇴할 것으로 보여 이들에 대한 재선출 과정을 거쳐야 차기총무원장의 선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기 종회의원선출에서는 교구별로 승려들이 직접투표에 의해 종회의원을 뽑도록 종헌개정을 한다는 것이 개혁회의의 기본입장이어서 많은 시간과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차기 총무원이 출범하기 전까지는 현재 개혁회의 상임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탄성스님(공림사)이 총무원장직무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이나 탄성스님의 경우 오히려 원로쪽에 가까운점으로 미루어 후임 총무원장으로 선출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