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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부정권 인권탄압 실상 日 世界誌 15년 연재 / ‘T·K生’ 오늘 베일 벗는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박형규 목사)는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73년부터 88년까지 일본 진보월간지 ‘세카이’(世界)에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이라는 칼럼을 연재,군부정권의 인권탄압 실상을 고발했던 얼굴없는 칼럼니스트 ‘T·K생(生)’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공개한다.회견에는 박상중 참여연대 공동대표,오재식 전 월드비전 회장,‘T·K생’ 지명관 한림대 석좌교수,일본의 쇼지 스토무 목사,독일의 폴 슈나이스 목사,미국의 페리스 하비 목사 등 당시 국내외 민주화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박 목사 등에 따르면 ‘한국통신’은 지 교수의 투지,세카이 편집장 야스에 료스케(98년 작고)의 치밀하고 강직한 성격을 바탕으로 70년대 국내와 일본에서 한국 민주화운동을 벌이던 목회자들과 외국 선교사들의 믿음이 일궈냈다. 60년대 사상계 주간을 역임했던 지 교수는 당시 일본 도쿄대 객원연구원으로 부임했다가 알게 된 세카이 편집장 야스에 료스케를 만나 한국 실정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그런 이야기를 글로 써 달라.”는 권유를 받고귀국을 포기하고 상당기간 가족을 서울에 둔 채 대학의 전임강의를 감당하면서 매월 빠지지 않고 글을 써냈다. 야스에 료스케도 ‘한국통신’ 칼럼을 싣기 위해 승진 기회를 사양하고 15년여간 편집장 자리를 지키는 뚝심을 발휘하면서 T·K생 신화 탄생에 일조했다. 그러나 당국의 삼엄한 감시와 추적을 피해 칼럼의 재료가 되는 성명서 등 민주화운동 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아 정리하고 설명을 붙이고 담배종이처럼 마는 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포장해 서울에서 도쿄까지 날라다 준 국내외 기독교 목회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T·K생은 불가능했다는 것이 박 목사의 평가다. 이종수기자 vielee@
  • 피스컵국제축구대회 /히딩크 우승컵·박지성 MVP ‘하늘만큼 땅만큼’ 기쁜날

    ‘한국은 약속의 땅’-월드컵 4강의 신화를 일궈낸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 프로축구 PSV 에인트호벤이 제 1회 피스컵국제축구대회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에인트호벤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피스컵국제축구대회 결승전에서 프랑스의 올림피크 리옹을 1-0으로 제압하고 대회 첫 정상에 올랐다.지난 20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홍명보의 LA 갤럭시를 4-1로 대파,벼랑 끝에서 극적으로 결승에 오른 에인트호벤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진 리옹과 일진일퇴의 수중전을 펼치다 전반 페널티킥으로 얻은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우승 트로피와 함께 200만달러(약 24억원)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에인트호벤은 대회 골든볼과 골든슈까지 싹쓸이했다.조별리그 2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박지성은 85명의 기자단이 뽑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고,이날 결승골을 올린 마르크 반 봄멜은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올리며 모두 2골 2도움으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홈팬이나 다름없는 3만 3000여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출발한 에인트호벤의 초반 공격은 그러나 대회 최소 실점(2골)을 자랑하는 리옹의 ‘짠물 수비’에 막혀 곤욕을 치렀다.에인트호벤은 이영표가 상대 진영 왼쪽을 오르내리며 로벤,박지성,욘데용 등 공격진에 공을 뿌려댔지만 상대의 밀착 수비와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포백수비에 번번이 걸려 좀처럼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맞지 못했다. 전반 7분 기회는 리옹에 먼저 찾아왔다.에인트호벤 진영 왼쪽에서 올라온 센터링이 리옹의 골잡이 시드니 고부의 머리에서 골대를 향했지만 공은 아슬아슬하게 골대 오른쪽을 비껴갔다. 그러나 골은 역시 ‘킬러’들의 몫이었다.전반 23분 2명의 수비를 제치며 들짐승같이 리옹의 골문으로 대시하던 에인트호벤의 ‘영건’ 아르옌 로벤이 상대 미드필더 에릭 드 플랑드르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주심은 곧바로 옐로카드를 꺼내들었고 봄멜은 에인트호벤의 첫번째 슛인 페널티킥을 오른발로 골문 왼쪽 깊숙이 찔러넣었다. 후반전은 잠시 주춤하던 가랑비가 폭우로 변하며 본격적인 수중전의 양상을 띠었다.그러나 이미 수중전에서 리옹의 ‘아트사커’는 에인트호벤의 ‘토털사커’보다는 한 수 아래였다.리옹은 공격의 시발점인 에릭 카리에르와 시드니 고부를 각각 브리앙 벨구뇨와 주닝요로 교체,만회골을 노렸지만 계속되는 에인트호벤의 맞불 공세와 투지에 패배를 자인해야 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마당] 술 이야기

    요즘 모 미술관에서는 술에 관한 재미있는 전시를 열고 있다.각자의 술에 관한 기억과 존재 이유가 다른 만큼 각기 다른 작품들을 바라보며,우리의 지루한 일상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술의 철학에 관해 생각해본다.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예술가에게 술이란 강남의 환락가 룸살롱에서 아가씨들을 옆에 끼고 한 병에 몇십만원씩 하는 비싼 술을 마시는 사업가들의 술하고는 그 개념이 많이 다를 것이다.그래도 술값 대신 아가씨 얼굴을 그려주니 그렇게 좋아하더라는 추억담은 그리운 옛이야기가 아닐까? 물론 반주로 딱 한 잔이면 좋은 나 같은 사람에게도 술의 기능은 남들과 많이 다르다.할일을 끝내고 밥과 함께 마시는 한 잔의 술은 내게는 기분 좋은 일상의 축제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술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어쩌다 몇 번 가본 고급 룸살롱에서의 술자리는 그 술값이 얼마나 나왔을까 호기심을 갖는 순간 굉장히 불편한 자리가 되고 만다.그렇게 비싼 술을 그렇게 자주 먹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 우리나라 남자들 밖에는 없을것 같다. 백만원이 우스운 술자리는 너무나 많다.그런 식으로 사교도 하고 사업도 한다는 구실이 꼭 아니더라도 그들은 그런 자리를 무척 사랑하는 것일 게다.그렇지 않다면 하고한 날 밤마다 술 마시고 노래하는 술과 장미의 나날들이 즐겁기만 하겠는가? 신용불량자가 날로 늘어나는 이 살기 어려운 세상에 그 비싼 술을 마셔대는 사람들의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빚도 많고 한도 많아 머리가 터질 지경이 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장소가 룸살롱인지도 모른다.직장을 언제 그만두게 될지도 모르는 샐러리맨,직원들 봉급과 기울어가는 회사 사정에 노심초사하는 사장님들,그리고 규모가 큰 대기업의 대표까지 요즘 맘 편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그들과 더불어 살아남아야 할 가난한 화가의 마음은 오죽하랴.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는 21세기가 된 지금에도 그리 달라진 게 없는 듯하다. 술이 술을 먹고 온 세상을 다 삼켜버리고도 남을 그 비싼 술값을 다른 데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쓸 데 쓸 줄 알고 안 쓸 데 쓰지않을 줄 아는 돈의 존엄성에 관하여 다시 배워야 할지 모른다.하면 된다는 투지를 안고 성공가도를 달리던 80년대는 씁쓸한 성공의 추억을 남기고 아스라이 사라졌다.낯선 외국에 가면 어디서나 휘날리던 우리나라 기업들의 당당한 깃발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던지. 그 모든 것들이 당장 보기 좋은 거품이었다 해도,다른 나라 땅에서 오래 살던 사람들은 그 성공의 전주곡을 멀리서 듣기만 해도 그 깃발의 그림자를 훔쳐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다.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우리 경제도 덩달아 흔들리고,어쩌면 국운까지 나쁜 건지도 모른다.어쨌든 지난 세대는 피땀 흘려 일했다. 다음 세대의 성공의 밑거름이 너무도 불성실한 한탕주의의 당연한 결말이라는 흔한 말들도 술 마시고 싶은 우리의 쓸쓸한 마음에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어디선가 이런 칼럼의 구절을 본 기억이 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으스대기보다는 성공을 가져다 준 운의 작용에 감사해야만 한다.또한 불운 때문에 곤경에 빠진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헤아릴 줄 아는 아량과 겸허함을 갖춰야 한다.” 어찌 보면 옳은 말이다.날이 갈수록 성공이 뭔지 모르겠다는 기분이 든다. 내실을 기하는 기업,빚이 없는 가계,가난하지만 허황되지 않은 개개인의 마음.백 번을 되뇌어도 그저 말뿐인,우리 생전에는 결코 도달하지 못하고 말지도 모를 건강한 세상을 위하여 딱 한잔,건배를 하고 싶다. 황 주 리 화가
  • 日, 이라크 파병법 중의원 통과

    |도쿄 황성기특파원| 이라크에 대규모의 육·해·공 자위대를 파병하는 법안이 4일 일본 중의원에서 통과됐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13일 자위대 파병을 골자로 한 ‘이라크 부흥지원 특별조치법안’을 각의에서 의결해 국회에 넘긴 지 21일만에 이뤄진,전례가 드문 속전속결식 법안 통과이다. 참의원으로 회부된 법안이 오는 23일 통과돼 법으로 성립되면 일본 정부는 오는 10월 본격적으로 1000명 규모의 자위대를 파병한다.일본 정부는 본격 파병에 앞서 항공자위대의 C130 수송기 2대와 100명의 자위대를 7일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에 근거해 요르단 등 이라크 주변국에 보낸다. 야노 데쓰로 외무 부대신은 3일 한국을 방문해 한국 정부에 “유사법제나 이라크 파병법안은 헌법의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이해를 구했다. ●서두르는 파병,미국에 체면 세우기와 전례 쌓기 지난 6월7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자위대 파병을 약속했다.미·일동맹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보다 일본의 파병이 더 늦어져서는 안된다는 초조감이 커진 상태이다.제1야당 민주당이 지난 1일 파병에 반대하는 수정안을 내자 집권 자민당은 “수정협의에는 응할 수 없다.”는 강경입장으로 맞섰다.“지상(이라크)에 군화를 내디뎌라.”는 미국의 직·간접 채근에 파병을 더 이상 늦춰서는 곤란하다고 판단,일사천리로 입법을 서두른 것이다.미·일동맹이 대의명분이라면 일본의 군사대국화 흐름 속에 자위대 파병의 전례를 축적하려는 기도는 동전의 뒷면에 해당되는 속내라고 할 수 있다. 자위대는 동티모르를 비롯한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은 물론,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미군 후방지원을 위한 해외활동을 벌였다.이라크에 파병이 이뤄지면 육·해·공 자위대가 입체적으로 해외에 나가 활동하는 첫 사례가 된다.고이즈미 총리는 해외파병 때마다 특별법을 만들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파병이 가능한 항구법을 제정할 필요성을 국회에서 밝힌 바 있다.이라크 파병은 항구법 제정은 물론 자유자재로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전례와 명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우려되는 군사대국화 이라크 파병은 유사법제 제정에 이어 자위대에 가해진 제약을 풀고 행동반경을 넓히려는 보수우익 세력 주도의 군사대국화 흐름 속에 놓여 있다.일본 정부·여당 설명에 따르면 이라크 파병은 비전투지역에 한정한다는 전제가 있으나 현재의 이라크 치안을 감안하다면 전투·비전투 지역의 구분이 모호한 데다 자위대가 전투에 휘말려 교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찬반 여론 ‘팽팽’ 지난달 30일 아사히 신문이 보도한 이라크 파병 여론조사에서 찬성(46%)쪽이 반대(43%)를 근소한 차이로 눌렀을 만큼 국내 여론은 입장이 팽팽히 맞선다. 정치권에서는 유사법제 통과 때 적극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던 민주당조차 “파병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반대표를 던지는 등 야 4당이 일제히 반대 입장이다. marry01@
  • [김광림의 플레이볼] 송진우를 위한 ‘훈수’

    LG와 기아의 4위 싸움이 치열한 프로야구 중반 레이스에 최근 한화가 가세하고 있다. 한화 상승세의 원동력은 지난 시즌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이상목과 역시 지난해 체력저하로 인해 부진했던 정민철이 팀의 확실한 ‘원투펀치’로 자리잡았다는 데에 있다.다만 팀의 에이스인 송진우가 올 38세의 나이로 연일 역투를 하다가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이 큰 부담이다. 올 시즌 송진우는 14경기에 출전해 4승6패를 기록하는 동안 91.2이닝을 던지며 강인한 승부욕을 보였지만 결국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송진우는 지난해 31경기에 출전해 220이닝을 던지기는 했지만 체력만큼은 아직 믿을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올 시즌 한화는 마무리 피코타가 불안을 보이며 선발로 보직변경을 한 상태로,현재 한화의 마무리는 다른 상위팀에 견줘 무게감이 떨어진다.그런 만큼 한화에선 송진우의 마무리 활용도 고려해 볼 상황이다. 송진우는 92년 선발과 마무리 ‘전천후’로 뛰면서 19승8패17세이브를 기록했고,통산 166승94세이브로 선발과마무리 모두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물론 송진우의 개인 통산 200승도 중요하다.모든 팬들의 관심이 이승엽의 홈런 기록에 집중된 가운데 송진우가 프로야구 최초의 개인 200승을 달성한다면 팬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한화로서는 송진우의 활용에 대한 결단을 내려줘야 하는데,주의할 점은 그에 대한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다.젊었을 때는 많은 출장과 투구수에도 빠른 회복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지만 지금 38세의 나이는 모든 면에서 예전 같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올 시즌도 초반 한차례 부상 위험이 있었던 것을 무시하고 6월 들어 등판하는 경기마다 130∼140개의 공을 던지는 무리수를 둔 것이 결국은 부상을 초래했다. 송진우의 정신력과 투지는 지금의 어려운 고비를 충분히 이겨내리라 믿는다.다만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무리한 등판과 투구를 한다면 올 시즌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개인 200승 달성은 모두 꿈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장마와 올스타 브레이크가 한화로선 아주 좋은 휴식의 기회다.송진우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뒤 선발과 마무리 중에서 확실한 포지션을 정해주고 철저한 관리를 한다면 후반기에 LG,기아와 함께 재미있는 페넌트레이스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광주방송 해설위원 kkl33@hanmail.net
  • 편집자에게/ 제주 해녀 보호 정부가 나서야

    -‘제주해녀 사라진다’ 기사(대한매일 7월1일자 9면)를 읽고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깊고 시퍼런 바다 속에서 전복을 따고 미역을 캐 자식들을 대학까지 보내는 제주해녀의 의지는 너무나 유명해 다른 나라 사람들도 주목하고 있을 정도다.또 90% 이상이 농사를 겸하고 있어 제주해녀는 근면과 자립의 상징이기도 하다.그래서 제주의 삼다(三多) 가운데 하나가 여다(女多)인지도 모른다. 해녀들의 ‘물질’은 그야말로 ‘사투’다.정조임금이 어느 날 수라상에 올라온 제주 진상품인 전복을 보고 목숨을 건 제주해녀의 투지의 산물이어서 차마 먹을 수 없다고 해 입에 대지 않았다는 일화도 전해온다.이런 해녀가 사라진다는 것은 유형문화재의 소실이나 인간문화재의 사망과 같아 너무도 안타깝다. 제주도 등 자치단체들이 해녀보호와 소득증대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그러나 이러한 노력이나 지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연평균 100여명 넘게 줄어드는 해녀보호를 위해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 제주해녀는 세계적으로 내놓아도 손색없는 인간문화재다. 강은정 제주YWCA 사회개발위원장
  • 코리아군단 VS 골프女帝 / 세리·지은 US오픈서 소렌스탐과 ‘지존’ 격돌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총상금 310만달러)이 3일 밤(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의 펌프킨리지GC(파71·6509야드)에서 개막,4일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지난 1998년 루키시절 박세리(CJ)가 연장 18홀을 포함,92홀의 사투 끝에 우승컵을 차지해 ‘IMF체제’의 절망 속에서 신음하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던져준 대회이자 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은 권위와 전통뿐 아니라 상금 규모에서도 다른 대회를 압도한다. 지난 46년 창설돼 LPGA 투어 대회 가운데 가장 오래됐고,메이저대회로서도 최장 역사다.무엇보다 LPGA 투어 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총상금이 300만달러를 넘고 우승 상금만도 56만달러에 달해 웬만한 투어 대회 우승상금의 5배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의 면면도 다른 대회와는 격이 다르며 각오와 투지도 대단하다. ●누가 출전하나 예선 면제 선수 58명과 예선 통과자 100명 등 모두 158명이 출전 자격을 얻었다. 한국선수들은 두 번째 타이틀에 도전하는 박세리를 비롯해 김미현(KTF) 박지은(나이키골프) 박희정 한희원(휠라코리아) 장정 등이 역대 챔피언 및 상금 상위 자격으로 자동 출전하고 강수연(아스트라) 이정연(한국타이어) 강지민 문수영 양영아 김초롱 등 일부 프로와 미셸 위 송아리·나리 등 아마추어들이 예선을 거쳐 출전권을 따내 역대 가장 많은 10여명이 대거 나선다.거대한 ‘코리아군단’과 함께 대회 2연패와 통산 3승을 노리는 줄리 잉스터,‘여제’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시즌 첫 메이저인 나비스코 챔피언 파트리샤 므니에 르부,메이저대회 우승 단골 캐리 웹(호주)을 비롯해 로지 존스,로라 디아스,로라 데이비스(영국),로리 케인(캐나다),카린 코크,마리아 요르트(이상 스웨덴) 등 내로라하는 강호들은 모두 출전한다. ●우승 후보는 누구 우승 확률이 높게 점쳐지는 선수는 시즌 다승 1위(3승)를 달리는 소렌스탐.다승은 물론 상금 등에서 2위 박지은과 3위 박세리를 멀찌감치 밀어내고 독주하는 소렌스탐은 95·96년 2연패에 이어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물론 소렌스탐의 우승을저지할 유력한 후보는 박세리와 박지은.박세리는 다른 선수에 견줘 소렌스탐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데다 어려운 코스에서 치러지는 대회에서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여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아마추어 최강을 거쳐 프로에 올라왔지만 아직 메이저 왕관이 없는 상금 랭킹 2위 박지은도 이번만큼은 반드시 정상에 오르겠다는 각오가 강하다. 지난해 예상치 못하게 정상에 오른 잉스터도 물론 다크호스로 꼽힌다. ●난코스가 최대 변수 올해 대회가 치러지는 펌프킨리지GC는 대회 사상 가장 어려운 코스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대회를 위해 모든 게 조정됐다.우선 4번홀을 비롯해 9·10·17·18번 홀의 길이가 늘었다.전체 코스 길이는 6509야드로 세팅돼 있지만 일부 홀의 티잉 라인을 조절하면 실제로는 6550야드까지 늘어난다.이 같은 길이는 파71로 세팅된 역대 대회 코스 가운데 가장 길다. 코스 세팅을 주도한 켄드라 그레엄은 “페어웨이 주변의 러프 또한 역대 가장 질기고 길어 선수들은 단 한 번의 실수로도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곽영완기자 kwyoung@ ■US오픈 진기록들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US여자오픈은 역사만큼이나 많은 진기록을 갖고 있다. US오픈을 주관하는 미골프협회(USGA)가 인정하는 역대 최고의 진기록은 박세리가 세운 것.지난 1998년 루키시절 제니 추와시리폰(미국)과 치른 연장전으로,18홀 연장도 모자라 서든데스로 2홀을 더 치르고 정상에 올랐다.홀 수로 치면 92홀을 돈 것.US오픈의 대회 규정상 18홀 연장을 돌고 서든데스까지 치른 건 전무하다. 당시 연장전 도중 박세리가 해저드에 빠진 공을 치기 위해 하얀 맨발을 드러내며 물 속으로 들어가 위기를 탈출하는 장면은 아직도 국민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져 있지만 USGA 또한 우리 못지 않은 감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이 대회는 그 해 미프로골프(PGA)와 LPGA를 통틀어 가장 많은 미국 시청자들이 TV를 통해 지켜본 것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다음은 줄리 잉스터가 지난 99년 처음 이 대회 정상에 오르면서 세운 최저타 우승.당시 잉스터는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쳐 이전까지 최저타인 앨리슨 니컬러스(영국)의 97년 기록(합계 10언더파)을 6타나 줄였다. 컷 통과 타수로 볼때 역대 가장 어려웠던 대회는 테네시주 리치랜드CC(파71)에서 열린 80년 대회.당시 컷을 통과한 공동 60위의 기록은 합계 11오버파였다. 통산 상금 1위는 두 차례나 정상에 오른 캐리 웹(115만 8532달러)이며,2위는 역시 두 차례 우승한 잉스터(106만 9780달러).베시 라울(51·53·57·60년)과 키미 라이트(58·59·61·64년)는 통산 최다인 네 차례나 정상을 밟았다. 곽영완기자
  • 예술축구 ‘맞장’ 검은돌풍 / 프랑스·카메룬 30일 컨페드컵 결승 격돌

    홈팀 프랑스의 2연패냐,비탄에 빠진 카메룬의 첫 우승이냐. 프랑스와 카메룬이 ‘미니 월드컵’인 2003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 패권을 놓고 30일 새벽 4시(이하 한국시간) 한판승부를 벌이게 됐다.프랑스는 27일 콜롬비아와의 준결승에서 ‘아스날 삼총사’ 티에리 앙리-로베르 피레스-실뱅 빌토르드가 3골을 합작해‘신흥강호’ 터키의 추격을 3-2로 따돌렸다. 프랑스는 전반 11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피레스가 중앙으로 올린 공을 빌토르드가 삼각패스로 찔러 주자 앙리가 골지역 왼쪽에서 왼발로 차 넣어 선제골을 뽑아냈다.26분에는 피레스,43분에는 빌토르드가 1골씩을 보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앙리와 피레스는 나란히 3골을 기록,나카무라 순스케(일본)와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고크데니스 카라데니스(트라브존스포르)와 툰카이 산리(페네르바체)의 만회골로 턱밑까지 추격한 터키는 종료 2분전 페널티킥까지 얻어냈지만 오칸 일마스(부르사스포르)가 실축해 쓴잔을 들었다. 첫 출전한 카메룬은 통곡속에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올림피크리옹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경기에서 전반 9분 피우스 은디에피(세단)가 뽑아낸 왼발 발리골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이겼지만 미드필더 마르크 비비앵 푀(맨체스터시티)가 후반 21분 그라운드에 쓰러져 끝내 숨진 것. 카메룬 선수들은 경기를 마친 뒤 푀의 사망 소식을 듣고 승리의 기쁨 대신 동료를 잃은 슬픔에 가슴을 쳐야만 했다. 2002월드컵에서 예선 탈락의 망신을 당한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가공할 득점력을 앞세워 구겨진 ‘아트사커’의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다.프랑스는 콜롬비아전에서는 1-0으로 이겼고 뉴질랜드전에서 5골을 몰아넣는 등 모두 11골을 뽑아냈다.이에 견줘 카메룬은 3골을 넣는데 그쳐 공격력에서는 뒤지지만 세계 최강 브라질과 복병 터키를 차례로 격파하며 사기가 한껏 올랐고,동료의 사망도 투지와 조직력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임은주의 킥오프]여자축구 성장 놀랍다

    지금 필자는 8회째를 맞은 아시아 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 심판으로 참석하고 있다. 오는 9월 미국에서 열리는 여자축구 월드컵 예선을 겸하고 있는 이 대회에서는 지난 16일 남북이 예선 마지막경기에서 마주쳐 관심을 모았다. 이긴 팀은 일본과 경기를 하지만 진팀은 세계 최강의 강팀 중국과 힘겨운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양팀 모두 큰 부담감 속에 경기를 맞았다. 13년전인 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당시 필자는 한국의 국가대표로 출전한 적이 있다.그당시 북한과 만나 0-7로 대패를 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물론 그 이후에도 남북은 16일 경기 이전까지 3번을 더 만났지만 번번이 패하곤 했다. 여자축구의 강호인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 후보로 지목됐다.북한과의 경기는 우리선수들에게 충분히 부담이 됐다.경기전에도 북한 코칭스태프들을 만나면 월드컵을 같이 가자고 애교공세(?)까지 펴야 하는 상황이었다. 코칭스태프도 비기기만 해도 4강에 올라가기 때문에 모두 긴장 상태였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벤치멤버를 내보낼 것이라는 우리생각과 달리 북한은 11명 모두 베스트로 선발을 짰다. 그러나 예상외로 우리 선수들은 강한 압박과 파이팅 넘치는 투지로 몰아붙이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북한선수들의 당황스러움이 한 눈에 들어왔다. 선제골도 예상과 달리 한국에서 터져 나왔다.북한선수들은 허둥대는 모습까지 보였다.경기가 진행되며 공방전도 치열하게 전개됐다.결국 90분 동안 쉴 틈 없이 골을 주고 받은 끝에 2-2로 무승부를 이뤘다. 수비의 핵인 이명화 선수가 퇴장당한 상황에서도 우리선수들의 투지는 눈물겨울 정도였다.대등하기보다는 우세한 경기를 펼쳤고 심판의 판단 미스로 두개의 퇴장이 더 나와야 하는 상황일 정도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격렬했다. 경기후 북한쪽에서는 오늘 경기는 진거나 다름없다며 한탄했다.10명이 싸운 한국측에 겨우 비긴 것에 그나마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결국 4강에 진출한 한국은 비록 중국과 준결승전에서 만나 아쉽게 1-3으로 패했지만 예전과 달리 향상된 실력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아시아 여자축구계는 한국의 선전에 모두 흥분돼 있다.매경기 이전보다 달라진 경기내용으로 그동안 북한·중국·일본으로 형성된 아시아 여자축구 강국의 혈통을 한국이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보였다. 일전에도 필자가 지적한 대로 모든 국민이 지난해 월드컵때처럼만 여자 대표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한다면 남자보다 더 빠르게 세계 축구의 강호로 우뚝 설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임은주(축구 국제심판) rtiger2002@hotmail.com
  • 열심히만 뛰었다 / 기술·조직력·골결정력서 열세 코엘류호, 아르헨에 0-1 무릎

    ‘월드컵 4강’의 태극전사들은 몸을 날려 선전했지만 상암에서의 연패 악몽을 끝내 끊지 못했다.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들의 함성은 1년 전과 다름이 없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인 아르헨티나의 벽을 넘기에는 아직 기술과 조직력이 달렸다. 한국축구대표팀이 11일 열린 남미 최강 아르헨티나와의 친선경기에서 전반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이로써 한국은 지난 8일 우루과이전을 포함,월드컵 4강을 기념하는 두 차례의 A매치 홈경기에서 거푸 쓴잔을 들이켰고,86멕시코월드컵 본선에 이어 17년만에 만난 아르헨티나에 패해 통산 전적에서도 2전 전패의 열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달 한·일전 리턴매치를 승리로 이끌며 연승의 꿈을 부풀린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우루과이에 충격의 0-2 패배를 당한 뒤 정신력과 전열을 가다듬으며 명예 회복을 노렸지만 아르헨티나의 ‘킬러’ 하비에르 사비올라의 오른발 슛 한 방에 눈물을 삼켰다.한국은 이날 선전하기는 했지만 코엘류 감독 취임 이후 가진 5차례의 A매치에서 1승1무3패의 저조한 전적과 함께 단 1득점에 그쳤다. 한국의 이날 경기 모습은 3일 전의 우루과이전과는 사뭇 달랐다.초반 한국은 2002월드컵 때 보여준 특유의 강한 압박과 투지로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포백에서 과감히 벗어나 김태영-유상철-조병국이 포진한 스리백은 하비에르 사네티-루시아노 가예티-하비에르 사비올라로 이어진 아르헨티나의 날카로운 측면 공격을 무력화시켰고,‘제2의 마라도나’ 사비올라는 한국의 수비진에 꽁꽁 묶여 공조차 제대로 잡아보지 못했다.김남일 이영표가 펄펄 난 미드필드진은 중원을 완전히 장악했고,이천수와 이영표는 환상의 리턴패스로 아르헨티나의 왼쪽을 헤집으며 조재진의 발끝과 차두리의 머리 위에 공을 떨궜다. 그러나 한국은 ‘킬러’가 아쉬웠다.전반 4분 골 기회를 엿보던 한국은 미드필드 왼쪽에서 김태영이 길게 올린 크로스 패스가 조재진의 머리를 맞고 차두리에 이어졌지만 한 발이 모자라 첫 골 기회를 무위로 돌렸다.28분에는 김남일이 미드필드 중앙에서 수비 2명을 따돌린 뒤 골마우스 왼쪽에 버티고 있던이천수에게 공을 연결해 줬지만 골키퍼와 맞선 이천수의 회심의 왼발슛은 왼쪽 골대를 비껴갔다.후반에도 한국은 골갈증을 풀지 못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잠시 흐트러진 한국 수비의 틈을 놓치지 않았다.전반 43분 한국의 왼쪽 코너 깊숙한 지점에서 한국 수비가 걷어낸 공을 교체 투입된 막시밀리아노 로드리게스가 중간 차단,사네티-사비올라로 이어주며 결승골을 뽑아냈다. 최병규 박준석기자 cbk91065@ 감독 한마디 ●승장 마르셀로 비엘사 아르헨티나 감독 1골 더 넣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초반 한국의 빠른 공격에 긴장했는데 인내심을 갖고 기회를 포착한 것이 승인이다.우리의 패스를 중간에서 가로채 역습 하려는 한국의 작전은 좋았다.이천수가 우리 수비를 많이 혼란시켜 인상적이었고,개인적으로는 유상철을 칭찬하고 싶다. ●패장 움베르투 코엘류 한국 감독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였다.강팀을 상대로 잘 싸웠다.전반전에 다소 미흡했지만 후반들어 많은 기회를 잡았다.골이 안 들어간 게 아쉬웠다.강팀과 경기를 많이 해야 강팀으로 성장할 수 있다.나도 득점력 부재로 고민하고 있다.하지만 나는 우리팀을 믿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 서울시청앞 ‘평화의 난장‘ 이모저모/ “대~ 한민국” 다시 울린 6월의 함성

    월드컵의 붉은 물결이 서울 도심에서 재현됐다. 한국과 우루과이 축구팀의 친선 경기가 열린 8일 저녁 시청앞 광장과 광화문 일대에는 시민 6만여명이 한데 어울려 1년 전의 감동을 되살렸다. ●“월드컵 잔치는 계속돼야 한다” 시민들은 서로 어깨를 걸고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을 외쳤다.붉은 셔츠를 입고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모인 6만여명의 시민들도 목청이 터지도록 응원전을 펼쳤다. 한국팀의 잇따른 실점에도 응원단의 함성은 가라앉지 않았다.시민들은 비록 경기에는 졌지만 월드컵의 투지와 열정은 계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청 앞에 나온 이정우(33)·김미경(33) 부부는 “한국팀이 아쉽게 패배했지만,월드컵의 감동을 생생하게 만끽했다.”고 말했다.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피해 지난달 귀국한 베이징대생 이승훈(21)씨는 “TV로만 봤던 붉은악마의 응원열기를 체험하니 감동적”이라면서 “월드컵 잔치를 브라질의 삼바축제처럼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박상균(39·회사원)씨는 “시계바늘을 마치 1년 전으로되돌려 놓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인 호세 카를로스 마르코(32)는 “1년 전 스페인팀을 패배시킨 한국팀의 투지가 인상적이었다.”면서 “응원열기가 놀랍고 환상적”이라고 감탄했다.아들 가족을 만나러 한국에 온 독일인 애클(59)은 “지난해 손자가 한국에서 보낸 거리응원 사진과 편지를 보고 기회가 되면 ‘대∼한민국’을 같이 외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6월항쟁과 월드컵 기념한 평화의 난장 1980년대 민주화운동 세대와 월드컵 응원을 이끈 신세대는 7,8일 이틀 동안 시청앞 광장에서 다시 만났다.6월항쟁 16주년과 월드컵 1주년을 맞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박형규)가 마련한 ‘평화의 난장,오 피스 코리아’(Oh Peace Corea)에서 이들은 시간의 벽을 뛰어넘어 열정과 환희를 함께 나눴다. 시청앞 광장 곳곳에는 60∼80년대 민주화운동 자료사진과 지난해 월드컵 응원 장면 150여점이 전시됐다.아들과 함께 시청앞을 찾은 회사원 이종근(41)씨는 “초등학생 아들에게 아버지 세대의 고민과 열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호헌철폐’를 외치며 거리를 뛰어다니던 16년 전의 감동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고 말했다. 장택동 이세영기자 sylee@
  • 관광공사 선정 ‘6월에 가볼만한 곳’

    6월은 본격적 더위와 함께 연두색 나뭇잎이 진초록으로 바뀌는 계절.성급한 이들은 벌써 계곡이나 바다로 물놀이에 나선다.이 달은 또 현충일(6일)과 6·25가 끼어 있는 ‘호국의 달’로 아픈 역사의 현장도 나들이를 겸해 한 번쯤 찾아볼 만하다.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6월에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한다. ●섬강 일대(강원 횡성) 서울에서 2시간만 가면 산과 계곡,호수와 자연휴양림이 어우러진 횡성의 섬강 일대에 닿는다.횡성이란 지명도 섬강이 동에서 서로 가로지른다는 의미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횡성 나들이는 섬강을 따라 4번 군도를 달리는 드라이브로 시작한다.한쪽에 섬강이,다른 한쪽엔 논밭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길 양편으로 산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그만이다.드라이브 코스가 끝날 무렵 횡성댐이 나온다.댐 주변엔 물홍보관과 함께 수림공원이 조성돼 있다. 횡성호 주변을 드라이브한 뒤엔 등산이나 계곡 트레킹을 하면 된다.추동리 병지방계곡이 좋다.어답산 서북부 준평야지대에 형성된 이 계곡은 맑은 계곡물과 울창한숲이 시원하다. 등산을 하고 싶으면 어답산(789m)에 오르면 된다.신라 박혁거세가 태기산의 태기왕을 뒤쫓다가 이 산에 들렀다고 해 붙여진 이름.어답산 정상에 서면 그림처럼 펼쳐진 횡성호와 삼거리 저수지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중앙고속도로 횡성IC에서 빠져 횡성읍내를 지나면 4번 군도를 탈 수 있다.횡성군청 관광경제과(033-340-2544). ●농가에서의 하룻밤(충남 청양) 청양은 고추와 칠갑산으로 유명한 곳.시골 인심이 후한 이곳에는 천년 고찰을 자랑하는 장곡사와 정혜사,최익현의 영정을 모신 모덕사가 있다. 장곡사는 칠갑산(561m) 남쪽 기슭에 자리잡은 천년 고찰.통일신라시대 보조선사가 창건한 사찰로 철조약사여래좌상(국보 58호),괘불(국보 300호) 등 문화재와,다른 사찰에선 보기 힘든 2개의 대웅전,즉 상·하 대웅전을 갖고 있다.장곡사를 둘러보고 나면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하거나 휴양림에서 쉬어가면 된다. 칠갑산 주변으로 개곡리 마을,까치네 마을 등 산간마을이 정겹게 자리잡고 있다.이곳에선 민박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냇가에서멱도 감고,다슬기와 송사리도 잡으며 동심을 느껴볼 수 있다. 천안-논산 고속도로 남공주IC에서 빠져 36번 국도를 타고 정산을 거쳐 청양으로 가는 코스가 빠르다.문의 청양군 문화관광과(041-940-2224). ●다부동 전적지(경북 칠곡) 다부동은 한국전쟁 때 ‘철의 삼각지’와 함께 가장 치열했던 격전지.북한군 2만 4000여명,국군 1만여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한다.이곳엔 독특한 탱크 모양의 다부동 전적비와 기념관,시인 조지훈이 1950년 8월의 치열한 공방전을 끝낸 후 참상의 현장을 찾아 지었다는 ‘다부원에서’ 시비가 있다. 또 유학산 전투지역 탐방로,왜관지구 전적비,밀려오는 적군을 막기 위해 끊겼던 비운의 ‘호국의 다리’ 등이 스러져간 호국 영령의 뜻을 기리고 어린 자녀들에겐 의미 있는 체험학습의 현장이 될 만하다. 여유가 있다면 도개온천과 가산산성,기성동 3층 석탑,파계사·동화사가 있는 팔공산도립공원도 들러볼 만하다.다부동 전적지는 중앙고속도로 다부IC를 빠져 나오자마자 나오며,경부고속도로 왜관IC에선 20분쯤 걸린다.칠곡군청 문화공보과(054-979-6061). 임창용기자 sdargon@
  • “공초 자유정신 내 문학과 상통”/ 대한매일 제정 제11회 공초문학상 수상 김지하 시인

    공초문학상 수상작 ‘절,그 언저리’가 표제시로 수록된 수묵시화집은 시인으로 되돌아온 김지하(62)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작품이다. 지난해 시인이 사상의 숲에 젖어있다가 8년 만에 시집 ‘화개’를 들고 나오자 문단은 대산·만해문학상 등으로 반겼다.홀로 복잡한 사유의 강을 훌쩍 건너가 ‘시인’으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세인의 우려를 말끔히 가시게 했다.‘공초 문학상’에는 그에게 시인으로서 세상을 위해 더 노래해 달라는 당부의 뜻이 담겼다. “공초 선생은 세속에 얽매이지 않고 훨훨 날아다니며 정신의 자유를 추구한 비범한 분이었습니다.그의 시는 허무에서 역설적인 힘을 발견하려는 의지를 노래한 것이어서 제 생각이랑 맥이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김 시인은 고교시절 고궁에서 열렸던 어느 백일장에 참가했다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신 빡빡머리의 공초 선생을 본 기억담을 전해주며 “평생 자기를 바치듯 살다 간 공초의 삶은 제가 최근 소망하는 ‘모시는 태도’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그런 분의 시정신을 기리는 상을 받게 됐으니 고맙고 좀더 ‘모심’의 마음으로 시를 쓰라는 격려의 뜻으로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수묵시화집 ‘절,그 언저리’는 2001년부터 2년동안 절을 순례하면서 쓴 34편의 시에 수묵화를 덧붙인 것.개인적으로도 사상의 무게에 눌렸던 그에게 다시 ‘시의 소리’를 냈다는 확신을 준 작품집이다. “‘중심의 괴로움’이후 8년 동안 시를 못 쓰다 지난해 ‘화개’로 입을 열었지요.사실은 그동안 시를 안 쓴 게 아니라 매일 썼습니다.그런데 매일 2∼3줄만 쓰면 여백이 허옇게 텅 비었습니다.그렇게 빛만 남아서는 시가 안 됩니다.어두움도 있어야 합니다.그래서 절을 다니며 순간순간의 느낌을 휙휙 갈긴 것이 이번에 낸 ‘절,그 언저리’입니다.마음에 차지 않는 작품도 있지만 ‘삶의 소리’가 돌아와 개인적으로 무척 기쁜 시집입니다.” 수식어를 붙이는 게 번잡할 정도로 김지하 시인은 늘 세상의 중심에 있었다.70년 ‘사상계’에 시 ‘오적’을 발표하여 반독재 투쟁의 선봉이 된 뒤 민청학련을 배후조종한 혐의로 사형을 언도받았다.유신시대를 “죽음”이라 노래하고(시 ‘1974년 1월’),“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 만세”를 외치면서(‘타는 목마름으로’) 70년대와 80년대를 투쟁과 감옥생활로 보냈다.세계 각국 지성인들의 구명운동으로 출옥한 뒤에는 사상가로서 개벽·동학·율려·생명운동 등을 천착하고 유불선의 통합을 모색하는 시기를 거쳐,민족주의와 세계 보편적 사상의 통합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박수를 받건,손가락질을 받건,늘 ‘중심’에 있었다. 늘 앞서간 길이어서 평탄하지 않았다.남보다 세상을 먼저 보고 맞이하려 했기에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그 모습은 길고 긴 겨울을 참은 뒤 막바지 추위가 절정에 이르는 2월에 첫 꽃을 피우며 봄을 알리는 ‘꽃의 예언자’ 매화를 닮았다.정서적으로 친화력을 느껴서인지는 몰라도 그는 최근 매화를 배우는 데 푹 빠져있다.(인터뷰를 한 18일 아침에도 매화 그림이 잘 되지 않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수상작 ‘절,그 언저리’에는 시인의 사상 탐험이 고스란히 들어있다.“절,/그 언저리 무언가/내 삶이/있다”고 운을 뗀 시인은 자신의 삶을 “쓸쓸한 익살/달마 안에”(불교)서 찾거나,“외로운 예언을 하는 한매(寒梅)”나 “서너 촉 풍란(風蘭)”(유교)에서 그리기도 한다.이윽고 시인은 “세 거룩한 빛과 일곱별”과 “살풋 숨어있는 풍류”(선도)를 발견한다.그러나 그의 자화상은 ‘절 언저리’에 있다.창대한 숲을 떠올리는 사유의 체계를 산책했지만 늘 그의 마음은 세상을 걱정하고 있기에 절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는지 모른다. “절에 가면 내가 숨쉬고 살 곳이 있습니다.그곳엔 불교(대웅전)라는 세계적 종교가 가진 보편성과 환인신화(환웅전·칠성각)라는 민족적 요소가 습합되어 있습니다.이 기가 막힌 결합에서 ‘뭔가’가 나오지요.” 그는 기독교·유교·주역의 숲을 보여준 뒤 들뢰즈와 가타리 등 현대 철학자의 이론으로 돌아오는 등 동서고금의 사상을 비교 분석하면서 불교와 선도의 통합에 대해 역설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빽빽한 숲을 연상케 하는 복잡한 사유체계를 듣다가,동서고금의 철학 미학 종교 문학을 아우르려는 그 창대한 숲을 가로지르는 공통의 정신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마디로 ‘모심’(侍)이라고 할 수 있어요.사람과 사람,사람과 뭇 생명,사람과 자기 안에 있는 신령한 마음,심지어 컴퓨터 같은 기계와 인간의 관계도 모시는 태도가 있어야 합니다.한때 합리적 사유 이른바 운동권의 논리를 중요시한 적이 있는데 이는 세상에 좋은 영향만이 아니라 나쁜 흔적도 남겼지요.윤리적 태도의 모자람이나 폭력성 같은 것인데 그동안 싸우느라 잊었던 내면적인 평화,모심을 회복해야 합니다.” ‘모심’의 사상을 강조하면서 마지막 꿈도 그것을 주제로 한 시적인 산문 ‘모심’(그가 미리 정해놓은 제목)을 내는 것이라고 전했다.“얌전하고 알기 쉬운 글로만 채운 뒤 마지막 가는 길에 세상에 드리고 싶다.”며 “그 뒤 시골로 훌훌 내려가겠다”고 말했다.누가 뭐래도 문사철에 능한 전통적 의미의 ‘시인’일 수밖에 없는 그는 세상에 대해 갈수록 자신을 낮추고 있다.‘절,그 언저리’에서. 이종수 기자 vielee@ ■심사평 ‘황톳길’(1969)로 등단한 이후 김지하의 시력(詩歷) 34년은그 어느 영혼의 항구에도 정박하지 않고 사상사의 나침반에 시혼을 내맡긴 채 표류하는 미학적 항해사였다. 출항 때의 저 뜨거운 열정과 불굴의 투지로 다져진 저항시들이 받았던 지지와 갈채와 성원은 세계문학사상 희귀한 혁명시의 성공사례였다.그는 언어의 마술사로 군부독재에 단독자로 맞서,민주주의를 타는 목마름으로 견인해냈다.유신통치가 끝나는 지점에서 김지하 시인은 ‘저항시인’에서 ‘사상시인’으로의 변신을 시도했으며,이후 오늘까지도 그의 지적 편력의 허기증은 지속되고 있다.그는 변혁의 사상사적 원동력을 토착적인 민중신앙에서 탐구하면서 밥,생명사상,율려(律呂)사상 등등을 창출,전개해 왔다.그는 저항시를 뒤로 자리바꿈시키고도 끊임없이 변혁(개벽)에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세계사와 민족사를 응시하면서 간헐적인 발언으로 사회적인 관심을 유도해 냈다.그의 행동과 작품은 당대의 민중이 원하든 않든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파장을 일으키게 되어있다.설사 반역사적인 발언일지라도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야기되어 역사적인 진보에 도움을 주는 역기능까지 가진 이 미묘한 시인의 역할은 다른 누구로도 대신할 수 없는 바로 김지하 시인의 몫이다. ‘절,그 언저리’는 시인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슬픔의 정치학”인 ‘화개’에 이은 “새로운 문화정치학의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인 방향전환의 시도이다.절에 가서도 절의 모습을 못 찾는 이 시인의 처절한 궁극적인 시대정신의 갈구 자세가 바로 이 시집을 이루고 있다.어쩌면 김지하의 긴 항해 앞에 곧 새 미학적 항구가 보일 듯한 예감이 든다.아마 그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시경(詩經)’의 세계로의 귀환일지 모른다. ●심사위원 임헌영(문학평론가) ‘절,그 언저리’ 절, 그 언저리 무언가 내 삶이 있다 쓸쓸한 익살 달마(達摩) 안에 한매(寒梅)의 외로운 예언 앞에 바람의 항구 서너 촉 풍란(風蘭) 곁에도 있다 맨끝엔 반드시 세 거룩한 빛과 일곱별 풍류가 살풋 숨어 있다 깊숙이 빛 우러러 절하며. ■김지하(본명 金英一)연보 ▲41년 전남 목포 출생 ▲59년 서울대 미학과 입학 ▲63년 필명 지하(芝河)로 시 ‘저녁이야기’ 발표 ▲64년 대일굴욕외교 반대투쟁으로 4개월간 투옥 ▲69년 ‘시인’지에 ‘황톳길’‘녹두꽃’등으로 등단 ▲70년 ‘사상계’에 담시 ‘오적’ 발표,첫 시집 ‘황토’ 간행 ▲73년 소설가 박경리의 외동딸 김영주와 결혼 ▲74년 ‘민청학련사건’ 배후조종 혐의로 사형선고 받은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 ▲75년 3월 출옥 한달뒤 재구속,옥중에서 ‘로터스 특별상’수상 ▲80년 12월 석방 ▲시선집 ‘타는 목마름으로’(82년),이야기모음집 ‘밥’(84년),‘남녘땅 뱃노래’(85년),시집 ‘애린’(86년),‘검은 산 하얀 방’(86년),‘화개’(2002년) ‘김지하전집’(2002년)‘김지하의 화두’(2002년) 수묵시화집 ‘절,그 언저리’(2003년) 등 출간
  • F - 5E 전투기 추락 / 예천서… 조종사 사망

    13일 오후 1시쯤 경북 예천군 유천면 화지리에서 제 16전투비행단 소속 F-5E 전투기 1대가 인근 비닐하우스로 추락,조종사 김상훈(30·공사 44기) 대위가 숨졌다. 사고기는 예천 군비행장에서 공중전투지원 훈련을 위해 이륙한 직후 좌측 엔진이 정지되자 곧바로 기체를 돌려 예천비행장으로 비상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에서 2.5㎞ 정도 떨어진 곳에 추락한 뒤 폭발했다.조종사 김 대위는 무선 교신을 통해 관제소에 기체 이상을 보고한 뒤 ‘기체를 버리고 탈출하라.’는 지시를 수차례 받았으나 민가 밀집지역으로 추락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나의 건강보감] 허정무 前 축구대표 감독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지만 당시만 해도 잘 나가던 김우중 회장이 축구협회장을 맡던 1989년 무렵이다.하루는 김 회장이 우연히 마주친 그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대뜸 말을 건넸다.“우리 한 수 할까?” 이렇게 해서 그는 판을 차리고 김 회장과 마주 앉았다.기력을 물어 “회장님보다 좀 약합니다.”했더니 두점을 깔라고 했다.결과는 허정무의 완승,적잖이 달아오른 김 회장이 “맞바둑으로 한 수만 더하자.”고 해 다시 뒀으나 역시 허씨의 승리.주변에서는 “한 판쯤 져주지 그랬느냐.”고 타박을 했지만 털고 일어서던 김 회장은 빙긋 웃으며 “축구 실력보단 못하지만 대단한 기력”이라고 칭찬했다.“원래 그런 인사치레에 익숙하지 못했다.지금 생각하니 한판쯤 양보할 걸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바둑을 좋아한다.기력은 아마 4단.국가대표를 거친 축구인 가운데 김정남 전 감독 말고는 적수가 없다.그에게 있어 수담(手談)은 경기에서 오는 피말리는 긴장감과 패전 후의 후회,승전의 자만,그리고 경기후 엄습하는 허탈감을 다스리는 수양의 도(道)이다.그 뿐이 아니다.“반상에서 축구를 보고,삶을 볼 수 있어서 바둑이 좋다.”고 했다.그에게 바둑은 ‘또 다른 축구’이자 ‘또 다른 삶’이다. 허정무(48)는 온 국민의 시선을 붙박이로 끌고 다녔던 한국 축구의 스트라이커였다.한국인으로는 네덜란드 프로무대에 처음 진출해 뜨거운 땀으로 이국의 그라운드를 적시더니 얼마간 세월이 지나서는 ‘국민 운동’인 축구의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국민의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사람이었다. 30대를 넘긴 연배라면 누구나 국가대표 부동의 골잡이였던 ‘진돗개’ 허정무 선수에 얽힌 격정의 추억 몇 토막은 간직하고 있다. 지난 85년,멕시코월드컵 최종예선 한·일전에서 부상을 당했으나 투혼으로 결승골을 터뜨려 온 국민을 환호하게 했는가 하면 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최종 수비수는 물론 최전방 공격수로 좌충우돌하며 기세를 드러냈다.그뿐이 아니다.지금은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이영표 선수가 몸담은 팀으로 더 유명한 명문 PSV 아인트호벤에서 3년동안 15골을 넣으며 축구스타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그가 국민들 가슴에 남긴 족적은 크고 깊었다.그라운드에서 힘들어할 때면 같이 힘들어했고,그가 환호할 때는 덩달아 신명의 어깨춤 추며 후끈 달아올랐다.그들의 가슴에 허정무는 틀림없이 혼불같이 타올랐던 한 시대의 ‘국가 대표’였다. 끝없는 투혼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던 그이지만 실제로는 조용하고 지적인 풍모를 지녔다.이런 그가 왠지 바둑과 잘 어울리는 건 당연한지도 모른다.그는 축구와 바둑을 함께 시작했다.서울 중동중학교 축구선수로 뛸 때,당시 감독이었던 고재욱씨에게서 처음 바둑을 배웠다.말하자면 ‘운동장 바둑’인 셈이다.처음엔 9점을 놓고 뒀으나 지금은 오히려 3점쯤 접어줄 정도로 판이 바뀌었다. 국가대표로 해외 원정경기에 나갈 때도 간이 바둑판을 챙겨가곤 했다.물론 대표팀에 적수가 없어 대개의 경우 ‘욕심’에 그쳤지만 그의 바둑편력에 놀란 사람이 적지않다. 그와 겨룬 고수도 적지 않다.프로 기사와의 첫 대국은 서봉수 9단과 전남 광양에서 둔 다면기였다.이후 서능욱 9단과 둔 6점 접바둑 기보는 바둑 잡지에 소개됐을 정도.지금도 유건재 7단(현 한국기원 사무총장)과는 짬짬이 인터넷으로 대국을 한다.지금은 프로 기사들과 4점 접바둑을 둘 정도니 결코 만만한 실력이 아니다.젊은 기사 중에서는 유창혁 9단을 좋아한다.이유인즉 그가 축구를 좋아해서다.유 9단은 프로기사 축구동호회인 기마회의 주축이다. 허정무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들뜬 머리를 정리하는 데 바둑만한 기예가 없다.”고 말한다.게다가 그 속성이 축구와 닮은 점도 마음에 든다.‘아생연후 살타(我生然後 殺他)’라는 유명한 바둑격언이 있다.그는이를 “수비를 안정시킨 뒤 그 토대 위에서 공격력을 배가하는 축구전술의 바둑식 표현”이라고 푼다. “히딩크의 성공신화도 철벽 수비에 있었고,지금의 코엘류 감독도 수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내 생각이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싱긋 웃는다.그뿐인가.그라운드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시각의 중요성이나 ‘상대가 강한 곳에는 침투하지 말라.’는 원칙도 바둑을 통해 터득한 수확이다.묵묵히 때를 기다리는 ‘이창호식’도 좋고,틈만 보이면칼날처럼 파고드는 ‘이세돌식’도 좋다.단숨에 적진을 발칵 뒤집는 ‘조훈현식’ 속보행마는 또 어떤가. 축구 말고도 300쯤 치는 당구 실력에 탁구,배구,농구 등 ‘구’자 들어가는 운동은 뭐든 시쳇말로 ‘한가닥’하지만 모든 운동이 축구를 정점으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그의 모든 것은 이처럼 축구라는 주연을 위해 있는 무대장치 같은 것이다. 축구에 쏟는 열정만큼 가족을 향한 그의 사랑과 배려도 애틋했다.한때 브라운관을 누볐던 부인 최미나씨와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큰딸 ‘화란’,둘째딸 ‘은’에게로 화제가 옮겨지자 이런저런 얘기가 꼬리를 문다.부인 최미나씨는 수입 화장품을 보급하는 사업가로 변신해 있다.“두 딸을 요조숙녀로 잘 키우고 뒤늦게 자신의 일을 찾아 땀흘리는 아내의 모습에서 더할 수 없는 기쁨을 맛본다.”고 했다. 유소년 축구인재 양성을 위해 필생의 노력을 쏟아 최근 개장한 용인 축구센터도 그에게는 가슴 뿌듯한 결실이다.“이 일로 그동안 나와 한국 축구에 힘이 되어준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빚을 갚은 것 같다.”는 그는 “아쉬움은 많지만 축구 인생에 후회는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줄창 그라운드를 누비는 축구선수에게 “건강을 위해 무슨 운동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대개 웃을지 모른다.축구 자체가 격렬하기 이를데 없는 운동인데 거기에 얹어 다른 운동을 한다는 게 얼른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몸으로 하는 것만 운동이랴.마음 혹은 머리로 감당해야 하는 운동도 있다.허정무에게는 그게 바둑이었다. 소치-미산-의제-남농으로 이어지는 허씨 문중의 동양화 거장 배출지인 진도 운림산방의 혈족이기도 한 그는 정강이에 피멍 가실 날 없는 축구인의 길을 택했지만 지금도 한국의 축구판을 지키는 건각이다.예전에 그라운드를 호령하던 젊은 기세 그대로.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 ■바둑의 건강학 예부터 바둑은 수담(手談)으로 불렸다.손으로 놓는 돌을 통해 상대와 끊임없이 마음을 나눈다는 의미다.거슬러 살펴보면,신선연하는 청류(淸流)의 한담에는 으레 맑은 술과 바둑판이 곁들여져 있다.바둑과 술을 통해 세속의 일을 잊거나 천하의 경륜을 터득하고 싶어서였다. 바둑인들은 바둑이야말로 사람이 자신과 나누는 진정한 대화라고 말한다.반상의 돌 하나에 그 사람의 심성과 정서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바둑이 기예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물론 프로기사들이 타이틀을 두고 갖는 대국은 피말리는 격전이다.이를 두고 “거기에 무슨 수양이 있느냐?”고 항변할지 모르지만 바둑인들의 해석은 다르다. 한국기원 사무총장인 유건재 7단은 “얼핏 극한대립처럼 보이지만 바둑은 근원적으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묵묵히 때를 기다리는 것은 지혜이고,때가 오면 주저없이 돌을 놓는 것은 용기,싸우고 싶을 때 물러서는 것은 절제고,지지 않으려는 것은 투지라고 한다.“이런 자신과의 싸움,즉 나의 허(虛)를 감추고 상대의 허를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완벽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어서 다른 승부와는 구별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몰입을 통해 번뇌와 고민을 잊고 마음의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점’을 바둑의 장점으로 들었다.청소년들의 경우 바둑을 통해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으며 절제와 용기,지혜를 배울 수 있다고도 했다. 유 7단은 “축구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달아오른 성정을 가라앉힐 방법이 필요한데 이런 점에서 바둑은 묘약”이라며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지만 않으면 자신을 다스려 정서를 안정시키고 지혜를 일깨우는 기예”라고 설명했다.이를 그는 수담망우(手談忘憂·수담으로 근심을 잊는다)라고 했다.여기에 덤으로 이기회우(以棋會友·바둑으로 벗이 모인다)까지 할 수 있으니 바둑만한 수양이 어디 있을 것인가. 심재억기자
  • 세계인 - 우리는 이렇게 산다 / 섹스리스 Japan

    |도쿄 황성기특파원|히라키(36·회사원·가명)는 14살 차이의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4개월째다.진급시험을 앞두고 있어 외도는 잠시 접어둔 상태이지만 그의 옆에는 가끔씩 여자친구가 있었다.부인(36)과 섹스리스가 된 뒤 8년간 되풀이되고 있는 패턴이다. 지난해 사귄 여자친구는 그가 결혼한 사실을 알고도 계속 만났다.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투정이 늘었다.‘헤어질 것’을 결심한 히라키는 결국 이별을 선언했다. 그는 부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별반 없다.서로 섹스리스에 익숙해져 있어서다.아침 일찍 일어나 밤늦게 들어오는 일의 성격상 부부의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두 아이 치다꺼리에다 몸마저 약한 부인은 밤 10시30분이면 잠자리에 든다.새벽 1∼2시에 귀가하는 그는 그래서 따로따로 침실을 택했다. ●“수면방해 않기 위해 6년째 따로 잔다” “수면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6년째 따로 잔다.”(히라키) 결혼 14년째 히라키 부부의 섹스리스 뿌리는 출산과 육아에 있다.두 아이가 중 2,초등학교 3학년으로 성장한 지금도 섹스리스는 지속되고 있다.언제부터인가 “일과 섹스는 집에 갖고 가지 않는다.”는 엉뚱한 논리로 무장한 히라키이지만 부인과의 이혼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 거리의 근교에 사는 이들 부부의 집을 찾았다.히라키의 부인 미사코는 “나를 도구로 여기는 섹스라면 싫다.”고 단호한 어조.“그런 섹스를 원한다면 밖에서 해결하라고 얘기한다.”고 털어놓는다.올들어 히라키 부부는 단 한차례 관계를 가졌다.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아무런 느낌도 없었다.”(히라키) ●“나를 도구로 여기는 섹스라면 싫다” 세계인들은 인류 공통의 화두인 성에 관한 고민 하나쯤은 갖고 있겠지만 일본인들도 고민이 크다.성에 관한 통계 조사에서 언제나 꼴찌를 달리는 일본인.정상적인 커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일본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적은 섹스 횟수를 기록한다. 지난해 영국 콘돔 제조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연간 섹스 횟수는 세계 평균 97회.일본은 조사대상 28개국중 꼴찌인 36회였다.1위 미국(124회)에 비하면 4분의1 수준인 셈이다. 규슈의 한온천지역에서 일본식 여관을 경영하는 마쓰이(42·가명)는 3∼4개월에 1차례 정도 부인(41)과 관계를 갖는다.“질병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1개월 이상 성행위가 없는 부부”라는 일본 성과학학회의 ‘섹스리스’ 정의에 따르면 분명 마쓰이는 섹스리스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섹스리스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단지 서로가 너무 바쁘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다 보니 그렇게 됐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만다.그들 부부의 섹스리스 이유는 “바쁘기도 하지만 아내가 좋아하지 않기 때문”(마쓰이)이다.그는 “아직 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인다. 세계인의 성 행태를 조사한 ‘파이자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섹스가 생활에서 중요하다.”고 보는 한국인은 무려 89%에 이르는 반면 일본인은 53%에 불과하다.의식의 차이가 이처럼 크다.마쓰이의 경우도 성을 중시하지 않는 커플인 셈이다. 섹스리스의 원인으로 꼽히는 일과 스트레스,임신과 출산,권태감 등은 나라를 불문하고 비슷하지만 일본적인 독특한 풍토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섹스리스 커플들이 종종 있다. 사카구치(32·회사원·가명)는 섹스보다는 컴퓨터 게임이 훨씬 재미있다.몇년 전부터 게임에 흠뻑 빠진 그는 요즘 여자 옷벗기기 프로그램을 즐긴다.“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게임 세계에서는 마음대로 여자를 조종할 수 있다.”(사카구치) 컴퓨터 모니터에 얼굴을 묻고 있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면 부인(31)은 한숨만 나온다고 한다. ●‘가와노지’ 잠자리 방식도 섹스리스의 한 원인 ‘가와노지’ 잠자리 방식도 섹스리스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가와노지란 부모의 한가운데 아이를 끼워 재우는 모습을 내 천(川)자에 비유한 것이다.상당수 일본인들은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 잔다.방을 따로 주어 ‘독립’시킬 때까지는 부부관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아이를 독립시키면 그때부터는 히라키 부부처럼 침실을 따로 쓰는 경우도 생긴다. 지난 2일 ‘리부란히토 주문화연구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에 사는 부부의 35%가 “따로 잘 공간이 있다면 침실을 별도로하고 싶다.”고 대답했다.수도권의 아파트에 사는 아이를 둔 407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14%가 실제로 부부가 따로 침실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 14%가 실제로 침실 따로 써 도쿄 근교에 사는 주부 지카(43)도 수년에 걸친 섹스리스로 고민하는 일본인 중 한 명이다.“개인사업을 하는 남편과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날 갑자기 섹스리스가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섹스리스뿐 아니라 ‘누구의 아내,누구의 엄마’로 나이 들어가는 자신이 싫어져 몇년 전 아이를 데리고 별거도 해 봤지만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그렇지만 자신에게 건조하게 대하는 남편에게 어떤 변화도 없었다.그래서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marry01@ ■작가 이시카와 유키의 원인분석 |도쿄 황성기특파원|작가 이시카와 유키는 일본에서 늘어나고 있는 섹스리스의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한다. “남녀 상황이 20년간 변했다.부인이 남편을 일방적으로 쫓아가는 과거 일본 사회에서는 성도 마찬가지였다.남편의 욕구에 부인이 따라갔을 뿐이다.그러나 지금은 여성의 의식 변화로 ‘남편과 대등하다.나도 욕구를 발산할 수 있고,거꾸로 욕구를 거부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반면 남성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여성이 맞춰줄 거라고 생각할 뿐 자신이 여성에 맞추지 않는다.” 두 번째로는 정보의 홍수를 꼽는다.“인터넷,TV,책등 정보가 넘치면서 요구 수준이 높아졌다.주변의 인테리어 같은 데는 신경조차 쓰지 않던 옛날 사람들과 달리 섹스에 이르기까지의 분위기를 따진다.그런데 그런 정보를 스스로 컨트롤하면 문제가 없으나 이럴 때는 이렇게,저럴 때는 저렇게 하는 것이 좋다는 정보 혼란에 휩싸인다.쉽게 말해 먼저 머리로 생각하고 고민하다 보면 몸이 따라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시카와는 이들 두 가지 이유와 연관지어 환경의 변화도 꼽는다.“만남 사이트,컴퓨터,휴대전화의 발달 같은 사회환경이 달라졌다.언제,어디서,누구 하고도 만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집에서 섹스를 하지 않아도 남편·부인 모두 괜찮은 시대가 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자기의 세계에 갇혀서 나오지 않고,나오지 못하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섹스리스 증가의 한 원인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의 섹스리스는 보다 심각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이런 객관적 환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부 사이의 거리를 더 멀게 만들 것이다.일본 남성들은 변하지 않았다고 할까,변화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여전히 부인이 여성이 아닌 마누라,아이의 엄마이기를 원한다.” 그는 섹스에 두는 일본인들의 비중도 변했다고 지적한다.이시카와는 “적어도 섹스가 부부간의 소중한 즐거움이라는 가치가 옛날에 비해 낮아졌다.섹스 외에도 즐거운 일이 많고 친구가 많은 시대가 됐다.”고 설명한다. 일본인들의 독특한 부부관·부모관도 한몫한다.“일본은 부부로서보다 아이 부모의 관계로 지내고자 하는 의식이 아직도 강하다.자식이 결혼 등으로 없어지면 부부 사이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커플이 있을 만큼 부부들이 서로를 한 사람의 남성과 여성으로 대하기를 꺼린다.”좋은 예가 아이를 중간에 끼워서 자는 방식이다. 이시카와 부부도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같은 이불에 재웠다. 이시카와는 “500명에 가까운 주부를 취재하면서 뜻밖에 섹스리스가 많다는 데 놀랐다.”고 덧붙인다.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해결 방법이다.“남편에게 얘기하면 대부분 일본 남성들은 ‘그런 하찮은 얘기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그런 반응을 듣기 싫어 문제 해결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혼도 하고,섹스 파트너도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 섹스리스 주부들은 아무런 방법도 취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본인들은 거리라고 할까.서로가 서로의 깊은 곳을 침범하지 않고,서로의 핵심에는 다가가지 않는 그런 부부관계가 많다.그래서 서로 크게 다투지도 않는다.묻고 싶지만 묻지 않고,대충 자신의 영역을 지켜가는 부부가 많다. 요새 젊은 부부마저도 그렇다.젊으니까 뭐든지 서로 말할 것 같지만 막상 결혼해서 부부가 되면 서로의 깊은 곳까지는 못들어가는 관계가 돼 버린다.”는 진단. ◆이시카와는 42세.대학 졸업후 결혼,전업주부가 되어 두 아이를 둠.1997년 주간지에 일본 주부의 실상을 르포로 연재하면서 작가로 변신했다.‘브레이크 와이프’,‘당신은 주부가 좋습니까’ 등 6권의 르포,소설집을 펴냈다. ■아사히신문 실태조사 2001년 6월 아사히신문이 20∼50대 남녀 500명씩을 대상으로 일본인의 섹스리스 실태를 조사한 바 있다.조사에서 부부간의 섹스가 ‘1년에 몇 차례’나 ‘최근 1년간 전혀 없다.’는 응답은 전체의 28%에 달했다.30대는 26%,40대 36%,50대 46%를 차지했다. 이유로는 남편·부인 할 것 없이 ‘귀찮다.’를 꼽았다.이어 남편은 ‘일의 피로’를,부인은 ‘취미 같은 재미있는 일이 있다.’를 들었다. “성적 감정이나 욕구를 상대방에게 전하고 서로 얘기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서로 얘기한다.”가 20대 60%,30∼40대 40%에서,50대로 가면 30% 정도로 나이가 들수록 줄었다.“성은 남자가 리드하는 것”이라는 문항에는 나이에 관계없이,남녀 할 것 없이 60%가 그렇다고 대답해 일본인들이 생각보다 섹스에 대해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스포츠 라운지] 노랑머리 테크노 씨름꾼 최홍만

    “2등은 의미없다” “기왕에 튄 것,끝까지 튀어 볼랍니다.” 지난 19일 민속씨름 진안장사대회에서 데뷔 4개월만에 백두봉을 등정한 ‘노랑머리’ 최홍만(23·LG투자증권)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자신의 말마따나 그의 톡톡튀는 언행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언제,어디서든 튄다.노랑색으로 물들인 머리와 모래판에 상대를 눕힌 뒤 흔들어대는 테크노 댄스는 물론이고,내뱉는 말 하나 하나에도 거침이 없다. 올해초 두차례 대회에서 김영현(신창건설·217㎝)을 거푸 무너뜨린 뒤 “영현이형한테는 승부욕 외엔 배울 것이 없다.”고 말하는가 하면,지난 영천대회 4강전에서는 이태현(27·현대중공업)에 지고 나서도 “지금 태현이형한테 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언젠가는 이길 때가 온다.”면서 패배를 훌훌 털어버린 배짱은 신세대의 당돌함 그대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그의 튀는 모습 1순위는 218㎝의 키와 160㎏의 몸무게가 만들어낸 거구다.모래판 최장신을 자랑하는 키는 자신도 예상치 못한 것.고향인 제주 한림중 2학년 때까지는 160㎝에 불과했다.3학년때 20㎝가 커 “좀 컸구나” 싶던 키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비맞은 고사리마냥 자라 190㎝를 훌쩍 넘어섰고 218㎝까지 거침없이 내달았다.그는 원인을 ‘밀가루 음식’으로 돌린다.“왠지 밥은 먹기 싫고 밀가루 음식이 당기더라구요.몇 달 동안 밥 한 끼 안 먹고 자장면,국수로만 지낸 적도 있어요.” 키 만큼이나 승부에 대한 욕심도 크다.이번 대회 하상록(현대)과의 결승 마지막 다섯번째 판에서 수비 자세로만 무려 1분30여초를 버텨낸 끝에 샅바를 처음 잡았을 때부터 꿈꿔온 장사 트로피를 움켜 쥐었다. “공격은 하지 않고 실탄이 다 떨어진(체력이 바닥난) 상대에게 경고승을 이끌어 냈다.”는 비아냥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2등은 의미없다.”는 승부욕이 몸에 밴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알리는데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그의 홈페이지(http:///cafe.daum.net/chm6660)는 양손 검지를 볼에 비비며 온 몸을 흔들어 대는 동영상을 비롯해,고막을 찢을 듯한 테크노 음악 등 온갖 내용들로 꽉 차 있다.“몸집답지 않게 유치한 것 아니냐.”는지적도 “어차피 튀는 건데요.”라고 일축한다. 컴퓨터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팬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임을 일찌감치 간파한 때문이다.틈만 나면 첫 월급으로 장만한,제법 고가의 ‘물건’ 앞에 앉아 자신의 손톱만한 키보드를 두들기며 팬들에게 일일이 답장을 쓴다.“팬들과의 채팅은 훈련 다음으로 중요한 일입니다.요번 우승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컴퓨터가 재산목록 1호라면,2호는 방 한쪽 옷장에 가득한 옷.유명 상표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거의가 ‘짝퉁(모조품)’이다.대학 시절 한 때 ‘방송물’을 먹은 탓에 패션 감각은 수준급이다.대부분 직접 디자인해 단골집에 주문한 것 들이다.몸에 맞는 기성복도 없으려니와 취향에 맞는 옷을 입기 위해서다. 역대 신인 최고 몸값에 보답하듯 데뷔 4개월만에 장사의 꿈을 일궈낸 테크노 골리앗.그의 다음 목표는 ‘모래판 지존’ 이태현과의 맞대결이다.이태현을 이겨야만 진정한 백두급 최강자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구리연습장에서 하루 5시간이 넘도록 땀을 흘리는 그는 “존경하는 선배이자 가장 어려운 상대인 태현이형의 벽을 넘겠다.”고 투지를 불태운다. 글·사진 최병규기자 cbk91065@ ■눈길끄는 모래판 세리머니 모래판에서 관중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경기 뿐만은 아니다.상대를 뉘인 뒤 한껏 자신을 뽐내는 선수들의 독특한 자축 세리머니는 색다른 볼거리다. 지난 19일 열린 진안장사대회 결승에서 첫 백두장사에 오른 최홍만은 하상록(현대중공업)과의 마지막 판에서 이긴 뒤 한참을 서 있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특유의 테크노춤을 춰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대개의 선수들은 모래판에 쓰러진 상대를 뒤로 한 채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포효하는 ‘만세파’. 그러나 금강급에서 2개대회 연속 장사에 오른 장정일(현대)은 본업을 의심케 하는 ‘기계체조파’.유연한 허리를 바탕으로 텀블링을 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백두급의 김영현(신창건설)은 점잖게 두 팔을 곧게 벌려 십자가 모양을 만든다.각진 얼굴에 창만 하나 들면 영락없이 ‘로마 병정’이다.‘섹시 가이’ 이태현(현대)은 별명에 걸맞게 세리머니도 섹시하다.아랫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허리 아래를 흔들어 대는 ‘배치기 춤’은 여성팬들의 볼을 발갛게 물들이곤 한다.
  • 격투기 지존 최후의 결투/ 26일 스피릿MC대회 결선 김종왕 등 8명 ‘혈투’ 예고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무림지존(武林至尊)’을 가리는 이종(異種)격투기 제1회 스피릿MC대회(총상금 5000만원)가 오는 26일 오후 5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지난달 29·30일 64명이 참가한 가운데 치러진 예선에서 살아남은 4명과 주최측의 ‘와일드 카드’로 결선에 직행한 고수 4명 등 8강이 토너먼트로 ‘짱’을 가린다.경기 시간은 10분 2회전(무승부땐 5분 연장). ●벌써부터 팽팽한 긴장감 8명 모두 불굴의 투지를 다지고 있다.이렇다할 규칙이 없는 경기여서 유혈이 낭자한 사투를 벌여야 한다는 사실을 예선을 통해 적나라하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보호장비라야 고작 글러브 정도인 데다 그나마 주먹 보호용이라 맨주먹과 마찬가지.충격이 그대로 얼굴에 전해진다.몇대 맞으면 피가 튀고 얼굴이 찢어지기 일쑤다.엄청난 위력을 지닌 발차기에 상대가 추풍낙옆처럼 나가 떨어진다.쓰러진 상대에 올라타 무차별로 주먹을 날리는가 하면,목을 졸라 항복을 받아내기도 한다. 단 하루에 3명의 고수를 모두꺾어야 우승할 수 있기 때문에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상대를 뉘어도 중도에 자신이 부상하면 경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이 때문에 벌써부터 긴장감이 팽팽하다. 지난 8일 대진 추첨을 통해 ‘브라질 유술의 전도사’ 백종국과 ‘레슬링의 자존심’ 김민수가 맞붙게 됐고,‘장신의 무에타이 전사’ 이면주는 ‘한국 격투기의 절대강자’ 김진우와 겨룬다. 또 ‘태권도 사범’ 최정규와 ‘한국격투기의 선구자’ 김종왕이 만났고,‘레슬링과 킥복싱의 혼합 파이터’ 이은수는 ‘태껸의 신성’ 권익선과 4강 진출을 다툰다. ●우승후보는 누구 전문가들은 우승후보 0순위로 한국 이종격투기의 선구자 김종왕을 꼽는다.일본 이종격투기 대회인 ‘판크라스’에서 3년간 활동했고,미국 KOTC(King Of The Cage)에도 출전하는 등 경력이 화려하다.용인대 유도과 출신인데다 태권도와 킥복싱 등 다양한 종목을 섭렵하고 프로레슬러로 활약한 경험도 있다. 한태윤 스카이KBS 이종격투기 해설위원은 “상대성이 높은 경기지만 경험이 풍부한 김종왕이 다른 선수들보다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다.”면서 “지난해 일본대회에서 입은 손부상이 변수”라고 밝혔다. 한 위원은 또 김종왕 못지 않은 우승후보로 이면주를 지목했다.“비록 그라운드 기술이 약하지만 워낙 타격기술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그는 “다크호스로는 아직 실전을 해보지 않아 타격기와 마무리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김민수를 꼽고 싶다.”고 덧붙였다.외국에서도 레슬링 출신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격투기를 다루는 인터넷 잡지 FSN의 이동기 대표도 “김종왕이 프로라면 다른 선수들은 아마추어인 셈”이라며 “이변이 없는 한 김종왕의 완승으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근력과 지구력,민첩성과 경험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한다는 것.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늘 이변은 존재하고,특히 고수끼리의 대결에서는 단 한방으로 승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중기자 jeunesse@
  • 재미교포 박용수 NHL ‘원맨쇼’

    재미교포 박용수(27·미국명 리처드 박)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미네소타 와일드의 오른쪽 공격수 박용수는 22일 열린 콜로라도 에벌란치와의 NHL 플레이오프 서부컨퍼런스 8강전(7전4선승제) 6차전 홈경기에서 골든골을 포함해 혼자 2골을 몰아넣어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5차전까지 2승3패로 뒤져 탈락 위기에 내몰린 미네소타는 박용수의 ‘원맨쇼’에 힘입어 컨퍼런스 4강 진출의 희망을 되살렸다.마지막 7차전은 23일 덴버에서 열린다. 지난 11일 1차전에서 플레이오프 첫 어시스트를 올린 박용수는 이날 접전을 벌이던 3피리어드 1분45초에 선제골을 터뜨린데 이어 2-2로 맞선 연장 4분22초 골든골까지 성공시켜 1만9000여명의 홈팬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한국인 선수가 NHL에 진출한 사례는 박용수가 두번째로,지난 90년대 재미교포 백지선이 피츠버그 펭귄스에서 수비수로 활약하면서 90·91년 NHL 우승팀에 주어지는 스탠리컵을 품에 안은 적이 있다. 지난 76년 서울에서 태어나 79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박용수는 84년 아이스하키에 입문했고,92∼94년 유학중이던 캐나다의 온타리오 주니어리그에서 최고 공격수로 활약했다.이어 지난 94년 드래프트를 통해 NHL 피츠버그에 입단했다. 이후 NHL과 2부리그를 오가며 2부리그에서 98∼99시즌 41골·42도움을 기록한데 이어 99∼00시즌에 28골·32도움을 올리는 등 빼어난 활약을 펼쳐 2001년 6월 신생 미네소타와 2년간 약 150만달러에 계약했다. 지난 시즌 63경기에 출전해 10골·1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당당히 주전으로 자리매김했고,특히 지난해엔 스웨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때 미국대표로 활약해 화제를 모았다.챔피언 반지를 두차례나 낀 백지선이 미국 유니버시아드대표팀에 포함된 적이 있지만 한국출신 선수가 미국대표팀에 선발된 것은 박용수가 처음이다. 더욱 힘을 받은 박용수는 올 시즌 정규리그 81경기에 출장해 14골·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았다.플레이오프에서도 6차전까지 모두 출장했다. 180㎝·86㎏으로 큰 체격은 아니지만 순간 스피드가 좋고 골결정력과 투지도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동구권과 북미출신 백인선수들의 독무대인 NHL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석기자 pjs@
  • “다음엔 꼭 우승”/ 시각장애 러년 보스턴마라톤 5위

    “다음엔 꼭 마라톤 우승의 꿈을 이루겠습니다.” 시각장애 여자 육상선수 말라 러년(34·미국)이 마음을 다잡았다.러년은 22일 새벽 열린 제107회 보스턴마라톤 여자부 풀코스(42.195㎞)에 출전,2시간30분28초로 5위에 올랐다.두번째 풀코스 도전인 이번 대회에서 비록 러년은 만족스러운 레이스를 펼치지 못했다.데뷔전인 지난해 11월 뉴욕대회(2시간27분10초·4위)보다 기록과 순위 모두 좋지 않았다.그러나 러년은 우승을 향한 집념을 더욱 불태웠다. 우승과 함께 25분대 진입을 노린 러년은 “다리 경련과 더운 날씨 등으로 만족스런 레이스를 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대회를 경험삼아 다음엔 더욱 강한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러년의 5위는 93년 대회에서 킴 존스가 2위에 오른 이후 미국 여자선수로서는 10년만에 기록한 가장 좋은 성적이다. 9세 때 망막퇴행성 질환으로 법적인 시각장애인이 된 러년은 원래 1500m가 주종목인 트랙선수.2000시드니올림픽에 미국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지난해부터 마라톤에 관심을 보인 러년은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만류했지만 불굴의 투지로 마라톤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데뷔전인 뉴욕대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대회조직위가 파견한 운영요원의 자전거를 탄 채 코스와 음료수대 등을 안내했다. 중반까지 선두권을 유지하며 우승의 꿈을 부풀린 러년은 그러나 섭씨 20도가 웃도는 날씨로 후반부터 페이스가 떨어져 결국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여자부 우승은 러시아의 스베틀라나 자카로바(2시간25분20초)에 돌아갔고,로버트 체리요트(케냐)는 2시간10분11초로 남자부 정상에 올랐다. 박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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